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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뚫은 세계최대 ‘떠다니는 화물창’… 21분기 만에 HMM 흑자전환 일등공신

    코로나 뚫은 세계최대 ‘떠다니는 화물창’… 21분기 만에 HMM 흑자전환 일등공신

    고층 아파트 건설현장에 온 기분이 든다. 꼭대기에 오르니 거제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돌리자 바다 위 둥둥 떠 있는 선박들이 보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한 깊이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선수(뱃머리)에서 선미로 ‘카고홀더’(화물창)가 끝없이 펼쳐진다. 지난 11일 거제도 삼성중공업조선소에서는 HMM(옛 현대상선)의 열두 번째 2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출정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이 한창이었다. 90% 정도 완성됐다는 이 배는 오는 19일 시운전을 거쳐 다음달 중 HMM에 인도된다. 부산항을 떠나 중국 닝보, 상하이 등을 거쳐 로테르담, 함부르크, 런던 등 그간 한국 해운이 잃어버렸던 유럽 항로를 누빌 예정이다. ●올 2분기 매출 1조 3751억·영업익 1387억 ‘2만 4000TEU급 선박’은 컨테이너 2만 4000여개를 실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선박이다. HMM은 지난 4월 첫 번째 2만 4000TEU급 선박인 알헤시라스호를 도입했다. 지난 5월 아시아 구간의 마지막 기항지인 옌텐에서 1만 9621TEU를 선적하고 유럽으로 출발해 선적량 세계 신기록을 세웠던 배다. 이어 오슬로호, 코펜하겐호, 더블린호, 그단스크호, 로테르담호, 함부르크호 등이 연이어 만선을 기록했다.이런 활약에 힘입어 HMM은 올 2분기 매출액 1조 3751억원에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했다. 무려 21분기 만에 흑자전환한 것으로 해운업계가 침체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가운데 이뤄낸 깜짝 실적이어서 더욱 눈길이 간다. 항로 합리화와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 구조를 개선한 게 유효했다는 설명이다. ●12번째 선박 새달 인도… 유럽 항로 누빌 예정 우병선 HMM 홍보차장은 “물동량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선사들이 그만큼 선복량을 줄이면서 대응했기에 운임이 오히려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여기에 2만 4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도입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저유가 기조도 선사들이 운영 비용을 줄일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친환경 스크러버를 선제적으로 설치한 것도 HMM 선박이 강점을 가진 이유로 평가된다. 덕분에 올해 초 국제해사기구(IMO)가 시행한 선박연료유 규제(황산화물 함유량 3.5%→0.5%)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다음달까지 2만 4000TEU급 선박 12척을 투입해 안정적으로 추가 화물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거제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캔버스에 남은 열정의 흔적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캔버스에 남은 열정의 흔적

    1882년 8월 말 반고흐는 헤이그 인근 스헤베닝언 해변을 그렸다. 수개월 전 그는 화가 안톤 마우베 밑에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늦게 화가의 길을 택한 이 고집 센 사나이는 누구에게 배우기보다 직접 캔버스와 씨름하며 그림을 알아 가고 있었다. 그날 해변에는 폭풍우가 몰아쳤지만 반고흐를 말릴 수는 없었다. 서 있기도 힘들고, 모래가 날려 눈도 뜨기 힘든 가운데 반고흐는 이젤을 펼쳤다. 캔버스가 모래를 뒤집어쓰자 그는 모래언덕 뒤의 작은 여인숙으로 철수해 모래를 긁어내고 작업을 계속했다. 중간중간 해변으로 가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캔버스에 남아 있는 모래 알갱이가 그날을 증언하고 있다. 그림은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먹구름이 낀 하늘, 거품 같은 파도로 뒤덮인 바다, 사람들이 있는 해변. 남정네들은 해안에 있는 고깃배에 줄을 묶어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는 중이고, 흰 머릿수건을 쓴 아낙들은 그것을 지켜본다. 이 그림을 그린 직후 동생에게 보낸 편지는 이런 말로 끝맺고 있다. “그림 속에는 무한한 뭔가가 있다. 정확하게 설명하기 힘들지만 자기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건 정말 매혹적인 일이다. 색채들 속에는 조화나 대조가 숨어 있다. 그래서 색들이 저절로 조화를 이룰 때면 그걸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 보인다.” 이 그림은 100년을 훌쩍 뛰어넘어 1989년에야 대중에게 공개됐다. 반고흐 가족은 그림을 다락방에 버려둔 채 이사했고, 새 집주인은 수년 뒤 다락방에 쌓인 잡동사니를 고물로 처분했다. 그 속에서 그림을 발견한 상인은 로테르담의 화랑에 가져갔고, 그림은 수집가의 손에 들어갔다. 수집가의 자손은 1989년 컬렉션을 국가에 기증했다. 그런데 2002년 미술관에 도둑이 들어 이 그림과 다른 한 점의 반고흐를 가져갔다. 사건 직후 경찰은 두 명의 행동대원을 체포했으나 이들은 그림의 행방을 알지 못했다. 2016년 이탈리아 경찰이 나폴리 근처에서 그림을 발견했을 때 미술관은 회수를 거의 단념한 상태였다. 그림은 갱단 두목이 사용하던 빌라의 부엌 마루 아래 감춰져 있었다. 무사히 되돌아온 그림은 2017년부터 반고흐미술관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 교황의 도서관 한국이 숨쉰다

    교황의 도서관 한국이 숨쉰다

    비밀 서고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바티칸 도서관이 국내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다큐멘터리를 통해 공개된다. KBS는 오는 25일 ‘다큐온(ON)’에서 ‘도서관의 시대’ 2부작 중 1부 ‘바티칸 도서관, 비밀의 문을 열다’를 방송한다고 22일 예고했다.방송은 바티칸을 비롯해 네덜란드, 영국, 중국, 한국 등 6개 국가의 9개 도서관을 취재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정보 불평등 해소의 답을 도서관에서 모색한다는 게 기획 의도다. 변화하는 시대마다 새 역할을 찾아온 도서관의 역사를 짚어보고, 그 가치와 가능성도 다룬다. 1부에서 다룬 바티칸 도서관은 취재는 물론 들어가는 절차도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교황의 도서관’으로 불리는 이곳은 촬영 도서의 정확한 명칭과 페이지까지 알아야 신청 자체가 가능하다. 이번 취재는 한국·바티칸 수교 60주년을 맞는 2023년까지 5년 동안 진행 중인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이 있어 가능했다. 제작사 마젠타컴퍼니 측은 “이 사업을 위해 한국 천주교주교회의와 바티칸이 긴밀히 협조 중인 상황”이라며 “천주교주교회의 쪽에 도서관, 비밀서고 촬영을 문의했고 협조를 받아 취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티칸 편 제작에만 4개월여가 걸렸다.제작진은 국내 방송으로는 최초로 바티칸 도서관, 비밀서고, 자료 복원실, 사진 작업실을 촬영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성경, 바티칸 도서관 사서가 발견한 역사서 등 진귀한 책들과 만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관련된 자료들도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연구 현장에서 나온 130여년 전 서울에서 세례받은 신자들의 목록, 고종이 116년 전 로마 교황에게 보낸 서신 등이다. KBS는 “바티칸 도서관은 세계 최고의 기술과 인력으로 자료를 복원하고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며 “수백 년 된 자료에 존경심과 희열을 느끼는 등 도서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1일 전파를 타는 2부 ‘그들은 왜 도서관으로 갔을까?’에서는 국내를 비롯한 세계 곳곳의 도서관을 찾아간다. 시장과 광장을 품은 공공도서관으로 유명한 네덜란드 로테르담 도서관과 리브리에 도서관, 덴마크 왕립도서관과 오르후스시 도서관(DOKK1), 중국 베이징대 도서관, 한국의 광진정보도서관, 연세대 학술정보관 등 다양한 도서관을 소개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장애 학생들 위해 마스터클래스 연 ‘젊은 거장’

