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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거와 미래를 잇는 흥미로운 창작… 제45회 범음악제 개최

    과거와 미래를 잇는 흥미로운 창작… 제45회 범음악제 개최

    ‘범음악제(Pan Music Festival)’가 오는 18일부터 서울 한남동 일신홀에서 열린다. 민간 현대예술제에서 가장 오래된 행사이기도 한 이번 축제는 낯선 친숙함(unheimlichkeit)의 과거-미래를 횡단하는 새로움이라는 주제로 지난 9일부터 광주·대구·제주 등 각 도시를 순회 중이다. 이번 행사는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한국위원회가 주최하고, 30여곡의 국내외 작곡가의 작품이 소개된다.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어우러진 ‘앙상블 굿모리’와 정제된 화음의 구사하는 ‘화음쳄버오케스트라’, 쳄발리스트 김희정이 이끄는 ‘21세기 바로크앙상블’ 등 다양한 그룹들의 소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광주아시아문화전당과의 공동주최를 통해서 오는 9월 22일부터 3일간 진행되는 광주 ACC 아시아를 위한 심포니 축제 기간 동안에는 범음악제 광주 공연을 함께 개최하여 범(Pan)악기적·협업적·전국적 현대음악제를 기획했다. 백승우(가천대 교수) 범음악제 운영위원장은 “섬세한 울림의 바로크 악기와 한국의 전통 악기와 현대의 서양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현대음악을 연주한다”며 “공연을 통해서 음악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흥미로운 창작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석 10,000원이며, 학생은 50% 할인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베토벤으로 맺어진 피아노의 대가들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베토벤으로 맺어진 피아노의 대가들

    자타 공인의 국가대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멋진 도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가 7일간 8회의 연주를 통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10년 만의 재시도였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악성의 희로애락을 고스란히 담은 필생의 기록들을 연주자의 역량을 총동원해 풀어 낸 일흔 살 노대가의 모습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예술이었다. 작곡가가 토해 낸 온갖 종류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음표들을 한 땀 한 땀 짚어 가는 연주를 들으면서 왜 수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이 작업에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피아니스트의 금과옥조처럼 여겨지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2곡은 흔히 ‘신약성서’에 비유되며, 피아노를 다루는 이라면 누구나 작품 대부분을 공부한다. 그런 면에서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슈나벨(1882~1951)의 공로는 크게 기억돼야 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슈나벨은 베토벤의 소나타들이 크게 인기가 없던 20세기 초부터 많은 연구와 실험이 동반된 탁월한 해석의 베토벤을 무대에 올리기 시작했고, 1927년 작곡가 서거 100주년을 비롯해 그 후 여러 차례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무대를 가졌다. 아울러 1935년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만들어진 베토벤의 소나타 32곡의 녹음도 발표했는데 이는 전곡 녹음의 첫 기록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자세한 주석과 설명이 들어 있는 베토벤 소나타 편집 악보를 만들어 자신의 연구 결과를 후대에 알리기도 한 슈나벨은 지금까지도 이 분야 최고 전문가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베토벤의 소나타가 ‘신약성서’라면 ‘구약성서’는 바흐의 평균율 모음곡집이다. 전 48곡으로 구성돼 있는 이 작품은 작곡 당시였던 바로크 후기에 막 시작된 조율 방법인 ‘평균율’의 실질적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연습곡집이다. 대위법의 대가였던 바흐가 만든 다성음악(둘 이상의 선율이 동시에 나타나는 음악)의 표준이 되는 이 곡집을 최초로 녹음한 사람은 슈나벨의 동료였던 스위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에드빈 피셔(1886~1960)였다. 1936년 발표된 평균율 모음곡집 앨범은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바흐의 작품을 연구한 피셔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소중한 증거다. 그의 해석은 다양한 음색 변화와 적절한 템포 설정을 통해 작품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한 생동감 있는 연주로 대변된다. 피셔는 베토벤의 연주로도 이름이 높았는데, 슈나벨의 스타일이 꼼꼼한 고증과 자신의 주관이 섞인 고집스러운 것이었다면 피셔의 그것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로맨틱한 풍모가 두드러졌다고 하겠다. 피셔의 제자로 그가 남긴 음악적 유산을 고스란히 계승한 사람은 피아니스트 알프레트 브렌델(1931~)이다. 1948년 데뷔한 브렌델은 오스트리아 그라츠에서 있었던 피셔와의 마스터클래스가 자신의 음악 세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증언한다.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지만 브렌델은 꾸준한 음반 제작으로 천천히 명성을 얻은 연주자다. 특히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앨범은 무려 세 차례나 완성해 20세기 후반 가장 권위 있는 베토벤 해석의 기준이 됐다. 브렌델의 스타일은 철저히 악보와 그것을 만든 작곡가의 의도를 충실히 따른 것으로, 연주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즉흥적인 악상을 내보이거나 화려함을 추구하지 않는 건실한 자세를 유지한다. 40대에 들어서 자신의 입지를 알린 대기만성형의 연주자 브렌델은 베토벤 외에도 슈베르트의 피아노 작품에 깊은 애정을 보이며 작곡가의 알려지지 않았던 레퍼토리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과 혜안을 지녔던 피아노의 대가들이 유독 베토벤에 집중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이 서른두 곡의 걸작들에 평생에 거쳐 쌓아 온 예술 혼이 차곡차곡 묻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이 여행이라면 베토벤과 함께하는 피아니스트들의 여행은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행보임이 분명하다.
  • 테니스 메이저 챔피언 2명 서울 온다

    테니스 메이저 챔피언 2명 서울 온다

    깊어가는 올가을 국내 테니스팬들은 ‘눈 호강’을 제대로 할 전망이다. 해마다 추석 연휴 직전에 열리는 코리아오픈에 메이저대회 챔피언 2명이 한꺼번에 출전한다.18일부터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코트에서 본선을 시작하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 출전 명단에는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와 슬론 스티븐스(미국)의 이름이 나란히 올라 있다. 20세 신예인 오스타펜코는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깜짝 스타’에 올랐다.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포핸드 스트로크의 속도가 웬만한 남자 선수 뺨친다. 상대를 몰아붙이는 공격적인 스타일까지 더해 매력을 뿜는다. 스티븐스는 10일 뉴욕에서 끝난 US오픈 결승을 단 61분 만에 끝내고 역시 첫 메이저 정상에 선 선수다. 앞서 4강전에서는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를 제치기도 했다. 2013년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며 ‘포스트 윌리엄스’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됐던 그는 부상에 발목을 잡히는 바람에 1년 가까이 코트를 떠나 한때 랭킹 900위권 밖으로 밀려났지만 복귀 2개월 만에 메이저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11일 발표된 주간랭킹에서 17위를 꿰찼다. 오스타펜코는 코리아오픈 참가가 처음이지만 스티븐스는 2015년 대회에서 8강까지 올랐다. 메이저 챔피언 2명이 우승 연도에 코리아오픈에 출전하기는 처음. 한솔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2004년 첫 대회에서는 그해 1월 출전 계약을 맺은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가 6월 윔블던 우승 뒤 ‘귀한 대접’을 받으며 초청돼 우승까지 일궈냈다. 대회에는 디펜딩 챔피언 라라 아루바레나(스페인)를 비롯해 랭킹 19위의 윔블던 복식 우승자 옐레나 베스니나(러시아), 2014년 최고 랭킹 5위까지 기록한 유지니 부샤드(캐나다) 등도 출전한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노 시드’의 기적…스티븐스, US오픈 정상 올라

