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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일성땐 “애도” 김정일엔 “위로”

    미국 정부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조의 성명은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 사망 당시와 비교하면 미묘하지만 확실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미국 정부 스스로 당시 경험을 선례로 삼았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대신해 북한 주민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는 공식 조의 성명을 발표했다. 또 당시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과 핵협상을 벌이던 로버트 갈루치 협상대표를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분향소에 보내 조문을 하게 했다. 성명의 주체 측면에서 미국 대통령과 국무장관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내용 면에서 볼 때도 ‘심심한 애도’와 ‘위로’(염려와 기도)는 격이 다름을 알 수 있다. 1994년 때보다 수위가 떨어졌다는 얘기다. 미국이 ‘김정일의 존재’에 대한 이중적 고민을 했다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김 위원장에 대해 보수세력들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현실, 그러면서도 공식적으로 한 국가(유엔회원국)의 최고지도자의 사망이라는 외교적 사안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적극적인 조의 표명이 효과를 발휘해 김 주석 장례식 기간이 끝나고 1개월 뒤부터 북·미 핵협상을 재개했고 그해 10월 제네바 핵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美 “北의 평화·안정적 권력 이행 원한다”

    美 “北의 평화·안정적 권력 이행 원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조문하면서 ‘김정은 영도’를 직접 거론했다. 미국 정부도 조의를 표명했다. 미·중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 4강이 김 위원장 사망 이후 북한의 조속한 안정을 희망하는 양상이다. 후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의 북한대사관에 마련된 김 위원장 빈소를 찾아 조문하면서 “우리는 조선(북한) 인민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단결해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고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안정 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전날 공산당 중앙위원회 등 당·정·군 최고권력기관 명의의 조전을 통해 처음으로 김정은 체제를 인정한 데 이어 후 주석이 이를 직접 재확인한 것은 북한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함께 중국이 김정은 체제의 조속한 착근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내외에 과시한 행보로 풀이된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중국중앙(CC)TV 등 관영 언론들이 조전과 후 주석 조문내용 등 김정은 관련 보도를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김정은 체제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후 주석의 조문에는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을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3명 등 당·정·군 주요 간부들이 동행했다. 중국의 류훙차이(劉洪才) 주북 대사도 이날 오전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평양 금수산기념궁전 김일성동상에 헌화하면서 김 위원장을 조문했다. 미국 정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 주민의 안녕을 깊이 우려하며, 이 어려운 시기를 겪는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를 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성명은 김 위원장을 직접 애도하는 표현 대신 북한 주민들을 위로하는 형식을 통해 미 정부 차원에서 조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어 “북한의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권력 이행(transition)을 원한다.”면서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화의사도 분명히 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의 애도기간을 존중할 것”이라면서 “적절한 시점에 분명 다시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무부는 대북 식량지원과 제3차 북·미 고위급 대화에 대해 “지금까지 어떤 결정도 내려진 바 없다.”고 부인해 이번 주중 열릴 전망이던 북·미 대화가 무기한 중단됐음을 시사했다. 지난 1994년 7월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했을 당시에도 미국 정부는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직접 “북한 주민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한다.”는 조의 성명을 발표하고 제네바에서 북한과 핵 협상을 벌이던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를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에 보내 조문하도록 한 바 있다. 베이징 박홍환·워싱턴 김상연특파원 stinger@seoul.co.kr [용어 클릭] ●transition 일반적으로 전환, 이행 등으로 해석되며, 클린턴 미 국무장관 발언의 경우 김정일 체제에서 장례기간을 거쳐 안정적으로 다음 단계로의 권력 이행 의미가 강하다.
  • [서울광장] 14년전 북핵 왕따의 추억/박정현 논설위원

    [서울광장] 14년전 북핵 왕따의 추억/박정현 논설위원

    1994 년 제네바의 여름은 뜨거웠다.북한의 강석주와 미국의 로버트 갈루치가 참석한 고위급회담에서는 치열한 신경전 속에서 북핵 협상이 시작됐다.강석주와 갈루치는 북한대표부와 미국대표부를 번갈아 오가고,때로는 제네바 시내 음식점에서 머리를 맞댔다.회담장 주변에서 한국과 일본,외신기자 수십명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였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서울에서 날아온 한국의 국장급 외교부 간부의 주요역할은 미국과 회담 전략을 협의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었다.우리 측은 북·미 회담이 끝나면 밤에 미국대표부로 찾아가 회담 내용을 설명받았다.하루에 9시간 동안 진행된 회담 내용을 설명받는 시간은 고작 몇십분.간부는 기자들에게 선문답 같은 브리핑을 하고는 밤새워 서울로 회담 결과를 보고하는 일을 되풀이했다.북핵 협상의 특성상 좀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만 같았던 회담은 가을로 접어들 무렵 대타협을 일궈냈다.북한이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 건설을 지원하고 중유를 제공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합의 내용은 한국에 불만이었다.갈루치는 3년전 펴낸 ‘북핵위기의 전말’에서 회담 합의 이후 클린턴 대통령이 김영삼 대통령(YS)에게 전화를 걸어 YS를 달랬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했다.청와대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발표했지만,YS는 기자들에게 “한반도 상황이 불안한데 미국의 대화가 너무 빨리 간다.”고 클린턴에게 말했다고 한마디했다.YS식의 불만 표출이었다.정종욱 외교안보수석은 토니 레이크 백악관 안보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북·미관계 개선 속도가 빠르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한국은 북·미 제네바 회담에서 왕따였던 것이다.6자회담과 달리 북·미 직접협상은 한국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아이로니컬하게도 북·미 직접협상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은 YS정부였다.YS는 공로명 대사를 미국에 보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다. 2008년 말의 상황은 14년 전과 흡사하다.YS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보수정권이고,클린턴 정부와 오바마 정부는 민주당 정권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집권 초반기이거나 취임을 눈앞에 두고 있다.오바마 행정부 대북정책의 윤곽이 나오지 않고 있지만 집권초기에는 강력한 파워와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다.오바마 행정부 진용에는 클린턴 정부 인물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어 클린턴 행정부 정책과 연속성을 가질 것 같다. 갈루치의 회고록에서는 경험을 바탕으로 협상의 교훈과 과제를 제시한다.부시 행정부가 중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맡긴 외교적 노력은 인정하지만,북·미 양자회담을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한다.미국의 이익과 목적을 추구하려면 양자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권고한다.한국과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힘들어졌고,과거처럼 한국의 의사를 존중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한마디로 6자회담은 폐기하고 북·미 직접협상을 추진해야 하며,직접 협상은 미국의 이익에 맞게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갈루치의 주문을 얼마나 반영할지는 미지수다.하지만 현재 한반도 상황은 14년전 왕따의 추억을 되살아나게 한다.북핵과 한반도 문제에서 왕따가 되지 않고,우리 목소리를 내는 외교전략이 필요한 때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한·미동맹 부정적 변수 직면 가능성”

