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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병무청에 ‘산업기능요원 배정인원 확대’ 건의

    창원시, 병무청에 ‘산업기능요원 배정인원 확대’ 건의

    경남 창원시는 8일 창원시청을 방문한 모종화 병무청장에게 ‘산업기능요원 배정인원 확대’를 건의했다고 밝혔다.산업기능요원 제도는 병역의무자에게 군 복무와 취업을 동시에 해결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생산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안정적인 인력지원으로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인구감소에 따른 병역자원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병역대체복무제도를 개선해 산업기능요원 배정인원을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4000명에서 3200명으로 800명을 줄이기로 했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이날 모 병무청장에게 “코로나19 사태 등 대내외 리스크로 지역 제조업체 경기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으로 중소기업 인력난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산업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허 시장은 “정부에서 산업기능요원을 감축하는 것은 중소기업 인력난과 기술·기능을 보유한 우수한 젊은 인력 확보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이다”고 산업기능요원 감축에 따른 우려를 전달했다. 창원시에 따르면 창원지역 공장등록 제조기업 4769개 가운데 중소기업이 4714개로 98.8% 차지한다. 국가지정 방산업체 전국 92개사 가운데 21%인 20개사가 창원에 있다. 시는 창원상공회의소가 지역 병역지정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94.7% 업체가 산업기능요원 규모를 현행으로 유지하거나 확대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허 시장은 “코로나19 등 전례없는 지역경제 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중소기업 인력난 해소와 안정적인 기업경영을 위해서 창원 병역지정업체에 산업기능요원 배정인원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모 병무청장은 “병역지정업체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으며, 인력이 필요한 업체에는 보충역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모종화 청장은 경남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장을 방문해 사전 선별소 등을 점검하고 해군교육사령부를 방문해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입영하는 장정들을 격려했다. 병역지정업체인 창원지역 대신금속㈜을 방문해 복무 중인 산업기능요원들로 부터 애로·건의사항을 들었다. 창원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안양시, 빅데이터 분석·융합으로 과학 행정 추진

    안양시, 빅데이터 분석·융합으로 과학 행정 추진

    경기도 안양시가 스마트한 시정의 원천인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활용한 과학 행정에 나선다. 시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기반의 모니터링으로 데이터를 수집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시는 주거생활 필수 시설인 수도사용량 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원격검침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는 데이터 이상패턴을 감지해 현장에 가지 않고도 누수발생 상황을 예측해 수자원 낭비를 방지할 수 있다. 일정기간 수도사용량을 분석, 사회적 약자인 홀로 사는 노인 위급상황을 감지, 대처해 데이터 가치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조명, 조도를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가로등’ 원격제어시스템도 마련했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고장 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스마트가로등은 통행량을 분석해 시간대별 가로등 원격제어가 가능해 에너지 절약에도 효과적이다. 골목을 밝히는 단순 기능에 그치지 않는다. 1인 여성가구, 사고발생지역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취약지역을 찾아내고 방범용 폐쇄회로(CC)TV와 연계해 범죄를 예방한다. 버스정류장 등에 미세먼지 측정 IoT 센서를 설치해 ‘미세먼지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 시스템은 미세먼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수집해 농도 데이터에 따른 도로청소차량의 최적운행 경로제공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통행량, 기후, 녹지 등 주변환경 데이터 간 융합분석을 통해 미세먼지 발생원을 점검하고, 녹화계획 등 세부적인 맞춤형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 시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수집한 12종 데이터를 활용해 미세먼지 측정 IoT센서 설치 우선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전기료·국세 감면해 달라” 30개 경제단체들 건의문

    “전기료·국세 감면해 달라” 30개 경제단체들 건의문

    국내 30개 경제단체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맞아 기업의 국세, 지방세, 전기료 등을 최대한 유예 또는 감면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제단체협의회 소속 30개 경제단체는 27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 극복과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국가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경제단체 건의’를 채택했다. 이들은 경영상황이 정상화될 때까지 고정비 지출 부담이 완화되도록 국세, 지방세, 사회보험료, 전기·시설사용료를 최대한 유예 또는 감면해 달라고 요구했다. 세계 경제위기가 상당 기간 더 지속돼도 기업이 버틸 수 있도록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추가 유동성 지원을 실효성 있게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또한 경제·고용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가 가동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일감이 급감한 상황에서 기업 노력만으로는 막대한 고용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정부 지원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노동계도 고통분담에 대승적으로 협조해 주길 기대했다. 주52시간제 보완제도인 탄력근로제와 연구개발(R&D) 분야 선택근로제의 유연성 확대를 조기 입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건의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외국기업협회 등이 동참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포토] ‘흘러내린 끈’ 티파니 영의 일상

    [포토] ‘흘러내린 끈’ 티파니 영의 일상

    미국에서 솔로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 티파니 영이 싱그러운 초여름 날씨가 느껴지는 사진으로 근황을 전했다. 티파니는 27일 자신의 SNS에 “독서, 로제(와인), 휴식, 반복(read, rose, relax, repeat)”이라는 글과 함께 한 손엔 책을, 한 손엔 로제와인을 든 모습을 공개했다. 나뭇잎 사이를 비쳐드는 빛그림자와 눈부시게 하얀 티파니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 티파니는 지난해 10월 ‘런 포 유어 라이프(Run For Your Life)’를 발매했다. 스포츠서울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국박서 만난 이집트 유물(하)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국박서 만난 이집트 유물(하)

