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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모터쇼] 일반입장료 8000원 전시장 일산 KINTEX 토·일 가족동반 제격

    ●언제 이달 28일 사전 홍보행사(프레스 데이)를 시작으로 29일 공식 개막한다. 대통령이 참석하는 탓에, 경호 문제로 일반인들의 관람은 30일부터 가능하다.5월8일까지 계속되며 관람 가능시간은 토·일요일 관계없이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어디서 새로 문을 여는 경기도 일산의 한국국제전시장(KINTEX)에서 열린다. 서울 강남의 코엑스를 능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인 킨텍스는 경기도·고양시·코트라가 총 2195억원을 공동 출자해 만들었다.1단계로 이번에는 1만 6000평만 조성됐지만 2013년까지 총 5만 4000평의 전시면적을 확보하게 된다. ●누가 현대·기아·GM대우·르노삼성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와 혼다·도요타·BMW·벤츠·아우디 등 총 10개국 179개(국내 130개 해외 46개) 업체가 참여한다. 자가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럭, 미니밴, 오토바이 등 완성차는 물론 미래형 시트(한일이화), 듀얼 매스 플라이휠(평화발레오) 등 자동차 부품과 용품들도 전시된다. 즉석에서 2억달러(2000억여원)어치의 구매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조직위측은 보고 있다. ●입장료 대학생을 포함해 일반인은 8000원, 청소년과 군인 경찰은 5000원이다.30명 이상이면 단체요금이 적용된다. 대학생은 5000원, 청소년·군경은 3000원이다. 일반인은 단체요금 할인이 없다. 신용카드 결제는 가능하지만 각종 제휴카드 할인은 일절 없다. 인터넷(www.ticketlink.co.kr)이나 전화(1588-7890) 예매도 가능하다. ●마스코트 오티와 모티다. 오티는 자동차를 뜻하는 오토모빌에서, 모티는 자동차 엔진을 뜻하는 모터에서 따왔다. 주제는 ‘변화, 계속되는 놀라움’.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사랑은 마음에 평화를…” 교황이 남긴 메시지

    “사랑은 마음에 평화를…” 교황이 남긴 메시지

    |파리 함혜리특파원·바티칸시티 외신|“사랑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평화를 가져옵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2일 오후 9시37분(한국시간 3일 오전 4시37분) 11억 가톨릭 신도들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남기고 84세의 나이로 서거했다. 호아킨 나바로 발스 교황청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교황께서 2일 저녁 9시37분 처소에서 서거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 1996년 2월22일 공표한 교황령 ‘주님의 양떼’에 따라 추도 및 장례 기간에 들어갔다.”고 공식 발표했다. 장례식 날짜와 절차는 4일 오전 소집될 추기경단 특별회의에서 결정될 예정이나 장례식은 오는 6일에서 8일 사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청은 3일 낮 성베드로 광장에서 수만명의 신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안젤로 소다노 교황청 국무장관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추도 미사를 집전하는 것을 시작으로 애도 기간을 시작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레오나르도 산드리 대주교는 추도미사에서 교황이 생전에 이번 일요 미사를 위해 직접 준비한 마지막 기도문이라며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교황청은 이어 추도 미사 직후 교황 관저 홀에 선홍빛 교황복을 입고 편안한 표정으로 영면에 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시신과 가톨릭 고위 관계자들과 이탈리아 정부 인사들의 조문장면을 TV를 통해 처음 공개했다. 교황청은 4일 교황의 시신을 성베드로성당으로 옮겨 신도들과 일반인들의 조문을 받을 계획이다. 앞서 교황의 서거 소식은 바티칸 시티의 종탑에서 조종이 울리기 시작하면서 광장을 메운 신도들에게 전달됐다. 로마와 이탈리아 전역에는 교황청 국기와 이탈리아 국기가 조기로 게양됐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3일 동안을 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교황은 최근 요로 감염에 따른 패혈성 쇼크로 심장과 신장 기능이 약화되면서 급격히 병세가 악화됐으며 2일 아침 고열로 점차 의식을 잃어갔다. 교황청이 3일 발표한 사망 원인도 패혈성 쇼크와 심부전 증세였다. 파킨슨병도 질병 내역에 포함됐다. 1920년 5월18일 폴란드 바도비체에서 출생,1946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1978년 10월16일 58세의 나이로 교황에 즉위한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27년간 전통적인 가톨릭 교리를 엄수한 탁월한 종교 지도자로서, 또 분쟁 종식을 위한 자유와 평화의 전도사로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80세 이하의 추기경들로 구성된 ‘콘클라베(추기경 비밀회의)’는 앞으로 15∼20일 이내에 교황청 내 시스티나성당에서 다음 교황을 뽑게 된다. lotus@seoul.co.kr
