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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요커 ‘헌 명품’에 빠지다

    뉴요커 ‘헌 명품’에 빠지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요즘 ‘핫 플레이스’ 쇼핑몰인 시티센터DC에 있는 명품 패션숍 에르메스에서 지난 11일(현지시간) 만난 한 40대 미국인 여성은 비싸기로 소문난 ‘버킨백’ 사진을 찍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사진을 왜 찍느냐고 물으니 “뉴욕 중고 명품숍에 같은 것이 나와 있으면 사려고”라고 살짝 귀띔했다. 지난달 초 워싱턴 한복판에 에르메스 매장이 문을 연다는 소식에 패션 리더들은 기대에 부풀어 흥분했다. 개점 한 달 후 기자가 찾아간 매장에는 구경하는 손님은 많았지만 정작 상품을 구매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손님 대다수는 “상품들이 너무 고가인 데다 상당수는 중고 명품숍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에르메스를 비롯해 루이비통, 구찌, 샤넬, 페라가모 등 내로라하는 유럽의 명품 브랜드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알뜰한 패션족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때가 많다. 에르메스 버킨백은 억대의 최고급 자동차 가격을 넘어선다. 세계의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을 주도한다는 뉴욕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미 전역의 패션족들이 자주 찾는 뉴욕 패션가에서는 알뜰족들을 위한 중고 명품숍들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이어 온라인 매장도 속속 개장하면서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중고 명품의 매매는 물론 대여 서비스, 수선 등도 성업하고 있다. 꼭 고가의 새 상품이 아니라 새것과 다름없는 중고 상품을 사고 팔거나 빌려 쓰고 고쳐 쓰는 시장이 커지는 것이다. 기자는 최근 미국의 첫 중고 명품숍인 ‘앙코르’ 매장을 찾았다. 뉴욕 센트럴파크와 가까운 메디슨가에 위치한 앙코르는 3층 규모의 단독 건물로, 1954년 개장해 61년 전통을 자랑한다. 에르메스 등 각종 명품 브랜드의 가방과 옷, 신발, 액세서리 등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중고 명품을 진열한 매장은 실리적인 뉴요커의 체취가 물씬 풍겼다. 명품 위탁업자로부터 엄격한 품질 검사를 통과한 상품들로만 구성되며, 개인이 기부한 상품들도 있다. 매장 관계자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문을 열지만 전국 방방곡곡에서 아침 일찍부터 와서 기다리는 알뜰족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앙코르에서 만난 한 고객은 “3000달러(약 330만원)짜리 파티용 드레스를 10분의1 가격으로 샀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앙코르의 단골은 패리스 힐턴 등 유명 연예인과 마이클 코어 소속 등 패션디자이너, 방송 앵커, 스타일리스트,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예술가 등 다양하다. 다른 주의 중고숍 오너들도 방문해 물건을 사 가기도 하고 캐나다와 남미, 유럽, 아시아의 패션 관계자들도 자국에서 마진을 붙여 되팔기 위해 자주 찾는다. 앙코르를 매월 찾는다는 한 손님은 “저렴한 가격에 유명 디자이너의 가방과 옷, 구두 등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며 “3개월이 지나면 50% 더 싸게 살 수 있어 단골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앙코르가 있는 뉴욕 중심가를 비롯해 브루클린·퀸스 등 주변 지역까지 포함하면 100개 이상의 오프라인 중고 명품숍이 성업 중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앙코르보다 후발 주자인 ‘세건타임어라운드’, ‘세컨찬스’, ‘디자인리세일’, ‘라부티크’ 등은 체인점을 늘리는 등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성황을 이루면서 온라인 중고 명품숍도 늘어나고 있다. 일찌감치 중고 명품 판매를 시작한 ‘이베이’를 비롯해 ‘유기스클라젯’, ‘더리얼리얼’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앙코르도 지난해부터 온라인숍(www.encoreresale.com)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온라인 명품숍 관계자는 “파티 문화에 익숙한 미국인들이 실속 쇼핑을 하기 위해 정품 매장보다는 온·오프라인 명품숍을 찾게 되는 것 같다”며 “온라인숍에서는 에르메스 등 가방 대여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중고명품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중고 가방 등을 수선해 주는 전문점들도 덩달아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에서 가장 입소문이 난 명품 수선집은 코리아타운으로 알려진 32가의 ‘모던레더굿’으로, 70년 넘게 수선의 대가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모든 종류의 중고 명품 가방이 새것으로 변신한다. 미드타운에 있는 수선집 ‘레더스파’도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대기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할 정도다. 시장 관계자는 “패션의 도시 뉴욕에서 중고 명품숍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이 양질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는 1석2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며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 사진 워싱턴·뉴욕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美 전문가 이유 어떤가 들어보니?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美 전문가 이유 어떤가 들어보니?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북한 정권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상호 모순적이며, 이런 모순의 심화로 인해 북한 정권이 약 10년 안에 붕괴될 것이라는 미국 아시아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제이미 메츨 애틀랜틱카운슬 수석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정권)의 광기가 종말의 시점을 앞당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메츨 연구원은 북한 정권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로 핵무기와 함께 북한 주민들에 대해 공포를 줄 능력, 그리고 경제 자원을 동원할 능력을 꼽았다. 그러나 핵개발을 추구할수록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에 주로 의존하던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주민들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기가 어려워지는 등 북한 정권의 생존 요소들이 서로 상충되고 있다고 메츨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한국인은 물론 중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한시적인 유엔의 관리와 선거를 통해 한반도에 통일된 정치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러시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교수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김씨 왕조(현 북한 정권)가 무너진다 해도 체제 전체의 붕괴보다는 새로운 왕조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대기근을 겪었던) 1990년대보다 낮다”는 의견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美 전문가 이유 살펴보니?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美 전문가 이유 살펴보니?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북한 정권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상호 모순적이며, 이런 모순의 심화로 인해 북한 정권이 약 10년 안에 붕괴될 것이라는 미국 아시아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제이미 메츨 애틀랜틱카운슬 수석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정권)의 광기가 종말의 시점을 앞당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메츨 연구원은 북한 정권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로 핵무기와 함께 북한 주민들에 대해 공포를 줄 능력, 그리고 경제 자원을 동원할 능력을 꼽았다. 그러나 핵개발을 추구할수록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에 주로 의존하던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주민들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기가 어려워지는 등 북한 정권의 생존 요소들이 서로 상충되고 있다고 메츨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한국인은 물론 중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한시적인 유엔의 관리와 선거를 통해 한반도에 통일된 정치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러시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교수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김씨 왕조(현 북한 정권)가 무너진다 해도 체제 전체의 붕괴보다는 새로운 왕조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대기근을 겪었던) 1990년대보다 낮다”는 의견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美 전문가 이유 어떤가 들어보니?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美 전문가 이유 들어보니? ‘북한 정권 10년 내 붕괴 예상’ 북한 정권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요소들이 상호 모순적이며, 이런 모순의 심화로 인해 북한 정권이 약 10년 안에 붕괴될 것이라는 미국 아시아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제이미 메츨 애틀랜틱카운슬 수석연구원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정권)의 광기가 종말의 시점을 앞당기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메츨 연구원은 북한 정권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로 핵무기와 함께 북한 주민들에 대해 공포를 줄 능력, 그리고 경제 자원을 동원할 능력을 꼽았다. 그러나 핵개발을 추구할수록 중국과의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에 주로 의존하던 경제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주민들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기가 어려워지는 등 북한 정권의 생존 요소들이 서로 상충되고 있다고 메츨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북한 정권의 붕괴가 북한 주민을 포함한 한국인은 물론 중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한시적인 유엔의 관리와 선거를 통해 한반도에 통일된 정치체제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러시아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모스크바 국제관계대학 교수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김씨 왕조(현 북한 정권)가 무너진다 해도 체제 전체의 붕괴보다는 새로운 왕조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대기근을 겪었던) 1990년대보다 낮다”는 의견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제우주정거장(ISS)서 포착한 웅장한 피라미드

    국제우주정거장(ISS)서 포착한 웅장한 피라미드

    우주에서는 과연 이집트 피라미드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테리 버츠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이집트 피라미드의 모습을 공개해 화제에 올랐다. 사진의 반을 장식한 드넓은 사막 위로 우뚝 솟아있는 피라미드는 사실 거대 건축물이지만 ISS에서 관측하기가 쉽지않다. 이는 350㎞대의 적절한 고도에서 장소와 시간이 모두 맞아야 하기 때문으로 특히 이번 버츠의 사진처럼 명확하게 피라미드를 담아낸 사진은 흔치않다. 버츠는 이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우주에서의 마지막 날 훌륭한 사진을 찍었다"고 자평했다. 이 사진을 촬영한 직후 버츠는 이탈리아의 첫 여성 우주인 사만사 크리스토포레티, 러시아 안톤 슈카플레로프와 함께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아래 사진) 지난해 11월 러시아 소유스 TMA-15M 우주선을 타고 ISS에 승선했던 버츠는 그간 임무 수행은 물론 트위터에 다양한 우주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대표 작품(?)으로는 이번 피라미드를 포함 우주의 일출, 오로라, 태풍 마이삭 등이 있으며 특히 지난해 2월에는 ISS 밖으로 나가 우주 유영을 하며 촬영한 '셀카'를 남긴 바 있다. 사진= ⓒ AFPBBNews=News1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돌아온 파격

