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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 인간 예수의 민낯 핍박에 맞선 혁명가

    “세상을 뒤엎어야 한다!” 인간 예수의 민낯 핍박에 맞선 혁명가

    젤롯/레자 아슬란 지음/민경식 옮김/와이즈베리/420쪽/1만 6500원 전 세계 20억명에 가까운 기독교인들이 믿고 따르는 예수에 대한 책을 쓴다는 것은 매우 큰 용기가 필요하다. 무슨 얘기를 어떤 방식으로 하든 돌 맞을 각오를 해야 한다. 신간 ‘젤롯’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고 미스터리한 인물인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감히’ 다룬다. 저자인 레자 아슬란(42)은 이란 테헤란 태생으로 7세 때인 1979년 이란혁명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와 10대 시절 복음주의 기독교에 심취했다가 가족의 종교인 이슬람으로 돌아온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샌타클래라대와 하버드대에서 종교와 신학을 공부한 그는 신자로서가 아니라 학자의 입장에서 성서를 다시 연구했다고 한다. 20년 동안 신약성서와 ‘Q자료’라고 불리는 초기 기독교 사료, 1세기 유대인 역사학자 요세푸스의 ‘유대 고대사’ 등 고대문헌을 토대로 연구하고 분석해 그는 1세기경 팔레스타인에 살았던 ‘역사적 예수’의 모습을 그려 낼 수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으로 이 세상의 질서를 뒤엎어야 한다고 강하게 외치는 열정적 인간. 그가 당도한 곳에서 만난 예수의 모습이다. 예수는 기원전 4년 팔레스타인 갈릴리 중남부의 작은 마을 나사렛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요셉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예수의 직업은 그리스어로 ‘테크톤’, 즉 목수였으나 이는 배우지 못한 문맹 소농을 가리키는 속어였다는 점에서 예수가 그런 사람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1세기 팔레스타인의 문맹률이 97%나 됐으니 문맹이라고 해서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예수는 유대인들의 학문용어인 히브리어도, 로마제국 공용어인 그리스어도 아닌 유대 소농의 모국어라고 할 수 있는 아람어를 사용했다. 그는 다른 일용직 직공과 마찬가지로 형제들과 함께 갈릴리의 수도인 세포리스로 일을 하러 다녔다. 예수가 태어났을 당시 유대인은 로마의 핍박 속에서 종말론을 널리 신봉하며 메시아(구세주)의 도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갈릴리에서는 유다스 같은 혁명가들이 ‘제4의 사상’을 주창하며 새로운 형태의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추종자들은 외세의 압제에서 이스라엘을 해방시킬 것이며 죽기까지 하느님 한 사람 외에는 어떤 주인도 섬기지 않겠다는 신념을 불태웠다. 유대인들은 절대 굴복을 모르는 이들을 ‘열심’을 의미하는 ‘젤롯’(zealots)이라고 불렀다. 로마인들이 곱게 볼 리 만무했다. 유다스와 그 추종세력 2000여명이 한꺼번에 십자가에 처형당하고 유다스의 봉기는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하지만 유대인 청년들에게 유다스에 대한 기억은 또렷이 남았다. 나사렛 예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저자는 복음서의 나사렛 예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의 출현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잘 보여 주는 결정적 사건에 주목한다. 네 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에 모두 이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으로 미뤄 역사적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추정한다. 기원후 30년쯤 예수가 추종자들을 이끌고 예루살렘에 입성하는 장면이다. 열광한 군중은 그를 ‘주님의 이름으로 오신 분’이라며 열렬히 환영했다. 예수는 성전의 이방인의 뜰로 가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탁자를 걷어차며 내쫓고, 새장을 부수고 동물들을 우리에서 풀어 주었다. 그리고 수수께끼 같은 예언을 던졌다.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만에 다시 세우겠다.” 성전 당국이 벌이는 사업을 공격하는 것은 제사장들에 대한 공격이었으며 로마에 대한 공격이나 마찬가지였다. 성전 당국은 로마주화가 누구 것인가를 묻는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돌려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 드려야 한다”고 대답한 예수는 젤롯혁명에 연루되고 며칠 뒤 겟세마네 동산에서 체포돼 모반과 폭동의 죄목으로 십자가형을 받는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머리맡에 달린 죄패에는 ‘유대의 왕’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젤롯’의 신념을 간직한 혁명가 예수의 장렬한 최후였다. 기적을 행하고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친 복음서 속 예수의 모습이 혁명가와 괴리가 있는 것은 왜일까. 저자는 복음서가 거의 기원후 66년 예루살렘에서 일어난 반(反) 로마폭동 이후에 저술된 점을 강조했다. 로마에 대항한 유대인들의 반란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각지로 흩어진 유대인들은 로마에 사는 초기 기독교인들을 선교하기 위해 복음서를 집필했다. 예루살렘이 몰락한 직접적 원인이 된 혁명에 대한 열광을 애써 누그러뜨릴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예수를 혁명적인 유대 민족주의자에서 평화주의적인 영적 지도자로 탈바꿈시키는 기나긴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역사에 빠진 할리우드

    역사에 빠진 할리우드

    올해 국내 영화계에 사극 바람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할리우드도 대형 서사극으로 맞불을 놓는다. 고대 그리스부터 성경의 일화를 다룬 영화까지, 2~3월 극장가에 시대물 외화가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제작비, 스케일의 규모가 큰 데다 소재 역시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일 만한 보편적인 이야기가 많아 한동안 주춤했던 외화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새달 20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하는 ‘폼페이:최후의 날’은 시계추를 서기 79년으로 돌린다. 재난 블록버스터를 표방한 이 작품은 로마제국의 휴양지이자 풍요와 번영의 도시였던 폼페이를 단 18시간 만에 사라지게 만든 베수비오 화산 폭발 실화를 다뤘다. 당시 대폭발로 인해 4m 높이의 화산재가 폼페이 시가지를 덮쳤다. 수천명이 사망했고, 폼페이는 지도 상에서 사라졌다. 영화에는 화산 폭발이라는 대재난 상황과 강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는 검투사들의 액션 장면이 스펙터클하게 담긴다. 노예 검투사 마일로(키트 해링턴)와 폼페이 영주의 딸 카시아(에밀리 브라우닝)의 재난 속에서 피어난 러브스토리가 드라마를 담당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폼페이 발굴 때 남녀가 서로를 껴안고 있는 유적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폼페이의 흔적은 1592년 인간 화석이 발견되면서 다시 등장했다. 1748년 본격적인 발굴 작업이 시작된 뒤 현재 도시의 4분의5가 모습을 드러낸 상태다. 재난 영화 ‘타이타닉’, ‘2012’의 특수 효과팀이 베수비오 화산 폭발 과정을 영상으로 담아낸다. 오는 3월 6일 개봉하는 ‘300:제국의 부활’은 이보다 앞선 기원전 480년으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규모 해전이자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인 살라미스 전투를 다룬다. 게임 같은 전투 장면, 스파르타 전사들의 복근 등으로 국내에서도 흥행을 거둔 ‘300’(2007)의 후속편이다. 전편이 100만 페르시아 군과 300명의 스파르타 군단이 싸운 테르모필레 전투를 다뤘고, 이 영화에서는 이후에 벌어진 페르시아 해군과 그리스 해군 간의 전투를 담는다. 그래픽 노블 ‘크세르크세스’를 원작으로 ‘300’과 ‘맨 오브 스틸’의 감독 잭 스나이더가 제작을 맡고 노암 머로 감독이 새롭게 메가폰을 잡았다. 전편에서 이어진 고르고 여왕과 크세르크세스 왕의 대결 구도에 페르시아 진영의 여전사 아르테미시아와 그리스 장군 테미스토클레스 등 새로운 캐릭터가 가세했다. 뿐만 아니라 성경의 한 대목을 영화화한 작품도 찾아온다. 3월 27일 개봉 예정인 ‘노아’는 제작비 1억 5000만 달러(약 1591억원)를 투입해 성경 창세기에 기록된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재탄생시켰다. 선택된 자인 노아가 타락한 인간 세상을 심판할 대홍수가 올 것이라는 신의 계시를 받고 120년에 걸쳐 방주를 만들어 가족들을 지키는 사투를 담았다.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는데 최첨단 특수효과를 강조한 판타지 어드벤처물에 방점이 찍혔다. 주인공 노아 역의 러셀 크로를 비롯해 제니퍼 코넬리, 안소니 홉킨스, 에마 톰슨 등 화려한 출연진을 자랑한다. 새달 27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노예 12년’도 고대는 아니지만 주목해야 할 시대극이다. 노예 수입이 금지되고 흑인 납치 사건이 만연하던 184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음악가로 자유로운 삶을 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납치돼 12년간을 노예로 지내다 풀려난 솔로몬 노섭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스티브 매퀸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비롯해 아카데미상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특히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비록 노예의 주인이지만 인간적인 농장주 역에 발탁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상반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클레스를 소재로 영화가 현지에서 개봉하고 모세의 출애굽을 다룬 ‘엑소더스’, 구약의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다룬 ‘더 리뎀션 오브 카인’ 등 성경을 기반으로 한 영화도 관객을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 같은 경향이 로봇이나 슈퍼히어로를 내세운 블록버스터에 지친 할리우드가 흡인력과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고전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CJ E&M 해외영화마케팅팀 권성준 부장은 “고전이나 실화는 이야기의 힘이 있고 마케팅적으로도 인지도가 높다”면서 “새로운 소재를 개발해 영화화하는 것보다 위험 부담이 적어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에서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컴퓨터 그래픽의 발달로 색다른 볼거리를 만들어 다양한 세대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1500년전 1억명 사망 ‘최악 전염병’ 원인 찾았다

