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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과 닮은… 성냥불 같던 올드 상하이

    지금과 닮은… 성냥불 같던 올드 상하이

    그림은 한 점인데 뻗어나갈 수 있는 서사는 무한대다. 배경은 1930년대 ‘동양의 파리’라 불렸던 중국 ‘올드 상하이’. 20세기 초 서구 열강의 각축장이자 서양문물이 쏟아져 들어오던 변혁의 중심, 온갖 무역으로 축적한 황금의 도시였다. 유럽식 건축물, 고급 사교 클럽, 백화점, 영화관들로 흥성거렸던 격정의 순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조덕현(61)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가 그 극적인 순간들을 소환한다. 다음달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갤러리에서 열리는 ‘에픽 상하이’전에서다. ●시공간 넘나드는 1930년대 ‘황금의 도시 ’ 갤러리를 들어서자마자 폭 5.8m, 높이 3.9m의 초대형 화폭에 옮겨진 올드 상하이의 풍경과 인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제목은 ‘1935’. 그림은 어느 한곳에 시선을 오래 두게 놔두질 않는다. 실존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빚어내는 관계는 상상하는 만큼의 다채로운 서사를 펼쳐내고, 시간은 과거와 현재가 함께 어우러져 비틀려 있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당대 최고의 상하이 여배우 롼링위(阮玲玉)가 말 등에 올라타 한껏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촬영에 한창인 장면 바로 옆에서 진행되는 장례식의 주인공 역시 롼링위다. 건물 2층에서는 조선에서 태어났으나 상하이로 건너가 중국 영화 황제가 된 김염(金焰)이 아내 진이(秦怡)와 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이들과 한 풍경에 녹아든 인물은 상하이 영화판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조선인 남성 조덕현과 상하이 여성 소설가 홍이다. 1914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만주로 흘러들어 갔다가 상하이에서 일하게 된 조덕현 작가는 20세기의 풍랑을 온몸으로 통과하며 1995년 고독사한 것으로 설정된 가상의 인물이다. 조덕현 작가는 2015년 일민미술관 전시 ‘꿈’에서 그의 말년을 그렸다면, 이번에는 ‘프리퀄’ 격으로 그의 20대 상하이 시절을 불러냈다. 이번 전시의 서사는 조 작가가 상하이 출신 소설가 미엔미엔(홍의 분신)과 합작해 만들어낸 것. 조 작가는 이번 전시의 서사를 이끄는 ‘조덕현’에 대해 “나와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린 인물이지만 지속적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투영해 주는 인물”이라고 했다.●관객들이 스스로 맞춰가는 서사의 퍼즐 왜 그는 한 점의 그림에 이렇게 다양한 시대와 공간, 관계를 중첩해 보여주는 걸까. “제 작품은 하나의 이야기만 제공하는 게 아니고 관람객들에게 여러 관계와 단서를 주고 퍼즐 맞추듯이 짜맞추기를 해 보라는 겁니다. 그림이 펼치는 서사는 100명이면 100명이 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죠. 문학과 영화는 하나의 서사를 공유하는 장르지만 그림은 표현 방식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그간 다양한 시공간의 자료를 한데 모으고 이야기를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업해 왔는데 이는 이전 역사화에서 진화된 형태라고 생각해요.”●화려했지만 격렬한 위협의 시대 매료 한 편의 거대한 역사화 같은 ‘1935’에는 인물들의 드라마뿐 아니라 전쟁과 계층 간 암운 등도 드리워져 있다. 왜 지금 ‘올드 상하이’일까. “1930년대 올드 상하이는 성냥불을 켜면 확 켜졌다 꺼지듯 화려하게 빛나다 사그라든 시대입니다. 지금은 없어진 시공간이지만 삶의 질과 속도가 같은 시대 다른 공간 혹은 다른 시대 같은 공간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너무도 극적이고 격렬했던 곳이자 시대였죠. 그 극적인 공간에서 펼쳐질 수 있는 서사가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지진, 핵위협 등 사회의 모든 요소가 너무도 격해지고 위협적인 현재의 시대와 닮은꼴 아닌가요.” 극사실주의적인 필치가 특히 돋보이는 다른 대형 회화 ‘꿈꿈’은 이를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여기서도 시간과 공간은 경계 없이 뒤엉켜 있다. 수몰되는 ‘올드 상하이’를 배경에 둔 채 지구촌 곳곳의 참상들이 펼쳐져 있다. 1·2차 세계대전 난민, 베트남 보트피플, 팔레스타인 난민, 이탈리아 지진 피해자, 시리아 난민, 미얀마 로힝야족, 중일전쟁 당시 상하이 주민 등 각종 테러와의 전쟁, 재해의 희생자들이 극적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 바로크 회화처럼 곳곳에 배치돼 ‘묵시록’의 풍경을 빚어낸다. ●‘꿈꿈’ 지구촌 곳곳 참상, 화폭에 펼쳐 이번 전시에는 ‘1935’, ‘꿈꿈’ 등 대작 회화 2점을 포함한 회화, 사진, 영상 설치작업 등 신작 18점이 공간에 맞게 부려져 있다. 전시의 동선 마지막인 갤러리 지하 1층에 자리한 영상 설치작업 ‘에픽 상하이’는 1930년대 상하이의 유명 영화 장면과 독거노인 조덕현의 골방 모습을 5면의 거울에 투영해 일파만파로 확장되는 영상의 파편들 사이에서 낯선 시공간을 부유하는 듯한 기묘한 경험을 안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테니스역사’ 쓴 정현 “아직 안 끝났다” 조코비치 꺾은 소감 묻자

    ‘테니스역사’ 쓴 정현 “아직 안 끝났다” 조코비치 꺾은 소감 묻자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2018호주오픈’ 8강에 진출해 한국의 테니스 역사를 새로 쓴 정현(58·삼성증권 후원)이 경기 직후 “아직 안 끝났다”며 4강 진출의 자신감을 내보였다.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자신의 우상이었던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대0(7-6 7-5 7-6)으로 완파한 뒤 장내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승리 뒤 코트를 거닐며 장내 환호에 화답하다 잠시 멈춰 관중석을 향해 큰절했다. 이색적인 광경에 외신 사진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눌렀다. 정현은 2년 전 0대3으로 완패를 당했던 조코비치를 꺾은 소감을 묻자 “그저 기쁘다. 조코비치는 어릴 때 내 우상이었다”며 “그를 따라 한 덕분에 (날카로운 샷을) 구사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코비치의 상징은 코트 구석을 노리는 날카로운 스트로크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정현의 샷이 조코비치보다 훨씬 예리했다. 정현은 “조코비치보다 젊기에 체력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코트에서 큰 절,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다”며 웃어보였다. 정현은 장내 아나운서가 유창한 영어 인터뷰 뒤 한국어로 말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자 “한국에서 실시간으로 보고 계신 팬분들,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직 안 끝났으니까 (남자단식 8강이 열리는) 수요일 좀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응원 부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호주오픈 메인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채운 팬들은 대부분 정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힘찬 박수를 보냈다. 정현은 8강 상대는 역시 생애 처음 8강 고지를 밟은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이다. 정현은 “그랜드슬램 경기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 한국 테니스가 오늘 이후로 붐이 불었으면 좋겠다”면서 “잠을 많이 자고 이틀 뒤 경기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조코비치는 이날 경기 직후 정현에게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며 “다음 경기도 잘하라”고 이야기해줬다고 정현이 말했다.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며 “정현은 의심할 여지 없이 10위권에 진입할 것”이라고 축하했다. 정현은 오는 24일 샌드그렌과 4강 티켓을 놓고 다툰다. 아래는 정현과 일문일답.-우상 조코비치를 꺾었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 이후 제 컨디션이 아닌 것 같다. 이런 큰 경기에서 롤모델로 삼은 선수와 경기해 승리해서 더욱 값진 것 같다. -언제 승리를 확신했는가. ▲(조코비치의) 마지막 포인트가 아웃된 순간이다. -오늘 포핸드가 좋았다. ▲이번 경기를 통해 달라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히 연습한 것이 효과를 봤다. - 이번 대회 첫 야간경기를 치렀다. ▲야간경기를 한 덕분에 쉴 시간이 있었다. 지난 경기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와) 5세트를 했다. 앞으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면 이겨내야 한다. -절한 건 어떤 의미가 있는가. ▲ 최근 저를 도와주시는 스폰서, 매니저, 팀, 가족이 다 모여있는 곳이었다. 특히 가족들에게는 막내처럼 행동하지 못했다. 표현을 잘 못 하는 편이다. 어떻게 하면 표현할까 생각하다가 절이 떠올랐다. 언젠가는 멋진 코트에서 승리하면 해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승리 후 카메라에 ‘보고 있나’라고 사인한 건 무슨 의미인가. ▲전 삼성증권 (김일순) 감독님한테 약속했다. (보고 있나) 위에는 캡틴이라고 썼다. 삼성증권이 해체되고 감독님 마음고생이 심하셨다. 이렇게나마 위로해드리고 싶었다. --오늘 경기에 전략이 있었나. ▲코치가 주문한 건 상대가 많은 경험이 있는 선수라 리액션에 영향을 받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 것에 신경 안 쓰고 경기하려고 했다. -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그랜드슬램 8강에 올랐다. ▲한국 테니스가 저로 인해 오늘 이후로 붐이 일어났으면 한다. 많은 꿈 가운데 하나가 이뤄졌다. 재작년 윔블던을 포기하고 4개월 동안 경기에 못 뛰며 힘든 시간을 보낸 게 오늘 같은 날을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 2년 전과 지금의 조코비치를 평가한다면. ▲저 같은 선수가 조코비치를 평가하는 건 그렇다. 다만 그가 말한 것처럼 좀 더 성숙하게 하려고 했다. 테니스 팬이나 유망주가 저를 보고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노력한다. - 경기가 끝난 뒤 조코비치가 뭐라고 말했나. ▲ 믿을 수 없는 경기를 했다. 다음 경기도 잘하라고 이야기해줬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정현, 조코비치 꺾었다…한국 선수 최초 메이저 8강 진출

