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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들이 빛났다…‘성평등 올림픽’ 만든 결정적 순간들 [김정화의 WWW]

    여성들이 빛났다…‘성평등 올림픽’ 만든 결정적 순간들 [김정화의 WWW]

    8일 폐막식을 앞둔 2020 도쿄 올림픽, 재미있게 즐기셨나요.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사상 최초로 1년 연기된 이번 올림픽에선 각종 신기록이 쏟아졌죠. 그중에서도 전세계 여성들의 각종 활약이 두드러졌습니다. 이들은 국가대표 선수로서 각 종목에서 훌륭한 성적을 내는가 하면,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스포츠계 성차별적 관행에 당당히 맞섰습니다. 여성 선수 비율 역대 최고…영국은 女 > 男역사상 여성이 처음 올림픽이 참가할 수 있게된 건 1900년. 당시 전체 선수 997명 중 여성은 22명에 불과했죠. 이번 올림픽은 여성 참가 비율 자체가 49%로 역대 최고였습니다. 18개 종목에서 혼성경기가 도입됐고, 영국 등 일부 국가는 올림픽 출전 선수 중 남성보다 여성이 많았죠. 개막에 앞서 올림픽조직위원회(IOC)는 올림픽에서의 성평등과 공정 등을 보장하기 위한 새로운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방송사에서 성평등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부터 모두가 동등하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대회 일정을 조정하는 것까지 포함됐죠. “성적대상화 반대” 차별 유니폼이 불러온 저항이번 올림픽에선 여성 선수들이 차별적인 유니폼에 스스로 저항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독일 여자 기계체조 대표팀은 수영복 형태의 레오타드 대신 몸통부터 발목 끝까지 이어지는 유니타드 형태의 유니폼을 입어 주목받았죠.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선수들도 비키니 하의 수영복 대신 반바지를 입기로 했고요. 단순히 운동복인데 왜 그렇게 크게 의미 부여하냐고 여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한 옷이 아닙니다. 사회가, 특히 남성이 일반적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니폼에 모두 녹아있다는 점이죠.여성의 초기 올림픽 참가 시기와 비교해볼까요. 여성의 신체 노출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던 이 때만 해도 여성 선수들은 최대한 몸을 가려야 했습니다. 신체가 드러나면 남성 선수들에게 방해가 된다는 이유였죠.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이제는 정반대로 여성들은 자신의 몸을 성적으로 보이게 하는 복장을 입게 됐단 뜻입니다. IOC에는 유니폼에 대한 획일적 규정이 없고, 개별 스포츠의 국제연맹에 따라 다르죠. 하지만 이 단체를 운영하는 이들 상당수가 남자라는 게 문제입니다. 실제 노르웨이 비치핸드볼 선수들은 올림픽에 앞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 대회에서 반바지를 입었다가 유럽비치핸드볼협회 징계위원회로부터 벌금 1500유로의 징계를 받았습니다.하지만 모래 위에서 열리는 경기를 위해 굳이 반바지 대신 비키니를 고집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지 선수들은 묻습니다. 남자 선수는 무릎 위 10㎝ 반바지를 입고 있는데 말이죠. 이후 미 유명 가수 핑크가 선수단의 벌금을 대신 납부하겠다고 밝혀 환호받은 건 이 조치가 얼마나 차별적인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미 뉴욕시 여성스포츠재단의 사라 액셀슨 부회장은 “여성 선수들의 힘과 투지, 그리고 경기력에 비해 너무 자주 그들의 외모에 관심이 가는 건 유감스럽다”며 “선수들이 입는 복장은 지나친 ‘감시’를 가져올 게 아니라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 켄드라 게이지 교수는 “이번 대회는 여자 선수들이 참가 내용과 무관하게, 몸을 통제하는 형태의 유니폼 요건을 바꾸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메달보다 정신 건강” 포기할 줄 아는 용기미국을 넘어 세계 체조의 ‘얼굴’인 시몬 바일스(24)의 올림픽 기권은 어린 여성 선수들이 겪어야 하는 중압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금메달 4관왕을 비롯해 30여개의 세계 대회의 메달 기록을 갖고있는 바일스는 여자 단체전 결선을 시작으로 개인 종목별 결선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목에서 뛰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정신 건강이 이유였죠. 그가 압박을 받은 건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G.O.A.T·Greatest Of All Time)로 불리는 타이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도 있지만, 이번 올림픽은 2018년 체조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성폭력이 알려진 뒤 처음 열린 경기였다는 점 때문입니다. 체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간 바일스 역시 나사르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죠. 바일스는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 “나사르의 성폭력으로부터 살아남은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고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그냥 지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그러니까, 체조계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갖게 되면 어린 여성 선수들을 향한 성폭력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는 거죠. 바일스는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과 경기, 선수 활동은 어렵다. 하지만 여성 선수로 살아가는 건 훨씬 힘들다”며 “모든 사람들이 당신이 몰락하길, 망쳐버리길 바라고 있으니까”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의 대표적 스포츠 매체 마르카는 “바일스의 얼굴이 거의 모든 홍보 광고에 사용되면서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을 벗어나는 건 불가능했다”며 “그는 유명세 자체가 자신을 괴롭히진 않았지만, 정신 건강을 둘러싼 대화를 드디어 나눌 수 있게 된 데 기뻐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상 첫 출전 트랜스젠더 선수, “스포츠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번 올림픽에선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선수들도 주목받았습니다. IOC는 2016년 올림픽 전에 트랜스젠더 선수에 대한 규칙을 변경했는데요, 이번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이들의 출전이 허용된 것이죠. 뉴질랜드의 역도 국가대표 로렐 허버드(43)는 올림픽 사상 첫 트랜스젠더 선수로 기록됐습니다. 여자 87㎏이상급에 출전한 그는 메달은 획득하지 못했지만, 존재만으로 다양성을 증명했죠. 그러면서도 그는 자신이 트랜스젠더의 ‘표상’으로 여겨지는 데 반대했습니다. 그는 “내 출전이 역사적인 것으로 남으면 안된다. 스포츠는 좀 더 개방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한다”며 “이번 경기를 통해 스포츠는 성별, 인종,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허버드가 도쿄에 도착한 이후 줄곧 그를 보호한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도 이를 거들었죠. 케린 스미스 사무총장은 허바드를 “개인적인 사람”이라고 부르며 성소수자로서의 위치가 아닌 경기 실력이 주목받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허바드는 운동 선수다. 그는 이곳에 와서 올림픽 꿈을 펼치고, 야망을 성취하고 싶어한다”고요. 더 많이 보고싶다, 운동하는 소녀들 올림픽은 끝났지만, 성평등 논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역대 최대 여성 참가라는 기록에도 불구하고 철인 10종 경기와 50㎞ 경보 등 남성에게만 열린 종목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숫자가 전부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캐나다 브록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인 미셸 도넬리는 “일부 스포츠에서 남녀의 유니폼에 차이가 있고, 실제 이들이 경기하는 스포츠의 규칙이나 경쟁에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선수가 늘어난 건 중요하지만, IOC 집행위원의 약 3분의 2가 남성인 만큼 여전한 성차별은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진 스포츠를 더 많은 여성이 즐기고, 배울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요. 미 하워드대 부체육부장 겸 여성행정관인 에이미 올슨쿠퍼는 이렇게 말합니다. “소녀들, 여성들이 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접근성과 경제적 지원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소녀들에겐 롤모델이 필요하다. 언론은 더 많은 여성 스포츠 선수를 보여주고, 어린 여성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푹 쉬었다”…유시민, 대선 국면서 유튜브 복귀한다

    “푹 쉬었다”…유시민, 대선 국면서 유튜브 복귀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오는 13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재개한다. 재단 관계자는 “13일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 알릴레오 프로그램을 다시 진행한다”면서 “이전과 같은 도서 비평 형식”이라고 밝혔다. 도서 비평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알릴레오 북스’는 지난 5월 21일 29회가 최근 방송이었다. 약 석 달 만에 방송을 재개하는 것으로, 대선 국면이 본격적으로 무르익는 시점에 진행될 방송에서 여권 친문의 ‘장외’ 핵심인사인 유 이사장이 어떤 정치적 견해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방송은 특정 도서를 정해 비평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지만, 그동안 ‘알릴레오 북스’에서도 유 이사장은 정치적 현안에 대한 견해도 거침없이 밝혀왔다. 재단은 전날 유튜브 계정에 ‘책장을 다시 펼칠 시간, 돌아온 알릴레오 북스’라는 제목의 예고 영상을 올렸다. 유 이사장은 이 영상에서 “푹 좀 쉬었다. 노후생활 예행 연습(을 했다)”이라며 근황을 전했다. 또 앞으로 이어질 방송에서 과학기술과 진화생물확 등의 주제로 교양서를 다루겠다고 말했다.
  • JW중외제약, 맞춤형 혁신 신약 개발

