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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깔깔깔]

    ●거울  돈은 많지만 무식한 귀부인이 큐레이터와 미술품을 관람하고 있었다.  “아.이 그림이 그 유명한 로댕의 작품이군요.”  “이건 고흐의 그림인데요.로댕은 조각가죠.”  부인은 얼굴을 붉히면서도 매번 아는 척하다가 무안만 당했다.드디어 부인은 이상한 그림 앞에 섰고 무안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며 또다시 아는 척을 했다.  “이 이상한 그림이 그 유명한 피카소의 그림 맞죠?”  당황한 큐레이터는 작게 말했다.  “부인,그건 거울인데요.” ●대머리의 수난  머리카락이 한 올도 없는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시내를 질주하다가 그만 신호를 위반했다.이를 본 경찰이 사이렌을 울리며 경찰차에 달린 마이크로 외쳤다.  “살색 헬멧! 오토바이 세워요.”
  • [책꽂이]

    ●국가이미지(유재웅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펴냄) 미국의 미래학자 짐 데이터는 정보사회 다음에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온다고 했다. 꿈의 사회, 그것은 바로 이미지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다. 사회 나아가 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일은 오늘날 무엇보다 절실한 국가적 과제다. 정부의 해외홍보·국가이미지 업무를 총괄하는 해외홍보원장을 지낸 저자(을지대 홍보디자인학과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의 국가이미지 발전전략을 외국의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며 소상히 다룬다.1만 9000원. ●왜 고전을 읽는가(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소연 옮김, 민음사 펴냄)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저자가 30여명의 고전작가들에 대해 쓴 개인적 독서기. 호메로스 등 고대 작가에서 레몽 크노 등 현대 작가에 이르기까지 쟁쟁한 고전작가들에 대한 독창적 해석이 눈에 띈다. 저자는 고전을 “우리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정의하며 고전읽기의 당위성을 강조한다.2만원.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쓰쓰미 미카 지음, 고정아 옮김, 문학수첩 펴냄) 신자유주의의 메카인 미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고발.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주택가압류 딱지가 붙은 집 앞에 선 어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미국의 빈곤층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다 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1만 2000원. ●다시 쓰는 그리스 신화(김길수 지음, 소피아 펴냄) 서구정신의 뿌리를 이루는 그리스 신화의 콘텐츠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 책은 그리스 신화가 고대신화 가운데 온전히 원형을 보존하고 있는 이유를 신과 인간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묘사한 그리스 도자기에서 찾아 눈길을 끈다. 그리스 도자기를 통해 바로 자신들의 신화를 후대에 전승했다는 것이다.1만 3000원. ●조선무속고(이능화 지음, 서영대 옮김, 창비 펴냄) 한국무속에 관한 첫 본격 연구서. 방대한 문헌과 현지조사를 통해 한국무속의 역사와 제도, 의식을 살피는 한편 중국과 일본 무(巫)에 대한 비교연구까지 곁들였다. 한국 민속연구에 선구적 업적을 남긴 저자는 제단을 설치해 하늘에 제사지내는 설단제천(設壇祭天)에서 단군이란 말이 비롯됐다고 해석한다.4만원. ●위대한 열정(도미니크 보나 지음, 박명숙 옮김, 아트북스 펴냄) 19세기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의 연인으로 잘 알려진 조각가 카미유 클로델과 그녀의 남동생인 폴 클로델의 이야기를 평전 형식으로 재구성. 천재 조각가였지만 30년간 정신병원에 감금된 채 삶을 마감해야 했던 카미유의 비극적 삶과 시인이자 외교관으로 일하며 누나와 평생 영혼의 교감을 나눴던 동생 폴의 이야기가 소설처럼 펼쳐진다.1만 5000원.
  • [지방시대]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한테서 배우자/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지방시대] 로댕의 ‘칼레의 시민들’한테서 배우자/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전남도청 신관을 헐지 말라!” “5·18항쟁의 마지막 유적지, 영구 보존하라!” 80일 가까이 옛 전남도청-아시아문화전당 공사 현장에서는 농성이 계속되고 있다.5·18 당시 시민군으로 활동한 ‘기동타격대’를 중심으로 유족회·부상자·구속자들이 ‘공동투쟁위원회’를 결성, 문화전당 관계당국과 사업단측에 분노를 표하고 있다. 도청 본관과 함께 신관(별관)은 5월 항쟁 최대 격전지이며 특히 1980년 5월27일 새벽, 광주시민들이 계엄군에 맞서 싸운 최후의 항쟁지로 역사의 증거와 교훈으로 세워두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5월 단체와 시민들은 설계를 변경하더라도 ‘신관’을 고스란히 살려두어야 하지, 그러지 않으면 ‘5·18의 1번지’가 반쪽이 돼 버린다고 성토한다.‘아시아문화전당’ 사업 현장에 이런 문제가 생겨서 더욱 떠오르는 역사적 교훈이 있다. 그것은 프랑스의 위대한 조각가 ‘로댕’이 만든 브론즈 조각작품 ‘칼레의 시민’에 관련된 이야기다. 작품은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백년전쟁(1337∼1453년)의 한 사건을 담고 있다. 이 전쟁은 무려 116년 동안 계속되었는데 영국군이 프랑스의 거의 모든 지역을 손안에 넣었지만 ‘칼레’라는 도시는 그리 쉽지 않았다. 프랑스왕 필립6세도 방어를 포기한 도시 칼레를 영국왕 에드워드 3세가 끊임없이 포위 공격을 가했다. 칼레로 들어가는 식량 루트를 완전히 봉쇄하고 시민들을 모두 말려 죽이려는 작전을 펼쳤다. 결국 칼레 시는 항복하고, 영국왕은 완강한 저항에 대한 책임을 묻고자 시민들 가운데 ‘여섯 명’만을 처형하겠다고 통보해 온다. 그에 응하지 않으면 패배한 칼레 시에 대해 대량 학살을 단행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때 스스로 목숨을 걸고 나간 사람들이 있었으니 칼레 시에서 가장 재력가인 외스타슈, 법률가 데르, 칼레 시에서 도덕적 명망이 높은 비상, 또 한 사람의 비상, 피네, 당드르가 그들이었다. 이들은 스스로 목에 오랏줄을 묶고 맨발로 영국왕 앞으로 걸어갔다. 칼레 시민들에 가해질 대학살극을 막고자 희생양이 돼 ‘십자가’를 짊어진 것이다. 그러자 영국왕도 감동한 나머지, 이들 여섯 명의 시민을 놓아주고 칼레 시를 봉쇄작전으로부터 풀어준다. 이 역사적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1884년 칼레 시는 조각가 ‘로댕’에게 예의 여섯 사람의 모습을 담은 ‘칼레의 시민’이란 브론즈 조각 작품을 만들게 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11년만에 완성된 로댕의 조각 작품(1895년 작)에 대한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백년전쟁 훨씬 뒤에 만들어진 이 조각작품을 어디에다 세워야 하느냐를 놓고 시민들끼리 오랜 논란을 벌인다. 독일의 시인이며 로댕의 비서였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로댕론’을 통해 이렇게 적고 있다. 칼레의 시민들은 여섯 명의 전신상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도시의 어디에 세우느냐를 놓고 격론을 벌이다가 마침내 백년전쟁의 최대 격전지인 칼레 시 바닷가에 세우게 된다. 전문가들보다 먼저 칼레 시민들의 의견을 넓게 수렴한 결과이다. 그렇다. 역사적 조각 작품 하나를 세우는 일에도 이렇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프랑스의 북쪽 도시 칼레의 시민들한테서, 오늘 우리는 큰 교훈을 본받아야 한다.1980년 5월27일 새벽, 최후의 순간까지 광주와 민주주의를 사수한 ‘전남도청’은 그런 의미에서 완벽하게 보존돼야 할 것이다. 벽돌 한 장, 나무 하나라도 똑바로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이야말로 ‘광주정신’을 영원토록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전남도청 신관(별관)은 결단코 허물어선 안 될 것이다. 김준태 조선대 교수·시인
  • [쇼핑플러스]

