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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 넘는 일요일] 90년대 동물원 인기 스타 ‘라이거’…현재 국내 현황은?

    [선 넘는 일요일] 90년대 동물원 인기 스타 ‘라이거’…현재 국내 현황은?

    ‘선데이 서울’ 속, 연예인들의 파격적인 컬러사진 못지않게 화제를 모았던 기상천외한 사건들. 그 중 제286호(1974년 4월 14일자)에 실린 ‘수사자와 암호랑이 결혼, 한국선 처음 – 부산 금강동물원서 2년 후엔 ’라이거‘ 탄생’의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1974년 3월 31일, 부산 금강동물원에서 한국 최초로 수사자와 암호랑이의 결혼식이 열렸다. 식장을 겸한 신방은 동물원 속의 우리. 수사자·암호랑이 부부가 사이좋게 신혼의 단꿈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사육사들은 쾌재를 불렀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색 중매결혼에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생후 7개월의 신랑, 수사자 ‘금강’의 본적은 아프리카며 출생지는 부산 금강동물원이다. 신부 암호랑이 ‘이순’의 본적은 벵골이며 광주동물원에서 태어난 8개월 생이다. 신부가 신랑보다 1개월 연상인 셈이다. 신랑·신부의 첫 대면은 1974년 3월 18일, 신부 이순이 광주동물원에서 금강동물원으로 옮겨옴으로써 이루어졌다. 정식으로 대면한 것은 1974년 3월 26일, 사육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둘은 조심스레 한 우리 안에 넣어졌다. 그러나 첫날엔 서로를 경계하며 으르렁대기만 했다. 이러기를 닷새 만인 1974년 3월 31일, 드디어 상대방을 핥고 머리를 비벼대는 등 친근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사자와 호랑이의 결혼을 시도하기는 이번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이었다고 한다. 당시 사육사들은 이 이색 부부 사이에서 새끼가 태어나기를 기대하는 눈치였다.라이거·타이곤·레오폰 수사자와 암호랑이의 2세를 ‘라이거(Liger=Lion+Tiger)’라고 한다. 당시(1974년)에만 하더라도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라이거 탄생 사례가 없었다. ‘금강’과 ‘이순’의 2세를 얻으려면 2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호랑이는 만 2세가 넘어야 새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거의 생김새는 사자 머리에 호랑이 몸통을 닮는다. 머리 모양은 갈기가 달려있어 사자의 모습이며 몸통은 호랑이의 얼룩무늬로 덮여 있다. 성격은 수컷인 사자 쪽을 많이 닮는다. 반대로 수호랑이와 암사자의 2세는 ‘타이곤(Tigon=Tiger+Lion)’이라고 부른다. 타이곤은 라이거와 반대로 머리는 호랑이, 몸통은 사자를 닮게 된다. 성격 역시 수컷인 호랑이 쪽에 가깝다. 이외에도 수표범과 암사자 사이에서도 새끼가 태어날 수 있는데, 이것을 ‘레오폰(Leopon=Leopard+Lion)’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다른 종에게서 태어난 동물은 이름에서부터 수컷 쪽을 앞머리로 지을 뿐 아니라 생김새도 머리는 수컷을 닮게 된다. 호랑이·사자·표범이 서로 부부가 되어 새끼가 태어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모두 ‘고양이과’에 속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리로 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노새’가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라이거·타이온·레오폰·노새 등은 암수가 함께 살더라도 새끼는 낳지 못한다. 생식 능력이 없어 대를 잇지 못하기 때문이다. 라이거 탄생의 기원 호랑이와 사자를 한 우리에 넣어 동거케 한 기원은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의 크로네 서커스단은 인기 만회 작전을 위해 호랑이와 사자의 대결을 내세워 손님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이들이 사이좋은 부부로 비약한 것이다. 이 부부 사이에서 세계 최초의 라이거가 태어났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라이거 탄생의 조건 하지만 모든 사자와 호랑이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라이거 탄생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동물원에서 길러진 사자·호랑이의 인위적인 교배를 통해서만 태어날 수 있는 것이다. 갓 잡아 온 야생의 사자와 호랑이를 한 공간에 집어넣으면 서로 싸워 죽이고 말기 때문이다. 위의 ‘금강’과 ‘이순’이 바로 동물원에서 인공사육된 예다. 아쉽게도 ‘금강’과 ‘이순’ 사이에서 라이거는 태어나지 못했다. 시간이 흘러 1989년 8월 29일, 용인 자연농원(현 에버랜드)에서 태어난 ‘대호’, ‘야호’, ‘용호’ 3남매가 우리나라 최초의 라이거다. 현재 우리나라 라이거 현황 1989년 우리나라 최초로 이종교배에 성공한 ‘대호’, ‘야호’, ‘용호’ 3남매 탄생 이후 1990년대 라이거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엔 10마리의 라이거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2001년에는 중국 하얼빈 동물원에 5마리를 입양하기도 했다. 단연 라이거는 동물원의 인기 스타였다. 하지만 여러 종류의 희귀동물이 등장하면서 라이거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개체 수도 급격히 줄었다. 마지막 라이거로 불렸던 에버랜드의 ‘크리스(2002년생)’마저 최근 수명을 다하여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로써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라이거를 볼 수 없게 됐다. 글 장민주 인턴 goodgood@seoul.co.kr영상 임승범 인턴 장민주 인턴 seungbeom@seoul.co.kr
  • “인류 주도 CO₂ 배출, 5560만년 전 대멸종 때보다 8배 빨라”

    “인류 주도 CO₂ 배출, 5560만년 전 대멸종 때보다 8배 빨라”