    이집트인들은 미라 제작 과정에서 시신의 장기들을 모두 제거했지만 심장만큼은 남겨 두었다. 이것은 고대 이집트인들이 심장을 한 개인의 정수가 담겨 있는 기관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사자의 서’에서 묘사하고 있는 ‘심장 무게 달기’는 한 개인의 생애를 평가하기에 적절한 조사 방법이라 할 만하다.그런데 이집트인들은 심장이 심판 과정에서 주인의 의사에 반해 주인이 숨기고 싶은 잘못에 대해 떠드는 불상사도 우려했던 것 같다. 그런 심장의 일탈을 막고자 이집트인들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냈는데, 미라를 만들 때 심장의 위치에 부적을 올려 놓아서 심장이 입을 열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개똥벌레 모양의 부적을 ‘심장 스카라베’라고 부른다. 이 ‘심장 스카라베’는 재생과 생명 등을 상징하는 케프리를 묘사한 일반적인 스카라베들보다 좀더 크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된 심장 스카라베는 아랫부분이 금박으로 된 화려한 것이다. 문자 섹션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는 로제타스톤에 관한 영상물을 볼 수가 있다. 이름이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로제타스톤은 프톨레마이오스 5세의 칙령을 기록하기 위해서 기원전 196년에 만들어진 비석이다. 이 비석은 기록된 내용보다는 기록에 사용된 ‘언어·문자들’ 때문에 특별하다. 비석에는 같은 내용의 칙령이 3개의 서로 다른 언어·문자로 기록돼 있다. 가장 위에는 보통은 상형문자로 불리는 고대 이집트의 신성문자가 쓰여 있고 그 아래 역시 고대 이집트의 문자이지만 형태는 필기체이고 언어적으로도 신성문자를 기록한 언어와는 좀 다른 데모틱(Demotic)이 쓰여 있다. 맨 아래에 기록된 언어·문자는 고대 그리스어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로제타스톤은 1822년 샹폴리옹이 고대 이집트 언어를 최초로 해독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샹폴리옹은 고대 그리스어와, 고대 이집트어와 어원적으로 관계가 있는 중동 지역 언어들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해독에 성공했다. 특히 그의 탁월성은 오래도록 ‘표의문자’로만 여겨졌던 신성문자에도 ‘표음문자’의 속성이 있을 것이라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타났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되는 문자섹션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서기상’이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형태의 서기상은 고왕국 시대부터 등장했다. 전시물은 중왕국 12왕조 시기로 크기는 비교적 작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나 카이로의 이집트 박물관에서는 훨씬 더 큰 크기에 채색도 훌륭하게 보존된 고왕국 시대 서기상을 만날 수 있다. 보통의 서기상들은 실제로 펜을 들고 무엇인가를 쓰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의 서기상은 허리춤에 필기도구를 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기의 무릎 부분에는 일련의 문자들이 쓰여 있는데, 이는 망자를 위해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관용적인 제문이다. 이 서기상의 건너편 벽면에 전시되고 있는 한 부조에서도 양반다리를 한 서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양각 부조는 25~26왕조 시대의 것으로, 앞서서 봤던 중왕국 시대의 서기상과는 1300~1200년가량 차이가 나고, 다른 박물관의 고왕국 시대 서기상들과는 무려 1800~1700년가량 차이가 난다. 이처럼 고대 이집트 문명은 특정한 문화적 요소가 오래도록 유사한 모습으로 지속되는, 문화적 내구성이 매우 강한 문명이었다. 서기의 좌측 상단에는 보통은 ‘세쉬’라고 읽는 서기를 뜻하는 단어가 쓰여져 있다. 이 글자는 팔레트와 안료를 담는 주머니, 갈대로 만들어진 펜을 담는 통 등 서기들이 사용하는 필기도구들의 모양을 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휴관에 들어갔던 국립중앙박물관이 다시 문을 열었다. 비록 완전한 개관은 아니어서 사전 예약을 해야만 관람할 수 있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답답해져 있을 이즈음 수천 년 전의 시공간으로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어떨까. 국립중앙박물관이 있는 서울 이촌까지 가는 길이 멀다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수천 년 전의 시공간이니 그 여정은 충분히 값질 듯하다.
  • 고용부 노동시간 단축 정착지원 사업 공모

    고용부 노동시간 단축 정착지원 사업 공모

    고용노동부는 주 52시간제 준수를 위해 모범적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중소기업을 뽑아 장려금을 주는 ‘노동시간 단축 정착 지원사업’을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이 사업은 올해 1월 주 52시간제가 적용된 50∼299인 기업과 내년 7월 적용되는 5∼49인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2018년 3월 이후 노동시간 단축 조치를 하고, 주 52시간 넘게 일했던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줄인 기업이 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다. 노동시간 관리 개선, 정시 퇴근 문화 확산, 탄력근로제 도입 등 기업 사정에 맞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인 게 확인돼야 한다. 모범 사례로 선정된 기업은 노동시간을 주 52시간 이내로 단축한 노동자 1인당 월 20만원씩 6개월 동안 장려금을 지급받게 된다. 기업 1곳당 최대 50명의 노동자에 해당하는 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장려금 신청은 다음 달 1∼30일 접수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고용부 노동시간 단축 웹사이트(http://www.moel.go.kr/52-hour.do)에서 볼 수 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필승의 방법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집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필승의 방법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요즘 집에서 요리하는 사진과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눈에 띈다. 요리법을 알려 주는 유튜브 콘텐츠 조회수가 연일 상승 중이고 온라인 장보기 이용자도 늘었다. 외출을 삼가야 해 벌어진 풍경이다.또래의 사람들, 특히 남자들이 집에서 도전하고 싶어 하는 요리는 스테이크다. 태곳적 사냥하고 고기 굽는 일은 남자의 영역이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일까. 고기를 굽는 건 의외로 세심함이 요구되는 일이다. 특별히 남자가 고기를 더 잘 구울 것이라는 생물학적 근거는 없다. 다만 고기를 뒤집는 몇 가지 사소한 일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요리를 했다’는 성취감과 잘 구운 고기를 통한 만족감이 기꺼이 남자들에게 집게를 들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스테이크 잘 굽는 법을 검색하면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진다. 유튜브만 봐도 수천, 수백 건의 ‘스테이크 굽는 법’이 검색된다. 유명 셰프부터 고기 좀 구워 봤다는 고등학생까지 저마다 노하우를 쏟아 낸다. 수많은 스테이크 전문가의 조언을 관통하는 핵심은 하나, 바로 ‘온도와의 치열한 싸움’이다. 스테이크를 굽는 방식은 가스불 위 팬에서 굽는 ‘팬 프라잉’, 숯 위 그릴에서 굽는 ‘그릴링’이 가장 기본이다. 아마도 당신이 집에서 고기를 굽는다면 팬 프라잉을, 야외라면 그릴링을 시도할 것이다. 온도와의 싸움을 하기 전에 먼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적을 알기 전에 나부터 알아야 승리하는 법. 내가 가진 자원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온도와의 싸움에서 필승하는 방법은 먼저 좋은 무기를 구하는 일이다. 스테이크의 성공 여부는 크게 두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먼저 고기의 겉면에 가능한 한 강한 열로 빠르게 마야르 반응을 일으켜 먹기 좋은 갈색으로 바꿔 놓는, 이른바 시어링이다. 강한 열을 지속적으로 고기에 가해 시어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효과적인 시어링을 위해선 최대한 뜨거운 열원이 필요하다. 집에 얇은 저가 코팅팬만 있다면 시어링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렵다. 적어도 두꺼운 스테인리스팬이나 무쇠로 만든 주물팬 정도는 있어야 레스토랑에서 봄 직한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얻을 수 있다. 팬에서 열을 충분히 기대할 수 없다면 기름을 자작하게 부어 튀기듯 굽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시어링을 하기 전에 고기의 두께를 체크해야 한다. 고기가 너무 두꺼우면 속이 제대로 익는 데 시간과 노력이 꽤 걸린다. 너무 얇으면 시어링을 하다가 속이 너무 익어 버릴 수 있다. 적정 두께는 갖고 있는 팬에 따라 달라진다. 무쇠팬이라면 상관없지만 얇은 코팅팬이라면 두껍지 않은 고기를 사는 편이 낫다. 만약 오븐이 있다면 팬이 얇아도 두꺼운 고기 속을 안전하게 고루 익혀 줄 수 있다. 시어링을 잘했다고 전투가 끝난 건 아니다. 1㎝ 미만의 얇은 고기라면 시어링을 하는 동안 속도 점차 익어 먹기 좋은 상태가 됐겠지만 3~5㎝ 두께라면 겉이 탄 것 같은 갈색을 띠더라도 속은 거의 익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보다 열이 속까지 침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자, 이제 두 번째 필승의 장비가 필요하다. 바로 고기 온도계다. 기다란 침으로 고기를 찔러 내부의 온도를 확인하는 도구다. 숙련된 요리사는 만져만 봐도 속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데, 이건 스테이크를 적어도 50번 이상 구워 본 경험이 있어야 가능한 기술이다. 속이 촉촉한 선홍빛 미디엄 레어를 먹고 싶다면 고기 속 온도를 50도 정도로 만들어 줘야 한다. 오븐이 있다면 가장 편리하다. 160도든 180도든 큰 차이는 없다. 오븐 한가운데 고기를 두고 속 온도가 50도에 다다랐을 때 꺼내면 끝이다. 오븐이 없다면 팬 위에서 온도를 더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바로 ‘아로제’라는 기술이다. 뜨거운 버터나 오일을 숟가락으로 퍼서 고기 위에 반복적으로 끼얹어 주는 장면, 본 적 있지 않은가. 고기 위아래에 열을 고루 전달해 오븐 속에 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이런 아로제나, 같은 시간 동안 스테이크 양면에 열을 가하는 방식은 오븐의 대체법이다. 속을 적정 온도로 익혔다고 해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금방이라도 칼질해 고기 맛을 보고 싶겠지만 잠시 다른 그릇에 올려놓고 3~5분간 잠시 휴식을 시켜 줘야 한다. 접시가 육즙으로 흥건해지고, 육즙 빠진 고기를 먹고 싶지 않다면 ‘레스팅’이 반드시 필요하다. 레스팅 과정에서 내부 온도는 조금 더 올라가 먹기 딱 좋은 상태가 된다. 복잡해 보이지만 몇 번 하다 보면 금방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동안 주방은 엉망진창이 되겠지만 잊지 말자. 설거지 또한 남자의 몫이라는 걸.
  • 시진핑 “올해 방한 강한 의지 안 변해”

