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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연숙칼럼] ‘망언’의 자유 제한

    [신연숙칼럼] ‘망언’의 자유 제한

    한승조, 지만원 등의 일제관련 망언에 많은 사람들이 분노와 함께 반박 글을 쏟아냈다. 그러나 “백범 김구는 빈라덴, 일본경찰을 이유없이 죽인 살인범” “일본 대사관에서 집회를 하는 할머니 가운데 80%는 가짜” “전쟁 중에 여성을 성적 위안물로 이용하는 것은 일본만이 아니며, 그것도 일시적이고 예외적 현상이었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일일이 반박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짜증스러운 일이다. 정말 이런 망언이 나오지 못하게 하는 수는 없을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방안을 내놓았다.‘일제찬양 행위자 처벌 특별법’을 제정하여 망언을 처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한나라당 원희룡의원도 ‘일제침략행위 왜곡 및 옹호방지법안’제정 구상을 밝혔다. 친일진상규명법에 따라 진상규명위가 친일범죄, 또는 친일 반민족 행위로 규정한 행위를 옹호·찬양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별도 법률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아직까지 별다른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반응을 보인 곳은 오히려 반대의사를 표명한 쪽이다. 표현의 자유 침해가 우려되고 폐기돼야 할 국가보안법의 찬양죄 조항을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런 법을 제정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전쟁범죄 청산에 철저했다고 알려져 있는 프랑스조차 게소법(Gayssot Law)을 제정해 전범 부인행위를 처벌하고 있는 것을 보면, 친일청산이 되지 못한 우리의 경우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망언이 되풀이된다면, 미래세대 역사의 눈은 흐려지고 말지 않겠는가. 프랑스의 게소법은 뉘른베르크 국제 전범재판이 정의한 반인도범죄를 부인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다. 독일과 동맹국이 자행한 잔혹행위와 잔혹행위 혐의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공개적 발언, 출판, 방송, 인터넷 유포, 판매자까지 처벌 대상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했던 극우 정치인 르펜은 1987년 “가스실은 2차대전 역사에서 극히 사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가 120만프랑(20만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 르펜은 10년후 독일에서 열린 한 출판기념회에서 ‘사소한’부분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고 “1000여 페이지의 2차대전에 관한 책에서 가스실은 15줄 정도 된다는 뜻”이라고 망언을 되풀이했다가 투옥과 함께 법원 판결문의 12개 신문 게재비용 20만프랑(5만달러)을 부담하라는 명령을 받기도 한다. 르펜은 이후 스스로 ‘망언’은 다시 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다. 이밖에 수정주의 홀로코스트 사학자 포리송, 철학자 가로디, 국제법 교수 골니시 등 많은 사람들이 “유태인 학살은 거대한 정치적 사기” “독일군은 보호자” “안네 프랑크의 일기는 진짜인가”등의 발언을 했다가 처벌되었다. 게소법은 언론의 자유와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대자들은 이 법을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소했지만 유엔인권위원회는 인권규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 스위스, 스페인 등도 게소법과 유사한 ‘홀로코스트 부인법’을 제정했다. 언론·표현의 자유는 기본권적 자유지만 무제한의 자유는 아니다. 우리 헌법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고,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했을 경우 피해자는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망언 제한법은 일제 피해자나 순국선열의 명예와 권리 구제를 현행법보다 좀더 확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프랑스처럼 국내에도 일제 식민지를 미화하는 ‘수정주의 사관’이 고개를 들고 있는 요즈음이다. 민족사관을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는 이까지 생겼다. 식민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여주고 미래세대에 진실을 바로 알리기 위해 무엇을 할지를 깊이 생각할 때라고 본다.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건강을 팝니다…친환경 인테리어매장

    건강을 팝니다…친환경 인테리어매장

    ‘풍요하고 건강한 삶을 누리자.’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친환경 홈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생활 트렌드에 힘입어 지난 15일 문을 연 친환경 인테리어 매장 롯데백화점 ‘웰섬’이 웰빙 마니아들의 쇼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본점 8층 가정용품 매장에 30여평 규모로 자리잡은 ‘웰섬’은 ‘러브 하우스’·‘하우스 닥터’ 등 방송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디자이너 박재효씨가 선보인 친환경 인테리어 브랜드.‘웰섬’이 ‘때묻지 않은 행복하고 순수한 섬’을 뜻하는 만큼, 전문가가 현재 주거공간을 꼼꼼히 검토해 각 가정에 알맞게 편안하고 안락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해 주고 친환경 리빙제품 등에 대한 상담도 해준다. ●‘러브하우스’로 유명해진 디자이너 박재효씨가 상담 이덕형 가정매입팀 바이어는 “이 매장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친환경 생활공간을 위한 토털 인테리어 공간인 만큼 집 분위기에 맞는 가구나 소품은 물론 바닥재, 벽지 등 내부 시공까지 모두 자연 친화적인 소재를 이용하고 있다.”며 “친환경 분위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본드나 니스 등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모두 천연 재료들만을 이용한 짜맞춤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월∼금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박재효씨가 매장에 나와 직접 상담해주고 있다. 남편과 함께 쇼핑하던 이다연(36·서울 종로구 혜화동)씨는 “이곳의 인테리어 제품들의 디자인이 매우 심플하면서도 세련돼 보인다.”며 “그렇지만 가격이 비싸 선뜻 손길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편 한상우(37)씨도 “디자인이나 품질이 최고인 만큼 가격이 비싼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사고 싶은 마음에 값이 조금 저렴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거들었다. ●항균 침구·편백나무 욕조·원목 블라인드 등 눈길 ‘웰섬’에서는 ▲히노키(편백나무) 욕실 관련 제품 ▲자연 강화마루 ▲건강 벽지 ▲항균 패브릭(침구) ▲원목 블라인드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히노키 욕실 관련 제품은 수령 300년 이상된 히노키 나무로 짜맞춘 상품이다. 히노키가 내뿜는 향인 ‘피톤치드와 타르펜’이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해준다. 피톤치드는 살균과 탈취, 정화작용을 함으로써 천식과 폐결핵 등에 효과적이다. 타르펜은 혈액 순환과 피로 회복, 아토피성 피부염, 무좀 등에 좋다. 욕조가 140만∼200만원대, 족욕세트 110만원대 등이다. 아들 혼수품을 알아보고 있다는 오정순(56·서울 용산구 한남동)씨는 “욕조를 나무로 짜맞춘 것 같은데, 물이 새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경제적 여유가 허용된다면 친환경 제품으로 확 갈아버렸으면 좋겠다. 고 털어놨다. ●“선뜻 사기엔 가격 버거운 편” 자연 강화마루인 호니텍스는 시공할 때 이음새가 정확하기 때문에 틈이 생기지 않아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고 아토피성 피부에 전혀 자극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평당 20만원대. 건강 벽지인 더블루는 자연색과 깨끗한 물로 인쇄해 만든 제품으로, 색깔의 심리·신체적 영향을 고려한 제품이다. 새집증후군의 주범인 포름알데히드 방출과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최소화하고, 미생물 서식을 억제함으로써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준다. 항균 패브릭은 알레르기 질환의 주범인 집먼지 진드기 및 각종 박테리아, 효모, 곰팡이 등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할 목적으로 개발된 순면 100%인 원단이다. 정전기가 발생하지 않아 아토피 피부염에도 좋고 건강한 피부상태를 유지해 준다. 물세탁도 가능하며, 침구는 물론 쿠션·커튼 등에도 활용된다. 가격은 베개커버 2+매트커버+이불커버 세트가 40만원대이다. 원목 블라인드는 캐나다의 1등급 원목만을 선별해 가공했기 때문에 수려한 미관을 자랑하고 강한 햇볕에도 휘어짐과 뒤틀림이 없는 제품이다. 첨단 나노기술로 만들어진 광촉매(햇볕이나 형광등 등의 자외선 빛을 받아 다른 물질의 화학반응을 촉진·지연시켜 오염물질을 제거함)코팅을 한 덕분에 각종 산업공해형 악취 분해에 뛰어나다. 핸드메이드 제품으로 원적외선 기능과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가격(1×1m)은 13만원대이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원목·흙등 천연소재가 올해의 대표적 트렌드 올해 홈 인테리어 트렌드는 ‘자연주의’로 요약된다. 원목·흙 등 천연 소재를 이용해 고급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러운 맛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연주의 트렌드의 기본축은 뭐니뭐니해도 원목 가구로 모아진다. 자연스러운 느낌의 원목가구와 거친 느낌의 페인트, 여기에 화사한 컬러까지 곁들여 조화를 이루게 하면 산뜻하면서 자연스러운 느낌의 개성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는 얘기다. 특히 새 것보다는 오래된 것, 인공적인 것보다는 흙·나무 등 천연소재를 활용한 인테리어 소품이나 가구를 이용하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준다. 옛날의 고가구나 오래된 한옥에서 나온 나무를 이용해 만든 가구들은 세월의 흔적과 나무의 따스함이 그대로 배어 있어 자연주의 인테리어의 가장 좋은 재료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건강’이라는 컨셉트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보는 즐거움뿐 아니라 건강까지 생각하는 인테리어가 보편화됨에 따라 장식용품과 바닥재, 벽지 등 건축자재까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고 있다. 박재효 웰섬 대표는 “친환경 홈 인테리어를 위해 히노키(편백나무) 등을 가구 등 일부분에 접목시켜 포인트를 줘도 현대적인 디자인에 천연 소재가 주는 독특한 감각을 느낄 수 있다.”며 “특히 이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으로 삼림욕 효과를 만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뿔’에 담아낸 神을 향한 염원

