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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송년 음악회와 합창 교향곡/서동철 논설위원

    송년 음악회라면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 ‘합창’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하지만 서양 음악의 역사가 길지 않은 한국에서 ‘합창 교향곡’ 연주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전곡 초연은 1948년 11월 27일 서울교향악단의 정기 연주회에서 이루어졌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는 다른 악단이다. 지휘는 미군정청이 파견한 서울중앙방송국 고문 롤프 제이컵이 맡았다. ‘합창 교향곡’의 연주 시간은 일반적으로 75분을 넘고, 지휘자에 따라서는 80분을 넘기기도 한다.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테너, 베이스바리톤 등 4명의 독창자가 필요한 데다 합창단 인원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피콜로와 콘트라바순, 베이스트롬본 같은 특수악기도 들어간다. 더불어 무궁무진한 스케일의 음악을 건실하게 완성해가려면 상당한 음악적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시 ‘합창 교향곡’의 초연을 소개한 신문 기사는 ‘출연자는 동 악단원과 합창단원을 합하여 무려 300명이라 하는데, 이와 같은 대기획은 우리나라 양악단(洋樂團) 최초의 성사(成事)’라고 기대를 표시했다. 독창자로는 소프라노 김천애, 메조소프라노 김혜란, 테너 이인범, 베이스 김형노 등 당대 최고의 성악가들이 나섰다. 합창은 ‘예술대학 음악부 합창단’이 맡았는데, 아마도 각 대학 성악과 학생들로 꾸린 연합 합창단으로 짐작된다. 연주평도 실렸다. 먼저 ‘기술적으로 뒤떨어진 것은 있었으나 조선의 현실과 문화의 후진성에 비추어 악조건을 극복한 기획과 용기에는 경의를 표한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실러의 ‘환희의 노래’가 말하듯 분열에서 통일하려는 조선의 앞날을 위해 이번 공연의 시대적 의의는 컸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이 각각 정부를 수립한 1948년의 ‘합창 교향곡’에는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는 ‘환희의 송가’처럼 통일을 향한 염원이 담겨 있었다. ‘합창 교향곡’은 독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1918년 12월 31일 첫 번째 제야 음악회에서 연주한 이후 송년 음악회 레퍼토리로 정착됐다는 설(說)이 있다. 이 연주회를 지휘한 헝가리 출신 니키슈 아르투르(1855~1922)는 독일을 중심으로 영국을 오가며 활동했지만, 제1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에는 영국 입국이 거부됐다. 전쟁이 끝난 직후 열린 제야 음악회에서 연주된 ‘합창’에는 ‘평화’의 이미지가 더욱 부각됐을 것이다. 이제 ‘합창’ 연주회는 연말 이벤트쯤으로 폄하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역 교향악단에는 여전히 등정이 쉽지 않은 큰 봉우리다. 연말 서울시향과 KBS교향악단을 비롯해 부산시향, 인천시향, 대전시향, 울산시향, 부천시향, 성남시향이 ‘합창’을 연주한다. 대부분 광역시급 이상이다. 부천과 성남은 교향악단 투자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동네 교향악단’의 ‘합창’ 완주에 대한 희망과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클래스가 다른 클래식…벌써 가슴이 뛴다, 세계 정상급 무대 한국 나들이

    클래스가 다른 클래식…벌써 가슴이 뛴다, 세계 정상급 무대 한국 나들이

    2016년 클래식 무대는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내한 공연과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대한민국 음악가들의 연주로 어느 해보다 풍성하다. ●‘지휘 거장’ 무티x시카고심포니 연초, 가장 기대를 모으는 무대는 미국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CSO)가 3년 만에 음악감독 리카르도 무티①와 함께 꾸민다. 이탈리아 출신 지휘자 무티는 카라얀과 번스타인 이후 현존하는 세계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거장이다. CSO는 영국 음악 전문지 ‘그라모폰’이 2008년 선정한 ‘세계 톱 5 오케스트라’에 이름을 올린 미국 최강의 오케스트라로 2010년 무티가 음악감독을 맡은 뒤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013년 CSO의 첫 내한 공연 때 무티의 급성독감으로 로린 마젤에게 지휘봉을 넘겨줘 아쉬움이 컸던 만큼 1월 28~29일 예술의전당 무대는 더욱 기대를 모은다. ●2월 ‘리틀 쇼팽’ 조성진의 갈라콘서트 2월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함께 시작한다. 2015 제17회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한 조성진이 콩쿠르 본선 무대를 그대로 재현하는 ‘쇼팽 콩쿠르 우승자 갈라콘서트’가 2일 오후 2시와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우승자인 조성진을 비롯해 샤를 리샤르 아믈랭(2위), 케이트 리우(3위), 에릭 루(4위) 등 모든 입상자가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지휘자 야체크 카습시크와 함께한다. ●스페인·독·러 등 명문 오케스트라 내한 7월에는 스페인 내셔널 오케스트라(17일)가 첫 내한 공연을 한다. 스페인 출신의 신예 안토니오 멘데스의 지휘로 스페인 레퍼토리를 연주하며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려준다. 9월에는 독일 남서부의 명문 오케스트라 도이치방송교향악단(24일)을 성시연의 지휘로 만난다. 10월에는 헝가리 명문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10∼11일)가 악단의 설립자이자 음악감독인 명지휘자 이반 피셰르와 함께 온다. 피아니스트 마리아 주앙 피르스가 함께한다. 17∼18일에는 러시아 거장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가 2012년에 이어 3년 만에 내한하고, 20일에는 체코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프라하 방송교향악단이 루마니아 출신의 세계 최정상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와 함께 한국 무대에 선다. 26∼27일에는 독일의 밤베르크 교향악단이 브루크너 전문가로 추앙받는 거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의 지휘로 첫 내한 공연을 한다. 12월에는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4일)의 무대가 기다린다. 2012, 2014년에 이은 세 번째 내한 공연으로 하이든과 슈트라우스 등을 소화한다. 길 샤함의 바이올린이 함께한다. ●러 소프라노 네트렙코 3월 첫 내한 공연 2016년 처음 한국을 찾는 스타 연주자들도 관심을 모은다. 출중한 가창력과 뛰어난 연기력, 빼어난 외모를 겸비한 러시아 출신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②가 3월 12일 첫 내한 공연을 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네트렙코는 이번 공연에서 장기인 이탈리아 오페라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같은 달 31일에는 바로크와 현대를 넘나드는 연주로 유럽 무대를 사로잡은 바이올리니스트 알리나 이브라기모바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천재 음악가의 삶을 그린 영화 ‘비투스’에서 천재 소년을 연기한 피아니스트 테오 게오르규(4월 7일), 세계 최고의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4대로 환상의 하모니를 빚어내는 ‘스트라디바리 콰르텟’(4월 27일)도 첫 내한 공연을 한다. ●임동혁·무터 등 정상급 리사이틀 풍성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연주자들의 리사이틀 무대도 기대된다.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1월 23일 스타트를 끊고 손열음(2월 27일), 김선욱(7월 20일)이 이어 간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계보를 잇는 피아니스트 보리스 베레좁스키(5월 7일), 지적인 깊이와 화려한 기교를 자랑하는 러시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5월 31일), 고전시대 레퍼토리로 명성을 쌓은 피아니스트 언드라시 시프(10월 23일),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조피 무터(③·10월 14일), 독일 출신의 젊은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10월 21일) 등 국외 정상급 연주자들의 리사이틀도 풍성하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국악 공연도 보고 기부도 하고

    국악 공연도 보고 기부도 하고

    국립국악원이 소속 4개 예술단 및 어린이 예술단이 총출연하는 특별한 국악 나눔 공연을 개최한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23일 오후 8시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구세군과 함께하는 송년 나눔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의 관람료 전액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될 예정이다. 공연은 국립국악원의 어린이 예술단 ‘푸르미르’를 포함해 정악, 민속, 무용, 창작악 등 총 4개 연주단이 출연하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민요를 선보이는 소리꾼 이희문과 거문고 명인 정대석 서울대 국악과 교수가 특별 출연한다. 첫 무대인 정악단의 ‘보허자’(步虛子)에서는 나라의 태평성대와 관객들의 장생불로를 기원하는 마음을 전하며 민속악단은 김영길, 윤서경, 배런 등 대표 아쟁 연주자 3명이 아쟁 3중주 무대를 선보인다. 무용단은 신명나는 소고춤 한 판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군다. 소리꾼 이희문도 자신만의 독특한 창작 레퍼토리를 통해 경기민요의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창작악단은 ‘푸르미르’ 단원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캐럴을 메들리로 선사한다. 민속악단의 유지숙 악장 및 성악부 단원들과 정대석 명인과의 협연 무대도 준비돼 있다. 이번 공연은 자유롭게 관람료를 기부하는 ‘희망티켓’을 운영한다. 관객들은 공연 전후 로비에 비치된 구세군 자선냄비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와 현금 등으로 모금에 참여할 수 있으며 어려운 이웃에게 보낼 선물도 접수한다. 국립국악원 측은 “이전까지는 전통 국악 명인들의 무대 위주로 선보였지만 올해부터는 대중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전환해 기획했다”면서 “국악으로 관객과 함께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함을 전하고자 공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관람 신청은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에서 20일까지 선착순 400명에 한해 받는다. 취학 아동 이상 관람이 가능하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무대 서려면 스스로 먼저 설득돼야…5년 전보다 원하는 색깔 더 뚜렷해져”