    JW중외제약, 맞춤형 혁신 신약 개발

    JW중외제약은 오랜 기간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며 신약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동 연구와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에도 적극적이다. JW중외제약의 R&D 전략은 치료적 ‘미총족 수요(unmet needs)’가 높은 환자에 특화돼 치료적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맞춰지고 있다. 특히 암, 면역 및 재생의학을 핵심 질환 영역으로 하는 희귀질환·희귀약물 개발은 JW중외제약의 주요 R&D 방향성이다. JW중외제약은 환자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0년대부터 ‘바이오 인포매틱스(Bioinformatics·생물정보학)’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인 ‘클로버(CLOVER)’와 ‘주얼리(JWERLY)’를 구축해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약후보물질로 아토피피부염치료제 ‘JW1601’과 통풍치료제 ‘URC102’가 있다. JW중외제약은 2018년 JW1601을 다국적 제약사 ‘레오파마’에, 2019년에는 URC102를 중국 심시어 그룹에 연달아 기술 수출했다. JW1601은 항염증 효과 중심인 경쟁 개발제품과는 달리 가려움증과 염증을 동시에 억제하고 경구제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의 복용 편의성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신약후보 물질로 평가되고 있다. JW1601은 올해 하반기 글로벌 2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URC102은 통풍 질환에 유효한 신약후보물질로 요산 배출을 촉진시키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URC102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JW중외제약은 자체 플랫폼으로 발굴한 여러 혁신 신약 후보물질의 비임상 시험을 하고 있다. 올해 연구개발 비용도 매출액 대비 10%까지 끌어 올릴 방침이다. 김태곤 서울비즈 기자 kim@seoul.co.kr
  • 숏컷과 반바지, 그게 편하니까요 [김유민의 돋보기]

    숏컷과 반바지, 그게 편하니까요 [김유민의 돋보기]

    미용실을 갈 때마다 “저 숏커트 어울릴까요”라고 물어본다. 배우 틸다 스윈튼처럼 헐렁한 셔츠에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여성이고 싶어서다. 원체 두껍고 반곱슬인 나의 머리카락은 원하는 머리모양이 나오기 힘들다기에 질끈 묶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아주 짧게 머리를 자르고 싶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인 헤어스타일에 사회는 편견을 바른다. 신부에게는 긴 머리가 당연시되고, 나이 든 사람의 화려한 염색은 흉하다는 말을 듣는다. 남성이 머리를 기르면 ‘언제 자르냐’고, 삭발을 하면 ‘무슨 일 있냐’고 묻는다. 올림픽도 예외는 아니다. 도쿄올림픽 양궁에서 금메달 2관왕(혼성·여자 단체전)을 달성한 안산 선수의 SNS 계정에는 찡그린 표정의 이모티콘과 함께 “왜 머리를 자르냐”는 댓글이 달렸다. 안산 선수는 “그게 편하니까요”라고 답했다. 중계 영상에는 ‘숏컷하면 높은 확률로 페미니스트다. 숏커트한 여성은 걸러야 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은 숏컷은 남성만이 할 수 있는 것이고, 숏컷을 한 여성은 페미니스트이며, 페미니스트는 혐오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사실이 아닌 편견으로 너무도 당당하게 낙인을 찍고, 혐오를 한다. 걸러야 할 것은 이것이다.최근 유럽비치핸드볼선수권대회에 출전한 노르웨이 여자 대표팀은 “불필요하게 성적인 느낌을 주고, 무엇보다 불편하다”며 규정이 정한 비키니 팬티 대신 반바지를 입었다. 남성 선수들처럼 반바지로 경기를 하고 싶다는 노르웨이 선수들에게 유럽핸드볼연맹(EHF)은 선수당 150유로씩 1500유로(한화 약 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노르웨이 핸드볼협회와 미국 가수 핑크는 벌금을 대신 내겠다고 밝혔다. 핑크는 “성차별적 유니폼 규정에 항의한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이 자랑스럽다”며 “유럽핸드볼연맹이야말로 성차별에 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내가 기꺼이 당신들의 벌금을 낼 테니 계속 싸워 달라”고 응원했다.비치핸드볼을 비롯해 체조, 수영, 육상 등 노출 많은 경기복을 입는 여성 선수들이 성적 대상화되고 불법촬영 피해를 입은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하반신 노출이 많은 기존 ‘레오타드’ 유니폼 대신 하반신 전체를 덮는 ‘유니타드’를 입고 등장한 독일여자체조 대표팀 엘리자베스 자이츠는 “기존 유니폼을 더는 입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모든 여성,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을 입을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또 “어떤 유니폼을 선택할지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매일매일 바뀔 것이며, 경기 당일 무엇을 입을지는 그날 정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의 말처럼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선보이는데 도움이 되는 경기복을 선택할 수 있기를, 모든 사람들이 하고 싶은 대로 머리를 자르고 편하고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 [씨줄날줄] 유니폼, 우리가 결정하겠다/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유니폼, 우리가 결정하겠다/임병선 논설위원

    2020 도쿄올림픽은 여성 선수의 상품화를 끝내려는 움직임이 큰 물결을 이루는 대회가 될 것 같다. 대회 중계 화면을 송출하는 올림픽방송(OBS)은 여자 선수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일을 없애겠다며 ‘섹스 어필’ 대신 ‘스포츠 어필’이 자리잡게 하겠다고 밝혔다. 야니스 이그재르커스 대표는 27일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등의 장면이 예전에는 가끔 나갔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며 제작 지침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각국 대표 선수들이 앞장서기도 했다. 독일 여자체조 대표팀은 골반 아래까지 드러내곤 했던 레오타드(leotard) 대신 복숭아뼈 위까지 덮는 바지를 입고 경기에 나선다. 사라 보스 선수는 꿈나무들이 올림픽 중계를 보면서 체조가 안전하다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미국 여자체조 대표팀의 주치의 래리 나사르가 200명이 넘는 어린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일삼은 일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은 협회의 규정이나 강요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편안하게 느끼느냐가 잣대가 돼야 한다”며 “모든 여성이 모두가 무엇을 입을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 주길 원했다”고 입을 모았다. 호주 여자농구 대표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입었던 원피스 유니폼으로 돌아갔다. 농구 경기는 특정 신체 부위가 부각되기 어렵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더 편하고 경기하는 데 좋다며 원피스 유니폼을 선택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엇을 입을지 여성이 결정하겠다는 이 흐름에 역행하는 종목도 있다. 대표적으로 올림픽 종목이 아닌 비치핸드볼이 있다. 노르웨이 선수들은 최근 유럽선수권대회에 비키니 하의 대신 반바지를 입고 출전했다가 벌금을 물 위기에 몰렸다. 여자 선수의 하의 길이는 10㎝를 넘지 않게 옭아매는 전근대적인 규정이 있다. 모래밭에서 경기하는데도 흥행을 이유로 눈요기를 강요당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바지가 너무 짧다고 핀잔을 들은 여자 선수도 있다. 다음달 막을 올리는 도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육상 멀리뛰기에 출전하는 영국의 올리비아 브린은 얼마 전 영국선수권에 나섰다가 경기 진행요원으로부터 한 소리 들었다. 그녀는 남자 선수들도 이런 소리를 듣는지 궁금하다고 되물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수영에 일본 대표로 나섰고, 지금은 유니세프에서 일하는 이모토 나오코는 올림픽이 “성별에 관한 한 정말 편파적”이라면서 “많은 매체가 여성을 선수 자체가 아닌 소녀, 아내, 어머니로 묘사한다. 지나치게 미모, 섹시의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꾸짖었다. 올림픽 중계방송 진행자나 해설자들이 새겨들어야 한다.
  • 러 푸틴, ‘정적’ 나발니에 결정적 타격...인터넷 차단으로 활동기반 와해

    러 푸틴, ‘정적’ 나발니에 결정적 타격...인터넷 차단으로 활동기반 와해

    러시아 정부가 26일(현지시간) 감옥에 갇혀 있는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들을 일제히 차단했다.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통신 감독당국인 통신·정보기술·매스컴 감독청(로스콤나드조르)은 이날 “검찰의 요청에 따라 오늘부터 반부패재단, 시민권리보호재단, 나발니본부 등 운영과 관련된 정보 자산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단체들이 지난달 모스크바 법원에서 폐쇄 및 활동금지 명령을 받은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감독청은 반부패재단 등의 인터넷 시스템 등이 극단주의 활동 선전과 유지에 이용돼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9일 모스크바 법원은 나발니가 조직해 운영해온 비정부기구인 반부패재단과 그 후신인 시민권리보호재단,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인 나발니본부 등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반부패재단과 시민권리보호재단에 대해서는 폐쇄 명령을, 나발니본부에는 활동금지 명령을 내렸다. 현지 언론은 반부패재단 등 외에도 나발니의 개인 블로그 navalny.com과 나발니 석방운동 사이트인 free.navalny.com, 나발니의 측근인 레오니크 볼코프와 다른 동료 3명의 개인 사이트 등도 차단됐다고 보도했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나발니와 동료들의 사이트 49개가 막혔다”고 전했다. 이에따라 푸틴 대통령에 맞설 사실상 유일한 야당 지도자인 나발니의 활동조직은 거의 와해됐다.반부패재단은 그동안 러시아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들을 낱낱이 폭로해 왔다. 시민권리보호재단은 2020년 7월 반부패재단의 법적 승계 단체로 등록됐다. 나발니가 2018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며 지역 선거운동본부로 출범시킨 나발니본부는 반부패 탐사와 유력 야권 후보 선거 지원 활동 등을 하는 전국적 사회운동 조직으로 운영돼 왔다. 모스크바 검찰은 “이 단체들이 자유주의 구호를 내걸고 사회·정치 상황 불안정화를 위한 여건 조성 활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법원에서 이 단체들을 극단주의 조직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독극물 중독 증세로 쓰러져 독일에서 치료를 받은 뒤 올해 1월 귀국했다가 곧바로 체포됐다.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은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3년 6개월 징역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 독일 여자 체조 유니폼 눈길 “어린 친구들이 안전하다 느꼈으면”