    5560만 년 전 대멸종은 심해에서 대규모 화산 활동이 일으킨 기후 변화 탓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9월 14일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른바 ’팔레오세-에오세 최대온난기’(PETM)로 불리던 당시 치솟던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지구 평균 기온은 약 5~8℃ 더 높았다. 이 때문에 여분의 탄소가 바다에 유입돼 산성화 반응이 일어나면서 많은 해양 생물이 멸종했다. 해저와 바로 그위에 사는 유공충(껍데기가 있는 근족충류) 역시 30~50%나 죽었다. 하지만 신생대 최대 지구온난화 사건인 당시(PETM) 동안 바다에 탄소가 유입된 속도보다 오늘날 인류의 화석연료 남용에 따른 탄소 배출에 의한 것이 8배 더 빠르다고 이들 연구자는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연구 공동저자로 뉴욕 컬럼비아대의 지구화학자 베르벨 호니시 박사는 “탄소가 천천히 유입되면 생물은 적응할 수 있다”면서 “만일 탄소가 매우 빨리 유입된다면 정말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호니시 박사는 또 “당시에는 대멸종이라는 정말 끔찍한 결과가 나왔고 그것은 앞으로 우리가 닥칠 미래의 좋은 징조는 아니다”면서 “우리는 과거를 앞지르고 있으므로 그 결과는 매우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 과학자들은 지난 몇십 년간 PETM 당시 바다에 유입된 탄소량이 급증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명확한 원인을 알지 못했다.이들 연구자는 이 연구 중 실험실 환경에서 높은 산성의 해양 조건을 만들었고 거기서 유공충을 키웠다. 이들은 실험실에서 성장한 이 유기체들로부터 수집한 지질학적 정보를 PETM 당시 화석화한 유공충에 관한 자료와 비교 분석해 당시 바다에 들어간 탄소 양을 계산할 수 있었다. 결과는 약 5000년 동안 무려 14조9000억t에 달하는 탄소가 유입됐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또 당시 바다의 탄소 공급원은 화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오늘날 아이슬란드 주변 지역에 해당하는 화산 지대에서 대규모 분화 활동에서 비롯했으리라 추정한다. 이산화탄소는 이 외에도 주변의 퇴적암 연소와 메탄 가스 상승에서 직접 배출됐을 것이다. 대기 중 탄소 농도는 1700년대 약 280ppm에서 오늘날 415ppm까지 치솟았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이들 연구자는 밝혔다. 이들 바다가 과잉 이산화탄소를 계속해서 흡수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빨라진 산성화는 해양 생물의 생존을 압박하고 있다. 연구 주저자로 뉴욕 바사르대의 지질학자 로라 헤인스 박사는 “우리는 지구의 시스템이 이산화탄소의 급속한 배출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이해하고 싶다. PETM은 완변한 유사 환경은 아니지만, 우리 환경에 가장 가까운 것”이라면서 “오늘날 상황은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모두 잠든 사이에 ‘슝’…거대 지구근접 소행성, 아마추어가 발견

    모두 잠든 사이에 ‘슝’…거대 지구근접 소행성, 아마추어가 발견

    만약 지구에 떨어졌다면 인류에게 커다란 재앙이 됐을 소행성을 한 아마추어 천문학자가 발견했다.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은 소행성 '2020 QU6'이 지난 10일 지구를 최근접해 지나갔다고 보도했다. 지름이 약 1000m로 덩치가 큰 2020 QU6은 이날 지구와 약 4000만㎞ 거리를 두고 조용히 제 갈길을 갔다. 이 정도 거리면 지구와 달 사이의 100배 정도 거리로 상당한 멀지만 사실 우주의 기준에서는 매우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지구에 아무런 영향없이 지나간 소행성에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있다. 이 소행성이 최초 발견된 것은 지난달 27일로, 당시 브라질 출신의 아마추어 천문학자 레오나르도 아마랄이 2020 QU6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그로부터 불과 2주 만에 소행성이 우리에게 가까이 접근한 셈으로 만약 지구에 떨어졌다면 1000m라는 크기 때문에 인류의 존재를 위협하는 역사적 참사로도 기록될 수 있다.결과적으로 지구로 날아오는 커다란 소행성의 존재를 미 항공우주국(NASA)을 비롯한 전문가들도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입증한 셈이다. 미국의 비영리 과학 단체인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 케이시 드라이어 수석고문은 "이번 사례는 우리가 '지구로 다가오는 천체'(NEOs·Near-Earth Objects)의 대부분을 찾아내고는 있지만 여전히 다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면서 "NEOs를 감시하는 임무에 계속적인 투자를 해야 미래의 지구를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현재까지 NASA가 파악한 NEOs는 약 1만 5000개다. 이중 NASA는 90%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밝히지만 여전히 지구는 수많은 이름모를 천체에 노출돼 있는 형편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2월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 첼랴빈스크 지역 상공에서 폭발한 소행성이 그 예다. 지름이 불과 20m 정도에 불과했던 이 소행성은 초당 최대 20㎞의 속도로 떨어져 지상 30㎞ 상공에서 폭발해 총 1000여명의 부상자를 냈다. 전문가들은 그 폭발력이 히로시마 원폭 위력의 10배가 넘는 TNT 300킬로톤 정도로 추정했으며 다행히 지표면에서 폭발하지 않아 피해는 적은 편이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오사카 나오미 마스크에 인종폭력 피해자 이름 새겨

    오사카 나오미 마스크에 인종폭력 피해자 이름 새겨

    일본계 어머니와 아이티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여자 프로테니스 스타 오사카 나오미는 이번 US 오픈 테니스대회 경기마다 마스크에 백인 경찰이나 인종 폭력에 스러진 흑인 피해자들의 이름을 새기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희생자 유족들은 미국 ESPN이 미리 녹화한 동영상을 통해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고, 오사카는 기자회견을 통해 “진짜 감사한 일이다. 몸둘 바를 모르겠다. 정말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많이 비현실적이다. 내가 한 일에 그들이 감명받았다고 얘기하니 아주 감동적이다. 내게 내가 하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손톱 만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BBC가 10일 전했다. 그녀가 마스크에 새긴 이름은 우리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3월 13일 켄터키주 루이빌의 아파트에 동호수를 헷갈려 난입한 경관들의 총격에 숨진 겨브레오나 테일러(26). 지난해 8월 24일 콜로라도주 덴버 외곽 오로라에서 경찰 구금 중 초크홀드 공격을 당해 사흘 뒤 숨진 엘라이자 맥클레인(23), 지난 2월 23일 조지아주 브런즈윅에서 조깅하던 중 백인 부자의 총격을 받고 어이없이 숨진 아무드 아버리(25), 2012년 플로리다주 샌퍼드의 편의점에 군것질감을 사러 들어갔다가 자경단원을 자처하는 조지 짐머맨에게 총격을 받고 숨져 흑인목숨도소중해(BLM) 운동의 시발점이 된 트레이번 마틴(17) 그리고 지난해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질식사한 조지 플로이드(46)의 이름이다. 그녀는 대회 준결승에 올라 10일 제니퍼 브래디(미국, 41위)를 꺾고 결승에 올랐는데 이날은 2016년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서 경찰 총격에 숨진 필란도 카스티예의 이름을 마스크 전면에 드러냈다. 결승 때는 지난달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 주택가에서 백인 경찰의 총기 난사로 반신 불수 상태에 빠진 제이컵 블레이크(29)가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오사카는 블레이크의 불행을 듣고 웨스턴 서던 오픈 준결승 출전을 포기했다가 나중에 번복해 경기를 치렀다. 앞서 전날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US 오픈 여자단식 준준결승 세리나 윌리엄스(미국)와 스베타나 피롱코바(불가리아)의 경기 2세트 도중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울려 퍼졌다. 지난해부터 BTS의 팬임을 공언한 오사카는 “‘아이 니드 유’(I NEED U)가 나오고 나서 점점 BTS의 팬이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 니드 유는 2015년에 나왔고, 이 노래는 따로 일본어 버전이 나오기도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지구와 비슷한 대기와 액체 물 존재…생명체 살 가능성 큰 외계행성 45개 발견

