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얽힌 이야기] 청동기 말 뼈부터 현대미술까지… ‘말 많은’ 전시들
말의 그 힘찬 질주가 우리 민족의 기상을 웅변해 주고 있어서일까. 갑오년 신년 벽두에는 말띠해의 박진감을 생생히 전해 주는 전시 공간이 많다. 화폭 사이로 ‘익숙한’ 존재를 새삼 ‘낯설게’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국립민속박물관(02-3704-3173)은 2월 17일까지 ‘힘찬 질주, 말’ 기획전을 이어 간다. 청동기시대 말 머리뼈부터 삼국시대의 말 모양 토기 등 관련 유물 64점이 소개된다.
전시에선 서울 마장동의 유래가 된 사복시 마장원(馬場院)과 관련된 ‘살곶이 목장지도’, 경주 현곡면 왕릉급 고분 호석(護石)에서 나온 말 신장(神將) 등을 관련 학계의 성과 및 해석과 함께 선보인다. 말 신장은 지난해 11월 발굴 이후 처음 공개 되는 것이다.
또 제주 목장에서 말의 사육을 담당하는 목동인 ‘말테우리’가 쓰던 개가죽으로 만든 방한모와 그 모습이 담긴 20세기 사진엽서, 암수 두 마리의 말이 노니는 장면을 그린 조선 후기의 ‘곤마도’, 버드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말을 그린 지운영 화백의 1923년 작 ‘유하마도’ 등이 나왔다. 1970년대에 제작된 소아용 말타기 장난감, 고무공을 눌러 움직이는 경마 장난감 등도 함께 전시된다.
전시 전개는 무척 이채롭다. ‘말과 탈것’을 중심으로 야생마(진화), 길들이기(순화), 사람 승용(1단계), 신·영혼 승용(2단계), 19세기의 말, 기차와 승용차 등 말의 대용재로 이어지는 시간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박물관(031-288-5400)은 12월 말까지 ‘말 타고 지구 한 바퀴’전을 연중 내내 이어 간다. 경주 금령총에서 나온 ‘기마인물형토기’, 천마총에서 나온 ‘천마도’ 등에 등장하는 말의 모습 등을 보며 세계 각 지역의 말과 관련된 문화를 살필 수 있다.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마구 스탬프 찍기·모형말 타고 사진 찍기 등의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전주역사박물관(063-228-6485)은 ‘달리자 청마야’전을 2월 23일까지 연다. 십이지와 말, 말의 상징, 말과 신앙, 일상생활 속의 말, 말의 생태, 군마, 지역과 말 등 7개 부문으로 나누어 진행한다. 두 마리의 말이 등장하는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의 ‘쌍마도’, 말 위에서 술을 마실 때 쓰는 청자 ‘마상배’ 등 50여점을 전시한다.
마사박물관(02-509-1283)은 4월 28일까지 ‘말놀이 문화’ 특별전을 개최한다. ‘내 친구, 말’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전시에선 죽마놀이·말뚝박기 등 전통 말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롯데갤러리(02-726-4456)는 2월 3일까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청마시대’전을 이어 간다. 한국, 몽골, 호주 등의 작가 28명이 회화, 조각, 설치물 등 말을 주제로 7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우리나라는 김석영, 송형노, 김점선 등 9명, 몽골은 차드라발 아디야바자르, 바트뭉크 다르마 등 15명, 호주는 마기 셰퍼드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