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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민식이법’에 가해지는 폭력/김상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민식이법’에 가해지는 폭력/김상연 논설위원

    미국에 처음 갔을 때 횡단보도의 빨간색 신호등에서 보행자들이 스스럼없이 건너가는 걸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선진국 시민한테서 뭔가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었던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웠다. 그런데 거기서 계속 생활하면서 그들에게 적응하는 나를 발견했다. 차를 몰 때는 운전자 입장에서 파란 신호등이라도 언제든 보행자가 건너갈 수 있다고 보고 조심하게 된 것이다. 신호등이 없는 좁은 길을 건널 때 차와 ‘밀당’을 하기도 했다. 달려오는 차가 지나간 다음 건너가려고 멈춰 섰는데, 그 차는 멀찌감치서 정차한 채 내가 먼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선(先) 차량, 후(後) 보행자 문화’에 익숙했던 나로서는 황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물론 내가 운전자일 때도 보행자가 보이면 브레이크를 밟고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줬다. 한국에서는 차와 인간이 교통법규상 동등한 책임과 권리를 갖는다는 인식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미국인들의 행동을 보며 차는 책임을, 보행자는 권리를 더 많이 갖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에 비하면 인간은 지극히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차와 충돌하면 천하장사처럼 몸이 단단한 사람이라도 응급실로 직행해야 한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훨씬 더 약한 존재다. 신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약하다. 아이들은 판단력이 떨어지고 천방지축이며 통제하기 힘들다. 일명 ‘민식이법’은 그런 어린이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운전자 처벌을 대폭 강화한 법이다. 그러자 일각에서 처벌이 과도하다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반발이 나왔다. 아무리 조심하며 운전해도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어떻게 하느냐, 아이를 못 챙긴 부모한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 생업에 바쁜데 시속 30㎞ 제한은 너무하다, 음주운전 사고와 형량이 똑같은 건 부당하다 등의 불만이다. 특히 며칠 전 민식군의 가해 차량 보험사에 대해 배상책임 90%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오자 또다시 반발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불만들은 모두 보행자는 약자, 특히 어린이는 약자 중의 약자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민식이법의 취지는 어린이가 언제든 불쑥 튀어나올 수 있음에 대비해 엉금엉금 기어가듯 운전하라는 것이다. 부모 손을 놓치거나 길을 잃은 아이가 갑자기 도로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실 운전을 해 보면 시속 30㎞도 급정거하기엔 빠른 속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주운전자와 똑같이 취급되는 게 부당하다는 주장은 일견 이해가 가지만, 동기는 다르더라도 부주의에 따른 사고 확률이 높은 건 똑같다. 그리고 민식이법이라고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의 불가항력적 상황이 입증돼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최근 나왔다. 미국에서도 어린이 관련 교통법규는 가장 강력하다. 거의 모든 주에서 스쿨버스가 멈춘 뒤 문이 열리면 아무리 넓은 도로라도 모든 차가 일제히 멈춰야 한다. 중앙분리대가 없으면 반대편 차선의 차들까지 올스톱해야 한다. 심지어 대통령이 탄 차도 예외 없이 서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법이 만들어졌다면 반발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100개도 넘게 올라왔을 것이다. 사실 운전자들은 민식이법에 고마워해야 한다.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는 강력한 처벌을 받지 않더라도 평생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민식이법 덕분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조심해 사고율이 떨어지면 운전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민식이법 이전에 대부분의 차가 어린이 보호구역을 무시하고 쌩쌩 달리던 모습을 떠올리면 짐작할 수 있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서 차를 끌고 나오면 반드시 어린이 보호구역을 지나가도록 돼 있다.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상황에 대비해 내 발은 대부분 브레이크 위에 있다. 속도계를 보면 시속 10㎞대를 넘지 못한다. 그렇게 해도 ‘생업’ 걱정할 필요 없이 금세 통과한다. 얼마 전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듯 위태롭게 걷는 아이를 앞세우고 어린이 보호구역의 인도 위를 걷는 한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고개를 뒤로 돌려 다른 주민과 뭔가 얘기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넘어진다 해도 내 차에 닿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불안한 마음에 차를 세우고 내려 “아이 손 좁 잡아 주세요”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그 엄마는 고마워하기는커녕 썩 유쾌하지 않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아이 손을 잡는 것이었다. 다시 운전대를 잡고 떠나는데 불쾌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운전대를 잡은 나는 한없이 강하고, 길가의 어린이는 한없이 약하니까. carlos@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애플 M1 프로세서 탑재 맥 시리즈 공개…애플의 노림수는?

    [고든 정의 TECH+] 애플 M1 프로세서 탑재 맥 시리즈 공개…애플의 노림수는?

    지난 10여 년 간 애플의 가장 큰 수익원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iOS 기기였습니다. 사람들의 관심 역시 모바일 기기에 집중되면서 맥(Mac)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어졌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입니다. 애플이 2006년부터 사용했던 인텔 CPU를 자체 개발한 ARM 기반 칩으로 교체한다는 폭탄 선언을 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루머로는 몇 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인데, 막상 현실이 되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것입니다. 애플 매킨토시는 1984년 첫 출시 때부터 10년 동안 모토로라 68000 계열 CPU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다가 1994년부터 IBM 파워PC(PowerPC) 계열로 갈아탔습니다. 당시만 해도 애플은 파워PC의 성능이 인텔 CPU보다 우수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애플은 2006년에 돌연 맥 CPU를 인텔 프로세서로 변경합니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IBM의 파워PC의 성능은 강력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고성능 PC와 서버를 목표로 개발되어 저전력 성능이 중요한 노트북에는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당시 인텔은 전력 대 성능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코어 듀오(Core Duo) 프로세서를 출시했습니다. 인텔 프로세서의 개선 방향은 스티브 잡스가 생각한 맥의 미래와 일치했습니다. 저전력 성능을 크게 강화한 인텔 프로세서 덕분에 애플은 맥북 에어처럼 획기적으로 얇고 가벼운 노트북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애플이 인텔 프로세서 대신 자체 프로세서를 사용할 것이라는 루머가 꾸준히 제기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인텔 프로세서는 몇 년째 14nm 공정과 오래된 아키텍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애플의 A 시리즈 프로세서는 미세 공정과 아키텍처를 꾸준히 개량해 x86 CPU를 넘볼 수준까지 성능이 올라갔기 때문입니다. 애플 자체 칩과 인텔 칩의 성능 차이가 별로 없다면 애플 입장에서는 굳이 x86과 ARM으로 생태계를 분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맥에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할 경우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애플 생태계에 최적화된 커스텀 프로세서를 장착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애플은 맥 제품군에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다고 발표했고 그 결과물을 이제 공개했습니다. 애플 M1은 아이폰 12에 사용된 애플 A14 바이오닉 칩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고성능 파이어스톰 코어 4개와 고효율 아이스스톰 코어 4개로 구성된 8코어 프로세서입니다. A14와 비교하면 파이어스톰 코어 숫자가 2개에서 4개로 늘어났고 L2 캐쉬도 12MB로 50% 늘어났습니다. 더 많은 발열량을 허용할 수 있는 맥북과 맥 미니에 탑재하는 만큼 클럭도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GPU 역시 두 배 늘어난 8코어 GPU를 탑재해 스마트폰 가운데 최고 수준인 아이폰 12보다 성능이 훨씬 우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뉴럴 엔진은 16코어로 A14 바이오닉과 동일한데, 이 정도면 내장형 인공지능 가속기로 최상위급이기 때문에 굳이 더 늘릴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M1의 트랜지스터 집적도는 A14 바이오닉보다 42억 개 늘어난 160억 개에 달하지만, TSMC의 최신 5nm 공정을 사용해 다이 면적은 10nm 공정 인텔 아이스레이크 CPU보다 크게 늘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LPDDR4X 메모리 두 개를 옆에 붙여 놓은 통합 메모리 아키텍처 구조로 크기를 더 줄여 시스템을 매우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애플은 새로운 메모리 장착 방식이 전통적인 메모리 모듈보다 더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M1 칩을 탑재한 신형 맥북 에어가 인텔 CPU를 탑재한 전 세대 모델보다 CPU 성능은 3.5배, GPU 성능은 5배 뛰어나다는 주장은 좀 더 엄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맥북 에어에 사용된 코어 i7-1060NG7 프로세서(1.2-3.8GHz 쿼드코어 CPU + 아이리스 프로 그래픽)의 성능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코어 i7-1060NG7의 CPU 성능은 패스마크 (PassMark) 기준 6,234점으로 이보다 3배 이상 빠른 CPU는 노트북에서는 라이젠 7 4800H (8코어, 2.9-4.2GHz) 정도만 있을 뿐입니다. 솔직히 라이젠 7 4800H도 패스마크 기준 19,206점으로 3.5배가 안 됩니다. 인텔 CPU의 3.5배에 달하는 놀라운 성능의 비밀은 작은 숫자로 표시된 각주에 있습니다. 애플 공식 사이트에는 '배포 전 단계의 Final Cut Pro 10.5에서 4096x2160 해상도 및 초당 59.94 프레임의 4K Apple ProRes RAW 미디어로 구성된 55초 분량의 영상을 Apple ProRes 422로 인코딩 변환하여 테스트'한 결과라고 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 CPU의 전반적인 성능이 아니라 M1에서 특별히 빠른 어플리케이션에서의 성능 비교입니다. 물론 GPU 역시 파이널 컷 프로에서의 비교 수치로 게임에서 평균 5배 빠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M1의 성능이 인텔 CPU보다 낮다는 것은 아닙니다. IT 전문 사이트인 아난드텍에서는 A14 바이오닉 CPU의 싱글 코어 성능이 SPEC2006 종합 비교 결과 인텔 i9-10900K와 AMD 라이젠 9 5950X의 중간 정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파이어스톰 코어의 성능이 최신 x86 코어와도 겨룰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출시 후 정확한 비교 벤치마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노트북용으로 성능을 높인 M1의 종합 성능은 적어도 A14보다 우수할 것입니다. 하지만 성능보다 더 중요한 강점은 저전력입니다.애플은 A 시리즈 프로세서에서 저전력 기술을 갈고 닦았습니다. M1은 애플이 오랜 세월 연마한 전력 관리 기술과 TSMC의 최신 5nm 공정 덕분에 전력 대 성능비가 인텔 칩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애플은 10W 전력 소모에서 M1의 성능이 인텔 칩보다 2배 뛰어나거나 혹은 최고 성능에서 전력 소모량이 1/4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덕분에 신형 맥북 에어는 성능을 높이면서도 조용한 팬리스 디자인으로 돌아왔습니다. 배터리 용량 증가 없이도 배터리 사용 시간이 18시간까지 늘어난 것 역시 전기를 적게 먹는 M1 덕분입니다. 노트북에서 저소음, 저발열, 배터리 사용 시간이 중요한 점을 생각하면 저전력이 M1의 가장 큰 혁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M1을 탑재한 1세대 모델은 이전 모델과 외형상 차이가 없지만, 결국은 더 얇고 가벼운 맥 제품군이 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M1의 또 다른 장점은 애플 생태계의 통합입니다. 현재 애플 기기의 대부분은 자체 ARM 프로세서와 iOS 기반의 OS에서 돌아가고 있습니다. 맥만 x86 기반인데, 이것까지 자체 프로세서로 통합하면 애플 생태계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는 셈입니다. 개발자들이 모든 애플 기기에서 돌아갈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쉬워지고 프로세서 역시 애플 운영체제와 자주 쓰는 어플리케이션에 최적화해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여러 하드웨어와 OS에서 돌아가야 하는 x86 프로세서에서는 누릴 수 없는 이점입니다. 애플은 앞으로 2년간 하나씩 맥 제품군 전체를 ARM 기반 자체 프로세서로 변경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맥 프로 같은 고성능 PC를 위한 자체 프로세서 역시 준비 중일 것입니다. 어쩌면 아마존처럼 서버용으로 쓸 수 있는 고성능 ARM 프로세서를 선보일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ARM 기반 자체 프로세서를 사용하면 클라우드와 다른 인터넷 서비스까지 애플 맞춤형 하드웨어가 가능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텔 미세공정에 의존할 필요 없이 TSMC든 삼성이든 최신 미세공정을 입맛 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애플의 사업 모델을 따라 하는 기업이 늘어나게 되면 인텔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애플이 행보와 함께 고객을 잃게 된 인텔의 대응에도 눈길이 가는 이유입니다. 결국 인텔이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더 고성능 프로세서를 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몇 년 후 인텔이 ARM 경쟁자를 따돌릴 수 있는 신제품을 들고나올지 아니면 시장에서 입지가 축소될지도 궁금해집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2차 돌봄파업에 서울에선 급식파업 … 아이들은 어쩌나