    정현, 조코비치 꺾었다…한국 선수 최초 메이저 8강 진출

    ‘한국 테니스 간판’ 정현(22·세계랭킹 58위)이 한때 세계 랭킹 1위였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14위)를 당당히 꺾고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 8강에 진출했다. 다음 상대는 정현보다 세계 랭킹이 훨씬 낮은 테니스 샌드그렌(97위·미국)으로 대진운도 좋아 4강 진출도 희망적이다.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8일째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를 3대0(7-6 7-5 7-6)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정현은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 2000년과 2007년 역시 US오픈 남자단식에서 이형택이 기록한 한국 선수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 16강을 뛰어넘었다. 정현은 24일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97위)을 상대로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샌드그렌이 세계 랭킹도 낮고, 비교적 무명의 선수라는 점에서 정현은 메이저 대회 4강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정현은 2016년 이 대회 1회전에서 당시 세계 1위였던 조코비치에게 0-3(3-6 2-6 4-6)으로 졌지만 불과 2년 만에 설욕전을 펼쳤다.이번 대회 남자단식 8강은 정현-샌드그렌,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토마시 베르디흐(20위·체코),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마린 칠리치(6위·크로아티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3위·불가리아)-카일 에드먼드(49위·영국)의 대결로 압축됐다. 이날 승리로 상금 44만 호주달러(3억 7000만원)를 확보한 정현이 준준결승에서 샌드그렌을 물리치면 4강에서는 로저 페더러-토머스 베르디흐전 승자와 맞붙는다. 1세트 시작부터 정현은 조코비치가 더블폴트를 쏟아내는 틈을 타 게임스코어 4-0으로 훌쩍 달아났다. 팔꿈치 부상으로 지난해 7월 윔블던 이후 잠시 투어 활동을 중단했던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를 복귀전으로 삼았다. 몸 상태나 경기 감각이 다소 떨어져 있다는 평을 듣는 조코비치는 이날 1세트에서만 더블폴트를 7개나 기록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정현도 네트 플레이에서 공을 넘기지 못하거나, 스트로크가 다소 길게 나가는 등의 실수가 나오면서 경기는 이내 게임스코어 4-3까지 좁혀졌다.정현이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5-3으로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조코비치가 다시 한 번 정현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부를 타이브레이크로 끌고 들어갔다. 타이브레이크 4-3까지 팽팽하던 경기는 조코비치의 포핸드가 길게 나가면서 5-3으로 벌어졌고, 정현은 다시 한 번 상대 실책에 힘입어 6-3으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7-4로 끝낸 정현은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5-5까지 접전을 벌였다. 여기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 6-5를 만든 정현은 이어진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듀스 끝에 따내며 세트스코어 2-0으로 달아났다. 이때도 조코비치는 40-30에서 더블폴트로 듀스를 허용했고, 이어서는 백핸드와 포핸드 에러가 하나씩 나오면서 정현에게 2세트마저 내줬다. 센터 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 모인 1만5천여 관중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3세트에서는 정현이 첫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면서 조코비치의 반격이 시작되는 듯했지만, 정현 역시 곧바로 상대 서브 게임을 가져와 균형을 맞췄다. 다시 타이브레이크에 들어간 정현은 3-3에서 내리 4포인트를 따내 3시간 22분 만에 ‘거함’ 조코비치를 격침시켰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두 세트 쓸어담은 정현, 호주오픈 8강이 보인다

    두 세트 쓸어담은 정현, 호주오픈 8강이 보인다

    1세트 타이브레이크 끝 7-6 .. 2세트도 7-5, 한국선수 최초 8강에 성큼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정현(22)이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를 상대로 초반 두 세트를 따내며 8강 진출에 한 발 다가섰다.정현은 22일 호주 멜버른파크의 테니스 센터코트인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시즌 첫 메이저대회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조코비치를 상대로 타이브레이크 접전 끝에 첫 세트를 빼앗았다. 정현은 1세트 초반 상대의 게임을 내리 두 차례나 브레이크하고 자신의 두 게임을 잘 지켜내 4-0까지 앞섰다. 최근 6개월 동안 부상 여파로 코트에 나서지 못했던 조코비치는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지만 이후 끈질기에 따라붙어 경기는 6-6 타이브레이크까지 이어졌다. 2점차 7포인트를 먼저 따는 쪽이 이기는 끝장 승부에서 정현은 조코비치를 3점에 묶어놓고 5-3까지 앞선 뒤 눈에 띄게 발이 둔해진 조코비치를 상대로 7-4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첫 세트를 7-6으로 이긴 정현의 ‘8강 스트로크’는 2세트에도 이어졌다. 1세트와 비스한 상황. 초반 3-0으로 앞서나가며 기선을 제압한 정현은 한때 게임 4-4, 5-5의 동점을 허용했지만, 이후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모두 따내고 조코비치의 마지막 게임을 브레이크해 7-5 승리를 거뒀다.한국 선수가 테니스 메이저대회 16강에 진출한 것은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다. 여자 선수인 이덕희(65)가 지난 1981년 US오픈 단식에서 16강을 처음 밟았고, 2000년 이형택(42)이 남자선수로는 처음으로 역시 같은 대회 단식 16강에 올랐다. 이형택은 7년 뒤인 2007년 US오픈에서 두 번째 16강에 올랐지만 더 이상의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형택 이후 무려 11년 만에 메이저대회 16강 코트를 밟은 정현은 이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센터코트에서 전 세계 1위를 상대로 한국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 조코비치는 어린 시절부터 정현의 우상이었다. 세계 1위에 오른 기간만 223주다. 호주오픈 사상 최다 우승 기록(6회)을 보유하고 있는 그는 남자단식 7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12차례의 메이저 우승 가운데 절반의 우승컵을 로드 레이버 코트에서 들어올릴 만큼 호주오픈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정현은 2년 전 이 대회 1회전에서 당시 세계 톱랭커였던 조코비치와 만나 0-3으로 완패했다. 당시 정현은 “보통 말하는 ‘정상급 선수’와 세계 1위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우상과의 경기 경험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조코비치 “정현, 흠 잡을 데 없고 기본기 매우 좋아” 오늘 오후 5시 격돌

    조코비치 “정현, 흠 잡을 데 없고 기본기 매우 좋아” 오늘 오후 5시 격돌

    차세대 테니스 선두주자로 불리는 정현(58위·삼성증권 후원)에 대해 옛 세계 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가 한 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조코비치는 지난 20일 랭킹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를 격파한 정현의 경기 등을 보며 “정현은 매우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라며 “경기 내용에 흠 잡을 데가 없고 약점이 별로 없다”고 칭찬했다.정현과 조코비치는 22일 오후 5시 호주 멜버른에서 열리는 호주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500만 호주달러·약 463억원) 남자단식 16강에서 조코비치와 격돌한다. 조코비치는 한때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최정상급 선수로, 호주오픈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다. 조코비치는 앞서 남자단식 3회전에서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22위·스페인)를 3대0(6-2 6-3 6-3)으로 가볍게 누르고 16강에 올랐다. 조코비치는 비놀라스와 경기 직후 기자회견에서 “즈베레프를 꺾은 정현은 차세대 선두주자의 한 명으로 매우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라며 “몸 상태도 좋고 빼어난 경기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현은 2016년 호주오픈 1회전에서 조코비치에서 3대0(6-3 6-2 6-4)으로 졌다. 조코비치는 “최근 경기 내용에 흠잡을 곳이 별로 없다”며 “정현은 열심히 노력하는 좋은 선수로 이제 그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6강부터는 매 경기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정해질 것”이라고 결과를 궁금해했다.정현은 앞서 16강 진출 직후 인터뷰에서 2년 전 조코비치에게 완패 당한 경기의 인연을 언급하며 “2년 전과는 서로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저도 선수로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전문가들도 자신감이 붙은 정현의 상승세에 주목하고 8강 진출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호주 멜버른 대회 현장에서 정현과 조코비치의 경기를 직접 관전하고 있는 이진수 JSM 테니스 아카데미 원장은 “즈베레프를 상대로 정현이 전혀 주눅이 들지 않고 자기 테니스를 구사했다”며 “예전에는 강한 상대를 만나면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원장은 “무엇보다 정현의 스트로크 기량이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다”며 “조코비치가 서브나 스트로크 모두 전성기에 비해 예리함이 다소 줄었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오픈을 중계하는 국내 JTBC3 FOX 스포츠 해설을 맡은 김남훈 현대해상 감독도 “1, 2회전의 조코비치 경기를 봐도 전성기 모습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정)현이가 경기 초반에 분위기를 접전으로 끌고 가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김 감독은 조코비치가 호주오픈에서 6번이나 우승한 점을 언급하며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수 싸움으로는 정현이 이기기 힘들다”며 5.5대 4.5 조코비치의 다소 우세를 점쳤다. 한편 정현과 조코비치의 경기 중계는 JTBC3 FOX 스포츠와 아프리카TV 등에서 이날 오후 5시부터 진행한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맨몸으로 목숨 걸고… 눈 덮인 알프스 넘는 아프리카 난민들

    맨몸으로 목숨 걸고… 눈 덮인 알프스 넘는 아프리카 난민들

    수백명 이주 과정서 사망자 속출 佛, 경제적 이유로는 망명 거부수백명의 아프리카 난민들이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을 걸어서 프랑스로 이주하고 있다고 최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망자도 속출해 지난해 28일 프랑스 로크브륀느 카프 마르탱에서 20대의 아프리카 난민이 길가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자다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난민은 발견 당시 맨발 상태였으며,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15살난 난민은 프랑스 북부 칼레에서 차에 치여 사망하기도 했다. 기니 출신의 난민 아부달하이(38)는 “기니에 2살난 막내 아들을 포함해 세 명의 자녀가 있지만 거기에는 일자리도, 미래도 없다”며 “유럽에서는 인간적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알프스를 걸어서 넘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프리카 난민인 카마라(28)는 “유럽으로 가는 도중에 리비아에서 수개월간 갇혀 고문을 받았다”며 “알프스 산맥을 걸어서 넘는 것 자체는 큰일이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하는 난민의 숫자는 2015년 100만명이 넘었다가 2016년 36만명으로 감소했으며, 지난해는 15만명이 배를 타고 탈출했다. 국제난민협회에 따르면 이탈리아까지 오는 도중에 지중해에서 2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난민들이 등산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알프스를 넘는 것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 국경 순찰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난민들은 운 좋게 추위를 이겨내더라도 고산증세 때문에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이탈리아에서 망명 신청이 거부당한 난민들은 프랑스로 이주를 희망하지만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은 처음 입국한 국가에서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더블린 조약을 들어 프랑스 정부는 경제적 이유로는 망명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실물 그대로 재현된 골판지 자동차

    실물 그대로 재현된 골판지 자동차

    골판지를 이용해 실물 크기로 제작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화제에 올랐다. 영국의 종이공예 디자인 브랜드 라제리안은 최근 체코의 자동차 회사인 스코다의 의뢰를 받아 SUV 모델 카로크를 골판지로 재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지난 9일 공개된 영상에는 라제리안의 소속 디자이너가 실제 차량의 수치를 정확히 재고서 골판지를 자르고 붙여 실제와 똑같은 모양의 차량을 완성하는 과정이 담겼다. 휠부터 그릴 하나까지 정교한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골판지 자동차의 외관은 놀라움을 자아낸다. 라제리안 측은 골판지 차량이 완성되기까지 약 600여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사진·영상=LAZERIAN/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폭설 내린 산속에서 살아 돌아온 반려견