    ‘뿔’에 담아낸 神을 향한 염원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들은 하늘로 치솟은 피라미드를 세움으로써 태양신 라와 하나가 되고자 했고, 중세 서양사람들은 수직으로 상승하는 고딕 성당을 통해 천상계로 향한 꿈을 표현했습니다. 또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피구라 세르펜티나타’, 즉 뱀의 꿈틀거리는 형상을 통해 회화의 신비를 드러내려 했지요. 나의 작업도 좀 거창하게 말하면 그런 맥락에 서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3월9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노암갤러리에서 판화전을 여는 여성작가 박혜원(36)은 “진선미가 하나로 어우러진 이성적이면서 동시에 종교적인 형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뿔’이다. 작가는 원뿔이야말로 “신과 하나 되고자 하는 염원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조형 형태”라고 굳게 믿는다. 서울 가톨릭미술가회 총무를 맡고 있는 작가는 2002년에 이미 ‘비아 돌로로사(고통의 길)’라는 주제의 전시를 통해 종교적 심성의 한 자락을 보여줬다. 또 최근에는 평화방송의 교양프로그램 ‘함께 보는 교회미술’의 구성 겸 진행을 맡으며 성가를 올리기도 했다.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동판화 기법의 하나인 드라이 포인트(dry point)다. 드라이 포인트 기법은 닦아낸 동판 위에 예리한 다이아몬드 포인트나 루비 포인트로 그림을 직접 새기는 방식. 드라이 포인트의 선은 부식액을 사용하는 에칭의 선과는 크게 다르다. 드라이 포인트 판화는 오목선의 양쪽 혹은 한쪽에 깔쭉깔쭉한 형상, 즉 버(burr)가 생기는 게 특징이다.“드라이 포인트는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판화 기법으로 장인정신이 요구되는 힘든 작업입니다. 금속공예와도 같은 수공이 드는 작업이지요. 하지만 특유의 깊이 있는 선을 만들어 낼 수 있어 좋아요.” 박혜원은 벨기에 브뤼셀 리브르 대학과 왕립미술학교에서 10년 동안 서양미술사와 판화를 공부한 ‘드문’ 이력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 벨기에 미술은 플랑드르 화가 이야기 등이 유럽미술사에 잠깐 언급될 정도로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그는 앞으로 벨기에 미술을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도 펴낼 계획이다.“벨기에의 고도 브뤼헤는 ‘천장 없는 미술관’이라 할 만큼 예술품이 가득합니다. 플랑드르파의 기수 한스 메믈링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메믈링 미술관이나 보슈·다비드 등 플랑드르 회화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그로에닝 시립 미술관 같은 곳은 미술 애호가라면 꼭 보아야 할 곳이에요.” 박씨는 “벨기에 문화는 풍자적이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어딘가 한이 배어 있다는 점에서 한국 문화와도 통하는 데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전시에는 서양의 전설상 동물인 유니콘, 불로장생의 상징인 거북, 인도의 춤추는 시바신, 코뿔소 등 다양한 형상의 ‘뿔’ 연작 20여점과 자유로운 화풍의 드로잉 작품도 몇 점 선보인다. 또 전시 첫 날과 11일에는 이화여대 작곡과 출신으로 구성된 ‘델로스 작곡가회’의 ‘뿔’ 주제 창작곡 발표회도 예정돼 있어 관심을 모은다.(02)720-2235.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함혜리특파원 유럽은 지금] 되살아나는 나치 망령

    전후 60년이 지난 지금도 나치 때문에 유럽이 시끄럽다. 영국에서는 얼마전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20) 왕자가 친구 생일파티 가장무도회에 카키색의 나치 제복을 입고 나타난 것이 ‘선’지 표지에 실리면서 왕자의 분별력 없는 행동에 대한 비난여론이 들끓고 있다. 해리 왕자의 무분별한 행동에 크게 분노한 찰스 왕세자는 해리 왕자에게 유대인 학살의 상징인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하라고 지시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런가하면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76) 당수가 최근 극우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을 두고 프랑스가 발칵 뒤집혔다. 유대인단체와 반 인종차별주의단체가 격분한 것은 물론 좌우 할 것 없이 정계가 일제히 르펜을 비난하고 나섰다. 급기야 검찰은 르펜의 발언이 반인류 범죄를 부인하는 발언을 금지하고 있는 현행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최고 1년의 징역형과 4만 5000유로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그는 RTL 라디오와 회견에서 “독일의 프랑스 점령을 다른 나라 점령과 비교한다면 고통이 가장 경미했던 곳은 프랑스였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전후 60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런 주제들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아돌프 히틀러 최후의 날들을 그린 독일 영화 ‘추락’이 프랑스 개봉과 함께 논쟁의 불씨로 떠올랐다. 올리버 히르슈비겔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히틀러가 최후 12일 동안 베를린의 지하 벙커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현실에 번민하며 자살을 준비하는 인간적 면모를 2시간30분짜리 영상물에 부각시켰다. 이 영화는 독일군이 소련군과 연합군에 일방적으로 공격당하는 구도로 짜여 있어 역사적 내막을 잘 모르는 관객들, 특히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이라면 끔찍한 전쟁 범죄자와 측근들을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lotus@seoul.co.kr
  • 시라크 잇단 실책… 左로간 민심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주(州)의회 선거에서 야당인 좌파가 집권 중도우파를 누르고 압승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실시된 주의회 선거 2차 투표에서 사회당·녹색당·공산당의 좌파연합은 50.36%,집권당인 대중운동연합(UMP) 등 중도우파는 36.96%,극우파인 국민전선(FN)은 12.54%를 각각 득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본토 22개 주 가운데 8개주에서 제1당이었던 좌파는 알자스와 코르스 등 2개 주를 제외한 20개 주에서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하게 됐다.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중도우파 정부는 유권자들이 현 정부에 대한 불만 표시의 기회로 활용한 이번 선거에서 패배함으로써 집권 중반기의 국정운영 방향에 상당한 수정을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2차 투표율은 63.8%로 1차 때의 62.1%보다 높아 유권자의 관심을 반영했다. ●좌파의 화려한 컴백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집권 중도우파 정부에 ‘제재를 가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현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강한 반발심리가 작용한 이번 선거를 통해 좌파는 전통적으로 중도우파가 강세를 보여온 12개주에서 승리하며 압승,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에게 뒤져 결선 투표에 진출하지 못한 지난 2002년 대선 패배의 충격을 말끔히 씻었다. 좌파는 우파의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됐던 파리 근교 일드프랑스 주에서도 46∼49%를 득표,우파(40∼43%)를 훨씬 앞섬으로써 이 주에서 제1당의 지위를 ‘수성’했으며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텃밭인 푸아투샤랑트,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이 출마한 오베르뉴주 등 상징성이 큰 주에서도 승리했다. 사회당의 제2인자인 로랑 파비위스 전 경제재무장관은 선거결과에 대해 “매우 눈부신 것”이라고 자평했고,푸아투샤랑트 주에서 55.1%의 지지로 승리한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은 “(우파적) 시스템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궁지에 몰린 집권 중도우파 이번 선거는 중앙 의회의 여야 세력 분포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그러나 2002년 대선 및 총선 이후 처음으로 실시되는 대규모 선거여서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고 전개됐다.유권자들은 특히 현 정부가 집권 이후 추진해 온 비인기성 사회개혁 정책,지난 여름 폭염피해 등 실책,지속적인 경제불황,높은 실업률 등에 대한 불만을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했다.집권 중도 우파는 1차 투표 결과를 2차 투표에서 뒤집지 못하고 대패함으로써 집권 전략에 중대한 수정을 가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시라크 3선 전망 불투명 이번 선거 결과는 경질설이 나돌던 라파랭 총리의 정치적 운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2007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3선 가도’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otus@˝
  • [수평사회를 만들자]제3부 경찰과 시민 (9)외국에서는-프랑스