  • ‘생태계 보고’ 갈라파고스 죽어간다

    ‘생태계 보고’ 갈라파고스 죽어간다

    1835년 9월 남아메리카 해안을 돌며 생태계를 연구하던 찰스 다윈은 에콰도르 서쪽 1000㎞ 지점에 있는 갈라파고스제도에 도착한다. 다윈은 이곳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며 마침내 ‘진화론’을 탄생시키게 된다. 이처럼 ‘생태계의 보고(寶庫)’였던 갈라파고스가 인간에 의해 파괴되면서 희귀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31일 보도했다. 갈라파고스는 위협받고 있는 전세계 생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유네스코 10일 긴급 조사단 파견 환경단체 ‘갈라파고스 보존운동’(GCT) 등에 따르면 바다이구아나, 갈라파고스펭귄, 앨버트로스, 부비(가마우지의 일종), 갈라파고스거북 등 이 제도에 주로 서식하는 희귀한 동물들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1978년 갈라파고스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는 ‘긴급상황’으로 보고 오는 10일 대표단을 보내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GCT는 적절한 보호조치가 없다면 갈라파고스에 서식하고 있는 2909종의 생물 가운데 척추동물의 50%, 식물의 24%가 머잖아 멸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대 위협요인은 인간 갈라파고스를 파괴하는 것은 다름아닌 ‘인간’이다.1960년 2000명에 불과했던 주민이 현재 2만 7000명으로 늘어나면서 생물들을 포획하고 서식지를 파괴했다. 관광객이 몰리고 있는 것도 생태계 파괴의 요인이다. 환경보호론자들은 특히 하나의 긴 낚싯줄에 여러 개의 바늘을 달아서 물고기를 잡는 ‘주낙’을 경계하고 있다. 갈라파고스 당국은 이를 금지하고 있지만 어부들은 생계를 위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GCT의 레오노르 스트제픽 사무총장은 “지난해 시범적으로 주낙을 일부 허용한 결과 물고기뿐 아니라 멸종위기에 놓인 다른 동물들도 걸려드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린피스의 공동창설자 폴 왓슨은 “주낙이 사용된다면 갈라파고스는 죽음의 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생태계 60% 파괴 생태계 파괴는 갈라파고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엔 주도로 95개국의 과학자들이 참가,4년 동안의 연구 끝에 30일 발표한 ‘밀레니엄 생태계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물과 공기 등 전세계 생태계의 60%가 오염되거나 과잉개발돼 회복이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인위적 개발은 자연적인 속도보다 1000배나 빠르며 1945년 이후 개간된 농경지 규모는 18,19세기를 합친 것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전세계 양서류의 32%, 포유류의 25%, 조류의 12%가 이미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경제플러스] 지상파 DMB폰 시판 돌입

    LG전자는 31일 업계 처음으로 상용 지상파DMB폰(모델명 LG-LT1000)을 LG텔레콤용으로 출시했다. 다음 달에는 KTF용(LG-KT1000)도 출시한다. 이 제품은 2.4인치 LCD에 3D스테레오 음향이 나오는 16파이 듀얼 스피커를 탑재했다. 방송 녹화, 오디오 녹음이 되고 130만화소급 디지털 카메라,MP3플레이어 기능도 있다.
  • [씨줄날줄] 나일혁명/이목희 논설위원

    일부 역사학자들은 문명 서진론(西進論)을 주장한다. 이집트·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인류문명이 에게해를 거쳐 그리스·로마로 이어졌고, 다시 서유럽과 미국 등 서쪽으로 중심이 옮겨갔다는 것이다.5000년전 처음으로 절대왕조를 만들어 2000년 이상 중·근동 패자로 군림했던 나라가 이집트다. 로마의 침략을 받아 줄타기외교를 하던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자살로 생을 맺은 후 세계역사에서 이집트의 존재는 미미해졌다. 하지만 중동·아프리카에서는 지금도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인구가 7000여만명이고, 땅넓이는 한반도의 5배에 이른다. 유엔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을 늘릴 경우 아프리카 대표로 후보군에 당당히 들어가 있다. 1952년 청년장교 나세르가 ‘이집트혁명’으로 불리는 쿠데타를 일으켜 파루크 국왕을 쫓아냈다. 이후 사다트와 무바라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군출신 인사들이 장기집권하고 있다. 대통령은 임기가 6년이지만 연임제한이 없다. 사실상 단일후보로 출마함으로써 무바라크의 24년 통치가 이어져왔다. 올 가을 대선을 앞두고 무바라크는 직선제를 수용했으나 대통령 출마자격은 여전히 까다롭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키파야’를 앞세워 연일 시위를 벌이고, 정부는 이를 막느라 고심하고 있다.‘키파야’는 ‘충분히 했다’는 뜻의 아랍어로, 이승만정권 당시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야당 구호와 비슷하다. 