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로 읽는책]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진 립먼-블루먼 지음
여기 리더가 한 명 있다. 그는 개인이나 조직, 공동체, 집단, 심지어 국가에 심각한 해를 끼치는, 독성이 강한 지도자이다. 그런데 왜 주변에는 그에게 열광하는 지지자들이 많은 것일까.
‘부도덕한 카리스마의 매혹’(진 립먼-블루먼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펴냄)은 치명적인 독성을 뿜는 리더들에 대한 양면적 가치를 파고든 새로운 개념의 리더십 연구서다. 전통적인 리더십 연구가 리더에만 초첨을 맞춘 반면, 저자는 리더십 형성과정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지자들의 역할과 반응으로 관심을 돌렸다. 리더십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나선 것.
무자비하고 비양심적인 리더들이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저자는 독성 강한 리더를 받아들이고 참아내고 오히려 그런 사람을 더 좋아하고, 그런 존재가 옆에 없을 때는 굳이 창조해내기도 하는 지지자들의 심리를 파헤친다. 리더십 문제의 일부분은 결국 지지자들의 자질 부족에 있다는 시각은 참신하기까지 하다.
치명적인 리더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마오쩌둥, 히틀러와 같은 존재뿐 아니라 정크본드의 왕 마이클 밀켄과 자동차업계의 거물 헨리 포드, 엔론사의 켄 레이와 제프 스킬링, 가톨릭교회의 버나드 로 추기경, 이탈리아 언론계 거물이자 총리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까지 범위가 실로 넓다. 저자는 종업원과 유권자들, 교구신자들, 팬들, 이사회 구성원들, 그리고 종종 언론까지도 치명적인 리더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냉소와 부패, 잔인성을 명백하게 인식하면서도 노예처럼 얽매이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같은 역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핵심에는 수많은 내적·외적 힘들이 복잡하게 작용한다. 인간의 존재에 관한 욕구와 정치·사회·경제적 위기, 문화·역사적 규범과 전통, 기술 혁신과 과학적 발견, 우리 시대의 지구촌적인 거대한 딜레마들이 포함된다. 이런 힘들이 한데 섞여 작용하면 묘한 결과가 나온다. 치명적인 리더가 상황을 더욱더 나쁘게 몰아가고 있는데도 우리는 신기하게도 그 리더에게 더 빠져드는 것이다. 저자는 지지자들을 무조건 나무라거나 비판하기보다 이들의 욕구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그렇다면 지지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치명적인 리더들이 우리를 가두기 위해 쳐놓고, 우리 또한 스스로를 가두기 위해 쳐놓은 덫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실용적인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락한 리더들을 제대로 알아내 개혁시키고, 뒤엎고, 그래도 안되면 그들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또 한 리더가 치명적인 폭군으로 타락하는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 리더의 임기에 제한을 두고, 리더를 뽑는 과정을 개선하며, 리더들이 곧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감시할 수 있는 방법들도 제시한다. 독성 강한 리더들의 주문에 걸려들면 탈출하는 것이 고통스럽고 불가능할 때도 있다.‘천 번의 치료보다 예방이 낫다.’는 말처럼 치명적인 유혹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는 책.1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