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수 CEO] 새 선박 개발 앞장 VS 유전등 신사업 진출
김징완(59) 삼성중공업 사장은 2001년 취임 직후 ‘2006년 세계 1등 조선사’를 외쳤고, 정성립(55)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올초 ‘2015년 매출 20조원 달성’이라는 어마어마한 목표를 내걸었다. 삼성중공업은 연 50척 건조체제, 고부가선 비중 70% 이상 등 1등의 조건을 갖추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직 세계 1등인 현대중공업을 추월하지 못했다. 신사업 진출과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 등으로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대우조선의 목표 달성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두 CEO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보면 이들의 목표가 ‘꿈’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재무통에서 현장 경영자로
김징완 사장은 1년 중 130여일을 해외 출장으로 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거제조선소에서 보낸다. 모든 문제와 해답은 현장에 있다는 지론으로 직원들과 즉석에서 허심탄회한 대화를 즐긴다고 한다.
김 사장은 조선업계 출신이 아니다. 경북 달성의 현풍고를 졸업한 김 사장은 고려대 사학과 4학년이던 1973년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이학수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부회장), 김인주 구조본 사장, 최도석 삼성전자 사장(CFO) 등 쟁쟁한 재무통을 배출한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이다. 회장 비서실 재무팀, 운영팀장, 삼성물산 금융팀장 등 그의 화려한 이력은 대부분 재무계통이었다. 하지만 93년 삼성중공업 기획관리담당 임원으로 재직할 때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가장 큰 640m짜리 제3도크 건설을 마무리지어 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을 다져놓는 등 조선과의 인연도 만만찮다.
또 재무통답게 환율관리에 초점을 맞춰 환 리스크를 100% 헤지하는데 성공했다. 김 사장은 “제조업이 환율등락에 따라 희비를 겪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선박 수주 시점부터 환헤지를 통해 이익률을 확정짓고 제조업답게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등 본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디지털 시대에서는 기존의 사고방식, 일하는 방법, 시스템 등을 180도 바꾸고 임직원들의 의식도 최첨단으로 무장돼야만 살아 남을 수 있다며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한다. 실제 삼성중공업은 신 선형 개발 등에서 앞서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뢰, 열정, 감성의 정통 조선맨
정성립 사장은 “CEO는 회사 일에 일일이 간섭할 게 아니라 비전을 만들고, 혁신을 주도하고,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루마니아 망갈리아조선소, 오만 수리조선소, 중국 옌타이 선박용 블록 공장 등 글로벌 체제를 기반으로 2015년 매출 20조원으로 세계 조선시장의 20%를 점유한다는 웅대한 비전을 발표했다. 조선업뿐만 아니라 나이지리아 유전개발에 참여했고 JR건설을 인수, 토건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신사업 진출로 새로운 비전을 만들고 있다. 해양연구 장비·시스템 업체인 씨스캔을 계열로 편입하는 등 해저광물 탐사에도 적극적이다.
정 사장 역시 현장경영으로 유명한데 11월 말 현재 해외출장이 100일을 넘겼고 1년중 5개월은 옥포조선소에서 보낸다.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 직원과 가족들에게 회사의 경영환경과 비전을 설명하는 편지를 13차례나 보낼 정도로 ‘소통’도 중시한다.
정 사장은 취임 당시 “조직내에서 권위주의를 없애자.”는 다소 ‘엉뚱한’ 목표를 내걸었다. 직원들간 벽이 없어져야 성장과 혁신이 가능하다는 취지였다.
정 사장의 혁신은 직급 관련 호칭(부장, 과장 등) 폐지, 조선업계 최초의 임금피크제 도입, 즐거운 직장을 만들어 주는 ‘펀 리더(Fun Leader)’ 도입 등으로 이어졌다. 금요일 무조건 일찍 퇴근하기, 호프데이, 월 1회 영화·연극 관람, 책 선물 등 대우조선의 ‘펀 경영’은 단순히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