    독일 여자 체조 유니폼 눈길 “어린 친구들이 안전하다 느꼈으면”

    2020 도쿄올림픽 체조 여자 단체전 예선에 나선 독일 대표팀 선수들의 유니폼이 눈길을 끌고 있다고 영국 BBC가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통 여자 체조 선수들은 골반 근처까지 딱 달라붙는 레오타드(leotard) 차림으로 나선다. 에어로빅, 체조 등을 할 때 착용하는 몸에 꼭 붙는 타이츠로 19세기 프랑스의 곡예사 레오타드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독일 선수들은 이런 관습에 반기를 들어 복숭아뼈 바로 위까지 덮는 긴 바지를 입고 나선다. 물론 이렇게 계속 입어 이 종목이 성적으로 비치는 일을 막겠다고 했다. 몇몇 선수는 연초 유럽선수권대회에 비슷한 차림으로 출전했다. 사라 보스는 자신과 팀 동료들은 어린 친구들이 이 종목을 보면서 안전하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여자체조 대표팀 등에서의 잇단 성적 추문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으로 생각된다. 일부의 움직임에 폴라인 섀퍼베츠, 엘리자베트 사이츠, 킴 부이 등이 함께 해 아래 붉은색 긴 바지에 흰색 상의를 입고 나와 이날 경기에 임했다. 지난주 훈련 도중에도 마찬가지 복장으로 임했는데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인 사이츠는 “편안하게 느끼느냐가 관건”이라며 “우리는 모든 여성이, 모두가 무엇을 입을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길 원했다”고 털어놓았다.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선수들도 비키니 하의 대신 반바지를 입기로 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벌금이었다. 지난 18일 불가리아에서 끝난 유럽비치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반바지를 입었는데 유럽비치핸드볼협회로부터 벌금 1500 유로(약 200만원)를 부과 받았다. 모래밭에서 하는 경기인데도 여자 선수들은 비키니 한 벌을 입어야 한다. 하의 길이는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반면 남자 선수는 무릎 위 10㎝까지 내려온 반바지를 입는다. 노르웨이 핸드볼협회는 여자 선수들의 손을 들어줬다. 협회는 “선수들이 편하게 느끼는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선수들이 유니폼을 선택할 기준이 새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너무 짧은 바지를 입었다고 지적을 들은 여자 선수도 있다. 도쿄패럴림픽 멀리뛰기에 출전하는 올리비아 브린(영국)은 지난 18일 소셜미디에 올린 글에다 “영국선수권대회 관계자로부터 짧은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 더 좋은 기록을 위해 전문 스포츠의류업체가 제작한 바지를 몇년 동안 입고 있었는데 남자들도 이런 비판을 들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24일 “지금은 21세기다. 여자 선수들은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알래스카 외딴 곳서 닷새 가까이 회색곰과 사투, 완전 ‘레버넌트’ 얘기

    알래스카 외딴 곳서 닷새 가까이 회색곰과 사투, 완전 ‘레버넌트’ 얘기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과학자들을 태우고 야생동물들을 살피던 미국 해안경비대 헬리콥터는 우연히 외딴 오두막 지붕에 ‘SOS’와 ‘도와달라(help me)’는 글자가 적힌 것을 발견했다. 한때 금광 지대로 유명했던 연안 도시 놈에서도 64㎞ 떨어진 곳이어서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이었다. 재러드 카바잘 소령은 “당시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지역을 피해 평소 이용하던 항로에서 1.6㎞ 떨어진 곳을 비행하던 중”이어서 이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오두막 지붕 위에 글자가 보였으며 다리에 붕대를 한 남성이 오두막에서 뛰어나와 필사적으로 손을 흔들길래 구조했다”고 밝혔다. 부조종사가 먼저 발견했는데 카바잘 소령은 “한 손을 흔드는 건가, 아니면 두 손을 흔드는 건가“라고 물었고, 부조종사가 “두 손”이라고 답했다. 카바잘은 “그러면 그가 몹시 애타는 상황이란 얘기”라며 착륙을 결정했다고 했다. 50대 후반 아니면 60대 초반으로 보이며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그는 왜 그렇게 절박했을까? 일간 뉴욕 타임스(NYT)가 22일 전한 그의 사연은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영화 ‘레버넌트’ 속편을 제작할 만한 놀라운 얘기였다. 그가 생명의 위협을 느낄만큼 곤경에 처한 것은 덩치 큰 회색곰의 공격 때문이었다. 곰의 습격을 받은 그는 오두막으로 몸을 피했는데 밤마다 곰이 찾아와 집을 부수고 문을 뜯으며 공격을 가해 며칠 동안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날, 그는 곰에게 다리를 물려 강으로 질질 끌려가는 위기를 맞았다. 소지하고 있던 권총으로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곰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다리를 크게 다친 그는 어디로 몸을 피할 수도 없었다. 더 큰 문제는 휴대전화도 없어 주위에 도움을 청할 방법이 전혀 없었던 것. 총알도 얼마 남지 않아 그야말로 시간은 곰의 편인 것 같았다. 해서 그는 오두막 지붕에 도움을 청하는 글자를 새기고 기약 없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렇게 처음 곰의 공격을 받은 지 닷새 가까이 됐을 때 헬리콥터가 상공에 나타난 것이었다. 그는 가슴에 상처가 있었으며 다리를 심하게 다쳤지만 생명에 지장을 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친구들과 놀러 왔다가 지난 12일부터 그곳이 너무 좋아 홀로 남았다고 구조한 이들에게 털어놓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 예술 새싹들의 무대, 2021 전국청소년 예술제 개최

    예술 새싹들의 무대, 2021 전국청소년 예술제 개최

    광주예총이 주최‧주관하는 ‘2021 전국 청소년 예술제’가 대장정에 올랐다. 8월 14일까지 참가신청 접수 후 21일 예선, 29일 본선 영상촬영 후 9월 12일 비대면 본선 및 시상식을 갖는다.참가대상은 전국 초, 중, 고등학생 청소년 개인 및 단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며, 7분이내 MP4 동영상과 참가신청서를 이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모든 종목은 단심제이나 각 부문 1등만 선정 후 본선 영상촬영 후 비대면 동영상 심사 및 시상식이 진행된다. 종목은 국악, 실용무용, 실용음악, 연극 및 뮤지컬 등 4개 분야로, 국악 종목은 판소리‧무용‧기악‧연희(풍물, 난타) 부문 중 선택이 가능하며, 실용무용 종목은 현대무용‧케이팝‧얼반코레오‧스트릿 댄스, 실용음악 종목은 보컬‧밴드‧기악솔로, 연극 및 뮤지컬은 뮤지컬 연기‧ 독백 연기 부문으로 나뉜다. 본선 진출 결과는 8월 23일 광주예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망원동티라미수, 여름 겨냥한 신메뉴 ‘망고코코넛 티라미수’ 출시

    망원동티라미수, 여름 겨냥한 신메뉴 ‘망고코코넛 티라미수’ 출시

    티라미수 맛집으로 널리 알려진 디저트 카페 ‘망원동티라미수’가 여름 제철과일인 망고와 코코넛을 사용한 ‘망고코코넛 티라미수’를 21일 새롭게 선보였다.망원동티라미수는 컵에 담긴 티라미수 메뉴를 시그니처 메뉴로, 오리지널 티라미수를 비롯해 로터스와 오레오 등 친숙하면서 독특한 메뉴를 선보여 사랑을 받고 있는 디저트 카페다. 딸기, 한라봉, 블루베리, 복숭아 등 제철 과일을 사용한 과일 티라미수와 민트초코, 얼그레이, 녹차 티라미수 등 마니아들을 위한 스페셜 메뉴, 커피와 음료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망고코코넛 티라미수는 달콤한 티라미수 제품으로, 진한 망고 마스카포네 크림과 탱글하고 쫀득쫀득하게 씹히는 코코넛의 식감이 특징이다. 코코넛 시럽과 젤리, 망고 크림과 잼, 토핑 등이 티라미수 위에 올라가 있다. 또한 망원동티라미수의 오리지널 티라미수가 리뉴얼 돼 선보였다. 기존 티라미수 제품에서 커피 맛을 보완, 진한 에스프레소의 풍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망원동티라미수 본사 관계자는 “여름에 가장 맛있는 제철 과일인 망고와 코코넛을 사용한 신메뉴로, 식감과 풍미가 좋아 더위에 지친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라며 “앞으로도 제철 과일 등을 사용한 신메뉴를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망원동티라미수는 레트로 콘셉트를 적용한 매장 인테리어와 제품으로 SNS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디저트카페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트렌드로 잡은 ‘홈카페’에 발맞춰 배달 및 포장(테이크아웃) 서비스를 시행, 보다 많은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망원동티라미수에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나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배우 신영숙, 밀라노 뮤지컬 페스티벌 홍보영상 참여

