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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나가던’ 사람들 “이젠 요리사”

    ‘잘 나가던’ 사람들 “이젠 요리사”

    “회사 쫓겨나면 밥집이나 하지 뭐.”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흔히 주위에서 이같은 자조섞인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밥집’은 아무나 하나. 밥집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속편하게 생각해도 좋은 그런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최근들어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들이 잇따라 ‘밥장사’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금융계의 한 축을 차지했던 전직 은행장, 회사 매출을 쥐락펴락했던 카피라이터,‘고소득의 대명사’인 변호사와 의사…. 음식업계는 이들의 합류를 반긴다. 외식업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고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계기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최동주 한아식품 대표이사는 “과거엔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밥장사를 했지만 지금은 당당한 문화코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정상을 밟아본 적이 있는 음식업계의 ‘외인군단’. 이들은 어떤 요리철학을 갖고 현업에 임할까. 그들의 음식점을 살짝 들여다 볼까요? 글 김종면·이기철·최여경기자 jmkim@seoul.co.kr 사진 류재림·최해국기자 jawoolim@seoul.co.kr ■ 은행장보다 주방장이 더 어려워…김재기의 ‘농우신라’ 한국의 내로라하는 사람들 가운데 금융통 ‘김재기’를 모르는 이가 없다. 주택은행과 외환은행장을 지냈으니 그의 인재풀이 오죽하랴. 이수성 전 국무총리, 김상현 전민주당의원과 함께 한국의 ‘3대 마당발’로도 불리는 그는 언제든지 전화 한 통화로 달려나올 사람이 5000여명이 된다고 할 정도다. 그가 은행을 떠난 지 10여년 됐지만 아직도 행원들의 꿈이자 우상이다. 최초의 행원출신 은행장, 중학 동창 3명 은행장 동시 등극, 여지점장 3명 동시 발령…금융계에선 그의 전설같은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은행장 퇴직이후엔 한국씨름연맹 총재, 한국관광협회장 등으로 끊임없이 일을 찾았다. 세상 부러울 것 없는 그가 갈비집 사장으로 변신했다. 이순(耳順)을 훌쩍 넘기고도. 김회장은 “에이, 사장은 무슨 사장이야, 방마다 인사하는 마담이지.”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금융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그가 노후를 편안하게 지내리라는 사회적 통념을 또 한번 유쾌하게 깨뜨렸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뒤쪽 사거리 삼성디지털플라자옆 농우신라(553-4151)에서 그를 만났다.“은행업무와 음식점도 서비스란 면에서 공통점이 많아요. 고객을 중요시 해야하고, 또 내가 먼저 내주고 받는 것도 같지요.” 신라농우는 양식당처럼 깨끗하다. 고기집 특유의 냄새가 배어 있지 않다. 인테리어도 재미있다. 방마다 유명 그림의 복제품을 걸어두었다. 은은한 음악도 흘러나와 고기집이 아니라 고급레스토랑 같다. “화장실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을 정도는 돼야 된다.”음식점을 하면서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그의 지론이다. 화장실이 여느 호텔 못지않게 깨끗하다. 이러니 주방은 들여다보지 않아도 신뢰감이 생길 만하다.“화장실이 깨끗하지 않은 식당은 절대로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그는 먹는 재미로 살았다.“은행장 시절 하루 아침에 5번 식사한 적도 허다해요. 모두 다 놓칠 수 없는 큰손 고객인 까닭에 같이 먹게 됐지요. 저녁은 몇 차례를 먹었는지 몰라요. 그렇게 음식맛에 눈을 떴다고 할까요.” “직장 퇴직자가 음식점을 하면 95%는 망합니다.5%가 성공하는 데 비결은 주인이 직접 주방에서 일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기는 횡성 한우를 쓴다. 불고기 1만 9000원부터 생등심 3만 9000원까지 다양하다. 등심은 육즙이 적당히 밴 육질이 졸깃하다. 밑반찬도 깔끔하다.“이익을 덜 내더라고 재료를 아끼지 말아야지요. 손님이 많으면 결국 더 많이 벌게 됩니다.”그가 항상 강조하는 사항이다. 화학조미료통은 주방에서 아예 치워버렸다. 술은 주로 와인. 시중에서 3만∼4만원짜리 와인을 무조건 1만원에 판다.“우린 술집이 아니니깐 와인에서 이윤을 남길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래서 와인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지요. 고기 먹어러왔다가 와인이 더 비싸면 누가 마시겠어요?”시중에서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고급와인을 3만∼4만원에 내놓고 있다. 요즘엔 냉면을 낸다. 정문에 냉면엔 ‘메밀 60%를 쓴다.’고 내걸었다. 주방의 김영삼 냉면장에게 철저히 지킬 것을 지시했다.“메밀을 60% 쓴다고 약속해놓고 안 지키면 그게 바로 고객을 속이는 사기지요.”. 고객이 “먹어본 냉면 가운데 가장 맛있다.”는 고객도 적잖다. 평양식 냉면의 은은한 맛과 육수맛이 그만이다. 평양식·함흥식·비빔냉면 6000원.‘잘나가는 고기집 사장’으로 변신한 그가 퇴직이후를 걱정하는 샐러리맨들에게 또 한번 우상이 됐다. ■ 메스대신 부엌칼 잡았죠…노종헌의 ‘로이’ 아시안 퓨전 레스토랑 ‘로이(Royee·540-3312)’는 맛집 많은 신사동 도산공원 일대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한국 일본 등 동양의 먹을거리를 서양식 조리법으로 풀어낸 정통 퓨전으로, 또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노종헌(37) 사장의 독특한 이력으로 유명하다. 1988년 고려대 의대에 진학한 그는 국가고시를 보기 직전 1996년 훌쩍 유학을 떠났다. 가업을 잇기 위해 선택한 전공인 탓인지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던 그는 애초의 꿈이었던 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매사추세츠 주립대에서 다시 회계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일식 레스토랑에서 그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처음 요리 인생을 열어준 사람이 바로 그 식당의 요시 나카가와 사장이었죠.‘가슴으로 요리하라.’고 가르치면서 직접 재료를 고르고, 고객과 눈을 맞추면서 고객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내놓는 모습에 감동받았습니다.” 유학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로 꼽히는 뉴욕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에 입학해 요리와 경영, 마케팅을 배웠다.“땀 흘리며 요리하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내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는 게 어떤 기쁨인지 알게 됐습니다. 서른이 넘어서야 제가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게 된 거죠.”한국에 돌아온 2001년, 워커힐 호텔에서 경력을 쌓은 뒤 지난해 5월 ‘로이’를 열었다. 그가 특히 추천하는 메뉴는 삼겹살찜. 영국식 소꼬리찜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접목했다. 굽고 찌고 조리는 세 단계 과정을 거쳐 익힌 삼겹살, 고추냉이향을 첨가한 으깬 감자, 후추를 살짝 섞은 데리야키 소스가 함께 어우러진 요리. ‘밥을 먹지 않으면 허전하다.’고 말하는 손님에게는 메로구이를 추천한다. 포도씨기름 마늘 생강 식초 등을 김과 함께 갈아만든 걸쭉한 소스를 깔고, 돌솥비빔밥의 누룽지처럼 그릴에 구운 꼬들꼬들한 밥을 올린다. 그 위에 잘 익은 메로구이를 얹어 완성. 김 소스와 메로, 밥 적당량을 비벼 입에 넣으면 밥의 씹히는 맛과 새콤달콤한 소스, 향긋한 김, 고소한 메로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방황하던 아들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신 아버지도 처음과 달리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고요. 앞으로도 성실하게, 일관되게 정직한 맛을 선사할 겁니다.” 삼겹살찜·메로구이 1만 9000원, 파스타 1만 3000원, 밥 요리 1만 6000원, 주방장 추천세트 2만 5000∼3만 5000원. ■ 카피라이터가 만드는 바다의 맛…오시환의 ‘해장금’ 오시환(51). 그는 지난 20년간 대우, 코래드 등에서 카피라이터와 AE 등으로 일해온 잘나가던 광고장이였다. 꿈에서조차 광고를 만들 정도로 광고삼매에도 빠져봤지만 가슴 한편엔 늘 허전함이 남았다.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경쟁을 먹고 사는 삶에 멀미를 느낀 그는 마흔여덟의 나이에 마침내 변신의 길을 택한다.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건너간 것이다. 플로리다의 일식당, 뉴욕 맨해튼의 한식당 등에서 보낸 3년간의 주방보조 생활. 날카로운 생선 아가미를 떼어내다 손을 찔리기 일쑤였고, 중식당에서 일할 땐 ‘웍(볶음요리할 때 사용하는 중국식의 깊은 프라이팬)’을 다룰 줄 몰라 하루 만에 해고되기도 했다. 그런 소중한 경험을 자산으로 그는 한국에 돌아와 요리집을 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사옥 뒤편의 바다요리 전문점 해장금(海長今·전화 741-8435)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에선 뭘 먹어야 할까. 