    시진핑 “올해 방한 강한 의지 안 변해”

    文 “양국 관계서 시주석 방한 매우 중요” 코로나 안정되는 대로 일정 협의하기로 ‘기업인 신속통로’에 협력 모범 공감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지지 의사 표명도 문재인(왼쪽) 대통령은 13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를 갖고 최근 양국이 기업인들의 필수적인 활동 보장을 위해 입국 절차를 간소화한 ‘신속통로’(패스트트랙) 제도를 신설한 데 대해 코로나19 대응의 대표적 모범 사례라는 것에 인식을 같이했다. 양 정상은 시 주석의 요청으로 오후 9시부터 34분간 통화를 갖고 양국 간 방역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며 신속통로 제도의 유용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한중 정상 통화는 다섯 번째이며,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지난 2월 2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양국은 신속통로제 신설에 합의해 기업인들의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한 뒤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최근 이 제도를 활용해 한국 기업인 200여명이 중국에 입국해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현지에서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 주석은 “한국의 코로나 상황이 문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효울적으로 통제되면서 성과를 내고 있어 축하한다”면서 “양국이 좋은 이웃으로서 국제 방역 협력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정상 통화 이후 양국 간 코로나19 공동대응을 위한 방역 협력이 잘 진행돼 왔다”면서 “중국의 가장 큰 정치 행사인 양회가 다음주 개최되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시 주석은 “좋은 이웃은 금으로도 바꾸지 않는다”며 지난 3년간 양국 관계가 크게 발전한 만큼 앞으로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했다. 한중 정상은 2018년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남북 관계 모두 경색 국면에 놓인 한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일관된 지지 의사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시 주석의 방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시 주석은 “올해 안에 방한하는 데 대한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돼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적절한 시기에 방한이 성사되도록 외교 채널을 통해 협의에 나가기로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시진핑 “올해 방한 의지 불변” 문 대통령 “무엇보다 중요”(종합)

    시진핑 “올해 방한 의지 불변” 문 대통령 “무엇보다 중요”(종합)

    한중 정상통화…“올해 안 시 주석 방한 추진”“기업인 신속통로제, 협력 모범사례” 공감대시 주석 “좋은 이웃은 금으로도 바꾸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안에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은 13일 오후 9시부터 34분간 정상 통화를 하고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금년 중 방한에 대한 굳은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한중 관계에 시 주석의 방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앞서 한중은 시 주석의 상반기 방한을 추진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사항을 협의해 왔다. 그러나 양국이 코로나19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상반기 방한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연말 내로 방한 시기를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대응에 주력하는 상황에서도 양국이 시 주석의 방한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양국의 시급한 현안 해결을 늦출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에 방역 협력 등을 제안한 상황에서 방한하는 시 주석에게 남북관계 개선의 가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피해가 막대한 만큼 이를 해결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양국 정상의 조속한 회담도 필요하다. 이날 통화에서 양국 정상이 기업인 신속통로제가 협력의 모범사례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기업인 신속통로제는 양국 간 필수적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제도다.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내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이를 활용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및 협력사 직원 215명이 지난 10일 중국 톈진으로 출국했고, 이날부터 현지에서 근무 중이다. 양국 정상은 한중 간 방역 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지속해서 코로나19 대응에 연대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특히 “좋은 이웃은 금으로도 바꾸지 않는다”면서 지난 3년 동안 양국 관계가 크게 발전한 만큼 앞으로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기를 기대했다. 시 주석의 요청으로 진행된 이번 한중 정상 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에도 시 주석과 통화하고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문 대통령, 시진핑과 정상통화…“한중 방역협력 효과적”

    문 대통령, 시진핑과 정상통화…“한중 방역협력 효과적”

    한중 정상 “기업인 신속통로제, 코로나 협력 모범”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중 간 방역협력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부터 34분 동안 이뤄진 한중 정상통화에서 양국 기업인의 필수 활동 보장을 위한 신속통로 제도가 협력의 모범사례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며 이렇게 밝혔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에서 전했다. 시 주석의 요청으로 진행된 이번 한중 정상통화는 문 대통령 취임 후 다섯 번째다. 기업인 신속통로제는 양국 간 필수적 경제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시행한 제도로, 출국 전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으면 중국 내 의무격리가 면제된다. 이 제도를 활용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및 협력사 직원 215명이 지난 10일 중국 톈진으로 출국했고, 13일부터 현지에서 출근 중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20일에도 시 주석과 통화하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중 협력을 논의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NYT “아베, 기형아 부작용 알면서 아비간 홍보…재앙”

    NYT “아베, 기형아 부작용 알면서 아비간 홍보…재앙”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기형아 유발 등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알고도 후지필름의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6일 뉴욕타임스(NYT)는 “아비간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아베 총리가 간과하고 있다. 게다가 아베 총리는 아비간이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아비간이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부작용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60년대 수천 건의 기형아 출산을 초래한 입덧 방지약이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의 통화에서도 아비간을 홍보하고 있다. 아비간 비축량을 3배 늘린다는 명목으로 약 1600억원 수준의 예산을 배정하고, 일부 나라에는 무상 제공까지 약속했다. 아베 총리의 홍보에 힘입어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1100개 병원이 코로나19 환자 2200여명에게 아비간을 처방했으며 1000명 이상이 아비간을 투약하겠다며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놨다. 코로나19 치료제로 아비간을 사용하는 병원들은 기형아 출산이라는 부작용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고령층에 아비간을 투약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득이 위험성보다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아베 총리가 아비간을 이렇게까지 밀어주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면서도 그가 후지필름의 고모리 시게타카 회장과 가까운 관계라는 점에 주목했다. 아베 총리는 고모리 회장과 지난 1월17일 공식 회동한 뒤 함께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지필름은 지난 2월 중순 일본 정부 태스크포스(TF) 회의에 초청된 유일한 업체이기도 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아비간에 대한 아베 총리의 평가와 고모리 회장과의 관계는 “전혀 연관이 없다”고 밝혔고, 후지필름 측 대변인도 정부 측의 “어떤 호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코로나19 치로제로 적극 밀어붙였던 점을 언급하면서 “정치 지도자들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알맞은 치료제를 지지한다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강화하고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기업에 엄청난 이익을 안길 수 있겠지만 잘못된 약을 홍보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전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진보 프레임 민주당, 진보정당 배제전략 더 확고해질 것”