    ●아모레퍼시픽의 건강식품 브랜드인 비비프로그램은 에스라이트 슬리머 DX를 출시했다. 마시는 다이어트 앰플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복부 지방을 포함한 체지방 감소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20㎖ 30개 7만원. ●코리아나화장품은 남성 기초 화장품인 로댕 블루라벨을 출시했다. 피지 조절과 수분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 애프터 쉐이브(140㎖ 2만원)와 밀크 로션((140㎖ 2만원)이 있다. ●LG생활건강은 세이프 보르도를 출시했다. 먹을 수 있는 프랑스 와인 식초 성분으로 만들어 헹굼성이 좋고 냄새 제거 효과가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385㎖ 정품과 리필 550㎖ 제품이 각각 3950원. ●풀무원건강생활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내추럴하우스 오가닉은 모앤블랙푸드를 출시했다. 건강한 두피와 모발을 위해 신체 균형을 맞춰 준다는 설명이다.2개월 분량이 3만원. ●농심은 둥지냉면 물냉면과 둥지냉면 비빔냉면을 출시했다. 상온보관이 가능하다.1인분씩 포장돼 있다. 개당 1200원. ●CJ제일제당은 인도풍 정통 커리인 인델리를 출시했다. 치킨 빈달루, 팔락 파니르, 비프 데미커리, 치킨 마크니 등 4종이다.1인분에 1450원. ●길표양말의 스포츠 전문브랜드인 GX골프는 기능성 고급 골프양말 선물세트를 출시했다. 습기를 신속하게 빨아들이고 건조시키는 쿨맥스사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신사용 골프양말 3족과 숙녀용 골프양말 2족에 나이키 골프공이 한 세트다.10만원. ●아비노는 스트레스 릴리프 버블바스를 출시했다. 젤 타입의 거품 목욕제다. 고보습의 라벤더 성분과 카모마일, 일랑일랑 등 아로마 오일 성분이 들어있다는 설명이다.295㎖ 1만원. ●CJ라이온은 아이! 깨끗해 비누를 출시했다. 항균 성분 트리클로산이 들어 있으며 100% 식물성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설명이다.100g 1250원.
  • “부르델아저씨 만나보세요”

    “부르델아저씨 만나보세요”

    한낮이면 30도 턱밑까지 차올라 오는 이상 고온. 봄도 이제 끝물이다. 고사리손 잡고 서둘러 전시장 봄나들이에 나서 보자. 부담없이 나설 수 있는 도심 미술관은 어떨까. ‘활쏘는 헤라클레스-거장 부르델’전을 아직도 못 보여 줬다면 이번 주말엔 욕심을 내볼 만하다.6월8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1층 전시실에 조각 거장의 체온이 실린 작품 123점이 기다리고 있다. 에밀 앙투안 부르델(1861∼1929)은 로댕, 마이욜과 더불어 세계 3대 조각 거장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조각가. 작품을 빌려온 파리의 부르델 미술관 측이 앞으로 10년 동안 소장품을 해외 반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번 기회를 잡아야 할 듯싶다. 무엇보다 어린이 관람객들을 꼼꼼히 배려한 전시이다. 국내 전시회 사상 최초로 어린이용 도록(힘찬 헤라클레스를 만든 부르델 아저씨)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부르델의 작품 소재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주인공들이 많아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좋다.”는 게 서울시립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도슨트(작품 해설자)의 안내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하루 네 차례나 된다. 단체 관람을 예약할 때는 미리 도슨트를 요청해 두면 편리하다. 도슨트 안내 시간을 맞추기 어렵더라도 방법은 있다. 미술관에서 빌려 주는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할 것. 주요 작품 30여점의 의미와 배경에 대한 전문가의 해설을 들을 수 있다. 대여료는 2000원. 일찌감치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해도 실속있겠다. 유치원생을 위한 체험교육(매주 화·목 오전 10시,11시)에서는 찰흙으로 작품을 직접 빚어 보게 한다. 초등학생 체험은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 매주 토·일요일과 공휴일엔 미술관 앞마당에서 어린이 미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참가비는 3000원.(02)724-2408.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릴케·샤갈 친필편지의 향취 느껴보세요”

    “릴케·샤갈 친필편지의 향취 느껴보세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필체는 작품만큼이나 섬세했을까.100여년도 더 지난 라이너 마리아 릴케와 알퐁스 도데의 편지에서는 어떤 서정이 묻어날까. JS씨어터와 서울에이전시는 10일부터 30일까지 ‘세계 예술가 친필 편지전’을 서울 논현동 워터게이트 컨벤션홀에서 연다. 중앙부산저축은행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에는 역사 속 위대한 예술가의 친필편지, 사진, 소장품 등 모두 100여점이 전시된다. 만날 수 있는 작가는 로댕, 샤갈, 슈바이처, 귄터 그라스,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알베르 카뮈, 토마스 만, 구상, 조병화 등 30여명이 넘는다. 이 전시품들은 올여름 제주도에 건립될 예정인 ‘문학박물관’의 건립추진위원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영씨의 개인소장품. 이 대표는 “이번에 전시하는 친필편지 등은 국내 편지박물관 건립을 위해 모아 두었던 것”이라면서 “세계적인 작가들이 남겨 놓은 희귀한 유품들이며 비싼 미술품 못지않게 문화적 가치가 높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회 준비를 맡은 표재순 JS씨어터 대표도 “예술가들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긴 엽서 한 장, 편지 한 장을 통해 그들이 지향한 가치와 삶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필편지전은 지난 2월 피카소 포스터전으로 시작한 JS씨어터 ‘이야기가 있는 전시’ 시리즈의 하나. 개막일인 10일에는 이순재, 최불암, 손숙, 박정자 등 유명인사들이 직접 편지를 들려주는 낭송회가 마련된다. 입장료는 없다.(02)540-2310.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존재란 나와 너 사이 경계를 지우는 것”

    “존재란 나와 너 사이 경계를 지우는 것”

    나(我)와 남(他). 사진작가 김아타(52)의 이름 풀이는 그렇다. 너와 내가 같으니 곧 ‘내가 우주’라는 함의의 이름을 작업실에서 스스로 붙였다. 한때 기계공학도(창원대)였던 그를 그 어떤 강력한 힘이 사진예술로 잡아끌어 지금에 이르게 한 것일까. 작가의 화두는 일관되게 선명하다.“완전한 개인의 정체성은 나 아닌 다른 것들과의 통합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정체와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65장 사진 포개어 존재의 중첩성 표현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 들어서면 크게 한번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로댕의 ‘지옥의 문’ 옆에 걸린 초대형 사진작품 앞에서 관객은 작가의 의도대로 삽시간에 혼돈에 빠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을 차용한 ‘최후의 만찬’(140×878㎝)으로 작가는 뜸들이지 않고 ‘본론’을 꺼낸다. 예수와 열두명의 제자들이 앉아 있는 틀거리를 빌리되,13명의 모델들은 예수와 제자의 역할을 바꿔가며 모두 65장의 사진을 찍었다. 그 이미지들을 포개어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든 작가는 “가운데 앉은 예수의 이미지가 다른 열두 제자의 모습과 다중으로 겹치도록 의도했다.”고 말했다. 예수 안에 유다가 있고, 유다 안에 예수가 있음을 은유하며 인간을 해체주의적 관점에서 다시 이해해 보자고 권유하는 셈이다. 이미지 중첩 및 장시간 노출 방식을 근간으로 하는 ‘온 에어(On-Air)프로젝트’시리즈가 이번 개인전의 주요 작품들이다. 여기에 인도 깊숙이 카메라를 들이댄 최근작 ‘인디아’시리즈가 추가됐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사진 본연의 기능을 전복시키는 데 있다.“통념 속 사진의 기능은 ‘기록’과 ‘재현’입니다. 나는 거꾸로 존재를 지우고 통념을 날리는 작업을 합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또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사라진 것은 아니므로” 그 지점을 주목하는 행위가 그에겐 곧 작품이 되는 것이다. 존재방식을 고민하는 카메라는 번번이 8시간을 꼼짝없이 붙박이로 빛에 노출된 피사체를 관찰한다. 예컨대 온에어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타임스퀘어’. 관광객들로 24시간 붐비는 뉴욕의 타임스퀘어 사진에는 거짓말처럼 건물만 서 있다. 오래 머물지 않는 피사체는 8시간 노출 방식의 카메라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기 때문이다. 장시간 노출로 포착한 피사체는 존재방식을 고민하는 작가의 메시지, 즉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사라짐’을 웅변한다. 이미지 중첩 기법으로 또 다른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얼핏 아랍 남성의 초상쯤으로 보이는 ‘세계인’은 세계 100개국의 남성 100명을 무작위 추출해 사진을 찍은 뒤 이들을 겹친 작품. 이번에 새로 소개하는 ‘인다라(인디아와 만다라의 합성어) 시리즈’에는 인도의 만상이 압축됐다. 인도의 장면들을 무려 1만컷을 찍어 모아 한 장에 중첩시켰다. ●로댕갤러리서 5월25일까지 ‘On-Air´전 작가의 인기는 해외무대에서 더 뜨겁다.2006년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의 국제사진센터(ICP)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뉴욕의 아트페어에서는 작품 한 점이 1억 90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이번에 집중소개되는 ‘온 에어 프로젝트’는 뉴욕 ICP 전시 때 호평 받았던 것들이다. 이전 작품인 ‘해체 시리즈’와 ‘뮤지엄 프로젝트’ 작품은 영상으로 전시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를 일목요연하게 한 자리에서 훑어볼 수 있는 자리이다.5월25일까지(월요일 휴관).(02)2014-6552.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얘들아, 피카소·고흐 만나러 가자”