    1500년전 1억명 사망 ‘최악 전염병’ 원인 찾았다

    해외 연구팀이 1500년 전 전염병의 경로 및 원인을 밝혀내는데 성공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 해외언론이 보도했다. 6세기에 동로마제국을 중심으로 유럽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은 최소 1억 명의 사망을 초래했으며, 세계 최초의 대규모 전염병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이 전염병으로 지구상 인구 절반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 덴마크, 캐나다 등 다국적 연구팀은 1500년 전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주에서 전염병으로 숨진 사람의 치아 유골에서 DNA 샘플을 추출해 분석했으며, 그 결과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이후 흑사병을 유발한 페스트균으로부터 창궐됐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이 등장한 지 800여 년 후에야 모습을 드러낸 흑사병은 유럽에서만 4년 간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 있다. 연구팀은 유스티니아누스 역병을 일으킨 페스트균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발생해 실크로드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됐으며 수 백 년의 잠복기를 가진 뒤 흑사병을 창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시드니대학의 에드워드 홀름스 교수는 “페스트균은 가장 오래된 병균체”라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전염병을 유발한 페스트균의 게놈(genome)이 완벽하게 분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페스트균은 쥐 등 설치류의 벼룩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보이며, 현대에는 과거보다 나아진 위생과 환경, 의학의 발달 등으로 페스트균의 전파 및 이로 인한 사망률이 낮아졌다”고 덧붙였다. 호주의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연구를 통해 대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전염병이 한번 진화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잠복기를 거친 뒤 다양한 경로와 인종을 통해 다시 확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전염병 진화의 기원 및 확장 경로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인 의학저널인 ‘랜싯전염병’(Lancet Infectious Diseases journal)에 실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2013년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인기 여행지는?

    2013년 네티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인기 여행지는?

    연말연시 연휴가 다가오면서 해외로 떠나 새해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맘때쯤 매년 발표되는 수많은 순위 중에서 눈길을 끄는 순위가 있다. 최근 미국의 인터넷매체 매셔블은 올해 가장 많이 검색된 인기 여행지 상위 10곳을 발표했다. 아직 연말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들은 참고해 보는 것이 어떨까. 10위: 발리(인도네시아) 발리는 세계에서 서퍼들이 모이는 서핑의 메카며, 세계 최고의 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다. 화산과 아름다운 해변 리조트가 관광객을 끌고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이국적인 축제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9위: 세이셸 공화국 세이셸 공화국은 인도양 자연의 낙원. 코코넛과 향신료를 듬뿍 사용한 요리가 유명하고, 열대어와 바다거북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스노클링 명소가 많이 있다. 8위: 자메이카 자메이카라고 하면 레게가 유명하지만 뜻밖에 결혼식이나 신혼여행 목적지로도 인기가 있다. 아름다운 해변과 독특한 문화가 사람들을 끌고 있다. 7위: 로마(이탈리아) 아름답게 지어진 교회나 미술관이 많아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관광지다. 기독교의 총본산인 바티칸시가 있으므로 부활절(그리스도의 부활절 3월 22일~4월 25일 중 일요일) 시기 성 베드로 광장은 매우 혼잡하다. 미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 시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6위: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는 겨울이 관광 시즌이다. 겨울은 건기에 해당하므로 비의 걱정이 없고, 북미 관광객들은 추위를 피하고자 코스타리카로 관광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다이빙 등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5위: 푸에르토리코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 해에 있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미국 시민들은 여권 없이도 갈 수 있으므로 미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푸에르토리코도 겨울이 건기이므로 관광 시즌이다. 4위: 이스탄불(터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도시로, 동서 문화의 가교이라고도 불리는 이스탄불.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이라는 3대가 계속된 대제국의 오랜 역사를 느끼게 하는 사원과 궁전, 시장 등 볼거리는 끝이 없다. 3위: 런던(영국) 지난해 올림픽이 개최된 탓인지, 유럽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의 톱이 됐다. 기후는 봄과 가을이 최고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조명이나 행사가 풍부하다. 런던 여행은 목적에 맞춰 방문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2위: 바하마 바하마는 서인도 제도에 떠 있는 2000여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카리브 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1492년 콜럼버스가 상륙한 산살바도르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1위: 하와이(미국)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하와이가 1위를 차지했다. 하와이는 서핑과 다이빙의 명소가 풍부하고, 레스토랑과 바 등 밤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어떤 관광객의 요구에도 응할 수 있는 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 사진=매셔블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올해 가장 많이 검색한 인기 여행지 TOP 10

    올해 가장 많이 검색한 인기 여행지 TOP 10

    연말연시 연휴가 다가오면서 해외로 떠나 새해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맘때쯤 매년 발표되는 수많은 순위 중에서 눈길을 끄는 순위가 있다. 최근 미국의 인터넷매체 매셔블은 올해 가장 많이 검색된 인기 여행지 상위 10곳을 발표했다. 아직 연말 계획을 세우지 않은 이들은 참고해 보는 것이 어떨까. 10위: 발리(인도네시아) 발리는 세계에서 서퍼들이 모이는 서핑의 메카며, 세계 최고의 다이빙 명소로도 유명하다. 화산과 아름다운 해변 리조트가 관광객을 끌고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이국적인 축제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9위: 세이셸 공화국 세이셸 공화국은 인도양 자연의 낙원. 코코넛과 향신료를 듬뿍 사용한 요리가 유명하고, 열대어와 바다거북 등을 관찰할 수 있는 스노클링 명소가 많이 있다. 8위: 자메이카 자메이카라고 하면 레게가 유명하지만 뜻밖에 결혼식이나 신혼여행 목적지로도 인기가 있다. 아름다운 해변과 독특한 문화가 사람들을 끌고 있다. 7위: 로마(이탈리아) 아름답게 지어진 교회나 미술관이 많아 이탈리아와 함께 유럽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관광지다. 기독교의 총본산인 바티칸시가 있으므로 부활절(그리스도의 부활절 3월 22일~4월 25일 중 일요일) 시기 성 베드로 광장은 매우 혼잡하다. 미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이 시기는 피하는 것이 좋다. 6위: 코스타리카 코스타리카는 겨울이 관광 시즌이다. 겨울은 건기에 해당하므로 비의 걱정이 없고, 북미 관광객들은 추위를 피하고자 코스타리카로 관광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다이빙 등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5위: 푸에르토리코 푸에르토리코는 카리브 해에 있는 미국의 자치령이다. 미국 시민들은 여권 없이도 갈 수 있으므로 미국인 관광객이 많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푸에르토리코도 겨울이 건기이므로 관광 시즌이다. 4위: 이스탄불(터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럽과 아시아 대륙에 걸쳐 있는 도시로, 동서 문화의 가교이라고도 불리는 이스탄불. 로마제국, 비잔틴제국, 오스만제국이라는 3대가 계속된 대제국의 오랜 역사를 느끼게 하는 사원과 궁전, 시장 등 볼거리는 끝이 없다. 3위: 런던(영국) 지난해 올림픽이 개최된 탓인지, 유럽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여행지의 톱이 됐다. 기후는 봄과 가을이 최고지만,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조명이나 행사가 풍부하다. 런던 여행은 목적에 맞춰 방문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2위: 바하마 바하마는 서인도 제도에 떠 있는 2000여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카리브 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로, 1492년 콜럼버스가 상륙한 산살바도르가 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1위: 하와이(미국)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하와이가 1위를 차지했다. 하와이는 서핑과 다이빙의 명소가 풍부하고, 레스토랑과 바 등 밤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어떤 관광객의 요구에도 응할 수 있는 관광지라고 할 수 있다. 사진=매셔블 캡처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럽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가문’ 서울 나들이

