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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크게이트 정보 숨긴 건 실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보도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초래했던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리크게이트’와 관련한 자신의 처신이 잘못됐다는 회사의 비판에 대해 잘못을 시인했다. 우드워드 WP 편집부국장은 21일 저녁(현지시간) CNN의 래리 킹 라이브쇼에 나와 “레오나르도 다우니 편집국장에게 리크게이트와 관련해 들은 정보를 말했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그는 “(특별검사의) 소환을 피하기 위해 말하지 않았으며, 그것은 실수였다.”고 말했다.우드워드는 중앙정보국(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분을 리크게이트의 다른 관련자들보다 먼저인 2003년 6월쯤 정부 고위관리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를 지난달에 와서야 밝혔다. WP의 옴부즈맨(내부 감시 책임자)인 데보라 하우얼은 일요판에서 우드워드가 회사에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은 ‘중대 과실’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또 회사에 보고하지 않은 채 CNN과 공영 라디오(NPR)에 출연, 진상을 공개한 것은 또다른 실수라고 비판했다. 하우얼은 “우드워드가 비록 유명하고 돈많은 언론인이라 해도 모든 사원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사규를 따라야 한다.”며 “그는 자기 편한 대로 회사를 들락날락하면서 권력 막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다룬 자신의 베스트셀러를 집필하는 데만 몰두했다.”고 혹평했다.dawn@seoul.co.kr
  • “발레유학 벨로루시로 오세요”

    |민스크(벨로루시) 박상숙특파원| “우리나라는 세계 수준의 음악대학원과 국립발레학교가 있습니다. 이곳에 많은 한국 학생들을 유치하고 싶습니다.”체르노빌 원전참사의 최대 피해지로 알려진 벨로루시는 이제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 한국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정립하고자 노력 중이다. 최근 벨로루시 수도 민스크 중심에 위치한 집무실에서 만난 레오니트 굴리아카 문화부 장관은 예술·교육분야에서 한국과 교류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며 이같이 운을 뗐다. 1992년 정식 외교관계를 맺은 뒤 양국의 교역은 날로 증가해왔지만 국가적 인지도는 여전히 낮다.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 문화 교류가 가장 주효하다. 몇년 전부터 벨로루시 국립발레단의 내한공연이 지방을 중심으로 열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한다. 벨로루시 국립발레단은 러시아 볼쇼이, 키로프 발레단과 더불어 구 소련 3대 발레단으로 통한다.얼마 전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김수진씨가 이 발레단에 정식 오디션을 거쳐 최초로 입단, 화제가 되기도 했다.또한 올해 7월 한국의 포천시와 벨로루시의 모길로프시가 자매결연을 맺어 양국 사이의 거리가 점차 좁혀지고 있다. 벨로루시 국립발레단은 올 연말 처음으로 서울 공연을 연다. 그는 발레단의 인지도가 낮은 데 대해 “그동안 홍보에 소극적이었다.”면서 “이번 서울 공연 때는 많은 정보를 담은 책자와 팸플릿을 싸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벨로루시 국립발레대학 졸업생의 80∼90%가 발레단에 입단하며,15년 동안 40개국에서 순회공연을 펼쳐 호평을 받은 베테랑팀”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는 숱한 외침의 대상이 되었던 역사적 경험과 전쟁을 딛고 발전을 이룬 것, 온화한 성품의 민족성을 두 나라의 공통점으로 들면서 문화교류 사업에 대해 낙관했다.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벨로루시 정부의 지원을 묻는 질문에 가장 반색했는데 “헌법으로 이 분야에 대한 지원이 명시돼 있다.”며 “민스크시 안에 있는 정규 극장 9개를 모두 국가에서 운영한다. 입장료의 75%를 국가에서 지원하므로 양질의 공연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국영 정규 극장은 전국에 28개가 산재해 있으며, 개인 소유의 극장이라도 해외예술제에 나가 상을 받으면 국가가 반드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년 전 체조협회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한국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문했다는 그는 “한국의 전통 석탑, 도자기, 불상 등을 보고 느꼈던 감동을 여전히 지니고 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alex@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사랑의 추억(KBS1 밤 12시) 프랑스 영화계의 새 물결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오른 프랑수아 오종은 요절한 독일 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의 부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기, 특히 근친상간이나, 성 정체성, 관음증 등 성(性)과 관련된 터부 소재를 과감하게 영상으로 옮기고, 사랑을 권력 관계로 풀이하며, 인간의 도착적인 욕망과 파괴적인 충동을 다루는 점에서 영화계의 이단아 파스빈더의 작품 성향과 비교된다. 오종은 파스빈더의 연극을 각색,‘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1999)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오종이 드라마적인 요소를 도입해 변신을 시도했던 첫 영화로 여겨지고 있다.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여성의 혼란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도입부 20여분 동안 대사가 거의 없는 점이 독특하다. 파리 대학 교수인 마리아(샬롯 램플링)는 남편 장(브루노 크레메)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이들 부부는 해변으로 휴가를 떠나는데, 바닷가에서 수영을 즐기던 장이 돌아오지 않는다. 마리아는 혼자 휴가에서 돌아오지만, 집에서 장을 만나 다시 일상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주위의 반응이 이상하다. 장의 신용카드는 정지됐고, 친구들은 남자를 소개해 주겠다고 나선다. 마리아에게는 장이 보이는데, 주변 사람들은 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 와중에 장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경찰의 전화가 걸려오는데….2000년작.87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오케스트라의 소녀(EBS 오후 1시50분) 대공황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던 1930년대 후반의 미국을 배경으로, 아버지와 딸이 희망을 잃지 않고 아름답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담은 음악 영화다. 리처드 버튼이 열연했던 종교영화 ‘성의’(1953)로 유명한 헨리 코스터가 연출했다. 당시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였던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가 실명으로 직접 출연해 필라델피아 관현악단을 지휘한다. 실직한 트롬본 연주자 존(아돌프 멘주)은 딸 패트리샤(디에나 더빈)와 가난하게 살고 있다. 저명한 지휘자 스토코프스키를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당한다. 집으로 돌아온 존이 집주인에게 밀린 방세를 건네자, 주변 사람들은 그가 스토코프스키 악단에 들어간 것으로 오해, 축하 인사를 한다. 사랑스러운 딸마저 기뻐하자 취직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 존. 하지만 아버지를 쫓아 리허설을 보러간 패트리샤는 취직했다는 것이 사실이 아니고, 방세도 극장에서 지갑을 주워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패트리샤는 아버지 취직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데….1937년작.84분.
  • 미의 역사/움베르토 에코 지음

    미의 역사/움베르토 에코 지음

    미(美)의 역사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현학적이거나 페이지마다 빽빽이 담긴 미술작품 사진에 압도돼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덮어버리기 일쑤다. 오랜 역사를 지닌 미의 세계를, 우리가 잘 아는 명작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찾는다면 훨씬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가이자 영향력있는 사상가로 손꼽히는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이현경 옮김, 열린책들 펴냄)는 이같은 고민에서 출발한 책인 것 같다. 미술(또는 문학이나 음악)의 역사가 아니라, 수천년 동안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으로 지각했던 것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이것은 예술작품일 수 있지만 우리 삶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 초상화와 조각, 항아리뿐 아니라 건축과 가구, 기계, 만화 등도 미의 대상이다. 저자는 미의 관념이 고대의 입상에서부터 기계시대의 미학에 이르는 동안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한다. 이를 위해 회화·조각·건축뿐 아니라 영화·뉴미디어에 이르기까지 넉넉하고 화려한 삽화들이 등장한다. 또 문학과 철학, 예술가들의 자전적 증언을 담은 텍스트가 곁들여져 미에 대한 시각과 사고의 변화를 압축해 보여준다. 밀로의 ‘비너스’에서부터 앤디 워홀의 ‘메릴린’까지, 플라톤의 ‘국가’에서부터 바르트의 ‘현대의 신화들’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을 탐구한 예술가·사상가들이 총동원된다. 플라톤과 토머스 아퀴나스,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마누엘 칸트, 존 키츠, 아르튀르 랭보, 롤랑 바르트 등이 에코의 충실한 조언자로 등장한다. 그 결과, 아름다움이란 결코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의 세계는 감동적이고 매혹적인 여행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러나 저자는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 모든 것들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미의 본질도 보여주지 않는다. 공통적인 규칙이나 속성의 발견은 독자에게 맡기는 셈이다. 대신 고대부터 현대까지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에 대한 광대한 파노라마를 모두 보여주려고 한다. 미의 통일성이 아니라 차이에 집중하면서,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기원전부터 오늘날까지 ‘옷을 벗은 비너스와 아도니스’,‘옷을 입은 비너스와 아도니스’가 각각 존재하며, 마리아와 예수, 왕, 여왕 등의 시대별 비교는 흥미롭다. 저자는 단지 미적인 것을 역사적 흐름에 따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문화사적 관점에서 하나의 미적 관념이 지배하던 시대에서도 다른 미적인 이상들이 공존했으며, 그 이념들은 사회 변동과 계급간 갈등, 새로운 사실과 가치의 발견에 따라 성장하고 쇠락하는 경쟁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준다. 에코 특유의 해석이 가미된 것. 이를 통해 시대적 맥락 속 예술을 재발견한다. 중세 ‘암흑의 시대’를 오히려 빛에 대한 동경이 충만한 시대로, 기원전부터 존재해온 괴물을 필수적인 미의 요소로 해석한 것이나, 귀부인의 세속적인 사랑과 관능미, 현대 미디어·소비의 미에 대한 생생한 해석도 놓칠 수 없는 이 책의 묘미다.3만 9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2005독일오픈 남자복식] “올 3관왕이오”

