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로버
    2026-06-23
    검색기록 지우기
  • 우도
    2026-06-23
    검색기록 지우기
  • 대위
    2026-06-23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11,985
  • ‘그림자’ 보이자 바로 탕! 탕!… ‘생포 후 처형’ 아니었다

    ‘그림자’ 보이자 바로 탕! 탕!… ‘생포 후 처형’ 아니었다

    알카에다 최고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최후의 순간이 담긴 영상물 내용이 자세히 드러났다. ‘제로니모 작전’(빈라덴 은신처 급습 작전)을 수행한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팀6’ 대원들이 헬멧에 달린 소형 카메라로 촬영한 이 영상에는 작전의 모든 순간이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가족들의 주장과 달리 빈라덴은 생포된 뒤 사살당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미 CBS방송은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최근 워싱턴의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에서 이 같은 동영상을 시청했다며 12일(현지시간)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지난 2일 오전 1시 30분(현지시간). 빈라덴이 숨어 있던 파키스탄 외곽 아보타바드 저택 안 마당에 미군 헬기가 내려앉았다. 문을 열고 뛰쳐나온 25명의 대원은 단층의 숙소 건물에서 빈라덴의 부하를 처음 맞닥뜨린다. 당황한 부하가 총구를 치켜들며 방아쇠를 당기자 특공대원들이 반격, 첫 번째 사살에 성공한다. 대원들은 이내 발걸음을 돌려 빈라덴이 머물고 있는 듯한 본관 건물로 향한다. 터질 듯한 긴장감 속에서 줄지어 건물 안 계단을 오르던 대원들의 눈에 3층 난간을 붙잡고 서 있는 검은 그림자가 들어왔다. 190㎝가 넘는 장신, 사진 속에서만 봤던 ‘숙적’ 빈라덴이 틀림없었다. 아무런 무기도 들지 않은 채 편한 차림이었다. 대원들은 지체 없이 M4A1 자동소총을 조준했고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그러나 총탄은 아슬아슬하게 ‘표적’을 빗나갔고 빈라덴은 황급히 자신의 침실로 몸을 숨겼다. 선두에 섰던 대원은 곧바로 침실문을 통해 방 안에 진입했다. 어린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사피아(12) 등 빈라덴의 딸들이었다. 대원은 딸들을 붙잡은 채 벽 오른쪽으로 몸을 피했고 두 번째로 진입한 대원이 빈라덴을 저격하려 하자 이번에는 부인이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들었다. 언뜻 빈라덴이 민 듯 보였으나 확실치 않았다. 대원은 여성을 거칠게 밀쳐냈고 빈라덴을 사격해 가슴을 맞혔다. 뒤에 버티고 있던 세 번째 대원은 다시 한번 빈라덴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총구를 떠난 탄환은 빈라덴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했다. 작전 개시 40여분 만이었다. “제로니모 E-KIA(적을 사살했다.)”. 현장팀은 승전보를 CIA에 긴급히 보고했다. 대원들은 마지막으로 빈라덴의 일기장과 하드디스크 등 자료를 쓰레기 봉투에 급히 담은 뒤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한편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12일 “‘팀6’ 대원들이 자신들의 신변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특히 가족의 안전을 걱정했다.”며 “이들의 안전을 강화할 방법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팀6는 네이비실의 10개팀 가운데 최상의 엘리트 대원들로 이뤄진 올스타팀으로 그동안 존재 자체가 공개되지 않은 비밀스러운 조직이었다. 하지만 빈라덴 사살 이후 미국 언론이 이들을 집중 조명하면서 신원이 노출되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씨줄날줄] 맛집/최광숙 논설위원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이끈 덩샤오핑은 197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파리를 공식 방문했다. 그때 비행기에 한 상자 가득 싣고 중국으로 가져간 것이 크라상이다. 프랑스 유학시절 즐겨 먹던 초승달 모양의 빵, 크라상을 잊지 못했던 것이다. 열대과일 두리안을 좋아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 내외도 태국 등지를 방문하면 두리안을 꼭 챙겨왔다고 한다. 인간은 누구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무릎을 꿇게 된다. 인류는 기본적인 욕망 가운데 하나인 식욕을 우아한 예술로 승화시켰다. 그것이 바로 요리다. 역사가는 물론 예술가들까지 나서 요리를 탐색하고 찬미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프랑스 요리사(史)의 대가이자 미식가인 브리아 사바랭이 “새로운 별의 발견보다 새로운 요리의 발견이 우리 행복에 훨씬 이롭다.”고 한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헤밍웨이도 그의 소설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에서 스페인의 유명 레스토랑 ‘보틴’을 소개하며 “그곳에서 와인과 구운 애저 요리를 먹었다.”라고 적었다. ‘요리에 살고 맛에 죽는다.’는 프랑스에서 발간되는 ‘미슐랭 가이드’는 미식가들의 성서로 불린다. 100년 역사의 엄격한 심사와 정보, 신뢰도를 바탕으로 레스토랑의 점수를 매긴 저력 덕분이다. 뛰어난 식당에 최고 등급인 별 3개를 준다. 그곳 요리사도 최고의 셰프로 등극한다. 한 레스토랑 조리장은 별 등급이 하락하자 자살했다고 한다. ‘미슐랭 가이드’ 평가가 요리사의 생사를 가를 정도다. 반면 몇년간 미슐랭의 스타로 군림했던 한 요리사는 “최고에 오른 만큼 요리할 의욕을 잃었다.”며 자신의 식당 문을 닫기도 했다. 폐업을 앞두고 3000여명의 손님을 초대해 ‘최후의 성찬’을 베풀었단다. 이처럼 프랑스에서 맛의 진검승부는 냉혹하다. 요즘 즐겨 마시는 와인도 마찬가지다.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의 시음 점수에 와인 등급과 가격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막강한 영향력에 와인업계의 위상이 엎치락뒤치락한다. 하지만 우리네 맛집은 다른가 보다. 최근 한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한 ‘트루맛쇼’는 TV의 맛집들이 조작됐다고 고발했다. 맛집이 방송에 소개되기까지 브로커와 홍보대행사들이 나서 방송사와 검은 돈 거래를 한다는 것이다. 골목길 하나 건너 방송에 나왔다고 자랑하던 맛집이 엉터리란다. 냉정한 심판과 룰도 없이 이뤄진 불공정 게임이 요식업계에서도 판쳤다니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금융 정책·제도 연구 ‘싱크탱크’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1991년 국내 최초 금융전문 연구기관으로 문을 연 뒤 국내외 금융제도와 금융정책 등 금융 전반에 걸친 과제를 체계적으로 연구, 분석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정책 수립에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 출발은 금융회사에 대한 경영 컨설팅이었지만 국내외 거시경제 동향 및 전망과 외환시장 등을 연구하는 국제·거시금융연구실, 자본시장 문제를 다루는 금융시장·제도연구실, 금융산업과 금융회사 발전 방안과 전략 등을 다루는 금융산업·경영실의 진용을 갖추며 종합금융경제 연구소로 거듭났다. ●1991년 첫 금융연구기관 출범 국내 금융시장, 학계, 정책 당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소통하는 것은 물론, 해외 연구기관 등과의 교류도 늘려 한국 금융을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국제금융질서 흐름에 맞춰 주요 금융 현안과 전문 용어, 국제금융 관련 이슈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역할도 강화하고 있다. 20주년을 맞아 특별한 행사를 마련한다. 오는 6월 23일 ‘금융시장, 기관, 규제의 미래’를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연다. ●외환위기· 글로벌위기 극복 공헌 유럽연합(EU) 단일통화 분석으로 1999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먼델 미 컬럼비아 대학 교수가 특별 초청됐다. 같은 달 30일 20주년 기념식과 함께 ‘한국금융의 과거, 현재, 미래-20년 이전 및 이후’를 주제로 국내 세미나도 연다. ●새달 석학 먼델교수 초청 세미나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우리 연구원은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와 최근 글로벌 위기 극복에 나름대로 공헌했고 앞으로도 금융시장과 산업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면서 “이번 20주년을 기반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금융경제 싱크탱크로 발돋움하려 한다.”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시속 177㎞로 쫓아오는 공…주자의 공포 ‘핵폭탄 급’