    유럽 호령했던 ‘합스부르크 가문’ 서울 나들이

    18세기 유럽 최대의 왕조는 합스부르크 가문이었다. 제후들의 연합체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자리도 늘 합스부르크가의 차지였다. 거의 모든 유럽 왕실과 혈연 또는 혼인 관계를 맺다 보니 신성로마제국의 황후가 헝가리나 이탈리아의 왕비를 겸하기도 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뮤지컬 ‘엘리자벳’의 실제 주인공인 엘리자베트(1854~1898) 황후다. ‘시씨(SiSsi)’라는 애칭을 지닌 황후는 172㎝의 큰 키에 50㎏의 몸무게를 지닌 ‘개미허리’로도 유명했다. 황후 자리는 원래 언니인 헬레나의 몫이었으나, 오스트리아 헝가리제국의 젊은 황제인 프란츠 요제프 1세가 엘리자베트를 보고 한눈에 반해 혼인 상대가 바뀌었다. 1854년 17세의 어린 나이에 황후에 오른 엘리자베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아들이 자살하고, 자신도 무정부주의자인 청년의 칼에 찔려 숨졌다. 이처럼 곡절 많은 헝가리 합스부르크 왕가의 보물 190여 점이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3일부터 내년 3월 9일까지 박물관 지하 전시실에서 17~19세기 꽃피운 헝가리 왕실의 보물들을 선보인다. 유럽 왕실과 귀족사회의 정수를 보여줄 이 전시는 내년 헝가리 수교 25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헝가리 특별전이다. 전시품 가운데는 헝가리 화가 코퍼이 요제프(1859~1927)가 그린 엘리자베트 초상화가 포함되고, 라슬로 퓔뢰프(1869~1937)가 그린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모습도 공개된다. 엘리자베트의 실크 재질 검은색 외출복, 부채, 손수건, 모자 등 유품도 나왔다. 황후는 1889년 아들인 루돌프 황태자의 자살 뒤 검은색 옷만 갖춰 입었다고 한다. 또 헝가리의 왕실 문양 외에 금은보화로 치장된 폭 20㎝, 높이 17㎝의 ‘신성한 왕관’이 전시된다. 대관식에 사용된 의장과 보주, 검 등은 궁정화가인 에두아르트 구르크(1801~1841)의 그림에서 엿볼 수 있다. 1630년 무렵 제작해 합스부르크 황제가 사용한 갑옷과 투구, 방패도 전시대에 올랐다. 왕실 무기류로는 왕의 모습이 새겨진 칼, 상아 탄약통, 금제 철퇴, 도금 장식 검, 도끼가 달린 총, 사슬 갑옷 등이 눈에 띈다. 헝가리 왕실의 종교를 대변하는 화려한 성경 보관함과 묵주, 성골함 등도 나왔다. 의복으로는 금실과 비단으로 정교하게 장식한 연회복과 정장 등이 전시된다. 귀족들이 사용한 술병, 주전자, 그릇 등 금은 세공품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221년의 역사를 지닌 헝가리 국립박물관의 도움으로 열린다. 이귀영 고궁박물관장은 “헝가리는 한국과 비슷한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를 지녔다”면서 “생소한 헝가리 왕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고단한 30대의 삶, 불안한 한국의 미래

    고단한 30대의 삶, 불안한 한국의 미래

    이케아 세대 그들의 역습이 시작됐다/전영수지음/중앙북스/276쪽/1만 4000원 “불편을 판다”는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 싼값에 비해 빼어난 디자인과 제품이 주는 상대적인 만족감이 특징이다. 해외 유학생들을 통해 국내에 유행한 이 브랜드는 ‘우리가 함께라면 모두가 젊음’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공교롭게도 대졸이나 석사학위 이상을 지닌 1978년생 전후의 한국 젊은이들을 가리켜 ‘이케아 세대’라고 부른다. 기업에선 사원부터 과장급에 해당한다. 이들은 뛰어난 능력과 스펙에도 불구하고 낮은 몸값과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냉엄한 현실을 겪고 있다. 35세 안팎의 나이가 돼서도 여전히 이곳저곳 직장을 떠돌며 질풍노도의 삶을 산다. 낮은 임금은 ‘이케아 세대’의 소비를 합리적으로 이끌었다. 서울 명동거리에 즐비한 SPA(제조·유통 일괄형 의류)브랜드와 편집매장은 이들이 즐겨 찾는 소비공간이다. 해외 연수나 인턴 생활을 통해 외국 소비문화에 익숙하지만 머리로는 ‘샤넬’을, 현실에선 ‘다이소’를 소비하는 것이다. 돈이 없으니 연애나 결혼도 쉽지 않다. 끈끈한 음주문화보다는 동성끼리의 가벼운 모임에 더 익숙하다. 1년에 한번씩 누리는 짧은 해외여행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한다 해도 삶의 무력감은 걷히지 않는다. 맞벌이를 해야 가정을 꾸릴 수 있으니 아이 낳는 것은 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 아이 한 명을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든다는 3억여원의 비용을 이들은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DIY(Do It Yourself) 제품인 이케아처럼 미완의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저자는 급속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한국 사회에서 이케아 세대의 현실을 방관할 경우 머지않아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 경고한다. 윗세대와 이어달리기를 거부한 최초의 세대가 줄곧 ‘1인분의 삶’을 고집한다면 저출산·고령화와 더불어 국가를 파탄낼 것이란 주장이다. 마치 급격한 인구 감소로 쇠락한 고대 로마제국처럼…. 저자는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사회, 함께 가는 성장과 분배, 사교육 지양 등 기업과 정부, 사회가 마련해야 할 8가지 해법을 내놓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도시의 성장통 EU를 이루다

    도시의 성장통 EU를 이루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통합유럽연구회 지음/책과함께/456쪽/2만 벨기에의 수도인 브뤼셀. ‘늪지대의 정착(Brosella)’이란 뜻을 지닌 이 도시는 979년 프랑스군이 젠느강 유역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면서 비로소 도시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마을 주변에 성곽이 둘러져 도시의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 것은 기껏해야 1190년의 일이다. 이후 에스파냐 합스부르크가,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으로 주인이 바뀌며 역사의 부침을 거듭해 왔다. 13세기까지만 해도 인구 5000명 남짓에 불과했던 이 소도시는 오늘날 명실공히 통합유럽의 수도로 거듭났다. 시내 동쪽 로이 거리 인근에 자리한 61개의 건물로 이뤄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이사회, 지역위원회, 유럽경제사회위원회 등의 본부가 차례로 뿌리를 내렸다. 유럽방위청 등 7개 행정청도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동서냉전의 산물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본부까지 더해져 연면적 330만㎡에 이르는 도심 사무실의 대다수를 국제기구나 외국계 기업들이 점령했다. 브뤼셀이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해 온 덕분이다. 그러나 브뤼셀 토착민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거대한 EU지구가 브뤼셀에 들어서면서 집값이 폭등했고 원주민들은 시 주변으로 밀려났다. 2류 시민으로 전락한 토착민도 상당수다. 새롭게 둥지를 튼 외국인들은 지역사회에 동화되기보다 자녀들을 값비싼 외국인학교에 보내며 ‘그들만의 삶’을 고집하고 있다. ‘도시로 보는 유럽통합사’는 “유럽의 역사는 곧 도시의 역사”라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는 ‘폴리스’라는 도시국가의 집합체였고, 로마제국은 ‘영원한 도시’ 로마와 이를 복제해 만든 도시들의 연결망으로 이뤄졌다. 중세 유럽 역시 산재한 도시들의 연결망으로, 문명 지형도를 완성했다. 근대에 발전한 유럽의 절대주의 왕국과 국민국가들도 수도를 중심으로 확장한 영토국가일 따름이다. 유럽문명은 곧 도시를 건설하고 통치하는 하드웨어와 도시의 제도와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형태를 띠었다. 이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도시는 영국 런던이다. 저자들은 런던보다 더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도시는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기원전 54년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템스강 어귀의 런던을 점령했다. 정확히 ‘더시티’라는 지역이다. 무역항으로 각광받던 런던은 19세기 금융자본의 중심지로 떠오르면서 은행가문인 로스차일드가의 거점이 된다. 동시에 카를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의 폐해를 목도하며 ‘자본론’을 쓴 무대였다. 두 자녀가 굶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본 그는 대영박물관 도서관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자본론을 완성했다. 1897년 6월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60주년 행사는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의 전성기를 상징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에 패권을 넘겨주며 영국은 중위권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난 지난해 7월, 런던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린 제30회 하계 올림픽 개막식을 전 세계 7억명의 인구가 지켜봤다. 너무나 영국적인 이 개막식은 런던이 산업혁명과 민주주의의 모태라는 역사적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요즘 런던은 글로벌리즘과 민족주의의 대결장으로 변모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각국의 망명정부를 받아들이며 유럽통합의 잉태에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보수당이 2015년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2년 안에 EU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장소이기도 하다. 반면 오스트리아의 빈은 역사의 생채기를 안고 있다. 히틀러는 18세 때 화가의 꿈을 안고 예술의 도시인 빈을 찾았다. 그러나 빈 예술아카데미에 두 번이나 낙방한 뒤 빈곤한 젊은 시절을 보낸다. 좌절을 안겨준 빈은 훗날 나치의 지도자로 변신해 빈을 집어삼킨 히틀러에게 해코지를 당한다. 합스부르크제국의 수도로 남다른 지위를 누려온 문화적 메트로폴리스는 그렇게 초라한 모습을 드러냈다. 책은 3000년 유럽의 역사를 도시를 통해 풀어간다. 유럽의 순례길이 위치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비롯해 헤이그, 스트라스부르, 바이마르, 프랑크푸르트 등 18곳의 도시들이 최초의 통일국가인 로마제국 이후 통합과 분열을 반복해 온 유럽의 속내를 살짝 털어놓는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1)동물원의 역사