주방장을 겸하고 있는 오시환 사장은 단연 해물누룽지탕(소 1만 3000원, 대 2만원)을 권한다. 그린 홍합과 새우, 청양고추, 숙주, 배추, 양파, 호박,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그리고 직접 눌린 국산 누룽지. 그외엔 어떤 인공 조미료도 넣지 않는다. 청양고추로는 얼큰하고 칼칼한 맛을, 숙주와 배추로는 시원한 맛을, 양파로는 달콤한 맛을 냈다. 해장금의 또 다른 특징은 바다요리집이지만 스시와 매운탕이 없다는 점.“한집 건너 한집이 횟집인 상황에서 ‘쓰키다시 잔치’인 회나 판에 박힌 매운탕과는 다른 뭔가를 보여주고 싶다.”는 소신이다. ‘마흔여덟에 식칼을 든 남자’라는 에세이집도 펴낸 그는 꿈을 잃어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역할모델이 될 만하다. 그를 보면 일본의 세계적인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의 말이 새삼 진실되게 다가온다.“처음부터 잘 안 된다고 걱정하지 마라. 자꾸자꾸 하다 보면 자신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신을 스스로 우바새라 부르는 독실한 불교신자. 맛의 선지식을 찾아 나선 그의 음식만행(萬行)은 언제쯤 끝날까. 그는 예순이 넘으면 모든 걸 정리하고 인도를 오가는 여행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급한 건 새로운 타입의 해물야채수제비탕을 개발해 내는 것이다.“기대하세요. 맛의 별천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그의 여문 손끝에서 과연 어떤 맛이 태어날까. ■ 노래하는 피자 보셨나요…김주환의 ‘톰볼라’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목소리가 너무나 깊고 은은하다. 흘러나오는 클래식은 냇물이 흐르듯 잔잔하면서 기품이 있다. 바로크시대의 기악곡들이다. 알비노니와 마르첼로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벤야미노 질리와 알프레도 크라우스 등의 성악이 나온다. 서울 방배동 서래마을 입구의 이탈리아 음식점 톰볼라(593-4660)의 분위기다. 사장은 서정적인 테너가수 김주환(55)씨.“처음엔 주방에 들어가 피자도 만들었는데, 지금은 그저 손님을 안내하는 매니저예요.”그의 목소리가 묘하게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에서 10여년간 성악을 전공했다.“성악의 황금시대인 1930년대를 풍미했던 마리아 젠딜레에게서 배웠죠. 제겐 큰 행운이었습니다.”90년대 중반에 돌아와 수십차례의 독창회를 가졌다. 고풍스럽게 아름다우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게 그의 음색 특징.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과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극동예술대학에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로마 외곽 산비트로의 톰볼라에 자주 가서 먹다가 주인과 친구가 됐죠. 향수를 달래느라 그 이탈리아 친구로부터 피자와 스파게티를 배웠습니다. 그게 음식점으로 이어졌습니다.”개업을 앞두고는 정식으로 로마의 피자학교도 다녔다. 그가 음식점을 하게 된 동기는 단순해 보이지만 음악과의 공통점이 많단다.“외국 문화를 가장 빨리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음악과 음식입니다.”음식은 특히 종합예술이라고 강조했다. 식사에 맞는 음악, 이탈리아 분위기를 그대로 나타내는 인테리어, 이탈리아의 맛…. 이집의 화덕은 이탈리아에서 직접 가져왔다. 화산재로 만든 것으로 정통 이탈리아식 피자를 맛볼 수 있다. 담백하면서 촉촉하다. 다른 음식들도 조리과정을 단순화시켰다. 재료의 신선한 맛이 살아있다. 스파게티와 피자, 리조토는 1만 2000∼1만 6000원. 톰볼라의 맛은 음악에 젖어있다. ■ 패션디자이너가 요리하는 ‘파크’ ‘본보스토’ 패션디자이너의 감성이 묻어나는 식당. 디자이너만의 멋이 묻어있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맛까지 더해졌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서울 청담동에 자리잡은 멋과 맛이 살아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음식공원, 박지원의 ‘파크’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디자이너 박지원씨의 감각적인 손길이 곳곳에 묻어나는 ‘파크(Park)’는 고급스러운 중국·태국 음식을 먹고싶을 때 찾아가면 좋다. 이름은 주인의 성을 딴 것도 있지만 ‘공원같은 느낌’을 강조하기도 한다. 조명은 어둡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는 입으로, 귀로, 손끝으로 느끼는 것에 더욱 신경을 쓰게 하기 위함이다. 추천 요리는 석류소스 딤섬(2만 2000원). 달걀 흰자로 만두피를 만들고 닭고기, 야채 등으로 만두소를 만들어 낸다. 직접 짜서 내는 석류즙 소스를 찍어 먹으면 새콤달콤하다. 샐러드 ‘얌운센’, 태국의 옐로파운드 카레를 달걀과 볶아 활게와 함께 내는 매콤한 ‘커리크랩’도 이곳의 스테디셀러라 불릴 만큼 인기있다. 각각 2만 5000원,4만 8000원. 이곳 식단은 5개월마다 한번씩 ‘정리’한다. 꾸준히 해외로 나가 맛을 배우고, 익혀와 새로운 맛을 선보인다. 영업시간은 낮 12시∼오후 3시, 오후 5시~새벽 1시.(02)512-6333. ●세련된 멋을 담은 강희숙의 본보스토 중견디자이너 강희숙, 강진숙 자매가 세운 ‘테이블2025’에 고급스러운 이탈리아의 맛을 자랑하는 ‘본보스토’가 있다. 베이지를 기본으로 한 분위기에 나무 테이블과 투명 의자는 포근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디자이너 홍현주씨가 만든 그리스 제우스신전의 돌기둥은 본보스토의 분위기를 더욱 신비롭게 한다. 상큼한 라스베리 드레싱의 샐러드(1만 1000원)부터 아스파라거스 자연송이버섯 랍스타(4만 5000원)까지 다양한 이탈리아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파스타는 1만 9000원부터, 그릴구이는 1만 4000원부터.(02)543-3427 ■ 주인의 과거가 궁금한 맛집 4곳 산악인 오송호씨는 서울 명동 YWCA빌딩 지하 1층에 인도음식점 타지(776-0677)를 운영한다.“산에 미쳐 네팔의 카트만두와 인도에 살면서 음식 때문에 무척 고생했습니다. 이참에 한국 음식점을 하나 해보자고 마음먹었던 게 인연이죠.” 인도 뉴델리에서 한국관을 6년간 운영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도 인도음식점을 낸 것. 파푸아뉴기니의 마운틴 윌헬렘(4508m)을 한국인 최초로 등정했던 그는 에베레스트를 네번 갔다.“1년의 절반은 산에 산다.”는 그는 1996년 소설가 박완서·이경자씨 등이 네팔과 티베트를 여행할 때 안내했다. 이런 까닭에 박완서의 소설 ‘모독’에 나오는 젊은 사장의 모델이 됐단다. ‘타지’는 수많은 소품과 조각들이 인도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샤프란 향에 절여 구운 탄두리 치킨(2만원)이 인기. 점심에는 수프와 탄두리요리, 커리 2가지와 인도빵 난이 나오는 마하라자(2만원)도 괜찮다. 인도 요구르트 라시는 꼭 먹어볼 것. 소설 ‘원미동 사람들’,‘천년의 사랑’ 등의 소설가 양귀자씨는 지하철 6호선 상수역 근처에서 한정식집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333-5616)을 한다. 상호는 물론 이모정식, 고모정식, 어머니정식 등의 메뉴 이름이 정겹고 문학적 향기가 배어 있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은 한식을 코스요리화했고, 맛은 정갈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가 음식점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5년 동안 겪었던 체험을 바탕으로 에세이집 ‘부엌신’이란 보고서 형태의 책도 냈다. 소극장을 꿈꾸었던 그가 주워 기른 고양이를 굶기지 않기 위해 고민하다 음식점을 냈다는 것도 소설적이다. 가격은 1만 2000원부터 4만 8000원까지 4종류. 예약 필수. 아이스하키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박규호씨는 서울 신사동 도산공원 정문 입구쪽에서 유럽식 음식점 레쇼(517-0746)를 경영하고 있다.4살때 스틱을 잡아 고3때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동원증권팀에 들어가 창단 7일만에 우승을 견인하면서 시즌 MVP로 뽑히기도 했다.“아이스하키와 음식점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너무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지역의 음식이 나온다. 전채와 샐러드가 1만 6000∼2만 4000원, 메인이 3만원선이다. “음식점 하는 것이 변호사 하는 것보다 더 유망한 것 같아요.” 금융문제를 주로 다루는 변호사 강명훈씨도 음식점에 한 발 담그고 있다. 서울 서교동 홍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이탈리아 음식점 레뜨레깜빠네(336-3378)를 운영한다.81년 사법시험 23회에 합격한 뒤 83년부터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은행의 고문변호사를 맡고 있다. 법전만큼이나 먹는 것을 밝히는 그가 성악가 김수경씨와 함께 이탈리아 밀라노를 방문했다가 맛본 피자에 반해 단박에 음식점을 개업했다.“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변호사나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는 고객의 욕구를 해결하는 것이 서로 공통점”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화산재 화덕으로 즉석에서 구워낸 피자. 빵이 얇고 쫀득하다.20여종의 피자를 만들어낸다.1만 2000∼2만 7500원.
  • ‘라이벌’ 애플 - 인텔 손잡는다