    폭설 내린 산속에서 살아 돌아온 반려견

    온 마을이 나서서 찾은 덕분에, 폭설이 내린 산 속에서 실종된 반려견이 열흘 만에 살아 돌아왔다고 영국 공영방송 BBC가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견주 케이틀린 톰슨(21세·여)과 아버지 리차드 톰슨은 지난달 28일 영국 웨일스 펨브로크셔 프레셀리산 속에서 웰시 보더콜리 반려견 ‘레드’를 산책시키던 중이었다. 그런데 13살 된 노령견이 갑자기 사라졌다. 평소에 레드가 목줄 없이 자유로운 산책을 즐겼기 때문에 방심했던 게 실수였다. 부녀는 산 속을 이 잡듯 뒤졌지만 레드는 온데간데 없었다. 레드는 청력이 약해진 노령견이라, 주인이 이름을 불러도 듣지 못하는 상태였다. 게다가 폭설로, 지형을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안타깝게도 톰슨 부녀는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하산했다. 폭설이 내린 뒤라 레드가 하루도 버티지 못할 거란 생각에 절망했다. 다시는 레드를 보지 못할 거란 생각이 부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견주는 다급하게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도움을 청했다. 지역 주민들이 레드를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어떤 이들은 견주를 대신해서 레드의 실종 전단지를 만들어서 붙였다. 이 의인들은 톰슨 부녀나 레드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레드는 열흘 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돌아왔다. 체중만 빠졌을 뿐 다친 곳도 없었다. 한 여성이 바위 뒤에 웅크린 레드를 발견하고, 톰슨에게 전화로 알려줬다. 견주는 레드를 동물병원에 데려가 진찰시켰고, 영양 보충을 시켰다. 톰슨은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돕기 위해 와줬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그녀는 귀도 안 들리는 노령견이 어떻게 열흘간 산 속에서 견딘 건지 놀랍다며 “우리는 (레드를 찾아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노트펫(notepet.co.kr)
  •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 (유소영)