    [동물박사가 들려주는 동물이야기] (1)동물원의 역사

    지난 7월 타이완 타이베이 동물원은 큰 경사를 맞았다. 2년 전 중국에서 선물로 받은 판다곰 부부가 새끼 암컷 한 마리를 낳았다. 안경을 쓴 것처럼 눈 주위가 까만 귀염둥이 자이언트판다는 지구촌에서 가장 귀한 동물 중 하나다. 아기 판다는 전용 사육전시장을 누린다. 또 정해진 시간에만 관람할 수 있는 대접을 받는다. 언제부터 사람들은 진귀한 동물을 보러 우거진 밀림이나 사바나 초원을 찾지 않고 동물원으로 가게 됐을까. 인류의 역사가 동물과 함께 진화해 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사냥을 하면서, 농경사회를 이루어 정착생활을 하면서 문명사회를 이끌어가는 데에는 동물들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인간사회에 계급과 권력이 생기면서 동물은 그 권력을 상징하는 소장품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동물원의 기원은 동물을 가두어 키우면서 생겨났다고 보는 게 옳다. 노아의 방주에 등장하는 많은 동물이 그렇고, 이스라엘 3대 왕 솔로몬도 기원전 1000년쯤 야생동물을 키웠다. 지금까지 가장 오래된 동물원은 기원전 3500년쯤 고대 이집트 수도였던 히에라콘폴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끼리, 하마, 원숭이 등 112개의 동물 뼈가 발견됐다. 이집트 귀족들의 무덤이 있는 곳으로 이 진귀한 동물들은 지배계층 권력을 상징한다. 야생동물이 특권의 상징이긴 동양도 마찬가지였다. 중국 은나라 주왕은 비운의 황후인 달기의 환심을 사려고 왕궁에 대리석으로 사슴집을 지어주었다. 달기의 미모에 빠져 주왕은 매일 술과 고기를 탐하고 정사를 멀리하다 죽임을 당하게 되고, 주지육림이라는 고사성어도 탄생했다. ‘정복자’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가는 곳마다 진귀한 동물을 잡아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보내주었다. 기원전 300년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을 모아두고 행동이나 소리 등에 대해서도 연구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로마제국 전성기를 맞아 대규모 동물수집은 결국 동물 잔혹사 시대를 빚어낸다. 기원전 275년 기린과 코뿔소가 처음 소개된 로마에선 동물을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찾는다. 동물끼리 시합하게 하거나, 심지어 동물전사라 불리는 전투사가 동물과 싸우는 자극적인 쇼로 인기를 끌었다. 정치인에게는 대중적 인기와 정치적 기반을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폼페이 제독은 기원전 55년쯤 사자 600마리와 코끼리 18마리가 한꺼번에 싸우는 쇼를 벌였다. 한번 동물시합을 치르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지에서 포획해 로마까지 운송하는 데만 1년 이상 걸렸다. 훈련시킨 시간을 합치면 2년을 채우고 남는다. 사자 한 마리를 데려와 훈련시켜 경기장에 내세우기까지 드는 비용이 병사 250명을 1년간 데리고 있는 비용과 맞먹었다. 로마의 콜로세움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이처럼 로마 전역에 동물쇼를 할 수 있는 원형 경기장은 1000여개에 이르렀다. 찬란했던 로마시대 때 쇼에 이용된 동물은 수백만 마리다. 야생동물 거래는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할 정도였다. 이미 수많은 멸종 위기종을 낳는 또 하나의 시발점이 되고 말았다. 16세기 인도 무굴제국의 3대 황제인 아크바르 역시 수천 마리의 동물을 소유했다. 페르시아에 정복된 멕시코 마지막 아즈텍제국의 황제 몬테수마도 수천 마리를 거느렸고 사육사만 300명을 웃돌았다. 1400~1700년 유럽에서는 권력과 부의 상징으로서 동물원은 동물을 사육하고 전시하면서 오락의 대상으로 삼는 형식이 유행했다. 1753년 인도에서 고아가 돼 네덜란드로 건너온 코뿔소를 끌고 유럽을 순회하면서 큰 인기를 끌자 유랑단도 덩달아 스타 대열에 올랐다. 코뿔소 모양을 딴 헤어스타일이 유행하면서 문화적인 언어로 표현되기도 했다. 유럽 최초의 동물원으로는 1752년 오스트리아가 손꼽힌다. 마리아 테레지아 황녀의 남편인 로트링겐 공 프란츠 슈테판은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수집한 동식물을 쇤부른 궁전 작은 우리에 모아두었다. 쇤부른은 ‘아름다운 샘’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혁명 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마리 앙트와네트 어머니의 궁전으로 앙트와네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1765년 일반에 공개되면서 동물공원(Zoological park)으로 첫발을 떼 근대 동물원의 시초가 되었다. 19세기 중반 들어 세계 곳곳에 동물원이 세워졌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동물원은 급속히 세계로 퍼져나갔다. 대개 연구보다는 대중에게 관람을 시키면서 상업적인 이득을 얻는 데 더 목적을 두기 일쑤였다. 그런 가운데 1828년 영국에서는 동물복지 제일주의로 동물학연구와 동물의 지식을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동물원이 생겨났다.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동물원으로서 동물원협회가 런던 리젠트파크에 세운 런던동물원은 동물공원이 아닌 명실상부한 동물원으로 새롭게 역할을 했다. 이렇게 야생동물 수요가 크게 늘면서 야생동물 거래는 산업으로까지 뻗어나갔다. 이른바 ‘하겐베크 혁명’이라 불리는 동물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바로 독일의 하겐베크 일가다. 하겐베크는 이상한 모양의 물개를 사람들이 흥미롭게 구경하는 데 착안해 대규모의 동물거래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유럽의 많은 동물원에 지속적으로 진귀한 동물을 공급하면서 사업은 큰 성공을 거뒀다. 동물만 수입하는 데서 나아가 토착민까지 조달해 동물원에서 인간쇼도 곁들여 유럽 전역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토착민들이 기후변화 등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어나가자, 1880년대 야생동물을 조련해 쇼를 하고 서커스단을 만들어 공연하는 오락형 동물원 산업을 창출하기도 했다. 하겐베크는 동물거래 사업을 통해 얻는 동물지식을 활용해 1907년 동물의 서식지를 고스란히 재현해 관람하도록 하는 새로운 전시기법을 도입한 동물원을 직접 만들었다. 아프리카 정글과 러시아 스텝, 미국의 대평원, 북극의 얼음을 재현한 이 동물원은 현재 생태형 동물원을 지향하는 20세기 동물원의 모델이다. 야생동물을 인간 호기심의 대상으로 적극 활용하면서 멸종 위기로 몰아 넣는 데 누구보다 기여한 그가 만든 동물원이 현재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동물원의 모습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렇듯 현재의 동물원이 존재하기까지에는 무려 2000년 전부터 인간의 호기심과 잔인함의 대상이 되어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야생동물들의 슬픈 역사적 배경이 뚜렷하다. 인간의 불완전한 정치와 문화가 사람은 물론 동물에게도 얼마나 큰 재앙이 될 수 있는지 역사를 돌이키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러면, 이런 슬픈 탄생의 배경이 있다 하여 우리는 동물원을 찾지 않는가. 어떠한 문화도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동물원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진귀한 동물만을 보러 동물원을 찾는 시대는 지났다. 또한, 동물원에 있는 동물은 야생동물이 아니다. 동물원에서 태어나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원 동물이다. 이들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만들어낸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을 이젠 보전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동물원은 동물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동물을 보러오는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곳이다. 동물원은 살아있는 동물을 보며 소통과 치유를 할 수 있는 셀프힐링 공간이다. 나는 오늘도 동물원으로 출근한다. 동물원에서 살아가는 동물의 행복을 위하여, 그리고 동물을 보러오는 이들의 행복을 위하여. 김보숙 서울대공원 동물운영팀장
  • [생명의 窓] 암 정복할 것인가, 정복당할 것인가?/황성주 이롬 대표