    장애 학생들 위해 마스터클래스 연 ‘젊은 거장’

    동양인 최초 로테르담 필하모닉 수석 “작은 발걸음도 도움 된다면 함께할 것” “멀리뛰기 해봤니? 뛰기 전에 어디까지 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연주도 범위를 먼저 생각만 해도 나오는 연주가 달라져.” 첼로를 두고 나란히 앉아 학생의 연주를 주의깊게 듣던 첼리스트 임희영(33)씨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 갔다. 임씨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에서 동양인 최초로 첼로 수석을 지냈고 2년 전엔 한국인 최초로 베이징중앙음악원 첼로교수가 되는 등 각종 최초의 기록을 써 가고 있다. 그가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첼리스트를 꿈꾸는 장애학생 3명과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배일환(55) 이화여대 교수가 만든 문화 관련 자선단체 뷰티플마인드가 장애를 안고 있지만 열정적인 첼리스트를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조홍희(18·덕원예고)양과 서윤직(13·서울왕북초)군, 김민주(21·한국예술종합학교)씨가 임씨의 지도를 받았다. 임씨를 연예인 보듯 장난치던 학생들도 활을 잡자마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랄로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 조양에게 임씨가 “랄로의 곡은 캐릭터가 분명하니 주저하지 말고 음악적 표현을 더하면 좋겠다”거나 “군인이 행진하듯” 연주하라며 감정선을 잡아 주자, 아이도 금방 따라 다른 소리를 냈다. 오전 10시 30분 시작된 1대1 레슨은 번번이 예정 시간인 40분을 넘겼다. 이 학생들은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에서 음악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장애인, 저소득층 아이들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화음은,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마인드’(2018)로 소개되기도 했다. 임씨는 “교수님의 활동에 많이 감명받고 기회가 되면 꼭 동참하리라 생각했다”면서 “제 작은 발걸음이 도움이 되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언제든 함께하겠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젊은 거장’ 임희영의 특별한 수업…첼리스트 꿈꾸는 장애학생들과 마스터클래스

    ‘젊은 거장’ 임희영의 특별한 수업…첼리스트 꿈꾸는 장애학생들과 마스터클래스

    “연주를 잘하는데? 테크닉도 좋고 리듬감도 있고. 그런데 음악적인 표현을 더 과감히 해도 돼.” “멀리뛰기 해봤니? 뛰기 전에 내가 어디까지 가겠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디부터 어디까지 가겠다, 먼저 생각만 해도 나오는 연주가 달라져.” 첼로를 두고 나란히 앉아 학생의 연주를 주의깊게 듣던 첼리스트 임희영(33)씨가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 갔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에서 동양인 최초로 첼로 수석을 지냈고 31세에 한국인 최초로 베이징중앙음악원 첼로교수가 되는 등 해외에서 각종 최초의 기록을 써가는 임씨가 24일 서울 종로구에서 첼리스트를 꿈꾸는 장애학생 3명과 마스터클래스를 열었다. 거장이 직접 지도하는 공개수업인 마스터클래스는 임씨가 초등학생 때 처음 첼로를 배운 스승인 배일환(55) 이화여대 교수가 만든 문화 관련 자선단체인 뷰티플마인드가 마련한 자리다. 덕원예고 조홍희(18)양과 서울왕북초등학교에 다니는 서윤직(13)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김민주(21)씨가 지도를 받았다. 각각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시각장애를 안고 있지만 열정적인 첼리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이다.오전 10시 30분 시작된 1대1 레슨은 번번이 예정 시간인 40분을 넘겨 끝났다. 임씨를 연예인 보듯 장난치던 학생들도 활을 잡자마자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어 수업을 받았다. 랄로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 조양에게 임씨가 “랄로의 곡은 캐릭터가 분명하니 주저하지 말고 음악적 표현을 더하면 좋겠다”거나 “군인이 행진하듯” 연주하라며 감정선을 잡아 주자, 아이도 “이렇게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덧대면서 금방 따라갔다. 이날 참여한 학생들은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에서도 꿈을 키우고 있다. 이날 함께한 학생들과 또 다른 장애를 가진 아이들, 저소득층 아이들이 뮤직아카데미에서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낸다. 이들의 이야기는 다큐멘터리 영화 ‘뷰티플마인드’(2018)로 소개되기도 했다. 임씨는 “배일환 선생님이 활동하시는 것을 보고 많이 감명받고 기회가 되면 꼭 동참하고 싶었다”면서 “제 작은 발걸음이 도움이 되고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면 앞으로도 언제든 함께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배 교수도 “아주 훌륭한 첼리스트인 제자의 재능기부가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화답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선 왕’ 알헤시라스호 89일간 첫 임무 마치고 부산행

    ‘선 왕’ 알헤시라스호 89일간 첫 임무 마치고 부산행

    해양수산부는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선왕’ 알헤시라스호가 첫 항해 임무를 마치고 귀항 길에 올랐다고 16일 밝혔다. 해수부에 따르면 알헤시라스호는 15일(현지시간) 오후 6시 유럽의 최종 기항지인 영국 런던게이트웨이항을 출항했다. 알헤시라스호는 지난달 25일 중국 칭다오항에서 첫 화물을 싣고 한국 부산항과 중국 닝보, 상하이, 옌텐을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 벨기에 앤트워프, 영국 런던 등 유럽 주요 항만에 기항했다. 알헤시라스호는 선박의 왕이라는 뜻에서 ‘선왕’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에 맞게 옌텐항에서는 1만 9621TEU의 화물을 싣고 출항하면서 세계 최대 선적 기록을 경신했다. 부산에서는 7300t에 달하는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급유선 2척을 연결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며 단일 선박으로는 부산항 최대 급유량을 기록했다. 네덜란드와 독일에서는 현지 당국이 환영하는 의미의 물대포를 쏘아 올려 알헤시라스호의 입항을 반기는 등 환대를 받았다고 해수부는 밝혔다.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 “코로나 틈탄 기업사냥 막아라”… 지구촌, 차이나머니에 ‘빗장’

    “코로나 틈탄 기업사냥 막아라”… 지구촌, 차이나머니에 ‘빗장’

