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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매매 적색지역 24곳 특별관리

    신·변종 성매매를 막기 위해 전국 24곳이 ‘성매매 적색지역’으로 지정된다. 경찰청은 최근 전국 지방경찰청별로 성매매 적색지역 1∼2곳을 지정, 특별관리에 들어갔다고 27일 밝혔다. 성매매 적색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 일대를 비롯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경남호텔 일대, 부산시 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일대 등 주로 안마시술소, 유사성행위 업소, 휴게텔, 퇴폐이발소 등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 중 역삼동, 부산시 진구 서면,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구리시장 일대, 천안시 두정동 택지지구내 등 4곳은 본청 차원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인다. 경찰은 또 다음달 3일까지 성매매·퇴폐영업을 하는 안마시술소를 집중단속할 계획이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고교마운드 풍년가 “내년은 프로무대”

    올시즌 프로야구의 특징은 고교를 갓 졸업한 앳된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이다. 다승 공동선두(3승)를 달리는 한화 류현진을 필두로 KIA 한기주, 롯데 나승현 등이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고교 무대에서도 ‘마운드 풍년가’가 흘러나와 내년 프로무대도 새내기 열풍이 거셀 전망이다. 27일 막을 내린 시즌 첫 전국대회인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를 통해 초고교급 투수들이 대거 등장,‘제2의 르네상스’를 예고했다. 장충고의 창단 첫 우승을 일궈내며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은 이용찬을 비롯해 ‘고교 트로이카’ 정영일(광주진흥고)-김광현(안산공고)-장필준(천안북일) 등이다. 이용찬은 4경기,23이닝동안 삼진 29개를 잡으며 9안타 2실점, 방어율 0점대(0.78)의 괴력을 발휘했다. 이용찬은 이미 1순위로 지명된 두산과 계약금 4억 5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맺었다. 우완 정통파 정영일은 경기고전에서 연장 11회,13과3분의2이닝 동안 삼진 23개를 낚아 한국야구 100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정영일도 KIA의 우선 지명이 유력하다. ‘괴물루키’ 한기주의 그늘에 가렸었지만 올 고교랭킹 1위로 꼽히는 좌완 김광현도 제주관광고전에서 9이닝 15탈삼진, 경동고전에서 8과3분의2이닝 동안 무려 19탈삼진을 기록해 ‘닥터K’의 위용을 한껏 뽐냈다. 김광현은 27일 SK 창단 이후 신인 최고대우인 5억 2000만원에 입단 도장을 찍었다. 한화가 연고권을 쥔 장필준도 프로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꼽힌다. 일부에서는 고교대회가 알루미늄이 아닌 나무 배트로 치러지면서 이들이 거품을 안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방망이의 재질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의 구위 자체가 빼어나다며 이같은 지적을 일축한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Leisure+α] 르네상스 서울호텔,웰빙요리 특선

    한식당 사비루에서는 따뜻한 봄날을 맞아 오는 24일부터 5월말까지 웰빙 요리 특선을 선보인다. 이번 웰빙 요리 특선에서는 비단 두부 냉채, 삼색전, 갈비구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유기농 야채 비빔밥 세트 메뉴와 계절죽, 해파리냉채, 통소라 모둠 숙회, 생선구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해초 비빔밥 세트 메뉴가 준비된다. 점심과 저녁에 모두 가능하며, 가격은 유기농 야채 비빔밥 3만 9500원, 해초비빔밥 4만 9000원.(02)2222-8655
  • “소농사회론은 근대 바로보는 틀”

    “소농사회론은 근대 바로보는 틀”

    “소농사회론을 경제사로만 보면 안 됩니다. 그러면 잘했다, 성공했다는 결론밖에 안 나옵니다. 정치·사회구조와 함께 봐야 지금의 문제점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소농(小農)사회론’. 일본학계가 동아시아의 근대화를 설명하기 위해 내세운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민지·박정희 시대 경제성장을 높게 평가하는 일군의 경제사학자들을 통해 소개되다 보니 껄끄럽다. 그러나 정작 일본인 소농사회론자, 미야지마 히로시(58)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는 전혀 다른 얘기를 들려줬다. ●소농사회, 국가에 대한 반성이 없다 소농사회론은 소규모 자급자족농(小農)들이 밀집해 살고 있던 동아시아는 대규모 부농(富農) 중심의 서구와는 다른 형태의 사회였다. 그래서 근대화의 길도 달랐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동아시아가 성장하면서 나온 이론이라 왠지 합리화의 냄새가 짙다. 미야지마 교수는 그러나 결과로 합리화하는 이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소농사회론은 한마디로 유럽과 비교해 동아시아에는 봉건지주, 즉 국가권력에 저항할 세력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근대화의 출발인 토지개혁은 빠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완수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저항받지 않은 왕권이나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문제를 낳습니다.” 한마디로 ‘국가’와 ‘시민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하다는 것. 동아시아의 민주주의가 부진한 이유다.“‘민원’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입니다. 서구 사람들은 세금받았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서비스라 생각하지만, 동아시아 사람들은 마치 국가가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여깁니다.” 미야지마 교수는 60년대말, 신좌익 열풍이 휩쓸 때 교토대학을 다녔다.‘일본의 386’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는다. 다이내믹한 한국이 부럽다는 말도 했다. 일본의 전후 민주주의와 우경화 문제와 함께 생각하면, 그의 학문적 관심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소농사회론이 무엇을 겨냥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유럽식 기준에서 벗어나자 소농사회론은 ‘고대-중세-근대’라는 시대구분도 무너뜨린다.“그 3분법은 르네상스 때 서구인들이 만든 겁니다. 중세는 암흑기였고, 자신들은 옛날옛적 고대 그리스의 이상향을 되살리는 사람들이라 설정한 겁니다. 철저히 서구의 기준이죠.” 그런데 동아시아는 아무 고민 없이 고스란히 베껴왔다. 미야지마 교수가 보기에 동아시아에서 의미있는 시대는 ‘16세기’(조선중기)부터다. 그때의 전통이 지금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어서다. 근대사 연구가 19세기 개항 때부터가 아니라 16세기 조선사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그래서 ‘주자학’도 긍정적이다.“사회의 토대인 ‘소농’을 어떻게 통치할까 생각해보면, 주자학은 정말 기가 막힌 이론 체계예요.” 세계사적으로 비교해봐도 토지의 사적소유, 과거제와 관료제, 미약한 신분제 등을 담은 주자학은 가장 선진적인 이론체계였다. 인권·민주주의 개념은 없었다지만 가장 근대적이기도 했다. 이것을 중국은 송나라 때, 한국은 세종대왕 때 이미 성취했다. 이렇게 보면 전통은 ‘낡아서’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극복되지 못해서’ 문제다. ●“식민지근대화론? 그런 건 없다” 도쿄대 교수로 일본에서도 속된 말로 ‘잘나가는’ 학자였던 그를 2002년 성균관대가 불렀을 때, 반응은 썩 좋지 않았다.‘유명학자 초빙은 좋은데, 왜 하필 저 사람이냐.’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의 주장을 차분히 듣다 보면 그에게 ‘식민지근대화론자’라는 꼬리표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금이야 “그래도 (오해가) 많이 풀렸죠.”라며 선선히 웃을 정도는 됐다. 그래도 식민지근대화론이라는 말에 대한 반감은 여전하다.“그 말 자체에 부정적인 선입관이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식민지근대화론이란 없다고 말합니다.” 경제사 연구자로 대표적 식민지근대화론자로 꼽히는 안병직·이영훈 서울대 교수와도 친분이 깊다. 지난주에는 안 명예교수의 병문안도 다녀왔고, 이영훈 교수와도 자주 교류한다. 그래선지 ‘뉴라이트’·‘교과서포럼’에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 출간에 이르기까지, 이 교수의 최근 활발한 대외활동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기본적으로는, 훌륭한 연구자예요. 그런데…. 지난해에 소주 한잔 하면서 정치적인 그런 거 말고 연구자로서 가자, 그러니 알았다고 하긴 했는데….” 미야지마 교수는 소농사회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집대성한 저작을 준비 중이다. 벌써 10여년째 씨름 중인데 80%쯤 완성됐다고 한다. 빨리 내달라고 재촉 아닌 재촉을 하면서도 빨리 나올 수 있을까 걱정된다. 인터뷰할 자리조차 잡기 어려울 정도로 책으로 뒤덮인 연구실은, 그가 ‘아직도 욕심 많은’ 연구자임을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Leisure+α] 르네상스 서울,우럭축제

    르네상스 서울 호텔 일식당 이로도리는 다음달 31일까지 우럭요리축제를 한다. 봄철 생선인 우럭은 생선의 육질에 탄력이 있고 기름기가 졸졸 흘러, 맛이나 영양면에서 만점. 생선회, 튀김, 구이, 조림 등으로 이루어진 봄 미니 가이세키 코스요리는 8만 5000원, 산 우럭 조림 정식과 산 우럭 매운탕 정식은 6만원에 즐길 수 있다. 또 아름다운 은빛깔의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의 제주 은갈치 정식은 6만원. 봄바람이 유혹하는 요즈음, 피로회복과 뇌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신선한 생선 요리로 봄의 활력을 찾아보자.(02)2222-8659
  • 20년 관록 메탈밴드 블랙신드롬 日 바우와우와 투어