    겨울방학이다. 여유의 즐거움도 잠시, 슬슬 긴장이 풀릴 아이들과 엄마들의 신경전은 불보듯 뻔한 그림이다. 아이도 엄마도 함께 흐뭇할 ‘윈·윈’ 이벤트로 전시회 순례만 한 것이 또 있을까. 마침 올겨울엔 대형 명작전시가 유난히 많다. # “어? 책에서 본 그림이다!” 서울, 수도권 요소요소에 거장들의 전시회가 포진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내년 3월16일까지 이어지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전은 관람 필수 아이템. 고흐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과 크뢸러 뮐러 미술관에서 67점을 빌려왔다. 노란 모자를 쓴 1887년작 자화상과 1890년작 ‘붓꽃’, 농촌의 일상을 그린 1885년작 ‘감자먹는 사람들’ 판화 등 초기에서 말기까지 고흐의 세계를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러시아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한가람미술관에는 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현대 추상미술의 창시자 바실리 칸딘스키,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의 대가 일리야 레핀이 와있다. 두 대가를 비롯한 러시아 현대미술의 대표주자 54명의 유화 91점이 전시돼 있다.‘블루 크레스트’ 등 칸딘스키의 완숙기 걸작 4점은 꼭 챙겨보자. 바로 옆의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도 들러 봐야 한다. 내년 3월2일까지 덴마크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 작품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나사 하나 없이 엿가락처럼 구부려 만든 빨간 플라스틱 의자, 하트 모양의 의자 등 장난감처럼 별난 생활가구들 앞에서 아이들 입이 함지박만 해질 듯싶다. 모딜리아니의 그림은 경기 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27일 개막해 내년 3월16일까지 계속될 ‘열정, 천재를 그리다’전에는 모딜리아니의 마지막 연인이자 화가인 잔 에뷔테른의 작품이 함께 공개된다. 모딜리아니가 죽기 한해 전에 그린 유명한 초상화 ‘어깨를 드러낸 잔 에뷔테른’ 등 모두 150점이 전시된다. 유화, 드로잉, 엽서, 사진, 머리카락 등 다양한 소재들이 작가세계의 이해를 도와준다. 성남문화재단에서는 유럽현대미술 100년을 조망한다.‘유럽현대미술의 위대한 유산-피카소에서 미로, 샤갈, 현대회화의 거장들’이란 제목으로 30일부터 내년 2월24일까지 파블로 피카소, 피에르 보나르, 호안 미로, 장 드뷔페 등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 125점을 선보인다. 원화 22점, 샤갈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판화 80여점, 마티스의 판화 23점 등이 포함됐다. # 다양한 기획전… 가까워지는 미술 내년 1월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이 마련하는 ‘한국현대판화’전도 어린이·청소년에게 특히 유익하다. 서구적 판화기법이 등장한 1950년대부터 최근 신세대 작가들의 독창성 있는 작품까지 시대별로 400여점을 전시한다. 내년 1월19일엔 판화제작 시연회도 열린다. 청소년은 무료관람. 국립현대미술관을 찾은 김에 ‘방방 숨은 그림찾기’에도 참여함 직하다. 벽면에 설치된 인형에 자석옷을 입혀보는 놀이 미술이 기획됐다. 한국 근·현대 목판화 역사를 알아볼 기회로는 과천 제비울 미술관의 겨울방학 기획전 ‘나무거울’전이 또 있다.188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범위로 잡되 독특하게 출판, 신문, 포스트 등으로 활용된 목판화 자료를 정리했다. 그림감상법의 abc를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다면 내년 2월2일까지 열리는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전시 ‘그림보는 법’을 찾으면 되겠다. 주제, 구성, 기법을 따져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에듀케이터가 직접 설명해준다. 내년 1월16일부터 20일까지 로댕갤러리는 상설전 로댕의 ‘지옥의 문’ 등을 초등학생들이 전문교사와 함께 감상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 150만개 레고로 다양한 놀이도 서울 역삼동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전시실에 기획된 ‘얘기줌치’전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가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전래동화의 장면들을 묘사한 그림들이 재미있다. 세계의 그림책 원화 446점을 한자리에 모은 ‘2007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전, 삼성동 코엑스의 축구장만 한 전시장에서 150만개의 레고로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플레이! 레고월드’, 수묵화 등을 배울 수 있는 장흥아트파크 체험전 등도 부담없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방학 중 볼만한 전시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서울시립미술관/내년 3월16일까지/1577-2933 ●‘칸딘스키와 레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내년 2월27일까지/(02)525-3321 ●‘베르너 팬톤’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내년 3월2일까지/(02)580-1489 ●‘모딜리아니-열정, 천재를 그리다’ 27일∼내년 3월16일/고양문화재단 아람미술관/1577-7766 ●‘유럽현대미술의 위대한 유산’ 30일∼내년 2월24일/성남문화재단/(031)721-7780 ●‘한국 현대 판화’전 국립현대미술관/내년 1월27일까지/(02)2188-6000 ●‘방방 숨은 그림찾기’ 국립현대미술관/27일∼내년 2월10일/(02)2188-6000 ●‘나무거울’전 과천 제비울미술관/내년 2월28일까지/(02)3679-0011 ●‘그림보는 법’ 사비나미술관/내년 2월2일까지/(02)736-4371
  • [아시아 젊은 작가전 2題] 급성장의 그늘을 들여다보다