    돌아온 파격

    1990년대 대중음악계의 ‘파격의 아이콘’이었던 삐삐밴드(이윤정, 달파란, 박현준)가 18년 만에 다시 뭉쳤다. 이들은 12일 총 4곡의 신곡이 수록된 20주년 기념 앨범 ‘pppb’를 발표하고 활동을 재개한다. 데뷔 당시 일종의 문화 창작 집단을 표방하며 자연스럽게 뭉쳤던 것처럼 재결성도 물 흐르듯이 진행됐다. “마치 친정에 온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다른 아티스트들과 작업하면 서로 부딪치는 게 많은데 이번 앨범 작업은 익숙하고 편안했어요. 20년 가까이 서로 연락을 안 했는데 막힘이 없었고 예전 그대로라는 게 저도 참 신기했죠. 서로 관계가 변한 것은 아니니까요.”(이윤정) 당시 히스테리컬한 목소리에 파격적인 스타일을 선보였던 이윤정은 결혼을 해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는 “삐삐밴드는 아이를 낳은 것처럼 내 인생이 뒤바뀐 경험”이라면서 “이후 15년이나 스타일리스트 일도 했는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삐삐밴드로 기억한다”며 웃었다. 삐삐밴드는 국내 대표적인 헤비메탈 그룹 시나위와 H2O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했던 달파란(강기영)과 H2O 출신 기타리스트 박현준이 보컬로 이윤정을 영입하면서 결성된 그룹이다. 1995년 키치적인 스타일을 가미한 펑크록으로 파란을 일으키며 등장했던 이들은 ‘안녕하세요’ ‘딸기’ ‘유쾌한씨의 껌 씹는 방법’ 등의 히트곡을 발표했지만 3년간의 활동 이후 돌연 해체했다. 달파란은 “당시 록음악계에 기타를 누가 빨리 치느냐 등 고도의 테크닉만을 겨루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그게 싫었다. 편안하고 재미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삐삐밴드를 만들었고 처음부터 3장의 앨범이 계약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이후 달파란은 일렉트로닉 음악은 물론 ‘달콤한 인생’ ‘도둑들’ ‘암살’ 등의 영화 음악 감독으로 활발하게 활동해 왔다. 이윤정은 EE라는 일렉트로닉 그룹에서, 박현준은 홍대 밴드 음악을 지키며 각자의 영역에서 음악 활동을 계속해 왔다. 달파란은 “저 역시 음악으로 내러티브를 만들고 감정을 살리는 영화 음악 작업을 하면서 풍성해졌고, 다른 멤버들도 음악적 취향이 넓어지고 다양해져서 오랜만에 만났지만 어색함이 없었다”면서 “지난해 재결성 제의를 받고 올해 1월부터 짬짬이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20주년 기념 앨범에서도 자유롭게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노래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 신곡들이 탄생했다. 세상 모든 것이 지긋지긋하다는 대화에서 시작된 ‘ㅈㄱㅈㄱ’, 토끼가 뛰어가는 듯한 리듬에서 영감을 얻은 ‘로보트 가나다 라마바’, 일렉트로닉 작법을 21세기형으로 진화시킨 타이틀곡 ‘오버 앤 오버’ 등 독특한 감성은 여전하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리듬이나 가사를 함께 의논하는 자체가 좋았어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든다기보다 어떤 리듬을 타면서 함께 곡을 만들었죠.”(박현준) 앞으로 주로 공연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멤버 모두가 40대에 접어들었지만 파격적인 행보는 계속될까. “당시 활동했던 가수들은 똑같은 노래를 립싱크하는 걸 죽도록 싫어했는데, 저는 라이브로 멜로디를 바꾸고 가사를 바꿔도 멤버들에게 타박을 듣지 않았죠. 아이돌을 포장해서 내놓는 시대에 그런 우리가 독특해 보였던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운 것이 파격으로 비쳤던 때죠. 꼭 파격을 고집하는 건 아니지만 몸과 마음이 내키는 대로 음악을 할 생각이에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난 9일 옆 동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2명 발생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병한 날부터 줄곧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다. “설마 우리 동네까지는 오지 않겠지” 그런데 바로 코 앞까지 번졌다. 그래도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만은 제발 휴원하지 말아달라고 기도를 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했으니 결국 이 지역 어린이집들도 대부분 휴원을 결정했다. 그나마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부모를 위해 당직 교사가 보육을 한다고 했다. 17개월 아기에게 마스크를 쥐어준 채 어린이집에 떠밀고 출근을 했다. 혹시나 혼자만 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같은 반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휴원 첫 날이라 눈치가 보여 아이 등하원을 해주시는 이모님께 일찍 하원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휴가를 쓸 수도 있지만 도무지 기한이 없는 이 상황에 발을 들이밀 용기가 부족했다. 일단 최대한 버텨보려고, 눈치 없는 엄마를 자처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부딪히기 싫은 상황들이 바로 아이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는 것이다. 기침을 하고 콧물을 줄줄 흘리거나 온 몸에 벌겋게 두드러기가 올라와도 엄마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옷을 얇게 입혀서 감기에 걸렸나, 뭘 잘못 먹여서 알레르기가 생겼나. 다 내 탓 같다. 코가 막혀 숨을 쉴 때마다 그렁그렁 소리를 내는 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 아파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더 괴롭다. 막상 병원에 가도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을 알 수 없을 때는 더 애가 탄다. ●메르스로 인한 공포…과연 유난스러운 걸까 ’치사율 40%’라고 알려진 새로운 병(현재 국내 치사율은 10% 수준)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 공포였다. 공포는 3차 감염 환자들과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극에 달했다. 11일 오전 기준 확진 환자는 122명. 잘 옮겨지지 않는 병이라더니 확진 환자는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록이다. 이 가운데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도 있고 10대 고등학생도 있다. 사망자는 총 10명이 됐다. 불안감을 갖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도대체 이렇게 되기까지 뭘 했던 건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내용은 ‘3차 감염은 없다, 지역사회 내 전파가능성은 없다, 병원내 감염 환자가 감소세다’는 등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병원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반면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무척 기민하게 움직였다. 육아 카페 등을 통해 엄마들의 여론을 계속 접했던 터라 우리 동네 어린이집들이 휴원한 것이 오히려 오래 버텼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달 이미 2주 가까이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상당수다. 6월부터 시작되는 문화센터 여름학기 수업은 줄줄이 취소했다. 학교가 휴업하면서 학원은 물론이고 방문 학습지 수업도 중단했다. 생후 1년 미만 아기들의 필수 예방접종 일정까지 미뤘다. 그 뿐인가. 일부 엄마들은 아기의 일생에 딱 한 번 뿐인, 첫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도 취소했다. 모든 게 이미 지난주에 벌어졌던 일이다. 이들이 유난스러워서, 호들갑을 떠느라 그런 걸까. ●지역은 이미 마비 상태… ‘자체 격리’는 통계보다 많아 엄마들 뿐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무너졌다.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벌써 3800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는 메르스 의심 환자 또는 환자와의 접촉자들에 한한 통계일 뿐이다. 숫자에 포함되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격리’ 중이다. 아이들이 유치원·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지역 일대는 마비가 됐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됐다. 1~2주일치 장을 미리 봐놓고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은 피난 생활을 하고있다. 지인들은 인터넷이나 소셜커머스 등을 이용해 생필품을 구입한다는데 주문이 밀려 배달이 늦단다. 당장 급한 것을 사러 시장에 나가는 것도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아이가 아파도 정작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임신부들은 다니던 병원이 폐쇄되면서 출산을 앞두고 급히 산부인과를 옮겨야 할 판이다. 자영업자들도 손님이 뚝 끊겨 울상이다. 이럴 때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경기가 나빠졌다는 등의 천박한 경제논리가 반드시 등장하지만 이런 일을 자초한 것이 누구인지 반대로 되묻고 싶다.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도 나가지 못하니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그나마 지난주까지는 집 앞 놀이터에 아이들 소리가 들렸는데 동네에 확진 환자가 나오고 나서부턴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발길이 그쳤다. 몇 날 며칠 집에서만 아이와 부딪히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맞벌이 엄마에게는 아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는 것조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미안한 마음 가득인데 죄책감을 더 얹었다. 다른 아이들은 전염병을 피해 엄마와 함께 집에 있는데, 우리 아이만 기관에 보내야 하는 심정, 이기적이고 무정한 엄마가 된 마음은 너무 무겁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자녀가 있고 그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을 텐데, 내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을 출근하게 만들었으니 눈치도 없는, 짐짝 같은 엄마일 수도 있다. 여기저기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남겨놓고 나왔다. 연차 하루 이틀 못 써서 아이의 등을 떠민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아하니 정말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서다. 두려움과 불편함이 이토록 커진 것은 처음부터 정보가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초반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만 제 때 공개를 했더라면 이렇게 다들 집에 숨어 지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는 지난 5일에서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했고(이미 찌라시를 통해 다 알던 내용) 이틀 뒤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환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환자가 그 병원 응급실에 머문 건 지난달 27일 일이다. 그것만 미리 추적하고 대응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까 뒤늦은 상상만 해본다. 엄마들 사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특정 지역과 병원이 명시된 찌라시가 SNS를 통해 전달된 것은 지난달 28일이었다. 우리 지역 확진 환자도 병원 응급실에서 감염이 됐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와 함께 머물렀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메르스에 걸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감기 증상이 심하다 여겨 동네 병원을 다녔다. 차도가 없자 3~4곳의 병원을 더 옮겨다녔다. 한참 뒤 대학병원에 가서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가 다닌 병원은 모두 이 동네 아이들이 감기 걸렸을 때 자주 다니던 곳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가 있는 병원도 잠정 폐쇄됐다. 접촉한 사람만 200여명이 넘는다는데 동네 병원을 오가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스쳤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동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어느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엄마들이 이렇게 불안에 떨고 있는 게 아니다. ●나와 아이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절망 이 느낌,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 가졌던 것과 너무 비슷하다. 또 한번 절망을 느꼈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말이다. 교과서 대로라면 재난 수준의 일이 터졌을 때 우리가 의지하고 정보를 얻을 곳은 정부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다. 어떤 정보나 해결책도 속시원히 전달하지 못했다. 엄마들이 왜 병원명이 담긴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그리고 그걸 왜 사실로 믿었을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설사 사실이 아닐지라도 함께 조심하자는 취지였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내 아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다. 일부 유언비어가 포함돼 있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내용이 보건당국 발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불신의 대상이 됐다. 부디 이런 사고를 겪었을 때, 국민들에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자녀에게 생길 일이라고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내 아이,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고만 생각해도 지금 같은 대응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내 아이가 병에 걸려 불안정한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도저히 외칠 수 없을 것이다. 가족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감히 누구에게 극성을 부리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가장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이 어긋날 때마다 여기서 자라날 아이에게까지 미안해지는 게 엄마들의 심정이다. 당장 진정될 기미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 폭풍이 제발 비껴가기를, 너무 오래 가지 않기를 또 다시 이기적인 마음을 새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인류 최강’ 누가 될까

    ‘인류 최강’ 누가 될까

    오는 14일 ‘인류 최강자’가 결정된다. 세계 최대 종합격투기 대회인 UFC는 오는 14일 멕시코의 멕시코시티 아레나에서 챔피언 케인 벨라스케스(33·미국)와 잠정 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38·브라질)의 헤비급 통합 타이틀매치를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베우둠은 벨라스케스가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마크 헌트(41·뉴질랜드)를 꺾고 잠정 챔피언 자리를 꿰찼다. UFC는 태권도, 무에타이, 복싱, 레슬링 등 각종 격투기를 섭렵한 세계 각지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자웅을 겨루는 무대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체급인 헤비급(120㎏ 이하) 챔피언은 ‘인류 최강’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다. 벨라스케스는 신장 185㎝, 체중 109㎏으로 헤비급에서 크지 않은 체격이지만 강력한 레슬링 기술로 상대를 쓰러뜨린 뒤 치명적인 타격으로 경기를 매듭지어 왔다. 통산 13승1패를 거뒀다. 그중 12승을 KO승 또는 TKO승으로 쌓을 정도로 강했다. 이번 경기는 그가 어깨와 무릎 부상을 딛고 1년 8개월 만에 치르는 복귀전이다. 베우둠은 주짓수(브라질 유술) 고수다. 집요한 서브미션(관절기)으로 악명높다. 키 193㎝로 벨라스케스보다 크지만, 몸무게는 108㎏으로 비슷하다. 통산 전적은 19승1무5패다. 역대 경기 기록을 분석하면 벨라스케스가 우세하다. 12개의 베팅 사이트 배당률의 종합데이터를 알 수 있는 베스트파이트오즈 역시 8대 2로 벨라스케스의 승리를 점쳤다. 변수는 벨라스케스의 공백이다. 오랜만에 옥타곤에 오르는 벨라스케스가 실전 감각을 유지하고 있느냐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나우! 지구촌] 애완견 아닌 가족…암투병마저 함께한 개와 남자