    미국산 쇠고기 개방 문제로 한·미간 협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관계 및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 전문가들이 17일 한자리에 모였다. 아산정책연구원(이사장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과 미국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원장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이 이날 서울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공동개최한 ‘북핵 문제 및 한·미 동맹’에 관한 워크숍에서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핵 협상을 담당했던 갈루치 원장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타협을 희망하고 있는 게 사실이니 북한은 다음 정권을 기다리지 말고 부시 행정부와 북핵 문제 결말을 짓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지냈던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교수는 “한·미가 4월 정상회담에서 폭넓고 긍정적인 합의를 했지만 향후 몇 가지 변수에 직면할 수 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미 민주당 대선후보측과 의회의 부정적 정서, 북한의 핵무기 및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고수, 중국의 군 현대화와 ‘베이징 컨센서스’(중국 전통적 사고방식으로 국제관계와 경제를 보는 시각), 전시작전통제권 이양 등을 꼽았다. 그린 교수는 최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이 한·미 동맹을 불편하게 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쇠고기 수입에 대한 한국 내 도전도 향후 한·미간 긍정적 의제와 상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 교수는 “여러 도전들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 강화를 지지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며 향후 의제로 ▲한·미 FTA 중요성 재확인 ▲한·미·일 안보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활성화 ▲능력·조건에 따른 전작권 이양 과정 확립 등을 제안했다.김미경기자chaplin7@seoul.co.kr
  • 李 당선인 “미·중·일·러 특사 파견”

    李 당선인 “미·중·일·러 특사 파견”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조만간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4강에 특사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이 당선인은 4일 오전 통의동 집무실에서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폴 울포위츠 전 국방차관,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협상 대표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 등 미 유력인사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주 대변인은 “오는 8,9일에 특사단을 구성한 뒤 상대국들과 협의, 방문일정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4강 특사단장이 내부적으로 정해지긴 했으나 상대국과의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직 밝힐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주 대변인은 특사단 파견 시기에 대해 “취임 전에 특사가 가면 저쪽(해당국)에서 취임식 때 축하사절이 오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미·중·일·러 특사는 모두 한나라당 중진 의원들이 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사단장으로는 미국의 경우 정몽준 의원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일본은 이 당선인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포함한 원로급 인사가 맡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주 대변인은 북한에 특사를 보내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그런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미 유력 인사들과의 접견에서 이 당선인은 “한·미 양국은 북핵문제 해결 및 동맹 강화를 위한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미측 인사들은 “가까운 시일내에 미국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오전 9시부터 1시간30분간 이어진 접견에서 이 당선자와 미측 인사들은 북핵과 한·미 동맹 강화, 개성공단, 탈북자, 북한 인권, 이라크 에너지개발 등 폭넓은 주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대변인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서로의 경험담과 조언을 주로 주고받았다.”면서 “다만 자세한 대화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측에서는 정몽준 의원과 박진 인수위 외교·통일·안보분과 간사를 비롯해 김우상 연세대 교수, 남성욱 고려대 교수,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 권종락 당선인 외교보좌역 등이 배석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씨줄날줄] 협상의 여유/이목희 논설위원

    우리 헌정사에서 정치협상력이 돋보였던 시절로는 1988년 6공 초기가 꼽힌다.3김씨가 야당 지도부에 포진한 여소야대 정국에, 민주화욕구,5공청산까지 얽혀 복잡했던 시기였다. 도대체 협상이 이뤄질 것 같지 않은 구도가 그런대로 굴러간 배경에는 여야 원내총무 진용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당인 민정당 총무는 고인이 된 김윤환씨였고, 제2당 평민당 총무는 김원기 현 국회의장이었다. 민주당·신민주공화당 총무는 최형우·김용채씨였다.4당 총무회담이 열리면 2∼3시간씩 걸렸다. 기자들은 ‘3시간여 격론’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고 한다.4인 사이에는 발표문이 금방 만들어지곤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담을 일찍 끝내면 진지해보이지 않는다. 잡담을 하거나, 각자의 보스에게 합의내용을 유리하게 포장해 보고하는 방법을 얘기하며 적당히 시간을 때웠다. 정치·외교협상에서 여유를 가짐으로써 나은 결과를 가져온 사례는 많다. 나폴레옹전쟁을 마무리짓는 빈회의가 대표적이다. 춤파티로 일관해 ‘회의는 춤추고, 진전은 없다.’는, 생산성을 비꼬는 말을 남겼다. 패전국 프랑스는 일류 요리사를 보내 최고급 와인과 음식을 연일 제공했다. 당연히 프랑스에 관대한 조치들이 결정됐으며, 이는 오랫동안 유럽의 평화를 가져왔다. 그동안의 북·미 접촉을 보면 긴장감이 먼저 흐른다. 상대를 원수로 여겨서는 협상이 되질 않는다. 국가간 전쟁상태라도 협상대표 사이가 그래선 안 된다. 비록 공개할 수 없어도 화기애애함이 있어야 한다. 다행히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좋다고 한다. 견해차가 심각함에도 비난의 목소리가 없다. 지난달 30일에는 북한측이 미국 대표단을 초청해 비공식 만찬을 베풀었다고 한다. 북·미의 태도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1994년 1차 북핵위기때에는 햄버거가 협상파탄을 막았다고 로버트 갈루치 당시 미국 대표가 회고록에서 밝혔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갈루치는 책상을 내리쳤다. 결렬이 가까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때 북한 관리 부인이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와 “드시면서 하시라.”고 했다. 양국 대표단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긴장을 풀었고, 회담은 타결 순간까지 인내심으로 이어졌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서울광장] 盧·부시, 北실체 놓고 언쟁말라/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盧·부시, 北실체 놓고 언쟁말라/이목희 논설위원

    양국 정상은 북한의 이중성(二重性)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대화를 진행시켜야 한다. 가진 정보를 모두 교환하되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 김일성이 1994년 사망하자 정부는 정보부족으로 당황스러워 했다. 일부 국내전문가들은 “대인기피증이 심한 김정일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그때 미국이 김정일 정보파일 책자를 선심쓰듯 우리 정부에 건넸다. 고급정보와 함께 심도있는 심리분석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김정일이 리더십이 있고, 활달하며, 영민한 측면이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인공위성, 정찰기, 통신감청을 통한 군사정보 수집에서 미국이 한국보다 단연 앞선다. 하지만 한국은 인적 첩보 수집에서 낫다고 여겨 왔다. 특히 북한은 같은 민족이다. 심리분석은 우리가 당연히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 않음을 알았다고 당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고했다.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면담했던 정부 고위당국자는 비슷한 언급을 했다. 부시가 북한에 대해 막힘없이 얘기하더라는 것이다. 메모도 없이 현안을 빠짐없이 거론하며 상대에게 끼어들 틈조차 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종식된 뒤 한국과 미국 정상은 북한, 특히 김정일을 어떻게 볼지를 놓고 설전을 벌이곤 했다. 북핵 위기가 불거지고는 더욱 심해졌다.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이 “북한과 김정일은 내가 더 잘 안다.”는 자부심 때문에 미국과의 관계에서 도리어 곤경을 겪었다고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YS는 “북한을 다루는 일은 우리에게 배우라.”