    2차 돌봄파업에 서울에선 급식파업 … 아이들은 어쩌나

    지난 6일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들이 파업을 벌인 데 이어 2차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서울에서는 오는 19~20일 학교 급식조리사 등이 파업에 돌입한다. 이들은 시간제 돌봄전담사의 전일제 전환과 퇴직연금 제도 개선 등 처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수용하기 어려워, 파업을 막을 타협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돌봄전담사들이 소속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돌봄 긴급 현안 대책회의’를 열어 돌봄전담사의 상시전일제 전환을 먼저 협의하자”고 주장했다. 학비연대는 “교육부가 1차 파업 직전 ‘초등돌봄 운영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해 이를 수용했지만 이후 어떠한 공식 협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교육부가 제안한 협의회에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해야 한다며 ‘조건부 참여’ 입장을 밝혔다. 초등 돌봄교실 뿐 아니라 범정부 차원에서 온종일 돌봄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취지다. 학비연대는 이에 대해 “온종일돌봄법에 대한 논의는 별도의 기구를 구성해 중장기적으로 논의하자”면서 “돌봄전담사의 상시전일제 전환과 교원의 돌봄업무 경감을 먼저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비연대는 최소 2주 이상 수시로 협의를 진행해 합의를 이루자며 교육부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1차 파업보다 대규모로, 이틀 이상 2차 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학비연대가 2차 파업을 지렛대 삼아 돌봄전담사의 전일제 전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당국이 이를 수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교육부는 오후 4시간 안팎으로 운영되는 돌봄교실 시간과 맞지 않게 돌봄전담사를 8시간 전일제로 전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코로나19로 세수가 줄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축소된 상황에서 돌봄전담사의 처우 개선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할 경우 교육재정 부담이 상당하다. 서울에서 오는 19~20일로 예정돼 있는 교육공무직 파업도 교육공무직의 퇴직연금 제도를 둘러싼 입장 차이로 인해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노조원의 70% 가량이 가입돼 있는 퇴직연금 DC형(확정기여형)을 DB형(확정연금형)으로 전환할 것을 서울시교육청에 요구하고 있다. 근속일수가 길수록 근로자에게는 DB형이 유리하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서울시교육청은 노조의 요구에 따라 모든 교육공무직의 퇴직연금을 DB형으로 통합할 경우 향후 20년간 8000억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임금 인상률을 3.0%으로 가정하면 20년간 8465억원, 이보다 낮은 2.5%로 가정하면 7135억원이 추가 소요된다. 교육청은 교육공무직의 정년 잔여기간이나 경력에 따라 선별적으로 DB형으로 전환할 경우 20년간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을 2000억여원에서 많게는 4000억여원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노조는 “선별적 전환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단계적으로라도 모든 공무직이 DB형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단계적으로 모든 공무직을 DB형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DB형으로 통합하는 것과 비슷한 규모의 예산이 소요돼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퇴직연금 제도는 한 번 손을 대기 어려워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리돼야 한다”면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겠지만 어떻게 설계하든 예산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오로라디자인랩, 사용자 맞춤형 무선 통신 솔루션 ‘GCON SOLUTION’ 주목

    ㈜오로라디자인랩, 사용자 맞춤형 무선 통신 솔루션 ‘GCON SOLUTION’ 주목

    ㈜오로라디자인랩(대표 김용)은 스마트 LED 조명 고효율인증 제도와 디지털 뉴딜 시대에 적용할 수 있는 사용자 맞춤형 무선 통신 솔루션 ‘GCON SOLUTION’을 새롭게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GCON SOLUTION’은 대량의 분산형 네트워크 구조로 구성된 특허 기술을 적용한 사용자 맞춤형 무선 통신 솔루션이다.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며, 한 사이트에 3만 2000개 이상의 무선 조명 제어가 가능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통신 간섭에 강해 교도소와 같이 넓은 공간의 무선 조명제어 시스템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14년 무선 네트워크 구축 경력을 바탕으로 복합 스마트 센서와 무선 통신 IT 기술이 융합된 스마트 조명을 선보이며 일반 조명의 한계를 극복한 바 있다. 산업용 IoT / 스마트홈 IoT / 스마트폰, 웹, 서버 솔루션 관련 기술 적용이 가능할 만큼 유연성과 확장성이 뛰어나다. 특히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모듈을 블록화함으로써 더욱 빠르고 쉬운 커스터마이징을 가능케 했다.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장치로 IoT 센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모니터링·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네트워크는 2.4GHz, Sub-GHz, BLE, WiFi 를 선택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두 가지 이상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도 있다. 오로라디자인랩은 세종정부청사, 경기도청, 서울시청 등의 관공서는 물론 대학, 교도소, 지하철, 아파트, 병원 등에 설치 조명 제어 시스템을 구축한 바 있다. 지하철의 경우, 터널 조명 내 스마트 센서 및 무선 디밍제어 모듈을 탑재하면 별도의 라인 공사 없이도 조명 제어가 가능하다. 열차 운행정보 시스템과 연동해 열차 위치에 따라 조명을 ON/OFF 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다. 조명 상태만 모니터링해도 열차의 현재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오로라디자인랩 관계자는 “스마트 LED 조명 고효율인증 제도와 디지털 뉴딜 시대에 걸맞은 사용자 맞춤형 무선 통신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라며 “공공기관부터 민간기업까지 적용 범위를 넓혀 우수한 기술력을 입증했다”라고 말했다. 한편 ㈜오로라디자인랩은 2017년, 2020년 서울시와 SBA(서울산업진흥원)가 인증하는 서울시 우수기업 ‘하이서울기업’에 선정되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어류, 핵전쟁 등 극한 상황서 인류의 식량원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톡] 어류, 핵전쟁 등 극한 상황서 인류의 식량원