    |파리 함혜리특파원|‘국민의 안전은 자유를 위한 최우선의 조건’프랑스의 중도우파 정부가 지난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1년 넘게 지나면서 민생치안 범죄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이는 지난해 총·대선으로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내각 수반으로 하는 중도우파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대적인 범죄 소탕 및 예방책을 전개했기 때문이다.중산층 이하를 위한 정책을 폈던 사회당 정부와 달리 중도우파 정부의 치안강화책이 기득권층의 권리를 강조하면서 사회 기층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강력한 치안정책으로 민생을 위협하는 범죄가 줄어들면서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호응을 받고 있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관료적 중심의 중앙집권 정치와 강력한 국가경찰제도를 유지,대체로 치안이 잘 유지되고 있는 편이었다.그러나 최근 4∼5년 동안 불법이민이 증가하고,도시인구가 늘어나면서 범죄 발생이 늘어나 파리 등 대도시의 경우 소매치기와 자동차 내 물품 절도,강도 등 노상범죄가 증가해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사회당 정부에 패배 안겨준 치안불안 해소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2001년의 경우 국가 경찰과 군 경찰이 접수한 범죄 건수는 사상 최초로 400만건을 넘어섰다.이는 1998년보다 14% 가량 늘어난 것이며,프랑스 제2의 도시인 리용을 기준으로 했을 때 48만 7000여명의 피해자가 새로 발생한 셈이라는 설명이다. 범죄는 양적으로 늘어났을 뿐 아니라 도시화·정보화 등으로 질적으로도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였다.특히 미성년 범죄율은 1995년 28%에서 2001년 36%로 늘어났다. 우파 정치인들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이같은 치안불안이 사회당 정부의 최대 실책이라며 사회당을 공격,결국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가 극우파의 르펜 후보에게 패하고 총선에서도 중도우파가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결과를 낳았다. 재선에 성공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중도우파 내각은 지난해 5월 출범과 동시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치안강화를 위한 법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중 범죄 발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9%(7만 7143건) 줄었다.특히 시민들을 불안하게 했던 자동차 도난,소매치기,강도 등 노상범죄는 10.2%나 줄었다. 총 1만 7624명의 경찰이 활동하고 있는 파리시의 경우 올해 1·4분기 중 범죄 발생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했으며 소매치기나 차량 도난 등 노상범죄는 15.5% 줄어들었다. ●보다 강력해진 경찰권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지난해 10월 의회의 법안 최종심사를 요구하면서 “안전은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이며 프랑스가 가장 중시하는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제1의 조건”이라며 “국민들의 불안 요소를 없애기 위한 선결과제로 강력한 치안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명 ‘사르코지 법’이라고 불리는 ‘국가치안을 위한 법(LSI·이하 치안관계법)’은 2002년 8월 제정돼 2003년 초 발효됐다.이 법은 ▲치안예산 강화 ▲경찰 인력 증강 및 장비 현대화 ▲치안 관련 조직의 재정비 ▲범죄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데 이중에서도 핵심은 다원화돼 있던 치안 관련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재정비한 것이다. 프랑스는 지금까지 치안업무를 인구 1만명 이상의 도시지역은 내무부 산하 국가경찰(Police Nationale)이 담당하고,인구 1만명 이하의 도시 주변 및 군·면 단위 지역은 국방부 산하 군 경찰(Gendarmerie Nationale)이 분담해 왔다.치안관계법은 여전히 이런 2원화된 체계를 유지하되 군 경찰의 통제권을 국방부에서 내무부로 이관했다. 2003년 통계에 따르면 국가 경찰인력은 14만 5000명으로 전체 프랑스 인구의 52.5%를 담당하고,나머지(47.5%)는 9만명의 군 경찰이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이 법은 또 시위진압 기동대(CRS)를 경찰의 지원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범죄 다발지역의 방범 업무에 투입하도록 했다.이와 함께 국가 경찰조직 내 공공안전국(DCSP)의 기능과 인력을 강화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치안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치안관계법에 보장된 2003∼2007년의 치안관련 예산은 56억유로.이 기간 중 국가 경찰 및 군 경찰 인력을 1만 3500명 늘릴 예정이다. 치안관계법은 또 지금까지 소극적인 매춘행위,포주업,구걸 행위에어린이를 이용하는 행위 등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켰다.범죄 발생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사르코지 장관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최근에는 아동 성추행,성폭행,강간 등 성 범죄자 목록을 별도로 만들어 특별 관리할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성 범죄자 목록에 이름이 오른 전과자는 출소한 뒤 거주지가 바뀔 때마다 경찰이나 헌병대에 이를 신고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내무부 공공안전국 엘리자베스 후이유 경정은 “1996년 이후 처음으로 범죄 발생이 감소하는 등 국내 치안은 확실히 안정되고 있다.”면서 “치안관계법의 제정으로 경찰력이 강화되고 범죄를 원천 봉쇄할 수 있도록 처벌 대상 범죄가 추가되면서 각종 범죄의 예방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위적 경찰 이미지 불식시켜 프랑스 경찰의 민생치안 활동을 일컬어 ‘국민 가까이에 있는 경찰(Police de Proximite)’이라고 한다.사회당 정부 시절인 1999년 말 권위적인 경찰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국민 편익 위주의 서비스를 하기 위해 도입된 개념으로 방범 활동을 다양화하고,경찰관 수를 증원하면서 큰 효과를 거두자 중도우파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채택해 민생치안에 적용하고 있다. 파리 제1구 방범파출소의 레널드 빌뇌브 경위(부소장)는 “거리의 순찰활동은 노상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 행위를 통제하는 효과도 있지만 경찰이 범죄 현장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lotus@ |파리 함혜리특파원|파리 시내를 다니다 보면 산악 자전거를 타고 복잡한 도심을 순찰하며 무전으로 동료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경찰,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좁은 골목을 쏜살처럼 누비는 경찰들을 볼 수 있다.딱딱한 일반 경관의 복장이 아니라 티셔츠에 운동모자나 보호 헬멧을 쓰고 있지만 이들은 엄연한 경찰관이다. 허리에 권총과 보호봉,무전기,수갑,범칙금 수첩 등을 차고 일반 경찰과 같이 순찰을 돌며 범죄 예방 활동을 벌인다. 지난 2001년 6월 창설된 VTT(산악자전거) 순찰대와 롤러블레이드 순찰대의 강점은 순발력과 친밀감. “파리는 교통이 혼잡하고,곳곳에 일방 통행로가많아 순찰차나 경찰 오토바이가 사건·사고 현장에 신속하게 도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자전거와 롤러블레이드는 어디든지 갈 수 있기 때문에 훨씬 효과적으로 범죄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파리의 최고 중심구역인 제1구의 VTT 순찰대 소속 벤자민(26) 경관의 자랑이다.모두 9명인 VTT 순찰대원 중 한명인 그는 동료들과 조를 이뤄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콩코드 광장부터 루브르와 샤틀레에 이르는 관할 구역을 자전거를 타고 순찰한다.하루 이동 거리는 약 25㎞ 정도. 롤러블레이드 순찰대 소속의 프랑크(28) 경관은 “제1구는 루브르박물관과 샤틀레와 같은 관광지가 많아 외국관광객을 노리는 소매치기범이 기승을 부린다.”면서 “많은 사람들 속을 뚫고 범인을 뒤아가는데 롤러블레이드는 특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1구에는 총 13명의 롤러블레이드 순찰대원이 있다. 파리에 비해 범죄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불로뉴비양쿠르의 경우 자전거 순찰대의 성격이 좀 다르다.불로뉴비양쿠르 파출소 소속의 오렐리아(26) 경관은 “정기적으로 관할구역을 자전거로 돌면서 주민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그들의 즐거움이나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경찰 활동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점을 자전거 순찰의 큰 장점이라고 소개한 다미앙(27) 경관은 “순찰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치안활동에 관련된 여러가지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녹색공간] 숲속 공기의 ‘상쾌한 맛’