    중국 최대 민영 투자기업인 푸싱(復星)국제그룹은 지난 3월 20일 자회사 상하이위위안관광마트(上海豫園旅游商城)를 통해 프랑스 보석 브랜드 줄라의 지분 55.4%를 2억 1000만 위안(약 361억 5000만원)에 인수했다. 중국이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한 틈을 노려 막대한 현금력을 동원해 ‘기업 사냥’에 나선 것이다. 세계 각국에 ‘차이나머니’에 대한 경고령이 내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이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자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 사냥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주의 색채를 강하게 띠면서 외국인 투자 규제를 이미 강화한 상태인 데다 이를 반대하던 유럽 국가들마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는 지난달 15일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나토 회원국들에 중국 기업들이 전략적 자산을 인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화상회의를 통해 “일부 동맹국들은 핵심 인프라가 외국에 팔리기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됐다”며 중국이 그리스 항구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을 본격 거론했다. 외국이 중국을 말한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도 외국, 특히 중국 기업에 유럽 핵심 산업이 넘어가는 것을 크게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EU 회원국에 코로나19로 취약해진 기업 지분 일부를 국비로 인수할 것을 권고했다. 필 호건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EU 통상장관 화상회의를 통해 EU의 ‘전략적 자산들’이 해외 M&A에 취약해졌다면서 회원국들이 M&A 제안을 협력해 감시를 공조하고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美 보호주의 반대하던 유럽도 중국 ‘경계’ EU와 세계 각국은 이와 함께 대응력을 강화에 나서고 있다. EU는 지난해 외국인 투자를 감독하기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고, 오는 10월 발동 예정인 강화된 체계를 앞당기고 확대할 방침이다. EU는 외국 자본의 불공정한 M&A를 규제하는 법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누구든지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불공정한 방식은 안 된다”며 “독일과 프랑스 등 회원국들의 의견을 반영해 유럽과 중국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외 기업들이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후려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외국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은 8일 EU 외 자본이 자국 기업을 인수할 때 정부가 개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피터 알트마이어 경제장관은 “의료장비·에너지·디지털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자존심이 걸려 있는 산업 로봇 제조업체 쿠카AG가 2016년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그룹 손에 넘어간 뒤 차이나머니에 대해 적대감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도 ‘골든 파워’(국방 및 전략 산업의 해외 거래를 제한할 정부 권한) 법안에 따라 은행·보험·헬스케어·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대한 보호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스페인 역시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인도는 지난달 중국 기업들을 정조준해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에 근거지가 있거나 연계된 해외 기업들의 자국 기업 M&A를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미얀마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인도의 핵심 기업을 직접 인수할 나라는 중국뿐이다. 인도가 정보기술(IT), 금융공학(핀테크) 등 첨단 산업이 텅쉰(騰訊·Tencent)·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IT 공룡들과 중국 인민은행 등에 지분이 넘어가면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한 알짜 산업이 중국에 통째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인민은행은 인도 우량주 가운데 하나로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핀테크업체 주택개발금융공사 지분을 0.8%에서 1%로 확대했다. 호주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무조건 국가 외국인투자검토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호주 정부는 항공과 화물, 보건 분야의 외국인 자본 투자를 일시적으로 규제하기로 했다. 조시 프라덴버그 재무장관은 “모든 외국인 M&A와 투자 제안은 외국인투자검토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고 말했다. 11억 호주달러(약 8조 4000억원) 이상의 M&A에만 적용하던 규정을 모든 외국인 투자로 확대한 것이다. 호주 정부는 앞서 홍콩 청쿵(長江·CK)그룹이 호주 가스파이프라인 사업체 APA그룹을 80억 달러(약 9조 75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절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규제 장벽이 과거 하이항(海航·HNA)그룹 같은 중국 대기업이 미국 기술회사부터 유럽 항공사까지 거침 없이 인수하던 때와는 다르게 브레이크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재키 옌 홍콩대 경영전략학과 조교수는 “중국계 기업들은 기업 인수에 성장을 의존하고 있어 규제 장벽이 장기적으로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中대기업, 에너지 등 세계 전략 산업에 ‘눈독’ 이런 가운데 중국 본토와 홍콩·싱가포르 등에 본사를 둔 중국계 대기업은 해외 기업 사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에너지, 인프라, IT 등 중국 정부가 국가전략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산업에서 먹잇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개월간 중국 본토와 홍콩, 싱가포르 등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M&A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는 지금이 M&A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매출 급감과 주가 폭락으로 자금난에 처한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이 차이나머니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즉 지난 1분기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주요 주가지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곤두박질치면서 현금이 풍부한 중국 대기업에는 호텔과 부동산 등을 인수할 절호의 기회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영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3개월 이상 버틸 현금이 없는 상태다. 그 선봉에 나선 곳은 푸싱국제그룹 외에 중국위안양윈수(遠洋運輸·COSCO)와 홍콩 청쿵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궈광창(郭廣昌) 푸싱국제그룹 회장은 “회사가 전 세계 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포착할 때”라며 외국 기업 M&A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 지난해 기준 푸싱국제그룹은 현금 등 즉시 가용자산 132억 달러를 보유했다. COSCO는 벨기에의 항만 운영사 지분을 90% 보유하고 있고 스페인 발렌시아, 빌바오 항구 지분도 51%로 최대 주주가 됐다. 네덜란드 싱크탱크의 지난해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COSCO는 벨기에의 앤트워프,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의 라스팔마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운영사 지분도 갖고 있다.홍콩 청쿵그룹은 지난해 12월 기준 187억 달러의 현금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8~2019년 영국 등 유럽, 호주에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최소 200억 달러 이상을 썼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분석회사 CLSA 조너선 갤리건 연구팀장은 “홍콩 청쿵그룹이나 푸싱국제그룹처럼 현금 자산이 충분한 재벌 기업엔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외국 기업 인수를 위해 투자에 나설 시점”이라며 “지금 글로벌 시장을 본다면 ‘현금’이 왕”이라고 말했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각국 “차이나 머니는 안 받는다”, 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각국 “차이나 머니는 안 받는다”, 왜