    한국 남자탁구의 새로운 ‘찰떡콤비’ 오상은(28·KT&G·세계랭킹 6위)-이정우(21·농심삼다수·22위)조가 올 오픈대회 3관왕에 우뚝 섰다. 오상은-이정우조는 14일 새벽 독일의 마그데부르크에서 열린 2005독일오픈 남자복식 결승에서 홍콩의 렁추안(34위)-청육(39위)조에 4-1(3-11 11-5 11-4 11-5 11-9) 역전승을 거두며 짜릿한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로써 오상은-이정우조는 6월 칠레오픈과 7월 US오픈에 이어 오픈대회 3관왕에 올라서며 ‘환상의 복식조’임을 한껏 뽐냈다. 오-이 조는 오른손 펜홀더(렁추안)-왼손 셰이크핸드(청육) 조합의 홍콩을 맞아 고전 끝에 첫 세트를 내줬다. 렁추안의 짧은 리턴에 이은 청육의 마무리 공격에 속절없이 당한 것. 하지만 오른손 셰이크핸드 오상은과 왼손 펜홀더 이정우의 ‘시너지’가 발휘되면서 2세트를 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오상은이 테이블에 바짝 붙어 빠르게 처리해 주고, 이정우가 드라이브로 마무리하면서 주도권을 빼앗아 온 것. 이후 오-이조는 3∼5세트를 내리 따내 역전드라마를 마무리지었다. ‘유남규의 분신’ 이정우는 그동안 유승민과 콤비를 이뤘고,‘국내최강’ 오상은은 김택수와 주로 호흡을 맞췄지만 올 여름부터 둘은 새로운 짝꿍으로 ‘한 배’를 탔다. 이후 이들은 출전한 5개대회 가운데 3개대회를 석권했고, 재팬오픈과 아시아선수권 3위에 입상해 내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의 금빛 전망을 밝게 했다. 한편 여자복식 결승에 올랐던 수비 콤비 김경아(대한항공·세계6위)-김복래(KRA·37위)조는 홍콩의 티에야나(10위)-장루이(18위)조에 1-4로 발목 잡혀 준우승에 그쳤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책꽂이]

    |실용경제|●지학(止學)(마수추안 편저, 김호림 옮김, 김영사 펴냄)현명한 처세와 지혜로운 인생경영을 위한 입신서. 나아갈 때와 멈출 때를 아는 자만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1만 4900원.●스마일데이즈(스즈키 도모코 지음, 서현아 옮김, 명진출판 펴냄)즐겁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담은 입신서. 하루에 3번 웃을 수 있다는 행복한 인생 얘기.8900원.●경영의 최전선을 가다(경제경영저자들의 모임 엮음, 리더스북 펴냄)비즈니스 분야의 최신 이슈와 트렌드를 담은 경영서. 국내 전문가 37명이 유비쿼터스, 나노기술 등 문화적인 최신 트렌드들이 경영의 세계에 어떻게 접목되는지 보여줌.3만원.●최고의 협상(로이 J·레워키지음, 김성형 옮김, 스마트비즈니스 펴냄)상대방과의 협상에서 이길 수 있는 협상전략서. 정부, 기업 등이 협상테이블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제시한다.2만 1000원.|유아·아동|●좋아좋아 이솝(동화사랑연구소 글·구연, 동화사랑 펴냄) 전문 동화구연가들의 음성으로 듣는 이솝이야기.‘여우와 두루미’‘서울쥐와 시골쥐’‘토끼와 거북이’ 등 이솝우화 22편이 이야기책 1권과 구연CD에 함께 담겼다.7세까지.1만 5000원.●어디 갔다 왔니?(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레오 딜런·다이앤 딜런 그림, 우순교 옮김, 논장 펴냄) “○○야, 어디 갔다 왔니?”로 시작되는 물음이 반복되는 그림책 여러 동물들이 번갈아 주인공으로 등장해 다양한 동물세 계를 이야기한다.5세까지.9500원.|초등·청소년|●장다리 1학년 땅꼬마 2학년(후루타 다루히 글, 나카야마 마사미 그림, 신미원 옮김, 산하 펴냄) 또래보다 키가 작은 아이와, 키 큰 아이가 참된 우정을 키워가는 이야기. 성장기의 터널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이 동화는 1970년 일본에서 발간된 이후 200쇄까지 찍혀나온 베스트셀러. 초등3년 이상.9000원.●지구둘레를 잰 도서관 사서(캐스린 래스키 글, 케빈 호크스 그림, 임후성 옮김, 미래M&B 펴냄)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수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 일대기를 보여주는 ‘인문 그림책’. 지구둘레를 재는 기본과정, 용어해설 등이 어우러져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인문학에 친해질 수 있을 듯. 초등생.1만원.
  • [주말탐방] 모기와의 전쟁