    한 번,두 번,세 번,심호흡을 한다.허파꽈리가 한껏 부풀게 숲의 공기를 들이마신다.그리고는 밑바닥에 고인 마지막 찌꺼기조차 뱉어내듯이 내쉰다.눈가엔 눈물이 고인다.싱그러운 공기 맛을 느껴본다.구수하고 상쾌한 공기의 맛에 취해본다.마음이 안정된다.기분도 상쾌하다.숲이 담고 있는 공기는 시간에 따라 다르다.숲의 정령들이 밤새 놀다 간 여운이 남아 있는 새벽 공기는 조금은 무겁지만 서기가 서려 있다.반면에 새들의 합창이 숲의 정적을 깨는 아침 공기는 싱그럽다.햇볕으로 달구어진 한낮의 공기는 심심하며,바람이 놀다 간 오후 공기는 부드럽다.그리고 땅거미가 깔리는 저녁 공기는 조금 아스스한 느낌을 안겨준다. 숲이 담고 있는 공기의 맛은 장소에 따라,계절에 따라서도 다르다.숲에서 맛본 공기에 대한 감각 덕분에 숲을 찾으면 심호흡을 하는 습관을 가졌다.그래서 고산 사막지대의 소나무 숲에서 느낀 부드럽고 메마른 공기의 맛이나,해수면 가까이 자리잡은 온대 우림에서 느낀 심심하고 습한 공기의 맛을 음미할 수 있게 되었다.매서운 된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 숲에서 마시는 찬 공기의 맛과 찌는 듯이 무더운 장마철에 들이켜는 습한 공기의 맛이 다르듯이 자라는 나무의 종류나 서식지의 위치에 따라서 숲의 공기 맛은 각기 다르다. 숲의 공기가 도시의 공기보다 특히 정갈하고 상쾌한 이유는 맑고 깨끗한 숲의 공기 속에 마음과 육체를 건강하게 해주는 여러 가지 유익한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숲 속의 공기는 대도시보다 최고 200배나 더 맑다.숲의 공기가 맑고 깨끗한 이유는 숲 속 식물들이 대기 중에 떠다니는 각종 오염물질 알갱이들을 흡착하여 정화시키기 때문이다.그런 이유로 공업지대의 먼지 알갱이 수는 숲에 비하여 250배 내지는 1000배 더 많고,대도시는 50배 내지 200배 더 많다.이것은 숲의 공기가 공업지대나 대도시에 비하여 최소 50배,최대 1000배 가량 맑고 깨끗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숲의 공기와 도시의 공기가 다른 점은 피톤치드와 테르펜의 존재 유무에서도 찾을 수 있다.식물은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고자 식물성 살균물질 즉,피톤치드를 발산한다.숲의 식솔들이 방출하는 이 살균성 물질은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나무에 해로운 곤충의 활동을 억제시킨다. 테르펜은 식물체의 조직 속에 들어 있는 정유 성분을 말한다.편백,화백,잣나무,소나무 등 침엽수에 많이 들어 있는 이 성분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없앰으로써 심신을 순화하고 여러 가지 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숲 공기 중에 있는 음이온도 우리 몸의 자율신경을 조절하고 진정시키며 혈액 순환을 돕는 등 건강 유지와 문명병 치료에 대단히 유익하다고 알려져 있다. 숲 공기를 들이마시는 일은 초록 공기를 뒤집어쓰는 일(Green shower)과 다르지 않다.산림욕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활동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준다.그러나 이런 공리적인 셈보다 더 근원적인 자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그것은 숲을 찾을 때마다 하는 심호흡이 숲과 내 자신이 다른 몸이 아님을 다시 한번 깨닫는 일이다.내 들숨 속의 산소는 바로 나무들이 만든 것이며,내 날숨 속의 이산화탄소는 나무들의 식량이 된다는 자각 말이다.숲에서 맛보는공기를 통해서 우리는 모두가 하나임을 새롭게 깨닫는다. 전 영 우 국민대 교수 산림자원학
  • 히스패닉 세계/스페인,라틴아메리카 독창적문화.역사 재조명 부정적 이미지 벗기기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로 구성된 히스패닉 세계는 종종 신화와 오해의 대상이 된다.돈 키호테와 무적함대,그리고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이 상징하듯 근대 이전 17세기까지 스페인은 서유럽의 최강국이었다.그러나 서구에서 근대화가 시작된 18세기부터 스페인은 유럽의 지체아요 낙오자로 전락했다.이런 부정적 이미지는 20세기 들어서도 프랑코 독재에 편승해 스페인을 더욱 고립적인 위치로 몰아냈다.이처럼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의 명암이 확연히 갈라진 유럽 국가도 드물다. 라틴 아메리카의 굳어진 이미지 또한 좀처럼 바꾸기 힘들다.아직도 공공연히 제3세계란 이름으로 불리는 라틴 아메리카는 빈곤과 실업,정치적 불안정,외채,게으름 등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덧씌워져 있다.그러나 라틴 아메리카는 정치·경제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풍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일궈왔다. ‘히스패닉 세계’(존 H 엘리어트 엮음,김원중 등 옮김,새물결 펴냄)는 미지와 환상의 어둠에 가린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와 역사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유럽 국가들은 대부분어두운 과거와 밝은 미래라는 도식에 따라 근대화를 추진한 반면 스페인은 화려한 과거와 어두운 미래란 이미지에 사로잡혀 있었다.근대화에 실패한 스페인은 자연히 ‘근대화 제일주의’를 금과옥조로 여긴 우리에게 학습 대상이 되지 못했다.스페인에 대한 이미지도 대부분 긍정적인 것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히스패닉 세계는 오늘날 무시할 수 없는 힘을 키워가고 있으며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인구는 3억 2000만 명이 넘는다.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인구보다 더 많은 숫자다.최근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히스패닉 인구는 흑인을 제치고 백인 다음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스페인어권 소설가들은 자국의 인구가 아무리 적더라도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를 통해 적잖은 수입을 올릴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은 어둡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채색된 히스패닉 세계의 본모습을 이해하는 열쇠로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를 꼽는다.중세 스페인은 아랍세계의 지배를 받았던 만큼 유럽이되 유럽이 아닌 다원적인 사회였다.그런가하면북부엔 켈트문화가 고스란히 보전되어 있는 등 다른 어떤 유럽 국가보다 더 유럽적인 면모도 갖췄다.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가 예루살렘 다음가는 유럽 최고의 순례지였다는 사실은 스페인 문화가 유럽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스페인은 봉건제와는 또 다른 다양성을 지닌 나라였다.여러 ‘국가’로 이뤄진 스페인은 절대왕정을 통해 국가내 이질적인 요소들을 통일해 나간 다른 유럽 국가들과 전혀 달랐다.이런 다양성과 통일성의 길항과 조화가 스페인 문화의 창조성의 원천이었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히스패닉 세계는 문학과 예술을 통해 세계인의 영혼을 사로잡은 상상력의 용광로다.이 책에선 세르반테스·공고라·케베도·로페 데 베가 등으로 대표되는 ‘황금세기’ 스페인 문학에서부터 새로운 문학적 패러다임으로 20세기 후반 세계문학을 이끈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문학지형을 이뤄온 히스패닉의 문학세계를 살핀다.스페인어권 문학의 무게중심은 두말할 것도 없이 라틴 아메리카.제2차 세계대전 이후 라틴 아메리카 문학이 전례없는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1940∼1960년대 중반의 스페인 문학과는 달리 유럽과 미국의 실험적 글쓰기의 영향을 봉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1960년대 이후 전개된 라틴 아메리카 소설의 ‘붐’은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빼놓곤 얘기할 수 없다.한편 1940년대 중반 쿠바 소설가 알레호 카르펜티에르가 처음으로 공식화한 ‘마술적 리얼리즘’은 1950년대 말 유럽사회에 소개돼 세계문학의 주류로 자리잡을 만큼 큰 영향을 끼쳤다.이 책은 유럽에서 러시아,영미권에 이어 세계문학을 선도하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 배경을 소상히 밝힌다. 세계 모든 유형의 히스패닉들이 모여드는 미국은 1492년에 시작된 스페인인의 디아스포라가 마지막으로 또 가장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장이다.‘미국의 히스패닉화’는 점점 속도를 얻고 있다.이 책의 저자 가운데 한 명인 호르헤 클로르 데 알바 교수(프린스턴대 인류학과)는 2015년엔 히스패닉이 미국에서 가장 거대한 인종집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그런 배경과는 별개로 라틴 아메리카를 주축으로 한 히스패닉 세계는 우리와도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그러나 히스패닉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빈약하며 학문적 연구도 미미한 실정이다.그런 점에서 이 책은 히스패닉의 어제와 오늘,그리고 미래를 읽게 하는 종합안내서로 주목할 만하다.스페인을 새롭게 ‘발견’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라틴 아메리카 부분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2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佛 최대 우파정당 공식출범

    극우에서 극좌까지 20여 정당이 난립하던 프랑스에 중도우파를 아우르는 거대 정당이 출현했다. 드골주의 기치 아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지난 1970년대 중반 창당한 공화국연합(RPR),서유럽 전통의 보수우파 정당인 프랑스민주연합(UDF),미국식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하는 자유민주연합(DL) 등 3대 우파 정당은 17일 파리 교외 르부르제에서 당원 1만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창당대회를 열고 ‘대중운동연합(UMP)’을 출범시켰다.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파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돌풍을 일으킨 직후 르펜의 당선을 막기 위해 결성된 ‘대통령여당연합’이 창당대회와 함께 당명을 UMP로 바꾼 것이다.UMP는 임기 2년의 초대 총재로 알랭 쥐페(57) 전 총리를 선출했다. 이로써 UMP는 총 577석인 하원에서 365석을 차지,압도적 여당을 형성했으며 현 의회와 시라크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07년까지 프랑스 정계를 주도하게 됐다. 지난 1988년 에두아르 발라뒤르 전 총리가 처음 공식화한 우파 단일화 논의는 지난 97년 조기총선에서좌파인 사회당에 패배한 직후 본격화됐고 지난해부터 단일 정당의 모체격인 ‘운동연합(UEM)’을 결성해 단일화를 모색한 바 있다. 임병선기자 bsnim@
  • 책/ 최영순 지음,경제사 오디세이-‘딱딱한 경제’ 읽다보면 말랑말랑

