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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만 행복해서 미안” 국민들이 죄책감 느낀다는 ‘이 나라’

    “우리만 행복해서 미안” 국민들이 죄책감 느낀다는 ‘이 나라’

    “전 세계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 세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특권에 죄책감을 느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풍부한 천연자원과 압도적인 경제력, 민주주의 지수 1위,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가 선정한 가장 행복한 나라 7위. 바로 북유럽 선진국 노르웨이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BBC 뉴스에 따르면 오슬로 대학에서 스칸디나비아 문학을 전공한 엘리자베스 옥스펠트 교수는 “많은 노르웨이 국민들이 자신들의 편안한 삶을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며 죄책감을 느끼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르웨이는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다. 1인당 명목 GDP는 9만 4660달러로 영국(5만 2456달러)의 2배에 가깝고,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8만 5373달러)보다도 높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재정 적자를 메우기 위해 부채가 늘어나는 가운데 노르웨이는 국가 소득이 지출을 초과해 흑자 예산을 운용하고 있다.옥스펠트 교수는 스칸디나비아의 책, 영화, TV 시리즈가 사회와 문화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연구한다. 그가 보기에 최근 노르웨이에서는 부에 대한 죄의식을 탐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 죄책감’(Scan gulity)이라는 표현을 제시하며 “모든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죄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옥스펠트 교수는 지하실 침대에 살며 부유층을 위해 일하는 이주 노동자가 등장한 노르웨이 드라마를 언급하며 “가난한 나라의 저임금 노동자의 돌봄노동 덕분에 직장에서 양성평등을 이뤘다는 현실을 깨닫게 된 여성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3월 상주 가사도우미를 원하는 외국인에게 노동 허가를 내주는 것을 중단했다. 올해 1월 파이낸셜 타임스는 아프리나 모리타니 연안의 생선으로 만든 사료가 노르웨이 연어 양식에 쓰이는 과정을 보도한 바 있다. 보도는 노르웨이산 양식 연어가 “서아프리카의 식량 안보를 해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는 이를 가리켜 “노르웨이 연어 산업의 탐욕스러운 식욕이 서아프리카의 빈곤과 영양실조를 초래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유형의 식량 식민주의”라고 비판했다.노르웨이 내에서도 자국 경제가 석유 산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이러한 경제 구조가 고물가를 야기해 평범한 노르웨이 국민들은 스스로 부유하지 않다고 느끼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옥스펠트 교수는 노르웨이가 해외에 인도적 지원을 가장 많이 하는 공여국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노르웨이 국민들은 올바른 대의에 매우 관대하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경제학자 얀 루드비그 안드라센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노르웨이가 석유를 더 많이 수출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전쟁과 고통을 통해 얻은 추가 수입에 비하면 노르웨이의 해외 공여는 매우 적은 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옥스펠트 교수가 주장한 ‘죄책감’에 대해 “아마 환경운동처럼 일부에서만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반박했다.
  • 다시 시작된 바일스의 시간… 올림픽 2관왕

    다시 시작된 바일스의 시간… 올림픽 2관왕

    미국의 체조 여제 시몬 바일스(27)가 2024 파리올림픽 2관왕에 올랐다. 바일스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경기장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개인종합 결선에서 도마,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 4개 종목을 모두 뛰어 총 59.131점을 기록해 우승했다. 57.932점을 얻은 2위 레베카 안드라드(브라질)를 1.199점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섰다. 바일스는 여자 기계체조 단체전에 이어 개인종합도 석권해 이번 대회에서 벌써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2016 리우올림픽 단체전, 개인종합, 도마, 마루운동 4개 종목을 휩쓴 바일스는 통산 올림픽 금메달도 6개로 늘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멘털이 붕괴해 결장한 바일스는 단체전 은메달과 평균대 동메달에 머물렀다. 바일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도쿄와 같은 악몽은 없어 좋았다”면서 “도마에서 착지한 후 안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직전에도 심리 치료사의 상담을 받았다고 전했다. 바일스는 결선 4개 종목 중 이단 평행봉을 뺀 3개 종목에서 추가 금메달을 노리며 대회 5관왕에 도전한다. 바일스는 한국시간으로 3일 오후 우리나라의 여서정(22·제천시청), 북한의 안창옥 등과 함께 도마 결선에서 금메달을 놓고 맞붙는다.
  • 무더위 쫓는 ‘칠링(Chilling)의 밤’…인천 영흥도서 10일 ‘십리 for you 칠링의 밤’

    무더위 쫓는 ‘칠링(Chilling)의 밤’…인천 영흥도서 10일 ‘십리 for you 칠링의 밤’

    인천 옹진군과 인천관광공사가 ‘제1회 십리 for you 칠링의 밤’ 행사를 오는 10일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에서 연다. 아름다운 바다와 노을을 갈무리한 내동마을 십리포 해수욕장을 알리고, ‘칠링’(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주제로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된 마을축제다. 버스킹, 요가·노르딕 워킹, 먹거리 장터와 특산물 판매, 행운권 추첨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요가, 노르딕 워킹 체험은 무료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체험에 필요한 장비도 무상으로 대여한다. 십리포 갯벌체험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밤에는 국내 최대 소사나무(서어나무) 군락지에 야간경관 조명이 들어온다. 약 200m 숲에 조성된 경관조명이 ‘반딧불 왕국’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수도권 관광객들의 여름 피서지인 영흥도 십리포 해수욕장은 차량으로 접근이 가능한 연륙 섬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소사나무 군락지를 비롯해 야영장, 해안산책로, 갯벌 체험장, 야외 물놀이장, 특산물 판매대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가 갖춰졌다. 자세한 내용은 인천관광공사 누리집(www.ito.or.kr) 참조.
  • 파리올림픽서 열린 한복 패션쇼…세계인 시선 집중

    파리올림픽서 열린 한복 패션쇼…세계인 시선 집중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한복 패션쇼가 열려 세계인의 이목이 쏠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과 지난 1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메종 드 라 쉬미) 내부 정원에서 한국의 날 사전 행사로 한복 패션쇼를 열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날은 ‘알레 라 코레’라는 주제로 한국을 홍보하는 국제스포츠 외교의 장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등 국내외 스포츠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다.이번 한복 패션쇼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 참가했던 소녀가 2024년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를 방문한다는 상상을 담아 ‘한 여름날 어린 소녀의 나들이’를 주제로 기획했다. 이를 통해 과거부터 이어지는 파리와 한국의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올림픽 선수단의 활약을 축하하고 승리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했다.루이뷔통 함 트렁크 협업, 반클리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등으로 활동한 서영희 스타일리스트가 예술감독을 맡아 총괄했다. 또 김영진, 김인자, 김지원, 김혜순, 송혜미, 유현화, 이혜순 7명의 국내 한복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한복 디자이너들은 파리 현지에서 활동하는 모델 20인과 함께 관계, 계례(성년례), 혼례 등 한국 전통 의례에서의 예복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한복을 야외무대에서 선보였다.이해돈 문체부 문화정책관은 “K 콘텐츠 종합 홍보의 장인 ‘코리아하우스’에서 이번 한복 패션쇼를 통해 한복 고유의 아름다움과 멋을 널리 알리고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을 기원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 김동욱 서울시의회 미래전략특위 위원장, 서울시 관광 활성화 협력 방안 논의