    [2018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 (유소영)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넓은 스튜디오를 가득 채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지금 이 순간, 나를 향하고 있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대사예요. 리들리 스콧 감독, 해리슨 포드 주연.” 침착해 머큐리. 할 수 있어. 네가 어떤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프레디가 처음으로 보여준 영화였어요.”원형 스튜디오의 중앙을 가득 채운 대형 홀로그램 화면에 프레디의 사진이 떴다. 누가 로봇 아니랄까봐, 저 로봇미소는 어째 변하질 않냐. 입꼬리만 올라간 프레디 특유의 어색한 미소는 그가 최근 돌보기 시작한 7살짜리 브라이언의 환한 웃음과 대비되어 떨떠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이 돌보기는 이제 지긋지긋해. 웃기지 않아? 그게 내가 제작된 유일한 이유인데. 하지만 그 생각만 하면 유동액이 역류할 것 같아.’ 그런데 너는 아직도 그러고 있구나. 어쩌면 영원히 그래야겠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D구역 아동보호시설 아이들은 대부분 생일을 자기가 정해요. 언제인지 모르니까. 저는 프레디와 처음 만난 날이 생일이죠. 7살 생일날 밤, 프로틴 바를 하나 먹고 자려고 누워 있는데 갑자기 프레디가 그러더라구요. 우리, 나가자.” 그때 꽉 잡혔던 손목의 감각을 아직도 기억한다. 정신없이 이끌려 따라간 곳은 기숙사 옥상이었다. 프레디는 옥상 한쪽 벽에 기대 앉았다. 나도 그 옆에 쪼그려 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우리 둘뿐이었다. 여기 춥고 무서워, 나는 중얼거리며 프레디 옆에 몸을 바짝 붙였다. 프레디는 대답 없이 팔에 붙은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별안간 깜깜하던 밤하늘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눈앞을 가득 채운 별들은 금방이라도 내게 쏟아질 듯 가까웠다. 우와! 나도 모르게 입술 새로 탄성이 새어나왔다. “일곱 살짜리가 볼 건 아닌데, 그래도 볼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건 분명 반칙이었다. 이미 영화의 첫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이상, 내게 선택권 따위는 없었다. 하지만 순진했던 나는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나는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봤어.” 프레디는 영화를 보는 내내, 거의 모든 대사를 목소리까지 바꿔 가며 따라했다. 좀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 “그 모든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던 프레디의 옆얼굴. 영화 속 안드로이드 로봇의 마지막 대사를 따라하면서, 프레디는 분명 울고 있었다. 내가 로봇의 눈물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꼬맹아, 재미있었어?” 영화가 끝나자 프레디는 언제 울었냐는 듯 예의 그 쾌활하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돌아왔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미있었다, 정말로. “너 정말 별난 애다. 보통 5분 내로 지루해하던데. 끝까지 다 본 애는 네가 처음이야.” “나, 저기 갈래.” 아, 정말이지 일곱 살이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때의 나는 방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졌던 별세계에 진짜 갈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프레디가 피식 웃었다. “나도 가고 싶어. 우주로 갈 수만 있다면 없는 영혼이라도 팔겠다.” “그럼, 가자.” 나는 프레디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그래, 가자.” “언제? 언제 가?” “음….” 잠깐 말이 없던 프레디는 손가락으로 자기 머리를 툭툭, 가리켜 보였다. “여기 저장돼 있는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정말?” “그럼.” 프레디는 우주에 가려면 알아야 할 게 많으니까, 영화를 많이 봐 둬야 해. 라고 덧붙였다. 아아, 그렇구나. 일곱 살의 나는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우주를 꿈꿨던 건 그때부터였어요.” 대형 홀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얼굴이 보였다. 프레디가 영화를 보여 줄 때마다 얼빠진 표정이라고 놀렸던, 꿈꾸는 듯한 눈동자였다. “하지만 제 인생은 시작부터 지지리도 운이 없었죠. 하필 D구역에서, 자연출산으로 태어났어요. 그래도 여자로 태어날 가능성이 50%는 있었는데, 보시다시피 그마저도 저버렸죠. 그것도 모자라 세상에 나오자마자 길가에 버려져서 아동보호시설에 맡겨졌어요. 저도 알아요. 우주는 여자, 그것도 최고로 우수한 유전자들만 배양한 인공자궁에서 태어나는 A구역 여자들에게만 허락된 영역이라는 거. 하지만 기적처럼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저는 166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어요. 이번 한 번만, 제 인생에도 행운이 찾아와 주길 바라면 안 될까요?” 다음 순간, 고막을 찢을 것 같은 함성이 장내를 울렸다. 홀로그램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이름 아래 숫자가 미친 듯이 올라가고 있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투표했다고? 나는 멍하니 화면을 쳐다보았다. 그 어마어마한 숫자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지구 연방 시민 여러분, 정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석 달간 이어져 온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을 보이고 있는데요. 이제, 최후의 한 명을 밝힐 차례입니다. 지구연방 항공우주국 QUEEN에서 주최한 <남자를 위한 우주 비행 프로젝트>의 최종 탑승자는,” 사회자가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자, 일제히 야유가 쏟아졌다. 그녀는 스튜디오를 훑으며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제발. 제발. 제발! 1초가 영원처럼 느껴지는 순간, 사회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행운의 주인공은 바로 D구역이 낳은 기적의 소년, 머큐리 군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그 이후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멍멍하게 울리던 함성, 번쩍이는 플래시, 내 목에 걸린 지구 모양 메달의 무게, 대형 홀로그램 화면을 꽉 채우던 실시간 리플들, 밤하늘에 수없이 아로새겨지던 네온 폭죽들, 밖으로 튀어나올 듯 거세게 뛰던 내 심장 박동, 그런 것들이 드문드문 기억날 뿐이다. 다음날 새벽, 눈뜨기가 무섭게 최신형 AVR 세트 광고 촬영이 시작되었다. AVR 콘택트렌즈와 귀 뒤에 부착하는 센서티브 패치, 웨어러블 슈트에 AVR 워치까지, 그야말로 풀세트였다. AVR 기기를 주렁주렁 차고 침대에 누워 있자니, 실험용 생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는 괜히 몇 번 몸을 떨었다. 광고 촬영 장소는 카페였다. AVR 시스템에 접속해 장소를 설정하고 이동 버튼을 누르자, 나는 순식간에 어느 대형 체인 카페의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이동하자마자 맨 먼저 느껴진 것은 감미로운 커피 향과 갓 구워진 빵 냄새였다. 뒤이어 은은하게 흐르는 카페 안의 음악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쿠션감이 가득한 의자는 편안했고, 노란빛이 감도는 조명은 정면으로 올려다보아도 눈이 시리지 않았다. 방금 전까지 나는 자고 일어난 모양 그대로 숙소 침대에 누워 있었는데, 아니 지금도 그러고 있을 텐데, 한껏 꾸미고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있는 또 다른 나는 테이블에 세팅된 초콜릿 케이크를 포크로 우아하게 떠냈다. 촉촉한 빵과 끈적이는 초콜릿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떠낸 케이크를 입에 넣었다. “!” 쌉싸름하고 달콤한 초콜릿이 혀를 싸고돌았다. 프로틴 바만 먹고 살았던 나로서는 생전 처음 느껴 보는 맛이었다. 입속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느낌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저기, 머큐리다!” 날카로운 하이 톤의 목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몰려든 내 팬클럽 회원들이 카페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촬영감독의 미간이 확 찌푸려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게 웃어 보였다. “죄송하지만, 촬영에 조금만 협조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렇게까지 공손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데, 감독은 C구역 사람인가 보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감독의 애처로운 부탁에도 불구하고, 카페에 접속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가히 폭주 상태였다. 어느새 넓은 홀을 꽉 채우며 테이블 바로 앞까지 몰려온 그녀들은 내 몸 이곳저곳을 함부로 만지고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악! 아파!” 비명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픔도 감각이라는 걸 잊고 있었어! 최신 버전 AVR답게 머리카락이 통째로 뜯기는 아픔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 AVR 전원을 껐다. 짧은 삐 소리와 함께 다시 침대 시트와 주렁주렁 달린 AVR 세트들의 감촉이 온 몸으로 느껴졌다. 왠지 모를 한숨이 나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치고 QUEEN에 도착하자마자, 공기는 180도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는 A구역 여자들마저 극성팬으로 만든 기적의 소년이었는데, QUEEN으로 들어오는 순간 거짓말처럼 다시 D구역 머저리 남자아이가 되어 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나를 훑는 눈길들은 서늘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우주로 갈 거야. “네가 머큐리구나. 나는 이번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인 비치 박사라고 한다.” 그녀의 첫인상은 뭐랄까… A구역을 사람으로 만들면 나올 것 같은, 그야말로 ‘A구역 표준형 인간’이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탄력 있는 피부와 완벽한 몸매, 지적이면서도 단정한 인상까지. 금발 머리를 한 올도 삐져나오지 않게 틀어 올렸는데, 그 동그란 머리가 각진 은빛 유니폼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엉거주춤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7일간 여기 머물면서 우주 비행에 필요한 훈련과 검사들을 할 거야. 그리고 7일 후 우주로 출발한다. 더 궁금한 점은?” “아, 저기….” “다음 일정은 기자회견이야. 이동.” 내 말은 못 들은 건지 안 들은 건지, 비치 박사는 자기 팔목에 채워진 AVR 워치만 만지작거렸다. 나는 못 다한 말을 혀 밑에 꾹 눌러 씹은 채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벌써 세 시간이 지났는데, 기자회견은 도무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A구역마저 사로잡은 애교 한 번 보여 달라는 기자의 끈덕진 요구에 나는 마지못해 볼에 어색하게 바람을 넣었다. 욕이 나오려는 걸 꾹꾹 참고 억지로 웃어 보이느라 광대뼈가 아려왔다. 내가 생각한 인터뷰는 이런 게 아니었다. 아니, 다른 우주비행사들 인터뷰 영상에는 멋있고 프로페셔널한 질문들이 막 넘쳐나던데, 어? 그래서 어제 밤을 새서 예상 질문이랑 답변도 다 연습했는데. 왜, 왜 나한테는 피부 관리 비결이나 물어보고, 애교나 부리라는 거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 그럼 다음 질문. 자신이 QUEEN의 수석연구원이었다고 주장한 메이 박사가 공개한 영상이 오디션이 진행되는 내내 큰 이슈가 되었는데요. 머큐리 군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그게 무슨….” “잠깐,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질문입니다. 머큐리 군은 이 질문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비치 박사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 “QUEEN에서 이미 입장을 발표한 바와 같이, 문제의 영상은 논리적 근거가 1%도 없는 가십성 루머에 불과합니다. 현재 QUEEN은 이에 대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메이 박사의 영상과 관련해 매니스트(MENIST) 또한 QUEEN 측에 의혹을 제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QUEEN의 입장은 앞서 말한 바와 같으며, 따로 언급할 가치가 없는 사안입니다.” 기자들의 머리 위로 앞다투어 초록색 광선이 나타났다. 다들 실시간 기사 전송 중이구나.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다시 한 번 초록색 광선이 우수수 떠올랐다. 좋아, 완벽했어.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아무도 눈치 못 챘을 거야. 나는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AVR 검색 기능을 켰다. 메이 박사는 뭐고, 매니스트는 또 뭐야? 생전 처음 듣는 이름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D구역에는 제대로 된 미디어나 검색 장치가 하나도 없었다. 고작해야 스마트폰이니, 말 다했지 뭐. 요즘 누가 스마트폰 쓴다고. ‘메이 박사 영상’을 입력하자 사람들이 올려놓은 문제의 영상이 여기저기 떴다. 이미 모두 재생이 막힌 상태라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영상 아래 달렸던 댓글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나는 정보의 조각들을 짜 맞추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내가 실험체라는 거네?” 메이 박사의 주장은 충격적이었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QUEEN의 최종 목적은 우주 공간에서 AVR 시스템을 구현시키는 것으로,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우주는 지구와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실험체가 꼭 필요했다. 여기서부터가 문제였다. 희생당할 게 뻔한 실험체를 QUEEN의 고급인력들로 채울 수는 없었다. 실험을 진행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 또한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열린 게 ‘남자를 위한 우주비행 프로젝트’라는 거였다. 실험체도 얻고, 프로젝트에 쏟아지는 사람들의 관심에 따라 거대기업들로부터 굴러들어오는 지원금은 덤이라는 게 그녀의 결론이었다. 사람들은 댓글마다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었다. <이게 진짜일까요?> <queen에서 듯.=“” 헛소리인=“” 그냥=“” 생각에는=“” 제=“” 한다던데요?=“” 강경대응=“”> <매니스트에서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던데, 뭔가 있으니까 그러는 거 아닐까요?> 맞다. 매니스트. 저건 뭐지? 나는 다시 검색어를 입력했다. <매니스트: 여남이 평등하며 가치가 동등하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 또는 그 단체.> 백과사전에서 말하는 매니스트는 간단명료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훨씬 복잡한 댓글들이 가득했다. <여남의 권리 평등은 법으로 보장되어 있는데 웬 헛소리?> <이론과 실제는 다르죠. 모든 직업에 여남 모두 지원할 수 있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 남자가 뽑혔단 얘기 들어보셨어요? 분명히 차별은 있어요.> <여자가 가진 특성이 현대 사회에 더 적합한 걸 어쩌란 말입니까? 남자들이 가진 거라고는 육체적 힘뿐이잖아요. 요즘 세상에 로봇이 있는데 누가 그걸 남자한테 시키겠어요?> <그러니까 문제죠. 심지어 D구역에서조차 여아선호사상 때문에 남자가 태어나면 버리거나 낙태시킨다고 하더라구요. 최소한 아이들이 죽는 건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분 대화가 안 통하네. D구역 여자들이 스스로 그렇게 하겠다는 걸 우리가 무슨 수로 막아요? 당신 매니스트죠?> <아니, 그건 아닌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매니스트’라는 단어는 욕이나 마찬가지였다. 너 매니스트지? 는 상대방을 꼬리 내리게 하는 마법의 주문 같았다. 아니, 그런데 매니스트고 뭐고 간에….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분명히 알게 된 건 많은데, 정작 중요한 의문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었다. 메이 박사 영상이 사실일까? 그대로 믿기에는 너무나도 허무맹랑한 소설 같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남자, 그것도 D구역 남자니까. “에휴, 모르겠다.” 나는 AVR 워치의 전원을 꺼 버렸다. 렌즈도 빼고, 센서티브 패치도 떼고, 종일 입고 있던 슈트도 벗어던지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메이, AVR 시스템, 실험체, QUEEN, 매니스트, 여자, 남자… 방금 전까지 봤던 낱말들이 뒤죽박죽 섞여 머리 위를 떠다녔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어 몰려드는 글자들을 쫓아냈다.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졌다. 다음날 첫 번째 일정은 우주선 홍채 등록이었다. 홍채 등록은 AVR로 대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밀한 작업이기 때문에 실제 눈동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덕분에 나는 직접 우주선으로 가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내 이름을 딴 우주선, 머큐리-17473호는 모든 점검을 마치고 발사대에 설치된 상태였다.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거대한 우주선을 보자 새삼 가슴이 벅찼다. “자, 홍채가 제대로 등록됐는지 점검한다. 눈을 여기 갖다 대.” 비치 박사가 시키는 대로 홍채를 인식시키자, 육중한 우주선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정신없이 우주선 내부를 둘러보았다. 여기저기서 계기판과 레버, 버튼들이 깜박이고 있었다. “저 중앙에 있는 녹색 버튼이 출발 버튼, 그 옆에 있는 건 자동항로검색장치….” “자동항로검색장치를 아나?” “인공 지능에 등록된 우주 지도를 이용해서 목적지의 좌표를 찍으면 알아서 최단거리의 항로를 찾아주는 장치죠,” “그 위에 있는 파란색 레버는?” “수동조종레버요. 작동법도 싹 다 외웠어요. 물론 실제로 해 본 적은 없지만.” “보통이 아니군.” 비치 박사가 찌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 또한 눈을 피하지 않았다. “어디서 감히….” 비치 박사가 입을 열려는 찰나, 연구원 한 명이 그녀에게로 급하게 뛰어왔다. 그녀의 말을 듣던 비치 박사가 곧 입술을 잘근거리며 내 쪽으로 걸어왔다. “넌 일단 돌아가 있어.” 비치 박사는 그 말만 남긴 채 쌩하니 몸을 돌렸다. 하여튼 싸가지 없긴. 이번엔 또 뭐야? 나는 부지런히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매니스트, QUEEN 측에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시위 시작?” AVR 시스템을 켜자마자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아까 숙소로 올 때 주변에서 어른거리던 것들이 그럼 매니스트 회원들이었나 보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지런히 기사를 클릭했다. “뭘 보고 있는 거지?” 아뿔싸. 나는 천천히 돌아섰다. 비치 박사가 문간에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5분 내로 인터뷰실로 이동해. 긴급 기자회견이야.” “하지만….” “메이의 영상은 당연히 거짓말이야. 그래서 너한테 알리지도 않은 거고. 다만 지금 여론이 너무 뒤숭숭하니까 네가 나서서 불필요한 헛소문을 좀 멈추라는 뜻이야. 알겠니?” “….” “지금 헛소문이 돌아봤자 너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어.” 그래. 지금 헛소문이 돌아봤자 나한테 좋을 건 하나도 없지. 나는 비치 박사의 말을 떠올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저는 QUEEN과 비치 박사님을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매니스트 회원들은 근거 없는 루머에 휘둘리고 있어요. 당장 불법 시위를 멈춰야 합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기자들이 앞다투어 손을 들었다. 지켜보고 있던 비치 박사가 손을 들어 웅성거리는 장내를 정리했다. “머큐리 군의 입장 표명은 이상입니다. 기자회견을 종료하기 전에, QUEEN 측에서 준비한 영상을 이 자리에서 최초로 공개하겠습니다.” 비치 박사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버튼을 눌렀다. 심드렁하게 화면을 쳐다보던 나는 영상이 재생되자마자 튕기듯 일어섰다. “프레디!” 화면에 등장한 건 프레디의 얼굴이었다. “안녕, 머큐리. 잘 지내고 있지? 오늘이 벌써 9월 4일이야. 네 생일 이브.” 그러고 보니 내일이 내 생일인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우리는 항상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가 되면 기숙사 옥상에서 영화를 봤지.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생일에 너는 QUEEN 숙소에 있겠구나. 그곳 옥상은 어때? 보고 싶어, 머큐리.” 영상은 거기서 끝이었다. 기자들이 앞다투어 소감을 물었다.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너무 놀랍고 보고 싶다는 등의 말을 주워섬겼다. 기자들의 머리 위로 녹색 광선이 휙휙 지나갔다. 아마 실시간으로 ‘머큐리와 프레디, 감동적인 만남의 현장!’ 따위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나와 프레디의 기사가 매니스트의 시위 기사를 밀어낼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비치 박사는 꽤 만족한 얼굴이었다. “좋아. 오늘 일정은 여기서 끝이야. 쉬어도 좋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숙소로 이동했다. AVR 워치를 뽑아내듯 벗겨내 던져 버리고, 침대 위에 쪼그려 앉았다. 춥지도 않은데 몸이 덜덜 떨려왔다. 프레디와 나는, 단 한 번도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날은 9월 5일에서 9월 6일로 넘어가던 밤이었다. 그 이후로는 시도 때도 없이 영화를 봤었고, 생일이 되면 내가 영화를 보여 달라고 조르긴 했지만 시간을 정해놓은 적은 없었다. 옥상은 더더욱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처음 영화를 보던 날, 내내 옥상에서 찬바람을 맞은 내가 지독한 감기에 걸려 몇 주를 앓았기 때문에 프레디는 그 이후로 옥상이라는 말만 나와도 거부 반응을 일으켰다. 프레디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9월 4일에서 9월 5일로 넘어가는 밤, 12시가 되면 기숙사 옥상에서 영화를 봤지.’ ‘이번 생일에 너는 QUEEN의 숙소에 있겠구나.’ ‘그곳 옥상은 어때?’ ‘보고 싶어.’ 순간 머릿속에 불이 번쩍, 했다. 지금이 몇 시지? 튕기듯 일어나 AVR 워치를 켜자, 11시를 가리키는 계기판 알림음이 울렸다. 나는 알림음이 끝나기도 전에 AVR 시스템의 전원을 껐다. A구역에서 AVR 없이 움직인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실시간 위치를 노출시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나는 살금살금 숙소를 빠져나왔다. 옥상은 여기서 61층 위. 진공관에 타는 게 가장 빠르겠지만 들킬 위험이 너무 높다. 나는 계단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마 이 건물이 세워진 이래 한 번도 쓰인 적 없는 계단일 것이다. 1일 필수 운동량조차 실내 운동기구로 해결하는 A구역 사람들이 건물에 계단을 만든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하지만 D구역에서 14년을 살아온 나라면 얘기가 다르지. 나는 심호흡을 하고 계단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각오는 했지만, 61층을 걸어 올라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주저앉고 싶었지만 계단을 오르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낭비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AVR 시스템을 껐으니 지금이 몇 시인지도 알 도리가 없었다. 그저 최대한 빨리 도착하는 수밖에. 나는 얼얼한 다리를 이끌고 걸음을 재촉했다. 드디어, 옥상이었다. 나는 쓰러지듯 한쪽 벽에 기대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나 하나뿐이었다. 여기 춥고 무서워, 나는 중얼거리며 두 팔로 무릎을 감쌌다. 그 순간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열네 살짜리가 볼 건 아닌데, 그래도 볼래?” “프레디!” 조용히 해야지, 프레디가 속삭였다. 나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프레디가 씩 웃으며 팔에 붙은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깜깜하던 밤하늘이 환해짐과 동시에,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비치 박사였다. 그리고 그녀 앞에 한 사람이 등을 보이며 서 있었다. “…시위가 갈수록 커지고 있어. 이제는 머큐리 팬클럽까지 합세하고 있다고.”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그럼? 대체 이것보다 큰 문제가 뭐야?” “머큐리가 우주선 조종법을 알아. D구역 남자애 주제에 건방지게 어디서 주워들은 건지. 하도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줄 알고 뽑아놨더니, 내 발등을 내가 찍었어.” “뭐? 그럼 어쩌자고?”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머큐리가 우주선 안에서 수동조종이라도 한다면 통제할 방법이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저런 걸 우주선에 태워선 안 돼.” 영상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오늘 밤 12시에 공개될 거야.” 프레디가 말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다시 입을 연 건 프레디였다. “돌아가자, 머큐리.” 나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프레디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방금 영상 못 봤어?” “봤어.” “여기 있으면 위험해. 메이 박사의 영상은 거짓말이 아냐. 저들은 애초에 널 우주선에 태울 생각이 없어! 그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널 카메라 앞에 내세워서 이용할 뿐이지, 나중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고.” “나도 알아.” “그럼 돌아가자. 난 이런 곳에 너를 1초도 놔둘 수 없어.” “아니, 나는 안 돌아가.” “머큐리!” 프레디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프레디, D구역과 우주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뭐?” “둘 다 AVR 시스템이 안 통한다는 거야. 우주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곳이니까. 우주에 가는 길이 평등하지 않아서 문제였지. 그런데 이렇게 기회가 왔잖아. 이제 와서 스스로 이걸 포기하라고?” “머큐리, 우주에 가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아니, 내가 더 간절할지도 모르지. 너는 7년 동안 간직한 꿈이지만 나는 59년이니까.” 프레디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하지만 머큐리, 지금 네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0%에 수렴해.” “0%에 수렴한다는 말은 0%는 아니라는 말이네. 생각보다 희망적인데?” “머큐리!” “내가 우주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0%에 수렴한다면, 내가 지구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그냥 0%야. 왜 아직도 그걸 몰라?” “뭐?” “네가 영원히 아이 돌보기 로봇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나 또한 영원히 D구역 남자니까. 지구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가 있어?” “….” “아주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난 그걸 택하고 싶어.” 다시, 한동안 둘 다 말이 없었다. 이번에도 먼저 입을 연 건 프레디였다. “머큐리, 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 나랑 같이 가지 않을 거야? 나를 여기 데려다 준 매니스트 회원들이 우리가 돌아가는 걸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어.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어.” “미안해.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좋아, 머큐리. 우주에 간다 치자고. 지금 QUEEN 주위에 수십만 명이 있어. 우주선까지는 어떻게 갈 거야?” “어차피 다 AVR 홀로그램이야. CCTV에만 안 들키면 돼. 밤이고, 나는 몸집이 작으니까 잘 숨으면 눈에 안 띌 수도 있어.” “무모한 짓인 걸 알면서도 해보겠다는 거지, 결국은.” 프레디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불쑥 손을 내밀었다. “그럼, 네 AVR 세트를 나한테 줘.” “뭐?” “난 인간형 로봇이니까, AVR 착용이 가능할 거야. 그럼 너 대신 내 위치가 노출되겠지. 오래는 못 버티겠지만, 시간을 조금 더 벌어줄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프레디, 너무 위험하잖아!”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너는 하면서, 나는 하지 말라는 건 반칙 아냐?” 프레디가 내 손에서 AVR 워치를 풀었다. 이러면 안 된다고 해야 하는데, 어쩐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가 멍청히 서 있는 사이, 프레디의 손목에 내 워치가 채워졌다. 다음은 렌즈, 그 다음은 센서티브 패치, 마지막으로 내 웨어러블 슈트와 프레디의 옷까지 바뀌었다. 내가 된 프레디가, 프레디가 된 나를 보고 웃었다. “이 마당에 부담 주긴 싫지만, 이렇게 된 이상 넌 꼭 성공해야 돼.” “프레디….” 지금 울면 안 돼. 프레디의 기억 속에 그렇게 남으면 안 돼. 애써 웃어 보이려 노력하는데도 눈가가 자꾸 화끈거렸다. 프레디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머큐리, 그거 알아? 네가 이 프로젝트 지원하던 날 밤에 본 영화, 그게 내 저장 장치 속 마지막 영화였어.” 그 말을 마지막으로 프레디가 등을 돌렸다. 곧이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계단을 향해 무작정 소리쳤다. 울음 때문에 발음이 제멋대로 뭉개져 나왔다. “프레디! 나 꼭 돌아올게! 옥상, 옥상으로 올 거야! 그러니까 기다려…. 무조건 기다리고 있어야 돼!” 내 말이 들렸을까. 발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곧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숙소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홀로그램들이 크게 동요하며 일렁거렸다. 홀로그램들은 일제히 비행장 반대 방향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단으로 달렸다. 바깥은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저기 홀로그램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고, 경비로봇들이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비행장 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목에서 쇠 맛이 나더니, 나중에는 피 맛이 났다. 머큐리-17473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열 걸음만 더, 한 걸음만 더…! “홍채를 인식합니다.” 정신없이 얼굴을 갖다 대자, 경쾌한 안내 음성이 울렸다. “환영합니다! 비행사는 우주선 안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우주선 전체가 윙윙거리며 진동했다. 계기판과 레버, 버튼에 불이 깜빡였다. 머큐리-17473호는 날아오를 준비를 마치고 비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조종간으로 다가갔다. 녹색 버튼을 누르자 추진 로켓이 굉음을 내며 떨리기 시작했다. 7살 생일날 밤, 내 앞에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처럼 반짝이던 별들이 떠올랐다. 주인공 로봇을 흉내 내던 프레디의 눈물방울이 별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꿈꾸는 듯 펼쳐졌던 그 모든 것들이 지금 이 순간 우주선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과 겹쳐졌다. 얼굴에 번진 눈물을 대충 훔쳐내고, 조종석에 앉아 벨트를 채웠다. 남자, 여자, D구역, A구역, 비치 박사, QUEEN, 그리고 나를 괴롭게 했던 모든 것들. 안녕히 계세요. 나는 이제 떠날 거예요. 우주로 갈 거예요. 장미성운의 그 오묘한 빛깔을 내 눈으로 보고, 말머리성운의 머리 위를 비행할 거예요. 별의 물결이 흐르는 파로크 바다를 항해하고, 불사라 지구의 쏟아지는 운석들 사이에서 아찔한 곡예비행도 할 거예요. 이제 막 태어나는 별을 발견하면 프레디와 내 이름을 붙여줄 거고, 주어진 운명을 다하고 사라지는 별도 말없이 지켜볼 거예요. 우주에서라면 그 모든 것이 가능하죠. 나는, 그냥 머큐리일 뿐이니까. “가자, 머큐리.” 수동 조종 레버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2166년 9월 5일 01시 06분 11초, 머큐리-17473호 발사.
  •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망과 프리미엄 가치 극대화한 ‘거제 벨버디어’ 해양형 리조트 론칭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망과 프리미엄 가치 극대화한 ‘거제 벨버디어’ 해양형 리조트 론칭