고 매번 강조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고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핵대사가 ‘북핵 위기의 전말’이라는 저서에서 소개했다.DJ는 2001년 전화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자신만큼 한반도의 역동성과 북한의 실체를 모른다는 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부시 대통령은 수화기를 막고 배석한 미 당국자에게 “자기가 뭔데”라며 기분나빠 했다는 것이다. YS는 재임 당시 “북한에 양보하거나 타협하지 말라.”고 미국측에 요구했다. 반면 DJ는 “북한을 달래는 것이 옳다.”며 햇볕정책을 강조했다. 한국이 가진 대북 정보가 달라진 때문이 아닐 것이다. 같은 정보라도 지도자에 따라 판단이 180도 바뀜을 보여주고 있다. 그 점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클린턴 행정부는 김정일 정권을 대화상대로 인정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부시쪽은 타도대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 정보업무를 다뤘던 인사는 이런 말을 했다.“최고지도자가 가진 선입견에 맞춰 가공되고, 변형되는 것이 정보의 속성이다.” 북핵 위기 이후 한국은 YS-DJ-노무현 대통령으로 정권이 이어져 왔다. 미국은 클린턴에 이어 부시가 집권했다. 한국이 대북 강경에서 온건으로 흐른데 비해 미국은 거꾸로였다.DJ와 클린턴의 궁합이 맞았을 뿐,YS-클린턴,DJ·노 대통령-부시의 조합은 껄끄러움을 보였다. 11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서로가 가진 대북 정보를 교환하며 상대를 설득하려할 것이다. 정보의 우열은 짧은 시간 안에 가리기 힘들다. 판단과 주장이 있을 뿐이다. 서로 “내가 옳다.”고 강요해선 정상회담은 성공하지 못한다. 북한이 시간을 끌면서 끝내 핵무장을 할지, 보상이 적정하면 핵을 포기할지는 김정일 스스로도 모를 수 있다. 한·미 정상이 김정일과 북한의 주관적인 심리 상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이유는 없다고 본다. 양국 정상은 북한의 이중성(二重性)을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대화를 진행시켜야 한다. 가진 정보를 모두 교환하되 한쪽으로 치우쳐선 안 된다. 북한이 이른 시일안에 6자회담에 복귀했을 때의 시나리오와 함께 시간을 끌거나, 핵상황을 악화시킬 때의 대응책을 함께 협의해야 한다. 공식발표와는 별개로 큰 틀의 대응수순에 공감대를 이룩해야 한·미 관계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美, 94년 北 주요 군사시설 공격 검토”

    미국은 1994년 6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고 사찰단 추방을 경고하고 나서자 영변 등 핵시설외에 북한의 반격에 대비해 주요 군사시설도 공격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지 부시 행정부 출범후 로버트 리스카시 당시 주한 미군사령관과 도널드 그레그 주한대사 등은 한반도내 핵무기 철수를 주장했으나, 백악관이 이를 묵살해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의 한반도전문가 3인의 공저 ‘제1차 북핵위기:벼랑끝 북핵협상(The First North Korean Nuclear Crisis: Going Critical)’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31일 동아시아연구원 초청으로 가진 한국프레스센터 강연에서도 이같은 내용을 언급했으며,“현재 북핵 문제의 가장 큰 문제는 무관심이며, 이 상태로 4∼5년 방치된다면 전 세계적 불안상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저서에 따르면 조지 H 부시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검토보고서’는 한국에 배치된 미 핵무기가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백악관내 강경파들의 목소리에 묻혀 실현되지 못했다. 또한 김영삼 대통령 시절 한승주 장관과 유종하 유엔대사가 대북 문제를 놓고 강온 대결을 벌인 비화도 소개됐다. 미 국무부는 수개월간의 작업끝에 유사시 미국 시민권자들을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밖으로 소개하고, 일본 외무성의 협조를 받아 최종적으로 일본으로 이송하는 ‘민간인 소개계획’도 수립했다. 갈루치 전 차관보는 이날 강연에서는 “2003년 베이징에서 북측 대표가 ‘생존을 위해 핵을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면서 “2001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했던 것처럼 4∼5년 뒤에 같은 방법으로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北 우라늄농축 프로그램 진실은 무기용? 발전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핵 개발 프로그램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이 문제를 놓고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이 논란을 벌이고 있다. 최근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에서 물러난 미첼 라이스와 지난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제네바 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학장은 ‘포린 어페어스’ 3·4월호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北 1년 核 2개 제조시설 수입” 로이터통신이 5일 입수한 이들의 기고문 사본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2002년 북한이 1년에 2기 이상의 핵무기를 만드는 데 충분한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만들기 위한 물질과 장비를 획득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파키스탄의 핵 과학자인 압둘 카디르 칸이 북한에 원심분리기 원형과 청사진을 자신의 핵 암시장을 통해 제공했다고 밝히고, 독일의 한 업체가 북한을 위해 구입한 고강도 알루미늄관은 원심분리기를 위한 기술적인 필요조건에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발전용 저농축우라늄 생산용” 그러나 한반도 전문가인 국제정책센터의 셀릭 해리슨 연구원은 같은 잡지 최근호(1·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무기급 우라늄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미 행정부 주장을 정당화할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우선 평양의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을 종식하는 협상에 초점을 맞추라.”고 촉구했다. 해리슨은 또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은 무기를 위한 고농축 우라늄보다 발전용 저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은 모두 북한의 우라늄 핵 개발 프로그램을 인정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까지도 “우라늄 핵 프로그램은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동조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칠레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간의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보낸 북한 우라늄 핵 개발 프로그램 정보를 받아본 뒤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dawn@seoul.co.kr
  • [클린턴 자서전 My Life] “딸이 알까 두려워 진실 숨겼다”

    대통령 재임 시절 숱한 스캔들과 함께 미국 경제를 호황국면으로 이끌면서 비난과 찬사를 함께 받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2일 자서전 ‘나의 인생 (My Life)’를 출간,시판에 들어갔다. 자서전에서 그는 인생의 오점으로 남아 있는 백악관 임시직원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자신의 국내외적인 치적을 자세히 소개했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서울 김균미 기자|클린턴 전대통령은 특히 임기 말 북한을 일주일 이상 방문하려 했으나,중동사태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또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려 했으나,뜻을 이루지 못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을 방북,미사일 협상을 종결지으라고 권고했으나 듣기만 할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북한 관련 1994년 3월 말 북한과의 심각한 위기가 시작됐다.앞서 2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한 북한은 돌연 15일 사찰단의 입국을 막았다.북한은 핵 무기 전단계인 플루토늄을 만들기 위한 폐 연료봉을 연구중이었으며 이를 위해 2개의 원자로 건설을 계획했다. 나는 일주일 만에 패트리엇 미사일을 한국에 보내기로 결정했고 유엔에 대북 경제제재를 요청했다.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중단시키기로 결정했음을 발표했다.그는 미국이 얼마나 진지하게 고려하는지를 북한에 전하기 위해 3일 연속 거친 말투를 썼다.선제공격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6월1일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로버트 갈루치 북핵 대사를 그에게 보내 미국의 심각한 상황을 설명했다.그는 방북을 원했고 나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7월 제네바 협상을 하루 앞두고 김일성이 사망,대화는 한달간 중단됐다.그러나 10월에 협상이 타결돼 북한이 핵 강대국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북한이 1998년부터 핵무기 1∼2개를 만들 분량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미국이 안 것은 내가 백악관을 떠난 뒤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당선자가 12월16일 백악관을 찾았다.그는 미사일 방어(MD)와 이라크를 가장 큰 안보 이슈로 생각했다.나는 8년간의 경험으로 비춰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가 안보문제 가운데 첫번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음이 중동평화,인도와 파키스탄의 갈등,파키스탄과 탈레반 및 알카에다의 연계,북한 문제,그리고 이라크라고 말했다.