    지구와 비슷한 대기와 액체 물 존재…생명체 살 가능성 큰 외계행성 45개 발견

    지구와 비슷한 대기와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큰 외계행성을 천문학자들이 무려 45개나 발견했다. 스웨덴 룰레오공대 연구진은 잠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외계행성들의 대기 조성을 연구함으로써 이런 ‘먼 세상’에서 거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정하는 새로운 분석 기술을 만들었다. 이들 연구자는 대기 중의 화학 물질인 ‘대기 종류’에 관한 정보와 이런 물질이 우주로 얼마나 빨리 탈출하는지(대기 탈출)를 알아내 지구와 비교했을 때 기온과 대기 조성면에서 얼마나 비슷한지를 추정할 수 있었다.그러고 나서 이들은 자신들이 만든 새로운 모형을 기존 외계행성 목록에 있는 잠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후보 행성 55개에 적용했다. 기존 목록은 주성과의 거리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그 결과, 기존 목록에 수록된 후보 행성 55개 중 17개만이 이번 연구에서 정의한 기준을 충족해 지구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또 이보다 좀 더 범위가 넓은 외계행성 목록에서도 28개의 행성이 지구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해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총 45개까지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현재 외계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지구와 우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첨단 망원경들을 이용한 임무들을 수행하는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자료를 사용해 자신들의 탐사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자들은 “거주할 수 있는 외계행성을 찾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라면서 “이유는 별들 사이라는 그 먼 거리까지 우리가 탐사선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잠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대기를 지닌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인 프록시마b도 무려 4.22광년 또는 40조㎞나 떨어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주노 탐사선이 목성에 접근할 때 시속 26만5000㎞까지 도달했는데 이런 속도로 프록시마b에 간다면 1만7000년이 넘게 걸린다.따라서 현재 외계행성이 생명체를 수용할 능력을 정하는 분석 기술은 대기 조성에 관한 저해상도 공간 및 스펙트럼 정보에 의존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연구에서는 거주할 수 있는 외계행성의 최종 후보 목록을 만들기 위해 기체가 대기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관한 ‘기체 운동론’과 지금까지 확인된 외계행성의 대기에 남아있을 수 있는 화학 물질에 관한 목록을 사용했다고 이들 연구자는 설명했다. 이를 통해 이들은 탐지된 외계행성들에 관한 현재 지식을 바탕으로 그중 45개가 거주가능성 연구의 좋은 후보들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또 이런 외계행성은 지구와 같은 대기를 가질 수 있고 안정적인 액체 상태의 물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의 일부분으로 연구자들은 또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의 진정한 대기 조성을 참고 자료로 사용했다. 그러고 나서 이들은 수소와 산소, 이산화질소 그리고 이산화탄소의 대기를 지닌 외계행성들을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 목록에 후보로 올렸다. 연구자들은 “우리는 또 거주가능성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를 위해 외계행성들의 대기에서 생명과 관련한 필수적 기체를 유지하는 능력과 같이 바람직한 조건을 지닌 45개의 행성 목록을 제안한다”고 명시했다. 이들 연구자는 행성이 생명을 수용할 수 있는지를 고려할 때 모항성 주위의 거주가능영역(HZ)에 관한 현재 정의를 다시 검토할 것을 권고했다.이들은 액체 상태 물 분자의 안정성을 지탱할 수 있는 지구와 같은 대기를 수용하는 행성의 능력은 거주가능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에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대기 중에 유지할 수 있는 기체(화학물질)에 기반을 둬 외계행성을 구별하는 것은 잠재적인 거주가능성을 위한 가장 가능성 있는 후보들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미래의 이런 임무들은 더 많은 대기 조성 연구와 광화학 모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주요한 학문적 발전 중 하나는 외계행성의 거주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연구논문에 “우리는 쉽게 구할 수 있거나 추정할 수 있는 매개변수를 사용하고 최소한의 가정으로 외계행성 대기권의 그럴듯한 조성을 추정할 수 있는 대기 모형을 제시한다”면서 “우리 모형은 질량이 적어 방사선이 적게 나오는 외계행성들을 위해 설계됐다. 이런 외계행성에서는 고전적인 열적 탈출(thermal escape, 대기 탈출의 일종)에 의해 움직이는 대기 진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썼다. 이들 연구자는 실제 기온의 개요와 반사율(albedo) 그리고 원소 존재비를 포함한 미래의 관측 자료들은 연구자들이 그들 자신의 모형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그들의 진짜 대기 조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새로운 외계행성이 발견되는 대로 연구함으로써 잠재적으로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의 목록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학회보A’(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A) 최신호(9월 9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뇌파 자극으로 난독증 완치 길 열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뇌파 자극으로 난독증 완치 길 열려

    스티븐 스필버그,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파블로 피카소.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요. 다름 아닌 심각한 난독증을 앓은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난독증은 말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고 철자도 정확하게 쓰기 힘들어하는 일종의 학습장애입니다. 난독증을 겪는 아이들은 문자를 이용한 학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또래들에 비해 학업 수행이 뒤처지면서 교사나 부모에게서 처음 발견되는 게 보통입니다. 신경발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선천성 난독증과 외상으로 인한 후천성 난독증으로 나뉩니다. 전체 인구의 5~10% 정도, 국내에서도 약 5% 정도가 난독증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치료할 수 없다거나 영어권에서만 나타난다든가, 천재성도 함께 갖는 질환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도 가능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방치되거나 성인기에 나타난 난독증은 치료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신경생물학자들이 뇌에 가벼운 전기자극을 줘 성인 난독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합니다. 스위스 제네바대 신경과학과, 프랑스 렌대학, 국립보건연구소(INSERM), 파스퇴르연구소 청력연구센터, 미국 브라운대 공동연구팀은 뇌에 비침습적 전기자극을 가하면 신경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음운 처리뿐만 아니라 글자를 정확히 읽을 수 있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플로스 생물학’ 9월 9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성인 난독증 환자들이 낱말에서 말의 최소 단위라고 하는 음소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연구팀은 성인 난독증 환자 15명과 일반인 15명을 대상으로 뇌파검사(EEG)를 한 결과 난독증을 앓는 사람들은 왼쪽 청각피질이라는 뇌의 소리 처리 영역에서 ‘30㎐(헤르츠)대 저주파 감마파 진동’에 차이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연구팀은 ‘경두개 교류자극 장치’(tACS)를 이용해 난독증 환자에게 닷새 동안 매일 20분씩 30㎐ 뇌파 자극을 했습니다. 그 결과 난독증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에 가깝게 회복된 것이 관찰됐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신경과학자 안 리스 지로 스위스 제네바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파와 난독증 사이의 관계를 처음으로 밝혀내고 뇌파 조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찾은 방법과 기존 난독증 치료법을 병행할 경우 성인 난독증 환자도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어린아이들도 뇌파 조정으로 난독증을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은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이 9개월 가까이 전 세계적 확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모두가 어려움을 겪는 요즘 다른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와 이해심은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임에도 개인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이들이 많이 보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뇌신경과학 발달로 한때 고치기 어려웠던 장애로 알려졌던 난독증도 비교적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 세상이 됐습니다. 타인에 대한 약간의 배려나 이타심을 자극할 수 있는 기술을 기대하면 안 되는 걸까요. edmondy@seoul.co.kr
  • 불치병 환자 임종 중계 차단한 페북… 불붙는 안락사 허용 논란