    배우 신영숙, 밀라노 뮤지컬 페스티벌 홍보영상 참여

    뮤지컬 배우 신영숙이 2023년 열릴 밀라노 인터내셔널 뮤지컬 페스티벌 글로벌 홍보 영상에 한국 뮤지컬 배우 대표로 참여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신영숙은 서울 광화문 앞에서 뮤지컬 ‘피핀’의 넘버 ‘매직 투 두’(Magic to do) 솔로 파트를 한국어로 불렀다. 영상 시작 부분에는 페스티벌 이사회 중 한 명인 우피 골드버그가 등장해 “여러 나라의 뛰어난 재능과 현대적 감각이 돋보이는 상업 뮤지컬 작품과 아티스트들을 소개하는 자리”라면서 축제를 설명했다. 이어 신영숙 외에도 미국의 벤 베른·로라 오스네스·제로드 스펙터, 이탈리아의 로렐라 쿠카리니, 필리핀의 레아 살롱가, 두바이의 엘레오노라 바르바치니, 러시아의 아나스타샤 스타야스키나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 12명이 각 나라의 랜드마크에서 각국의 언어로 뮤지컬 페스티벌을 응원했다. 신영숙은 “이 페스티벌 음악감독이자 2015년 그래미어워즈 베스트 뮤지컬 앨범상 수상자인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글로벌 홍보 영상 참여를 제안해 고민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오케이를 외쳤다”면서 “다양한 언어가 들어간 노래 속에 한국어로 한국 뮤지컬을 대표해 노래할 수 있어 큰 영광”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 여풍·한류로 한발 더… ‘칸’며들다

    여풍·한류로 한발 더… ‘칸’며들다

    28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여성 감독 수상탕이 감독 단편 황금종려상 등 女 약진 이병헌,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무대 올라“심사위원장과 성 같아” 농담 던져 웃음심사위원 송강호도 감독상 수상자 호명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 국제영화제에선 여성 영화인의 저력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날 폐막식에서 배우 샤론 스톤과 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스파이크 리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프랑스 여성 감독 쥘리아 뒤쿠르노(37)의 ‘티탄’을 호명했다. 뒤쿠르노 감독은 1993년 ‘피아노’를 연출한 제인 캠피언 감독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은 여성 감독이다. 뒤쿠르노 감독은 이날 자신의 수상에 대해 “이 상을 받은 두 번째 여성이기 때문에 제인 캠피언이 수상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지 많이 생각했다”며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성 수상자가 뒤를 이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티탄’은 어릴 적 자동차 사고로 머리에 티타늄 조각이 남게 된 한 여성이 벌이는 연쇄 살인 사건을 다뤘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심사위원단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됐지만, ‘티탄’은 극단적이고 폭력성이 강해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진지한 토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뒤쿠르노 감독은 “어떤 영화도 완벽할 수 없고, 내 영화가 괴물 같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다양성을 불러내고 괴물을 받아들여 준 심사위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황금종려상 발표는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지만, 올해는 리 심사위원장의 실수로 초반에 발표되면서 김이 빠지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새 영화계에 성평등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제기됐다. 올해 경쟁 부문에서도 후보작 24편 중 여성 감독 작품은 4편뿐이었다. 그러나 경쟁 부문 외 주요 부문 최고상을 여성 감독들이 휩쓸면서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세상의 모든 까마귀들’의 탕이 감독은 단편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움켜쥐었던 주먹 펴기’의 키라 코발렌코 감독은 주목할 만한 시선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무리나’의 안토네타 알라맛 쿠시야노비치 감독은 황금 카메라상을 안았다.이번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한국 장편영화가 초청되지는 못했지만 한국 영화인들이 무대에 올라 아쉬움을 달랬다. 봉 감독이 한국어로 개막을 선포한 데 이어 배우 이병헌(왼쪽)은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폐막식 무대에 올랐다. 시상에 앞서 “올해 영화제는 제게 특별하다”고 운을 뗀 그는 “나의 친구인 봉준호가 개막식에 있었고, 송강호는 심사위원이다. 또 심사위원장인 스파이크 리와는 같은 성을 갖고 있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리 위원장도 눈과 입을 씰룩거리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잡혔다. 이어 이병헌은 노르웨이 영화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의 주연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에게 여우주연상을 전달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활약한 송강호(오른쪽)는 감독상 수상자로 뮤지컬 영화 ‘아네트’를 선보인 프랑스 감독 레오 카락스를 호명했다. ‘퐁네프의 연인들’로 유명한 카락스 감독은 건강 문제로 시상식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 [나우뉴스] 좁은 벽 틈에 끼인 미국 나체 여성, 콘크리트 절단 끝에 구조

    [나우뉴스] 좁은 벽 틈에 끼인 미국 나체 여성, 콘크리트 절단 끝에 구조

    한 여성이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상태로 좁은 벽 안에 끼어 있다 구조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ABC7 등 현지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경 캘리포니아 산타아나의 한 자동차 정비소와 카스테레오 매장 사이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정비소 직원들이 매장 밖으로 나와 살폈을 때, 폭 20㎝의 벽과 벽 사이에서 옷을 입지 않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은 약 30분 가량 여성을 도와 벽 틈 사이에서 꺼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고, 결국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구조작업을 시작했다. 소방대원들도 구조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좁은 벽에서 억지로 끌어냈다가는 여성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최대한 안전하게 구조하는 방법을 찾다가, 결국 벽을 허무는 방식을 선택했다. 오렌지카운티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은 드릴을 이용해 가게 안쪽에서부터 벽의 일부를 도려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구조대원들이 벽에 끼어 있는 여성의 상태를 지켜보며 드릴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애썼다. 일부 구조대원은 불안이 극에 달한 여성을 안심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고,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2간 여 만에 콘크리트 벽의 일부분을 절단한 뒤 여성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구조 직후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카운티 소방당국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도 아직까지 이 여성이 왜 좁은 벽 틈 안에 갇혔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었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티탄’…시상식 중 역대급 ‘스포’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티탄’…시상식 중 역대급 ‘스포’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이 프랑스 공포영화 ‘티탄’(Titane)에 돌아간 가운데,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 스파이크 리 감독이 수상 발표 실수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4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쥘리아 뒤쿠르노(37) 감독의 연쇄살인마에 관한 영화 ‘티탄’이 최고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티탄’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일찌감치 예고가 됐다. 스파이크 리 감독이 폐막식 첫번째 수상 부문이었던 남우주연상 부문의 발표 직전 “첫번째 상(first Prize)을 발표해달라”는 진행자의 불어를 잘못 이해해 그날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의 제목 일부를 언급해버렸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칸 영화제 폐막식에 커다란 스포일러를 투척한 셈. 진행자는 당황했고, 주변의 심사위원들이 그의 입을 막았다. 스파이크 리 감독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들은 후 “영어로(English)”라는 말로 민망함을 드러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이후 스파이크 리 감독은 황금종려상 수상작 발표 때도 또 한 번의 호명 실수를 저질렀다. “63년간 인생을 사는 동안 나는 사람들은 언제나 두번째 기회를 얻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것이 내 두번째 기회”라며 “망쳐버린 것에 대해 사과한다. 내가 많은 이들을 긴장시킨 것으로 아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바로 두번째 실수가 이어졌다. 시상자를 먼저 소개하고 수상작을 발표해야 하는데 시상자가 무대에 올라오기도 전에 우렁찬 목소리로 “황금종려상은…”하고 운을 뗀 것. 객석에서는 “그거 아니다”라고 소리가 나왔고, 다른 심사위원들이 리 감독을 말렸다. 급기야 사회자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서 리 감독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황금종려상 시상을 맡은 미국 배우 샤론 스톤이 무대에 나타나서 짧은 인사말을 끝내자 진행자는 “자 스파이크 위원장님, 이제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무대 한쪽 끝에 마련된 심사위원단 자리에서 단상이 놓인 중간까지 샤론 스톤의 손을 잡고 걸어간 리 감독은 샤론 스톤에게 쪽지를 건네면서 “이 사람은 망치지 않을 거야”라고 말했다. 샤론 스톤은 리 감독을 바라보며 “확실해요? 준비됐어요? 지금 하면 되나요?”라고 물은 뒤 “황금종려상은 티탄!”이라고 외치며 우왕좌왕했던 상황에 마침표를 찍었다.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티탄’은 10년 전에 잃어버린 아들이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호러 영화다. 줄리아 듀코나우 감독은 영화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감독 이후 28년만에 처음으로 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여성 감독이다. 올해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았으며, 앞서 영화 ‘로우’로 2019년 세자르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바 있다. ‘티탄’은 칸 영화제에서 상영된 영화 중 가장 거칠고, 도발적이고, 폭력적인 영화 중 하나라고 AFP 통신은 평가했다. 심사위원대상(그랑프리)은 이란의 거장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웅’과 핀란드의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의 ‘컴파트먼트 넘버6’가 공동 수상했다. 감독상은 ‘아네트’를 연출한 레오 카락스 감독에게, 각본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를 쓴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오에 다카마사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상은 이스라엘 감독 나다브 라피드의 ‘아헤드의 무릎’과 태국 감독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의 ‘메모리아’에 수여됐다. 여우주연상은 ‘더 워스트 퍼슨 인 더 월드’에 출연한 노르웨이 배우 레나트 라인스베에게, 남우주연상은 미국 영화 ‘니트람’에 나온 케일럽 랜드리 존스에게 각각 돌아갔다.
  • [영상] 좁은 벽 틈에 끼인 美 나체 여성, 콘크리트 절단 끝에 구조