    애플컴퓨터가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였던 인텔의 마이크로프로세서칩을 내년부터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6일 보도했다. IT 전문사이트인 시넷닷컴(Cnet.com)도 애플이 저가형 PC인 ‘맥미니’에는 내년 중반부터, 고급 기종인 ‘파워맥’에는 2007년 중반부터 인텔칩을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최근 몇 년 동안 애플의 인텔 프로세서 채택설이 퍼져 왔고 인텔이 배후에서 로비를 해 왔다며 소비자들은 애플의 인텔 칩 사용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동안 PC시장은 인텔 칩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를 쓰는 컴퓨터, 맥(Mac)이라는 자체 운영체제에 IBM 또는 프리스케일의 칩을 사용하는 애플의 매킨토시로 양분돼 왔다. 하지만 1·4분기 전세계 PC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2.3%에 그치는 등 애플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져 왔다. 신문은 이같은 변화를 애플의 역사에서 가장 큰 변화로 평가하고 이는 인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애플은 이를 통해 가격과 성능이 크게 개선될 것이며 라이벌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지구촌 어린이 3억명 ‘굶주림’

    지구촌 어린이 3억명 ‘굶주림’

    지구촌의 핫이슈 가운데 하나인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유엔과 기업이 협력, 세계 기아지도를 작성했다.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과 국제물류특송업체 TNT, 지도제작업체인 메이플크로프트는 공동 제작한 ‘2005 기아지도’를 1일(현지시간) 개최된 아프리카 경제정상회의에서 공개했다. 이 지도에는 국가별 기아실태와 기업들의 구호활동 등이 표시돼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약 8억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이 가운데 3억명은 어린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도에는 영양부족 상태에 있는 주민의 비율이 35%를 넘는 국가를 ‘아주 심각한 기아국’으로 표시했는데 대부분 아프리카에 몰려 있다. 아프리카 동북부의 에리트레아는 국민의 73%가 영양실조 위기에 놓여있어 세계 최악의 기아국으로 평가됐다. 콩고민주공화국(DR)은 세계적인 자원부국이지만 인구 6000만명의 71%가 배를 곯고 있다. 시에라리온(50%), 잠비아(49%), 모잠비크(47%), 짐바브웨(44%) 등도 아주 심각한 상태다.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는 북한이 36%를 기록, 극심한 기아 국가로 나타났으며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도 국민의 61%가 배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또 중미의 작은 섬국가 아이티가 47%, 중동의 예멘이 36%의 기아비율을 기록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안정환·샤츠키흐 대표팀 복귀전서 맞장

    안정환·샤츠키흐 대표팀 복귀전서 맞장

    ‘돌아온 특급킬러’들의 맞대결. 3일 밤 펼쳐질 2006독일월드컵 최종예선 한국-우즈베키스탄전은 양국의 골게터 안정환(29·요코하마 마리노스)과 막심 샤츠키흐(27·디나모 키예프)의 득점경쟁에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둘의 공통점은 걸출한 ‘골잡이’라는 것. 부상 또는 컨디션 난조로 대표팀에서 탈락했다가 이번에 대표팀 복귀전을 갖는다는 점도 똑같다. 안정환이 우즈베크전에 투입되면 지난해 11월 몰디브와의 2차 예선전에서 부상으로 물러난 뒤 8개월 만이다. 이미 지난 4월 다섯 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절정의 골감각을 보여주고 있어 어느 때보다 골을 터뜨릴 가능성도 높다. 오른쪽 허벅지가 안 좋은 이동국(26·포항)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안정환은 스리톱의 꼭지점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좌우에 포진할 박주영(20·FC서울), 차두리(25·프랑크푸르트)를 이끌고 공격의 최전방을 맡게 된다. 우즈베크의 ‘특급골잡이’ 샤츠키흐도 한국전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샤츠키흐는 지난 1999년 우크라이나의 명문팀 디나모 키예프가 ‘득점기계’ 안드리 셰브첸코(28)를 AC밀란으로 보내주고 영입한 선수. 시즌당 20골 이상을 터트리며 우크라이나리그에서 두번이나 득점왕에 오를 만큼 골감각이 탁월하다.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골 2도움을 기록할 정도로 ‘큰 경기’에도 강한 면모를 지녔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표팀에서는 유독 부진했다. 이번 월드컵최종예선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전에서는 무득점에 그치며 기대에 못미치는 플레이를 보였고, 결국 지난 3월30일 한국과의 원정경기에서는 최종엔트리에서 아예 탈락했다. 하지만 그는 우여곡절 끝에 새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라브샨 하이다로프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이번 경기에서는 선발로 투입된다. 지난번 한국전에서 만회골을 터뜨린 게인리크와 투톱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김한윤-유경렬-박동혁’으로 새롭게 구성된 한국의 스리백라인으로서는 경계 대상 1호인 셈이다. 조직력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만큼 샤츠키흐를 효과적으로 저지하면서 실점위기를 넘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러軍, 그루지야서 2008년 완전철수

    |모스크바 연합|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샬롬 주라비시빌리 그루지야 외무장관과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회담을 갖고 수년간 양국 갈등의 원인이 돼온 그루지야내 러시아 군(軍)기지를 2008년까지 완전 철수키로 합의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담을 마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최종 철군은 오는 2008년 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루지야내) 아할칼라키 군기지가 먼저 철수한 뒤 바투미에서 철군이 단행될 것”이라면서 “먼저 중무기들을 이동시키고 군인들이 철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그루지야 영토에 4개의 군기지를 남겼으며 1999년 2곳을 폐쇄했지만 아할칼라키, 바투미 등 2곳의 철수는 미뤄져 왔다. 그루지야 의회는 철군 협상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지난 16일자로 자국에 주둔한 러시아군에 대한 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등 강경 입장을 보여왔다.
  • 한강 가르며 초여름 맞이

    한강 가르며 초여름 맞이

    휴일인 29일 용(龍)10마리가 한강의 물길을 시원하게 가르며 스피드 경기를 하고 있다. 제6회 전국드래곤보트 스피드경기 및 마카오 제4회 동아시아대회 선수선발전. 제10회 바다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주한외국인과 각급 학교 학생과 일반인 등 2000여명이 참가했다. 드래곤보트 스피드경주는 동남아시아를 비롯, 전세계 60여개국이 즐기는 수상레포츠로 22인승과 12인승이 있으며, 북소리에 맞춰 노를 저어가며 팀워크와 스피드를 겨루는 경기다. 퍼레이드는 용보트 10대를 로프로 연결, 선두에서 모터보트가 용 10마리를 끌고 달린다.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지구촌 ‘혁신 경험’ 함께 나눈다