    김동욱 서울시의회 미래전략특위 위원장, 서울시 관광 활성화 협력 방안 논의

    서울시의회 서울미래전략통합추진특별위원회(이하 미래전략특위) 김동욱 위원장(국민의힘·강남5)은 지난 1일 부킹닷컴(Booking.com)의 양 리(Yang Li) 아태지역(APAC) 대외협력총괄 등과 면담하고 서울시의 관광 활성화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푸드, K-게이밍, 스포츠 등 여러 분야를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마련한다면 서울로 오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면서 궁극적으로 서울시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리 아태지역 대외협력총괄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통해 숙박과 항공편, 먹거리, 즐길 거리, 놀거리 등을 한 번에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므로 서울시 관광 정책에 맞춰서 이러한 기능을 활용한다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 위원장은 “미래전략특위에서 장기적인 서울시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비전을 서울시에 제안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대한 기업들의 의견과 발전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가길 바란다”라고 화답했다. 끝으로 김 위원장은 “글로벌 기업인 부킹닷컴이 우리나라, 특히 서울시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환영한다”라며 “서울시의 미래 먹거리 산업과 관광 산업 등의 발전을 위해 의회 차원에서도 제도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경북에서 출산하면, 청정미역은 덤’…경북도, 산모 등에 동해 특산 미역 제공

    ‘경북에서 출산하면, 청정미역은 덤’…경북도, 산모 등에 동해 특산 미역 제공

    청정해역인 경북 동해안의 해녀들이 직접 채취해 건조시킨 자연산 미역이 산모들의 산후보양식으로 제공된다. 경북도는 올해부터 출산 장려와 산모의 건강 회복을 돕기 위해 동해 특산의 자연산 돌미역(2024년 햇미역) 을 임산부에게 제공한다고 2일 밝혔다. 지원 대상은 신청일 30일 전부터 경북도에 주소를 두고 2024년 1월 일 이후 출산 또는 임신 중인 임산부이다. 신청 방법은 관할 시군보건소의 안내 문자에 따라 경북도 농식품유통교육진흥원(054-650-1111)에 문의하면 된다.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미역국을 산후조리 음식으로 먹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다. 바다의 유일한 포유류인 고래가 새끼를 낳은 후 미역줄기를 뜯어먹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게 했더니 몸도 튼튼해지고 젖도 많아졌다는 옛 문헌에서 유례를 찾기도 한다. 미역은 몸안의 피를 맑게 해주고 자궁 수축과 지혈에 효과를 보인다. 특히 미역 100g당 100㎎ 정도 들어있는 요오드 성분은 출산시 잃어버렸던 혈액을 보충해주고 소화 흡수가 잘돼 위의 기능이 떨어져 있는 산모에게 안성맞춤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산모가 임신 중에 태아에게 많이 빼앗기는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역할도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경북에서 출산하면 임산부의 건강 회복도 꼼꼼히 챙겨준다”면서 “특히 저출생과 전쟁 필승 100대 과제 중 경북 동해안의 147개 어촌마을이 함께하는 ‘동해 특산미역 지원 사업’과 ‘어촌마을 태교 여행 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복귀한 혜민스님 “분별심 버려라” 조언…여론은 싸늘

    복귀한 혜민스님 “분별심 버려라” 조언…여론은 싸늘

    이른바 ‘풀소유’ 논란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혜민 스님이 약 3년 4개월 만에 방송에 복귀한 가운데, 그가 불자에게 건넨 조언이 눈길을 끈다. 29일 BTN불교TV ‘마음이 쉬어가는 카페 혜민입니다’에서는 “요즘 세상 사는 게 힘들다”는 어떤 불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사연을 보내는 이는 “나는 세상을 잘못 만나 태어난 것 같다. 예전에는 단칸방에서 시작해서 방을 한 칸 한 칸 늘려가는 게 가능했고, 취업의 가능성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았는데 요즘은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좋은 직장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것 같은데, 정치인들은 자기 이익만 위해 매일 싸우기만 하고 서민을 위해 어떤 획기적인 도움도 못 주는 것 같다. 30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제 능력을 마음껏 펼치면서 집도 사고 투자에도 성공해 큰소리치면서 살았을 것 같은데 어려운 시기에 청년기를 보내니 매일이 억울하고 우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에 빠진 저도 싫고 세상도 싫은 마음이다. 한창 성장하고 있는 나라로 이민 가는 것도 고려 중이다. 큰 결심을 앞둔 제게 조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에 혜민 스님은 “요즘 세상이 어렵고 힘들어서 이 시대에 태어난 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안타깝다”며 “오늘은 어떻게 하면 세상 탓을 하지 않고, 내 탓을 하지 않으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지 부처님 법에 근거해 이야기를 나눠보겠다”고 했다. 혜민 스님은 “우리가 불행을 느끼는 문제의 원인은 ‘세상’이 아니고 우리가 가진 분별심 때문”이라며 “세상은 원래부터 좋거나 나쁜 게 아니다. 내 분별심에 의해 좋다면 좋게 보이고, 나쁘면 나쁘게 보이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공부하러 가서 놀랐던 일이 있다. 서양 사람들은 보름달을 되게 부정적으로 보더라. 우리나라에서는 풍요롭고 긍정적인 이미지 아니냐. 보름달은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라며 개개인의 분별심에 따라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는 것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혜민 스님은 “이전 세대에 비해 현세대가 어떤 면에서는 기회가 적을 수도 있다. 빈부격차 등 현시대의 삶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면서도 “얼마 전 TV를 봤는데 동남아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자국보다 훨씬 더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한다. 이런 걸 보면 저분들한테는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혜민 스님은 “원래부터 좋은 세상과 나쁜 세상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분별하는 마음을 멈추면 된다”고 조언했다. 우리 스스로가 좋고 나쁨을 가리는 분별심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누리꾼 반응은 싸늘했다. 이들은 혜민 스님이 한국계 미국인인 점과 풀소유 논란을 재차 언급하며 “당신부터 집착과 소유를 버려라”, “무슨 말을 하든 신뢰가 안 간다”, “차라리 요즘 뉴진스님이 더 스님 같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앞서 혜민 스님은 지난 2020년 11월 tvN ‘온앤오프’에 출연해 2015년 8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집을 공개했고 이는 ‘풀소유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후 해외 부동산 소유 의혹, 스타트업 수익 활동 등 자신의 재산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자 혜민 스님은 활동을 중단했다.
  • [열린세상] 해외 인재 유치, 인구 해결책 되려면

