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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협치를 꼭 해야겠니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협치를 꼭 해야겠니

    영화 ‘적과의 동침’ 도입부에서 마틴은 자상한 남편으로 등장한다. 그에게 아내는 ‘공주님’(Princess)이다. 그래서 온갖 미사여구를 끌어들여 칭송하지만 자기 맘에 들지 않는 순간 무자비하고 악랄한 폭력 남편으로 돌변한다. 멋들어진 어휘도, 수건까지 열을 맞추는 깔끔한 성격도, 잘생기고 선한 인상도 결벽증 환자이자 정신병자로서의 본질을 감추기 위한 위장일 뿐이다. 겉으로만 번드레한 말, 말은 있으되 말이 아닌 말, 글 쓰는 이들은 이를 교언(巧言)이나 허언(虛言)이라 하여 기피한다. 실체를 드러내는 데 실패한 글이기 때문이다. 정치가들은 다르다. 우중을 속이고 자기를 합리화하는 게 목적인 한 입발림말은 오히려 그들의 본질에 가깝다. 그래서 입만 열면 국민이고 말끝마다 정의이며 “구국을 위한 결단”으로 사리사욕을 포장하고 “균형 있는 수사”로 자기편을 보호한다. 그 바람에 말의 향연을 걷어내고 숨은 진의를 파악하느라 우리 민초들만 피로하다. 문재인 정부 이후 TV 뉴스를 보면서 아내가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속 터져”였다. 이전 대통령을 쫓아내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고 여당을 다수당으로 만들었건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투정이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다. 대선공약이기도 한 세월호 진상규명은 진상을 규명하기는커녕 책임자 처벌도 요원하다. 세월호를 능멸한 인물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공소시효도 1년밖에 남지 않았다.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국가보안법이며 전교조는 8년째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성범죄자들이 판결을 먹고산다는 해시태그가 유행이다. 늘 핑계는 있다. “의석수가 과반이 안 돼서.” “야당의 방해가 심해서.” 그래서일까. 이 정부 들어 ‘대화와 타협’, ‘협치’라는 단어가 특히 많이 등장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협치내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하고 국회의장(문희상)도 국무총리(정세균)도 취임인사에서 제일 먼저 “대화와 타협, 협치를 통한 국정운영”을 강조했다. 야당의 도움이 없으면 법안 하나 통과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으니 간절하기도 했을 것이다. 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얻어 원만하게 국정을 운영한다. 듣기 좋은 말이다. 듣기 좋은 말이기에 새 국회에 협치를 주문하는 여론도 70% 가까운 모양이다. 그래서 그간의 정치가 원만했던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0대 국회에서 제1야당은 16차례나 국회를 보이콧했다. 여기에 단식, 삭발, 장외투쟁 등을 더하면 ‘협치’는 말 그대로 말뿐인 말로 전락하고 만다. 여당은 정말로 협치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보수야당의 횡포를 핑계로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교언을 미루기 위한 또 하나의 교언이었던 걸까. 한국 정치사에서 여야의 협치는 늘 거짓말이자 입발림말이었다. 1990년 노태우 정부에서 김영삼은 3당 합당을 주도하며 ‘구국의 대타협’을 내걸었다. 그후 민주주의는 30년이나 역주행하고 ‘살인마 전두환·노태우’를 풀어주는 계기가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지지율이 폭락했고 정권재창출에 실패하면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2005년 사학법 개정을 향한 국민의 지지는 60%가 넘었건만 노 정부는 야당과 원로의 의견을 듣겠다며 한발 물러서고, 2007년 사학법 개악을 거쳐 교육현장은 오늘도 시궁창에서 허덕거린다. 4·15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후에도 이낙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또다시 협치를 끌어들인다. “국민이 주신 책임을 이행하려면…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적과의 동침’에서 로라는 마침내 남편과의 결별에 성공한다. 그 후 요양원을 찾아갔을 때 모친의 말이 인상적이다. “You have yourself.” 대충 번역하자면 “너 혼자서도 해낼 수 있어”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나도 180석의 여당을 향해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꼭 협치를 해야겠니? 이제 너 혼자서도 해낼 수 있잖아. 지지자들 속 터지는 꼴을 또 봐야겠니?
  • [오늘의 눈]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7년째 제자리… 서울시, 면피성 해명보다 책임행정을

    [오늘의 눈]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7년째 제자리… 서울시, 면피성 해명보다 책임행정을

    2011년 10월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듬해 11월 은평뉴타운에 ‘현장 시장실’을 마련해 교통난 등 주민 건의 사항을 들었다. 박 시장은 은평구 불광동 통일로에서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길을 연결하는 ‘은평새길’ 대신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시는 2013년 7월 도시철도 종합발전방안을 내놓으면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을 공식 발표했고, 이듬해 ‘서울플랜 2030´을 통해 재확인했다. 신분당선을 서울 용산에서 경기 고양 삼송지구까지 연장하는 내용이다. 서울시가 야심 차게 발표한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라면 2025년에 개통돼야 한다. 7년째 감감무소식인 상황에 한 은평뉴타운 주민은 “은평새길을 만들어 준다고 해서 입주했는데, 대안으로 내놓은 신분당선도 기약이 없다”며 “지하철 3호선을 타도, 통일로를 타도 출퇴근이 지옥길이라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삼수 끝에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은 2018년 6월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 선정됐다. 지난해 4월 중간점검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0.25로, 사업 추진이 곤란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B/C가 1을 넘어야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을 주장해 온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설득하기 위해 자체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사업의 서울시 연구용역 결과 발표가 미뤄지면서 KDI의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발표도 내년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서울신문의 보도가 나오자 서울시는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서울시 용역은 KDI 제출을 위한 용역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서울시 담당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서울시 용역과 KDI 용역은 별개”라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 설명대로 KDI 제출을 위한 용역이 아니라면, 서울시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연구용역을 하는 걸까. 기사에 싣지 못했지만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경제성 확보가 쉽지 않은 사업인데 서울시가 자체 용역을 진행하며 명분 쌓기를 하고 있다”며 면피성 행정을 지적했다. 서울시가 ‘이만큼 노력했다’고 보여 주기 위해 자체 용역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어려운 상황을 직시하고 무엇을 보완할지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는 것이 박 시장이 추구하는 열린 행정이다. 서울시가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이유는 KDI 용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사업 진행이 더딘 것에 대해 KDI만 비판하거나, KDI를 위한 용역이 아니라는 면피성 해명을 늘어놓을 때가 아니다. 공약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계획을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서울시민이 바라는 행정이다. min@seoul.co.kr
  • 방역당국 “13일 등교에 걱정 크다”…등교 연기에 힘 싣나

