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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망친 여자’ 개봉 맞춰 홍상수 기획전

    ‘도망친 여자’ 개봉 맞춰 홍상수 기획전

    오는 17일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도망친 여자’ 개봉에 맞춰 감독의 예전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린다.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결혼 후 5년 동안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는 감희(김민희 분)의 이야기로,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그동안 도망쳤던 자신과 마주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 역시 홍 감독의 전작들처럼 자연스러운 대사와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예기치 않은 카메라 줌인과 줌아웃, 편집하지 않은 채 이어지는 롱테이크, 뚝뚝 이어 붙인 듯한 기법도 익숙하다. 홍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찌질한 남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호평을 받았다.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그들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홍 감독 작품 특유 매력을 그대로 보여 줬다는 평가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이어 지난달 27일 부쿠레슈티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도 초청받아 추가 수상을 노리고 있다. 씨네큐브는 영화 개봉날부터 23일까지 홍 감독의 전작들을 다시 만나는 기획전을 연다. ‘북촌방향’, ‘우리 선희’, ‘자유의 언덕’,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다른나라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등 2011년 이후 홍 감독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도망친 여자’ 개봉 맞춰 홍상수 감독 특별전

    ‘도망친 여자’ 개봉 맞춰 홍상수 감독 특별전

    오는 17일 홍상수 감독 새 영화 ‘도망친 여자’ 개봉에 맞춰 감독의 예전 작품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획전이 열린다.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영화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았다. 결혼 후 5년 동안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는 감희(김민희 분)의 이야기로,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친구들을 차례로 만나면서 그동안 도망쳤던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을 그렸다. 이 영화 역시 홍 감독의 전작들처럼 자연스런 대사와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가 돋보인다. 예기치 않은 카메라 줌인과 줌아웃, 편집하지 않은 채 이어지는 롱테이크, 뚝뚝 이어붙인 듯한 기법도 익숙하다. 홍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찌질한 남자’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영화는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호평을 받았다.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과 그들의 삶을 훔쳐보는 듯한 홍 감독 작품 특유 매력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이어 지난달 27일 부쿠레슈티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영화제의 경쟁 부문에도 초청받아 추가 수상을 노리고 있다. 씨네큐브는 영화 개봉부터 23일까지 홍 감독의 전작들을 다시 만나는 기획전을 연다. ‘북촌방향’, ‘우리 선희’, ‘자유의 언덕’,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다른나라에서’,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등 2011년 이후 홍 감독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기회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신인 감독 정진영 “발가벗겨진 기분… 조진웅 믿고 찍었죠”

    신인 감독 정진영 “발가벗겨진 기분… 조진웅 믿고 찍었죠”

    “이준익 감독님이 ‘개봉하면 떨릴 거야’라고 하시더라고요. 안 떨릴 줄 알았는데 이건 뭐 미치겠어요. 패닉 상태예요. 잠도 안 오고, 멍해요. 허옇고.” 천만 영화 ‘왕의 남자’(2005)의 연산군부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지적인 MC까지. 1988년 데뷔 이래 연극과 브라운관, 스크린을 종횡무진 누볐던 베테랑 배우에게 이런 면모가 있었나 싶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감독 정진영’(56)은 연신 머리를 긁었다. “(배우와는) 전혀 다르더라고요. 배우는 캐릭터와 연기를 평가 받지만, 감독은 직접 이야기를 쓰기도 해서요. 내가 다 발가벗겨지는 듯한 느낌이에요.”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사라진 시간’은 정진영의 감독 데뷔작이다. 20여년 전, 이창동 감독 ‘초록물고기’(1997)의 연출부 막내로 일하며 가졌던 영화 연출의 꿈을 그는 이제야 이뤘다. 영화는 한적한 시골마을, 초등학교 교사인 수혁(배수빈 분)네 부부가 의문의 화재 사고로 죽으면서부터 시작한다. 사건을 수사하던 담당 형사 형구(조진웅 분)는 어느 날 아침, 화재 사고가 일어난 수혁네 집에서 깨어난다. 갑자기 사람들은 그를 ‘선생님’이라 부르고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은 온데간데없다. 극 초반 벌어지는 수혁네 부부의 연극적인 어투와 느닷없는 죽음, 형구를 둘러싼 수수께끼 같은 일들이 보여주듯 영화는 관객들에게 영 불친절하다. “‘아라비안 나이트’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구조에 재담 넘치는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처럼 전개하고 싶었다”는 게 정 감독의 설명이다. 다만, 영화는 구석구석 숨겨 놓은 복선들 속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지, 우리는 타인에 의해서만 규정되는 존재인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주인공 형구 역에는 일찌감치 조진웅을 염두에 뒀다. 영화 속 조진웅의 안정적인 연기가 자칫 비현실적으로 여겨지기 쉬운 일들을 현실에 발 붙이는데 큰 공헌을 했다. “진웅이는 ‘대장 김창수’(2017)를 찍으며 처음 만났어요. 워낙 바쁘고 톱 배우라 (영화를) 함께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는데, 초고를 쓰자마자 보냈더니 다음날 하겠다고 연락이 오더라고요.” 오랜 배우 경력 덕에 ‘감독 정진영’은 배우들의 감정선을 전적으로 믿는 편이다. “배우들은 감정을 가져오는 사람이잖아요. 감독과 약간 다른 감정을 가져올 수는 있어도, 아예 틀린 감정을 가져오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감독이 말하는 주황색 대신 연핑크색 감정을 가져올 수 있는데, 이 경우 주황으로 밀고 가면 그 감정 자체가 다 없어지는 거예요.” 극 중 형구가 ‘혼술’을 하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는 장면도 롱테이크로 한 번에 갔다. ‘담담하게 바라보되 반 발짝 떨어져서 따라오게 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이동샷도 자제하고, 자극적인 장면은 최대한 피했다. 정 감독에게 본인 영화의 장점을 어필해 달라고 했다. 거듭 난감해하던 그는 “같이 조그마한 배에 올라서, 파도를 넘는 항해를 해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사라진 시간’은 ‘뉴 웨이브’ 영화가 아니고, 그저 ‘뉴’ 영화다. 신인 감독의 수줍은 초대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방법’ 조민수, 방법사 정지소 존재 알았다…신들린 굿판 “‘곡성’급”

    ‘방법’ 조민수, 방법사 정지소 존재 알았다…신들린 굿판 “‘곡성’급”