    [열린세상] 해외 인재 유치, 인구 해결책 되려면

    올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 수준인 0.68명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물론이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일·가정 양립, 양육 및 주거 부담 완화 등 각종 저출산 대응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300조원이 넘는 정부 재정을 밀어넣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은 오히려 더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우리나라 인구는 2040년 무렵 5000만명 이하로 감소할 전망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는 현실이다. 인구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 이상이어야 한다. 현시점에서 출산율이 증가하더라도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인구감소가 초래할 문제도 직시해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경제활동 인구 감소로 인한 산업의 위기와 지역 소멸이 가속화될 것이다. 20년 후 생산가능 인구가 지금보다 1000만명 정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로 낮아졌음에도 인구가 증가한 나라가 있다. 동남아시아의 인구 590만여명의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이 0.97명을 기록했다. 그런데 싱가포르의 인구는 400만명대였던 지난 2000년대 초반보다 50% 가까이 늘어났다. 도시국가가 지닌 태생적인 인구문제와 출산율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외국인 인재 유치에 발벗고 나선 결과다. 실제로 싱가포르 인구 중 영주권자나 외국인 체류자의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통해 해외 인력을 유치하는 것은 싱가포르만의 해법은 아니다. 전체 인구 중 외국인의 비율이 15%에 달하는 독일도 이미 오래전부터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한 외국인 인력 유치를 추진해 왔다. 출산율 및 경제활동 인구 감소 문제를 겪고 있는 많은 국가가 해외에서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학은 지역 및 관련 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육성하고 외국인 인재가 한국 사회와 문화에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외국인 인재는 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으며 우리 사회에 적응해 나갈 수 있다. 이미 지난해 8월 교육부는 ‘유학생 교육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해 외국인 인재의 유치부터 교육·취업·정주까지 이어지는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출산율 감소로 인한 지역·산업·대학의 위기 극복을 위해 대학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였다. 다시 말해 대학은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인재를 유치하고 육성해 이들을 사회로 배출하는 통로가 돼야 한다. 대학을 중심으로 외국인 인재의 유치부터 육성, 정주로 이어지는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관 정부 기관 간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육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유관 부처의 정책들이 일관된 방향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 많은 대학이 외국인 인재 육성과 관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외국인 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대학·지역·산업 간 협력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대학이 안정적으로 유학생을 유치하고 육성해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사회로 배출하고 정주를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제와 처벌보다는 협력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산업화 이후부터 경제·사회·문화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가는 인재 양성의 산실이었다. 이제 대학은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수한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고 육성, 배출하는 새로운 사명을 부여받았다. 범정부 차원의 정책과 지원을 통해 대학의 도전이 다가올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창원 한성대 총장·한국행정개혁학회 이사장
  • [사설] 5차 중동전쟁 가능성 철저 대비를

    [사설] 5차 중동전쟁 가능성 철저 대비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피격 사망으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자칫 5차 중동전쟁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무엇보다 중동 최대 앙숙인 이란과 이스라엘이 정면으로 맞부딪쳤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의 배후로 꼽히는 하니야는 31일(현지시간)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려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이스라엘군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 공습에 의해 사망했다. 하마스 후원세력인 이란으로서는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셈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그제 이스라엘에 대한 직접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러지 않아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중심으로 10개월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와 예멘의 후티 반군도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한 상황에서 급기야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정면충돌로 치닫는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산유국이 몰려 있고 핵심 공급망의 길목이기도 한 중동의 무력 분쟁은 우리 경제에 매우 큰 악재다. 후티 반군이 외국 선박을 공격하고 있는 홍해는 우리나라 무역 물동량의 16%가 통과하는 지역이다. 해외 수입 원유의 72%가 이란과 오만 사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확전 위기에 원유 등 원자재값도 오르고 있다. 31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4.26%(종가 기준) 올랐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정부가 어제 대통령실 주재로 긴급 안보·경제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 변화에 따른 단계별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당장은 에너지 수급과 교민 안전에 큰 영향이 없다는 판단이지만 사태가 악화한다면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원유 수급과 수출입 물동량의 안전망은 물론 금융시장 안전망도 선제적으로 구축하기 바란다.
  • [백종우의 마음 의학] 중증정신질환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백종우의 마음 의학] 중증정신질환 언제까지 방치할 텐가

    최근 한 남자가 일본도로 이웃 주민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에 대한 정신감정이 이뤄지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자신을 미행하는 스파이라고 생각해 공격했다는 둥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혼자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해 이웃들이 경찰에 신고했으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안타까운 상황이다. 망상과 환청 같은 증상을 동반한 중증정신질환은 세계적으로 환자 비율이 비슷하다. 감정조절이 어렵고 집중력이 떨어져 일하기 힘들고 대인관계가 위축된다. 이때를 ‘전구기’라고 한다. 물론 이런 증상이 있다고 모두 중증정신질환이 발병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급성기에 들어서면 망상과 환청에 압도될 수 있다. 나를 감시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항상 지켜보는 듯하고 자신을 욕하는 소리가 머릿속에 꽉 찬 듯하다. 망상으로 다른 이를 공격하거나 절망으로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 중증정신질환도 조기에 치료하면 후유증 없이 회복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서구에선 피해망상 등 중증정신질환 의심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지방자치단체가 정신건강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피신고인에게 의료기관에서 평가받으라는 공문을 발송한다. 불응하면 경찰이 출동해 지정의료기관까지 이송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평가를 진행해 그 결과에 따라 퇴원 또는 응급입원 등 적절한 조처를 한다. 일본은 지자체 공무원에게 정신건강의학과 지정의(전문의)와 함께 집안에 들어가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증정신질환의 경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인 ‘비(非)자의 입원’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가족 두 명이 신청하지 않으면 아무리 위험해도 대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 환자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의료기관은커녕 정신건강복지센터에도 보낼 수 없다. 코로나19 때 지자체가 직접 나서 생활치료센터나 병상을 확보하고 환자 치료를 지원해 생명을 구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지자체는 행정명령을 내려 증상이 있다면 검사받도록 했다. 가족의 동의 여부를 묻지 않았다. 치료 환경도 열악하다. 우리나라 정신전문병원 인력은 환자 60명당 전문의 1명이다. 서구는 물론 일본·대만과 비교해도 최악의 환경이다. 최근 정신전문병원의 좁은 격리실에서 사망한 환자에 대한 보도도 있었다. 환자 격리와 강박 지침은 있어도 격리실 공간의 크기나 환경 기준은 없다. 반드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일본과 대만은 정신중환자실 수가를 도입해 간호사 1명이 환자 1명을 전적으로 돌보게 하고 있다. 최근 내한한 문승연 영국 정신과 전문의는 위험이 큰 환자에게 요양보호사를 4명이나 붙여 돌보기 때문에 격리와 강박을 할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1인 가구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한국에서 정신건강 혁신은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1만여명에 이르는 자살은 줄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무고한 시민이 다치는 일도 없어야 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기고] 이민자를 우리의 이웃으로