    경제사는 문자 그대로 인류 경제생활의 발전 역사를 연구하는 학문이다.그것은 과연 인간의 삶에 얼마나 필요한 학문인가.지적 거장들의 평을 보면 그 중요성은 금세 확연해진다.“경제사는 문명을 이해하는 열쇠이다.”라고 말한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경제사가 순전히 경제적일 수만은 없다.”고한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경제사는 포괄적인 사회 진화의 일부를 제시해 준다.”고 강조한 영국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존 힉스.이들의 언급에서 도출되는 공통점은,경제사야말로 경제적 발전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학문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사라는 분야에 접근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점이다.경제학적인 사전지식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자칫 딱딱해지기 쉽기 때문이다.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책은 새로운 체재의 경제사 입문서로 주목받을 만하다. 먼저 서술방식이 흥미롭다.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나 사건 혹은 소금·설탕·감자 같은 친근한 소재를 선택하되,단순한 경제적 사실의 나열이 아닌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접근한다. 예컨대 15세기 말에서 17세기 말까지 유렵 경제중심권의 이동을 다룬 ‘모든 경제 흐름은 유대인 손에!-유대인의 이동과 유럽경제의 변화’편은 재미있는 옛이야기처럼 읽힌다.15세기 말 이슬람 세력을 이베리아 반도에서 몰아낸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기독교 왕국 건설의 기치를 내걸고 유대인을 추방하기 시작한다.그때까지 유대인들이 전쟁비용을 대부분 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쫓겨난 유대인들은 결국 안트웨르펜·암스테르담을 거쳐 런던으로 유랑을 거듭한다.그 유랑경로는 당시 유럽 경제중심권의 이동경로와 일치한다.그렇다면 정말 모든 경제의 흐름이 유대인의 손에 달렸던 것일까. 누구도 확실하게 답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저자 역시 답변을 유보한다.다만 네덜란드에서는 1590∼1600년과 1621∼1650년을 ‘유대 대상인의 시기’라 할 정도라는 점,1690년 영국 거주 유대인은 400명 정도였으나 런던 증권거래소 중개인 중 12명이 유대인이었고 그것은 당시 런던에서 활동하던 중개인의 8분의 1에 해당한다는 사실 등을 지적할 뿐이다.아울러 1688년 런던으로 이동한 유대인들의 부(富)는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영국측 주장은 18세기 이후 이룩한 놀라운 경제적 성과를 영국인들만의 결실로 삼고 싶은 욕망이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이 책은 거시적으로는 인류 5000년에 걸친 자본주의화의 전(全)과정을 조망하며,미시적으로는 여러 인물과 사건을 통해 경제와 생활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가를 보여준다.추상적인 개념에 의한 이론경제학이 아닌,우리의 삶과 맞물려 돌아가는 실물경제학을 체득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런 바탕에서 이 책은 ‘지금,우리’의 시각에 초점을 맞춘다.순수하게 아시아권을 다룬 항목은 많지 않다.‘빛의 신 칭기즈-칭기즈 칸과 몽골의 평화’‘근대 여명기 유럽의 공포-오스만 투르크와 지중해’‘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위하여-정화의 원정과 중화의 대변모’‘선진국 따라하기 혹은 따라잡기-일본의 공업화’정도가 고작이다.하지만 동서양간의 교역과 관련된 항목이나,화폐 및 산업화와 관련된 항목에서는 아시아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아시아를 별도 항목으로 다루는 대신,관련 사항이 나올 때마다 그것을덧붙여 설명하는 방식을 택해 ‘세계’경제사를 개관하도록 했다. 이 책은 단순히 경제적 변화만을 다루지 않는다.경제가 변화함으로써 생기는 사회적 변화에도 상당 부분 할애한다.예를 들면 ‘박탈되는 여성의 경제력-여성 경제력의 어제와 오늘’‘열두 개의 다리만 있어도 충분하다-결혼의 경제학’같은 항목에서 저자는 자본주의의 발달과 함께 여성의 경제적 활동은 제한되는,자본주의 정신과는 전혀 동떨어진 현상을 적시한다.한양대 경제학부 겸임교수인 지은이는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경제활동을 역사 속에서 되짚어 보게 하는 경제사는 지금도 생생하게 우리의 삶과 연관되어 있다.”고 강조한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데스크 시각] ‘정책 어지럼증’ 없는 신당을

    지난 4월 노무현씨가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됐을 때 기대가 컸었다.특별히 그를 좋아해서가 아니었다. 솔직히 국민경선의 의미도 그리 와닿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직업의식 때문이었다. 정치부 기자로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선거보도가 왜 그러냐.”는 것이다.“경마식 보도,정쟁만을 부추기는 보도를 그만 둘 수 없느냐.정책보도를 하라.”는 지적이었다.스스로도 선거때마다 “이번에는 잘해 봐야지.”라고 다짐했었다. 1987년 대통령직선제가 부활된 이래 여러번 대선 보도에 참여했으나 뜻을 이룬 적이 없다.스쳐간 후보들이 정책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부끄럽다. 정책면에서 남다를 수 있었던 대선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이다.1971년 유권자도 아닌 어린 시절이었지만,당시 김대중 후보가 ‘예비군 철폐’를 외쳤던 기억이 생생하다.그랬던 김대중 후보도 97년 대선에서 김종필씨와 손을 잡았다.어떤 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진보가 옳으냐,보수가 옳으냐를 따지려는 게 아니다.유력 후보들이 서로 다른정책을 내놓고 수준높은 토론을 하는 대선판을 보도하고 싶었다. 노 후보는 기성 정치인 중에서는 진보적인 편에 속한다.그가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됐으니,이제는 선거보도가 뭔가 달라지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졌었다.시라크,조스팽,르펜 등 좌우(左右)의 대표주자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인 프랑스 대선을 그려보기도 했다.적어도 민주,공화당이 맞서는 미국 수준의 정책경쟁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후보가 된 노무현씨는 이런 바람을 깨버렸다.‘진보’가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재벌정책·국가보안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후보와 어떻게 다른지 모호해졌다. 얼마전 노 후보를 단독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후보가 된 뒤 정책 철학이 바뀐 것 같다.”고 물었다.그는 아니라고 했다.일관성을 유지했노라고 설명하는데 마음으로 수용이 되지 않았다. 최근 신당 논의가 홍수를 이루며 ‘정책 어지럼증’이 더해간다.‘당선’을 위해 모이고 흩어지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그렇지만 명분은 있어야 하는것 아닌가.“나와저 사람은 이렇게 추구하는 바가 같아 합치기로 했다.”고 떳떳하게 설명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당명도 여러번 바뀌고 여당도 됐지만,아직도 ‘반(反)독재,반재벌 투쟁’의 여운이 짙게 남아 있는 민주당이 정몽준 의원을 ‘모시려’ 하는 것은 이해가 안간다.국민경선으로 뽑은 후보까지 ‘무효’로 돌리면서,도대체 어울릴것 같지 않은 사람끼리 손을 잡는다면 유권자들을 너무 무시하는 처사다. 민주당에 바란다.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정책적으로 조화를 이룰 수있는지를 따져본 뒤 합체를 추진하는게 순리다.새로 만들려는 신당의 이념에 정 의원이 부합하는지도 미리 점검해야 한다. 정몽준 의원도 마찬가지다.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어찌 보면 참신한 이미지를 가꾸는 것이다.이한동·이인제·박근혜 의원 등 어떤 식으로든 신당을 만들려는 인사들도 정책적,이념적 좌표를 한번쯤 돌아보아야 한다. 거창하게 한국 정치발전 얘기는 않겠다.이번 12월 대선만큼은 정책노선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후보들이 맞붙었으면 좋겠다.“선거보도가 또 왜 이래.”라는 손가락질을 받지 않도록 도와주길 간곡히 당부드린다. 이목희/정치팀장 mhlee@
  • [열린세상] 우익과 이민 노동력