    tvN ‘방법’ 조민수가 정지소의 존재를 알아차리며 시청자들에게 뼛속까지 스며드는 압도적 공포를 선사했다. 특히 대미를 장식한 조민수의 10분 롱테이크 굿판 엔딩은 실제 무당에 빙의한 듯한 조민수의 신들린 연기와 강렬한 태평소, 북, 꽹과리 음악이 한 데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몰입감과 긴장감을 선사하며 한국 드라마사에 길이 남을 역대급 엔딩을 선사했다. 지난 11일(화)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방법’(연출 김용완, 극본 연상호, 제작 레진 스튜디오, 기획 스튜디오드래곤) 2회는 케이블, 위성, IPTV 통합된 유료플랫폼 가구 시청률이 평균 2.5%, 최고 2.9%를 기록했다. (닐슨코리아 제공,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 이 날은 포레스트 회장 진종현(성동일 분)의 영적 조력자이자 강력한 신기를 가진 무당 진경(조민수 분)이 백소진(정지소 분)의 존재를 알게 되고, 임진희(엄지원 분)가 백소진의 저주의 위력을 다시 확인하는 등 숨막히는 스토리가 첫 회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몰입감 속에 펼쳐졌다. 임진희는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던 신문사 부장 김주환(최병모 분)이 사지가 뒤틀린 채 사망하는 끔찍한 사건을 접한 뒤 백소진이 가진 비범한 저주의 위력을 믿게 됐다. 그 시각 진종현은 자신의 회사와 유착관계에 있던 김주환의 뜻하지 않은 죽음과 함께 형체를 식별할 수조차 없는 기괴한 시신 사진을 보고 불현듯 자신을 노리는 의문의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졌다. 그런 그가 찾은 이는 다름아닌 포레스트 자회사 대표 진경. 과거 진종현 회장과 함께 백소진의 모친을 죽인 인물이기도 한 진경은 강한 신기로 진종현을 보필하는 무당답게 김주환의 시신 사진만 보고 그가 ‘방법(謗法)’에 의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려 긴장감을 배가시켰다. 그런 가운데 백소진은 임진희 앞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학생에게 직접 저주를 가했고, 방법이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 외에도 직접 만져 저주를 보낼 수 있음을 보여줘 충격을 선사했다. 또한 자신의 모친이 진종현에게 내림굿을 했던 장본인이라며 자신과 ‘악귀’ 진종현의 10년 전 악연을 밝히면서, 임진희에게 함께 진종현을 ‘방법(謗法)’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임진희가 백소진과 운명공동체로써 진종현을 파멸시키기 위한 공조를 시작할지 향후 전개에 궁금증이 폭등한다. 특히 이 날의 백미는 단언컨대 엔딩 10분에 펼쳐진 진경의 신들린 굿판으로 배우 조민수는 절정의 연기 포텐을 터트리며 그만의 아우라와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마치 까마귀를 연상시키는 검은 무복을 입은 채 죽은 김주환의 기억을 되짚으며 ‘방법사’ 백소진의 그림자를 쫓는 진경의 모습 그리고 절정을 향해 달려가듯 점점 격해지는 음악과 거세지는 춤사위가 시청자들까지 숨 쉴 틈 없이 몰아쳤고, 끝내 백소진의 존재를 확인하는 진경의 모습은 보는 이의 뒷머리를 쭈뼛 세울 만큼 극의 긴장감을 절정으로 치솟게 했다. 더욱이 “얼굴, 한자 이름 그리고 물건을 가지고 살을 내리는 놈이구먼. 재미있는 신이 붙은 놈이야”라며 피를 머금은 채 미소 짓는 진경의 소름 끼치는 표정은 오금을 저리게 할 만큼 긴장감을 폭주시켰다. 이에 백소진의 존재를 알아차린 진경의 서슬 퍼런 핏빛 반격이 예상돼 흥미를 한껏 끌어올렸다.이를 입증하듯 방송이 끝난 후 ‘방법사’, ‘내림굿’ 등 관련 키워드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시청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에서도 “드라마보다 브라운관으로 빨려 들어가는 줄”, “대박 꿀잼! 몰입도 너무 좋다. 시간가는 줄 모르겠네”, “다음주까지 어떻게 기다려”, “조민수 연기 쩌네. 와우 소리가 절로 나오네”, “앞으로 조민수vs정지소 흥미진진할 듯”, “조민수 찐이네. 엔딩 굿판 연기 진심 압도적”,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넋 놓고 봤다”, “오늘 엔딩 곡성급 굿씬이네. 연출-연기-음악까지 장난 없네” 등의 뜨거운 호평이 쏟아졌다. 한편 tvN 새 월화드라마 ‘방법’은 한자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 매주 월, 화요일 밤 9시 30분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섹션TV’ 이시언 “왕지혜와 베드신, 민망했던 이유”

    ‘섹션TV’ 이시언 “왕지혜와 베드신, 민망했던 이유”

    오늘(12일) 밤 방송되는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영화 ‘아내를 죽였다’로 데뷔 10년 만에 첫 주연을 맡은 배우 이시언과의 인터뷰가 공개된다. 이시언이 열연한 영화 ‘아내를 죽였다’는 희나리 작가의 2010년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음주로 전날 밤의 기억이 사라진 남자가 아내를 죽인 범인으로 몰리면서 벌어지는 사투를 그린 블랙아웃 스릴러다. 이시언은 첫 주연을 맡은 소감에 대해 “(주연에 대한) 책임감의 무게 때문에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해보니까 상상했던 것보다 더 큰 책임감이 들었다”며 수많은 배우에게 존경심을 표했다. 이어 영화 ‘아내를 죽였다’를 촬영하며 뛰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달리는 장면을 롱테이크 방식으로 촬영을 진행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촬영하다 감독님이랑 사이가 틀어질 뻔했다”고 농담을 전해 주위를 웃게 했다. 이시언은 이번 영화에서 배우 왕지혜와의 베드신이 있다고 깜짝 공개했다. 그는 왕지혜와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만나 서로 친분을 유지해오던 사이라 더 민망했다고 밝혔다. 또한 “제가 힘들 때 커피도 사주고 정신 차리라고 욕도 해주던 사이인데 결혼식에 안 부르더라”, “어차피 불러도 못 갔을 거다”라고 뒤끝 있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시언은 ‘나 혼자 산다’팀에게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프로그램”이라며 감사함을 전하면서 “올해에는 박나래가 꼭 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훈훈한 우정을 드러냈다. ‘대기 배우’에서 ‘대배우’로 돌아온 이시언과의 특별한 ‘인생극장’은 오늘 밤 11시 25분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산소 같은 여자’ 말고 모성애 강한 영애씨

    ‘산소 같은 여자’ 말고 모성애 강한 영애씨

    CF 영향 자의 반 타의 반 ‘신비주의’ 전략 가정 덕에 편해… 연기도 다양한 색깔 도전펄밭 헤치는 액션 신 위해 액션스쿨 수업 실종아동 포스터 관심 생기면 성공한 것 할리우드서 태어났다면 물랑루즈 찍고파‘산소 같은 여자’가 변했다. 외모도 목소리도 이 세상 너머의 사람 같던 그가, TV 예능 프로그램(SBS ‘집사부일체’)에 나와 사는 집과 아이들을 공개하고 김장 재료를 다듬었다. “다시 태어나면 가수가 되고 싶다”며 “할리우드에서 태어났으면 ‘물랑루즈’ 같은 영화를 찍었을 것”이라는 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배우 이영애(48) 얘기다. 주연을 맡은 영화 ‘나를 찾아줘’의 개봉에 부쳐 최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이영애는 ‘나를 찾아줘’에 대해 “40대 이후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10대, 20대 때는 부끄러움이 많았고, CF의 영향으로 ‘신비주의 콘셉트’가 자의 반 타의 반 자리잡았어요. 제가 가정을 가지면서 좀더 편해지고, 연기자로서도 다양한 색깔을 보여 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거 같아요.” 김승우 감독의 입봉작인 한편 스스로 입봉작이라는 느낌도 든다고, 그는 첨언했다. 영화에서 이영애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찾아나서는 엄마 ‘정연’ 역할을 맡았다. 그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2005)에서도 아이를 잃은 엄마로 분했지만, 이번엔 결이 다르다. ‘금자씨’는 복수가 초점인 반면, ‘정연씨’는 아이를 찾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다. 아이를 찾는 와중에 남편(박해준 분)도 잃은 여자의 다층적인 연기가 필요했다. 인상적인 대목은 간호사로 일하는 정연이 후배에게 “어떻게 그렇게 보통 사람들보다 더 밝게 생활할 수 있냐”는 얘기를 듣 는 지점이다. “만약 아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면, 엄마가 살아갈 이유가 없겠죠. 하지만,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기 때문에 정연은 그럴 수가 없어요. 마음과 정신은 떠 있지만, 현실에도 발을 내디뎌야 하고요. 복잡한 감정을 가진 어머니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아이들을 데려다 착취하는 낚시터 사람들과 이를 비호하는 경찰 홍 경장(유재명 분)에게 맞서 아들을 되찾아야 하는 극 중 정연은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신경 쓸 새가 없는 인물이다. 그 극적인 고군분투를 그리기 위해, 펄밭과 바다를 헤치는 인생 첫 기나긴 액션 신 등을 위해 이영애는 액션 스쿨에 다녔다. 반면 통곡·오열 등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했다. 그의 말처럼 다양한 감정을 얼굴에 섞기보다 덤덤하게 가서 관객들에게 그 몫을 맡기는 편을 택한 것이다. “원래 낚시터 사람들한테 쫓기듯이 도망 나와서 혼자 갯벌 옆에 차를 세우는 부분이 있었어요. ‘동물 소리 같은 울부짖음’이라고 지문에 적혀 있었는데 롱테이크로 7~8분을 찍었죠. 그러나 영화 전체로 봤을 때는 너무 감정을 강요하는 거 같아서, 배우로서는 아깝지만 편집한 게 잘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결말만도 5가지 버전의 연기를 만들어 대비했고, 그중 하나가 스크린에 담겼다. 영화는 아동에 대한 착취와 성적 학대까지 가미돼 폭력 수위가 높다. 시나리오는 ‘18금’ 판정이 예상될 만치 더욱 수위가 셌다고 한다. 스스로 두 아이의 부모여서 더욱 고민이 되기도 했다. “작품을 결정하기 전에 고민됐던 부분 중 하나예요. 그런데 감독님하고도 얘기했지만,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더 잔인하고 힘들잖아요. 그걸 우리가 알리는 과정도 필요하고요. 그러면서 다시 좋은 메시지를 주는 것이, 배우로서는 큰 보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실종 아동을 찾는 포스터는 늘 곁에 있지만, 관심을 두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하자 그는 말했다. “저 또한 다르지 않아요. 그래도 이런 영화가 관객분들께(실종 아동 포스터) 한 번 볼 거 두 번 보게 한다면 성공한 거 아닌가 싶어요.”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용담댐 수몰민 아픔 영화로 그려