    중국 최대 민영 투자기업인 푸싱(復星)국제그룹은 지난 3월 20일 자회사 상하이위위안관광마트(上海豫園旅游商城)를 통해 프랑스 보석브랜드 줄라의 지분 55.4%를 2억 1000만 위안(약 361억 5000만원)에 인수했다. 중국이 코로나19의 전 세계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가 침체한 틈을 노려 막대한 현금력을 동원해 ‘기업사냥’에 나선 것이다. 세계 각국에 ‘차이나 머니’에 대한 경고령이 내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각국들이 자금 조달에 애로를 겪는 자국 기업들이 중국 기업 사냥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주의 색채를 강하게 띠면서 외국인 투자 규제를 이미 강화한 상태인 데다 이를 반대하던 유럽 국가들마저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중국 기업에 대한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지난 15일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나토 회원국들에 중국 기업들이 전략적 자산을 인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 화상회의를 통해 “일부 동맹국들은 핵심 인프라가 외국에 팔리기에 더 취약한 상태가 됐다”며 중국이 그리스 항구들을 사들이고 있다는 점을 본격 거론했다. 외국은 중국을 말한다는 것을 강하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유럽연합(EU) 고위 관계자들도 외국, 특히 중국 기업에 유럽 핵심 산업이 넘어가는 것을 크게 경계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EU 회원국에 코로나19로 취약해진 기업 지분 일부를 국비로 인수할 것을 권고했다. 필 호건 EU 무역담당 집행위원은 16일 EU 통상장관 화상회의를 통해 EU의 ‘전략적 자산들’이 해외 M&A에 취약해졌다면서 M&A 제안을 회원국들이 협력해 감시를 공조하고, 정보도 공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EU와 세계 각국은 대응력을 강화에 나서고 있다. EU는 지난해 외국인 투자를 감독하기 위한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고, 오는 10월 강화된 체계가 발동될 예정이지만 이를 앞당기고 확대할 방침이다. EU는 외국 자본의 불공정한 M&A를 규제하는 법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누구든지 유럽에서 사업을 하는 것을 환영하지만 불공정한 방식은 안 된다”며 “독일과 프랑스 등 회원국의 의견을 반영해 유럽과 중국이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외 기업들이 인수 대상 기업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거나 후려치는 행위를 금지하고 외국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독일은 8일 EU 외 자본이 자국 기업을 인수할 때 정부가 개입할 수 있게 하는 조치를 승인했다. 피터 알트마이어 경제장관은 “의료장비·에너지·디지털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은 자존심이 걸려 있는 산업로봇 제조업체 쿠카AG가 2016년 중국 가전업체 메이디(美的)그룹 손에 넘어간 뒤 차이나 머니에 대해 적대감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도 ‘골든 파워(국방 및 전략 산업의 해외 거래를 제한할 정부 권한)’ 법안에 따라 은행·보험·헬스케어·에너지 등 주요 산업에 보호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스페인 역시 외국인 직접 투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 방안을 마련했다. 인도는 18일 중국 기업들을 정조준해 인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에 근거지가 있거나 연계된 해외 기업들의 인도 기업 M&A를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는 중국,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부탄, 네팔, 미얀마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인도의 핵심 기업을 직접 인수할 정도로 경제력이 강한 나라는 중국 뿐이다. 인도가 정보기술(IT), 금융공학(핀테크) 등 첨단 산업이 텅쉰(騰訊·Tencent)·알리바바를 비롯한 중국 IT 공룡들과 중국 인민은행 등에 지분이 넘어가면서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한 알짜 산업이 중국에 통째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인민은행은 인도 우량주 가운데 하나로 주택담보대출 업체인 핀테크업체 주택개발금융공사 지분을 0.8%에서 1%로 확대했다. 호주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무조건 국가 외국인투자 검토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규제했다. 호주 정부는 항공과 화물, 보건 분야의 외국인 자본 투자를 일시적으로 규제하기로 했다. 조시 프라덴버그 재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모든 외국인 M&A와 투자 제안은 외국인투자 검토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고 밝혔다. 11억 호주달러(약 8조 4000억원) 이상의 M&A에만 적용하던 규정을 모든 외국인 투자로 확대한 것이다. 호주 정부는 앞서 홍콩 청쿵(長江·CK)그룹이 호주 가스파이프라인 사업체 APA그룹을 80억 달러(약 9조 750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절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규제 장벽이 과거 하이항(海航·HNA)그룹 같은 중국 대기업이 미국 기술회사부터 유럽 항공사까지 거침 없이 인수하던 때와는 다르게 브레이크 효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키 옌 홍콩대 경영전략학과 조교수는 “중국계 기업들은 기업 인수에 성장을 의존하고 있어 규제 장벽이 장기적으로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런 가운데 중국 본토와 홍콩·싱가포르 등에 본사를 둔 중국계 대기업은 해외 기업사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에너지, 인프라, IT 등 중국 정부가 국가전략 우선순위로 삼고 있는 산업에서 먹잇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개월 간 중국 본토와 홍콩, 싱가포르 등에 본사를 둔 대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적극적으로 M&A 시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세계 각국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는 지금이 M&A의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매출 급감과 주가 폭락으로 자금난에 처한 유럽과 아시아 기업들이 차이나 머니의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영국 기업의 절반 이상이 3개월 이상 버틸 현금이 없는 상태다. 그 선두주자는 푸싱국제그룹 외에 중국위안양윈수(遠洋運輸·COSCO)과 홍콩 청쿵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궈광창(郭廣昌) 푸싱국제그룹 회장은 “회사가 전 세계 자원을 활용할 기회를 포착할 때”라며 외국 기업 M&A에 나설 것을 강력히 시사했다. 지난해 기준 푸싱국제그룹은 현금 등 즉시 가용자산 132억 달러를 보유했다. COSCO는 벨기에의 항만 운영사 지분을 90% 보유하고 있고 스페인 발렌시아, 빌바오 항구 지분도 51%로 최대 주주가 됐다. 네덜란드 싱크탱크의 지난해 12월 보고서에 따르면 COSCO는 벨기에의 앤트워프,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라스 팔마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만 운영사 지분도 갖고 있다. 홍콩 청쿵그룹은 지난해 12월 기준 187억 달러의 현금과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2018~2019년 영국 등 유럽, 호주에서 기업을 인수하는 데 최소 200억 달러 이상을 썼다. 중국이 주요 외국 기업의 M&A에 야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지난 1분기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주요 주가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지표를 보이면서 현금이 풍부한 중국 대기업에는 호텔과 부동산 등 체인사업을 인수할 절호의 기회가 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투자분석회사 CLSA 조너선 갤리건 연구팀장은 “홍콩 청쿵그룹이나 푸싱국제그룹 처럼 현금 자산이 충분한 재벌 기업엔 다른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지금이 투자에 나설 시점“이라며 “지금 글로벌 시장을 본다면 ‘현금’이 왕이다”고 지적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김정은 ‘애마’ 8개월간 6개국 돌다 北 밀반입

    김정은 ‘애마’ 8개월간 6개국 돌다 北 밀반입

    獨, 네덜란드, 中, 日, 韓, 러시아 거친 듯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애마인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이 8개월간 6개국을 도는 숨바꼭질 끝에 북한 평양으로 밀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6억원을 호가하는 최고급 리무진인 S600은 ‘사치품’으로 분류돼 유엔(UN)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북한에 수출 금지된 품목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18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김 위원장의 ‘방탄 마이바흐’ 차량 두 대의 수입 경로를 이렇게 추정했으며,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지난해 수출 금지 품목인 모래와 석탄을 팔아 5억~6억 달러(약 6000억~730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주장했다. 대북제재위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 밀수출된 S600 차량은 2018년 2월 독일 공장에서 이탈리아 업체로, 4개월 뒤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에서 중국 다롄항을 거쳐 8월 31일 일본 오사카항으로 옮겨졌다. 이후 9월 27일 한국의 부산항에서 토고 국적 화물선 ‘DN5505’호로 옮겨져 러시아 나홋카항으로 향했다. DN5505호는 10월 초 부산항을 출항했다가 곧바로 종적을 감췄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자동식별장치(AIS)를 끈 것이다. 2018년 2월부터 장장 8개월 동안, 6개국을 돌고 도는 ‘꼼수’를 통해 북한은 S600 차량 두 대를 손에 넣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은 사치품으로 지정된 보드카와 위스키, 코냑, 와인 등의 밀수입뿐 아니라 대북제재로 모자란 달러를 충당하고자 모래와 석탄의 밀수출, 사이버 해킹 등을 일삼고 있다고 대북제재위는 주장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기생충’ 흑백판, 29일부터 특별상영 “더 미룰 수 없다”

    ‘기생충’ 흑백판, 29일부터 특별상영 “더 미룰 수 없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 흑팩판이 오는 29일부터 특별상영된다. 8일 CJ ENM 측은 8일 “‘기생충: 흑백판’을 29일부터 극장에서 상영하기로 했다”며 “특별상영 성격으로 걸릴 예정이다. 몇 개 관에서 상영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기생충: 흑백판’은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지면서 다른 영화들과 함께 잠시 개봉을 미뤘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49회 로테르담영화제를 시작으로 이미 공개돼 오스카 4관왕의 추가 선물이 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기생충’은 개봉 1주년을 맞이하는 5월 IPTV와 VOD 서비스 계약이 체결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생충: 흑백판’ 극장 상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판단, 4월말 공개를 결정했다. 이번 흑백판은 봉준호 감독과 홍경표 촬영감독이 한 장면, 한 장면씩 콘트라스트와 톤을 조절하는 작업을 거쳤으며, 컬러판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낼 것으로 관심을 모은다. 사전 공개된 포스터와 스틸만으로도 기대감은 상당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극장은 3개월째 개점휴업 상태다. 과거 명작 재개봉과 일부 국내외 신작들의 개봉이 이어지긴 했지만 일일관객수는 1만명대, 주말 관객수는 10만 선이 붕괴됐다. ‘기생충’은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오스카 4관왕의 유종의 미를 거두며 전무후무 살아있는 전설이자 ‘국가대표 영화’가 됐다. 모든 행보에 기쁨이 뒤따랐던 만큼, 흑백판 상영 역시 지친 극장과 관객들에게 숨구멍이 되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생충’은 전원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송강호 최우식 조여정 이선균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이 열연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베토벤처럼… 고난 헤치고 환희의 합주