    [영상] 좁은 벽 틈에 끼인 美 나체 여성, 콘크리트 절단 끝에 구조

    한 여성이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상태로 좁은 벽 안에 끼어 있다 구조되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ABC7 등 현지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경 캘리포니아 산타아나의 한 자동차 정비소와 카스테레오 매장 사이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정비소 직원들이 매장 밖으로 나와 살폈을 때, 폭 20㎝의 벽과 벽 사이에서 옷을 입지 않은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들은 약 30분 가량 여성을 도와 벽 틈 사이에서 꺼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소용없었고, 결국 소방대원들이 출동해 구조작업을 시작했다. 소방대원들도 구조에 애를 먹기는 마찬가지였다. 좁은 벽에서 억지로 끌어냈다가는 여성이 다칠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최대한 안전하게 구조하는 방법을 찾다가, 결국 벽을 허무는 방식을 선택했다.오렌지카운티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조대원들은 드릴을 이용해 가게 안쪽에서부터 벽의 일부를 도려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구조대원들이 벽에 끼어 있는 여성의 상태를 지켜보며 드릴로 인한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애썼다. 일부 구조대원은 불안이 극에 달한 여성을 안심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대화를 나눴고,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2간 여 만에 콘크리트 벽의 일부분을 절단한 뒤 여성을 안전하게 구조할 수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구조 직후 여성을 병원으로 이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렌지카운티 소방당국은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도 아직까지 이 여성이 왜 좁은 벽 틈 안에 갇혔었는지 알지 못한다. 다만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었고,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전했다.
  • 제자와 茶맹세 아직도 그윽… 민초의 한 머금은 길따라 뚜벅뚜벅

    제자와 茶맹세 아직도 그윽… 민초의 한 머금은 길따라 뚜벅뚜벅

    올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하면서,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극중 ‘강진 선생’으로 불리는 다산(류승룡 분)의 학자적, 철학자적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대 세상을 호령하던 고관대작(형조참의) 자리에 있다가, 머나먼 전남 강진 땅에 유배를 와 묵묵히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정약용의 인품은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극중 비중에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온 다산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간다는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대통령 다산이 추진한다는 ‘실학21’의 바탕이 된 1표2서(‘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저술한 땅, 강진을 다시 돌아보니 그동안 보고 알았던 것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역사상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산은 그야말로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유학자이면서 실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했으며 행정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법학과 법의학을 두루 전공한 법률가였다. 또한 의학과 지리학, 건축학에 통달한 과학자요, 발명가였다. 게다가 언어학자, 아동 교육자, 걸출한 시인에다 차 전문가, 동서양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이론가이기도 했다. 18세기 말 조선은 만사‘다’통이었다. 다산을 거치면 안 될 게 없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처럼. 아, 공교롭게도 다산과 다빈치, 둘 다 이름 첫 자에 ‘다’자가 들어간다. 마침 다빈치도 유배는 아니지만 1516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앙부아즈 궁에서 살며 ‘모나리자’ 등 역작을 남겼다. 그런 다산이 강진에 내려왔다. 조용한 강진에 유배를 오는 바람에 그의 눈부신 업적이 꽃을 피웠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저서와 서간, 일화, 대한민국 차문화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의 유형(流刑)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랐다. 죄의 경중에 맞춰 2000리, 2500리, 3000리 등으로 올려가며 유배를 보내는 거다. 1리가 400m쯤이니 1000리면 한양에서 직선거리로 전남 완도까지도 갈 수 있다. 조선에선 이런 거리가 나올 수 없는 터라 일부러 여러 지역을 거치며 행로를 늘렸다. 세종이 ‘실정에 맞게’ 600, 750, 900리로 조정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돌고도는 유배길을 떠났다. 유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깡시골인 유배지로 한양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산업이 수혈됐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 때 이름난 관직자는 대부분 유배를 다녀왔을 만큼 유배는 ‘일상’이었다. 정조는 창덕궁 부용정에 인공 섬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하들과 시 짓기 내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벌칙으로 인공 섬에 유형을 보내기도 했다. 블루마블 게임에서 ‘무인도’ 같은 의미다. 그만큼 유형은 고급 관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다. 시에 능한 다산이 ‘인공 섬’에 유배를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산을 친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후, 정말 강진 땅으로 기나긴 유형을 떠나게 됐다. 그나마 강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축에 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유형을 가기도, 여행하기도 딱 적당한 거리다. 프로야구의 옛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군 구장을 강진에 뒀는데 당시 1군 선수가 2군에 내려가면 “유배간다”고 자조했다. 당시 몇몇 선수들은 강진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하며 다산의 후예가 됐다.다산이 처음 도착한 곳이 강진읍의 사의재다. 다산의 인품을 알아본 주막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의 호의로 여기서 4년간 생활했다. 다산은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생각과 외모, 말, 움직임을 네(四) 가지 덕목으로 삼아 마땅히(宜) 바로잡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의 일기에 따르면 1803년 겨울의 일이다. 초가 주막이던 본래 사의재 건물은 사라졌지만 2007년 강진군청은 이를 복원해 한옥체험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남도 강진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의재는 아욱국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다행히 유배지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는 ‘위리안치’는 아니었다. ‘강진 선생’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 제자 이청의 집 등을 전전하다 47세이던 1808년 봄에 귤동리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의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 윤단과 윤규로의 선처 덕분이었다.(해남 윤씨 윤선도는 무려 25년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유배의 왕’이다.) 다산은 산정 초당을 고쳐 다산초당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윤규로의 네 아들과 조카 둘을 가르쳤다. 다산은 18년 유배 기간 중 다산초당에서 약 11년을 머물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저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권에 달한다. 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는 철학, 법제, 종교, 악경, 의술, 천문, 측량, 건축 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애초의 초당은 무너지고 1958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가 현재 초당을 다시 지었다. 다만 원래 초당 건물이 아니라 목조 기와건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초당 뒤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글자 ‘丁石’(정석)이 새겨져 있으며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에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초당 왼쪽에는 작은 연지가 있다. 초당에 관어재(觀魚齋)란 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봐, 연지에 잉어를 키웠을 것으로 유추된다.초당 뒤 가파른 길은 만덕산 백련사로 이어진다. 꿀럭꿀럭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사색의 길’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만남이 이뤄진 길이다. 다산은 차와 바다를 찾아 백련사로 향했고 혜장은 스승과 책을 찾아 초당을 오갔다. 유배 와 제자를 가르치며 산중칩거하던 다산이 다른 철학(불교)을 통해 학식과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대의 학승 혜장 덕분일 수도 있다. 산중 차향은 그렇게 피어나 학문으로 승화됐다.다산은 강진의 아름다운 산(만덕산, 월출산)과 강(탐진강), 바다(강진만) 등 자연을 사랑했다. 특히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백운동 원림과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를 각별히 좋아했다. 월출산의 남쪽 월남(베트남이 아니다) 마을에 이르면 다산의 차를 재배했던 다원이 나온다. 전남 최대 가람이었던 월남사지 앞에 차를 재배하며 제다(製茶)해온 다부 이한영 가문의 생가 다향산방과 다원, 전통차문화원이자 시음장이 함께 있다. 이한영의 선조는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이다. 1830년 해배 후 광주(현 경기 남양주)로 올라간 다산은 제자 중 막내인 이시헌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잘 받았다. 고맙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오직 떡차(餠茶)만 의지하고 있는데 다시 곡우가 되었으니 차를 또 보내 달라”고 했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거칠었다. 반드시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곱게 빻아야 한다. 알아들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목민심서’를 집필한 ‘강직한 공직자’ 다산이었지만 제자에게는 단호하게 차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자와 맺은 다신계(茶信契)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더라도, 제자들은 매년 공부한 글과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시헌은 이 약속을 평생 지켰다. 약속은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전해졌고 마지막으로 이를 지킨 사람이 이한영이다. 평생 차를 위해 살아온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 차로 바뀌어 유통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우리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로,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뜻이다. 그는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한국 전통차의 맥을 이었고,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다시 1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 이현정 전통차문화원장에 이르고 있다. 다산이 즐기던 차가 바로 백운옥판차다. 사제 간의 다신계가 정녕 200여년 지속된 셈이다.생가 옆에는 백운동 원림(園林)이 있다.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 원림이다. 이곳에도 다산의 흔적이 있다. 다산은 평소에도 백운동 원림을 찾았고 1812년에는 초의선사와 함께 백운동 12경을 방문한 후 각각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시(백운동 12승사)를 남겼다. 여기에 초의선사가 그린 그림(백운동도)을 묶은 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홍옥폭,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 정선대, 운당원 등 백운동 12경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람사르 협약 생태습지로 유명한 남포 습지에도 다산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 물길이 만나는 남포마을은 제주, 완도 등 섬과 육지의 교역 중심지로 예부터 번성했는데 다산초당 만덕산에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 다산의 행차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포마을의 옛 이름은 갈대밭이란 뜻의 갈밭마을. “강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포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강진만의 색다른 정취는 그 포구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 등장하는 문구다. 다산은 이곳에서 탐관오리들이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세하기 위해 죽은 이와 갓난아이까지 군적(軍籍)에 올리는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의 횡포를 부렸다. 도저히 군포를 감당할 수 없어 이에 항의하던 한 백성은 “아이를 낳은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 거세하기에 이르렀다. 다산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시아버지는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 호소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크게 포효하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간 방에 피가 흥건하고/ 남편은 스스로 아이 낳은 죄를 한탄하네’ ‘애절양’ 시구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남포호 전망대에 선명히 적혀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3282만㎡(813만평)에 이른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한 에코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급 정보와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덕인지, 강진에는 특이한 맥주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인구 3만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신기하게도 술집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를 팔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심지어 생맥주 체인점에서도 버드와이저를 주문하면 따로 내올 정도다. 20여년 전 강진에는 주류를 공급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고급제품이었던 버드와이저 마케팅을 펼쳤는데, 뜻밖에 이게 먹혀들어 누구나 버드와이저를 즐겨찾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진은 전남에서도 주류소비량이 높은 편이라 주류회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지였다. 이런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버드와이저가 국산 맥주보다 좋다는 이미지를 남겼고 마침내 ‘군민 맥주’로 인정받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싱가폴 슬링’을 찾아 마시듯 무더운 여름날 강진에 간다면 시원한 버드와이저 한 잔 마셔 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다산이 18년이나 살며 많은 흔적을 남긴 강진 땅. 농가체험숙박 ‘푸소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체험, 청정 생태 여행 1번지로 변모한 이 청잣빛 푸른 땅에 스스로 ‘아름다운 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역병으로 우울한 이 여름, 참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강진 여행 체크리스트 무엇을 볼까 이한영전통차문화원은 이현정 원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백운옥판차 등 다양한 전통차 시음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남사지 잔디밭에 앉아 다식을 들며 차 소풍을 즐길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선 민중의 삶을 그대로 녹인 민화를 통해 조상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층에선 성문화를 표현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만날 수 있다.뭘 먹을까 은행나무는 한정식 미향(味鄕) 강진에서도 이름난 한정식집이다. 반찬 그릇 위에 또 그릇이 올라가는 ‘강진한정식이층탑’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해물과 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음식의 면면이 훌륭해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토종닭과 전복, 문어를 넣고 끓인 회춘탕(해천탕)도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설성식당은 한 상 가득 돼지불고기 백반상을 받는 집이다. 조선 중후기 육군 사령부가 있던 병영면에 돼지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불맛 가득한 양념 돼지고기는 물론 각종 곁들임 찬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1인 1만원꼴로 값도 저렴하다.
  • 목축이던 주막선 군민맥주 캬~ 다산 걷던 동백숲서 시름 털털