    [주말탐방] 모기와의 전쟁

    길이 0.5㎜에 체중 3㎎의 가녀린 몸매. 하지만 1억년전 중생대부터 지금까지 세찬 변화를 이겨낸 생태계의 강자다. 주인공은 바로 모기다. 모기를 가리키는 한자어인 ‘문(蚊)’에 ‘글월 문(文)’자가 들어간 까닭은, 모기가 웽웽거리는 소리로 사람을 물기 전 경고를 하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췄다는 뜻이라고 한다. 어느덧 한겨울에도 일상의 동반자로 다가오는 모기. 싫지만 집과 사무실, 지하철에서 마주쳐야 하는 모기를 들여다보면 그리 멀리할 일도 아니다. 그녀의 삶에 관해 살펴 본다. “웅∼엥∼엥.”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선수촌에 사는 회사원 이성현씨는 지난 1일 모기 한 마리 때문에 밤새 뒤척였다. 이씨는 “성내천이 가까운 곳에 있어서인지 유독 모기가 많다.”면서 “8층인데도 모기가 어떻게 올라왔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한국존슨 김대훈 연구원은 10월말 제주도에 출장갔다가 바깥에서 모기에 물렸다. 명색이 모기 전문가인데 가을에 실내에서 물리기는 했으나 바깥에서는 처음이다. 김 연구원은 “날씨가 추워지면 모기는 활동하지 않는데 워낙 남쪽이라 온도가 따뜻해 모기가 활개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기가 찬바람이 불면 알아서 물러난다는 속설과는 달리 철모르고 버티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계속되고 건물 난방시설이 잘 갖춰지면서 모기들이 실내로 몰리고 있는 탓이다. 급기야 지방자치단체들마저 ‘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박멸작전에 들어갈 정도다. ●체감 숫자는 확 늘어 서울의 경우 밖에서 채집된 모기의 개체수는 뚝 떨어진 반면 ‘집모기’는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른바 일상에서 만나는 모기는 ‘빨간 집모기’와 그 변종인 ‘지하 집모기’이다. 서울시가 시내 10곳의 보건소 바깥에 모기유인장치(유문)를 설치한 뒤 채집한 모기수는 1999년 1만 4700마리에서 2005년 1170마리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10월 한달 동안 25개 구청에 접수된 모기관련 민원건수는 459건으로 지난해(465건)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박민수 보건정책과장은 “전체적으로는 줄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바깥에서 측정한 모기일뿐 실내 모기에 대한 민원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웬만해서는 모기관련 민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미뤄 보면 상당히 많은 수치”라고 말했다. 최근 진해의 매립지에서 극성을 부리는 깔따구떼(모기의 일종)를 보면 시도때도 없는 모기의 왕성한 번식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모기약 판매량을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신세계 이마트 전국 100여개 매장의 모기약 판매량은 지난해에 비해 9월 14.1%,10월 14.3%나 늘었다. 인터넷 쇼핑몰인 옥션 역시 지난달 모기약 판매량이 두배나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11월에는 모기용품을 매장에서 대부분 철수시키는데 올해에는 꾸준히 팔리고 있어 모기관련 용품을 계속 진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18℃ 넘으면 흡혈활동 겨울이 다가오는 데도 이처럼 모기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도심 의 열섬현상과 지구 온난화, 건물 난방시설의 구비 등으로 인해 서식환경이 따뜻해진 것이 꼽힌다. 모기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체온이 외부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기온이 높을수록 체온이 올라가면 대사활동이 활발해지고 성장·번식도 빨라지는 셈이다. 원칙적으로 모기가 활동하는 ‘마지노선’격의 온도는 14도. 모기의 흡혈활동은 18도 이상부터 시작된다. 겨울철 실내온도가 20도 안팎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모기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바깥이 추워지면서 실내에 모여드는 모기도 많아져 그로 인한 불쾌지수도 높아지게 된다. 한국위생곤충연구회 이동규 회장(고신대 보건환경학부 교수)는 “아파트에서 보이는 모기는 중앙난방식인 경우 지하 보일러실, 중앙난방이 아니면 지하 정화조에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면서 “겨울철 월동모기는 에너지가 없어 대사하지 않고 견디다 죽는 게 정상이지만 요즘에는 그 공식이 깨졌다.”고 말했다. ●유충 박멸이 더 효과적 이런 가운데 바빠진 곳은 모기 방역을 하고 있는 일선 구청. 그동안 흰 연기를 내뿜어 모기를 죽이는 연막소독을 했지만, 최근에는 연막소독이 주민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는 권고에 따라 장구벌레(유충) 제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모기의 활동반경이 대개 1㎞로 어차피 태어난 곳에서 맴도는 것이라면, 성충이 되기 전에 화근을 모두 없애자는 것이다. 모기 경계령 1순위로 꼽히는 곳은 바로 지하 정화조이다. 지하공간이 원래 따뜻한데다 정화조 물질이 부패하면서 추가로 열이 발생케 된다. 습기가 많고 따뜻한 곳에 사는 장구벌레에게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국립보건원 이원자 팀장은 “모기 성충은 장구벌레 발생장소의 수천배 이상의 면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모기 유충을 없애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면서 “장구벌레는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발견하기 쉬운데다 많이 모여 있어 박멸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모기를 잡거나 약을 뿌릴라치면 날아가지만 장구벌레는 가만히 있는 특성상 70배나 높은 박멸효과를 거두게 된다. ●겨울 소독 늘리기로 서울시는 올해 겨울 방역소독 비율을 15%에서 20%로 늘려잡고, 장구벌레의 제거도 50%까지 늘리는 고육책을 짜내고 있다. 광진구는 내년 3월까지를 모기 박멸기간으로 선포했을 정도다. 양천구는 전염병관리법상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서 방역을 하게 되어있지만, 모기가 자주 출현하는 30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 140단지(1만 5352가구)에 대해서도 방역을 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도 이같은 현상으로 지금까지 10월까지만 하던 모기 밀도조사를 이번에 처음 11월 중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질병관리본부 신이현 연구관은 “높은 온도가 지속된다면 한겨울에도 순간적이나마 모기가 들끓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모기 서식환경이 좋아지는 만큼 조만간 모니터링 결과를 분석해 모기의 생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영 서재희기자 carilips@seoul.co.kr ■ 모기 퇴치법 모기 때문에 잠을 설쳤다면 모기를 보고 칼을 빼어든다는 ‘견문발검(見蚊拔劍)’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다. 가정집에서 모기를 줄이려면 모기가 좋아할 만한 환경을 없애는 게 급선무이다. 새끼모기인 장구벌레가 물이 있는 곳에서 살기 때문에 주택가 주변의 웅덩이, 플라스틱 생수병이나 빈 깡통의 고인물, 드럼통, 폐타이어, 꽃병, 빈 항아리 등에 물이 고여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비 온 뒤 웅덩이의 고인 물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모기는 2㎜의 구멍일지라도 자기 몸을 최대한 움츠려 비집고 들어오기 때문에 창문에 설치한 방충망에 구멍이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또 방충망과 벽이 만나는 곳의 틈도 모기가 애용하는 출입구다. 이 경우 실리콘을 이용해 틈새를 단단히 막고 주변에 모기약을 뿌려둔다. 모기는 출입문에 붙어서 쉬다가 문을 열 때 들어오므로 출입문에 모기약을 뿌려도 좋다. 보일러실이 있다면 폐수탱크 안에 있는 물은 모기의 산란장소가 된다. 따라서 폐수탱크의 물을 주기적으로 배수시키거나 모기의 천적인 미꾸라지 한두마리를 약간의 먹이와 함게 넣어두면 해결된다. 등산하면서 몰려드는 모기를 쫓기 위해 팔을 휘저으면 냄새를 더욱 증가시켜 모기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기피제를 바르는 게 낫다. 모기는 땀냄새, 발냄새, 스킨 등 화장품 냄새, 술 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자는 것이 필수다. 창문을 활짝 열고 모기향을 피우면 별반 소용이 없다. 바람 따라 모기향도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잠자기 두시간 전 창을 닫고 미리 모기향을 피운 다음 잠잘 때는 덥더라도 창을 닫아놓는 게 효과적이다. 특히 24시간 전자모기향을 켜놓는 집이 많은데 낮은 농도라도 장시간 노출되면 두통, 현기증 등의 증세를 일으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더구나 날씨가 추워지면 여름보다 환기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모기에 대한 진실과 오해 ●모든 모기가 흡혈귀? 아니다. 암컷만 피를 빤다. 암컷은 수컷과 교미한 뒤 알을 성숙시키기 위해서 단백질을 필요로 한다. 보통 자기 몸무게의 2∼3배에 해당되는 3∼10㎎의 피를 뱃속에 채운다. 모기의 배 안에는 안쪽에 여분의 주름이 있어 한번에 많은 피를 저장할 수 있다. 피를 배불리 먹을수록 낳는 알의 숫자도 많아진다. 수컷은 과일이나 나뭇잎의 진액을 먹고사는 ‘초식 곤충’이다. 더군다나 수컷은 더듬이에 털이 많아서 사람의 피부를 뚫을 만큼 주둥이가 발달되지 못했다. ●물기 전 피부에 마취? 아니다. 보통 모기에 물리는 순간 아픔을 느끼지 못하다 나중에 가려워지는 건 모기가 마취성분을 피부에 미리 바르기 때문이라는 건 속설일 뿐이다. 모기가 피를 빨아들일 때에는 6개의 침돌기를 사용한다. 직경이 20∼60㎛에 불과하다. 이 정도 굵기는 피부를 뚫을 때 여간해서 신경을 건드리지 않아 침돌기가 들어오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또 모기의 침은 피를 빨기 전 사람 몸 안으로 들어간다. 이때 말라리아·뇌염·황열병 등 모기 매개 전염병이 옮겨질 수 있다. 모기에 물린후 가려워지는 것은 이같은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이다. ●내성이 생겼다? 아니다. 물론 살충제를 뿌리고 뿌려도 모기가 죽지 않는 경우가 있다. 살충제를 오랫동안 써왔기 때문에 모기가 내성이 생겨 강해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살충제의 주성분이 되는 피레스로이드계가 쓰인 것은 1950년대부터. 한국존슨 김대훈 연구원은 “모기가 내성이 생기려면 최소한 100년이 지나 유전자 자체가 변형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살충제에 대해 내성이 생겼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설명했다. 인체에 해롭지 않도록 약효를 약화시킨 탓이라고나 할까. ●웅∼소리의 정체는? 성충인 모기는 성충이 된 지 1∼2일 내에 교미를 시작한다. 수컷이 밤에 수백마리씩 떼를 지어 3m 내외의 공중에서 정지비행을 하면서 암컷을 유혹한다. 그러면 암컷은 무리속에 들어와 교미를 위해 자신이 선택되길 기다린다.1초당 250∼500번의 날갯짓에서 나오는 비행음은 종(種)에 따라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은 비행음을 듣고 같은 종인지 감지한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모기의 힘 “모기가 파나마 운하 건설을 중단시켰다니.” 모기는 제국주의 시대 서양 사람들에게 무서운 존재였다. 미국의 경우 17세기 아프리카에서 2000만명의 노예가 들어오면서 숲모기도 함께 들어왔다. 모기로 인한 대표적 피해사례는 1881년 시작된 프랑스의 파나마운하 건설 중단사태다. 당시 건설 노동자들은 대부분 오두막에 거주했는데, 이들은 모기가 전염병의 매개라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방충망을 설치하지 않았다. 그 결과 모기들은 오두막에서 노동자의 피를 마음껏 빨아먹기 시작했다. 결국 말라리아로 1200여명이 죽은 뒤 공사는 1884년 중단됐다. 이 사업에 돈을 댔던 수만명의 투자자들은 30억달러 상당을 날렸다. 이후 미국은 1904년 이 공사를 인수한 뒤 가까스로 공사를 끝냈다. 기원전 4세기 유럽·아시아·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얼굴) 대왕은 자신이 정복한 영토에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 등 70여개의 도시를 세웠다. 하지만 이처럼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던 알렉산더 대왕은 어이없게도 33세의 나이에 모기에 물려 죽으면서 원대한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더 대왕의 사망 후 대제국은 분열됐다. 칭기즈칸이 서유럽 점령을 포기하고, 나폴레옹의 군대가 이탈리아에서 패한 원인도 말라리아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콜럼버스는 모기만 있는 곳을 발견했다고 해서 ‘모기 제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클레오파트라가 눈화장을 짙게 한 이유는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기를 내쫓기 위해서라는 속설도 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식도락 여행/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기원전 44년 쇠락하고 있던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로마군대의 카이사르 장군을 몰래 초청해 향연을 베푼다. 이때 카이사르는 여러 음식중 속을 넣은 구운 꿩고기 요리를 먹으며 “달콤한 속이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군요.”라고 찬사를 보낸다. 이때 클레오파트라는 다음과 같이 말하며 카이사르에게 도움을 청한다.“기막힌 배합(꿩고기와 속) 아닙니까?서양의 힘이 동방의 정교함과 조화되어 있지요. 로마군대와 이집트의 부가 힘을 모은다면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제국보다 더 큰, 헤라클레스의 기둥에서 인도까지 이르는 제국을 세울 수 있습니다.” 요리도 이처럼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담은 게 적지 않다.‘식도락 여행’(한스 페터 폰 페슈케·베르너 펠트만 지음, 이기숙 옮김, 이마고 펴냄)은 역사속 인물들의 요리를 통해 읽는 식탁 위의 서양문화사다. 트로이영웅들의 야전 만찬,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을 위한 간편식, 메디치가의 결혼 피로연 등 세계사의 주요 장면과 인물들을 엄선하여 실제 그 당시 먹었던 150가지 요리들을 현대적 방법으로 되살려 냈다. 각 요리법 앞에 당대의 정신과 사회, 문화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이야기로 꾸며놓아 시대에 따른 음식의 변천과 인간 미각의 변화 과정도 한 눈에 볼 수 있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수사에 숨은 과학적 원리