    전북 출신 박중권(39)·임혜령(30) 감독이 진안군 용담댐 수몰 지역을 배경으로 제작한 장편독립영화 ‘경치 좋은 자리’가 미국 휴스턴국제영화제 장편 영화부문 금상과 아시안영화부문 베스트편집상을 수상했다. 휴스턴국제영화제는 뉴욕영화제, 샌프란시스코영화제와 함께 북미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힌다. 73분 분량의 이 영화는 댐 건설 때문에 떠난 사람과 남은 자들의 심리를 ‘묘지’라는 이색적인 소재로 담아내 호평받았다. 영화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1억원가량을 들여 제작됐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선택 부문에 초청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1조 원대의 사업비가 투입된 용담댐 건설로 2800여 가구·1만 2000여명의 이주민이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 했던 아픈 기억들이 영화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배경인 용담댐 부근은 임혜령 감독의 고향이자 부모가 사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장소이다. 어린 시절 댐 수몰로 주민 이주를 생생하게 목격한 임 감독은 그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고향에서 영화를 제작했다. 공간은 임 감독의 집 방안과 집 뒷산, 어린 시절 자주 다녔던 우체국과 면사무소 등으로 짜였다. 등장인물은 과거 수몰지에 살았던 주민이나 현재 주변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다. 주인공은 임 감독의 친언니이고, 주민 역할의 할머니 역시 임 감독의 어머니다. 광활한 수몰지의 풍경을 한 번에 보여주는 익스트림 롱샷과 느린 호흡의 영상구성은 쓸쓸하면서 공허한 정서를 더 깊게 만들었다. 주인공의 감정을 관객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하기 위해 많은 장면이 롱테이크로 이뤄졌고 바람 소리나 새·물소리 등 자연의 소리를 강조했다. 관객 몰입도를 높이려고 배경음악을 사용하지 않은 게 영화의 특징이다. 박중권·임혜령 감독은 “산사람의 자리와 죽은 자의 자리는 어디이며 그 자리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궁금했다”며 “잊혀가는 자리에 익숙해지는 우리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이 영화는 내년 초 개봉될 전망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눈물 흘리기조차 겁났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눈물 흘리기조차 겁났다”

    “처음엔 ‘슬픔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영화 출연을 거절했어요. 하지만 마음에서 이 작품을 놓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다시 출연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앞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따뜻한 이야기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다같이 아픔을 딛고 잘 살아가자는 뜻을 전하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습니다.”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표현할 줄 아는 베테랑 배우에게도 어려운 배역이 있는 법이다. 배우 전도연(46)은 보통 시나리오를 읽고 출연 여부를 빨리 결정하는 편이지만 영화 ‘생일’(4월 3일 개봉)은 좀 달랐다고 했다. ‘생일’에서 그가 연기한 순남은 자신의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던 아들 수호를 세월호 참사로 잃고 하루하루를 견뎌내듯 살아가는 엄마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한 전도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혹시 제 연기로 인해 오해가 생기거나 그 골이 깊어질까 봐 걱정이 많았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영화를 촬영하고 난 뒤에 이종언 감독님과 진도 팽목항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곳곳에 매달린 노란 리본들의 색이 빛바래져 있더라고요. 씁쓸한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순간 잊혀져서 기억에서 희미해지지 않았나 싶어서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 ‘생일’은 해외에서 일을 하며 가족과 떨어져 지내던 정일(설경구)이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2년 만에 집에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정일은 가족의 곁을 지키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아내 순남과 딸 예솔(김보민)에게 천천히 다가가지만 순남은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냉랭하기만 하다. 아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몸과 마음을 가눌 수 없는 순남은 새 옷을 사서 아들의 방에 걸어 놓고, 한밤중 저절로 켜지는 현관 센서등을 아들의 인기척이라고 여긴다. 전도연은 아들을 차마 떠나보내지 못한 엄마의 내면을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표현해냈다. 더이상 흘릴 눈물이 없어 보일 정도로 메마른 표정이었다가도 끓어오르는 슬픔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모습에서는 보는 이의 가슴이 무거워진다. 특히 아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동네 주민들이 다 들릴 정도로 오열하는 장면은 눈시울을 흠뻑 젖게 만든다.“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부담스러운 장면이었어요. 지문이 ‘아파트가 떠내려가듯 우는 순남’이라고 적혀 있었거든요. 카메라 앞에 나서기까지 굉장히 무서웠죠. ‘순남의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저 스스로에게 강요하기보다 한발짝 떨어져서 순남을 보려고 노력했어요. 극 중 순남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지, 제 슬픔에 젖은 건 아닌지 끊임없이 의심하면서요. 그래도 어렵더라고요. 감정적인 소모가 많아서 그런지 촬영 끝나고 밤에 잘 때는 끙끙 앓기도 했어요.” 특히 순남이 남편과 딸의 설득으로 아들을 아꼈던 친구, 이웃들과 함께 아들의 생일 모임을 치르는 장면에서는 감정이 응축된다. 수호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매만지는 이 장면은 40~50명의 배우가 한번에 30분이 넘는 롱테이크(연속적으로 길게 촬영하는 기법)로 촬영했다. 2015년 안산에 위치한 치유공간 ‘이웃’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이 감독의 실제 경험이 바탕이 됐다. “감독님께서 실제로 유가족분들이 마련한 생일 모임을 가셨었는데 영화 속 장면과 비슷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부분은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것 같아요. 극 중 수호 가족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모두 주인공인 장면이었어요. 관객분들도 수호의 생일 모임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실 거예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던 전도연은 자신이 영화를 통해 힘을 얻은 만큼 관객들에게도 그 진심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을 하면서 아이 셋을 키우는 제 친구가 시사회 때 이 영화를 보고 제게 문자메시지를 보냈어요. 일하랴 아이 키우랴 살기 참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하루하루 사는 게 참 감사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고요. 제 친구의 이 말이 바로 이 작품이 전하고 싶은 바가 아닐까 싶어요. 보시는 분들이 슬픔을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영화 리뷰] 담담해서 더 단단한 거장의 스토리

    [영화 리뷰] 담담해서 더 단단한 거장의 스토리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영화 ‘로마…’를 들고 한국 관객을 찾는다. 전작 ‘그래비티´로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던 이후 4년 만이다.영화는 1970~71년 멕시코 로마 지역에 사는 한 백인 가족과 가사도우미인 원주민 여성 클레오(얄리차 아파리시오 분)의 삶을 따라간다. 클레오는 소피아(마리나 데 타비라 분) 집에 살며 4명의 아이를 돌본다. 계급, 인종 차이에도 가족의 사랑을 받는 듬직한 양육자다. 단란해 보이는 가정이지만, 이내 파국을 맞는다. 소피아 남편 안토니오가 가정을 버리고 애인과 여행을 떠나버려서다. 클레오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인다. 남자친구 페르민의 아이를 갖지만, 페르민은 임신 소식을 듣고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다. 영화는 흑백 화면으로 1970년대 초반 멕시코 사회의 인종과 빈부격차, 불안감이 감도는 사회상을 담아 낸다. 배경이 되는 1970년대 초반 멕시코는 민주화 열망으로 들끓었다. 급기야 1971년 정부 지원을 받은 우익무장단체가 120명을 죽인 ‘성체 축일 대학살’이 일어난다. 쿠아론 감독은 클레오와 소피아 가족의 이야기를 그저 담담하게 보여 줄 뿐이다. 초반부터 집요하리만큼 세세한 사건을 보여 주다가 영화 후반부에 대학살 현장과 가족의 위기로 연결한다. 클레오와 소피아 가족이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으로 ‘결국엔 인간’이라는 답을 담담하게 내놓는다. 클레오를 중심으로 소피아의 가족이 얼싸안은 극 중 한 장면을 담은 영화 포스터는 계급과 인종의 차이를 넘어 위기를 극복하는 이들의 모습을 집약한다. 유명한 배우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도 없지만, 스토리 하나만으로도 거장의 품격을 여실히 보여 준다. 흑백 화면의 장점을 잘 살린 질감과 대비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상적이고 아름답다. 배우의 얼굴을 가득 채운 클로즈업, 페르민의 훈련 장면이나 집회에서 보여 주는 와이드샷, 지루하지 않은 롱테이크는 더없이 감각적이다. ‘로마’는 올 시즌 대부분의 상을 휩쓸었다.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영화 부문에 선정된 데 이어 LA영화평론가협회 올해의 최우수 영화로 선정되는 등 이미 20여개 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유력 수상 후보로도 거론된다. 다만 국내 멀티플렉스 3사가 넷플릭스 영화라는 이유로 상영을 거부해 12일부터 대한극장과 서울극장 등 전국 40여개 관에서만 상영하고, 14일부터는 넷플릭스 플랫폼에서만 공개한다. 국내 흥행은 장담하기 어려우나, 자막이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오래 뜨지 못할 것은 분명하다. 135분. 15세 관람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예술의 탈을 쓴 폭력”...가려졌던 여배우들의 ‘미투’