    [생명의 窓] 암 정복할 것인가, 정복당할 것인가?/황성주 이롬 대표

    대한민국은 암 공화국이다. 암으로 인한 공포가 개인은 물론 경제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 암 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암환자 수는 2000년 22만명에서 2010년 96만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더욱이 신규 암 발생자가 매년 20만명씩 생기고 7만 5000명이 암으로 사망할 정도로 암은 이제 희귀한 풍토병(endemic)이 아닌 누구나 예방해야 할 유행병(epidemic)이 되고 있다. 현재 암 환자는 130만명에 이르고, 암 환우 가족들까지 합하면 600만명 이상이 암으로 고통당하고 있다. 이제 국가적으로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함께 힘을 모아 암을 정복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필자가 위기 의식을 갖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암환자 중 40, 50대가 60%에 육박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장 경제활동이 왕성한 계층, 가장 영향력 있고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회적 리더그룹에서 암 환자가 급증한다는 뜻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제외하더라도 암 환자 가족이 치료비로 매년 100만원을 쓴다고 가정하면 추산되는 가계 비용이 총 1조 3000억원에 이르고 매년 500만원을 쓴다고 하면 총 6조 5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출하게 된다. 여기에 건강보험 재정과 암 보험 비용, 사회적 기회비용과 경제활동 손실 비용을 추가한다면 급증하는 암 환자 탓에 수십 조원에서 수백 조원에 이르는 국가적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아무도 이 문제를 사회·경제적, 국가적 시각으로 보지 않고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로마제국은 술 맛을 극대화하기 위해 술에 중금속을 넣었다. 그 때문에 최고 리더들의 중추신경계가 손상되었고 국가경영의 판단력이 혼란을 일으켜 결국 로마가 멸망했다고 한다. 중세 유럽은 인구의 3분의1을 몰살시킨 페스트로 인해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등 모든 국가 기반이 붕괴하여 결국 해체의 길로 갔다고 한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61%가 비만(그중 27%가 고도비만)으로 고혈압, 심장병 등의 성인병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다 고비용의 의료비, 극빈자와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전액 국가 부담 의료비(medical expenses) 체계로 인한 비용이 천문학적이어서 헤어날 수 없는 악성 재정 적자로 이어져 국가가 몰락 위기에 빠졌다. 한국 역시 급증하는 암 환자 때문에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데 속수무책이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해마다 암으로 수십만 명이 죽어가자 닉슨 정부는 5년 내에 암을 퇴치하겠다고 선언했었다. 하지만, 40년 동안 아무 변화가 없다. 심장병 사망률이 현저하게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암 사망률은 오히려 증가 추세다. 암과의 전쟁에서 미국 정부가 진 셈이다. 미국의 실패에서 얻은 결론은 암은 ‘예방이 최상의 치료’라는 것이다. 국가경영과 가정경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치료의학보다 예방의학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암 치료에 쏟아붓는 비용의 10분의1만 예방에 사용해도 암은 퇴치될 수 있고 개인과 가정은 물론 모두가 행복한 사회로 전환될 것이다. 암은 왜곡된 생활양식으로 얻은 병이다. 자연식 위주의 건강한 식생활, 흡연 추방, 생활스포츠의 확산 등을 통해 암의 뿌리를 제거해야 한다. 분주함을 벗어나 쉼과 누림을 통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대한민국이 암 공화국에서 벗어나야 경제가 살고 국민행복시대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
  • [문화단신]

    한양대·민음사 ‘독서 아카데미’ 한양대학교와 민음사 출판그룹이 오는 23일부터 ‘융합 독서 아카데미’ 2학기 수업을 연다. 밀란 쿤데라의 문학이 다루는 삶과 인간 내면의 성찰을 들여다보고, 이타심에 기초한 협력 시스템으로 제도를 개혁하고 범죄를 줄이는 방법 등을 모색해본다. 이권우 한양대 기초·융합교육원 교수가 사회를 맡고 김병욱 성균관대 불문학과 교수, 조형근 한림대 연구 교수, 신동헌 ‘레옹’ 편집장 등이 강연자로 참가한다. 무료. (02)2220-2874. SF소설 ‘파운데이션’ 시리즈 완간 SF 소설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의 대표작 ‘파운데이션’ 시리즈가 출판사 황금가지에서 완간됐다. 1942년 첫 작품 ‘파운데이션’을 내놓은 뒤 1992년 사망할 때까지 50년간 집필을 계속한 역작이다.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영감을 얻은 ‘파운데이션’ 시리즈는 국가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심리역사학’을 창조해 현실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가상의 국가 ‘파운데이션’이 은하계를 지배하는 제국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국내에 처음 출간됐다. 각 권 1만 3000~1만 8000원.
  • “한국사 속 세계사, 세계사 속 한국사… 한눈에 보세요”

    “한국사 속 세계사, 세계사 속 한국사… 한눈에 보세요”

    영화 ‘관상’의 배경이 된 계유정난이 일어나던 해(1453년), 서구에선 이슬람세력의 침공으로 콘스탄티노플성이 함락되면서 천년을 이어온 동로마제국이 멸망했다. 정조가 즉위하던 1776년 미국은 독립을 선언했다.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을 한 1961년 대한민국에선 5·16쿠데타가 벌어졌고 유럽연합이 출범한 1993년엔 문민정부가 등장했다. 최근 출간된 ‘세계사와 함께 보는 타임라인 한국사’(전 5권·각 권 2만 5000원·다산에듀)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동일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통합 역사 교양서다. 인류의 시작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왼쪽에는 한국사, 오른쪽에는 세계사를 배치해 같은 시기에 우리나라와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쉽게 대비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함께 다루는 시도 자체가 새롭지는 않지만 단순히 통합 연표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역사적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사건의 내용과 역사적 맥락을 함께 서술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이 시리즈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지식의 사슬’ 시리즈, ‘근현대사 신문’ 시리즈 등 대형 역사물에서 남다른 기획력을 발휘해 온 인문학 전문 기획 집단 ‘문사철’이 기획하고 집필했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인 문학, 역사, 철학의 줄임말(文史哲)을 그대로 모임 이름으로 내건 문사철은 출판 기획자이자 역사 저술가인 강응천(50) 대표를 주축으로 철학자 강신주, 도서평론가 이권우, 시인 원재훈이 의기투합해 2007년 시작됐다. 지금은 이권우 평론가 대신 과학 저술가인 강윤재 박사가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사철은 기획과 편집 등 출판 콘텐츠를 제작하는 일종의 독립 프로덕션이다. 하지만 운영 방식은 일반적인 출판사나 기업과는 다르다.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로 2004년 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한 강 대표는 “평소엔 각자 자기 분야의 책을 쓰거나 강연을 하면서 자유롭게 활동하다가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협업하는 느슨한 형태의 조직”이라고 말했다. 사무실에서 농담처럼 역사와 철학, 문학 이야기를 나누다 새 책의 기획안이 나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출판 기획을 위해 모인 목적 지향적 집단이라기보다 모여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획 아이디어가 도출되는 방식이 문사철의 특징이다. “인문 출판계의 복덕방”이라는 강 대표의 표현처럼 전공 분야가 다르다 보니 관심 영역과 인맥이 확장되는 것도 장점이다. 이번 ‘…타임라인 한국사’ 시리즈는 3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완간 형태로 출간됐다. 한국사의 독자성이나 한국 문화의 우수성만을 강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 역사가 세계사의 보편성과 어떤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역사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한국사를 전공한 강 대표를 비롯해 김덕련(한국사), 김형규(서양사), 백성현(한국사) 등 4명의 역사 전공자들이 공동 집필했고 김원용 북디자이너가 1300여장의 사진 및 150개의 지도와 그래프 등 풍부한 관련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배치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강 대표는 “기원전 역사나 고대사의 경우 사료에 따라 연도가 제각각인 경우가 많아 이를 일치시키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한국사와 세계사를 공부하는 학생이나 역사 인문 저술가들이 믿고 볼 만한 기본 자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순녀 기자 coral@seoul.co.kr
  • 세계의 추석… 지구촌은 가을 축제 중