    [선생님이 쓰는 신나는 과학] 수사에 숨은 과학적 원리

    형사 개인의 직감에 의한 주먹구구식 탐문수사가 아니라, 첨단 과학기법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과학수사의 현장을 보여 주는 TV 프로그램이 최근 등장했다. 지난달 26일 처음으로 방영된 MBC ‘현장기록 형사’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과거에 벌어졌던 사건을 재연하는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첫회 ‘길 위의 죽음’에서는 지난해 태풍 ‘메기’가 강타했을 당시 새벽 기도를 가던 70대 할머니가 당한 뺑소니 사건을 되짚어 봤다. 당시 현장에는 아무런 단서도 남아 있지 않았고, 목격자의 진술로 범행 차량이 흰색 승용차라는 정도만 드러난 상태였다. 그러나 형사들은 뺑소니범들이 반드시 차량 수리를 통해 증거를 없애려 한다는 심리를 고려해 끈질긴 수사 끝에 범인을 검거하게 된다. 이 사건 수사에 숨은 과학적 원리를 살펴 보자. ●과학을 알면 범죄가 보인다 교통사고가 나면 운전자는 조건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된다. 이 과정에서 타이어와 도로면의 마찰에 의해 ‘스키드마크’라고 불리는 흔적이 남는다. 스키드마크를 분석하면 사고 차량의 종류와 급제동하기 직전의 속도, 충돌지점, 주행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태풍으로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는 스키드마크가 생기지 않는다. 비로 인해 도로에 수막이 생겨 마찰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잔유물이나 흔적도 비에 씻겨나가 현장에는 아무런 단서가 남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용의자의 진술과 차 유리창의 파손 상태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카센터 주인이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 자동차와 충돌한 사람의 움직임은 자동차의 종류와 속도, 사람의 신장 등에 따라 달라진다.(그림1)예컨대 사람의 무게 중심이 충돌 지점보다 높으면 충돌 후 자동차 쪽으로 쓰러지게 된다. 이때 사람이 앞 유리창에 부딪힐 경우 유리창이 파손되면서 자체 탄성에 의해 벌어진 틈 사이로 머리카락이나 살점 등이 낄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승용차 앞부분이 할머니의 다리 부위를 쳤다. 이에 할머니는 자동차 쪽으로 쓰러져 머리를 유리창에 부딪힌 것이다. 카센터 주인은 사고 당시의 유리창을 그대로 보관했으며, 경찰은 틈 사이에 낀 할머니의 머리카락을 발견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정을 의뢰했다. 이처럼 머리카락이나 혈흔, 타액, 정액, 땀, 모발, 살점 등 신체조직의 일부가 발견되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범인이나 피해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숨길 수 없는 증거,DNA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유전정보를 지닌 DNA는 당, 인산, 염기가 하나로 결합한 ‘뉴클레오타이드´가 새끼줄 같이 이중나선 구조로 이어진 것이다.DNA를 이루는 염기에는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시토신(C) 등 4가지가 있다.(그림2) DNA에는 개인차를 나타내는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를 구성하는 유전자를 ‘유전자마커’라고 부른다. 유전자마커의 특성을 분석한 뒤 이를 나타낸 각각의 DNA형을 ‘DNA 프로필’이라 하며, 이것이 바로 개인을 식별하는 표지가 된다. DNA형 검사를 하려면 먼저 증거물에서 DNA를 분리, 정제해야 한다. 이어 DNA에서 필요한 부분만 선택해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기법’에 의해 증폭시킨 뒤 표준대립 유전자마커와 비교해 유전자형을 확인하게 된다. 예컨대 살인사건이 발생, 피해자 상의에 다른 사람의 혈흔이 묻어 있고 용의자가 2명이라고 치자. 이 경우 용의자들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혈흔과 일치하는 DNA형을 가진 사람이 범인임을 알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사건에서는 차량에서 발견된 머리카락과 할머니가 사고 당시 끼고 있던 귀고리에 묻은 혈흔이 동일한 DNA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의 경우 13종의 유전자마커를 선정, 유전자 자료은행에서 식별프로그램으로 사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유전자 자료은행이 설치되지는 않았으나 다양한 DNA형 검사를 수사에 활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형사들의 수사는 발로 이뤄지지만, 범죄를 입증하는 과정에는 각종 과학적인 원리들이 활용되고 있으니 TV 프로그램을 통해 재미와 지식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한문정 서울 숙명여고 교사
  • “지나친 평등·반기업정서가 성장 막아”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의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다.”(아우구스토 로페즈 카를로스 세계경제포럼 수석경제학자) “정부는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시장기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소스텐 레오 벡 세계은행 선임연구원) “지나친 평등주의에 입각한 반기업·반투자 정서는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알란 팀블릭 인베스트 코리아 단장) 산업연구원(KIET)과 국무조정실 주최로 27일 서울 반포동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2005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은 이처럼 우리나라에 ‘쓰지만 약이 되는’ 조언을 내놓았다. 이날 세계 석학들이 제시한 한국의 국가경쟁력 제고 방안으로는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기능 활성화가 우선적으로 꼽혔다.●“규제완화 통해 시장기능 활성화해야” 카를로스 세계경제포럼(WEF) 수석경제학자는 “한국의 경쟁력은 현재 효율주도형 단계에서 혁신주도형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면서 “혁신주도형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공공제도 부문(현재 42위), 계약 및 법률 부문(41위), 부패관련 부문(52위)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공공부문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정부의 규제완화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벡 세계은행 선임연구원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시장기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진입 제한 및 이자율 상한 폐지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은행 민영화, 금융감독 기능 강화, 예금자 보호 등을 위한 제도 정비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지나친 보호 등 노사관계와 반기업 정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코트라(KOTRA)의 투자유치 전담조직인 ‘인베스트 코리아’의 팀블릭 단장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려고 노력을 해왔지만 지나친 평등주의에 입각한 반기업적 정서나 반투자 정서가 지나치게 심해 경제 성장을 막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정부 개입보다 시장기능 원활하게” 피터 테우리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정규직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노동시장 경직성이 외국기업의 한국투자를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 권태신 재정경제부 2차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는 각 경제주체들이 적극적인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거시경제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 위해 경제 위기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구축,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면서 “직접규제를 줄이고 시장의 자율적인 감시기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 개혁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은 국가경쟁력의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한국의 국가경쟁력 현황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발전 전략을 모색하려는 뜻에서 개최됐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부고]

    ●이상현(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상덕(국제통신 전무)상길(대전동물원 원장)상구(국제통신 대표)씨 모친상 25일 동국대 일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01)961-9401●최영준(국회 보좌관)씨 부친상 이상영(동우ENG 이사)씨 빙부상 강도희(국회사무처)씨 시부상 25일 신촌세브란스병원, 발인 27일 오전 7시 (02)392-1299●양세식(전 수산대 교수)씨 별세 형국(동의대 총무계장)형춘(부산남구청 사회복지과)씨 부친상 25일 동의의료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51)852-5201●안재홍(자영업)재근(미국 거주)씨 부친상 배회일(한성여객)한효택(상아유통 대표)김우현(엠엔아이티 〃)씨 빙부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2)3010-2265●박철규(자영업)호규(예산박외과의원장)씨 모친상 이규봉(공인회계사)씨 빙모상 송영주(보건복지부 정책홍보팀장)씨 시모상 25일 충남 예산장례식장, 발인 27일 오전 9시 (041)331-0749●심상호(검단 신경·정신과의원 원장)씨 부친상 차홍업(금융결제원 부천지부장)씨 빙부상 25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27일 오전 8시 (02)921-1699●윤해영(성북구 의사회장)씨 부친상 24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6일 오전 5시 (02)3010-2292●이정우(KTF 언론홍보팀 과장)지연(인코 컨텐츠팀 대리)씨 부친상 한혜원(KTF 신사업전략팀 과장)씨 시부상 조호석(크레오컨텐츠 과장)씨 빙부상 25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27일 오전 9시 (02)3010-2240●박완주(MBC 보도국 부국장)씨 모친상 25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27일 오전 6시 (02)590-2352
  • 구겨진 몸매를 펴드립니다