    불치병 환자 임종 중계 차단한 페북… 불붙는 안락사 허용 논란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프랑스 남성이 자신의 임종 순간을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로 방송하려 했으나 페이스북에 의해 무산됐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불치병 환자에 대한 안락사나 조력사 허용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동맥의 벽이 서로 붙는 희귀병을 앓는 알랭 코크(57)는 지난 4일(현지시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음식과 수분 섭취를 완전히 멈추고 영원히 눈을 감을 때까지 이를 중계하겠다고 선언했다. 코크는 자택 침대에 누운 채 진행한 방송에서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며 “앞으로 힘든 나날이 이어지리라는 것을 알지만 나는 마음을 정했고 평온하다”고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이 병으로 34년 동안 고통받았고, 여러 차례 수술도 받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몇 시간 뒤 코크의 임종 모습을 예고한 방송을 차단하며 “이 영상이 폭력적이거나 품위를 떨어뜨리지는 않지만 16세 미만 미성년자는 보지 않기를 권한다”는 설명을 달았다. 또 코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시도를 보여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게 회사 방침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에 코크는 곧바로 “페이스북이 9월 8일까지 방송을 막았다”고 알렸다. 또 “관음증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알지만 말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고통을 알리려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안락사는 불법이다. 2005년 제정된 이른바 ‘레오네티법’은 말기 환자에 한해 치료를 중단할 권리는 보장하지만, 즉각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약물 주입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 필립 로히악 존업사협회 프랑스 소장은 “레오네티법은 삶이 악몽인 환자들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불치병 환자 단체 부회장인 소피 메제버크는 CNN에 “프랑스 국민은 조력사 논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당신이 보는 달은 몇 개?-목성과 그 달들

    [이광식의 천문학+] 당신이 보는 달은 몇 개?-목성과 그 달들

    당신은 여기서 몇 개의 달을 찾을 수 있는가? 보통 사람들은 왼쪽의 달 하나 있구만, 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5개다. 오른쪽 위에서 밝게 빛나는 천체는 태양의 다섯번째 행성인 목성이다. 자세히 보면 목성 양옆으로 조그만 빛점들이 늘어서 있는 게 보일 것이다. 바로 목성의 달들이다.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최초로 발견했다 하여 갈릴레이 위성이라고 불린다. 1610년 갈릴레오는 자작 망원경으로 이 4개의 위성들을 발견했는데, 이들은 목성 위성 중 크기가 큰 천체이다. 이들은 모두 목성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위성으로서, 마치 미니 태양계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갈릴레오의 이 발견으로 인해 모든 천체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게 되었다. 말하자면 갈릴레오는 천동설의 관에 마지막 대못을 박은 셈이다. 이런 의미에서 목성의 4대 위성은 천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진에 보이는 목성 4대 위성의 이름은 왼쪽부터 이오, 가니메데, 유로파, 칼리스토이지만, 모행성과의 거리가 가까운 순서는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다. 이 이름들은 행성 운동 3대 법칙을 발견한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제안에 따라 모두 제우스(주피터; 즉 목성의 이름)의 연인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이들 위성은 태양계에서 태양과 8개 행성을 빼고는 가장 큰 천체들이다. 특히 가니메데는 지름이 5262.4㎞로 태양계 최대의 위성으로 수성보다도 크다. 또한 유로파는 지하에 지구 바닷물의 2배 수량을 가진 바다를 품고 있어 과학자들은 생명이 서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보고 있다. 이 지하 바다를 탐사할 잠수함을 보낼 프로젝트가 현재 NASA에서 추진되고 있는 중이다. 가니메데, 유로파, 이오 3개 위성은 각각 1:2:4의 비율로 궤도 공명을 하며 공전한다. 이 사진은 지난주 멕시코의 동해안 도시 칸쿤에서 촬영된 것이다. 현재 목성에는 2011년 발사된 미 항공우주국(NASA)의 주노 탐사선이 궤도를 돌며 목성 조성과 탄생 원리를 밝히기 위한 탐사를 계속하고 있다. 2003년 퇴역한 목성 탐사선 갈릴레오 이후 2016년 두 번째로 목성 궤도에 진입한 주노는 내년 7월 목성과 충돌함으로써 미션을 끝낼 예정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베네딕토 16세, 역대 최장수 교황… ‘93세 선종’ 레오 13세 기록 경신

    베네딕토 16세, 역대 최장수 교황… ‘93세 선종’ 레오 13세 기록 경신

    베네딕토 16세(93) 전 교황이 역대 최장수 교황 타이틀을 갖게 됐다고 이탈리아 일간 일 메사제로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1927년 4월 16일생인 베네딕토 16세는 이날로 3만 4109일간 생애를 이어가 기존 최장수 교황이던 레오 13세의 기록을 깼다. 레오 13세는 1878년 제256대 교황으로 즉위해 1903년 93세로 선종할 때까지 25년간 재위했다. 독일 출신으로 본명이 요제프 라칭거인 베네딕토 16세는 요한 바오로 2세에 이어 2005년 4월 제265대 교황직에 올랐다. 그러나 8년 만인 2013년 2월 건강상 이유로 스스로 물러나 전 세계 13억 가톨릭 신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그는 사임 뒤 바티칸의 한 수도원에서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 고령 때문에 스스로 걷기 어려운 상태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유아인 운동? 알렉산더 테크닉은 무엇일까

    유아인 운동? 알렉산더 테크닉은 무엇일까

    MBC ‘나혼자산다’와 채널A ‘나는 몸신이다’에서 소개되어 유명해진 ‘알렉산더 테크닉’은 의식을 활용하여 자기(몸, 마음)을 사용하는 기술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관찰하고 자신의 습관을 발견하는 자각의 과정을 통해 잘못된 것을 그만둠으로써 자연스러운 몸과 마음의 사용을 가능하게 된다.‘알렉산더 테크닉’은 호주 출신 연극배우 프레데릭 알렉산더가 공연 중 긴장 상태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자 올바른 호흡법과 신체 이완을 통해 몸의 긴장을 푸는 방법을 창안했다. 또한 ‘알렉산더 테크닉’은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휴 잭맨 등이 애정하는 자기 훈련법이라고 알려졌다. ‘알렉산더 테크닉’을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15주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수료 시 성신여자대학교 총장명의의 수료증이 수여된다. 현재 수강신청 및 접수가 가능하며 해당 과정을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알렉산더 테크닉 과정은 교사의 터치(핸즈온)을 통해서,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몸으로 행해지는 과정이 우선된다는 것이 다른 소마틱스 과정과의 큰 차별점이다.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의 알렉산더테크닉 기초과정은 15주의 충분한 교육시간을 통해 다른 그룹수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교사의 핸즈온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기에 수강생들은 교사의 핸즈온을 통해 긴장의 자각과 이완, 새로운 움직임의 선택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사용에 대한 깊이를 더해준다. 본 기관에는 아리타청화장식기법, 제품도차 석고제형기법, 청화백자드로잉기법 등 타기관에서는 볼 수 없는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만의 특성화된 과정과 음악 개인레슨 과정, 서양화, 사물놀이, 무용반주, 즉흥연주법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설되어 있으며 개강일과 수강료는 성신여대 평생교육원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9월 중순까지 수강생 접수를 진행하며 성신여대 전문교육과정 상담은 성신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홈페이지로 문의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선거 보이콧 움직임에 마두로, 야당 정치인 풀어줘

