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주 북대표 회견의 「행간」
◎한국형경수로 특별사찰/북,“거부” 표명속 「타협」 시사/“회담 진전·양해”… 타결 자신한듯/변수 많아 완전합의 속단을 일러
미북 3단계고위급 2차회담 이틀째 회의가 진행된 24일 상오 9시30분쯤 북한측 수석대표인 강석주 외교부부부장이 회담장인 북한대표부 앞뜰에 모여선 취재기자들 앞으로 다가왔다.양측 실무자회의가 열리기 30분 전이었다.
강부부장이 자신이 참석하는 회의도 아닌데 기자들 앞에 자진해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고위급회담이 열린 이래 처음있는 일이어서 그로서는 「특별기자회견」인 셈이었다.
강부부장은 그때까지만해도 성격규정이 분명하지 않았던 이날 실무자회의에 대해 분명한 정의를 내리면서 하루전인 23일의 회담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다.
『전반적인 현안에 대해 양해가 됐고 진전이 있었다』고 「양해」와 「진전」이라는 표현을 쓴뒤 강부부장은 『실무자회의는 합의문안 작성작업을 하게 될것』이라고 설명했다.
회담 하루만에 문안작성작업에 들어가게 된것이고 회담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강부부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진전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경수로지원의 담보,핵동력 동결에 따른 손실보상,군사적 위협등의 순으로 중요한 현안을 꼽으면서 『이 부분에 대해 협의와 양해가 있었고 문안작성작업에 들어간다』고 말했다.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번 회담에서 반드시 얻어내려고 했던 목표가 대부분 충족됐다는 얘기이고 그로인한 자신감으로 「특별기자회견」을 갖게 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강부부장이 평양으로부터 받은 지침은 영변과 태천에 건설중인 50메가와트및 2백메가와트 원자로 건설을 중단하는데 따른 보상문제인 것으로 관측된다.미국은 건설비용 보상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23일 회담에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건설비용 보상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핵투명성 보장을 위한 특별사찰,한국형 경수로 수용,남북대화의 재개등 비교적 까다로운 조건들을 제시했다.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들이다.
이들 조건을 수락키로 한 것인지 북한측의 최종입장은 아직알려지지 않고있으나 일단 양측이 합의문안 작성에 들어간 점이나 강부부장의 표현을 분석해 보면 타결의 여지가 많아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강부부장은 한국형 경수로에 대해서는 『적대적이고 비정상적인 남북관계를 고려해볼때 한국형이 있다해도 받아들일수 없다』고 원칙론을 펴면서도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한국형이 미국 원자로의 개량형이라는 점을 감안할때 이같은 발언은 원칙론을 펴면서도 타협과 양보의 의사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될수 있다.또 특별사찰에 대해서도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쌍방이 신뢰를 조성하고 정상화됐을때 핵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융통성을 시사했다.
결국 강부부장의 발언은 모호성과 동시에 타결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3단계고위급 2차회담이 「진전」속에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해도 완전 타결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경수로지원과 연락사무소,핵안전협정준수와 남북대화재개,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등 서로 주고 받아야할 사안들을 모두 매듭짓고또 실행 시간표를 짜기에는 많은 시일과 협상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북 제네바회담 이모저모/강 대표,미항모 배치에 경고 발언/한·미 현지관계자 진의파악 분주
북한 외교부 부부장이 24일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진전」이란 용어를 써가며 회담내용을 설명하자 한미 양측 관계자들은 진위를 확인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북한측은 이날 상오9시20분쯤 『기자들이 대표부내에 들어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으나 10분뒤 쯤 정문을 활짝 열고 기자들의 입장을 허용.
강부부장은 기자들이 모두 대표부내로 들어가자 뜰에 나와 회담내용을 설명하기 시작.
강부부장은 키티호크항공모함의 동해배치를 겨냥한 듯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은 회담의 파탄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강부부장은 회담분위기에 대해 『여느때와 같다』며 10분에 걸친 회견을 종료.
북측 박덕윤참사관은 『무슨 문건에 대한 문안교정이냐』는 질문에 『진전이 있었다』고 간단히 언급.
○…강부부장이 기자회견을 갖자장재용 미주국장등 한국정부 관계자들은 곧바로 로버트 갈루치 핵대사와 연락을 취하는 등 상황파악에 분주한 모습.
한 외교소식통은 『강부부장의 발언에는 어제 대표단 회담과는 상당히 다른 면이 많다』면서 『강부부장의 회견내용은 거의 일방적인 발언일 수도 있다』며 진전을 강하게 부인.
또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대외선전술을 펼 수도 있다고 가정,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외신보도에 대해 평양에 대한 보고를 겸한 홍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소식통은 『그럴경우 북한이 회담을 깨려고 하지 않는 점은 분명한 만큼 좋은 징조일 수 있다』고 추측.
○…미국대표부는 강부부장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모른다』며 『지금 너무 바쁘니 나중에 연락해달라』고 말하는 등 분주한 분위기.
이날 벨 공보관은 하오2시쯤 『갈루치대사가 30분내로 대표부로 올 것』이라고 설명.
○…이날 실무자회의는 「하루종일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상오10시30분에 시작돼 2시간여만에 종료.
로버트 허바드 국무부동아태부차관보등은 회의를 마친 뒤 아무런 언급없이 미국 대표부로 출발.회의가 끝난 뒤 북측관계자는 대표부 밖으로나와 『오늘내일 이틀동안 회의가 없으며 월요일 쯤에나 열릴 것』이라며 『그러나 대표단회담이 될지 실무자회의가 될지는 알수 없다』고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