빈 라덴을 잡지못한 게 가장 실망스럽지만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거의 타결할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그러나 완전히 종식시키려면 부시 당선자가 북한에 가야한다고 말했다.부시는 듣기만 했지 말하지는 않았다. ●르윈스키와의 관계 전말 1995년 10월 연방정부의 일시 폐쇄로 백악관에 사람들이 거의 다니지 않을 때 르윈스키와 처음으로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그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그녀가 국방부로 옮길 때까지 여러 차례 관계를 가졌다.1997년 2월 르윈스키가 주례 라디오 연설 녹음 저녁때 손님중 한명으로 왔고,녹음 뒤 약 15분간 단둘이서 만나 관계를 가졌다. 나도 내 행동이 혐오스러웠다.봄에 다시 만났을 때 이런 행동은 나와 내 가족,그녀 등 모두에게 잘못이라고 말했다.이후에도 르윈스키는 몇번 백악관을 방문했지만 부적절한 관계는 더 이상 갖지 않았다.르윈스키와 나 사이에 일어난 일은 부도덕적하며 바보같은 일이었다.난 그 사실이 매우 부끄러웠고,영원히 세상에 알려지지 않길 바랬다. ●힐러리보다 첼시에게 말하기가 더 힘들었다 대배심 심리가 열리던 1998년 8월15일 토요일 아침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참담한 기분으로 힐러리에게 르윈스키와의 관계에 대해서 솔직하게 털어놓았다.힐러리는 마치 배를 주먹으로 얻어맞은 듯한 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힐러리는 나와 르윈스키와의 관계 그 자체 못지않게 내가 지난 1월 사건이 불거졌을 때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나 있었다.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곤 미안하다는 말 뿐이었다.난 내가 그녀를 사랑하며 첼시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난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해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가족을 지키고 대통령으로서 나에 대한 평가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진실을 꽁꽁 가슴속에 가둬뒀다.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나와 관련된 그 많던 거짓말과 모함들을 함께 잘 견뎌낸 지금,지난 1월 폴라 존스와 관련한 진술 조서 때문에 대통령직에서 밀려나긴 싫었다.솔직히 지금도 내가 어떻게 그렇게 바보같은 잘못을 저질렀는지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딸 첼시에게 사실을 알리는 일은 힐러리에게 고백하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모든 자녀가 자신의 부모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시간 문제이지만,내 경우는 정상적인 경우에서 한참 더 나아갔기 때문에 이해를 구한다는 것은 어려웠다.나는 항상 좋은 아빠라고 자부해왔다.나는 결혼생활이 끝나는 것 뿐 아니라 딸의 사랑과 존경을 한꺼번에 잃게 될까봐 두려웠다. mip@seoul.co.kr˝
  • 美전문가 ‘7가지 교훈’ 제시-‘북핵 해결’ 中 활용하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의 대표적 한반도 전문가들이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 1994년 협상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7가지 교훈’을 제시했다. 당시 협상에 관여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대사와 조엘 위트 전략국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대니얼 포맨 전 국가안보회의(NSC) 위원이 함께 쓴 ‘첫번째 북핵 위기’의 발췌문을 간추린다. ●전략적 우선순위를 둬라 핵심 쟁점에 합의한다면 상호 병행적인 행동이 고려돼야 한다. ●당근과 채찍을 융합시켜라 당근만 제시하면 미국이 절박하다고 여길 것이고 채찍만 쓰면 얻을 게 없다고 판단,북한은 위험한 행동을 할 것이다. ●다자적 구도를 활용하라 한국뿐 아니라 일본,중국,러시아를 동원하라.중국은 특히 북한과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외교적 대안 위해 양자회담을 벌여라 다자간 접근은 각국의 이해관계 등으로 핵심을 비켜갈 수 있다.반면 양자회담은 다자간 틀에서도 미국의 인식을 전달하는 방향타가 된다. ●한국의 지지가 북핵 해결에 중요하다 한국의 입장이 자주 바뀌고 10년 전보다 한·미 관계의 확고함을 유지하는 게 어렵지만 한국은 북핵 해결에 큰 영향력을 지녔다. ●북한 흔드는 중국을 최대한 이용하라 1994년에도 중국은 유엔의 제재를 막지 않겠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냈다. ●속임수가 될지라도 협상에 의한 합의가 미 국익에 도움이다 미국이 나쁜 상황에 빠질 수 있으나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mip@˝
  • 정부 경수로 중단 책임 떠안나

    대북 경수로 건설 중단의 책임은 누가 지나? 지난 9년간 1조 2000억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투입,34%의 공정을 마친 대규모 프로젝트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지만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고 책임지는 당국자도 없다. ●경수로 사업은 사실상 종료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경수로 사업을 다음달 1일부터 1년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1일 공식 발표했다.정부 당국자들은 “완전종료가 아니라 일시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1년 뒤에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믿는 당국자는 거의 없는 것 같다.“닦아놓은 부지 위에 통일기념비나 하나 짓자.”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공사재개가 어려운 것은 미국이 반대하기 때문이다.북한이 핵 무기를 개발하고 있는데 플루토늄 추출이 가능한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줄 수는 없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이 바뀐다고 할지라도 이같은 기본입장이 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내에서는 경수로 건설을 KEDO에서 떼어내 남북 경협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한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경수로 건설의 핵심기술인 발전기 작동기술은 미국의 GE가 특허권을 갖고 있다.전체 공정의 1%에 불과한 이 기술이 없기 때문에 남한은 단독으로 경수로를 건설할 수 없다.6자 회담을 통해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경수로 건설 대신 화력발전소를 지어주거나 가스 등 에너지를 지원하는 방식의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책임은 미국과 북한이 져라? 경수로 건설은 지난 1994년 제네바 북·미 협상에서 강석주 북 외교부 부부장이 로버트 갈루치 미 핵대사에게 요구해 결정된 사안이다.결정은 북한과 미국이 하고 우리는 비용만 떠안았던 것이다. 어쨌든 정부는 ‘한국형 경수로’라는 명분을 내세워 사업을 시작했고,공사는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돼왔다.그러나 지난해말 북한 핵 문제가 터지면서 미국측에서 경수로 건설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경수로 건설의 시작이나 끝이나 우리 정부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결정된 것이다.그렇다고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오히려 그같은 상황을 초래한 우리 정책담당자들의 철저한반성이 필요하다. ●복잡한 사후처리 일단 1년의 유예기간이 있지만,경수로 건설이 중단되면서 적지 않은 사후 처리 문제가 남아 있다.북한은 벌써부터 경수로 건설 지연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경수로 건설 완전중단이 결정되면 KEDO는 주계약자인 한국전력에 3억∼5억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며 대부분 우리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경수로 건설현장인 금호지구에 남아 있는 359명의 한국인 근로자와 4000만달러에 이르는 자재·장비의 철수도 근심거리다.북한은 이미 자재·장비 반출 불허 조치를 취했다. 이도운기자 dawn@
  • 美전문가가 본 부시 北안전보장 제의/ “北 ‘무장해제’ 조건에 거부감” “체제보장 첫 구체적 수단 제시”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이라는 다자틀 내에서 대북 안전보장 제공 의사를 밝힌 데 대해 미국 내 전문가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북한이 당장 화답하지는 않을 것이란 비관적 관측에서부터 정책적 효용성을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뒤섞여 있다.21일 내셔널 프레스 클럽 초청 ‘위기의 북한’ 포럼에서 밝힌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대사,피터 브룩스 전 국방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및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대사의 분석 내용과 22일자 파이낸셜 타임스에 기고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의 견해를 간추린다. ●로버트 갈루치 전 대사 미국이 다자간 틀에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했으나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장하는지 분명치가 않다.북한이 요구하는 미국과의 불가침 ‘조약(treaty)’이 아닌 주변 4개국으로부터의 안전보장이나 ‘협정(pact)’에 북한이 만족할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북핵 프로그램을 포함한 위협적인 미사일 개발 등 모든 무기를 해제해야 한다는 조건이면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부시 행정부는 페리 프로세스에 따른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접근 방식을 거부했다.그러는 사이 북한은 핵 사찰단을 추방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했으며 폐연료봉을 재처리했다.핵과 미사일 실험을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한반도 상황은 1994년 핵협상 당시보다 악화됐다. 