    선거 보이콧 움직임에 마두로, 야당 정치인 풀어줘

    니콜라스 마두로(57)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오는 12월 치를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 정치인 110명을 사면했다. 그가 자신에 비판적인 정치인을 사면한 것은 야당에 호의적인 정치 행위가 아니라 야당이 빠진 선거의 정통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야당이 불참하는 선거 결과에 대해 미주지역 외교장관 협의체인 리마 그룹은 그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힌 상태였다.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공보장관은 이날 마두로 대통령령에 따른 110명의 사면 명단을 발표했다. 로드리게스 장관은 “국민 화해와 평화 모색을 증진하기 위해 정부는 민주주의를 강화하는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면된 이들 가운데 국회 부의장을 지낸 프레디 게바라와 ‘임시 대통령’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로베르토 마레로 등 야당 의원 20여 명이 포함됐다. 사면 대상자 다수는 법원은커녕 영장도 없이 구금됐다며 실제로 이들이 풀려나 거리로 나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마두로의 사면은 야당으로부터 비웃음만 샀다. 이날 사면된 아메리코 데그라시아는 트위터에 “마두로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고, 난 범죄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후안 파를로 구아니파는 트위터에 “마두로는 누구를 사면할 권한이 없다”고 썼다. 미주협회 부회장 에릭 파른워스는 “마두로는 그들이 짓지도 않은 범죄를 사면했다”고 비꼬았다. 수도 카라카스의 스페인 대사관저에 피신 중인 영향력 있는 야권 인사인 레오폴도 로페스는 사면 대상에서 빠졌다. 마두로 정부는 최근 몇 년 새 야당 국회의원을 포함한 야권 인사들에게 반역 등의 혐의를 씌워 기소하거나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일부는 수감 중이며, 일부는 현지 외국 대사관이나 다른 나라에 망명 중이다. 마두로가 주요 야당의 지도부를 해체하자 과이도 국회의장을 중심으로 야당들은 이번 선거가 정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러나 야당 일부에서는 마두로 정권의 실정을 말할 수 있는 곳은 선거뿐이라며 참여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이들은 벨라루스를 예로 들면서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비록 결과가 조작되어도 독재에 대항하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전했다. 정부가 장악한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부족을 이유로 후보등록을 세번째 연기했다. 선거는 12월 6일로 예정된 상태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秋에 쓴소리·유시민 수사…검사들 ‘줄사표’ 시작

    秋에 쓴소리·유시민 수사…검사들 ‘줄사표’ 시작

    다음달 3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 발령을 앞두고 사의를 표하는 검사들이 늘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쓴소리를 했다가 좌천된 검사를 비롯해 이번 인사에서 고배를 마신 검사들의 ‘줄사표’가 시작되는 분위기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검찰 중간간부 인사 발표 직후 김우석(사법연수원 31기) 전주지검 정읍지청장을 시작으로 검사들이 잇따라 사의 표명을 하고 있다. 김 지청장은 지난 2월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을 통해 “구체적인 수사 지휘·감독권은 검찰총장의 것”이라면서 추 장관을 공개 비판했다. 당시 추 장관은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를 결재하지 않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옹호하면서 “구체적 지휘감독권은 검사장의 것”이라고 발언해 검찰 내부에서 논란을 빚었다. 김 지청장은 이번 인사에서 성남지청 형사3부장으로 발령이 난 직후 “좋은 추억과 감사했던 마음만 가지고 귀한 공직을 내려놓는다”면서 이프로스에 사직 글을 올렸다. 그는 “검찰은 국가기관이고 절대 다수의 검사가 사심 없이 열심히 일하는데도 때때로 검찰 조직 자체가 사심 가득한 양 비쳐질 때는 마음 아프기도 했다”면서 “더 이상 검사가 아니라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검찰의 발전과 앞날을 축복하면서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밖으로 나가면 검사와 검찰을 그대로 이야기하려고 한다”면서 “있는 그대로 평가받으면 그 가치가 빛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수사하던 중 수원고검으로 발령이 난 이재승(30기)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장도 사의를 표했다. 이 부장검사는 이프로스에 올린 사직 글에서 “마무리하는 이때 뒤돌아보니 참 잘 선택한 직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부족했던 저를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가 여동생 피비에게 “내가 해야 할 일은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아이가 있으면 잡는 것”이라고 말한 장면을 인용하면서 “검사 생활을 하면서 ‘나는 콜필드가 그렇게 하고 싶었던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힘을 냈다”고도 했다. 울산지검 인권감독관으로 인사가 난 신승희(30기) 인천지검 형사2부장도 사직했다. 그는 지난해 대검 감찰1과장으로 근무하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좌했다. 신 부장검사는 “고민하다 이제 물러간다”면서 “앞으로도 여전히 대한민국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검찰의 발전을 응원하고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으로 전보된 김세한(31기) 안양지청 형사2부장도 이프로스에 사직 글을 올렸다. 김 부장검사는 “막상 정든 검찰을 떠나려 결정하고보니 만감이 교차한다”면서 “근무하는 동안 대과없이 무사히 공직을 마치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번 중간간부 인사를 앞두고 과거 ‘돈봉투 만찬’ 사건에 연루됐던 이선욱(27기) 춘천지검 차장검사와 전성원(27기) 부천지청장, 김남우(28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이건령(31기)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 등 7명도 옷을 벗었다. 진선민 기자 jsm@seoul.co.kr
  • 美 동물원, 흑인을 원숭이와 전시 사과하는 데 114년 걸린 이유