    세계의 추석… 지구촌은 가을 축제 중

    지구촌은 가을 축제 중이다. 나라마다 이름과 시기는 다르지만 수확의 계절을 맞아 신과 자연의 은덕에 감사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동양의 추석이 가족끼리 모여 조상을 기리는 대표적인 명절이라면 서양은 풍성한 음식을 곁들인 일종의 축제에 가깝다. 지구촌 곳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추석에 대해 알아봤다. 중국의 음력 8월 15일은 중추제(中秋節)이다. 이름 그대로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날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중추제에는 달을 상대로 제사를 지내고 달을 감상하는 풍습이 있다. 이는 신선이 되어 달로 날아가버린 미녀 창어(嫦娥)를 기리기 위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대표 검색 사이트 바이두(百度)백과에서는 여자들이 중추제에 달을 보고 제사를 지내면 창어처럼 미인이 된다는 설도 전해지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둥근 보름달은 흩어진 가족이 모두 모인다는 뜻의 ‘퇀위안’(團圓)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중국에서는 중추제를 퇀위안제라고도 부른다. 달을 상대로 제사를 지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가족이 모여 둥근 달을 바라보며 달을 닮은 전통 음식인 ‘웨빙’(月餠)을 먹는 행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웨빙은 밀가루 반죽에 각종 속재료를 넣어 만드는 전통과자다. 원래는 송편과 마찬가지로 제수 용품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웨빙 겉면에는 전설의 주인공인 창어를 그려 넣거나 풍년과 장수를 기원하는 내용을 적는 일도 있다. 중국인들은 중추제에 반드시 웨빙을 먹기 때문에 중추제 선물로 애용된다. 시장이 크기 때문에 스타벅스, 하겐다즈 등 다국적 업체에서도 웨빙 제품을 대거 만들어 판매할 정도다. 고기소, 팥소, 오리알소, 곡류소 등 속재료에 따라 맛과 가격이 다르다. 금, 해삼, 샥스핀 등 고가 재료로 만든 제품도 많다. 웨빙은 선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 질과 가격은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취임 이후 처음 맞는 이번 중추제는 웨빙 판매가 부진하다. 당 중앙은 이달 들어 보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공공기관이 예산으로 웨빙 선물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지침을 모든 공공기관에 하달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총서기 취임 이후 근검절약과 허례허식 타파, 반부패를 내세우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추석에는 공무원들이 국민의 혈세인 공공예산으로 웨빙을 사서 서로 주고받는 일을 금지시켰다. 올해 중국 웨빙 전체 생산량은 28만t 100억 위안(약 1조 774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더욱이 중추제에는 ‘진인웨빙’(銀月餠)이라고 하여 웨빙 모양의 금 제품을 장인의 전통 공예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올해는 웨빙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이 진인웨빙이 ‘백보합’(百寶盒)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다. 가장 작은 사이즈인 50g은 2만 위안(약 360만원), 347g은 16만 위안인데 올해는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판매상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에서 중추제가 공식 휴일로 지정된 것은 단오절 등 전통명절을 대거 부활시킨 지난 2008년 이후의 일이다. 춘제(春節·설)나 10월 1일 건국기념일과 같이 1주일에 달하는 긴 휴가 대신 3일가량의 미니 연휴를 즐긴다. 중추제 등이 민족 기념일이 된 것은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는 19~21일이 중추제 연휴로 지정됐다. 같은 중화권인 홍콩과 타이완에서도 중추제를 즐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웨빙을 먹고 초롱불놀이를 즐기지만 휴가는 단 하루뿐이다. 특히 홍콩에서는 약 1주일가량 빅토리아파크 앞에서 열리는 대형 등불 축제가 유명하다. 올해는 재물과 복을 동시에 기원하는 ‘윈차이샤오푸싱’(運財小福星)을 띄워 눈길을 끌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중추절을 지낸다. ‘쭝투’(Trung Thu)라고 부르며 웨빙을 먹는 풍습도 같다. 다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선물하거나 어린이들이 사자탈춤이나 가면놀이 등을 하면서 보내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위한 날로 인식된다. 우리나라에 한가위가 있다면 일본에는 ‘오봉’이 있다. 오봉은 음력 7월 15일을 중심으로 일본에서 행해진 죽은 조상의 영혼을 추모하는 행사를 일컫는다. 지금은 양력 8월 15일로 바뀌어 이날 전후로 3일가량 쉬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가족끼리 모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고 ‘오주겐’(お中元)이라고 일컫는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다. 여름 휴가 기간과도 대부분 겹치기 때문에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인파도 많아 일년 중 최대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때이기도 하다. 신칸센과 비행기의 예약이 일찌감치 끝나고 고속도로도 연일 정체되는 경우가 많아 NHK가 실시간으로 고속도로 상황을 전하기도 한다. ‘오봉’은 일본 고유의 민속 행사에 불교 행사인 ‘우라봉’(盂蘭盆)이 합쳐져 지금의 형태로 생겨났다는 설이 유력하다. 오봉 연휴 시작 즈음 ‘정령맞이’를 위해 집이나 절의 대문 앞에 ‘무가에비’(迎之火·조상이나 죽은 사람의 혼을 맞이하기 위해 피우는 불)를 피워 놓고 절의 불단이나 임시 제단을 만든다. 과일, 채소 등 계절음식과 오봉 떡인 ‘보타모찌’를 올리는 등 조상을 공양하는 제사를 지낸다. ‘봉’은 제물을 담는 그릇이라는 뜻이다. 일본 아스카 시대 아귀도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는 부처의 제자인 목련존자가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승려들에게 음식을 공양했다는 게 기원이라고 한다. 부처와 승려들에게 음식을 올리고 공양하며 특히 선조의 혼령을 공양하는 풍습에서 비롯된 것이 오봉이다. 미국의 추석은 기독교인들에게 익숙한 ‘추수감사절’이다. 우리의 추석처럼 연례 최대 행사 중 하나로 매년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 열린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청교도의 신대륙 정착을 기념하는 축제다. 1620년 신앙의 자유를 찾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정착한 영국 청교도들이 이듬해 추수를 마치고 제사(예배)를 지낸 데서 유래했다. 청교도는 낯선 이방인들에게 경작법을 가르쳐 준 인디언을 초대해 칠면조를 나눠 먹었고, 이 풍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추수감사절 다음 날은 일년 중 최대 쇼핑 시즌인 ‘블랙프라이데이’로 새벽부터 쇼핑센터 앞에 장사진을 이루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유럽의 추수감사절의 기원은 그리스도교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슷한 의식이 로마제국이나 그리스 등지에 있었고 유대인들도 ‘수케’, ‘시케’라는 가을 수확 무렵의 축제를 지냈다. 프랑스에는 ‘투생’이라 불리는 가을 명절이 있다. 매년 11월 1일에 행해지는 가톨릭 축일로, ‘모든 성인’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날엔 묘소에 꽃을 갖다 바치며 고인을 회상하는데 이것 이외에 온 국민이 함께 즐기는 특별한 풍속은 없다. 이날 페르 라셰즈, 몽마르트, 몽파르나스 등 파리의 대형 공동묘지에 있는 유명 인사들의 묘에는 꽃다발이 넘쳐난다. 학교는 ‘투생’을 전후해 약 2주일간의 방학에 들어가며 박물관을 제외한 공공기관은 문을 닫는다. 독일은 추석에 비교할 만한 명절은 없지만 추수감사절 특산품이나 지역별 축제가 유명하다. 포도·감자·밀·맥주 등 생산 품목에 따라 여름부터 가을에 이르기까지 한 해 농사에 감사하는 동네 축제를 연다. 포도가 많이 나는 라인강과 마인강, 모젤강 일대에서는 7~10월에 포도 축제가 이어진다. 모젤와인 산지에 있는 베른카스텔은 9월 초순, 라인팔츠 와인 산지인 바트 뒤르크하임은 9월 중순, 노이슈타트는 10월 초순에 고전의상을 입고 벌이는 대규모 축제행렬이 이어져 많은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맥주 축제로는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뮌헨에서 열리는 ‘옥토버페스트’가 유명하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서울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김병일 사람과 향기] 청렴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김병일 사람과 향기] 청렴보다 중요한 것이 있을까

    고르지 않은 장마로 그러지 않아도 불쾌지수가 높은 터에 불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중 하나는 홍콩의 정치경제 리스크 자문회사 한 곳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 선진국 중 최악의 부패국가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아시아 각국과 미국·호주 등지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국가의 부패지수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 그룹 가운데 가장 부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의 부패지수는 6.98점으로 싱가포르(0.74)와 일본(2.35), 호주(2.35), 홍콩(3.77) 등 주요 경쟁국들에 비해 훨씬 높다. 우리보다 더 높은 나라는 캄보디아나 미얀마, 베트남 등 상대적 후진국들 정도라니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의 부패문화 뿌리가 정치·경제 피라미드의 최상층까지 뻗어 있을 뿐아니라, 기업의 해외 진출로 외국에까지 그것을 전파하는 상황이라는 게 분석내용이다. 관행에 젖어 있는 동안 부지불식간에 우리가 부패 수출국이 돼버린 꼴이다. 하긴 올여름을 후텁지근하게 보내는 가장 큰 이유가 원전 관계자들의 광범위한 비리로 촉발된 전력난 때문이고, 국가 최고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이가 개인 비리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집행을 위해 본인과 자녀, 친인척의 집까지 압수수색하는 모습도 목도하는 형국이니 딱히 항변할 말도 없다. 청렴은 사(私)와 공(公) 어느 측면에서 봐도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먼저, 개개인의 삶의 질, 즉 사적 관점이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청렴한 삶은 그렇지 않은 삶보다 도덕적으로 훨씬 더 우위에 있다. 스스로는 떳떳하고 주위로부터는 존경을 받는다. 이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녀들에게 물려줄 가장 값어치 있는 유산이다. 다음은 공동체의 경쟁력, 즉 공적 측면이다. 도덕적으로 건강한 국가나 기업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우월한 경쟁력을 지닌다는 것은 인류의 장구한 역사가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국가든 기업이든 최고의 가치는 ‘영속발전’이다. 인류사에 명멸했던 국가 중 장수한 나라로는 로마제국이 대표적이다. 동로마제국까지 계산하면 근 2000년을 지속했다. 다음으로는 600여년을 지속한 오스만튀르크이고, 그 다음이 500여년을 이어간 조선왕조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국가들이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세 나라 모두 사회적으로 튼실한 도덕적 견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로마제국은 시민존중문화와 기독교문명이 결합된 윤리체계가 작동했고, 오스만튀르크는 금욕과 관용의 이슬람 율법으로 통치했으며, 조선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한 ‘박기후인’(薄己厚人)의 정신으로 무장한 선비의 나라였다. 특히 조선은 청백리 제도를 시행해 청렴을 지도층의 제일 덕목으로 삼았다. 조선시대 청백리는 의정부와 육조의 2품 이상 당상관과 사헌부 및 사간원의 수장 등 최고위관료들이 천거하고 최종적으로 임금의 재가를 얻어야 비로소 선정될 정도로 절차가 엄격하였다. 이는 국가적으로 이 제도에 그만큼 비중을 뒀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희와 맹사성, 이황, 유성룡, 이항복, 이원익, 김상헌 등 우리가 잘 아는 조선시대의 명망 있는 학자·관료들이 청백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만 봐도 이를 잘 알 수 있다. 청백리 제도가 이렇게 고위층부터 뿌리를 내림으로써 중하위직까지 청렴 기풍이 확산되었고, 그 결과 조선은 몇 번의 국가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500여년을 지탱할 수 있었다. 청백리 선정이 중단된 18세기 중반 이후 조선이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이를 방증한다. 이제 우리가 시급히 갖추어야 할 자산은 경제적 부나 군사적 힘, 문화적 격보다도 바로 ‘청렴’이다. 청렴은 이 모든 경쟁력의 궁극적 원천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조선의 청백리 제도와 같은 ‘위로부터의 청렴’을 개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 기풍으로 다시금 새롭게 세우고 확산시켜 나가야겠다.
  • [서울광장] 주권 국가와 ‘애치슨 선언’의 공포/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주권 국가와 ‘애치슨 선언’의 공포/문소영 논설위원

