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후 북한 새 정체성 모색」/알렉산더 만술로프
◎미기업연 세미나 논문/명 멸망이후 조선상황 비슷… 「효도정치」로 체제 유지
미국 워싱턴의 저명한 싱크탱크의 하나인 미기업연구소(AEI)는 13일 『핵위기이후의 한반도 평화전망』이라는 주제로 하루종일 세미나를 가졌다.AEI의 동아시아연구소장인 제임스 릴리 전주한대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는 미측에서 월터 슬로컴 국방차관,로버트 갈루치 국무부핵대사,도널드 그래그 전주한대사 등이 참석했고 한국측에서는 안병준연세대교수,이동복조지워싱턴대시거센터 객원연구원등이 발표및 토론에 참가했다.다음은 이날 세미나에 제출된 알렉산더 만술로프연구원(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의 논문 『새로운 정체성의 모색,북한 김일성 사후 전통정치와 현대화의 재생』을 요약한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사망이후 무엇보다 체제가 지향해나가야할 방향과 체제 목표의 재설정에 부심하고있다.북한은 공산주의 종주국의 붕괴와함께 이같은 정체성의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이같은 상황을 한국의 과거역사에서 비교한다면 한족인 명나라가 야만족 청나라에의해 멸망했을때 17세기 당시 조선이 직면했던 상황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당시 효종(1649∼1659),현종(1659∼1674)은 중국대륙에 청조가 건국됨에 따라 안보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선이야말로 진정한 유교의 유일한 보호국으로 생각하고 유교를 더욱 숭상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로 변함에 따라 안보의 불안과 함께 진정한 공산주의의 요새로서의 진로를 다시 모색하고있다.
둘째는 김일성시대의 가부장적 정치에서 김정일 체제의 효도정치로 이행해야하는 과제를 안고있다.김정일은 자신의 새로운 체제의 합법성을 강화하는 작업의 하나로 이같은 유교적 한국 전통적 효도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고있다.이를 위한 상징조작 방법의 하나로 아버지에 대한 애도기간을 이용하고있다.작년 11월9일자 김정일 지휘각서는 공식애도기간이 끝났다고 했으나 지금와서는 금년 10월까지 계속되며 따라서 그의 국가주석취임 등은 그 이후에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있다.
정치적인 면에서 보면 김일성사후 새로운 양상의 하나는 관료자치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김일성의 생전에는 모든 시책결정이 김일성에 의해서만 결정되었지만 이제는 기술전문관료들의 독자적인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는 김정일과 그를 둘러싸고있는 혁명 1세대의 후견지도그룹과의 특별한 관계때문이기도 한데,이는 조선역사에서 세자가 스스로 권력을 키워가지만 어디까지나 관료적 기준에 의해 「덕이 있는 임금」이 된다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제도적인 면에서 본다면 지금의 북한의 중요결정은 정치국이나 중앙인민위원회등 제도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김정일의 극히 사적인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다.
세번째 부심하고있는 과제는 경제의 근대화로 여기에는 ▲에너지및 관련분야의 현대화 ▲나진,선봉지구 등 두만강개발계획의 실천 ▲농업생산의 부분적 사유화 등이 포함되고있다.북한은 나진,선봉지구의 자유무역지대가 성공을 할 경우 원산,남포,신의주,해주,청진 등도 잇달아 이 계획을 확대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체적으로 볼때 우리는 북한의옛 얼굴과 그들의 낡은 이념을 다시 만나게되지만 북한의 지도부가 새로운 정체성을 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장래는 낙관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