    [아시아 젊은 작가전 2題] 급성장의 그늘을 들여다보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젊은 감수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나란히 열린다. 한국과 베트남의 역사와 그 상처를 되짚은 ‘트랜스 팝:한국 베트남 리믹스’전과 한·중·일 작가들의 눈에 비친 오늘의 일상을 담은 ‘나의 아름다운 하루’전. 두 전시 모두 30∼40대 젊은 작가들이 참여했다. # 나의 아름다운 하루 전(내년 2월24일까지 로댕갤러리) 현대미술에서 ‘일상’은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한·중·일 아시아 대표작가 12명의 눈에 비친 일상이 화폭으로 들어왔다.19점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고 삶 자체의 의미를 사유해 보는 시간이 될 만한 전시이다. 회화, 조각, 사진, 영상 등 다양한 형식으로 삶의 단편들을 재구성했다. 평범한 도시인의 삶과 휴식을 재현하고 있는 건 최호철의 작품이다.‘을지로 순환선’은 현대판 풍속화라 해도 좋을 만큼 지하철에 탄 인물군상의 표정들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도시화와 산업화, 경제발전의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삶의 풍경을 포착하기도 했다. 방병상의 사진 ‘기둥’은 공간과 환경에 따라 유형화되는 사람들의 모습을 탐구해온 작가의 대표작이다.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 비디오 작품도 있다. 박주영의 ‘삼인칭 대화’는 통역 서비스를 받아 전화통화하는 주인공을 내세워 소통과 단절을 은유했다. 아시아 젊은 작가들이 일상이란 코드로 진단한 사회문제는 엇비슷하다. 중국 작가인 천 사오슝(44)의 ‘가정 풍경’은 공동 주거공간을 통해 빠른 경제발전과 함께 획일화되는 일상을 재구성했고, 인슈천(44)의 ‘경극’은 사진 등을 활용한 설치미술로 공원에 모인 노인들을 묘사함으로써 소외현상을 짚었다. 차오페이(29)의 ‘누구의 유토피아인가?’같은 동영상 작품은 공장노동자들의 싸늘한 현실과 꿈을 이야기한다. 일본의 진 구라시게(32)의 동영상 ‘빌리’ 역시 또래 세계에서 단절된 어린이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이다. 방학기간 내내 열리는 전시인 만큼 교육용 부대행사도 주목해 볼 만하다. 내년 1월12일(정연두),26일(함진)에는 작가와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02)2259-7781. # 트랜스 팝:한국 베트남 리믹스 전(18일∼내년 2월29일 아르코미술관) 한국과 베트남의 젊은 작가들이 두 나라의 역사를 고민한 작품들을 내놓았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전투병력을 투입한 나라, 베트남 구석구석에까지 대중문화 열풍을 불어넣고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두 나라가 함께 지닌 역사적 트라우마가 오늘날 대중문화와 어떻게 결합했는지에 초점을 맞춘 전시이다. 재미교포 큐레이터인 민영순과 베트남 큐레이터 비엣 레가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양국 출신의 작가 16명이 참여했다.TV드라마를 비롯해 두 나라 대중문화의 다양한 양상들을 작품으로 녹여냈다. 작가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와 비디오, 디자인 북, 글 자료 등 대중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시각적 이미지들이 작품 속에 두루 차용됐다. 실제로 지루할 틈없이 감상포인트가 다양하게 찍힌 전시이다. 유순미의 비디오 영상 ‘씻김:죽은자와의 대화’, 오용성의 비디오 작품 ‘드라마’, 최민화의 회화 ‘파시즘 위에 눕다’, 응웬 만 흥의 ‘시장으로 가라’, 티파니 청의 ‘사탕수수 열매 혼합 주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푸짐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두 나라의 대중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학술 출판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코너도 있다. 부대행사도 여러개가 예정돼 있다. 역사와 대중문화의 초국적 교류에 초점을 맞춘 심포지엄(내년 1월18·19일), 오용석 등 작가와 함께하는 어린이 워크숍(내년 1월4∼13일) 등이다. 향후 미국 샌프란시스코 순회전으로도 소개될 계획이다.(02)7604-72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생각하는 사람? “난 고뇌하는 곰”

    최근 일본에서 로댕(Rodin)의 생각하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일명 ‘생각하는 곰’이 많은 사랑을 받고있다. 아사히신문은 22일 “양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무언가를 깊이 고뇌하는 곰이 있다.”며 야마구치(山口)현 토쿠야마(徳山)동물원의 곰 한마리를 소개했다. ‘쯔요시’(ツヨシ)라는 이름의 이 곰은 올해 20살이 된 초로(初老)의 어른곰. 쯔요시의 특기는 양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며 신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최근에는 자면서도 머리를 움켜쥐거나 공중제비를 넘는 재주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쯔요시는 원래 짝이었던 4살 연상의 암컷 ‘레이코’(レーコ)가 죽은 뒤 관람객들에게 ‘고민하는 포즈’를 보여주지 않았으나 지난 21일 새로운 파트너 ‘마야’(マーヤ)와의 맞선으로 다시 특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 동물원의 사육사인 야마자키 신(山崎真·32)은 “고민하는 포즈를 보여주는 것은 실제로 무언가를 고민해서가 아니라 흥분이 되면 취하는 행동”이라며 “쯔요시는 공격적인 행동을 표출하기 보다 마음으로 삭히는 착한 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또 “쯔요시와 마야와 같은 유쾌한 부부가 탄생한다면 이들을 보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우뉴스 주미옥 기자 toyobi@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가슴에 담아온 50년 예술혼

    가슴에 담아온 50년 예술혼

    만추의 한 자락, 삶의 자양을 채우는 데 원로작가의 예술혼을 마주하는 시간 만큼 요긴한 게 또 있을까. 어느새 고희를 훌쩍 넘긴 원로 조각가 최만린(72)의 전시가 있어 11월 인사동은 한결 넉넉하다. 조각인생 50년을 맞아 오는 30일까지 인사동 선화랑에 마련되는 그의 개인전은 지난 2001년(삼성미술관) 이후 꼭 6년 만이다. “(다작을 하기엔)아무래도 육체적으로도 무리가 되지요. 농부가 나이가 들면서 큰 농사를 못 짓는 대신 집 앞 채마밭에서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지요. 평생 하던 일을 멈출 수는 없고…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노(老)작가에게 6년 만의 전시는 ‘과작’의 결과만은 아니다. 더 이상 급하지 않아도 좋은 여유이고, 치열하게 메워온 삶에 대한 자기확신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0’으로 잡았다. 아무것도 없다는 단순한 의미로,‘딱히 설명할 것도 없이 그냥 보고 느끼면 되는´ 둥글둥글한 모양의 작품 20여 점을 내놓았다. 불교에서의 공(空)을 뜻하기도 하는 제목에 특별한 해석을 강요하지 않겠다는 게 작가의 메시지인 셈이다. 고희를 넘기며 그가 얻은 해답은 “작가는 가슴으로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 미켈란젤로·로댕의 심장소리를 들으려고 애도 써봤고, 석굴암 본존불 앞에서 기다려도 봤지만 해결책이 없었다. 그러다 뜻밖에도 2만년 전 원시인들이 만든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앞에서 그 정직함에 감동받아 작품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번 주제인 ‘0’은 근년 들어 꾸준히 작업해온 연작 테마이기도 하다. 인체형상을 통해 존재의 근원을 묻는 ‘이브’, 동양적 생명관과 우주관을 유기적 구조로 담아낸 ‘태(胎)’, 서체의 획을 추상화시켜 형태의 근원을 암시하는 입체작품 ‘점(點)’등 이전 연작에서 파생된 시리즈이다. 만물의 근원인 인간과 인간이 존재하는 자연과 우주, 이를 모두 상징하는 둥근 형태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만린은 중학교(경기중) 3학년 때 미술 선생님의 권유로 국전에 출품한 작품이 입선하면서 작가의 꿈을 키웠다. 상대를 다닌다며 부모를 속이다 대학(서울대 미대) 4학년 때 출품작으로 큰 상을 받는 바람에 뒤늦게 들통나 혼쭐이 났던 추억도 벌써 50여년이나 됐다. “몇해 전 캐나다에서 조각가 헨리 무어의 석고 원형만 모은 전시를 보고 무척 부러웠다.”는 그는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하는 우리 미술풍토가 안타깝다고도 했다.40년 동안 서울대 미대 교수, 또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현재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의 촌장이다.(02)734-0458.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은행들 벌써 ‘국감 우울증’

    은행들이 다음달 17일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좌불안석이다. 산업은행은 신정아씨 사건으로 김창록 총재가 검찰 조사를 받은 데 이어 국감 증인으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우리·국민은행은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씨 대출건과 관련해 벌써부터 의원들의 자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하나은행은 서울은행과의 ‘역합병’ 문제로 탈세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이슈들은 각 은행들에는 ‘아킬레스 건’에 해당된다. 때문에 실무진들은 적극적으로 ‘방어선’을 쌓고 있으나 국감에서의 ‘집중포화’를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김창록 총재, 국감 증인으로 나서나 김 총재는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의 부산고 21회 동기라는 측면에서 야당 의원들의 ‘정략적’ 공격 대상이다. 공교롭게도 김 총재와 변 전 실장이 각각 취임한 2005년부터 산은의 미술 관련 지원금은 크게 늘었다. 신정아씨가 있던 성곡미술관에도 7000만원을 줬다. 국회 재정경제위는 김 총재의 국감 증인 채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해명에 발벗고 나섰다.2003∼2004년 700만원에 불과하던 미술 관련 지원액이 2005년 1억 5100만원,2006년 2억 7000만원, 올해 9600만원으로 급증했으나 이는 2005년 세계판화전,2006년 로댕 등 세계 유명조각가전을 유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미술품 구입은 1억원 안팎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총재가 정치권의 좋은 ‘먹잇감’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우리·국민은행, 권력형 비리 연루설에 당황 우리·국민은행은 김상진씨에 토지감정 절차없이 각각 1350억원,1300억원씩 대출해 줬다. 이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방식은 보통 신용대출로 이뤄져 토지감정을 생략하며 시행사보다 시공업체인 포스코건설을 보고 신용을 평가해 대출했기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관련된 ‘권력형 비리’로 보고, 대출 과정에서의 외압 등에 초점을 모으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은 국회 정무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자료 요청이 쇄도하며 최고 경영진의 국감 증인 채택도 거론되고 있다.●하나은행 1조 6000억원 ‘세금폭탄’ 맞나 2002년 하나은행과 서울은행의 합병은 적자인 서울은행이 흑자인 하나은행을 인수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그래야만 서울은행의 이월결손금이 과세에서 공제되는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편법적인 ‘역합병’ 논란이다. 국세청은 지난달 역합병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재정경제부에 묻는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재경부는 “검토하고 있다.”고 밝힐 뿐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이는 일단 국감을 피해 가겠다는 생각에서다. 역합병이라고 밝히면 하나은행이 반발, 국세청이 역합병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답변한 자료를 공개, 문제가 복잡해질 것을 우려해서다.역합병이 아니라고 하면 탈세 혐의를 정부가 눈감아주려 한다는 의원들의 공세가 불을 보듯 뻔하다.. 때문에 재경부는 뒷짐지고 시간이 지나가기만 바라고 있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재일작가 최재은 21일부터 로댕갤러리서 개인전