    “무대 서려면 스스로 먼저 설득돼야…5년 전보다 원하는 색깔 더 뚜렷해져”

    베토벤, 브람스, 슈만 등 독일 정통 레퍼토리에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난 피아니스트 김선욱(27)이 파보 예르비가 지휘하는 독일의 명문 악단 도이치캄머필하모닉과 함께 오는 16일 대전 예술의전당에 이어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을 선사한다. 김선욱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슈만의 협주곡에서 피아노는 독주곡이 아니라 오케스트라의 한 파트와 같아서 호흡을 어떻게 맞추는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인원이 많지 않지만 고밀도의 연주를 구사하는 도이치캄머필과의 첫 리허설에서 호흡을 어떻게 맞춰갈지 긴장되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선욱은 2006년 리즈 콩쿠르 우승 이후 베를린과 파리를 중심으로 독주 활동뿐 아니라 런던 심포니와 필하모니아 등 런던과 영국 주요 도시의 악단들을 오가며 높은 순도의 협주곡 연주를 보였다. 그가 한국 관객 앞에서 슈만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은 2010년 아쉬케나지앤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공연 이후 5년 만이다. “전 악장을 연습하면서 매번 다른 스타일로 연주하고 녹음을 들어본 뒤 답을 찾아간다”는 그는 “슈만을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이 곡에 맞는 소리를 찾느라 힘들었는데 5년 전보다 원하는 색깔이 훨씬 뚜렷해졌기 때문에 완성된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독일 악센투스 레이블을 통해 내놓은 첫 독주 음반에 대해서도 풀어놨다. 지난 6월 독일 베를린의 예수 그리스도 교회에서 녹음한 이 음반에는 베토벤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과 29번 ‘함머 클라비어’가 담겼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가운데 김선욱이 가장 큰 감명을 받은 두 곡이다. 김선욱은 “첫 독주 음반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한 답은 쉽게 나왔다”면서 “이 곡들을 녹음한 수많은 음반을 다 들어보고 그 영향을 받지 않고도 만들어낼 수 있는, 온전히 나만의 색깔을 지닌 음악을 첫 음반에 담았다”고 말했다. 이어 “연주는 호흡과 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녹음할 때에도 거의 라이브처럼 전곡을 몇번씩 연주한 뒤 그중에서 최상의 것을 선택했다”면서 “후회하지 않는 연주를 녹음하기 위해 피아노 선택에서부터 녹음 스태프와 장소 등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피아노는 그동안 연주하면서 만난 피아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피아노를 주인을 직접 만나 도움을 청하고 파리에서 베를린으로 공수했다. 내년에도 브람스 협주곡과 베토벤 녹음이 예정돼 있고 상반기에는 브람스와 프랑크 음반이 나온다. 7월에는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토벤으로 2년 만에 전국 순회 독주회를 한다. “무대에서 연주하려면 스스로 설득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무대에서 연주하는 중압감을 이기려면 내 연주에 100% 이상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대가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예요. 그 과정에서 겪는 엄청난 고민과 고충은 평생 하는 거고 절대 정답이 없다고 말하죠. 저는 지금 그 시작점에 있습니다. ” 진지한 곡 해석과 시적인 연주로 음악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그는 “연주하고 싶은 작곡가, 연구하고 싶은 곡이 너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허윤정 거문고로 되살린 80여년 전 우리 선율

    허윤정 거문고로 되살린 80여년 전 우리 선율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이 80여년 전 우리 선율을 복원한다. 국립국악원은 새달 3일 오후 8시 풍류사랑방에서 여는 ‘목요풍류’ 무대에 허윤정 거문고 독주회 ‘아악부 현금보 평조회상’ 공연을 올린다. 허윤정은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 한갑득류 거문고 산조 이수자로 고악보 연구를 통해 전통과 창작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력을 인정받은 차세대 명인이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80여년 전 일제강점기에서도 궁중 음악의 명맥을 이어 갔던 1930년대 ‘이왕직아악부’의 악보 중 ‘거문고보’에 실린 ‘평조회상’과 ‘천년만세’를 연주한다. 특히 ‘평조회상’은 현재 전해지는 악곡과는 차이점이 있다. ‘평조회상’은 국악인이라면 평생 수련하는 대표 곡 ‘영산회상’을 완전 4도 아래로 이조(移調)시킨 곡이다. 본래 ‘영산회상’은 9개의 악곡으로 구성돼 있으나 현행 ‘평조회상’은 9곡 중 ‘하현도드리’가 제외된 8개의 악곡으로 구성됐다. 이번 공연에서는 80여년 전 남겨진 이왕직아악부의 현금(玄琴·거문고)보에 전해지는 하현도드리를 복원 연주한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다른 악곡들도 현재 전해지는 곡들의 일부 장단과 선율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국악 애호가라면 색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허윤정은 “이번 공연은 전통을 재발견함으로써 이 시대 국악 레퍼토리의 또 다른 확장을 의미하는 무대”라면서 “이번 무대를 통해 소중한 우리 음악사를 연결하는 중요한 근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석 2만원이며 예매는 국립국악원 및 인터파크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02) 580-3300.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사설] 쇠파이프·횃불 등장한 불법시위, 이게 법치국가인가

    대규모 시위가 열린 지난 주말 서울의 광화문 일대는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민주노총·전교조 등 53개 단체로 구성된 ‘민중 총궐기 투쟁본부’가 주도한 그제 시위는 그야말로 무법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폭력과 불법이 난무했다. 시위대는 쇠파이프로 경찰차를 내리치고, 차벽을 향해 횃불을 던졌다. 경찰은 캡사이신과 물대포를 뿌리며 강공 진압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은 60대 노인이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까지 가는 불상사도 있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1980년대 시위 현장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는다. 이게 과연 법치국가라고 할 수 있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시위에 참가한 인원은 8만여명(경찰 추산)으로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이후 최대 규모라고 한다. 집회와 시위는 헌법에서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다. 하지만 헌법상의 기본권이라 하더라도 이런 불법·과격 시위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마침 이날은 서울 소재 11개 대학에서 10만 명 이상의 수험생이 대입 논술 시험을 치르는 토요일이었다. 무단 도로 점거와 소음 등으로 시민의 일상을 망쳐놓고 그것도 모자라 수험생들과 학부모들까지 마음 졸이게 한 시위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시위 참가자들은 처음에는 노동개혁 및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비정규직 보호 등을 요구했다. 진보 단체들로서 내세울 수 있는 이슈들이고, 국민들의 공감을 살 부분도 없지 않다. 하지만 과거 시위꾼들의 전형적인 레퍼토리인 정권을 뒤엎자는 그들의 외침은 시위의 명분과 목적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 집회에 참가한 53개 단체 중 ‘통진당 해산을 반대’하는 단체 19곳과 법원이 이적단체로 규정한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 범민련 남측본부 등 2곳이 포함된 것만 봐도 그렇다. 대한민국 체제를 전복시키려 한 통진당의 해산을 반대하고, 그 주범이자 내란 음모혐의까지 받은 이석기를 석방하라는 해괴망칙한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통진당은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폐지 등 대한민국을 파괴하려는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과 맥을 같이해 온 정당이라 할 수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정당 해산이 이뤄진 이유다. 그런데 이런 통진당 세력의 부활을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우리 법질서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으며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다. 이런 과격시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먼저 불법적인 폭력 시위를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툭하면 정권퇴진 운운하며 흉기나 다름없는 쇠파이프·횃불을 들고 시위를 해야 하나. 경찰도 과잉 진압 논란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과격 시위가 과잉 진압의 빌미가 됐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경찰은 공권력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시위 농민이 사망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했던 일이 있지 않은가. 정부는 어제 담화문을 내고 “불법 시위 관련자에 대해 엄벌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말로만이 아니라 폴리스라인을 벗어나면 국회의원이라도 수갑을 채우는 미국처럼 철저하게 ‘무관용의 원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 [스타뷰] 사랑 전도사로 변신한 가수 김장훈