    美 동물원, 흑인을 원숭이와 전시 사과하는 데 114년 걸린 이유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동물원에 원숭이처럼 전시된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오타 벵가. 1904년에 지금은 콩고민주공화국이 된 옛 콩고에서 납치돼 미국으로 끌려가 원숭이 우리 안에서 원숭이들과 함께 눈요깃 거리가 됐다. 지금으로부터 불과 116년 전에 있었던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미국 언론인 파멜라 뉴커크가 끈질기게 그의 비극을 추적해 전 세계 언론에 부끄러운 얘기를 고발해 왔고 이제야 동물원 운영을 책임 진 야생보호재단(WCS)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고 영국 BBC가 27일 전했다. 크리스티안 샘퍼 재단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WCS의 역사를 온전히 반영하고 기관 안에 인종차별이 끈질기게 자리했음을 토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오타 벵가가 처음으로 이곳 동물원에 전시됐던 바로 다음날인 1906년 9월 9일 유럽과 미국의 거의 모든 신문들이 이를 1면에 대서특필했던 일과 같은 달 28일 동물원에서 풀려날 때까지의 일을 상세히 기록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동물원 문서보관실에 보관돼 있던 편지에 따르면 동물원 관리들은 사람을 동물처럼 전시했다는 비판이 점증하자 오타 벵가가 사실은 동물원 직원이었다고 둘러대도록 직원들에게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엉터리 해명은 수십년 동안 계속됐다. 오타 벵가는 1904년 벨기에 국왕 레오폴드 2세의 콩고 유린에 가담했던 미국인 노예상 사뮈엘 베너에게 당시 벨기에령 콩고 땅에서 사로잡혔다. 당시 그의 나이는 12~13세 정도였다. 뉴올리언스까지 배에 태워져 끌려 왔으며 같은 해 말 세인트루이스 만국박람회에 다른 여덟 젊은이들과 함께 전시됐다. 박람회는 겨울까지 이어졌는데 이들에겐 적당한 옷가지나 처마도 제공되지 않았다. 1906년 브롱크스 동물원에 전시됐는데 구름처럼 인파를 불러모았다고 기록돼 있다. 기독교 목사들이 강력히 규탄해 풀려났으며 제임스 고든이란 흑인 목사가 뉴욕에서 운영하는 하워드 유새인종 고아원에 수용됐다. 1910년 1알 린치버그 신학대학과 버지니아주 흑인 전용 단과대학에서 공부했는데 늘 이웃 아이들에게 사냥이나 낚시하는 법을 일러주거나 고향에서 했던 모험을 얘기하곤 했다. 그는 나중에 향수병이 너무 심해져 1916년 3월 몰래 숨겨뒀던 권총으로 극단을 선택했다. 당시 그의 나이 불과 스물다섯이었다. 당시 일간 뉴욕 타임스(NYT)는 오타 벵가가 전시된 것을 마치 레저 기사 쓰듯이 소개하고 원숭이처럼 전시했다는 지적은 직원으로 고용된 것을 모르고 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매도했던 과거 기사가 잘못 됐다고 인정했다. 1906년 9월 9일 NYT 기사 제목은 ‘부시맨이 브롱크스 공원의 유인원들과 우리를 공유하고 있다’였다.베너의 손자가 1992년 책을 썼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베너와 오타 벵가가 우애를 나눴으며 사로잡혔을 때 격렬하게 저항했던 것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오타 벵가가 뉴욕 공연을 즐겼다는 식으로 적었다. 1세기 넘게 오타 벵가를 유린한 이들과 그 후손이 기록을 은폐하고 진실을 감추려 했음은 물론이다. 현재 브롱크스 동물원은 뉴커크가 2015년 쓴 책 ‘스펙타클, 오타 벵가의 놀라운 인생’이 인용한 편지 등을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 일반도 볼 수 있다. 그의 책이 나온 뒤에도 5년 동안 동물원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과오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은 공중에 공개되지 않는 건물 안에는 여전히 오타 벵가가 3주 이상 감금돼 있던 우리가 있다. 샘퍼 회장은 사과를 하면서 재단을 창립한 매디슨 그랜트와 헨리 페어필드 오스번에 책임을 돌렸다. 그랜트의 책 ‘위대한 인종으로 넘어감(The Passing of a Great Race)‘은 아돌프 히틀러가 극찬한 책이었다. 오스번은 1921년 세워진 미국 자연사박물관을 25년 동안 이끈 인물이다. 샘퍼는 이 동물원 초대 국장을 지낸 윌리엄 호너데이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그는 오타 벵가의 우리를 지어주며 뒤에 뼈들을 장식해 식인종인 것처럼 꾸몄으며 “원숭이집에서 제일 좋은 방”을 차지했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기자는 이 긴 글을 옮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엊그제 세 아들이 보는 앞에서 차문을 연 흑인 남성의 등에 총알을 일곱 발 쏜 백인 경찰이나, 자경단원을 하겠다고 집에서 30분 거리의 위스콘신주 커노샤에 달려가 자신에게 주먹질을 했다고 자동소총을 발사해 두 명을 숨지게 하고 한 명을 다치게 만든 17세 소년이나 116년 전 우리 안의 오타 벵가를 보고 손가락질하며 웃었던 백인들 사이에 과연 근본적으로 무엇이 달라졌을까?’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코로나19 백신 실험 성과에…모더나 관련주 주목(종합)

    코로나19 백신 실험 성과에…모더나 관련주 주목(종합)

    코로나19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 격인 미국 바이오업체 모더나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성과를 거두면서 관련주 역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CNBC 방송은 26일(현지시간) 모더나가 개발 중인 백신이 노년층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였다면서 실험 내용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모더나에 따르면 이번 실험에는 56세부터 70세 사이의 성인 10명과 71세 이상 성인 10명이 자원했다. 모더나는 백신 후보 물질을 28일 간격으로 100㎍(마이크로그램)씩 두차례 투여한 결과 자원자들에게서 모두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와 인간 면역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백신 후보 물질을 맞은 자원자들에게선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사람보다 많은 수준의 항체가 형성됐다는 게 모더나의 설명이다. 일부 실험 참가자들은 피로와 오한,두통 등의 증상을 호소했지만, 대부분 이틀 안에 증상이 사라졌다. 이번 실험 결과는 아직 의학저널에 게재되지 않았고, 모더나는 이날 중으로 실험 결과에 대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모더나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지난달 3만명 규모의 3상 임상시험에 착수한 모더나는 미국 정부와 15억 달러(한화 약 1조7800억원) 규모의 백신 공급 계약도 맺은 상태다.모더나 연내 임상 3상 완료 가능성 모더나 백신은 연내 임상 3상이 완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업체가 백신 위탁 생산을 맡을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았다. 모더나는 아직 한국 업체와는 위탁생산 계약을 맺지 않았다. 모더나 백신은 미생물 배양시설을 보유한 회사들이 위탁생산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한국에선 LG화학과 바이넥스가 후보군이다. 각각 연 3억병과 1000만병을 만들 수 있다. 다만 LG화학의 경우 원액을 위탁 생산하는 방식보다는 만들어진 원액을 병에 담는 완제 과정을 위탁 산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바이넥스는 백신위탁 생산 계약을 여러 업체와 논의 중이다. 그러나 당장 다음주께 모더나와 백신 계약을 맺은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에스티팜의 경우도 백신 위탁생산 시설을 갖고 있지 않다. 또 이 회사의 설비 대부분은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생산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아이진의 경우 위탁생산 회사가 아닌 신약 개발 회사다. mRNA백신도 개발 중이다. 임상시험은 내년 상반기로 계획하고 있지만 위탁생산 가능성은 높지 않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효성, 탄소섬유·스판덱스의 힘… 혁신 경영 박차