    방역당국 “13일 등교에 걱정 크다”…등교 연기에 힘 싣나

    정은경 “오늘 진행 상황 보고 교육당국과 협의”고3 학생 등교를 이틀 앞둔 11일 방역당국이 서울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추가 확산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역당국은 교육부와 등교 연기 여부를 협의 중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본부장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3시 영상 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초중고교생의 등교 일정과 관련한 질문에 “아직 계속 협의 중인 상황”이라며 “이태원 클럽 집단발병과 관련해서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어서 오늘 정도까지의 진행 상황을 보고 교육당국과 관계기관들이 협의해 의사결정을 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정 본부장은 “고3의 등교수업이 이번 주 수요일(13일)로 예정돼 있어서 교육당국과 방역당국의 걱정이 큰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발생한 국내 지역사회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9명으로, 모두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정오까지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자는 총 86명에 달한다. 계획대로라면 13일 고3을 시작으로 20일에는 고2·중3·초1~2·유치원, 27일에는 고1·중2·초3~4, 내달 1일에는 중1과 초5~6이 등교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저희(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아직 노출자 명단이 다 파악되지 않았고 접촉자에 대한 조사와 2차, 3차 전파에 대한 역학조사와 (관련) 조치가 진행 중”이라며 “지역사회 감염에 대한 위험이 어느 정도는 있다고 보고 있어서 그런 부분을 교육당국과 협의하겠다”고 설명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정부, 미국에 마스크 200만장 지원…의료현장에 공급

    정부, 미국에 마스크 200만장 지원…의료현장에 공급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의료물자 부족 사태까지 겪고 있는 미국에 마스크를 200만장을 지원했다. 외교부는 한미 코로나19 대응 공조 차원에서 미국 정부에 마스크 200만장을 긴급 지원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24일 양국 정상 통화에서 논의한 코로나19 공동대응의 후속 조치로 국내 상황과 마스크 수급, 동맹국인 미국에 대한 지원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마스크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미국 의료 현장에 공급될 예정이며 이날 새벽 출발하는 미국 측 화물기를 통해 수송됐다. 외교부는 “이번 지원을 통해 한미 양국이 코로나19라는 공동의 도전과제를 조속히 극복하고, 국제사회 내 한국의 방역 경험을 공유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미 한국대사관도 “미국의 코로나19 조기 극복 노력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향후에도 한미 동맹 정신에 기초한 다양한 협력이 지속 확대될 수 있도록 미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앞서 정부는 75만회 분량의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미국 연방정부에 유상 제공했다. 메릴랜드와 콜로라도 주에도 각각 50만회, 10만회 분량의 한국산 진단키트가 제공됐다. 정부는 지난 2005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 때 500만 달러, 2017년 허리케인 하비 및 어마 피해 때 200만 달러를 무상 지원한 바 있다. 현재 마스크 수출은 원칙적으로 금지됐지만, 정부는 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경우 인도적 지원 목적의 해외 공급을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에 마스크 지원을 공식 요청한 국가는 70여개국이다. 정부는 ▲코로나19로 피해가 크고 의료·방역 여건이 취약해 마스크를 긴급하게 필요한 국가 ▲외교·안보상 지원 필요성이 있는 국가 등을 마스크 해외 공급대상 선정기준으로 정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막대한 희생 뉴요커들의 마스크에 가린 미소 찾아내요”

    “막대한 희생 뉴요커들의 마스크에 가린 미소 찾아내요”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10일 낮 12시(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130만 9550명, 사망자는 7만 8795명이다. 그 중에서도 뉴욕주가 33만 3122명의 감염자에 희생자 2만 6612명으로 다른 어느 주보다 많다. 뉴욕시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마스크를 쓴 뉴요커들이 이렇게 밝은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점이 어쩌면 당연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로라 푹스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도 사람들이 미소를 짓게 하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 미소들이 다른 이들의 삶에도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굳게 믿었기 때문이라고 영국 BBC가 9일(현지시간) 그가 촬영한 사진들과 함께 소개했다. 물론 그는 안면 보호 마스크, 위생장갑을 낀 채 카메라를 들고 반드시 사회적(물리적) 거리를 유지한 채 먼지 방지용 마스크나 인공호흡기, N95 마스크를 쓴 이들의 미소를 담았다. 마스크를 쓰는 일상이 오래 되다 보니 거리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마주치는 이들의 눈동자에 담긴 표정을 읽어내려 애쓰게 됐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이들이 많아졌다. 마스크가 많은 부분을 가리지만 눈동자 만으로도 미소를 짓고 이를 다른 이에게 전하는 습관을 들였으면 좋겠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걸어 귀향하다 철로에서 잠든 인도 노동자 16명 화물열차에