    구겨진 몸매를 펴드립니다

      미녀 돼보는 것이 소원인 비(非)미녀에게 귀가 번쩍 뜨일 희소식이 생겼다는 소문.「구겨진 몸매」의 여성이 아니면 상대를 해주지 않는「서비스」업소가 하나 서울 한복판에 열렸다는 얘기다. 몸매에 자신이 없는 여성은 아무라도 다림질을 해서「핀업·걸」을 만들어 주겠다고 호언장담이다. 이런 1급 정보를 놓치는 것보다 더 큰 죄악이 있을까 - . 모든 덜 아름다운 숙녀에겐 다음에 펼치는 것은 그 소문난「다림질 집」탐방기. 사우나탕서 물을 축이고, 체조실서 홍두깨질, 미장원서 인두질을 세운상가「다」동(棟) 삼풍「빌딩」의 6층 숙녀「사우나」가 그「다림질 집」. 6백여 평이「사우나」목욕탕, 미장원, 미용체조교실로 나뉘어 있다.「다림질」의 순서는「사우나」→ 미용체조교실 → 미장원이다.「사우나」에서 풀 먹이고 물을 축여 미용체조실에서 홍두깨질해서 미장원에서 인두질을 하는 셈. 다림질의 첫 순서인「사우나」목욕실은 여간 호화롭지가 않다. 목욕탕으로 들어가기 전에 3명의 소녀에게 안내를 받는다. 현관에서 탈의장까지 한 소녀가 안내를 하면 탈의장에서는 다른 소녀가 옷을 받아 건다. 맨 몸에「가운」을 걸쳐 받고 낭하를 두어 번 꼬불거리면 다른 소녀가 커다란「타월」을 들고「가운」을 벗긴다. 탕 안은 썰렁할 만큼 넓다. 바닥은 진짜 대리석, 벽은 인조대리석.「사우나」실이란 것이 한 구석에 있다. 유리창 안으로 길게 누운 나부(裸婦)들. 운동경기장의「스탠드」처럼 층층으로 마루가 깔려 있다. 습기가 전혀 없는 뜨거운 방이다. 중년부인의 군기름을 이 열기가 처분해 준다는 것이다. 꼭「지나·롤로브리지다」같은 몸짓으로 들어앉아야 할 1인용 사기 목욕탕이 2개 있다.「오린지」탕과「우유」탕. 아가씨들의 시중받으며 클레오파트라 기분으로 울안의 사자처럼 괴롭게「사우나」실 열기를 참아낸 나부가 들어앉는 그릇이다. 서너 명의「마사지」아가씨들이 시중도 들어주고 때도 밀어준다. 장난감 오리가 노는 분수며 원형의 목욕탕. 연분홍과 하늘색 의자들. 이 탕 안의 나부들은 분명히「클레오파트라」로 승천된 느낌이다. 사장 이준(李峻)씨의「사우나」경영철학도 바로 이「클레오파트라·콤플렉스」의 이용.「바라크」의 셋방살이건 대저택의 안방마나님이건 나부가 된 이 탕 안에서는 마찬가지 손님. 영화『클레오파트라』의「클레오파트라」였던「리즈·테일러」도 사실 이런 욕실을 가졌다. 남편「버튼」이 마련한 유람「요트」의 욕실이다.「사우나」의 나부들은 그래서「클레오파트라」더하기「리즈·테일러」더하기「지나·롤로브리지다」… 가 된다. 과일「주스」를 마실 수 있는 호화「라운지」와「메이크·업·룸」은 그 사치감에 광을 치는 물감인 셈.「사우나」의 순서가 끝나면 다림질의 노른자위격인 미용체조. 한국에선 처음으로 미용체조기구 일습을 모두 모아 놓았다는 방이다. 넓은「짐나지움」에 자전거 같은 것, 침대 같은 것, 수평대 같은 것,「보트」같은 것, 앉은뱅이 걸상 같은 것들. 10여대의 기구가 늘어 놓였다. 앉은뱅이 걸상에 앉은 숙녀는 손잡이 달린「스프링」을 잡아당긴다. 온갖 기계 갖춘 체조실서 살 빼고 붙이고 한다는데 팔의 근육을 고르게 하고 뱃살을 긴장시켜서 군기름을 없애는 기계란다.「사우나」실의 열기로 숨이 차지고 기운이 빠진 초 비만숙녀가 이 작업을 견뎌낼까.「스프링」의 장력은 바짝 마른 팔을 통통하게 살찌울 만큼 대단하다는데…. 아무리 달려도 전진은 하지 않는 자전거도 살을 찌우는 기계. 넓적다리가 빈약한 숙녀가 쓰는 물건이다. 비만형이라면 다리도 살이 쪘을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이란다. 상반신만「글래머」고 다리는 빈약한 것이 비만중년숙녀의 고민. 그래서 열심히 이 자전거「페달」을 밟아댄다.「프로메테우스」의 등산처럼 지리하고 힘겨운 작업이다. 기계의 가동은 까만「타이츠」에 노란「가운」을 입은 지도원이 시중든다. 같은 까만「타이츠」모습이지만 지도원들은 균형 만점의 날씬한 아가씨들이다.「사우나」욕실에서 키운「클레오파트라」의 환상에서 비만숙녀들이 깨어나는 것이나 아닐까 걱정스러울 만큼. 「매니저」최명자양은 걱정 없다고 한다. 이 방에서는 또 다른 환상이 꾸며지니까. 남이 보기에는 우스꽝스런 작업이 구김살을 펴는 홍두깨질임을 확신시키는 것이 날씬형 지도원의 역할이란다. 지도원들의 몸매는 그러니까 이들에게는 날씬한 미래의 자화상.『꾸준히 이 홍두깨질을 하면 언젠가는 저렇게 펴지겠지』하는 즐거운 자기최면 과정이다. 뭐니뭐니 해도 이 방의 최고 인기기구는「리듀싱·벨트」및「리듀싱·필로」. 군살, 군기름을 빼는 즉효기구. 이「필로」에 턱을 대고 단추를 누른다.「필로」는 툴툴 움직이면서 턱을 때리는데 이 충격으로 군기름이 제거된다는 이치.「리듀싱」의 효과로 따지자면「벨트」쪽이 초성능.「타이츠」없이 이「벨트」를 쓰면 허물이 벗겨진다.「벨트」도 툴툴거리면서 허리, 다리, 어깨, 엉덩이를 마찰한다. 모두 끝내자면 다섯 시간, 미녀에의 길은 고되지만 아마도 비만숙녀들은「지나·롤로브리지다」의 허리가 최고의 숙원인 듯. 한시 반시도 쉴새없이 이「벨트」는 손님의 허리에서 작업 중이다.「짐나지움」을 한 바퀴 돌려면 약 두 시간. 기운이 쏙 빠지고 만다. 그렇지만「핀업·걸」의 꿈이 이뤄진다는데 이만한 고초쯤 문제가 아니다. 셋째 과정인 미용실까지 거치자면 적어도 다섯 시간(「사우나」2시간,「짐나지움」2시간, 미용실 1시간)「서비스」에 지불하는 요금 약 1500원쯤.(「사우나」580원,「짐나지움」400원, 미용실 200원 및 기타「서비스」료) 그러니까 분명「바라크」의 셋방살이 취향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실상 지금 이「짐나지움」의 고객은「바라크」족이다 아니다. 그리울 것이 하나도 없는, 그래서 살만 찌는, 그래서 몸이 구겨진 유한 중년층이란다.「매니저」최양은 그 때문에 이 방의 보안을 철저하게 유지한다. 자칫 잘못해서 이들 유한 중년들의 신분과 몸맵시 - 그 구겨진 - 가 밝혀졌다가는 큰 소동이 벌어질 테니까. [ 선데이서울 69년 3/16 제2권 11호 통권 제25호 ]
  • 다빈치 미공개작품 2점 첫 공개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미공개 작품 2점이 이탈리아의 한 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됐다고 BBC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중부 마르케 지방의 중심지 앙코나에 있는 몰레 반비텔리아나 박물관에서 선보인 두 작품은 아기 예수와 어린 세례 요한이 함께 등장하는 ‘암굴의 성모’ 연작 중 세번째 작품과 다빈치가 죽기 4년 전인 1515년에 완성한 것으로 알려진 ‘마리아 막달레나 반누드화’이다. 두 작품 모두 다빈치의 애제자 지암피에트리노의 도움으로 제작된 것이며 이들 그림은 100년 동안 개인 소장품으로 주인이 바뀌어오다 3년 전 스위스의 한 컬렉션에 나와 세상에 그 진가가 알려졌다.1495년과 1497년 사이에 제작된 ‘암굴의 성모’ 나머지 두개 작품은 파리 루브르박물관과 런던 국립미술관에 각각 전시돼 있다. 목제 판넬에 그려진 ‘마리아 막달레나 반누드화’는 젖가슴을 살짝 베일로 가린 누드화 명작 중 하나로 지난 50년 동안 일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년퇴임 앞둔 서울대 마지막 ‘학사교수’ 양승춘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정년퇴임 앞둔 서울대 마지막 ‘학사교수’ 양승춘씨