    20년 관록 메탈밴드 블랙신드롬 日 바우와우와 투어

    “보아만이 무기일까요? 지금은 주류에서 벗어난 메탈도 세계를 겨냥한 한국 음악의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척박한 토양에서 오랜 세월 변함없이 밴드를 꾸려가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껴졌지만 고단함도 함께 묻어난다. 결성 20년, 데뷔 18년에 이른 관록파 메탈밴드 블랙신드롬(BLACK SYNDROME)이다. ●메탈 르네상스 이끌던 ‘라이브 제왕´ 생소함을 느끼는 음악 팬들도 있겠다.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를 넘어서까지 ‘메탈 키드’ 사이에선 날렸던 밴드다. 시나위, 백두산보다는 후발주자로, 블랙홀 등과는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메탈 르네상스 시기를 이끌었다. 초창기 100일 연속 무대에 올랐고,1년에 200회 이상 공연을 하며 ‘라이브 제왕’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겉모습은 어느새 아저씨가 됐다. 오래도록 메탈 신을 지키고 있다고 운을 띄우자,“우리도 직장인 밴드가 됐어요.”라는 농담이 먼저 날아든다. 아닌 게 아니라 김재만(기타)은 음악 스튜디오를, 박영철(보컬)은 홍대 클럽을 운영하고, 최영길(베이스)은 모 노래방기계 회사에서 일한다.(드럼은 일본 뮤지션 히데키 모리우치가 맡고 있다.) 이제 비주류 중 비주류가 된 메탈을 하다 보니 밴드만으로는 생계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음악에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밴드를 했기에 가능했던 인프라라며 웃는다. “꾸준히 라이브를 해왔고, 앨범도 냈는데 ‘블랙신드롬이 아직도 활동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쑥스러워요.” 말 그대로다. 언제나 음악을 해왔다. 그러나 음악계가 트렌드와 상업성을 쫓는 사이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아가는 것 같다.”고 할 정도로 메탈이 설 자리가 좁아지고 대중으로부터 외면당했다. 잠시 밴드를 떠났다가 2000년부터 다시 합류한 박영철은 “역사가 있는 장르를 아끼고 좋아하는 풍토가 없어 아쉽기도 해요. 요즘은 너무 빨리 바뀌고 새 트렌드를 쫓아가기 바쁘잖아요.”라고 털어놨다. 김재만은 세계 수준에 견줘 뒤지지 않는다는 국내 기타리스트가 수두룩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인스트루멘탈(연주) 앨범이 드물 정도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자조 섞인 농담 하나. 언젠가 국내 밴드 가운데 한 팀이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유수 록페스티벌에 초청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비행기 티켓을 끊을 수가 없어서 갈 수 없었다고. 그동안 하고 싶은 음악과 상업성 틈새에서 제대로 줄타기를 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상업적 편식이 한국 음악계가 떨쳐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이들은 끊임없이 무대에 선다. 대답은 하나다. 음악이, 메탈이 좋으니까. 아직도 현역에서 뛰다 보니 후배 밴드들에게도 일러주고 싶은 게 많다. 최영길은 “직장 다니는 저보다 연습을 안 하는 후배들도 있어요. 진정한 공연보다는 돈이 된다고 해서 악기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이벤트 위주로 무대를 꾸리는 경우를 보면 마음에 걸리지요.”라고 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그날까지 공연 계속 블랙신드롬의 열정은 계속된다. 지난해 12월 서울 공연을 함께 했던 일본 하드록의 거장 밴드 바우와우(BOWWOW)와 투어를 한다.7일 대전 8일 대구를 거쳐 9일 서울 홍대 인근 클럽에서 스페셜 파티로 대미를 장식한다. 올해에는 새로운 스튜디오 앨범도 선보일 예정이다. 블랙신드롬은 “나이 먹고, 넥타이 매고 직장 다니는 분들이 우리 공연에 와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면 그게 보람이죠.”라면서 “판이 한 장도 안 팔리고, 아무도 공연에 오지 않는 그날까지 메탈을 할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원더풀 아메리카/프레드릭 루이스 알렌 지음

    1920년대를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한다면, 그것은 아마 넓게 퍼져 허리까지 올라가는 치마를 입고 담배를 입에 문 채 춤을 추는 젊은 여인의 모습일지 모른다. 때는 바야흐로 ‘플래퍼(flapper)’라 불린 신종 여성들로 상징되는 젊은이들의 ‘반란의 시대’. 무한한 가능성과 낭만, 모순이 공존한 1920년대 미국은 요컨대 미국 역사상 가장 특별한 시대였다. 금주법을 시행하고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등 보수화의 물결이 일었는가 하면, 한편에선 성의 자유를 외치고 스윙재즈가 폭발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미국사는 이 시기를 ‘광란의 1920년대(the Roaring Twenties)’로 규정한다. ‘원더풀 아메리카’(프레드릭 루이스 알렌 지음, 박진빈 옮김, 앨피 펴냄)는 바로 이 1920년대 미국의 다양한 얼굴을 다룬 책이다. 알 카포네,KKK단, 할렘 르네상스, 빨갱이 사냥, 잃어버린 세대, 라디오와 포드 자동차…. 이 시대를 특징짓는 현상들의 목록은 끝이 없다.‘하퍼스 매거진’ 등 유명 잡지 편집자로 명성을 얻은 저자는 극적인 사건으로 점철된 미국의 젊은 시절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1931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1920년대를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히 그린다. 그래서 책의 원제도 ‘Only Yesterday’다. 책은 1918년 11월11일 1차대전이 끝난 때부터 이른바 ‘쿨리지 호황’을 극적으로 붕괴시킨 1929년 11월13일 주식시장의 대폭락까지 11년간을 다룬다. 이 ‘전후 10년기’는 미국사에서 특별한 의미와 독특한 풍취를 지닌 시기로 기록된다. 아직 제 갈 길을 찾지 못한 ‘젊은 제왕’ 아메리카의 정체성이 형성돼 가던 때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차대전의 종결과 함께 반동적인 보수주의의 물결을 맞게 된다.1920년대 미국의 보수화를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적색공포’. 윌슨 대통령 유고 당시 ‘반공주의 전사’로 맹활약한 미첼 파머 법무장관은 1920년 ‘빨갱이 사냥’으로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체포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가들은 “빨갱이에 대한 나의 모토는 S.O.S(ship or shoot, 추방이냐 사살이냐)다.”라는 위협적인 선언을 예사로 했다. 물론 이처럼 국수주의적이기까지한 보수적 사회 분위기가 1920년대 미국의 전부는 아니었다.1920년대 미국은 어느 때보다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활기찬 시기였다. 라디오와 자동차는 새로운 차원의 소비재 시대를 열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전(全)국민적 스포츠시대가 열린 것도 이 때였다. 특히 라디오는 미국인들의 일상을 바꿔 놓은 ‘감동상자’였다.1920년 11월 웨스팅 하우스 전기회사가 피츠버그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상업 라디오방송 KDKA는 하딩과 콕스의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을 처음으로 중계해 관심을 모았다. 라디오 상업방송이 시작된지 1년도 안돼 라디오는 미국인의 필수품이 됐다. 라디오는 모든 걸 ‘쇼’로 만들었다. 가수 겸 배우 루디 발리는 라디오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콧소리의 크룬(croon) 창법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오늘날의 오빠부대 격인 ‘플래퍼’들을 가는 곳마다 몰고 다닌 그는 대중매체가 낳은 20세기 최초의 팝스타였다. 이 책은 이처럼 ‘사람’이 살아 있는 비공식 역사를 지향한다. 시시콜콜한 사건까지도 소상히 다룬다. 책에는 알 카포네가 뉴욕에서 시카고로 진출한 뒤 처음 들고 다니던 명함 문구(‘알폰소 카포네 중고가구 판매’)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혹과 광기의 1920년대. 어느 때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임에도 이를 종합적으로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1920년대의 다양한 특성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 보여준다. 그 그림이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백인 주류사회의 시각에서 도시 중상류층에 초점을 맞춰 씌어진 만큼 이민자나 산업노동자, 흑인문제, 농촌 사정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오늘날 ‘제국의 오만’과는 좀 다른 1920년대 젊은 미국의 풋풋한 모습에 ‘원더풀’이란 말이 슬몃 새어나오는 흥미로운 책이다.1만 9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책꽂이]