    조선 개항의 성격을 결정지은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의 제1조는 “조선은 독립국이다”이다. 조선과 일본, 두 독립국이 맺은 조약의 제1조가 “조선은 독립국이다”라는 점은 참 수상하지 않은가. 이 수상쩍은 적시를 ‘일본이 조선 침략을 위한 야욕을 드러냈다’고 배웠다. 미국은 1882년 조선과 조미통상조약을 맺을 때 청나라 북양대신 리훙장에게 중재를 요청했고, 협상도 청나라 톈진에서 진행했다. 조선은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주독립 국가라는 우리와 세계의 인식은 이렇게 달랐다. 외국 출판사가 내놓은 세계사 책에는 조선을 병자호란을 겪은 1636년 이후에는 청의 속국이나 번국으로 처리해 놓은 경우도 더러 있다. 국사학자들은 내치에서의 독립성과 외교·국방에서의 자율성, 한반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 등을 내세워 병자호란 이후에도 조선은 ‘사실상’ 독립국가였다고 주장한다. 이런 후기 조선의 지위가 영 찜찜하다. 비슷한 시기에 유럽은 베스트팔렌 조약(1648년)을 맺어 서유럽 국가에 대한 로마 교황과 신성로마제국의 내정간섭과 지배를 종식하며 근대 국가의 모태를 마련했다. 최근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시기를 두고 논란이 재현됐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의에서 2015년 12월에 환수하기로 한 전작권 이양을 우리 측이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지난 17일 나오면서다. 미국 측은 예정대로 하자며 시큰둥하다고 한다. 전작권의 정의는 “한반도 전쟁 발발 시 국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이 권한은 한미연합사령부 사령관, 즉 주한 미군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1950년 6·25전쟁이 터지자 전쟁수행 능력이 거의 전무해 미국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이승만 대통령은 그해 7월14일에 유엔군 사령관에게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단서조항은 “현재의 적대상태가 지속하는 동안”이었지만, 작전권은 이양된 상태로 쭉 유지됐다. 작전권 중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12월에 한국군에 반환됐다. 좀 더 예민한 전작권 반환 논의는 2005년에 시작됐다. 주권국가에서 전작권 이양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시 노무현 정부의 판단이었다. 2007년 2월 한·미국방장관 회담에서 2012년 4월 17일에 반환키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2010년 재협상을 해 이양시기를 2015년 12월로 늦췄다. 그런데 대통령 공약에서도 확인했던 반환시기를 박근혜 정부가 더 연기하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군이 온전하게 군사작전권을 가진 시기는 국군을 창설한 1948년 8월부터 1950년 7월까지 24개월에 불과했다. 주권(主權)은 국제법상으로 다른 어떠한 국가의 권력에도 복종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온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한국이 ‘찜찜한’ 후기 조선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유엔(UN)이나 유럽연합(EU)의 특수한 사례를 들어 베스트팔렌 조약이 규정한 ‘고전적 주권’의 시대는 지나갔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EU는 일국의 주권을 제한함으로써 주권을 전 유럽으로 확장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인의 잠재의식 속에 주한미군 철수를 연상시키는 전작권 이양은 공포스러운 어젠다이다. 미국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1950년 l월 태평양에서 미국 극동 방위선으로 한국과 타이완을 제외한 일본-오키나와-필리핀을 연결하는 ‘애치슨 라인’을 발표한 뒤 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했고, 5개월 뒤 6·25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 수영장에서 익사할 뻔했다고 해서 평생 수영을 포기할 수는 없다. 공포를 떨쳐내야 한다. 대한민국은 건국 65주년으로 환갑도 훌쩍 넘겼고, 무역규모도 세계 10위권이다. 안보 위협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온전한 주권 행사를 위한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연기하기 싫다는데 매달리면 값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않을까. symun@seoul.co.kr
  • 번영의 독…로마를 멸하다

    “로마가 멸망한 것은 내부 분열 때문이 아니었다. 얄궂게도 로마에게 해악이 된 것은 바로 로마의 번영이었다.” ‘법의 정신’으로 저명한 18세기 계몽주의 사상가 몽테스키외가 도시국가 로마의 탄생에서 동로마 제국의 멸망에 이르기까지 2000년 로마사 전체를 살펴보면서 로마의 번영과 멸망의 원인을 분석한 이 책에서 한 말이다. 저술가들은 대개 로마를 패망케 한 것은 내부의 분열과 그로 인한 혼란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저자는 로마에게 분열은 필연적이었고, 그런 분열은 늘 있어 왔으며, 또 늘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로마는 정복 사업의 결과로 ‘번영’을 누리게 됐다고 설파한다. 그러나 번영이 문제였다. 그것이 온갖 분란을 일으켰고 민중의 소요를 내전으로 격화시켰으며, 로마를 이민족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키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책은 정치체제의 변화에 따라 로마의 역사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먼저 도시국가인 초기 로마를 융성케 한 왕정, 이어 왕들이 추방되면서 들어서게 된 공화정, 그리고 무정부 상태가 종식되면서 황제가 통치하는 제국의 등장과 쇠망이다. 저자는 왕정과 공화정 체제에서 로마가 번성할 수 있었던 내적·외적 주요 원인들을 살펴본다. 그는 로마가 융성하게 된 내적 요인들로 전리품의 현명한 분배, 자신들의 제도보다 훌륭하다고 여겨지는 외국 관습의 즉각적인 수용,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을 통한 군사기술의 향상, 토지의 공평한 분배, 뛰어난 정치 지도자와 명장들의 연이은 등장, 청빈을 떳떳이 여기는 미덕, 로마인이 누린 자유 등을 언급하고 있다. 이어 로마가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외적 요인들을 다룬다. 당시 로마의 주변 국가들과 적국, 특히 카르타고에 주목했다. 그리고 카르타고를 굴복시킨 뒤 어떻게 주변 민족들을 상대로 본격적인 정복 사업을 추진했는지도 추적한다. 정복 사업과 그것이 가져다 준 번영의 폐해로 공화정이 막을 내리면서 제국의 시대로 들어선 로마는 거대해진 덩치에 맞는 체질 개선 없이 ‘제국의 자기 제어 메커니즘’이 붕괴되면서 흔들리게 된다. 로마는 ‘승리의 과잉’ 자체에서 쇠망의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고 지은이는 주장한다. 로마 국력의 발전과 번영, 그 다음에 찾아온 쇠망은 필연적이고도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 국가의 힘은 정복이 아닌 ‘국가 내부의 건강함’에 의존한다고 말한다. 결국 풍요란 부(富)에 있지 않고 도덕 속에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이번엔 아이·어른 따로 즐기세요

    이번엔 아이·어른 따로 즐기세요

    의정부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새달 4~19일 의정부 시내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로 12회째를 맞는 이 축제는 수준 높은 국내외 공연을 선보이면서 경기북부·서울 시민들이 찾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주빈국인 캐나다 퀘백과 독일, 호주, 프랑스 등 5개 국가가 참여한 초청작 7개와 자체 제작 3개 작품으로 구성했다. 홍승찬 예술감독은 “이전까지는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중심으로 선정했다면 올해는 연령층을 구분하고 명확한 콘셉트를 가진 작품을 선정했다”고 소개했다. 올해 주제는 뒤섞고(Remix) 바꾸고(Reverse) 재생(Refresh & Reborn)시킨다는 의미로, ‘알’(R)로 정했다. 홍 예술감독은 개막작 ‘칼리굴라_리믹스’(왼쪽·4~5일, 캐나다)를 “축제의 본질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 주는 작품”이라며 자신 있게 추천했다. 로마제국의 폭군으로 불리는 칼리굴라가 가진 내면의 고통과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칼리굴라는 화자이자 연출자, 지휘자 등 1인 3역을 한다. 칼리굴라의 손짓에 따라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악기를 연주하는 형식은 음악극의 본질에 가장 가깝다는 설명이다. 폭력적이고 변태적인 성향을 가진 인물을 그리고 있어 대사와 묘사가 덩달아 다소 과격하다. 19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은 이유다. 폐막작인 ‘인코디드’(오른쪽·17~18일, 호주)에서는 미디어와 무용이 만났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애니메이션 영상과 배우들의 몸짓이 감탄을 자아낸다. 36개월~9세 아이들을 위한 ‘바이올린 할머니’(4~5일, 캐나다)는 바이올린이 가진 다양한 소리를 들려주면서 점점 바흐, 드보르작 등 완성된 클래식 음악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내용이다. 음악보다는 소리, 연기보다는 몸짓에 가까운 것들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중력의 법칙을 깬 ‘레오’(11~12일, 독일·캐나다)는 매우 흥미롭다. 비디오 영상 프로젝션을 이용해 배우는 마치 위아래가 뒤바뀐 듯한 무대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외로운 남자 레오의 고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에 공감하는 사람이 꽤 많을 터. 실로폰 오케스트라를 도구로 일상의 스트레스를 노래와 춤으로 바꾸는 야외공연 ‘콩플레 만딩그’(11~12일, 프랑스), 라이브 콘서트를 표방한 ‘뮤지컬 오디션’(17~19일, 한국), 미디어 상상놀이극 ‘거인의 책상’(17~18일, 한국) 등도 볼 만하다. 주최 측은 제작공연으로 ‘이자람의 억척가’(10~11일)를 비롯해 지난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서 우수상을 받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8~9일), 오디션으로 선발한 시민배우 37명이 만드는 합창뮤지컬 ‘11마리 고양이’(12일)를 선보인다. 올해 명예위원장을 맡은 가수 패티김이 사전축하공연(4~5일)을 펼친다. 19일에는 소리꾼 장사익의 ‘소리판’과 홍보대사 팝핀현준·박애리의 콘서트가 나란히 열린다. 이 밖에 자유참가작, 심포지엄과 전시, 찾아가는 공연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준비했다. (031)828-5894~5.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지방시대] 사통팔달의 편리함/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지방시대] 사통팔달의 편리함/서정욱 배재대 심리철학과 교수