    역사적 사건 뒤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때는 1983년 어느 여름 밤. 서울 용산구 이촌동 120평 규모의 코스모스 아파트 안. 각종 디자인 샘플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4인의 디자인 전문가들이 며칠째 합숙하며 밤을 새우고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88 서울올림픽’의 엠블럼 제작마감을 하루 앞두고 마지막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것.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묘안이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서울올림픽 휘장만든 디자인계 산증인 통행금지가 임박했을 무렵, 누군가 “에이, 포기하고 술이나 마시자.”며 자조섞인 말을 불쑥 내뱉었다. 다들 지쳤는지 얼른 동의했다. 이어 근처 중국식당에서 술과 안주가 배달됐다. 한두잔씩 거푸 들이켰다. 잠시후 이들 중 양승춘(65) 서울대 미대 교수가 아픈 머리를 식힐 겸 세수를 하려고 화장실로 갔다. 무심코 화장실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수압이 세어 그런지 물이 한꺼번에 콸콸 쏟아졌다. 수도꼭지를 얼른 잠근 다음 세면대의 작은 하수 구멍을 열었다. 고였던 물이 왼쪽에서 오른쪽, 세갈래로 휘휘 돌아감기면서 쏙 빠져들어갔다. 이때였다. 양 교수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탁쳤다.“맞아, 바로 이거야, 삼태극(三太極)!”이라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책상 앞으로 달려와 포기했던 작업을 다시 진행했다. 이튿날 양 교수는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에 작품을 당당히 제출했다. 결국 ‘동서의 화합’과 ‘세계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세계로’ 등을 뜻하는 삼태극 모양의 엠블럼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서울올림픽의 상징으로 역사에 등장하게 됐다. 양 교수는 이외에도 각종 국가 홍보포스터 등 지금까지 300여종,1000여점의 그래픽 작품을 제작한 우리나라 디자인사(史)의 산 증인이자 거목으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기업CI(Corporate Identity) 작업 1호로 광고계에서는 워낙 유명하다. 지난 67년 광고회사 오리콤 창립멤버로 참여한 것을 비롯,OB맥주, 제일제당, 백설표 설탕, 신세계백화점, 삼성물산, 한국주택공사 등 국내 굴지의 기업CI는 대부분 그의 손을 거쳤다시피했다. ●한글 글자꼴도 20여종 개발 특히 컴퓨터가 보급되던 80년대부터 지금까지 20여종의 한글 글자꼴을 개발해내 이 방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밖에도 70년대 초 사진에도 디자인기법을 처음 도입했다. 이로 인해 서울대에 최초로 ‘영상’관련 과목을 개설, 후학들의 진로를 넓혀주기도 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런 양 교수가 학사출신이라는 점이다. 서울대 교수 1730여명 가운데 석·박사 학위 없는 교수는 양 교수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하게 돼 36년간의 정든 강단과 이별을 앞두고 있다. 본인 스스로의 감회는 물론, 디자인계에서도 이래저래 의미있는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연구실에서 양 교수를 만났다. 연구실 안에는 디자인용 컴퓨터가 여러대 놓여져 있었다. 그 위에는 커다란 마릴린 먼로의 사진이 붙여져 있다. 이유를 물었더니 항상 대중적인 마인드를 갖기 위해서라고 귀띔했다.‘박식다험(博識多驗)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글귀도 보였다. 평소의 철학이 담긴 슬로건이라고 했다. 먼저 정년퇴임을 앞둔 소감부터 물었다.“두달여 남았습니다. 뒤돌아 보니 아쉬움도, 또 보람도 많았습니다.”면서 “그만둔 뒤 다험을 살려 학생들에게 진로나 방향 등을 잘 잡아주는 카운셀러 역할을 해주고 싶습니다.”고 피력했다. 학사출신 교수가 흔치 않은 데다 정년까지 채울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개인적으로 큰 복이자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라고 했다. 그러자 “석·박사학위를 따고 싶어도 주위 환경이 그러질 못했습니다.”라며 웃는다. 지금까지 학사출신 교수한테서 박사로 탄생한 제자만 해도 부지기수. 상명대 서명덕 총장을 비롯, 여러 대학의 학장과 교수들도 사제지간의 연을 맺고 있다. 정년을 앞둔 요즘에도 10여명의 박사과정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들은 양 교수를 ‘디자인계의 정규 육사1기’로 여기며 정중히 예우한다. ●요즘도 박사과정 제자 10여명 가르쳐 양 교수는 무인집안 출신으로 할아버지가 고종황제 때 시종무관까지 지냈다.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미술에 타고난 재능을 보였다. 개울가에서 붕어를 잡아 미술시간만 되면 살아있는 것처럼 감쪽같이 그려냈다. 중·고교에 진학하면서 미술 교사의 지도 아래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한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부친의 강권에 못이겨 육사에 지원하지만 시험 당일 극장에서 영화감상으로 ‘딴 짓’을 했다. 결국 고집이 이겨 서울대 미대 응용미술학과에 합격했다. 당시 예비 매형이 “장차 우리나라는 산업국가로 갈 것이니 응용미술학을 지원하라.”고 권유했다는 것. 이 때만 해도 응용미술은 개념 자체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의 스승은 도쿄예대 도안과 출신의 이순석(1905∼86) 교수로 한때 ‘고약’의 대명사였던 ‘이명래 고약’의 집안출신. 또한 한국인으로는 서울에 최초로 다방을 연 주인공이기도 하다. 양 교수는 65년 대학 졸업 무렵에는 미국 유학파 교수들한테 배운다. 이때 미국의 자동차 광고 포스터를 처음 접해 큰 충격에 빠진다. 이어 교수의 권유에 따라 대학원 진학을 위해 취직을 미루고 1년 동안 공부를 했다. 하지만 곧 설립이 추진될 것으로 여겨졌던 대학원 신설이 무산된다. 할 수 없이 66년 OB맥주에 입사했다. 이 무렵 합동통신사가 일본의 광고대행사인 덴츠와 업무협정을 맺었다. 그러자 합동통신에서 광고기획 및 제작일도 하게 됐다. 또한 67년 코카콜라가 들어오면서 국내 광고대행사 1호인 ‘맘보사’가 탄생됐다. 아울러 합동통신사가 이를 흡수합병하게 되자 한국 최초의 종합광고기획사인 오리콤 창립멤버에 가담했다. 현업 3년 동안 조일광고 대상과 대한민국 상공미전 특선을 3차례나 수상하는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이로 인해 68년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임용되기에 이르렀다. 강단에 있으면서도 기업체 CI작업에 자주 참여했다. 따라서 늘 ‘1호’가 따라다녔다.71년초 국내 1호인 OB맥주의 CI를 비롯, 산업화붐이 한창이던 70년대에만 신세계백화점, 한국주택공사, 삼성물산, 진로 등 수십개 회사의 CI를 제작했다.80년대 들어서도 성모병원, 동방생명, 한샘, 삼양사, 금복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올림픽 등 각종 팸플릿 등에 참여했다.90∼2000년대에 들어서도 두산, 종가집, 대림혼다 등 100여개 기업체와 제품의 CI를 제작했다. ●태극과 색동의 조화 필생의 연구목표로 양 교수는 대학졸업 논문으로 ‘태극기 개선에 관한 논문’을 발표할 만큼 원래부터 전통과 한국의 미에 많은 관심을 두었다. 서울올림픽의 엠블럼과 휘장 등도 사실상 이같은 열성의 산물인 셈. 요즘 들어서도 태극과 색동의 조화를 필생의 목표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얼마전 색동표지를 새롭게 선보여 ‘2005년 최우수 학술 도서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양 교수가 80년대 디자인 스코프를 네덜란드에서 처음 도입해 디자인의 도구화를 처음 이룬 업적도 잘 알려진 공로. 또한 동료 교수들보다 훨씬 빠른 80년대 후반부터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했다. 이런 얘기가 나오자 그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젊은이들도 사용하기 힘든 3차원 폰입니다. 게임은 물론 디카, 캠코더, 스트레오 음악, 동화상, 편집 등 안되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면서 디자인은 요즘들어 정말 정신없이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해상도가 매우 높은 30인치 LCD모니터(2560×1600)를 구입했단다. 그러나 양 교수는 단지 시대 조류에 앞서 나가기 위해 이런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60년대의 지상목표는 물건을 파는 것이었죠. 우리나라도 지금 이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대중과 함께 살아 숨쉬는 문화적 디자인으로 옮겨가는 것이 요즘 선진국의 추세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젠 ‘대중과 함께 하는’ 한국형 디자인이 필요한 때입니다.” ■ 그가 걸어온 길 ▲1940년 서울 출생 ▲59년 대광고 졸업 ▲65년 서울대 미술대 졸업 ▲66∼68년 OB맥주, 합동통신사, 오리콤 창립멤버로 근무. ▲68년∼현재 서울대 미대교수, 미술대 조형연구소 부소장 ▲69∼2003년 대한민국 산업디자인전 초대작가 심사위원 ▲77∼80년 한국시각디자인협회 회장 ▲83년 체신부 정책자문위원 ▲87∼89년 서울대 기획위원 ▲89∼99년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장 ▲98년∼현재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운영위원 ▲2002년∼현재 세계포스터비엔날레 운영위원 ▲2003년∼현재 인천가톨릭대 운영위원 ■ 주요 작품 88서울올림픽 당시 엠블럼, 기념우표, 문화포스터, 입장권 제작. 기업CI로는 신세계백화점 한국주택공사 동양맥주 삼성물산 진로 유로패션 경남기업 한일은행 성모병원 한샘 삼양사 금복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방송 대림혼다 두산기계 종가집 등 100여 작품 제작 km@seoul.co.kr
  • 영화,그림속을 걷고 싶다 -영화의 상상력은 어떻게 미술을 훔쳤나/한창호 지음