    국내 최대 규모의 레저, 서비스 기업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고객의 니즈와 레저 시장의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리조트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고급화 전략을 구현한 명품화 신규 브랜드로 화려한 변신을 꾀하며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거제시에서 공사가 한참 진행중인 프리미엄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Belvedere)는 3만 4천평 부지에 연면적 2만 7천여평 규모로 총 사업비 2천 5백억원 이상을 투자해 조성중인 고급 해양 마리나 리조트 단지로 내년 7월 오픈 예정이다. 거제 벨버디어는 총 465실 규모이며, 패밀리 118실, 스위트 222실과 로얄 27실을 갖췄다. 또한 기존 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 객실 98실(르 씨엘)을 배치하였고, 야외 수영장과 해변으로 동선이 연결된 테라스 객실 28실과 상층부에 위치한 일반객실 70실로 구성했다. 119㎡(36PY형)~172㎡(52PY형)까지 5개의 객실 타입으로 구현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벨버디어에서는 바다 조망이 가능한 객실과 프라이빗 몽돌 해변, 실내·외 수영장, 최상층 스카이 풀과 고품격 스파 시설, 거제지역 최대 규모의 컨벤션센터 등 다양한 고급 시설이 갖춰진다. 뿐만 아니라 전용 마리나 시설을 갖춰 주변 관광지까지 원스톱으로 요트 투어도 가능하다. 특히 시설 내에서 휴식과 레저 활동 모두 가능한 ‘Fine Stay, Final Destination’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어 고객들이 논스톱으로 최적의 쉼과 휴양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 구성을 최적화했다. 거제 ‘벨버디어’는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전망(Beautiful Sight)’이라는 뜻이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전망’ 벨버디어(Belvedere)가 네 군데 있다. 우선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벨버디어 궁, 바로크 양식의 이 아름다운 성은 프랑스식과 이탈리아식 정원으로 유명하다.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 내에도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벨버디어 성이 자리하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주 마린카운티에도 부유층이 모여 사는 벨버디어 마을이 있다. 마지막 네 번째가 남해의 아름다운 섬 거제에 위치한 한화리조트 거제 벨버디어다. 설계에 있어서도 고객들의 시야를 고려해 전 객실 바다조망이 가능하고, 자연 그대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주변 환경을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계획했다. 낮에는 원경으로 아름다운 바다와 산의 풍광을 극대화하고, 밤에는 근경으로 테라스에서의 야경을 연출해 고객들에게 여유로운 리조트 라이프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한화리조트 문석 대표이사는 “한화리조트는 그동안의 리조트 운영 노하우를 총 동원해 기존 컨셉을 넘어서는 거제 벨버디어의 론칭으로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거제시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레저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11월 거제 벨버디어의 푸드 콘텐츠 강화를 위해 이재훈 셰프와 업무 제휴를 체결해 벨버디어 식음 브랜드 개발 등 다양한 식음 관련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일에는 거제시와 사회공헌사업 추진을 위한 민관협력 협약을 맺고 거제시의 관광자원 홍보 및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산학협력을 통한 인재육성 및 지역학교와 복지기관 교육시설 등을 사회공헌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한바 있다. 거제 벨버디어는 거가대교를 건너 10분 거리이며, 대구에서 1시간 30분, 울산에서 1시간, 진주에서 50분, 부산에서 35분 등 경상도와 전라도의 주요 거점 도시에서 이동이 편리한 접근성을 갖추고 있다. 한화리조트는 용인 베잔송, 해운대 티볼리, 설악 쏘라노에서 거제 벨버디어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거제 벨버디어 부지 인근에는 ‘르 씨엘’ 모델하우스를 오픈했다. 거제 벨버디어는 현재 분양 중에 있으며, 회원이 되면 전국 한화리조트를 회원가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규모의 온천 테마파크인 설악 워터피아와 경주 뽀로로 아쿠아 빌리지, 아쿠아플라넷(제주, 여수, 일산, 63), 제이드가든 수목원, 로얄새들 승마장, 수영장, 눈썰매장 등 한화리조트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거제 벨버디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중3 ‘스매싱 반란’…형도 언니도 쓰러졌다