미국은 북한과 협상해야 한다.북한은 그들이 받을 혜택이 있다고 생각하면 협상에 응한다.대북 안전보장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전부는 아니다. ●피터 브룩스 전 차관보 북한의 안전보장에는 여전히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북한의 목적이 핵 보유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면 일본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직접적 원조 등 모든 것이 사라진다는 것을 북한은 잘 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가 열리는 날 북한이 동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이 다자간 안전보장보다 북·미간 불가침 조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뜻이다.많은 조건을 달고 있는 안전보장에 북한이 만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그러나 북한이 다자회담을 거부하고 핵 위협을 한다고 해서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재고할 것 같지는 않다.북한의 핵시설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습은 효과가 없다.서울에 대한 북한의 보복으로 수십만명의 인명피해가 난다는 점 때문에 부시 행정부 내부에선 군사적 옵션이 오래 전 테이블에서 사라졌다. ●도널드 그레그 전 대사 6자 회담 참가국이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한국 정부는 한·미 동맹과 통일에 대비한 대북 관계개선이라는 함수에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뉴욕 타임스가 보도한 대로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후속 6자회담은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그러나 6자회담 대표들이 안전보장에 서명한다고 해도 보장의 주체가 누구인지,무엇을 보장하는지 분명치 않다.다자간 대북 안전보장이라는 ‘좋은 아이디어’ 이상의 실질적인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빅터 차 교수 북한에 대한 다자적 체제 안전을 보장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제안은 평양정권의 핵 야욕으로조성된 위기를 해결하는 데 환영받을 만한 수순이다.입증가능한 방식으로 핵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데 상응한 북한의 체제보장 요구에 대한 첫 구체적 수단을 제시한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같은 다자간 안보를 위한 협력의 부재가 아시아 지역의 가장 큰 우환거리였다. 그러나 이제 이 문제에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사상 처음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한국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징에서 지난 8월 북한과 대좌했다.북한의 집요한 핵 벼랑끝 전술의 책임을 평양정권과의 양자 관계를 정립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의도에 돌리는 것은 미국의 포용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한 사실을 외면하는 것이다.부시 대통령의 이번 제안으로 김정일이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해)협력할 의향이 있는지를 시험하게 될 것이다. mip@
  • 美·北 ‘체제보장’ 입씨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한 체제 보장이 가장 중요한 의제로 부각되고 있다.다자회담의 시기가 당초 예상했던 다음 달 둘째주에서 늦어지는 것도 북한과 중국,미국간에 체제보장과 관련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 보장을 쉽게,그리고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김정일 정권의 지속’이다.정부 당국자는 “북한에 있어서 정치·경제·사회 체제와 김정일 체제는 일치하는 말”이라고 설명했다.북한은 미국의 조지 부시 정권이 김정일 정권의 전복을 기도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한다.이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이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당시 지하벙커에 은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또 미국측이 말하는 정밀폭격(surgical strike)의 대상도 영변 등의 핵 시설이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북한은 오래 전부터 미국에 대해 불가침 협정 체결을 요구해왔지만,미 상원이 이같은 협정을 비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따라서 다자회담관련국간에 갖가지 아이디어가 범람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7일 미국 ABC와의 회견에서 “법적인 공식문서 형태의 불가침 보장을 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한 점이 주목된다.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대자대화에 나올 경우 관계국과의 외교관계 개선,긴장완화,경제지원 등을 통해 안전보장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고 “조약은 아니더라도 문서 형태의 보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정부는 우리측이 구상하는 대북 체제보장 방안을 이미 미국과 일본에 전달했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북한과 미국은 이미 몇 차례 불가침에 관한 합의문을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지난 93년 6월11일 강석주 외교부(현 외무성) 제1부부장과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차관보가 양국 정부를 대표해 서명한 ‘북·미 공동성명’이 그 첫번째 사례다.성명에서 양국은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러한 무력으로 위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고 상대방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이듬해 10월21일에는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통해 이같은 성명 내용을 재확인하게 된다.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기본합의문 서명 전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지도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필 서한’을 보내 합의문 이행을 약속했다.또 2000년 10월12일에는 조명록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회담 후 “적대적 의사를 갖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코뮈니케’를 내놓았다. 이도운기자 dawn@
  • 갈루치 북핵 5가지해법 제시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로버트 갈루치 미 전 북핵 대사는 7일 미 군축협회(ACA)가 워싱턴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에서 개최한 북한 핵 세미나에서 북핵 대응 5가지 선택 방안을 제시했다.다음은 그의 주장 요지. 첫번째 선택방안은 유엔의 제재다.제재는 군사행동처럼 도발적이지 않으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문제는 이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는 점.중국은 제재가 북한의 붕괴를 불러 중국에 여러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두번째는 군사행동이다.군사적 선택에는 두 가지가 있다.하나는 원하는 부분만을 외과적으로 도려내는 국지 공습이다.문제는 우리가 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과 북한의 대규모 반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또다른 하나는 정권교체다.문제는 이 방안이 전쟁 가능성을 안고 있고 한국 정부가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번째 방안은 ‘무임승차’ 방안이다.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하나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중국은 북핵이 최악의 경우 일본의 비핵정책 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그래서 중국이 적극적으로 평양에 압력을 넣도록 하는 것이다.다른 가능성은 북한이 이라크전을 보고 스스로 겁먹고 굴복하는 것이다. 네번째는 억제 및 관리 방안이다.이것은 제재와 무임승차를 결합한 것이다.우리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도록 허용하고,대신 핵 이전에는 금지선을 긋는 것이다. 마지막은 협상이다.그리고 그 협상은 최소한의 조건만을 내걸어야 한다.우리가 10년 전에 내걸었던 종류의 조건들이 나에게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mip@