    ‘영화 장면이 회화에서 봤던 이미지와 너무나 흡사하네?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영화의 상상력은 어떻게 미술을 훔쳤나’(한창호 지음, 돌베개)는 이같은 의구심에서 출발한다. 반 고흐의 그림 ‘까마귀가 나는 밀밭’에서는 수십마리의 까마귀가 밀밭 위를 날아다닌다.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 ‘꿈’에서도 흡사한 구도로 까마귀가 밀밭 위를 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와 그 제자들이 식사하는 장면은 루이스 브뉘엘의 영화 ‘비리디아나’에서 장님과 걸인들의 식사장면과 너무나 흡사하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 ‘사이코’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모텔 이미지를,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와이드셧’도 구스타프 클림트 그림의 황금빛 이미지와 똑같다. 저자는 말한다.“영화는 수없는 도둑질 끝에 예술이 됐으며, 그 중에서도 그림에서 많은 것을 훔쳐왔다.” 이 책은 영화평론가인 저자가 시각예술의 대표적 두 장르인 영화와 미술 사이의 은밀한 만남과 격렬한 뒤얽힘의 관계를 풀어놓은 영화에세이다. 저자가 영화잡지 ‘씨네 21’에 ‘영화와 미술’이란 제목으로 지난해 4월부터 연재한 35편의 글을 묶었다. 책은 영화 감독들이 영감을 얻었던 회화 예술을 작품 속에 어떻게 이용했는지 분석하고 있다. 개성있는 스타일을 구축한 거장 감독들의 영화 미학과 작품 세계를 깊이있게 소개한다. 특히 영화 스틸 사진과 회화 도판을 동시에 보여줌으로써 걸작 영화들이 어떻게 영화와 미술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는지를 설득력있게 설명한다.1만 8000원.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2002년 칸영화제 개막작 ‘할리우드 엔딩’

    지난 2002년 칸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우디 앨런의 영화 ‘할리우드 엔딩’(Hollywood Ending·30일 개봉)은 숨은 재주로 속이 꽉 들어찬 코미디이다. 백발의 노장 감독이 직접 주인공으로 뛰는데도 코미디의 선도(鮮度)는 아찔할 만큼 높고, 기대하지 않았던 달착지근한 로맨틱 정취까지 간간이 뿌려놓는다는 대목 등이 그렇다. 한때 세상이 알아주는 명감독이었으나 지금은 볼품없는 CF광고나 찍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발 왁스만(우디 앨런). 그런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찾아온다. 로스앤젤레스의 거대 영화사에서 뉴요커의 삶을 소재로 한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찍어달라는 제의가 들어온 것. 옛 명성을 되찾고픈 욕심에 수락은 했으나, 남은 문제가 간단치 않다. 투자사 대표의 애인 엘리(테아 레오니)는 다름아닌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전 부인! 아내를 훔쳐간 예거(트리트 윌리엄스)를 향한 적개심은 사그라지지 않고, 엘리를 향한 미련 역시 아무래도 떨쳐지지가 않는데…. 할리우드에 진 빚이 없다는 듯 스크린을 통해 거침없이 내뱉는 감독의 발언은 기대 이상으로 신선하다. 이해관계로 움직이는 남녀의 연애담을 기술껏 꼬아놓은 코미디에서 은근슬쩍 감독은 ‘할리우드’(제작시스템 안팎의 허상 등)를 조롱하는 절묘한 엎어치기 기술을 구사했다. 신경불안 증세가 심해져 촬영 도중 갑자기 발의 눈이 멀어버리자, 엘리의 도움으로 스태프들조차 감쪽같이 속인 채 온갖 해프닝을 엮으며 영화촬영을 마무리하는 발. 장님 코끼리 만지듯 얼렁뚱땅 6000만달러짜리 대형영화를 만드는 발의 에피소드는 그대로 할리우드를 향해 날리는 통렬한 조소의 펀치인 셈이다. 각본까지 직접 쓴 감독은 직설화법으로 비판의 어조를 높여간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속 상황은 갈수록 가관이다.‘쓰레기’라는 혹평으로 만신창이가 된 영화에 프랑스 평단은 극찬을 쏟아놓으니 말이다. 맥락없이 속사포처럼 웅얼웅얼 쏟아내는 발의 대사를 꼼꼼히 뜯어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감독의 의도가 읽히는 보석같은 은유들을 낚을 수가 있다.15세 이상 관람가.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주말에 뭘 보러갈까]

    연극 ■ 세일즈맨의 죽음 이 시대 모든 아버지의 삶을 위로하는 사실주의 연극. 소극장 운동의 산실인 드라마센터의 새 출발을 위해 서울예대 동문들이 힘을 합쳤다. 아서 밀러 작·장진 연출, 전무송 전양자 박상원 출연.(02)756-0822. ■ 고래가 사는 어항 10월2일까지 아룽구지소극장. 기타무라 쇼 작·김동현 연출, 김지성 이현순 출연. 가로등 켜는 소년 클레오의 눈을 통해 본 세상.(02)745-0308. ■ 노래하듯이, 햄릿 10월5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하륵이야기’‘또채비놀음놀이’로 실력을 인정받은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신작. 광대, 인형이 등장하는 색다른 햄릿을 만난다.(02)2280-4115. ■ 주머니속의 돌 10월30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등장인물은 17명, 배우는 단 2명. 숨돌릴 틈 없이 펼쳐지는 100분간의 코믹극. 메리 존스 작·박혜선 연출, 박철민 최덕문 서현철 홍성춘 출연.(02)741-3391. 뮤지컬 ■ 청혼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남자의 좌충우돌 결혼 도전기. 극작가 이강백의 1970년대 희곡을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뮤지컬로 각색했다. 삼일로창고극장 30주년 기념작. 정대경 작곡·연출, 박계환 현순철 출연.(02)319-8020. ■ 야마비코 30일·10월1일 중앙대 아트센터대극장.30년 넘게 장기공연중인 일본 창작뮤지컬의 국내 첫 내한공연. 전래동화를 소재로 한 줄거리가 낯설지 않다.(02)3673-5576. ■ 뮤직 인 마이 하트 10월23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 귀여운 노처녀 희곡작가의 꽃미남 애인 만들기 작전. 성재준 연출, 원미솔 작곡. 이민아 장재혁 출연.(02)745-8288. ■ 아이다 무기한 LG아트센터.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그리고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의 운명적인 삼각사랑을 그린 디즈니 뮤지컬. 옥주현 문혜영 배해선 출연.1588-7890. 미술 ■ 옹기전 바라만 보아도 넉넉한 그릇, 눈길만 주어도 풍만한 곡선을 그리는 옹기의 옛날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감상하는 전시회. 새우젓독이 꽃병·우산꽂이로 바뀌고, 물두멍은 금붕어를 기를 수 있는 예쁜 자기로 변신한다.(02)900-0900. ■ 목인갤러리 개관전 전통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대표적인 작가인 송수남, 이왈종, 김병종 등 6인의 작품 전시. 다음달 17일까지 서울 견지동 목인갤러리.(02)722-5055. ■ 김중만 사진전‘네이키드 솔’(벗은 영혼)주제로 열리는 이번 사진전에는 꽃을 통한 생명과 성(性)의 모습이 가득 담겼다. 지난 20년동안 미국, 유럽, 아프리카, 동남아 등지를 여행하면서 렌즈에 담은 귀한 꽃 사진들이다. 다음달 31일까지 파주헤이리 마을 리앤박 갤러리.(031)957-7521. ■ 윤유진전 성곡미술관이 선정한 내일의 작가 윤유진의 작품은 다소 기괴한 느낌을 준다. 일그러진 동물들, 사물과 인체의 묘한 만남을 통해 무의식에 내재하는 사물에 대한 본능의 세계를 보여준다. 다음달 2일까지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 (02)737-7650. 클래식 ■ 호세 카레라스 내한공연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전 서계 여성들이 사랑하는 테너인 호세 카레라스의 성악 예술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공연. 음악외적으로도 백혈병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사나이로 불리는 그는 보다 원숙해진 음악과 풍부한 감성으로 가을밤을 수 놓을 예정이다.(02)541-6234. ■ 서울시향청소년 새물맞이 콘서트 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114. ■ 한국가곡대축제 29일 금호아트홀. (02)749-4113. ■ 체코의 실내악단 야나첵 스트링 콰르텟 다음달 4일 나루아트센터 대공연장. (02)2049-4700. 어린이 ■ 뽀롱뽀롱 뽀로로 10월2일까지 서울열린극장 창동. 호기심많은 꼬마 펭귄 뽀로로와 친구들의 신나는 모험기.1588-7890. ■ 노누메기 12월31일까지 손가락놀이극장. 이솝우화로 배우는 어린이경제놀이 연극.(02)747-2777.
  • [쉬어가기˙˙˙] 독일 윤락업소 월드컵특수 기대