    미국 코트의 윌리엄스 자매를 롤모델로 추앙하던 슬론 스티븐스(24·미국)가 US오픈 정상을 밟았다. 스티븐스는 10일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미국)를 61분 만에 2-0(6-3 6-0)으로 제쳐 상금 370만 달러(약 41억 8000만원)를 챙겼다. 스티븐스는 여자프로테니스(WTA) 랭킹 83위에서 20위로 치솟았다. 1968년 오픈 시대가 열린 이후 두 번째 ‘노시드’ 챔피언이다. 2009년 킴 클리스터스(벨기에·은퇴)가 임신 및 출산으로 1년 남짓 대회를 걸러 랭킹도 없이 US오픈에서 우승한 게 첫 번째였다. 스티븐스는 또 1975년 세계랭킹 산정 이래 역대 네 번째 낮은 랭킹으로 메이저 우승이라는 이력을 보탰다. 스티븐스 자신의 장점이자 단점인 궤적이 큰 스윙을 구사하면서도 실책을 6개로 막은 ‘짠물’ 스트로크가 돋보였다. 에이스 0-3, 결정타 10-18로 크게 뒤졌지만 1세트에서만 17개 등 고비마다 범실을 저지른 키스를 공략해 2세트를 한 게임도 내주지 않았다. 스티븐스는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마친 뒤 US오픈 도중 왼발 피로골절을 당해 수술대에 오르는 등 투어를 공친 탓에 7월 랭킹 957위까지 밀려났지만 석 달도 되지 않아 생애 첫 메이저 정상을 밟는 괴력을 뽐냈다. 1988년 전미대학체육협회(NCA) 디비전1에 보스턴대에서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수영선수로 뛴 어머니와 프로풋볼 선수였던 아버지를 둔 스티븐스는 현재 미국 축구대표팀 조지 앨티도어(27)와 열애 중이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US오픈] 83위 스티븐스 우승 뒤 “은퇴해야겠다” 농담한 이유

    [US오픈] 83위 스티븐스 우승 뒤 “은퇴해야겠다” 농담한 이유

    “이제 은퇴해야겠다.” 물론 농담이다.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끝난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을 제패한 슬론 스티븐스(83위·미국)이 시상식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결승에서 매디슨 키스(16위·미국)를 불과 1시간 1분 만에 2-0(6-3 6-0)으로 완파한 스티븐스는 US오픈 사상 두 번째로 시드를 배정받지 못했던 여자단식 챔피언이 됐다. 시드는 세계 랭킹 상위권 선수들이 대회 초반 맞붙지 않도록 1번부터 32번까지 부여하는 번호로 1번과 2번 시드는 결승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짜인다. 세계 랭킹 83위에 불과한 스티븐스에게 시드가 돌아갈 리 만무했고 2009년 킴 클레이스터르스(벨기에) 이후 두 번째로 이 대회에서 시드 없이 우승한 스티븐스에게 ‘깜짝 우승’이란 표현은 잘 어울린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957위까지 밀려 있던 선수란 점에서 스티븐스의 US오픈 우승은 ‘이변 자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스티븐스가 4년 전인 2013년 호주오픈 준준결승에서 당대 최강으로 꼽힌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물리쳤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당시 20세 ‘신예’였던 스티븐스는 자신이 평소 ‘우상’으로 여겨온 윌리엄스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미국 테니스계에서는 비너스-세리나 자매와 같은 흑인에다 강력한 스트로크와 두둑한 배짱까지 갖춘 스티븐스를 ‘포스트 윌리엄스 자매’의 선두 주자로 큰 기대를 걸었다. 스티븐스는 그해 윔블던에서도 8강까지 진출하며 세계 랭킹 11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런 이력을 살펴보면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스티븐스의 우승은 ‘이변’이라기보다 늦은 감마저 든다. 스티븐스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도 8강에 들지 못했다.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에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 우승했지만 2013년 호주오픈 4강의 기대치에는 모자란 감이 있었다. 최근 900위 밖으로까지 밀린 것은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마친 뒤 왼쪽 발의 피로골절로 인해 올해 1월 수술대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이번 우승으로 스티븐스는 11일자 세계 랭킹에서 20위 안팎으로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복귀한 뒤 5~6주 만에 이렇게 정상의 자리에 서게 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격했다. 앞서의 농담은 정상에 선 순간 내려와야 한다는 사실을 암시한 발언이었다.키스보다 두 살 위지만 주니어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온 스티븐스는 “테니스에서 무승부라는 제도가 있었다면 오늘 꼭 비기고 싶었다”고 키스에 미안함을 표시했다. 특히 키스 역시 올해 1월 호주오픈에는 손목 부상으로 불참했는데 당시 둘은 서로 다독이며 코트 복귀에 대한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키스도 “오늘 나의 경기력에는 실망했지만 그래도 메이저 대회 결승에서 내가 패한 상대가 스티븐스라는 점이 다행”이라고 화답했다. 스티븐스는 윌리엄스 자매를 제외하고는 2002년 호주오픈 제니퍼 캐프리아티 이후 15년 만에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오른 미국 선수가 됐다. US오픈만 따져서는 1998년 린지 대븐포트 이후 19년 만에 윌리엄스 자매 이외의 미국인 여자단식 챔피언이다. 대븐포트는 현재 키스의 코치이기도 하다. 스티븐스는 18일 개막하는 WTA 투어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에 출전할 예정이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에 따라 후속 일정이 생겨 신청을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그가 실제로 한국 팬들과 만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설전에 힘 뺏겼나… 51개 실책에 무너진 샤라포바

    설전에 힘 뺏겼나… 51개 실책에 무너진 샤라포바

    ‘입씨름’에 힘을 빼앗긴 탓일까. 마리야 샤라포바(146위·러시아)가 16강전에서 탈락했다.샤라포바는 4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이어진 US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4회전에서 아나스타시야 세바스토바(17위·라트비아)에게 1-2(7-5 4-6 2-6)로 역전패했다. 와일드카드를 받고 약 1년 7개월 만에 메이저 대회 코트에 다시 등장한 샤라포바는 1회전에서 세계랭킹 2위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를 꺾는 등 선전했으나 8강에 오르지는 못했다. 그가 US오픈에서 8강 이상 오른 것은 2012년 대회 4강이 마지막이었고, 메이저 대회를 통틀어서는 ‘약물 파동’이 벌어진 지난해 호주오픈 8강이었다. 이날도 실책에 발목이 잡혔다. 세바스토바는 실책이 14개였지만 샤라포바는 무려 51개를 쏟아냈다. 대회 네 경기를 치르면서 평균 46개의 실책으로 항상 상대보다 많았다. 공격 성공 횟수에서는 샤라포바가 42-21로 두 배였지만 실책이 4배 가까이 벌어지며 승부를 갈랐다. 키 165㎝의 세바스토바는 빼어난 수비 능력과 예리한 각도의 스트로크로 188㎝의 샤라포바를 옴짝달싹 못 하게 했다. 세바스토바는 빠른 발을 앞세워 코트 전체를 넓게 쓰며 샤라포바를 효과적으로 몰아붙였다. 3회전에서 소피아 케닌를 물리친 뒤 주최 측이 자신의 경기를 계속 메인 코트에 배정하는 것을 문제 삼은 캐럴라인 보즈니아키를 겨냥해 “난 16강에 올랐는데 그 선수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더라. 주차장에서 경기하라면 기쁜 마음으로 할게” 등 가시 돋친 발언을 쏟아냈는데 곧바로 자신도 탈락해 민망하게 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금요 포커스] ‘金, 金, 金’만 말고 스포츠 융복합 활용을/박영옥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장