    목축이던 주막선 군민맥주 캬~ 다산 걷던 동백숲서 시름 털털

    올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하면서,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극중 ‘강진 선생’으로 불리는 다산(류승룡 분)의 학자적, 철학자적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대 세상을 호령하던 고관대작(형조참의) 자리에 있다가, 머나먼 전남 강진 땅에 유배를 와 묵묵히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정약용의 인품은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극중 비중에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온 다산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간다는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대통령 다산이 추진한다는 ‘실학21’의 바탕이 된 1표2서(‘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저술한 땅, 강진을 다시 돌아보니 그동안 보고 알았던 것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역사상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산은 그야말로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유학자이면서 실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했으며 행정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법학과 법의학을 두루 전공한 법률가였다. 또한 의학과 지리학, 건축학에 통달한 과학자요, 발명가였다. 게다가 언어학자, 아동 교육자, 걸출한 시인에다 차 전문가, 동서양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이론가이기도 했다. 18세기 말 조선은 만사‘다’통이었다. 다산을 거치면 안 될 게 없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처럼. 아, 공교롭게도 다산과 다빈치, 둘 다 이름 첫 자에 ‘다’자가 들어간다. 마침 다빈치도 유배는 아니지만 1516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앙부아즈 궁에서 살며 ‘모나리자’ 등 역작을 남겼다. 그런 다산이 강진에 내려왔다. 조용한 강진에 유배를 오는 바람에 그의 눈부신 업적이 꽃을 피웠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저서와 서간, 일화, 대한민국 차문화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의 유형(流刑)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랐다. 죄의 경중에 맞춰 2000리, 2500리, 3000리 등으로 올려가며 유배를 보내는 거다. 1리가 400m쯤이니 1000리면 한양에서 직선거리로 전남 완도까지도 갈 수 있다. 조선에선 이런 거리가 나올 수 없는 터라 일부러 여러 지역을 거치며 행로를 늘렸다. 세종이 ‘실정에 맞게’ 600, 750, 900리로 조정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돌고도는 유배길을 떠났다. 유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깡시골인 유배지로 한양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산업이 수혈됐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 때 이름난 관직자는 대부분 유배를 다녀왔을 만큼 유배는 ‘일상’이었다. 정조는 창덕궁 부용정에 인공 섬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하들과 시 짓기 내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벌칙으로 인공 섬에 유형을 보내기도 했다. 블루마블 게임에서 ‘무인도’ 같은 의미다. 그만큼 유형은 고급 관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다. 시에 능한 다산이 ‘인공 섬’에 유배를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산을 친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후, 정말 강진 땅으로 기나긴 유형을 떠나게 됐다. 그나마 강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축에 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유형을 가기도, 여행하기도 딱 적당한 거리다. 프로야구의 옛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군 구장을 강진에 뒀는데 당시 1군 선수가 2군에 내려가면 “유배간다”고 자조했다. 당시 몇몇 선수들은 강진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하며 다산의 후예가 됐다.다산이 처음 도착한 곳이 강진읍의 사의재다. 다산의 인품을 알아본 주막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의 호의로 여기서 4년간 생활했다. 다산은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생각과 외모, 말, 움직임을 네(四) 가지 덕목으로 삼아 마땅히(宜) 바로잡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의 일기에 따르면 1803년 겨울의 일이다. 초가 주막이던 본래 사의재 건물은 사라졌지만 2007년 강진군청은 이를 복원해 한옥체험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남도 강진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의재는 아욱국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다행히 유배지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는 ‘위리안치’는 아니었다. ‘강진 선생’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 제자 이청의 집 등을 전전하다 47세이던 1808년 봄에 귤동리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의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 윤단과 윤규로의 선처 덕분이었다.(해남 윤씨 윤선도는 무려 25년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유배의 왕’이다.) 다산은 산정 초당을 고쳐 다산초당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윤규로의 네 아들과 조카 둘을 가르쳤다. 다산은 18년 유배 기간 중 다산초당에서 약 11년을 머물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저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권에 달한다. 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는 철학, 법제, 종교, 악경, 의술, 천문, 측량, 건축 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애초의 초당은 무너지고 1958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가 현재 초당을 다시 지었다. 다만 원래 초당 건물이 아니라 목조 기와건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초당 뒤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글자 ‘丁石’(정석)이 새겨져 있으며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에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초당 왼쪽에는 작은 연지가 있다. 초당에 관어재(觀魚齋)란 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봐, 연지에 잉어를 키웠을 것으로 유추된다.초당 뒤 가파른 길은 만덕산 백련사로 이어진다. 꿀럭꿀럭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사색의 길’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만남이 이뤄진 길이다. 다산은 차와 바다를 찾아 백련사로 향했고 혜장은 스승과 책을 찾아 초당을 오갔다. 유배 와 제자를 가르치며 산중칩거하던 다산이 다른 철학(불교)을 통해 학식과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대의 학승 혜장 덕분일 수도 있다. 산중 차향은 그렇게 피어나 학문으로 승화됐다.다산은 강진의 아름다운 산(만덕산, 월출산)과 강(탐진강), 바다(강진만) 등 자연을 사랑했다. 특히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백운동 원림과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를 각별히 좋아했다. 월출산의 남쪽 월남(베트남이 아니다) 마을에 이르면 다산의 차를 재배했던 다원이 나온다. 전남 최대 가람이었던 월남사지 앞에 차를 재배하며 제다(製茶)해온 다부 이한영 가문의 생가 다향산방과 다원, 전통차문화원이자 시음장이 함께 있다. 이한영의 선조는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이다. 1830년 해배 후 광주(현 경기 남양주)로 올라간 다산은 제자 중 막내인 이시헌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잘 받았다. 고맙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오직 떡차(餠茶)만 의지하고 있는데 다시 곡우가 되었으니 차를 또 보내 달라”고 했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거칠었다. 반드시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곱게 빻아야 한다. 알아들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목민심서’를 집필한 ‘강직한 공직자’ 다산이었지만 제자에게는 단호하게 차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자와 맺은 다신계(茶信契)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더라도, 제자들은 매년 공부한 글과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시헌은 이 약속을 평생 지켰다. 약속은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전해졌고 마지막으로 이를 지킨 사람이 이한영이다. 평생 차를 위해 살아온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 차로 바뀌어 유통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우리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로,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뜻이다. 그는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한국 전통차의 맥을 이었고,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다시 1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 이현정 전통차문화원장에 이르고 있다. 다산이 즐기던 차가 바로 백운옥판차다. 사제 간의 다신계가 정녕 200여년 지속된 셈이다.생가 옆에는 백운동 원림(園林)이 있다.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 원림이다. 이곳에도 다산의 흔적이 있다. 다산은 평소에도 백운동 원림을 찾았고 1812년에는 초의선사와 함께 백운동 12경을 방문한 후 각각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시(백운동 12승사)를 남겼다. 여기에 초의선사가 그린 그림(백운동도)을 묶은 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홍옥폭,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 정선대, 운당원 등 백운동 12경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람사르 협약 생태습지로 유명한 남포 습지에도 다산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 물길이 만나는 남포마을은 제주, 완도 등 섬과 육지의 교역 중심지로 예부터 번성했는데 다산초당 만덕산에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 다산의 행차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포마을의 옛 이름은 갈대밭이란 뜻의 갈밭마을. “강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포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강진만의 색다른 정취는 그 포구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 등장하는 문구다. 다산은 이곳에서 탐관오리들이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세하기 위해 죽은 이와 갓난아이까지 군적(軍籍)에 올리는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의 횡포를 부렸다. 도저히 군포를 감당할 수 없어 이에 항의하던 한 백성은 “아이를 낳은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 거세하기에 이르렀다. 다산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시아버지는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 호소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크게 포효하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간 방에 피가 흥건하고/ 남편은 스스로 아이 낳은 죄를 한탄하네’ ‘애절양’ 시구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남포호 전망대에 선명히 적혀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3282만㎡(813만평)에 이른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한 에코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급 정보와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덕인지, 강진에는 특이한 맥주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인구 3만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신기하게도 술집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를 팔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심지어 생맥주 체인점에서도 버드와이저를 주문하면 따로 내올 정도다. 20여년 전 강진에는 주류를 공급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고급제품이었던 버드와이저 마케팅을 펼쳤는데, 뜻밖에 이게 먹혀들어 누구나 버드와이저를 즐겨찾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진은 전남에서도 주류소비량이 높은 편이라 주류회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지였다. 이런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버드와이저가 국산 맥주보다 좋다는 이미지를 남겼고 마침내 ‘군민 맥주’로 인정받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싱가폴 슬링’을 찾아 마시듯 무더운 여름날 강진에 간다면 시원한 버드와이저 한 잔 마셔 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다산이 18년이나 살며 많은 흔적을 남긴 강진 땅. 농가체험숙박 ‘푸소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체험, 청정 생태 여행 1번지로 변모한 이 청잣빛 푸른 땅에 스스로 ‘아름다운 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역병으로 우울한 이 여름, 참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강진 여행 체크리스트 무엇을 볼까 이한영전통차문화원은 이현정 원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백운옥판차 등 다양한 전통차 시음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남사지 잔디밭에 앉아 다식을 들며 차 소풍을 즐길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선 민중의 삶을 그대로 녹인 민화를 통해 조상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층에선 성문화를 표현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만날 수 있다.뭘 먹을까 은행나무는 한정식 미향(味鄕) 강진에서도 이름난 한정식집이다. 반찬 그릇 위에 또 그릇이 올라가는 ‘강진한정식이층탑’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해물과 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음식의 면면이 훌륭해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토종닭과 전복, 문어를 넣고 끓인 회춘탕(해천탕)도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설성식당은 한 상 가득 돼지불고기 백반상을 받는 집이다. 조선 중후기 육군 사령부가 있던 병영면에 돼지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불맛 가득한 양념 돼지고기는 물론 각종 곁들임 찬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1인 1만원꼴로 값도 저렴하다.
  • 미술관인 듯, 키즈타운인 듯… 동탄맘 설레는 롯백이 온다