  • 美의 한반도전문가들이 본 多者회담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후세인정권의 몰락을 지켜본 북한의 태도가 바뀌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14일 분석했다.그러나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거나 다자간 대화의 틀을 수용한 단계는 아니며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다자간 대화를 이끌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사태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다만 북·미간 대치국면이 대화국면으로 바뀔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분명하며 앞으로 북·미 당사자간 실질적인 협상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또한 한국을 비롯한 이해 당사국들이 일치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으며 앞으로 며칠간이 고비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세인효과 북한 태도 바꿔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바그다드에서 후세인 동상이 무너진 게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그는 미군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강력하게 바그다드를 점령함으로써 ‘충격과 공포’의 효과가 평양에도 미쳐,다음 목표가 북한이라는 인식이퍼졌다고 지적했다. 에버스타트는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와 접촉한 뒤 내린 결론은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미국과의 군사적 대치를 피하고 다자간 틀 속에서 대화를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으로 있는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대사도 북한의 입장 변화에는 이라크 전쟁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의 압박이 주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 대화재개는 시간 걸려 헤리티지 재단 아시아연구센터 소장으로 있는 피터 브룩스 전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양자대화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북한의 발표는 긍정적인 신호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다자간 대화에 나서겠다고 동의한 것은 아니며 미국 역시 ‘다국적’,‘다자간’ 방식을 통해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원칙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접근방식을 제안하지는 않았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북핵 문제를 다루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다자간 틀을 갖추고 관련국들의 단일된 의견을 도출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부설 태평양 포럼의 랠프 코사 회장은 북한의 태도변화와 미국의 긍정평가가 양측간 대화의 기회를 높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하지만 다자간 틀에서 북·미간 논의가 이뤄지더라도 이는 장시간에 걸쳐 이뤄질 대화의 시작일 뿐 결코 대치국면의 끝은 아니라고 그는 강조했다.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해결을 위해 마침내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서울이 대화재개를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북·미 직접대화 뒷받침돼야 존스 홉킨스 국제대학원의 돈 오버도퍼 교수는 북한의 발표가 ‘잠정적’ 변화이지 대화국면을 선언하는 ‘결정적’ 변화는 아니라고 지적했다.그는 다자간 틀을 구성하더라도 북한과 미국의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지 형식적 선언만으로는 사태의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두자릭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핵 폐기 선언에 이어 검증 가능한 사찰을 수용하지 않으면 다자간 포럼을 열더라도 북핵 문제는 제자리 걸음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의미있는’변화가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더그 밴도 케이토(CATO)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은 내일 북한이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 상황을 판단하기에는 이르며 며칠간 북한의 움직임을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갈루치 전 대사도 북한의 발표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정당화시켜 줬으나 앞으로는 미국이 대화를 위해 어떤 전제조건을 다느냐가 결정적 변수라고 말했다. mip@
  • 북·미 핵 해법/ 美, 이라크 해결후 北 고강도 압박 예상

    ■워싱턴의 입장과 전략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미국의 기본적인 시각은 크게 세 가지다.첫째,국제적인 약속을 어긴 북한과 주고받기식의 ‘협상(negotiation)’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이 즉각 핵을 포기하는 게 문제해결의 관건이라는 것.부시 행정부 내 강경·온건파를 가릴 것 없는 일관된 주장이다. 둘째,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되 경제제재 등 강력한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대북 중유공급 중단이 그에 따른 첫 조치이며,경수로 건설사업 지원과 남북 경협 및 총 100억달러에 이르는 일본의 대북 경제지원 논의도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셋째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그에 상응한 대가를 주겠다는 것.지난해 6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선언한 뒤 검토해온 ‘당근책’으로 국제사회의 정치·경제적 지원까지 포함하고 있다.그러나 기존의 대북 쟁점사항인 미사일 개발과 재래식 무기감축 등이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이같은대북관은 지난 15일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성명에 함축됐다.그는 북한의 핵 개발을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한 동맹국과의 공조체제에도 변화가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북한의 태도가 변할 때까지 압박을 계속 가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북한을 침공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미국이 준비해온 ‘과감한 대북접근’이 유효함을 명시한 점은 북한의 불가침조약 제의에 백악관이 성의껏 응답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워싱턴 정가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정한 부시 대통령의 성명치고는 다소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고 본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입장이 완화됐다고 볼 수는 없다.북한이 핵 개발을 시인했을 때의 놀라움이 가시면서 평양의 ‘자백 외교(confession diplomacy)’에 대한 실체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 뿐 핵 개발을 포함한 북한의 군사력완화는 부시 행정부의 일관된 관심 사항이다. 워싱턴 조야에서도 1994년 제네바 핵 합의를 위반한 북한에 다시 ‘선물 보따리’를 안길 수 없다고 주장한다.북·미 핵 합의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전 북핵 대사도 최근 의회 증언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한다면 제네바 합의에 따른 미국이 의무사항은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미국은 평양에서 북한의 핵 개발 증거를 제시할 때만 해도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것으로 예측하진 않았다.대북특사로 평양에 간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핵을 개발한다는 증거를 제시했으나 평양의 즉각적인 답변을 기다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북·미 상호간에 도움이 될 ‘포괄적 대화’가 시작되기 전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으나 북한이 충분히 고려한 뒤 대답할 것을 요청했다는 것.이는 미국이 북한의 핵 개발 문제를 미사일 등 다른 쟁점사항과 함께 대화로 풀려 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북한의 단정적인 시인에 부시 행정부는 크게 당황했고 줄타기를 하던 대화 재개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뉴욕채널을 통한 실무급 창구는 늘 열어놓고 있으나 북·미간에 ‘대화의 장’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핵 포기가 유일한 전제조건이 됐다. 미국이 핵 합의의 파기 여부를 공식 결정하지 않은 것은 이라크 전쟁계획과 무관치 않다.부시 행정부는 2개 지역에서 분쟁을 야기하지 않는다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채택했다.따라서 이라크 문제가 남아 있는 한 북한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일단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중국 등을 통한 ‘지렛대’ 외교를 펼치되 이라크 문제가 끝나면 북한에 대한 고강도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의 대통령선거도 백악관이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데 적지 않은 변수가 되고 있다.‘햇볕정책’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해온 부시 행정부로서는 한국의 새로운 정권과 대북 정책을 조율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본다. 뉴욕 타임스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파키스탄의 군용기가 북한에 도착,미사일 부품을 선적한 사실이 감시위성 촬영결과 드러났음에도 당시 북한은 미사일 기술의 수출을 극구 부인했다. 북한이 미사일 부품을 파키스탄에 제공하고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두 나라의 연계성은 분명해 보인다.