    [기고] 이민자를 우리의 이웃으로

    지난 4월 통계청이 발표한 내·외국인 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2022년 5167만명(중위 추계기준)에서 2042년 4963만명으로 감소하는 반면 외국인 인구는 같은 기간 165만명에서 285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구성비도 3.2%에서 5.7%로 약 1.8배 증가할 전망이라고 한다. 출생률을 높이는 게 쉽지 않은 현실에서 우리사회에 필요한 인구를 확보할 대안 중 하나가 외국인 유입을 늘리는 이민정책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과연 늘어나는 외국인과 함께 잘살 수 있을까, 안전하게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 대처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큰 것 같다. 필자는 법무부의 출입국·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공무원으로서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법무부의 이민자 정착을 돕기 위한 주요 정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표적 정책으로 입국 초기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조기적응 프로그램과 장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통합 프로그램이 있다. 조기적응 프로그램은 이제 막 입국한 외국인들에게 우리나라의 기초법질서와 필수 생활정보를 교육해 빠른 사회적응을 돕는다. 총 3시간의 교육과정이며 외국인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그들의 모국어(18개 언어)로 진행된다. 2009년 결혼이민자를 시작으로 유학생, 연예인, 중도입국자녀 등으로 교육 대상도 점차 확대됐고 매년 4만여명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농어촌 지역에서 일하는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교육 대상에 포함시켜 농어업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 예방과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힘써 왔다. 또 지난 6월 화성 화재참사를 계기로 산업안전 관련 내용을 교과목으로 편성하고 교육과정도 확대 개편해 외국인 관련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사회통합 프로그램은 2009년부터 장기체류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을 가르치는 핵심적인 사회통합교육 과정(0~5단계, 515시간으로 구성)이다. 역시 초창기에는 결혼이민자를 중심으로 시작했으나 대상이 지속적으로 확대, 다양화돼 왔다. 지난해부터는 교육 방식을 수요자 중심으로 확대 개편해 산업계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조선업계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강사가 산업현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현장밀착형 사회통합프로그램으로, 지난해 6만여명이 교육을 이수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사회통합프로그램에는 시민교육 과정도 있다. 2013년부터 생활법률 교육(법무부)을 시작으로 범죄예방 교육(경찰청) 등을 추가했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 마약사범 증가에 따라 마약류예방교육(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도 추가하는 등 관계부처 협업으로 외국인의 사회적응 지원에 내실을 기해 왔다. 현재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전 과정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참여자 지속 증가에 따른 국가재정 부담 완화와 함께 교육 인프라 개선, 참여자의 학습 의욕 제고를 위해 교육비 일부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외국인도 교육에 대한 책임의식이 높아지고 교육효과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정책 개발을 통해 국민과 이민자 여러분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이재유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 ‘재생·혁신’ 어떻게 성공했을까… 소문난 도시들의 비밀 엿보기

    ‘재생·혁신’ 어떻게 성공했을까… 소문난 도시들의 비밀 엿보기

    인구 감소로 국내 도시 소멸 위기뉴욕·리버풀 등 브랜드 사업 분석그곳만의 문화예술 활성화 제안 미국 뉴욕시 맨해튼 허드슨강 54번 선착장에 있는 리틀아일랜드는 콘크리트 말뚝 기둥 위에 튤립 모양 구조물이 화분처럼 놓인 1만㎡ 규모 인공섬이다. 기둥 위로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조성했고, 강변 쪽에선 탁 트인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700석 규모 원형극장에서는 크고 작은 공연이 수시로 열린다. 이곳은 서울시가 노들섬의 발전 모델로 삼은 곳이기도 하다. 1910년 준공한 선착장은 이민자들이 들어오는 미국의 관문이었다. 그러나 미 경제가 악화하면서 배의 출입이 뜸해지고 큰 화재가 발생한 이후 부랑자들이 거주하는 우범 지역으로 전락했다. 2012년 비영리단체 허드슨 리버파크 크러스트 주도하에 세계적 건축가인 영국의 토머스 헤더윅이 창의적으로 설계해 명소가 됐다. 인구 소멸에 따라 우리나라 도시들의 소멸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저마다 재생과 혁신을 외치며 새 프로젝트를 야심 차게 발표하지만 실패하고 세금만 축내는 사례가 허다하다. ‘1913송정역시장’, ‘위례스토리박스’ 등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기획했던 저자가 혁신에 성공한 도시들을 연구한 뒤 직접 고안한 ‘도시 혁신 다이아몬드 프레임워크’로 4개 도시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프레임워크는 ‘자원과 재원’, ‘조직화’, ‘법률과 제도 지원’, ‘문화예술 활동’이다.저자는 도시가 독보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고 사람들을 부르려면 그 도시만의 문화예술 활동이 만들어지고 활발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틀아일랜드가 선착장이라는 장소의 정체성을 살려 창의적인 건축물을 올리며 각종 문화예술 활동을 북돋웠다면 영국 리버풀은 이곳에서 결성한 그룹 ‘비틀스’라는, 사람 중심의 문화예술 활동으로 성공한 도시다.리버풀은 스토리텔링이 있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매년 비틀스 주간 축제를 연다. 비틀스를 모방하는 카피 밴드 공연 등을 적극 지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비틀스를 좋아하는 팬들로 사시사철 붐빈다. 저자는 이를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자원’인 비틀스 외에 리버풀 비전과 비틀스 학과 출범 등 ‘조직화’, 워터프런트 도심부 재생 사업과 같은 ‘법률과 제도 지원’이 뒷받침된 성과로 풀이한다.특히 리버풀의 도시 활성화 계획은 1980년부터 시작해 2035년까지 모두 4단계에 거쳐 장기적으로 진행된다. 지자체장이 새로 부임하면 전임자의 성과물을 쓸어버리고 단기간 성공을 노린 행보를 보이는 우리의 일부 지자체가 본받아야 할 부분이다.이 밖에 커뮤니티 문화와 음악 축제 SXSW(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로 주목받는 미국 오스틴, 파괴된 환경과 전통을 살리며 예술의 섬으로 거듭난 일본 나오시마를 4가지 기준으로 분석했다. 누구보다 전국 지자체장들이 우선 꼼꼼히 읽어 봐야 할 듯싶다.
  • 北, 말 좀 합시다… 작은 한마디가 남길 큰 평화의 울림을 위해[서진솔 기자의 진솔한 파리]

    北, 말 좀 합시다… 작은 한마디가 남길 큰 평화의 울림을 위해[서진솔 기자의 진솔한 파리]