    ●도시마케팅(서구원·배상승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세계의 대장간’이라 불리던 제조업 중심도시 피츠버그는 홍보국을 신설하고 다양한 마케팅 캠페인을 펼쳐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영국의 글래스고 역시 1980년대 초 활발한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으로 유럽의 대표적인 문화도시로 자리잡게 됐다. 도시마케팅 덕분이다. 이 책에서는 지역의 재활성화 방향을 설정하고 실천해나가는 핵심적인 과정인 도시마케팅의 개념, 도시마케팅 믹스, 도시브랜딩, 기업가적 정부 등을 다룬다.1만 8000원.●레오나르도(마틴 켐프 지음, 임산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지구의 흙은 인간의 살이요, 암반의 하부구조는 인간의 뼈요, 피가 혈관을 통해 흐르듯 물은 강을 따라 흐르고 조류는 곧 인간의 맥박이다.”라고 한 진정한 르네상스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는 이처럼 지구를 인간 유기체의 소우주로 봤다. 레오나르도는 해부 예술가로도 유명했다. 일화에 따르면 그는 해부과정의 혐오스러움을 인정하면서도 부패된 시체들을 이용해 금지된 비밀에 접근했다고 한다. 그는 인간의 시체를 해부했다는 죄목으로 교황에게 고발당한 적도 있다. 레오나르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소개.1만 5000원.●피라미드, 상상 그 너머의 세계(케빈 잭슨 등 지음, 정주현 옮김, 샘터 펴냄) 이집트 기자 지방에 자리잡고 있어 ‘기자의 대피라미드’라 불리는 쿠푸의 대피라미드는 바빌론의 공중정원, 아르테미스 신전, 제우스상, 태양신 헬리오스 거상, 마우솔로스 영묘, 알렉산드리아 등대와 함께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힌다. 책은 컴퓨터 그래픽을 동원해 4왕조 시대의 이집트를 생생하게 재현, 피라미드의 신비를 밝힌다. 피라미드를 만드는 데 참여한 사람들은 노예가 아니라 실력을 인정받은 기술자와 농부들의 농한기 부역이었음을 강조.2만 5000원.●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시절(마쓰오 바쇼·요사 부손 등 지음, 김향 옮김, 다빈치 펴냄) 대담한 구도와 선명한 색채, 간결하면서도 섬세한 표현 등으로 19세기 유럽의 인상주의자들을 놀라게 한 우키요에는 에도시대 목판 인쇄술의 발달에 힘입어 출판업이 성장하면서 더욱 발전하게 됐다. 이전까지 서적의 삽화 역할에 머물던 우키요에가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독자적인 장르로 인기를 얻게 된 것. 여기에는 하이쿠(5·7·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의 정형시) 동호회의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 에도의 하이쿠 회원들은 신년 축하선물로 쓰기 위해 정교하게 만든 다색 판화달력을 주문해 유행시킨 것이다. 책은 그 관련 양상을 다룬다.1만 8000원.●실낙원(존 밀턴 지음, 김흥숙 엮어옮김, 서해문집 펴냄) ‘실낙원’은 흔히 성경의 동어반복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지만, 성경 창세기에 언급된 이야기를 무궁무진한 상상력과 인간에 대한 통찰로 풀어낸 보편적 문학가치를 지닌 고전이다. 호머의 ‘일리아드’‘오디세이’가 그리스 정신을, 버질의 ‘아이네이스’가 로마 정신을, 단테의 ‘신곡’이 르네상스 정신을 보여주듯이 ‘실낙원’은 근대 청교도 정신의 정수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방대한 원문을 축약하고 고어 표현을 산문체로 번역해 읽기 쉽게 꾸몄다.‘실낙원’을 읽고 크게 감동한 18세기 영국 화가 윌리엄 블레이크의 유화 등을 곁들여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낸다.1만 1900원.●긍정의 심리학(이민규 지음, 원앤원북스 펴냄) 자기 스스로 상황을 통제할 수 없을 때는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을 때는 스트레스가 감소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통제감의 효과(controllability effect)’라 부른다. 임상심리 전문가인 저자는 무엇이든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하라고 충고한다.99개를 갖고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1개만 가지고도 행복한 사람이 있다.1만 1000원.
  • 바르톨리, 그녀가 온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40)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정명훈의 피아노 반주로 독창회를 연다. 바르톨리는 세계 성악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 스타.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이후 최고의 디바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1966년 로마에서 태어난 바르톨리는 성악가인 부모 밑에서 발성의 기초를 배운 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본격적인 성악 수업을 받았다. 그가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세 때인 1985년 이탈리아의 한 TV쇼에 출연하면서부터. 이를 계기로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그를 라 스칼라 극장 오디션에 초청했고 카라얀, 바렌보임, 아르농쿠르 등 유명 지휘자들도 그에게 잇따라 작업을 제의하는 등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1996년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역으로 뉴욕 메트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바르톨리는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의 전속 연주자로 지금까지 열 장이 넘는 오페라·솔로 음반을 냈다.특히 ‘비발디 앨범’(1999)은 대중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안토니오 비발디의 오페라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음반으로 화제를 모았다. 바르톨리 하면 떠오르는 레퍼토리는 단연 모차르트와 로시니. 하지만 글룩, 비발디 등 바로크와 르네상스 시대 고음악들을 발굴해 노래하는 데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17∼18세기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에 대해 만만찮은 학구적 열정을 보이는 그는 스스로 “나는 18세기에서 온 사람““고악기 같은 목소리”라고 말한다. 세 옥타브 반을 오르내리는 폭넓은 음역을 갖고 있는 바르톨리는 편의상 메조소프라노로 구분될 뿐, 모든 음역을 다 소화할 수 있는 가수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장기인 모차르트와 로시니뿐만 아니라 베토벤, 슈베르트, 비아르도, 벨리니, 들리브 등 18∼19세기 민요풍의 소박한 곡들과 벨칸토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프랑스 예술가곡들을 들려준다. 모차르트 ‘너희 새들은 늘 그렇듯이’, 베토벤 ‘가장 잔인한 순간’, 슈베르트 ‘양치기 소녀’, 비아르도 ‘하바네즈’, 들리브 ‘카디스의 딸들’, 벨리니 ‘우울함, 너 부드러운 님프여’, 로시니 ‘티롤의 고아소녀’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바르톨리는 그동안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제임스 레바인, 안드라스 쉬프, 장 이브 티보데 등 일류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왔다. 이번에는 정명훈이 피아노 반주자로 나서 또 다른 관심을 모은다.“바르톨리는 내가 평생 처음으로 성악반주를 하고 싶도록 만든 성악가였다.”는 게 정명훈의 말. 두 사람은 이미 해외에서 여러 차례 음반과 무대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입장권은 7만∼30만원.(02)518-7343.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열린세상] 신문산업의 위기 극복할 수 있다/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구텐베르크 시대에 인쇄술은 지식을 담는 보물창고였다. 아이젠슈타인 교수가 지적한 바 있지만, 서양 사회는 인쇄술을 이용해 지식을 대량 복제함으로써 르네상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인쇄술은 17세기에 신문과 만나 또 다른 역사발전의 동력이 되었다. 신문은 정보와 의견을 신속하게 전파하여 민주화를 앞당겼다. 자본주의가 성장하자 상품광고를 병행하면서 신문은 자본주의의 성장에도 크게 이바지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신문의 위상은 그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21세기에 등장한 방송매체가 커뮤니케이션 체계의 중심부를 차지했을 때도 신문의 위력은 여전했다. 속보성에서는 방송이 앞서지만 신문은 정보량과 권위로 여론 형성에 주도적 지위를 유지했다. 그런 신문이 인터넷매체 앞에서 이제 초조함을 감출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요즘같은 인터넷 시대에 신문은 두가지 허구 위에서 생존해야 한다. 독자가 신문으로부터 유익한 정보를 얻는다는 허구가 그 하나다. 신문을 읽는 것이 버릇이 되어서 그렇지 현대인은 더 이상 유익한 정보를 신문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기초정보를 얻은 뒤 추가 정보도 거기서 찾는다. 독자는 마지막으로 신문에서 그 정보를 확인할 따름이다. 인터넷 시대에 소비자들이 주로 신문으로부터 상품정보를 얻을 것이라는 허구가 다른 하나이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상품에 대한 초기정보를 찾고 그 상품을 만들거나 파는 기업이나 점포에 대한 정보를 얻을 뿐 아니라 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의 반응까지도 확인한다. 사실이 이렇다면 사회정보나 상품정보를 전달하고 구독료와 광고비를 받아 운영하는 신문이 위협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인터넷 시대에 그럼 신문은 문을 닫을 준비를 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텔레비전이 나왔을 때 영화가 죽을 줄 알았지만 살아났듯이 신문도 여전히 사회의 핵심 조직으로 건재할 수 있다. 신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으면 활로는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탐사보도나 심층보도가 그런 예에 속한다. 이 두 가지 일만 제대로 해도 신문은 여론을 이끌 것이고 그 보상을 받을 것이다. 신문학자들은 또 신문 장사의 고정관념만 바꾸면 새로운 살 길이 나타날 것으로 믿고 있다. 신문은 뉴스를 파는 사업이다. 그 뉴스는 새로운 것이라야 한다. 신문사는 그래서 한번 신문에 실은 뉴스는 휴지통에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는 하루살이 상품이다. 더구나 신문에 싣지 않은 뉴스는 채 하루도 살지 못한다. 그러나 신문사가 수집한 그 많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보관하고 관리한다면 정보시대에는 낡은 뉴스, 또는 신문에 나지 않은 뉴스도 거대한 수입원으로 돌변할 수 있다.‘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의 유수한 신문사가 뉴스의 수집 배포에서 뉴스의 체계적인 관리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가능성을 주목하기 때문이다. 요즘 학생들은 몇몇 포털업체에 신문 구독료의 여러 곱에 상당하는 돈을 갖다 바친다. 포털업체는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거의 가공하지 않은 정보나 지식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데 원천기술과 원천자원을 가진 신문은 오불관언이다. 우리 신문은 그저 자나 깨나 다음 정권이 어느 당으로 갈지, 그 거룩한 문제에만 정신을 쏟고 있다. 신문 산업은 위기인가? 위기의 본질을 아는 신문한테 위기는 오히려 전화위복의 전기가 될 것이다. 반대로 말끝마다 위기라고 하면서도 시변(時變)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신문한테 위기는 피할 수 없는 화를 안길 것이다. 지금도 초침은 쉬지 않고 돈다. 김민환 고려대 신문방송학 교수
  • [코드로 읽는책]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양용기 지음

    ‘건축’은 글자 그대로 건물을 세운다는 뜻이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공간을 창조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건축은 공간의 예술이라는 정의도 가능하다. 건축가 양용기의 책 ‘건축물에는 건축이 없다’(평단 펴냄)는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인간을 위한 건축’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물으면서 건축문화사적으로 그 해답을 모색한 책이다. ‘집은 왜 필요한가.’로 시작되는 내용은 다소 진부한 듯하다. 하지만 저자는 수많은 건축가들과 사상가, 예술가, 시대사조를 등장시키면서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건축의 의미들을 상기시킨다. 이들을 섭렵하면서 저자가 이끌어내는 결론은 ‘건축은 철학이나 심리학, 그 시대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건축한 임호텝을 비롯, 존재와 부재의 개념을 큐비즘으로 보여주었던 피터 아이젠만, 자연을 장식으로, 공간으로 그대로 활용한 안도 다다오 등 세계 건축의 거장들. 저자는 이들의 건축이 단순한 물적 존재를 넘어 하나의 사상적 깨달음으로 귀결됨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하지만 저자는 건축의 중요한 요소인 ‘장식’에서 심각한 고민의 모습을 보인다. 장식이론은 ‘떼어내도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고 말한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가 알버티의 정의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장식이론이 곡선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아르누보 장식으로 이어지면서 극단적으로 아돌프 루스의 ‘장식은 범죄’라는 말을 상기시킨다. 그런 가운데서도 장식이 모더니즘과 레이트 모더니즘(후기 근대건축), 포스트모더니즘, 네오모더니즘을 낳는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저자는 ‘커튼을 치는 순간, 그 공간은 벽을 갖게 된다.’는 미스 반데 로에의 ‘커튼 월’ 사상을 인용하여 이러한 벽이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라는 사회계급을 가르는 모더니즘 사상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시사한다. 그는 20세기 대표적 건축물로 20세기 말의 독일 건축가 귄터 베니슈의 ‘국회의사당’을 들면서 공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공간은 애초에 하나였고 우리가 벽을 쌓는 순간부터 그것이 나누어지기 시작한다. 공간을 다시 하나로 만들면 그때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된다고. 결국 저자는 ‘공간을 창조하는 건축’이란 소유욕과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가 살아 쉼쉬는 건축임을 일깨우고자 한다. 그리고 ‘건축은 깨달음이다.’라는 사유의 길로 독자를 안내한다. 르코르뷔지에의 제자이던 김중업의 ‘삼일빌딩’, 오토 바그너의 ‘서울역’, 모포시스의 이대 앞 ‘선 타워’ 등 무심코 지나치던 유명 건축가들의 국내 건축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위기의 일본공항] 간사이 20km 사이 공항2개 ‘출혈비행’

    [위기의 일본공항] 간사이 20km 사이 공항2개 ‘출혈비행’

