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잇단 대북경고성명 왜 나오나
◎“상호핵사찰 수용”… 대북 전방위압력/“IAEA사찰론 「핵면죄부」 못준다”/경협·수교 연계… 한·미·일 3각대응/“대화와 도발”… 북의 2중전략 제동걸기 의미도
최근 경색조짐을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와 관련,한반도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한·미·일 3개국 관계자들의 강력한 대북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다.고위급회담 우리측 단장인 정원식 국무총리가 1일 북측 단장인 연형묵 정무원총리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낸 것을 비롯해 1일 저녁 최창윤 공보처장관이 한·미정치학회주최 학술회의 참석자들을 위한 만찬연설에서 강도 높은 톤으로 북측의 2중적 태도를 성토했고,2일에는 고위급회담 우리측 이동복 대변인이 남북대화에 임하는 북측의 불성실한 자세를 비난했다.
또 로널드 리먼 미국무부 군축국장은 2일 북한연구소및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공동주최 한반도 군축세미나에서 행한 주제연설을 통해 북한만이 국제적인 화해무드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나카히라 노보루(중평립)일·북한수교회담 일본측 수석대표도 2일 노창희 외무부차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은 일·북한수교교섭테이블에서조차 평양쪽을 의식한 발언만을 늘어 놓는다면서 남북관계에 관한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앞서 로버트 리스카시 주한미사령관은 전략핵무기의 재배치와 주한미군병력 감축 보류,팀스피리트훈련의 재개를 시사했고 지난달 말 방한했던 척 카트만 미국무부 한국과장 역시 최근의 남북대화 일시중단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현홍주 주미대사의 지난달 23일 급거귀국도 최근 북측의 공세적 태도와 전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 정부관계자들과 미·일 외교및 안보담당자들의 발언은 한결같이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촉구하고 있다.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은 이라크의 예가 증명하듯 불충분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북상호사찰이 필수적이며,북한이 지금까지 누차 강조했다시피 핵무기를 개발할 능력도 의사도 없다면 남북상호사찰을 회피할 하등의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이들은 이와함께 핵문제의 해결없이는 경제협력과 군비축소등 남북관계의 진전이 전혀불가능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이같은 한·미·일 정부관계자들의 발빠른 움직임은 지난달 22일 발생한 북한의 비무장지대를 통한 무장침투조 남파기도,5차례의 전체회의와 3차례의 위원접촉에도 겉돌고 있는 핵통제공동위,북측의 일방적인 불참으로 휴회된 군사정전위등 북측의 갑작스런 공세적 태도에 제동을 걸려는 시도로 풀이된다.특히 국무총리가 직접 대북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대북관계에 있어 조심스런 낙관론을 견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보여왔다.이러한 낙관론은 가깝게는 지난달 5일부터 8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된 제7차 고위급회담에서 군사·경제·사회문화등 3개 공동위와 연락사무소의 설치에 합의했고 특히 8·15 이산가족 노부모방문단및 예술단 교환을 북측이 아무 전제조건없이 선뜻 수락한 점 등에 고무됐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이와함께 멀게는 지난해말 소련의 해체로 북한이 최대동맹국을 잃게 됐다는 점,북한이 대일및 대미 관계개선 전망이 극히 불투명한 가운데연내 한·중수교 가능성이 점쳐지는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북한이 이미 남북관계에서 선택권을 상실했다는 분석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북한이 곧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지 않을 수 없는 국내외적 분위기조성이 상당히 진척됐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달들어 잇따라 나온 우리 정부관계자들의 성명은 이같은 낙관적인 견해를 수정하려는 시도로 보기에 충분하다.
정총리가 1일 상오 고위급회담 단장자격으로 강력한 대북메시지를 발표했는 데도 정부대변인 최공보처장관이 그날 저녁 북한이 대화와 도발의 2중적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강력한 어조로 비난한 점,그리고 고위급회담 대변인인 이동복국무총리특별보좌관이 정총리의 대북메시지와 대동소이한 내용의 성명을 거듭 발표했다는 사실은 이제는 더 이상 북한의 지연전술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정책변화를 강력히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1일 정총리의 대북메시지 발표후 곧바로 아세안 6개국,EC 12개국 등 18개국 주한대사를 외무부로 불러 그간의 남북대화내용을 설명하고 북한이 IAEA의 사찰을 받은뒤 남북상호사찰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외교공세를 벌일 것에 대비해 사전외교를 펼치는 신속함을 보였다.그동안 느슨해졌던 북한에 대한 국제적 압력의 정도를 다시 높이자는 의도에서다.
한편에서는 한반도 이해당사국들의 급해진 행보를 북한에 대한 일종의 시위로 해석하는 경향도 있다.일과성 경고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엇갈린 시각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성실한 자세로 나오지 않는한 우리 정부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강경쪽으로 기울것이란 점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