    [나우! 지구촌] 애완견 아닌 가족…암투병마저 함께한 개와 남자

    인류와 가장 오랜 친구인 개 사이에는 때때로 믿기 힘들 정도의 우정이 존재한다. 최근 미국에 사는 한 사진작가는 애완견과 나눈 끈끈한 우정과 가족애의 역사를 공개해 감동을 안겼다. 미국 현지 언론의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사진작가인 벤 문(Ben Moon)은 16년 전인 1999년부터 애완견 ‘디나일’과 함께 살기 시작했다. 문과 디나일은 언제 어디서든, 모든 것을 함께 나눴다. 최근 벤 문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은 지난 디나일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14년간 함께 한 모습들을 담고 있다. 함께 서핑을 즐기고, 캠핑을 하는 문과 디나일의 모습은 여느 가족보다 더욱 따뜻하고 단란해 보인다. 이들 사이를 갈라놓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문은 2004년 갑작스럽게 결장암 선고를 받은 뒤 수술 및 집중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디나일은 병원의 허가를 받고 문의 병실에 함께 머물렀다. 문이 공개한 사진에서는 디나일이 문과 함께 병원 침대에 나란히 누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디나일에게 의지해 매일 병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문은 놀랍게도 결장암 완치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디나일이 암 선고를 받았다. 이미 노쇠해진 디나일은 어떤 치료도 받을 수 없었고 점차 약해져만 갔다. 문은 지난 해 암에 걸린 디나일을 데리고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지난 14년간 거의 모든 것을 함께 해 온 둘은 디나일이 가장 좋아했던 곳을 골라 여행을 시작한 것.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온 뒤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디나일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문은 디나일과의 십 수 년을 기억하기 위해 그동안 찍은 사진들로 영상을 제작했다. 이 영상에서 문은 가족과도 같은 디나일과 헤어져야 하는 아픔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영상은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한 필름페스티벌에서 상영돼 작품상과 관객상을 수상했다. 문은 이 영상에서 “친구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특히 어려운 시간을 함께 보내주고 지지해준 친구라면 더더욱 그렇다”며 여전히 디나일을 향한 우정과 가족애를 드러냈다. 지난 10일 자신의 SNS에는 “이것은 매우 사적인 이야기”라면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도와준 많은 분들과 공감해 준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독박(讀博) 육아일기] (12) 엄마들은 왜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난 9일 옆 동네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병한 날부터 줄곧 이기적인 마음을 가졌다. “설마 우리 동네까지는 오지 않겠지” 그런데 바로 코 앞까지 번졌다. 그래도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만은 제발 휴원하지 말아달라고 기도를 했다. 확진 환자가 발생했으니 결국 이 지역 어린이집들도 대부분 휴원을 결정했다. 그나마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부모를 위해 당직 교사가 보육을 한다고 했다. 17개월 아기에게 마스크를 쥐어준 채 어린이집에 떠밀고 출근을 했다. 혹시나 혼자만 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같은 반 친구도 있었다고 한다. 휴원 첫 날이라 눈치가 보여 아이 등하원을 해주시는 이모님께 일찍 하원시켜달라고 부탁했다.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휴가를 쓸 수도 있지만 도무지 기한이 없는 이 상황에 발을 들이밀 용기가 부족했다. 일단 최대한 버텨보려고, 눈치 없는 엄마를 자처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부딪히기 싫은 상황들이 바로 아이가 아프거나 사고가 나는 것이다. 기침을 하고 콧물을 줄줄 흘리거나 온 몸에 벌겋게 두드러기가 올라와도 엄마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린다. 옷을 얇게 입혀서 감기에 걸렸나, 뭘 잘못 먹여서 알레르기가 생겼나. 다 내 탓 같다. 코가 막혀 숨을 쉴 때마다 그렁그렁 소리를 내는 것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 아파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는 것은 더 괴롭다. 막상 병원에 가도 정확한 원인이나 치료법을 알 수 없을 때는 더 애가 탄다. ●메르스로 인한 공포…과연 유난스러운 걸까 ’치사율 40%’라고 알려진 새로운 병(현재 국내 치사율은 10% 수준)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는 소식은 그 자체만으로 공포였다. 공포는 3차 감염 환자들과 사망자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극에 달했다. 11일 오전 기준 확진 환자는 122명. 잘 옮겨지지 않는 병이라더니 확진 환자는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단연 돋보이는 기록이다. 이 가운데 출산을 앞둔 만삭 임신부도 있고 10대 고등학생도 있다. 사망자는 총 10명이 됐다. 불안감을 갖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도대체 이렇게 되기까지 뭘 했던 건지 의구심이 든다. 지금까지 정부의 발표내용은 ‘3차 감염은 없다, 지역사회 내 전파가능성은 없다, 병원내 감염 환자가 감소세다’는 등이 주를 이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병원의 안전을 위한 발표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반면 아이 키우는 엄마들은 무척 기민하게 움직였다. 육아 카페 등을 통해 엄마들의 여론을 계속 접했던 터라 우리 동네 어린이집들이 휴원한 것이 오히려 오래 버텼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달 이미 2주 가까이 아이를 보육기관에 보내지 않는 엄마들이 상당수다. 6월부터 시작되는 문화센터 여름학기 수업은 줄줄이 취소했다. 학교가 휴업하면서 학원은 물론이고 방문 학습지 수업도 중단했다. 생후 1년 미만 아기들의 필수 예방접종 일정까지 미뤘다. 그 뿐인가. 일부 엄마들은 아기의 일생에 딱 한 번 뿐인, 첫 생일을 축하하는 돌잔치도 취소했다. 모든 게 이미 지난주에 벌어졌던 일이다. 이들이 유난스러워서, 호들갑을 떠느라 그런 걸까. ●지역은 이미 마비 상태… ‘자체 격리’는 통계보다 많아 엄마들 뿐만이 아니다. 곳곳에서 정상적인 생활이 무너졌다. 메르스 자가 격리자가 벌써 3800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이는 메르스 의심 환자 또는 환자와의 접촉자들에 한한 통계일 뿐이다. 숫자에 포함되지 않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격리’ 중이다. 아이들이 유치원·학교를 가지 않으면서 지역 일대는 마비가 됐다. 아이들과 부모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됐다. 1~2주일치 장을 미리 봐놓고 기한도 정해져 있지 않은 피난 생활을 하고있다. 지인들은 인터넷이나 소셜커머스 등을 이용해 생필품을 구입한다는데 주문이 밀려 배달이 늦단다. 당장 급한 것을 사러 시장에 나가는 것도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아이가 아파도 정작 병원에 갈 수가 없다. 임신부들은 다니던 병원이 폐쇄되면서 출산을 앞두고 급히 산부인과를 옮겨야 할 판이다. 자영업자들도 손님이 뚝 끊겨 울상이다. 이럴 때마다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경기가 나빠졌다는 등의 천박한 경제논리가 반드시 등장하지만 이런 일을 자초한 것이 누구인지 반대로 되묻고 싶다. 요즘처럼 화창한 날씨에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도 나가지 못하니 창살 없는 감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나가자고 보채는 아이를 달래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그나마 지난주까지는 집 앞 놀이터에 아이들 소리가 들렸는데 동네에 확진 환자가 나오고 나서부턴 놀이터에도 아이들의 발길이 그쳤다. 몇 날 며칠 집에서만 아이와 부딪히다 보면 금방 지치기 마련이다. 맞벌이 엄마에게는 아이와 하루종일 씨름하는 것조차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가뜩이나 평소에도 미안한 마음 가득인데 죄책감을 더 얹었다. 다른 아이들은 전염병을 피해 엄마와 함께 집에 있는데, 우리 아이만 기관에 보내야 하는 심정, 이기적이고 무정한 엄마가 된 마음은 너무 무겁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자녀가 있고 그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을 텐데, 내 아이를 위해 선생님들을 출근하게 만들었으니 눈치도 없는, 짐짝 같은 엄마일 수도 있다. 여기저기 미안하다는 말만 연신 남겨놓고 나왔다. 연차 하루 이틀 못 써서 아이의 등을 떠민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아하니 정말 언제 끝날지 모르겠어서다. 두려움과 불편함이 이토록 커진 것은 처음부터 정보가 완전히 막혔기 때문이다. 초반에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만 제 때 공개를 했더라면 이렇게 다들 집에 숨어 지내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정부는 지난 5일에서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평택성모병원을 공개했고(이미 찌라시를 통해 다 알던 내용) 이틀 뒤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환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환자가 그 병원 응급실에 머문 건 지난달 27일 일이다. 그것만 미리 추적하고 대응했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까 뒤늦은 상상만 해본다. 엄마들 사이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특정 지역과 병원이 명시된 찌라시가 SNS를 통해 전달된 것은 지난달 28일이었다. 우리 지역 확진 환자도 병원 응급실에서 감염이 됐다. 그러나 메르스 환자와 함께 머물렀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자신이 메르스에 걸렸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감기 증상이 심하다 여겨 동네 병원을 다녔다. 차도가 없자 3~4곳의 병원을 더 옮겨다녔다. 한참 뒤 대학병원에 가서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가 다닌 병원은 모두 이 동네 아이들이 감기 걸렸을 때 자주 다니던 곳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소아과가 있는 병원도 잠정 폐쇄됐다. 접촉한 사람만 200여명이 넘는다는데 동네 병원을 오가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스쳤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 동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상황이 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메르스 공포’는 어느 누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 아니다. 누군가 말도 안 되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엄마들이 이렇게 불안에 떨고 있는 게 아니다. ●나와 아이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는 국가, 절망 이 느낌, 지난해 세월호 사건 때 가졌던 것과 너무 비슷하다. 또 한번 절망을 느꼈다. 나와 가족의 안전을 지켜주는 것은 국가가 아니라 ‘나’라는 것을 말이다. 교과서 대로라면 재난 수준의 일이 터졌을 때 우리가 의지하고 정보를 얻을 곳은 정부다. 그런데 현실에선 그렇지 못하다. 어떤 정보나 해결책도 속시원히 전달하지 못했다. 엄마들이 왜 병원명이 담긴 찌라시를 퍼다 날랐나. 그리고 그걸 왜 사실로 믿었을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설사 사실이 아닐지라도 함께 조심하자는 취지였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내 아이를 지켜주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다. 일부 유언비어가 포함돼 있기도 했지만, 상당수의 내용이 보건당국 발표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불신의 대상이 됐다. 부디 이런 사고를 겪었을 때, 국민들에게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자신의 자녀에게 생길 일이라고 떠올려봤으면 좋겠다. 내 아이,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이라고만 생각해도 지금 같은 대응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내 아이가 병에 걸려 불안정한 상태가 될지도 모르는데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도저히 외칠 수 없을 것이다. 가족이 죽고 사는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감히 누구에게 극성을 부리지 말라고 할 수 있겠나. 가장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일들이 어긋날 때마다 여기서 자라날 아이에게까지 미안해지는 게 엄마들의 심정이다. 당장 진정될 기미도 별로 없어 보인다. 이 폭풍이 제발 비껴가기를, 너무 오래 가지 않기를 또 다시 이기적인 마음을 새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1)나홀로 육아 1년…외로움을 말한다 (2)엄마들은 왜 ‘토토가’를 보고 울었나 (3)엄마가 될수록…엄마만 필요했다 (4)세월호 참사가 초보 엄마에게 가르쳐준 것들 (5)내 아기가 타고났기 바라는 한 가지 (6)CCTV 단다고 걱정 사라질까 (7)“아기 왜 없어?”묻지 못하는 이유 (8)모유, 엄마의 눈물을 아기는 먹고 자란다 (9)잘하는 것도 없이 모두에게 미안한 삶 (10)나는 아이를 키우고 아이는 나를 키운다 (11)’아빠 육아’ 예능을 끊은 이유는
  • “격리 참고 참는데… 일선선 나 몰라라”