아랍·아프리카의 지도국 이집트가 민주혁명을 이룬다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레바논, 키르기스스탄에 이어 벨로루시, 몽골로 민주화 열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집트가 갖는 비중은 격이 다르다. 인류문명이 태동한 나일강의 민주혁명이 동서남북으로 퍼져갈 수 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물론 북한 김정일도 영향권이다. 무바라크는 북한과 가까워 남북 중재역을 시도했던 적이 있다. 미국이 민주주의증진법 입법에 앞서 바람만 잡는데도 이처럼 격랑이 일고 있다. 미국은 냉전시대에는 ‘친미(親美)’를 우선시했다. 정통성이 약한 권위주의정권이 다루기 편했던 측면이 있다. 소련이라는 주적(主敵)이 없어진 지금,‘친미’를 넘어 정치체제까지 ‘미국화’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의 전략과 시대적 추세가 맞아떨어지고 있는 국제상황에서 우리도 눈을 크게 뜨고 국익을 챙겨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공연포커스]실력파 루키밴드의 축제

    올 한해 가장 눈여겨 봐야 할 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나는 라이브 무대를 펼친다. 주인공들은 허밍얼번스테레오,W(더블유), 마이언트메리. 허밍얼번스테레오는 라운지, 하우스, 보사노바, 애시드 재즈를 결합한 상큼한 사운드를 선보이는 퓨전밴드. 최근 2집을 발매하고 W는 그룹 코나 출신의 배영준이 이끄는 밴드로, 러브홀릭과 클래지콰이의 소속사인 플럭서스의 새롭게 들고 나온 카드다. 마이언트메리는 지난해 7월 발표한 ‘공항가는 길’로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2개 부문을 수상, 짱짱한 실력을 입증했다. 이번 공연은 온라인 음악사이트 오이스트리트가 매월 말 열고 있는 얼번페스트 세 번째 무대.‘루키스 온 더 블록(Rookies On The Block)’이라는 주제에 맞춰 탄탄한 음악성을 갖춘 세 팀이 만나게 됐다.4월2일 서울 신사동 라이브클럽 파블로(02-3445-9273)에 가면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이들이 선사하는 감각적이고 세련된 사운드를 만끽할 수 있다. 입장료 2만원.1544-1555.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흡연폐암 190억원 배상 판결

    |뉴욕 블룸버그 연합|미국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 USA가 28일 흡연으로 인해 폐암이 걸렸다고 주장하는 환자와 유족에게 모두 1880만달러(약 190억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뉴욕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노마 로즈(72)와 남편 레오나드에게 1710만달러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앞서 맨해튼 뉴욕주 대법원이 판결한 170만달러에 추가된 것이다.
  • 옛소련독립국 ‘피플파워’ 도미노

    ‘피플 파워’의 도미노 현상인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들에 ‘시민혁명’ 바람이 매섭다.2003년 11월 그루지야의 ‘장미혁명’과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의 ‘오렌지혁명’에 이어 24일 키르기스스탄에선 ‘레몬혁명’으로 14년을 집권해온 아스카르 아카예프 정권이 무너졌다. 이들 국가 모두 부정선거로 시민혁명이 촉발됐으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장기 독재와 부정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염증이었다. 독재화 성향이 짙은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 등 주변 독립국가연합(CIS)에로 시민혁명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 진영은 발빠르게 정국 수습책을 내놓았으나 전국에서 약탈과 방화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주민간 유혈극으로 5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하는 등 정국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부패로 얼룩진 독재의 말로 이날 권좌에서 쫓겨난 아카예프 대통령은 한때 개혁의 기수로 불렸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1991년 이후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창했지만 예의 독재자처럼 그도 권력욕에 사로잡혔다. 그는 2000년 대선에 출마했던 펠릭스 쿨로프 전 부총리를 구속시켰고 2002년에는 야당 의원의 구속에 항의하던 시위대에 발포,6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이후 가족 일가의 독재 체제를 강화, 국민과 야당의 불만이 고조됐다. 결국 지난 13일 총선에서 영구집권을 위해 선거 부정을 자행, 자신의 아들과 딸을 포함해 75석 대부분을 집권당이 차지하자 국민들의 분노가 일순 폭발했다. 그루지야의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와 우크라이나의 레오니트 쿠치마가 걸은 길을 답습한 것이다. 