    베토벤처럼… 고난 헤치고 환희의 합주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항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초호화 여객선이 빙산과 부딪쳐 침몰하기 시작했다. 깊은 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이 선실에 차오르면서 2000명 넘는 인원이 탑승한 여객선은 구명정에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 상태에 빠졌다. 이때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겁에 질린 사람들을 달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월리스 하틀리와 그가 이끄는 7명의 밴드 단원이었다. 당시 사고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10분 전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고, 이들의 이야기는 1997년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30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202개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병하며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음악인들은 108년 전 타이타닉의 악사들처럼 지독한 감염병에 고통받고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리고도 애써 밝고 담담한 모습으로 일상을 잃은 사람들을 응원하는가 하면, 무대를 잃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각자의 집을 무대 삼아 온라인 합주를 이어 가고 있다.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아네조피 무터(56)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렸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으로 나와 지금 집에서 격리 상태로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팬들을 향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라도 힘을 내길 바란다. 그리고 계속 음악과 함께하길 바란다. 행복함을 유지하고, 음악을 즐기자”라고 말했다. 무터는 이 영상에 이어 약 4시간 뒤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베토벤 현악 4중주 10번을 연주한 영상을 공개했다. 무터는 물론 영국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모든 활동을 중단한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각자의 집에서 악기를 들고 스마트폰 앞에 앉았다. 마스크를 쓴 채 연주를 마친 무터는 “제발 집에 머무르고,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길 바란다”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라고,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라는 베토벤의 좌우명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클래식 연주자들의 ‘재택 합주’는 지난 2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유튜브에 연주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19명의 연주자 소개에 이어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낮고 깊은 울림으로 음악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3명의 첼리스트가 합류하고 비올라와 바순, 오보에 등 저마다의 음색을 쌓아 올린다. 모두 각자의 집에서 모니터 영상과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통해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연주 위로 성악을 덧씌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완성했다. 유럽연합(EU)은 인류애를 찬양하는 내용의 이 노래를 공식 행사 찬가로 부르고 있다.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우리로부터, 당신을 위해’(From us, for you)라는 제목을 붙인 이 영상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고, 서로를 돕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함께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캐나다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단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각각 코플랜드 ‘애팔래치아의 봄’과 ‘합창’ 교향곡을 연주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뒤셀도르프 심포니는 단원뿐만 아니라 일반인 연주자들의 연주 영상도 함께 편집해 음악으로 하나 되는 독일을 연출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타이타닉의 악사처럼...연주로 코로나 공포 달래는 음악인들

    타이타닉의 악사처럼...연주로 코로나 공포 달래는 음악인들

    1912년 4월 14일 밤 11시 40분. 영국 사우샘프턴을 출항해 미국 뉴욕으로 향하던 초호화 여객선이 빙산과 부딪쳐 침몰하기 시작했다. 깊은 밤, 얼음장같이 차가운 바닷물이 선실에 차오르면서 2000명 넘는 인원이 탑승한 여객선은 구명정에 탑승하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 상태에 빠졌다. 이때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겁에 질린 사람들을 달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바이올리니스트 월리스 하틀리와 그가 이끄는 7명의 밴드 단원이었다. 당시 사고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배가 완전히 침몰하기 10분 전까지 연주를 멈추지 않았고, 이들의 이야기는 1997년 영화 ‘타이타닉’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30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202개 국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병하며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음악인들은 108년 전 타이타닉의 악사들처럼 지독한 감염병에 고통받고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코로나19에 걸리고도 애써 밝고 담담한 모습으로 일상을 잃은 사람들을 응원하는가 하면, 무대를 잃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각자의 집을 무대 삼아 온라인 합주를 이어 가고 있다. 최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아네조피 무터(56)는 지난 26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렸다. 그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는데 양성으로 나와 지금 집에서 격리 상태로 완전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팬들을 향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라도 힘을 내길 바란다. 그리고 계속 음악과 함께하길 바란다. 행복함을 유지하고, 음악을 즐기자”라고 말했다.무터는 이 영상에 이어 약 4시간 뒤 영국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함께 베토벤 현악 4중주 10번을 연주한 영상을 공개했다. 무터는 물론 영국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모든 활동을 중단한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각자의 집에서 악기를 들고 스마트폰 앞에 앉았다. 마스크를 쓴 채 연주를 마친 무터는 “제발 집에 머무르고, 손을 깨끗이 씻고, 마스크를 꼭 착용하길 바란다”면서 “머지않은 미래에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으로 만나기를 바라고, ‘고난을 헤치고 환희로’라는 베토벤의 좌우명을 기억하라”고 덧붙였다. 클래식 연주자들의 ‘재택 합주’는 지난 2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유튜브에 연주 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19명의 연주자 소개에 이어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낮고 깊은 울림으로 음악의 시작을 알리고, 이어 3명의 첼리스트가 합류하고 비올라와 바순, 오보에 등 저마다의 음색을 쌓아 올린다. 모두 각자의 집에서 모니터 영상과 이어폰으로 전해지는 소리를 통해 호흡을 맞췄다. 이들의 연주 위로 성악을 덧씌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를 완성했다. 유럽연합(EU)은 인류애를 찬양하는 내용의 이 노래를 공식 행사 찬가로 부르고 있다.로테르담 필하모닉은 ‘우리로부터, 당신을 위해’(From us, for you)라는 제목을 붙인 이 영상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고 있고, 서로를 돕기 위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면서 “우리가 함께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캐나다 토론토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도 단원들이 각자의 집에서 각각 코플랜드 ‘애팔래치아의 봄’과 ‘합창’ 교향곡을 연주해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뒤셀도르프 심포니는 단원뿐만 아니라 일반인 연주자들의 연주 영상도 함께 편집해 음악으로 하나 되는 독일을 연출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유럽 코로나19 확산에 BTS 투어 예매 연기

    유럽 코로나19 확산에 BTS 투어 예매 연기

    영국·스페인 등 7월 예매 미뤄북미 등 월드투어 일정 불투명유럽에서 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7월 열리는 유럽 투어 예매 날짜를 연기했다. 방탄소년단 유럽 공연을 주관하는 라이브네이션 영국·스페인 지사 등은 17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 ‘맵 오브 더 솔 투어-유럽’ 티켓 예매 일정이 조정될 것”이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지했다. 당초 팬클럽 ‘아미’ 대상 선예매가 이달 18일, 일반 관객 예매가 20일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각각 4월 29일, 5월 1일로 미뤄졌다. 라이브네이션 측은 “상황에 따라 스케줄이 변동될 수 있다는 것을 유의해달라”고도 덧붙였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샵’도 유럽 투어 예매 일정 연기를 안내했다. 방탄소년단은 오는 4월부터 ‘맵 오브 더 솔 투어’라는 이름으로 새 월드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오는 7월 영국 런던,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베를린, 스페인 바르셀로나 4개 도시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각국에서 콘서트를 포함한 행사가 취소됐고, 월드투어가 개최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4월 25∼26일 북미 투어 첫 공연이 열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은 최근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타디움이 위치한 샌타클라라시도 4월 5일까지 모든 특별 행사와 콘서트를 취소하거나 미뤘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또 다른 나…내 안에 괴물이 산다