    시속 177㎞로 쫓아오는 공…주자의 공포 ‘핵폭탄 급’

    달리는 주자 등 뒤에서 날아드는 보살(補殺·assist)은 공포다. 주자는 언제 어느 시점에 공이 날아올지 가늠할 수 없다. 저격수가 쏜 총탄과 같다. 한번 외야 보살을 경험하면 두려움은 머릿속에 각인된다. 주자들에게 미치는 파급 효과는 엄청나다. 특정 외야수에게 공이 가면 두려움이 앞서게 된다. 뛸 수 있는 상황에서도 못 뛴다. 주자 수에 따라 한 베이스 혹은 두 베이스 이상을 줄이는 외야 수비의 꽃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추신수(29·클리블랜드)가 대표적이다. 현재 보살 5개. 10일 현재 이 부문 공동 1위다. 클리블랜드 매니 악타 감독은 “팀에 큰 도움이 된다. 송구 능력 하나만으로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보살의 메커니즘을 알아보자. ●최고 1.15초 차의 승부 외야수는 긴 거리를 송구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자연히 송구 속도에 따라 체공 시간에 차이가 생긴다. 예일대 물리학과 로버트 어데어 교수는 ‘야구의 물리학’에서 “외야수들이 달리면서 던지면 투수가 세트포지션에서 던지는 것보다 시속 16㎞ 이상 이득을 본다.”고 계산했다. 달리면서 던져 가속이 붙기 때문이다. 온몸의 힘과 관성력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어데어 교수는 “메이저리그 외야수 로베르트 클레멘테 정도면 시속 177㎞로 날아갈 것”이라고 했다. 단순 계산해도 강견인 특급 외야수의 경우 시속 170㎞ 정도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일급 수준의 외야수들은 시속 160㎞ 정도 송구를 해낸다. 어깨가 약한 외야수의 송구는 시속 145㎞ 정도다. 속도의 차이는 궤적의 차이를 만든다. 낮고 빠르게 직선을 그리는 추신수의 송구를 떠올려보자. 177㎞ 송구의 상승각도는 약 13도. 거의 직선이다. 91m 밖에서 홈까지 공을 던졌을 때 걸리는 시간은 3.25초다. 145㎞ 송구의 상승각도는 27도 정도다. 송구 궤적은 포물선을 그린다. 91m 도달시간은 4.4초다.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4초 안팎. 승부를 가를 수 있는 차이다. ●외야수의 한 걸음은 주자의 세 걸음 보살이 많은 외야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어깨는 당연히 강하다.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문제는 스텝이다. 포구 뒤 송구하기까지 스텝이 거의 없다. 공을 멀리 강하게 던지려면 그만큼 더 많은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걸 최소화한다. 지난 시즌까지 한국에서 뛰었던 카림 가르시아(전 롯데)가 좋은 예다. 스텝 없이 바로 전력 송구하는 특유의 자세를 보여줬다. 추신수도 짧게는 노스텝, 길어도 원스텝 반을 넘기지 않는다. 이 차이는 크다. 다시 시속 177㎞로 송구하는 외야수를 예로 들어보자. 91m 밖에서 던진 공이 홈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3.25초다. 여기서 타구를 잡은 뒤 스텝하고 던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0.6초 정도다. 순수 비행시간은 2.65초다. 추신수와 가르시아는 이 과정이 짧다. 0.3초에서 0.4초 안에 스텝과 송구를 마친다. 롯데 박계원 코치는 “짧아 보여도 이 정도면 주자들이 3~4걸음은 더 옮길 수 있다.”고 했다. 주자들이 ‘이 정도면 세이프겠지’ 하고 달리다 아웃되는 건 이 시간을 계산에서 뺐기 때문이다. 정확도도 필수다. 추신수는 투수 출신으로 송구 정확도가 뛰어나다. 포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오차 없이 공을 날린다. 송구가 몇 ㎝만 빗나가도 포수는 태그하기가 힘들어진다. 태그하기까지 다시 시간을 써야 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송유근군과 풀어보는 우주탄생 비밀