    요즘 SF 소재들은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핵전쟁에 대한 공포나 핵전쟁 이후의 상황에 대한 상상을 다룬 경우가 많았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 가장 충격적인 SF는 1983년 미국 ABC에서 만든 TV영화 ‘그날 이후’(The Day After)입니다.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벌이면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을 너무나 잘 표현해 핵전쟁에 대한 공포감을 그대로 담아냈습니다. 방영 당시 약 1억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역대 최고 시청률로 2009년까지 깨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냉전 시대에는 미소 양대 강국이 핵전쟁의 키를 쥐고 있었지만 소련 붕괴 이후에는 미국, 러시아 이외 핵보유국들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곳은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입니다. ●인도·파키스탄 핵전쟁 땐 소빙하기 올 수도 실제로 지난해 10월 미국 럿거스대, 콜로라도대 공동연구팀은 인도·파키스탄 핵전쟁 발생 시 5000만~1억 2500만명이 숨지고 지구 전체 기온이 2~5도가량 떨어지면서 소(小)빙하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습니다. 지난 3월에도 럿거스대,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인도·파키스탄 핵전쟁이 지구 식량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는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에 발표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핵전쟁 첫해 전 세계 식량 생산의 12%가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듯싶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치대, 미국 텍사스 리오그란데밸리대, 콜로라도 볼더대, 국립대기연구센터, 럿거스대,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우주연구소, 컬럼비아대,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대, 캐나다 맥길대, 독일 라이프니츠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농업 생산 감소분을 어업이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11월 10일자에 실렸습니다. ●농업 생산량 20% 감소… 어류 큰 변화 없어 연구팀은 인도·파키스탄 간 핵전쟁 시나리오 5개와 미국·러시아 간 핵전쟁 시나리오를 갖고 지구 전체 농업생산량 변화, 어획량 변화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분석 결과 앞선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것과 비슷한 파괴력인 16㏏급 핵폭탄 100개가 터지는 저강도 핵전쟁 상황에서도 낙진으로 인해 햇빛이 가려지고 온도가 떨어지면서 전 세계 농업생산량이 10~20%가량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전 세계 어류 개체수는 크게 줄지 않아 전쟁 후 1~2년 동안 모든 동물성 단백질의 40%를 대체하는 등 농업생산량 감소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단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남획을 막고 어류 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조치입니다. 만약 이런 조건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핵전쟁 발생 시 어류 자원도 30% 이상 줄어 심각한 식량 부족 현상이 발생해 국가·계층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핵전쟁이 아니라 지구온난화 때문에도 식량 자원 감소가 우려되는 만큼 이제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DG앨범에 가곡 담은 소프라노 박혜상 “‘나다운 음악’으로 틀 깨고 싶었어요”

    DG앨범에 가곡 담은 소프라노 박혜상 “‘나다운 음악’으로 틀 깨고 싶었어요”

    “틀에 박힌 걸 하는 게 안정적이라 좋다지만, 결국 나다운 것을 보여 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해서 프로그램을 열 번 이상 바꿨어요.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은 아리아도 불러서 좋아하게 만드는 것 또한 도전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나다운 레퍼토리로 고쳤죠.”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이 발매한 소프라노 박혜상의 데뷔 앨범 ‘아이 엠 헤라’(I Am HERA)에는 한국 가곡이 두 곡 담겼다. 서정주 시·김주원 작곡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같이’와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유를 묻자 박혜상은 “한국인이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쉬운 답이 되겠지만”이라고 운을 떼더니 “저의 자유로운 정신(free spirit)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 5월 DG 본사와의 전속계약은 박혜상에게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코로나19로 계획했던 오페라 무대가 줄줄이 취소되는 가운데서도 독일 베를린에서 오스트리아 빈으로 장소를 옮겨 가며 녹음을 할 수 있게 된 기회를 얻은 것도 “축복” 자체였다. DG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한국인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이후 박혜상이 두 번째였고, DG엔 코로나19 상황에서 녹음을 한 것도 박혜상이 처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첫 앨범에 어떤 레퍼토리를 짜야 할지 조언을 구하자 대부분 ‘노란 딱지’(DG 레이블)의 전통을 들어 ‘틀’을 권했다. 기본적인 레퍼토리를 짜봤는데 어쩐지 ‘이게 맞나’라는 의문만 커졌다. 결국 틀을 깨고 자신을 찾기로 했다. “아프리카, 스페인 등 낯선 노래들도 잘할 수 있다”는 그는 “가곡이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표현하기 가장 제격이었고, DG에도 낯선 한국 가곡으로 경계를 허물어 보고 싶다는 도전감이 생겼다”고 했다. 도전은 꽤 성공적이다. DG 측 반응도 뜨겁다. 뉴욕 줄리아드 음악원을 졸업한 뒤 메트로폴리탄 등 오페라 무대에서 주로 활동한 박혜상은 DG 계약에 결정적인 기회가 된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로지나를 떠올렸다. “부와 명예를 위한 삶이 아닌 작고 소소한 행복에서 오는 가치를 아는, 자아가 강한 사람이라 생각해서 닮고 싶었어요.”‘그는 작고 소박한 데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고 했다. 수브레트 아리아를 좋아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오페라 디바도 좋지만 드러나지 않아도 꼭 필요한 존재, 그게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가치예요. 오페라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항상 동료가 필요하거든요. 제 일을 묵묵히 하며 누군가를 서포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콜로라투라로도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박혜상은 “저는 숟가락만 얹을 뿐”이라며 내내 겸손했다. “저는 인연을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제가 잘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고 만난 모든 사람과의 소중한 인연들이 하나 하나 쌓이고 소중하단 마음이 들어요. 제가 할 일은 열심히 연습해서 그 분들에게 자랑스러운 소프라노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조수미, 신영옥, 임선혜 등 훌륭한 선배들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선배들이 먼저 가주신 길을 덕분에 가고 있고, 저는 그보다 조금 더 가도록 노력하는 게 제 뒤에 올 후배들을 위해 해야할 몫”이라면서 “먼저 가주시고 길을 닦아주신 선생님들과 자기 스스로 길을 개척했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존경하고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박혜상은 담담하게 말했다. “음악가들이 평생 동안 완전히 만족할 만한 앨범은 나오지 않는다고들 해요. 그런데 저는 앨범을 통해 발전하고 그 뒤를 돌아봤을 때 그 과정들이 자랑스럽도록,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어요. 그 순간에 만족하는 게 아니라 순간엔 아쉬울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제 자신을 보고 앞으로 갈 용기를 갖게 되는 성악가가 되고 싶어요. 응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차분한 목소리에 단단한 힘이 실렸다. 박혜상은 오는 14일 군포문화예술회관에서, 24일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리사이틀을 갖고 관객들과도 만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차기 영부인에 연락 안 한 멜라니아”...인수인계 늦어지나

    “차기 영부인에 연락 안 한 멜라니아”...인수인계 늦어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에게 아직 연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간) CNN은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여사 역시 대선에서 지지 않고 행동하고 있다고 해석 보도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바뀌는 퍼스트레이디 역시 서로 전화로 통화하고 직접 만나 인수인계를 하는 전통과는 다른 상황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4년 전 오늘(11월10일) 트럼프 여사는 당시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 초대받아 차를 마시고 백악관과 관저를 둘러봤다”라고 지적했다. 전통대로라면 멜라니아 여사가 후임 퍼스트레이디인 바이든 여사를 백악관으로 초청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러한 장면은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 교체 시기에 미국 지도부의 안정성과 원활한 정권 교체를 국민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도 가져다 준다. 멜라니아 여사의 일정을 아는 다른 소식통은 CNN 방송에 “일정이 거의 변경되지 않았다”라며 “평소와 같이 일일 회의와 성탄 연휴 계획에 일정이 집중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멜라니아 여사가 인수인계하고 싶어도 남편이 방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여기는 남미]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길거리 성희롱 응징한 여성