    [스타뷰] 사랑 전도사로 변신한 가수 김장훈

    가수 김장훈(48)이 달라졌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로 불리던 그는 최근 사회 통합을 외치는 ‘사랑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에게 늘 세간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것과 달리 요즘 대중의 관심이 다소 식은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전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기부, 독도 등 많은 이슈가 반복되다 보니까 희로애락을 초월한 것 같아요. 누가 칭찬해도 들뜨지 않고 비난에도 무감각해진 편이죠. 지난 3년 동안의 시간이 저에게는 정말 값진 시간이었어요.” 2013년 초 김장훈은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동료의 배신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가 떠난 이유는 음악적인 ‘설렘’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내가 그럴 줄은 몰랐지만 비슷한 레퍼토리, 환호가 반복되는 무대가 지겨웠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과 중국 등 해외를 돌며 위안부 특별전과 공연을 꾸준히 펼쳤다. 하지만 당초 3년이었던 계획을 1년 반으로 단축시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바로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 ●‘세월호 사건’ 삶의 방향을 바꾸게 하다 “해외에서 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을 겪고 바닥을 기고 돌아와야 다시 무대에 설 기운이 나겠다고 생각하고 나갔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더이상 그곳에 있지 못하겠더라구요.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고 큰 충격에 빠져 한 달 동안 집 밖으로 세 번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우는 것밖에 하지 못했죠.” 주변에서는 그가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릴 것을 걱정했지만 그는 “가슴이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면서 전남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고 잠수사들을 지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보게 됐다. “이 참담한 아픔을 두고도 국론이 나눠지고 분열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의견이 달라도 서로 존중할 수는 있는데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소셜테이너의 방향을 좀 바꾸었어요. 예전에는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고 부당한 것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공연장에서 나눠져 있던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노래로 세상사람 하나로 만들고 싶어 그는 “내가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분열”이라면서 “세월호 때 느낀 것은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고 노래로 여야, 좌우, 진보와 보수를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사랑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일 싫어했던 강연을 하고 책을 낼까 고민을 하는 것도 진정한 사회 통합을 꿈꾸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서로 적이 될 이유가 없잖아요. 제게 ‘소셜’은 서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다가가는 것이죠." 그는 올해 문화 소외 지역 청소년을 찾고 전통시장에서 ‘반평 콘서트’를 여는 등 크고 작은 나눔 콘서트 무대에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났다. 연말에는 국가대표 스포츠합창단과 함께 교도소에서 공연을 열 계획이다. “요즘 경기도 안 좋고 사회적으로 자살 문제도 심각하잖아요. 공연장에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며 힘겨울 때 지켜주는 가족을 떠올려 보라는 멘트를 하면 관객들이 100% 눈물을 흘립니다. 가족은 언제나 내 곁을 안 떠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잖아요. 저도 그 생각을 하면서 엄마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우울한 얼굴을 하려다가도 참습니다. 조금이라도 어머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서요.” ●200억 기부… “나눔의 징검다리 될래요” 이쯤 되면 혹시나 정계 진출에 관심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는 “정치나 노래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목적은 같겠지만 나는 정치에는 절대 뜻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간 총 20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 온 그는 최근 기부 스타일도 바꿨다. “기부하려는 마음과 돈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과 돈이 없고 어려운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저도 예전처럼 거액을 기부할 형편이 되지는 않거든요. 가교 역할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도 지킴이’로 활동해 온 그가 가장 보람차게 느끼는 일은 1700명에서 시작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 회원이 13만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독도가 한국땅임을 세계에 알려온 그는 “독도에 관한 책을 영어, 일어 등 다양하게 번안해 전 세계에 배포하는 등 지금은 논리적인 밑작업과 배포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몸을 사리지 않고 시간을 쪼개 노래와 사회 활동을 했던 그는 요즘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있다. 김장훈은 “뉴스를 끊으니 자연스럽게 수면제도 끊게 됐고 공황장애나 스트레스성 발작도 없어졌다”면서 웃었다. 올해 초에 비행기 기내 흡연 및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그에게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제 실수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사과했다. 그럴수록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년 데뷔 25주년… 사랑노래 7곡 준비중 지난 1일은 그가 가수가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가수 김현식의 25주기였다. 절친한 형이기도 했던 김현식은 가수 데뷔 초기 그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김장훈은 “지난 2일 나눔 콘서트에서 현식이 형의 노래를 불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립고 티는 내지 않았지만 너무 따뜻한 형이었기 때문에 천국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먹먹한 표정을 지었다. 내년은 그가 가수 데뷔 25주년을 맞는 해다. 그는 겨울마다 열던 연말 콘서트도 중단하고 내년에 발표할 25주년 기념 앨범과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신인 가수 은가은과 듀엣곡 ‘공항에 가는 날’을 발표한 그는 앞으로 연인, 가족 등 사랑을 테마로 한 7곡을 발표하고 이를 새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다. 이달에 발표 예정인 신곡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발라드예요. 제가 초창기에 지르는 곡을 많이 부르던 때 양희은 선생님이 ‘네 정서는 발라드’라고 말해 주셨어요. 그래서 ‘나와 같다면’처럼 많은 사람을 위로하는 따뜻한 발라드를 많이 부르고 싶어요. 25주년 기념 공연의 이름은 ‘김장훈의 블록버스터’로 벌써 정했어요. 3~4월에는 전국의 월드컵 경기장을 돌며 스케일이 큰 공연의 끝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 직후에는 소·중극장 공연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늘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렇게 계획을 해놔야 산다. 초심은 잃어도 늘 중심을 잡고 살기 위해서 노력한다”면서 웃었다. ●결혼요? 당분간은 혼자일 거 같아요 최근에 효도하려고 결혼할 마음을 먹었다지만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명예욕보다는 단지 비겁하고 치사하게 사는 것이 싫을 뿐이라는 김장훈. 그는 “앞으로 3년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주변 식구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뒤 자유롭게 살고 싶다. 노래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바둑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바둑을 두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바둑에서 수없이 패배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분노를 조절하는 힘을 배웠어요. 살면서 저는 매일 패배해요. 치열하게 콘서트를 하고 많은 일을 해도 매일 저 자신에게 지고 말죠. 그래도 겁내거나 화를 내지 않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합니다. 후세에 어떤 가수로 기억되느냐보다 제게는 오늘 하루를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기부액 200억원이 넘는 그 사람 “칭찬도 비난도 무감각”

    기부액 200억원이 넘는 그 사람 “칭찬도 비난도 무감각”

     가수 김장훈이 달라졌다. 연예계의 대표적인 소셜테이너로 불리던 그는 최근 사회 통합을 외치는 ‘사랑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에게 늘 세간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것과 달리 요즘 대중의 관심이 다소 식은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전혀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기부, 독도 등 많은 이슈가 반복되다 보니까 희로애락을 초월한 것 같아요. 누가 칭찬해도 들뜨지 않고 비난에도 무감각해진 편이죠. 지난 3년 동안의 시간이 저에게는 정말 값진 시간이었어요.”  2013년 초 김장훈은 잠정 은퇴를 선언하고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시 동료의 배신 등 각종 추측이 난무했지만 그가 떠난 이유는 음악적인 ‘설렘’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는 “내가 그럴 줄은 몰랐지만 비슷한 레퍼토리, 환호가 반복되는 무대가 지겨웠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과 중국 등 해외를 돌며 위안부 특별전과 공연을 꾸준히 펼쳤다. 하지만 당초 3년이었던 계획을 1년 반으로 단축시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바로 세월호 참사 때문이었다.  “해외에서 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을 겪고 바닥을 기고 돌아와야 다시 무대에 설 기운이 나겠다고 생각하고 나갔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더이상 그곳에 있지 못하겠더라구요.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고 큰 충격에 빠져 한 달 동안 집 밖으로 세 번밖에 나가지 않았어요. 우는 것밖에 하지 못했죠.”  주변에서는 그가 정치적인 이슈에 휘말릴 것을 걱정했지만 그는 “가슴이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면서 전남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밤을 지새우고 잠수사들을 지원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을 보게 됐다.  “이 참담한 아픔을 두고도 국론이 나눠지고 분열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의견이 달라도 서로 존중할 수는 있는데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았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소셜테이너의 방향을 좀 바꾸었어요. 예전에는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를 하고 부당한 것에 쓴소리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공연장에서 나눠져 있던 사람들을 하나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내가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분열”이라면서 “세월호 때 느낀 것은 서로 사랑하자는 것이고 노래로 여야, 좌우, 진보와 보수를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사랑의 전도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일 싫어했던 강연을 하고 책을 낼까 고민을 하는 것도 진정한 사회 통합을 꿈꾸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서로 적이 될 이유가 없잖아요. 제게 ‘소셜’은 서로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다가가는 것이죠.”  그는 올해 문화 소외 지역 청소년을 찾고 전통시장에서 ‘반평 콘서트’를 여는 등 크고 작은 나눔 콘서트 무대에서 다양한 관객들을 만났다. 연말에는 국가대표 스포츠합창단과 함께 교도소에서 공연을 열 계획이다.  “요즘 경기도 안 좋고 사회적으로 자살 문제도 심각하잖아요. 공연장에서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부르며 힘겨울 때 지켜주는 가족을 떠올려 보라는 멘트를 하면 관객들이 100% 눈물을 흘립니다. 가족은 언제나 내 곁을 안 떠날 것 같지만 꼭 그렇지 않잖아요. 저도 그 생각을 하면서 엄마에게 안 좋은 소리를 하고 우울한 얼굴을 하려다가도 참습니다. 조금이라도 어머니 마음을 편하게 해드리고 싶어서요.”  이쯤 되면 혹시나 정계 진출에 관심이 있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지만 그는 “정치나 노래나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목적은 같겠지만 나는 정치에는 절대 뜻이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간 총 200억원이 넘는 돈을 기부해 온 그는 최근 기부 스타일도 바꿨다.  “기부하려는 마음과 돈은 있는데 방법을 모르는 사람과 돈이 없고 어려운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어요. 저도 예전처럼 거액을 기부할 형편이 되지는 않거든요. 가교 역할이 훨씬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독도 지킴이’로 활동해 온 그가 가장 보람차게 느끼는 일은 1700명에서 시작한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 회원이 13만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독도가 한국땅임을 세계에 알려온 그는 “독도에 관한 책을 영어, 일어 등 다양하게 번안해 전 세계에 배포하는 등 지금은 논리적인 밑작업과 배포 작업이 필요한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몸을 사리지 않고 시간을 쪼개 노래와 사회 활동을 했던 그는 요즘 조금씩 건강을 되찾고 있다. 김장훈은 “뉴스를 끊으니 자연스럽게 수면제도 끊게 됐고 공황장애나 스트레스성 발작도 없어졌다”면서 웃었다. 올해 초에 비행기 기내 흡연 및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 그에게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지만 “제 실수에 대해 변명하고 싶지 않아서 바로 사과했다. 그럴수록 더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은 그가 가수가 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가수 김현식의 25주기였다. 절친한 형이기도 했던 김현식은 가수 데뷔 초기 그의 롤모델이기도 했다. 김장훈은 “지난 2일 나눔 콘서트에서 현식이 형의 노래를 불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립고 티는 내지 않았지만 너무 따뜻한 형이었기 때문에 천국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먹먹한 표정을 지었다.  내년은 그가 가수 데뷔 25주년을 맞는 해다. 그는 겨울마다 열던 연말 콘서트도 중단하고 내년에 발표할 25주년 앨범과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신인 가수 은가은과 듀엣곡 ‘공항에 가는 길’을 발표한 그는 앞으로 연인, 가족 등 사랑을 테마로 한 7곡을 발표하고 이를 내년 앨범에 수록할 예정이다. 이달에 발표 예정인 신곡에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았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발라드예요. 제가 지르는 곡을 많이 하던 예전에 양희은 선생님이 ‘네 정서는 발라드’라고 말해 주셨어요. 그래서 ‘나와 같다면’처럼 많은 사람을 위로하는 따뜻한 발라드를 많이 부르고 싶어요. 25주년 기념 공연의 이름은 ‘김장훈의 블록버스터’로 벌써 정했어요. 3, 4월에는 전국의 월드컵 경기장을 돌며 스케일이 큰 공연의 끝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 직후에는 소·중극장 공연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늘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이렇게 계획을 해놔야 산다. 초심은 잃어도 늘 중심을 잡고 살기 위해서 노력한다”면서 웃었다. 최근에 효도하려고 결혼할 마음을 먹었다지만 워낙 바쁜 스케줄 탓에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인다. 명예욕보다는 단지 비겁하고 치사하게 사는 것이 싫을 뿐이라는 김장훈. 그는 “앞으로 3년간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주변 식구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 뒤 자유롭게 살고 싶다. 노래를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바둑홍보대사를 맡은 그는 바둑을 두면서 많은 것을 깨닫는다고 말했다.  “바둑에서 수없이 패배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분노를 조절하는 힘을 배웠어요. 살면서 저는 매일 패배해요. 치열하게 콘서트를 하고 많은 일을 해도 매일 저 자신에게 지고 말죠. 그래도 겁내거나 화를 내지 않고 다시 일어서려고 노력합니다. 후세에 어떤 가수로 기억되느냐보다 제게는 오늘 하루를 즐겁고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요.”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말로·전제덕·박주원 합동 공연 ‘더 스리 라이브’ 새달 10일·11일