    메르스 조기 진화의 핵심 관건이 자가격리 대상자 통제이지만 이들에 대한 관리는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10일 메르스 자가격리 대상자 5명에 대해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담당 지역의 구(區) 또는 보건소 관계자가 각각 오전·오후 한 차례씩 전화를 하는 기본 대응조차도 제대로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이 마련한 지침대로라면 담당자가 자가격리 대상자와 하루 두 차례씩 통화를 해 호흡기 증상 발현 여부 등을 구두로 확인해야 한다. 메르스 확진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35번째 환자)와 함께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가 지난 4일부터 자가격리 생활을 하고 있는 최모씨는 “당국의 확인 전화가 하루 2회는커녕 며칠 간격으로 띄엄띄엄 걸려 오는 정도”라면서 “격리 기간도 처음에는 이달 12일까지라고 하더니 갑자기 13일로 하루를 늘려 통보했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대상자의 가족 간 메르스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화장실을 단독으로 사용해야 하고 식기나 수건 등도 공유하면 안 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았다. 서울신문이 인터뷰한 5명 가운데 2명이 기존에 병을 앓고 있는 환자와 살고 있었다. 이들은 환자의 병구완을 위해 밀접 접촉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안모씨는 “딸이 백혈병에 걸려 2년 전부터 집에서 투병 중”이라면서 “잠은 친구 집에서 잔다지만 화장실은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어 딸에게 혹시라도 바이러스를 옮기는 것은 아닌지 찜찜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격리자에게 제공되는 라면과 즉석밥, 비누와 칫솔 등 생필품 지원도 들쑥날쑥이었다. 5명 중 4명은 생필품을 전혀 지원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해당 구의 관계자는 “격리 대상자가 많다 보니 적절한 시점에 전달되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는 이날 소득, 재산, 직업의 유무 등과 상관없이 메르스 환자와 밀접 접촉한 모든 격리 대상자들에게 긴급 생계지원을 하기로 했다. 메르스로 인해 하루라도 자가격리됐던 사람은 대상에 포함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폭풍 추적자가 찍은 ‘쌍둥이 토네이도’

    폭풍 추적자가 찍은 ‘쌍둥이 토네이도’

    며칠 전 미국 콜로라도주(州)를 강타한 토네이도를 촬영한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USA투데이와 웨더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4일(현지시간) 폭풍 추적자이자 사진작가인 켈리 딜레이가 콜로라도 심라 근처에서 ‘슈퍼셀’(Supercell)이라 불리는 뇌우를 포착했다. 슈퍼셀은 수km에 달하는 회전 상승 기류인 메조사이클론의 중심부에 있는 커다란 기둥 형태로, 토네이도를 포함한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다. 이번에 찍힌 슈퍼셀 역시 토네이도를 동반했는데 좀처럼 보기 드문 ‘쌍둥이 토네이도’가 찍혔다. 사진에서 오른쪽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토네이도이며 왼쪽은 육지 용오름(landspout)이라고 한다. 육지 용오름은 슈퍼셀의 회전력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우 아랫부분에서 심지어 강하지 않은 경우에도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일반 토네이도와 구분 짓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토네이도의 일종이어서 쌍둥이 토네이도로 불리고 있다. 사실 이런 토네이도는 매우 기이한 현상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드물게 발생한다. 지난해 미 네브래스카주(州)에 발생한 폭풍에서도 쌍둥이 토네이도가 관측된 적이 있다. 한편 이번 콜로라도 토네이도는 최소 4개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한 토네이도가 인구 밀집지역 쪽을 지나면서 몇몇 주택을 파손시켰지만,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사진=켈리 딜레이/인스타그램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집밥 백선생 백종원, 이연복 셰프 칭찬에 “그럼 거기 가든지” 섭섭한 표정

    집밥 백선생 백종원, 이연복 셰프 칭찬에 “그럼 거기 가든지” 섭섭한 표정

    집밥 백선생 백종원, 김구라 이연복 셰프 칭찬에 발끈 “그럼 거기 가든지” 표정이? ‘백무룩’ ‘집밥 백선생 백종원’ ‘집밥 백선생’ 백종원이 이연복 셰프와의 비교에 시무룩한 반응을 보였다. 9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집밥 백선생’ 4회에서는 배우 손호준, 박정철, 방송인 김구라, 가수 윤상이 출연해 백종원의 밑반찬 수업을 듣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백종원은 제자들의 요리가 끝난 뒤 어떤 요리든 맛있게 만들어 주는 마법의 양념인 ‘만능 간장’ 레시피를 공개했다. 백종원은 간장을 끓이는 동안 반찬에 쓰일 재료들을 다듬기 위해 칼을 들었다. 이에 김구라는 백종원의 칼을 보며 “이게 얼마짜리냐”라고 물었고 백종원은 “이거 비싼 거다”라고 답했다. 백종원의 말에 김구라는 중식 요리의 대가 이연복 셰프를 언급하며 “이런 말 조금 그렇지만, 이연복 셰프는 칼을 가리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 분은 인터넷에서 산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에 백종원은 “이연복 셰프 같은 대가들은 그렇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도구로라도 폼 나게 써보는 거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김구라가 이연복 셰프를 언급하자 백종원은 “그럼 거기 가든지”라고 시무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김구라는 계속 이연복 셰프를 언급했고 백종원은 “그럼 조용히 있든지”라고 받아쳐 또 한번 폭소를 유발했다. 이후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백종원은 “섭섭했냐”라는 질문에 “아니다. 섭섭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곧 백종원은 “아니 그 얘기를 왜 꺼내냐”라고 버럭해 재차 웃음을 자아냈다. 사진=tvN 집밥 백선생 방송캡처(집밥 백선생 백종원)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리디아 고, “웃고 있다....”, “제 우드 샷 보세요.”

    리디아 고, “웃고 있다....”, “제 우드 샷 보세요.”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18)가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웨스트체스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릴 2015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9일 앞서 연습 라운딩인 프로암대회에 참가했다. 리디아 고는 랭킹 2위인 리디아 고와 0.1점 차다. 이 때문에 이번 대회는 랭킹 싸움도 흥미거리다. 리디아 고가 연습라운딩에서 우드 샷을 하기에 앞서 캐디로부터 공략 지점을 듣고 있다. 백스윙하는 리디아 고.눈은 볼에 고정.”그림 같네” ”임팩트 확실...눈은 여전히 볼에” ”풀 스윙... 피니쉬...”, “와! 다리 좀 봐...왼발 완벽하게 고정...오른발 완벽하게 턴...” ”그리고...볼을 봐도 충분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박인비, 수잔 페테르센, 렉시 톰슨, 스테이시 루이스, 장하나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출전, 기량을 겨룰 예정이다. ⓒ AFPBBNews=News1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해외여행 | 일본 속의 또 다른 왕국 오키나와