    또 다른 나…내 안에 괴물이 산다

    몬스터/손원평 외 9인 지음/한겨레출판/각 200쪽/각 1만 3000원세계 영화사를 다시 쓴 영화 ‘기생충’은 ‘계급 전쟁 속 괴물이 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개봉 전부터 로테르담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러브콜이 쏟아지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돈 가방을 좇아 괴물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두 영화의 사례를 빌려 요즘 영화의 성공 공식을 거칠게 요약하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괴물이 되는 과정을 핍진하게 그리는 데 있는 것 같다. 각박한 현실 속 조커 같은 ‘빌런’(악당)이 대세인 것처럼 ‘괴물이라도 괜찮아’ 정도의 정서가 우리 기저에 깔려 있는 것 아닐까.‘몬스터’는 각각 ‘한낮의 그림자’, ‘한밤의 목소리’라는 부제가 붙은 소설집이다. 평범한 일상 속 어딘가 낯익은 주인공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내 안의 괴물을 발견하는 작품들로 채워진 ‘한낮의 그림자’와 자신의 괴물 같은 욕망을 꺼내는 인물들을 통해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 탐구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한밤의 목소리’로 나뉜다. 지난해 하반기 ‘밀리의서재’에서 오리지널 시리즈로 연재됐던 작가 10인의 작품을 테마 소설집 두 권으로 묶었다. ‘한낮의 그림자’에 실린 최근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 작가의 소설 ‘드릴, 폭포, 열병’을 보자. 모임에서 횡령을 했다고 지목받은 혜서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윤경은 혜서의 절친한 친구이면서도 혜서의 잘잘못을 정확히 따져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인물이다. ‘드릴, 폭포, 열병’은 혜서의 사망 이후 또 한번 입을 열려는 윤경에 대한 ‘나’의 입막음이다. 한 생명의 죽음으로 인해 어차피 또 다른 희생양을 찾기에 급급한 게 여론이라면 ‘침묵으로서 책임질 용기’(84쪽)를 내야 하며, 다시 나서려는 윤경의 행동은 ‘가해망상’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 한마디를 하기 위해 이구아수폭포에서 피부가 코끼리 살갗처럼 변한다는 열병에 걸렸다는 불안이 퍼지면서 사소한 증상도 ‘코끼리열병’으로 인식했던 지난날, 누수의 원인을 알 수 없는데도 계속되는 이웃들의 민원에 집 안 여기저기 드릴을 들이대야 했던 시절들을 열거하는 ‘나’. 결국은 ‘두려움 앞에선 모두가 평등’(53쪽)하다며 윤경에게 침묵할 것을 종용한다.‘한밤의 목소리’에서 마주하는 몬스터의 모습은 좀더 가시적이다. 손아람 작가의 ‘킹 메이커’는 상대 후보의 룸살롱 출입 동영상을 손에 넣고 단박에 승리를 거머쥔 선거 컨설턴트 ‘영경’의 이야기다. 영경의 고객이었던 문지학 후보와 상대 후보였던 유재성의 차이는 룸살롱 출입 유무가 아니라 상대의 네거티브 이슈를 손에 쥐었을 때 터뜨리는 사람이냐, 아니냐의 문제였다. 선거 승리로 도취돼야 마땅했던 그날 영경은 뜻밖의 인물에게서 만나자는 전갈을 받는다. 괴물에 패배한 자 스스로 괴물이 되리니. 김동식, 듀나, 곽재식 등 이른바 장르문학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한밤의 목소리’는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듯한 생생함이 특징이다. ‘몬스터’에서 각 소설의 뒤에는 작가들이 생각한 몬스터가 정의돼 있다. ‘영화 속 괴물도 괴물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을 괴물이라고 표현하지 않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최진영), ‘인간에게 망각이란 것이 어쩔 수 없다지만, 가끔은 망각이 모든 괴물들의 변호사처럼 느껴집니다’(김동식)라는 말처럼 결국은 자신의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어떤 것으로 수렴된다.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부단히도 수련해야 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면, ‘나는 괴물이오, 어쩌다 사람’이라고 말하는 게 보다 맞는 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안의 몬스터를 더 예민하게 인식하는 데 이 책 두 권이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차세대 ‘기생충’ 멀지 않은 곳에”…美타임, 아카데미 수상 분석

    “차세대 ‘기생충’ 멀지 않은 곳에”…美타임, 아카데미 수상 분석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영화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에 오르며 한국 영화 역사를 다시 쓴 가운데, 미국 시사주간지인 ‘타임’이 수상 비결 및 영향에 대해 집중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타임은 할리우드의 베테랑 프로듀서인 자넷 양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생충’의 성공은 외국영화, 특히 미국의 아시아 영화에 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입을 연 뒤 “영어 이외의 언어로 된 영화가 사람들의 마음을 가로막은 벽에 금이 가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임에 따르면 1980년대 할리우드에서 아시아 영화 대부분은 저예산 및 저소득에 특화돼 있었고,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92년의 아카데미시상식 역사상 ‘작품상’ 후보에 오른 외국어 영화는 단 12편에 불과하며, 2000년 당시 이안 감독의 ‘와호장룡’이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흥행을 거뒀지만 이후 몇 년 동안 미국에서 외국어 영화의 범위를 확대하는데 도움이 된 작품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전략적 선택을 통해 ‘국제적인 스타’로 향하는 길을 간 사람은 다름 아닌 봉준호 감독이었다. 타임은 UCLA의 연극 및 공연연구전문가인 김석영 교수의 평론을 인용해 “기생충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단순히 외부 요인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의 수준이었다”며 “영화는 공포와 유머에 대한 접근 방식으로 볼 때 분명 한국적이지만, 격렬한 불평등에 대한 탐구는 정확한 순간에 시대정신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타임은 “한국 영화산업은 2013년부터 정체를 겪고 있다.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극장에서 점점 더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많은 관심을 끌지만, 나머지 영화 제작자들은 세계적으로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생충’의 성공은 이미 트리클-다운(Trickel-down) 현상을 유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낙수효과’로 번역되는 트리클다운 현상은 고소득층의 소득 증대가 소비 및 투자 확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저소득층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는 효과를 말한다. 타임은 김용훈 감독, 전도연, 정우성 주연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짐승들’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윤단비 감독의 ‘남매의 여름밤’이 밝은 미래상을 수상한 것을 예로 들며, 이러한 수상 성적이 ‘기생충’ 이후 세계 유수 영화제가 아시아, 특히 한국의 영화를 눈여겨본 결과라고 분석했다. 타임은 “따라서 ‘차세대 기생충’을 찾고자 하는 사람은 굳이 멀리 내다보지 않아도 된다”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비일본어 영화 ‘파비안느의 관한 진실’이 제76회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됐었고, 한인 작가 이민진(51)은 장편소설 ‘파친고’(Pachinko, 2017)로 뉴욕타임스 10 베스트 북에 선정되는 등 돌풍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기생충’ 덕분에 이들 모두 영화제뿐만 아니라 미국과 전 세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2002 4강 신화 히딩크 보좌한 핌 베어벡 암 투병 4년 만에