워싱턴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핵 개발 기술을 건네받았다는 증거를 한국의 정보당국도 입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북한에 불리하며 지금은 북한측에 ‘공’이 넘어갔다는 사실을 평양 정권이 재빨리 간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북한을 침공할 뜻은 없으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최후의 수단으로 군사행동은 늘 미국의 마지막 대안으로 남아 있다고 최근 TV대담에서 밝혔다. mip@ ■북한의 고민 요즘 북한의 속내는 복잡하다. ‘북 핵문제 파동’이 빨리 해결되어야만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체제를 보장을 받을 수 있고,‘7·1 경제관리개선 조치’와 신의주·개성·금강산 특구 개발 등 대내외적으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경제 개혁·개방 움직임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각종 조치의 배경들 북한은 김일성(金日成) 주석 사망 이후 유례없는 홍수 피해와 사회주의권 붕괴 속에서도 8년 동안 유훈통치,선군정치,고난의 행군 등을 앞세워 체제를공고히 하는 데 주력해 왔다.이와 함께 김 위원장이 중국·러시아와 잇따른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으며,북·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를 시인하면서까지 주도적으로 북·일 국교 정상화를 꾀했다. 올 하반기부터 경제 정상화를 위한 각종 조치들을 내세웠고,‘북핵 카드’ 역시역설적이지만 한반도 문제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미국에 내민 관계 개선 조치로 해석된다.이에 따라 켈리의 방북 때 ‘북의 핵보유권’과 ‘미국의 각종 우려사항 해소’를 함께 풀려는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다.물론 이러한 행동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명분상 우월성을 확보하려 하는 북한 북한은 제네바 합의는 누가 먼저 파기 선언을 하느냐만 남았지 조만간 파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물론 핵문제에 관한 한 북한은 러시아·중국까지 포함된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처지에 있다.하지만 북한은 미국 역시 제네바 합의를 대신할 다른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이에 따라 이 때를 대비한 명분쌓기와 북한에 유리한 국제사회 여론을 조성하는데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2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평양방송·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등은 하루에도 5∼6차례씩 논평과 보도를 내며 2003년까지 경수로 2기 완공 및 경제 봉쇄 해제,핵보유국 선제공격 제외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논리로 미국이 제네바 합의 파기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복잡하면서 현실적인 고민 북한은 시기와 주변 정세 등을 감안할 때 지금쯤 구체적 대응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다. 남측이 대선을 20여일 남긴 시점에서 화해·협력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칠 정권이 들어설지 확실하지 않은 데다,현재 이라크 문제에 주로 골몰하고 있는 미국이 이후 어떤 대북정책을 들고 나올지 역시 불확실하다. 게다가 중유공급 중단이 현실적으로 난방 및 산업 발전에 던지는 압박이 현실화할 시기는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이는 북한도 충분히 감안하고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현재 ‘불가침조약’만을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은 미국이 불가침조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서로 보장할 수 있는 약속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듯하다.”면서 “파국이든 극적 타결이든 상황이 진전되는 시점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북한의 여론선전전과 미국의 광범위한 외교전이 맞붙는 형국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 ■DMZ 상호검증 무산 파장/ 북한 강경자세로 돌변 돌파구 모색 시간걸릴듯 비무장지대(DMZ) 지뢰 제거 상태를 확인할 상호 검증 절차와 관련,우리측과 주한 유엔군사령부,북한군간의 이견 차가 해소되지 못해 지뢰 제거작업이 사실상 무기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경의선 철도와 동해선 임시도로의 연내 개통 역시 무산될 상황이다.북한측이 검증과정에서의 유엔사 개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측과의 협상마저 거부했기 때문이다. ◆상호 검증 협상 무엇이 문제였나. 남북은 지난 9월18일 착공식을 갖고 두달여 동안 동해선과 경의선 구간 지뢰 제거작업을 벌여왔다.그러나 공사가 거의 다 진행돼 군사분계선(MDL)을 100m씩 남겨놓은 상태에서 유엔사가 지뢰제거 검증단 파견과관련,정전협상에 나와 있는 관할권을 내세우며 제동을 거는 바람에 이달 초 공사는 중단됐다.하지만 논란 끝에 유엔사가 남측을 통해 북측의 검증단 명단을 접수키로 하면서 관할권을 둘러싼 논쟁이 해결되는 듯했으나 북측이 24일 이같은 한·미 합의의 수용을 거부,공사 재개가 현 시점에선 당분간 어렵게 됐다. 북측의 이같은 입장은 남북 군사보장합의서에 근거,유엔사가 남북관리구역내 사안에 대해 한국 국방부에 위임한 만큼 일절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초기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더 이상 협상 의지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경의선·동해선 어찌되나. 이번 협상 결렬로 경의선·동해선 연결에 적잖은 차질이 우려된다.우선 이달 말로 예정된 금강산 관광을 위한 동해선 도로 연결 공사는 물론 다음달초의 금강산 시범 육로관광도 사실상 어려워질 전망이다.또 연내 개통이 목표였던 경의선 연결 공사는 물론 12월 중으로 예상되던 개성공업지구 착공도 무기 연기가 불가피해졌다.국방부 당국자는 “지뢰 검증작업이 무산됐다고는 하지만 경의·동해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 북측의 기본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현 상황에서 지뢰 제거작업이 쉽게 재개될 것 같지는 않다.”며 남북간 각종 사업의 차질을 우려했다. ◆향후 협상 전망 국방부측은 “지뢰 제거 검증단 파견과 관련,우리와 유엔사측은 북한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의 유연한 카드를 제시했었다.”면서 “하지만 북측이 유엔사의 개입 자체를 문제삼는 현 상황에선 다음 카드를 무엇으로 꺼내야 할지 매우 곤혹스럽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도 “(양보를 많이 한 만큼) 북측이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안타깝다.”면서 “현재로선 별도의 추가 협상안이 없으며 앞으로 연구해 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核벼랑’ 내몰린 KEDO

    ■내일 집행이사회 14일 오전(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리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 이사회가 국제사회 초미의 관심사다.한·미·일이 중유 4만 2880t을 싣고 북한 남포항을 향해 출발한 11월분 대북 중유 공급선은 예정대로 보내기로 잠정합의하긴 했지만,이날 ‘조건부’ 중유 공급 중단 사실을 발표하고,KEDO 사업의 지속 여부 등을 중점 논의하기 때문이다.벼랑 끝에 매달린 북·미 제네바 핵합의와 그에 따른 KEDO 사업의 추진 상황,미래를 살펴본다. ◆제네바 핵합의와 KEDO 지난 94년 10월21일 로버트 갈루치 미 국무부 핵전담 대사와 강석주 북한외교부 제1부상이‘북·미 기본합의문’(제네바 합의)에 서명하면서 KEDO 계획은 시작됐다. 제네바 합의는 94년 북한핵 위기의 산물.북한이 지난 92년 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조치협정에 서명한 이후 IAEA는 “사찰 결과 핵무기 제조용 풀루토늄이 수㎏ 추출된 것으로 추정된다.”며 특별사찰을 요구했다.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 탈퇴 선언으로 맞서면서 초래된 대치상황을 해소하는 합의였다. 내용은 북한이 핵시설을 동결하고 궁극적으로 해체하는 조건으로,미국이 북한에 1000MW급 경수로 2기를 지어주고 연간 50만t의 중유를 공급하는 것이 골자.우리 정부는 한국형 경수로 제공을 전제로 경수로 2기 제공에 동의했으며,95년 3월 경수로 지원 사업 재정조달과 공급을 담당할 기구 KEDO를 설립했다. ◆KEDO 사업에 대한 비판론 한·미·일·유럽연합(EU)이 집행이사국으로,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8개국이 일반 회원국으로 돼 있지만 한국이 경수로 건설비용 46억달러 가운데 70%인 32억 2000만달러를 내게 돼 있다.일본은 10억달러,EU가 8000만달러를 감당하기로 했다.미국은 대북 중유공급을 맡았다. 중유 가격은 95년 당시 t당 83달러였으나 2000년도엔 180달러,최근엔 155달러로 연간 예산만도 1억달러에 이른다.클린턴 행정부 당시엔 예산 확보가 안돼 공급을 미루는 예도 많았다. 미 공화당은 제네바 핵합의 체결 때부터 북한의 ‘핵놀음’을 돈으로 매수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핵사찰 이행에 대한 분명한 시간표를 정해놓지 않았고,특히핵동결 이전에 추출된 플루토늄 분량 등 과거핵 규명 과정을 차후의 협상으로 미뤄놓았다는 점에서 엉성한 합의란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의 허점을 알면서도 ‘판도라의 상자’로 인식,덮어두려 한 측면이 있는데,공화당은 줄기차게 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면서,최근 북한의 핵개발 시인은 이같은 미국내 강경론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고 말했다. ◆KEDO 사업 파기되나 최근 한·미·일 중유공급을 둘러싼 조율의 핵심은 11월분 중유 공급선 회항 여부였지만 본질은 KEDO 사업의 장래다.미측은 미 의회의 대북 강경기류를 강조하며 KEDO 사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계속 드러내고 있다.이에 대해 한·일은 “KEDO는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현실적인 장치”라는 데 의견을 함께하고,미측에 이를 설득하고 있다.