    해외여행 | 일본 속의 또 다른 왕국 오키나와

    일본이지만 일본 사람들도 가고 싶어하는 휴양지 오키나와. 드라마에 비춰지고 책에서 들여다본 오키나와는 그저 바다와 모래 빛이 아름다운 휴양지지만 그 속에 감춰진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저 찬란하게 빛나기만 하는 섬이 아니다. 오키나와의 속살은 일본이 아니야 오키나와沖繩는 한때 류큐왕국琉球王国이라 불렸다. 말 그대로 왕국이다. 일본 최남단에 위치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와의 교역이 편리한 지리적 조건 덕분에 450년간 독립된 국가로 자리를 지켜 왔다. 각 나라로부터 새로운 문물을 가져와 특유의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류큐왕국은 일본의 지속적인 침략으로 결국 강제로 통합1879년되었고 현재의 오키나와로 존재한다. 일본에 통합됐지만 일본이라 할 수 없었던 오키나와의 아픔은 태평양전쟁1945년을 거치며 더 확실해졌다. 태평양전쟁 당시 오키나와에 군 사령부를 둔 일본군은 집중적으로 미군의 공격을 받았고, 당시 12만명의 오키나와 주민들이 사망했다. 수많은 류큐왕국의 문물은 물론 거리도 집도 성도 모두 잿더미가 됐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의 총 사령부가 있었던 곳은 오키나와의 슈리성首里城 지하. 슈리성은 류큐왕국의 전성기 시대 왕궁으로 정확하게 언제 지어졌는지 기록은 없지만 류큐왕국의 1대 왕조의 혈통인 쇼 하시오의 왕족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중국과 동남아, 일본은 물론 한국까지 이어지던 무역의 중심지로 귀한 물건은 모두 이곳을 거쳐 갔다고. 하지만 슈리성 역시 전쟁을 피하지는 못했다. 지하에 주둔했던 일본군 총사령부로 인해 미국의 폭격을 받은 슈리성은 한순간에 사라져 흔적만 남게 됐다. 전쟁이 끝난 후 슈리성은 꾸준히 복원됐고 1992년, 일부를 관광객에게 개방했다. 류큐왕국 시절의 중국과 일본의 건축기술이 섞여 있으며 태평양전쟁의 가슴 아픈 기록이 남아 있는 슈리성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슈리성으로 향하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슈레이문守禮門이다. 중국풍의 아치 모양인 슈레이문 위에는 ‘슈레지방守禮之邦’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는데 ‘예절을 중요하게 여기는 나라’라는 의미다. 슈레이문을 지나면 나오는 칸카이문歡會門은 슈리성의 정문으로 다른 문에 비해 입구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슈레이성에 들어오는 사람이라면 사신이라도 예의상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라는 의미였다고. 슈리성 안쪽의 봉신문을 지나면 일반적인 일본 전통 건축물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정전을 중심으로 좌측이 북전, 우측이 남전인데 특히 북전은 과거 평정소라고 불렸던 중요한 기관이었다. 류큐왕국은 새로운 국왕이 취임하면 중국에서 책봉사라 불리는 황제의 사절이 국왕의 취임을 인정하곤 했는데, 그때 파견됐던 책봉사를 환대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전시장과 매점, 기념품 등을 판매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류큐왕국이 사라진 지도 130여 년. 하지만 여전히 오키나와에서는 ‘류큐’라는 이름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버스 회사의 명칭이나 상점의 이름 등 여전히 오키나와 사람들에게 류큐는 친숙하고 뗄 수 없는 존재다. 슈리성공원 1 Chome-2 Shurikinjocho Naha, Okinawa Prefecture, Japan 903-0815 휴관일 | 매년 7월 첫째 주 수·목요일 성인 820엔, 고등학생 620엔 초·중학생 310엔 +81 098 886 2020 oki-park.jp/shurijo 류큐문화에 어깨춤이 들썩 오키나와에서 전통적인 류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오키나와월드おきなわワールド다. 오키나와에 있는 최대 테마파크로 류큐왕국 당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민속마을이 자리해 있고, 공방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오키나와월드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교쿠센도다. 100만개 이상의 종유석으로 이뤄진 천연 동굴로, 오키나와가 미국의 통치를 받던 시기1967년에 최초로 발견돼 세상에 알려졌다. 총 길이가 5km에 달하지만 관광객이 볼 수 있는 구역은 890m. 인공적인 요소를 최대한 자제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동굴 속에는 여전히 물이 떨어지고, 바닥에는 물이 고여 있다. 아직도 종유석이 조금씩 자라나고 있다고. 30분 정도 교쿠센도를 돌아보고 나오면 바로 열대과일농원으로 이어진다. 과일농원을 지나야 본격적으로 민속마을이 펼쳐지는데 마을 곳곳에는 전통 찻집부터 류큐왕국 시대의 옷을 입고 촬영할 수 있는 사진관, 유리공예나 염색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방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에이사 광장에서 펼쳐지는 ‘슈퍼에이사공연’은 절로 어깨춤이 들썩일 정도로 흥겹다. 오키나와 전통 공연인 에이사는 매년 음력 7월15일에 조상이 내려온다고 생각하는 오키나와 사람들이 조상을 기리기 위해 시작했다. 오키나와에서는 매년 이 시기에 맞춰 에이사축제도 개최하지만 굳이 축제가 아니더라도 오키나와 곳곳에서 에이사공연을 볼 수 있다. 일본 전통의 현악기와 타악기 소리에 맞춰 젊은 무용단들의 춤사위가 이어지고, 오키나와의 상징인 시사의 탈을 쓴 공연단이 시사춤도 곁들인다. 오키나와월드의 에이사공연은 오전 10시30분, 12시30분, 오후 2시30분, 4시에 진행된다. 오키나와월드 1336, Tamagusuku Maekawa, Nanjo-city, Okinawa Prefecture 901-0616 9:00~18:00(입장은 17:00까지) 프리패스 성인 1,650엔, 어린이 830엔(교큐센도 입장권은 따로 구매) +81 098 949 7421 www.gyokusendo.co.jp/okinawaworld 흑조가 만든 바다의 꽃들을 한곳에서 오키나와에는 흑조黒潮라고 불리는 난류가 흐른다. 이를 쿠로시오해류라고 하는데 물색이 검푸른 색이어서 ‘흑조’라 불린다. 이 따뜻한 바닷물 덕분에 오키나와 주변에는 수많은 종류의 산호와 바다생물이 존재한다. 오키나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관광지인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沖縄美ら海水族館에서는 이 흑조를 그대로 끌어와 수족관을 만들었다. 오키나와 바다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직접 보고 만져 볼 수도 있다. 4층 건물로 이뤄진 추라우미 수족관은 일본 최대 규모다. 4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며 내부를 돌아보는 코스인데 1층을 나오면 건물 건너편에 돌고래 공연을 볼 수 있는 오키짱 극장도 갖췄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수조는 3층의 ‘산호초로의 여행’이다. 오키나와 바다에서 자생하는 70여 종의 산호를 둘러볼 수 있고 입구에는 불가사리, 해삼 같은 바다 생물들을 직접 만질 수 있는 터치풀도 자리했다. 이어지는 열대어 바다 수조에는 200종류나 되는 열대어가 헤엄치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눈이 가는 곳은 2층에서 1층으로 이어지는 ‘흑조의 바다’. 깊이 10m, 폭 35m, 길이 27m의 대형 수조는 추라우미 수족관의 자랑이다. 수조에는 고래상어 3마리와 70여 종의 바다 생물 1만6,000마리가 함께 살고 있다. 몸길이가 15m 내외인 고래상어는 몸무게가 최대 40톤에 달한다. 현재는 멸종위기 상태라고. 흑조의 바다 뒤쪽으로는 오키나와 바다에 사는 생물들을 HDTV로 볼 수 있는 추라우미 씨어터가 있으며 왼쪽으로는 상어 관련 전시물은 물론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상어박사의 방도 있다. 추라우미 수족관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30분 정도 남쪽으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이름의 유래가 재밌는 만좌모万座毛가 나온다. 류큐왕국 시절, 쇼케이왕이 고향에 가기 전 잠시 들렀던 곳으로 왕이 “만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잔디 초원이다”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 나오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는데 그중에서도 융기한 해안의 부분이 마치 코끼리 얼굴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코끼리 바위가 인기다. 만좌모 앞 바다에는 부부암이라 불리는 바위도 있다. 이 바위는 바다쪽에 있는 바위가 남편바위, 육지쪽에 있는 바위가 아내바위인데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라는 뜻에서 부인이 새끼줄로 남편을 당기는 모양이라고.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 424 Ishikawa, Motobu, Kunigami District, Okinawa Prefecture 905-0206 8:30~18:30(10~2월) 8:30~20:00(3~9월) 휴관일 | 12월 첫째 주 수요일과 그 다음날 성인 1,850엔 학생 1,230엔(초·중생 610엔) +81 0980 48 3748 oki-churaumi.jp 번화하면서도 차분한 국제거리 오키나와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나하에서도 국제거리国際通り는 빼놓을 수 없는 관광명소다. 태평양전쟁으로 폐허가 된 거리를 오키나와 사람들의 힘으로 빠르게 성장시켜 ‘기적의 1마일’이라고도 불린다. 예전에는 1.6km 정도의 메인 거리에 술집, 영화관, 클럽 등이 발달했지만 지금은 술집이나 클럽보다는 오키나와 특산품을 살 수 있는 쇼핑센터부터 레스토랑, 옷가게 등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 있다. 평일에도 낮에는 일반 차량을 통제하고 버스전용 차선만 이용할 수 있다. 주말에는 낮 12시부터 저녁 6시까지 모든 차량을 완전히 통제한다. 통제된 도로에서는 하루에 몇 번씩 에이사공연과 젊은 학생들의 창작공연 등이 펼쳐지며 아이들과 관광객이 함께 도로 위에 앉아 그림을 그리거나 비누방울을 부는 등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한다. 국제거리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전통 재래시장과 아기자기한 공방이 모여 있는 도자기거리가 있다. 깔끔하게 정돈된 재래시장을 빠져나오면 도자기 공방이 늘어선 쓰보야 야치문 거리가 나오는데 약 300년 전부터 류큐왕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도자기 공방들이 모여 터전을 잡았던 곳이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메인 거리보다 한적해 한결 느긋하게 공방들을 둘러볼 수 있다. 국제거리 대부분의 상점은 10:00 이후 오픈 +81 098 863 2755 kokusaidori.jp 쓰보야 야치문 거리 메인거리인 국제거리에서 남쪽에 위치한 평화거리를 지나면 한적한 도자기 거리인 쓰보야 야치문 거리가 나온다. ▶travel info AIRLINE 서울-오키나와 노선을 운항하는 항공편이 다양해져 저렴하고 쉽게 오키나와를 오갈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부터 저비용항공사인 진에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까지 인천-오키나와 노선을 운항한다. 인천에서 오키나와 나하 국제공항까지 2시간 30분 소요. Food 오키나와 특산품 소금과 흑설탕이 유명한 오키나와. 오키나와 소금은 다른 지역 소금에 비해 미네랄이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오키나와의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블루씰Blue Seal 아이스크림에는 오키나와 소금 쿠키Okinawa Salt cookies 맛이 있을 정도. 소금을 첨가한 주전부리에 소금박물관도 있다. 천연 흑설탕으로 만든 과자도 인기 만점이다. Theme park 미하마 아메리칸 빌리지Mihama American Village 오키나와 차탄의 아메리칸 빌리지는 일본도 미국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의 테마파크다. 미군이 많이 거주하는 차탄지역에 생긴 쇼핑 단지로 그들이 즐겨 찾는 상점들이 모여 있는 것이 특징. 구제옷 전문점부터 생활 잡화점, 볼링장, 영화관 등 먹고 놀고 살 수 있는 것은 다 갖췄다. 일본 음식이 아닌 서구 음식들을 맛볼 수 있는 것도 장점. 대 관람차를 타며 야경을 즐기는 것도 좋다. Symbol 오키나와의 상징, 시사Shisa 사자의 모양을 한 시사는 액운을 물리친다는 오키나와의 상상 속의 동물. 일반적으로 도자기로 구워 지붕 위에 올려 놨다고 하는데 입 모양에 따라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한다. 입을 벌리고 있는 것은 수컷, 다문 것은 암컷이라고. 지붕 위뿐만 아니라 길 옆 조각물, 작은 액세서리 등 오키나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Tour 케이브 카페Cave Cafe & 간가라 투어Gangala Tour 오키나와월드 건너편에 위치한 케이브 카페는 이름처럼 동굴 속에 만들어진 카페다. 종유석이 무너지고 솟아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동굴 안에 자리를 잡았다. 지하수로 내린 커피와 오키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케이브 카페 | 아메리카노 350엔, 아이스크림 싱글 330엔, 더블 530엔 동굴을 지나면 수백 그루의 가쥬마루 나무가 나오는데 이곳에서는 예약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간가라 계곡 투어를 할 수 있다. 자연이 만든 우거진 숲길을 걷는 힐링투어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약 1시간 20분 소요되는 투어는 일본어로만 진행되고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하다. 한국어 음성안내와 책자를 제공한다. 간가라 투어 | 성인 2,200엔, 학생(15세 미만) 1,700엔 출발시각 10:00 12:00 14:00 16:00(1일 4회) Maekawa Tamagusuku Nanjo-shi, Okinawa-ken 901-1400 9:00~18:00 +81 98 948 4192 Beer 오리온맥주Orion Beer 별 세 개가 그려진 것이 특징인 ‘오키나와산 맥주’. 오리온맥주 공장은 오키나와 북부 나고Nago에 위치해 있는데 맥주의 공정 과정을 직접 볼 수 있고 시원한 맥주를 시음할 수도 있다. 가장 대중적인 오리온 드래프트Orion Draft부터 스페셜XSpecial X, 제로라이프Zero Life 등 시즌별 한정판 맥주도 출시된다. 글·사진 양이슬 기자 취재협조 오키나와관광컨벤션뷰로 kr.visitokinawa.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소양강댐·충주댐 최악 가뭄 비상… 수도권 식수원 고갈 우려