    중3 ‘스매싱 반란’…형도 언니도 쓰러졌다

    ■조대성 탁구선수권 4강 진출 2회전부터 김경민·조승민 완파 8강선 ‘에이스’ 이상수도 눌러 대회 첫 남중생 단식 준결승행 결승은 못갔지만 존재감 뽐내‘중3’ 조대성(15·대광중)이 국내 최대의 ‘탁구 잔치’인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새 역사를 썼다. 조대성은 26일 대구체육관에서 대회 남자단식 8강전에서 국가대표 이상수(27·국군체육부대)를 4-3으로 제치고 4강에 진출했다. 올해로 71번째인 종합선수권대회 사상 중학생 선수가 남자단식 4강에 오른 건 처음이다. 유남규 삼성생명 감독과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남녀를 통틀면 1969년 여중 3년 때 첫 우승을 시작으로 7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이에리사에 이어 두 번째다. 비록 조대성은 4강전에서 장우진(22·미래에셋대우)에게 막혀 결승 진출이 좌절됐지만 ‘탁구 천재’로서의 존재감을 뽐냈다. 첫 경기에서 동급생인 임유노(장흥중)를 3-0으로 가볍게 제친 조대성은 2회전부터 연이어 ‘형님’들을 돌려세웠다. 그는 64강전에서 김경민(28·KGC인삼공사)을 꺾은 뒤 3회전(32강)에서는 지난해 4강에 들었던 조승민(19·삼성생명)을 3-0으로 완파했다. 7세트로 진행된 16강(4회전)에서는 ‘수비의 달인’ 이승준(25·한국수자원공사)마저 4-3으로 따돌렸다. 8강 상대는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단식 4강에 오른 세계 랭킹 10위의 대표팀 ‘에이스’ 이상수였다. 조대성은 ‘닥공’의 아이콘인 이상수를 상대로 장기인 서브와 드라이브를 앞세워 첫 세트를 11-8로 가져왔다. 그러나 2, 3세트를 내리 3-11, 6-11 큰 점수 차로 내줬다. 재역전의 자신감을 얻은 건 5세트 4-1로 앞선 상황. 4세트를 내줘 세트 2-2 균형을 허용한 이상수가 긴장한 듯 타임을 불렀고, 표정을 읽은 조대성은 매섭게 몰아붙여 5세트를 가져왔다. 한 세트를 또다시 내줘 3-3으로 맞선 마지막 7세트에서 11-5로 제압하고 4강행을 확정했다. 왼손잡이 셰이크핸더인 조대성은 8세 때 경기대 탁구 감독인 삼촌이 쥐여준 라켓을 처음 잡았다. 지난해 중학생으로는 첫 주니어대표팀에 뽑혔고, 지난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15세 이하 국제대회에서 단식과 혼합복식,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이번 대회 ‘신동’ 신유빈(청명중1)과 짝을 맞춰 혼합복식에도 나섰던 조대성은 “한 수 배운다는 마음으로 형님들과 맞섰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여자 단체전에서 포스코에너지를 3-0으로 완파하고 13년 만에 정상에 섰다. 지난해 2월부터 팀을 맡았던 유남규 감독은 첫 우승을 신고했다. 남자 단체전에서는 KGC인삼공사가 미래에셋대우를 3-2로 따돌리고 6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대구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안세영 배드민턴 태극 마크 국대 선발전 ‘7전 전승’ 조 1위 국내 2위·대학선수 잇단 격파 훈련량 많고 근성·열정 남달라 2020년 도쿄올림픽 기대주올림픽 ‘효자종목’의 위상이 추락한 위기의 배드민턴계에 모처럼 ‘신동’이 등장했다. 여중생 안세영(15·광주체중 3학년)이 주인공이다. 안세영은 지난 22~25일 전북 군산체육괸에서 열린 2018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단식에서 7전 전승으로 ‘태극 마크’를 확정했다. 25일 김예지(한국체대)를 2-0으로 완파했고, 앞서 23일에는 국내 2위인 국가대표 이장미(새마을금고)를 2-1로 격파해 파란을 일으켰다. 남녀 8명을 뽑는 단식 선발전은 A조와 B조로 나눠 풀리그로 치러졌고 각 조 1, 2위는 자동 선발된다. 안세영은 당당히 B조 1위에 올랐다. 국가대표 언니들을 연파하고 성인 대표팀에 합류한 안세영은 한국 ‘셔틀콕’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중학생이 선발전을 통해 국가대표가 된 건 처음이다. 월드스타 이용대도 중학교 때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추천 선수였다. 170㎝가 넘는 키에 몸무게 50㎏ 초반인 안세영은 성장 중이어서 기대를 더한다. 김학균 주니어 대표팀 감독은 “안세영은 올해부터 19세 이하 대회에 나가 성인 언니들과 정식 대결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선발전에도 추천으로 참가했는데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나이임에도 다양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수읽기 등 경기 운용능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근력이 약해 경기 후반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직 50%밖에 만들어지지 않은 근력을 키우고 기술을 가다듬는 게 과제라는 얘기다. 안세영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훈련량이 많고 근성이 강한 데다 자신의 경기 뒤 문자를 보내 장단점 지도를 요구하는 등 열정도 남다르다. 김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과 남편인 김동문과 혼합복식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라경민의 어린 시절보다 낫다고도 했다. 광주 풍암초교 1학년 때 처음 라켓을 쥔 안세영은 ‘막내’로 합류한 올해 아시아 주니어선수권 결승에서 결정적인 승리를 따내 한국 우승을 이끌었다. 2016~17년 연속으로 배드민턴협회 우수 표창을 받았고 올해 대한민국 여성체육대상 꿈나무상도 받았다. 광주체고에 진학 예정인 안세영은 새해 1월 2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합숙 훈련에 들어간다. 성인 대표팀을 이끄는 강경진 감독은 “아직 나이가 어려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두르지 않고 키워 2020 도쿄올림픽 기대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과학 발전이 인간 본성 선하게 만들까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과학 발전이 인간 본성 선하게 만들까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아니면 악한 것일까’라는 문제는 맹자의 성선설과 순자의 성악설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의 많은 철학자들의 연구 주제였습니다. 사실 성선설과 성악설을 비롯해 이 문제에 관한 모든 논쟁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인간은 본래 착한 성품을 타고 나는데 세파에 찌들어 악한 마음을 갖게 되는 만큼 교육을 통해 본성을 되찾도록 해 줘야 한다는 성선설과 인간의 본성은 악하기 때문에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악한 마음을 순화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영국의 철학자 존 로크는 ‘빈 서판’론을 통해 인간의 마음은 백지처럼 아무것도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뇌과학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인간 본성에 대한 연구에 뇌과학자, 진화생물학자 같은 과학자들이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진화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빈 서판’,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의 책을 통해 인간 본성의 근원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등이 극찬을 한 책이기도 합니다. 서평들을 보면 인간의 마음과 인류 문명을 탁월하게 해석한 명저라고 하지만 막상 책을 본다면 쉽게 책을 구입하거나 읽을 엄두가 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1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이기 때문입니다. ●“과학발전→소통 활발→폭력성 감소” 간단히 내용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현재보다 과거가 더 낭만적이었고 20세기가 가장 폭력적인 시대였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지만 수많은 그래프와 표, 인류 역사를 분석한 결과 폭력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고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들이 악마를 제압함으로써 평화로운 시대가 왔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핑커는 거버넌스의 변화와 과학기술의 발전 등으로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폭력성이 줄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노트르담대, 애팔래치안주립대, 위스콘신·메디슨대 인류학과 공동연구진이 “인구의 크기가 증가하면서 군대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줄어 폭력성이 줄어들게 돼 보이는 것일 뿐 인간 본성에 변화는 없다”는 연구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PNAS’ 12월 11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에는 한국계 연구자인 김남철 위스콘신·메디슨대 인류학과 교수도 참여했습니다. ●“인구증가로 군대 감소… 본성 그대로” 연구의 출발점은 “오늘날 폭력에 희생되는 사람의 비율이 낮다는 주장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실제로 연구팀은 기원전 2500년 전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295개 사회, 430건의 전투를 정밀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전체 인구규모와 군대의 규모 비율, 그리고 군대의 규모와 사상자 수를 비교분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인구 크기에 증가해 군대는 작아지고 전문화되면서 전투에서 사상자 수도 줄어든다는 말입니다. 연구팀은 100명의 성인으로 구성된 집단에서 4분의1에 해당되는 25명이 전투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1억명의 인구집단을 가진 국가에서 2500만명의 병사들을 갖는다는 것은 효율성은 물론 수송과 보급 같은 병참에서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런 불일치를 ‘비례축소’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기술과 거버넌스의 진보 덕분에 인류가 좀더 평화적이고 선한 천사로 변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물론 스티븐 핑커 교수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연구결과가 ‘인간 본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지요. 핑커 교수의 주장처럼 인간의 폭력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든지, 이번 연구결과처럼 인구증가에 따라 전쟁과 전쟁 사상자가 줄어드는 것이든지 간에 2018년에는 전쟁이나 아동폭력 같은 안 좋은 소식은 이제 그만 들리는 평화로운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dmondy@seoul.co.kr
  • [백승종의 역사 산책] 성호 이익, ‘분배의 정의’를 주장하다!