    지난달 16일 일본 오사카의 간사이 국제공항 옆에 고베공항이 새로 문을 열면서 ‘과잉 중복투자’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9년 봄을 목표로 후지산 시즈오카공항(이하 시즈오카공항) 개항이 추진되고 있어 공항 증설 회의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일본의 국내선 공항은 과잉인 반면, 아시아의 허브(거점)를 노렸던 나리타공항은 한국, 중국 등에 밀린다는 평이다. 국내·국제선의 균형 투자 실패로 일본의 공항 정책이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시즈오카 이춘규특파원|간사이·오사카공항과 반경 20㎞ 거리에 있는 고베공항이 지난달 개항한 데 이어 16일에는 후쿠오카공항에서 불과 50㎞밖에 떨어지지 않은 신기타큐슈공항이 또 문을 연다. 공항 과잉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방경제 활성화를 노린 자치단체와 정치인, 상공인들의 과열된 경쟁 탓이다. 시즈오카공항만 해도 2009년 개항되면 세수 효과만 수십억엔을 기대하고 있고 신규 고용도 6000∼8000명을 예상하고 있다. 회사 창업이나 유치에도 유리한 기반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즈오카현에는 스즈키, 혼다, 야마하, 가와이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본사가 있다. 실제로 고베공항 개항으로 간사이·오사카공항과의 승객 쟁탈전은 이미 시작됐다. 그러나 중앙 정부는 내각책임제이기 때문에 정치인 눈치를 살펴야 했고 이로 인해 적절하게 개입, 통제해내지 못했다는 것이 한 외교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일본의 국내선 공항은 현재도 과잉 상태라고 개탄했다. 일본은 1967년 이후 7차례에 걸쳐 시행된 공항 정비 5개년 계획(7차는 7개년 계획)에 따라 공항 증설과 항공기 대형화에 따른 정비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2000년 회계검사원 보고서에서도 지적됐듯이 이용객 예상 수요와 실적 비교가 가능한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9개 공항의 실적이 예상 수요를 밑돌았다. 그 가운데 4곳은 예상 수요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적자는 주민 부담으로 전가되기도 했다. 실제로 2003년 이시가와현 노토공항은 당초 하네다, 오사카, 나고야 등 3개 노선을 운항하겠다며 문을 열었다. 하지만 현재 하네다 노선만 운항하고 있을 뿐이다. 1990년대를 전후해 항공 수요가 예상치를 밑도는 현상이 나타난 데다 중복·과잉투자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교통성은 2001년 공항 정책을 전환, 외딴 섬 등을 제외한 지방공항 신설을 동결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국제선 공항의 정비도 서두르고 있다. 현재 나리타·간사이·주부공항이 국제 거점공항이다. 이 가운데 간사이공항은 2007년 두개째의 활주로가 완성될 예정이다. 나리타공항 B활주로(2180m)는 2009년을 목표로 2500m로 확장키로 했다.3000m급의 C활주로는 계획을 보류했다. 하지만 “한국의 인천공항이나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는 물론 태국의 신방콕공항 등이 엄청나게 신·증설, 나리타공항은 아시아의 허브공항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일본 국내 정기선 여객의 60% 이상이 이용하는 도쿄국제(하네다)공항은 이미 처리 능력의 한계를 보여 2009년에 4개째의 활주로가 정비된다. 하네다공항은 국내선 수요는 물론 한국, 중국 등 근거리 노선에 개방, 국제선 수요에 부응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시즈오카공항은 1998년 11월 착공, 현재 80% 안팎의 진척을 보이고 있다. 개항하면 국내 4개 노선과 한국과 타이완 등 해외 9개 노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활주로는 2500m로 나리타, 하네다공항의 보완 역할을 하겠다는 게 중앙·지방정부의 구상이다. 시즈오카현측은 이용 인구가 3000만명선인 유럽 공항의 활주로가 6∼7개인 데 비해 나리타와 하네다공항의 활주로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개항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아시아권 인구는 유럽의 4배지만 공항 활주로 수가 너무 적어 앞으로 예상되는 아시아 여객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시아 노선은 하네다공항이, 유럽과 미주 노선은 나리타공항이 맡는 역할 분담으로는 아시아 여객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공항은 소음문제를 일으키거나 토지 확보에 난점이 많아 활주로 증편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taein@seoul.co.kr ■ 이시가와 시즈오카현 지사 |시즈오카 이춘규특파원|“매년 국제선 항공 수요는 늘고 있다. 그런데 간토지방에는 국제선 활주로가 절대 부족하다. 그래서 시즈오카공항이 필요하다.”는 것이 최근 현청에서 인터뷰한 이시가와 요시노부 시즈오카현 지사의 변이다. 그는 “공항이 개항하면 후지산 관광, 학술 등 한국과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 시즈오카공항은 과잉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있는데. - 학자나 연구자 등이 도쿄에 집중돼 생긴 도쿄 중심주의에서 비롯됐다. 우리가 그것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신칸센이나 고속도로로 충분하다고 하는데 결코 아니다. 시즈오카를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와의 교류가 확대될 것이다. ▶ 재정 압박은 없나. - 문제 없다. 재정 자립도가 도쿄, 아이치, 오사카, 가나가와에 이어 5번째다. ▶ 유럽과 아시아 상황을 비교하면. - 하루 출장이 가능한 아시아 국가로 연결되는 운항 편수가 너무 적다. 유럽은 2000년 기준으로 연간 7600만명인데, 유럽의 4배 인구를 갖고 있는 아시아는 4900만명이다. 교류가 활발해져야 하고, 활발해지면 국가간 경제력 격차도 현저히 줄게 된다. ▶ 아시아 국가들과 비즈니스 교류는 어느 정도인가. - 우리 현의 국제 교류 중 아시아 국가 비중은 63%다. 우리 현 기업이 한국에는 32개, 중국에는 339개, 싱가포르에는 25개 진출해 있고 계속 늘고 있다. ▶ 아시아 국가 국민이 얼마나 찾나. - 연간 21만명의 아시아인, 세계에서는 40만명 이상이 찾는다. 착실히 증가하고 있다. 개항은 상승작용을 일으켜 비즈니스와 관광 등의 복합 교류를 가능케 한다. ▶ 자매 도시들은 있는가. - 한국 제주도를 비롯, 중국, 영국, 미 캘리포니아주와 교류하고 있다.12월엔 학술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아시아·태평양포럼을 10년째 갖고 있다.3년 전 아시아암학회 교류도 시작했다. ▶ 투자금 1900억엔(약 1조 5770억원)의 회수 가능성은. - 모든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른다. 직접 계산은 어렵다. 그러나 세수 증대, 고용 창출, 기업 창업 유인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치화는 어렵지만 지역사회를 원활하게 운용하는 기반이 된다. ▶ 도쿄권에 정말 공항이 부족한가. - 나리타, 하네다, 시즈오카공항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2월 초 가고시마공항에 갔었는데 근처 공단에 시즈오카현 하마마쓰시 출신 사업자가 5월에 공장을 연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시즈오카에는 공항도 없고, 인건비도 비싸 그곳으로 옮겼다고 했다. ▶ 건설과 운영 주체는. - 설치 및 관리는 시즈오카현이 맡는다. 터미널 운영과 유지는 전부 민간회사에 맡기고 현청은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 ▶ 공항 건설에 시민 참여는. - 공항 르네상스 운동을 전개 중이다. 지금까지 7회 정도 했고, 지난 5일에는 1000여명이 나무를 심었다. ▶ 후지산이 폭발할 조짐이 있다는데 개항에 영향은 없겠나. - 후지산은 300년 전인 1707년 분화(폭발)했다. 화산의 수명은 100만년인데 후지산은 5만∼10만년밖에 안됐다. 도쿄대와 기상청이 징후를 면밀히 감시 중이고 폭발이 임박했다는 징후는 없다. 징후가 있으면 100% 가깝게 예측이 가능하다. ▶ 탑승률이 저조할 경우는. - 지금부터 연구하겠다. 일본의 공항은 이용 비용이 너무 비싸 국제 경쟁력이 약해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 국제선 승객 분담은 어떻게 하나. - 나리타와 하네다공항의 활주로 증편은 한계가 있는 반면, 시즈오카공항은 가능하다. 중앙정부는 국가항공정책 차원에서 기대한다. 도쿄도는 반대한다. 고베공항의 상황과는 다르다. 당초 간사이공항을 현 고베공항에 건설한다고 하자, 고베시가 반대하다가 간사이공항이 거의 완공될 즈음 건설에 나섰다. 따라서 고베공항은 국제선 운항 허가가 안 났다. taein@seoul.co.kr
  • [레저+α] 르네상스,꽃게 요리 특선

    르네상스 호텔 중식당 가빈에서는 봄철을 맞이해 오는 30일까지 꽃게면과 꽃게요리 특선을 선보인다. 주방장이 추천하는 요리는 ‘타우시소스 꽃게면’. 꽃게의 부드러움과 담백함이 생강 그리고 파와 함께 어우러져 건강도 챙기면서 특별한 맛의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천식 꽃게탕면, 꽃게 짬뽕, 꽃게 깐풍소스, 꽃게 타우시소스 등 다양한 꽃게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일품요리의 가격은 1만 6000∼5만 2000원까지(세금 및 봉사료는 별도).(02)2222-8657.
  • 세계사를 바꾼 질병 ‘페스트’

    아직까지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생물학적 질병이 많다. 최근 조류 인플루엔자(AI) 때문에 독일 월드컵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생물학적 질병으로 기록되고 있는 것은 단연 페스트(흑사병)이다. 페스트는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것 외에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바꿔놓은 질병으로 분석된다. 페스트는 예르시니아 페스티스라는 박테리아에 의해 감염된다.1346년 흑해 연안 항구도시 카파를 거쳐 몽골제국에서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쥐에 기생하는 쥐벼룩이 박테리아를 인간의 몸에 옮겼다. 일단 이 병에 걸리면 열이 나기 시작한 뒤 몸 곳곳에서 커다란 종기가 나고, 의식이 흐려지며 기침을 할 때마다 피를 토해내다가, 결국에는 숨지게 된다.14세기 당시 유럽 인구의 65%가 페스트로 목숨을 잃었다. 패스트가 창궐하던 4년 동안, 유럽에서 안전지대는 없었다. 페스트는 신의 형벌이라고 여겨졌으며, 유대인들이 공포에 사로잡힌 집단 히스테리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흑사병이 지나간 뒤 유럽은 사회 경제적으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인구가 크게 줄은 탓에 노동력이 부족해져 가난한 농부들은 일자리 걱정을 덜었고, 임금도 올랐다. 주인 없는 땅이 남아돌았기도 했다.종교의 권위도 조금씩 허물어졌다. 종교 사제들도 피할 수 없었던 페스트 때문에 교회 권위도 조금씩 허물어졌다. 페스트는 아이로니컬하게도 중세에 종지부를 찍고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촉매제가 된 셈이다. 페스트는 541년 아라비아 반도에서, 1850년 중국 대륙에서,1890년 인도에서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지금도 우간다, 아라비아 서부, 쿠르디스탄, 인디아 북부, 고비 사막이나 미국 남서부 지역에 페스트 균이 존재하고 있다. 히스토리채널이 오는 10일 오전 10시와 오후 9시(재방 12일 오후 10시)에 페스트에 대한 총체적인 보고서인 2부작 특별 다큐멘터리 ‘페스트’(Plague)를 방송한다. 전 세계 130개국 2억 3000만 시청가구를 거느리고 있는 히스토리채널이 거의 동시에 방송하는 ‘월드와이드이벤트’의 8번째 시리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7일 방영했을 정도로 최신 작품이다. 유럽에서 페스트가 기승을 부렸던 당시를 드라마 형식으로 재구성하고, 존 애버스 버몬트대 교수 등 역사 전문가 의견을 곁들이며 사회 근본구조까지 뒤흔들었던 질병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공포심과 이기심, 영웅주의와 희생 정신이라는 상반되는 본성을 드러냈던 상황이 고스란히 그려진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환그룹-최종환 명예회장家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환그룹-최종환 명예회장家