일본으로서도 KEDO 사업이 중단되면,안보상 우려도 우려이지만 가까스로 마련해놓은 한반도에 대한 개입 여지를 잃어 버리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가 이미 10억달러 가까이 쏟아부은 KEDO 사업은 한반도의 핵 안전을 담보하는 현실적인 틀임에는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끝내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핵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도 선택을 해야 하는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북한측이 핵문제 해결 ‘결의’를 보이지 않는다면,특히 미국이 이라크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뒤 한반도에 눈을 돌릴 시점에는 제네바 핵합의의 ‘운명’이 결정적인 도마에 오를 것이란 말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중유 공급중단' 北에 어떤 영향/ “北 전력 13% 부족” 미국은 14일 뉴욕에서 열리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에서 대북 중유 공급중단 문제를 한국과 일본측에 강력하게 제기할 예정이다. 만약 미측의 뜻대로 KEDO가 중유 50만t의 공급 중단을 결정한다면 북한의 전력 수급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또 북한은 이러한 경제적 압박에 위협을 느끼며 ‘선 불가침조약 체결’ 요구를 접을 수 있을까. 북의 전력 발전력은 수력과 화력 발전을 포함해 대략 720만㎾로 추정되고 있다.반 정도가 화력발전이며 이 중 90% 정도가 석탄을 이용하고 있다.순수한 원유 발전소는 동해안쪽의 선봉발전소 단 하나로 매년 중유 50만t의 70%가량은 이곳에 공급되고 나머지는 석탄과 원유를 함께 쓰는 서해안쪽 평양발전소와 북창발전소 등 6곳으로 간다. 김책제철소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선봉발전소가 북한 전력 수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로 파악되며,중유공급이 중단된다면 북한이 느낄 전력 부족분은 대략 13%선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명철(趙明哲) 연구위원은 “중유공급이 중단된다면 함경북도 등 북한 동북지역의 철강산업과 기계공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그 정도의 부족분은 석탄을 더 캐내고 조금씩 긴축하면 메울 수 있을 것인 만큼 국가체제를 보장받아야 할 북측 입장에선 단순히 에너지 10%부족은 위협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유공급이 북한 산업 등에 미칠 영향을 정확히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수로기획단 황하수(黃河守) 정책조정부장은 “중유 50만t이 북한 전력의 30%라는분석에서부터 5% 남짓일 것이라는 분석까지 다양하다.”면서 “북한의 기존 전력상황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기 때문에 파장 역시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원되는 중유는 난방용과 전력생산용으로 용도가 제한돼 있고 정기적으로 KEDO의 유량계 점검팀이 북한을 방문해 유류저장고에 유량계를 설치하는 등 모니터링 활동을 하고 있지만 북한 전체의 전력 상황을 점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북한 연구자들은 “중유 공급 중단 결정은 북핵문제 해결을 더욱 꼬이게 하며 정세를 냉각시키는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한·미·일 3국의 지혜로운 판단을 당부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 북한과 대화 어떻게 할까 - 美, 당근없이 ‘核포기’ 압박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핵 개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북한의 제안에 백악관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조지 W 부시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으나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협상방식’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의 관계자는 “북한은 당장 검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핵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나아가 핵 합의가 폐기됐다면 미국의 의무도 사라진다고 지적,중유 공급의 중단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과거와 달리 북한이 위협을 드러낸다고 바로 ‘당근책’을 제시할 부시 행정부가 아니라는 뜻이다. 대북 특사 방문 이후 침묵으로만 일관하던 부시 대통령은 이날 처음 북한의핵 문제를 언급했다.‘골칫거리’라고 표현했으나 평화적이고 다자간의 외교 노력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북한의 핵 문제는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기회’라고 전제한 뒤 역내 국가들과 협력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무장해제토록 확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평화적 해결이 과거와 같은 ‘주고받기식’ 협상을 상징하지는 않는다.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고립은 자초한 것이며 북한 정권의 속성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핵 개발 사실을 알고도 중유를 공급한 것은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잘못된 행동에 대한 ‘보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의 고위 당국자도 지금은 대화나 대북 인센티브를 논할 시점이 아니라 핵 개발 프로그램의 해제가 우선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1994년 북·미핵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원점으로 되돌아가 미국이 똑같은 협상을 반복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이 당국자는 “미국과 한국,일본,유럽연합(EU)등이 취할 행동은 북한에 핵 개발을 완전히 버리도록 촉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대화나 협상은 나중 문제라는 것이다. 북·미 핵 합의가 공식 파기된 것은 아니지만 중유 공급이나 경수로 지원문제는 외교적 노력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는 제재수단으로 활용되고있다. 미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계속해서 중유를 공급하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1994년 핵 합의를 이끌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 북한핵대사조차 이날 “중유 공급 등 북한에 대한 인센티브를 일시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핵 합의 가운데 일부 조항은 살아 있기를 바란다.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영변 핵시설에 보관된 플루토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 합의에 따라 계속 감시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도 전문가들을 고용,영변시설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새로운 핵 개발 중단뿐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사찰까지 요구,당분간 북·미 대화에 이르는 길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다만 26∼27일 멕시코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미국이 대응 수준을 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mip@
  • 美 CSIS ‘北 핵개발’세미나 요약/ “韓·日 한발 물러서 관망을”

    지난 1994년 미국의 북한 핵대사로 북·미 기본합의서를 이끌어낸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장은 21일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북한 핵개발 시인에 따른 현황과 전망’ 세미나에서 “한국과 일본은 북한과의 외교적 교섭이나 경제적 접촉을 중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세미나에는 94년 당시 국무부 차관보를 지낸 로버트 아인혼 CSIS 국제안보담당 수석 고문과 국방부 부차관보를 역임한 커트 캠벨 CSIS 부소장도 참여했다. ◆로버트 갈루치 원장 경수로를 건설 중인 북한이 경수로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했다고 둘러대면 말이 되는데 왜 핵개발을 시인했는지 궁금하다.북한은 미국이 기본합의서를 위반했으며 자신들의 ‘죄’는 없다고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과연 큰 전략을 갖고 핵개발을 시인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한국과 일본은 한걸음 물러서서 사태를 객관적으로 관망하는 것이 좋다.북·미간 협상이 성공하려면 우방들이 북한에 대한 유인책을 중단하고 북한의 상황을 미국이 완전히 파악할 때까지 기다린 뒤 미 정부의 조치를 봐가며 북한과의 접촉을 결정하는 게 좋다. 지금 상황에선 북한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또 제네바 합의에 규정된 대로 북한의 사용 후 핵연료봉을 빨리 제3국으로 보내게 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 사태가 해결되든 94년과 큰 차이없는,양측의 상호의무이행 의지를 확인하는 수준일 것이다. ◆로버트 아인혼 수석고문 90년대말부터 북한이 농축우라늄에 흥미가 있다는 징후가 있었으며 미국은 이후 북한의 핵개발을 의심해 왔다.북한은 외부에서 가스 원심분리기를 얻는 수준인데 이것은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제조에서 굉장히 초보적인 단계이다.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무기 생산 가능성은 아직 없다. ◆커트 캠벨 부소장 현재까지 한·미간 대북 군사전략은 방어적 입장이며 선제공격을 상정한 것은 아니다.미국은 중동과 한반도에서 두 개의 전장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국내의 대테러전쟁까지 3개의 전장을 동시에 유지하기는 힘들다.이라크에 대해서는 중동국가들이 미국의 공격을 용인하고 있지만 북한에 대해선 한국과 일본이 공격에 반대하는 정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임병선기자 bsn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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