    국내 최고의 재즈 보컬과 하모니카 연주자, 집시 기타리스트가 한데 어우러진다. 말로(44·재즈 보컬), 전제덕(41·하모니카), 박주원(35·기타)이 다음달 10~11일 오후 8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 새천년관 대극장에서 ‘더 스리 라이브’(THE 3 LIVE)란 이름으로 합동 공연을 갖는다. 신들린 말로의 스캣, 폭풍 같은 전제덕의 하모니카, 춤추는 박주원의 기타를 한 무대에서 만끽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각자 영역에서 음악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이들은 지난해 연말 첫 합동공연으로 한국 재즈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끊임없는 앙코르 요청으로 마련된 이번 공연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레퍼토리가 준비된다. 가장 한국적인 재즈 보컬로 평가받는 말로가 지난해 공연을 앞두고 7년 만에 새 창작 앨범을 내놔 레퍼토리를 풍성하게 했다면 이번엔 집시 스타일로 기타 연주에 새 바람을 일으킨 박주원이 3집 ‘캡틴’ 이후 2년 만에 새 앨범 ‘집시 시네마’를 발표한다. 국내 음악팬들이 좋아하는 영화음악을 특유의 집시 스타일로 재해석한 앨범으로, 이번 공연에서 수록곡 일부를 처음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1+1티켓 지원 대상이다. 선착순 200명에게 1장을 구매하면 1장 무료 혜택이 주어진다. 6만 6000~7만 7000원. (02)455-1896~7.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나는 미모의 재무전문가” 인격장애女 억대 사기극

    “나는 스위스에서 태어난 클레오 안이라고 해요. 투자은행 JP모건 한국 지사에서 국제 재무분석가로 일하죠. 혹시 비밀조직 ‘창’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역대 정권의 해외 비자금을 관리해요. 금괴가 어마어마한데 투자해 보시겠어요? 고수익 보장해드려요.” 사기 전과로 2년 6개월을 복역하고 2012년 1월 출소한 안모(43·여)씨는 또 다른 사기 범행을 위해 미모의 재무전문가 행세를 시작했다. 사실 그는 평범한 외모였지만 인터넷 채팅방 프로필에 모델이나 일본 연예인의 사진을 내걸어 피해자들을 속였다. “러시아 석유 수입을 도와주겠다”, “금괴 거래로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 등이 즐겨 구사하는 사기의 레퍼토리였다. 회계사,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등 피해자들은 안씨를 만난 적이 없는데도 줄줄이 속아 넘어가 안씨의 계좌로 거액을 입금했다. 피해자 3명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 만에 뜯긴 돈이 2억여원에 달했다. 이들이 속은 결정적 이유는 안씨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 때문이었다. 안씨는 자신을 스위스 국적의 국제재무분석가라고 소개하며 기업 분석 등 투자 정보에 대해 달변을 구사했다. 안씨는 일제 때 일본인들이 국내에 두고 간 금괴와 역대 정권의 비자금을 거론하며 소설 같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설득하는 묘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안씨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안씨는 지방대 졸업 후 10여년간 서울 강남의 한 허름한 학원에서 중·고교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왔다. 평소 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았던 안씨는 자산분석가를 양성하는 사설 학원에 등록해 인맥을 넓혔다. 안씨는 2009년 같은 범행을 저질러 수감됐다 출소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분석 결과 안씨는 허구를 진실로 믿는 일종의 인격 장애인 ‘리플리증후군’ 증세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가 비자금 기관을 사칭하며 37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안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모(40)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서울 강남, 여의도, 명동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전문직 종사자들과 일본인 등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나는 미모의 재무전문가” 인격장애女 억대 사기극

    “나는 스위스에서 태어난 클레오 안이라고 해요. 투자은행 JP모건 한국 지사에서 국제 재무분석가로 일하죠. 혹시 비밀조직 ‘창’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역대 정권의 해외 비자금을 관리해요. 금괴가 어마어마한데 투자해 보시겠어요? 고수익 보장해드려요.” 사기 전과로 2년 6개월을 복역하고 2012년 1월 출소한 안모(43·여)씨는 또 다른 사기 범행을 위해 미모의 재무전문가 행세를 시작했다. 사실 그는 평범한 외모였지만 인터넷 채팅방 프로필에 모델이나 일본 연예인의 사진을 내걸어 피해자들을 속였다. “러시아 석유 수입을 도와주겠다”, “금괴 거래로 고수익을 보장해 주겠다” 등이 즐겨 구사하는 사기의 레퍼토리였다. 회계사, 대학교수, 대기업 임원 등 피해자들은 안씨를 만난 적이 없는데도 줄줄이 속아 넘어가 안씨의 계좌로 거액을 입금했다. 피해자 3명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4개월 만에 뜯긴 돈이 2억여원에 달했다. 이들이 속은 결정적 이유는 안씨의 자신감 넘치는 태도 때문이었다. 안씨는 자신을 스위스 국적의 국제재무분석가라고 소개하며 기업 분석 등 투자 정보에 대해 달변을 구사했다. 안씨는 일제 때 일본인들이 국내에 두고 간 금괴와 역대 정권의 비자금을 거론하며 소설 같은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설득하는 묘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안씨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안씨는 지방대 졸업 후 10여년간 서울 강남의 한 허름한 학원에서 중·고교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쳐 왔다. 평소 자산 관리에 관심이 많았던 안씨는 자산분석가를 양성하는 사설 학원에 등록해 인맥을 넓혔다. 안씨는 2009년 같은 범행을 저질러 수감됐다 출소했다. 경찰은 프로파일러 분석 결과 안씨는 허구를 진실로 믿는 일종의 인격 장애인 ‘리플리증후군’ 증세가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국가 비자금 기관을 사칭하며 37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안씨 등 3명을 구속하고, 이모(40)씨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서울 강남, 여의도, 명동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활동하며 전문직 종사자들과 일본인 등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장르-세대를 넘어 “문화가 흐르는 가을밤 서울광장”

    장르-세대를 넘어 “문화가 흐르는 가을밤 서울광장”