    올해로 건설 외길 60주년을 맞는 삼환기업은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1세대 건설기업이다. 대림산업·삼환기업·삼부토건 3개사만 명맥을 잇고 있지만 창업주가 살아 있는 곳은 삼환뿐이다. 대부분의 건설기업은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전후에 부도가 나 좌초됐다. 삼환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70∼80년대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빌딩을 지은 주인공이자 중동에 처음 진출해 중동 붐을 일으킨 기업이지만, 최근엔 80년대에 비해 해외 수주액이 급감하는 등 예전보다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침이 심한 건설업계에서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하며 ‘환갑’의 값진 전통을 이어간다는 데 이견이 없다. 삼환은 올해 창업 60년을 맞아 국내외로 외형을 확장, 건설 명가로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창업 60년 맞아 제2의 르네상스 꿈꾸는 삼환 삼환기업은 올해를 제2 해외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 확장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를 써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협의 중이다. 건축비가 지난해 삼환기업 해외 매출(600억원)의 4배 규모인 2500억원이다. 해외유전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 100억원대 수익을 올린 마리브 유전 투자에 이어, 지분투자(4.9%)로 참여한 베트남 가스전 개발사업이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을 낸다. 이밖에 지분투자(1.6%)를 한 예멘 마리브 LNG 개발사업도 오는 2009년부터 수익을 낼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3조원대 규모의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참여, 건설기업 전통 명맥을 잇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창립자인 최종환(82) 삼환그룹 명예회장은 1924년 12월29일 최상림씨와 김림자씨의 5남2녀 중 4남으로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종로의 종(鍾)자에 돌림자인 환(煥)자를 붙여 지은 이름이다. 양반이 광화문 중심에서 사대문 밖으로 쫓겨나 사는 것을 몰락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사대부 출신인 그의 집안은 가세가 기울면서 광화문 중심에서 다동으로, 이어 효자동, 종로4·5가 등으로 밀려났고 그는 종로 4가에서 태어났다.‘종환’이란 이름에는 사대문 안은 벗어나지 않았다는 안도의 뜻이 담겨 있다는 회고다. 훗날(1980년) 창덕궁이 내려다 보이는 종로구 운니동에 20층 규모의 삼환사옥을 세운 것을 두고 그가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제 점령기에 초등학교(어의보통학교·현 효제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글재주가 뛰어나 졸업할 때까지 각종 작문 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지만 학업에 뜻을 두진 못했다. 열 살이 되던 해에 궁핍한 살림에 아버지마저 사망하자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의 형들과의 연관이 깊다. 큰 형인 고 명환씨와 둘째 형인 고 영환씨가 졸업 이후 수도·난방공사 자재를 생산·시공하는 스기야마 제작소에 들어갔는 데 회사에서 쓰다 남은 자투리 파이프를 집에 가져와 가공, 다시 납품하는 식으로 돈을 벌면서 1933년 경동기계제작소를 설립했다. 그는 어의보통학교에 이어 2년제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한 뒤 18세가 되던 1940년 형들의 회사인 경동에 합류했다. ●약관의 나이에 창업…미군 공사로 국내 기반 삼환은 설립 이후 60년대 초반까지 줄곧 주한미군에서 수주한 공사에 전념했다.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국 공병대에서 크고 작은 공사를 발주했는데 토목·수도·난방 등 업종별로 공사를 따로 주지 않고 한 업체에 모든 공사를 맡기는 식이었다. 그는 경동기계제작소안에 공사부를 설립해 영업부장으로 뛰며 미군 공사를 수주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하청업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물 한 살이던 1946년 3월15일 오늘의 삼환그룹 효시인 삼환기업공사를 설립했다. 큰 형과 둘째 형, 그리고 최 명예회장 삼형제가 합심해 만든 회사란 뜻에서 지은 이름이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나 최고경영자는 최 명예회장이다. 회사 설립후 8개월 동안 이룬 공사실적만 총 26건 130만원이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1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1948년 가을 을지로 2가 119번지 53호를 매입해 신사옥도 마련했다. 1949년에 착공한 강원도 영월 등 7개 광산지역의 미국인 광산기술자용 주택공사는 당시 업계의 부러움을 산 초대형 공사였다.1950년 6·25로 공사는 중단됐고 건물은 불에 타버렸지만 이 공사는 훗날 새옹지마격으로 그에게 전쟁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계기가 됐다. 서울 수복후 미군 공사 관계자는 그를 반도호텔(현 롯데호텔)로 불러내 큰 궤짝 하나를 내놓았는데 그 속에는 당시 2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불에 타버려 흔적조차 사라진 건물의 공사비를 뒤늦게 받은 것이다. 주식회사로 전환한 것은 전란 이후 1952년 9월의 일이다. 서울 수복후 전후 복구공사에 힙입어 사세를 키워나가던 중 삼환은 당시 주주 10명이 총 주식 2만주를 발행하면서 주식회사가 됐다. 그 중 최 회장이 1만주, 둘째 형 영환씨가 5000주, 큰 형 명환씨가 500주를 가졌다. ●국내 ‘중동 붐’ 조성…횃불신화로 국제 명성 쌓아 1961년 ‘5·16’은 새 전기를 가져왔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관급공사가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신문에 종종 입찰공고가 나는 일이 생겼고 삼환은 국내 주요 공사를 맡는 ‘건설 명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5·16 이후 삼환이 따낸 최초의 관급 공사는 1962년 발주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호텔이다. 이어 경부·호남·영동·남해·동해고속도로 등 각종 토목 공사에 참여했고, 국립극장, 삼일빌딩, 조선·프라자·신라 호텔, 지금은 사라진 남산외인아파트, 여의도 전경련 회관, 국립묘지 현충탑, 포항제철(현 포스코) 공장 등을 지으며 주택·오피스빌딩·토목·플랜트 등 각 분야에서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삼환은 국내사업에 만족하지 않았다. 해외진출 가능성을 계속 탐색하던 최 명예회장은 1963년 월남 사이공(호찌민)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첫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정국 혼란으로 4개월 만에 철수했지만 이후 196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한국 업체 최초로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1973년 국내 업계 최초로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다. 삼환은 사우디에서 네번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다섯번째 카이바∼알울라고속도로(175㎞) 입찰에서 2400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따내며 국내 중동 진출 1호 기업이 됐다. 완공 때까지 3년간 자재 공급난, 종교 문제 등 시행 착오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어 사우디 최대 규모인 제다시(市) 전체를 뜯어고치는 미화사업을 맡으면서 행운을 잡았다. 미화공사를 메카순례기간 전까지 끝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횃불을 켜놓고 야간공사를 강행하던 것을 파이잘 국왕이 보고 감동을 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삼환은 6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공사를 수의계약하게 됐고 ‘횃불신화’라는 말을 남기며 국내 건설업체의 중동 진출 붐을 조성하는 등 명성을 널리 알리는 개가를 올렸다. ●해외 프론티어의 꿈…정체된 90년대 80년대 들어서는 해외시장에 더 집중했다.1978년 미수교국이던 예맨에 진출했고 이를 계기로 1984년 북예맨 마리브 유전개발에 참여하면서 원유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요르단, 파푸아 뉴기니아, 알래스카, 방글라데시, 사할린 등 시장을 개척했다. 국내 기술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국제 모임에 적극 참여,1982년 아시아 서태평양 건설연합회인 아이포카(IFAWPCA) 5대 회장에 추대됐고 재임시절 세계건설인대회도 제창했다.1990년대 들어서는 회사 일 보다 민간 외교에 시간을 쏟았다.1992년 한·소 경제협력회 2대 회장으로 선임됐고 재차 연임됐다. 러시아의 정치·경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성과를 이루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아 있다. 이런 탓에 90년대 들어 삼환의 해외 실적은 급감했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삼환의 해외공사 수주액은 1982년 당시 5억 8834만 8000달러(한화 6000억원)였지만 10년 후인 1992년에는 10분의1 수준인 624만 4000달러에 그쳤다. 국내 건설 업계의 주요 테마인 아파트 실적도 많지 않다.90년대 후반부터 업계가 경쟁적으로 환상을 담은 아파트 브랜드와 광고에 집중하며 수주전에 열을 올릴 때에도 삼환은 아파트 광고를 하지 않았다. 최 명예회장은 오히려 당시 시류에 대해 자서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를 통해 “안쓰럽다.”는 평을 내놓았을 뿐이다. 한 때 9개에 달하던 계열사는 현재 6개로 정리됐다. 키친아트로 유명한 양식기 제조업체 경동산업(60년)과 코카콜라 등 청량음료 제조업체인 우성식품(69년)은 모두 1990년대 말 정리됐다. 태양관광(관광·77년)은 삼환엔지니어링(기술용역·76년)에 통합돼 삼환기술개발이 됐지만 설계 업무는 거의 하지 않고 관광업도 계열사 직원 출장을 위한 발권 업무 정도만 한다. 이밖에 우성개발(67년), 삼환까뮤(78년), 삼환종합기계(79년), 신민상호신용금고(78년), 회현상사(78년) 등은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건설 명가로서의 국내 입지와 안정적인 매출은 줄곧 유지하고 있다. 