    소양강댐·충주댐 최악 가뭄 비상… 수도권 식수원 고갈 우려

    중부내륙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는 물론 산간계곡과 수도권 식수원 고갈 우려까지 낳고 있다. 8일 한국수자원공사(K water) 소양강댐과 충주댐관리단 등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로 물을 가둬 놓고 서울 등 수도권 식수원 저수탱크 역할을 하는 소양강댐과 충주댐이 최악의 가뭄으로 비상이 걸렸다. 이들 다목적댐은 예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역대 최저 수위를 나타내고 전력생산과 용수공급의 최저 한계점까지 접근하고 있다. 강원 춘천 소양강댐은 이날 현재 수위가 154.26m로 1974년 댐 준공 이후 같은 기간 최저점이다. 이는 댐 준공 이후 역대 최저치인 151.93m(1978년 6월 24일)에 불과 2.33m만 남겨 놓은 수치다. 댐 수자원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고 식수원을 공급할 수 있는 저수위 150m에도 근접하고 있다. 하루 30㎝씩 방류하고 있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보름쯤 뒤엔 더이상 수자원 이용을 위한 방류를 포기해야 한다. 29억t의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저수량도 현재 8억 40만t으로 줄었다. 소양강댐관리단은 극심한 가뭄이 지속하자 댐 건설 이후 처음으로 기우제까지 지냈다. 지난달 강수량은 강원 영동지역이 6.2㎜로 평년(91.3㎜)보다 적었다. 영서지역도 30.4㎜로 평년(100.1㎜)의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했다. 강원기상청은 다음달까지 강수량이 평년보다 적고 기온은 높을 것으로 예보했다. K water 소양강댐관리단 관계자는 “정부의 선제적 용수비축방안에 따라 지난 3월부터 하천유지용수 공급을 줄여 물을 비축하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수도권 용수공급을 위해 잠시라도 방류를 멈출 수는 없는 실정이어서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충주댐도 이날 현재 115.36m을 기록하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1985년 충주댐을 완공한 이후 6월 수위가 115.50m로 내려간 것은 1985년, 1994년, 1995년 이후 네 번째다. 댐수위가 낮아지자 충주댐은 평소보다 절반 이상 방류량을 줄였다. 수위가 110m 이하로 떨어지면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등 모든 용수의 공급조절이 불가피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조치다. 가뭄으로 수위가 급격히 줄면서 소양강댐과 충주댐, 횡성댐 등 수도권 용수 공급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목적댐들은 한 방울의 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방류량을 유기적으로 조절하며 하류로 흘려보내고 있다. 충주호 수위가 낮아지자 충주호 관광선은 단양 장회나루 노선 운항을 중단했고, 내수면 어업인들은 어획량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충주호 관광선 관계자는 “낮은 수위로 배가 물속 바위에 부딪히는 등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장회나루 운항을 중단하게 됐다”면서 “가장 손님이 많은 장회나루 노선 운항을 못해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지자체마다 가뭄 극복에 비상이 걸렸다. 강원지역에서는 국내 최대 고랭지 채소단지인 강릉 왕산면 안바데기 일대 주민들이 물이 없어 고랭지 배추 등을 심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콩, 감자, 고추 등도 가뭄으로 생육이 좋지 않아 상품성을 잃었다. 화천군 간동면 등 계곡물과 지하수를 상수원으로 이용하는 산골마을 곳곳에서는 식수원이 고갈돼 고통을 겪고 있다. 충북 괴산지역은 감자가 제대로 자라지 않아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20∼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다 직거래 등을 통해 짭짤한 수확을 올렸던 감물면 감자축제까지 취소됐다. 감자축제는 오는 13일 열릴 예정이었다. 고추와 담배 등 다른 밭작물도 가뭄 피해가 우려되자 군은 부군수를 상황실장으로 하는 ‘가뭄 대책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2억 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들샘 파기, 양수 장비 대여, 읍·면별 비상급수 지원 등에 나서기로 했다. 급수차로 식수를 공급받는 주민들도 생겨나고 있다. 단양군 영춘면 사지원리 10가구 주민들은 지난 5일부터 하루 한 차례 급수차로 식수를 비롯한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단양 어상천면 연곡1리 4가구 주민들도 지난달 2일부터 일주일에 1∼2차례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 단양군 관계자는 “민간소유차량의 지원신청을 받아 단비기동대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노약자와 여성농업인들에게 농업용수를 우선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사이언스 톡톡] 당신이 잠든 사이에 머리는 더 똑똑해진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어젯밤 나와의 만남이 즐거웠다면 기분이 상쾌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좀 찌뿌둥하겠지. 나는 잠의 신(神) ‘히프노스’야. 내 어머니는 밤의 신 ‘닉스’, 아버지는 암흑의 신 ‘에레보스’지. 죽음의 신 ‘타나토스’는 내 쌍둥이 형이야. 난 아들도 여러 명 있는데 장남이 꿈의 신 ‘모르페우스’지.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시인 중 한 명인 소포클레스는 나를 인간의 모든 고통과 고뇌를 없애 주고 평온함과 기쁨을 주는 신이라고 찬양했지. 그런데 나폴레옹이나 토머스 에디슨 같은 사람들이 ‘잠을 자는 것은 시간 낭비’라며 날 비난하기 시작하더니 현대인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밤에 날 만나는 것을 꺼리더군. 이런 상황에서 뇌 과학자들이 앞장서서 내가 얼마나 훌륭한 신인지를 속속 밝혀내고 있더군. 좋은 일이야. ●잘 때 뇌신경세포 연결 강화… 기억력 개선 푹 자기만 하더라도 배운 것을 오래 기억할 수 있고, 오랫동안 지속돼 온 나쁜 버릇이나 편견까지 고칠 수 있다는 거야. 이건 비밀인데, 사실 그건 나도 모르고 있었던 능력이라네. 브라질 히우그란지연방대 뇌연구소의 윌프레두 블랑쿠 박사팀은 수면이 뇌 신경세포 간 연결을 강화시켜 기억이 오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생물정보학 분야 권위지인 ‘PLOS 전산생물학’에 발표했더군. 기억을 떠올리거나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뇌에서 ‘장기강화’(LTP) 시스템이 작동하는데, 블랑코 박사팀은 생쥐를 이용해 실험을 통해 깨어 있을 때보다 잠을 잘 때 LTP 관련 단백질이 활성화된다는 점을 밝혀냈지. 미국 노스웨스턴대와 텍사스 오스틴대, 프린스턴대 공동 연구진은 잠을 자는 동안 기억을 선택적으로 강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했더군. 이 사람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종적, 성적 편견 같은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도 충분한 잠으로 없앨 수 있다고 하더군. ●수면 부족할수록 뇌에 치매 유발 물질 쌓여 이뿐만이 아니야. 제대로 못 자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네. 미국 버클리대 매슈 워커 박사는 “잠이 부족할수록 알츠하이머 유발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더 많이 쌓인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발표했지. 깨어 있을 때 생기는 베타아밀로이드는 자는 동안 깨끗하게 청소가 되는 물질이야. 그런데 잠이 부족한 사람들은 베타아밀로이드가 다 사라지지 않고 찌꺼기처럼 남아 있게 되지. 제대로 잠들지 못하면 베타아밀로이드의 양이 갈수록 더 많아지는 거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가 많아지면 자는 것이 어려워지고 잠을 못 자면 베타아밀로이드가 더 쌓이게 되는 악순환이 생기는 거야. 결과적으로 수면 부족이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치매까지 유발한다는 말이지. 어떤가. 이래도 잘 자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참고로 성인들은 7~9시간, 청소년은 8~10시간이 적정 수면 시간이라네. 또 밤잠이 부족하면 낮잠으로라도 잠을 보충해 주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 어쨌든 오늘 밤에는 일찍 만나세나.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해외여행 | HUBEI-자연이 빚은 땅 우룽 & 언스