    [금요 포커스] ‘金, 金, 金’만 말고 스포츠 융복합 활용을/박영옥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장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기간 기자들의 카피라이팅 능력에 놀랐다. 예컨대 ‘신궁 코리아 이번엔 뉴로 피드백이다’, ‘뇌파 치료에 고성능 카메라까지 금맥을 캔다’ 등등. 앞엣것은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이 양궁 대표팀의 심리 훈련에 뉴로 피드백 기술을 활용한 것, 뒤엣것은 KISS 영상분석센터가 GPS 칩셋을 활용해 여자하키 대표팀을 현장에서 밀착 지원한 것을 다룬 기사였다.KISS는 올림픽 때마다 언론 보도를 거쳐 첨단 스포츠과학을 활용해 금메달을 따도록 돕는 엘리트 스포츠 전문기관으로 대중과 정책 결정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올림픽 시즌을 앞뒤로 미디어의 관심 덕에 새로운 스포츠과학의 발전을 알릴 수 있었던 것과 35년 역사를 갖는 스포츠과학 싱크탱크의 위상을 알리고 40명의 박사와 지원 인력이 긍지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메달 지원 스포츠과학팀’이란 고착된 이미지는 기관의 미래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을 수 있다. 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주는 기관을 넘어 훨씬 다양한 활용 기회가 열려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스포츠과학은 퍼포먼스(경기력) 향상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 되면 선(善)이었다. 여전히 유효한 명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 운운하는 현재의 과학혁명, 유통혁명, 생산방식의 변화 속에 여가생활도 변화를 맞고 있다. 질병 치료가 아닌 예방을 위한 과학적 운동생활 관리 혁신도 진행 중이다. 따라서 앞으로 스포츠과학은 융복합 시대에 더 큰 기여를 해야 한다. 첫째, 가장 큰 변화는 융복합 운동 관련 서비스와 기기의 생산과 보급에의 활용이다. 산학협력단의 공학계열 교수들로부터 스포츠가 융복합 서비스의 가장 뜨거운 블루오션이란 말을 들은 지 오래다. 국가과학기술정보서비스(NTIS)에 등록된 연구자나 개발자가 차츰 스포츠기술 개발 사업에 눈을 돌린다. 공학도들은 회로와 기계의 작동 원리를 스포츠에 적용하는 연구에 몰두한다. 스키, 골프 시뮬레이터가 놀이의 차원을 넘어 스포츠를 아는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면 스포츠과학 전문가와의 협업이 절대적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가 주도한 스포츠 융복합 운동, 측정 및 훈련 장비 개발 시도가 게임방 기기쯤으로 전락한 전례를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성공 사례는 스포츠과학자의 역할이 커진 경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T에 위임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ICT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시도했다. 이어 이 프로젝트에 KISS 박사들이 합류했다. 컬링 ‘기문’을 개발하고, 스케이트의 마찰력을 계산하며 루지의 결선 순위에 영향을 주는 트랙 구간의 퍼포먼스를 측정하도록 제안하고 실행하는 데 스포츠과학자들의 노력이 결합됐다. 둘째, 의학자와 스포츠과학자의 협업이 노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KISS는 신체 활동에 참여하거나 체력이 높은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사망률이 50% 정도 낮아진다는 연구에 주목해 노인기 체력과 질환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셋째, 스포츠과학을 스포츠산업 발전의 토대로 활용할 수 있다. 스포츠의 수월성을 추구하는 수많은 소비자는 과학적으로 개발되고 입증된 장비와 시설, 측정 서비스나 운동 경험을 바랄 것이다. 어제보다 더 정교하고 빠르게 패스하는 것, 정해진 품새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것, 테니스의 백스트로크로 날카로운 공격을 성공시키는 것, 골퍼가 비거리를 늘리고 버디를 잡는 것은 행복감을 주고 지갑을 기꺼이 열도록 만들 것이다. 이것이 스포츠산업이다. 국책연구기관들은 미래를 보고 국가 발전을 위해 애쓴다. 스포츠과학도 과학이다. 하지만 지금껏 스포츠과학 진흥은 무관심 속에 표류했다. 미래에 어느 분야보다 새롭게 태어날 가능성을 국가가 활용하길 바란다.
  • [월드피플+] “부모님 고마워요”…유치원·대학 첫날 아빠와 아들

    [월드피플+] “부모님 고마워요”…유치원·대학 첫날 아빠와 아들

    얼마 전 한 트위터 계정(@TheOnlyCharlesB)에 아버지와 아들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와 전 미국인의 심금을 울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NBC뉴스 등 현지언론은 텍사스에 사는 브로크만 가족의 가슴 따뜻한 사연을 일제히 전했다. 무려 30만에 육박하는 '좋아요'를 기록한 화제의 사진 속 주인공은 아들 찰스 브로크만 III과 아버지 찰스 브로크만 주니어다. 공개된 두장의 사진 속에서 왼쪽은 4살 시절 찰스가 유치원에 첫 등교하는 모습을 담고있다. 오른쪽은 이제는 17살이 된 찰스가 얼마 전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는 첫날을 촬영한 것이다. 13년의 세월에도 아버지의 뒷모습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지만 아들은 이제 몰라보게 달라졌다. 아들 찰스는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유치원과 대학에 들어가는 첫날이다. 고마워요 아빠"라고 썼다. 특히 미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안긴 것은 부모님이 준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담히 풀어냈기 때문이다. 찰스는 "지금까지 내가 하고자 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지원해 준 부모님의 존재는 나에게 축복이었다"면서 "부모님의 사랑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예나 지금이나 부모님은 학교가는 첫날 선생님 말씀 잘듣고 말썽피우지 말라고 당부한다"며 웃었다. 보도에 따르면 찰스는 잘나가는 주니어 육상선수로 미시시피 주립대에 진학했으며 올림픽 무대를 꿈꾸고 있다. 물론 이 또한 항상 아들이 뛰는 경기장을 찾아가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부모의 사랑이 컸다. 아빠 브로크만 주니어는 "잘 자라준 아들이 너무나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면서 "평소에도 아들이 사랑과 감사의 표현을 자주하기 때문에 이번 글이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물잡기 귀재’…메달까지 단 0.65초

    ‘물잡기 귀재’…메달까지 단 0.65초

    불리한 8번 레인서 역영… 또 한국新 신체적 단점, 효율적 스트로크로 극복 수영 경영에서 가장 바깥인 8번 레인은 막다른 골목이나 다름없다. 결선에서 예선 꼴찌의 몫이 바로 8번 레인이다. 양옆에서 경쟁할 ‘페이스 메이커’도 없다. 자유형의 경우 절반은 벽을 쳐다보며 레이스를 펼쳐야 한다. 더욱이 옆 레인에서 가장자리로 밀려오는 물살은 자칫 체력을 일찍 바닥내는 등 레이스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 수영에선 기록에 따라 레인을 ‘4-5-3-6-2-7-1-8’ 순으로 배치한다.28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 결승에 나선 안세현(22)의 경우가 그랬다. 모든 선수가 꺼린다는 8번 레인에 섰다. 자신의 왼편에 늘어선 7명의 선수가 어떤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상황. 그러나 안세현에게 되레 전화위복이었다. 그는 2분06초67로 골인해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최종 순위는 세계선수권 역대 한국 여자선수 최고인 4위. 자신의 종전 최고 기록인 2분07초54를 무려 0.87초나 앞질렀다. 최혜라가 2010년 전국체전에서 세운 한국 기록 2분07초22도 0.55초 앞당겼다. 본래 안세현의 주종목은 접영 100m다. 그는 이번 대회 접영 100m 한국기록을 두 차례나 고쳤고 메이저대회(올림픽·세계선수권)에 출전한 한국 여자 선수로는 처음 5위에 올랐다.그래서 준결선 8위로 결승 티켓을 얻은 그에게 건 기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안세현은 6년 전 박태환(28·인천시청)의 두 번째 세계선수권 금메달의 ‘데자뷔’(기시현상)였다. 박태환은 2011년 중국 상하이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선 1레인에 배치됐지만 초인적인 힘으로 쑨양(중국), 파울 비더만(독일)을 1초 이상 제치고 ‘금빛 물살’을 갈랐다. 안세현도 첫 50m 지점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등 경쟁력을 보였다. 신체적으로 불리한 안세현의 장점은 효율적인 스트로크다. 보통 여자 접영선수는 50m에 22∼23번 스트로크를 한다. 반면 안세현은 19∼20회다. 전문가들은 이를 “물을 잘 잡는다”고 표현한다. 마이클 볼(호주) 전담 코치는 이런 장점을 살리기 위해 기술을 보완하는 데서 나아가, 상대를 신경 쓰지 않고 전후반을 나눠 제대로 페이스를 운영하도록 수백 차례에 걸쳐 훈련했다. 우승은 미렐라 벨몬테(스페인·2분05초26), 준우승은 프란치스카 헨트케(독일·2분05초39), 3위는 카틴카 호스주(헝가리·2분06초02)에게 돌아갔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3관왕 호스주와 안세현의 격차는 0.65초. 한국 여자수영의 세계선수권 첫 메달까지 거리는 겨우 0.65초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안세현 ‘폭풍물살’…접영 200m도 결선행