    송유근군과 풀어보는 우주탄생 비밀

    빅뱅 이론과 도플러 효과, 일반 상대성 이론 등 교과서에서 배웠지만 똑 부러지게 설명할 수는 없는 딱딱한 과학용어들이 있다. 신비로운 우주의 비밀들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더 흥미를 느낄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 EBS는 12일 밤 9시 50분 ‘다큐프라임-원더풀사이언스’에서 천재소년 송유근(14)군과 함께 우주 탄생의 비밀에 얽힌 키워드들을 파헤친다. 송군은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에서 천문우주과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우주는 오래 전 거대한 폭발로 생겨났다. 처음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고, 밝고, 뜨겁고, 높은 밀도에서 시작했지만 폭발 이후 팽창 과정에서 우주 질량의 일부가 뭉쳐 별들을 만들었다. 20세기 과학의 위대한 성취이자 우주탄생 이론 중 대세로 자리 잡은 ‘빅뱅 이론’이다. 아무도 빅뱅의 순간을 본 적은 없지만 빅뱅 우주론을 믿는 이유는 몇 가지 근거 때문이다. 1929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은 외부 은하의 스펙트럼에 나타난 적색편이 현상에서 외부은하들이 우리 은하계로부터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외부은하까지의 거리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주가 팽창하고 있으며 역으로 계산하면 약 200억년 전에는 우주가 하나의 점과 같은 상태였다는 얘기다. 빅뱅 이론의 결정적인 근거는 1964년 미국 벨연구소의 아르노 펜지아스(88)와 로버트 윌슨(85)이 우연히 발견한 우주배경복사(宇宙背景輻射)로 설명된다. 나팔 모양의 전파 안테나를 이용해 전파 잡음을 연구하던 이들은 우연히 하늘 전역에서 들어오는 잡음을 발견한다. 빅뱅의 메아리가 전파로 바뀌어 펜지아스와 윌슨의 전파망원경에서 잡음으로 감지된 것이다. 위대한 발견을 인정받아 197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HO & 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 & 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이다.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노라고….” 영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대표작 ‘가지 않은 길’에서 갈림길 앞에 선 한 사람의 선택이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노래했다. 인터넷이 일상화된 오늘날,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갈림길 앞에 선다. 묻기만 하면 수백만개의 답을 늘어놓는 인터넷. 정제된 ‘지식의 바다’였으면 좋겠는데 ‘자료의 쓰나미’가 밀려온다. 그 어느 것도 정답이라고 말해 주지 않고, 우리는 어떤 검색결과를 선택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들은 때론 엉뚱한 결과와 지식을 가져다 준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 순서에서는 이런 네티즌의 선택과 그로 인한 결과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Google)의 검색창에 넌지시 그의 고향인 ‘실리콘밸리’를 치고 엔터키를 눌렀다. 실리콘밸리를 소개하는 무수한 글 중에 등장하는 새로운 궁금증을 재차 구글에 묻고 물었다. 1시간가량 검색과 검색결과에 대한 선택, 검색을 반복하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역사는 17세기 유럽 귀족의 유행과 교육법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그 와중에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인물들도 등장했다. ‘아이비리그’(동부에 있는 8개 명문 사립대학의 통칭)에 버금가는 서부의 명문대 스탠퍼드는 어떻게 실리콘밸리의 탄생에 기여했으며 19세기 미국 서부를 달궜던 ‘골드러시’(금광이 발견된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현상)는 오늘날 ‘옐로 저널리즘’(선정주의 언론)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아들을 가르치기 위한 광산 재벌의 유럽여행은 어떻게 트랜지스터의 발명과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졌을까. 또 경제학의 기본원리로 꼽히는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왜 여기에 등장한 것일까. 구글 검색창이 말하는 스스로의 역사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방대했다. 다만 검색에 검색을 더한 결과이자 더 이상 묻지 않으면 아무도 답해주지 않는 결과였다. 수많은 검색 결과 중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면 전혀 다른 인물과 사건의 등장으로 이어졌으리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구글 검색창은 제자의 대답에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져 결국 ‘진리’에 이르고자 했던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이 인터넷의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검색의 순서에 충실한 덕분에 기사는 역사를 거꾸로 올라간다. ☞실리콘밸리 트랜지스터를 발명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스탠퍼드대 교수 윌리엄 쇼클리. 그는 1956년 당시 스탠퍼드대 공대 학장이던 프레드릭 터먼의 제안을 받는다. 부지와 학생을 제공할 테니 ‘쇼클리 트랜지스터 연구소’를 만들어 보라는 것. 파격적인 조건을 받아들여 설립된 연구소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반도체 연구소로 자리매김한다. 이후 쇼클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각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하나 둘씩 팔로알토 부근에 창업을 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65개의 정보기술(IT) 회사들이 만들어졌다. 당시 연구원 중에는 1968년 인텔(현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을 창업한 로버트 노이스도 있었다. 터먼 학장은 쇼클리 연구소와 함께 이스트만코닥, 제너럴일렉트릭(GE) 등을 유치했고, 과수원 마을에 불과했던 팔로알토는 이후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IT 혁명의 중심지가 되어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프레드릭 터먼 19세기 말 이후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미 서부의 명문으로 떠오른 스탠퍼드대의 고민은 ‘두뇌 유출’이었다. 당시 스탠퍼드대가 자리 잡고 있던 캘리포니아의 주 산업은 광업과 농업이었다. 고급교육을 받은 스탠퍼드대 졸업생은 다들 대기업들의 거점인 동부로 떠났다. 터먼 학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탠퍼드대 교수들과 졸업생들에게 모교 캠퍼스 안에 회사를 창업하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팔로알토는 빠르게 산학연구단지로 변모했다. 오늘날 ‘벤처’의 모태다. 초기 설립된 회사 중에 터먼의 제자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1939년 창업한 ‘휼렛패커드’가 있었다. 터먼은 나중에 휼렛패커드의 이사를 지냈다. ☞스탠퍼드 조지 허스트, 헨리 헌팅턴, 릴런드 스탠퍼드 등은 골드러시에 편승해 대륙횡단 철도사업으로 막대한 돈을 벌었다. 1862년 38세에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된 스탠퍼드는 26세에 결혼했지만 44세(1868년)에야 아들을 낳았다. 아들이 16세가 됐을 때 온 가족이 유럽으로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데, 여행 도중 아들이 갑자기 장티푸스로 죽고 만다. 스탠퍼드 부부는 당대 최고의 대학인 하버드에 아들을 기리는 건물을 짓기 위해 보스턴을 찾았다. 그러나 총장과 면담을 하다 뜻밖에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재산이면 하버드에 버금가는 대학을 설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국 부부는 1891년 팔로알토에 ‘릴런드 스탠퍼드 주니어대학’이라는 이름의 대학을 설립했다. 사람들은 줄여서 ‘스탠퍼드대’라고 불렀다. 아들을 기리기 위한 부부의 유지는 ‘캘리포니아의 모든 어린이는 우리의 아들’이었다. 그런 까닭에 개교 초창기에는 모든 학생의 학비가 면제됐다. 스탠퍼드의 첫 입학생 중에는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당시 17세의 허버트 후버가 있었다. 그는 당시 캘리포니아에서 최고의 인기 직업이었던 광부가 되기 위해 지질학을 전공으로 택했다. ☞골드러시 1800년대 중반 미 서부는 금광을 찾기 위한 골드러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극히 일부의 선택받은 자들만 영광을 누렸다. 이들은 자신의 뿌리인 영국의 귀족 같은 생활을 누리길 원했으며 저택과 자녀교육 등에 ‘신 귀족문화’를 도입했다. 1820년생인 조지 허스트는 이런 ‘골드러시’의 일원이었고 40세가 넘어 은광을 발견해 벼락부자가 됐다. 이후 그는 릴런드 스탠퍼드 등과 함께 대륙횡단 철도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는 42세에 18세 여성과 결혼, 43세에 아들(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을 낳았다. 허스트는 1880년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라는 신문사를 인수했고, 1887년 아들에게 이 회사를 물려줬다. 아버지의 광산사업을 정리한 윌리엄 허스트는 언론사업에 치중했고 1920년대에 30여개의 언론사를 거느린 최초의 언론재벌이 됐다. ‘뉴욕저널’, ‘저널아메리칸’을 운영했다. 그가 조지프 퓰리처의 ‘월드’를 상대로 벌인 치열한 언론전쟁은 부정확한 보도를 양산하면서 ‘옐로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다. ☞윌리엄 허스트 19세기 미국에서는 영국에서 유행했던 그랜드투어가 급속히 확산됐다. 윌리엄 허스트 역시 그 수혜자였다. 갑부 아버지를 둔 덕에 그는 10세에 어머니와 그랜드투어를 시작했다. 그의 가장 큰 관심사는 유럽 골동품 수집이었다. 윌리엄 허스트는 도자기나 귀금속 같은 골동품 대신 거대한 유적에 유독 집착했다. 그리스나 로마의 신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위치한 중세의 성 등이 수집대상이었다. 실제로 그는 유적의 벽이나 기둥을 통째로 뜯어오는 데 관심이 많았다. 나이가 들자 허스트는 수집품들을 보관할 장소가 없어 고민에 빠진다. 결국 캘리포니아 샌시메온 일대 25만 에이커(1012㎢·서울 면적의 1.7배)의 땅에 수집품의 일부를 전시했고 이는 미국 최대의 인공공원인 ‘허스트 캐슬’이 됐다. ☞그랜드투어 18세기 영국의 부유층에서는 자제들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최고의 지식인을 가정교사로 동행시켜 세계여행을 하게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이를 ‘그랜드투어’라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헨리 스콧과 그의 가정교사가 떠난 여행이다. 스콧의 의붓아버지 톤젠드는 1759년 ‘도덕감정론’을 출간해 유명해진 글래스고의 한 교수에게 가정교사 역할을 부탁했다. 톤젠드는 그에게 여행의 모든 경비와 별도로 당시 교수 연봉의 2배에 해당하는 300파운드를 평생 연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스콧은 교수와 함께 유럽의 여러 도시를 다녔고 벤저민 프랭클린, 볼테르 등 당대의 철학가들을 만나며 견문을 넓혀갔다. 이 여행은 1766년 스콧의 동생이 프랑스 파리에서 노상강도에게 살해되면서 어이없이 끝을 맺었다. 가정교사를 맡았던 교수는 평생 연금이 보장됐기 때문에 복직하지 않고 고향으로 돌아가 여행에서 배운 식견을 10년 동안 집대성한다. 이 책이 저 유명한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이었고 교수의 이름은 바로 애덤 스미스였다. ☞찰스 톤젠드 찰스 톤젠드는 영국의 귀족이자 정치가다. 네덜란드의 대학과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아들 하나를 둔 버클루 공작의 미망인 댈키스 백작부인과 결혼했고, 하원의원을 거친 후 재무장관이 됐다. 그는 북아메리카에 중과세를 부과하는 ‘톤젠드 조례’를 만들어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다. 또 의붓아들인 헨리 스콧을 ‘그랜드투어’에 보내면서 현대 경제학의 탄생에도 이바지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 그라운드제로의 침묵, 연설보다 강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9·11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의 ‘그라운드제로’를 방문해 헌화했다.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파키스탄 은신처에서 사살된 지 나흘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붉은색, 흰색, 푸른색 꽃들로 꾸며진 한 다발의 꽃을 바친 뒤 그 옆에 서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묵념했다. 그러나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이 묵념할 때 진혼곡 같은 음악마저 흘러나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벽한 정적이었다. 이슬람권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그는 침묵을 택했다. 행사에는 찰스 슈머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 등 이 지역의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재임 시 9·11테러를 겪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초청을 받았지만 정중히 사양했다. 그는 대변인을 통해 “전직 대통령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뉴욕 시민들이 이른 아침부터 나와 성조기를 흔들며 오바마 대통령을 환영했다. 헌화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9·11테러 때 15명이 숨진 미드타운의 소방서를 방문해 소방관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곳은 10년 전 그 끔찍했던 날에 비범한 희생을 보여준 상징적 장소”라면서 “진심으로 여러분의 희생에 감사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는 빈라덴 사살에 대해 “우리가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빈말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파키스탄의 빈라덴 은신처를 습격한 미군 장병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의 희생 때문이었다.”며 “그들은 목숨을 앗긴 여러분의 형제들 이름으로 그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맨해튼 제1경찰서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그 비극을 잊은 적이 없으며 뉴욕경찰과 긴급구조대원, 소방대원들이 보여준 용기를 결코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빈라덴 사살과 관련해서도 “우리는 우리가 하겠다고 말했던 것을 한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헌화 후에는 9·11테러 희생자 유족들을 만나 위로했다. 비슷한 시간 워싱턴DC의 국방부 건물(펜타곤)에서도 간단한 추도의식이 진행됐다. 9·11테러 때 펜타곤을 타격한 항공기 테러로 189명이 숨진 바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과 함께 희생자들을 기리는 헌화를 한 뒤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 경례를 했다. 바이든 부통령 역시 한마디도 하지 않는 침묵의 헌화였다. 다만 경례를 할 때 진혼곡이 장엄하게 울려퍼졌다. 행사장에는 9·11테러 유족은 물론 테러 당시 국방장관으로 재임했던 도널드 럼즈펠드도 참석,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아들의 이름으로 무대에’