    걸어 귀향하다 철로에서 잠든 인도 노동자 16명 화물열차에

    국가 봉쇄령이 내려진 인도에서 걸어 귀향하던 계절 노동자 16명이 철도역 철로에서 잠을 청하다 화물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중서부 마하라슈트라주 아우랑가바드에서 일어난 참극인데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주했던 이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고 걸어서 고향으로 향하다 참변을 당했다. 인도 정부는 사고 경위를 철저히 조사하라고 현지 사법당국에 지시하는 한편, 특별 열차를 편성해 숨진 이들을 고향에 운구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봉쇄령이 내려져 교통 수단이 끊기자 일자리를 잃은 빈곤층이 큰 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걸어 귀향하는 일은 매일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철도 관리들은 처음에는 아우랑가바드로 향하는 도로를 걷던 노동자들이 변을 당했다고 밝혔다가 관련 사진 등이 공개되자 뒤늦게 철로 침목에서 잠을 청하다 변을 당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36㎞ 거리를 걸어 기진맥진해 쉬기로 했다. 이들은 열차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만 잠이 들고 말았는데 화물열차가 덮친 것이다. 기관사는 정거하려 했으나 이미 희생자들을 덮친 뒤에야 열차가 멈춰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위터에 “처참한 사고 때문에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무척 화가 난다. 슈리 피유시 고얄 철도장관에게 면밀히 상황을 살펴보라고 얘기했다. 모든 필요한 지원이 주어질 것”이라고 적었다. 정부는 뒤늦게 얼마 전에야 계절 노동자들이 원하면 귀향 열차편을 특별 운행할 수 있다고 봉쇄령의 예외를 인정했으나 행정력이 미흡해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아우랑가바드는 무굴 제국의 마지막 황제 아우랑제브(Aurangzeb)가 수도로 삼았던 1653년부터 1707년까지 타지마할의 복제품인 ‘비비 까 마끄바라’, 중세 시대의 관개 시설을 보여 주는 ‘빤짝끼’ 등의 기념물을 남긴 곳으로 유명하며 커다란 바위를 깎아 만든 수십 개의 석굴이 있는 ‘엘로라’와 ‘아잔타’로 가는 길목으로 배낭 여행객의 발길을 끌어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7회] 행정처의 ‘국정원 대선개입’ 판결 시나리오… “오해 소지 있지만 불가능”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67회] 행정처의 ‘국정원 대선개입’ 판결 시나리오… “오해 소지 있지만 불가능”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각종 재판과 관련된 ‘시나리오’와 같은 대응방식을 적은 법원행정처의 문건은 여러 아이디어를 모은 것일 뿐 행정처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고 전직 고위 법관이 거듭 강조했다.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법원행정처장)의 66회 재판에는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냈던 강형주 전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2014년 8월부터 다음해 8월까지 법원행정처 차장을 지낸 강 전 법원장은 임종헌 전 차장의 전임자로 박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일 때 함께 일하며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 개입 및 물의야기 법관 등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의혹을 받았다. 당시 임 전 차장은 기획조정실장이었다. 임 전 차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과 함께 전직 행정처 고위 법관 가운데 핵심 증인 중 한 명인 강 전 법원장은 이날 증인신문을 시작으로 모두 세 차례 법정에 나와 증인신문을 하게 됐다. 검찰은 이날 강 전 법원장에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댓글개입 사건과 관련된 판결에 행정처가 개입한 의혹에 대해 먼저 물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 임 전 차장은 2015년 2월 9일 선고가 예정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항소심을 앞두고 행정처가 선고 결과 및 판결에 따른 파장 등을 예상하며 대응책을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정다주 당시 기획조정심의관에게 시나리오가 담긴 문건을 작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심의관이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의 문건을 작성하도록 직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유죄’ 판결 시 정치권 반응 및 대응 시나리오 “상당한 파장” 정 전 심의관이 작성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사건 관련 검토(2015년 2월 8일자)’ 문건에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증세 논란 등으로 국정 난맥상 계속’, ‘신임 원내대표 선출→朴心(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되지 않고 오히려 레임덕 우려’ 등 당시 청와대와 여권의 정세 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1심 판결 선고 당시 ‘환영·안도’했다는 반응까지 자세히 적혔다. ‘BH(청와대)→비공식적으로 사법부에게 감사 의사를 전달하였다는 후문/ 새누리당→큰 짐을 덜었다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 야당에 역공’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일부 유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대해 여권이 사법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냈다는 것이다. 반면 당시 야권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정치 개입은 맞는데 선거 개입이 아니라는 궤변으로 민주주의를 조롱하고 국민을 모욕했다…수치스러운 판결’이라고 1심 판결을 비판했다는 내용도 함께 적혔다. 이후 항소심 판결 결과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는 대법원 특별조사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이 확인됐을 때부터 많은 법원 안팎에 많은 충격을 주었다. 2018년 대법원 특별진상조사단은 국정원 댓글개입 사건 관련 행정처 문건 4건을 공개하면서도 “재판 개입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If 항소기각 판결(1심 결론 유지) → 파장 최소화’ ‘If 파기·공직선거법 유죄 판결91심 결론 번복) → 상당한 파장’ 특히 1심 판단이 뒤집힐 경우에 대해 ‘정권의 정당성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됨’, ‘국면 전환 조치의 방향이 사법부를 향하게 될 가능성이 큼 - 시나리오① 직접적·적극적 조치: 전면적 사법개혁 시도/ 시나리오② 간접적·소극적 조치: 중점 추진 사법정책 반대, 사법부 예산 편성 비협조’ 등의 복잡한 전망이 나열됐다. 특히 1심 판단이 뒤집힐 경우 청와대가 사법부에 보복을 하게 되면 당시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상고법원의 입법 추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강 전 법원장은 상당 부분의 질문에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난다”, “정확히 기억할 수 없다”, “세밀하게 기억하지 못한다”는 등의 답변으로 즉답을 피했다. “정 전 심의관이 이 문건을 누구의 지시로 작성했느냐”는 질문부터 “정 판사가 저한테 얘기 안 했던 것 같다”면서 “기억은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처장 주재 회의에서 언급됐으니 지시도…”라고 검찰이 묻자 박 전 대법관의 변호인이 가정적인 질문이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박 전 대법관이 지시했는가“ 검찰이 다시 묻자 강 전 법원장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고 답했다. “문건에 있는 내용 가운데 ‘1심 선고 관련 청와대와 여당이 안도하는 분위기였고 비공식적으로 감사인사를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는 질문에 강 전 법원장은 “아마 저 문건을 보고 알았던 것 아닌가” 추측했다. “처장이나 차장 주재 회의에서 언급됐던 사실이 없었나”라는 질문에도 “언급됐을 가능성은 있는데 지금으로선 기억이 분명치 않다”고 했다. 검찰이 “정다주는 ‘임종헌이 작성을 지시하면서 구체적인 내용과 청와대 관련 내용을 불러줬다’고 진술했는데 증인은 이 보고서를 보고 비로소 알게 됐다는 것인가“ 재차 물었지만 “알았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기억이 선명치 않다는 것”이라고 했다. “알았다면 어떤 경로로 알았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실장회의에서 이야기가 됐을 수도 있고”라고 말했다. ●1심 파기 시 ”전교조 사건·댓글사건 상고심 등 신속처리“ 방안 거론 문건 속 ‘대응방향’도 판결 결과에 따라 구분됐다. 1심 결론이 유지되는 항소기각 판결이 나온다면 정치권을 향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법부 내부에서 불만이나 갈등이 표출되지 않도록 내부 결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우선 거론됐다.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 게시판에 비판글이 게시되는지를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해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법원 정기인사도 최대한 빨리 해야한다는 등의 방안이 제시됐다. 정기인사가 나면 판사들이 새로운 임지로 떠날 준비를 하느라 판결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반면 1심 판결이 깨지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판단될 경우에는 청와대와 여권에 대한 대응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문건은 강조했다. 상고법원 입법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여권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선 나왔다. 가장 논란이 됐던 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 등 관심 사법 현안 신속 처리’ 문구였다.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자 청와대가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후문이 있고, 지금까지도 사법 관련 최대 현안으로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만일 대법원의 결론이 재항고 인용 결정이라면 최대한 조속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 사법부에 대한 불만 완화 효과 + 원세훈 사건도 대법원에서 결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교정될 것이라는 암시 제공 효과’. 또 국정원 댓글사건도 대법원에서 빠른 시일에 선고를 해야한다고 기재됐다. 검찰은 이러한 문구들을 언급하며 “행정처에서 ‘상고심 신속처리’ 등을 대응방안으로 하는 건 행정처가 대법원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 아닌가” 물었다. 강 전 법원장은 “구체적으로 (행정처가 재판부를) 통제할 위치에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따. “이 문구 자체는…”이라고 검찰이 다시 물으려 하자 강 전 법원장은 “그러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는 덧붙였다. “이 문건을 보고받을 당시 행정처가 문건에 기재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수정이나 보완 요구를 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얘기 안 했던 것 같다”고 했다. 검찰은 “(재판에)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취지로 방금 진술한 것이 맞나” 거듭 확인했다. 그리고 강 전 법원장도 “원론적으로 그거는 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이어진 검찰의 질문에 이번에는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이 이의를 제기했다. “처장과 대법원장까지 보고되는 행정처 문건에 증인 말씀대로라면 심의관들이 현실적으로 실현 어려운 대응방안을…(왜 적었느냐)” (검찰) “이의 있습니다. 문건의 성격에 대해 사실로 확정적으로 인정된 것도 아닌데 마치 그것이 대법원장에게 보고가 예정돼 있고 보고된 것처럼 전제로 신문하다는 것은 곤란합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 “바꿔서 질문하겠습니다. 처·차장이나 대법원장까지 보고되는 문건에 실무자들이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방안을 기재할 수 있습니까? 증인 말씀대로라면 실현 불가능한데, 그런 부분이 행정처 문건에 기재가 가능한 건지….” (검찰) “여러가지… 아이디어 차원, 립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강 전 법원장) “중요 사건의 판결 선고 전후로 그 같은 내용을 검토해 보고서를 쓰는 건 통상적인 업무관행이었습니까?” (검찰) “통상적이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지만 저 문건 보면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합니다.” (강 전 법원장) “문건이 더 있을 거라는 말씀입니까?” (검찰)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강 전 법원장) ●“대법원장에 보고됐는지는 말할 수 없어”…선고 후 각계 동향 보고 문건도 검찰은 이 문건이 어디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는지도 확인했다. 강 전 대법원장은 이번에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내용을 토대로 어느 선까지 보고될 만한 내용인지 다시 묻자 “중요도로 보면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법원장까지 보고될 성격의 문건인가“라는 검찰의 질문에는 “그 부분은 제가 직접적으로 보고 안 드렸기 때문에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해 2월 9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김상환)는 국정원 댓글사건 2심 선고에서 국가정보원법 위반은 물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했고 원 전 원장은 법정 구속됐다. 그리고 다음날 정 전 심의관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다. 청와대와 여권의 반응에는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 →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이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이와 같은 내용을 실장회의 등에서 논의한 적 있느냐고 검찰이 물었지만 강 전 법원장은 “가능성은 있는데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비단 상고법원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청와대 관련 사항은 중요하고 민감한 내용이어서 임종헌(당시 기조실장)이 증인에게 보고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라고 다시 확인을 요구하자 강 전 법원장은 “원론적으로는 그렇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련 보고의 진위나 이를 확인하게 된 경위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 문건에는 향후 대응방안으로 항소심 판결과 1심 판결을 면밀히 검토해 신속처리를 추진하도록 돼있고, 기록 접수 전이라도 법률상 오류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쓰여있는데 관련 내용을 증인이 지시한 사실이 있습니까?” (검찰) “그런 기억 없습니다.” (강 전 법원장) “행정처에서 계속 중인 사건이라도, 기록이 접수되기 전이라도 법률상 오류를 면밀히 검토하라는 것은 세부적 절차를 행정처가 관여할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 “오해의 소지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봅니다.” (강 전 법원장) “증인 스스로 처장 또는 대법원장까지 보고될 수 있다고 판단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현 불가능한 내용을 이런 문건에 담아도 되는 건가요?” (검찰) “글쎄. 제가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강 전 법원장) “증인이 차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구체적 사건 처리 시기 등을 검토한 사례가 또 있었습니까?” (검찰) “기억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강 전 법원장) 선고 이후 문건의 대응방안에는 ‘계속 수세적 입장을 취하는 방안 vs 수세적 입장을 유지하면서 국면 전환을 꾀하는 방향’, ‘상고심 판단이 남아있고 BH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 →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를 쥘 수도 있음’, ‘상고심 처리를 앞두고 있는 기간 동안 상고법원과 관련한 중요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추진을 모색하는 방안 검토 가능 → 다만 역풍 가능성이 극히 우려되므로 모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 있음’의 방안들이 나열됐다. 이런 내용들이 문건에 적혀있는 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검찰이 물었다. 그는 “원론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이나 보완을 지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묻는 질문에는 “특별히 제가 수정이나 보완을 지시할 필요성을 그 때는 못 느꼈던 게 아닌가. 정확한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문건의 대응방안이 실제로 실현됐는지도 알지 못했고, 후속 조치가 논의됐는지는 가능성은 있지만 상세한 기억이 없다고도 거듭 거리를 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피고 지는 것이 우리 인생, 웃음꽃 필 날 기다리며…