    안세현 ‘폭풍물살’…접영 200m도 결선행

    출전할 때마다 새 역사 만들어…오늘 한국 여자 첫 메달 도전한국 여자 수영의 ‘희망’ 안세현(22)이 접영 200m에서도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안세현은 27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아레나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접영 200m 준결선에서 2분07초82에 터치패드를 찍어 1조 8명 가운데 4위, 전체 16명 중 8위의 성적으로 8명이 겨루는 결승 티켓을 움켜쥐었다. 자신의 최고 기록 2분07초54와 한국기록(2분07초22·최혜라)을 넘는 데는 실패했지만 100m에 이어 출전 두 종목 모두 결승 진출을 이뤘다. 1조 3번 레인에 뛰어든 안세현은 첫 50m 구간을 28초34로 통과해 2위로 역영을 이어 나갔다. 100m 구간에서는 1분00초83으로 1위로 치고 나와 이틀 전 100m에 이어 또 한번의 결승 진출을 예감케 했다. 150m를 앞두고 1분34초39로 5위로 스트로크가 둔해졌지만 마지막 50m에서 스퍼트해 4위로 예선을 마쳤다. 2조 경기 뒤 전광판에 찍힌 자신의 최종 순위는 8위. 결선 진출에 실패한 9위 할리 플리킹어(미국·2분07초89)와의 격차는 불과 0.07초 차로 대회 두 번째 결선에 올랐다. 앞서 안세현은 접영 100m 준결선에서 57초15로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며 개인 첫 번째이자 한국 선수로는 다섯 번째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경영 종목 결선에 진출했다. 그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결승에서는 57초07로 또 한번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5위에 올라 2005년 이남은(몬트리올세계선수권 여자 배영 50m 8위)의 한국 여자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넘어섰다. 박태환(29)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남녀 통틀어 두 번째로 단일 대회 두 종목 이상 결승에 진출한 선수로도 이름을 올린 안세현은 “기록에는 연연하지 않았다. 오직 내 기량만 펼쳐 보이자는 생각뿐이었다”면서 “후반 페이스가 조금 떨어졌지만 후회 없는 레이스를 했다”고 말했다. 28일 새벽 접영 200m 결선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세계선수권 메달이 가려진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나의 사랑, 그리스’-결국 사랑이다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나의 사랑, 그리스’-결국 사랑이다

    요즘 세간에서 소위 그랑아트투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10년 만에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현대미술전람회가 베니스와 독일의 카셀 그리고 뮌스터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어서다. 이번에는 여기에 아테네가 추가되었다. 카셀 도쿠멘타가 ‘아테네에서 배우기’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주제의 배경에는 “모든 유럽인은 그리스인이다.”(We are all Greeks)라는 바이런의 말처럼 그리스를 빼면 유럽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위기로 유럽연합의 ‘돈줄’인 독일과 냉랭한 처지인 그리스가 이 기회에 과연 경제적 부채를 문화적으로 갚을 수 있을지. 또한 기원전 그리스에 문명의 부채를 안고 있는 유럽은 어떻게 이 빚을 갚을 것인가.현실은 여전히 돈, 경제가 먼저다. 그래서 그리스는 아프고 힘들다. 이런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힘은 ‘사랑’이라고 외친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2015년)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리스의 배우이자 극작가이며 감독인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가 만든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세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다가 종국에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나름 반전의 재미도 갖추고 있다.다프네는 밤길에서 치한들을 만나지만 지나가던 청년이 구해 준다. 그리고 둘은 우연히 버스에서 다시 만난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청년과 다프네는 다른 나라, 다른 풍습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다. 고국에서 그림공부를 하다 도망쳐 나온 그는 자신의 습작들을 다프네에게 보여 준다. 그중 하나가 에로스와 프시케를 그린 데생이다. 영화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 주는 장치다. 그의 데생은 신고전주의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의 ‘에로스와 프시케’(1796)를 그린 것이다. 눈앞의 현실이 두렵지만 이겨 낼 용기를 가진 젊은 사람들답다. 하지만 경제난과 겹쳐 밀려드는 난민들을 향한 불만이 폭력사태로 표출되고 그 와중에 난민 청년과 사랑에 빠진 다프네는 총에 맞는다. 온갖 고난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신화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샘물이 되어 주었다. 특히 18~19세기 신고전주의 미술가들이 세속적인 행복을 표현할 때 선호했던 소재다. 라파엘로를 비롯해 프랑수아 제라르나 윌리엄 부게로, 루카 조르다노, 다비드 그리고 반 존스 등 많은 화가가 에로스와 프시케를 즐겨 그렸다. 신고전주의는 그리스 문화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해 그리스 문화의 부활을 꿈꾸었다. 이들은 사치와 부도덕한 내용의 바로크나 로코코양식을 배척하고 혁명정신을 대변하는 고대신화 속 영웅담이나 도덕적 윤리가 강조된 역사화를 통해 정치적 신념을 시각화하려 했다. 그리스 로마에 대한 유럽 상류층의 관심은 그랜드투어로, 또 헤라크라네움이나 폼페이의 발굴 등으로 이어졌다. 독일의 미술 고고학자로 고대 그리스를 신앙처럼 떠받들었던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회화와 조각에 있어 그리스 작품 모방에 관한 생각들’(1755)등에 영향을 미쳤고 나폴레옹의 로마에 대한 사랑은 더욱 신고전주의를 부추겼다.두 번째 이야기는 스웨덴에서 출장 온 구조조정 전문가가 바에서 우연히 만난 그리스 남자 지오르고와 하룻밤을 보낸 내용이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자신이 ‘잘라야’ 하는 회사 직원. 세 번째 주인공은 독일에서 은퇴 후 그리스로 이주한 세바스찬이다. 그는 마트에서 우연히 도움을 준 가정주부와 사랑을 키워 간다. 각각 단편처럼 전개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하나로 묶인다. 딸과 폭동의 현장에 있던 아버지 그리고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지오르고와 마트의 가정주부는 모두 한집안 식구들이다. 영화는 그리스에 불법 이민자가 몰려들고, 동시에 디폴트를 선언하는 2015년을 배경으로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몰려드는 난민들의 환승국이 된 그리스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럽 때문에 혼자서 모든 짐을 떠안은 처지였다. 사실 낭만이나 사랑 또는 로맨스를 가져다 붙이기에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환경에도 감독은 ‘사랑을 사랑해’ 영화를 만든 듯하다. 진부하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고 이겨 낸다는 진리의 유효성을 강변하지만 시끄러운 세상 때문에 아주 잘못 없는 한 가정의 일상과 개인의 삶이 철저하게 유린당할 수 있다는 현실은 바꾸어 놓지 못할 것 같다. 역사와 국가라는 거대 담론 앞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개인은 단지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치고 희생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녕 사랑이 답일까. 사랑 때문에 일어난 막장드라마 같은 파국도 사랑이면 다 용서가 될까. 영화는 그리스를 유럽의 원천인 동시에 사랑의 시원으로 규정하고 아테네 중앙도서관에 묻혀 있는 ‘사랑’에 관한 장서들의 이야기에 오늘날의 사랑을 추가해 애절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달콤하기보다는 쌉싸름한 초콜릿 맛이다. 오늘이라는 시대를 사유하고 성찰하면서도 극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연출 실력은 압권이라기보다는 간곡하다. 서사를 이토록 서정적으로 끌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요즘 미술 또는 예술은 참여를 통한 변화를 외치면서 주의와 주장이 강해져 창작자들이 관객들을 압도하거나 때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인류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존재해 온 바퀴벌레만큼 생명이 긴 미완의 문제, 즉 전쟁, 난민, 학살, 인종 및 성차별, 소수자에 대한 학대, 소득 불균형 등등을 다루는 예술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한편으로는 출세와 돈을 위해 예술로 포장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이비(?)예술가도 버젓이 존재한다. 영화를 보면서 예술의 근간인 순수와 상징과 은유를 버리고 목소리만 높이는 예술, 세상을 바꾸겠다는 전투적 예술가들의 작품이 즐비한 카셀 도쿠멘타가 생각났다. 정말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처럼 할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면서도 아름답게 가슴 찡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극장에서 상영되면 영화, 미술관에서 스크리닝(?)되면 미디어아트가 되는 요즘, 이 영화를 미술관에서 작가들과 함께 보고 싶다.
  • 부산 기장군, 기장도예 관광힐링촌에 안데르센 동화마을 등 조성