    한국과 유엔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6차 정부혁신세계포럼’이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포럼에는 140여개국의 저명인사 등 3500여명이 참석한다. 오영교 행정자치부장관과 오캄포 유엔 사무차장은 23일 코엑스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세계화·정보화·민주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혁신’의 필요성은 각국의 정부와 국제기구, 기업 등의 공통 과제”라면서 “여러 나라의 소중한 혁신 경험을 공유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혁신 관심사 논의 행사에서는 정부혁신과 관련 있는 세계 각국의 고위 인사들과 기업인, 학자, 국제기구, 시민사회 대표 등이 한자리에 모여 혁신에 대한 공통의 관심사를 토의하고 경험을 공유한다. 세계 모든 나라가 함께 번영·발전할 수 있는 정부 혁신의 비전도 제시된다. 포럼은 한국이 주도하는 전체회의와 유엔이 주관하는 워크숍으로 나눠 열린다. 전체회의에선 각국 정부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공공서비스 개선방안을 논의한다.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성과와 실패 사례, 경험을 공유하고 정부·기업·시민단체 등 사회 각 분야의 혁신에 대한 국제적 협력방안도 모색한다. 모두 6차례의 섹션으로 나눠 열린다. 워크숍에선 혁신관련 주요 이슈를 놓고 공무원, 국제기관 관계자, 학자, 시민단체 대표들이 토의를 벌인다. 더불어 장관급 참가국을 중심으로 ‘혁신장관회의’와 ‘ASEAN+3혁신장관회의’가 열리고, 지방정부 혁신에 관한 상호 정보교환과 협력방안 모색을 위해 ‘세계지방자치단체장 회의’도 개최된다. 각국 정부와 기업의 우수 혁신 사례를 전시하는 ‘국제 혁신박람회’도 함께 열린다. ●참석자는 누구 이맘 알리 라흐모노프 타지키스탄 대통령이 나자로프 외무장관 등 34명의 수행원과 함께 방한했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탁신 친나왓 태국 총리도 공식대표단 13명과 함께 입국했다. 라자파크세 스리랑카 총리, 하미드 레자 바라다간 쇼라카 이란 부통령, 로버트 제임스 리 호크 호주 전 총리, 빔 콕 네덜란드 전 총리도 포함됐다. 191개 유엔 회원국 가운데 141개국에서 대표가 참석하며, 미 수교국인 시리아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도 장관급 인사가 참석한다. 정부혁신 세계포럼은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 제안으로 1999년 워싱턴에서 처음 개최됐다. 이후 브라질과 이탈리아·모로코·멕시코 등에서 열렸으며,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처음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영화 만큼 볼만한 그녀들의 드레스

    |파리 함혜리특파원|프랑스 남부의 휴양도시 칸에서 매년 5월 열리는 칸 국제영화제는 세계적인 거장들이 자존심을 걸고 선보이는 신작 영화의 경연장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지만 영화보다 더욱 시선을 모으는 것은 레드 카펫을 밟는 미녀 스타들의 눈부신 모습이다. 1분을 채 안 넘기는 순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미녀 스타들이 입고 있는 드레스, 보석, 핸드백, 구두, 심지어 헤어 스타일까지 모두 전세계 언론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은 물론이다. 따라서 칸 영화제는 많은 돈을 쏟아 부어 만드는 광고물보다 몇 곱절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찬스가 된다. 샤넬, 이브생로랑, 펜디, 프라다, 쇼메, 쇼파르 등 명품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스타들에게 의상과 보석을 협찬하고, 막대한 돈을 들여 공식 후원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11일 개막된 제58회 칸 영화제에서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브랜드가 특별 제작한 드레스 차림으로 개막식과 시사회장, 각종 파티에 등장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슈퍼모델 출신의 프랑스 여배우 라에티티아 카스타는 첫날 가장 눈길을 끈 스타. 알라이아가 디자인한 언밸런스 네크의 흰색 드레스에 다니엘 슈바로프스키의 수정이 박힌 작은 핸드백을 들었다. 개막식 사회를 맡은 세실 드 프랑스가 입었던 검은색 드레스는 샤넬 오트쿠튀르가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 회색빛이 도는 금 귀고리는 쇼메 제품이고 짧은 커트머리는 공식 헤어살롱 자크 데상주의 레일라 팀 작품이다. 프랑스의 대표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는 개막식에서 이브생로랑의 와인색 드레스에 펜디의 모피숄, 그리고 쇼파르의 장신구를 차고 등장했다. 개막작 ‘레밍’의 주인공 샤를로트 갠즈부르는 타조 깃털이 달린 발렌시아가의 미니 드레스를 입어 바지 차림으로 나타났던 예년과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고 샤넬의 모델이기도 했던 캐롤 부케는 올해엔 프라다의 수놓은 실크 코트에 바지 스타일로 세련됨을 과시했다. 매년 샤넬의 드레스와 함께 우아한 자태를 과시했던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는 올해엔 이브생로랑의 스테파노 필라티가 디자인한 청회색 드레스를 입고 시사회장에 나타나 시선을 모았다. 어깨끈이 풀어지는 바람에 소피 마르소의 왼쪽 앞가슴을 드러내게 한 원피스는 프라다 제품. 칸 영화제를 통해 다음 시즌에 선보일 신제품의 반응을 테스트하기도 한다. 펜디는 ‘백 잇(Bag it)’이라는 제품명이 붙은 작은 손가방을 쇼룸에 디스플레이하는 동시에 우디 앨런이 감독한 영화 ‘매치 포인트’ 시사회장에 가는 이탈리아 여배우 안나 팔치의 손에 들려 선보였다. 눈밝은 패션 마니아들의 시선을 모은 이 핸드백은 6월부터 시판될 예정이다. 한편 발렌티노는 영화제 기간동안 칸에 있는 부티크에서 줄리아 로버츠, 밀라 요요비치, 모니카 벨루치 등 영화 속에서 발렌티노의 의상을 입은 여배우들의 사진을 전시하는 ‘셀레브리티’전을 열고 있다. lotus@seoul.co.kr
  • “21세기엔 전쟁 참화 없어야”

    각국 정상 53명이 한꺼번에 참석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러시아 전승 60주년 기념행사가 9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화려하게 펼쳐졌다. 전날에는 영국과 폴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각국에서 같은 행사가 열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했다. 패전국인 독일도 정부 인사들이 앞다퉈 과오를 반성하고 희생자들의 용서를 빌었다. ●대(大)러시아 위상 부각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2시) 시작된 기념행사는 한때 미국과 패권을 다퉜던 옛 소련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세계적인 지도자 반열에 올리기 위해 마련된 이벤트라는 점이 철저히 부각됐다. 각국 정상 내외는 러시아 알파벳 순서에 따라 푸틴 대통령 부부가 서 있는 곳까지 50m 가까운 거리를 걸어가 악수를 나눠야 했다. 이어 군인 7000여명, 참전용사 3000여명 등 1만여명이 참가한 군사 퍼레이드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낮 12시부터는 크렘린 내 6000석 규모의 대궁전에서 각국 정상 등 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오찬이 이어졌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은 직접 참전한 그리스·알바니아·크로아티아 대통령 등 6명에게 기념 메달을 수여했다. 푸틴 대통령은 기념연설에서 “정의와 안보를 기반으로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 속에서 어떠한 전쟁도 다시 일어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푸틴, 미국식 민주주의 비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8일 푸틴 대통령과 모스크바 근교 ‘노보-오가료보’ 별장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반테러 공조와 여러 안보 이슈들에 대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회담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두 정상이 이란, 북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상황에 대해 논의했으며 핵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은 푸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당신(이)’이 아니라 ‘너(틔이)’라 부르며 친근감을 과시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회담이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나 로이터통신은 두 정상이 민주주의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9일 미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에서는 대통령이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며 이는 미국식 민주주의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절차”라고 지적했다. 또 “북핵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북한을 교착상태로 몰고 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후 주석이 오는 7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북핵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만모한 싱 인도 총리 등 10여개국 정상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베를린에선 친·반 나치 시위 동베를린에선 국가민주당(NPD) 소속 2600여명의 친나치 시위대와 6000명의 반나치 시위대가 같은 장소에서 시위를 벌였다. 친나치측은 ‘독일이 해방됐다는 60년간의 거짓말-죄의식 숭배를 그만둘 때’라는 플래카드를 든 채 행진했다. 반면 호르스트 쾰러 대통령은 하원 연설에서 독일은 나치 지도자들에 관한 두려운 기억을 간직해 후세에 경종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외신종합 bsnim@seoul.co.kr
  • [씨줄날줄] 얄타협정/이목희 논설위원

    1494년 토르데시야스조약은 강대국이 세계를 나눠먹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콜럼버스는 스페인 왕실의 지원 아래 1492년 신대륙을 발견했다. 스페인과 해양제패를 다투던 포르투갈은 아메리카 대륙을 작은 섬 정도로 생각하고 대서양상 마데이라군도의 부속령으로 삼으려 했다. 두 강국의 대립이 첨예하자 교황이 중재에 나섰다. 결국 양측은 아조레스섬과 카보베르데섬을 잇는 선의 서쪽 1100마일을 기준으로 세계를 양분했다. 동쪽은 포르투갈, 서쪽은 스페인이 우선권을 갖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조약에 따라 대륙의 동쪽에 위치한 브라질은 포르투갈령이 됐고, 나머지는 스페인 식민지가 됐다. 조약체결 당시에는 브라질 지역의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다고 하니 지금 돌아보면 웃기는 합의였다. 현대사에서도 웃기는 땅따먹기는 계속되었다.2차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2월 미국·영국·소련 수뇌가 크림반도 얄타에서 조약을 체결했다. 얄타협정으로 소련은 동유럽 지배권을 인정받았고, 독일 분할점령 구상을 구체화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얄타협정은 몰로토프-리벤트로프 협정이라는 정의롭지 못한 전통을 답습했다.”고 비판했다.1939년 소련과 독일은 몰로토프-리벤트로프 협정을 통해 폴란드를 분할점령하고, 발트해 3국은 소련이 병합키로 결정했다. 부시의 얄타협정 비난에는 수십년 동안 동구권을 독재국가에 넘겼다는 자책이 깔려 있다. 얄타의 그늘이 아직 짙게 남은 곳은 동북아다. 얄타협정 체결 당시 소련의 관심은 동유럽에 집중되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그릇된 정보 판단으로 극동의 상당부분을 소련에 넘겨주는 잘못을 저질렀다. 미국은 독일 패망 후 일본을 패배시키는 데 18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폭탄의 효능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지 못했다. 때문에 소련의 대일(對日) 참전을 요청하고 그 대가로 만주에서의 우월권을 인정했다. 특히 얄타회담에서 한국 신탁통치가 언급됨으로써 한반도 분단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만약 소련의 참전없이 일본이 항복했다면 북한정권의 탄생을 막을 수 있었고, 중국 공산화도 어려웠을 것이다. 현재 동북아에서는 북핵이 첨예한데다 타이완 독립논란까지 겹쳐 있다. 강대국간 나눠먹기가 언제든지 재현될 가능성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조용섭의 산으路] 남양주 축령산