    [백승종의 역사 산책] 성호 이익, ‘분배의 정의’를 주장하다!

    조선 후기 사회는 짙은 어둠에 갇혀 있었다. 실학자 성호 이익은 당시의 안타까운 사정을 ‘생재’(生財)라는 글로 표현하였다(‘성호사설’, 제8권). 가장 큰 문제는 놀고먹는 양반이 많았다는 점이다. 이는 ‘벌열’(閥閱)을 숭상하는 사회 분위기와 관계가 깊었다. “높은 벼슬을 한 이가 나오면, 그의 친척들은 농기구를 모두 내버린다.” 조금 과장된 말일 테지만, 출세한 일가붙이에게 얹혀 사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그 당시 기득권층은 노비들의 노동력에 의존해 살았다. “자신은 문관도 무관도 아니며, 가까운 조상들도 벼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노비들 덕분에 여유롭게 산다.” 노비의 ‘세전’(世傳)은 이웃 나라에 없는 폐습이었다. 양반들의 노동 혐오는 도를 넘었다. “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비방하며 혼인도 기피한다.” 이런 사회라면 산업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늘날 역사가들은 조선 후기에 농업이 발달하고 상공업도 활기를 띠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대의 실학자 이익은 전혀 다른 주장을 폈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사회현상이란 대단히 복잡다단한 것이라서 어느 한쪽만 옳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쨌거나 여기서는 이익의 주장을 경청해 보자. 그의 전언에 따르면 17~18세기 조선사회는 부정부패가 매우 심했다. “국가로부터 녹봉을 받는 사람도 그것으로는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아전들에게는 아예 녹봉 자체가 없다. 따라서 관리는 누구나 뇌물을 먹고 산다. 이것은 결국 백성들에게서 빼앗은 것이다. 이리하여 백성들의 힘은 고갈되고 말았다.” 이익의 눈에 비친 조선의 백성들은 가련한 존재였다. “백성들은 살 의욕마저 잃어버렸다. 그들은 이제 농사일에 힘쓰지 않는다.” 이익의 판단에 따르면 당시 조선은 “천하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민생을 구제하고자 이익은 고뇌하였다. 궁여지책으로 그는 화폐를 폐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돈은 탐관오리들에게나 편리한 수단이다. (부자들이) 사치를 부리는 데 편리한 것이다. 화폐는 도둑들에게나 편리할 뿐 농민들에게는 불편하다.” 상업의 발전과 유통의 증가가 민생을 해친다는 것. 이것이 이익의 생각이었다. “요즘 시골에 시장의 숫자가 자꾸만 늘어난다. 사방 수십 리에 장이 서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다. 그러나 시장은 놀고먹는 이들에게만 이익이 된다.”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실학자 이익, 그는 시장의 규모를 축소하는 편이 민생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천만 뜻밖의 일이 아닌가. 이익은 시장의 기능을 국한해 최소한의 생활필수품만 거래하는 장소로 만들고자 했다. 그는 경제 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그럼, 도탄에 빠진 민생을 살리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백성을 해치거나 겁탈하지 말라. 그들이 죽음의 길에서 벗어나 살길을 찾게 하자.” 이익은 사회 정의의 구현이 시급한 과제라고 단언했다. “모든 농토를 권력자들이 차지했다. 그들이 농토를 빼앗아 버렸기 때문에 백성들은 죽어라 일해도 살 수가 없다. 소작료를 내고 나면 소득이 반으로 줄고, 거기다 각종 세금을 제하고 나면 농민의 몫은 수확량의 4분의1뿐이다.” 백성들은 땀 흘려 거둔 곡식을 “원수들에게 갖다 바치는 꼴”이 됐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호 이익은 ‘분배의 정의’를 주장했다. 그는 영국의 J 로크나 J 밀과 유사한 ‘고전적 자유주의자’였다고 할까.
  • 완벽한 프러포즈 위한 스마트폰 케이스 개발

    완벽한 프러포즈 위한 스마트폰 케이스 개발

    영화나 드라마처럼 완벽한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해 스마트폰 케이스가 등장했다. 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국 뉴욕 출신의 제임스 앰블러(37)와 키스 글릭맨(29)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반지 숨김용 스마트폰 케이스 ‘로크쇽’(RokShok)을 소개했다. 우리 돈으로 약 4만6000원에 판매 중인 폰케이스에는 반지를 보관할 수 있는 특별한 홀더가 장착돼 있다. 케이스 뒤쪽을 열면 반지 거치대가 자연스럽게 위쪽으로 올라온다. 특히 수직으로 선 반지가 스마트폰 카메라 정면에 있어 반지를 받는 사람의 반응도 함께 포착할 수 있다. 또 실시간으로 전 세계 친구와 가족들에게 프러포즈의 순간을 전할 수 있다. 공동 경영자 제임스는 “우리 제품은 ‘현대화된 반지함’이다. 기존의 반지함은 너무 커서 숨기기 힘든 반면 로크쇽의 슬림한 디자인은 반지를 감췄다가 상대방의 의심을 사지 않고 적절한 때에 건네줄 수 있도록 돕는다"면서 "로크쇽과 함께라면 청혼을 망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타인의 도움 없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즉시 찍어 공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지언론이 공개한 2015년 통계를 보면, 청혼받은 여성의 57%, 청혼한 남성 41%가 프러포즈 후 약혼반지 사진을 페이스북에 즉시 게시하는 편이며, 커플 79% 이상이 소셜 미디어로 자신들의 약혼 소식을알린다. 제임스는 “반지 상자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많은 밀레니얼 세대들은 프러포즈 경험을 즉석에서 남기길 바란다"면서 "이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공포영화 제작 신흥강자 ‘블룸하우스’… ‘무서운 돌풍’ 비밀은

    공포영화 제작 신흥강자 ‘블룸하우스’… ‘무서운 돌풍’ 비밀은

    공포 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 제작사들은 한둘이 아니다. 멀게는 드라큘라, 미라,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등 몬스터들을 앞세워 1930~40년대를 선도했던 유니버설과 해머(영국)에서부터 가깝게는 1980년대 ‘나이트메어’ 시리즈로 급부상한 뉴라인 시네마, 1990~2000년대 ‘헬레이저’와 ‘스크림’ 시리즈로 입지를 다진 디멘션 필름 등이 있다. 요즘 단연 돋보이는 스튜디오는 신흥 명가로 급부상한 블룸하우스다.설립된 지 십수 년에 불과한 회사가 역대 공포 영화 흥행(북미 시장 기준) 톱 10에 ‘겟 아웃’(3위), ‘파라노말 액티비티’(6위), ‘파라노말 액티비티3’(8위) 세 편을 올려놓으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것’(1위), ‘컨저링’(5위), ‘컨저링2’(10위)를 진입시킨 뉴라인 시네마와 동률.블룸하우스는 적은 예산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극복해 대박을 터뜨리는 것으로 더 유명한 스튜디오다. 2009년 단돈 1만 5000달러(약 1650만원)로 만든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전 세계적으로 1억 9440만 달러(약 2150억원)를 벌어들이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이후 ‘위자’, ‘퍼지’, ‘인시디어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전 세계에서 거둬들인 수익이 25억 달러(약 2조 7000억원)를 넘어서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승승장구하던 블룸하우스 작품들이 국내에서 빛을 발한 것은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경우 국내에서는 40만명 동원에 만족해야 했다. ‘인시디어스’ 등 또 다른 프랜차이즈 시리즈들도 모두 고만고만한 성적을 거뒀고 2015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관계 맺기에 공포를 접목시키며 기대를 모았던 ‘언프렌디드’도 22만명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다가 올해 초 M 나이트 시아말란이 연출한 ‘23아이덴티티’가 167만명을 끌어모으더니 백인 중심 사회에서 흑인들이 느끼는 공포감을 비튼 ‘겟 아웃’이 213만명을 동원하며 잭팟을 터뜨렸다. 지난주 개봉해 첫날 박스오피스 3위에 머물렀던 ‘해피데스데이’도 블록버스터 ‘토르: 라그나로크’ 등을 제치고 1위로 역주행하는 등 2주 만에 누적 관객 100만명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블룸하우스의 공포물은 흥행’이라는 공식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 ‘스크림’ 같은 틴에이지 공포물에 시간 반복의 타임 루프 설정을 입힌 ‘해피데스데이’의 경우 예매 관객 중 10대와 20대 비중이 70%에 이른다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영화사 하늘의 김종욱 실장은 “블룸하우스 작품들의 선전은 신선함과 독창적 기획력,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장르 파괴와 예측 불가능한 스토리 등 공포물에 대한 기존 상식을 뒤집는 점이 요즘 젊은 관객들의 성향과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블룸하우스가 오로지 공포물에만 천착하는 것은 아니다. 2015년 초 국내에서 아트버스터(흥행에 성공한 예술영화) 바람을 일으키며 158만명을 동원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출세작 ‘위플래쉬’도 블룸하우스의 작품이다. 내년에는 대형 프로젝트도 기다리고 있다. 호러 거장 중 한 명인 존 카펜터와 손잡고 ‘할로윈’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할로윈’은 ‘13일의 금요일’과 함께 1980년대를 풍미했던 슬래셔 무비(미치광이 살인마가 난도질하는 영화)의 양대 산맥이다. 지금까지 10편이 만들어졌다. 대형 프랜차이즈와 신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블룸하우스의 결합이 어떤 시너지를 빚어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할 수 있다는 주문 외워 봐” 정현, 꿈나무에 ‘비법’ 전수

