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전문가회의 결과와 고위회담 전망
◎「경수로」 북핵해결 최대 난제로/한국형 현격한 입장차 재확인/4∼5명 상주 영사관계 의견접근
미국과 북한은 연락사무소의 설치를 위한 평양회의와 경수로·대체에너지·폐연료봉 교체문제를 논의한 베를린회의가 끝난 뒤 똑같이 간단한 회의 결과문을 발표했다.주요 현안을 협의했으며,이를 본국 정부에 보고하기로 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또 결과문 끝머리에는 진지하고 충분한 협의를 했다는 사실도 덧붙이고 있다.
북한은 회의가 끝난뒤 미국과 협의한 결과를 모두 담은 긴 합의문을 공동으로 발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미국과 의견 일치를 본 부분에 대해 합의문 형식으로 공개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특히 연락사무소의 설치를 위한 평양회의에 더욱 집착했던 것 같다.베를린회의와 달리 별다른 이견의 노출없이 3일만에 회의를 끝내는등 순항을 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이 회의에서는 연락사무소의 설치 시기 말고는 거의 모든 절차적인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무부 관계자들도 연락사무소의 지위및 임무,외교관의 신분보장,통신보호,식료품 구입,사무실 임대 방안및 위치등 시시콜콜한 것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논의가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북한은 회의가 순조롭게 끝나자 미국측대표인 린 터크에게 장문의 합의문으로 공동 발표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전문가회의는 현안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미측이 거부,결국 짤막한 회의 결과문만을 발표하고 자세한 내용은 본국정부에 보고하기로 한 것이다.
북한측은 이번 평양회의에서 아주 적극적인 자세를 취한 것으로 전해진다.연락사무소의 첫 출발은 영사관계 업무부터 시작하되 4∼5명의 정식 외교관이 상주하는 형태를 띠어야 한다는데 대체적인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북측은 또 핵문제 해결을 위해 연내 개설을 강력히 희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그러면서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개선은 결국 정전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는 논리를 전개,평화협정의 체결 문제를 들고나온 것으로 알려진다.미국측은 「남북 당사자대화」 원칙을 들어 이를일축했지만,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파악한 것을 성과로 꼽을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베를린회의를 통해서는 미국의 유화적인 분위기 조성에도 불구,핵해법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했다.두차례의 대표접촉,네차례의 전체회의를 거쳤지만 경수로의 모형에 대한 양쪽의 견해차가 커 합의에 실패했다.북측대표인 김정우도 기자회견에서 『경수로를 입찰로 선택하겠으며,그것은 북한의 당연한 권리』라고 밝혀 경수로 모형에 대한 합의도달에 실패했음을 밝혔다.
북한은 또 베를린회의에서 경수로·대체에너지등 의제가 아닌 새로운 문제를 들고나왔다.건설을 중단할 2백Mw및 50Mw급 원자로에 대한 현금 보상문제가 그것이다.이 문제는 전체회의에서 나온 게 아니고,세이모아와 김정우의 대표 접촉에서 김이 전격적으로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세이모아는 당시 『이 자리에서 논의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버린 것으로 전해진다.그러나 김은 논의도 되지않은 이 문제를 기자회견에서 공식거론,앞으로도 계속 주장할 뜻임을 시사했다.이러한 북한의 지연전으로 또 다른 현안인 대체에너지와 폐연료봉 처리문제는 구체적인 논의를 하지못하고 오는 23일 열릴 고위급회담 2차회의로 넘겨버렸다.어쨌든 전문가회의는 실무적인 문제를 준비하고 북한의 속셈을 파악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지만,핵문제의 해결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회의였다고 할수 있다.
◎갈루치 미차관보 일문일답/“경수로 4국 협의… 미 재정부담 준비/「현국형」 기술·정치·재정 3요소 충족”
미국 국무부 차관보인 로버트 갈루치 핵담당대사는 16일 하오 김포공항에서 이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대한 경수로지원및 미국과 북한의 연락사무소개설 문제등에 대해 설명했다.
일문일답 요지는 다음과 같다.
베를린 협상에서 북한측은 노형을 자신들이 국제공개입찰을 통해 선택하고 재정부담은 미국이 져야된다고 주장했는데.
▲한마디로 절충할 의사가 전혀 없다.북한의 역할은 관련국의 협의 사항을 따르는 것이며 노형을 선택하겠다는 주장은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다.베를린 전문가회의는 협상을 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사실을 확인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다.전문가회의에서 나온 얘기들을 오는 23일 제네바에서 열리는 2차회의에서 구체적으로 협의하게 될 것이다.
1주일전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특별사찰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북한에 대한 특별사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특별사찰을 실시할지에 대해서는 신축적인 자세를 보인 적이 없다.북한핵 과거의 투명성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또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복귀 역시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
경수로 지원에 있어 러시아의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가.이번 방한을 통해 제네바 2차회담의 새로운 전제조건들이 준비됐는가.
▲러시아가 기술지원에 관심을 보이기는 했다.그렇지만 우리는 한국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한국형 경로수가 기술·정치·재정적인 측면에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이번 방한을 통해 마련한 새로운 전제조건은 전혀 없다.
북한이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의사를 보이지 않고있는 상황에서 미국과 북한의 관계 개선이 가능한가.평양과 워싱턴에 개설될 연락사무소의 기능은.
▲미국과 북한의 포괄적인 협상에는 남북관계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다.연락사무소 개설논의는 협상이 아닌 사실파악 차원에서 이뤄졌다.평양회의는 실무적이고 예비단계이며 아주 유익했다.연락사무소는 일반적으로 두나라의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는 기능을 할 것이다.미국과 북한 사이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뒤라야 개설이 가능하다.
23일 제네바 회담의 전망은.3차,4차회담이 계속 열릴 가능성이 있는가.
▲과거 경험으로 미뤄볼 때 회의는 약 1주일 가량 열릴 것이다.그 이후 계속 회담을 가져야 할지는 전망하기 어렵지만 많은 문제들을 다뤄야 하기 때문에 3,4차회담으로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경수로지원을 위해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포함되는 국가는.
▲지금까지 한국·일본·중국·러시아등과 협의를 했으며 그밖의 아시아·유럽 여러나라들에게도 제의해 참여가 가능하다.미국은 재정적인 부담을 할 준비가 완벽하게 됐으며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