    효성, 탄소섬유·스판덱스의 힘… 혁신 경영 박차

    소재 기업 효성은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혁신 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국내 기업 최초로 탄소섬유 ‘탄섬’을 개발했고 2013년 전북 전주에 연산 2000t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지었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강도는 10배 높고 무게는 4분의1에 불과해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효성의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는 2010년부터 세계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스판덱스는 효성이 1992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기능성 섬유로 섬유계 반도체로 불린다. 효성은 이 스판덱스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군을 잇달아 개발했다. 100% 재생 폐기물로 만든 재활용 스판덱스 ‘크레오라 리젠 코튼’, 인조견과 결합 시 염색이 되는 ‘크레오라 컬러플러스’, 일반 스판덱스보다 낮은 온도에서 작업이 가능해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크레오라 에코소프트 스판덱스 등이다. 아울러 효성은 타이어보강재, 에어백용 원사 등 산업용 원사 부문에서도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80명이 한 곳에…방역지침 어기고 호텔만찬 즐긴 아일랜드 고위층

    80명이 한 곳에…방역지침 어기고 호텔만찬 즐긴 아일랜드 고위층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긴 고위인사들의 행태가 또다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AP통신 등은 필 호건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집행위원 등 아일랜드 고위 공직자들이 정부 방역지침이 강화된 뒤에도 대규모 만찬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며 비판을 받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가 된 모임은 6인 초과 실내 모임을 금지하는 등 정부가 엄격한 방역지침을 다시 내놓은 지 하루 뒤인 19일 아일랜드의 한 호텔에서 개최됐다. 아일랜드 의회 골프 모임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80여명이 모였으며, 호건 뿐만 아니라 내각 관료들과 대법관 등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실내에 간이 칸막이를 임시 설치하는 등 방역지침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를 쓰기도 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이날 만찬이 열렸던 사실이 처음 보도됐고, 참석했던 다라 캘러리 농업부 장관과 상원 부의장인 제리 버티머 의원이 주말 사이 사퇴하는 등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캘러리 장관은 전임 장관이 음주운전 문제로 사퇴하고 취임한 지 37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고 말았다. 고위 인사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가운데 호건 집행위원 측은 “전적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사퇴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행사에 초대를 받고 참석한 것이지, 방역지침을 어길 의도는 없었다는 항변이었다. 하지만 그는 앞서 17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이 엄격히 금지된 칼데어 카운티에서 이같은 행동으로 경찰에 적발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모습이다. 경찰은 당시 모임이 정부 방역지침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수사를 시작했고, 의회 차원에서도 논의가 예정돼 있다. 호건의 소속당인 ‘핀 가엘’의 당대표인 레오 바라드카 부총리도 그에게 집행위원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에서 정부 고위 인사의 방역지침 위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5월에는 영국 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보좌관이 코로나19 증세를 보이면서도 400㎞를 이동한 사실이 드러나 봉쇄령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16세 소녀 집단 유린에 놀란 이스라엘, 어떤 벽화길래 지울까

    16세 소녀 집단 유린에 놀란 이스라엘, 어떤 벽화길래 지울까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해변에 있던 벽화 하나가 서둘러 지워졌다. 그 전부터 여성단체들은 이 벽화가 문제 있다고 지우자고 요구했지만 당국은 말을 듣지 않았는데 16세 소녀의 집단 유린 사건이 당국의 태도를 바뀌게 했다. 문제의 벽화는 수영복을 걸친 두 젊은 남자가 여성의 탈의 장면을 엿보는 모습을 담고 있는 일명 ‘엿보는 톰(Peeping Tom)’ 그림이다. 1970년대 이 해변에서 같은 제목의 영화 가운데 일부 장면이 촬영된 것을 기념해 약 20년 전 그려졌다. 론 훌다이 텔아비브 시장은 최근 남부 휴양지 엘리앗에서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뒤에 드디어 이 벽화를 없앨 때가 온 것 같다고 트위터에 알렸다. 그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를 통해 “표현과 예술의 자유가 우리 도시에서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이 그림은 금지된 행위나 범죄를 용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우리는 작별을 고할 때가 됐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달 초 남부 휴양도시 엘리앗의 한 호텔에서 16세 소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이스라엘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지금까지 3명이 구금됐는데 그 중 한 명은 30명 이상이 그 소녀와 관계를 가졌으며 합의에 따른 것이라 강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그런데 소녀가 술에 만취한 상태였기 때문에 강간한 것이 맞다고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19세 영국 여성이 지중해의 섬나라 키프로스의 한 호텔에서 이스라엘 남성 12명에게 집단 유린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나중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들통 나 4개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여성단체들은 잘못된 판결이라고 비난했고, 변호인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 그 뒤 결과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엿보는 톰’은 훔쳐보기를 좋아하던 재단사 톰이 무거운 세금에 대해 반대하기 위해 알몸으로 고디바 부인이 말을 타고 코벤트리 시내를 달릴 때 창문을 열고 그녀를 지켜보았다는 이유 만으로 매를 맞고 장님이 됐다는 전설에서 유래됐다. 고디바 부인의 기마시위는 대략 11세기의 일이며 13세기의 기록에도 나오지만, 17세기부터 톰 얘기와 버무려져 전해진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엔니오 모리코네가 음악을 만들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연출한 명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도 소년이 문틈으로 춤을 추는 소녀(제니퍼 코넬리) 모습을 훔쳐보는 장면이 나온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피터 래빗’의 출발점은 아픈 아이 위로했던 그림 편지

    [그 책속 이미지] ‘피터 래빗’의 출발점은 아픈 아이 위로했던 그림 편지

    예술가의 편지/마이클 버드 지음/김광우 옮김/미술문화/224쪽/2만 2000원 “사랑하는 노엘. 로지 이모에게 네가 아프다는 얘길 들으니 마음이 아파. 이 아기 쥐처럼 됐겠구나.” 비어트릭스 포터가 7살 노엘에게 보낸 이 병문안 편지는 세계적인 아동문학 ‘피터 래빗 이야기’의 출발점이었다. 일자리를 얻으려 온갖 재능을 나열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력서, 젊고 아름다운 조수 클로델에게 온갖 허세를 늘어놓은 로댕의 고백, 작품 ‘병걸이’가 쓰레기로 취급돼 버려진 데 대한 뒤샹의 분노, 팩스로 친구들과 소통한다며 인쇄술의 대가 타일러에게 보낸 호크니의 편지까지. 지난 600여년 동안 유명한 예술가들의 사연이 담긴 편지 90편을 한데 모았다. 작품과 문헌 등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뒷이야기가 생생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밀턴과 최재서