    2002 4강 신화 히딩크 보좌한 핌 베어벡 암 투병 4년 만에

    2002년 한일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한국 대표팀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핌 베어벡(네덜란드) 감독이 4년의 암 투병 끝에 63세 삶을 접었다. 시드니 모닝 헤럴드를 비롯한 호주 언론은 28일 “베어벡 감독이 암과 싸우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베어벡 감독은 스파르타 로테르담 선수 생활을 스물다섯 살에 마감하고 1981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 코치를 시작으로 네덜란드에서 주로 활동하다 1998년 일본 오미야 아르디자 감독을 맡으며 아시아에서도 활동했다. 2001년 히딩크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로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우리에게 4강 신화를 안겼다. 역시 네덜란드 출신인 딕 아드보카트 감독 아래 코치로 2005년 한국 대표팀에 복귀해 2006년 독일월드컵 때도 함께 했다. 독일월드컵을 마친 뒤 아드보카트 감독을 이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으나 1년 만에 사퇴했다. 아시안컵 3위에 그쳤는데 당시 재미없는 축구를 구사한다며 수비를 튼튼히 다지는 그의 지휘력에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았으며 선수 차출 등을 놓고 대한축구협회 등이 협조하지 않아 그의 지휘력에 구멍이 생기게 했다. 2007년 호주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는데 불과 월드컵 예선 시작을 몇주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호주 감독을 맡기로 계약을 체결하고도 러시아 프로축구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당시 그를 호주축구협회에 강력 추천했던 이가 바로 히딩크 감독이었다. 모로코 23세 이하(U-23) 대표팀 등을 거쳐 2016년 12월부터 오만 대표팀을 이끌었다. 오만은 베어벡 감독 지휘 아래 지난해 중동 지역대회 걸프컵 정상에 올랐고, 올해 아시안컵에서는 처음으로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16강전에서 이란에 0-2로 졌다. 베어벡 감독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었으나 아시안컵을 끝낸 지난 2월 오만 감독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지도자 은퇴까지 발표했다. 당시 베어벡 감독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사퇴를 결심했다고 현지 언론에 털어놓았으나 그 뒤 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AP 통신은 고인이 4년의 암 투병 끝에 숨졌다고 보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네덜란드 리그 킥오프 후 1분간 침묵시위

    “인종차별을 당하느니 축구를 하지 않겠습니다.” 네덜란드 프로축구 에레디비시 소속 팀들이 인종차별 언행에 반대한다는 선수들의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해 킥오프 후 1분간 경기를 하지 않는 ‘침묵시위’를 벌인다고 BBC가 20일(현지시간) 전했다. 발단은 지난 18일 열렸던 2부리그 엑셀시오르 로테르담과 덴 보스의 경기였다. 일부 덴 보스 팬들이 상대 팀 흑인 선수를 향해 “검둥이”, “목화 따는 놈”이라는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하면서 경기가 일시 중단됐다. 그 광경을 지켜본 선수들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네덜란드 대표팀은 20일 열린 유로 2020 예선 C조 에스토니아전에서 골을 넣자 조르지니오 베이날(29)과 프렌키 더용(22)이 서로의 팔뚝을 한데 모았다. 흑인 선수와 백인 선수 모두 한 팀이자 동료라는 의지를 보여 주기 위한 세리머니였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각 구단은 주말 경기에서 전광판에 ‘인종차별? 그러면 우리는 축구를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띄우기로 했다. 최근 유럽에선 축구경기 도중 인종차별이 문제가 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대응책도 강화되는 추세다. 가장 논란이 된 건 지난달 유로 2020 예선에서 불가리아 홈팬들이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인종차별 언행을 하고 나치 경례를 한 사태였다.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 역시 인종차별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BBC는 축구계 인종차별 반대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킥 잇 아웃’을 인용해 2016~17시즌 469건, 2017~18시즌 520건의 차별 사례가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53%가 인종차별 관련 내용이라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자연을 품은 천국… 강릉은 시네마 천국

    자연을 품은 천국… 강릉은 시네마 천국

    바다와 호수, 숲이 어우러진 ‘문향’(文鄕)의 도시 강원 강릉이 시네마천국으로 변신한다. 오는 8일부터 14일까지 7일간 ‘강릉국제영화제(GIFF 2019)’가 열려 영화 마니아들을 유혹한다. 2018 동계올림픽 이후 강릉을 다시 한번 글로벌도시로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서 처음 마련됐다. 강릉이 간직한 수려한 자연 조건에 문학 등 예술이 더해진 도시에 걸맞게 영화제를 성공시키겠다는 각오다. 동계올림픽 때 건립된 국제 규모의 강릉아트센터와 경포해변 등에서 30개국 73편의 비경쟁부문 영화가 상영된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세계적인 영화 거장들이 줄지어 강릉국제영화제를 찾는다. 안성기, 전도연 등 국내 최고 배우들이 레드카펫을 밟는다. 영화제 기간 관람객만 4만여명, 관광객은 10만여명이 찾을 것으로 점쳐진다. 5일 강릉을 찾아 칸과 베를린을 꿈꾸며 처음 열리는 강릉국제영화제를 들여다봤다.“초겨울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강릉국제영화제에 초대합니다.” 율곡 이이, 신사임당, 허균, 허난설헌 등 걸출한 문인들과 학자를 수많이 배출한 강릉이 국제영화제 스크린을 건다. 문화도시의 폭을 넓히기 위해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재단이 주관한다. 강릉아트센터를 중심으로 CGV강릉,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고래책방, 경포해변 등에서 열린다. 첫 영화제이지만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이 조직위원장, 국민 배우 안성기가 자문위원장,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홍준 감독이 예술감독(집행위원장)을 맡았다. 국제영화제 위상에 걸맞게 세계적 거장들도 줄지어 강릉으로 모인다.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윌프레드 윙 홍콩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안 고 말레이시아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베로 베이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피어스 핸들링 토론토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 영화사에 빛나는 거장들을 강릉에서 만날 수 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도 맡은 안성기는 “외가가 강릉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인연이 깊다”며 “낭만적인 면에서 부산에 뒤질 게 없는 강릉이 영화제를 통해 더욱 큰 즐거움과 행복을 선물하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제는 ‘영화 & 문학’, ‘마스터즈 & 뉴커머스’, ‘강릉·강릉·강릉’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진행된다. 1960~70년대 한국 문예영화들로 구성한 ‘문예영화 특별전’과 여성 작가들의 예술과 삶을 다룬 영화들로 구성한 ‘여성은 쓰고, 영화는 기억한다’가 관객을 만난다.신예 독립영화감독들의 작품전인 ‘아시드 칸’, 노벨문학상을 받은 음악가 밥 딜런의 삶과 예술을 주제로 한 영화, 실험적 독립영화로 유명한 ‘김응수 감독 특별전’, 칸영화제를 통해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린 주역인 피에르 리시앙 감 추모행사 등이 강릉영화제의 감동을 더한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감독의 대표작을 모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전’도 마련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강릉을 직접 찾아 그의 삶과 영화 철학을 관객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강릉의 대표 문화예술 공간인 고래책방에서는 강원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선정한 영화를 관람하고 영화와 문학에 대해 소통하는 행사가 진행된다. 정호승 시인이 강릉 문인들이 보고 싶은 영화 1위로 꼽은 ‘시인 할매’의 이종은 감독과 얘기를 나눈다.국내 문예영화에 대한 강연을 통해 관객들의 이해를 넓히는 시간도 마련된다. 9일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상영된 뒤 박유희 고려대 교수가 ‘문예영화라는 제도, 장르, 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10일에는 영화 ‘안개’를 상영한 뒤 김남석 부경대 교수의 ‘한국영화와 문예영화의 발전 도정’을 주제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마련된다.‘최인호 회고전’에서는 배창호, 이장호 감독과 배우 장미희씨의 스페셜토크가 있고,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박정자, 손숙, 윤석화가 출연하는 ‘연극배우 세 여자의 영화 이야기’,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연주하는 ‘사랑은 영화음악처럼’ 등의 스페셜 콘서트 마당이 설렘을 더한다. 개막작은 나문희, 김수안 주연의 ‘감쪽같은 그녀’로 정했다. 폐막작으로는 밥 딜런의 내밀한 초상을 그린 음악 다큐멘터리 ‘돌아보지 마라’가 상영된다. 관광 명소인 경포해변에는 컨테이너를 동원한 간이 영화관 ‘100X100 씨어터’를 설치해 한국영화 감독 100인이 제작한 100초 영화를 100편 묶어서 상영한다. ‘100X100’은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영화10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극영화인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가 만들어진 1919년부터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올해까지 이어지는 한국영화 100년 역사를 기념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실험영화,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영역의 영화를 균형감 있게 묶어냈다. ‘100X100’은 영화제 기간 중앙광장에 마련된 100X100 씨어터와 강릉아트센터 제3전시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영화제 기간 강릉아트센터 잔디광장에서는 영화음악이 있는 씨네포차도 운영된다. 김동호 조직위원장은 “문향 강릉의 특성을 살려서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를 집중 조명하고, 전 세계에서 제작되는 영화를 발굴해 소개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릉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운하 위 떠다니며 먹고 마시고 잠드는 도시