    서울시청광장에서 오는 26일 오후 7시 시민들을 위한 가을 음악회가 펼쳐진다. 이정희 음악감독을 주축으로 (한국국제예술원 부학장 역임) 시민들과 함께 “가을음악여행”이라는 테마로 콘체르티노 오케스트라, 벨트라움, 재즈밴드, 중창단 등 200여명의 아티스트와 시민이 함께 서울광장에서 가을밤을 문화를 만끽하게 된다. 특히 피아니스트 윤혜성을 주축으로 모인 콘체르티노 오케스트라와 테너 김현수가 리더로 있는 고품격 성악 앙상블 벨트라움을 비롯해 여성 중창단 플라워싱어즈, 색소폰 연주자 이경구가 함께 하는 이경구 재즈밴드 등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이 함께 약 2시간 동안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들려 줄 예정이다. 레퍼토리로는 Englishman in New York(스팅), Love on Top (비욘세), Fly me to the moon(바트 하워드 작곡), Over the rainbow 등 귀에 익숙하고 편한 음악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2015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은 지난 9월 서울시향을 시작으로 오는 11월8일까지 매일 다채로운 공연이 마련돼 있다. 서울시향 오케스트라 공연 외에도 거리예술단 100개 팀이 참여하는 시민예술축제, 서울시 청소년국악단·무용단·합창단·유스오케스트라, 문화와 사람 팝스 오케스트라 등 장르와 세대를 넘어선 공연과 서울 광장에서 즐기는 영화제 “도시의 클래식” 등 서울 시민이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또한, 현재까지 누적관람객 수가 5만 4000여명으로 음악, 무용, 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컨텐츠를 제공하면서 문화를 향유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주 관객들은 가족들, 퇴근길 시민들을 비롯해 문화적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장년층 관람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인 박준호(36세, 남)씨는 “직장생활에 쫒겨서 공연장에 가볼 꿈도 못 꾸는데 가을 저녁에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며 하루의 피로가 다 풀리는 듯 했다”며 관람 소감을 전했다. 2015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은 서울특별시 주최로, 매일 밤 여러 장르의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하여 일상에서 다양한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여 문화복지를 구현하고 서울을 찾은 관괌객들에게 한국 문화를 체험할 문화적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개최되고 있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김동규+3소프라노… 서울신문 ‘가을밤 콘서트’ 성황

    김동규+3소프라노… 서울신문 ‘가을밤 콘서트’ 성황

    3소프라노 박혜진(왼쪽부터)·강민성·김지현과 바리톤 김동규가 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신문 주최 가을밤 콘서트 무대에서 앙코르곡 ‘세이브 더 라스트 댄스 포 미’를 관객들과 함께 열창하고 있다. 이들은 2시간 30분 동안 클래식부터 뮤지컬, 팝, 샹송, 라틴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불러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가을밤을 선물했다. 강성남 선임기자 snk@seoul.co.kr
  • “다양한 레퍼토리의 클래식… 관객 행복해하면 뿌듯”

    “다양한 레퍼토리의 클래식… 관객 행복해하면 뿌듯”

    “3소프라노 무대를 접한 분들이 클래식 공연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냐며 행복해할 때 가장 뿌듯하죠.” 미녀 삼총사처럼, 국내 정상급 소프라노 세 명이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프라노 김지현(46)은 평소 남성 성악가들의 ’3테너’ 공연을 접하며 소프라노들도 한 무대에 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소프라노 하면 디바 이미지가 강해 뭉치기가 어렵다는 세간의 인식을 깨보고 싶었던 것. 평소 친분이 있던 바리톤 김동규(50)와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내친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관객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자는 취지로 클래식에서부터 뮤지컬, 팝, 라틴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 능력’이 있는 소프라노를 엄선했다. 김동규는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했다. 3소프라노 공연은 이렇게 첫 무대부터 대박을 터뜨렸고, 앙코르에 앙코르 공연이 이어지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는 19일 서울신문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는 가을밤 콘서트는 3소프라노의 네 번째 무대다. 물론 김동규도 함께한다. 이름하여 ‘김동규 & 3소프라노-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다. 지난 4일 저녁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동규의 자택에서 공연 연습을 위해 모인 3소프라노(김지현·박혜진·강민성)는 “가을, 특히 10월 하면 김동규 선생님의 달이기 때문에 메인 콘셉트를 양보했다”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3소프라노 공연을 꾸준히 이어가는 까닭을 물었더니 “성취감이 남달라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섭외받고 오르는 무대와는 달리 직접 기획해 주인 의식을 갖고 만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단다. 1년에도 저마다 수십 회 공연을 치르지만 이 공연은 늘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고. 쟁쟁한 실력만큼 경쟁심도 있을 법한데 “한 명만 튀면 3소프라노가 아니다”는 답이 돌아온다. 화합하는 마음이 없으면 좋은 무대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 합류한 박혜진(43)은 “자주 모여 호흡을 맞추다 보니 친자매와 다름없는 정이 쌓인다”면서 “끈끈해지는 만큼 덩달아 공연 퀄리티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3소프라노만의 콘서트를 꾸리고 싶지는 않을까. 맏언니 김지현이 손사래를 친다. 소프라노만 들려주는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김동규와의 파트너십에 흡족해했다. 그는 “강 선생님 목소리는 화려한 고음이 돋보이고, 박 선생님은 따뜻하고 서정적이며, 저는 강하고 드라마틱한 게 특징”이라며 “조금씩 다른 소프라노들과의 듀엣을 모두 소화하는 데 김동규 선생님만한 남자 성악가가 없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모방 공연이 나올 수 있겠다 싶은데,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막내 강민성(36)은 “관객과 소통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까지 따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 추천 레퍼토리로, 관객과의 소통이 좋았던 미국 민요 ‘금발의 제니’를 꼽았다. 박혜진은 뮤지컬 ‘캣츠’의 주제가 ‘메모리’를 추천했다. 3소프라노가 새로 선보이는 레퍼토리다. 김지현은 프랑스 민요 ‘작은 별’을 골랐다. “어느 때보다 최고의 시너지가 나올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관객들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고대하고 있고 여기에 저희 3소프라노는 물론, 성악가들을 잘 이해하는 지휘자 방성호 선생님까지 함께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가 꾸려질 거예요. 기대해도 좋습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김동규와 쓰리 소프라노의 ‘어느 멋진 가을 밤’

    김동규와 쓰리 소프라노의 ‘어느 멋진 가을 밤’

     “스리 소프라노 무대를 접한 분들이 클래식 공연이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냐며 행복해할 때 가장 뿌듯하죠.”  미녀 삼총사처럼, 국내 정상급 소프라노 세 명이 의기투합한 것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프라노 김지현(45)은 평소 남성 성악가들의 ’3테너’ 공연을 접하며 소프라노들도 한 무대에 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오던 터였다. 소프라노 하면 디바 이미지가 강해 뭉치기가 어렵다는 세간의 인식을 깨보고 싶었던 것. 평소 친분이 있던 바리톤 김동규(50)와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내친김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관객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자는 취지로 클래식에서부터 뮤지컬, 팝, 라틴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 능력’이 있는 소프라노를 엄선했다. 김동규는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했다. 3소프라노 공연은 이렇게 첫 무대부터 대박을 터뜨렸고, 앙코르에 앙코르 공연이 이어지며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는 19일 서울신문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여는 가을밤 콘서트는 3소프라노의 네 번째 무대다. 물론 김동규도 함께한다. 이름하여 ‘김동규 & 3소프라노-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다.  지난 4일 저녁 서울 강남구 논현동 김동규의 자택에서 공연 연습을 위해 모인 3소프라노(김지현·박혜진·강민성)는 “가을, 특히 10월 하면 김동규 선생님의 달이기 때문에 메인 콘셉트를 양보했다”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3소프라노 공연을 꾸준히 이어가는 까닭을 물었더니 “성취감이 남달라서”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섭외받고 오르는 무대와는 달리 직접 기획해 주인 의식을 갖고 만들기 때문에 더욱 그렇단다. 1년에도 저마다 수십 회 공연을 치르지만 이 공연은 늘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고. 쟁쟁한 실력만큼 경쟁심도 있을 법한데 “한 명만 튀면 3소프라노가 아니다”는 답이 돌아온다. 화합하는 마음이 없으면 좋은 무대가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 합류한 박혜진(43)은 “자주 모여 호흡을 맞추다 보니 친자매와 다름없는 정이 쌓인다”면서 “끈끈해지는 만큼 덩달아 공연 퀄리티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3소프라노만의 콘서트를 꾸리고 싶지는 않을까. 맏언니 김지현이 손사래를 친다. 소프라노만 들려주는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또 김동규와의 파트너십에 흡족해했다. 그는 “강 선생님 목소리는 화려한 고음이 돋보이고, 박 선생님은 따뜻하고 서정적이며, 저는 강하고 드라마틱한 게 특징”이라며 “조금씩 다른 소프라노들과의 듀엣을 모두 소화하는 데 김동규 선생님만한 남자 성악가가 없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모방 공연이 나올 수 있겠다 싶은데,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막내 강민성(36)은 “관객과 소통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레퍼토리까지 따라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공연 추천 레퍼토리로, 관객과의 소통이 좋았던 미국 민요 ‘금발의 제니’를 꼽았다. 박혜진은 뮤지컬 ‘캣츠’의 주제가 ‘메모리’를 추천했다. 3소프라노가 새로 선보이는 레퍼토리다. 김혜진은 프랑스 민요 ‘작은 별’을 골랐다.  “어느 때보다 최고의 시너지가 나올 것 같아 기대가 큽니다. 관객들은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고대하고 있고 여기에 저희 3소프라노는 물론, 성악가들을 잘 이해하는 지휘자 방성호 선생님까지 함께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가 꾸려질 거예요. 기대해도 좋습니다.”  글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사진 도준석 기자 pado@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7) 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독박(讀博) 육아일기](27) 1년에 단 며칠인데 뭐가 그리 힘드냐고요?