    “진보 프레임 민주당, 진보정당 배제전략 더 확고해질 것”

    민주노총 탄생과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으로 진보정치와 노동정치의 문을 연 권영길(79·초대)·단병호(71·3~4대)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신문사에서 마주 앉아 진보정치의 길을 묻고 답했다. ‘노동자 출신 의원이 1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노동자들의 열망을 안고 2004년 국회에 동시에 입성했던 진보정치의 양대 거목인 이들이 언론 인터뷰를 함께 한 것은 처음이다. 권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의당 배제전략, 조금 더 과도하게 말하면 진보정당을 소멸시키겠다는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 전 위원장도 “진보의 프레임을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확실한 정치적 목적과 전략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진보 원로는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에서 미래통합당에 의석을 내주더라도 정의당과는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서 이런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중도보수에 가까운 거대 여당의 진보 점유 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에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은 민주당보다 훨씬 선명하고 좋은 가치와 정책으로 차별화된 진보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두 원로의 당부다.-민주당 180석 압승 이유는 무엇인가. 권영길(이하 권) “미래통합당이 만들어준 민주당의 승리지만, 실제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다. 통합당은 보수언론과 극우 유튜버, 태극기부대, 박근혜만 쫓아다니다 헛물만 켰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하면서 얻게 된 승리다. 그럼에도 통합당과 보수언론은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무차별 비난했는데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민주당이 이 정도까지 이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통합당의 전략전술 부재가 만들어 낸 민주당의 승리다.” ●‘586’ 진영으로 모여 새 주류로 보기 일러 -우리 사회의 정치적 주류가 ‘586’(50대가 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 중심의 진보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단병호(이하 단) “당선자만 놓고 보면 새로운 정치적 주류가 형성된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는데. 속단해서는 안 된다. 정당 득표율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을 합쳐도 40% 안쪽이다. 정치적 토대가 크게 바뀐 게 아니다. 또 하나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가치를 중심으로 뭉친 게 아니라 진영으로 모였다는 점이다. 이런 정치적 기반은 언제든지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체를 놓고 새로운 주체가 형성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민주당이 180석을 기반으로 정말 제대로 개혁정책을 펴고 촛불정신을 구현해 낸다면 새로운 주체가 만들어질 여지는 있다.” 권 “언론환경으로 볼 때는 중대한 변동이 발생했다. 조선·중앙·동아의 여론 주도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 이번 선거를 맞으면서도 통합당은 보수언론과 카르텔을 맺으면 승리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거에는 조선일보가 프레임을 만들면 모든 언론들이 따라가고 그게 선거판을 지배했다. 이번에도 그런 시도가 계속 있었지만, 국민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경남 창원·성산 단일화 거부 보면서 확신 -정의당의 성적이 저조하다. 진보정치에 대한 열망을 정의당이 받아안지 못한 거 아닌가. 권 “정의당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들 임명할 때마다 나온 ‘데스노트’와 ‘조국수호’뿐이었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책, 활동 등이 떠올라야 하는데 그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점에서 정의당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단 “민주당의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전략적이었다. 진보의 프레임을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확실한 정치적 목적과 전략이 있었던 것 같다. 경남 창원·성산에 양정철 전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내려와서 공개적으로 ‘성산을 미래통합당에 넘겨줘도 좋지만 단일화는 못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권 “저는 민주당의 진보정당 배제 전략. 조금 더 과도하게 말하면 진보정당 소멸화 생각이 밑에 깔렸다고 본다. 정의당은 역량의 한계 때문에 민주당과 지역에서 단일화하고, 비례투표에서 민주당 지지자를 흡수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게 완전히 거부됐다. 지역에서 정의당과 단일화하면 비례투표에서 혼선이 생겨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정당 득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나아가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과의 연대를 배제하는 쪽으로 생각한 듯하다.” -정의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권 “단 전 위원장도 진보정치가 통합돼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한다. 그런데 단 전 위원장은 과거 분열 과정의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채 또 통합이 진행되면 상처만 깊어질 것이라고 보는 현실파다. 나는 그럼에도, 통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위론자이자 이상파라고 할 수 있다. 통합이 안 되면 살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범진보 진영의 정당으로 규정되는 민주당으로부터 정의당이 배제되는 것을 봤다. 민주당의 태도는 강화되면 강화되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들의 통합밖에 살길이 없다.” 단 “민주노총이 항상 노동정치, 진보통합을 말하는데,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냉정하게 과거 진보정당의 탄생을 복기해 봤으면 좋겠다. 민주노동당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민주노총의 높은 정치사회적 위상, 둘째 노동대중에 대한 지도력과 신뢰, 셋째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진보적 강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다시 통합된 진보정치와 노동정치를 이야기하고, 그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면 현재도 이 3개 조건을 갖췄는지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文대통령 ‘일자리 지키기’ 정부가 실천해야 -코로나19 이후 고용위기 전망이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권 “일단 문 대통령이 정확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것은 해고 없는 일자리 지키기라고 했다. 정부는 대통령이 진단하고 천명한 대로 그대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정부의 비상논의 틀도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사용자단체가 말하는 탄력근로제와 쉬운 해고 같은 문제들을 붙이면 안 된다.” 단 “위기 국면에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차제에 노동조건을 확실하게 후퇴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해고 없는 일자리 지키기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혼자서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정부와 힘을 합쳐 경제위기 대책을 만들어 가면서 노동조건 후퇴를 막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양극화를 축소하고 사회의 평등가치가 확대되는 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영세사업장 노동자 문제 우선 해결을 -사회적 협의기구에 들어가면 임금동결 문제 등 노동이 내줘야 할 것도 있다. 권 “이번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노동계의 참여, 민주노총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속도가 중요하다. 과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처럼 기업단체들의 일방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서는 (이번 협의가) 이뤄질 수 없다. 임금동결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사업장 등 각 기업에 맞는 현실적 방안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단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좀더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면 민주노총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전체 노동자의 80~90%에 달하는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지속적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 중소 영세사업장은 대부분 하청구조이기 때문에 재벌이 손을 쓰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앞서 재벌들이 두 차례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이번에는 재벌에게 충당금을 내라고 하고, 그러면 우리(민주노총)도 영세한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야 한다.” -21대 국회에 새로 들어온 정의당 의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권 “2004년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은 임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단식과 농성을 끊은 적이 없다. 진보정당의 의원직은 정말로 고달픈 자리다. 진보정당 국회의원에게 정치마당은 국회의사당뿐만 아니라 거리도 있다. 노동자, 농민, 서민과 삶의 현장에서 함께 손잡고 분노하고 외치고 눈물 흘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진보정당 의원의 활동이다. 6명밖에 없는 정의당에 가장 필요한 일이고, 이것이 없으면 정의당이 살아날 길이 없다고 본다.” 단 “자신이 얼마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고, 무거운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통합당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참 많이 나타나는데, 진보정치인은 달라야 한다. ‘사언동’(思言動)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진보정치인으로서 생각하고, 생각하는 만큼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말하는 만큼 책임을 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 호찌민이 베트남 혁명투쟁할 때 머리맡에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이라는 주역 경구를 뒀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만 가지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금 정의당에 꼭 필요한 자세다.” 정리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권영길·단병호 “민주당의 진보정당 배제전략은 더 확고해질 것”