    부산 기장군, 기장도예 관광힐링촌에 안데르센 동화마을 등 조성

    부산 기장군 기장도예 관광힐링촌에 안데르센 동화마을이 조성된다. 기장군은 장안읍에 있는 기장 도예 관광 힐링촌 10만㎡ 부지에 2020년 완공 목표로 안데르센 동화마을, 안데르센 마을, 동화의 숲, 영화의 숲, 영화테마 체험존 등을 조성한다고 17일 밝혔다.안데르센 동화마을은 안데르센의 작품을 테마로 스토리텔링이 도입된 안데르센 마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 상상력을 제공할 동화 속 체험공간이 완비된 동화마을, 동화와 영화를 소재로 숲 건강 체험공간인 동화의 숲, 영화의 숲 등이 들어선다. 안데르센 마을은 안데르센의 생애와 그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안데르센 이야기관과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재현한 안데르센 정원, 다양한 놀이시설(슬라이드 타워, 큐브터널, 점핑파크) 등으로 구성된다. 도예촌의 아름다운 자연공간인 숲을 활용한 ‘동화의 숲’과 ‘영화의 숲’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아우르는 힐링 체험 공간으로 꾸며진다. 기장군은 2015년 이곳에다 우선 아동전문극장인 ‘안데르센 극장’을 조성해 매주 3회 연극공연을 하고 있다. 부산촬영소 세트장을 활용한 영화테마 체험존도 들어선다. 이곳에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법원, 경찰서, 병원 세트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도예관광힐링촌에는 남양주에서 이전하는 종합촬영소가 2020년 완공될 예정이다. 도예 관광 힐링촌 조성사업비 930억원 중에서 지금까지 토지보상비, 기반시설 조성(상하수도·도로 등)에 국·시·군비 758억원이 투입됐다. 오규석 기장군수는 “종합촬영소와 안데르센 동화마을이 조성될 기장도예관광힐링촌은 우리 기장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될 것”이라며 “다양한 축제와 연계함으로써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윌리엄스 다음 무구루사 시대

    윌리엄스 다음 무구루사 시대

    24세의 메이저 챔피언 가르비녜 무구루사(스페인)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접수’에 나섰다. 무구루사는 16일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비너스 윌리엄스(미국)를 2-0(7-5 6-0)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지난해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동생 세리나 윌리엄스(미국)를 역시 2-0(7-5 6-4)으로 꺾었던 무구루사는 이로써 클레이와 잔디코트에서 연달아 최강 윌리엄스 자매를 꺾으며 저마다 ‘후계자’를 자처하는 WTA 투어의 선두주자로 불리게 됐다.WTA 투어에선 윌리엄스 자매가 20년 가까이 ‘장기 집권’을 해 왔다. 세리나가 1999년 US오픈을 시작으로 올해 호주오픈까지 무려 23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모았고, 언니 비너스는 2000년 윔블던부터 8차례 메이저 정상에 섰다. 부상 탓에 잠시 코트를 떠나기도 했지만 둘은 WTA ‘대세’였다. 물론 세리나가 임신으로 이번 시즌 도중 하차하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비너스가 37세, 세리나가 36세인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는 지난해 약물 처벌로 1년 이상 공백기를 가진 데다 나이도 30세를 넘었다. 지난해 9월 US오픈에서 우승, 3년 6개월간 이어진 세리나의 ‘유아독존’에 종지부를 찍은 세계랭킹 1위 안젤리크 케르버(독일)도 이후 우승 소식이 없다. 20세의 올해 프랑스오픈 챔피언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는 아직 덜 여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신(182㎝) 무구루사는 어머니의 조국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났다. 서브가 특별히 강하지 않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장점으로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뽐낸다. 베이스라인과 네트를 넘나들며 코트를 넓게 쓴다. 이번 대회 대부분 경기의 실책을 10개 안팎에서 막았을 정도로 집중력도 돋보인다. 통산 네 차례의 WTA 투어 우승 가운데 2승이 메이저 결승에서 나올 정도로 두둑한 배짱도 갖췄다. 17일 발표되는 주간 세계랭킹에서 5위를 예약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최고의 테니스 축제 윔블던…우아하게 간절하게 강력하게 리턴

    최고의 테니스 축제 윔블던…우아하게 간절하게 강력하게 리턴

    윔블던 최다 우승 기록 경신에 나선 전 세계랭킹 1위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7일 대회 남자단식 2회전에서 두산 라조비치(세르비아)의 스트로크를 포핸드로 맞받아치고 있다. 윔블던 EPA 연합뉴스2년 만의 윔블던 정상 복귀를 노리는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가 남자단식 2회전에서 코트 오른쪽 구석을 겨냥한 아담 파블라세크(체코)의 서비스를 리턴하고 있다. 윔블던 AP 연합뉴스
  •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피아노 편곡, 그 새로운 음향의 세계

    [김주영의 구석구석 클래식] 피아노 편곡, 그 새로운 음향의 세계

    미국 텍사스 포트워스에서 4년마다 열리는 밴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제1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챔피언이었던 피아니스트 클라이번의 업적을 기리고자 시작된 음악경연대회다. 올해 열린 15회는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의 우승으로 대한민국에 오랫동안 경사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달 28일 오전 금의환향한 선우예권의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진행을 맡았다. 이 콩쿠르는 경연 당시의 실황을 앨범으로 발매하는데, 이 자리는 곧 출시될 이 음반의 쇼케이스도 겸해 이루어졌다. 이번 앨범에 실린 곡 중 이날 선우예권이 직접 들려준 두 곡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와 슈베르트의 가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작품이었다. 흔히 연주되지 않는 레퍼토리들인데, 선우예권은 완숙한 해석과 탁월한 건반 장악력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내겐 두 번째로 연주된 슈베르트의 가곡 ‘리타나이’(연도문)가 반가웠다. 1997년 슈베르트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에서 리스트가 편곡한 슈베르트의 가곡들을 연주하고 녹음도 했던 내 기억이 생생한데, 많은 시간이 흘러 멋지게 성장한 후배가 나보다 더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고 있음에 감격했다. 과거 감사하게도 내 연주에 청중들과 음악 애호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여 주었는데, 아마도 연주자의 기량보다 내가 선택한 레퍼토리의 특별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른 악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주할 곡들이 셀 수 없이 많은 피아니스트이지만, 그만큼 선택의 고민도 많다. 나만의 색깔을 찾으면서 많은 청중이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다 보면 처음부터 피아노를 위해 쓰인 곡이 아닌 다양한 편곡 작품들의 매력을 만나게 된다. 원곡을 만든 작곡가들에 대한 존경심과 피아노의 새로운 음향을 창출하는 피아노 편곡은 매우 흥미로운 장르인 동시에 피아노 문헌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19세기를 관통하며 ‘피아노의 왕’으로 군림했던 프란츠 리스트의 편곡들은 질과 양 모두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리스트는 그의 선배들이 남겨 놓은 교향곡, 오페라, 가곡 등을 포함해 거의 모든 분야의 작품을 피아노로 바꿔 놓았고, 원곡의 아름다움과 피아노라는 악기의 매력 양면을 극대화한 편곡들은 높은 예술성을 지니고 있다. 피아노의 명인답게 기교적으로 화려하게 만들어져 무대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의 매력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모차르트·베르디·바그너 등의 오페라, 슈베르트·슈만 등의 가곡 편곡이 인기가 높고 연주자들이 자주 선택하는 명곡들이다. 독특한 풍모로 건반 위의 철학자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페루치오 부조니와 다성부 음악에 대한 집요한 연구를 통해 독특한 피아니즘을 쌓아 올린 폴란드 출신의 레오폴드 고도프스키의 편곡들 역시 피아니스트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는 문제작들이다. 부조니는 평생 존경했던 바흐의 코랄과 그 외의 작품들을 피아노로 편곡했는데,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중 ‘샤콘’의 편곡이 가장 대중적이다. 고도프스키는 조국의 선배 쇼팽의 작품을 비롯해 바로크, 낭만 시대의 작품들을 자유롭게 선택해 기존의 텍스트에 다성부적인 가필로 복잡하면서도 악기가 지닌 고유의 미학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들을 남겼다. 도합 열 곡이 조금 넘는 편곡을 남겼지만, 러시아의 대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은 작곡가 특유의 서정적 표현과 센티멘털, 고도의 기교를 통해 원곡의 매력을 확대하고 있다. 성악곡과 관현악곡, 바이올린곡 등을 피아노 솔로용으로 바꾼 그의 작업은 비르투오소들의 시대였던 19세기적 향수와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하던 20세기의 양식들이 번갈아 나타난다. 절친이었던 크라이슬러의 바이올린 작품, 멘델스존의 관현악곡 ‘한여름밤의 꿈’, 차이콥스키의 가곡 ‘자장가’ 등은 편곡의 범주를 뛰어넘어 새롭게 창작된 피아노의 걸작으로 불릴 만하다.
  • 억압된 내면, 거짓 자아… 새 생명 ‘자유’ 얻다