    [여기는 남미] “너 지금 뭐라고 했어?” 길거리 성희롱 응징한 여성

    조용히 길을 가던 여자가 무슨 영문인지 갑자기 방향을 바꿔 타이어가게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여자는 한마디 말도 없이 가게 안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모기약을 뿌리 듯 무언가를 뿌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길을 걸어간다. 잠시 후 남자가 괴로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달려간다. 콜롬비아 라플로라에서 최근 실제로 발생한 길거리 성희롱 응징 장면이다. 블로라디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상황을 유발한 건 가게 안에 앉아 길을 가던 여자에게 외설적인 농담을 던진 남자였다. 현지 언론은 "타이어가게에서 일하는 남자가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그대로 전하기엔 낯뜨거운 농담을 했다"며 "성희롱을 당한 여자가 그냥 지나치지 않고 후추스프레이로 범인을 응징한 사건이었다"고 보도했다. 남미는 그간 길거리 성희롱에 관대한 편이었다. 길을 걷는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쪽'하고 키스 소리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심지어 수위 높은 외설적 농담을 던져도 묵인하는 문화가 뿌리 깊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문화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길거리 성추행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현지 언론은 "길거리 성희롱에 관대했던 문화가 바뀌면서 최근 후추스프레이 판매가 부쩍 늘어났다"며 "성희롱범을 응징하겠다는 여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길거리 성희롱을 처벌하는 국가도 늘어나고 있다. 페루는 2018년부터 길거리 성희롱을 범죄로 규정했다. 브라질도 같은 해 비슷한 법을 제정, 공공장소에서의 성희롱을 처벌하고 있다. 과테말라와 우루과이에서도 길거리 성희롱은 처벌 대상이다. 과테말라는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길거리 성희롱을 한 경우엔 징역 선고가 가능하게 법을 개정했다. 콜롬비아에서도 길거리 성희롱 추방을 위한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9월 콜롬비아 의회에 발의된 길거리 성희롱 처벌에 대한 법안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성희롱을 한 사람에겐 최장 징역 4년이 선고될 수 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카터린 미란다 의원은 "성인지 감수성에 높아지면서 성희롱에 대한 개념도 바뀌고 있다"며 "이젠 길거리 성희롱을 완전히 근절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사진=영상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48년 전 살인에 유죄 판결 내려지기 3시간 전에 그는…

    48년 전 살인에 유죄 판결 내려지기 3시간 전에 그는…

    48년 전 끔찍한 살인 사건을 저지른 78세 노인은 죄책감을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판사가 2주의 심리를 마치고 유죄 판결을 내리기 3시간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미국 NBC 뉴스와 일간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북쪽으로 25㎞ 떨어진 에드몬즈의 자택에서 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10시쯤 테렌스 밀러의 주검이 발견됐다. 스노호미시 카운티 보안관실은 페이스북에 그의 죽음을 알리는 성명을 실었는데 3시간 뒤 재판부는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밀러에게 주어진 혐의는 1972년 8월 23일 조디 루미스(당시 20)를 살해한 혐의였다. 그녀는 보델의 집에서 자전거로 마굿간을 찾은 뒤 말을 타던 중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로 그날 저녁 발견됐다. 두 사람이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실마리를 찾지 못해 영원히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피해자가 썼던 컵과 말 탈 때 신었던 부츠에 남은 정액 자국에서 채취한 DNA 정보와 유전정보를 수집하는 웹사이트 GED매치에 올라온 유전자 정보들을 비교한 결과, 밀러의 친척 중 한 명의 DNA 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나 밀러가 용의자로 지목돼 지난해 자택에서 일급 살인 혐의로 체포할 수 있었다. 그는 살해 사건이 벌어진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다. 그는 무죄라고 강변했다. 가족 중 한 명이 그의 주검을 발견하고 보안관실에 신고했는데 몇 시간 뒤 판사는 유죄를 선고했다. 피해자의 오빠 존은 “그는 48년을 빠져나갔다”며 밀러가 감옥에 가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건 당시 27세였던 존은 결혼한 뒤에도 누이가 함께 살았던 집을 떠나지 않고 살았다며 이날 선고 재판을 집에서 라이브스트리밍 중계로 지켜봤다고 했다. 그는 “마침내 그를 잡은 것이 너무 기쁘다. 정의가 거의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밀러의 변호인 로라 마틴은 부츠 바깥에 묻은 DNA 정보가 오염된 것이며 재판부가 증거로 채택한 것은 잘못됐으며 의뢰인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극단을 선택했다고 계속 반박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1993년 오슬로 협정 이끈 사에브 에레카트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1993년 오슬로 협정 이끈 사에브 에레카트

    30년 넘게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이끈 사에브 에레카트가 코로나19에 스러졌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이었으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고문인 에레카트가 10일(이하 현지시간) 예루살렘의 하다사 병원에서 65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그의 시신은 몇 시간 뒤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한 병원으로 운구됐다. 앞으로 사흘 동안 애도 기간이 선포돼 고인이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에 기울인 노력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지난달 8일 코로라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그는 열하루 뒤 예리코에 있는 자택에서 상태가 악화돼 이스라엘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왔다. 의료진은 그가 3년 전에 폐 이식 수술을 받아 면역력이 약하고 박테리아 감염, 나아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에는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의학적으로 유도된 혼수 상태(코마)에 있었다. 고인은 1993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탄생시키고 이스라엘의 1967년 점령 이후 처음으로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자치할 수 있는 길을 연 오슬로 협정을 타결하는 데 주축적인 역할을 했다. 아바스 수반은 “우리가 존경하는 형제이자 친구이며 위대한 전사인 사에브 에레카트 박사를 잃게 돼 팔레스타인과 우리 인민의 커다란 상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고인은 이스라엘과 더불어 팔레스타인 국가가 병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했으며 최근 팔레스타인의 의사를 듣지 않고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관계를 정상화한 데 커다란 목소리로 비판해왔다. 지난 8월 아랍에미리트(UAE)가 이스라엘과 관계정상화에 합의하자 “두 국가 해법을 말살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미국이 “문제의 일부이며 점점 더 중동에서 부적절해진다”고 개탄했다. 아울러 이스라엘의 서안,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점령에 대해 국제 제재와 점령지에서 이스라엘 기업 운영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그는 마드리드, 오슬로, 워싱턴, 캠프 데이비드, 예루살렘 등에서 30년 넘게 협상에 나섰는데 늘 돋보이는 얼굴이었다. 영어가 유창해 이따금 라말라 사무실이나 예리코 자택으로 외교관들과 취재진을 불러 브리핑을 하곤 했다. 일생의 목표였던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의 목표가 암울해지는 시점에 그가 세상을 떠난 것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스라엘 병원에서 숨졌다는 사실을 아프게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최근 팔레스타인 지도부는 이스라엘과의 오랜 협력을 중단해 팔레스타인 환자의 동예루살렘 이송과 이스라엘 병원에서 치료 받는 일을 중단하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고인은 1955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예리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2년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 입학, 국제관계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을 땄다. 서안으로 돌아와 나블루스에 있는 알나야 대학에서 가르친 뒤 다시 영국으로 건너가 브래드포드 대학에서 분쟁 해결 및 평화를 전공해 1983년 철학박사 학위를 땄다. 이때부터 팔레스타인 신문 알쿠드스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학문의 대화를 촉구하는 글을 기고하면서 이스라엘 학생들을 알나야 대학 자신의 강좌에 초대하곤 해 상당한 논란이 벌어지게 했다. 2004년 세상을 떠난 야세르 아라파트가 1991년 그에게 평화협상을 해보라고 제안해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참여한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팔레스타인 부대표로 참가한 것이 첫발이었다.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오슬로 협정을 성사시키면서 협상 대표로 올라서 2000년 아라파트 수반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이끌어 이듬해 타바 협상을 완결했으며 2007년 애나폴리스 국제회의에서는 아바스 수반과 함께 협상을 이끌었다.이 모든 만남은 국경이나 예루살렘, 난민 문제 등 “최종 지위”에 관한 이슈들을 합의하지 않고 나중에 논의할 문제로 미뤄뒀다는 비판도 있다. 고인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지방정부 장관으로 일했으며 입법위원회에서 예리코를 대표하기도 했다. 2009년 PLO의 최고 정책을 수립하는 집행위원회 와 아바스의 파타 운동 중앙위원회에 선출됐다. 6년 뒤에는 PLO 사무총장에 올랐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았다. 2012년 심장마비를 겪었고 2017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병원에서 폐를 이식받았다. 슬하에 2남 2녀를 남겼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유엔 중동특사는 “에레카트의 가족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깊은 애도를 보낸다”며 “당신(에레카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할 수 있다고 확신했고 결코 협상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애도했다. 유럽연합(EU)의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그(에레카트)의 죽음은 팔레스타인인들과 중동 평화 협상에 커다란 손실”이라며 슬퍼했다. 압둘라 요르단 국왕도 이날 아바스 수반과 전화 통화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사설] 화이자가 쏘아올린 희망, 코로나 백신 효과 90%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함께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나왔다. 화이자는 어제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미국과 해외 5개국에서 총 4만 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 시험에서 초기에 발생한 94명의 확진자를 분석한 결과다. 비록 중간 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의 효과는 독감 백신의 두 배에 가까운 놀라운 것이다. 화이자는 올해 말까지 1500만∼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2회 투여 기준)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13억회 투여분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화이자가 이런 결과를 내기 전부터 세계 각국은 화이자 백신을 사들이는 이른바 입도선매 계약을 맺었다. 미국 정부가 6억회분을, 일본이 6000만회분을 확보했다. 한국도 화이자와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얼마나 확보했는지가 궁금하다. 정부는 1차로 국민 60%가 접종할 수 있는 3000만명 분량의 해외 백신을 확보하기로 하고 전 세계 백신 공급 체계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 개별 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2000만명분의 백신을 각각 도입하기로 했다. 협상 대상 개별 기업에는 화이자를 비롯해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외교 채널 가동은 물론 관련 업계와 긴밀히 협조해 충분한 분량의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 국내 백신 개발에도 총력을 쏟아야 한다. 현재 국내 제약회사 중 제넥신,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진원생명과학은 각각 식약처에 코로나19 백신 임상 1상 시험 계획을 신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치료제는 연내에, 백신은 내년까지 최소 1개 이상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임상시험 지원 강화, 충분한 예산 투입 등 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데 지원을 아끼지 말길 바란다. 백신 개발은 희소식이지만 코로나19 감염자가 어제 100명으로 사흘째 세 자릿수를 기록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다. 한주 내내 100명이 넘는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하는 등 방역을 강화해야 한다. 백신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상용화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방역 태세가 이완돼서는 안 된다. 백신 개발과 분배 논의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경계를 늦추지 말고 코로나 관련 개인위생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 사흘 연속 100명대 거리두기 격상되나