    권영길·단병호 “민주당의 진보정당 배제전략은 더 확고해질 것”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역사를 연 권영길·단병호‘정의당’ 하면 떠오르는 것이 ‘데스노트’와 ‘조국수호’“민주노총, 과거 진보정당의 탄생을 복기 필요”“진보정치인의 정치 마당은 국회의사당 거리”민주노총 탄생과 민주노동당 창당의 주역으로 진보정치와 노동정치의 문을 연 권영길(79·초대)·단병호(71·3~4대)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지난 21일 서울신문사에서 마주 앉아 진보정치의 길을 묻고 답했다. ‘노동자 출신 의원이 1명만 있으면 좋겠다’는 노동자들의 열망을 안고 2004년 국회에 동시에 입성했던 진보정치의 양대 거목인 이들이 언론 인터뷰를 함께 한 것은 처음이다. 권 전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서 더불어민주당의 정의당 배제전략, 조금 더 과도하게 말하면 진보정당을 소멸시키겠다는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단 전 위원장도 “진보의 프레임을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확실한 정치적 목적과 전략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 진보 원로는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에서 미래통합당에 의석을 내주더라도 정의당과는 단일화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행태를 보면서 이런 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중도보수에 가까운 거대 여당의 진보 점유 전략은 더욱 강화될 것이기에 정의당 등 진보정당들은 민주당보다 훨씬 선명하고 좋은 가치와 정책으로 차별화된 진보영역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두 원로의 당부다. -민주당 180석 압승 이유는 무엇인가. 권영길(이하 권) “미래통합당이 만들어준 민주당의 승리지만, 실제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승리다. 통합당은 보수언론과 극우 유튜버, 태극기부대, 박근혜만 쫓아다니다 헛물만 켰다.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 대응을 잘하면서 얻게 된 승리다. 그럼에도 통합당과 보수언론은 ‘우한폐렴’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며 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무차별 비난했는데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민주당이 이 정도까지 이기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통합당의 전략전술 부재가 만들어 낸 민주당의 승리다.” 단병호(이하 단)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더불어시민당과 단독과반을 할 것이라고는 봤다.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민주당이 4년 동안 일을 잘해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고 하기는 부족하다. 통합당이 탄핵 이후에도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 막판 공천과정과 막말처럼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은 행태를 보이면서 민주당이 180석까지 획득하게 됐다.” -우리 사회의 정치적 주류가 ‘586’(50대가 된 80년대에 대학을 다닌 60년대생) 중심의 진보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다. 단 “당선자만 놓고 보면 새로운 정치적 주류가 형성된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는데. 속단해서는 안 된다. 정당 득표율은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을 합쳐도 40% 안쪽이다. 정치적 토대가 크게 바뀐 게 아니다. 또 하나는 정치인과 지지자들이 가치를 중심으로 뭉친 게 아니라 진영으로 모였다는 점이다. 이런 정치적 기반은 언제든지 약화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체를 놓고 새로운 주체가 형성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민주당이 180석을 기반으로 정말 제대로 개혁정책을 펴고 촛불정신을 구현해 낸다면 새로운 주체가 만들어질 여지는 있다.” 권 “언론환경으로 볼 때는 중대한 변동이 발생했다. 조선·중앙·동아의 여론주도 시대가 완전히 끝났다. 이번 선거를 맞으면서도 통합당은 보수언론과 카르텔을 맺으면 승리할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과거에는 조선일보가 프레임을 만들면 모든 언론들이 따라가고 그게 선거판을 지배했다. 이번에도 그런 시도가 계속 있었지만, 국민의 판단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정의당의 성적이 저조하다. 진보정치에 대한 열망을 정의당이 받아안지 못한 거 아닌가. 권 “정의당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들 임명할 때마다 나온 ‘데스노트’와 ‘조국수호’뿐이었다.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책, 활동 등이 떠올라야 하는데 그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 점에서 정의당은 성찰하고 반성해야 한다.” 단 “민주당의 진보정당인 정의당에 대한 대응이 상당히 전략적이었다. 진보의 프레임을 민주당이 가져가겠다는 확실한 정치적 목적과 전략이 있었던 것 같다. 경남 창원·성산에 양정철 전 민주당 민주연구원장이 내려와서 공개적으로 ‘성산을 미래통합당에 넘겨줘도 좋지만 단일화는 못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권 “저는 민주당의 진보정당 배제전략. 조금 더 과도하게 말하면 진보정당 소멸화 생각이 밑에 깔렸다고 본다. 정의당은 역량의 한계 때문에 민주당과 지역에서 단일화하고, 비례투표에서 민주당 지지자를 흡수하는 방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게 완전히 거부됐다. 지역에서 정의당과 단일화하면 비례투표에서 혼선이 생겨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정당 득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나아가 21대 국회에서는 정의당과의 연대를 배제하는 쪽으로 생각한 듯하다.” 단 “민주당이 ‘어쩌다 진보정당’이 됐다.” 권 “지난 총선 때 정치적 세력의 표현은 ‘민주진보개혁세력’이라고 했다. ‘민주개혁세력’이라고 할 때 민주당이 들어가고 ‘민주진보개혁세력’ 할 때 민주당은 들어가지 않았다. 민주당 스스로도 진보정당 아니라고 했다. 어느 순간에 와서 ‘진보정당의 타이틀이 득이 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민주진보개혁세력’뿐만 아니라 진보정치세력, 범진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도 끊임없이 스스로 범진보세력, 진보정치세력이라고 했다. 진보정당의 아이콘이 되고 싶어하는 생각이 있다.” -정의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권 “단 전 위원장도 진보정치가 통합돼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강하게 주장한다. 그런데 단 전 위원장은 과거 분열 과정의 쟁점이 해소되지 않은 채 또 통합이 진행되면 상처만 깊어질 것이라고 보는 현실파다. 나는 그럼에도, 통합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당위론자이자 이상파라고 할 수 있다. 통합이 안 되면 살 길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범진보 진영의 정당으로 규정되는 민주당으로부터 정의당이 배제되는 것을 봤다. 민주당 태도는 강화되면 강화되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진보정당들의 통합밖에 살길이 없다.” 단 “민주노총이 항상 노동정치, 진보통합을 말하는데,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지 말고 냉정하게 과거 진보정당의 탄생을 복기해 봤으면 좋겠다. 민주노동당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첫째 민주노총의 높은 정치사회적 위상, 둘째 노동대중에 대한 지도력과 신뢰, 셋째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 진보적 강령이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이 다시 통합된 진보정치와 노동정치를 이야기하고, 그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면 현재도 이 3개 조건을 갖췄는지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고용위기 전망이 나온다. 위기 상황에서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은 어떻게 해야 하나. 권 “일단 문 대통령이 정확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가장 중요한 것은 해고 없는 일자리 지키기라고 했다. 정부는 대통령이 진단하고 천명한 대로 그대로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정부의 비상논의 틀도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사용자단체가 말하는 탄력근로제와 쉬운 해고 같은 문제들을 붙이면 안 된다.” 단 “위기 국면에서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경총 등 사용자단체는 차제에 노동조건을 확실하게 후퇴시키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해고 없는 일자리 지키기는 대통령의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 혼자서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이 정부와 힘을 합쳐 경제위기 대책을 만들어 가면서 노동조건 후퇴를 막고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양극화를 축소하고 사회의 평등가치가 확대되는 쪽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 협의기구에 들어가면 임금동결 문제 등 노동이 내줘야 할 것도 있다. 권 “이번 위기 극복 위해서는 노동계의 참여, 민주노총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속도가 중요하다. 과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처럼 기업단체들의 일방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서는 (이번 협의가) 이뤄질 수 없다. 임금동결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영세사업장 등 각 기업에 맞는 현실적 방안들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 단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좀 더 질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면 민주노총도 적극 동참해야 한다. 전체노동자의 80~90%에 달하는 중소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신뢰를 회복하지 않으면 노동운동의 지속적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 중소 영세사업장은 대부분 하청구조이기 때문에 재벌이 손을 쓰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앞서 재벌들이 두 차례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이번에는 재벌에게 충당금을 내라고 하고, 그러면 우리도(민주노총)도 영세한 노동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쳐야 한다. -21대 국회에 새로 들어온 정의당 의원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은. 권 “2004년 민주노동당 의원 10명은 임기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단식과 농성이 끊어진 적이 없다. 진보정당의 의원직은 정말로 고달픈 자리다. 진보정당 국회의원에게 정치마당은 국회의사당뿐만 아니라 거리도 있다. 노동자, 농민, 서민과 삶의 현장에서 함께 손잡고 분노하고 외치고 눈물 흘리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진보정당 의원의 활동이다. 6명밖에 없는 정의당에 가장 필요한 일이고, 이것이 없으면 정의당이 살아날 길이 없다고 본다. 단 “자신이 얼마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고, 무거운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았으면 좋겠다. 통합당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모습이 참 많이 나타나는데, 진보정치인은 달라야 한다. ‘사언동(思言動)’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진보정치인으로서 생각하고, 생각하는 만큼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말하는 만큼 책임을 지는 게 매우 중요하다. 호찌민이 베트남 혁명투쟁할 때 머리맡에 ‘이불변 응만변(以不變 應萬變)’이라는 주역 경구를 뒀다고 한다. 어떤 경우에도 변하지 않는 원칙을 가지고 만가지 변화에 대응해아한다는 의미다. 지금 정의당에 꼭 필요한 자세다. 이창구 정치부장 window2@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탄력근로·재택근무·온라인강의… 코로나가 낸 숙제 빨리 해야