아카예프는 쇼핑센터를 경영하는 부인 등 가족의 비리가 드러난 데다 빈부격차가 극심해지면서 염증을 느낀 민심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아카예프 “사임한 적 없다” 키르기스스탄 의회는 25일 야당 지도자인 쿠르만베크 바키예프를 임시 대통령겸 총리로 지명, 바키예프가 사실상 차기 지도자로 부상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바키예프는 이날 비슈케크 중앙광장에 모인 군중에 “마침내 우리에게 자유가 왔다.”며 “새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회 연설에서 상황을 신속히 개선하기 위해 긴급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하원은 시민들에 의해 석방된 쿨로프를 내무장관에, 상원은 이셴바이 카디르베코프 야당 의원을 의장에 지명했다.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3개월안에 치러야 하는 현행 헌법에 따라 6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자흐스탄에 머무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아카예프는 25일 자신이 사임했다는 보도를 부인하면서 야당이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난했다. 카바르 통신에 이메일로 보낸 성명에서 아카예프는 “유혈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나라를 떠나 있는 것”이며 곧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사임했다는 소문은 교활하고도 모략적인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키르기스스탄은 그루지야나 우크라이나와 달리 외교정책의 향배보다 경제회복과 부패청산이 최대 관건이다. 그러나 이들 나라와 달리 개혁의 구심점이 약한 데다 야당이 서구식 민주화에도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아 ‘미완의 혁명’에 머무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플 파워 확산 우려하는 주변국 주변국들도 이를 바라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으나 혁명의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비교적 공정한 선거를 치른 몰도바도 후유증이 없다. 그러나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언론을 통제, 사태 추이를 일절 보도하지 않으면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투르크메니스탄과 벨로루시는 피플 파워를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두 나라 모두 현 정권의 영구집권을 위해 종신 대통령제를 구축했거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동시에 피플 파워의 여파는 2008년 임기가 끝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렘린 일각에선 대통령 3선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제2의 독립’으로도 불릴 수 있는 CIS의 피플 파워 바람이 모스크바에 닥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월드이슈-유럽 ‘다빈치 광풍’] ‘다빈치 투어’까지… 바티칸 속수무책

    [월드이슈-유럽 ‘다빈치 광풍’] ‘다빈치 투어’까지… 바티칸 속수무책

    미국 작가 댄 브라운의 역사스릴러 소설 ‘다빈치 코드’를 둘러싼 논란의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내용의 진위를 둘러싸고 성서 역사가들이 한바탕 논쟁을 벌인 데 이어 표절 논란에까지 휩싸인 이 소설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가톨릭 교계가 침묵을 깨고 포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논쟁에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들까지 가세하고 있어 파장이 커지고 있다. |파리 함혜리특파원| 바티칸이 이 소설에 대해 공식 반박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교계에선 강경 대응과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가톨릭 교계의 논란 지난 17일 이탈리아 제노바 시청 강당에서는 제노바교구 주재로 다빈치 코드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는 강당 좌석과 복도·창문 밖까지 수백명이 운집해 이 소설에 대한 높은 관심을 단적으로 입증했다.“예수가 진짜 결혼을 했습니까?”“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아기를 가졌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교회가 여성의 역할을 무시해 왔습니까?” 질문공세를 받으며 이날 토론회를 주재한 사람은 제노바 교구 대주교이자 차기 교황으로 유력시 되고 있는 타르치시오 베르토네(70) 추기경. 지난 15일 라디오 바티칸을 통해 이 책을 ‘수치스러운 거짓말’‘거짓의 성’으로 비유하며 “읽지도, 사지도 말 것”을 주문한 인물이다. 베르토네 추기경은 이날 “젊은이들이 이 책을 읽음으로써 왜곡된 이야기를 역사의 진실로 받아들이는 것은 고통스럽고 견딜 수 없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소설의 파장을 경고하기에는 너무 늦은감이 있지만 우리 신자들, 특히 젊은이들을 비판적 경각심으로 무장시키고 싶다.”