    [조용섭의 산으路] 남양주 축령산

    요즘 산자락엔 생명의 기운이 넘쳐난다. 좁고 마른 바위 틈에 자리잡은 노랑제비꽃도, 단단하게 다져진 산길 한가운데 뿌리 내린 양지꽃의 모습도 눈부시기만 하다. 자르르 윤기나는 이파리의 푸른 나무 숲을 만나는 것은 또 얼마나 가슴 설레는 일이냐. 지금이야말로 싱그러움으로 가득한 봄산행에 나설 때다.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와 가평군 상면 행현리에 걸쳐있는 축령산(886m). 잣나무 숲으로 이름난 이 곳은 자연휴양림이 잘 조성돼 있고, 산림욕을 겸한 짧은 산행이나 서리산(832m)을 잇는 능선 산행 등의 코스도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가족산행에 안성맞춤이다. 산길은 휴양림 제1주차장 쪽에서 올라 수리바위→남이바위→축령산→절고개→서리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 코스로 잡았다. 코스는 식수 구할 곳이 마땅치 않으므로 출발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산길 초반에 만나게 되는 암벽 약수는 겨우 목을 축일 정도로 수량이 적다. 수리바위 능선 직전의 오름길이 조금 가파르지만 산길은 대체적으로 너르고 편안하게 잘 나 있다. 수리바위까지는 산행시작 후 50여분 소요된다. 가끔씩 바위지대가 나타나나 고정 로프 등이 있어 그리 힘들이지 않고 갈 수 있다. 하지만 아득한 벼랑을 이루는 남이바위에 서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아찔하다. 수리바위에서 약 50분 소요. 진행방향 왼쪽 멀리 솟아있는 봉우리가 정상이다. 칼날처럼 솟은 짧은 암릉을 지나다보면 2시 방향 산자락 아래 짙은 초록숲이 보인다. 가평 행현리의 ‘축령 백림’이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상에는 돌탑(케른)과 삼각점, 그리고 각 방향으로 조망 안내판이 있다. 한북정맥의 산이자, 경기 오악 중의 하나인 운악산의 수려한 모습이 가깝고, 그 우측 먼 뒤로는 명지산도 시야에 들어 온다. 남이바위에서 20분 걸린다. 정상에서 절고개 방향으로 내려서는 길은 꽤 가파르다.30여분 내려서면 길이 네 갈래로 갈라지는 절고개에 닿는다. 왼쪽 절골로 내려서며 곧장 하산할 수도 있고, 오른쪽은 잣나무 숲이 있는 행현리로 내려서는 길이다. 서리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은 꽤 너른 임도가 나 있으나 아직은 부드러운 흙길이라 온갖 이름모를 풀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있다. 오른쪽 산자락에는 울창한 잣나무 숲이 들어서 있다. 작은 돌탑과 이정표가 있는 서리산 정상에서의 조망도 아주 좋다. 절고개에서 약 50분 소요. 정상에서 350m 지점의 산자락에는 온통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철쭉화원으로 잘 알려진 ‘철쭉동산’이다. 아직 만발하지는 않았다. 화채봉 갈림길을 지나면서부터는 급경사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주차장 갈림길 이정표가 나올 즈음이면 계곡의(절골)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시원한 숲길을 내려서서 휴양림 관리사무소 옆 다리를 건너며 산행을 마친다. 서리산에서 1시간 걸린다. 구리시~46번 국도~화도읍(마석·좌회전)~수동면 방향~362번 지방도~외방리~휴양림. 청량리역에서 마석행 버스로 이동, 마석에서 외방행(축령산행) 갈아탐.(하루 10회 운행. 첫차 06:30, 막차 21:20) 축령산→마석:첫차 07:00, 막차 21:50 축령산휴양림 입장료 1000원, 주차료 3000원, 문의 (031-592-0681,www.chukryong.net). 남양주시 문화관광과(031-590-2474).
  • [SK텔레콤오픈] 탱크·여군단 ‘동시 출격’

    최경주(35·나이키골프)는 일동레이크골프장(파72·776야드)에서 개막하는 SK텔레콤오픈(총상금 5억원)을 통해 7개월 만에 국내 대회 우승컵에 도전한다. 지난주 유러피언로프로골프(EPGA) 투어 BMW아시안오픈에서는 컷 통과에도 실패, 체면을 구긴 그로서는 2년 전 품었던 타이틀을 되찾는 것이 최대 과제다. 최경주는 “우승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상금 순위까지 떨어졌지만 내면적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출전하는 ‘스킨스의 제왕’ 프레드 커플스(46·미국)와 디펜딩 챔피언 사이먼 예이츠(35·스코틀랜드), 김종덕(44·나노소울), 허석호(32) 등이 발목을 잡을 만한 선수들. 박세리(28·CJ)와 박지은(26·나이키골프)은 같은 날 미국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리조트(파71·6270야드)에서 열리는 미켈롭울트라오픈에서 다시 첫 승에 도전한다. 둘은 지난 두 차례 대회에서 번갈아 가며 정상을 휩쓸었다. 특히 박세리에겐 지난해 역전우승으로 명예의 전당 입회 포인트를 채운 곳.1년을 넘긴 최악의 부진에 종지부를 찍을지 관건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우린 이렇게 키워요

    우린 이렇게 키워요

    ●서울 우수 보육시설들 사례 발표 “우리 아이 어떤 곳에 맡길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어린이집도 덩달아 많아졌지만 어떤 곳에 아이를 맡길지 선뜻 마음이 안선다. 서울시는 정보가 빈약한 학부모를 위해 지난해 어린이집 1331곳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고, 지난달 25일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우수 어린이집 사례를 발표했다. 사례 발표에 나선 어린이집들을 소개한다. ●“바른 먹을거리가 우선” 성동구 도선어린이집(건강·영양분야)은 2003년 4월부터 유기농 급식으로 전환했다. 음료도 주스를 주기보다는 2∼3개월 단위로 어린이들이 달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지 않도록 결명자, 치커리, 둥글레차 등 우리차 위주로 끓여먹는 방식으로 바꿨다. 또 지난해 10월부터는 6∼7세반의 식기를 도자기 그릇으로 바꿨다. 그릇이 깨질까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까지 단 한개도 깨지지 않았다. 김이주 원장은 “밥을 다 먹은 뒤 조심스레 그릇을 모아 배식대로 가져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귀하게 대접받는지 느끼는 자부심이 보인다.”며 “면역력이 부족한 요새 어린이들에게 바른 먹을 거리 제공은 기본적인 욕구일뿐만 아니라 건강한 몸을 위해서라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내가 만든 인형 갖고 놀기 햇빛어린이집의 ‘연령에 맞는 인형’(보육 프로그램 분야)은 어린이가 교사와 함께 만든 인형을 갖고 놀게 한다. 한땀한땀 바느질을 하면서 인형에 정성을 쏟으면서 완성될 때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다. 특이한 점은 인형에 눈·코·입이 없다는 것. 아이의 감정이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발도로프 인형’에서 착안한 것이다. 어린이는 완성된 인형을 갖고 낮잠시간에는 껴안고 자는 등 늘상 함께 하면서 ‘이게 내가 만든 인형이지.’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박소영 교사는 “처음에는 바늘을 갖고 작업을 하는게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이들이 바늘에 몇번 찔려보더니 스스로 주의한다.”면서 “무조건 안된다고 막는 것보다는 어린이가 직접 경험해 보면서 배우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비장애 어린이 어울리기 목련어린이집(특수 보육분야)은 장애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함께 생활하게 되는 곳이다. 장애 어린이가 입학하기 한달 전에 함께 생활하게될 어린이집 어린이들의 출석부를 복사해서 나눠주는 등 어린이집의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부터 세심하게 도와준다. 입학 이후에는 학부모에게 어린이집 생활을 촬영한 비디오를 보내 자녀의 장애 정도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한다. 홍은주 원장은 “비장애 어린이가 장애 어린이에게 편견을 갖지 않도록 교육하는 게 목표”라며 “모든 사람들이 잘하는 것과 잘못하는 것이 있고 모든 사람들이 장애를 갖고 있으므로 서로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도와줘야 한다는 개념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아이 노는 모습 CCTV로 만리어린이집(안전분야)은 교사·어린이 모두 ‘안전 실천’을 생활화하는 곳이다. 모든 게시판에 압정·침이 아닌 자석을 사용하고 전선마다 안전커버를 씌웠다. 옥상에 설치된 안전난간도 1.2m에서 2.1m로 높였고, 수영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설치했다. 덕분에 23년이나 된 건물인데도 지난해 안전사고율은 0%를 기록했다. 또 월별로 화재·미아·유괴·성폭력·물놀이 등 주제를 정해 집중적으로 지도한다. 보광어린이집(원운영·교사지원분야)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자율장학’ 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동료교사의 수업참관을 하고, 선배 교사들의 지도법을 체득한다. 종로구청어린이집(〃)은 홈페이지에 어린이집 CCTV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학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보고 싶은 어느 시간이라도 검색해서 찾아볼 수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김일성 秘史 전하는 조선족 항일투사 리민 여사