    ‘아들의 이름으로 무대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한 아버지가 지진으로 숨진 아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아들 대신 연극 무대에 올라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고등학교에서 막이 오른 레퍼토리 극단의 햄릿 공연에 로버트 길버트(오른쪽)가 레어테스 역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그 역할은 원래 그의 아들인 제이미 길버트(왼쪽)의 몫이었다. 제이미는 지난 2월 22일 크라이스트처치 지역을 강타한 지진 당시 누나와 함께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숨졌다. 평소 아들의 꿈을 잘 알고 있던 아버지는 아들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극단의 예술감독을 만나 자신이 아들의 역을 대신 맡아 무대에 서겠다고 제안했다. 아버지 길버트는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 같은 순간은 아니었다.”면서 “나는 아주 큰 어려움만 없으면 연극이 예정대로 공연되는 것을 아들이 무척 원한다는 것을 마음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진정으로 연극을 사랑하는 청년이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 길버트는 첫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르기 직전 “아들을 자랑스럽게 해 줘야 하기 때문에 무척이나 떨린다.”면서 “아들이 나보다 연기를 훨씬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커다란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출연진 중에는 지진으로 집을 잃은 사람도 있고 가족을 잃은 사람도 있지만 많은 어려움을 딛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감회가 엇갈리는 밤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연극이 끝날 때까지는 절대 눈물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레퍼토리 극단은 지난해 9월 4일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첫 번째 강진으로 연습장이 폐쇄되면서 그동안 한 타이어 창고에서 연극 준비를 해 왔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미혼모’ 명칭 퇴출된다…”주홍글씨 미혼모에 새이름을”

    ‘미혼모’ 명칭 퇴출된다…”주홍글씨 미혼모에 새이름을”

    미혼모.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그 이름은 ‘낙인’이다.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제과점 주인을 꿈꾸던 ‘17세 미혼모 성은이의 희망 노래’<2010년 9월 29일 자 11면> 보도 이후에도 그랬다.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악플도 적지 않았다. 누가 이들에게 ‘죄인’의 굴레를 씌웠을까. 서울신문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려고 한다. 그들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민단체도 함께 나섰다. 서울신문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전환하기위해 명칭 공모와 함께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 부족한 지원책, 대안 등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미혼모에 대한 새 이름 짓기 공모전은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http://seoulhanbumo.or.kr)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온라인(hanbumo@seoul.go.kr)이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대상 1명에게는 5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30만원, 가작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된다. 대상작은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미혼모 관련 단체 등에서 ‘미혼모’를 대체하는 단어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가족·친구도 등 돌려요”… 편견에 두번 운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도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정부나 공공기관에조차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 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 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뜻을 모았다. 이날 발족식에는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서울신문과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미혼모들이 말하는 ‘미혼모’ “제가 미혼모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사람들 눈빛이 변해요. 아이를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요. 저희는 변한 게 없는데….” ‘편견 가득한 눈빛과 싸늘한 반응’. 미혼모들이 느끼는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다. 특히 미혼모를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편견이 이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지난해 홀로 자녀를 출산한 최서원(30·가명)씨. 그녀는 미혼모를 무책임한 여성으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러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주변에서 미혼모라고 하면 언제든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 ‘살다 보면 한번쯤 큰일이 닥칠 텐데 그때 도망가는 거 아니냐’고 물어올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혼모를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책임지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아이를 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자식이라고 홀대하거나 차별할까 봐 두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열린 부모교육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는데 특이한 내 성씨를 딴 아이의 이름을 함께 말하자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졌다.”면서 “혹시 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거나 차별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서울 청림동에 사는 미혼모 박소은(19·가명)씨 역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장벽이 예상 외로 높다고 말했다.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직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8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박씨는 “대부분 미혼모들은 출산하고 빨리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는데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우리 같은 미혼모들은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아이를 낳고 기르니 슈퍼우먼이지요.” 박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서울에서 ‘미혼모’ 명칭 사라진다…6일부터 27일까지 새 이름 공모