    미술관인 듯, 키즈타운인 듯… 동탄맘 설레는 롯백이 온다

    “백화점 문센(문화센터)이 가장 고팠죠.” 12일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롯데백화점 동탄점 인근에서 만난 주부 김모(38)씨는 “이사 온 지 3년 차인데 집 근처에 백화점이 없어 늘 서울이나 판교, 수원 롯데를 다녔다”면서 “크기나 외관 디자인만 봐도 설렌다”며 동탄점 오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롯데쇼핑이 다음달 20일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출점한다.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규 개점으로 롯데쇼핑의 35번째 백화점이다. ‘경기 최대 규모’(지하 6층~지상 8층·연면적 24만 5986㎡·축구장 약 34개 크기)로 조성되는 동탄점은 영유아 자녀를 둔 3040 고소득층 젊은 부부, 그중에서도 소비 수준이 높은 ‘동탄맘’을 정조준하고 있다.출점 42일을 앞둔 이날 동탄점 현장은 외부 마감과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두형 쇼핑몰 구간을 지나 백화점 건물로 들어서자 천장 채광창으로 자연광이 쏟아져 내렸다. 현장 관계자는 “건물 안에 갑갑함을 없애기 위해 최대 층높이를 18m로 설계했다”면서 “외관뿐만 아니라 동탄맘이 머물고 싶은 백화점을 만들고자 파격적인 공간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동탄신도시는 인접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동탄 테크노밸리와 동탄 IT 단지 등 대기업과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고학력·고수입의 3040대 전문직 부부가 인구 다수(전체 동탄신도시 인구 가운데 49.3%)를 차지한다. 사람 수도 많고 출산율도 높다. 동탄신도시는 지난 6월 기준 인근 광교 신도시 대비 5배 많은 37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성남 분당(48만명)과 견줄 만한 규모다. 출산율은 1.39명으로 경기도 평균(1.07명)보다 높다. 인구 증가율은 157.8%로 10년간 증가율 1위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영유아 자녀를 둔 여성이 모인 동탄맘 온라인 카페(동탄맘들모여라·동탄두맘 등)의 회원 수 규모는 약 38만명으로 국내 최고의 ‘화력’을 자랑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 밖에도 동탄 인근 10㎞ 이내 경제 인구가 126만명에 이른다”면서 “많은 2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자리잡은 데 비해 동탄신도시는 대규모 업무지구와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활발한 인구 유입을 보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동탄점은 이 같은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롯데답지 않은 파격적인 공간 구성을 시도했다. 공간 낭비 없이 매장을 채워 넣었던 기존의 롯데백화점과 달리 동탄점은 여유가 있는 공간 활용으로 승부를 띄웠다. 문화센터와 교육시설 규모는 기존 점포의 2~3배로 꾸몄고, 식품관 규모도 기존 백화점의 2배로 키웠다. 실제 롯데 동탄점의 식품관 규모는 1만 8512㎡(약 5600평)로, 기존 국내 최대 백화점 식품관(1만 3223㎡·약 4000평)인 현대백화점 판교점보다 면적이 크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떠오르는 식음료(F&B) 브랜드 100여개가 들어선다. 콘셉트로는 ‘스테이플렉스’(stay+complex)를 내걸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지향점인 ‘머물다’와 쇼핑몰의 합성어로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완벽한 여가를 즐기며 머무를 수 있는 복합 공간을 제안하겠다는 구상이다.특히 롯데쇼핑은 ‘동탄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진행하는 등 타깃층의 니즈에 맞춘 체험형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애초 6월 오픈에서 준비 기간을 두 달 늘린 것도 ‘완성도 있는 점포를 선보여야 한다’는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의 강력한 주문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롯데쇼핑은 이 기간 문화시설 확충과 럭셔리관 브랜드 유치에 힘을 쏟았다. 이를 통해 동탄점에서는 영어 키즈 교육기관인 세서미 스트리트, 프리미엄 키즈 카페, 전국 최대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랩(문화센터), 264㎡(약 80평) 규모의 베이비라운지 등을 선보인다. 백화점 3층으로 연결되는 외부 공간에는 대형 정원 ‘더 테라스’를 조성한다. 이 공간은 동탄맘 등의 의견을 청취해 콘셉트를 3번이나 변경했다. 경쟁사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도 1층에 입점시켰다.점포 전체는 미술관처럼 조성했다. 층마다 아트 디렉터를 각각 두고 영국의 현대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을 비롯해 해외 유명 작가의 그림, 조형물, 아트웍 등을 선보인다. 개점과 동시에 ‘레오나드로 다빈치’ 회고전과 ‘온라인 갤러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럭셔리관도 3040 고객층이 선호하는 신명품 브랜드 약 30여개로 채웠다. 백화점 내부가 아닌 1층 바깥쪽으로 매장을 배치해 개방감을 극대화한 럭셔리 관은 1만 2800㎡(약 3900평) 규모로 꾸몄다. 메종마르지엘라, 로에베, 발렌시아가, 버버리, 생로랑, 토즈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몽클레어는 기존 성인 라인에 키즈 라인을 겸비한 매장을 선보인다. 아동 인구가 많고 소득 수준이 높은 동탄맘을 겨냥한 구성이다. 또 3040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마시모두띠가 국내 백화점 가운데 처음으로 입점한다. 다만 백화점 흥행을 결정짓는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입점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롯데백화점 가운데 3대 명품을 모두 갖춘 곳은 잠실점뿐이다. 롯데는 동탄점 성공으로 백화점 업계 1위의 명성을 굳힌다는 각오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국내 점유율 36%로 백화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주요 지점의 실적 감소세가 관찰됐다.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는 “가장 젊고 구매력이 높은 지역인 동탄 상권 맞춤형 백화점으로 동탄점을 꾸몄다”면서 “교통을 포함해 여러 입지 조건이 우수한 만큼 동탄점을 경기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 미술관인 듯, 키즈타운인 듯... 동탄맘 설레는 롯백이 온다