    재일작가 최재은 21일부터 로댕갤러리서 개인전

    “영주권 신청도 안했어요. 백남준 선생님이 ‘국적 바꾸라고 권하면 절대 응하지 말라.’고 하셨죠. 한국 여권이 얼마나 좋은데 국적을 바꿉니까.” 1976년 일본으로 건너가 설치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재은(54). 그가 14년 만에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갖는다. 21일부터 11월18일까지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그의 전시는 조각, 설치, 영상작업 등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다. 그동안 국내활동이 뜸하긴 했지만 그의 조각작품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해인사에 있는 성철 스님의 사리탑,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의 ‘과거, 미래’, 삼성의료원의 ‘시간의 방향’, 서울 경동교회의 ‘동시다발’ 등이 바로 그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히말라야에서 나는 한백옥으로 만든 ‘루시´.1974년 발굴된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추정되는 루시의 골반뼈를 확대한 조각 작품이다.300만년 전 인류의 조상인 루시의 가냘픈 골반뼈를 거대한 옥으로 형상화했다. 루시란 이름은 당시 유행하던 비틀스의 노래 제목에서 빌려온 것이기도 하다. 흙과 돌, 화석 등 시간을 상징하는 재료들로 만든 최재은의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작품은 무한대의 시간 속으로 관객을 이끈다. 영상작업도 병행하는 최재은이 2000년에 발표한 72분짜리 단편 다큐 ‘길 위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배우 문근영은 100대1의 오디션을 통해 이 작품에 출연, 자신의 얼굴을 처음 알렸다. 작가는 일본으로 건너가 소게쓰회관에서 전통 꽃꽂이 공예인 ‘이케바나’를 배우면서 미술을 처음 접했다. 식물을 다루면서 시간과 생명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고, 자연스레 인류학과 고고학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예술적 취향이 그대로 배어 있다.(02)2259-778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가을 미술품 경매 뜨겁다

    가을 미술품 경매 뜨겁다

    미술 경매 전쟁이다. 여름 비수기를 지나 9월 경매에 쏟아지는 미술품 수가 2000점이 넘는다. 서울옥션과 K옥션의 양대 경매회사를 비롯해 D옥션,M옥션 등 신생 경매회사와 지방의 소규모 경매, 젊은 작가들의 클럽 경매까지 합하면 미술 경매가 열리는 곳이 10곳이 넘는다. 한국 경매시장도 10개가 넘는 경매사가 있지만 결국 신와아트옥션과 마이니치옥션의 양대 회사가 경매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하는 일본과 비슷하게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에서는 위작의 검증 및 보증, 작품의 재판매와 환불, 신설 경매회사의 자본금 규모·전문직원 숫자 등을 규제하는 법률이 마련돼 미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생 경매사 어떤 곳이 있나 4일 서울 논현동 사옥에서 첫 경매를 여는 D옥션은 지난달 28일 판매할 작품 215점을 공개했다. 가구 수입업을 하다 갤러리 엠포리아와 D옥션을 설립한 정연석(54) 회장은 “판매작 가운데 절반은 해외 경매 등을 통해 구입한 개인 소장품”이라고 밝혔다. 샤갈의 ‘오렌지색 조끼를 입은 화가’(추정가 7억 8000만∼10억원), 로댕의 ‘입맞춤’(7억∼10억원), 르누아르의 ‘핑크색 블라우스를 입은 안드레’(5억 8000만∼9억원) 등 해외 작품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기존 경매와의 차별화를 위해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해외 작가의 대표작을 선별했는지는 의문이다. 추정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정 회장은 “미술품은 보석처럼 적정가격이 있는 만큼 추정가는 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으로 책정했다.”며 “앞으로 석달에 두 번 꼴로 경매를 열 계획이며, 첫 경매의 낙찰총액은 15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구MBC와 K옥션이 공동 운영하는 옥션M은 지난달 28일 실시한 첫 경매에서 낙찰률 94%, 총 낙찰 금액 40억 4000만원으로 성황을 이뤘다. 앞으로 지방에서도 미술 경매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메이저 경매 회사의 반격 서울옥션은 12∼16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옥션쇼’를 열고,1300여점의 작품을 공개한다. 독자 개발한 비즈니스 모델임을 강조하고 있는 옥션쇼는 아트페어와 경매를 결합한 새로운 미술 유통 시스템으로 관심을 모은다. 박수근 미공개작전, 한국현대작가관, 한국고미술전, 해외미술전, 중국현대미술전 등의 전시와 함께 15,16일 양일간 경매를 실시한다. 15일 경매의 총 추정가액은 300억원. 옥션측의 예상대로라면 지난 5월 202억원이었던 1회 경매 최대낙찰액 규모를 경신할 전망이다. 추정가 30억∼35억원의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구름’, 추정가 20억∼25억원인 앤디 워홀의 ‘마오’, 추정가 10억원인 천경자의 ‘테레사 수녀’ 등이 이번 경매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한편 영국 소더비, 중국 폴리옥션, 일본의 신와아트옥션과 에스트 웨스트 옥션 등도 옥션쇼에 참여한다. 이들 회사는 경매를 실시하지 않고, 차기 경매 작품 전시만 할 예정이다. 청담동으로 사옥을 이전하고 첫 경매를 여는 K옥션 역시 처음으로 이틀 동안 경매를 실시한다.18,19일 양일간 모두 476점이 나온다. 추정가 15억∼20억원인 박수근의 ‘목련’, 추정가 9억 5000만∼13억원인 김환기의 ‘3월’, 추정가 9억∼14억원인 데미안 허스트의 ‘점 시리즈’ 등이 출품된다. 고양문화재단 전시감독인 정준모씨는 “경매에서는 판매할 미술품을 구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만큼 양대 화랑을 끼고 있는 서울옥션과 K옥션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깃털은 육체의 연장” 독일 레베카 호른 첫 한국전

    “깃털은 육체의 연장” 독일 레베카 호른 첫 한국전

    삶의 이면을 탐구하는 독일 최고의 여성작가 레베카 호른(63)이 한국에서 처음 전시회를 연다. 지난 18일부터 오는 8월19일까지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열리는 회고전을 앞두고 호른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전쟁의 상처와 고통을 치유하고 화합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호른은 1970년대초 퍼포먼스로 미술계에 입문했으며 설치, 영상, 조각, 회화 등 각종 미술장르를 넘나들었다. 그에게 유명세를 치르게 한 초기 대표작은 퍼포먼스 작품인 ‘유니콘’. 나체의 여성이 띠를 몸에 감은 채 머리 위에 흰 뿔을 매달고 걷는 모습이 담긴 신화적인 작품이었다. 당시 모델의 파격적인 옷은 이후 밀라 요보비치가 영화 ‘제5원소’에서 입은 붕대의상으로 재현됐다. 깃털도 그의 단골 소재이다. 바람에 흔들리듯 조금씩 움직이는 설치 작품 ‘큰 깃털 바위’는 많은 상상력의 여지를 안겨준다. 호른은 “깃털은 육체의 연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개념적이고 철학적인 설치 및 영상 작품을 통해 “2차대전 종전 직전에 태어나 폐허가 된 독일을 경험했다. 유대인 수용소였던 곳에서 작업한 적도 있다.”며 젊은 세대에게 전쟁의 고통과 상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설치작품인 ‘시간은 흐른다’를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한국의 작은 섬들을 생각하고 지나간 할리우드의 영화 필름을 섬처럼 둥글게 설치했다.”고 덧붙였다.(02)2259-7781.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5월’ 푸른축제 色다른 시선