건설 계열사를 가진 한화그룹의 1000억원대 대한생명 리모델링 공사를 지난해 수주했고,2007년 준공되는 건축비 595억원 규모의 팬택계열 서울 상암동 R&D센터도 짓고 있다. 삼환기업은 2005년 기준 매출 6612억원, 당기순이익 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종합 수주액은 1조 5000억원 규모다. 삼환그릅 기준 2005년 매출은 1조 1000억원, 당기순익은 650억원이다. ●교사 부인과 1남1녀의 단촐한 가정 1947년 봄. 삼환기업공사의 30대 청년 사장으로 뛰면서 당시 숙명여학교 교사이던 고 채광영 여사와 2년여 열애 끝에 1949년 4월 결혼했다. 최 명예회장은 부인을 만났을 당시 “‘아!이 여자다.’라는 느낌이 퍼뜩 들어 프러포즈를 했다.”고 언론을 통해 회고한 바 있다. 부인 채씨는 그를 홀로 남겨둔 채 1999년 노환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가업을 승계한 외아들 최용권(56) 회장은 동갑내기로 고 한정대 전 대한페인트잉크(DPI) 회장의 3녀인 봉주(56)씨와 1974년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미 보스턴대를 나온 용권씨는 미 유학중 같은 유학생 신분이던 봉주씨를 만나 결혼했다.1975년 삼환기업 기획조정실장으로 입사해 8년 만인 1982년 32세 나이에 삼환기업 사장에 취임했다. 이어 삼환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1996년 9월 회장으로 등극,2세 경영 체제를 굳혔다. 선친인 최종환 명예회장은 ‘바늘로 찌를 구멍’은 있어 보였던 데 비해 최용권 회장은 ‘찌를 구멍’조차 없는 사람이란 평이 임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최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최용권 회장의 장녀 영윤(31)씨는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의 며느리가 됐다. 이 회장의 3남 해창(35)씨와 1999년 3월 결혼하면서 국내 두 전통 건설기업은 사돈관계를 맺게 된 것. 대림의 창업주인 고 이재준 선대 회장과 최 명예회장은 건설 1세대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창씨는 현재 대림산업 계열사인 종합물류회사 대림H&L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아는 사람 소개로 만나 2년여 교제끝에 결혼했다. 다른 손녀·손자들은 아직 모두 학생이다. 장손주 최제욱(29)씨는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고, 최지연(26)씨는 세계 최고의 미술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RSID에서 공부 중이다. 막내 최동욱(22)씨도 콜롬비아대에서 학부 과정을 밟고 있다. ●형제들과의 인연…삼환에 친인척 1명도 남아 있지 않아 삼환은 인척들의 경영 참여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없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만 친·인척이 맡았던 경동산업과 우성식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리고 지금은 친·인척 중 단 한 명도 삼환에 적을 두는 이가 없다. 맏형 고 최명환씨는 6·25 당시 자신이 설립한 삼환기업의 모체인 경동기계가 잿더미로 변하자 동생 최 회장과 함께 삼환기업공사를 설립한 뒤 주주와 이사로 활동했다. 그의 아들인 동국대 출신의 용근(67)씨는 계열사인 우성식품 이사, 삼환기업 사장 등을 맡다가 1996년 삼환까뮤 사장직을 끝으로 삼환을 떠났다. 둘째 형인 고 최영환씨는 국내 최초 강관회사인 한국강관의 3인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삼환을 떠났는데 한국강관의 부회장까지 맡은 바 있다. 이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의 차녀 계자(64)씨는 18대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권숙일씨와 결혼했다. 장남 용재(56)씨는 1993년 삼환의 계열사로 지금은 사라진 키친아트 등 양식기를 제조했던 경동산업의 사장을 맡은 바 있다. 차남 용진(53)씨는 ㈜유창 사장으로 삼환과는 무관한 사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형 고 최경환씨는 1958년 삼환의 관계사로 설립된 양식기 제조업체인 경동산업의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다. 이 회사가 정리되기 직전인 1999년까지 재직했다. 그의 아들 최용철(60)씨도 이 회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경동산업은 인건비 상승과 경쟁 심화로 자금난을 겪다 9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0년 다시 법정관리 퇴출 명령을 받으면서 정리됐다. 그의 장녀 최형인(57)씨는 한양대 인문과학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 최경환씨의 사위이자 최형인씨의 남편이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어온 이윤우(60) 삼성전자 기술총괄부회장이다. 막내 동생인 최정환(73)씨는 삼환이 코카콜라 부산·경남지역 판매권을 가진 우성식품을 1969년 창립하면서 이 회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연간 매출 1300억원대로 한 때 부산지역 대표 식품회사로 명성이 높았지만 방만경영과 과다 부채를 이유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최정환씨는 형인 최 명예회장으로부터 1997년 4월 경질됐다. 이 회사는 1997년 코카콜라 부문을 매각한 뒤 같은해 말 부도처리됐다. 최정환 전 회장은 서울대 상대, 산업은행을 거쳐 1968년 삼환에 입사했다. 이 회사 사장을 지낸 최정환 회장의 장남 최용석(47)씨는 회사가 문을 닫은 뒤 새천년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활동하는 등 한 때 정치에 뜻을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리하고 지성산업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장녀 영혜(45)씨는 건설부 장관, 상공부 장관을 지낸 고 장예준씨의 차남 동욱(48)씨와 결혼했다. jhj@seoul.co.kr ■ 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형님-아우’ “아, 이리도 황망히 가셨습니까? 아직도 회장님이 하셔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데 무얼 그리 급히 가셨습니까? 여든 여섯의 춘추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영원한 등불로 언제나 함께하시기를 기도했는데 이리 가시니 이별의 안타까움과 아픔이 너무도 시리게 느껴집니다. 정주영 회장님.” 최종환 명예회장은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타계한 직후 당시 서울신문을 통해 이같은 조사를 남긴 바 있다. 두 사람은 생시에 형님-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며 경쟁보다는 조언을 구하고, 돕고 의지하는 형님과 아우로서의 정이 돈독했다. 그는 건설 1세대 중에서도 특히 고 정 명예회장, 고 이재준 대림산업 명예회장, 그리고 조정구 삼부토건 명예회장을 존경하면서도 가깝게 지낸 인물로 꼽았다. 자서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이’에서 고 정 명예회장에 대해 “타고난 능력과 자질 이외에 뛰어난 판단력과 결단력, 저돌적인 돌파력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평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최 명예회장에게 부회장을 역임토록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최 명예회장에게 처음 소개시켜준 사람도 고 정 명예회장이라고 덧붙였다. 고 조정구 삼부토건 회장에 대해서는 “나는 상대방의 잘못이 보이면 즉석에서 쏘아대는 성격이지만 그 분은 어떤 경우에도 참고 있다가 나중에 조용한 목소리로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도록 설명해 주는 등 깊은 인내의 미덕을 갖춘 분”이라고 회고했다. 고 조 회장이 건설협회 회장을 맡을 때 최 명예회장은 이사로 그를 도왔다. 최 명예회장은 이들과 함께 황무지나 다름없던 이 땅에서 건설업을 일궈냈다. 그러나 지금은 마지막 남은 건설 1세대로 원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지내고 있으며, 건강이 예전같지 않다. 수십년간 매일 30분씩 해온 ‘대나무 밟기’를 건강 비결로 소개했던 그였지만 요즘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1996년 아들에게 모든 경영을 물려주고도 일주일에 최소한 사흘은 회사에 나왔지만 올들어선 일주일에 병원가는 날 하루 정도만 오전에 회사에 들른다. 평상시처럼 직원들과 지하 구내 식당을 찾는 등 검소한 모습은 그대로라는 평이다. ■ ’60년전통’ 삼환을 만든 사람들 삼환이 60년 건설 명가의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던 데에는 전문경영인들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최종환 명예회장이 꼽는 최고의 CEO는 경성공업학교(현 경기공고) 출신의 고 이창호 사장이다. 부사장직으로 순직한 뒤 사장으로 추서됐고, 최 명예회장으로부터 ‘고락을 함께한 벗’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 1977년 회사장으로 치러진 고 이 사장의 영결식 조사에서 “지금 내 오른팔이 떨어져 피가 흐르고 여며드는 것만 같은 아픔이 밀어 닥치는군요. 그러나 당신의 유지를 받들어 나는 기어코 우리 삼환을 세계 속의 삼환으로 만들고야 말겠습니다.”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격무로 일관하다 신병을 갖게 되어 휴양을 하다가도 중동 현장으로 달려가는 등 투철한 사명감은 지금도 귀감이 되고 있다. 그가 사망한 이듬해에는 ‘회사를 위해 노력한 사원에게는 응분의 보상이 꼭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연금제도와 사원주택단지조성사업이 시작되기도 했다. 전동진(74) 사장도 삼환에서는 전설로 불리는 CEO중 한 사람이다.1975년 월남이 패망할 당시 월남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하청업자 공사대금 지불 등 잔무 처리를 위해 남아 있다 8개월간 공산 치하에 억류된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1968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삼환기업 중기부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1996년까지 삼환기업·삼환엔지니어링·삼환까뮤 등 계열사 사장을 두루 역임했다. 지금은 삼환의 육영재단인 우성문화재단에서 이사로 재직중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최석원(75) 고문은 내무부 치안본부장, 노동청장, 부산시장, 건설부 차관 등을 역임한 뒤 삼환의 해외사업이 꽃을 피우던 1982년 사장대우 상임고문으로 영입됐다. 지금도 우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노년까지 삼환과의 인연을 지키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 서울법대 지도자과정 동창회장에