    억압된 내면, 거짓 자아… 새 생명 ‘자유’ 얻다

    신비롭고 영롱한 빛을 발하는 자개를 통해 존재의 숭고함과 초월성을 표현해 온 자개작가 김유선(50)이 4년간의 침묵을 깨고 신작을 발표했다. ‘파편화된 자기’(Fragmented self)라는 제목으로 서울 강남구 논현로 갤러리 플래닛에서 연 전시에서 작가는 좀더 깊어진 내면세계와 자아에 대한 성찰의 과정이 담긴 설치와 오브제 작업 등 신작 1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세밀하게 가공된 자개를 촘촘하게 규칙적으로 붙여 만든 ‘무지개’ 시리즈 등 기존의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자유롭고 추상적인 작품들이다.전시장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작품은 한겨울 계곡의 얼음을 그대로 떠 온 것처럼 맑고 자유로운 형상이다. 비정형의 작품은 자개가루를 투명한 레진(접착제)으로 고정한 것이다. 굳은 레진은 살얼음 같다. 그 안에서 엷게 펴진 자개가 아름답게 반짝인다. 맞은편 공간에는 투명한 나뭇가지와 마른 잎사귀 같은 형상이 자유롭게 뒤엉켜 걸려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슬방울, 고드름 같은 것도 맺혀 있다. 하늘에서 눈물이 흘러내린 것처럼 보이는 것은 낚싯줄에 투명한 레진을 위에서부터 흐르게 하며 작업한 흔적이다. 중간중간에 박힌 크리스털, 바로크 진주 같은 재료들이 빛을 받아 반짝인다. 벽에 비치는 그림자도 인상적이다. 먹의 농담을 살려 그린 수묵화처럼 또 다른 존재감이 있다. 이 같은 과감한 변신에는 최근 몇 년간 겪은 작가의 고뇌와 성찰의 흔적이 오롯이 담겨 있다.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1990년대 초 우연히 을지로의 재료 시장을 지나다 자개라는 매체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장롱에 박힌 것만 봤던 자개가 바닥에 가득 쌓여 있는 것은 충격이었다”며 “진주를 빚어내는 조개로 만드는 영롱한 자개에서 절망과 고통 속에서 발견되는 희망과 아름다움, 존재의 본질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7살에 어린 동생의 죽음을 겪은 이후 빛에 집착해 온 그에게 오묘한 빛을 발하는 자개는 혁명적인 소재였다. 뉴질랜드산 조개껍데기에서 나오는 청색 자개, 타히티에서 나는 흑색 자개 등을 이용해 별, 우주, 천체, 바다, 무지개 등을 작품화하며 작가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완벽주의, 강박적인 형태와 표현으로 작업하면서 내면적 고통도 쌓여 갔다. 작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개조각을 붙여 가며 형상을 만들어내는 작업에 몰입하다 보니 어느새 저 자신에 갇히게 되는 것 같았다”며 “불안에 쉽게 휩쓸리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면서 더이상 안 되겠다 싶어 자기 분석과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그는 최근 몇 년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며 자기 분석과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억압된 내면의 모습, 거짓된 자아와 직면했다. 만성화되어 단단하게 굳어진 거짓된 신념들이 하나씩 깨지며 정체성의 원형을 찾아가던 시기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무지개’ 시리즈의 표절 시비가 터졌다. 작가는 “표절은 작가에게 처참한 고통”이라며 “지난해 겪은 공예작가와의 표절 시비가 기존의 작업스타일에서 탈피하는 직접적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인간이 상처와 고통, 불안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느꼈죠. 과도하게 자기방어를 하고 수많은 감정을 억압하며 살아가는지…. 처절한 고통을 거치고 나니 깨지고 부서지고 갈라진 것들에 마음이 이끌렸습니다. ” 지금까지 천착해 온 방식과 주제의 범주를 과감하게 벗어나 자유로운 형태의 작업을 시도했다. 작가가 겪은 고통은 자개, 유리알, 바로크 진주 등 새로운 매체와 레진을 통해 공간 설치작품으로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내면과 직접 마주하며 고통을 극복하고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 상태에서 작업했다”는 작가는 “완벽한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풍요로움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번 전시제목은 심리학자 하인츠 코헛의 ‘자기 심리학’에서 인용한 것이다. ‘미숙한 유아의 자기는 연약하고 뚜렷한 형태를 갖고 있지 못한 파편화된 형태이다. 유아시절 건강한 갈등해결 방법을 학습하지 못하면 갈등과 다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불안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파편화된 자기는 허위 자기, 가짜 자기이다. 누가 건드려도 부서지고 넘어진다.’ 전시는 14일까지. (02)540-4853.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친부에게 염산 테러 당한 7세 소녀, ‘희망’을 만나다

    친부에게 염산 테러 당한 7세 소녀, ‘희망’을 만나다

    줄리 쿠마리(7)는 4년 전인 세 살 때 집에서 염산 테러 공격을 받았다. 범인은 다름 아닌 친부였다. 줄리의 친부는 전처 라니 데비(31)의 재혼에 앙심을 품고 집으로 찾아와 염산을 퍼부었다. 줄리가 엄마를 보호한다며 막아서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 이 때문에 줄리는 얼굴 왼편과 목, 팔, 가슴 부분의 피부 조직이 녹아내리는 등 큰 화상을 입었다. 줄리의 엄마는 하루에 2파운드(약 3000원) 정도의 돈을 번다. 줄리의 치료비를 대기에는 역부족이다. 사건 발생 직후 줄리의 엄마는 전재산인 농장을 팔았지만 그 역시 얼마 가지 못했다. 줄리를 치료하던 의사들은 더 이상 줄리에게 해줄 것이 없을 뿐더러 곧 숨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줄리는 의사들의 말과는 달리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가고 있지만 매일 매일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엄마 데비는 “먹는 것, 말하는 것, 심지어 웃는 것까지 모든 게 줄리에겐 고통이다. 그런 줄리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줄리에게 한 줄기 희망의 소식이 찾아왔다. 염산 테러 생존자들을 위한 기금 모금 단체인 ‘차오 재단’(Chhanv Foudation)의 알로크 싱과 그의 팀이 줄리의 상황을 알게 된 뒤 줄리의 병원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서 이미 첫 수술이 진행됐다. 30일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그녀의 첫 수술은 3개월 전 산자이 간디(Sanjay Gandhi) 대학병원에서 이뤄졌다. 이 수술로 줄리는 목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줄리는 다음 달 왼쪽 눈수술을, 일그러진 얼굴을 재건하기 위한 성형 수술도 할 예정이다. 알로크 싱은 “인도의 각 지역별 염산테러사건 데이터베이스를 만들 때 줄리에 대해 알게 됐다. 줄리를 처음 봤을 때 줄리의 상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 줄리네 가족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단칸방에서 살고 있었고 4년 동안 어떤 치료도 받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줄리에겐 나을 일밖에 남지 않았다" 면서 "줄리는 앞으로 몇 개월간 더 많은 수술을 견뎌내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데일리메일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민나리 수습기자 mnin1082@seoul.co.kr
  • 산 아래 금빛 세상, 하늘 품은 너른 쉼터