    해외여행 | HUBEI-자연이 빚은 땅 우룽 & 언스

    겹겹이 시루떡처럼 쌓인 바위부터 끝도 없이 이어지는 기암괴석들. 언스대협곡의 절벽잔교를 따라가다 보면 하늘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든다. 중국이 아니면 상상하기 힘든 놀라움, 우룽武隆; 무륭과 언스恩施; 은시에서 만날 수 있다. ‘역시, 중국’이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인천에서 4시간, ‘경사가 겹친다’는 의미를 가진 충칭重慶. 충칭은 베이징과 상하이, 톈진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는 4대 직할시 중 한 곳이자 중국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서부대개발의 핵심도시다. 충칭 주변에 우룽 천생삼교와 언스대협곡을 비롯해 부용동 등 중국의 내로라하는 관광지들이 포진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교통 때문에 여행자들이 찾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충칭과 유명 관광지를 잇는 고속도로와 고속철이 속속 개통하고 있어 꼭꼭 숨어 있던 중국의 비경을 만나기가 훨씬 쉬워졌다. ●우룽(武隆│무륭) ‘천생삼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 충칭에서 버스를 타고 4시간 정도 달리니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우룽의 천생삼교天生三橋가 나타났다. 천생삼교는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3개의 거대한 다리를 말하는데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의 영화 <황후화>와 <트랜스포머4>의 배경이 된 곳이다. 천생삼교에 도착하니 트랜스포머4 모형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고 그 옆에는 <트랜스포머4> 마이클 베이Michael Bay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라는 글씨가 중국 스타일로 비석에 새겨져 있었다. 먼저 나타난 것은 높이 100m에 달하는 엘리베이터. 수직 절벽을 따라 엘리베이터는 아래로 쑤욱 내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밖으로 나오니, 이번에는 계단이다. 아래로 몇 계단 내려왔을까, 다시 거대한 굴이 나타났다. 그리고 오른쪽 벽에는 자연이 탄생시킨 코끼리 한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코끼리에 감탄사를 던지고 있는 순간, 앞서 간 일행들의 입에서도 탄성이 울려 퍼졌다. 머리 위로 천생삼교의 첫 번째 다리인 ‘천룡교’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 235m 높이에 147m의 너비, 150m의 두께, 자연이 빚은 다리다. 아파트 한 층 높이를 2.5m라고 치면, 무려 94층의 높이다. 천룡교의 모습은 계단을 다 내려와서 보니 더욱 웅장했다. 천룡교 아래에는 역참으로 사용되었던 천복관역이 있는데 현재의 건물은 619년에 지어진 것을 2005년 개축한 것으로 제작비 450억원에 엑스트라 1,000명이 동원된 영화 <황후화>의 유일한 야외촬영지이기도 하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황후화>를 보고 오길 잘했다 싶었다. 건물 내부에는 TV를 통해 <황후화>의 야외 촬영분을 틀어놓고 있어 어떤 장면에 이곳이 배경으로 등장했는지 알 수 있다. 천룡교, 청룡교, 흑룡교로 이어지는 천생삼교 두 번째 다리는 청룡교다. 280m 높이에 두께 168m, 너비 124m로 3개의 다리 중 가장 크고 넓다. 비가 온 후나 안개가 낀 날이면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그때 모습이 날아가는 용처럼 보인다 하여 ‘청룡교’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룡교에서 청룡교에 가는 길 중간에는 또 다른 트랜스포머 모형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인들에게도 생소했던 천생삼교를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데에는 <황후화>보다 <트랜스포머4>의 힘이 더 컸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의 배경지로 나오는 것도 이슈였지만 중국측 투자사가 영화 제작사인 파라마운트에 소송을 걸었던 것이 중국 내 더 큰 뉴스를 만들어 냈다. 소송 이유는 계약할 때 중국측 투자사에서 요청했던 부분이 영화에 나오지 않았다는 것. 투자사는 중국 곳곳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소송 뉴스가 연일 중국 매스컴을 타면서 중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우룽의 천생삼교를 알게 되었다. 아름답지만 비교적 한적했던 우룽의 천생삼교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랜스포머4> 개봉 이후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영화와 얽힌 이야기를 들으며 도착한 곳은 천생삼교의 마지막 다리인 흑룡교. 내부가 어두워서 마치 검은 용이 살 것 같다 하여 흑룡교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룡교를 시작으로 청룡교, 흑룡교로 이어지는 천생삼교. 다리의 끝이 다가올수록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트랜스포머>의 힘도 <황후화>의 규모도 천생삼교가 만들어낸 자연의 장엄함은 넘어서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신비롭고 은밀한 계곡, 용수협 천생삼교를 뒤로하고 간 곳은 용수협지봉龍水峽地縫 관광구. 동굴을 따라 내려가니 아마존 밀림처럼 거대한 초록이 등장했다. 빼곡한 숲을 왼쪽에 두고 협곡에 난 가느다란 길을 쫓아 올라갔다. 마치 땅이 가라앉아 이곳만 구멍이 뚫린 것처럼, 자연이 만든 지붕이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돌로 만들어진 지붕 틈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에 의지해 할 걸음씩 나아가니 아무도 찾지 못할 것 같은 요새가 나타났다. 낮인데도 햇빛이 마치 달빛처럼 몽롱하게 드리웠다. 천생삼교처럼 이곳도 남방 카르스트 지형을 대표하는 곳으로 세계적인 생태박물관으로 꼽힌다. 카르스트는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된 대지가 빗물과 자연활동에 의해 용식되어 만들어진 독특한 지형을 말하는데 용수협은 중국 남방 카르스트의 대표적인 곳이라 세계적인 지질학자와 탐험가들도 주목하고 있다. 용수협은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 낸 신비로움이 가득 담긴 곳이었다. 특히 높이 80m의 은하폭포가 떨어지는 자리에 도착해서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수를 보니 마음이 시원해졌다. 은하폭포를 지나면 고사리를 비롯해 물을 머금은 반짝반짝한 초록들이 나타난다. 어찌나 생생한지 말을 걸어 올 것만 같다. 전체 길이는 5km에 이르지만 지금까지 개방된 곳은 2km. 지구의 은밀한 신비로움을 만나는 데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언스(恩施│은시) 용린궁과 토사성에서 시작한 언스 여행 우룽의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찾아간 곳은 후베이성의 언스. 우룽에서 고속도로를 따라 4시간을 달리면 언스에 도착한다. 언스 여행의 시작은 용린궁인데 1시간을 꼬박 걸어야 굴을 다 볼 수 있다. 시간이 부족하다면 입구가 아닌 출구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뱃사공이 끄는 배를 타고 살랑살랑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배에서 내려서 5분쯤 걸었을까. 형형색색의 조명이 동굴의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조명을 받은 동굴의 반사된 모습이 수면 위에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던 것. 완벽한 데칼코마니 작품을 넘어서 또 다른 동굴이 있는 것처럼 물빛은 한없이 투명했다. 언스에는 토가족土家族이라는 소수민족이 살고 있는데, 이들의 왕족이 살던 곳이 토사성土司城이다. 중국의 다른 성에 비해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특히 입구에 있는 다리는 옆에 연인이 있다면 두 손 잡고 한번 올라가 보고 싶을 정도다. 토가족은 백호를 토템으로 삼고 있어 곳곳에서 백호 그림과 조각을 볼 수 있었다. 토사성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마을의 지붕을 한눈에 내려다보니 잔잔한 패턴으로 이어진 풍경에 잠시 시간을 잊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아슬아슬 언스대협곡의 ‘절벽잔교’ 하이라이트는 여행의 마지막에 펼쳐졌다. 동양 최대의 협곡으로 꼽히는 언스대협곡恩施大峽谷. 병풍처럼 펼쳐진 거대한 절벽의 향연은 동양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았다. 언스대협곡은 가는 길부터 달랐다. 한없이 평화로운 마을에는 점점이 집들이 박혀 있었고 집집마다 굴뚝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고 있었다. 작은 마을을 비호하듯 서 있는 절벽은 새가 날다가 머리를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느닷없이 나타났다. 웅장함에 위협적이기까지 한 절벽 아래로 봄을 알리는 유채꽃들이 노란 얼굴을 하나둘 내밀고 있었다. 언스에서 서북쪽으로 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언스대협곡은 길이 108km에 총면적 300km2에 펼쳐진 협곡으로 2004년에 발견됐다. 현재 전체 중 공개된 곳은 108km 중 약 10km 정도다. 언스의 속살을 보기 위해 케이블카에 올랐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마을은 한없이 평온했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은 삽을 들고 땅을 갈고 있었다. 척박해 보이는 깊은 산속에서도 일상은 이어지고 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7분 정도 오르니 삐죽한 봉우리와 몽글한 산들이 어깨를 겨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났고, 물결 모양의 돌들이 이어진 루문석낭을 지나니 좁은 틈이 등장했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바위 ‘일선천’이다. 그 다음에 나타난 것이 언스대협곡의 상징인 절벽잔교. 수직절벽에 다리를 만든 중국 사람들의 상상력과 노고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공사를 하면서 고생했을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발걸음을 내디뎠다. 한 발짝 들어갈수록, 신선의 세계로 들어서는 것만 같았다. 아래는 천길 낭떠러지. 앞에 보이는 풍경과 옆으로 보이는 모습, 뒤쪽 그림이 다 달라 가슴을 졸이면서도 자꾸 사방을 둘러봤다. 겨우 500m밖에 되지 않는 길이었지만 한없이 길게 느껴졌다. 쿵쿵거리는 심장과 후들거리는 다리를 안고 경이로운 풍경 속을 걸었다. 절벽잔교를 지나고 나니 기암괴석의 향연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촛대처럼 서 있는 ‘일주향’. CNN이 뽑은 중국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 40곳 중에 들어가는 일주향은 수많은 지진에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지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에는 딘 포터Dean Potter라는 미국인이 절벽과 일주향 사이에 로프를 묶고 아무런 도구 없이 맨발로 외줄타기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주향에 이어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자라며 관광객을 맞이하는 영객송, 쌍둥이처럼 사이좋게 서 있는 쌍자탑을 비롯해 특이하게 형성된 바위들이 끊임없이 나타났다. 언스대협곡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바위들을 구경하다 보면 옥필봉 앞에 다다른다. 옥필봉과 옥녀봉, 옥병봉까지 각기 다른 모양의 절벽 바위가 나란히 서 있다.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이 세 바위와 뒤에 펼쳐진 마을의 평온함이 대비되어, 더욱 드라마틱해 보인다. 중국을 수십번 여행했다는 동행은 “장자제의 기기기묘묘한 바위들, 타이산의 웅장함, 구이린의 예쁜 산들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산하는 길도 중국 스타일이다. 산 중턱에서 주차장까지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어 놓았다. 여유롭게 내려오면서 협곡의 지나온 길을 올려다보는 것도 생각지 못한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정작 여행의 화룡점정은 그 다음에 있었다. 충칭으로 돌아갈 버스를 타기 위해 주차장으로 내려와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본 순간, 그곳에 웅장한 언스대협곡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던 설레던 기분부터 잔교를 지나던 긴장감, 바위의 매력에 빠져 있던 시간들이 영화 마지막에 크레딧이 올라가듯 천천히 흘러갔다. 역시 중국이다. ▶travel info AIRLINE 에어차이나와 아시아나항공이 인천-충칭 구간 직항을 보유하고 있다. 에어차이나는 매일 충칭편을 운항하고 있으며 소요시간은 약 3시간 30분~4시간. TRANSPORTATION 우룽은 충칭에서 버스로 4시간, 언스는 충칭에서 버스로 5시간 정도 걸린다. 언스와 충칭을 잇는 고속철을 이용하면 1시간 30분~2시간이면 닿는다. PLACE 중국의 4대 직할시 중 하나인 충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다. 충칭시 면적은 우리나라의 80%, 인구는 3,300만명에 달한다. 우리나라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가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임시정부 청사에 가면 김구 선생의 흉상과 대한민국 건국 자료를 볼 수 있다. 또한 세계 최대 규모인 장강삼협댐의 전초기지로 유유히 흐르는 장강을 만날 수 있다. 밤이 되면 충칭 시내는 불야성을 이루며 화려한 야경을 뽐낸다. 불교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충칭에서 160km 거리에 위치한 대족석각도 찾아 보자. ACTIVITY 우룽을 대표하는 공연 <印像> 무릉에서는 장이머우 감독의 대형 공연인 <인상印像>을 볼 수 있다. 자연을 배경으로 70분간 펼쳐지는 웅장한 퍼포먼스가 볼 만하다. 구이린과 서호 등 중국 곳곳에서 <인상> 시리즈를 볼 수 있는데, 우룽에서 펼쳐지는 <인상>은 지금은 사라진,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배를 끄는 사공 첸푸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공연은 우룽 시내에서 약 9km 떨어진 U자형 모양의 아늑한 협곡에서 펼쳐져, 다른 공연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맛볼 수 있다. 武隆县巷口镇建设中路24号 238위안, VIP 티켓 588위안 +86 023 8561 9993 www.gowulong.com/yxwulong FOOD 훠궈는 기본, 감자는 덤! 충칭은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로 유명하다. 또한 우룽은 감자도 유명한데 어느 식당에 가더라도 감자가 들어간 요리를 주문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HOTEL 유주가든호텔 瑜珠花园酒店 우룽에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시설 좋은 호텔들도 많이 생겼다. 4성급 호텔로 깔끔한 객실을 자랑하는 유주가든호텔도 추천할 만하다. 객실에서 우룽을 유유히 흐르는 강을 감상할 수 있다. 武隆芙蓉西路 16号 +86 023 7779 9888 대협곡여아채호텔 恩施大峡谷女儿寨度假酒店 언스는 우룽에 비해 숙소가 많지 않다. 아직 오픈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대협곡여아채호텔은 새 호텔이라 깨끗한 것이 장점. 객실에서 언스대협곡을 조망할 수 있다. 恩施大峡谷女儿寨度假酒店 郵編 P.C. 445000 +86 0718 881 9688 www.dxgnverzhaijd.com TIP 언스대협곡은 걷는 구간이 길기 때문에 꼭 운동화와 물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간식을 사 먹을 수 있는 매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중국식 주전부리를 맛보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취재협조 하나투어 www.hanatour.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유커, 면세점 등서 작년 14조 ‘펑펑’… 쇼핑 빼면 재방문 매력 ‘뚝’