    집권을 하려면 우파가 돼라.신세기 벽두 유럽이 주는 메시지였다.1999년 오스트리아,덴마크,노르웨이,이탈리아,포르투갈,네덜란드에서 우파 정당들이 집권을 했고,2000년에는 아스나르가 이끄는 스페인 인민당이 재선에 성공했다.미국에서도 공화당의 부시 2세가 백악관에 진입했고,멕시코에서는 코카콜라 사장을 역임한 기업인 출신 폭스가 제도혁명당의 장기집권에 막을 내리고 권좌에 올랐다. 올해 프랑스 선거에서는 시라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정당이 의회에서도 다수파가 되었고,좌파는 형편없이 깨졌다.9월 선거를 앞둔 독일의 경우도 사민당 정부가 물러나고 기민당이 다시 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영국의 노동당 정부가 건재하지만,캐치 프레이즈로 내세운 ‘제3의 길'은 결국 대처주의와 하등 다를 바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미테랑,블레어,클린턴,슈뢰더,달레마 등의 중도파 내지 중도좌익 정당들이 이끌던 구미선진국들의 정치가 왜 이렇게 급변했을까? 이상하게도 이들 우파 정당에서 이데올로기적 동질성을 찾아보긴 어렵다.어떤 정당들은 유럽주의를 지향하는 반면 다른 정당들은 국가주권을 강화하고자 한다.어떤 정당들은 전통적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회적 보수주의를 지향하는 반면,다른 정당들은 비인습적 가족도 용인할 뿐 아니라 개인적 권리를 신성시한다.어떤 정당들은 민영화를 통해 국가가 경제 영역에서 퇴각할 것을 주장하지만,다른 정당들은 농민들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불하고자 한다.그렇다면 무엇이 우익 정당들로 하여금 권좌에 다가서게 하는가? 그것은 다름아닌 이민 문제이다. 세계화와 더불어 이민 노동력의 이동도 활발하다.살기 힘든 동유럽,아프리카,중근동,카리브해의 사람들은 기회를 찾아서 북유럽 국가로 향하고 있다.아시아 국가의 노동력도 기회를 찾아 세계를 헤맨다.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의 포도밭 농사는 이미 이민 노동력이 장악한 지 오래다.OECD 국가들에 이민 노동력이 미친 영향력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만약 1950·60년대에 유럽 경제에 이민 노동력의 대규모 흡수가 없었더라면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을 것이라고 경제사가들은 말한다.이 시기의 지속적인 성장,낮은 인플레이션,완전 고용은 부분적으로 이민 노동력에 의해 뒷받침되었다고 킨들버거는 말한 바 있다. 노동시장의 구인난이 임금 상승의 압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았지만,계속 유입된 이민 노동력이 그 압력을 해소시켜 주었다는 설명이다.캘리포니아의 농업과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미국이 선진국 가운데 대단히 저렴한 불법 이민 노동력에 무제한 접근이 가능한 유일한 나라라는 점이다. 노동력 이민의 이런 순기능에도 불구하고,경기가 침체되거나 실업이 증가할 때 이민 노동력에 대한 내국인들의 적개심은 순식간에 정치화된다.스킨 헤드가 등장하고,르펜 같은 극우파 정치인도 공화주의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쉽게 표를 얻게 된다.우파 정치인들은 국경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증가하는 범죄율이 불법 이민 노동력 때문에 생긴 것이라 역설한다.이민문제가 대통령 선거의 쟁점으로 돌출하지 않았던 미국에서도 9·11 테러 이후 국가 방위와 시민의 안전 문제가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국가 부문의 퇴각을 주장해온 신자유주의자들이나 우익 세력은 지난 25년동안 좌익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었다.시장의 승리를 자축하는 이 시점그들은 다시 슬그머니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국가만이 국경의 안전과 공공질서를 수호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한 모양이다.게다가 농업부문에 보조금을 주고,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 조치도 남발한다.자유주의는 쉽게 우익들이 재정의하는 국익에 밀린다. 바야흐로 이민의 시대이다.자랑스러운 우리 이민 공동체 이야기도 많다.그렇지만 우리 땅에 들어와서 우리 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는 다른 나라 이민 노동력과 공동체에 대한 배려도 절실하다.정부도 시민사회도 모두 힘쓸 일이다. 이성형/ 세종연구원 초빙연구위원
  • 佛극우청년 시라크 암살 기도,군대사열 접근중 발각…실탄 발사후 체포

    (파리 AFP AP 특약)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14일 샹젤리제 거리에서 열린 군대행진 도중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한 남자(25)가 체포됐다. 신(新)나치단체의 조직원인 막심 브루네리에(25)는 이날 시라크 대통령쪽으로 22구경 총 한 발을 발사한 뒤 체포됐다. 당시 시라크 대통령은 오픈 지프차를 타고 군대를 사열하며 에투왈 광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샹젤리제 거리에는 몰려든 군중과 경찰이 뒤섞여 있었으며 범인이 기타 케이스에서 총을 꺼내든 것을 본 일부 군중과 경찰들이 범인의 행동을 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어 자살을 기도하려던 범인은 격투끝에 경찰에 체포돼 압송됐다. 범인은 프랑스 남부에서 시간제 운전사로 일하고 있으며 극우학생단체의 일원이라고 파리 경찰이 밝혔다.경찰은 범인이 시라크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음을 시인했다고 덧붙였다.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 5월 대통령 2차 투표에서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었다. 이날 기념행사는 소동에도 불구하고 중단없이 진행됐다.
  • 佛총선 1차투표 중도우파 압승

    9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우파가 예상대로 압승을 거뒀다.투표가 75% 정도 집계된 가운데 중도우파가 약 44%의 지지율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따라서 오는 16일 2차투표에서 중도우파의 과반 의석확보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되면 대통령직을 포함 내각,하원 등 최고 정치기구는 모두 중도우파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 선거제도에서 1차투표 결과 50% 이상의 지지율 얻은 후보자는 당선이 확정돼 결선투표를 치를 필요가 없다.12.5%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한 후보자들에 대해서만 2차투표를 실시,최다 득표자 1명을 임기 5년의 하원의원으로 선출한다. 지난 5년 동안 의회를 지배해온 중도좌파는 35.8%의 지지율을 얻었으며 극우파는 고작 12.6%만을 획득,지난 대선 1차 투표 때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FN) 당수가 일으켰던 극우파 돌풍이 가라앉고 있음을 보여줬다.FN에 대한 지지율은 11.9%로 떨어졌다.기권율은 사상 최고인 약 35%에 달했다.유권자들이 올들어 3번째 치러진 투표에 싫증을 낸 데다 선거 기간이 월드컵 등 스포츠 행사와 겹쳐 기권율 상승을 부채질했다. 우파 승리의 주요인은 ‘행동하는 정부,강력한 정부’를 내세운 선거 전략이다.그동안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는 정치 비효율을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으며 유권자들은 이에 대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또한 시라크 대통령 재선에 힘입은 공화국연합(RPR)을 비롯한 우파 정당들은 발빠르게 연대,정치연합체인 UMP를 창설하고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는 등 선거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었다.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범죄퇴치에 대한 강력한 의지도 르펜 지지자들을 끌어들였다.반면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대선 패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회당 등 좌파진영은 지도력 결여,정체성 상실,선거전략 부재 등으로 제대로된 선거운동 한번 펼쳐보지 못했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2차 투표에서 중도우파가 전체 577석 중 380∼450석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현재 314석을 보유하고 있는 좌파는 135∼180석을 차지,의회 내 견제세력 형성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극우파는 의석 확보에 실패하거나 기껏해야 2석 정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2차투표 결과 우파가 의회를 장악하면 시라크 대통령의 자유주의적 사회·경제제도 개혁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라파랭 총리는 범죄퇴치,세금감면,지방분권제 도입,고용·연금 등 사회규제 완화 등의 공약을 반드시 이루겠다며 2차투표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 당수는 “견제 세력 없이 우파가 권력을 독점하는 의회는 위험하다.”며 좌파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좌파인 엘리자세브 기구 전 법무장관도 “기권자들이 (2차투표에서) 움직여준다면 아직까지 모든 것이 가능하다.”며 좌파 지지자들에게 투표에 꼭 참여할 것을 당부했다.전문가들은 좌파 유권자들이 아직 건재하다며 2차투표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상숙기자 alex@
  • 내일 佛총선… 중도우파 승리 예상