    사흘 연속 100명대 거리두기 격상되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지금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조만간 올라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충남 천안·아산, 강원 원주가 거리두기 1.5단계를 시행 중인데 이어 전남 순천시도 11일부터 1.5단계로 격상하기로 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00명이라고 밝혔다. 이 중 지역 발생은 71명, 해외 유입은 29명이었다. 주말과 휴일에는 확진자가 줄어드는 게 보통인데 이달 들어 지난 주말부터 사흘 연속 1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고위험 취약시설인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 더해 가족·모임, 직장, 지하철역, 찻집 등 일상 공간에서도 소규모 집단발병이 잇따르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 (확진자 발생) 추이대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계속 올라가기 시작하면 2∼3주 뒤에는 (거리두기) 격상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권준욱 방대본 제2부본부장도 브리핑에서 “조금이라도 (방역을) 소홀히 하거나 다른 변수가 생기면 언제든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신고 접수는 이날 0시 기준 101건이며 97건은 백신과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은 전체 응시 대상 의대생(3172명) 중 86%가 치르지 않은 채 이날 끝났다. 원래대로라면 이들은 실기시험 후 내년 1월 7∼8일 필기시험을 거쳐 의사면허를 취득하지만 내년에는 신규 의사 2700여명이 나오지 않게 됐다. 손 반장은 “의사 국시에 대해 의료인력 공백 등 여러 고민이 있다”며 “관련 대책을 마련하면서 해당 부서에서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정부 “코로나 이대로라면 수도권 2~3주 뒤 1.5단계 격상”(종합)

    정부 “코로나 이대로라면 수도권 2~3주 뒤 1.5단계 격상”(종합)

    “억제보다 확산 속도 더 빨라”충남 천안·아산, 강원 원주만 1.5단계“전국 단위 상향 필요성 떨어져” 판단신규 확진자 100명… 사흘째 세 자릿수소규모 집단발병… 해외유입도 증가세정부가 산발적으로 집단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유행 확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경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격상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10일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00명으로 집계됐다. 전날(126명)보다 26명이 줄었지만, 사흘째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지금 (확진자 발생) 추이대로 점진적으로 증가하고 계속 올라가기 시작하면 2∼3주 뒤에는 (거리두기) 격상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구체적인 거리두기 단계별 격상 기준을 설명하면서 “수도권은 현재 하루 평균 70명 내외를 유지하고 있고, 수도권 외 지역은 대전·충청을 제외하면 5명 이내 수준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전·충청 역시 12∼13명에서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이라 1.5단계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다”면서 “전국의 거리두기 단계를 1.5단계로 올릴 필요성은 떨어진다”고 덧붙였다.손 반장은 다만 최근의 발생 양상으로 볼 때 확산세를 조금 더 억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근 4주 정도 (동향을 보면) 국내 발생 확진자 수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감염 재생산지수) R 값을 관찰해보면 1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생산지수란 환자 1명이 평균적으로 얼마나 많은 타인에게 바이러스를 옮기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이 숫자가 1을 넘어서면 역학조사나 방역 대응이 바이러스의 전파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워진다. 그는 “현재는 역학조사를 통해 (감염원을) 추적하고 격리하는 ‘억제’ 속도보다는 ‘확산’ 속도가 약간 빠른 편”이라며 “아주 큰 집단감염이 나온다기보다는 소규모 집단감염이 산발적으로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손 반장은 “추적을 더 빨리하거나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면 코로나19를 안정화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13일부터 마스크 과태료 의무화 등으로 실내 마스크 착용을 강화하면 R값 자체를 1 이하로 안정화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손 반장은 의사 국가시험이 의과대학 학생 다수가 응시하지 않은 채 이날 끝나는 것과 관련해선 “의료인력 공백에도 여러 고민이 있어서 그와 관련한 대책을 짜면서, (보건복지부 내) 해당 사업국에서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언급했다.신규 확진 100명…누적 2만 7653명 지역발생 71명 중 수도권 53명광주·충남 각 4명, 강원 3명 등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0명 늘어 누적 2만 7653명이라고 밝혔다. 이달 들어 신규 확진자 수를 일별로 보면 124명→97명→75명→118명→125명→145명→89명→143명→126명→100명 등으로 이 기간에 100명 선을 넘은 날이 7차례나 된다. 이날 신규 확진자 100명의 감염경로를 보면 지역발생이 71명, 해외유입이 29명이다.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는 전날(99명)보다 28명 감소했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보면 서울 32명, 경기 18명, 인천 3명 등 수도권이 53명이다. 수도권 외에는 광주·충남 각 4명, 강원 3명, 전남·경남 각 2명, 부산·대구·충북 각 1명이다. 주요 감염 사례를 보면 기존의 집단발병에 더해 최근 확인된 비수도권의 의료기기 판매업, 은행, 찻집 관련 사례에서 확진자가 다소 늘었다. 보통 한 주간 확진자 발생 흐름을 보면 검사 건수가 평일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어드는 주말과 휴일은 물론 주 초반까지 확진자 수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데 이번에는 지난 주말부터 사흘 연속 100명대를 나타냈다.이는 코로나19 취약시설인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 더해 가족·지인모임, 직장, 지하철역, 찻집 모임 등 일상 공간에서도 소규모 집단발병이 잇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해외유입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도 신규 확진자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충남 천안·아산, 강원 원주를 제외한 전국에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시행 중인 가운데 지금의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 언제든 1.5단계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다. 전날 낮 12시를 기준으로 강원 원주시 의료기기 판매업 사례에서 직원과 방문자, 가족, 지인 등을 중심으로 총 16명이 감염됐다. 또 전남 순천에서는 지난 7일 신한은행 연향동지점 관련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총 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대구 동구의 ‘오솔길다방’ 관련 누적 확진자는 10명으로 늘었다. 이 밖에 서울 강서구 보험사(누적 34명), 서초구 건물(16명), 강남구 ‘럭키사우나’(44명), 경기 용인시 동문 골프모임(67명), 군포시 의료기관 및 안양시 요양시설(110명), 수도권 중학교·헬스장(71명), 대구 서구 대구예수중심교회(37명), 경남 창원시 일가족(29명) 등의 사례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랐다.해외유입 29명…미국발 16명 증가세사망 5명 늘어 총 485명 해외유입 확진자는 29명으로, 전날(27명)보다 2명 늘었다. 해외유입 사례는 이달 들어 일별로 23명→18명→29명→20명→17명→28명→17명→25명→27명→29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가운데 20명대를 나타낸 날만 7일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 29명 가운데 8명은 공항이나 항만 입국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고 나머지 21명은 경기(15명), 서울(3명), 광주·충북·경북(각 1명) 지역 거주지나 임시생활시설에서 자가격리하던 중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의 유입 추정 국가를 보면 미국이 16명으로 가장 많고 이어 폴란드(3명), 요르단·프랑스(각 2명), 필리핀·우즈베키스탄·인도·이탈리아·멕시코·과테말라(각 1명)이다. 확진자 가운데 내국인이 11명, 외국인이 18명이다. 한편 사망자는 전날보다 5명 늘어 누적 485명이 됐다. 국내 평균 치명률은 1.75%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바이든의 반려견 독일산 셰퍼드 이름이 ‘챔프’와 ‘메이저’인 사연