    유커, 면세점 등서 작년 14조 ‘펑펑’… 쇼핑 빼면 재방문 매력 ‘뚝’

    “저리스밍둥, 칭건워라이”(這裏是明洞, 請?我來·여기가 명동입니다. 저를 따라오세요.) 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 영플라자 앞에 대형 관광버스가 10분에 1대꼴로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버스 문이 열리자 흰색 마스크를 쓴 40~50대 중년의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 20여명이 줄지어 내렸다. 이들은 관광 가이드의 통솔 아래 영플라자 맞은편 롯데백화점 본점에 있는 롯데면세점을 향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한 시간 동안 영플라자 앞에만 내린 유커는 관광버스 5대, 150여명이었다. 이 거리만이 아니라 인근 명동 입구, 롯데호텔 근처 등 잠시 버스를 대고 중국 관광객들을 내려 줄 지점을 모두 고려하면 그보다 몇 배는 더 많을 수 있다. 이런 유커들이 한국에 와서 먹고 자고 쇼핑하는 등 국내 소비의 주요 축이 됐다. 유커는 한국 경제에 계속해서 약이 될 수 있을까. 유커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612만 6865명으로 2013년 432만 6869명에 비해 41.6%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들이 국내에서 쓴 돈은 14조원가량으로 집계됐다. 경기 불황으로 내국인은 지갑을 닫지만 유커는 지갑을 열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계도 유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면세점과 호텔 산업이 꼽힌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매출 규모는 지난해 7조 5000억원으로 올해 8조원을 넘어 앞으로 면세점 시장은 10조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내면세점 사업성이 눈부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방한 외래 관광객 1만 20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 방문을 선택하게 된 요인으로 ‘쇼핑’(72.3%·중복응답)을 압도적으로 꼽았다. 쇼핑하는 장소로 ‘명동’(42.4%)에 이어 ‘시내면세점’(41.4%)이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시내면세점의 사업성 때문에 지난 1일 신청을 마감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입찰에서 대기업 몫 2곳에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롯데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K네트워스, 이랜드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7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중소·중견기업 몫 1곳에는 14개의 기업(단체)이 몰려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14곳에는 세종호텔, 유진기업, 청하고려인삼, 제일평화컨소시엄, 파라다이스그룹, 그랜드관광호텔, 키이스트·시티플러스 합작법인, 중원면세점, 한국패션협회, 하나투어 등 컨소시엄, 하이브랜드듀티프리, 심팩(SIMPAC), 삼우·씨그널엔터 합작법인, 동대문 굿모닝시티 등이 있다.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성장세는 제자리걸음이지만 면세점 사업은 매년 껑충 뛰고 있다”면서 “지금 그 어떤 사업군에서 이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는 사업이 있겠나. 유커가 갑자기 확 줄어들지 않는 한 몇 년은 갈 사업”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유커에 발맞춰 신세계조선호텔, 호텔신라, 롯데호텔, 아코르 앰배서더 코리아 등 호텔 업계도 숙박료가 10만원대 중후반인 비즈니스호텔 짓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커만 바라보는 지금의 흐름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명동의 한 호텔 관계자는 “사실 호텔 객실이 부족하지는 않다. 명동 인근 호텔 객실 점유율이 뚝 떨어져 객실 요금을 10만원대 중반으로 내리고 호텔 예약 애플리케이션에 반값 상품을 올리는 등 울며 겨자 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다는 것은 쉬쉬하는 비밀”이라고 전했다. 엔화 약세로 일본 여행을 저렴하게 할 수 있게 되자 일본을 찾는 유커들도 늘어났다. 일본 정부 관광국은 지난 4월 외국인 관광객 수가 176만여명을 기록하며 3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유커가 40만여명으로 가장 많았다. 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일로 유커가 확 줄어드는 일을 겪을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우려로 4일 현재 한국 방문을 포기한 외국인은 2만 600명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는 중국(4400여명) 등 중화권 국가가 85.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메르스 우려가 계속 확산된다면 관광, 항공, 호텔, 유통업계의 연쇄 타격이 예상된다. 생각만큼 유커들의 씀씀이가 크지도 않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 가운데 1인당 지출액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이 아니라 ‘중동’(3056달러)이었다. 중국은 중동의 3분의2 수준인 2094.5달러였다. 외국인 관광 전문 여행사 코스모진 관계자는 “중동·아프리카 관광객들은 5박6일 기준으로 1인당 2000만원 이상 쓰는 큰손들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유커들은 다른 국가 관광객에 비해 한국을 재방문하는 비율도 적었다. 같은 설문조사 결과 최근 3년 동안 4회 이상 방문한 국가 순위에서 중국은 4.8%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4회 이상 재방문율이 높은 국가는 중동(58.7%)·일본(44.3%)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유커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재방문도 적어지는 데는 유커들의 연령대가 넓어지면서 소비 성향도 다양해졌고 한국을 다시 찾을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명동에서 만난 관광 가이드 정모(32)씨는 “3~4년 전보다 한국 단체 여행 상품 가격대가 낮아져 4박5일 항공비와 숙소비를 모두 포함해 1인당 2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요즘 경제적 수준이 낮은 중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여성들은 쇼핑을 선호하고 중장년층은 문화재에 관심을 갖는 등 여행 목적이 다양해졌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광 가이드 김모(43)씨는 “명동, 롯데면세점, 남산, 동대문 등 서울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짜고 있는데 사실 이 여행 코스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외국인 관광객들은 명동, 면세점, 동대문 중심의 천편일률적인 관광 코스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업무차 한국에 머문 적이 있는 대만인 왕기한(29)은 “한국에 4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신촌, 명동, 남산타워, 인사동, 강남 등을 방문했는데 전망이 좋은 남산을 제외하곤 각 지역마다 명확한 특징도 없었고 파는 물건도 비슷했다”면서 “특히 아직도 중국계라고 불친절하게 응대하는 점원들의 태도가 실망이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방문 시 언어소통 만족도 비율은 62.4%, 관광안내 서비스 만족도 비율은 75.9%로 다른 문항에 비해 만족도 비율이 떨어졌다. 유커들의 만족도를 높여 더 많이 한국을 찾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유커 외에도 한국을 찾는 ‘큰손’인 중동, 동남아 관광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는 “현재 관광 요소가 서울에만 집중돼 있어 지방으로 콘텐츠를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류 영향으로 동남아 관광객의 수요가 있고 의료 관광을 목적으로 러시아, 중동 국가 관광객도 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투자가 유커에 비해 없다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유커들의 여행 경험이 많아지고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쇼핑 정보가 많기 때문에 과거처럼 명품을 대량 소비하는 시기는 지났다”면서 “이들의 변화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한 한국만의 상품을 팔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들도 쇼핑센터에서 쇼핑만이 아니라 여가 활동을 즐기는 것처럼 이들에게 단순한 쇼핑만 제공할 게 아니라 한류 공연 등 다양한 문화체험의 기회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안원경 인턴기자 cocang43@seoul.co.kr
  • [길섶에서] 애도의 기술/황수정 논설위원

    나이 먹는다는 의미를 깨우치는 곳은 장례식장이다. 영정의 얼굴이 초면이어도 똑바로 눈 맞출 수 있고, 상주의 손을 잡아 주는 일이 의례적이지 않으며, 조문객 밥상에 차려진 음식 맛을 가늠할 줄도 안다. 예전엔 아니었다. 상주의 손이라도 잡게 되면 할 말이 없어 난감했다. 문상객들 틈에 끼어 억지로 한술 밀어넣은 밥에는 번번이 체했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가 돌연 남편을 잃고 한 달 만에 절절한 심경을 밝힌 글이 화제다. “괜찮아질 테니 희망을 가지라고들 말해 줬지만 위로가 되지 않았다. 괜찮아질 거라 강요하지 않고, 괜찮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는 말이 위로였다.” 동감이다. 상실에 무너지는 사람에겐 ‘괜찮다’가 아니라 ‘괜찮지 않은 게 정상’이라고 말해 주는 게 위로라고 나는 굳게 믿는 편이다.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 십년이 가까워 온다. 그런데도 여전히 따뜻해서 이따금씩 꺼내 읽는 위로 메일 한 통이 있다. “지금이 전부가 아니다. 슬픔을 지금 모두 느끼려 하지 말아라. 살다 보면 정말 무시로 그 끝없는 아픔 속으로 잠길 일 많을 것이니.” 진심을 전하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다. 애도에는 말할 것도 없다. 황수정 논설위원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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