    운하 위 떠다니며 먹고 마시고 잠드는 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혹평을 피해 갈 수 없는 도시다. 홍등가와 마리화나 카페, 마약 같은 것이 먼저 떠오르는 이 도시는 거리낌없이 검은 손을 내민다. 중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담 광장 골목에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면서 눈길을 보내는 남자들이 서 있었다. 마리화나 거래의 신호라 했다. 연성 마약에 속하는 마리화나는 네덜란드에서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소심해져서 경보 선수처럼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칭찬할 이유도 많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암스테르담은 독특한 건설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계획도시다. 동성결혼, 낙태, 안락사를 세계 최초로 허용한 진보적 성향에 최근엔 친환경까지 더해졌다. 자전거는 암스테르담 사람들의 발이다. 하노이의 오토바이 물결처럼 암스테르담 자전거 행렬은 끝이 없다. 그러니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성을 보기가 힘들고, 핸드백 대신 책가방을 메고 다니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최근엔 친환경 운하 관광상품인 ‘쓰레기 낚시’ 크루즈를 내놓기도 했으니, 암스테르담인들의 독특한 친환경 아이디어에 “역시 네덜란드!”라는 감탄이 나온다. 암스테르담을 둘러보는 덴 운하 크루즈가 제격이다. 네오고딕 양식의 중앙역을 지나 안네 프랑크의 집, 국립 미술관, 하이네켄 공장 같은 명소를 모두 배에서 볼 수 있다. 거대도시 암스테르담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람들은 늪지의 물을 빼고 운하를 파고 나무 기둥을 박아 지반을 다졌다. 그 위에 집과 교회, 궁전을 지었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잔담처럼 도시명에 담(dam) 자가 붙었다면, 해수면보다 낮은 지대에 둑(dam)을 쌓아 건설한 도시란 뜻이다.17세기에 이르러 도시 면적은 5배로 커졌고, 중심축에서 퍼져 나가는 부채꼴 모양의 거대한 구도심이 형성됐다. 그 사이엔 거미줄처럼 이리저리 얽힌 운하 연결망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기록된 싱겔 운하다. 땅이 좁으니 집도 좁을 수밖에. 뾰족한 박공 지붕의 집은 종잇장 하나 들어갈 틈도 없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집 앞 폭이 무척 좁고 한 층에 창문이 세 개 이상 되는 집이 별로 없는데, 과거엔 집 너비와 창문 수에 비례해 세금을 매겼기 때문이다. 땅이 귀한 암스테르담에서 집값이 비싼 것은 당연한 일. 가난한 사람들은 운하에 배를 띄우고 집으로 개조해 살았다. 운하에 줄지어 떠 있는 암스테르담의 명물, 하우스 보트다. 정식 등록된 주택으로, 그 숫자가 1만 2000개를 넘는다. 내부엔 거실, 부엌, 침실, 화장실 등 있을 건 다 있다. 갑판엔 작은 화단을 마련해 튤립도 심는다. 암스테르담을 다시 여행하게 되면 호텔 대신 하우스 보트에서 지내봐야겠다. 하우스 보트 옥상에서 하이네켄을 마시며 옅은 햇살에 잠들어 보고 싶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태평양 플라스틱 수거하는 발명품 가동

    태평양 플라스틱 수거하는 발명품 가동

    태평양에 떠 있는 플라스틱을 거둬들이기 위한 거대한 수거 시스템이 1년여 시험운영 끝에 지난 2일(현지시간) 제대로 작동을 시작했다. CNN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비영리단체 ‘오션클리닝’은 자신들이 발명한 최신 시제품이 ‘유령 그물’로 알려진 버려진 거대한 낚시 그물부터 1㎜ 짜리 작은 조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라스틱 파편을 수거해 보관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보얀 슬래트 대표는 이날 로테르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플라스틱을 수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유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오션클리닝이 개발한 해양 청정 시스템은 물 표면 아래에 그물 형태의 장막을 둔 U자 형태 방호벽이다. 발명품은 해류를 따라 천천히 떠다니며, 더 빨리 움직이는 플라스틱을 붙잡아 가두도록 만들어졌다. 오션클리닝은 지난해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이 발명품을 처음 띄운 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단체 측은 지난해 말 이 시스템이 쓰레기를 줍지 않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약 1996㎏의 쓰레기를 끌어안은 시제품이 떨어져나가 해안으로 견인해야 했다. 이번에 성공을 거둔 시제품은 ‘001/B’로, 제품 밑의 물고기 등 해양 생물이 활동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움직임을 더 느리게 하기 위해 낙하산 닻을 추가했다. 플라스틱이 쓸려가버리지 않도록 그물 위 코르크 선 크기를 키웠다.시제품은 미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있는 거대한 해양 ‘쓰레기섬’에 배치됐다. 쓰레기섬은 90% 이상이 플라스틱류로 이뤄졌으며, 면적이 미 텍사스의 2배, 프랑스의 3배에 해당한다고 CNN은 설명했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이 쓰레기섬은 나선형 해류가 해양 부유물들을 한 곳으로 끌어들이면서 형성됐다. 오션클리닝은 시제품으로 ‘함대’를 만들어 이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들 계획대로 된다면 쓰레기섬은 5년마다 절반씩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 슬래트 대표는 “이제 해양의 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스스로 쓰레기를 붙잡아 모으는 시스템이 갖춰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이 시스템을 확장하려면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았다. 슬래트 대표는 “거친 바다에서도 시스템이 수년 간 버텨야 하며, 배를 이용해 수거하기 전까지 몇 개월 간 쓰레기를 잘 담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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