    김일성 秘史 전하는 조선족 항일투사 리민 여사

    |하얼빈 오일만특파원|리민(李敏·81) 여사는 10년간 헤이룽장(黑龍江)성 성장을 지낸 천레이(陳雷·90)의 부인으로 조선족이다. 12살에 항일운동에 투신했고 북한 김일성 주석이 속했던 동북항일연군에서 무장 투쟁에 참여했다.1942년부터 45년까지 3년여 동안 김일성·김정숙 부부, 김정일과 함께 당시 소련령 하바로프스크 인근 브야츠크 마을의 소련군 야영지에서 88특별여단에 편입됐다. 리 여사는 이 곳에서 김일성, 최용건, 안길, 강건, 최현, 김일, 최광 등 훗날 북한 정권의 핵심이 되는 빨치산 대원들을 만났다. 리 여사는 후에 헤이룽장성 정협 부주석 자리까지 올랐다. 리 여사는 하얼빈 자택에서 진행된 서울신문과의 단독 인터뷰 내내 노전사답게 꼿꼿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고 60년이 넘는 과거사임에도 정확한 기억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했다. ●1942~45년까지 김일성부부와 활동 리 여사는 김일성이 소련군의 명령에 따라 북한 지도자로 옹립됐다는 일부 역사학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리 여사는 “당시 88여단 내에서 최용건과 김책 등이 김일성보다 상급자였다. 이들은 해방 후 투쟁 방향과 진로를 모색하는 내부 비밀회의에서 김일성을 지도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소련은 해방 후 중국과 북한의 공산세력 확대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88여단의 소련측 책임자가 ‘조선인 가운데 누구를 지도자로 삼을 것이냐.’고 물어왔다고 한다. 최용건 등은 비밀회의에서 ‘김일성의 군사적·정치적 능력이 탁월하고 나이도 우리보다 젊다. 그를 우리의 지도자로 삼아야 한다.’고 추대 이유를 설명했다고 회고했다. ●문학적 재능 많았던 김일성 김일성은 88여단 시절 ‘단결무’라는 가무극을 직접 만들어 조선인 부하들과 함께 공연하고 노래까지 불렀다고 한다. 리 여사는 “정열적이고 활달했던 김일성은 상대방을 편하게 해줬으며 문학적 재능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리 여사는 당시 김일성이 직접 작사했다는 ‘사향가(思鄕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내 고향을 떠나올 때 어머니 내 손을 잡고 눈물 흘리며 잘 다녀오라고 하시던 말씀. 아아 귀에 쟁쟁해….”라는 노래인데 당시 조선인 전사들 사이에선 꽤 유명했다고 한다. ●김일성의 결혼 주례 김일성과의 일화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결혼 주례 사건이다. 당시 리 여사는 중국인 천레이와의 연애 사건에 휘말렸다. 천레이는 자아비판과 함께 공산당에서 제명된 상태였고 조선인 동지들도 리민의 장래를 위해 지주 출신인 천레이와의 결혼을 만류했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단순한 연애가 아닌 ‘혁명적 동지의 결합’이란 김정숙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김일성이 중국인 지도부를 설득, 전격적으로 결혼을 성사시켰다.1943년 섣달 그믐날 리민 부부는 전격적으로 결혼식을 올렸고 이날 최광·김옥순 부부도 백년가약을 맺었다. 리민 부부는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평양을 여러 차례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환대를 받는 각별한 관계였다.92년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일성은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통역없이 이들을 단독 접견했다. ●김정일은 전쟁놀이 즐겼던 골목대장 리 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첫 만남을 42년 가을로 기억하고 있다.“42년 가을 강보에 싸인 젖먹이 김정일을 처음 봤다. 이후 45년 8월15일까지 김정일의 성장 과정을 지켜봤다.”고 밝혔다. 당시 리 여사는 통신대대에 근무, 상관인 최용건을 자주 만났다. 당시 최용건은 김일성과 같은 막사를 사용했다고 한다. 막사에 가면 가끔 어린 김정일을 만날 수 있었는데 피부가 검은 데다 키가 작고 총명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김정일은 아버지의 큰 모자를 쓰고 목총을 갖고 군대놀이를 즐겨했다. 큰 모자 때문에 눈이 가려진 채 뛰어다니던 모습이 선하다. 그는 누구에게나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고 막사에 손님이 찾아오면 중국말과 한국말로 번갈아 ‘엄마, 아빠’를 불렀다.”고 회고했다. 45년 8월15일 일본의 항복 선언이 전해지면서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파티가 벌어지고 흥에 겨워 만세를 부르고 있는데 평소 바지를 입기 싫어하던 김정일이 이날만은 스스로 바지를 찾아 입고 또래 유치원생들을 이끌고 전선에 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워 주위에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94년 7월20일 김일성 주석 장례추도대회가 끝난 직후 리민 부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 “우리 부부가 조의를 표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앞으로도 예전처럼 자주 방문해 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김 위원장의 손을 잡아 내 뺨에 갖다 대는 무례를 범했다. 옛날 김정숙 동지의 얼굴과 김 위원장의 어릴 적 모습이 떠올라서였다.”고 회고했다. 김 위원장의 천레이 부부 접견 사진은 이례적으로 노동신문에 공개됐다. 리민 부부는 98년 9월 공화국 창건 50돌에 다시 초청을 받아 27일간 북한에 머물렀다. ●만주 항일전사 리민 리 여사의 항일 투쟁은 남한의 역사책에 공백으로 남아 있는 30년대 만주 항일 운동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조선의 좌익계열은 1928년 코민테른의 ‘일국일당 노선’에 따라 중국공산당 휘하에 들어갔고, 그들과 함께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을 창립했다. 이 부대에는 조선인들이 많았고 45년 종전 당시 1000여명 가운데 300여명이 조선인이었다. 리민은 중국인 리자오린(李兆麟) 장군이 총사령인 3로군 예하 부대에서 활동했다. 동북항일연군은 여러 차례에 걸친 조직개편 끝에 활동지역에 따라 1로군(동만주),2로군(지린성 동부),3로군(북만주)으로 재편된다. 당시 김일성은 1로군 제2방면 6사장(師長·대대장급)으로 일본군에 의해 동북항일연군이 와해되는 시점인 41년 전후로 상급자들이 대부분 사망, 지도적 위치에 올랐다. 최용건은 2로군, 김책은 3로군 소속이었지만 김일성보다 나이는 물론 직책도 높았다. 1924년 헤이룽장 오동하에서 태어난 리 여사는 부모 고향인 황해도 사리원 인근에서 살다가 압록강을 건너 헤이룽장 삼강평원에 정착했다. 항일 무장투쟁 과정에서 아버지와 오빠가 사망했고 천레이는 오빠와 절친한 전우였다. 리 여사는 최용건이 세운 모범소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12살 때 아버지를 따라 무장투쟁 부대에 들어갔다. 그는 처음에 유격대원들의 취사 보조원, 간호원 등 비전투원으로 항일투쟁을 시작했다. 리 여사는 소총이나 기관총 사격은 물론 말타기에도 익숙해져 완전한 전투원으로 임무를 충실히 해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37∼38년 무렵 일본군의 토벌공세가 거세지면서 송화강 유역 삼강평원 일대의 부금이나 밀산·완달산 등지에서 큰 전투가 자주 벌어졌다.3로군은 기병대가 주력인 일본군에 맞서 수목이 울창한 삼강평원의 늪지대로 퇴각하는 유격전술을 폈다. 1938년 여름 완달산 전투에서는 300여명의 부대원 가운데 고작 60여명이 살아남았다. 당시 일본군은 군인과 개척단 수천명을 동원, 동서남 3면을 포위하고 고립 전술을 폈다. 서서히 좁혀 오는 포위망 속에서 6일간 물 한 방울도 먹지 못하고 굶주렸다. 결국 북쪽 절벽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다 상당수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어가면서 포위망을 탈출했다. 리 여사는 “일본군 총에 맞아 죽고 굶어 죽어가던 전우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고 회상했다. 일본군은 30년대 말 초토화 작전을 펴면서 유격대가 숨을 만한 산림을 아예 불태워 근거지를 없앴다. 배고픔과 추위는 그런 대로 참았지만 일본군의 교활한 귀순작전에 심리적 동요를 일으킨 전우들의 배반이 가장 가슴 아팠다. 리 여사는 마지막까지 저항했고 그가 속한 3로군은 41년 국경선을 넘어 옛 소련령으로 들어갔다. 천레이 부부는 문화대혁명(66∼76년) 당시 반동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투옥되기도 했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의 실권 장악과 함께 복권됐다. oilman@seoul.co.kr ● 리민 여사는 1924년 중국 헤이룽장성 오동하에서 태어나 12살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만주에서 항일운동에 투신했다.1942∼1945년 김일성 주석과 부인 김정숙 등 북한 핵심 인사들과 88특별여단에서 활동하며 각별한 인연을 맺었다. 중국인 지주 출신인 천레이와의 결혼식 주례를 김일성 주석이 할 정도였다.1960년대 문화혁명 당시 반동으로 몰렸다가 복권됐으며, 남편 천은 후에 헤이룽장성 성장을 10년간 지냈고, 리 여사 역시 헤이룽장성 정협 부주석을 역임했다. ■설훈 전의원 만난 리민 여사 |하얼빈 오일만특파원|“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주 벌판에서 이름없이 죽어간 항일 전사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통일이 이뤄져야 합니다.” 천레이(陳雷·90) 전 헤이룽장(黑龍江)성 성장의 부인이자 정협 부주석을 지낸 리민(李敏·81)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리해 ‘통일 도자기’를 전달받기 위해 찾아온 설훈 전 의원을 반갑게 맞았다. 항일동북연군에서 10년 가까이 사선을 넘나들며 독립운동을 했던 리 여사는 지난 2000년 역사적인 ‘남북 6·15 공동선언’을 전해 듣고 며칠 동안 기쁨에 들떠 있었다고 한다. 리 여사는 “2002년 6·15선언 2주년을 맞아 통일을 기원하는 ‘통일 도자기’ 2개를 만들어 그 중 하나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보냈지만 김대중 선생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지 못해 그동안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며 기뻐했다. 김 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통일 도자기를 전달받은 설 전 의원은 “리민 여사의 통일 의지를 높이 평가하며 남은 여생 동안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김 전 대통령의 말씀을 대신 전한다.”고 말했다. 리민 여사가 기증한 통일기원 도자기는 김대중 도서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oilman@seoul.co.kr
  • [유전사업 의혹] “靑, 지난해 초부터 러유전에 관심”