    수영장과 사우나 시설, 극장까지 갖춘 독일의 초호화판 윤락업소 ‘아르테미스’가 2006독일월드컵 특수를 기대하고 오픈을 준비 중이라고.23일 AP통신에 따르면 이 업소는 동시에 750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으며, 클레오파트라 토스카나 등 특정한 주제의 화려한 룸을 마련에 고객유치에 나설 계획. 독일은 지난 2003년 이후 법으로 성매매를 허용하고 있다.
  • 디바바 자매 달구벌 질주

    “와∼.” 출발 총성이 울리자 스탠드를 메운 4만여명의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23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5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 여자 5000m경기.지난 8월 헬싱키세계육상선수권대회 5000m와 1만m에서 나란히 금·동메달을 휩쓸며 ‘세계 최강 장거리 자매’로 떠오른 에티오피아의 티루네시(20)-예제가예후(23) 디바바 자매와 ‘한국 여자 중장거리의 희망’ 이은정(24·삼성전자)의 질주는 박진감이 넘쳤다. 초반은 탐색전.400m트랙 12바퀴 반을 도는 경기에서 초반 디바바 자매는 일본 선수들에게 1·2위 자리를 내주고 3위권을 달리다 레이스가 중반을 넘는 6바퀴째부터 가볍게 스퍼트, 선두권을 지켰다. 마지막 바퀴에서 관중들의 함성이 다시 터졌다. 결승선을 200m가량 남기고 디바바 자매는 마치 단거리를 달리듯 엎치락뒤치락 하더니 결국 동생 티루네시가 자신의 최고기록보다 2분 정도 뒤지는 16분30초57초로 언니 에제가예후를 2초가량 앞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4위권을 유지하던 이은정(최고기록 15분42초62) 역시 막판 스퍼트로 에리 사토(19·일본)를 제치고 16분37초97로 3위. 티루네시는 경기가 끝난 뒤 “컨디션도 좋고 분위기도 좋았지만 다른 선수들과 레벨을 맞춰서 뛰다 보니 기록이 약간 늦었던 것 같다.”며 한껏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이어 열린 ‘육상의 꽃’ 남자 100m경기에서는 지난해 아테네올림픽과 올해 세계육상선수권을 휩쓴 ‘총알탄 사나이’ 저스틴 게이틀린(23·미국·최고기록 9초85)이 후반 폭발적인 스퍼트로 10초26을 기록, 레오나드 스캇(25·미국)을 100분의 2초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여자 100m허들에 출전해 기대를 모았던 ‘기록 제조기’ 이연경(24·울산시청)은 자신의 최고기록(13초33)보다 못한 13초62로 올레나 크라소브스카(우크라이나·13초52)에 뒤져 2위에 그쳤고 남자 110m허들의 간판 박태경(25·광주시청·최고기록 13초71)도 13초90의 시즌기록을 세웠지만 19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앨런 존슨(미국)에 0.31초 뒤져 3위를 기록했다.대구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20&30] 30대 童顔의 ‘얼굴이야기’

    [20&30] 30대 童顔의 ‘얼굴이야기’

    “20대 땐 괜찮죠. 푹 자고 나면 좋아지니까. 문제는 30대부터예요.” “30대 여성의 65%가 잔주름을 고민한다.” 대한민국 30대 여성들의 고민을 드러내는 화장품 CF의 내레이션들이다.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클레오파트라는 독사에게 물리면 영원한 젊음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독사에 손목을 내밀었다. 젊음은 시대를 초월한 불멸의 가치인 것이다. 또래보다 적게는 5년, 많게는 10년 이상 어려 보이는 동안(童顔)을 가진 4명의 30대. 얼굴과 피부는 타고난 것이라고 말하지만 몸도 마음도 20대로 살고 있는 그들의 봄날 같은 ‘얼굴 이야기’를 들어봤다. ●내 얼굴은 아직 봄날…“얼굴은 자신감의 표현” 결혼 10년차 주부이자 초등학교 2학년 가영이의 엄마인 윤상화씨는 지난 7월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 영진약품이 주최한 동안선발대회에서 1등을 했다. 그녀에게 37세란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이다. 상화씨는 30대 주부로 인생의 전환기를 찾고 싶어 대회에 출전했다.‘어린 얼굴’은 그녀에게 모델이라는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부여했다. 상화씨는 “광고사진을 찍고 방송에 출연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됐다.”면서 “어린 얼굴이 밝고 활동적인 성격으로 나를 변화시켰다.”고 말한다. 1972년생 쥐띠인 김수진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린 티가 팍팍 난다. 그녀 역시 같은 대회에서 2위를 했다. 패션 코디도 소녀풍이다.‘얼짱·몸짱’에 유난히 관심이 많아 인터넷 얼짱카페의 운영자로, 잡지의 주부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커리어 우먼이자 네 살된 아들을 둔 30세 김지영씨도 주위로부터 ‘공인’받은 동안. 미니스커트를 즐겨 입는 그녀를 20대 초반의 미혼으로 오해하는 직장 동료도 많다. 세 사람 모두 출산 후에도 몸 만들기에 적극적이었다. 매일 배를 중심으로 온몸에 마사지 크림을 바르고 스트레칭 등 단 하루도 허리살과 뱃살을 빼는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실제 동안의 비밀은 ‘얼굴 비율’. 얼굴 각 부분의 비율이 어린 아이와 비슷할수록 어려 보인다. 어린이의 얼굴은 가로대 세로의 비율이 1대1이다. 동안인 어른의 얼굴도 대체로 어린이와 비슷해 동그란 얼굴형이다. 보통 성인 여성은 1대 1.30∼1.32, 남성은 1대 1.32∼1.34다. 일반적으로 볼이 홀쭉할수록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들만의 ‘얼굴’ 관리법 태어날 때부터 동안이라고 해도 꾸준한 관리는 필수적이다.‘얼굴=건강’이라는 이들에게 세안과 식단, 운동 모두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수진씨는 한방 위주로 관리한다. 세안은 한방 비누로 한다. 그리고 삼백초·귤껍질 등의 재료를 직접 사다가 달여 마신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매일 1시간씩 운동을 거르지 않는 것도 얼짱·몸짱이 되는 비결이다. 외출할 때는 자외선 방지 크림을 바르고 아침 식사는 절대로 거르지 않는다. 직장생활을 하는 지영씨는 퇴근 후 아무리 피곤해도 클렌징을 거르지 않는다. 매주 2차례씩 요구르트, 율무가루, 한방팩으로 마사지를 하고 얼굴 각 부위를 가볍게 꼬집으며 마사지를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정기적인 운동보다는 매일 20분씩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그녀는 사우나를 적극 추천한다. 매주 수요일·금요일에 30분씩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몸에 탄력을 불어넣는다. 상화씨는 아침·저녁 녹차 세안을 빠뜨리지 않는다. 아침 식사는 과일이다. 저녁 식사 이후에는 절대로 군것질을 하지 않는다. 탄산음료와 기름진 음식도 먹지 않는다. 39세로 꽉 찬 30대인 미혼남 윤광원씨의 아침은 한 잔의 물과 비타민으로 시작된다. 비타민C와 비타민E는 신체 구석구석에 작용하는 항(抗)노화 물질이다. 샤워할 때는 보디로션을 바르고, 매주 한번씩 여행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영업직인 그의 ‘청춘 관리’의 최대 적은 술. 술을 많이 마시지 않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 ●몸도 마음도 청춘…삶은 도전이다 어려보이는 얼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심리적인 젊음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진 열린 가슴에서 젊음이 나오기 때문이다. 광원씨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외모 때문에 부부동반 모임에서 친구들의 와이프들로부터 부러움 반, 질투 반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마음도 청춘이다. 찢어진 청바지를 즐겨 입고 댄스 음악을 듣는다. 자기보다 14세나 어린 여자친구와 취미생활을 공유한다. 나이 든 티는 결코 내지 않는다.20·30대 회원들이 대부분인 산악동호회 활동을 통해 젊은 인생을 꿈꾼다. 지영씨는 회사 인근의 댄스스쿨에 가입, 살사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스키장에서 살 정도로 스노보드 마니아다. 피어싱에도 도전해 볼 참이다. 이들 모두에게는 어린 얼굴 외에 공통점이 있다. 각자 취미 활동을 즐기고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이라는 점이다. 독학으로 포토샵(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을 배워 인터넷 홈페이지를 디자인하는 ‘호기심 천국’ 수진씨. 그녀는 얼짱 카페를 통해 늘 20대와 어울린다. 상화씨는 쇼핑호스트라는 새로운 인생에 도전할 계획이다.‘건강한 얼굴’은 스스로 알지 못했던 끼를 발견케 했다.“아름답게 늙고 싶습니다.”아름답게 나이 먹는 것, 그들에게 삶이 축제가 되는 또다른 이유다. 안동환 김준석기자 sunstor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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