    ‘5월’ 푸른축제 色다른 시선

    봄바람을 타고 올해 처음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이 다음달 4∼30일 서울시내 7개 극장과 미술관에서 열린다. 연극, 무용, 전시 등 국내·외 15개 예술작품을 통해 유럽의 전위적인 연극과 꿈같은 현대무용의 세계를 맛볼 수 있다. 프랑스의 세계적 연극축제 아비뇽 페스티벌에 앞서 한국에서 초연되는 작품도 있어 새로운 문화예술 체험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연극축제이다. 1947년 시작됐으니 올해로 환갑을 맞은 셈이다. 오는 7월6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의 소도시 아비뇽에서 열린다. 하지만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다면 다음달 4∼30일 서울에서 열리는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에 참여해 보자. 올해 처음 서울시내 7개 유명극장과 미술관에서 세계에서 온 예술가들이 15개의 예술작품을 선보인다. 이 가운데 5월11∼12일 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세계에서 초연되는 ‘애비뉴 조르주 멘델 36번지’는 스프링웨이브 페스티벌과 아비뇽 페스티벌이 공동제작한 작품이다.5월 한국 초연 이후 7월에는 아비뇽에서 공연된다. 이 연극을 만든 라이문트 호게는 기형의 몸을 지닌 안무가로 독특한 춤을 통해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애비뉴 조르주 멘델 36번지’는 연극의 제목과 같은 곳에서 마지막 생을 마감한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생을 담고 있다. 5월24∼25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헤이걸!’도 아비뇽 페스티벌에 앞서 한국에서 볼 수 있다. 유럽의 실험적 연극연출자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작품이다. 잔다르크의 은검, 샤넬 향수병, 거울, 흑인여자 등이 대사와 줄거리 없이 상징적인 사물과 이질적인 동작들로 연결된다. 5월4∼5일 로댕갤러리에서는 6000개의 풍선이 살아있는 교향곡을 만들어낸다. 세계적 안무가 윌리엄 포사이스의 작품 ‘흩어진 군중들’이다. 유럽의 실험적이고 미래적인 공연을 통해 공연의 미래를 점쳐볼 수 있는 기회이다. 한국의 어어부 프로젝트도 신작 ‘홈 패션’을 선보이고, 한국의 아방가르디스트 안은미는 신작 ‘말할 수 없어요’로 새로운 춤을 보여준다. 무료공연 확인과 예매는 인터넷(www.springwave.org)을 통해 가능하다.(02)725-1164.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20) 문화외교의 달인들

    [프렌치 리포트] (20) 문화외교의 달인들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프랑스의 르노 돈느듀 드 바브르 문화장관과 UAE의 벤 타눈 알니안 관광장관은 오는 2012년 문을 여는 새 국립박물관 이름에 ‘루브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하는 국가간 합의문에 서명했다. 프랑스 역사상 최대의 박물관 거래가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정부는 2037년까지 30년 동안 루브르라는 이름을 빌려주는 대가로 4억달러(약 4000억원)를 받는다. 박물관이 완공되면 10년 동안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예술품을 대여해줄 계획이다. 대여 기간은 작품당 2년을 넘지 않는다는 조건이 붙여졌다. 루브르 소장 예술품을 대여하는 데 UAE정부가 지불하는 비용은 7억 5000만달러(7500억원)로 알려졌다.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프랑스의 대외 문화정책이 21세기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사막에 루브르를 수출한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혁명정부는 인류 역사의 학습장을 만든다는 계획 아래 루브르궁을 박물관으로 바꾸고 왕족 소유의 회화와 조각 등 예술품을 국민들에게 공개하기 시작했다.1793년의 일이다. 루브르의 소장품은 현재 44만 5000점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화의 보고(寶庫)를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 830만명이나 된다. 이런 상징적인 루브르 박물관의 분관을 아랍 산유국에 설립한다니 프랑스 사람들이 분개할 만하다. 지난 1월 초 ‘사막 루브르’ 계획이 발표되자 프랑스에서는 비난여론이 폭등했다. 미술사학자, 고고학자, 큐레이터 등 전문가들을 비롯해 시민들 사이에 벌어지는 반대 서명운동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프랑스가 세계시장에서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프랑스의 영혼을 파는 행위’라는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정부가 루브르 아부다비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제적 이득보다는 중동 문화권에서 프랑스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아부다비시가 있는 걸프만에 조성되는 사다야트 문화지구에 들어설 예정인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은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를 맡았다. 수많은 방들로 구성된 거대한 돔 형식으로 연건평 2만 4000㎡에 전시공간만 8000㎡에 이른다. 사다야트 문화지구는 루브르 박물관 외에 프랑크 게리의 구겐하임미술관, 다다오 엔도의 해양박물관, 자하 하디드의 공연예술센터 등이 들어서 거장 건축가들의 미래적인 작품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사다야트 문화지구를 찾는 사람들은 ‘프랑스’의 문화적 파워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당할 것은 당연하다. ●중국 상하이 ‘퐁피두센터´ 분관도 루브르 박물관 외에도 2010년에는 중국 상하이에 유럽 최대의 현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 분관을 오픈한다. 브라질에는 로댕미술관 분관 설립을 검토 중이다. 러시아·인도·아프리카·남미 등과 박물관 파트너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대내적으로는 문화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문화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문화시설의 세계화를 통해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문화의 세계화는 박물관에 국한되지 않는다. 소르본 대학 위성캠퍼스가 아부다비에 생겼고, 카타르에는 생시르육군사관학교의 훈련아카데미가 설립될 예정이다. 문인들을 외교사절로 발탁해 문화 외교를 담당하게 하는 것은 프랑스의 오랜 전통이지만 대외 문화정책이 체계화된 것은 2차대전 이후이다. 프랑스는 2차대전 이후 인도차이나·아프리카 등 해외 영토의 대부분을 상실하면서 프랑스 문화의 보호와 유지를 위해 대외 문화정책을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1945년 외무부 내에 문화관계 총괄사무국을 신설, 대외적인 문화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프랑스어권 국가에 대한 프랑스의 영향력을 지속시키고 국제적 문화예술 협력을 통해 프랑스의 문화를 새롭게 전파시키는 것이 임무였다. 프랑스 문화원, 외국의 프랑스 초·중등학교, 알리앙스 프랑세즈 등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알리는 조직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때부터다. “문화는 프랑스가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당시 외무부 장관 조르주 비도의 말은 무척 인상적이다. 드골 대통령 때 문화부 장관을 지낸 앙드레 말로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프랑스 문화의 세계성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모나리자의 도쿄전시회 등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프랑스 문화의 우월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프랑스의 대외 이미지에 문화적 색채가 강해진 것은 모두 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보면 된다. ●미국의 패권주의에 문화다양성으로 대항 프랑스의 대외 문화정책은 미테랑 대통령 시절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다.1980년대 초반은 할리우드 영화를 중심으로 몰개성·무국적의 미국 문화가 급속도로 파급돼 각국의 문화정체성을 위협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사회당 정부에서 문화장관을 지낸 자크 랑은 프랑스의 문화를 보존·발전시키고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문화의 독점적 확산을 견제하기 위해 각 문화의 다양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기조 아래 아랍문화연구소, 국제문화의 집, 다문화연구소 등을 만들고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를 중심으로 문화다양성 협약을 추진했다.1999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미국 문화의 범람에 맞서 자국 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처음 제안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05년 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 속에 통과됐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3.5차원의 조각 vs 저항적 추상