    미술관인 듯, 키즈타운인 듯... 동탄맘 설레는 롯백이 온다

    “백화점 문센(문화센터)이 가장 고팠죠.” 12일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롯데백화점 동탄점 인근에서 만난 주부 김모(38)씨는 “이사 온 지 3년 차인데 집 근처에 백화점이 없어 늘 서울이나 판교, 수원 롯데를 다녔다”면서 “크기나 외관 디자인만 봐도 설렌다”며 동탄점 오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롯데쇼핑이 다음달 20일 롯데백화점 동탄점을 출점한다. 2014년 수원점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규 개점으로 롯데쇼핑의 35번째 백화점이다. ‘경기 최대 규모’(지하 6층~지상 8층·연면적 24만 5986㎡·축구장 약 34개 크기)로 조성되는 동탄점은 영유아 자녀를 둔 3040 고소득층 젊은 부부, 그중에서도 소비 수준이 높은 ‘동탄맘’을 정조준하고 있다. 출점 42일을 앞둔 이날 동탄점 현장은 외부 마감과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가두형 쇼핑몰 구간을 지나 백화점 건물로 들어서자 천장 채광창으로 자연광이 쏟아져 내렸다. 현장 관계자는 “건물 안에 갑갑함을 없애기 위해 최대 층높이를 18m로 설계했다”면서 “외관뿐만 아니라 동탄맘이 머물고 싶은 백화점을 만들고자 파격적인 공간을 구성했다”고 소개했다.동탄신도시는 인접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동탄 테크노밸리와 동탄 IT 단지 등 대기업과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고학력·고수입의 3040대 전문직 부부가 인구 다수(전체 동탄신도시 인구 가운데 49.3%)를 차지한다. 사람 수도 많고 출산율도 높다. 동탄신도시는 지난 6월 기준 인근 광교 신도시 대비 5배 많은 37만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성남 분당(48만명)과 견줄 만한 규모다. 출산율은 1.39명으로 경기도 평균(1.07명)보다 높다. 인구 증가율은 157.8%로 10년간 증가율 1위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영유아 자녀를 둔 여성이 모인 동탄맘 온라인 카페(동탄맘들모여라·동탄두맘 등)의 회원 수 규모는 약 38만명으로 국내 최고의 ‘화력’을 자랑한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 밖에도 동탄 인근 10㎞ 이내 경제 인구가 126만명에 이른다”면서 “많은 2기 신도시가 베드타운으로 자리잡은 데 비해 동탄신도시는 대규모 업무지구와 산업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활발한 인구 유입을 보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탄점은 이 같은 상권의 특성을 고려해 롯데답지 않은 파격적인 공간 구성을 시도했다. 공간 낭비 없이 매장을 채워 넣었던 기존의 롯데백화점과 달리 동탄점은 여유가 있는 공간 활용으로 승부를 띄웠다. 문화센터와 교육시설 규모는 기존 점포의 2~3배로 꾸몄고, 식품관 규모도 기존 백화점의 2배로 키웠다. 실제 롯데 동탄점의 식품관 규모는 1만 8512㎡(약 5600평)로, 기존 국내 최대 백화점 식품관(1만 3223㎡·약 4000평)인 현대백화점 판교점보다 면적이 크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떠오르는 식음료(F&B) 브랜드 100여개가 들어선다. 콘셉트로는 ‘스테이플렉스’(stay+complex)를 내걸었다. 오프라인 매장의 지향점인 ‘머물다’와 쇼핑몰의 합성어로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고객이 완벽한 여가를 즐기며 머무를 수 있는 복합 공간을 제안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롯데쇼핑은 ‘동탄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포커스그룹인터뷰(FGI)를 진행하는 등 타깃층의 니즈에 맞춘 체험형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애초 6월 오픈에서 준비 기간을 2달 늘린 것도 ‘완성도 있는 점포를 선보여야 한다’는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의 강력한 주문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롯데쇼핑은 이 기간 문화시설 확충과 럭셔리관 브랜드 유치에 힘을 쏟았다. 이를 통해 동탄점에서는 영어 키즈 교육기관인 세서미 스트리트, 프리미엄 키즈 카페, 전국 최대 규모의 라이프스타일 랩(문화센터), 264㎡(약 80평) 규모의 베이비라운지 등을 선보인다. 백화점 3층으로 연결되는 외부 공간에는 대형 정원 ‘더 테라스’를 조성한다. 이 공간은 동탄맘 등의 의견을 청취해 콘셉트를 3번이나 변경했다. 경쟁사인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도 1층에 입점시켰다.점포 전체는 미술관처럼 조성했다. 층마다 아트 디렉터를 각각 두고 영국의 현대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그림을 비롯해 해외 유명 작가의 그림, 조형물, 아트웍 등을 선보인다. 개점과 동시에 ‘레오나드로 다빈치 회고전과 ‘온라인 갤러리’도 선보일 예정이다. 럭셔리관도 3040 고객층이 선호하는 신명품 브랜드 약 30여개로 채웠다. 백화점 내부가 아닌 1층 바깥쪽으로 매장을 배치해 개방감을 극대화한 럭셔리 관은 1만 2800㎡(약 3900평) 규모로 꾸몄다. 메종마르지엘라, 로에베, 발렌시아가, 버버리, 생로랑, 토즈 등이 들어설 예정이며 몽클레어는 기존 성인 라인에 키즈 라인을 겸비한 매장을 선보인다. 아동 인구가 많고 소득 수준이 높은 동탄맘을 겨냥한 구성이다. 또 3040대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은 마시모두띠가 국내 백화점 가운데 처음으로 입점한다. 다만 백화점 흥행을 결정짓는 3대 명품 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입점은 확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롯데백화점 가운데 3대 명품을 모두 갖춘 곳은 잠실점뿐이다. 롯데는 동탄점 성공으로 백화점 업계 1위의 명성을 굳힌다는 각오다. 현재 롯데백화점은 국내 점유율 36%로 백화점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주요 지점의 실적 감소세가 관찰됐다. 황범석 롯데백화점 대표는 “가장 젊고 구매력이 높은 지역인 동탄 상권 맞춤형 백화점으로 동탄점을 꾸몄다”면서 “교통을 포함해 여러 입지 조건이 우수한 만큼 동탄점을 경기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백화점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 70년 동안 단종법 유지했던 美 캘리포니아주, 피해자에 배상 결의

    1909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장애인, 범죄자 등을 대상으로 불임수술을 강제할 수 있는 단종법이 제정됐다. 우생학에 기반한 이 악법이 1979년 폐지될 때까지 약 2만명이 캘리포니아주에서 국가에 의해 강제불임 수술을 받았다. 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감옥이나 보호시설에 있는 여성을 상대로 강제불임 수술이 이뤄졌다.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이제야 강제불임 수술을 당했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원 예산을 편성하고, 아직 생존한 600명에 대한 배상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는 희생자를 찾아 1명당 2만 5000달러(약 2860만원)씩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이민자, 유색인종, 장애인, 전과자 등 소외계층들로 이들은 이르면 10대 시절에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다. 불임수술은 이후 희생자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15세 때 보호시설에 수용돼 강제 불임수술을 받았던 레오나르드 비셀(88)은 이후 아기를 낳을 수 없었고, 두 딸을 입양해서 키웠다. 그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수술을 받을 때 너무 아팠는데, 의사가 닥치라고 했다”면서 “이후 삶 동안 나는 아무 쓸모없는 사람이란 생각과 싸워야 했다”고 했다. 현재 워싱턴주 셀라에 사는 그는 캘리포니아주의 제안에 따라 배상금을 신청할 예정인데, 각종 행정절차를 밟아 돈을 수령하는데 2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세기 초 미국에선 우생학이 성행했고, 32개주에서 단종법을 설치했다. 우생학은 그에 기반한 독일 나치의 반인륜적 행태가 폭로된 뒤 지지기반을 잃었지만, 단종법에 따라 신체가 손상된 이들은 평생 그로 인한 고통을 받아야 했다. 캘리포니아주에 앞서 버지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불임수술이라는 이 당시 국가가 저지른 폭력을 배상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희생자가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해 배상 과정에서 어려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에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200만 달러를 주의 범죄피해자지원이사회에 기부, 피해 배상 과정에서의 소외를 줄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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