    9일 프랑스에서 하원 577명을 뽑는 총선 1차투표가 실시된다.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각종 여론조사기관이 조사결과 발표에 조심스럽지만 중도우파가 승리한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한다.577개 1인 선거구에 입후보자 8633명으로 경쟁률 15대 1이라는 점이 선거결과 예측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다.이번 총선에 대한 관심은 지난4월 치러진 대선 1차투표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이 이번에얼마만큼 득표하느냐와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가 이번에 끝날 것인가에 모아진다. 중도우파가 승리,좌우동거정부가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요인은 크게 세가지다.중도우파는 이번 총선을 위해 대통령여당연합(UMP)을 구성,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좌파는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의 대선패배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채 향후 노선과 당권을 두고 분열됐다.각종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과반수 이상이 좌우동거정부를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진하는 우파,헤매는 좌파= 지난달 2차 투표에서 대통령 재선에 성공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즉시임시내각을 구성,감세·범죄소탕·국방비 증액 등의 선거공약실행에 들어갔다.유권자들에게 ‘힘’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또 UMP구성에 성공한 중도우파는 526개 선거구에서 후보를 단일화했다.반면 좌파연합의 후보단일화선거구는 170개에 그쳤다. 현재 좌파,특히 사회당 내부에서는 전통 이데올로기로 회귀할 것이냐 영국의 사회당처럼 자본주의 요소를 받아들일 것이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이번 총선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앞으로의 5년동안 정체성을 다시 확인하며 2007년의 대선을 준비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공산당의 지지기반이었던 남부가 FN의 텃밭으로 변하고 조스팽의 사퇴 이후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등 좌파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FN의 당수인 장 마리 르펜은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것보다는 꾸준히 증가된 지지율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르펜 당수는 후보로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후보지지 연설에서 “극우파가 프랑스 정치 지형도에서 영원히 일정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며 지지를 표명했다.●프랑스 선거제도= 대선과 총선 모두 1,2차 투표로 구성된다.여기서 유효득표의 과반수를 얻는 사람이 자동 당선되나 대부분 2차까지 진행된다.워낙 후보가 난립하기 때문이다.대선에서는 상위 득표자 두사람이 경선을 벌이는 반면 총선에서는 득표율 12.5%이상을 얻은 후보가 2차투표에 진출한다.따라서 하원 의석수 분표는 2차투표가 실시되는 16일 이후에 최종 결정된다. 전경하기자 lark3@
  • 佛사회당 ‘좌향좌’ U턴

    극우파가 안겨준 ‘치욕스러운’ 패배를 다음 달 총선에서 만회하기 위해 프랑스 사회당(SP)은 7일 사회주의적 색채가 더욱 짙어진 공약을 발표,‘좌향좌’로 방향을 틀었다.강경 좌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사회당은 이날 ▲고용창출 ▲공공서비스 개선 ▲치안강화·범죄퇴치 ▲보다 사회주의적인 유럽 건설을 골자로 하는 ‘사회당과 함께 진보를 위해’라는 선거 공약집을 내놓았다.이같은 정통 좌파로의 선회는 무엇보다 사분오열됐던 좌파를 규합하기 위함이다. 지난 대선에서 사회당 후보였던 리오넬 조스팽 전 총리는 중도우파적 공약으로 다른 좌파 후보자들과 지지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었다.공약 작성의 총책임을맡은 마르틴 오브리 전 노동장관은 “이번엔 확실히 좌파에 닻을 내렸다.”고 선언했다. 사회당은 특히 전통적으로 중시했던 고용안정과 소외계층 권익에 초점을 맞췄다. 고용분야에서 조스팽 전 총리가 내놓았던 5년간 90만개일자리 창출에서 나아가 ▲50세 이상 노령실업자를 위한 20만개 일자리 창출▲평생직업교육 ▲청년실업 해소 ▲임시직 노동자 고용 남용 사업장 처벌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프랑스 국영전력회사(EdF)의 소규모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했다. 세금감면과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저소득층 지원을 약속하는 한편 공공주택 건설 대규모 투자로 도심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장 마리 르펜 국민전선 당수의 반 이민·반 유럽에 대한 젊은 유권자들의 반발을 감안,모든 형태의 차별 반대도 내세웠다. 한편 이날 장 피에르 라파랭 신임 총리가 이끄는 프랑스과도내각도 공식 출범했다.이로써 좌·우파는 다음 달 9·16일 실시될 총선을 향한 전쟁에 돌입했다. 특히 공화국연합(RPR)이 이끄는 우파연합이 기업인의 권익강화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는 범죄문제와 더불어 세금감면·고용창출·공기업 개혁이 주요선거쟁점이 될 전망이다. 과도내각의 특징은 거물급 정치인의 내무장관 기용과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 탄생이다.내무장관에는 한때 총리직물망에 올랐던 니콜라 사르코지 뇌이 시장이 임명됐다. 앞으로 치안강화와 범죄예방에 역점을 둘 것을 시사하는바다.또 RPR 총재인 미셸 알리오 마리가 여성으로는 처음국방장관에 올랐다. 박상숙기자 alex@
  • 네덜란드 극우 정치인 피살

    우경화 바람이 서유럽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네덜란드의 극우파 인기 정치인 핌 포르토인(54)이 총선을 9일 앞둔 6일피살돼 네덜란드는 물론 유럽이 충격에 빠졌다. 포르토인은 이날 저녁 네덜란드 중부 힐베르숨시의 라디오방송국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다 주차장에서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그는 머리와 가슴·목 등에 6발의 총알을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네덜란드 현대사에서 정치인이 암살당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사고 직후 현장에서 30∼35세로 추정되는 네덜란드백인 남성 용의자 한 명을 체포,조사 중이다.이 용의자는 동물보호 운동가로,모피 생산을 위해 동물 사육을 허용하자는포르토인의 제안에 반대하기 위해 이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ANP통신이 전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7일 총선 연기 여부를 검토하는 각료회의를 소집했으나 예정대로 오는 15일 총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빔 콕 총리대행은 이날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민주주의가 자유롭게 통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민주주의와 포르토인의원에 대한 기억에 최상으로 보답하는 것이란 뜻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포르토인이 지난해 창당한 리스트당은 지난 3월 네덜란드제2의 도시인 로테르담 지방의회 선거에서 반(反)이민정책과 극단적인 민족주의를 내세워 45개 의석 가운데 17석을 차지해 네덜란드 정계에 충격을 주었다.리스트당은 총선에서도여세를 몰아 전체 150석 가운데 26석을 확보,최대 다수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됐었다. 네덜란드 총선에서 리스트당의 급부상 여부는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 후보의 돌풍과 함께 유럽 극우파의 정치무대 전면 부상을 가늠할 시험대로 주목받아 왔다. 빡빡 깎은 머리에 이탈리아제 고급 양복을 즐겨입는 포르토인은 화려한 수사와 눈에 띄는 생활방식 등으로 젊은층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아왔다.정계 입문전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칼럼니스트와 시사평론가로 이름을 날린 그는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했다.포르토인은 네덜란드가 더 이상 이민자들을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반 이민주의자다.동성애를 인정하지않는 이슬람을 반대하며 이슬람 이민들의 네덜란드 이주를 특히 반대해왔다. 한편 유럽의 극우 정당들은 물론 각국 정상들도 일제히 그의 암살을 비난했다.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정치인들이어떤 감정을 유발하든 이에 대한 의사표시 장소는 투표소뿐”이라고 강조했다.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도 암살은 “유럽 정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민정책과 인종갈등,민족주의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긴장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시라크 압승 “”이젠 총선””, 弗대선 ‘反르펜’업고 82% 최다득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5일 치러진 대선에서 82%라는 압도적 지지로 재선에 성공했다.극우파인 장 마리 르펜국민전선(FN) 후보를 막기 위한 좌·우파의 ‘떨떠름한 공동전선’이 역대 대통령 선거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을 시라크 대통령에게 안겨줬다. 시라크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되자마자 좌파 지지자들은 몇몇 도시에서 시라크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 시라크 지지가 끝났음을 알렸다.이제 좌우파는 내달 9일의 1차투표와 16일로 예정된 2차투표 총선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권토중래냐 기선제압이냐] 6일 사회·공산·녹색당 연합으로 이뤄진 현 좌파내각이 사퇴한다.이어 7일 사회당은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표심을 분석,총선공약을 발표한다.사회당은 녹색당·공산당에 좌파 취약지역인 100여개 선거구에서단일 후보를 내자고 제안했으나 아직 긍정적인 답을 얻지못하고 있다.이들이 갖고 있는 현 의석수는 319석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선 1차투표에서 좌파 후보인 리오넬 조스팽 현 총리가 패배,시라크 대통령에게 투표해야만 했던쓰라린기억이 좌파 연대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있다. 대선에서 승리,일단 분위기를 띄우는 데 성공한 우파는 총선 후보 단일화 원칙에 합의했다.시라크 대통령의 공화국연합(RPR),프랑스민주연합(UDF),자유민주(DL) 등 우파연합은257석을 갖고 있다. 또한 시라크 대통령은 빠른 시일 안에 구성될 과도내각을통해 표심을 잡겠다는 계산이다.이 과도내각은 총선 2차 투표일인 16일까지 유지된다.총선 결과 좌파가 승리하면 전면 재편,우파가 승리하면 약간의 조정만 거친 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우파는 과도내각 권한 안에서 대선기간 동안 문제가 됐던 치안,감세,실업 등의 분야에 대한 과감한 개혁을 시도할 방침이다. [좌우동거정부?] 지난 2000년 프랑스는 좌우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의 비효율성을 막기 위해 개헌을 했다.견제와 균형으로 보이는 코아비타시옹이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양자간의 접근법 자체가 근본적으로 달라 실제 개혁이 이뤄지기 힘들었다는 판단에서다.이에 따라 대통령의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고 총선이 치러지는 해에먼저 대선을 치르도록 했다.그러나 유권자들은 86,93,97년 등 세번에 걸쳐 코아비타시옹을 만들어냈다.개헌이 과연 유권자의 표심을 반영한 것인지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전경하기자 lark3@ ■재선 시라크는 누구 파리시장 18년 재임,대통령 선거 3수(修) 끝에 95년 엘리제궁 입성,‘르펜 돌풍’의 반작용으로 제5공화국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로 재선 성공. 프랑스 우파의 상징 자크 시라크 대통령의 정치 역정은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지난 60년 조르주 퐁피두 총리(후에대통령 역임) 비서실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며 정치에 눈을뜬 그는 67년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76년 신드골주의를 부르짖으며 공화국연합(RPR)을 창당해우파의 거두로 군림해 왔다.81년 대선 1차투표에서 고배를 마셨고,88년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게 2차투표에서 54대 46으로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훤칠한 외모,탁월한 연설 능력,친근한 인상으로 보수 중산층과 여성으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정치적 돌파력과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정치철학과신념이 부족한 데다 후계자 양성에도 소홀하다는 비난 또한 듣고 있다. 지난 97년 RPR가 원내 제1당이었던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했다가 참패,리오넬 조스팽 총리와 좌우 동거(코아비타시옹) 정부를 구성한 것은 그의 정치 인생 중 최대 오점으로 기록된다. 그는 조스팽 총리에 밀려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들었고 파리시장 때 공공주택 건설과 관련,뇌물을 받았다는 추문에 임기 내내 시달렸지만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5년 동안 면책특권을 누리게 됐다. 대선에서 힘을 몰아준 좌파들이 다음달 총선에서 ‘대통령 견제론’을 펼칠 것이 확실시돼 재선 임기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임병선기자 bsnim@ ■시라크 2차투표 표심 분석 [반 르펜 연합전선] 투표율은 1차투표 때의 72%보다 약 8%포인트 높아진 80%선으로 역대 선거 중 최고 수준.1차 때보다 약 400만명이 반 르펜 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에 더 참가했다. [좌파의 시라크 지지] 시라크가 얻은 표를 포함,1차투표 때의 우파 표는 모두 약 1000만표.시라크 후보는 이번에 2600만표를 획득.이중 최소한 1000만표가 좌파,300만표가 극좌파 유권자들에게서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고정표 재확인한 르펜] 극우파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정파와 유권자들이 똘똘 뭉쳐 반 르펜 전선을 폈으나 르펜의 고정표는 흔들리지 않았다.반 르펜 전선이 극우파 봉쇄에는 성공했으나 이를 후퇴시키지는 못한 것이다.프랑스 국민 5명중 한명이 극우를 지지하는 셈이다.
  • 기고/ ‘佛극우득세’언론은 무죄인가