면서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 논박하는 목소리를 낸데 교계 내부에서 많은 반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베르토네 추기경이 다빈치 코드에 대한 신도들의 ‘보이콧’을 주문한 것과 달리 상파울루의 호세 마리아 핀헤이로 주교는 이 책을 금서(禁書)로 여길 것까지 없다는 입장이다. 역시 차기 교황 후보로 주목되고 있는 핀헤이로 주교는 베르토네 추기경의 목소리를 교황청의 공식적인 목소리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책을 읽더라도 사리분별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그는 “사람들이 소설 속에 담긴 사실과 허구적 요소를 구분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갖도록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며 “책을 읽지 못하게 할 것까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교계에서 이 책의 출간 2년이 지나서야 뒤늦게 공식대응에 나선 것은 이 소설의 놀라운 성공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교황청은 사실과 허구가 마구 뒤섞여 혼동을 초래하고, 특히 로마 교황청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성서 대신 ‘다빈치 코드’를 기독교 역사 안내서로 사용하는 것에 경악해 왔다. ●표절 시비와 광고 패러디 논란 레바논에선 이 책에 대한 판매를 금지했으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고향인 이탈리아 피렌체 인근 빈치시에서는 성서의 진실에 이의를 제기한 소설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모의재판이 예술전문가와 가톨릭 성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기도 했다. 또 프랑스의 청바지 제조회사 ‘마리테 프랑소와 저버’는 소설에서 코드 분석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광고물을 제작했다가 법원의 게시 금지령을 받았다. 여자 예수를 등장시키고 예수의 제자 2명이 청바지를 입고 가슴을 드러낸 채 서로 안고 있는 이 광고물에 대해 법원은 “믿음에 대한 근거없는 공격행위”라며 신성성 훼손을 내세우며 소송을 제기한 프랑스 가톨릭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표절 논란도 거세다. 영국 작가 마이클 바이젠트와 리처드 레이, 헨리 링컨은 자신들이 지난 1982년 발간한 논픽션 ‘성혈과 성배’의 구성을 댄 브라운이 통째로 가져다 사용했다며 다빈치 코드 발행사인 더블데이사와 모회사인 랜덤하우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수그러들 줄 모르는 인기 이런 논란 속에서도 ‘다빈치 코드’의 위세는 여전하다. 오히려 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새롭게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며 출판사측은 즐거움을 감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프랑스어판을 출간해 170만부 판매를 기록한 JC 라테스 출판사의 홍보 담당자 에릭 디빌은 “교황청이 반박을 한 것이 오히려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시켜 판매에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다빈치 코드 삽화 제작본 출간,‘천사와 악마’(댄 브라운이 2000년 출간한 책)의 번역 출간과 맞물려 교황청이 훌륭한 홍보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 출판사는 다빈치 코드 덕분에 창사 40년 만에 돈방석에 앉았다. 디빌은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의 진위여부에 대해 “단지 소설일 뿐”이라며 “암호해독과 비밀결사, 종교, 추리성 등이 어우러진 데다 소설의 대부분이 파리를 무대로 하고 있어 프랑스 독자들의 반응이 식을 줄 모른다.”고 말했다. 소설의 무대인 유럽은 ‘다빈치 코드’의 인기 덕분에 관광업계도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소설에 푹 빠진 독자들은 파리에서 런던·스코틀랜드까지 소설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과 소피 뇌브가 성배의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에 거쳐간 장소들을 여행하며 소설 속의 무대들을 살피는 즐거움을 맛본다. 미술사·종교 등에 정통한 가이드와 함께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는 패키지 상품 ‘다빈치 투어’를 통해 소설 속의 미스터리를 풀며 여행한 관광객은 이미 2만여명을 넘는다. 내년에는 영화까지 개봉될 예정이다. 소니픽처스는 310만달러에 판권을 매입, 오는 6월 제작에 들어간다. 론 하워드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톰 행크스와 오드리 토투, 장 르노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lotus@seoul.co.kr ■ ‘흥행 대박’ 원인은 허구와 실제의 환상적 결합 “미래의 소설은 모두 추리소설이 될 것.”한 추리작가의 지적은 다빈치 코드의 ‘흥행’ 성공 요인을 압축한다. 