    피고 지는 것이 우리 인생, 웃음꽃 필 날 기다리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곳곳이 신음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 해 매출이 성수기 환경에 좌우되는 화훼농가는 직격탄을 맞은 시장이다. 졸업식과 입학식, 결혼 등 크고 작은 행사들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간소하게 치러진 탓이다. 경기 남부 지역의 최대 화훼 재배 지역인 용인시 남사화훼단지를 찾아 농가의 목소리를 들어 봤다.이른 아침의 수국농장. 꽃봉오리가 채 올라오지 않은 푸릇한 수국 화분 수백여개가 트럭에 실리고 있었다. 본래는 꽃이 핀 분재 형태로 출고됐지만 최근 몇 달간 경매시장에 간 꽃들은 대부분 유찰돼 그대로 반품된 처지다. 그렇게 돌아온 꽃들은 상품 가치가 떨어져 처리하는 것만도 큰 일. 처치 곤란한 천덕꾸러기로 버려지느니 싼값에라도 조경용으로 대량 판매하는 것이 그나마 해결 방법인 것이다. 일부는 트럭으로 실려 나가지만 농장 곳곳엔 출하도 못한 채 엎어 버린 화분이 군데군데 무덤처럼 쌓여 있었다. 농장주 입장에서는 수입재여서 가격이 만만찮은 용토라도 건져 재활용해 보고 싶은 심산일밖에. 본래 도매만 취급했지만 반품된 수국을 소매로라도 팔아 볼까 싶어 농장 주인은 마른 잎을 정리하고 있었다.인근 카네이션 농장도 가정의 달을 맞아 모처럼 분주해졌다. 비닐하우스 가득 빨갛게 꽃을 피운 카네이션 출하에 한창이다. 일손이 모자라 먼 데서 가까운 데서 지인들이 다 동원됐다. 관광버스업을 하던 홍성덕(58)씨도 함께했다. 코로나19는 국내 관광업에도 큰 해를 끼쳤다. 한동안 일거리가 전혀 없었다는 홍씨는 직원들을 데리고 합류했다. 어차피 일감이 없으니 농장 일이라도 거들겠다는 것이다. 농장 주인은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도 이렇게 잠도 못 자고 정성 들여 키운 꽃들이 빛을 볼 수 있어 다행”이라며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10여종의 장미를 재배하는 화성시의 한 농장. 농장주 김원일(61)씨는 “장미는 연중 재배하고 판매할 수 있는데도 코로나19 파동을 이길 수 없어 간신히 본전치기”라고 했다. 유동 인구가 줄어 가격이 3분의1 가까이 떨어진 데다 연료비까지 올라 수지가 맞지 않았다. 꽃은 온도, 습도 등의 관리 유지비와 인건비가 한 달에만 수백, 수천만원씩 들어가기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김씨는 “팔면 팔수록 손해여도 피고 지는 것이 꽃의 순리니 그저 시장에 내보낼 도리밖에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화훼 소비액은 1만 1888원이다. 그동안 국내 꽃시장은 기형적으로 발전했다. 전체 꽃 소비의 약 80%가 경조사용. 꽃은 특별한 날에 누군가로부터 받는 것이라는 인식이 크다.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화훼농가를 돕고자 다양한 곳에서 꽃을 기부하고 나눠 주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런 움직임은 다행스럽지만 행여나 ‘꽃은 받는 것’이라는 편견을 심어 주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다.화훼유통업을 하는 권영석씨는 “태풍이든 전염병이든 위기는 다시 올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위기를 견뎌 내는 실험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민간육종가연합회 임육택 회장은 “얼마 전 대형마트에서 만난 손님이 ‘놀러도 못 나가는데 집에서 꽃이라도 봐야지’ 하더라. 맞는 말이다.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꽃만 한 것이 세상에 또 없다”며 웃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모두 고단하고 팍팍해진 이 시간. 오늘 문득 나를 위한 꽃 한 다발, 어떨까. 글 사진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성중기 서울시의원 “위례신사선 청담사거리역 추가설치 청원 가결 환영”

