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수교의 전제조건(북핵타결 이후:7)
◎휴전선배치 북병력 후방이동이 “열쇠”/인권상황 개선·테러 포기도주요 함수/미측 관심사항 진전따라 시기 판가름
북한·미국간의 핵협상 합의문은 『정치·경제적 관계의 완전정상화를 추구키로 하고…상호관심사에 대한 진전이 이뤄지는데 맞춰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켜 나간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북·미 연락사무소의 개설 이후 양측의 「상호관심사」 분야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국교를 공식 수립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연락사무소가 앞으로 6개월내에 워싱턴과 평양에 설치되고 언제가는 수교까지 이뤄지게 되겠지만 그 기간이 연락사무소 설치후 수개월이 될지 아니면 몇년이 더 걸릴지는 상황의 전개를 두고봐야 할 것이다.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관심사항」들에대한 관심의 해소가 이뤄져야한다는 것이다.
합의문에는 양측의 관심사항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북한은 국교수립을 적극 추진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미국에 대한 관심사항이 수교의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이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북한에대한 관심사항이 문제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미국은 부시대통령의 재임시절부터 이미 미·북한 수교의 전제조건으로 핵문제타결 이외에 ▲북한의 미사일 기술의 해외수출 문제 ▲테러리즘의 포기 ▲북한의 인권문제 개선 ▲미군의 유해송환 등의 문제를 거론해 왔다.클린턴행정부는 이들 분야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수교전에 제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혀 왔다.
지난 19일 제네바회담의 미측 수석대표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차관보는 이러한 관심분야에 대해 『미·북한 관계가 정상화되려면 반드시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선행되어야 하며,따라서 휴전선 부근에 집중적으로 전진배치되어 있는 북한군병력을 후방으로 분산·재배치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전진배치병력의 후방이동 이외에 ▲중장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의 생산과 수출문제 ▲인권상황에 대한 개선 등 몇가지의 분야에서 진전이 있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갈루치차관보의 언급을 보면 과거 공화당 행정부의 수교전제조건들을 클린턴행정부도 별로 수정함이 없이 이들 문제를 제기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다만 과거에 「전제조건」으로 불려오던 문제들에 「관심의 대상」이라는 용어를 구사함으로써 다소 신축적인 대응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심사항」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전진배치병력의 후방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북한은 지난 90년 이후 평양과 휴전선사이에 전병력의 70% 이상을 집중배치하고 있고 이에따라 각종 포대를 휴전선에 근접배치,서울을 비롯한 남한의 주요지역을 모두 사정거리안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인권문제야 북한의 내부사정이 거의 노출이 안되기 때문에 정확한 실상을 알 수 없지만 북한이 미국과 수교를 하고 싶으면 인권상황의 정확한 보고와 함께 이에대한 개선책을 제시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테러리즘의 포기는 과거 KAL기 폭파사건 등 과거사에 대한 것보다는 국제테러리스트에 대한 지원의 포기를 미측이 약속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북·미간에 수교로 가는 길은 결코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핵문제의 완전한 해결도 특별사찰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이런저런 사정을 종합해볼 때 미·북한간의 수교는 금방 이뤄질 수 없으며 연락사무소 개설과는 차원이 다른 많은 문제점들이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뉴스위크 「북핵합의 이후」 전망/“한국재벌 「북한상륙」 임박/원산항개발·조선소 건립 “내부확정”/현대/남포에 3개공장 완공… 가동 시간문제/대우/“나진선봉지구 SOC참여” 중과 접촉/삼성/신의주일대 경공업단지 조성 추진/금성
미국과 북한간에 체결된 북한 핵개발 저지를 위한 최종합의는 한국의 재벌들에게 북한진출 확대의 문호를 개방해 주게 될 것이라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지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뉴스위크지는 이미 현대,대우,삼성,럭키금성 등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원산,남포,청진,신의주 등을 거점으로 우회진출을 시도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외교적 긴장관계로 움추려 있던 한국 비지니스맨들에게 제네바 합의는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다음번 한국전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북한의경제적 잠재력을 선점하려는 남한 재벌들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뉴스위크지는 전망했다.
이 잡지는 풍부한 소비시장에 매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은 북한의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인구밀집의 공업지대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일본,유럽,미국 등으로의 수출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은 동해안 지방의 공업지대를 선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지가 소개한 한국 각 재벌기업의 북한 진출추진 현황은 다음과 같다.
▷현대◁
한국의 가장 공격적인 기업인 현대는 이 기회를 수년간 기다려 왔다.현대의 창립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은 1989년 평양을 방문한 최초의 재벌총수였다.그는 금강산의 관광지 조성과 동해안 주요 항구인 원산항 개발,조선의 허가를 얻었다.그러나 그 무렵 정회장은 자신의 정당을 만들어 대통령후보로 출마함으로써 남한의 지도층을 화나게 했다.그는 또 평양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독점사업으로 간주하고 있던 시베리아 벌목채취권을 러시아로부터 따냄으로써 북한측의 심기도 불편하게 한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북한 출신의 80세 고령인 정회장은 북한에 현대를 세울 것을 결정해 놓고 있다.
▷대우◁
추진력 있는 총수인 대우그룹의 김우중회장은 남한측의 비공식 북한대사 역할을 해왔다.지난 92년 평양을 방문,남한사람으로는 유일하게 북한의 새 지도자인 김정일을 만났다.대우는 북한의 파트너와 함께 북한 서해안의 전략 거점인 남포항에 의류,장난감,가죽제품 등 8가지의 소비재 공장 건설에 참여할 권리를 갖고 있다.이들중 3개의 공장은 남북관계가 핵위기로 동결되기 전에 완공됐으며 남한으로부터 기계와 기술자들이 도착하는 즉시 생산을 가동할 것이다.
▷삼성◁
거대한 전자기업을 중심으로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국경에 설립한 동북부의 자유무역지대 내에 철도및 기타 사회간접시설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중국회사들과 접촉을 하고 있다.또한 북한에 섬유 등 재료를 보내고 완성된 의류제품을 남한으로 수입하는 등의 소규모 위탁거래도 대행하고 있다.
▷럭키금성◁
북한 북서부 중국과의 경계를 따라 화학제품 및 경공업단지 조성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이 지역은 최근 중국의 가장 번성하는 3개 성과 접하고 있어 북한의 제2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특히 이곳 중국 국경 내에는 1백만명 이상의 조선족도 살고 있다.삼성과 마찬가지로 현재 북한과 위탁거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