    바이든의 반려견 독일산 셰퍼드 이름이 ‘챔프’와 ‘메이저’인 사연

    미국 대선에서 사실상 승리를 결정지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백악관에 반려동물을 들이는 오랜 전통을 다시 이을 전망이다. 내년 1월 전직 대통령으로 물러서길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위생 관념에 투철해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반려동물을 백악관에 들이지 않은 미국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는 1월 취임식을 마친 뒤 독일산 셰퍼드 ‘챔프’와 ‘메이저’를 백악관에 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위터에 둘 다 계정을 갖고 있고 수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소셜미디어 스타들이다. 영국 BBC는 두 반려견 외에 역대 대통령들이 퍼스트 패밀리 못잖게 챙겼던 퍼스트 펫들을 9일(현지시간) 소개해 눈길을 끈다.조 바이든- 챔프와 메이저 바이든 후보는 20008년 부통령에 당선된 뒤에 새끼였던 챔프를 기르고 있었다.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남편에게 당선되면 선물하겠다며 유세를 다니는 비행기 좌석에 두 마리 견공이 늠름하게 앉아 있는 사진을 찍었다. 두 마리의 이름은 손주들 이름을 땄는데 상당히 감성적인 의미를 지닌다. 그는 2008년 대선 유세를 통해 부친이 “낙담할 때마다, 넌 챔프야, 일어나!”라고 말하곤 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반려견 이름을 붙인 이유가 된다. 메이저는 2년 전 델라웨어 휴메인 어소시에이션이란 단체에서 위탁받아 기르다 입양했다. 인스타그램에 메이저와 어울리는 동영상을 올리고 “No ruff days on the trail when I have some Major motivation”라고 적었다. ‘중대한(견공 이름도 중의적으로) 동기가 있다면 (내) 앞길은 힘들(개 짖는 소리도 중의적으로) 일이 하나도 없다’는 뜻이다.버락 오바마- 보와 서니 포르투갈 물개 보와 서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에 살았다. 그는 대선 승리를 확정한 뒤 딸들에게 “새로운 강아지들과 백악관에 함께 들어갈 수 있단다”라고 말했다. 보는 2009년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이 오바마 자녀들에게 선물한 것이었으며 서니는 2013년 8월에야 합류했다. 보는 가슴이 하얗고 앞쪽에 반점도 있는 반면, 온통 검정색인 서니는 대통령 가족의 공적 임무 때 수행하기도 해 인기가 대단했다. 영부인 미셸 여사는 “모두 그들과 사진찍길 원한다. 매달 초에 메모를 받아 그들의 일정표를 짠다. 난 그들이 언제 나타날지 승인하는 임무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클린턴- 버디와 삭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버디란 이름의 초콜릿색 래브래도 반려견과 삭스란 이름의 반려묘를 길렀다. 둘은 이따금 아웅다웅 다퉈 인간 뉴욕 타임스(NYT)는 둘을 호적수라고 불렀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2000년 취재진에게 아내가 부재 중이면 버디가 가끔 옆에서 잔다고 얘기하며 “내 진짜 친구”라고 말했다. 두 반려동물에 대한 책도 썼는데 존경하는 삭스, 존경하는 버디라고 표현했고, 자녀들이 보낸 편지, 둘의 앙숙 관계와 습관 등을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조지 W 부시- 미스 비즐리와 바니 반려동물을 많이 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미스 비즐리와 바니란 두 마리 스코티시 테리어종을 길렀다. 백악관이 배포한 동영상 제목 중에는 “아주 비즐리 크리스마스”와 “바니 캠” 등이 붙여져 있었다. 로라 여사는 비즐리가 “기쁨의 원천”이라면서 남편과 바니가 야외 활동을 무척 즐긴다고 소개했다.린든 B 존슨- 유키 존슨 전 대통령이 아낀 반려견으로는 유키란 이름의 테리어 혼종견이 있었다. 대통령 반려동물 뮤지엄 홈페이지에 따르면 딸 루시가 1966년 추수감사절에 고향 텍사스주의 한 주유소에서 발견했는데 이듬해 아버지에게 선물했고, 대통령은 직접 9월 백악관 남쪽 잔디마당에서 열린 농업 박람회에 유키를 소개했다. 둘은 각료 회의는 물론 함께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그의 손자는 한때 “존슨 시티의 가난한 소년이 백악관에까지 이르게 만든 미국의 정신을 체화하는 각별한 유대를 공유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프랭클린 D 루즈벨트- 팔라 아마도 역대 퍼스트 독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전 대통령이 예뻐했던 스코티 시 테리어 팔라이다. 1940년 사촌이 대통령에게 선물했는데 스코틀랜드 조상의 이름을 따 ‘팔라힐의 무법자 머레이’라고 긴 이름을 붙여줬다. 대통령 반려동물 뮤지엄에 따르면 팔라는 매일 아침 대통령이 아침을 들 때 뼈 하나를 대접 받았고, 편지에 답하는 전담 비서를 둘 정도였다. 4월 7일 팔라의 생일 때면 대통령이 손수 케이크를 만들어 바쳤다. 1942년 대선 유세 때 팔라는 전쟁에 적극 참전을 독려하는 고무 스태프 모으기에 장난감들을 기부하기도 했다. 기록 필름들을 보면 워싱턴 DC에 프랭클린 델라노 루즈벨트 메모리얼에 있는 대통령 동상 옆에 팔라의 동상도 눈에 띈다.존 F 케네디- 마카로니 퍼스트 펫 명칭을 받은 것이 견공과 반려묘 뿐만은 아니었다. 조류나 햄스터, 심지어 망아지도 있었다. 마카로니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이 린든 B 존슨 전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망아지였다. 주로 버지니아주 농장의 마굿간에 있었지만 이따금 백악관 마당을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앞의 뮤지엄에 따르면 재키 케네디 여사는 이란 방문 때 데려가 마카로니를 파라 왕비가 이끌게 했는데 왕비가 들고 있던 수선화 더미를 먹으려 하는 재미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자 팬레터가 쏟아져 라이프 잡지 표지에 실리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의대생 86% 미응시” 국시 실기시험 오늘 종료...의료공백 현실화(종합)

    “의대생 86% 미응시” 국시 실기시험 오늘 종료...의료공백 현실화(종합)

    전체 응시 대상 가운데 86%가 치르지 않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오늘 끝난다. 지난 9월 8일부터 두 달간 분산 실시된 국시 실기시험은 응시대상자 3172명 중 446명만이 시험을 접수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생 대다수는 올해 안에 국시 실기시험을 보지 못하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이들은 실기시험 이후 오는 2021년 1월 7∼8일 필기시험을 치러 의사면허를 획득하지만, 이들이 실기시험을 거부하면서 내년에는 2700여 명의 신규 의사가 나오지 않게 됐다. 수련병원에서 인턴 의사를 모집 못 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공중보건의(공보의)나 군의관 등도 부족해질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국시 재응시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국시 실기시험 문제 해결은 지난 9월 4일 맺은 의정 합의의 기본 전제”라며 정부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했다. 주요 대학병원장 등 병원계는 코로나19 상황 속 의사 인력이 배출되지 못할 경우 의료의 질 저하가 심히 우려된다며 의대생들을 대신해 ‘대국민 대리 사과’에 나서기도 했다. 의대생들은 지난 9월 “국시 응시에 대한 의사를 표한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실기 응시대상자보다 많은 인원인 3196명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필기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사실상 의사국시를 응시하겠다는 개별적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의대생들은 “국시 문제가 의정 협의체 구성에 발목을 잡거나 협의 유불리 요인이 되는 건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의료 수급이나 응급실, 필수 의료 문제 등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며 여지를 열어뒀다.그러나 올해 안에 이들이 국시 실기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방도는 없어 보인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관계자는 “올해 마무리를 하려면 촉박하다”면서 “시험을 보게 된다면 기존시험 종료 다음 날인 오는 11일부터 봤으면 했는데, 내일모레 공지를 해도 올해 안에 치르기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보건 의료정책에 반발해 의사 국시를 거부했다. 정부는 앞서 9월 1일 시작 예정이었던 실기시험을 9월 8일로 일주일 연기했고, 재신청 기한 역시 두 차례 연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의협과 정부, 여당이 해당 정책들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후에도 국시 접수를 거부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속보] 올해 의사 국가시험 오늘로 끝…의대생 86% 미응시