    부리나케 북한 응원단을 쫓았다. 위아래로 북한 국기가 그려진 운동복을 맞춰 입은 중년 남성 5명은 2024 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 리정식-김금영이 점수를 낼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공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세계 최강’ 중국을 상대로 분전한 북한 대표팀을 바라보며 그들이 무엇을 느꼈는지 듣고 싶었다. 그러나 눈조차 마주칠 수 없었다. 가장 앞서 걷던 남성은 인상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쳤고 뒤따르던 일행도 “할 말 없다”며 회피했다. 선수 인터뷰 구역에서 서성이던 북한의 한 미디어 관계자도 “말하고 싶지 않다”며 한국 취재진과의 소통을 거부했다. 선수도 마찬가지였다. 리정식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짧은 대답만 몇 마디 남겼고 김금영도 한국 관련 질문이 나오면 눈치를 살피다 입을 다물었다. 반면 러시아와 2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거침없었다. 펜싱 간판 올하 하를란은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딴 뒤 각국 기자에게 둘러싸였다. 이어 자국 취재진을 위해 우크라이나어로 한 번, 그 외 미디어를 위해 영어로 다시 인터뷰했다. 질문을 경청하면서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힘줘 말하는 하를란의 모습에서 말 이상의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말 그대로 멋있었다. 우크라이나 기자도 벅차오르는 기쁨을 주체하지 못한 채 “너무나 소중한 메달”이라며 눈물로 감격의 순간을 쏟아 냈다. 그들의 메시지는 전 세계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져 나갔다. ‘말’이 중요한 이유는 그 자체로 화해의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독일 출신의 미국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을 멈추고 폭력을 시작할 때 인간적 해결 방법인 정치가 멈추고 동물적 해결로 넘어간다”고 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치 발언을 금지하고 있지만 평화와 화합의 언어까지 틀어막는 건 아니다. 하를란은 IOC로부터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물론 올림픽이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 다만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자신보다 높은 성적을 기록한 북한 선수에게 존경을 표했던 한국 역도 국가대표 김수현의 용기처럼 스포츠는 때론 작은 말 한마디를 큰 울림으로 바꾸는 마법을 선사한다.
  • 우유 마시면 난리나는 한국인 뱃속… 문화가 변화하면 ‘유전자’도 변한다

    우유 마시면 난리나는 한국인 뱃속… 문화가 변화하면 ‘유전자’도 변한다

    우유 섭취 줄자 몸속 락타아제 감소인류 진화 중요 보완재 ‘문화’ 지목 유전자가 인간의 진화를 이끈다는 주장이 진리였던 적이 있다. 진화생물학에선 지금도 가장 유력한 이론 중 하나다. 한데 하나둘 허점이 드러나면서 이를 설명해 줄 뭔가가 필요해졌다. 몇몇 과학자는 문화를 보완재로 꼽았다. 이른바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이다. 문화적 변형에 따라 유전자 역시 변형된다는 게 핵심이다. ‘유전자는 혼자 진화하지 않는다’는 이 분야의 명저로 꼽히는 책이다. 2009년 한국판 이후 절판됐다가 재번역을 거쳐 재출간됐다.이 이론의 가장 알기 쉬운 예는 우유다. 낙농업과 유당(젖당) 분해 효소(락타아제)의 상관관계 연구에서 문화의 역할이 명확해진다. 한국 성인 80% 이상은 락타아제가 절대 부족하다. 그 탓에 우유를 물처럼 마시는 서양인과 달리 한국인은 뱃속에 가스가 차는 기분 나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 한국인이 덜 진화한 걸까? No! 예부터 어미의 젖(우유)은 모든 포유류에게 유일한 생명줄이었다. 유아기를 지나면 다른 먹거리가 젖을 대체한다. 락타아제는 점차 쓸모를 잃게 되고 어른이 되면 대부분 사라진다. 아메리카 원주민, 극동과 아프리카 주민 등이 그랬다. 한데 유럽, 서아시아 등의 유목민은 달랐다. 원인은 낙농업이다. 수백 대를 이어 젖소와 양을 길러 낙농업을 발달시켜 온 지역 거주자는 어른이 돼서도 락타아제를 갖도록 진화했다. 우유가 모든 이들의 건강에 유익하다는 ‘신화’도 이 지역 출신 영양학자들이 만든 것이다. 책은 문화와 유전자의 상호작용이 영장류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던 선사시대부터 시작됐다는 걸 인류학, 고고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논증하고 있다. 저자들은 “유전자와 문화는 서로가 왈츠춤의 파트너”라며 “다른 동물처럼 유전자의 자연선택만 작용했다면 인류는 그간의 환경 변화 과정에서 멸종하고 말았을 테지만 문화와 공진화한 덕에 현재와 같은 발전을 이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 마두로 “대선 개표 시스템 해킹돼… 배후는 머스크” 황당 주장

    마두로 “대선 개표 시스템 해킹돼… 배후는 머스크” 황당 주장

    2018년 재선에 이어 올해 3선까지 잇단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대법원에 대통령 선거 개표 감사를 청구했다. 국제사회의 질타에 반정부 시위까지 격화하자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자세한 개표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것은 선거 당국 개표 시스템에 해킹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배후라는 황당한 주장도 내놨다. 마두로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베네수엘라에 대한 글로벌 음모의 증거가 횡행한다”면서 “정부를 향한 쿠데타 시도 등 각종 범죄행위를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감사가 진행되면 “소환, 심문, 조사를 받을 준비가 됐다”고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직접 법원에 관련 서류를 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친여당 성향의 법관이 포진돼 있어 독립적인 검토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 당일 개표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해킹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공격 뒤에는 머스크의 지시가 있었다고 확신한다”며 “베네수엘라를 노리는 자들은 모두 제거하겠다”고 했다. 머스크는 야권 지도자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를 지지한다고 말해 왔다. 베네수엘라 선관위는 마두로 대통령이 51.2%를 득표했다며 당선을 확정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출구조사와 다른 선거 결과에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됐고 전국 각지에서는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다. 마두로 정부에 ‘이념적 연대와 동지애’를 보여 온 콜롬비아, 브라질, 칠레, 멕시코 등 중남미 좌파 정부들도 비판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한편 브라이언 니컬스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미주기구(OAS)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아직도 구체적인 대선 결과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에드문도 곤살레스 우루티아 후보의 승리를 보여 주기 싫거나 선거 결과를 조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국제사회가 우루티아의 승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 살아난 안세영 ‘셔틀콕’… 벼랑 끝 승부 펼친다