    도시철도 위례신사선 예정노선에 청담사거리역을 신설·추가해 줄 것을 골자로 하는 ‘위례신사선 청담사거리역 추가설치에 관한 청원’이 지난달 29일 제293회 서울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됐다. 위례신도시와 강남구 신사동을 잇는 위례신사선은 민간투자사업 형태로 총 사업비 1조 4847억 원, 11개 정거장을 포함한 총 연장 14.7㎞ 규모로 추진 중이다. 지난 2018년 11월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 민자적격성 조사 이후 서울시 재정계획심의 및 기획재정부의 민간투자심의를 통과했다. 이어 지난 2019년 11월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5개 컨소시엄에 대한 사업제안서 평가를 통해 (가칭)강남메트로 주식회사(주간사 GS건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강남구 청담사거리 일대는 한류스타거리, 명품·패션거리 등이 포함되어 있는 도보관광의 중심지이자 국내외 패션·엔터테인먼트 본사와 상업시설이 밀집되어 있어 서울시내에서도 일일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손꼽힌다. 또한 해당 지역은 청담동 주민센터와 우체국 등 공공기관이 위치해 있고 다수의 공동주택과 다세대 주택도 산재해 있다. 도산대로와 삼성로가 교차하는 청담사거리에 위례신사선의 역을 추가·신설할 경우 대중교통 이용편의가 증진되고, 불필요한 승용차 이용이 줄어들면서 청담동 일대 고질적인 주차난과 교통 혼잡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가 채택한 청원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청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청원을 처리하고 그 처리결과를 지체 없이 지방의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 경제적·재무적 타당성과 함께 운영계획 전반을 면밀히 검토하고 관계기관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청원을 소개한 성중기 서울시의원(강남1, 미래통합당)은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으로 청담나들목 일대 교통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청원가결은 일대 주민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이라고 적극 환영했다. 또한 “현재 계획되어 있는 노선대로라면 청담-학동사거리 간 거리가 약 2km에 이르러 지역주민과 교통약자의 도시철도 이용 불편이 예상된다”며 “청원에 동의한 1만 4000여 명 주민의 힘을 모아 청담사거리역 신설을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강력한 추진의지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훈련 중 동성후배 바지 벗긴 쇼트트랙 임효준 벌금형

    훈련 중 동성후배 바지 벗긴 쇼트트랙 임효준 벌금형

    벌금 300만원 선고·40시간 성폭력치료 이수 명령 훈련 도중 동성 선수를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쇼트트랙 전 국가대표 임효준(24)씨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7일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 이수를 명령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주장처럼 장난스러운 분위기에서 사건이 벌어졌다고 해도, 피고인은 본인의 행동으로 피해자의 엉덩이가 노출되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형에 대해서는 “추행의 정도와 경위가 가볍지 않지만, 피고인이 초범이고 사건 당시 장난을 치려는 의사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형 처분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임씨는 지난해 6월 1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센터에서 체력훈련 중 훈련용 클라이밍 기구에 올라가고 있던 대표팀 후배 A씨의 바지를 잡아당겨 신체 부위를 드러낸 혐의를 받았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동성 선수 추행 혐의’ 前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 1심 벌금형… “미필적 고의 인정”

    ‘동성 선수 추행 혐의’ 前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 1심 벌금형… “미필적 고의 인정”

    훈련 도중 동성 선수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임효준(24)씨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오덕식 부장판사는 7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임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오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장난스러운 분위기에서 행동했다고 해도 피고인의 행동으로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제추행은 가해자의 흥분이나 만족과 같은 주관적 목적까지가 아니더라도 미필적 고의만으로 성립이 가능하다”면서 “당시 폐쇄회로(CC)TV를 보면 피고인이 사과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춤을 추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는 모습도 나왔다”고 지적했다. 오 부장판사는 다만 “피고인의 주장처럼 장난을 치는 의사도 일부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고 징계처분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분은 적절하지 않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임씨의 직업과 연령을 고려해 취업제한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임씨는 지난해 6월 진천선수촌 웨이트트레이닝센터에서 체력훈련을 하던 중 훈련용 클라이밍기구에 올라가고 있는 후배 선수의 바지를 내려 신체 일부를 노출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임씨는 재판에서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장난을 쳤을 뿐 추행할 의도가 없었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지난 3월 결심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짙은 남색 정작을 입고 재판에 법정에 나온 임씨는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진상조사를 벌인 뒤 임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 자격정지 1년의 징계를 내렸다. 민나리 기자 mnin1028@seoul.co.kr
  • “文 지지” 64%… 슈퍼여당 역할 못하면 민심 언제든 돌아선다

    “文 지지” 64%… 슈퍼여당 역할 못하면 민심 언제든 돌아선다

    3년차 4분기 MB 47%… 文 45.9%로 2위 文, 4분기 직후 급상승 골든크로스 기록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62%도 넘어서 총선 압승·코로나 대응 호평 ‘허니문’ 계속 ‘레임덕’에서 자유로운 첫 정부 가능성도오는 10일 취임 3주년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언제까지 고공행진을 이어 갈지 주목된다. 임기 반환점을 돈 역대 대통령들은 대부분 저조한 성과, 측근 비리, 당청 관계 악화에 따른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에 허덕였지만, 문재인 정부는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의 전례 없는 압승으로 예외적 상황에 놓였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28~29일 여론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고)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응답은 64%, 부정 응답은 26%로 나타났다. 지난해 하반기 40%대 초반까지 바닥을 쳤던 지지율이 현 정부의 ‘리즈 시절’(황금기)인 평양남북정상회담 이후(2018년 10월 3주·62%)를 넘어선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로 떠났던 민심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정부 방역이 호평을 받으면서 되돌아 왔다. 5년 단임제 개헌 이후 역대 대통령 지지율의 3년차 4분기(문 대통령은 2020년 1~3월·한국갤럽) 평균치를 비교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47.0%로 가장 높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43.0%, 노무현 전 대통령 23.0% 등이었다. 문 대통령은 45.9%로 이 전 대통령에 이어 2위다. 현 추세대로라면 4년차 1분기 평균 지지율은 문 대통령이 역대 최고점을 찍을 것이 확실시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3년차 4분기 직후인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골든크로스’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리서치앤리서치 김규화 연구팀장은 “지난 2월 중반까지 정부 실정으로 여겨졌던 코로나19 사태가 ‘드라이브 스루’,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거치며 호평을 받으며 반전이 이뤄졌다”면서 “고공 지지율을 보이는 ‘허니문 현상’이 드물게 임기 중후반에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경제위기 극복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지지율 고공행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경우 역대 대통령이 피하지 못한 레임덕으로부터 자유로운 첫 정부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1대 국회에서 거대 여당이 책임 있는 국정운영 실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민심은 언제든 돌아설 수도 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마스크 쓰라는 경비원에 총격까지… 美, 거리두기 놓고 곳곳서 ‘충돌’

    마스크 쓰라는 경비원에 총격까지… 美, 거리두기 놓고 곳곳서 ‘충돌’