    서울대 미대 조소과를 1977년 함께 입학한 조각가 윤영석과 박희선이 30년 뒤 보여주는 작품세계는 서로 많이 다르다. 오는 4월22일까지 서울 로댕갤러리(02-2259-7781)에서 ‘윤영석:3.5차원의 영역’이란 제목으로 개인전을 갖는 윤영석은 독일 유학 이후 미묘하고 개념적인 작업을 선보여 왔다. 금속, 돌, 나무 등 그동안 조각가들이 흔히 사용했던 소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2003년부터 국내에서 독보적으로 시도했던 렌티큘러(입체사진) 작업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는 방향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는 렌티큘러로 눈동자의 움직임, 발레리나의 발동작, 움직이는 농구공 등을 표현했다. 전시회장 입구에는 당구큐대를 잡은 거대한 손인 ‘제로섬 게임을 넘어서’가 설치돼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손가락이 6개다. 복제양 돌리를 인용하여 과학과 문명에 대한 인간의 과도한 집착을 해석하는 ‘표본실의 양들’ 등 작가는 우리가 사는 3차원 공간을 넘어 시공간이 일치된 4차원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김종영미술관(02-3217-6484)에서 오는 4월26일까지 10주기 추모전이 열리는 박희선은 기억 속에서 다소 희미한 조각가이다. 41살의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가는 ‘저항적 추상미술’이란 한국미술사에 독보적인 작품을 남겼다고 미술관측은 평가했다. 유족들이 10년 넘게 보관해오던 작품들은 여전히 서슬이 시퍼렇고 시대의식이 살아 숨쉰다.1980년대에 한반도의 역사, 통일, 생명과 같은 주제에 골몰했던 작가는 종류가 다른 여러 나무토막을 끼워 맞춰 작품을 완성하는 전통적 제작방식을 사용했다. 재료를 통째 깎는 것이 아니라 나무못으로 조각들을 끼워 맞춰 작품을 완성, 통일에 대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여린 나무 속살에 도끼를 찍어 넣은 작품 ‘한반도’는 시각적 충격과 아슬아슬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킨다. 윤영석은 “박희선이 전통적인 한국성에 천착했다면, 나는 조각의 영역 확장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 시대를 살았고, 비슷한 것을 배웠던 두 조각가가 어떻게 판이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 한권의 책] 학문의 경계 넘나들며 중심에 서다