    서울에서 ‘미혼모’ 명칭 사라진다…6일부터 27일까지 새 이름 공모

    미혼모.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그 이름은 ‘낙인’이다. 지우기 힘든 주홍글씨다.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제과점 주인을 꿈꾸던 ‘17세 미혼모 성은이의 희망 노래’<2010년 9월 29일 자 11면> 보도 이후에도 그랬다. 격려와 희망의 메시지도 많았지만 악플도 적지 않았다. 누가 이들에게 ‘죄인’의 굴레를 씌웠을까. 서울신문과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려고 한다. 그들을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민단체도 함께 나섰다. 본지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의 인식 전환을 위해 명칭 공모와 함께 홀로서기에 성공한 그녀들의 이야기, 부족한 지원책, 대안 등을 모두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미혼모에 대한 새 이름 짓기 공모전은 6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http://seoulhanbumo.or.kr)에서 참가 신청서를 내려받아 온라인(hanbumo@seoul.go.kr)이나 우편으로 접수하면 된다. 대상 1명에게는 50만원, 우수상 1명에게는 30만원, 가작 2명에게는 각각 10만원 상당의 상품권이 제공된다. 대상작은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미혼모 관련 단체 등에서 ‘미혼모’를 대체하는 단어로 사용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주홍글씨’ 된 명칭 ‘미혼모’ 이제는 바꿀 때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 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조차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동료·가족까지 외면하는 그들의 현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 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 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족의 형태로 인정해야낙태, 입양 문제도 해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 (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사업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날 발족식에는 서울시청,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본지와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미혼모가 말하는 미혼모… “미혼모는 OO이다” “제가 미혼모라는 걸 아는 순간부터 사람들 눈빛이 변해요. 아이를 대하는 것도 달라지고요. 저희는 변한게 없는데.”  ‘편견 가득한 눈빛과 싸늘한 반응’. 미혼모들이 느끼는 우리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다. 특히 미혼모를 ‘우리와 다른 사람’으로 보는 편견이 이들을 더 위축되게 만든다.  지난해 홀로 자녀를 출산한 최서원(30·가명)씨. 그녀는 미혼모를 무책임한 여성으로 여기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러번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최씨는 “주변에서 미혼모라고 하면 언제든 아이를 두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충격을 받았다.”면서 “ ‘살다보면 한번쯤 큰일이 닥칠텐데 그 때 도망가는거 아니냐.’고 되물어올 때 가장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녀는 미혼모를 “가장 후회 없는 삶을 선택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자신의 소중한 아이를 지키고 책임지기 위해 세상의 편견에 맞서 아이를 택한 사람이라는 뜻에서다.  미혼모들은 무엇보다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주변인들의 눈초리가 가장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자식이라고 홀대하거나 차별할까봐 가장 두렵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혼모는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열린 부모교육에 참석했다가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싸늘한 시선을 느꼈다며 울먹였다. 그녀는 “자기소개를 하는데 특이한 내 성씨를 딴 아이의 이름을 함께 말하자 나를 보는 시선이 차가워졌다.”면서 “혹시 내 아이에게 신경을 덜 쓰거나 차별을 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마음을 졸인다.”고 말했다.  서울 청림동에서 사는 미혼모 박소은(19·가명)씨 역시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히는 장벽이 예상 외로 높다고 말했다. 미혼모라는 이유로 취직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도 크다. 8개월 된 자녀를 키우는 박씨는 “대부분 미혼모들은 출산하고 빨리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러 나가는데 보육시설이 턱없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도 많은데 우리같은 미혼모들은 더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아이를 낳고 기르니 슈퍼우먼이지요.” 박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주홍글씨’ 된 명칭 ‘미혼모’ 이제는 바꿀 때다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 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신체적인 미숙과 영양 부족으로 유산, 조산, 저체중아 출산 등 고위험 임산부와 고위험 태아 및 신생아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 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다. 이렇듯 아직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조차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아이를 가진 여자’로 기재돼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강조하는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이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돼 편견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고정관념 탓에 제도화된 결혼관계가 아닌 미혼 남녀의 출산이 모두 죄악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친구·동료·가족까지 외면하는 그들의 현실  실제 생활에서 그 ‘주홍글씨’는 더 짙다. 김혜림(31·가명)씨도 혹독한 과정을 겪었다. 2008년 임신 사실을 알게 된 김씨는 결혼을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 아이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남자친구 역시 “책임지겠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부모에게도 김씨의 임신과 출산을 알리지 않았다. 김씨는 철저히 혼자가 됐다. 갓난 아이만이 유일한 안식처였다. 그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동료들에게 미혼모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동네에서 아기를 안고 있는 모습을 직장 동료가 보고 말았다. 당황했지만 그는 친한 동료라 믿고 사실대로 모든 것을 털어놨다. 그러나 말로는 이해한다던 동료는 점차 변했다. 시선이 달라졌고, 연락도 받지 않았다. 마치 김씨가 ‘죄인’이라도 된 듯이. 결혼해서 자녀가 있는 친구들은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어머니도 없는 그에게는 위안의 손길이 절실했다. 출산하기 바로 몇 달 전 그는 친구에게 임신 사실을 토로했다. 돌아온 대답은 “낙태해.”였다. 결국 그 친구와도 연락이 끊겼다.  믿었던 동료나 친한 친구 조차도 외면하는 모습을 보고 김씨는 세상에 미혼모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그는 “사람들은 미혼모라고 하면 그냥 나쁘게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머니 대신 딸처럼 대해주던 외숙모와 외삼촌도 등을 돌렸다. 외삼촌은 “도와주지 말라.”며 외숙모와 그를 가까이 하지 못하게 했다.  이것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는 미혼모들의 현주소다. 무슨 사연이 있든, 어떤 과정을 겪었든 사람들은 미혼모를 일단 색안경부터 끼고 본다. 사회적 낙인, 생활고, 가족·친구와의 단절까지 삼중고를 떠안고 제 자식을 택한 엄마를 ‘단죄’하려 든다. 취재 과정에 만난 대다수의 미혼모들은 가장 어려운 것이 “사회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족의 형태로 인정해야낙태, 입양 문제도 해결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을 기록, 동성애자(3.48점) 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됐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점), 장애인(3.09점), 미혼부(3.07점), 영세민 (2.88점), 결혼이주자(2.78점), 이혼자(2.71점), 여성(2.50점) 등의 순이었다. 남기철 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회적 편견은 여성 개인의 시민적, 모성적 권리를 부인하고 낙태와 입양으로 연결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미혼모·부를 개인적 삶의 선택으로 존중하고, 가족의 형태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개선되면 입양, 낙태 문제가 적지 않게 해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박근혜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환경이 조성되면 자연스레 입양과 낙태 대신 출산을 결정하는 여성이 늘고, 결국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언론과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미혼모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함께 나섰다.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와 20여곳의 미혼모관련 단체들은 지난달 28일 ‘미혼모지원단체협의체’를 발족했다. 구세군 두리홈, 구세군 한아름, 마음자리, 마포클로버, 보아스아동, 청소년 상담 센터, 샤인힐, 서울특별시아동복지센터, 성동구건강가정지원센터, 생명누리의 집, 아름뜰, 안산시건강가정지원센터, 열린집, 영락모자원, 착한벗선우랑 심리상담센터, 한국미혼모가족협회,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해오름빌, 창신모자원, ㈔지혜로운 여성, 동국대학교 사이프 동아리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미혼모의 새 이름을 지어주세요’ 캠페인 사업 준비와 선포식,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이 날 발족식에는 서울시청, 여성가족재단, 한국미혼모가족협회등 총 18개 기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본지와 이 단체들은 미혼모에 대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핵심은 미혼모의 새명칭 공모다. 또 캠페인 공모전과 더불어 다음(daum) 아고라에서 토론과 응원서명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빈라덴 사살 이후] ‘빈라덴의 최후’ 오바마 백악관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빈라덴 사살 이후] ‘빈라덴의 최후’ 오바마 백악관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우리는 작전 개시 때부터 목표물 발견, 시신 이동까지 모든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으로 모니터할 수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0분에 걸친 오사마 빈라덴 공격작전을 백악관 상황실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백악관 측이 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의 브리핑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들과 함께 작전을 최종 점검했다. 그리고 작전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화면을 통해 작전 모습을 지켜봤다. 브레넌 보좌관은 “아마도 백악관 상황실에 모였던 사람들에게는 가장 초조하고 불안했던 시간이었을 것”이라면서 “몇분이 며칠 같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실시간 상황 점검은 현장 전투요원들이 헬멧에 착용한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암호화된 상태로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백악관 상황실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교전상황 생중계에 사용된 핵심 위성은 국방위성통신시스템(DSCS)3와 밀스타 시스템이다. 밀스타는 더 뒤에 개발된 위성으로 안정적인 통신을 가능케 하지만 DSCS3만큼 많은 신호 대역폭을 제공하지는 못한다. 이 시스템은 지상 기지나 정박 중인 선박, 또는 공격용 헬리콥터에 설치된 통신 단말기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브레넌 보좌관에 따르면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작전 상황을 지켜보다 마침내 특수부대원이 진입한 건물에서 오사마 빈라덴과 마주치자 상황실에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왔다고 한다. 특수부대가 습격한 은신처에 정말로 숨어 있는지 100% 확신하지 못했는데 화면을 통해 그를 발견하자 모두들 ‘작전 성공’이라는 느낌을 갖게 됐다. 곧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특수부대원들한테서 암호명 ‘제로니모 E-KIA’를 보고받고서야 작전을 무사히 마쳤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제로니모(1829~1909)는 아메리카 원주민 아파치족 추장으로 미군에 맞서 신출귀몰한 활약을 펼쳤던 것으로 유명하다. 1885년 전후로 미군이 제로니모를 붙잡기 위해 동원한 군인이 5000명이 넘었을 정도였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오사마 빈라덴에게 제로니모란 암호명을 붙인 것도 두 사람이 이미지가 상당히 겹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E-KIA’(Enemy Killed In Action)는 적이 사살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오바마 대통령이 전해 들은 ‘제로니모 E-KIA’는 임무 완수 신호였던 셈이다. 백악관은 어떤 기술, 어떤 경로로 현장상황을 실시간 전송받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화면을 지켜보는 사진을 공개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 선종 6년만에 복자 반열… 가톨릭 사상 ‘최단’

