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양극화/ 산자부,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
삼성전자·한국전력 등 상반기 설비투자 1∼5위 기업들이 하반기에는 투자규모를 상반기보다 5700억여원 축소,7조 7970억원 정도만 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하반기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감소할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에는 중견기업들의 투자가 늘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는 계속 위축돼 정부의 투자 촉진책 등이 있지 않는 한 재계의 본격적인 투자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5대기업 0.2% 줄고 200대기업 9.2% 상승
13일 산업자원부가 24개 주요 업종별 매출액 기준 상위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상반기 설비투자실적 및 하반기 계획’에 따르면 올 하반기중 이들 기업의 총 투자 예정액은 15조 3584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9.2% 늘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LG.필립스LCD,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전력 등 상반기 5대 기업의 올 하반기 투자액은 전년 동기보다 0.2% 감소하는 반면 나머지 기업들은 7조 5611억원으로 21.0%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같은 설비투자 예상액 가운데 10%인 1조 5000억여원을 삼성전자의 LCD(액정표시장치) 설비 확장이 차지하는 데다 삼성테스코(5980억원),롯데쇼핑(5000억원),신세계 이마트(3000억원) 등 유통업체가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을 감안하면 재계 전체의 설비투자 분위기가 살아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성급하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 하반기에 투자가 활발한 분야는 자동차(전년대비 54.4% 증가),일반기계(81.5%),정밀화학(51.5%) 등이다.상반기에 감소했다가 하반기에 증가세로 돌아서는 분야는 타이어(68.6%),시멘트(9.7%) 등으로 추정됐다.그러나 항공(-83.6%),비철금속(-39.5%),신발(-84.6%) 등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 목적별로는 R&D(연구개발) 및 정보화 투자가 상반기에 비해 대폭 확대되고,신제품 생산에 대한 투자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반면 설비투자에서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설비확장 투자는 상반기에 비해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개발·신제품 투자 늘듯
조사대상 200대 기업의 상반기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18.5% 증가한 13조 5285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위 5대 기업의 설비투자액(8조 3737억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31.5%,그외 기업(5조 1548억원)은 2.1% 각각 늘었다.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설비 증대(4957억원)등 일부 대기업의 초대형 투자가 전체적인 투자금액 증가에 기여를 했다.실제로 투자규모 상위 5대 기업의 투자액이 전체의 6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뒤집어 말하면 중소기업 등 기업들의 투자액은 별로 늘지 않았던 셈이어서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간 투자규모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했음을 알 수 있다.
●중기투자는 내년 상반기 이후 회복
상반기와 하반기 투자실적과 계획을 보면 몇몇 대형 사업들 때문에 전체 규모가 늘기는 했지만 대부분 기업들은 불확실한 국내외 경제여건과 경기침체 여파로 여전히 투자를 꺼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자부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투자 패턴을 분석하면 상반기에는 최상위 대기업 위주로 투자가 이뤄졌으며 하반기에는 중견 대기업의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중소기업의 투자 확대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산자부가 지난달 9∼30일 해당 생산자협회 및 단체를 통해 설문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경운기자 kkw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