    오늘도 시위대 수천명이 내가 사는 아파트 앞을 지나갔다.이들은 평화롭게,그러나 격렬한 목소리로 “극우정당국민전선은 파시즘,프랑스의 수치”라고 외쳐댔다. 인종차별주의,프랑스 우월주의,파시즘으로 통칭되던 국민전선 르펜 당수가 당당하게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된 것은경악할 만한 일이다.필자도 놀랐는데 프랑스인들의 충격은 오죽했을까. 무려 20% 이상의 투표율을 차지한 극우파 지지자들의 투표동기를 분석하느라 각계의 전문가들이 총동원됐다.그동안 다른 유럽국의 정치에 훈계하길 즐겨하고 도덕적 자만심으로 가득하던 프랑스가 이렇듯 도마위에 올려진 것은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자만한 사회당인가,사회당의 표를 나눠 가진 극좌파들인가,아니면 국민전선의 선동에 녹아내린 나약한 시민의 몫인가? 유력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본인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언론이다.TV 매체는 사회 범죄문제를 선거의 가장 큰 관건으로 과다하게 다룸으로써 극심한 사회공포 분위기를 조성했고,국민전선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이슈는 사회불안과 범죄였다.TV정치토론과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논의된 내용이기도 하다.지난해 3월부터 1년간 언론에서 가장 자주 거론된 주제는 범죄문제로,유로 화폐통합을 앞지른 것으로 집계됐다.국영방송 프랑스2의 메인뉴스는 3월 한달 동안 범죄,사회폭력 관련 주제를 무려 63회나 다루었고,동시간 민영방송 TF1도 41회나 거론했다는 통계가 있다. 범죄율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는 보도방식에 있다.범죄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루고 일반화함으로써 결국 ‘사회안전’을 제일로 주장해온 극우파에게 유권자층의 관심이 모아지도록 하는 데 일조한 것이다.결정타를 안긴 것은 투표 전날인 4월20일 프라임 타임대에 진행된 TF1과 프랑스 e2의 주요 뉴스 내용이었다. 폭력집단에게 구타당한 노인을 양대 뉴스가 나란히 집중보도,1600여만명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사회불안의 일례를 피부로 느끼게 해준,이른바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대성공이었다. 마지막날까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비율이무려40%나 됐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같은 정보의 센세이션화,선정적 보도가 르펜 당수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신문을 포함한 언론 전반의 대선보도 방식도 심판대에 올려졌다.급부상하는 극우파의 지지율을 진지하게 분석하기보다 과소 평가한 점,범죄 사건의 증가 현상을 객관적으로 조사하지 않은 점 등이 그것이다. 매체측도 할 말은 있다.거짓 정보를 조작한 것도 아니고,사회범죄를 부추긴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주장이다.미디어는 ‘현실을 반영하는 창’이라고 정의되기도 한다.미디어가 제시하는 것은 사회 현상이요 산물이지,미디어 스스로사회논리를 생성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미디어의 역할이 수동적인 데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현실을 대변할 뿐만 아니라 사회변화에 속도를 가하고사회현상을 상징화,극대화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반하기 때문이다.프랑스 대선은 이같은 TV와 사회,정치의 상관관계를 가장 단정적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물론 언론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민주주의 ‘고령화’,국가의 정통성 약화,정당 스펙트럼의 탈색,무기력화,빈부격차 등 사회 정치적 위기가 극도로팽배해 있었음을 우선 인정하고 고백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미디어의 책임에 대한 논쟁은 이같은 사회 정치의 전반적 맥락안에 흡수돼야 한다.언론은 한 사회를 대변하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극우파 부상이라는 이변이 불러온 정치적 경각심과 뒤이은 논쟁들은 민주주의 원조국 프랑스에서 민주주의가 활기를 되찾게하는,역설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윤지영 佛 부르고뉴대 커뮤니케이션 강사
  • 재선 확실시 시라크 佛대통령 과제/ 치안불안·정치불신 해소 총선前 표심잡기 급선무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5일 치러진 프랑스 대통령선거 2차 투표에서 국민전선(FN)의 장 마리 르펜 후보의 ‘극우돌풍’을 저지하고 재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중도우파인 시라크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 지지가 아닌 르펜에 대한 ‘불신임’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시라크 대통령은 이번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치안과 실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확실한 정책을 제시해야할 과제를 안게 됐다.땅에 떨어진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어떻게 복원시킬 것인가도 숙제다. ●불안감 해소 과제= 재선에 성공한 시라크 대통령의 최대과제는 치안부재와 실업대책,세금문제,이민 등 일반 국민들이 우려하는 사안들에 대한 정책을 6월 총선 이전에 마련해야 한다.또 대통령 1차 투표에서 자신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에 대한 지지도가 합쳐도 40%에 불과할 정도로 기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불신을 해소할 만한 정치권의 개혁도 불가피하다.총선은 다음달 6일과 16일 두차례에 나눠 실시된다. 시라크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들을 성공적으로이행하기 위해서는 6월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는것이 필수적이다.하지만 다음달 총선에서 명예회복을 노리는 사회당에 밀려 이 역시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자칫또다시 좌우동거 정부를 구성해 5년간 힘없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그렇기 때문에 조만간 구성될 과도내각의 성격이 매우 중요하다.남은 한달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정책 개발의 중책을 떠맡게되기 때문이다. ●반격 노리는 사회당= 사회당과 사회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6월 총선을 ‘대통령선거 3차 투표’라며 큰 의미를부여한다.총선을 통해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회당은 7일 리오넬 조스팽 총리가 대선공약으로 밝힌기본 정책노선을 견지하면서도 대선과정에서 나타난 민심을 적극 반영한 총선 공약을 발표한다.주요 공약은 ▲공공서비스의 효율성 및 보호기능 강화 ▲사회통합 강화·차별 금지 ▲연금제도 개혁 ▲유럽통합 전망 제시 ▲세계화 부작용 방지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사회당은 또 의회 강화와 대통령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국가제도 개혁안도 내놓을 예정이다. 르펜의 극우파는 총선에서도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시라크 대통령이나 사회당이 이번 대선에서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면 의회에서 르펜의 FN은 3위 정당으로 부상,좌우파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이럴 경우 치안 이민 실업 등 관련 좌우파의 정책을 수정케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균미기자 k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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