    민족의 대명절, 한가위가 다가온다. 며느리들의 신경이 바짝 곤두선다. 육아 커뮤니티에는 명절 앞뒤로 게시글이 폭주한다. 평소에도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서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만 놓고도 한참 동안 수다를 나눌 수 있다. 나라고 예외일 수 없다. 전은 안 부치는 복 받은 며느리이지만 친정이 해외에 있다 보니 ‘없는 셈’ 쳐지는 듯 해서 더욱 서러웠던 명절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며느리들의 ‘명절 증후군’은 때 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뉴스다. 소재도 너무 식상하다. 이번 명절에는 남녀 함께, 평등하게 보내자는 취지로 여성가족부가 남성들의 육아 및 가사나눔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인다지만 현실에선 잘 통하지 않는다. 매년 생각해 본다. 도대체 왜 여전히, 며느리들은 명절이 고달플까. 평소에도 애 키우느라 집안일 하느라, 또 돈 버느라 가뜩이나 힘든데 명절, 이 짧은 며칠 동안 왜 최소 6개월치 스트레스를 얹게 되는 건가 생각해 봤다. 전을 많이 부쳐서? 설거지를 많이 해서? 단순히 이런 이유가 아니라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순전히 가사노동의 강도가 늘어나서라면 이토록 오랜시간 고질병으로 자리잡진 않았을 것이다. 육아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연들과 나와 지인들의 경험, 또 다른 수많은 며느리들의 하소연을 더해본 결과 근본적인 문제는 단지 전 몇 장 더 부치는 데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 며칠에 최소 6개월치 스트레스…며느리의 명절은 왜 고달픈가 육아 커뮤니티에서 명절을 앞두고 가장 많이 토로하는 문제는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 아니다. 추석 당일 설거지를 너무 많이 해서 힘들다는 호소가 아니다. 바로 친정에 가는 문제다. 내 부모, 내 집에 과연 갈 수는 있는 건지, 간다면 언제 가야하는지 자체로 속앓이를 해야한다. 결혼하기 전에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일이었다. 아기가 생기면 신경전은 더 치열해진다. 특히 시집과 친정이 모두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연휴 일정을 잡는 것부터 기차표를 끊는 문제까지, 사소한 모든 것에 남편과 기싸움을 벌인다. 5년 단위로 실시하는 ‘가족실태조사’에서 2010년 조사 결과 ‘명절을 지내는 방식’으로 남편 쪽에서 보내는 경우가 62%로 가장 많았고 남편 쪽과 보낸 뒤 부인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34.6%로 뒤를 이었다. 어쨌든 명절날 가장 먼저 시댁을 가고 시댁에서 당일을 보내는 것이 굳어진 것이다. 부인 쪽에서 보내는 경우는 2.1%, 부인 쪽과 보낸 뒤 남편 쪽으로 이동하는 가족은 0.6%에 불과했다. 5년 전 조사결과이니 올해의 조사 결과는 단 몇 퍼센트라도 달라져 있을까, 별로 기대는 안 된다. 명절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여러 엄마들에게 물었다. 다들 한숨부터 내쉬었고, 비슷한 말들을 쏟아냈다. 한 엄마는 결혼 전 남편에게 “우리 집도 조상이 있는데 차례를 시집에서만 지내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며 명절이 두 번이니 각각 시집과 친정을 번갈아가자고 제안했단다. 남편은 기가 찬 표정을 지었고 “장모님이 그러라고 하시면 그렇게 하자”고 했다. 얼른 친정엄마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결과는 등짝을 맞는 것이었다. 행여나 딸이 시댁에서 책이라도 잡힐까봐 미리 혼쭐을 내준 것이리라. 이번 추석이 결혼한 뒤 첫 명절인 한 예비 엄마는 남편에게 “시집에서는 추석 전날 하루만 잠을 자고 다음날 친정에 가자”고 말했다. 남편이 서운하다고 했단다. 연휴가 4박 5일이라면 시집에서 3~4일을 보내고 나머지 시간에 친정에 ‘들렀다’ 오는 것이 당연해져 있다. 그나마 연휴가 길어야 친정에 잠깐이라도 들를 수 있다. 이런 전통은 시어머니로부터 며느리에게로 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요즘 시대를 살고 있는 며느리들은 그 시간에 쓸쓸히 계실 친정 부모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며느리이기 전에 30년 가까이 딸로 살았고, 그냥 나로 살았다. 남편이 그렇듯 나도 내 가족들과 오랜만에 모여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것은 물론이다. 남편들이 “명절을 시집에서 보내는 게 왜 그렇게 불만이냐”고 따진다면 “명절에 시집에 있다가 친정에 가는 게 왜 그렇게 서운한 일이냐”고 반문하고 싶다. ●엄마들의 사연으로 재구성해본 명절 풍경은 이랬다 엄마들의 사연을 종합해서 명절 연휴를 보내는 ‘보통’ 며느리들의 모습을 ‘재구성’해서 그려봤다. 연휴 이틀 전쯤부터 시집에 가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고 당일날 아침 일찍 차례를 지낸다. 함께 식사를 하거나 어른들이 다 하고 난 뒤 대충 걸터앉아 후루룩 음식을 집어먹는다. 아직도 남녀가 겸상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추석 당일 점심까지 다 차려낸 뒤 뒷정리와 설거지까지 한다. 곧 친정에 갈 것이라는 생각에 버틴다. 슬슬 나설 채비를 하는데 시어머니가 “곧 시누이가 올 것이니 보고 가라”고 하신다. 시누이는 친정에 오는데 정작 나는 친정에 못 간다. 시누이가 오면 그 식구들의 밥상을 또 차린다. 결국 저녁까지 함께하고 나면 친정 방문은 다음날로 미뤄진다. 북적북적 정신없던 명절 당일, 내 부모님은 두 분이서 쓸쓸한 하루를 보내셨다. 1년에 겨우 며칠인데 음식 준비나 설거지는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아무리 많은 그릇을 닦더라도 어느 누구 하나 고맙다거나 수고한다는 말이 없다. 그저 안 하면 큰일나는 일이 됐다. 시집에는 도착하자마자 잔소리가 쏟아진다. 아기가 없으면 “왜 아직 소식이 없느냐”고 채근하고 임신을 했으면 “딸이냐, 아들이냐”부터 시작해 몸이 어떻다, 꿈이 뭐였다…. 아기가 있으면 “우리 아들 닮아 이렇게 예쁘다”고 하다가 울기라도 하면 “쟤는 누구 닮아서 이렇게 우냐. 우리 아들은 순했는데”는 전형적인 레퍼토리다. 이런 소리를 내내 들어가며 기름 냄새에 절어간다. 아기가 방긋방긋 웃을 때는 온 친척들이 너도 나도 한 번 안아보겠다고 아기를 빼앗아가듯이 하다가도 아기가 “앵~”하고 우는 순간 잽싸게 엄마한테 넘겨준다. 아기를 등에 업고 설거지를 하기도 한다. 그럴 때 TV보며 과일을 집어먹고 있는 남편을 보고 화가 안나는 것이 더 이상하다. 조선시대의 며느리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리 착한 며느리 노릇을 한다 해도 명절에 내 가족을 만나고 싶은 게 당연하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남편 조상님들의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몇 날 며칠, 온 몸을 바쳐 음식을 하고 싶지도 않다. 사실 그럴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온갖 잔소리와 핀잔이다. 이런 일을 매년 두 차례씩 해야하니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조차 식상해지는 게 아닐까 싶다. 옛날에나 그랬지, 요즘에 누가 그러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인용한 가족실태조사에선 여전히 명절에 주로 일하는 사람은 여자들(어머니·딸·며느리 포함·62.3%)과 며느리(32.7%)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녀가 모두 같이 한다는 비율은 겨우 4.9%였다. 명절과 제사 음식을 마련하는 방식은 여전히 “모든 음식을 가정에서 직접 함께 만든다”는 것이 63.3%였고 “일부는 직접 만들고 만들기 어려운 것은 산다”는 응답이 31%였다. 나도 몰랐다. 30년 가까이 차례 한 번 안 지내보고 자랐다. 오히려 어렸을 땐 명절 연휴가 긴 것이 달갑지도 않았다. 명절 당일 오전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성묘를 다녀온 뒤 서울에 있는 외가에서 저녁을 먹는 게 명절 일정의 다였다. 나머지 시간은 명절 특선 영화를 보며 빈둥거렸다. 한껏 늘어지다 보면 자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나도 귀성길 행렬에 동참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멀리 여행을 떠나 진짜 명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물론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연휴를 즐겼다. 친한 친구와 여행을 다녀왔고 설에는 스키장에서 꿀맛 같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나를 가리키는 호칭 가운데 ‘며느리’라는 말이 더해지면서, 한가위 보름달이 더 이상 반갑지 않았다. 그동안 아무리 ‘남녀 평등’을 외치며 살았어도 나는 며느리였다. 명절 증후군을 피해갈 수 없었다. ●“남녀 평등” 외치던 며느리도 별 수 없었다 다른 집 며느리들의 이야기를 꺼냈으니 우리 집 이야기도 안 할 수 없다. 사실 대부분 엄마들의 사연에 비하면 나는 매우 복 받은 며느리다. 시집은 서울이고, 근교에 있는 큰집에서 차례를 지내서 음식을 내가 하는 일은 없었다. 큰집 형님들께 매우 죄송스러운 마음을 갖는다. 설날에는 당일 아침 일찍 큰집에 가 이미 만들어진 음식을 차리는 것을 거들면 되었고, 추석에는 충북 지역에 있는 산소에 가 성묘를 하고 거기서 음식을 나눠먹고 왔다. 가까이 있다 보니 시집에서 며칠씩 잠을 잘 일도 없고, 10시간 넘는 교통체증을 겪을 일도 없다. 그런데, 그런데도 나는 거의 명절마다 눈물을 쏟았다. 친정 식구들이 해외에 있다 보니 명절에는 마치 고아라도 된 느낌이었다. 친정에 언제 갈 것인지 남편과 신경전을 벌일 일은 없었지만, 아예 없는 셈 치니 더욱 서운했다. 첫 설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큰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동서의 친정이 지방에 있다 보니 차례를 마치고 서방님 내외는 급히 기차를 타러 떠났다. 나는 그날 오후 시어른들을 따라다니며 차를 타고 4~5군데 친척들의 집을 방문했다. 남편과 몇 촌 관계인지도 모르는 분들이지만 “처음이니까” 인사를 다녔다. 오후 4시쯤 넘어 친지 순회가 끝이 났고, 나의 외가에 가기로 했다. 시어머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니까 보내주는 거다”라고 말씀하셨다. 시어머니의 친정까지 가지 않은 며느리는 죄송함을 느껴야했다. 지난해 설에는 아기가 태어난지 20일도 안 돼 집에서 보냈고, 이번 설에는 “아기가 있으니 친척집을 다 다니는 것은 무리 아니냐”고 남편에게 조심스레 물었지만, 아기를 보여드리고 싶은 눈치였다. 그나마 이번에는 두 곳만 다녀왔다. 눈물나는 배려였다. 그러고보니 첫 설을 앞두고 시부모님 두 분이 심심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어 큰집에 가기 전 날 자진해서 시집에 갔다. 집에서는 일절 명절 음식을 안 하셨다는 시어머니는 갑자기 며느리가 왔으니 명절 기분이라도 내자며 사각 전기 프라이팬을 창고에서 꺼내셨다. 몇 시간을 쪼그리고 앉아 각종 재료로 전을 부치고 잡채를 볶았다. 그 뒤로는 적적한 시부모님 걱정을 마음으로만 하게 됐다. ●임신한 몸으로 벌초 따라다니니 뿌듯해 하는 남편 차마 서러웠던 모든 기억을 끄집어낼 수는 없고, 가장 난감했던 건 임신했을 때였다. 6개월 후반이라 비교적 안정적인 시기로 여겨졌지만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추석 전 주에 경북 지역으로 벌초를 따라다녔다. 마침 비가 내려 여자들은 산 밑에서 기다렸던 것이 다행이었지만, 이미 4시간 넘게 차에 앉아 이동했던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남편은 아버지의 고향이자 조상들의 흔적이 담긴 곳에 내가 함께 가길 원했다.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된 나에게 O씨 집안의 뿌리를 심어주려던 취지였을 거다. 처음으로 그 집안의 집성촌과 같은 곳에 방문했으니 어른들도 매우 반가워하셨고, 지역 곳곳에 있는 집안 관련 유적지를 구경시켜 주셨다. 돌고 돌아 어떤 고택에 다다랐다. 할아버지나 증조 할아버지가 사신 곳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아주 먼, 우리 집안으로 치면 ‘동의보감’을 쓴 허준 선생의 생가를 방문한 것 같았다. 고택 구석구석 쫓아 다니며 설명을 듣다보니 점점 다리가 후들거렸고 배가 땡겼다. 남편의 손을 붙잡고 모기 만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제발, 나 좀 그만 걷게 해달라”고. 남편은 부모님과 나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 다음주, 추석에는 충북 지역의 산소에서 성묘를 지냈다. 가파른 산 중턱에 걸쳐있는 산소를 낑낑대며 올라갔다. 시어머니께서는 “임신한 티도 안 내고 저렇게 씩씩하게 잘 다닌다”고 말씀하셨다. 칭찬이 그렇게 불편하고 서운한 적도 별로 없었다. 나는 정말 현기증이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자기 식구들과 어울려 하하호호 웃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는 듯한 남편이 너무 야속했다. 성묘를 마친 뒤 3시간쯤 걸려 다시 서울로 돌아와 시부모님과 다시 모였다. 부대낀 속에 다시 밥과 전을 집어넣은 뒤 한 뒤 얼마 있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가에 가기 위해서였다. 어머님은 남편 손을 잡고 벌써 가냐며 아쉬워하시며 눈물을 보이셨다. 시집과 우리 집은 차로 겨우 15분 거리다. 며느리들이 명절이 고달픈 이유,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나와 내 부모의 존재 자체가 깡그리 무시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인 것 같다. 나는 이 남자가 좋아서 결혼을 했고 가정을 꾸렸지만 그 순간 어느 집안의 며느리라는 점이 더 크게 받아들여진다. 특히 명절은 그게 집중된다. 남편이 거들어주겠다고 호들갑을 떨수록 시어머니의 눈초리가 매섭다. 그 불똥이 더 튀느니 차라리 TV를 보는 남편이 편할 때도 있다. 몇 달 내내 아무 도움도 못 받고 혼자 아기를 키우며 눈물을 삼켰는데, 명절에 모든 식구들이 아기가 남편을 닮아 이렇게 이쁘다고, 남편 닮아 이렇게 똑똑하다는 말을 듣는 것도 괜히 짜증이 난다. 명절은 바로, 나라는 존재는 물론 내 부모까지 뒤로해야 하는 딸과 엄마로서의 시간들이다. 마음이 편해지고, 명절 증후군을 극복하는 건 아득히 멀게만 느껴진다. 당장 어른들의 생각을 뜯어 고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며느리의 숙명을 받아들이고 모두가 그 풍습이란 걸 따르게 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남의 편’이 아닌 ‘내 편’이 간절해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명절 만큼은 남편도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부모님의 사랑하는 아들’이 되어버리니, 며느리들의 이 고질병을 내 딸 만은 겪지 않았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23)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24)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25)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26)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 ▶1회부터 20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서울광장] 외과수술과 부패척결/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외과수술과 부패척결/박홍환 논설위원