    “예술의 탈을 쓴 폭력”...가려졌던 여배우들의 ‘미투’

    ‘거장’,’명작’이라는 이름 아래 묵살된 여배우들의 고백이상아, 14살에 노출 강요받아...“돈 많으면 찍지 말고 가라”던 임권택 감독동의 없던 강간 장면 44년 만에 고백...“실제로 당한 것 같았다” 중견 여배우가 10대에 겪은 일이다.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한 감독의 작품의 주인공을 맡았다. 마지막 촬영 날 감독이 다가와 “미리 말 안했는데 너 오늘 전라 노출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영화에서 ‘노출’, ‘성관계’ 또는 ‘강간’, ‘성폭력’을 다루는 장면이 불가피할 때, 고스란히 보여줄지 간접적으로 보여줄지를 정하는 건 감독의 몫이자 표현의 자유다. 그러나 직접 연기하는 배우와 노출 수위나 동선 등을 사전 협의하지 않고 촬영을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이 전 사회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영화계 종사 여성 3명 가운데 2명이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467명)의 61.5%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직군별로는 작가(65.4%)에 이어 배우(61.0%)가 두 번째로 피해 경험이 많았다. 국내외 여배우들은 촬영 도중 입은 성적 피해를 용기 있게 고백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거장’, ‘명작’,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용인되고 묻혔다. 배우 이상아는 과거 한 예능 프로에 출연해 임권택 감독의 1985년작 ‘길소뜸’ 출연 당시를 회고하며 “대본이 미완성이라며 주지 않다가 줬더니 괄호뿐이었고 알고 보니 노출 장면이 있어서 안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이 자신이 일찍 결혼했으면 나만한 딸이 있을 거라며 그런 걸 시키겠냐고 믿고 따라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배우는 마지막 날 일절 상의 없었던 전라 노출 장면이 생겨 촬영을 거부했더니, 임 감독이 “너 돈 많니? 많으면 이때까지 찍은 필름 값 다 물어내고 가라”고 했다면서 14살 나이에 어쩔 수 없이 전라노출을 강요받았던 상황을 토로했다. 한국의 역사와 정서를 스크린에 가장 잘 담아낸다는 평을 받는 임권택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바 있다. 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이탈리아·프랑스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버터’가 연관검색어로 뜬다. ‘버터’를 사용한 강간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여배우 모르게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과 남자 주인공 말론 브란도의 상의 후 촬영됐다.그러나 주연 여배우 마리아 슈나이더는 “합의되지 않은 장면이었다. 당시 나는 19살이었고 에이전트와 변호사를 불렀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 장면에서 실제로 강간당하는 것 같았다”고 폭로했다. 영화는 아카데미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으며 말론 브란도는 뉴욕·전미영화평론가협회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당시 이런 사실은 감춰졌다가 44년 만에 여배우의 고백으로 ‘인디와이어’, ‘피플’을 통해 보도됐고, 감독은 “여배우로서의 연기가 아닌 여자로서 실제로 수치심을 느끼는 장면을 담고 싶었다”고 논란에 대해 항변했다. 마리아 슈나이더는 “죽을 때까지 감독을 용서하지 않겠다”면서 이 영화 이후 노출하는 영화를 찍지 않고 약물중독·자살시도를 하며 살아가다 고인이 됐다. ●사전 동의가 있으면 된다?...감독마다 다른 촬영 방식으로 용인되나‘가장 따뜻한 색 블루’, 레아 세이두 “촬영은 심리적 고문에 가까워”레즈비언의 사랑을 다룬 프랑스 영화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10여 분이 넘는 리얼한 섹스신을 위해 서너 대의 카메라로 열흘 정도 촬영됐다. 이 롱테이크신을 위해 감독은 미리 짜여진 것 없이 여배우들에게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발휘해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연 레아 세이두는 2013년 ‘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감독의 요구사항은 상식을 넘어섰으며 섹스 신 촬영은 비참한 체험이었다. 심리적 고문에 가까웠고 끔찍했다”고 말했다. 이후 함께 연인을 연기한 아델 엑사르코풀로스가 “발언이 왜곡돼 기사화됐다”고 했지만 레아 세이두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으며 2년 뒤 다른 매체에서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는 프랑스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레아 세이두는 “프랑스는 출연 계약을 하면 미국과 달리 감독이 전권을 가지고 있어서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고 덫에 걸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계약상의 허점을 꼬집었다. ◆배우가 연기할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 이뤄져야박찬욱 감독 “신체 노출·강도 높은 정사 장면은 반드시 배우와 공유”베드신 촬영 때 스태프 전원 철수...무인 카메라만 남아 배우들 배려 영국아카데미시상식(BAFTA·바프타)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아가씨’는 주인공 ‘숙희’역을 연기할 신인 여배우를 모집하면서 “노출 최고 수위·노출에 대한 협의는 불가능하다”고 썼다. 노출을 감내할 수 없다면 지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영화계에서 노출에 대한 고지를 오디션 공고문에 포함하는 일은 드문 일이라고 한다.박찬욱 감독은 당시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이 다 계획되고 공유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노출이나 강도 높은 정사 장면은 반드시 어떤 내용이고 왜 찍는 지 등이 배우와 공유돼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현장에서의 인권문제라고 생각되며 내 상식으론 이 절차가 없는 것은 예술이란 이름으로 합리화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 ‘아가씨’의 베드신 촬영 당시 배우들에게 옷을 입고 리허설을 시켜 구도와 감정 연기를 살핀 뒤, 스태프를 철수하고 무인 카메라로 무선 촬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 중 히데코를 연기한 김민희는 “베드신 촬영 전에 감독님이 와인과 향초를 준비해주셨다. 배우로서 노출은 당연히 힘들지만 덕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북미에서 흥행 수익 200만 달러를 돌파하고,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 42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영화 밖에서도 ‘노출신’으로 고통 받는 여배우들고생해서 찍은 성폭력 고발 장면 성적으로 소비돼위안부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영화 ‘귀향’에서 당시 일본에 끌려간 상황을 연기한 배우 강하나는는 2016년 MBC ‘시사매거진 2580’에서 촬영 당시를 회고하며 “일본군에게 강간당하는 연기가 힘들고 실제로 무서웠다”고 고백했다.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위안부가 겪은 참상을 성적으로 풀어낸 것 아니냐는 선정성 논란이 일었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고발한 영화 ‘한공주’의 여주인공 배우 천우희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집단 성폭행 당하는 신이 나의 첫 신이었다”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촬영했다”고 밝혔다. 감독의 의도와 여배우들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이런 장면들은 성적으로 소비되기도 한다. 영화 공유 사이트나 검색사이트에서는 ‘한공주’와 ‘귀향’의 성폭행 장면을 ‘엑기스’(진액의 잘못된 표현)라고 표현하는 게시물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귀향’의 조정래 감독은 “작품을 위한 최소한의 표현이었다. 실제 피해자 할머니가 보시고 자신이 당한것의 100분의 1도 표현되지 않았다고 하셨다”면서 “소녀의 ‘몸’이 아닌 ‘피해 사실’을 봐달라”고 밝힌 바 있다. ●VR로 한국 여성 노동자 살해사건 다룬 김진아 감독아동 성폭력을 고발하지만 성폭력 ‘장면’은 없다...영화 ‘스포트라이트’미군에게 살해당한 한국 여성 성 노동자 사건인 ‘윤금이 살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동두천’은 베니스 영화제 가상현실(VR) 베스트 스토리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국내 관객에게는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 ‘두번째 사랑’으로 더 잘 알려진 김진아 감독은 지난해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피해자가 고통 받는 이야기를 다룰 때 이미지를 착취하거나 즐기는 대상으로 삼지 않고 이슈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 감독은 “‘재현의 윤리’에 대해 생각했다”고 말하면서 “폭력을 재현해야 한다는 점에서 번번이 막혀 포기했으나 특정 사건이 벌어지거나 끔찍한 사체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 VR을 통해 그 배경에 관객을 데려다 놓고 피해자가 느꼈을 고통을 체화하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가톨릭 보스턴 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고발한 영화 ‘스포트라이트’도 이와 같은 경우다. 보스턴 글로브 내 ‘스포트라이트’팀이 이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에는 ‘아동 성폭력’ 장면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기자들에게 피해자들이 당시 상황을 고통스럽게 떠올리면서 토로하는 것만으로도 성폭력 장면을 전달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이 작품은 2015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현정, 프롬프터 요구? “대사도 안 외우고..” 익명 폭로 논란