주인공 랭던은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해리슨 포드를 연상시키며 유럽 각국을 오가는 빠른 전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이런 통속성을 극적으로 채색한 것이 가톨릭 교계의 음모를 둘러싼 논쟁적인 메시지와 이를 파헤치기 위해 동원된 예술사와 건축사, 종교철학, 기호학 등에 관한 해박한 지식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박힌 것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 딸을 두었으며 이 혈통이 메로빙거 왕조로 이어졌고 교황청이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해왔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시온수도회 수장이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나리자’나 ‘최후의 만찬’,‘암굴의 성모’ 등에 여성성과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코드를 숨겨놓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교황의 적통(適統)을 은폐하려 했던 바티칸 비밀결사 ‘오푸스 데이’가 실존하며 현 교황청 대변인 나발로 발스를 비롯, 차기 교황 후보 일부가 이 결사 회원이란 주장은 독자들로 하여금 상상과 실제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게 한다. 미국에서만 700만부가 팔려나간 것을 비롯, 전세계 44개국에서 변역돼 2500만부가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다빈치코드, 진실과 거짓 |파리 함혜리특파원| 작가 댄 브라운은 “주인공 로버트 랭던 등 등장인물을 제외하고 예술과 건축, 밀교의식, 비밀결사에 관한 모든 내용은 역사에 근거하고 있다.”고 했지만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프랑스의 역사 전문지 ‘이스토리아(Historia)’는 3월호에서 특집으로 ‘다빈치 코드의 해독’을 다루며 내용의 진위를 파헤쳤다. ●템플 기사단 기사단의 역사는 11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설에서 성배를 보호하는 임무를 띤 것으로 묘사된다. 실제로 1차 십자군전쟁 때 예루살렘에서 가져온 성물들을 소유하며 재물과 권력을 확보했다. 초창기 로마교회와 왕실은 이들 기사단에 우호적이었지만 권력이 커지면서 갈등 관계로 번져 1307년 10월13일 기습 공격을 받고 궤멸했다. ●시온 수도회 예수와 막달라 마리아의 후손을 보호해 귀족혈통(메로빙거 왕조)을 만들었다는 이 수도회는 ‘가톨릭 교리와 전통 보존 연합 기사단’이라는 부속 명칭을 갖고 있다. 사브와지방의 생줄리앙 앙 제느브와시에 등록번호 KM94548로 1956년 6월25일 등록됐다. ●비밀 문서 시온수도회에 관한 문서는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다.1975년에 ‘4 LM 1249’라는 번호로 등록되어 있고 열람도 가능하다. 중세당시 기록은 찾기 힘들고 1967년에 정리돼 타이핑된 문서다. 이 문서에 따르면 당시 시온 수도회 회원은 1093명이며 7계급으로 구분돼 있다. 비밀문서는 시온수도회가 템플기사단의 비호세력이라고 주장했다. ●피에르 플랑타르 소설속 소니에르 루브르박물관장의 모티브를 제공한 시온수도회의 마지막 기사단장인 플랑타르는 1920년 3월18일 파리에서 태어난 실제 인물이다.17세에 학교공부를 그만두고 성당에서 생활하며 종교생활에 심취했다. 히틀러 추종자로 극우파 성향의 종교단체 활동을 했다.1942년에 반유대주의를 주장하는 잡지 ‘정복’을 발간했다. lotus@seoul.co.kr
  • 儒林(312)-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儒林(312)-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제3부 君子有終 제2장 鄒魯之鄕 연보의 기록대로라면 앉은 채 좌탈입망하여 숨을 거둔 이퇴계. 그는 죽기직전까지도 분매에 물을 주라 일렀을 만큼 매화를 사랑하였음일까. ‘매화에 물을 주라.’일렀던 이퇴계의 마지막 유언은 세기의 철인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유언을 떠올리게 한다. ‘아테네의 청년을 부패시키고 새로운 신을 섬긴다.’는 죄명으로 독배를 마시며 죽게 된 소크라테스는 ‘이 세상에서 저 세상의 편안한 여행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린 다음 태연히 독약을 마신다. 이를 보던 제자들이 얼굴을 감싸고 통곡하자 소크라테스는 묻는다. “웬 곡소리들인가. 이런 창피한 꼴을 보게 될까봐 아낙네들을 먼저 보냈거늘,‘사람은 마땅히 평화롭게 죽어야 한다(A man should die in peace)’고 들었었네. 조용히 하고 꿋꿋하게 행동하게” 감각이 사라지고 온몸이 뻣뻣해지며 죽어가던 소크라테스는 얼굴을 덮었던 천을 벗기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이렇게 말한다. “이보게 크리톤, 아스클레오피스에게 닭 한 마리를 빚졌다네. 자네가 기억했다가 대신 갚아주게나.” 진리의 성인이었던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유언은 의미심장하다. 아스클레오피스는 그리스인들의 의신(醫神). 뱀이 기어오르는 지팡이를 짚고 다녀서 오늘날에도 병원이나 약국에서는 뱀의 지팡이로 상징되는 아스클레오피스의 문장을 내걸고 있다. 죽어가는 소크라테스는 이승의 삶은 고통스러운 병이었으나 죽음으로써 병으로부터 치유되어 영혼의 자유와 해방을 얻었으니 직접 가서 아스클레오피스신전에 감사의 제물을 바치지 못하므로 친구인 크리톤에게 대신 닭 한 마리의 제물을 바쳐달라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이는 죽기 전에 ‘매화에 물을 주라’는 이퇴계의 유언과 상통하고 있다. 