    김현웅 법무장관은 지금까지 만난 많은 검사 중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을 만큼 출중하다. 중국 베이징대 유학파로 국제 감각까지 갖췄고, 강단 또한 만만치 않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시절 대형 법조비리 수사를 지휘하면서 굳건한 성벽 너머에서 버티던 고법 부장판사를 끌어내 단죄했을 정도다. 당시 “법원의 저항이 완강한데 (잡아넣을) 자신이 있느냐”며 걱정스럽게 물었을 때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얘기하던 김 장관의 모습이 확연히 기억난다. 아니나 다를까. 김 장관은 그 후 법무부 감찰기획관, 서울서부지검장, 부산고검장, 법무부 차관, 서울고검장 등 요직을 섭렵하면서 어떤 잡음도 없이 깔끔하게 일을 처리했다. 청와대가 김 장관을 내정하면서 “부패척결의 적임자”라고 논평한 것도 이런 강단과 조직 장악력을 높이 산 까닭일 것이다. 그런 그가 마침내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그는 이달 초 “부패와 부조리의 악순환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며 검찰에 부정부패 사범 단속을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공직비리, 기업인 상대 범죄, 국가 재정낭비 비리, 직역비리 등을 척결 대상 범죄로 꼽았다. 특수 수사에 밝은 법무장관의 부패척결 주문이 이상할 리 없고, 이미 내정 때부터 예상됐지만 뜨악한 면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검찰이 이미 방위사업 비리, 포스코 비리 등의 수사에 전력했고, 평가하기에 따라서는 일부 성과도 있기 때문이다. 검찰에 대한 채찍 정도로 넘기기에는 발언의 강도가 남달랐던 탓도 있다. 김진태 검찰총장의 반응도 이상하다. 김 장관의 사법시험 2년 선배이자 서울대 법대 선배, 나이도 7살이나 많은 김 총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다. 대검 반부패부가 전국 특수부장검사 화상회의를 열어 부패척결 방안을 논의하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검사들을 보강 배치하는 등 외견상으로는 김 장관 주문에 부응하는 듯 보이지만 정작 검찰의 수장인 김 총장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잘 알려졌듯이 김 총장은 부패 수사에 관한 한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을 중시한다. 다른 부위는 건드리지 않고, 암 덩어리만 제거하는 외과수술처럼 정교한 특수 수사를 취임 직후부터 요구해 왔다. 지난 3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을 때에도 이 같은 외과수술론을 고수했다. 자원외교 비리를 수사하면서 전임 정권들의 전면적 지원을 받았던 경남기업을 표적 삼은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외과수술식 부패척결 작업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과 이 전 총리의 낙마 등으로 사실상 실패했다. 포스코 비리 수사도 동력을 잃은 지 오래다. 특수부 요직을 두루 거친 한 변호사는 “예상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낙마 이후 특수 수사 역량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 한정된 인력으로 부패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었고, 때마침 ‘하명’이 내려오자 김 총장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부패척결을 주문했는데 서투른 집도의의 칼질에 오히려 환부가 덧났다는 해석이다. 하명 수사, 기획 수사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임은 물론이다. 외과수술을 주창했던 김 총장은 이제 임기가 석 달밖에 남지 않았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은 김 총장 퇴임 이후 바로잡힐 것이다. ‘부패척결 시즌2’는 사실상 후임 검찰총장이 지휘하게 된다. 문제는 ‘하명’의 여운이 남아 있다는 점이다. 야권 등 일각에서 ‘공안통’인 황교안(사시 23회) 국무총리와 특수부장 출신인 김현웅(사시 26회) 법무장관 체제의 부패척결이 결국 야권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안 특수’ 수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까닭이다. 부패척결은 수십 년 동안 정권마다 내놓는 레퍼토리다. 그런데도 여전히 부패척결은 우리 사회의 숙제다. 외과수술식, 거악(巨惡)척결식, 정권하명식 부패수사의 한계다. 외과수술로 암 덩어리를 도려낸 뒤 본격적이고도 협업적인 항암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것처럼 부패척결 역시 일과성 구호와 표적 수사로는 절대 완성되지 않는다. 거악은 물론 주변의 작은 부패까지 깨끗이 하는 치료가 이젠 정말 필요하다. 김 장관과 차기 검찰총장의 역량을 두고 볼 일이다. stinger@seoul.co.kr
  • [2015 불륜 리포트] 경제력 불안한 전업주부들 불륜에 더 치떤다