    고현정, 프롬프터 요구? “대사도 안 외우고..” 익명 폭로 논란

    ‘리턴’에서 하차한 배우 고현정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배우 윤지민이 고현정이 괴로워하고 있는 근황을 공개하며 고현정에게 동정표가 쏠린 가운데 그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SBS 수목드라마 ‘리턴’ 스태프라고 밝힌 익명의 글이 게재됐다. 그는 장문의 글을 통해 “고현정과 주동민 PD 그 누구의 편도 들고 싶지 않다”면서도 “어제 윤지민 씨 통해 피해자 코스프레 하는 것은 정말 아니다 싶었다”라며 글을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이어 “(고현정이) 현장에 패딩 돌리고 열악한 여건 개선하는 목소리 내온 정의로운 배우라고들 하시는데 내가 원하는 건 옷이 아니고 어이없는 이유로 하루 종일 대기하다가 헛걸음질하는 걸 안 하는 것”이라며 “현장에 최소 100명이 있는데 주연 배우가 얼굴이 부어서 안 나온다고, 그냥 기분이 별로여서 안 나온다고, 그냥 아무 소식도 못 듣고 기다리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중에게 빚진 일? 그런 배우가 대사도 안 외워서 드라마 핵심 중의 핵심인 법정신에 프롬프터 달라 그러냐. 이건 디스패치나 섹션TV나 아이오케이(고현정 소속사) 가서 물어봐도 좋다”며 “변호인의 송강호처럼 롱테이크 찍는 거 바라지도 않는다. 최소한 책임감 있는 배우가 대사는 외워야 진정성 있는 연기가 될 것 아니냐. 그래놓고 대중에게 빚진 일이라고 사진 찍는 건 정말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다 바보로 보이나?”라고 폭로했다. ‘프롬프터(prompter)’는 방송이나 공연 등에서 대사나 노래가사 등을 띄워 읽을 수 있도록 한 장치로 주로 뉴스 프로그램에서 앵커가 사용하는 도구다. 해당 글이 익명으로 제보됐기 때문에 진실 여부는 가려지지 않았지만 폭로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고현정의 ‘국민배우’로서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라이프 톡톡] 전기공사 5일 줄여… 기업환경 세계 4위로 올린 ‘열정맨’

    [라이프 톡톡] 전기공사 5일 줄여… 기업환경 세계 4위로 올린 ‘열정맨’

    “전기공사를 13일 만에 할 수 있다구요? 그게 가능한가요?” “저희가 준비한 동영상을 한번 보시죠.”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4위를 차지했다. 2년 만에 역대 최고 순위를 탈환했다. 지난해에는 홍콩에 자리를 내주고 5위로 밀려났었다. 기업환경평가는 창업을 준비하거나 기업을 운영하는 사업가 입장에서 행정 절차가 얼마나 잘돼 있는지를 본다. 건축 인허가나 재산권 등록, 통관 행정, 세금 납부 절차 등이 복잡하거나 규제가 많을수록 등수가 낮고, 제도 개선 노력을 통해 규제를 줄이면 높은 점수를 받는다. # 해외서 못하는 내·외부 동시 공사로 높은 평가 우리나라가 지난해보다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받은 데는 전기시설 설치시간을 5일 단축한 덕이 컸다. 전동표(32) 기획재정부 기업환경과 사무관의 아이디어가 빛났다. 제58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전 사무관은 지난해 4월 지금 자리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공장 등 건물을 짓고 전기를 공급하려면 전력발전소로부터 새 건물까지 전선을 끌어오고 내부 공사도 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보통 순차적으로 진행하지만 우리나라는 외부 송전시설 공사와 내선 공사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 기재부는 지난해에도 이 부분을 평가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세계은행은 각국에 있는 법무법인과 회계법인 등을 통해 해당 정부가 제출한 기업환경평가의견서가 실제와 일치하는지 검토하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 전기공사 동영상 찍어 세계은행 찾아가 설득 전 사무관은 “잘되어 있는 시스템이 박한 평가를 받는 게 답답했다”면서 “전기공사하는 장면을 찍어 직접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이메일로 세계은행에 평가의견서를 보낸 전 사무관은 한 달 뒤 한국전력 관계자들과 함께 워싱턴 DC행 비행기에 올랐다. 세계은행 회의실에서 그는 기업환경평가 총괄 담당자, 전기공급 분야 평가 담당자 등을 상대로 준비한 영상 자료를 공개했다. 내·외부 전기공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현장을 편집 없이 길게 찍은 ‘롱테이크’ 영상이 나오자 담당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전 사무관은 “기업환경평가 순위는 외국인 투자와 국가 이미지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상징적 의미가 크다”면서 “공정한 평가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원스톱 온라인법인 만들어 창업 23→11위로 지난해 기업환경평가에서도 전 사무관은 창업진흥원과 함께 원스톱 온라인법인 설비시스템에 대해 설명해 창업 부문 순위를 23위에서 11위로 끌어올린 바 있다. 그는 내년도 기업환경평가를 앞두고 현재 7단계인 재산권 등록 절차를 확 줄여 보고 싶다고 밝혔다. 재산권 등록 부문에서 한국은 2년 연속 39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전 사무관은 “우리나라는 민원 24,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처럼 온라인 행정시스템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서 “각각의 시스템을 한군데에서 연결하면 재산권 등록 절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관계부처 등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여전히, 앞으로도 영화는 극장에서/홍지민 문화부 차장

    [데스크 시각] 여전히, 앞으로도 영화는 극장에서/홍지민 문화부 차장

    며칠 전이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데 한 영화평론가가 강의형 교양프로그램에 나온 게 눈에 띄었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대서사극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 중 영국 정보국 장교 로렌스(피터 오툴)와 하리스 족장 알리(오마 샤리프)가 사막에서 처음 대면하는 장면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저 멀리 이글거리는 지평선에서 보일 듯 말 듯 작은 점처럼 모습을 드러내며 사막을 가로질러 다가오는 알리와 이를 지켜보는 로렌스를 교차편집해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3분 정도 롱테이크 형식으로 진행되는 장면은 영화 역사상 최고의 등장신으로 꼽힌다. 평론가는 대형 스크린이 아니라면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한마디.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권했다. 극장에서 봐야 잘 보이는 방식으로 감독들이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에는 명장면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랍 정세와 관련해 특별 임무가 주어진 로렌스가 성냥 불을 입으로 불어 끄자 마자 붉은 태양이 묵직하게 솟아 오르는 웅장한 사막의 모습으로 바뀌는 컷의 연결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온다. 리모컨을 꾹꾹 눌러 대던 손가락을 멈추고 평론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를 놓고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이 그린 평행선 때문이다. ‘옥자’에 600억원이나 투자한 넷플릭스 입장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기본이라 백번 양보해도 온라인 공개가 늦어서는 안 되고, CGV 등은 제아무리 봉 감독의 대작이라 해도 ‘선(先) 극장, 후(後) 온라인’의 룰을 깨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충돌은 영화를 처음 만나는 곳이 반드시 극장일 필요가 있느냐는 고민을 해 보게 만든다. 굳이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스마트TV, 태블릿, 스마트폰, PC 등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다. 넷플릭스가 지난 20년간 급성장한 것은 이러한 흐름을 십분 활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관객에게 좋은 쪽은 분명하다. 선택지가 많을수록 좋다. 그렇다고 일방을 편들고 싶지는 않다. 넷플릭스와 멀티플렉스 모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 각자 입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두 이윤 때문에 무엇인가를 하거나, 하지 않는다. 최근 넷플릭스가 마니아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워쇼스키 자매 연출, 배두나 주연의 드라마 ‘센스8’ 시즌3 제작을 포기한 것도 그래서다. 또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워 머신’의 국내 언론 시사가 ‘옥자 사태’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CGV에서 열린 것도 그래서다. 분명한 것은 또 하나 있다. 극장에서 보는 ‘옥자’와 손 안에서 접하는 ‘옥자’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감독이 그렇게 찍었기 때문이다. 필름보다 더 필름 느낌을 주는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를 구해 촬영했을 정도다. 언제 어디서에서라도 편리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시대지만 극장만큼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는 곳도 없다. 관객 대부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감독이 의도한 바를 제대로 전달하고 관객이 몰입해 작품에 빠져들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애쓴다면 멀티플랫폼 시대에도 극장을 찾는 발길이 잦아들지는 않을 것 같다. 광고를 줄이고, 마스킹 제대로 하고, 스크린 밝기도 적절하게 키우고, 냄새와 소리에 눈을 찌푸리지 않게 해 주고, 무엇보다 다양한 작품을 걸어 골라 볼 수 있게 해 주는 게 방법일 수 있겠다. 그렇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영화를 처음 만나는 곳이 극장이었으면 좋겠다. icarus@seoul.co.kr
  • 김옥빈 “때리고 맞고 피 튀기는 액션 설레고 좋았죠!”