    [박상익의 사진으로 세상읽기] 밀턴과 최재서

    영문학 사상 최고의 시인 존 밀턴(1608~74)은 영국혁명이 발발하자 혁명의 최선봉에 섰다. 소년 시절부터 품었던 위대한 시인이 되려는 꿈을 접고, 기꺼이 동포의 자유를 위해 나선 것이다. 1649년 전제군주 찰스 1세 처형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글을 써서 이름을 알린 그는, 출중한 라틴어 실력을 바탕으로 크롬웰 혁명정부에서 10년간 외무장관직을 수행했다. 왕정 철폐를 주장한 투철한 공화주의자인 그는 혁명동지들의 잇단 배신으로 마음고생이 컸다. 36세부터 시력이 나빠져 44세에 두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되는데, 시력 상실의 주요 원인은 믿었던 혁명동지들의 배신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이었다. 혁명은 결국 실패했다. 1660년 왕정복고와 더불어 밀턴은 한 차례 감옥살이를 했다가 풀려난 후 내부적 망명자 신세가 됐다. 궁핍한 나날이었고 왕실로부터 달콤한 전향 제안도 받았지만 곧은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앞 못 보는 시인이 ‘실낙원’을 쓴 것도 이 무렵이다. 고결한 삶이었다. 그는 잉글랜드 국민을 ‘두 눈을 정오의 햇살로 물들여 천상의 샘물로 씻어내는 독수리’에 비유하고, 혁명 대의를 배신한 자들을 ‘겁 많고 떼 지어 몰려다니는 새들’이라고 경멸했다. 그들은 독수리를 시기하며 ‘찍찍거리는 소리와 함께 날개를 푸드덕거린다.’(‘아레오파기티카’) 최재서(1908~64)는 경성제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조선의 수재’였다. 경성제대 재학 시절 최재서는 ‘민족의 해방과 자유를 외국 문학을 통해 찾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일제 말기 총독부의 강압 정책에 저항의 몸짓 한번 없이 순순히 굴복한다. 조·일(朝·日) 동조동근설(同祖同根說)에 의지해 조선민족이 곧 일본민족이라는 신념으로 ‘일본어=국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변절 지식인의 표상이다. 광복 후엔 연세대 영문과 교수, 한국 사회 주류가 된다. 주류답게 1960~70년대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국어 III’)에는 최재서의 ‘문학과 인생’이 실렸다. 밀턴이 주제다. 그는 이 글에서 ‘언제나 양심의 명령대로 움직이고, 동포의 자유를 위해 싸운’ 밀턴의 절절한 조국애를 상찬하며 밀턴의 ‘권세에 대한 반항, 아첨에 대한 멸시’를 청년들이 본받으라고 권한다. 가장 경멸했던 부류인 ‘겁 많고 떼 지어 몰려다니는 새’가 ‘찍찍거리는 소리’로 칭송하는 것을 밀턴이 듣는다면 어떤 심정일까. 8월이면 생각나는 두 인물이다. 우석대 역사교육학과 명예교수
  •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왕비들이 주고받은 편지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왕비들이 주고받은 편지

    람세스 2세는 재위 초기부터 이집트의 전통적인 라이벌인 히타이트제국과의 마찰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는 왕위에 오른 지 5년이 되던 해(기원전 1274년쯤)에 히타이트와 제대로 한판 붙기로 결심하고 직접 군대를 이끌고 히타이트와의 국경 지대로 원정을 떠났다. 당연히 히타이트 측에서도 이집트군에 맞서 싸웠고, 결국 당대의 세계 최강대국끼리 맞붙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충돌이 바로 ‘카데시 대전’이다. 이 군사적 충돌에서 양측은 서로에 대해 분명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때의 경험 때문인지 이후 양국은 태도를 바꿔 평화협정을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다. 현대의 주요 사례들에서도 그러하듯이 애초에 서로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세력이 엇비슷한 정치체들 사이의 평화협정은 맺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이집트와 히타이트 사이의 평화협정도 마찬가지여서 공식적인 평화협정이 조인되기까지는 ‘카데시 대전’ 이후로도 15년이라는 세월이 더 필요했다. 게다가 히타이트 쪽에서는 무와탈리 2세에서 무르실리 3세로, 그리도 다시 하투실리 3세로 왕도 두 차례나 바뀌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협상 진행 과정에서 양국의 왕비들끼리도 편지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히타이트 쪽에서 보낸 편지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집트 쪽에서 보낸 편지는 점토판의 형태로 하투샤 유적에서 하나가 발견됐다. 이 점토판은 현재 터키 앙카라의 ‘아나톨리아문명박물관’에서 소장 중이다.편지의 발신인은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였다. 네페르타리는 고대 이집트의 여성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인물 중 한 명이다. 그 이외에는 이름이 비슷해서 자주 착각되는 네페르티티(아케나텐의 왕비)나 가장 성공한 여성 파라오인 핫셉수트, 그리고 고대 이집트 문명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같은 여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네페르타리는 비록 람세스가 왕위에 오른 지 26년 만에 세상을 떠났지만, 람세스로부터 진심으로 사랑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람세스는 네페르타리를 위해 이집트에서도 유례가 극히 드문 왕비 개인을 위한 신전을 짓기도 했는데, 아부심벨의 소신전이 바로 그 신전이다. 편지는 무척 우호적인 방식으로 쓰여졌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통해서 히타이트 왕비인 푸두케파가 네페르타리에게 이미 편지를 썼다는 사실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편지의 대략적인 내용은 이렇다. “이집트의 위대한 왕비 네프테라(네페르타리의 히타이트식 표기)가 히타이트의 위대한 왕비 푸두케파에게 보내는 편지. 나의 자매가 안녕하기를. 그대의 나라가 평안하기를. 그대가 나의 건강과 안위를 묻는 편지를 잘 받아 보았습니다. 그대는 우리의 우정을 위해서, 그리고 그대의 형제이기도 한 이집트의 위대한 왕과의 관계를 위해서 편지를 보냈겠지요. 위대한 라(이집트의 신)와 풍우신(히타이트의 신)께서 평화를 가져다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은 위대한 이집트의 왕(람세스 2세)과 위대한 히타이트의 왕(하투실리 3세) 사이의 돈독한 형제애를 영원히 보장해 주실 것입니다….” 이집트에서는 여성들도 사회적 행위 수행자로 분명한 역할을 했다. 여성도 독립된 자기 소유의 재산을 보유할 수 있었으며, 정기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토지도 소유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외교 분야에 여성들이 직접 개입한 것은 예가 흔하지는 않다. 이 편지의 주인공인 네페르타리를 제외하면 람세스 2세의 어머니이자 바로 직전 파라오였던 세티 1세의 왕비 투야 정도의 사례가 유일하다. 반면에 히타이트에서는 왕비가 매우 큰 정치적 입지를 갖고 있어서 여러 정치 이벤트에 왕과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개입하는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세티 1세 시대와 람세스 2세 시대에 이집트 왕비들이 국제정치 무대에 전면적으로 나섰던 것은 어쩌면 당시 가장 중요한 라이벌이었던 히타이트에 대한 이집트 측의 ‘맞춤형 외교전략’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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