    탄력근로·재택근무·온라인강의… 코로나가 낸 숙제 빨리 해야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된 이후에 사람들은 세상이 많이 변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삶의 방식이 강제적으로 바뀌었는데 바뀐 형태가 효율적이었다면 과거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억지로 과거로 돌려놓아도 효율적이었던 시기로 돌아가려는 시도들이 이어질 것이다. 혼란이 일어나기 전에 노동과 교육 분야에서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짚어 보자. ①근무시간·환경 변화의 후폭풍 지난 2월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폭증하는 주문을 수용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해 주 52시간 이상 근무 중이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시행 규칙 개정안이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현재는 주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더해 주 52시간까지만 일할 수 있지만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으면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지난 1월 31일부터 업무량 폭증, 기술개발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노동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특별연장근로가 가능해졌다. 이전에는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의 경우만 가능했다. 이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에서 주 52시간이 300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되자 정부가 행정입법 형태로 숨통을 틔운 내용이다. 탄력근로는 특정일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날은 노동시간을 줄여 단위기간 동안 평균 노동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에 맞출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서울 강서병) 의원의 대표발의안에 미래통합당은 선택근로제 단위기간도 1개월에서 3~6개월로 늘리자고 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선택근로제는 하루 근무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단위기간 총근무시간을 지키는 제도다. 한 의원은 4·15 총선에서 당선, 3선 의원이 됐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일부 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해 쓰는 공장들의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당연히 근무시간도 줄었다. 기업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되면 이연된 소비가 폭증해 매출이 늘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일을 덜하는 것은 쉽지만 더하기 위해서는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마스크라는 긴박한 필요에 의해 인가됐던 특별연장근로가 코로나19 이후 업무량 폭증이라는 이유로 인가될 거라는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해결책은 국회에서 최소한 노사정이 합의한 6개월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이 연장되는 것이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도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늘리면서 “이는 임시방편적인 것으로 국회의 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식노동자나 사무직 노동자는 근무시간과 생산성이라는 다른 문제가 또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직원들의 근태관리가 애매해졌다. 지식노동자는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퇴근하다가, 일과 관련없는 일을 하다가 직무 관련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회사가 정한 핵심시간만 지키고 자유롭게 출퇴근하거나, 주 40시간 근무만 채우면 일주일에 3∼4일만 출근해도 되는 유연근무제가 앞으로 보편화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새로운 인력관리(HR)가 필요하다. 직무급 도입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현재 많은 기업이 실행하고 있는 호봉제는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오르는 연공성이 강한 반면 직무급은 업무 성격과 난이도에 따라 임금이 정해진다. 정부는 공공기관에 직무급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도 직무급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달 사업체 특성별 임금분포현황을 임금직무정보시스템(www.wage.go.kr)을 통해 처음 제공했다. 노동계는 공무원부터 적용하라며 반대하고 있다. 직장 내에 스마트기기와 비대면접촉에 익숙한 연령층이 늘어났고,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직장생활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면서 경영진은 사무실 공간의 효율화를 고민하게 된다. 지금의 사무실 공간이 임대료, 방역비용 등을 감안해 앞으로도 필요한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임대용 부동산 값이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적 사무실공유업체 위워크가 자금난에 시달리는 이유이기도 하다.②대학의 미래와 교양과목 강사 코로나19 이전에 일반 대학의 온라인 수업은 전체 수업의 20%를 넘을 수 없었다. 교육부가 이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면서 1학기 전체를 온라인으로 강의하는 대학들도 있다. 제대로 준비 안 돼 툭하면 끊어지고, 오래된 강의자료가 무성의하게 올라오는 강의를 보면서 대학생들은 등록금 일부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환불 요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온라인 강의 보편화에 따른 대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니면 학생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은 모든 교양수업을 대규모온라인교육시스템(MOOC)인 에드엑스(EdX)로 대체했다. 에드엑스는 2012년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으로 만든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대다수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컴퓨터과학, 경영, 데이터분석, 환경 등 각종 분야에서 3000여개 강의가 제공되고 있다. 코세라(Coursera), 유대시티(Udacity) 등을 포함해 MOOC ‘빅 3’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강의를 들으면 학점을 인정해 주는 대학도 늘어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MOOC 강의만으로 학위를 딸 수 있는 과정도 있다. 강의료와 등록금은 오프라인 강의보다 훨씬 싸다. 영어의 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유학을 가지 않고도 세계적 석학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국내에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2015년 시작한 K무크가 있는데 800여개 강좌가 개설돼 있다. 국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1타 강사’(수강신청이 가장 먼저 마감되는 강사)의 인터넷강의가 선호되듯이 대학 교양과목도 ‘1타 강사’에 의존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대학들은 교양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의 차별화에 집중하면 된다. 미국의 일부 대학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국내 대학들이 10년 동안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었는데 온라인 강의 20% 규칙이 풀렸으니 교양과목은 MOOC 등으로 대체하려는 욕구가 더 커졌다.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지난해 8월 1일부터 시행되면서 지난해 1학기에 강사 7834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강사법 적용 범위를 벗어난 교수들은 교양과목 강사들의 대량실업이 코로나19로 예상보다 빠르고 대규모로 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강사를 거쳐 교수로 임용되는 과정은 더욱 어려워진다. 정부는 올해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809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조인식 조사관이 지난해 11월 추정한 3000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대학등록금을 올려 달라는 대학 요구는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원에서 민간, 즉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2.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2.0%의 두 배 수준이다. 민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5년 84%에 비해 낮아졌지만, 정부가 국가의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고등교육을 민간에 많이 의존해 왔던 것이다. 가계 입장에서는 대학 나와도 취직이 어려운 상황에서, 부담을 더 지려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고등교육을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상황이다. lark3@seoul.co.kr
  • 티웨이항공 유급휴직 오는 6월까지 확대