    김옥빈 “때리고 맞고 피 튀기는 액션 설레고 좋았죠!”

    1969년 닐 암스트롱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딛기에 앞서 “한 인간에게 있어서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 전체에 있어서는 위대한 도약”이라는 말을 남겼다. 조금 과장하자면 8일 개봉하는 ‘악녀’가 한국 여배우들에게 그러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악녀’는 액션 영화가 더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작품이다. 액션의 최고 기재(奇才) 김옥빈(30)과 액션 장인의 길을 걷는 정병길 감독이 이뤄 낸 하나의 업적과도 같다.●합기도·태권도·복싱·무에타이 무술 실력에… 물 만난 고기처럼 “어설프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거봐, 여자는 역시 안 되잖아, 그런 소리를 들으면 누군가 또다시 이런 모험을 하지 않겠죠.” 자기 몸 하나쯤은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삼촌 이야기에 어려서부터 갈고닦은 무술 실력이 만만치 않다. 합기도 2단, 태권도 2단에 복싱, 무에타이까지 섭렵했다. 하지만 온몸으로 때리고 맞고 부수고 피가 튀는 하드코어 액션에 어느 정도 망설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김옥빈은 허허 웃음을 터뜨린다. “웬걸요. 설레고 좋았어요. 이런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를 쳐 주고 싶었죠. 그간 배운 재주를 쓸데가 없었는데, 물 만난 고기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원래 자기 목소리를 내는 캐릭터를 좋아해요. 숙희는 정반대 성격이지만 보여 주는 것에 있어서는 최강 극단의 강렬한 캐릭터죠.”●장검·권총·도끼 등 무기 익히며 액션 90% 직접 소화 숙희는 어려서 아버지를 비극적으로 잃고, 범죄 조직에 의해 킬러로 키워진 인물이다. 국가 비밀조직까지 얽히며 숙희의 비극은 더욱 가열된다. 김옥빈은 ‘악녀’를 위해 4개월 가까이 액션 스쿨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장검, 단도, 권총, 기관총, 라이플, 도끼까지 수많은 무기를 자유자재로 소화해 내려고 애썼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일부를 제외하곤 90%에 육박하는 액션 신을 직접 해냈다. 그는 액션 연기의 즐거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러다 깨닫게 된 점도 있다며 눈을 빛냈다. “영화 액션은 보기에는 멋있지만 상대를 다치게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실제 타격을 할 수가 없어요. 크게 휘두르지만 힘은 빼야죠. 근력이 받쳐 주며 힘을 조절해야 해서 실제 운동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어요.” 영화는 숙희가 덩치 큰 장정 70여명을 작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1인칭 시점의 슈팅게임처럼 흘러가다가 대형 거울에 숙희가 얼굴을 부딪히며 3인칭으로 전환되는 이 롱테이크 오프닝에서부터 입이 딱 벌어진다. 달리는 차량 보닛에 올라 한 손을 뒤로 뻗어 운전하며 추격하는 장면은 신기할 정도다. 오토바이 위 액션 장면은 바퀴에 카메라를 달아 더욱 역동적으로 연출됐다. 좁은 버스 안에서 펼쳐지는 엔딩 액션은 카메라의 종횡무진 각도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게 된다. 와이어 액션을 펼치는 김옥빈을 따라 촬영감독도 와이어를 달고 함께 공중을 날았다. ●‘킬 빌’ 우마 서먼처럼… 장검 대련 장면 가장 기억 남아 “개인적으론 장검 대련 장면을 좋아해요. ‘킬 빌’의 우마 서먼처럼 저도 장검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뿌듯했어요. 모든 장면이 힘들었지만 마지막 버스 액션 장면은 어마무시했어요. 좁은 버스 안에서 힘들고 많이 맞고 부딪쳤죠.” 원래 시원하고 볼거리가 많은 액션물을 즐겼다고. “‘와호장룡’을 좋아했어요. 지혜로운 양자경, 치기 어리고 고집스러운 장쯔이가 펼치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액션이 멋있었죠. 어렸을 때 임청하의 ‘동방불패’를 보고 어깨에 망토 달고, 칼을 들고 다닐 정도였어요. 그때는 홍콩 사람들 모두 하늘을 날아다니는 줄 알았죠.” 영화를 찍는 내내 하도 이를 악물어 턱선이 달라진 것 같다는 김옥빈은 30대에도 여전히 건강하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이미지의 배우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며 액션물에 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습득한 게 너무 많아 더 사용해 보고 싶어요. ‘악녀’는 악녀 비긴즈 같은 작품이에요. 감정을 잃어버려 누구도 사랑할 수 없게 된 숙희가 나오는 2편도 혼자 상상해 보고 있지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설경구, 화려한 슈트빨… 지독한 잔혹함