    “할 수 있다는 주문 외워 봐” 정현, 꿈나무에 ‘비법’ 전수

    “경기 중에 긴장될 땐 어떻게 해요?”. “그럴 땐 말이지, 주문을 외운단다. ‘난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이렇게 말이지.”●테니스 유망주 일일 강사로 기술 전수·문답 정현(21)이 17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국체육대 실내코트에서 의류업체 라코스테 주최로 열린 레슨 프로그램에서 ‘정현 키즈’의 일일 강사로 변신해 라켓을 쥐는 법부터 백핸드 스트로크를 잘 치는 법 등을 일일이 가르쳤다. 최근 21세 이하 세계랭킹 상위권 8명을 모아 치른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에서 우승한 그는 꼬리를 물고 이어진 질문에 거르지 않고 대답했다. ●“질 때도 기회 노려… 못 잡으면 상대에 박수 쳐” “양치를 여섯 번 하면 경기 들어갈 때 마음이 편해진다“고 공개한 정현은 “지고 있을 때 마음이 어때요“라고 묻자 “끝날 때까지 한 번의 기회는 오지 않겠니. 기회를 잡으면 경기를 이어 가는 것이고 기회를 잡지 못하면 상대에게 박수를 쳐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에서 졌을 땐 마음이 어때요”라는 질문엔 “솔직히 빨리 집에 가서 잠을 자고 싶어지기도 하고, 더이상 치기 싫은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 하지만 1년 내내 새로운 경기가 있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하루 쉬고 새로운 마음으로 준비하려고 노력해”라고 답했다. ●“그랜드슬램 대회 입상이 최종 목표” 한 시간 남짓 레슨을 마친 정현은 “내년엔 부상 없이 시즌을 보내고 싶다. 올해 (라파엘 나달 같은) 톱 선수들과 경기를 했지만 이긴 적은 없다. 하지만 내년엔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제 테니스 인생의 최종 목표는 그랜드슬램 대회 시상대에 오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제 다음 목표를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중앙박물관 26일까지 ‘왕이 사랑한 보물’전

    중앙박물관 26일까지 ‘왕이 사랑한 보물’전

    국립중앙박물관은 ‘왕이 사랑한 보물-독일 드레스덴박물관연합 명품전’을 오는 26일까지 연다. 18세기 유럽 바로크 왕실 문화의 정수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국립광주박물관, 드레스덴박물관연합과 함께 공동 주최한 이번 전시는 그린볼트박물관, 무기박물관, 도자기박물관 등의 소장품 130점이 선을 보인다. ‘강건왕’ 아우구스투스(1670~1733)가 수집한 예술품을 비롯해, 당대 최고의 장인이 만든 귀금속 공예품, 유럽 최초로 발명된 마이센 도자기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정밀극세 사진을 이용한 연출 기법도 도입했다. 전시되지 않은 작품도 세밀한 대형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작센 주 관광청의 볼프강 개르트너 이사는 “2차대전 당시 지어진 건축물과 수집된 예술품들로 가득찬 작센의 문화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작센주는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예술 도시다. 작센주에서만 무려 4000여 개의 기념 건축물들을 만날 수 있다. ‘왕이 사랑한 보물’전은 중앙박물관에 이어 내년 4월 8일까지 국립광주박물관에서 계속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영화 ‘해피데스데이’ 역주행

    영화 ‘해피데스데이’ 역주행

    제작비 480만 달러(약 53억원)에 불과한 ‘해피데스데이’가 국내 극장가에서 제작비 1억 8000만 달러(약 2012억원)에 달하는 ‘토르: 라그나로크’(이하 토르3)를 제치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깜짝 역주행을 연출했다.14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해피데스데이’는 5만 167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토르3’(4만 1195명)를 밀어내고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지난 8일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한 이 작품은 기존 개봉작 ‘부라더’와 하루 늦게 개봉한 ‘미옥’을 차례차례 제치고 스크린 수를 500개 이상으로 늘렸다. 누적 관객은 55만 6916명이다. ‘해피데스데이’는 자신의 생일날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목숨을 잃는 하루가 반복되는 여대생이 어떻게 해서든 죽음을 피하려고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으로 대표되는 전형적인 ‘틴에이지 슬래셔 무비’에 시간 반복의 타임 루프 설정과 유머까지 섞여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북미 시장에서만 제작비의 열 배, 전 세계 시장에서 스무 배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국내 개봉해 213만명을 동원한 색다른 공포물 ‘겟 아웃’을 만든 호러 영화의 명가 블룸하우스의 작품이다. 관람 등급을 15세에 맞추며 청소년 관객층을 겨냥한 이 작품이 기세를 이어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곧 ‘저스티스리그’(제작비 3억 달러)라는 또 다른 골리앗과 마주하게 되는 것은 악재,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극장가로 몰려드는 것은 호재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정숙 여사, 필리핀 성당서 기도 “교민 안전 위해”

    김정숙 여사, 필리핀 성당서 기도 “교민 안전 위해”

    김정숙 여사는 13일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을 찾아 교민 안전을 기원했다.청와대는 14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오후 김 여사가 필리핀 마닐라의 세인트 어거스틴(Saint Augustine) 성당을 찾아 기도하는 사진을 올렸다. 청와대는 “김 여사가 어제 마닐라 숙소 인근 성당을 방문해 동남아시아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의 안전을 위하여 기도드렸다”고 설명했다. 1607년 건축된 세인트 어거스틴 성당은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최초의 석조 건물로 마닐라의 상징적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문 대통령의 천주교 세례명은 ‘티모테오’, 김 여사의 세례명은 ‘골룸바’다. 문 대통령 내외는 지난해 1월 서울 홍은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에는 홍제동 성당에 다녔다. 김 여사는 지난 12일 문 대통령과 함께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창설 50주년 갈라 만찬에 참석하는 등 이번 순방기간 영부인으로서 내조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다양한 장르의 대결… 이게 ‘진짜 음악’

    다양한 장르의 대결… 이게 ‘진짜 음악’

    엠넷(Mnet)이 달라졌다. 과감한 편집과 빠른 전개, 극도의 서바이벌 경연으로 ‘악마의 편집’이라는 오명까지 썼던 엠넷이 음악의 본연으로 돌아오겠다며 ‘다양성’에 방점을 찍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 ‘더 마스터’를 새롭게 내놓았다. ‘음악의 공존’이라는 부제로 시작한 ‘더 마스터’는 밴드, 트로트 등 대중음악부터 뮤지컬, 클래식, 국악, 재즈까지 한 무대에 올려놓았다.지난 10일 첫 방송에서는 첫 번째 경연자로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선혜가 무대에 올랐다. 이날 제시된 주제는 ‘운명’이었다. 바로크 시대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의 ‘울게 하소서’ 아리아가 임선혜의 입술에서 고요히 흘러나왔다. 종지부에서 화려한 고음의 카덴차(즉흥적이고 화려한 기교)가 관객을 압도하자 객석에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음악이 이어지는 6분 14초 동안 중간에 인터뷰 영상이 끼어드는 식의 교차 편집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자막도 곡 소개 외에는 거의 볼 수 없었다.이어 최백호가 1960년대 나온 이미자의 노래 ‘아씨’를,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 들국화 1집 ‘그것만이 내 세상’과 뮤지컬 넘버 ‘메모리’(캣츠)를 편곡해 차례로 불렀다. ‘사랑일 뿐이야’를 열창한 이승환과 밴드는 후반부에 세월호를 기리는 4·16 합창단을 등장시켜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명창 장문희는 판소리 ‘춘향가’의 소리 대목 중 하나인 ‘천지삼겨’를 부르며 현대 음악을 반주로 깔았고 재즈 가수 윤희정은 빅밴드와 함께 ‘세노야’를 차례로 선보였다.이미 입지가 탄탄한 가수들이 나와 노래 경연을 펼치는 ‘나는 가수다’(MBC)가 있었고 비주류로 간주되던 크로스오버 음악을 경연 프로그램에 끌어와 흥행한 ‘팬텀싱어’(JTBC)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장르에서 분야별 마스터들이 나와 자존심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새롭다. 이를 기획, 제작한 신정수 PD는 기자간담회에서 “‘더 마스터’가 차별화될 수 있는 부분은 음악의 진정성”이라며 “클래식, 국악, 재즈 역시 시청자 수요가 분명 있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시청자들에게 똑같이 줄 때 우리 음악과 문화 수준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음악 장르의 대결이라는 이번 콘셉트는 편중화된 음악 산업에 대한 자성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엠넷은 지난 10년간 ‘슈퍼스타K’, ‘쇼미 더 머니’, ‘프로듀스 101’ 등을 통해 음악 프로그램의 새로운 장을 열어왔지만, 한편으로는 대중음악 시장을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편중되게 만든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최근에는 비주류 장르와 결합을 시도하며 외연을 넓히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흥행면에서 그닥 빛을 보진 못했지만 지난해 ‘판스틸러-국악의 역습’에서는 국악과 대중음악의 크로스오버를 시도하기도 했다. 신 PD는 “엠넷이 장사가 잘되는 음식만 만들어 판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음악채널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살려 더 깊고, 더 넓은 음악을 보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하자는 얘기를 꾸준히 해 왔다”고 덧붙였다. ‘더 마스터’의 첫회 시청률은 1.4%(닐슨코리아, 유료 플랫폼 기준). 흥행을 장담하기엔 다소 미흡하다. 탈락자 없이 1위(그랜드 마스터)만을 뽑는 시스템이다 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면도 있었다. 화려한 오케스트라나 밴드, 군무 없이 오로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건 최백호의 트로트나 장문희의 판소리는 상대적으로 풍성함이 덜해 보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부 교수는 “다양한 장르로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시도는 좋지만 국악과 대중음악을 같은 선상에 놓고 우위를 정하는 방식이 음악 자체의 감동을 전달하기엔 한계가 있다”며 “경연의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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