    살아난 안세영 ‘셔틀콕’… 벼랑 끝 승부 펼친다

    1차전 부진 딛고 압도적 실력 회복“지면 끝이라고 생각… 최선 다할 것”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2·삼성생명)이 올림픽 챔피언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른다. 세계 1위 안세영은 3일(한국시간) 오후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토너먼트를 8강부터 시작한다. 지면 떨어지는 벼랑 끝 승부다. 예정대로라면 이틀 뒤인 5일 오후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안세영은 1일 오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단식 조별 예선 A조 2차전에서 세계 53위 치쉐페이(프랑스)를 2-0(21-5 21-7)으로 제압하며 2연승, 조 1위를 확정하며 8강에 직행했다. 여자단식에 출전한 39명 중 1번 시드를 받은 안세영은 16강전은 부전승으로 건너뛰었다. 조별 예선 1차전에서 다소 둔탁한 모습을 보인 안세영이 이날 압도적인 실력으로 30분 만에 경기를 끝내는 등 위용을 되찾아 고무적이다. 안세영은 세계 5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 4강 티켓을 다툴 가능성이 크다. 토너먼트에 함께 진출한 17위 김가은(삼성생명)이 16강에서 8위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인도네시아)을 잡으면 안세영과 김가은의 4강 대결 가능성도 있다. 애초 4강 상대로 예상됐던 세계 3위 타이쯔잉(대만)은 조별 예선에서 21위 라차녹 인타논(태국)에 밀려 탈락했다. 결승 상대는 ‘숙적’이자 세계 2위인 천위페이(중국)가 될 가능성이 99%다. 2번 시드의 천위페이 또한 P조 1위로 8강에 직행했다. 대진표상 그의 결승행을 가로막을 선수는 4위 카롤리나 마린(스페인), 9위 허빙자오(중국) 정도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안세영은 이날 “이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고 지면 끝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 좀 숨도 막힌다”고 부담감을 살짝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제가 꿈꾸던 무대에 올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유력한 메달 후보였던 여자복식 세계 2위 이소희(인천국제공항)-백하나(MG새마을금고), 10위 김소영(인천국제공항)-공희용(전북은행), 남자복식 세계 4위 서승재-강민혁(이상 삼성생명)은 이날 오후 8강전에서 각각 중국, 말레이시아, 덴마크 조에 0-2로 완패하며 동반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 노란 꽃밭, 푸른 계곡, 초록 바람…‘고원 도시’의 여름은 더위를 모르더라