    설경구, 화려한 슈트빨… 지독한 잔혹함

    외형적으로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18일 개봉)은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다. 누아르 느낌의 범죄물에, ‘신세계’나 ‘무간도’로 익숙한 언더커버(잠입 경찰)도 이야기의 한 축이다. ‘검사외전’이나 ‘프리즌’처럼 교도소 장면도 상당 부분 등장한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사람은 로맨틱 코미디 ‘나의 PS 파트너’를 찍었던 변성현 감독이다. 베테랑 설경구(50) 입장에선 선뜻 끌리지 않을 요소를 두루 갖췄다.●폼나게 만들어준다는 말에 넘어가 “고민 많이 했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감독님 옷차림도 요란하더라고요. 그런 분이 이런 영화를? 만나자마자 물었어요. 로코 감독이 어떻게 남자 이야기를 썼냐고, 기시감이 많은 작품인데 이야기 조금 다르다고 관객들이 받아들여 주겠냐고. 그랬더니 다른 영화와 달리 남자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싶다, 스타일 있게 찍을 자신이 있다고 그러대요. 그러면서 제가 늘 구겨져 있는 느낌이라며 빳빳하게 펴 주고 싶다고 했어요. 그 말이 너무 마음에 들었죠.” 평소에나 스크린에서나 늘 후줄근했는데 때 빼고 광내고 폼 나게 만들어 주겠다는 소리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설경구는 영화 내내 교도소 장면을 제외하곤 슈트 ‘빨’을 세우고, 머리도 뒤로 넘겨 이마를 드러내고, 화려한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닌다. 불안해 보이는 웃음을 낄낄대며 무자비하게 상대를 린치하는 캐릭터보다 슈트가 더 불편했다고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멋들어진 외양과는 달리 설경구가 걸쳐 입은 한재호는 밑도 끝도 없이 잔혹무도한 캐릭터다. 범죄 조직 1인자를 꿈꾸며 출소 날을 기다리는 그에게 당돌한 ‘신삥’ 조현수(임시완)가 훅 들어온다. 그리고 ‘묘한 브로맨스’에 빠진 둘은 음모와 술수, 배신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세상 밖에서 치명적인 감정을 주고받는다. “일반적인 브로맨스보다 한 발 더 나간 감정으로 연기했어요. 그런데 제작보고회 때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멜로 영화로 생각하고 찍었다는 감독님 이야기에 깜짝 놀랐죠. 다 찍고 나서 그런 말을 들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알고 찍었으면 불편해서 시완이와 눈도 못 마주쳤을 것 같은데요. 서로 자기가 로미오라고 생각했겠죠. 하하하.”●젊은 스태프들과 작업 치열함 배워 영화는 영국의 가이 리치 작품을 보듯 과거와 현재를 교묘하게 오가며 현란한 편집 호흡과 색다른 카메라워크를 보여 준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롱테이크 액션 장면도 있다. 결과가 흡족했느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씨익 웃었다. “감독님도 그렇고 촬영, 미술 등 메인 스태프들이 경험 많은 분들이 아니에요. 셋이 합의해야 콘티 한 컷 겨우 그릴 정도로 치열한 모습에 난생처음 콘티북을 보여 달라고 하기도 했어요. 영화밖에 모르는, 미친 듯 타오르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그것만으로도 많이 배운 작품이에요. 저 스스로 치열함이 부족해졌다는 걸 많이 느낄 때라 눈에 더 들어왔던 것 같아요. 쉽게 쉽게 가려고 했던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반성도 많이 했죠.” ●뤼미에르 극장 레드카펫 밟아 망외의 소득도 있다. 다음주 개막하는 칸국제영화제에 간다. 지난해 ‘부산행’이 화제몰이를 했던 미드나잇 섹션을 통해 상영된다. 1999년 ‘송어’와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로 도쿄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 2000년 ‘박하사탕’으로 칸영화제,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영화제…. 설경구에게도 한때 찍기만 하면 해외 영화제에 초청받던 시절이 있었다. “스크린 데뷔 초반에 치열한 작품을 너무 몰아서 하고 영화제도 몰아서 다녔어요. 2000년대 중반 정도에는 조금 지치기도 하더라고요. 베니스는 멀다고 안 갔는데 그러고 나서 한동안 못 가니 후회가 됐죠. 이번엔 비경쟁 초청이지만 왜 이리 반갑던지요. 얼마 전 이창동 감독님과 식사를 하며 칸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저는 기억이 정말로 거의 안 나는 거예요. 그때는 감독 주간 초청이었는데 상영 극장이 뤼미에르가 아니었어요. 언젠가 뤼미에르 극장 레드카펫에 서리라 했었는데 이제 턱시도 입고 처음 밟아 보게 됐네요. 허허허.”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엑소 백현의 고백송…‘바래다줄게’ 들어보니

    엑소 백현의 고백송…‘바래다줄게’ 들어보니

    엑소 백현의 달달한 음색이 돋보이는 고백송 ‘바래다줄게’(Take You Home)의 티저 영상이 13일 공개됐다. 공개된 티저 영상은 백현이 직접 출연, 여자 주인공의 곁에 머물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겼다. 특히 백현의 다정다감하면서도 달달한 음색은 ‘바래다줄게’ 뮤직비디오 본편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상황이다.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된 뮤직비디오 본편은 장면을 끊지 않고 하나의 컷으로 길게 촬영하는 롱테이크 기법으로 촬영해 보는 재미를 더욱 배가시킬 전망이다.SM엔터테인먼트 디지털 음원 공개 채널 ‘STATION’(스테이션) 시즌 2의 세 번째 신곡인 ‘바래다줄게(Take You Home)’는 가수 조규만이 작사, 작곡에 참여한 미디움 템포의 곡이다. 이별의 상처가 있는 여자를 곁에서 지켜보며 위로하고 싶어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한편 엑소 백현의 고백송 ‘바래다줄게’는 오는 14일 음원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다. 사진·영상=SM TOWN/네이버tv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게살이 가득한 태국의 밥도둑

    [모델 박둘선의 영화 음식 이야기] 게살이 가득한 태국의 밥도둑

    자신을 외할머니에게 맡기고 해외로 떠난 어머니가 그곳에서 어떤 어린이를 돌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면 기분이 좋을 까닭이 없다. 일본 영화 ‘수영장’은 4년 만에 어머니 교코를 태국에서 만난 사요가 어머니가 돌보는 태국 소년 비이를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영상이 멈췄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한 장면을 길게 비추는 롱테이크 기법처럼 사요의 어머니에 대한 감정은 서서히 긍정적으로 바뀐다. 태국 소년과 우정을 쌓고 그동안 서운했던 감정을 어머니에게 털어놓은 사요는 일주일 뒤 일본으로 돌아간다. 교코가 태국에 도착한 딸을 위해 준비하는 요리 목록에 푸팟퐁커리가 있다. 푸팟퐁커리에 쓰이는 게는 겉껍질이 얇아서 씹어 먹을 수 있는 ‘소프트셸크랩’을 쓰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소프트셸크랩은 냉동 상태로 많이 팔리고 있다. 일반 꽃게를 써도 되지만 이 경우에는 좀 더 오래 볶아 준다. 게를 튀기기도 하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다. 푸팟퐁커리에 게맛살을 쓰는 경우도 있다. 새우를 쓰면 푸팟꿍커리가 된다. 오징어 등 여러 해산물을 넣으면 탈레팟퐁커리라고 불린다. 부드러운 해산물 카레라고 보면 된다. 태국 요리에 자주 쓰이는 야채 중 파프리카와 피망은 얼핏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맛은 조금 다르다. 서울요리학원의 김홍준 강사는 파프리카는 과육이 굵어서 포를 뜨는 것처럼 얇게 저며야 요리할 때 편하다고 조언했다. 아삭한 식감을 즐기는 샐러드용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서양고추인 피망은 맵지는 않지만 고추처럼 톡 쏘는 맛이 있다. 과육은 파프리카보다 얇다. 피망 대신 파프리카를 써도 된다. 닭 육수는 닭 뼈, 양파, 당근, 파, 생강 등을 넣어서 팔팔 끓인 뒤 미지근한 불에 한 시간 정도 더 끓여 주면 된다. 보통 닭 육수를 만들어서 한 번 쓸 분량씩 담아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 쓰기도 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면 시중에서 파는 액상 닭 육수를 쓰면 된다. 닭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면 물에 카레가루만 풀어 써도 된다. 카레는 일본산 S&B카레가루를 썼다. 김 강사는 국산 카레보다 좀 더 깊은 맛이 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박둘선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교수는 여기에 강황가루를 좀 넣어도 괜찮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향신료를 좋아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레 요리에 강황을 즐겨 쓴다. 매운맛을 우려내기 위해 다진 마늘과 베트남 고추부터 볶았다. 베트남 고추는 태국 요리에 종종 쓰이는데 청양고추보다 더 매운맛을 자랑한다. 베트남 고추가 많이 대중화되면서 즐겨 먹는 사람도 늘어났다. 박 교수도 종종 베트남 고추를 즐겨 먹는단다. 카레 끓일 때 넣는 코코넛밀크는 푸팟퐁커리를 고소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코코넛밀크가 없다면 우유를 넣어도 된다. 한 예능 방송 프로그램에서 카레에 코코넛밀크를 넣는 것이 방영될 정도로 대중화됐다. 일부 음료 회사에서 코코넛밀크를 팩 형태로 출시했다. 채소가 어느 정도 익으면 게를 넣고 다음으로 계란을 넣고 저어 준다. 계란이 카레 색을 띠기 시작하면 푸팟퐁커리가 완성된 것이다. 계란이 있어 더욱 부드러워진 밥도둑이 나왔다. 정리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재료 게 4마리, 양파 반 개, 달걀 2개, 쪽파 100g, 닭 육수 반컵, S&B카레가루 반 컵, 올리브오일 필요량, 다진 마늘 2큰술, 베트남 고추 8개, 코코넛밀크 250㏄, 청·홍피망 50g 만드는 법 ① 게는 깨끗이 씻어 4등분으로 자른 뒤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노릇하게 볶는다. ② 양파는 얇게 채썰고 쪽파는 깨끗이 씻어 5㎝ 길이로 자른다. 피망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③ 그릇에 닭 육수와 카레가루를 넣고 섞어 놓는다. ④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베트남 고추를 볶다가 카레를 넣고 끓인다. ⑤ 만들어 놓은 ④ 에 코코넛밀크를 넣고 끓인 다음 손질한 채소를 넣어 익혀 준다. ⑥ 팬에 익혀 둔 게를 넣어 잘 버무린 다음 계란을 넣고 익혀 준다. <도움말:서울요리학원(02-766-1044)>
  • [새 영화] ‘칠드런 오브 맨’, 2027년 불임의 세상…‘새 생명’을 지켜라