    미국 드라마 중에 스파르타쿠스가 요즘 인기가 있다. 로마제국이 생기기 전 로마공화정 시대가 있었다. 로마공화정 시대 제1차 삼두정치를 이끈 사람이 카이사르, 크라수스, 폼페이우스다. 이 드라마를 본 사람에게 이들은 익숙한 이름이다. 이들의 시대가 끝나고 제2차 삼두정치가 시작된다. 그중 옥타비아누스는 기원전 27년 삼두정치를 끝내고 아우구스투스황제가 되어 로마제국을 건설하였다. 스파르타쿠스에 대한 소설, 영화, 혹은 드라마는 지금까지 많이 나왔다. 철학자 마르크스는 그를 프롤레타리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등, 그에 대한 평도 다양하다. 제1차 삼두정치가의 세 장군이 스파르타쿠스를 제압하기 위해 직접 군대를 지휘하고 나선 것만 보아도 그의 힘이 얼마나 강했는지 보여준다. 결국 스파르타쿠스의 무리는 이들에 의해서 진압되어 죽거나 포로로 잡힌다. 역사가에 의하면 6000여명의 무리들이 십자가형을 받고 로마로 들어가는 길에 공개처형되었다고 한다. 이들이 십자가형을 받은 거리가 바로 ‘아피아 가도’(Via Appia)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은 바로 이 아피아 가도에서 생겨난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기원전 4세기부터 로마 사람들은 전쟁을 위한 전진과 후퇴 혹은 전투의 재정비를 위해 필요한 것이 거리라는 것을 알았다. 수도인 로마에서 로마공화정 밖의 나라까지 쉽게 물자를 이동하고 공급하기 위한 거리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아피아 가도다. 그리고 이 아피아 가도를 통해 이탈리아는 로마공화정에서 로마제국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로마공화정 시절에 이미 거리의 중요성을 안 이탈리아 사람들에 비해 우리는 어떤가. 기차가 처음 놓아질 때, 우리의 선조들은 반대를 하였다. 철 덩어리가 감히 산과 들을 뚫고 지나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주’가 들어가는 도시는 모두 기차가 통과하지 못했다. 그 덕을 가장 많이 본 도시가 있다면 두말 할 것 없이 대전이다. 이때부터 대전은 우리나라 교통의 요충지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대전은 기차뿐 아니라 고속도로와 외곽순환도로가 완성되었으며, 우리나라 동서남북을 잇는 모든 고속도로는 대전을 통과하고 앞으로도 통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KTX가 나온 이후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었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1일 생활권은 서울을 중심으로 기업인이나 사업가들의 하루 출장 권역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주 5일제가 모든 노동자들의 의무화로 치닫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여행과 레저가 활성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최고 수단은 도로와 절대적인 관계가 있는 자동차가 자리할 것이다. 자동차로 1일 생활권이 가능한 도시 하면 전국에서 대전뿐이다. 이탈리아는 아피아 가도를 통해 로마제국을 건설했다. 대전은 다른 도시들이 기피할 때 도로의 중요성일 일찍 깨닫고,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사통팔달의 도로망 마련을 통해 진정한 1일 생활권의 기틀을 오래전에 마련했다. 사통팔달이 주는 혜택은 대전에 사는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 [책꽂이]

    몸젠의 로마사(테오도르 몸젠 지음, 김남우·김동훈·성중모 옮김, 푸른역사 펴냄)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 때마다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는 책이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와 19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 테오도르 몸젠의 ‘로마사’다. 시오노 나나미는 몸젠이 카이사르 이후의 로마사를 더는 자세히 쓰지 않은 것에 대해 워낙 위대한 인물인 카이사르를 다루고 나니 그 이후엔 김새서 쓰기 싫었던 모양이라고 제멋대로 카이사르 사생팬다운 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몸젠이 실제 그렇게 한 이유는 통일된 민족국가의 형성이라는 관점으로 로마사를 들여다봤고 그 민족국가가 정점으로 치달아 마침내 썩어 문드러지기 시작하게 된 시점을 카이사르의 군사독재라 봤기 때문이다. 어느 해석이 옳은지 직접 확인해볼 기회다. 총 10권 분량으로 출간될 예정으로 이번에 나온 것은 1권 ‘로마 왕정의 철폐까지’다. 2만원. 권력의 투사법(로버트 엔트만 지음, 안병규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대중 매체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프레임 이론의 주창자가 쓴 책이다. 정치학, 인지심리학에 바탕을 둔 정치커뮤니케이션 이론답게 미국의 주요한 정치적 이슈가 어떻게 프레이밍화되어 대중들에 전달되는지, 그리고 그 메커니즘을 활용해 어떻게 건전한 공론장을 만들어낼 것인지를 분석했다. 3만 1500원. 코리언 미러클(육성으로듣는경제기적편찬위원회 지음, 나남 펴냄) 한강의 기적이라는 박정희 시대 경제개발에 대한 육성보고서다. 진념 전 부총리를 편찬위원장으로 하는 8명의 편찬위원, 강경식 전 부총리 등 8명의 자문위원 간 논의를 거쳐 개발경제시대 관료와 주변인물들에 대한 증언을 채록했다. 증언이 옛이야기체다 보니 별다른 배경지식 없이도 술술 재미나게 읽힌다. 다만, 편찬·자문위원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개발경제 과정을 테크노크라트의, 그것도 경제기획원 엘리트 경제 관료 위주로만 설명하고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3만 5000원. 일본의 역사관을 비판한다(미야지마 히로시 지음, 창비 펴냄) 제목과 저자만 봐서 일본 보수역사가들을 비판한다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진보역사가들 비판에 몰두했다. 이유는 근대 시기 일본의 제국주의적 해악을 비판한다는 점에서는 진보적이지만, 그 진보사관에 매몰되어 그 자신들도 모르게 봉건제론이나 근세론 등에서 보수 역사가들과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한국사를 연구하다 보니 일본사가 새롭게 보였다는 표현을 쓰는데 한번 일독해 볼 필요가 있다. 2만원. 백정, 외면당한 역사의 진실(이희근 지음, 책밭 펴냄) 백정 하면 기피했던 천한 존재다. 저자는 백정의 뿌리가 패망한 거란족의 후예 같은 외래의 존재가 아닐까, 하는 가정을 제기한다. 해외에서 들어온 이들이었기에 짐승을 도축하고 사냥하는 업무를 맡긴 게 아니냐는 얘기다. 1만 6000원.
  • 법학·신학·음악까지 동원 객관적으로 본 국가의 실체

    장 보댕(1529?~1596)은 프랑스의 법학자이자 자연법 철학자로 절대주의와 중상주의·계몽주의의 선구자로 손꼽힌다. 그는 툴루즈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법제학을 강의하면서 파리 고등법원 소속 변호사를 지냈다. 최근 아카넷이 펴낸 ‘국가에 관한 6권의 책’(Les Six Liveres De La Republique)은 보댕이 40대 중반이던 1576년에 펴낸 책이다. 그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인격화된 국가가 아니라 ‘주권’의 개념에 기초한 비인격적이고 객관적인 실체로서의 국가론을 세우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보댕은 “국가란 가족과 가족들에게 공통된 것들에 대한, 최고의 권력에 의한 정당한 통치”라는 개념을 확립해 자연법에 기초한 군주제, 18세기 계몽주의와 자유주의와도 연결하는 데 공헌했다. 보댕은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종교전쟁이 국가에 근본적인 위협이 되자 국가론을 세우기 위해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 동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이탈리아 신성로마제국, 오스만제국, 남아메리카까지 모든 국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6권의 책 안에서 ‘국가’의 방식으로 재현해 내고 있다. 법학, 철학, 신학, 역사학, 경제학, 수학, 점성술, 천문학, 음악, 인류학이 모두 동원됐다. 번역자 나정원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번역의 대국인 일본에서가 아니라 동양어권에선 처음으로 한국어로 완간되는 데도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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