    요한 바오로 2세가 선종한 지 6년 만에 복자(福者)의 반열에 올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일(현지시간) 오전 10시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150여만 가톨릭 신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시복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제부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복자로 불리리라.”고 선언하는 것과 동시에 성베드로성당 외벽에 자애로운 미소를 띤 요한 바오로 2세의 대형 초상화가 드리워졌고, 광장과 주변 도로를 가득 메운 신도들은 환호와 박수로 시복을 축하했다. 일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선종 6년 만의 시복은 가톨릭교회 역사상 가장 빠른 사례다. 시복 선언 직후 요한 바오로 2세의 기적으로 파킨슨씨병에서 회복된 프랑스 수녀 마리 시몽 피에르와 마지막 순간까지 간호했던 폴란드 수녀 토비아나가 요한 바오로 2세의 혈액이 담긴 은제 성유물함을 봉헌했다. 선종 전 수혈에 대비해 채혈된 것으로, 요한 바오로 2세의 혈액 공개는 시복식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베네딕토 16세는 시복 미사 집전을 마친 뒤 성베드로 성당 안 제대 위에 안치된 요한 바오로 2세의 관을 참배했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유해가 든 관은 지난달 29일 안장돼 있던 성베드로 성당 지하에서 시복식을 위해 옮겨졌다. 교황청은 시복식에 참가한 모든 신도들의 참배가 끝난 뒤 관을 성베드로 성당 내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근처인 성세바스티아노 경당에 안치할 예정이다. 시복 미사에는 16개국 정상들과 스페인 등 5개국 왕실을 포함해 90개국 대표들이 참석했다. 바티칸은 인권 유린 혐의로 유럽 여행이 금지된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에게 가톨릭 신도라는 점을 감안해 특별히 시복식 참석을 허가했다. 한국 순례단을 비롯해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 300여만명이 사흘간 진행된 시복식에 참석한 것으로 바티칸과 외신들은 전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에 대한 축하 서한을 보냈다. 이 대통령 교황 베네딕토 16세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동서 냉전 타파와 세계 평화 정착에 기여한 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복을 축하한다.”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교황청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용어 클릭] ●시복(諡福) 가톨릭에서 성덕이 높은 사람이 선종한 뒤 공적인 공경을 바칠 수 있도록 복자로 추대하는 것을 이른다. 일반적으로 5년의 유예 기간 뒤 생애와 저술, 연설에 대한 검토, 기적 심사 등을 거쳐 복자로 추대한 뒤 추가 심사를 통해 성인으로 추대한다.
  • [프로야구] 괴물의 괴물투