    [새 영화] ‘칠드런 오브 맨’, 2027년 불임의 세상…‘새 생명’을 지켜라

    영화 ‘그래비티’(2013)에서 질식할 것 같은 우주 공간을 생생하게 연출했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문제작 ‘칠드런 오브 맨’(2006)이 뒤늦게 국내 개봉한다. 가까운 미래(2027년)가 배경인 SF 영화다. 전 세계가 무정부 상태로 혼돈에 휩쓸려 있다. 곳곳에서 폭동과 테러가 빈번한다. 삶은 피폐하다. 유일하게 군대가 건재한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피시단’이라는 반체제 저항 세력이 암약한다. 영국은 8년째 이민 봉쇄 정책을 펼치고 있다. ‘푸지’라 불리는 불법 이민자들도 넘쳐난다. 붙잡히면 열악한 환경의 집단 수용소에 강제 수용된다. 이 시대가 가장 절망적인 지점은, 20년 가까이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임의 시대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나이 어린 19살 디에고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더이상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는 인류는 조용히 멸종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영화 바탕에 깔려 있는 세계관은 복잡하지만, 스크린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따라가기 어렵지 않다. 한때 운동권이었으나 공무원으로 살고 있는 테오(클라이브 오언)에게 전 부인이 접근한다. 피시단 리더인 줄리언(줄리언 무어)이다. 둘은 아이를 잃은 아픈 기억이 있다. 줄리언은 푸지 신분인 흑인 소녀 키(클레어-홉 애시티)를 해안가까지 데려갈 수 있게 여행증 발급을 도와달라고 제안한다. 알고 보니 이 흑인 소녀는 임신한 상태다. 줄리언은 과학자들이 인류 문명 복원을 위해 꾸리고 있다는 휴먼 프로젝트에 키를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피시단의 내부 분열로 흑인 소녀의 앞날은 테오에게 맡겨진다. ‘칠드런 오브 맨’은 우리 현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와 비교되기도 한다. ‘그래비티’ 도입부에서 17분가량의 압도적인 롱테이크 장면을 선사했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이 작품에서도 롱테이크에 대한 애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 중반 줄리언이 총격을 받아 숨지는 장면에서 5분가량 롱테이크가 맛보기 격으로 등장한 뒤 영화 말미에 10분이 넘는 장엄한 롱테이크가 이어진다. 테오가 키를 구하기 위해 총알이 빗발치는 시가지를 헤치고 다닌다. 테오와 키가 아이를 안고 폐허의 건물을 나서며 총성이 멎는 장면에선 그야말로 가슴 뭉클한 인류애를 느낄 수 있다. ‘그래비티’에서 ‘버드맨’, ‘레버넌트’까지 3년 내리 오스카 촬영상을 수상한 에마누엘 루베즈키 촬영감독이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함께 빚어낸 놀라운 장면이다. SF지만 화려하지 않고, 기독교적인 종교관을 비트는 등 심오하기까지 하다. 관객에 따라서는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으나 막판 롱테이크 장면 하나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새영화> ‘칠드런 오브 맨’ 9월 22일 개봉

    <새영화> ‘칠드런 오브 맨’ 9월 22일 개봉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기능을 상실한 종말의 시대를 맞는다’ ‘칠드런 오브 맨’의 설정이다. 영화는 서기 2027년 종말을 앞둔 미래, 더는 생명이 태어나지 않는 절망적인 현실을 살아가던 인류에게 아이를 잉태한 한 흑인 소녀 ‘키’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는 9월 22일 국내 개봉을 확정 지은 영화 ‘칠드런 오브 맨’은 종말을 앞둔 인류에게 기적을 안고 나타난 소녀의 모습이 담긴 메인 예고편을 공개했다. 예고편은 불임의 시대를 맞아 무너져 내린 세계의 모습과 어디론가 끌려가는 불법 이민자들의 모습, 빈번한 테러와 전쟁 상황을 모두 담아내며, 과연 ‘키’가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보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2006년 해외 개봉 후, 다소 저조했던 흥행 성적으로 ‘불운의 영화’로 알려진 것과 달리 평론가들과 팬들에게 찬사를 받으며 ‘비평적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2006년 베니스영화제 기술공헌상과 라테르나 마지카상, 2007년에는 영국아카데미 촬영상, 미술상, 새턴어워즈 최우수 SF영화상을 휩쓸었다. 특히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2004년), ‘그래비티’(2013년)의 멕시코 출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을 맡아 기대를 높인다. 이에 대해 배급사 영화사 마농 측은 “거대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경이로운 비주얼로 담아냈으며, 종말을 앞둔 등장인물들에 대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만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후반부에 12분 넘게 이어지는 롱테이크 카메라 기법은 종말 위기에 처한 인류의 묵시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동시에 생명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와 감동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15세 관람가. 109분. 사진 영상=영화사 마농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김장한은 실제 고종이 덕혜옹주와 정혼 시키려 했던 인물 ”

    “김장한은 실제 고종이 덕혜옹주와 정혼 시키려 했던 인물 ”

     “이제껏 겪어온 경험들, 터득한 노하우를 이번에 집약하고 정리, 융합해서 만들어내고 싶었어요. 그러고 나면 앞으로 (연기를) 새롭게 탐구해볼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들었죠. ‘덕혜옹주’라는 작품은 제게 어떠한 지점으로 가는 단계였던 것 같아요.”  부드러움에 단단함을 갖춘 박해일(39)은 믿고 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상업 영화로, 때로는 독립 영화로 관객들과 20여편의 신뢰 관계를 쌓아오다가 어느 덧 마흔을 바라보는 전환기에 택한 작품이 바로 ‘덕혜옹주’(3일 개봉).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허진호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역사의 격랑 속에서 비운의 삶을 살다간 대한제국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가 주인공이다.  박해일은 덕혜옹주(손예진)를 위해 헌신했던 독립운동가 ‘김장한’을 연기한다. 원래 김장한은 실제 기록에선 고종이 환갑에 얻은 딸로 애지중지하던 덕혜옹주와 정혼시키려 했던 것으로만 단 한 줄 언급되는 인물이다. 덕혜옹주는 그러나 고종이 돌연 세상을 떠나며 일제와 친일파에 의해 강제로 일본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해방 이후에도 이승만 정부의 반대에 막혀 좀처럼 고국 땅을 밟지 못하던 덕혜옹주는 1962년 일본에서 영구 귀국한다. 이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게 서울신문사 김일한 기자로, 김장한의 형이다. 영화 속 ‘김장한’은 이들 형제를 하나로 녹인 캐릭터다. 여기에 허진호 감독은 김장한이 젊은 시절 독립운동에 투신했으며 영친왕과 덕혜옹주 남매를 상해로 망명시키려고 일본에서 탈출 작전을 벌였다는 픽션까지 버무리며 자칫 분위기가 처질 수 있는 영화에 생동감을 부여한다. 박해일은 ‘은교’에서의 파격 이후 이후 4년 만에 또 노인 특수 분장을 했다. 핸드헬드 롱테이크로 찍은 첫 장면에서부터 장년의 모습을 보이더니 일제강점기의 청년 시절을 오간다. “경험이 큰 도움이 됐어요. 한 번 제대로 해봐서 그런 지 물리적인 불편함이 없이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분장을 받았을 때의 불편함과 예민함을 느끼지 못했어요. 배우는 결국 감정으로 배우의 역할을 해내야 하잖아요. 그 부분에 집중하기가 좋았죠.”  영화에서 덕혜옹주와 김장한은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미묘한 감정선을 오간다. 박해일은 감정신이 단 한 장면에 불과할 정도로 절제된 연기를 보탠다. 덕혜옹주에 대한 김장한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이었을까. 그 부분이 이번 작품에서 자신에게 매우 중요한 지점이었다고 박해일은 말했다. “적정하게 거리를 두고 남녀 관계를 풀어가는 허진호 감독님만의 특화된 방식이 무척 매력적이에요. 감독님은 사소한 동작이나 모습에서 인물과 인물 사이의 정서를 끄집어 내는 데, 정말 대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슬아슬하게 관계의 지점들을 풀어내는 데 거기서 깊이가 나오죠.”  덕혜옹주가 역사적으로 어떤 인물이었냐에 대해 어느 정도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 영화는 애써 미화하려 하지 않는다. “역사적 사실과 극화된 영화는 비교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장르로 풀어왔고, ‘덕혜옹주’도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이 더 나아가 이야기하려는 게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좋은 관심라고 생각합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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