    노란 꽃밭, 푸른 계곡, 초록 바람…‘고원 도시’의 여름은 더위를 모르더라

    여름의 서슬이 대단하다. 뜨겁고 끈적댄다. ‘습도, 열기 불가침 구역’을 찾자니 강원의 고원 도시들에 눈이 쏠린다. 이를테면 정선 같은 곳 말이다. 정선 하면 ‘앞산과 뒷산 사이에 빨랫줄을 걸 수 있는 곳’으로 흔히 표현된다. 산이 촘촘하고 하나같이 뾰족하다는 뜻이다. 산이 높고 깊으면 계곡도 그런 법. 정선엔 아열대의 무더위가 범접하지 못할 계곡이 몇 곳 있다. 산소 알갱이가 코를 맑게 하고 별처럼 핀 들꽃이 눈을 정화하는 산상 정원도 있고, ‘밭멍’에 빠질 만큼 단정하게 ‘가르마 튼’ 고랭지 채소밭도 있다. 고원의 탄광 마을에서 노스탤지어에 젖는 것도 더위를 쫓는 방법이다. 그래도 무더위가 따라온다면? 아예 대도시 뺨치는 시설을 갖춘 워터파크에 풍덩 뛰어들면 된다.●트레킹 제격… 빽빽한 원시림 ‘고병계곡’ 정선의 계곡을 찾아 나선 길이다. 첫 번째는 민둥산 서북쪽의 고병계곡이다. ‘높을 고’(高) 자에 ‘병풍 병’(屛) 자를 쓴다. 높은 산과 암벽의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친 계곡이란 뜻이다. 멀리서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 한데 가까이서는 전체적인 윤곽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워낙 빽빽한 원시림이라서다. 고병계곡은 계곡 트레킹이 제격이다. 계곡을 따라 걷는 게 아니라 계곡물 속으로 몸을 던져야 한다. 나라 안에 계곡 트레킹으로 유명한 곳들이 있다. 경북 울진의 불영계곡 같은 곳 말이다. 불영계곡이 땅 위로 난 계곡을 따라 걷는다면 고병계곡은 땅 밑으로 숨겨진 계곡을 따라 걷는다. 물론 실제 땅속에 있는 계곡은 아니고 그만큼 꼭꼭 숨어 있다는 뜻이다. 고병계곡엔 인적이 드물다. 들머리에서 야영하는 이들 몇몇을 지나쳐 계곡 안쪽으로 들면 아예 인적 자체가 끊긴다. 철저하게 혼자인 곳을 찾는다면 고병계곡이 딱이겠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은 오랫동안 사람이 오가지 않아 잡풀과 관목으로 뒤덮인 지 오래다. 길 없는 계곡을 따라가자니 몸을 물에 담그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얕은 곳은 발목, 다소 깊은 곳은 허벅지까지 적셔야 한다.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다.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인적이 끊겨 가뜩이나 으스스한데 허벅지까지 계곡물에 담그고 나니 온몸의 땀구멍이 죄다 얼어붙는 듯하다. 짙은 이끼들이 점령한 숲은 말 그대로 원시림이다. 협곡의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의 이파리들도 초록의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건널 방도가 없는 바위 벼랑과 수직의 암벽엔 철계단 등이 놓여 있다. 원시림에서 만나는 ‘문명의 흔적’이다. 트레킹 코스는 3㎞ 남짓.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왕복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주파’가 목적이 아니라면 계곡 끝까지 갈 필요 없이 사다리가 있는 폭포까지만 다녀와도 충분하다. 인근의 덕산기계곡도 기왕에 계곡 트레킹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아쉽게도 자연휴식년 기간이어서 출입이 통제됐다.●백석봉과 상원산 사이에 ‘항골계곡’ 북평면 항골계곡은 백석봉(1170m)과 상원산(1422m) 사이에 형성된 계곡이다. 고병계곡만큼이나 외진 곳이었지만 정선군에서 ‘숨바우길’을 조성하는 등 ‘트레킹 성지’로 띄우면서 이젠 제법 번듯한 관광지의 풍모를 갖췄다. 항골계곡에 들면 거무튀튀한 돌탑들이 객을 맞는다. 계곡 주변을 빼곡하게 둘러싼 돌탑에는 북평면 사람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1980년대 초반 나전광업소 탄광이 들어설 때만 해도 북평면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한때 거주자가 8000여명에 달할 정도였다. 1992년 나전광업소가 문을 닫으면서 사람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주민들은 탄광촌의 번영을 기원하며 1998년부터 돌탑을 쌓아 올렸다. 2008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항골계곡을 찾으면서 일약 정선의 명소로 떠올랐다. 항골계곡 숲길은 물레방아가 있는 곳에서 시작된다. 길이는 전체 7.7㎞ 정도다. 용소골 3.4㎞ 구간과 백석봉 등산로와 연결되는 찰한골 4.3㎞ 구간으로 이뤄졌다. 항골계곡 숲길은 오래전 산판(山板·벌목) 트럭이 다녔던 길이다. 탄광이 들어서기 한참 전인 50여년 전부터 ‘제무시’(GMC)라 불리던 ‘미제’ 군용 트럭이 산판 작업으로 베어 낸 목재를 가득 싣고는 헐떡거리며 항골계곡을 오갔다. 이후 무너진 돌길을 복원하고 위험 구간에 목재데크를 놓아 숲길을 조성했다. 임계면에는 ‘남한강 수계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다’는 정자 구미정(九美亭)이 있다. 한강의 최상류인 골지천이 흘러가는 개울가에 지은 정자다. 정자 자체에선 시간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 고쳐 지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변 경치는 빼어나다. 높은 뼝대(벼랑의 사투리)와 맑은 개울이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안내판에 아홉 개의 아름다운 풍경(九美)과 그에 딸린 2개의 세부 경관 요소를 합한 18경을 설명해 뒀다. 하나하나 찾아가며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인근 낙천리 미락숲은 미루나무와 느티나무가 짙은 숲 그늘을 이뤄 캠핑족들이 즐겨 찾는다. 남면 낙동리 일대에도 쉬어 가기 좋은 계곡이 많다. 지장천이 우람한 뼝대를 돌아가며 만든 계곡들이다. 개미들마을, 광덕마을 등 농촌체험마을들이 이 계곡에 깃들여 있다. 지장천 끝자락엔 미리내 폭포가 있다. 예전엔 용소폭포로 불리던 곳인데 어느샌가 미리내 폭포로 굳어졌다. 생김새가 와인잔을 닮아 와인폭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야생화 잔치… 고도 1330m ‘만항재’ 산상 정원에서 여름을 보내는 맛도 각별하다. 만항재는 ‘탐화 여행의 고전’ 같은 곳이다. 태백과 정선, 영월 등 세 도시가 경계를 맞댄 고개로,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가 피고 남방계와 북방계 꽃들의 경계가 이곳에서 그어진다. 차로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을 더한다. 만항재의 고도는 1330m다. 어지간한 산보다 높다. 만항재에 들면 고원지대 특유의 상큼한 공기 알갱이가 폐부를 씻어 낸다. 고갯마루 여기저기엔 들꽃들의 향연이 한창이다. 산비탈마다 노루오줌, 말나리, 오이풀꽃 등이 활짝 피었다. 밤하늘의 작은 별들을 보는 듯하다. 색감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우리 들꽃이 그렇잖은가. 한지 위로 번지는 먹물처럼 은은하고 소박하다. 쭉쭉 뻗은 낙엽송 사이엔 나무 의자가 놓였다. 다리쉼하기 맞춤하다. 만항재와 길 하나를 사이로 이웃한 함백산에도 들꽃이 많다. 만항재에서 정암사 방향으로 내려가다 주차장 옆으로 나 있는 등산로가 들머리다. 등산로 왼쪽은 정선, 오른쪽은 태백 땅이다. 식생은 만항재와 비슷하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솔나리 같은 보기 드문 꽃들과도 조우할 수 있다.●국내 최초의 라멘식 교량 ‘조동철교’ 이제 옛 탄광의 흔적을 찾을 차례다. 지난 6월 이웃 도시 태백의 장성광업소 폐업 소식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사실상 대한민국 석탄산업의 종언을 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어서 더 관심이 쏠렸을 것이다. 정선에도 옛 탄광의 흔적은 참 많다. 이 더운 계절에 웬 칙칙한 탄광 이야기냐고 할 수 있겠지만, 둘러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신동읍 조동철교(鳥洞鐵橋)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세워진 라멘식(Rahmen·상하부가 결합된 구조) 교량이다. 국가유산청이 근대산업유산으로 선정한 ‘문화재급’ 건축물이다. 다리가 처음 놓인 건 1965년이지만 실질적인 기능을 한 건 태백선이 연장된 1966년부터다. 조동철교는 예미역~조동역 구간에 설치됐다. 예미역은 백두대간의 급경사 오르막이 시작되는 곳이다. 조동철교가 놓이기 이전엔 기차들이 이웃한 함백의 루프식 터널로 우회해야 했다. 이 노선을 곧게 펴는 역할을 한 게 조동철교다. 이후 태백선, 함백선 등을 통한 철로 수송 능력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태백선, 함백선은 석탄 등의 광물을 주로 운송하던 노선이다. 그러니까 ‘찬란했던 광산 시대’를 상징하는 유산이 조동철교인 셈이다. 안경다리 탄광마을은 1993년 폐광된 광산 마을이다. 마을 위에 안경을 연상시키는 터널 다리에서 이름을 따왔다. 공식 명칭은 안경다리 근현대역사 마을이다. 옛 광부의 삶을 재현한 카페, 복고풍의 공원 등이 조성돼 있다. 안경다리를 지나면 ‘석탄 더미에 묻힌 꿈’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다. 녹슨 탄차, 광부 조형물 등으로 장식됐지만 이미 관광객의 발걸음은 끊긴 지 오래인 듯하다. ●11일까지 풀파티 ‘하이원 워터파크’공원을 지나 급경사를 계속 오르면 새비재에 닿는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2001)에서 ‘그녀’(전지현 분)가 ‘견우’(차태현 분)와 함께 타임캡슐을 묻는 장면이 촬영된 곳이다. 이른바 ‘엽기 소나무’ 주변으로 타임캡슐 공원, 솔숲 등의 볼거리가 펼쳐져 있다. 이 계절의 ‘별미(美)’는 뭐니 뭐니 해도 고랭지 채소밭이다. 산자락 전체를 초록으로 물들이며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차분하게 ‘가르마를 튼’ 고랭지 채소밭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듯하다. 이게 이른바 ‘밭멍’의 효과일 터다.정선의 대표적인 놀이시설은 하이원 리조트다. 대개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전부인 걸로 알고 있지만 워터파크 등 놀이 공간도 잘 갖춰져 있다. 하이원 워터파크는 오는 11일까지 디제이 풀파티 행사를 연다. 오후 1시와 2시에 30분씩 공연이 펼쳐진다. 마운틴 콘도에선 18일까지 워터밤(관객 참여 물놀이) 행사가 진행된다. 제설기를 이용한 물폭탄 이벤트는 하루 4차례 열린다. 하이원 레이저 불꽃쇼는 2일과 3일, 10일, 15~16일 열린다. 불꽃놀이 규모가 제법 크다. ‘정태영삼 스토리버스’는 9~31일 ‘태백 물길따라 야시장’을 테마로 운행된다. 리조트 투숙객은 무료다. ■ 여행 수첩 -정선까지 간 김에 이맘때 둘러볼 만한 인근 명소 두 곳을 추천한다. 태백 구와우마을은 100만 송이 해바라기꽃으로 유명한 곳이다. 요즘 절정에 달한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 만항재에서 영월 쪽으로 내려가면 칠랑이계곡(칠량이골)이다. 여기도 물놀이를 즐길 공간이 많다. 영월의 탄광 역사가 녹아 있는 램프공원, 꼴두공원 등 볼거리도 있다. -북평면 ‘나전역 카페’는 정선 일대에서 가장 ‘힙’하다고 소문난 카페다. 정선선의 간이역인 나전역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다. 곤드레라테 등 지역 특산물로 만든 독특한 메뉴를 낸다. ‘카페 안경다리’는 사실 맛있는 메뉴를 갖춘 곳은 아니다. 대신 카페를 차지하고 있는 이 ‘구역’의 어르신들과 옛이야기를 화제 삼아 수다 떠는 재미가 쏠쏠하다. 안경다리 마을에 있다.
  • 여자 핸드볼 ‘8강행’에 짙게 드리운 먹구름… 스웨덴에 져 3연패