    평범한 주부가 우연히 운명적인 남자를 만나 불륜의 늪에 빠지는 이야기는 흔하디흔한 아침 드라마 레퍼토리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간통 문제에서 보수적인 생각과 행동 패턴을 보이는 집단은 ‘전업주부’였다. 전업주부들의 간통 경험률은 8.8%로 전체 설문에 응한 남녀 전체 직업군 중 가장 낮다. 전업주부를 제외한 여성 응답자의 평균 불륜 경험률(12.5%)과 비교해도 3.7% 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판매·서비스직(22.8%), 자영업자(14.7%), 전문직(14.0%), 기능·숙련공·일반작업직(11.8%), 사무·기술직(11.0%) 등 비교 집단보다도 한참 낮은 수치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붙은 질문에서도 전업주부들은 한결같이 가장 보수적인 견해를 보였다. ‘만약 남성(남편)이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이성과 성관계를 맺었다면?’이라는 물음에 전업주부의 92.2%가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주어를 여성으로 바꿔도 답변은 92.9%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간통죄 폐지의 부작용을 가장 우려하는 측 역시 전업주부였다. 81.6%는 ‘간통죄 폐지로 간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70.6%는 ‘간통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부의 98.4%가 간통죄가 이미 폐지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62.9%는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간통죄의 필요성을 주장한 평균(48.9%)보다도 14%포인트 높은 수치다. 반면 모든 직업군 중 가장 간통의 유혹에 취약한 남성 경영·관리직군은 25.9%만 ‘간통죄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올까. 외도 피해자를 돕는 현장 전문가들은 전업주부들의 경제적 자립도에 주목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일반적으로 전업주부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사회적 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계층”이라면서 “이런 상태에선 이혼 후 삶에 대해 당연히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실제 남편의 외도 문제로 상담소를 찾은 전업주부들은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과 더불어 이혼 후 직면할 경제적 생활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전업주부들은 위자료 문제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가 1000만~3000만원 선인 것에 대해 전업주부의 82.9%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1000만~3000만원 선의 위자료가 적다고 답한 전체 평균(74.2%)과 여성 평균(81.4%)보다도 높은 수치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2015 불륜 리포트] 경제력 불안한 전업주부들 불륜에 더 치떤다

    평범한 주부가 우연히 운명적인 남자를 만나 불륜의 늪에 빠지는 이야기는 흔하디흔한 아침 드라마 레퍼토리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간통 문제에서 보수적인 생각과 행동 패턴을 보이는 집단은 ‘전업주부’였다. 전업주부들의 간통 경험률은 8.8%로 전체 설문에 응한 남녀 전체 직업군 중 가장 낮다. 전업주부를 제외한 여성 응답자의 평균 불륜 경험률(12.5%)과 비교해도 3.7% 포인트가량 낮은 수치다. 판매·서비스직(22.8%), 자영업자(14.7%), 전문직(14.0%), 기능·숙련공·일반작업직(11.8%), 사무·기술직(11.0%) 등 비교 집단보다도 한참 낮은 수치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붙은 질문에서도 전업주부들은 한결같이 가장 보수적인 견해를 보였다. ‘만약 남성(남편)이 업무 관계로 알게 된 이성과 성관계를 맺었다면?’이라는 물음에 전업주부의 92.2%가 ‘어떤 경우든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주어를 여성으로 바꿔도 답변은 92.9%로 변화가 거의 없었다. 간통죄 폐지의 부작용을 가장 우려하는 측 역시 전업주부였다. 81.6%는 ‘간통죄 폐지로 간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고, 70.6%는 ‘간통에 대한 죄책감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주부의 98.4%가 간통죄가 이미 폐지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62.9%는 ‘간통죄는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간통죄의 필요성을 주장한 평균(48.9%)보다도 14% 포인트 높은 수치다. 반면 모든 직업군 중 가장 간통의 유혹에 취약한 남성 경영·관리직군은 25.9%만 ‘간통죄가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올까. 외도 피해자를 돕는 현장 전문가들은 전업주부들의 경제적 자립도에 주목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2부장은 “일반적으로 전업주부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어떠한 준비도, 사회적 제도도 마련되지 않은 계층”이라면서 “이런 상태에선 이혼 후 삶에 대해 당연히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그는 또 “실제 남편의 외도 문제로 상담소를 찾은 전업주부들은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과 더불어 이혼 후 직면할 경제적 생활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전업주부들은 위자료 문제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배우자의 부정행위에 따른 위자료가 1000만~3000만원 선인 것에 대해 전업주부의 82.9%가 ‘너무 적다’고 판단했다. 1000만~3000만원 선의 위자료가 적다고 답한 전체 평균(74.2%)과 여성 평균(81.4%)보다도 높은 수치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문화마당] 문화예술 CEO의 빛과 그림자/정재왈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마당] 문화예술 CEO의 빛과 그림자/정재왈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몇 해 전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뻔한 적이 있다. 마땅한 인물을 찾느라 사장 자리가 반 년 이상 공석이었는데, 어쩌다 나한테도 기회가 왔다. 인사권자인 시장의 뜻이 실려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낙마했다. 나중 그 기관의 예술감독이 나를 꺼려한 탓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내막을 확인할 수도 없고,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예술감독인 그분이 세긴 센가 보다”며 넘겨 버렸다. 사실 서울시향의 조직 구조는 이상할 게 없다. 대표이사(사장) 아래 예술감독(상임지휘자)이 있어 지휘 계통이 분명하다. 굳이 역할과 권한의 차이를 따지자면 인사 등 경영 전반의 최고 책임자는 사장이나, 소속 단원들의 오디션과 레퍼토리 선정 등 예술적 측면의 권한은 예술감독에게 주어진다는 정도다. 아무튼 최고경영자는 사장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밖에 비춰지는 위상은 그렇지 못하다. 대표와 예술감독이 분리된 조직에서는 명망가인 예술감독의 힘에 압도돼 대표의 존재가 미미해 보인다. 최악의 경우 ‘바지사장’을 면치 못한다.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예술의 수월성(秀越性)이 강조되는 기관에서 더욱 그런데, 아시아 최고를 꿈꾸는 서울시향이 적절한 예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표가 효율적인 조직 운용과 경영을 앞세워 부여된 권한을 전폭적으로 행사하려 한다면 갈등은 표출되기 마련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최고경영자의 몫으로 되돌아온다. 고매한 예술을 소비자들에게 보다 질 좋은 서비스로 제공하고자 나온 예술경영이 주목받으면서 예술기관 최고경영자의 역할도 중요해졌다. 정치 환경 변화기에 ‘낙하산’이니 뭐니 해서 말도 많지만, 예술기관장에 주목하는 것은 수많은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을 방만하지 말고 알차게 경영해 달라는 사회의 요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은 다른 분야에 비해 국고보조금 등 공공재원 의존도가 높아 역할이 더욱 막중하다. 여태껏 여러 사례를 종합해 보면 문화예술 최고경영자의 배출 통로는 대충 다섯 갈래 정도 된다. 첫째는 고위 관료 출신들이다. 최근 ‘관피아’ 배척 분위기 탓에 숨을 고르고 있지만 그동안 큰 몫을 차지했다. 둘째는 예술가 출신들이다. 요즘 부쩍 진입이 활발한 편이다. 셋째는 현장에서 성장한 예술경영 전문가들이다. 넷째는 언론과 학계 출신들이고, 마지막은 기업 최고경영자 출신들이다. 그룹별로 장단점이 있으나, 근자에는 기업인 출신들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예의 예술경영이 강조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굴지의 기업 출신 최고경영자들이 예술기관에 속속 입성했다. 그러나 다른 그룹에 비해 이래저래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거의 대부분 중도 하차했다. 서울시향도 그랬다. 치열한 산업 전장을 누빈 백전노장들이 문화예술계에서는 왜 이처럼 초라한 성적표를 내는 걸까.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나, 나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리더십 차이에 대한 몰이해를 으뜸으로 꼽는다. 기업은 성과와 보상이 명확한 ‘거래적 리더십’이 빛을 보는 곳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기관에서는 이게 잘 먹히지 않는다. 존재 가치에 초점을 두다 보니 성과 측정도 보상책도 약하다. 대신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와 정부 부처, 국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차별적 요구를 조정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른바 ‘변혁적 리더십’이 필요한 곳이다. 작금의 서울시향 내홍(內訌)은 이와 같은 리더십의 상충 과정에서 드러난 민낯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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