이퇴계는 사람이 낳고, 병들고, 늙고, 죽어가는 일생이 매화에게 물을 주는 일상사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 후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시듯 앉은 채 죽음을 조용히 하고 편안히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듯 임종을 지켰던 매화분 하나가 단양을 떠나는 퇴계의 행장 속에 깊숙이 보관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매화는 도대체 누가 주었던 것일까. 많은 사람들은 이 수수께끼의 매화가 선조의 소명을 받고 68세 때인 7월에 잠시 한성에 입조하였다가 69세 때인 3월에 귀향하기까지 8개월간의 체류기간 중 한성우사(漢城寓舍)에서 지낼 때 애완하던 분매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누가 이 분매를 퇴계에게 기증하였는지, 혹은 퇴계가 이 분매를 직접 구하였는지 알려진 바는 없지만 한양객사에서 이 매화를 즐기다가 임금의 허락을 받고 다시 안동으로 내려갈 때 이 매화를 가져가지 못하는 슬픔을 퇴계는 ‘분매답(盆梅答)’이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었던 것이다. “듣건대 도선(陶仙)과 나 서늘하다 하셨으니, 임이 돌아간 뒤에 천향을 피우리라. 원컨대 님이시여, 마주앉아 생각할 때 청진한 옥설(玉雪) 그대로 함께 고이 간직해주오.” 매화의 이별을 퇴계는 마치 사랑하는 님과의 이별처럼 슬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분매는 마침내 퇴계의 손자였던 이안도가 배로 운반하여 퇴계가 숨을 거두던 바로 그해 정월에 도산서원으로 옮겨지는데, 이때 퇴계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 이집트 대사 부인과 요리cook 조리talk

    이집트 대사 부인과 요리cook 조리talk

    이집트는 유구한 역사만큼 다양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나일강, 클레오파트라 등등…. 하지만 막상 이집트 음식 하면 특별히 떠오르는 것 없이 고개만 갸웃하기 마련이다.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은 “초로 분위기를 돋우고 접시에 나이프와 포크 등을 차리는 서양식 식탁의 기본이 이집트에서 시작됐다.”며 “지중해 건강식의 원류가 바로 이집트 음식”이라고 자랑했다. 올리브 오일과 콩·토마토·오이 등을 많이 먹으며, 바질·타임·오레가노 등 허브와 향신료를 듬뿍 쓰는 것이 이집트 음식의 특징. 한국 음식의 맛을 장이 좌우한다면, 이집트 음식은 다양한 향신료가 맛을 가름한다. 이집트 여인들은 소금과 후추처럼 애용되는 향신료인 커민을 외국에 나갈 때 꼭 챙긴다. 마치 사막을 건너 향료를 운반하던 낙타처럼. 아비르 헬미 대사 부인은 서울 한남동 대사관저에서 일곱살 난 아들 카림을 키우며 카이로에서 가져온 커민으로 맛을 낸 음식과 함께 이집트 문화의 전령사로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 그를 통해 역사만큼 깊은 이집트 음식의 향에 취해 봤다. 글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사진 이언탁기자 utl@seoul.co.kr ■문명의 진원 맛의 진원 이집트 아비르 헬미 이집트 대사 부인이 직접 꾸민 응접실은 넓고 화려했다. 순도 100%의 이집트산 은으로 만든 촛대와 각종 장식품과 접시 및 남대문에서 산 싱싱한 꽃으로 꾸며진 식탁은 우아하면서도 정감이 넘쳤다. 소파와 탁자가 4세트나 갖춰진 이곳에서는 매일 저녁 파티가 열린다. 다른 나라 대사관 동료들끼리 자주 모이는 저녁 식탁에 오르는 이집트 음식에는 신선한 야채로 만든 샐러드와 렌즈콩수프, 훔머스 등 콩요리가 빠지지 않는다. “이집트는 농업국가입니다. 살충제를 많이 쓰지 않아서 민트를 요리하면 온 집안에 냄새가 퍼질 정도로 이집트 야채는 향이 강하고 신선하지요.” 렌즈콩으로 만드는 ‘팔라펠’은 유럽에서 ‘채식주의자의 햄버거’라 불릴 정도로 인기다. 팔라펠은 콩소스인 훔머스에 찍어먹는다. 부드러운 죽같은 훔머스는 땅콩 버터와 비슷한 맛이 나는데 입안 가득 고소한 맛과 마늘과 레몬이 섞인 알싸한 향을 안겨준다. ●허브와 향신료가 맛을 좌우 헬미 부인의 이집트 음식 자랑이 이어지는 중간에 마침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 카림이 뛰어들었다. 그는 아들을 위해 브로콜리 등을 넣은 야채수프를 자주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대개 야채를 먹기 싫어하잖아요. 당근을 먹으라고 강요하는 대신에 야채를 잘게 썬 수프를 끓여주는 것이 영양가도 높고 아이들에게 야채를 먹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아이를 건강하고 활기차게 키우는 비법도 살짝 귀띔했다. 카림은 세살때부터 한국에서 자라 이제 한국을 고향으로 생각한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비빔밥과 불고기. 점심도시락으로 피자를 싸주면 싫어하고, 김밥을 싸달라고 고집해 아침마다 대사관 직원 아주머니가 일일이 김밥을 말고 써느라 고역을 치른다. 한국 사람들에겐 이집트 요리가 생소하지만 바자에 나가면 항상 준비한 음식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는 것이 헬미 부인의 자랑. 이탈리아, 터키, 그리스, 레바논 등의 음식과 비슷하고 재료도 친숙한데다 역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올리브 오일, 토마토, 바질, 민트, 파슬리, 타임 등을 많이 쓰는 점에서는 이탈리아 음식과 비슷하다. 