    서울대법대 최고 지도자과정 총동창회는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에서 동창회 출범식을 갖고, 황의만 변리사를 초대 총동창회장에 선임했다.
  • [실전 논술] 옛 사람들보다 현대인들이 부족한 점

    ●다음은 러셀의 ‘인생론´의 일부이다. 다음을 읽고 예전 사람들과 비교하여 현대인들에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지적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러셀의 주장과 연관시켜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백 년 전에는-아니 150년 전에는 더욱 그랬지만-유복한 사람들이 지금에 비해 그 수는 적었었지만 훨씬 훌륭한 교양을 지니고 있었다. 당시의 부자들은 라틴어의 시(詩)를 인용할 수 있었고,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회화를 볼 줄 알았으며, 또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귀도 가지고 있었다. 그밖에 그들은 대체로 자기 나라의 문학과 자신이 프랑스인이 아니더라도 프랑스 문학을 꽤 잘 알고 있었다. 오늘날 이러한 박학(博學)은 대학 교수 중에서도 그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에게서밖에는 기대할 수 없다. 어떤 교수는 라틴어를 알고 있고, 다른 교수는 화단의 거장들을 잘 알고 있고, 또 어떤 교수는 음악에 밝으며, 또 다른 교수는 현대 문학에 관한 한 보잘것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모르는 게 없다. 지금의 부자들은 이런 종류의 지식을 가지면 반대로 자신의 체면이 손상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무지(無知)하다는 사실이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사실을 증명해 준다. 아마 이런 종류의 일은 특별히 집어 내어 심각해할 사실도 아닐 것이다. 나는 태어난 이후로 지금까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문예와 학술의 여신이름이나 십이궁(12宮:조디악)의 표지 따위를 알아야 할 필요성을 느낀 적이 없지만, 이러한 지식을 나의 할머니는 어린 시절에 배워 여든이 되어도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의 세상에는 시간의 여유가 거의 없다. 그 까닭은 옛날보다 사람들이 분주히 일하기 때문이 아니라, 즐거움을 갖는 일 자체가 일과 마찬가지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사항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인간은 잔재주가 많아지긴 했지만, 지혜가 서서히 결정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여유있는 사고 쪽으로 시간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리석어졌다. 이를테면 전쟁 방지와 같은 문제는, 전쟁의 그림자가 가까이 오고 있음을 누구나 잘 알 수 있는데도, 인간이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아도 세상이 되어 가는 형편에 어떻게 되리라는 생각으로 태평으로 지내고, 진지하게 문제를 다루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이 되어 가는 형편에 맡기고 팔짱을 끼고 있어서는 사태가 좀처럼 호전되지 않는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시간을 절약하는 발명이나 연구가 이러한 결과를 낳았다고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교통 기관을 살펴보자. 보다 빠른 여행을 할 수 있게 되면 될수록 인간은 그만큼 여분의 시간을 여행에 사용한다. 이제 인간은 기차를 이용하여 자택으로부터 회사까지 가는 데 한 시간을 소비한다. 사람을 방문하는 경우에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옛날에는 자신이 탄 말이 그다지 피로하지 않고 도달할 수 있는 사람만을 방문했는데 지금은 100마일 이내면 어디든 사람을 방문하러 간다. 다음에는 전화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나는 이전에 장거리 전화를 걸어 온,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노신사와 통화를 했다. 내가 수화기를 들고 ‘버트런드 러셀입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뭐라고요?’라고 대답했으므로 나는 같은 말을 목청을 높여 되풀이했지만, 그는 여전히 ‘뭐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마침내 깨진 종소리 같은 소리를 내어 이름을 대었더니,‘원, 당신이 러셀씨라는 건 알고 있어요.’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통화 시간은 여기서 끝났다. 전화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이러한 쓸모없는 일들이 쌓여 나날의 생활이 분주해지며, 일한 것에 대한 가공적인 인상이 남는다. 퀘이커 교도가 현대인의 누구보다도 지혜를 갖고 있는 까닭은 그들의 심사숙고하는 수행(修行)에 연유하는 바가 크리라고 나는 생각한다. 만일 우리가 매일 30분씩 조용히 명상에 잠긴다면 우리는 개인적, 국가적, 국제적인 모든 일들을 지금보다 더욱 정상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의 휴전 기념일에 해마다 2분 간의 묵도를 할 뿐이고,1년의 나머지 시간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헛소동으로 사라져 버린다. 이 시간의 배분은 잘못되었다. 만일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무익한 헛소동이 없어질 것이다. ●지문의 분석 예전 사람들은 지금에 비해 훨씬 훌륭한 교양을 지니고 있었다. 오늘날에는 이러한 교양은 몇몇 사람에게만 있다. 심지어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무지하다. 그렇게 된 여유는 시간적인 연유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인들은 분주하기만 할 뿐 여유있게 사고하지 않는다. 자기 일에 바빠 세상일에 대해 방관자일 수밖에 없다.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비행기나 자동차도 사람들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매일 30분씩이라도 조용히 명상(冥想)을 한다면 모든 일들을 지금보다 더욱 정상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심사숙고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무익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러셀의 ‘인생론´은 수필집이다. 이 책에서 러셀은 현대 문제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주제는 자유와 평화, 사랑과 결혼, 자유, 개성, 진리, 윤리 등으로서 인류의 영원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이 책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을 정도의 탁월한 지성과 남다른 식견을 엿볼 수 있다. 그의 글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정확한 진단과 설득력 있는 문체로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그의 책은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비영어권의 독자들에게도 유명하다. 그의 글은 위트와 유머가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사회상을 보편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60년이 지난 현재의 우리들에게도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현실감을 준다. ●출제 의도와 생각하기 오늘날 현대인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바쁘게 산다는 것이 항상 좋은 일만은 아닐 것이다.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유있는 사고를 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주체성을 잃고 세상에 휩쓸려 갈 뿐이다.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여유이다. 자신을 돌아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서 살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문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러셀의 글을 통해 현대인에게 여유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 내는 것이고, 둘째는 그에 대한 해결 방안을 러셀의 주장과 연관시켜 쓰는 것이다. 이 논제에는 현대인으로서 우리 자신을 반성해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고, 그 대안을 깊이 있게 사고해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따라서 제시문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과 그 대안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것이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하겠다. 러셀은 현대인들이 예전 사람들에 비해 교양이 없음을 탄식하고 있다. 러셀은 그 원인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에서 찾고 있다. 논술문을 작성하려면 먼저 제시문에서 이 사실을 파악해 내야 한다. 제시문의 핵심이 논술 답안에 녹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후에 우리는 해결 방안이나 대안을 제시문과 관련지어 논술해야 한다. 문제는 대안이다. 그런데 대안은 제시문 속에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시간의 여유’,‘여유 있는 사고’,‘명상’,‘심사숙고하는 수행(修行)’,‘시간의 배분(配分)’ 등이 그것이다. 이런 것들이 현대인들에게는 부족하다. 또한 이와 관련된 사례는 흔히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이 정도의 내용만으로도 좋은 논술문을 작성할 수 있다. 반성적인 사고나 주체성 확보와 같은 내용과 관련지어 자기 주장을 논의할 수 있다면 더욱 훌륭한 논술 답안을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문일 경우 문맥 이해에 어려움이 있지만, 제시문의 주제만 명확하게 파악하면 된다. ●어떻게 쓸까 주어진 제시문에서 러셀이 현대인들에게 부족하다고 한 ‘시간의 여유’,‘여유 있는 사고’,‘명상’,‘심사숙고하는 수행’,‘시간의 배분’ 등을 생각해 볼 때 주제는 ‘사색과 명상의 필요성’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즉, 여유를 갖고 사색과 명상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내용을 주제문으로 하여 논지를 전개해 나가면 된다. 서론에서는 현대인의 문제점과 사색과 명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예전 사람들은 현대인들에 비해 교양을 중시했고 박학다식했으며, 삶에 여유가 있었는데 현대인들은 많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와 권력을 위한 바쁜 행동일 뿐 교양있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삶에서 여유를 갖고 사색과 명상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글을 시작하면 좋다. 본론에서는 서론에서 주장한 내용의 구체적인 방안이 전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본론의 첫 단락에서는 현대인의 바쁜 생활과 부의 관계를 언급해 주면 적절하다. 현대인들은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바쁘게 일해야 하고, 시간이 있다 해도 향락을 위한 생활, 나태한 생활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해 현대인들에게 부는 시간적인 여유가 아니라 바쁜 생활의 상징이 되었다는 점을 밝힌다. 본론의 두번째 단락에서는 현대인들이 여유를 확보하기 위해 명상과 사색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사색과 명상이 모든 일을 더욱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해 주고, 명상은 생각을 깊게 만들며, 관심 갖는 일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관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명상과 사색의 장점을 강조하며, 바쁘게 산다고 해서 그 모든 일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주면 된다. 본론의 세번째 단락에서는 적절한 시간 배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많은 사람들이 훗날의 편안한 휴식을 위해 지금 열심히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늙어서 지낼 10년을 위해 젊어서 30년을 고생하거나, 일년에 한 번 있는 며칠간의 휴가를 위해 1년을 고생하는 것은 잘못된 시간 배분이며 합리적인 태도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휴식은 정신적인 휴식이며 마음의 휴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본론의 마지막 단락에서는 반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미래의 목표가 현실을 채찍질한다면, 과거의 자신은 현재의 무분별한 행동을 제어할 수 있게 해 줌을 지적하며 명상의 시간과 함께 그 내용도 중요함을 강조한다. 마지막 결론은 본론의 내용을 요약 정리·강조하면서 욕심을 줄인 삶의 가치와 여유있는 삶을 강조하면서 마무리지으면 된다. 부와 권력을 위해서 사는 삶보다는 정신적 행복을 위해서 사는 삶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내용을 강조하며 마치면 한편의 훌륭한 논술문이 될 수 있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음악단신] 바비킴과 함께 하는 힙합 파티

    ●국내 힙합 대부 바비킴이 이끄는 부가킹즈가 2집 음반 활동을 마무리하는 콘서트를 갖는다. 새달 3∼4일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부가킹즈 & 바비킴 콘서트-Thank you so much’ 무대를 마련했다.지난해 8월 발표된 2집 ‘더 르네상스’에서는 타이틀곡 ‘틱택토’를 포함해 윤도현이 참여한 ‘여행길’,‘서울야화’ 등이 사랑받았다. 이번 공연의 특징은 그동안 소극장 중심으로 펼쳐졌던 부가킹즈 라이브 무대가 대극장으로 옮겨져 힙합의 정수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는 것.힙합 대부의 공연답게 타이거 JK, 윤미래, 올블랙, 리쌍,45RPM, 에픽하이, 은지원, 다이나믹듀오 등 쟁쟁한 국내 힙합 뮤지션들이 게스트로 참여한다.(02)747-1253.
  • [이슬람 문명과 도시](3)알함브라 궁전을 지닌 스페인 그라나다