    산 아래 금빛 세상, 하늘 품은 너른 쉼터

    미국 최고의 전쟁 드라마로 꼽히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2001)의 마지막 회 첫 장면. 이지 중대를 이끌었던 윈터스 소령이 아침 햇살을 받으며 호수 속으로 몸을 던진다. 재잘대는 새소리, 잔잔한 물결 등은 이제 전쟁의 피비린내를 씻을 차례라는 암시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마지막 10회를 대하는 시청자들은 모처럼 마음 푹 놓고, 더이상의 전투는 없는 평화로운 상황을 즐길 수 있었다. 윈터스 소령이 땀과 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은 곳, 그리고 많은 이들에게 마음의 평온을 안겨줬던 호수가 바로 첼 호수다.첼호(Zell a see)가 속한 곳은 첼암제(Zell am see) 시다. 이름을 풀자면 ‘호수(see) 아래(혹은 옆, am) 첼 마을(zell)’이란 뜻이다. 잘츠부르크 외곽의 유명한 휴양 관광도시로, 이웃한 카프룬과 함께 ‘첼암제 카프룬’이란 이름으로 곧잘 불린다. 잘츠부르크에선 100㎞ 남짓 떨어져 있다. 주민 수는 첼암제의 9000여명과 카프룬의 3000여명을 합쳐 1만 2000명 남짓. 한데 현지 관광국 직원인 크리스티안은 “1년 숙박일 수가 두 도시를 합쳐 무려 260만박에 이른다”고 했다. 첼암제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사람 가운데 태반이 관광객이란 뜻이다.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최근에야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첼암제의 핵심 볼거리는 역시 도시 이름이 비롯된 첼호다. 둘레가 11㎞가 조금 넘는 호수다. 해발 고도는 757m. 사람이 가장 쾌적한 느낌을 갖는다는 700m 언저리에 있다. 우리의 강원 평창과 비슷한 높이다. 좀 더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평창 같은 고원의 산간마을에 깃든 너른 호수 정도 되겠다. 물도 맑아 주민들이 그냥 마실 정도라고 한다. 글쎄, 물이 맑은 건 분명해 보이지만 실제 마시는 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만큼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라고 보면 틀림없겠다. 첼호는 ‘밴드 오브 브라더스’의 마지막 장면 촬영 장소다. 놀라운 건 이처럼 우리에게도 알려진 이야기들을 정작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잘츠부르크 사람들조차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 장소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이란 사실을 잘 모른다. 이는 영화의 내용 가운데 일부가 자신들을 다소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에 대한 거부감의 표시일 수도 있다. 사연이야 어쨌든, 웅장한 산자락들이 서정적인 호수를 품고 있는 곳이 당신의 로망과도 같은 여행지라면 첼암제는 당신의 선택지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오를 만한 곳이지 싶다.호수는 역시 새벽이 정답이다. 인적 드문 호숫가를 따라 산책에 나서는 맛이 각별하다. 알프스의 설산을 휘돌아온 바람이 청량하다. 수면은 유리처럼 맑고 잔잔하다. 해가 떠오르면 공기가 순식간에 더워진다. 뜨거운 공기는 분란을 일으키고 유리 같던 호수에도 파문이 인다. 아침의 호수는 온전히 주민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작은 낚싯배에 오르는 할아버지, 부지런하면서도 완고한 느낌의 출근길 가장의 표정이 정겹다. 다소 시니컬한 청년과 뻣뻣한 표정의 아주머니도 만난다. 이들의 언어는 이해하지 못해도 가벼운 눈인사 정도는 어렵지 않게 건넨다. 평온한 호수가 만드는 변화다. 호수를 즐기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50분가량 장판 같은 수면을 헤치며 호수 이곳저곳을 기웃댈 수 있다. 호수 곳곳에 공공 수영장도 조성돼 있다. 호수 주변에선 분수쇼 등의 공연 프로그램이 여름 시즌 내내 펼쳐진다. 첼암제 전경은 슈미텐산에서 감상하면 된다. 산 정상까지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곤돌라는 저 유명한 자동차 업체 포르쉐에서 디자인했다. 첼암제는 포르쉐 가문이 시작돼 대를 이어 살고 있는 곳이다. 시내 안쪽에 이들의 이름을 딴 작은 박물관도 조성돼 있다.산정에 오르면 ‘시시 채플’이 이방인을 맞는다. 오스트리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여성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시시 황후가 방문했다는 작은 교회다. 시시 황후는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실상의 마지막 황제였던 프란츠 요제프의 아내다. 이들의 드라마틱한 사랑과 결혼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시시 황후가 돌아본 유럽의 도시들은 대부분 관광 명소가 됐는데, 슈미텐의 ‘시시 채플’도 그중 하나다. 슈미텐산은 고도 2000m 정도의 ‘비교적 낮은’ 봉우리다. 한데 주변은 알프스의 고산준봉들이 둘러치고 있다. 낮은 산에서 마루금을 좁힌 알프스의 산군들을 보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 알파인 로즈 등 고산지대의 야생화와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어린아이 새끼손톱보다 작은 꽃잎 몇 장 내건 꽃들이 대부분이다. 첼암제 시내는 작다. 고풍스러운 건물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어우러졌다. 그 가운데 성 히폴리트 교회가 볼만하다. 조성 시기가 1000년을 헤아린다는 교회다. 육중한 문 때문에 거리감도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아무 제약 없이 교회 안을 둘러볼 수 있다. 글 사진 첼암제(오스트리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잘츠부르크까지 직항편은 없다. 터키항공이 인천공항에서 이스탄불을 경유해 잘츠부르크까지 간다. 이스탄불은 유럽의 허브를 자처하는 공항이다. 터키항공이 이를 활용한 스톱 오버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환승시간을 활용해 이스탄불의 주요 관광지를 돌아본다. 4시간 정도 소요된다. →관광용 증기기관차가 첼암제에서 크리믈 폭포까지 하루 1회 왕복 운행한다. 승용차로 30분 거리지만 관광열차로는 세 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첼암제 출발은 오전 9시 20분, 크리믈 폭포 도착은 낮 12시 16분이다. 돌아오는 차편은 크리믈 폭포에서 오후 2시 40분에 출발한다. →첼암제 주변에 60유로(2인)의 아파트형 숙소부터 5성급 호텔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이 몰려 있다. →첼암제 카프룬 카드(서머 카드)는 상당히 유용하다. 각종 곤돌라와 첼호 유람선 등 첼암제와 카프룬에 속한 온갖 관광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머 카드 회원 호텔에 투숙하면 종업원들이 서머 카드를 나눠준다. →그로스글로크너산 등 고산지대는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긴소매 옷을 준비해 가는 게 좋다. →호흐알펜슈트라세는 눈 외에 폭우 등의 악천후에도 통제되는 경우가 있다.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게 좋다.
  •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발 아래 하얀세상, 하늘 위 레드카펫