    티웨이항공 유급휴직 오는 6월까지 확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항공업계 위기가 더욱 심해지는 가운데 티웨이항공도 전 직원 유급휴직과 단축근무 기간을 오는 6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14일 티웨이항공은 이런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확정하고 사내 게시판에 공지했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직원의 65%가 유급휴직 중이다. 나머지 출근하는 직원도 단축근무를 하고 있다. 이날 확정된 자구안에 따라 티웨이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유급휴직과 단축근무를 선택해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단축근무는 주 3일 근무, 2주일 휴직, 단축근로제 등의 형태가 있다. 직원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임원의 급여도 추가로 반납한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는 다음달부터 임금의 절반을 반납키로 했다. 다른 임원들도 임금의 40%를 반납한다. 앞서 대표이사는 40%, 임원은 30%만 임금을 반납하던 것에서 확대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바깥양반’ ‘안사람’ 옛말… 75% “남녀 모두 가구소득 기여해야”

    ‘바깥양반’ ‘안사람’ 옛말… 75% “남녀 모두 가구소득 기여해야”

    남성은 생계를 책임지고 여성은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옛말이 됐다. 현재 우리나라 가구의 74.5%는 남성과 여성 모두 가구소득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남성의 역할은 밖에서 돈을 버는 것이고 여성은 가정과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생각은 4.5%에 불과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지난해 2~5월 복지패널 6331가구를 대상으로 가족 관계와 가족 내 성역할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다. 조사 결과 여성의 전일 근로제가 가족생활을 힘들게 한다는 항목에서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1.5%로, ‘그렇다’(38.2%)보다 많았다. 미취학 아동의 어머니가 일을 하면 아동에게 나쁘다는 항목에서는 ‘그렇지 않다’가 44.1%로, ‘그렇다’(39.9%)보다 높았다. 다만 전업주부로 일하는 것이 밖에서 돈을 버는 것만큼 중요하다는 데 동의한 가구가 61.7%로 집계돼 가정에서 여성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가구가 많았다. 2018년 한 해 동안 가족 내 갈등을 초래한 원인을 묻는 항목에서는 ‘가구원의 건강’이 47.6%로 가장 많았고, ‘경제적 어려움’이 21.6%로 뒤를 이었다. 저소득 가구(소득 중위 60% 미만)의 61.9%는 ‘가구원의 건강’을 가족 갈등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저소득 가구를 제외한 나머지 가구에서 ‘가구원의 건강’을 꼽은 비율은 40.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해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찬성(41.6%)이 반대(35.5%)보다 높았다. 다만 저소득 가구의 찬성 비율(38.6%)은 일반 가구(41.9%)보다 다소 낮게 나타났다. 세종 박찬구 선임기자 ckpark@seoul.co.kr
  • 민주 “공수처 설립” vs 통합당 “폐지”… 포스트 총선 입법 전쟁 예고

    민주 “공수처 설립” vs 통합당 “폐지”… 포스트 총선 입법 전쟁 예고

    4·15 총선을 앞둔 여야가 정책 공약으로 ‘극과 극’의 입법과제를 대거 내놓으면서 21대 국회 입법 전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21대 국회의원선거 정책공약집에 타협할 수 없는 입법 공약을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누가 1당이 되느냐, 누가 국회의장을 차지하느냐를 결정하는 이번 선거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20대 국회에서 최악의 충돌을 초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되느냐에 존폐가 결정된다. 민주당은 공수처·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사법개혁 완수 공약을 내걸었다. 반면 통합당은 공수처 즉각 폐지, 검찰청 인사와 예산 독립, 검찰총장 임기 6년 연장이 대표 공약이다. 통합당은 공수처폐지법을 제정하고 정부조직법과 검찰청법을 개정한다고 공약했다. 이에 민주당 윤관석 정책위원회 부의장은 6일 통화에서 “공수처 폐지는 공약이 아니라 정치적 구호”라며 “방금 통과시킨 법을 폐지하는 게 어떻게 공약이 되느냐”고 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정책 관계자도 “통합당이 1당을 하면 아마 공수처는 설립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합당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정부정책을 백지화하는 공약을 대거 수립한 이유에 대해 “탈원전, 공수처 등은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이념 과잉, 특정 정파를 위해 추진된 정책이라 폐지만이 답”이라며 “통합당이 1당이 안 되면 여당이 이미 진행한 입법과 정책화한 일들을 막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문제와 관련, 민주당은 태양광·해상풍력 확대 등 에너지 전환 기조 유지 공약을 내세웠다. 반면 통합당은 ‘재앙적 탈원전 정책 폐기’가 핵심 공약이다.노동관련 공약도 극과 극이다. 민주당은 임금분포 공시제 도입, 근로시간 단축 지원을 내걸었다. 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경영상 부담과 중소기업 구인난을 지원해 노동자들의 휴식 및 휴식권을 보장하겠다고 공약했다. 임금분포 공시제 도입으로는 공공기관 및 일정규모 이상 기업의 성별 및 고용형태 등에 따른 임금정보 보고를 의무화하면 임금격차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최저임금을 업종별·규모별로 구분적용하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지불능력과 물가상승률을 포함한다고 공약했다. 또 현행 1년의 최저임금 결정주기를 2년으로 늘리도록 최저임금법을 개정한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근로시간 단축 기조에 제동을 걸고자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고,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상기간을 3개월로 늘린다는 공약도 포함됐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공약도 타협의 여지가 전혀 없다. 민주당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하고 경기·강원·인천 등 접경지역에 통일경제특구 조성을 위한 ‘통일경제특구법’을 조속히 제정한다고 공약했다. 반면 통합당은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 당시 체결한 9·19 남북군사합의를 즉각 폐기한다고 공약했다. 외고·자사고·국제고 관련 공약도 충돌한다. 민주당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2025년 3월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고, 일반고의 교육능력을 키우겠다고 공약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의 이런 폐지정책을 원상회복한다는 공약으로 맞불을 놨다. 통합당은 고등학교의 유형과 특수목적고등학교 등의 지정과 취소를 법률에 직접 규정하겠다고 예고했다. 만 18세 투표권이 확대되면서 교내 정치 교육에 대한 두 당의 공약도 상반된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가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면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우리가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면