    [속보] 올해 의사 국가시험 오늘로 끝…의대생 86% 미응시

    전체 응시대상 의대생의 86%가 치르지 않은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이 오늘 끝난다. 국시 실기시험은 지난 9월 8일부터 약 두 달 간 분산 실시됐으며, 응시대상자 3172명 중 446명만이 시험을 접수했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생 대다수는 올해 안에 국시 실기시험을 보지 못하게 됐다. 원래대로라면 이들은 실기시험을 보고 내년 1월 7∼8일 필기시험을 치러 의사면허를 획득하지만, 이들이 실기시험을 거부하면서 내년에는 2700여 명의 신규 의사가 나오지 않게 됐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은 “올해 시험을 보게 된다면 기존시험 종료 다음 날인 이달 11일부터 봤으면 했는데, 내일모레 공지를 해도 올해 안에 치르기는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에 반발해 의사 국시를 거부했다. 정부는 애초 9월 1일 시작 예정이었던 실기시험을 9월 8일로 일주일 연기했고, 재신청 기한 역시 두 차례 연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의협과 정부, 여당이 해당 정책들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후에도 국시 접수를 거부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예방에 90% 이상 효과” 중간발표 (종합)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예방에 90% 이상 효과” 중간발표 (종합)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라는 중간 결과가 발표됐다. 9일(현지시간) 화이자는 3상 임상시험 참가자 중 코로나19에 감염된 94명을 분석한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CNBC 방송에 따르면, 그동안 과학자들은 최소 75% 이상의 효과를 가진 백신을 기대해 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50∼60% 정도만 효과적인 백신도 그런대로 괜찮다고 밝힌 바 있다. 비록 중간 결과이기는 하지만 90% 이상의 효과는 일반 독감 백신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독감 백신은 감염 위험을 40∼60% 낮춰준다. 이날 발표는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 패널인 ‘데이터 감시위원회’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3상 시험에 관해 내놓은 중간 결과로 최종 수치는 달라질 수 있다. 이날 발표에는 미국과 해외 5개국에서 총 4만3538명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3상 시험에서 초기에 발생한 94명의 확진자를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임상시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코로나19 백신을 투여하고, 나머지 그룹에는 플라시보(가짜 약)를 투여했다. 그 결과 두 실험군을 통틀어 현재까지 94명의 확진자가 나왔는데 이 중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 비중은 10% 미만에 그쳤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나타난 시점은 두 번째 백신 투여 7일 후로, 첫 번째 투여일로부터는 28일 뒤라고 화이자는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은 2회 투여해야 면역력이 생긴다.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을 내 “감염률 신기록이 세워지고 병원 수용능력이 한계에 가까워지고 경제 재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 세계가 백신을 가장 필요로 할 때 우리가 백신 개발에서 중요한 이정표에 도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불라 CEO는 “전세계에 이 글로벌 보건 위기를 끝내는 데 도움을 줄 돌파구를 제공하는 데 한 걸음 가까워졌다”며 몇 주 안에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에 관한 추가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우리가 터널 끝에서 마침내 빛을 볼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100년간 가장 중대한 의학적 발전이 될 거라고 믿는다”고 자평했다. 화이자는 백신 안전에 관한 데이터를 점검한 뒤 11월 셋째주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화이자는 현재까지 심각한 안전 우려는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1500만∼200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2회 투여 기준)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내년에는 13억회 투여분을 만들어낼 전망이다. 미 정부와 과학계는 내년 상반기 중 화이자를 포함한 코로나19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의 장기간 안전성과 효험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화이자 백신의 중간 결과에 너무 들떠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특히 백신의 효능이 얼마나 유지될지는 미지수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지적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우리가 선 이 무대가 ‘신의 기적’

    우리가 선 이 무대가 ‘신의 기적’

    1983년 국내 초연한 명작무대 이동이나 암전 없이두 시간 물 안 마시고 연기 20년 만에 정통 연극 도전 박해미 “입이 바짝 마른다”30년 경력 베테랑 이수미 “주저앉아 울고 싶어” 토로데뷔 8년차 이지혜도 “부담”“지금 이 시기에 하느님의 기적은 더이상 없어요. 그런데도 난 기적을 갈망하고 있어요.” 한 오라기 실만큼이라도 기적이 있기를 바란다고 무대에서 외친 배우 이수미가 “지금 이게 바로 기적”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무대를 딛고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때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거쳐 간 캐릭터를 얻었으니 절로 나올 법한 말이었다. ‘여배우들의 성지’로도 꼽히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82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한 연극은 1976년 뉴욕 수녀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영아 살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치열한 심리게임 속에는 종교와 구원에 관한 물음, 여성으로서의 아픔, 가족에 대한 상처 등 갖가지 실타래가 얽혀 있다. 무대에선 도발적이고 치밀한 설전이 이어지며 극이 전개될수록 각 인물은 절제했던 감정들을 극단적으로 쏟아 낸다. 당연히 탄탄하고도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배우만 세 가지 캐릭터 중 하나로 선택받을 수 있다. 1983년 국내 초연 당시 윤석화와 고 윤소정이 아그네스와 닥터 리빙스턴으로 열연했고, 이후 신애라(1992), 김혜수(1998), 전미도(2008), 선우(2011) 등 당시 높은 인기를 얻은 배우들이 아그네스를 연기했다. 올해 작품에선 1998년 ‘신의 아그네스’를 좀더 인간과 가까운 이야기로 해석했던 윤우영 연출이 22년 만에 돌아왔다. 박해미는 아이를 가진 것도, 낳은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수녀를 돕겠다며 질문으로 실타래를 풀어 보려는 닥터 리빙스턴으로 분하고, 이수미와 이지혜가 각각 법보다 성스러움으로 아그네스를 지키겠다는 미리암 원장 수녀, 순수하지만 광기도 감추고 있는 아그네스의 옷을 입었다. 넓은 무대에서 세 사람은 온전히 각자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거미줄 같은 갈등을 엮었다. 무대 이동이나 암전은 없고 배우들도 거의 무대 밖을 떠나지 않는다. 두 시간 가까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고도의 신경전이 빈틈없이 벌어지니 베테랑 배우들도 기진맥진이다. ‘햄릿’ 이후 20년 만에 정통 연극에 도전한 박해미는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도망가고 싶었다고 했고, 동아연극상 수상자이자 경력 30년의 베테랑 이수미도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데뷔 8년차 이지혜도 “어깨가 많이 무겁고 부담됐다”며 신인처럼 떨었다. 다만 이들은 너무나 소중한 시기에 소중한 작품에 임하게 된 감사함을 ‘기적’이라 여기며 도망가거나 주저앉지 않고 머리를 맞댔다. 훌륭한 선배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전작들과 차라리 비교하지 말고 셋만의 스타일을 다지기로 했다. 작품 속 신을 향해 갈망하던 기적은 결국 인간의 몫이었듯, 명작 무대에 서는 기적을 세 배우가 자신들만의 열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새벽 예매로 들떴던 충무로, 그때 군밤 냄새… 영화 같은 추억 속으로

