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대권후보, 국정부터 힘써라
민주당의 김중권 대표가 대권후보를 조기에 가시화하자는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것은 집권당 대표로서 대권후보 선정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언으로 여겨진다.이 문제의 본질이 후보 선정의 ‘시기’가 아니라 김대중 정부의 ‘성공여부’라는 점을 김 대표는 깨닫지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권후보 선정은 빨리 하건 늦게 하건 모두 나름대로 득실이 있을 수 있다.조기에 선정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를차기 주자의 통솔아래 보다 책임있게 치를 수 있다.이 과정에서 차기 주자는 대선에 앞서 자신을 알릴 수 있으며,능력을 검증받을 수도 있다.그러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우선 대선 분위기가 조기에 과열될 수 있고,지방선거에서 패할 경우 그 부담을 차기 주자가 모두 덮어써야 하는위험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리고 권력 핵심부에서 가장 우려하듯이 너무 일찍 레임덕 현상이 시작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을 택하건 득실이 모두 있다 보니 타협책으로 당권과 대권 분리론이 나오기도 한다.내년 초 전당대회에서당 대표를 뽑아 그의 책임하에 지방선거를 치르고,중반께대권후보를 선정하자는 안이다.일견 절묘한 타협책으로 보이기도 하지만,여기에도 이것을 주장하는 세력의 정치적계산이 숨어 있다.자신들 속에 마땅한 대권주자가 없으니우선 당권이라도 확실하게 장악하고,그것을 토대로 차기주자 선정문제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심각성은 대권후보를 언제 그리고 어떻게선정하느냐가 대국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는 전략차원이 아니라 근시안적이고 정파적 이익만을 앞세우는 전술 차원의 문제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
지금 국민들의 관심은 누가 대권주자가 되느냐에 있지 않다.국가적으로도 그 문제보다 시급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경제위기,공교육 붕괴,의료보험 재정파탄,실업문제 등직접적으로 국민들을 괴롭히거나 불편하고 우울하게 만드는 문제들이 쌓여 있다.국제적으로도 한국은 탈냉전 이후새로운 세계질서가 구축되는 와중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그런데 지금 대권후보라고 자칭하는 인사들 중 과연 이러한 난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솔직하게 밝히거나 그것들을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는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누가 있는가? 정치인이 대권에 관심을 갖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그러나 책략만으로 대권에 다가서려고 해서는 곤란하다.그들에게도 걸어야 할 정도(正道)가 있는 것이다.
명색이 대권주자라면 대권을 향한 전술에만 골몰할 것이아니라 전략적 차원에서 국책의 문제를 고민하는 모습을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이 그 들이 걸어야 할 정도다.
민주당 내에서 대권에 다가가고 싶어하는 모든 이들이 상기해야 할 평범한 진리가 하나 있다.현 정부가 성공하지못하면 집권도 어렵다는 사실이다.따라서 그들이 해야 할일은 외곽으로 돌면서 세를 과시하거나 강연정치를 하고다니는 것이 아니다.후보 선정 날짜 잡는 일에 골몰하는것도 아니다.보다 근본적인 일 즉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국내외적인 난제를 푸는 데 어떤 도움을 줄 수있을까를 고민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중요하다.
1997년 대선과정에서 집권당의 대권 주자가 당시 대통령과 어떻게 하든지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모습을 우리는 지켜보았다.많은 국민들에게 그것은 볼썽사나운 모습으로 비춰졌고,선거결과도 좋지 않았다.당시 그 대권 주자가 왜그러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원인은 당시 대통령 선거 시기에 심각한 경제위기가 초래됐기 때문이다.만약 지난 정부하에서 경제가 크게 발전하고 안정됐다면 그러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자는 망한다고 했다.민주당의 대권 주자들은 이러한 지난날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좀더 국정에 힘쓰고,야당과 대화에 나설생각부터 해야 할 것이다.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