    [프로야구] 괴물의 괴물투

    류현진(한화)이 시즌 첫 무사사구 완투승을 일궜다. 류현진은 1일 대구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 9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솎아내며 무사사구 1실점했다. 류현진은 지난 26일 목동 넥센전 완투패에 이어 2경기 연속 완투하는 괴력을 뽐냈다. 류현진의 통산 완투승은 19번째, 무사사구 완투승은 6번째. 한화는 류현진의 쾌투와 장성호의 2점포로 삼성을 3-1로 눌렀다. 장성호는 개인통산 200홈런을 달성했다. 역대 17번째. 롯데는 광주에서 장원준의 호투로 KIA를 7-2로 물리쳤다. 장원준은 7이닝 동안 6안타 1실점으로 막아 3승째를 챙겼다. 3회 선두타자로 나선 이대호는 좌월 장외 1점포로 5호 홈런을 기록했다. 박용택(LG·6개)에 이어 홈런 공동 2위. 넥센은 잠실에서 올시즌 최장이자, 역대 13위에 해당하는 5시간 19분의 혈투 끝에 11회 터진 강정호의 결승타로 LG를 10-9로 제쳤다. 9-9로 맞선 연장 11회 2사 2루에서 강정호가 김광수를 상대로 짜릿한 좌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LG 좌완 봉중근은 2-4로 역전 당한 2회 시즌 처음으로 등판, 3과 3분의1이닝 동안 1안타 3사사구 2실점했다. SK는 문학에서 글로버의 호투로 두산을 3-1로 꺾었다. 글로버는 8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낚으며 1볼넷 1실점으로 막았다. 2승째.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포겔·홍석천 교수 등 “기술이 인간진화 도왔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신경제사(新經濟史) 연구의 권위자인 로버트 포겔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인류는 지난 300여년간 비약적인 기술 발전에 따라 그 이전과 다른 존재로 진화했다.”는 과감한 주장을 담은 책을 펴내 주목받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따르면 다음 달 출간을 앞둔 ‘변화하는 신체:1700년 이후 서구에서 건강, 영양, 그리고 인간의 발전’에서 포겔 교수와 동료 연구진들은 기술이 인간 진화를 가속했다는 이론을 내세웠다. 홍석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도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포겔 교수 등은 지난 18~20세기 전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인체의 크기와 모양, 수명이 그 이전 수천년보다 훨씬 더 빨리, 많이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식량 생산과 공공보건 발전에 기반한 ‘기술생리적 진화’가 극히 짧은 기간에 이뤄지면서 오늘날 인류는 다른 생물종은 물론 조상들과도 분명히 다른 존재가 됐다는 것이다. 한 예로 프랑스혁명과 오늘날 30세 프랑스 남성의 평균 몸무게는 45㎏에서 77㎏으로 달라졌다. 18세기 중반에 살던 22세 노르웨이 남성의 평균 신장은 140㎝에 불과했지만 20세기 말에는 180㎝로 무려 40㎝나 커졌다.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들은 여러 나라 수천명의 건강 기록 등 세계 각국의 신체 성장, 영양 상태, 식품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진은 미국 등 서구권에서 영양 과잉으로 인한 심각한 건강문제 때문에 인체 크기와 수명이 정비례 관계에서 반비례 관계로 바뀔 조짐이 보이는 등 예상치 못했던 결과물을 얻기도 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세상을 뒤흔든 불편한 사진 73장

    세상을 뒤흔든 불편한 사진 73장

    1993년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던 아프리카 수단. 카메라를 목에 건 당신 앞에 기이한 광경이 펼쳐진다. 비쩍 마른 여자아이가 보급품을 받기 위해 급식센터를 향해 네발짐승처럼 기어가고 있고, 그 뒤로 ‘초원의 청소부’ 독수리 한 마리가 서 있다. 독수리의 눈초리는 노골적이다. 얼른 소녀가 기력을 잃고 쓰러지길 바라는 포식자의 시선이다. 게걸스러운 독수리는 소녀와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줄곧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며 뒤를 밟고 있다. 꼭 보도사진가가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 봤을 곤혹스러운 광경이 펼쳐진 셈이다. 자,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쩌면 평생 만나기 어려운 극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을 것인가, 아니면 소녀의 안위를 위해 독수리를 멀리 쫓아 버릴 것인가. 당시 이 같은 극적인 순간과 마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청년 사진가 케빈 카터는 사진을 선택했다. 수단이 겪고 있는 고통과 참상을 극적으로 상징하는 순간을 사진에 담아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는 극심한 갈등 속에서도 셔터를 눌렀고, 이후 독수리를 쫓아 버린 뒤 자신도 마을에서 멀리 도망쳤다. 카터가 찍은 사진은 미국의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반향은 대단했다. 소녀의 안위를 걱정하는 수많은 독자들의 편지가 신문사로 폭주했다. 이듬해 카터가 퓰리처상을 받으며 사진의 성가는 더욱 높아졌다. 하지만 사진가에 대한 비난의 크기 또한 그와 똑같이 커졌다. 그는 왜 사진만 찍고 소녀를 돕지 않았을까. 독수리 맞은편에서 비슷한 눈높이를 한 채 쪼그리고 있었을 카터 또한 독수리와 다를 바 없는 모리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던 카터는 결국 퓰리처상을 받은 지 두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다니엘 지라르댕·크리스티앙 피르케르 지음, 정진국 옮김, 미메시스 펴냄)는 이처럼 사진사(史)에서 논란이 된 사진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1936년 스페인 내전 당시 공화파 병사가 적의 총탄에 쓰러지는 장면을 담은 로버트 카파의 사진, 1969년 닐 암스트롱과 함께 달에 착륙한 버즈 올드린의 사진, 1997년 달리는 차 안에서 파파라치의 렌즈를 피해 몸을 돌린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의 마지막 사진 등 논쟁거리가 된 사진 73장이 수록됐다. 책에 등장하는 사진들에 평범한 순간이란 없다. 전쟁의 광기와 학대, 참혹한 죽음, 도착적 성욕 등이 시종 독자의 상식과 참을성을 시험하고 도발한다. 컴퓨터 그래픽(CG)과 ‘뽀샵질’ 탓에 사진(寫眞)이 ‘진실의 매체’로서 가치를 잃기 이전의 것들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3만 9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주말 영화]

    ●에린 브로코비치(EBS 토요일 밤 11시) 두번의 이혼 경력과 16달러의 은행 잔고가 전부인 에린 브로코비치(줄리아 로버츠·왼쪽)는 마땅한 일자리도 없이 자식 셋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그녀는 차를 몰고 가다 옆에서 달려온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당한다. 변호사를 찾아가 운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지만, 보상금을 타내기 위해 일부러 사고를 일으킨 게 아니냐는 상대방 변호사의 도발에 말려들어 결국 한푼도 받아내지 못한다. 그렇게 희망이 사라진 브로코비치는 자신을 변호했던 변호사 에드(알버트 피니·오른쪽)의 사무실로 찾아가 일하게 해 달라며 눌러앉아 버리고, 마음에 안 들면 해고한다는 조건으로 변호사 사무실의 말단 직원으로 채용된다. 그러던 1992년 어느 날 서류 정리를 하던 그녀는 이상한 의학 기록들을 발견한다. 그것은 전력사업을 하는 대기업 G&E사의 공장이 크롬 성분이 있는 오염물질을 대량 방출하여 사막에 있는 작은 마을 힝클리의 수질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을 질병에 걸리게 했다는 내용인데…. ●나는 비와 함께 간다(OBS 일요일 밤 11시 15분) 전직 형사 클라인(조시 하트넷)은 어느 날 대부호로부터 실종된 아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그의 이름은 시타오(기무라 타쿠야). 클라인은 시타오가 홍콩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형사 시절의 친구 멩지(여문락)와 함께 시타오의 행적을 추적한다. 홍콩의 암흑가까지 도달한 클라인은 시타오가 마피아 보스의 여자 릴리와 함께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홍콩의 거물급 마피아 보스 수동포(이병헌)는 미치도록 사랑하는 연인 릴리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분노와 격정에 휩싸여 시타오를 추적한다. 그렇게 비밀에 싸인 채 실종된 한 남자와 그를 찾아야만 하는 두 남자의 숨막히는 추적이 계속된다. 과연 세 남자의 엇갈린 운명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윌리엄과 케이트의 러브스토리(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영국 왕실의 왕위 계승 서열 2인자인 윌리엄 왕자는 대중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 평범한 대학 생활을 즐기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 진학한다. 같은 대학 재학생들의 뜨거운 관심과 환영을 받으며 대학에 진학한 윌리엄 왕자는 미술 수업 시간에 같은 프로젝트 조가 된 케이트 미들턴과 자연스럽게 친구 사이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윌리엄은 패션쇼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를 입고 런웨이에 선 미들턴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 하지만 미들턴은 이미 남자 친구가 있었고, 윌리엄과는 친구 사이라며 선을 긋는다. 그러던 중 미들턴의 남자 친구가 졸업을 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헤어지게 됐고, 윌리엄과 미들턴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 美중남부 토네이도 강타 200명이상 사망