    새벽 예매로 들떴던 충무로, 그때 군밤 냄새… 영화 같은 추억 속으로

    지난 1월 시작된 코로나19가 11월이 되도록 지속되는 상황에서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신문과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이 함께하는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24회 ‘추억의 극장가’ 편에 참여하기 위해 충무로역 1번 출구 앞에 모인 우리들은 눈앞의 대한극장을 바라보며 잠시 감회에 젖었다. 1958년 개관해 초대형 스크린에 ‘벤허’, ‘마지막 황제’ 등 대작을 상영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는 이도 있을 테고, 2001년 11개 상영관의 멀티플렉스로 완전히 변신했을 때를 되돌아보는 이도 있을 터였다. 저마다의 나이에 따라 추억은 다르겠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기억은 바로 지난 11개월간의 일상일 것이다. 지난해 가을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하고 올 초에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감염병의 습격은 우리 삶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바꿔 놨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사람끼리 어떤 형태로든 접촉한다는 것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절이 오리라곤 상상도 못 했던 그때 영화관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이었고 오락 공간이었다. 돌아보면 어느새 전설처럼 그리운 시절이다. 어둡고 밀폐된 공간을 가득 채우고 앉아서 스크린 속의 이야기에 함께 빠져들며 같은 장면에서 소리 내어 함께 웃고 눈물 콧물 훌쩍거리며 함께 울기도 했던…. 가을이 깊어 가는 주말 우리는 충무로를 거쳐 을지로와 종로까지 한때 ‘서울의 10대 개봉관’으로 불렸던 극장들을 따라서 걸어 보기로 했다. 사라지고 변화되고 그나마 남아 있기도 한 그 모습들을 찾아서.먼저 서울미래유산 산업노동 분야에 선정된 ‘충무로 인쇄골목’을 따라 걷는 동안 오래되고 활력을 잃은 듯한 분위기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영화산업의 발전과 함께 영화 관련 홍보물을 제작하면서 형성된 충무로 인쇄골목은 이제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인쇄산업 메카로서의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산업과 함께 발전해 온 흔적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특히 연말을 맞아 달력과 연하장, 다이어리 등을 진열해 놓은 가게 앞을 지날 때는 디지털 시대에도 인쇄물을 통해 시간을 관리하고 손글씨로 안부를 전하는 풍경이 사라지지 않는 우리의 모습을 정겹게 되돌아보며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만난 스카라극장 터. 지금은 아시아미디어타워 건물이 우뚝 솟아올라 있다. 1935년에 1000석이 넘는 규모로 세워져 국내 초창기 극장 건축의 역사를 간직해 온 까닭에 2005년 문화재 등록이 예고되자 건물주가 재산권 침해라며 철거를 해 버린 것이다. 급속한 사회 변화로 근현대 서울 시민의 모습이 담긴 문화유산이 덧없이 사라져 버린 생생한 현장이다. 1990년대 들어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생겨나면서 기존의 극장들이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해 갈 때도 스카라는 단관을 고수하며 국내 최대 스크린을 유지해 왔으나 반원형 현관 부분이 도로 쪽으로 튀어나온 독특한 모양새로 모더니즘 건축 양식의 전형을 70년 동안 보여 주던 모습은 이제 찾을 수 없다. 서울미래유산처럼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개별적 특성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보전 방식이 그때도 있었다면, 문화재나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이 그때도 지금처럼 높았다면…. 아쉬운 마음으로 대각선 방향의 명보극장으로 향하자 그나마 안심이 된다. 이제는 뮤지컬과 연극 등의 공연을 주로 하는 명보아트홀로 바뀌었지만 1957년 개관한 이래 스카라극장과 마주 보며 관객몰이를 했던 모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극장 앞 광장에 새겨진 영화인들의 핸드프린팅은 그 시절의 추억을 불러오고, 광장 한쪽의 이순신 장군 생가터 표지석은 충무로라는 도로명의 유래까지 알려 준다.하지만 을지로로 접어들어 국도극장 터에 이르자 또다시 진한 아쉬움이 밀려든다. 문화재로 등록될 기미가 보이자 극장주가 건물을 허물어 버린 것은 이곳이 스카라보다 먼저였으니 1936년에 동양풍을 가미한 아름다운 르네상스식 대리석 건물로 세워진 국도극장은 1999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국도호텔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다. 충무로 인쇄골목을 지나오면서 197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들 속의 인쇄 관련 업체들을 살펴봤고, 또한 1970년대에 완공된 세운상가 건물군을 지나쳐 온 까닭일까. 국도극장 터를 표시하는 기념 표석 앞에서 우리는 어느덧 1970년대를 추억하게 됐다. 지금과 같은 예매 시스템도 없이 단일 개봉관에서 신작 영화를 몇 달씩 상영했던 그 시절에는 이곳 국도극장에서도 아침부터 영화표를 예매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곤 했을 것이다.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된 ‘별들의 고향’, ‘바보들의 행진’, ‘영자의 전성시대’가 모두 이곳 국도극장에서 개봉됐으니 이른바 70년대 청년영화를 보기 위해 당시 을지로의 대표적인 극장이었던 이곳에 얼마나 많은 관객이 몰려들었을까.고도 성장기에 접어든 70년대 산업화의 역군들은 극장에서 한국 영화가 보여 주는 젊은이들의 욕망과 방황과 좌절에 공감하며 한편으로는 영화처럼 빛나는 삶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다. 급격한 산업화의 그늘과 유신 시절의 억압을 잠시 잊은 채 함께 울고 웃던 사람들이 극장 밖으로 나서며 새로운 삶의 희망을 얻었듯 우리는 국도극장 터를 뒤로한 채 바로 앞 세운상가 3층 보행데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무로와 나란히 종로로 이어지는 세운상가는 약 1㎞ 길이의 초대형 주상복합상가로 일제강점기에 전쟁을 대비해 비워 둔 공터 자리에 세워져 각종 전자제품을 취급하며 명성을 날렸으나 1990년대 용산전자상가가 생기고 강남이 부상하면서 급격히 침체에 빠졌다. 그래서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녹지축을 만들기 위한 시도도 있었으나 5년 전부터 서울시가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다시세운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역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디오와 비디오, 컴퓨터, 불법 복제 등 세운상가를 통해 보급되고 발달한 다양한 ‘신기술’과 ‘신문화’는 종합예술로서의 영화 발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다시 정비된 세운상가의 3층 보행데크를 걸으면서 한국 영화와 극장 건물에 대해 생각이 이어졌다. 이쪽은 기존의 제조 산업을 디지털 디바이스와 결합하고 우리가 지나온 인쇄골목 쪽 상가 구간은 인쇄산업과 크리에이티브 디자인을 결합해 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다시 살리겠다고 하니 철거 대신 선택한 존치 재생이 다른 여러 산업과 문화에도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싶었다. 청계천을 지나는 구간에서는 세운상가군이 자연스럽게 공중 보행교로 연결되고 있어서 잠시 청계천을 내려다보는 시간도 가져 봤다.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았던 청계고가도로를 철거하고 청계천을 복원한 지도 어느덧 15년. 산업화 시대를 지나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는 진정한 현대화를 이뤄 가는 우리의 미래를 청계천 물길을 따라 상상해 본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종로와 만나는 세운상가 끝자락에서 다시세운광장 건설 때 발굴한 조선시대 중부관아 터 유적을 둘러보고 9층 옥상에 올라 눈앞에 펼쳐진 종묘 숲을 보면서 서울이 얼마나 오랜 역사를 간직한 아름다운 도시인가를 실감했다. 옥상에서 사방으로 둘러보는 도심은 현대식 빌딩으로 가득하지만 바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으니 다시 한번 개발과 보존에 관한 여러 생각이 교차한 순간이었다.다시세운옥상에서 서울의 기운을 가득 받아 안고 종로로 내려가서 서울극장 앞에 이르자 추억의 오징어구이와 군밤 냄새가 우리를 반겼다. 길 건너 단성사는 한국 영화 100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지만 새로 지은 빌딩의 이름 속에 흔적으로만 남았고, 피카디리극장도 광장의 핸드프린팅마저 지하로 내려가 옛 모습이 아니었지만 영화관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다 하고 있다. 1960년대의 세기극장을 인수해 1979년 서울극장으로 개관한 이후 증축을 거듭하며 일찌감치 복합상영관 시대를 열었던 서울극장은 종로와 충무로 일대 영화의 역사를 대변하는 극장으로서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됐다.마지막으로 우리가 찾은 허리우드극장 역시 서울미래유산인데, 1969년 낙원상가 건립과 동시에 개관했던 모습 그대로 이제는 노년층을 위한 실버 극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 방식으로 특화돼 어르신들을 위한 영화를 저렴한 관람료로 상영하는 그곳에는 모처럼 만나는 옛 영화들이 알록달록한 포스터로 가득했다. 그 어떤 새로운 것도 언젠가는 낡은 게 된다. 코로나19에 저당 잡힌 이 시대도 언젠가는 추억이 될 것이다. 서울 도심을 가로질러 추억의 극장가를 걸어온 끝에 우리에게 다가온 화두는 결국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였다. 글·해설 고은주 소설가 사진 김학영 서울도시문화연구원 연구위원 ■ 다음 일정 - 제25회 경의선 숲길 걷기 ●출발 일시 11월 14일(토) 오전 10시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베테랑 배우들도 “입이 바짝 말라”…무대 넓히고 판 키워진 ‘신의 아그네스’

    베테랑 배우들도 “입이 바짝 말라”…무대 넓히고 판 키워진 ‘신의 아그네스’

    “지금 이 시기에 하느님의 기적은 더이상 없어요. 그런데도 난 기적을 갈망하고 있어요.” 한 오라기 실만큼이라도 기적이 있기를 바란다고 무대에서 외친 배우 이수미가 “지금 이게 바로 기적”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무대를 딛고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때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거쳐 간 캐릭터를 얻었으니 절로 나올 법한 말이었다. ‘여배우들의 성지’로도 꼽히는 연극 ‘신의 아그네스’가 지난 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다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982년 미국 뉴욕에서 초연한 연극은 1976년 뉴욕 수녀원에서 실제로 일어난 영아 살해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사건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치열한 심리게임 속에는 종교와 구원에 관한 물음, 여성으로서의 아픔, 가족에 대한 상처 등 갖가지 실타래가 얽혀 있다. 무대에선 도발적이고 치밀한 설전이 이어지며 극이 전개될수록 각 인물은 절제했던 감정들을 극단적으로 쏟아 낸다. 당연히 탄탄하고도 다채로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배우만 세 가지 캐릭터 중 하나로 선택받을 수 있다. 1983년 국내 초연 당시 윤석화와 고 윤소정이 아그네스와 닥터 리빙스턴으로 열연했고, 이후 신애라(1992), 김혜수(1998), 전미도(2008), 선우(2011) 등 당시 높은 인기를 얻은 배우들이 아그네스를 연기했다. 올해 작품에선 1998년 ‘신의 아그네스’를 좀더 인간과 가까운 이야기로 해석했던 윤우영 연출이 22년 만에 돌아왔다. 박해미는 아이를 가진 것도, 낳은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수녀를 돕겠다며 질문으로 실타래를 풀어 보려는 닥터 리빙스턴으로 분하고, 이수미와 이지혜가 각각 법보다 성스러움으로 아그네스를 지키겠다는 미리암 원장 수녀, 순수하지만 광기도 감추고 있는 아그네스의 옷을 입었다.넓은 무대에서 세 사람은 온전히 각자의 목소리와 표정으로 거미줄 같은 갈등을 엮었다. 무대 이동이나 암전은 없고 배우들도 거의 무대 밖을 떠나지 않는다. 두 시간 가까이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는다. 고도의 신경전이 빈틈없이 벌어지니 베테랑 배우들도 기진맥진이다. ‘햄릿’ 이후 20년 만에 정통 연극에 도전한 박해미는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며 도망가고 싶었다고 했고, 동아연극상 수상자이자 경력 30년의 베테랑 이수미도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데뷔 8년차 이지혜도 “어깨가 많이 무겁고 부담됐다”며 신인처럼 떨었다. 다만 이들은 너무나 소중한 시기에 소중한 작품에 임하게 된 감사함을 ‘기적’이라 여기며 도망가거나 주저앉지 않고 머리를 맞댔다. 훌륭한 선배들의 이름이 나열되는 전작들과 차라리 비교하지 말고 셋만의 스타일을 다지기로 했다. 작품 속 신을 향해 갈망하던 기적은 결국 인간의 몫이었듯, 명작 무대에 서는 기적을 세 배우가 자신들만의 열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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