    봉쇄 완화 요구 무장시위대, 폭탄 소지도 잇단 방역 지침 위반에 일부지역 재봉쇄 이동제한 완화 등 미국 사회가 점차 정상화에 들어가는 가운데 ‘생활 속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와 마스크 착용을 놓고 폭력은 물론 총기 사고까지 벌어지는 등 곳곳에서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주정부는 공권력을 동원해 외출 및 나들이 인파 단속에 나섰지만 거센 반발에 직면하는 등 역부족인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17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7만명에 육박하는 등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단계다. 이날 CNN 방송은 미시간주의 한 소도시 매장에서 상점 경비원이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이를 거부하는 고객 일행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사망한 40대 경비원은 한 여성 손님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가 말다툼이 일었고, 이 손님은 20분 뒤 남편, 아들과 함께 다시 매장에 나타났다. 남편이 아내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며 경비원에게 따졌고, 흥분한 아들이 경비원을 향해 총을 쐈다고 CNN은 전했다. 텍사스주의 한 공원에서는 밖에 나온 시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지키라고 당부한 텍사스주 기마경찰대원이 공격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소셜미디어 등에 퍼진 동영상을 보면 친구들과 무리를 짓고 있던 한 청년이 “서로 흩어져 있으라”고 말하는 대원을 밀어 공원 호수에 빠뜨리고 조롱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청년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일각에서는 공권력과의 충돌 상황에 이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반발한 테러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전날 콜로라도주에서는 봉쇄 해제를 요구하며 총기 무장시위를 선동한 한 50대 남성이 사제폭탄을 소지한 혐의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기본적인 방역지침도 지키지 않는 무질서한 모습이 반복되면서 다시 봉쇄 조치를 강화하는 사례도 나왔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비치 경찰은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며 사우스 포인트 파크를 다시 폐장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앞서 1~3일에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아 경고 조치를 받은 사례가 7300여건에 이른다. 버지니아주는 확진자 수가 5만명을 넘어서자 자택대피령을 14일까지 재연장하기로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장수’ 낙마하고 목소리만 컸다… 갈길 먼 검찰 개혁

    ‘장수’ 낙마하고 목소리만 컸다… 갈길 먼 검찰 개혁

    국론 분열 부른 조국은 35일 만에 사퇴 추미애 강공에도 수사·기소 분리 아직 특수부 축소 문무일, 수사권 조정 이견 윤석열 “공수처법에 독소조항” 반발문재인 정부의 사회 분야 숙원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렸다는 의미가 있다.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넘겨 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상징이자 촛불 세력에 대한 약속인 검찰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갖춘 건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개혁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까지 공수처 설치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2018년부터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됐어야 한다. ‘국회’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계획이 크게 틀어진 셈이다. 전쟁터에서 싸울 ‘장수’(법무부 장관)들이 불미스러운 일들로 낙마한 데다 목소리는 컸지만 ‘내용’(검찰개혁 세부안)은 부실한 탓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법무부 장관에 비(非)검찰 출신을 중용했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첫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경환(72) 후보자는 ‘도장 위조 혼인신고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명 5일 만에 사퇴했다. 비고시·비검찰 출신으로 검찰개혁 적임자로 평가된 인물이 문재인 정부 공직 후보자 중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2개월이 지나서야 박상기(68) 연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법무·검찰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 “개혁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인상적인 취임사를 남기며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검찰을 휘어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령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개혁 작업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수사권 조정 작업을 주도한 조국(55)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조 전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로 35일 만에 물러났다. 조 전 장관 때 검찰개혁 이슈가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 슬로건으로 변질돼 극심한 국론 분열을 야기한 건 문재인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겼다. 일부에서는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시했고, 보수 야권에서는 “검찰개혁이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월 취임한 5선 의원 출신 추미애(62) 장관은 검찰개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초반부터 강공 전략으로 일관했고, 이는 검찰의 반발을 샀다. 추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을 돌아보며 “투명하고 공정한 법무행정을 위해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고,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반복돼 오던 많은 일을 법과 원칙, 인권의 관점에서 시정해 왔다”고 자평했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화 단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세 명의 장관을 거치는 동안 검찰에서는 문무일(59) 전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7월 윤석열(60) 검찰총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문 전 총장은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41개 지청 특수 전담과 2개 지검(울산·창원)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데 앞장섰다. 대검 인권부가 설치된 것도 문 전 총장 때다. 문 전 총장은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직접수사 통제 대신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만 빼앗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검찰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직접수사 부분을 손보는 데 소극적이었다. ‘헌법주의자’라는 윤 총장을 총장직에 앉힌 것도 문재인 정부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11월 8차례에 걸쳐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공수처법에 수사기관의 즉시 통보 의무 조항이 삽입되자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했다. 검찰개혁의 기틀이 마련됐지만 실제 국민 피부에 와닿는 개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도기 과정에서 경찰이 법 적용 등에서 실력을 키우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 불편이 더해지고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정치적 열정을 가라앉히고 내실 있는 변화를 위한 전력 투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K베이스볼, 전 세계에 희망을 던졌다

    K베이스볼, 전 세계에 희망을 던졌다

    ESPN·알자지라 방송까지 취재 경쟁 美야구팬 85% “KBO리그 시청할 것” MLB 스타 무키 베츠, 한국야구 극찬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의 메이저리그가 역병으로 열리지 못하는 와중에 38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가 역경을 딛고 5일 개막한 광경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도 생전에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한 달 이상 늦은 5월에 개막한 것도, 무관중으로 개막한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래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을 엄두도 못 내는 149년 역사의 미국 프로야구와 84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다. 지난달 12일 대만 프로야구가 앞서 개막하긴 했지만 대만은 프로팀이 4개뿐이어서 유력 프로리그 중에선 한국이 가장 먼저 개막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프로야구 개막은 예년과 달리 야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곳곳의 유력 프로스포츠가 올스톱된 상태여서 전 세계의 눈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계적 스포츠채널인 ESPN이 개막전부터 미국에 생중계를 시작했고, 인천에서 열린 SK와 한화의 개막전엔 AP통신 등 11개 외신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야구에 큰 관심이 없을 법한 중동의 유력 매체 알자지라 방송의 기자까지 나타나 SK 염경엽 감독에게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소감을 말해 달라”고 묻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현역 슈퍼스타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이날 소셜미디어에 “KBO리그는 열정적이고 트렌디하고 화려하고 풍성하다. 야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믿기 어려운 일도 일어났다. 그는 한국어로 ‘야구’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구사했다. 미국 야후스포츠가 이날 ‘2020시즌 KBO 야구를 TV로 보겠는가’라고 물은 설문조사에 미국 야구팬의 85%가 ‘보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외국의 비상한 관심들을 놓고 ‘K방역’에 이어 ‘K베이스볼’이라는 말도 나온다. K베이스볼은 전 국민적인 방역 노력에 스포츠인들도 적극 동참한 결과다. 선수들은 호흡 곤란에도 마스크를 쓰고 연습경기를 뛸 정도로 방역에 힘썼고 외국인 선수들은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라는 고통스런 시간을 참아냈다. 그 결과 한국 프로구단 중에서는 이날 현재까지 단 한 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이날 “전 세계 프로 스포츠 대부분이 멈춰 있는 요즘, 무관중으로라도 프로야구를 개막하는 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헌신적으로 싸워 주신 의료진과 당국의 안내에 따라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이행해 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와 코로나19의 싸움은 이제 ‘개막’했을 뿐이다. 앞으로 야구단에서 자칫 1명이라도 감염자가 나올 경우 리그는 올스톱되고 144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을 빌리자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김상연 체육부장 carlos@seoul.co.kr
  • 잇따른 ‘믿을맨’ 사퇴…숙제로 남은 검찰개혁 정치화