    미국 앨라배마주를 비롯한 중남부 일대를 강력한 토네이도가 휩쓸어 28일 현재 2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관리들이 밝혔다. 150여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 앨라배마주와 미시시피, 조지아 등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돼 주방위군이 구호작업에 나섰으며 남부 텍사스에서부터 북부 뉴욕주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호우 경보가 발령됐다. ●뉴욕 등 동부지역도 토 네이도 경보 특히 이날 오전부터는 뉴욕과 메릴랜드, 노스캐롤라이나 등 동부지역 일대에도 토네이도 경보가 내려졌다. 미국 기상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27일(현지시각) 앨라배마와 테네시, 켄터키, 조지아, 루이지애나, 버지니아 등 6개주에 폭우를 동반한 토네이도가 엄습해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앨라배마의 로버트 벤틀리 주지사는 이번 토네이도로 앨라배마 주민 131명이 희생됐다고 밝혔으나 CNN은 앨라배마의 사망자 수를 149명으로 잠정 집계했다. 또 미시시피에서 32명, 테네시 15명, 조지아 12명, 버지니아 8명 등의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앨라배마의 벤틀리 주지사와 전화통화를 해 연방정부 차원의 긴급구호 작업과 이재민 지원을 승인했으며 현재 1400여명의 방위군 병력이 투입되었다. 앨라배마 대학이 위치한 인구 8만 3000명의 도시 터스컬루사에서는 지난 27일 오후부터 몰아닥친 토네이도로 인해 중심가의 식당과 상가건물 등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으며 전기공급이 중단되면서 밤이 되자 도시 전체가 암흑천지로 변했다. ●앨라배마 24만가구 전기 끊겨 시내에는 쓰러진 나무와 전선들이 뒤엉켜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병원 응급실에는 6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경찰서와 소방서 등 도시의 주요 관공서와 기반시설도 대부분 파괴돼 피해규모 파악과 구호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소 1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된 터스컬루사의 월터 매덕스 시장은 “피해규모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라면서 피해복구에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앨라배마주에서는 넘어진 나무들이 송전선을 덮치면서 24만 5000가구의 전기공급이 중단됐고 헌츠빌 서쪽 50㎞ 지점에 있는 브라운스 페리 원자력발전소에도 한때 외부전원이 끊겼으나 비상용발전기가 가동돼 추가 사고는 없었다. 토네이도에 이은 폭우로 중남부 일대에는 홍수와 도로유실, 정전 등의 피해 신고가 쇄도하고 있다. 켄터키 주정부는 앞으로도 토네이도와 폭우가 계속될 수 있다면서 “폭우가 완전히 수그러들 때까지 경계를 유지해 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기상당국은 지금까지 앨라배마에 66건, 미시시피 38건 등을 포함해 최소 137건의 토네이도 발생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美 국방장관에 파네타 CIA 국장-CIA 국장엔 퍼 트레이어스 사령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리언 파네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차기 국방장관에,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은 차기 CIA 국장에 각각 임명할 것이라고 ABC방송과 AP통신 등 미 언론들이 27일 보도했다. ABC방송 등은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오바마 대통령이 28일 이 같은 내용의 2기 안보팀 개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미 연내 사임할 뜻을 분명히 밝혀 왔다. 차기 국방장관과 CIA 장관 인선으로 지난해 10월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사임으로 시작된 오바마 대통령의 국가안보팀 교체가 마무리됐다. 차기 국방장관과 CIA국장은 미 상원 인준을 거쳐 이르면 여름쯤부터는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로써 오바마 대통령의 2기 안보팀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 파네타 국방, 토머스 도닐런 NSC 보좌관, 퍼트레이어스 CIA국장으로 짜여지게 됐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영화프리뷰] ‘워터 포 엘리펀트’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 아이비리그 명문대 수의학과 졸업을 앞둔 제이컵(로버트 패틴슨)은 부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뒤바뀐다. 모든 것을 잃고 충격을 받은 그는 정처 없이 일자리를 찾으러 다니다 벤지니 서커스단의 기차를 타게 된다. 서커스단에서 수의사로 일하게 된 그는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제이컵은 서커스단 최고의 스타이자 단장의 아름다운 아내 말레나(리즈 위더스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제이컵과 말레나는 서커스단의 새로운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코끼리를 함께 돌보고 훈련시키면서 호감을 느끼지만, 서커스단의 폭군으로 군림하는 단장 어거스트(크리스토프 왈츠)가 이들의 관계를 눈치채고 둘 사이를 떼어 놓으려고 한다. ‘워터 포 엘리펀트’는 대공황 당시 최대 호황을 누렸던 서커스단을 배경으로 한 영화지만, 주인공들의 애정 관계에 얽힌 스토리가 더 중심을 이루는 영화다. 블록버스터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 뛰어난 시각 효과에 서사적인 스토리를 결합시켜 호평을 받았던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은 이번에도 서커스라는 화려한 쇼에 서사적인 로맨스를 덧입히려고 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강렬하거나 웅장한 느낌은 덜하다. 백발노인이 된 제이컵이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으로 시작되는 영화는 고전적인 시대 배경만큼이나 주인공들의 삼각 관계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광폭한 남편의 학대를 피해 금지된 사랑을 나누는 제이컵과 말레나의 감정선이 섬세하고 애절하게 표현되지 않아 감정 이입이 어렵고 오히려 동물에게 호된 매질을 서슴지 않는 어거스트의 잔인함에만 시선이 쏠리는 불균형을 낳았다.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전 세계 소녀팬들을 사로잡은 로버트 패틴슨은 성숙한 캐릭터에 도전했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격정적인 로맨스를 표현하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해 보인다. 단, 동물을 좋아하거나 1930년대 미국 서커스단의 정취를 느끼고 싶은 관객이라면 초대형 천막 안에서 사자, 호랑이 같은 맹수들이 부리는 묘기에 눈길이 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량이나 스케일이 작아 영화 ‘시카고’나 ‘물랭루즈’처럼 화려하고 관능적인 볼거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미국에서 280만부를 판매한 세라 그루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15세 관람가. 5월 4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