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서울국제공연예술제
가을밤 연극, 무용, 음악극의 정수를 한자리에서 본다.8일부터 10월27일까지 열리는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과 20일부터 10월14일까지 계속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수준높은 해외 공연들을 불러모았다.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의 작품들이 정통성에 치중했다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작품들은 도발적이고 불온한 상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 세계 국립극장 페스티벌은 국립극장이 올해 처음 마련한 행사로 그리스, 인도, 이탈리아, 터키, 몽골 등 9개국 14개 단체가 참가한다. 신선희 국립극장장은 “국립극장 작품만 모아놓은 축제는 세계적으로 처음일 것”이라며 “각국을 대표하는 극장을 소개하고 세계를 담는 페스티벌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 이상우 공연사업팀 책임프로듀서가 꼽은 수작은 그리스 국립극장의 ‘엘렉트라’와 터키 국립극장의 ‘살로메’,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희극 ‘사랑의 헛수고’.‘엘렉트라’는 고대 그리스 최고의 비극작가 소포클레스의 작품. 엘렉트라의 운명과 심리를 독일의 세계적인 연출가 피터 슈타인이 섬세하게 매만졌다.‘사랑의 헛수고’는 아름다운 프랑스 공주와 친구들을 보고 금욕 서약을 깬 나바로 왕국의 왕과 친구들이 등장해 떠들썩한 웃음을 준다.(02)2280-4115∼6.
7회째를 맞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는 프랑스, 스위스, 이스라엘, 벨기에, 이란, 체코, 독일 등 16개국 38개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김철리 예술감독은 행사의 성격을 “떠들썩한 축제가 아니라 이질적인 문화의 충돌과 진지한 작품을 통해 내적으로 성장하는 축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서 호평받은 체코 작품 ‘웨이팅 룸’은 대합실에서 부유하는 여행자를 탁월한 상상력으로 표현했다. 루마니아의 거장 푸카레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현재 산울림 극장에서 공연중인 ‘고도를 기다리며’(연출 임영웅)와 비교해보면 좋을 듯. 우즈베키스탄과 이란, 인도의 연출가가 함께 만든 ‘비극의 여인들’은 그리스 신화 속 비극의 세 여인들을 통해 현대의 갈등을 조망한다.
예술제에서는 해외 작품뿐 아니라 사다리움직임연구소의 ‘장님들’과 극단 골목길이 일본연출가 하세가와 고지와 함께 만든 ‘서울의 비’등 국내 작품도 소개된다. 공연은 아르코 예술극장과 서강대 메리홀, 드라마센터, 국립극장, 예술의 전당, 정동극장 등의 공연장과 마로니에 공원, 청계천 등의 야외에서 펼쳐진다.(02)3673-2561∼4.
정서린기자 r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