    [유전사업 의혹] “靑, 지난해 초부터 러유전에 관심”

    한나라당 권영세 전략기획위원장은 22일 공개한 러시아 에너지 산업동향 관련 전문 23건을 공개한 뒤 “청와대가 러시아 유전개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정보를 보고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문건들은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러시아 주재 한국대사관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낸 전문들로 러시아 에너지 산업동향을 상세히 담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들 문건이 최근 의혹을 제기한 철도공사의 이른바 ‘오일게이트’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전혀 무관하지도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12월20일자 전문은 ‘철도청 산하 한국철도교통진흥재단이 추진한 알파 에코사의 사할린 6광구 지분 매입 무산’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주러 대사관,NSC에 문제의 사할린 6광구도 보고 권 위원장은 “주러 대사관이 지난해 2월부터 10월까지 러시아 에너지 산업동향 관련 전문을 무려 23건이나 보냈고, 그 이후에도 수차례 전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그럼에도 청와대가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사업 투자계획을 지난해 11월에야 알았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압박했다. 권 의원이 공개한 전문 23건은 주로 러시아 정부의 에너지 개발정책 및 에너지 산업동향 및 러시아 유전 관련 기업동향 등을 담고 있다. 특히 주러 대사관이 지난해 5월31일 ‘청NSC’와 관계 부처에 배포한 전문에는 정태익 당시 주러대사와 방한을 앞둔 이반 말라호프 사할린 주지사간 오찬 면담 내용도 담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말라호프 주지사를 면담할 때 한·러 정상회담에서 사할린 프로젝트가 의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말라호프의 방한 계획에 큰 관심을 표명했다는 내용이다. 권 의원은 이와 관련,“전대월씨 등이 정상회담 의제에 올리기 위해 유전사업을 서둘렀다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그동안 청와대나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부인해 왔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청와대 개입 여부 국정조사 추진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국정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권력 핵심기관을 이른바 ‘오일게이트의 몸통’으로 규정하고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수사만으로는 의혹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맹형규 정책위의장은 “러시아 유전 문제가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청와대가 사실을 밝혀야 했는데 거짓말을 했다.”면서 “범죄사실이 있는지는 특검에서 수사하고 정책의 실책이나 혈세 낭비 부분은 국정조사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이은결 따라 마술세계로

    이은결 따라 마술세계로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이 29∼30일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이은결 매직 온 스테이지’(Magic on Stage) 공연을 펼친다. 충무 아트홀 개관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는 이번 공연에서 그는 마술을 드라마로 연출하며 기존의 매직 콘서트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무대와 새로운 마술을 펼쳐보일 예정이다. 100여분 간 펼쳐질 이번 콘서트에서는 주특기인 현란한 손놀림을 이용한 클로즈업 마술과 앵무새와 함께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팔러매직, 과감한 스케일이 돋보이는 일루전 마술 등 다양한 레퍼토리가 펼쳐진다. 이밖에도 새로운 내용과 마지막 반전이 돋보이는 그림자 마술, 로프마술, 미러패스, 아이마술, 불마술, 장미 마술 등 공연 전회 매진의 신화를 기록한 그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는 무대로 꾸며진다.29일 오후 4시,7시30분,30일 오후 3시,6시30분.5만~7만원.(02)516-1501.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①어장 황폐화 주범 고테구리