    잇따른 ‘믿을맨’ 사퇴…숙제로 남은 검찰개혁 정치화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검찰개혁 어디까지 왔나공수처법 통과 성과에도개혁 속도 기대에 못미쳐문재인 정부의 사회 분야 숙원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렸다는 의미가 있다.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넘겨 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상징이자 촛불 세력에 대한 약속인 검찰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갖춘 건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개혁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까지 공수처 설치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2018년부터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됐어야 한다. ‘국회’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계획이 크게 틀어진 셈이다. 전쟁터에서 싸울 ‘장수’(법무부 장관)들이 불미스러운 일들로 낙마한 데다 목소리는 컸지만 ‘내용’(검찰개혁 세부안)은 부실한 탓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법무부 장관에 비(非)검찰 출신을 중용했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첫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경환(72) 후보자는 ‘도장 위조 혼인신고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명 5일 만에 사퇴했다. 비고시·비검찰 출신으로 검찰개혁 적임자로 평가된 인물이 문재인 정부 공직 후보자 중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2개월이 지나서야 박상기(68) 연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법무·검찰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 “개혁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인상적인 취임사를 남기며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검찰을 휘어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령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개혁 작업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수사권 조정 작업을 주도한 조국(55)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조 전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로 35일 만에 물러났다. 조 전 장관 때 검찰개혁 이슈가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 슬로건으로 변질돼 극심한 국론 분열을 야기한 건 문재인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겼다. 일부에서는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시했고, 보수 야권에서는 “검찰개혁이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지난 1월 취임한 5선 의원 출신 추미애(62) 장관은 검찰개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초반부터 강공 전략으로 일관했고, 이는 검찰의 반발을 샀다. 추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을 돌아보며 “투명하고 공정한 법무행정을 위해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고,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반복돼 오던 많은 일을 법과 원칙, 인권의 관점에서 시정해 왔다”고 자평했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화 단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세 명의 장관을 거치는 동안 검찰에서는 문무일(59) 전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7월 윤석열(60) 검찰총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문 전 총장은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41개 지청 특수 전담과 2개 지검(울산·창원)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데 앞장섰다. 대검 인권부가 설치된 것도 문 전 총장 때다. 문 전 총장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직접수사 통제 대신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만 빼앗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검찰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직접수사 부분을 손보는 데 소극적이었다. ‘헌법주의자’라는 윤 총장을 총장직에 앉힌 것도 문재인 정부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11월 8차례에 걸쳐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공수처법에 수사기관의 즉시 통보 의무 조항이 삽입되자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했다. 검찰개혁의 기틀이 마련됐지만 실제 국민 피부에 와닿는 개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도기 과정에서 경찰이 법 적용 등에서 실력을 키우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 불편이 더해지고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정치적 열정을 가라앉히고 내실 있는 변화를 위한 전력 투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미국·일본이 못한걸 한국야구가 해냈다…‘K베이스볼’의 위력

    미국·일본이 못한걸 한국야구가 해냈다…‘K베이스볼’의 위력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역병으로 열리지 못하는 와중에 38년 역사의 한국 프로야구는 역경을 딛고 5일 개막한 광경은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도 생전에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한달 이상 늦은 5월에 개막한 것도, 무관중으로 개막한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래도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을 엄두도 못내는 149년 역사의 미국과 84년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 비하면 놀라운 일이다. 지난달 12일 대만 프로야구가 앞서 개막하긴 했지만 대만은 프로팀이 4개 뿐이어서 유력 프로리그 중에선 한국이 가장 먼저 개막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프로야구 개막은 예년과 달리 야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평가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 곳곳의 유력 프로스포츠가 올스톱된 상태여서 전 세계의 눈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세계적 스포츠채널인 ESPN이 개막전부터 미국에 생중계를 시작했고, 인천에서 열린 SK와 한화의 개막전엔 AP통신 등 11개 외신이 몰려 취재 경쟁을 벌었다. 야구에 큰 관심이 없을 법한 중동의 유력 매체 알자지라 방송의 기자까지 나타나 SK 염경엽 감독에게 “전 세계 많은 이들에게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소감을 말해달라”고 묻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현역 슈퍼스타 무키 베츠(LA 다저스)가 이날 소셜미디어에 “KBO리그는 열정적이고 트렌디하고 화려하고 풍성하다. 야구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올리는 믿기 어려운 일도 일어났다. 그는 한국어로 ‘야구’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구사했다. 미국 야후스포츠가 이날 ‘2020시즌 KBO 야구를 TV로 보겠는가‘라고 묻는 설문조사에 미국 야구팬의 85%가 ‘보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한국 야구에 대한 외국의 범상치 않은 관심들은 모두 사상 처음 있는 일이어서 ‘K방역’에 이어 ‘K베이스볼’이라는 말도 나온다. K베이스볼은 전 국민적인 방역 노력에 스포츠인들도 적극 동참한 결과다. 선수들은 호흡 곤란에도 마스크를 쓰고 연습경기를 뛸 정도로 방역에 힘썼고 외국인 선수들은 입국 후 2주간 자가격리라는 고통스런 시간을 참아냈다. 그 결과 한국 프로구단 중에서는 이날 현재까지 단 한명의 감염자도 나오지 않았다.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이날 “전 세계 프로 스포츠 대부분이 멈춰 있는 요즘, 무관중으로라도 프로야구를 개막하는 건 코로나19 방역의 최전선에서 헌신적으로 싸워주신 의료진과 당국의 안내에 따라 방역 수칙을 철저하게 이행해 주신 국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프로야구와 코로나19의 싸움은 이제 ‘개막’했을 뿐이다. 앞으로 야구단에서 자칫 1명이라도 감염자가 나올 경우 리그는 올스톱되고 144경기를 제대로 치를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의 명언을 빌리자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김상연 체육부장 carlos@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코로나19, 무명의 헌신과 희생/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코로나19, 무명의 헌신과 희생/박찬구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100일을 넘겼다. 코로나19는 습자지에 물이 번지듯 순식간에 공동체를 파고들었다. 초기의 낯섦은 당혹으로, 이내 공포로 변했다. 방역당국 통계를 보면 국내 확진환자 100명 가운데 2명 이상이 숨졌다. 고령자는 치명률이 더 높다. 70대는 10%, 80대는 24%를 웃돈다. 빈자도 부자도, 권력자도 서민도 예외가 아니다. 발 빠른 바이러스의 위세에 ‘사회적 동물’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아이러니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 희생자 통계에 가슴을 졸인다. 방역당국의 표현대로라면 ‘국난(國難) 상황’이다. 그렇게 100일이 지났다.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치료제와 백신이 개발돼 상용되기까지는 1년, 2년, 아니면 수년이 걸릴지 모른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로 국내 신규 확진환자가 하루 10명 안팎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방역당국은 물론 어느 전문가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길 꺼린다. 오히려 제2, 제3의 파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일치된 견해다. 장기화의 그늘 속에 일상생활의 모든 기준과 척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뉘게 될 테다. 바이러스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일상을 시민들은 하릴없이 반복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국내 상황이 다소 안정세를 보이자 해외에서는 ‘K방역’ 모델을 주목한다. 감염병 진단기법과 선별진료소 운영시스템 등 ‘검사·확진’, 모바일 자가격리관리앱 등 ‘역학·추적’, 생활치료센터 운영과 확진자 디지컬로그 공유 등 ‘격리·치료’의 3단계 대응 체계를 말한다. 하지만 방역시스템만으로 현재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방역체계가 골목골목, 가가호호, 드러나지 않고 잠복한 사각지역까지 온전히 스며들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을 맡고 있는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코로나19 브리핑을 할 때마다 언급한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국민들의 이해와 참여, 질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헌신과 노력, 병원에서 청소와 소독 업무에 애써 주시는 미화원분들, 매일 밤낮으로 의료폐기물을 수거하고 소각하는 청소업체 종사자 등의 노력과 참여가 코로나19 안정화를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람에 대한 애정과 연대의식, 공동체를 지켜 내겠다는 시민들의 자발적 헌신과 희생을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어떤 대가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전염병 창궐이라는 부조리한 상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많은 사람이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는 얘기다. 단지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바이러스와 싸울 이유는 충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 그렇다고 굳이 기억되거나 칭송받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들, 이들의 자유의지가 코로나19 상황을 억제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사실, 그것이 김 차관의 소회이자 ‘K방역’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시스템의 문제라기보다 사람의 문제다. 가는 봄에,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공동체의 역할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단순히 개인과 바이러스의 싸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동체를 지키고 살려 내기 위한 우리 모두와 바이러스의 싸움이다. 내 몸이 탈진하고 방전돼도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 내기 위해 밤낮없이 분투하는 선의의 의지, 그게 없다면 상흔은 깊고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바이러스에서 나만 살아남겠다는 탐욕과 ‘나 하나쯤이야’라는 이기심만 남을 테다. 굳이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고 각자의 현장에서 땀 흘리는 무명의 시민들, 그들이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희망이요, 존재 이유다. 봄이 간다. 다시 찾아올 봄에도 우리의 터전에는 싹이 트고 꽃이 필 테다. ckpark@seoul.co.kr
  • 연습경기를 알면 롯데 주전이 보인다? 롯데 포수 누가 될까