    내 작업실 뒤엔 주차장을 둘러싼 기다란 화단이 있다. 이곳엔 서양측백나무와 당단풍나무, 스트로브잣나무와 서양자두나무 등 평범한 도심 정원에서 흔히 볼 법한 나무들이 있다. 이 화단을 참 좋아한다. 나무 꽃이 아름답고 열매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화단에 피어나는 다채로운 풀꽃들 때문이다.이맘때면 로제트 잎을 가진 봄 풀꽃들이 색색의 꽃을 피워 낸다. 누가 심지도 않았는데 부지런히 피어난 꽃들이 어찌나 기특한지 나는 요즘 땅만 들여다보고 다닌다. 이맘때 늘 그랬다. 오늘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작업실에 들어오기까지 30분 이상 걸렸다. 오늘 만난 꽃은 꽃마리와 봄맞이꽃, 쇠별꽃, 냉이, 큰개불알풀, 서양민들레, 꽃다지다. 이들은 흔히 잡초라 불리는 풀이다. 내가 이 이름을 나열하면 주변 식물학자들은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아주 흔한 풀이지만, 꽃을 보러 어딘가로 나서지 않아도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도시 일상에서 스스로 자라고 피어난 꽃을 만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시기엔 마치 숲에서 희귀식물을 보는 것만큼 소중한 일이다. 게다가 꽃마리나 쇠별꽃, 냉이와 꽃다지 등은 모두 꽃이 지름 0.5㎝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풀이라 땅에 얼굴을 가까이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내가 주차장에서 쪼그려 앉아 꽃을 보고 있으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귀한 게 있냐며 함께 땅을 들여다보는 일이 생긴다. 물론 이건 이 주차장에서만 있을 법한 일이 아니다.몇 년 전 덴마크의 한 미술가가 한국에서 식물 관련 전시를 진행했고, 그를 도와 서울 서촌의 한 공터 식물들을 조사한 적이 있다. 그는 공터의 식물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에게 식물종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흥미로운 건 도심 한가운데 건물이 철거된 자리,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30평 남짓의 공터에 40종 이상 식물이 존재하며 10종 이상의 꽃은 만개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식물 중에는 제비꽃이나 꽃마리가 있었다. 보라색 제비꽃은 흙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자란다. 심지어는 부서진 시멘트와 콘크리트 사이에서도. 우리나라에 제비꽃만 해도 40여종이 자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 이들은 변이가 다양해 식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제비꽃속 중 유럽 원산의 삼색제비꽃과 다른 4종을 교배해 만든 것이 겨울과 초봄 정원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는 꽃, 팬지다. 옅은 파란 꽃잎을 가진 꽃마리 역시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풀꽃이다. 줄기 끝이 말려 꽃마리라 이름 붙여졌는데, 가끔 꽃마리나 참꽃마리 사진을 지인들에게 보여 주면 실제 크기를 짐작할 수 없어서인지 물망초냐고 묻는다. 이들은 물망초와는 먼 친척뻘이고 꽃이 훨씬 작다. 물망초는 원예종으로 개량돼 꽃집에서 볼 수 있지만 꽃마리는 길에 흔하다. 이처럼 꽃집에서 보는 화훼식물과 이 풀꽃들을 연관 지어 떠올리다 보면 풀꽃의 아름다운 가치에 결코 소홀할 수 없다. 나와 함께 공터를 조사한 미술가는 이 다채로운 풀꽃들로 꽃다발을 여러 개 완성했고, 꽃다발 사진은 미술관에 전시되었다. 전시를 본 사람들은 이것이 모두 ‘잡초’라 불리는 식물로 만든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최근 코로나19의 여파로 몇몇 국공립 식물원이 문을 닫았고, 꽃축제는 모두 취소되고 있다. 당분간 멀리 이동하는 걸 금기하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다. 물론 이건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틀 전, 세계적인 식물원인 영국의 큐가든은 앞으로 그들이 가진 식물 컬렉션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직원과 봉사자들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라며 잠정적으로 방문객 입장을 금지했다. 지금 한창 열리고 있어야 할 세계적인 알뿌리꽃축제인 네덜란드 퀴켄호프는 개최가 무기한 연기됐다. 공지 글에는 ‘이미 꽃은 피었지만, 문을 열 수 없다’고 쓰여 있다. 이미 피어난 꽃의 가치와 그간의 수고를 생각하면 아쉽고 아깝지만 나 역시 이들의 결정을 지지한다.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우리 가까이에 존재해 온 들꽃을 들여다보기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재정적으로 힘들, 가까이의 사립식물원에 가거나 동네 꽃집에서 꽃을 사는 것이 올봄을 느끼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겠지만 그게 어렵다면, 그리고 집 안의 실내식물들로 나의 자연 욕망이 다 채워지지 않는다면 내가 늘 지나는 땅을 되짚어 보았으면 한다.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길에 지나는 아파트 단지 내 화단과 주택 마당의 시멘트 틈 사이, 혹은 회사 주차장의 작은 화단에서 풀꽃들은 이미 그들만의 꽃축제를 벌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은 잠시 걸음을 멈춰 고개를 숙이고 땅을 들여다보는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는 봄꽃 축제다.
  • 박지성·메시·부폰… 코로나 극복 힘 보탠 영웅들

    박지성·메시·부폰… 코로나 극복 힘 보탠 영웅들

    클로제·오언·모리뉴·벵거 동참 손 씻기·기침 예절 등 수칙 소개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39)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제작한 캠페인 영상에 리오넬 메시 등 세계적인 스타들과 나란히 등장했다. FIFA는 코로나19 예방법 등을 담은 영상을 WHO와 함께 제작해 24일 발표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날려 버리기 위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제목이 붙은 1분 33초짜리 영상은 “사상 처음으로 우리, 전 세계가 한 팀으로 경기에 나선다. 우리의 상대는 바로 질병이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결단과 훈련, 팀워크가 필요하다. 세계 축구가 단합하고 함께하면 우리는 승리한다”는 말로 시작한다. 각자 셀프 촬영분을 연결한 이 영상에서 박지성을 비롯한 각국 스타들이 코로나19에 맞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5가지 핵심 수칙을 소개한다. ▲손 잘 씻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땐 팔꿈치로 가리기 ▲눈·코·입을 포함한 얼굴 만지지 않기 ▲다른 사람과 최소 1m 거리 두기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발열 등 관련 증상이 있으면 집에 머물며 보건당국의 지침 따르기 등이다. FIFA는 13개 언어로 배포될 이 영상에 박지성을 비롯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알리송 베커(브라질), 미로슬라프 클로제, 필리프 람(이상 독일), 사비 에르난데스(스페인), 게리 리네커, 마이클 오언(이상 잉글랜드),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 사무엘 에투(카메룬) 등이 힘을 보탰다고 소개했다. 아시아에서는 박지성 외에 일본 여자 대표팀의 다카쿠라 아사코 감독 등이 동참했다.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토트넘 감독, FIFA ‘글로벌 축구 개발 책임자’로 활동 중인 아르센 벵거 전 아스널 감독 등도 출연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유통단신] 와인나라 최대 70% 할인 장터

    와인소매점 ‘와인나라’를 운영하는 아영FBC는 오는 28일까지 각 나라의 유명 와인을 최대 70% 할인 판매하는 ‘봄 정기 와인 장터’ 이벤트를 연다고 24일 밝혔다. 장터가 시작되는 첫날인 24일부터 28일까지 순차적으로 페트뤼스의 와인메이커 장 클로드 베루에의 ‘에리미나 화이트’, 스페인 최초 와인 스펙테이터 1위를 기록한 쿠네의 대표 와인 ‘쿠네 리오하 그란 리세르바’, 프랑스 고급 레스토랑에서 사랑받는 와인 ‘루이라투르 아데슈 샤르도네’, 미국의 스타 와인 ‘캔달잭슨 빈트너스리저브 메를로’, 독일 No.1 와인브랜드 블랙타워의 ‘아이스 로제’를 최대 70% 할인가에 만날 수 있다. 와인장터는 전국 6개 매장(청담·코엑스·서래마을·경희궁·양평·동대문 현대씨티 아울렛점)에서 진행한다. 자세한 정보는 와인나라 공식 홈페이지 또는 아영FBC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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