    [어촌은 지금 구조조정중] ①어장 황폐화 주범 고테구리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해양수산부에서 어선감척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다. 연안어선은 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됐으며 어장황폐화를 가져온 소형기선저인망어선에 대해서는 이달부터 본격적인 단속과 함께 정리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어천을 다섯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어장 황폐화를 가져온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은 속칭 고테구리로 불린다. 일제때 우리나라 연안에서 일본인들이 자행한 어법으로 광복이후 국내 어민들도 도입했다. 당시는 무동력이어서 어자원을 고갈시킬 정도는 아니었지만 동력선이 등장하면서 어업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시켰다. 1953년 수산업법이 제정되면서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연안에서의 조업이 금지됐으나 50년이 넘도록 쉬 근절되지 않고 있다. ●전남 1815척… 절반넘어 해양수산부가 소형기선저인망어선 정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조사한 결과 국내 고테구리어선은 3586척. 지역별로는 전남이 1815척(50.6%)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경남((726척)·전북(656척) 등 순이며, 경기에는 단 한척뿐이다. 대부분 어업허가를 갖고 고테구리어업을 하고 있으며, 무허가 어선은 499척에 불과하다. 고테구리 어선들은 경남 홍도 및 남해 세존도, 전남 소리도와 백도주변 해역, 서해안은 전북 위도와 어청도사이 해역을 훑고 다닌다. 지난해 8월 이후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부는 제주근해까지 내려가 조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남도 김상옥 어업지도계장은 “도내에 선적을 둔 10t급 고테구리 10여척이 추자도 근해에서 조업한다는 첩보를 입수했지만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요즘은 주로 야간이나 새벽에 조업하면서 단속을 피하고 있지만 종전에는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버젓이 조업했다.30∼50척씩 선단을 이뤄 조업하다 단속에 조직적으로 맞서거나 예사로 단속 공무원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어업지도선 고의로 들이받기도 지난해 8월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불법어업을 단속하던 공무원이 폭행을 당했고,2003년 2월에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고테구리 어선을 적발한 공무원 3명이 어민 김모(42)씨가 휘두른 흉기에 부상을 입었다. 또 지난해 6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어업지도선이 고테구리선을 적발, 선원을 검거하려고 하자 인근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 27척이 몰려 방해했다. 고테구리 어선이 어업지도선을 에워싼 채 1척이 돌진, 선박을 파손시켰으며, 다음날에는 여수지역 어민들이 여수신항에 정박 중인 어업지도선을 국동항으로 강제예인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고테구리는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우리나라 전 해역에서 성행했으나 동해안과 제주해역에서는 7∼8년 전쯤 근절됐다.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해안에서는 여전히 고테구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어업에 대한 당국의 단속은 미온적이었고, 처벌이 가벼웠기 때문이었다. 지역경제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에 반짝 단속에 그쳤고, 지난 96년이후 연간 3000여건이 적발되지만 생계형 범죄라는 이유로 벌금형으로 선처,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해양부는 지난해 8월부터 법무부와 검찰, 해양경찰청, 행정자치부 및 지자체 등과 합동으로 불법어업은 물론 불법어획물 유통에 대해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고테구리 조업은 강력한 단속에 크게 위축됐지만 불법조업은 여전하다. 지난달 29일 자망어선 선주 유모(54)씨와 통발어선 선장 제모(51)씨가 고테구리 어업을 하다 통영해경에 긴급체포됐다. ●연안 어업소득의 1.5배 달해 어민들이 고테구리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손쉽게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고테구리 어선의 연간 소득은 2500만∼6500만원으로 여타 연안어업에 비해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어민회 총연합 김인규 의장은 “수입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한달에 15일정도 조업하는 것으로 보고 판단하라.”며 정확한 수입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 공무원들은 부부가 조업하는 3∼5t어선의 경우 한번 조업으로 30만원정도 벌어 기름값 등 경비 10만원을 제하고도 20만원쯤 남긴다고 설명했다.10t이상 대형은 이보다 훨씬 높다. 선원 3명이 4∼5일 조업으로 400만∼500만원을 거뜬히 번다는 것이다. 고테구리 그물에 걸리는 어류는 고급 횟감인 넙치와 돔을 비롯, 새우 문어 등 저서어종. 자연산 선호풍조에 따라 활어는 부르는 게 값이다. 아울러 몸길이 2∼3㎝정도의 치어는 가두리양식장에 넘길 수 있어 판매도 손쉽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고테구리 어업이란 소형기선저인망어업인 고테구리(小手繰)는 주로 20t 미만의 소형어선을 이용, 바다 밑바닥을 그물로 끌어 고기를 잡는 저인망 어업을 일컫는다. 고테구리 어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5∼30㎜ 크기의 촘촘한 그물망코로 만들어진 어구를 사용, 치어부터 성어까지 온갖 어종을 싹슬이해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고테구리는 일제시대때 우리나라 수역에서 불법으로 고기를 잡던 일본 기선저인망 어업이 그 유래다. 당시만 하더라도 조그만 목선인 무동력선을 이용하고 어구나 고기잡이 기술이 원시적인 수준이어서 그다지 문제가되지 않았는데, 광복이후 사회 질서가 혼란한 틈을 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고테구리 어업을 막고 수산자원 보호 등을 위해 1953년 연안수역에서의 기선저인망 영업을 금지시키는 수산업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1965년 한·일어업협정때 일본으로부터 지원받은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어민들을 지원하자 일부 어민들이 동력선을 구입, 고테구리 어업에 나서는 등 한때 전국적으로 그 규모가 5000척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어업방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어선 한척이 자루모양의 그물을 로프로 연결해 바닥을 끌면서 고기를 잡는데 어구 입구를 넓힐 수 있는 전개판(展開板)을 달고 있어 어획량이 다른 어업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고기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어구 끝부분에 자루를 매달아 놓아 치어의 남획은 물론, 어구가 바다 밑바닥을 끌게 돼 생태계를 파괴시켜 연안 어족자원의 씨를 말리는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바다청소선 ‘환경1호’ 홍기주 선장 양식장이 늘고 대형그물 사용 횟수가 증가하면서 바닷속이 쓰레기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해양부는 지난해 조사한 국내 10대 어장의 쓰레기 양은 2만t이고 연안어장으로 확대하면 40만t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수거실적은 2678t이고 이중 폐어망이 2400t에 그쳤다. 올해 정화 사업비는 지난해와 같은 100억원이 책정됐다. 한국해양오염방제조합 소속으로 전남도 내 바다 청소선인 환경 1호(120t급) 선장 홍기주(55)씨는 34년차 선장이다. 유령어업이 무엇인가. -폐그물이 올라올 때면 주렁주렁 걸려 죽은 썩은 고기들의 냄새로 코를 들지 못할 정도로 악취가 심하다. 작은 고기나 게 등이 폐그물에 걸리면 이를 잡아먹으려는 좀 더 큰 고기가 순차적으로 걸려들어 죽어간다. 이를 어민들이 유령어업이라 부른다. 폐그물에 한 번 걸리면 절대 빠져나갈 수가 없다. 불법어구량은. -지난해 여수 관내 거문도 나로도 일대에서만 폐어구와 폐기계 등 800t을 건져 올렸다. 수백년이 가도 썩지 않는다는 양식장에서 버린 10여m짜리 굵은 동앗줄과 여기에 끼어둔 고무, 태풍에 떠밀려 온 그물량이 엄청나다. 또 게나 낚지·문어 등이 들어가는 폐통발이 가장 많다는 게 문제다. 삼중자망은 길이가 200m 폭 20m도 넘는다. 농어잡는 유자망, 피조개와 새조개 채묘틀 그물 등 가지가지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새 그물도 적잖게 올라온다. 아마 달아나면서 잘라버린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작업하나. -한국해양기술원이 음파탐사기로 쓰레기 지점을 파악하거나 어민들 신고로 잠수부가 확인한 뒤 작업에 들어간다. 양식장과 어장이 형성된 곳에 쓰레기도 많다. 지형적으로 완도군과 신안군 해역은 섬으로 둘러싸여 조류의 흐름이 약해 쓰레기가 더 많다. 한 지역에서 3∼4개월씩 작업한다. 수심 7∼40m에 쇠갈고리를 던져 넣어 배를 끌면서 쇠줄로 감아 올린다. 길이 40m 폭 30m 짜리 그물이면 20t도 넘는다. 그물이 바닥 70㎝ 이상 박혀 있다가 배가 끌면서 튕겨 나와 100t이 넘는 배가 기우뚱할 때면 아찔하다. 그물이 크고 엉켜 있다 보면 2∼3일 동안 끌고 다니다 잠수부가 줄을 잘라 올리기도 한다. 이 쓰레기는 바지선으로 옮겨져 운반·처리된다. 여수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하프타임] 미켈슨, 벨사우스클래식 1타차 2위

    필 미켈슨(미국)이 4일 미국 조지아주 덜루스의 슈가로프TPC(파72·7293야드)에서 열린 벨사우스클래식(총상금 500만달러)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의 불꽃타를 터뜨리며 중간합계 5언더파 139타를 기록, 공동 61위에서 공동 2위까지 뛰어올라 시즌 3승을 사정권에 뒀다. 선두 스콧 매커런(미국)과는 불과 1타 차. 오는 주말 개막하는 올시즌 첫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의 디펜딩챔피언이기도 한 미켈슨은 악천후로 3라운드 54홀로 축소된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다투게 됐다.
  • [하프타임] 우즈베크 비쇼베츠 감독 영입설

    지난달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한국에 1-2로 무릎을 꿇은 우즈베키스탄 감독이 경질됐고, 차기 사령탑에 아나톨리 비쇼베츠 전 한국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축구연맹(AFC) 풋볼아시아닷컴(www.asian-football.com)은 4일 “위르겐 하인츠 게데 감독 대신 하이다로프 전 대표팀 감독이 임시로 기용됐다.”고 밝혔다. 이 사이트는 우즈베키스탄 축구협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오는 6월3일 한국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비쇼베츠 감독을 유력한 차기 감독으로 꼽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하프타임] 벨사우스클래식 54홀 경기로 축소

    악천후로 이틀이나 순연된 끝에 열린 미프로골프(PGA) 투어 벨사우스클래식(총상금 500만달러)이 결국 54홀 대회로 축소됐다. 대회조직위원회는 3일 1라운드를 시작했지만 대회장인 조지아주 덜루스 슈가로프TPC(파72·7293야드)에 시속 60㎞의 강풍을 동반한 비가 내려 63명의 선수가 1라운드를 제대로 끝내지 못하자 4일 잔여 경기와 2라운드를 한꺼번에 치르고 5일 최종 라운드를 연다고 밝혔다. 한편 1라운드 13번홀까지 마친 빌리 메이페어(미국)가 4개의 버디를 잡아내 단독 선두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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