    연습경기를 알면 롯데 주전이 보인다? 롯데 포수 누가 될까

    프로야구 10개 구단 1일 연습경기 모두 마쳐롯데 연습경기 내내 주전 라인업 고정 내보내수비 중요한 포지션이나 공격도 필요한 포수정보근 vs 지성준 격전지 안방마님 누가될까 롯데 자이언츠의 연습경기는 주전 포수에 대한 답을 줄까. 프로야구가 지난 21일부터 시작한 연습경기를 모두 마치면서 시즌 개막 준비에 분주하다. 각 팀별로 격전지로 꼽히는 포지션의 주전 자리를 누가 차지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스토브리에서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롯데의 포수 자리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롯데의 연습경기 라인업을 보면 주전 포수는 정보근에 가까운 것으로 예측해볼 수 있다. 연습경기 동안 선발 라인업을 바꾸지 않은 구단은 롯데가 유일했다. 롯데는 연습경기 내내 타순 변경 없이 민병헌-전준우-손아섭-이대호-안치홍-정훈-마차도-한동희-정보근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주전으로 내세웠다. 다만 지난 27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정보근 대신 김준태가 선발 출전한 것이 유일하게 다른 라인업이었다. 연습경기에도 주전 선수들을 조기퇴근 시키고, 선수들에게 맞춤껌을 제공하는 등 남다른 디테일을 선보였던 롯데가 아무 생각없이 타순 고정을 했을리 만무하다. 고정된 라인업은 자기 타순에서 자기가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습경기를 통해 미리 실전에 대비하는 차원의 전략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연습경기 롯데의 선발 라인업은 ‘비밀 아닌 비밀’로 볼 수 있다. 포수 자리를 빼면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롯데의 최정예 멤버들이다. 허문회 감독은 주전 포수에 대해 “수비를 우선해서 보겠다”는 말로 여지를 남겼지만 정보근을 계속해서 중용했다. 주전들의 실전 감각 조율이 중요한 연습경기에서 정보근이 가장 많이 나섰다는 건 예사롭지 않다. 다만 정보근의 타격이 아직 프로라고 하기엔 아쉬운 것이 큰 단점이다. 포수가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공격을 아예 포기하기엔 기회 비용이 너무 크다. 어느 정도 수비 능력이 받쳐주면 공격 옵션을 강화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경쟁자로 꼽히는 지성준의 타격감에 대해선 팬들이 나서서 칭찬할 정도다. 실전에 돌입했을 때 변화가 필요한 순간은 언제든지 오기 마련이다. 베일에 싸인 주전 선발은 팬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프로야구에서 가장 큰 시장을 가진 구단 중 하나인 롯데의 주전 포수가 누가 될지 팬들의 관심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지난해 전교 1등 오른 고3 “5월 등교 달갑지 않아요”

    지난해 전교 1등 오른 고3 “5월 등교 달갑지 않아요”

    5월 등교개학을 가장 반대하는 사람은 작년에 전교 1등을 한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을 둔 학부모란 말이 있다. 올해 1학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개학 연기와 온라인 개학 등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다. 따라서 고3 수험생의 학교생활기록부에서 3학년 1학기는 어느 때보다 부실할 수밖에 없다.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고3 내신보다는 고2 내신을 중점적으로 볼 것이기 때문에 전교 1등으로 ‘화려한 내신’을 다진 학생들은 개학이 탐탁지 않다는 것이다. 순차적인 등교개학이 곧 이뤄질 전망이지만 코로나 시대의 고3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다. 고3을 흔드는 대표적인 말은 ‘올해 수능에서는 어느 때보다 재수생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능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정시에서 재수생이 유리한 것은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또 대학에 이미 합격한 학생들이 대거 다시 수능을 보는 반수에 몰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난해 수능을 본 2000년생은 출생인원이 60만명이 넘지만 2001년생은 56만여명에 불과해 재수생이 작년보다 12% 줄어든 상황”이라며 “재수 대비 학원에서는 반수생으로 학생 숫자를 채우려 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잘 안 모여 5월부터 설명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남 소장은 등교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대학이나 친구 관계에 따른 불만족도 생길 수 없어 생각보다 반수생들이 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년 2022학년도 수능은 국어와 수학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응시해야 하는데 국어는 ‘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수학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이다. 선택과목은 기존 수능 출제영역에 일부 포함됐던 것으로 선택과목이 되면서 수험생의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 게다가 지난 3월쯤 발표 예정이었던 학생부 ‘세특’(교과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가이드라인도 아직 교육부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원래 교육부는 고등학교 이름을 블라인드 처리하는 학생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소위 명문고 효과를 차단하고 일반고 출신 학생들에게 힘을 실어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장기 휴교 사태가 빚어지고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의 고3 수험생들의 1학기 학생부는 텅텅 빌 수밖에 없게 됐다. 예년대로라면 학교별로 3~6월까지 5~6개의 각종 대회가 교내에서 열려 학생들은 수상 실적으로 세특을 채울 수 있었다. 올해 같은 경우는 독서활동으로 세특을 채울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하지만 수시에서 합격생을 많이 배출했던 고등학교에서는 EBS 수업만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 쌍방향 수업을 통해 세특을 채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6월 18일 예정인 전국연합학력평가 결과가 나와야 하겠지만 일단 올 수능의 난이도는 낮을 가능성이 크다.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코로나로 인한 수험생들의 학력 공백 사태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시 부담에다 감염병 공포까지 함께 이겨 내야 하는 이 땅의 모든 수험생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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