    게오르크 지멜은 막스 베버만큼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학자는 아니다.1980년대 후반에 전집 출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그는 독일 지성계의 주변인으로 머물러 있었다. 중요한 이유는 그의 관심이 사회학, 철학, 미학, 심리학, 예술사, 역사학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 있었기 때문이다. 일견 사소하고 일시적 현상을 다루는 그의 방법론이 단편적이고 비체계적으로 보였던 것도 또다른 이유였다. 그러나 바로 이 두 가지 이유가 거꾸로 최근에 시작된 ‘지멜 르네상스’를 설명해준다는 점이 흥미롭다. 학문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통합학문적 시각과 거대담론의 해체로 인해 촉발된 미시사, 일상사에 대한 관심이 지멜 재조명의 배경이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지멜 시리즈 중 한꺼번에 출간된 세 권의 책은 지금까지 가려져 있던 지멜 철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제1권 ‘지멜의 문화이론’은 문화와 삶의 관계에 대한 지멜의 근본적 질문을 담고 있다. 지멜은 객관문화와 주관문화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한다.“매일, 그리고 모든 방향에서 객관문화의 재고는 늘어가고 있지만, 개인의 정신은 이러한 발전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뒤쫓아가고 있다.” 일종의 문화소외 현상을 지적한 지멜의 이 말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집요하게 귓전을 맴도는 것은, 철학적 성찰로 뒷받침된 강한 설득력 때문일 것이다. 제2권 ‘근대 세계관의 역사’는 칸트, 괴테, 니체라는 세 거장들의 세계관을 비교한다. 여기서 지멜은 근대세계관이 성립되는 데 핵심적인 두 가지 문제를 던진다. 하나는 근대 이후 첨예화된 인간과 세계의 분열을 통합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근대의 문화적 이상인 개인주의에 대한 문제이다. 첫번째 문제에서 지멜은 칸트와 괴테를 비교하면서 분화와 통일이라는 근대적 세계관의 두 원리를 대비시킨다. 두번째 문제에 대한 고찰에서 칸트는 양적 개인주의의 이론적 완성자로, 괴테와 니체는 질적 개인주의의 선구자로 설명한다. 제3권 ‘예술가들이 주조한 근대와 현대’는 지멜의 탁월한 예술철학적 성찰이 부각된 책이다. 지멜은 미켈란젤로, 렘브란트, 로댕의 삶과 예술에서 “오직 개인적 현실의 전체적이고 특별한 존재에 대해서만 타당성을 지니는 이상”, 즉 개인법칙의 실현을 보았다. 또한 육체와 정신, 존재와 운동, 개별과 보편이라는 삶의 이원성에 대한 체험과 느낌이 르네상스 시대부터 바로크를 거쳐 현대에 이르면서 어떻게 다르게 표현되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미켈란젤로와 로댕의 조각을 비교한 분석에 이르면 어떤 근거에서 지멜이 포스트 모더니티 담론에 연결되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된다. 이번에 나온 세 권의 책은 지멜의 매력과 강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실감하게 해준다. 지멜의 매력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이 깊이 있는 철학적 해석과 결합하면서 발산된다는 것이다. 그의 강점은 모더니티의 문제를 사회학적 분석을 넘어 문화철학과 예술철학의 지평으로 확장시켰다는 데 있다. 그 매력과 강점에 수긍하는 독자라면 남은 선집의 번역출간을 통해 펼쳐질 지멜의 독창적인 지적세계에 대한 기대로 설레게 될 것 같다. 윤미애 중앙대 한독문화연구소 연구원·독문학 박사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9) 인간이란 무엇인가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49) 인간이란 무엇인가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의하면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한 목소리를 갖고 있으면서 네 발에서 두 발, 그리고 세 발로 걸어다니며, 발이 많으면 그만큼 허약한 동물이 무엇인가 하고 물었다고 한다. 그런 수수께끼에 답변을 못하면 스핑크스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아기 때에 네 발, 어른이 되어서 두 발, 늙어서 지팡이와 함께 세 발로 걷는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알지 못하면 인간자격이 없어서 스핑크스가 잡아먹었다는 것이다. 좌우간 인간은 오랜 세월을 두고 과연 인간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철학적으로 골몰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동양의 유가사상에서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사색이 서양의 철학보다 먼저 활발했던 것으로 보인다. 유가적인 인간이해는 은유적이어서 서양적인 지성철학의 논리적 정의보다 쉽게 와 닿지 않지만, 그래도 그 유가적 인간이해가 상당한 사유의 깊이를 품고 있다고 보여진다. 유가의 경전인 예기(표기편)에 이미 ‘인자인야(仁者人也=仁이 인간)’라고 표명되어 나오는데, 이 사상이 유가의 기본적 인간이해의 기준이 되었다. 왜냐하면 유가경전인 ‘중용’과 ‘맹자’에도 꼭 같은 진술이 반복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가철학은 한 가지의 초점불일치를 안고 있다. 즉 자연철학적 유가와 도덕철학적 유가와의 사이에 일종의 초점불일치 현상이 있다는 것이다. 자연철학적 유가사상은 자연의 일체적 무위사상에 의하여 도(道)를 해석하는 경향이고, 도덕철학적 유가사상은 사회의 인륜적 당위사상에 의하여 도(道)를 해석하려는 성향을 말한다. 전자의 사상은 인성이 자연적으로 자연성이 보여주고 있는 상생적 성선(性善)과 같은 계열에 속하므로, 인간의 마음이 자연성의 상생적 질서를 어기지 않는 한에서, 인간을 자연적 인(仁)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 사상이 송·명대에 이르러 육왕학(陸王學)의 계보를 형성했다. 후자의 사상은 이와 좀 다르다. 후자는 인간을 자연으로 환원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로 전환시킨다. 자연상태로 인간을 방임하면, 인간이 금수와 같아진다고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자는 인간이 사회생활을 잘 영위해야 하는 도덕적 규범의 실천의지로 생각한다. 인간의 현실적 기질이 혼탁하기에 공동체 생활을 잘 영위하지 못하고 늘 이기적 충동에 휩싸인다. 이 이기적 충동을 이겨내기 위하여 인간은 인(仁)과 같은 덕목을 실천하는 법을 당위적으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상은 주로 정주학(程朱學)에서 옹호되어 왔었다. 전자에 있어서 인(仁)의 개념은 자연의 상생적 존재방식을 말하고, 후자의 경우에 그것은 곧 사회적 인륜도덕의 덕목으로서 효제(孝悌)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에 인간은 이미 자연처럼 그렇게 존재하기만 하면 되는 존재고, 후자의 경우에 인간은 사회적으로 인간이 되는 공부를 익혀야 금수를 면한다는 사상을 담고 있다. ●인간을 해석하는 철학의 두 방향 이런 유가적 인간해석의 두 가지 길이 실상 인간을 해석하는 철학의 두 가지 방향을 상징적으로 대표한다고 볼 수 있겠다. 왜냐하면 전자의 길은 인간을 그 자연적 본성에서 보려는 자연주의의 철학을 낳았고, 후자의 길은 인간을 그 사회적 도덕성의 형성정도에서 성찰하려는 인간주의의 철학을 가까이 하여왔기 때문이다. 전자는 무엇이 좋은 것인가를 본능적으로 알고 바로 단번에 실천하는 그런 직관적 돈오의 태도를 자연성이 유지하고 있으므로, 인성도 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자연주의 철학에서 ‘선은 좋은 것’(善卽好之)이다. 여기서 지행합일(知行合一)이 동시에 일어난다. 이 지행합일은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인간주의 철학에서는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사회적으로 인간이 되어야 하기에 무엇이 도덕적 선인가 먼저 알아야 하고, 그 다음에 그것을 실천해야 하기에 늘 선지후행(先知後行)의 입장을 견지해왔었다. 양명학과 주자학의 차이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래서 인간주의는 자연주의와 달라서 인간을 사회 안의 내재적 존재로 읽으려는 관심이 크다. 인간을 사회의 내재적 존재로 읽으려는 측면이 우세하기에 따라서 인간주의의 철학은 지성과 그 의지를 늘 강조해 왔다. 인간주의 철학에서 ‘선은 옳은 것’(善卽義之)이다. 독자들은 초기에 내가 쓴(7회 글)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와 신라의 미륵반가사유상’을 회상하기 바란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나이’는 온 몸이 근육질로 덮여 있다. 그것은 ‘생각하는 사나이’가 세상을 지성과 의지의 노력으로 대상화하려는 인간상을 반영한다 하겠다. 근육은 저항의 힘을 이겨내야 하겠다는 극복의지와 지성의 발동을 상징한다. 인간을 사회 안으로 거두는 철학은 인간을 지성과 의지의 주체로 본다. 서양의 전통적 지성과 의지의 철학은 세상을 인간지성과 의지의 대상으로 재정리하겠다는 굳센 근육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늘 생각해 왔다. 동양의 주자학도 이런 근육의 철학과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인간사회를 인륜화시키겠다는 주자학적 발상도 이런 당위적 도덕주의의 근육을 도포 속에 감추고 있다. 그래서 경직되기 십상이다. 주자학도 자연철학의 측면으로 가까이 가면, 양명학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그러나 주자학의 주악상(主樂想)은 역시 인륜학에 있기에 당위적 지성주의를 그 생명으로 삼게 된다. 하여튼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서양철학의 인간정의는 거의 다 이 지성주의와 의지주의의 철학적 사상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예컨대 ‘인간은 이성적 동물’,‘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사회적 동물’,‘정치적 동물’,‘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등의 정의들은 거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지성주의의 소산이다. 여기서 의지는 그 지성의 판단결과를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실천적 능력을 상징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늘 선지후행은 선지성 후의지(先知性 後意志)로 읽어야 한다. 저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인간정의에 공통적인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 그것은 인간에게 ‘이성적’‘사회적’‘정치적’‘도구적’이라는 접두어를 제거하면, 인간이 다 동물로 환원된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이 말은 인간이 인륜적이지 않으면, 금수로 되돌아간다는 주자학적 발상법과 거의 비슷하다. 이런 지성적·의지적 인간이해의 길을 최근에 문제삼기 시작한 철학 사조가 곧 해체주의다. 즉 인간을 지성과 의지의 주체로서 보는 것을 해체시켜 인간을 다시 자연으로 복원시키려는 철학적 사유를 열기 시작한 이가 현대 서양철학에서 하이데거다. 보통 일반적으로 하이데거의 철학을 실존적 현상학이라 부르는데, 그것은 전적으로 하이데거를 잘못 이해한 결과겠다. 하이데거의 스승이자 현상학의 창시자인 후설이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을 읽고, 현상학이 아니라고 화가 나서 책을 던졌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내가 볼 때에, 후설이 하이데거를 정확히 본 것 같다. 왜냐하면 하이데거는 이미 의식학인 현상학의 세계를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후설은 영구히 하이데거를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왜냐하면 하이데거는 후설과 같은 의식의 철학을 전개하지 않고, 마음의 철학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의식과 마음이 다른가? 그렇다.(23회 글) 마음에 자의식이 도입되는 순간에, 그 마음은 즉시 의식으로 변한다. 의식은 오직 인간의 것으로서 ‘내가 생각한다.’는 주체의식을 늘 안고 있다. 그러나 마음은 자연적 욕망과 같아서 거기에 자의식이 돋아나지 않고, 자연처럼 자리이타(自利利他)의 길을 저절로 따라간다. 도덕학에서는 이익과 의리의 개념이 상반적이지만, 자연학에서 자기 이익과 타자의 이익이 서로 상반되지 않고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 상호 교류하는 존재론적 욕망인 상보성을 일으킨다. 이 욕망에 자의식이 등장하면, 이기적 자의식과 반(反)이기적 공동체의식의 반목이 일어난다. ●無의 빈 자리를 지켜주는 인간 존재론적 마음의 욕망이 자의식의 생각을 일으키자마자, 그것은 바로 소유론적 욕망으로서의 탐욕이 된다. 자의식이 없는 마음은 자연처럼 존재와 무(無)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삼지, 소유와 결핍에 집착하지 않는다. 의식의 철학에서 존재는 소유로 오해되고, 무는 결핍으로 여겨져 기피된다. 유교가 깊은 사유의 흔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철학을 떠나 의식의 철학에 머물려는 경향을 강하게 지니는 가장 큰 원인은 유교가 무와 죽음을 인생의 한복판에서 사유하기를 꺼려하였기 때문이다. 공자가 ‘논어’(선진편)에서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라고 술회했다. 저 말은 죽음을 삶에서 차단시킨 계기를 주었고, 죽음이 차단됨으로써 생사일여(生死一如)와 유무일여(有無一如)의 사유가 유가에서 거의 단절되었다. 죽음이 뒤로 미루어지면 삶의 존재가 거의 소유론적으로 평가되고, 죽음도 허전한 결핍처럼 간주되어 삶에서 생각하기를 유예시킨다. 마음의 철학에서 인간을 생각하면, 지성과 의지의 자의식으로 인간을 높이기는커녕, 인간은 존재와 무의 자연적 문법에 겸허하게 종속되어지기를 바란다. 하이데거가 논문 ‘휴머니즘에 관하여’에서 기술한 대로 인간을 ‘존재의 목자(牧者=shepherd)’,‘존재의 이웃’,‘무의 빈 자리를 지키는 자(the empty seat-guard)’ 등으로 표현한 것은 깊은 의미를 던져준다. 저 표현들은 단지 문학적 수사학이 아니다.‘존재의 목자’란 인간이 소유의 주체가 아니고, 자연 일체의 존재를 편안히 존재하도록 돌봐주는 목자의 임무로서, 그리고 ‘존재의 이웃’은 일체 두두물물의 존재를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 집을 지어주는 목수와 같은 이웃으로서, 또 ‘무의 빈 자리를 지켜주는 자’로서 인간은 자연과 인간사(人間事)에서도 무의 빈 자리를 사랑하고 아끼는 여백의 예찬자로서의 인간을 해석한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이미 지성과 의지를 가진 인간주체의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다. 인간이 자연의 한복판으로 되돌아가 자연 속에서 자연에 의하여, 그리고 자연을 위하여 살고 고요히 죽으려는 그런 안심입명의 사유가 거기에 깃들어 있다. 오직 그런 인간만이 인류에게 미래적 희망을 전하는 본성의 인간이고, 부처의 길을 가는 인간이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닮으려는 제자겠다. 인간이 스스로 자연의 지배자요, 주인이라고 여기지 말라. 그 동안 지성철학과 어떤 종교는 이런 헛된 신화를 잘못 심어주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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