    여자 핸드볼 ‘8강행’에 짙게 드리운 먹구름… 스웨덴에 져 3연패

    조별리그 스웨덴에 6점차 패배오는 4일 강호 덴마크와 5차전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2024 파리올림픽 조별리그에서 3연패했다. 현재까지 1승 3패를 기록한 한국 여자 핸드볼의 8강 진출에 드리운 먹구름이 점점 짙어지는 모양새다.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A조 4차전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21-27으로 졌다. 1차전에서 독일을 격파한 이후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스웨덴에 연달아 지며 1승 3패를 기록하게 됐다.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5차 경기에서 최소한 비기거나 승리해야 독일, 슬로베니아와의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서 8강 진출 여부를 가린다. 이틀 전 노르웨이를 상대로는 전반 25분까지 10-10 동점으로 맞섰던 것과 달리, 한국은 이날 장신의 스웨덴을 상대로 전반부터 고전했다. 전반 초반 이후로 점수 차가 벌어져 6-13, 7골 차까지 끌려다녔다. 우빛나(서울시청)와 강은혜(SK)의 득점을 앞세워 내리 3골을 만회했고, 9-14에서는 신은주(인천시청)와 류은희(헝가리 교리)가 한 골씩 터뜨리며 11-14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전반 종료 1분 정도를 남기고 스웨덴의 반칙성이 짙은 플레이에도 오히려 심판이 스웨덴에 7m 스로를 주는 바람에 추격의 흐름이 끊겼다. 스웨덴에 7m 스로 실점을 하며 4골 차로 벌어졌고, 결국 전반을 11-16으로 마쳤다. 후반 들어 우리나라는 14-20에서 종료 13분을 남기고 2골 차로 맹추격했지만, 다시 2골을 내리 실점해 4골 차가 됐다. 강경민이 던진 7m 스로는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좋았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이로써 한국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4일 오전 4시, 8강 진출의 마지막 희망을 걸고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덴마크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3위에 오른 강호다.
  • 반도체 훈풍에 10개월째 ‘수출 플러스’…中, 다시 우리나라 수출국 1위로

    반도체 훈풍에 10개월째 ‘수출 플러스’…中, 다시 우리나라 수출국 1위로

    반도체 호조로 7월 수출액이 10개월 연속 ‘플러스’를 기록했다. 대(對)중국 수출액도 21개월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하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관세청은 1일 발표한 ‘2024년 7월 수출입 현황’에서 수출이 575억 달러(78조 6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9% 증가했다고 밝혔다. 10개월 연속 ‘플러스’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일 평균 수출액도 7.1% 증가했다. 특히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가 지난달 수출을 견인했다. 7월 반도체 수출액은 112억 달러로 전월보다 50.4% 늘었다. 9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으로,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고부가 메모리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시장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반도체 수출액의 증가폭은 지난 4월 56%에서 5월 54%, 6월 51% 등 점차 줄었다. 자동차 수출도 지난해 동기보다 0.1% 감소하는 등 주춤했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54억 달러로, 전기차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완성차 업계의 하계 휴가 기간도 지난달 29~31일로 겹쳤기 때문이다. 국가 별로는 대중 수출이 114억 달러를 기록하며 2022년 10월(122억 달러) 이후 21개월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대중 수출액이 1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것은 5개월째로, 중국은 지난 6월 미국에 내줬던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 자리를 되찾았다. 대미 수출도 역대 7월 중 최고치인 102억 달러를 기록하며 12개월 내내 월별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7월 수입은 539억 달러로 10.5% 증가했다. 무역수지는 3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해 1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자동차·부품 등 핵심 품목의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70조원의 무역 금융, 1조원 규모의 수출 마케팅 지원 등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며 ”하반기에는 수출 잠재력이 높은 전력 기자재, K푸드 등 신수출동력 분야를 중심으로 수출현장 지원단을 집중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골든 그랜드 슬램’ 경험한 나달은 가고…조코비치는 ‘금빛 순항’

    ‘골든 그랜드 슬램’ 경험한 나달은 가고…조코비치는 ‘금빛 순항’

    파리를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무대로 삼은 두 테니스 전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은 남자복식 8강이 올림픽 ‘라스트 댄스’가 됐지만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는 우승을 향해 순항 중이다. 세계 랭킹 3위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와 조를 이뤄 2024 파리 올림픽 테니스 남자 복식에 출전한 나달은 1일(한국시간) 파리의 스타드 롤랑 가로스에서 열린 대회 3회전에서 오스틴 크라이체크-라지브 람(이상 미국)의 벽에 막혔다. 이들은 0-2(2-6 4-6)로 패했다. 대회 단식 2회전에서 조코비치에게 패한 나달은 마지막 남은 남자 복식에서도 이날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서 파리 올림픽 일정을 마무리했다. 파리 올림픽은 나달이 유독 강세를 보였던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려 나달에게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기대와는 달리 단·복식 모두 메달권 입상이 무산됐다.나달-알카라스 조는 2세트 게임 스코어 4-5로 뒤진 상황에서 15-40으로 더블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고 코트를 떠나야 했다. 나달은 자신의 메이저 대회 단식 22회 우승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번을 클레이 코트인 프랑스오픈에서 이루면서 ‘흙신’으로 불렸지만 이날은 예전 같지 않았다. 나달과 조를 이룬 알카라스는 올해 프랑스오픈과 윔블던 정상에 올랐다. 이들은 ‘황제 듀오’라거나 ‘나달카르스’(나달과 알카라스를 함께 부르는 합성어)로 불렸다. 나달은 4대 메이저와 함께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커리어 골든 그랜드슬램’을 경험했다. 하지만 나달이 이날 패장으로 경기장을 떠날 때도 주인공이었다. 프랑스오픈 대회장인 스타드 롤랑가로스에는 나달의 동상까지 세워졌을 정도다. 사실상 나달의 홈 경기장이다. 나달은 이날 ‘롤랑 가로스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나’라는 질문에 “아마도. 그런데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나달은 은퇴에 대해 명확히 하지 않았지만 나이와 잦은 부상 이력을 보면 은퇴를 고민할 때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그는 “(결정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매우 어렵다”라고 말했다.반면 ‘평생 라이벌’ 조코비치는 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도미니크 쾨퍼(70위·독일)를 2-0(7-5 6-3)으로 제압하면서 금빛 여정을 이어갔다. 메이저 대회 24회 우승한 조코비치가 이번 대회 금메달을 획득하면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테니스 남녀 단식에서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전설’은 앤드리 애거시(미국), 나달, 슈테피 그라프(독일), 세리나 윌리엄스(미국) 네 명뿐이다. 메이저 최다 우승의 조코비치로선 전설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올림픽 금메달 1개가 부족한 셈이다. 그는 2008년 베이징 대회 4강전에서 나달에게 패해 동메달에 머물렀다. 올림픽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조코비치는 스테파노스 치치파스(그리스)와 2일 오전 2시 준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랭킹 2위 조코비치가 11위인 치치파스를 상대로 최근 10연승을 거두는 등 상대 전적에서 11승2패로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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