    [이슬람 문명과 도시](3)알함브라 궁전을 지닌 스페인 그라나다

    그라나다를 찾아가는 길은 알함브라 궁전을 떠올리면 조금도 지루하지 않다. 인류가 만든 최고의 건축예술. 스페인 땅에 남아 있는 마지막 이슬람 유산. 지상에 마련한 실존의 파라다이스. 어떤 찬사로도 모자라는 알함브라는 그라나다에 있다. 무어(Moor)라 불리는 북아프리카 아랍인들이 800년간이나 이곳에 화려한 이슬람 문화를 남겨 놓았다. 바로 안달루시아 문화다. 기독교와 이슬람 두 문화가 공존할 때, 얼마나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가를 보여주는 인류 역사의 산 교육장이다. 물론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슬픈 역사가 도시의 언저리마다 웅크리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안달루시아 문화의 중심도시가 바로 그라나다다. “그라다나라는 에메랄드에 알함브라라는 빛나는 오리엔트산 진주가 박힌 인류 최고의 보석” 15세기 한 아랍 시인의 표현이다.1492년 1월.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 알함브라 궁전은 조용히 숨을 거둔다. 스페인의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왕이 궁전의 새 주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결혼에 의해 아르곤과 카스티야 왕국은 통합을 이루고, 이베리아 반도에 이슬람의 지배를 청산하는 거룩한 사명을 천명했다. 그라나다의 마지막 아랍 왕 보아브딜은 자신의 가련한 시민들을 보호해 준다는 조건으로 금화 3만냥과 궁전을 바치고 항복을 결심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라나다의 주민들은 무참한 학살과 추방을 당해야 했다. 예술을 사랑하고 유난히 눈물이 많았던 보아브딜은 약자의 비애를 처절하게 되뇌며 정든 알함브라 궁전을 떠나갔다. 겉으로 언뜻 보면 투박함이 어느 아랍 궁성이나 성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언덕을 오르고 첫 번째 문을 들어서는 순간, 비감함과 퇴폐적인 아름다움이 아련하게 전해져 온다. 왕궁이 있던 팔라치오 레알 안으로 들어선다. 분수가 있는 전형적인 아랍식 실내 정원과 천국에서의 휴식을 설계한 시원한 공간 구조, 아라베스크 벽면 장식과 조각 예술의 극치에 나는 한참 동안 적당한 묘사가 떠오르지 않았다. 과연 알함브라구나. 네 이름만으로도 이제 충분하구나. 아랍건축의 특징은 외관의 투박함과 내부의 화려함이다. 그리고 많은 문들을 통해 실내로 연결되는데, 문 하나를 지나갈 때마다 화려함과 정교함은 점점 도를 더해간다. 속세와 천국을 건축에 표현하려는 아랍인들의 삶의 철학이 느껴진다. 왕궁 입구로 들어서면 두 벽 사이로 기다란 아라야네스의 안뜰이 이방인을 맞는다. 하얀 대리석 바닥과 벽면의 초록색 모자이크가 기가 막힌 대조를 이루고, 아치를 이루는 조각 기둥이 떠받치는 지붕에는 붉은 아도베 기와를 얹었다. 작은 연못 물위에 비친 맞은편 건물의 아치와 기둥 장식이 수중 도시처럼 느껴진다. 술탄이 외국 사신을 접견하던 대사의 방에서는 뚫려 있는 아치 사이로 맞은 편 마을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그라나다의 정신과 영혼을 담고 있는 알바이신 이슬람 마을이다. 역사와 가슴 아픈 사연이 깔려 있는 마을이다. 이슬람 왕조가 멸망하고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그때, 스페인 병사들은 소수 민족의 문화와 종교를 보호해 주겠다는 항복 조건을 내팽개치고 마을을 닥치는 대로 약탈하고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다. 이교도를 소탕하고 신성한 하느님의 땅을 새로 세운다는 그들의 종교적 사명 앞에 한 문명은 무참히 무릎을 꿇었다. 무슬림들은 끝까지 저항했다. 이교도의 지배를 받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그들은 죽어가면서 처참한 역사를 후세에 남기고자 그들의 피를 곳곳에 뿌렸다. 그래서 하얀 집과 벽에는 당시의 학살로 붉게 물든 핏자국이 오랫동안 남아있었다고 한다. 지금 그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다.30여개에 달하던 모스크는 지금 성당이 되어 버렸다. 다만 좁은 골목과 서로의 목소리로 이웃과 통하는 가옥 구조가 전형적인 아랍 마을을 닮아 있다는 것뿐이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옹기종기 모인 하얀 집들 사이로 성당의 종소리가 석양을 이고 나직이 깔린다. 가슴 아픈 역사를 잠시 떠올리다가 ‘사자의 정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실내 정원과 마주하고 섰다.12마리의 사자가 떠받치는 중앙 분수와 사자의 입에서는 물줄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그 물은 파놓은 홈을 따라 정원 구석구석을 흐른다. 야릇한 향내를 머금은 앞뜰의 정원수가 작은 그늘을 이루고,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역동적인 종유석 조각을 담은 아치 아래에는 커다란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황량한 사막을 뚫고 온 아랍인들이 이곳에 오아시스의 정서를 그대로 옮겨 담은 것 같다. 아니면 코란에서 묘사하는 천국을 설계한 것일까? 사자의 정원을 나오니 아름다운 분수가 바라다 보이는 계단에 한 맹인이 앉아 구걸을 하고 있다. 그 옆에는 스페인어로 팻말을 세워놓았다.“아름다운 여인이여! 자선하세요. 그라나다에서 맹인이 되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인생이 또 있을까요.” 스페인 시인 프란시스코 데 이카자의 시구다. 아! 동전 한 닢을 놓으면서도 그라나다의 알함브라에서 만난 맹인의 말없는 절규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았다. 이슬람의 궁성이 함락되던 1492년 그 해, 이사벨라 여왕을 후원자로 모신 제노아의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다. 무적 함대를 자랑하는 스페인의 전성 시대가 막을 연 것이다. 한편 이슬람의 술탄 보아브딜은 다시 스페인에서 쫓겨나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 북아프리카로 건너갔다.800년 전인 711년, 그의 선조 타리크 이븐 지야드 장군이 이베리아 반도를 점령할 때 의기양양하게 건넜던 바로 그 길이다. 모로코의 이슬람 도시 페스에 정착한 뒤에도 보아브딜은 꿈에도 알함브라를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63세를 끝으로 눈을 감았던 그의 초라한 페스 궁전은 너무나도 알함브라 궁전을 닮아 있다. 지금 대성당이 있는 알카이세리아 주변지역은 전형적인 아랍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제 아랍인들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한번 이슬람화 된 세계의 모든 지역이 끝까지 이슬람을 지켰지만,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만은 예외였다. 다시 가톨릭이 점령한 이 땅에서 이교도인 무슬림들과 유태인들이 가혹한 추방과 학살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한 때 문화용광로로서 유럽 르네상스를 일으키게 했던 최고 수준의 지적 산실이었던 안달루시아는 문명과 학문이 소멸되면서 역사의 뒤안으로 잊혀졌다. 그리고 지금은 관광객들이 이슬람 유산을 보기 위해 다시 안달루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 [책꽂이]

    ●현대일본을 찾아서1,2(마리우스 잰슨 지음, 김우영 등 옮김, 이산 펴냄) 1600년 이후 일본사에는 사회와 제도에 일대 변혁을 가져온 세 번의 역사적 전기가 있었다. 도쿠가와 막부에 의한 중앙집권적ㆍ봉건적 사회질서 수립, 미국 페리 제독의 내항과 함께 시작된 문호개방, 제2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가 그것이다. 이 책은 이같은 결정적인 국면에서 이뤄진 일본사의 계기적인 발전에 주목하며 근대 일본의 형성과정을 재구성한다. 인물에 초점을 맞춰 대하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는 점이 특징. 전 2권 각권 2만 5000원. ●수집:기묘하고 아름다운 강박의 세계(필립 블롬 지음, 이민아 옮김,, 동녘 펴냄) 중세 유골 수집가에서 오늘날의 유명인사 서명 수집가에 이르기까지 수집광의 역사를 소개. 박물학적인 수집의 전성기였던 르네상스와 17세기의 대표적인 수집가로는 용과 결투를 벌였다는 이탈리아 과학자 알드로반디, 자신의 수집장을 ‘연금술 실험실’로 삼았던 프라하의 황제 루돌프 2세, 빼어난 시체 해부기술과 인체복원 기술을 가졌던 프레데리크 로이스 박사, 대영박물관의 토대를 제공한 한스 슬로언 경 등이 꼽힌다.1만 5000원. ●20세기 서양철학의 흐름(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 지음, 조현진·유서연 옮김, 이제이북스 펴냄) 전쟁의 참호 속에서 ‘논리철학 논고’를 쓴 비트겐슈타인부터 나치당의 일원이었던 하이데거까지 20세기 주요 철학자들의 학문세계를 다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인 저자는 철학을 현실과 괴리된 추상의 학문이 아니라 시대와 호흡하는 역사의 산물로 파악한다. 그런 만큼 아우슈비츠에 대한 철학의 침묵, 호전적 애국주의에 동참한 하이데거와 같은 철학자들을 가혹하게 비판한다.2만 5000원.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데이비드 베일즈·테드 올랜드 지음, 임경아 옮김, 루비박스 펴냄) 영국의 소설가 앤서니 트롤로프는 규칙적으로 하루에 7페이지씩, 한 주에 정확히 49페이지의 원고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 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아침에 소설 하나를 완성했어도 새 종이 위에 다음 책의 제목을 적고 하루 양을 다 채울 때까지 쉴새 없이 써내려 갔다고 한다. 작업을 그만두면 자신은 더이상 아무런 존재도 아니게 될 것이라는, 존재의 소멸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예술’과 ‘두려움’은 동의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책.9800원. ●그림으로 이해하는 경제사상(홍은주 지음, 개마고원 펴냄) 흔히 접하는 경제 용어들을 알기 쉽게 풀이한 사전 형식의 책. 맨더빌의 ‘유효수요’, 프리드먼의 ‘항상 소득 가설’, 베를런의 ‘현시적 소비’, 토빈의 ‘자산 선택’, 데이비드의 ‘경로의존성’, 애컬로프의 ‘레몬 시장’, 폰 노이만의 ‘미니 맥스의 정리’, 스티글러의 ‘포획설’등 현대적 의미의 경제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중상주의 시대부터 최근 이론에 등장하는 개념까지 망라했다.1만원. ●진양혜의 서른아홉 러브레터(진양혜 지음, 미디어윌 펴냄)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서른 아홉해 동안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 선배 아나운서 손범수 씨와의 결혼 13년차, 아이엄마 12년차인 그는 아직도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라고 말한다. 아나운서로서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 오프라 윈프리. 그는 오프라 방송의 진정한 미덕을 휴머니즘에서 찾는다.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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