    [손원천 기자의 호모나들이쿠스] 발 아래 하얀세상, 하늘 위 레드카펫

    알프스는 유럽을 동서로 관통하는 산맥입니다. 길이만 얼추 1200㎞에 달합니다. 알프스에 기댄 나라만 해도 독일, 스위스 등 8개국에 이르지요. 그 가운데 가장 너른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오스트리아입니다. 음악의 나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가 실은 ‘알프스의 중심’이었던 셈입니다. 그 옹골찬 산군들 사이로 길이 나 있습니다. 허리춤에 줄곧 경이로운 풍경을 매달고 가는 산악도로입니다. 한 발짝만 삐끗해도 수천 길 아래로 곤두박질칠 만큼 스릴도 넘치지요. 하이라이트는 저물녘이었습니다. 여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빛깔의 하늘이 산악도로 위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 경이로운 시간 동안만큼은 오스트리아 최고봉도, 수천만 년의 시간이 담긴 빙하도 풍경의 가장 높은 자리를 내줘야 했습니다. 그 거친 풍경들이 잘츠부르크 남서쪽에 있습니다. 그러니 최소한 이 일대에서만큼은 잘츠부르크가 고풍스러운 음악 도시는 아닌 거지요. 오스트리아 알프스에는 3000m가 넘는 고봉들이 수두룩하다. 우리 백두산이 2744m 정도인 것에 견주면 산맥의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 가운데 3000m급 봉우리들이 266개에 이른다는 알프스의 핵심 지역이 바로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이다. 오스트리아뿐 아니라 중부 유럽에서 가장 넓고 자연경관이 잘 보존된 국립공원으로 꼽힌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오스트리아의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산(3798m)도 이 공원에 속해 있다. 알프스의 산자락들이 펼쳐내는 풍경도 근사하지만 더 멋진 건 거친 풍경 속으로 난 길이다. 구름 사이로 달리는 미로(美路), ‘호흐알펜슈트라세’다. 국립공원 안에 조성된 관광도로로 ‘그로스글로크너 하이 알파인 로드’라 불리기도 한다. 알프스산맥의 고봉과 고봉 사이를 뱀처럼 휘감으며 달린다. 유(U)자형 유턴 구간만 36개. 작은 커브까지 포함하면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36개 유턴 구간마다 표지판을 세워뒀다. 번호와 고도 등의 간단한 정보가 담겼다.산악도로의 실제 거리는 42㎞다. 여기에 곁가지처럼 뻗은 길까지 포함하면 길이는 모두 48㎞로 늘어난다. 도로는 5월 초부터 10월 말까지만 개방된다. 일년 중 절반은 눈 덮인 겨울이다. 기원전부터 있었다는 산악도로는 예전엔 소금과 금, 섬유 등이 오가던 교역로였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 도로 주변의 금광에서 세계 10%에 이르는 금을 생산했다고 한다. 도로가 포장된 건 1935년이다. 1차 세계대전 뒤 극심한 경제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시행된 대규모 토목공사 덕이었다. 당시 동원된 인부는 얼추 3000명. 안내판은 “이들이 설맹(snow blind)과 심각한 화상(sun burn)에 시달렸다”고 적고 있다. 지금은 이 도로를 따라 수많은 모터사이클과 자동차, 자전거 등이 달린다. 유료 관광객만 한 해 100만명. 통행료를 내지 않는 자전거 마니아들까지 포함하면 얼추 곱절 가까이 더 늘지 싶다.산악도로 주변엔 모두 6개의 휴게소가 있다. 휴게소마다 전시관도 갖췄다. 테마는 모두 다르다. 도로 건설 과정이나 알프스의 생태, 빙하의 형성 과정 등을 엿볼 수 있다. 작지만 제법 알차게 꾸며져 있다.첫 번째는 고도 2260m의 하우스 알파인 나투어샤우다. 주변 풍경도 빼어나지만, 무엇보다 작은 박물관이 인상적이다.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의 기반암과 생태 환경 등을 알려주고 있다. 휴게소를 나서면 굽은 고갯길이 시작된다. 경남 함양의 지안재를 빼닮았다. 구절양장처럼 굽은 호흐알펜슈트라세 중에서도 폭이 유난히 좁고 거칠다. 현지에선 자이트빙클이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어지간한 관광 안내 책자마다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명소다. 자이트빙클을 지나면 길이 갈라진다. 왼쪽은 곁가지처럼 뻗은 길이다. 이 길 끝에 두 번째 휴게소인 에델바이스 스피체(2571m)가 있다. 자동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휴게소다. 오른쪽 길은 본선이다. 고갯마루에 망루처럼 서 있는 푸셔라케 주변에 세 번째 휴게소가 조성돼 있다. 네 번째는 호흐 토어라 불리는 터널 끝에 있다. 터널 가운데에서 잘츠부르크주와 케른텐주가 경계를 이룬다. 다섯 번째 쇠네크-레르헨발트를 지나면 마침내 산악 관광도로의 종착지인 카이저 프란츠 요제프 회에다. 마지막 휴게소이자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오래전 오스트리아의 황제가 방문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고도 2369m의 휴게소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옹골차다. 오스트리아 최고봉인 그로스글로크너산 등 수많은 고봉이 파도처럼 일어섰다. 그로스글로크너의 거대한 체구가 주는 고도감과 중압감은 사람이 만든 렌즈로는 담아내기 벅차다.산 아래로는 파스테르체 빙하가 흐른다. 오스트리아 최대 빙하다. 지구온난화로 해마다 길이가 짧아져 현재 8.4㎞ 정도 남았다고 한다. 휴게소 뒤의 산자락을 5분 정도 오르면 빌헬름 스와로브스키 전망대에 닿는다. 산악 염소인 아이벡스, 마못 등의 동물들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호흐알펜슈트라세에선 매우 독특한 자연의 시간과 마주할 수 있다. 특히 저물녘의 해넘이가 인상적이다. 여태껏 보지 못한 색감의 하늘이 펼쳐진다. 덧대고 뺄 것 없이 딱 자연이 붓질한 풍경화다. 산이 높으면 골 또한 깊다. 계곡물이 만든 폭포 역시 규모가 남다를 터. 호에타우에른 중심부의 크리믈 폭포는 유럽에서 가장 긴 폭포로 꼽힌다. 폭포는 세 번 굽이치며 떨어진다. 380m 높이에서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의 기세가 대단하다. 귀를 찢고 심장을 두드리는 듯하다. 암반 위로 떨어진 폭포수는 물안개로 비산한다. 폭포 가까이 가면 물 알갱이가 달라붙기 시작하는데, 채 10초가 되기도 전에 비에 젖은 생쥐 꼴이 된다. 현지인들은 물안개가 알레르기와 천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호에타우에른 헬스’라는 번듯한 이름까지 붙였다. 기를 받고 스트레스도 몰아낸다고 한다. 글쎄, 산의 정기가 몸 안으로 전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스트레스만큼은 단박에 사라진다.폭포수가 일으키는 물보라 끝엔 늘 무지개가 걸린다. 두 번째 폭포 전망대에서 볼 수 있다. 폭포 정상까지는 산자락을 휘휘 돌아가야 한다. 쭉쭉 뻗은 가문비나무들이 수직 세계를 펼쳐놓은 길이다. 거리가 4㎞에 이르는데, 산책로처럼 평탄해 오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마지막으로 키츠슈타인호른산을 덧붙이자.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과 달리 곤돌라를 타고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산정에 전망대가 조성돼 있다. 정상을 알리는 ‘3029m 톱 오브 잘츠부르크(Top of Salzburg)’ 팻말 너머로 알프스의 산군들이 물결처럼 펼쳐진다. 잘츠부르크 가장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여름 알프스의 자태가 웅장하다. 정상까지는 곤돌라를 네 번 갈아타야 한다. 소요 시간은 45분 정도. 발아래로, 머리 위로 아름다운 풍경들이 쉼 없이 이어진다. 3000m 높이에 또 하나의 전망대가 세워져 있다. 호에타우에른 국립공원 전망대다. ‘기펠벨트 3000’이라고도 불린다. 3029m 전망대에서 360m 길이의 인공터널을 지나야 나온다. 터널의 벽면을 이루는 암벽은 차다. 한여름에도 소름이 돋을 정도다. 그 때문에 터널 안엔 줄곧 냉기가 머문다. 터널을 나서면 이 산이 안배한 또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마루금을 좁힌 산들이 창처럼 솟았고 산기슭을 따라 산과 같은 이름의 빙하가 흐르고 있다. 빙하 1㎝가 만들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0여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저 빙하에 갇힌 시간만 수천만년이다. 하지만 지금은 1년에 10m씩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바람을 타고 빙하를 건너온 억겁의 시간이 시리고 차다. 글 사진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angler@seoul.co.kr
  • [프랑스오픈] ‘닥공’ 새 여제, 윔블던도 노린다

    [프랑스오픈] ‘닥공’ 새 여제, 윔블던도 노린다

    프로 타이틀 없던 세계 47위… 男 넘는 시속 122㎞ 스트로크 “잔디 코트를 좋아한다. 윔블던이 기다려진다.”11일 파리에서 끝난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4위의 시모나 할레프(루마니아)에 2-1(4-6 6-4 6-3) 역전승을 거두고 ‘롤랑가로스 여제’로 등극한 옐레나 오스타펜코(20·라트비아·47위)는 이렇게 의욕을 다졌다. 프랑스오픈의 클레이코트와 윔블던의 잔디 코트는 정반대 특성을 지녔다. 하드, 클레이, 잔디 등 세 종류의 코트 가운데 공이 바닥에 닿은 뒤 속도가 가장 많이 느려지는 게 클레이코트, 가장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게 잔디 코트다. 따라서 특유의 강타와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오스타펜코에게 더 어울리는 게 잔디 코트라고 볼 수 있다. 오스타펜코를 우승까지 이끈 원동력은 초강력 스트로크다. 남녀 출전자를 통틀어 포핸드의 샷 평균 속도 4위다. 시속 122㎞는 남자 세계랭킹 1위 앤디 머리(영국)의 117㎞를 넘는다. 더욱이 오스타펜코는 젊은 패기를 앞세워 완급 조절 없이 1세트부터 3세트까지 공격 일변도로 붙었다. 할레프와의 결승 공격 성공에서는 54-8로 압도했다. 도박을 걸듯 엄청난 샷을 쉴 새 없이 라인에 바짝 붙여 날렸다. 오스타펜코는 부모로부터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아버지 예브게니스 오스타펜코는 우크라이나 프로축구팀 골키퍼, 어머니 옐레나 야코플레바는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어릴 때는 볼룸댄스를 배우기도 했다. 그는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하루에 한 번쯤 볼룸댄스를 익힌다. 풋워크에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삼바를 즐기는 오스타펜코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랭킹 12위까지 꿰차게 됐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우승조차 없던 ‘무명’의 선수가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건 1997년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우승자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 이후 처음이다. 라트비아 선수로는 최초로 프랑스오픈 우승에 이어 시드를 받지 않은 선수로 1933년 마거릿 스크리븐(영국) 이후 84년 만의 우승, 역대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우승자 최저 랭킹(47위)이라는 기록까지 새로 썼다. 그러나 3년 전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데서 보듯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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