닭고기나 양고기로 만든 케밥을 즐기는 점은 터키와 닮았다. 커민은 위에 좋고, 바질과 타임은 소화를 도우며, 민트는 호흡기에 좋다. ●양국 모두 큰상에서 정을 쌓아 헬미 부인은 유니세프에서 어린이의 위생을 위해 일하다 남편 아무르 헬미 대사를 만났다. 대사는 음식에 관한 인터뷰는 정중히 사양했다. 미국, 일본 등에서 각각 4년간 지냈으며 한국에 온지는 이제 3년 반째다. 이집트 음식은 대부분 담백한데다 많이 맵지 않아 처음 한국음식을 접했을 때 김치 냄새가 매우 심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아들처럼 매운 맛이 덜한 불고기와 비빔밥이다. “나물 반찬을 수십개씩 한꺼번에 내놓는 한국 상차림처럼 이집트에서도 애피타이저를 25가지씩 대접하지요. 이집트의 시어머니나 한국 친구 모두 엄청난 양의 음식을 차려놓고 많이 먹으라고 하는 점은 똑같아요.”상다리가 떡 부러지는 식탁에서 가족과 친구간의 정을 확인하는 것은 이집트나 한국이 비슷하다는 얘기다. 7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는 긴 역사를 가졌다는 점에서도 한국과 공통점을 가졌다. 매년 5만명 이상의 한국 사람들이 인류 문명의 원형을 보기 위해 이집트를 찾는다고 한다. 헬미 부인은 4000년전 고대 이집트인의 화장법을 공부했는데 당시 여성들이 20대 초반부터 주름살 예방에 신경쓰고, 임신선을 없애는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했다며 놀라워했다. 고대 이집트 벽화를 보면 모든 여성이 가는 허리와 날씬한 배를 가졌는데 이는 청결, 날씬, 건강이 당시 유행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는 한국 여성들이 메인요리로 고기를 먹는 이집트 여성에 비해 더 날씬하다며 부러워했다. 화려한 꽃꽂이 솜씨를 자랑하는 헬미 부인이 마지막으로 조언을 하나 던졌다.“참, 야채는 이집트가 한국보다 훨씬 싸고 싱싱하지만 남대문 시장의 꽃은 이집트보다 훨씬 싸고 좋다는 걸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더군요.” ■ 이집트 요리조리 쿡 ●팔라펠 재료 병아리콩·껍질 벗긴 잠두 각각 1컵, 다진 양파½컵, 으깬 마늘 3조각, 물 1컵, 참깨 ½컵, 병아리콩 가루 ½컵, 밀 ¼컵, 채썬 파슬리 ¼컵, 소금 ¼큰술, 빻은 커민·고수풀 각각 2작은술, 베이킹 파우더 2작은술, 고춧가루 ½작은술, 검은 후추¼작은술, 식용유 적당량. 만드는 법 (1)기름과 말린 병아리콩, 잠두를 분쇄기에 넣어 돌린다.(2)남은 재료를 모두 넣고 한 시간 동안 둔다.(3)패티를 호두 크기의 공 모양으로 만든다.(4)겉이 바삭하고 갈색이 날 때까지 375℃의 기름에 4분 동안 튀긴다.(5)피타 빵에 튀긴 팔라펠, 채썬 토마토와 양파·상추, 요구르트를 채운다. ●피타 빵 재료 이스트 2작은술, 온수 1컵, 밀가루 3컵,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온수에 이스트를 넣어 녹인다.(2)밀가루, 소금을 섞어 체에 친 다음 (1)과 함께 섞는다.(3)몇분간 주물러 빵 반죽을 만든다.(4)반죽을 젖은 천으로 덮고 따뜻한 곳에서 3시간 동안 부풀어오르도록 놓아둔다.(5)오븐을 350℃로 예열한다.(6)반죽을 6조각으로 나눈 뒤 공처럼 만다.(7)손이나 밀대로 반죽을 둘레 5인치, 두께 ½인치로 펴준다.(8)오븐에 넣고 피타가 연한 황금빛을 띤 갈색이 될 때까지 10분간 굽는다. ●렌즈콩 수프 재료 물 2ℓ, 렌즈콩 500g, 양파 2개, 당근 2개, 토마토 1개, 커민 ½큰술, 버터 1큰술, 저민 마늘·소금 2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법 (1)냄비에 물을 끓이다가 렌즈콩과 얇게 썬 양파 1개, 당근,4등분한 토마토, 커민을 넣고 끓인다.(2)끓으면 불을 줄여 다시 15분간 끓인 뒤 식혀 믹서로 곱게 간다.(3)버터를 녹인 프라이팬에 얇게 썬 양파 1개를 중간불에서 투명해질 때까지 10분간 익히고, 마늘은 황갈색이 되도록 볶는다.(4)양파와 마늘을 (2)와 함께 냄비에 넣어 15분 끓인 뒤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스위트 핑거 재료 온수 1½컵, 설탕 ½큰술, 기름 ¼컵, 소금 약간, 밀가루 1컵, 계란 4개,설탕시럽(설탕 2½컵, 바닐라 1큰술, 물 1½컵, 레몬쥬스 ½큰술). 만드는 법 (1)설탕시럽은 모든 재료를 한데 넣고 저으면서 끓인 뒤 식혀서 따로 준비해둔다.(2)물, 소금, 기름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을 만든 뒤 따뜻하게 둬 부풀어 오르면 계란을 하나씩 넣어 섞도록 한다.(3)계란을 넣은 반죽을 손가락 모양으로 빚는다.(4)반죽이 황금빛을 띤 갈색이 날 때까지 튀겨준다.(5)튀긴 (4)를 설탕시럽에 담갔다 내놓는다. ●훔머스 재료 병아리콩, 베이킹소다 1큰술, 다진 마늘 2작은술, 참깨 페이스트·레몬즙 250㎖,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1)물 1.5ℓ를 끓이다가 불린 병아리콩, 베이킹 소다를 넣고 약한 불에 1시간 반 동안 뭉근히 끓인다.(2)콩을 체에 받쳐 찬물에 헹군 뒤 껍질을 없앤다.(3)콩을 으깬 뒤 마늘, 참깨 페이스트, 레몬즙, 소금을 넣고 섞거나 믹서로 간다.(4)접시에 담아 올리브, 방울 토마토 등으로 장식하고 올리브 오일을 뿌린다. ■국내 유일 이집트식당 ‘알리바바’ 국내에도 이집트 음식점이 있다. 서울 이태원의 큰길 제일기획 맞은편 건물 2층의 알리바바(790-7754)가 유일하다. 3년전 식당을 연 칼리드 알리(37) 사장은 주한 이집트 대사관 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에 식당을 열고 정착했다. 곳곳에 이집트 소품들이 놓여있는 알리바바의 내부는 작고 소박한 편이다. 식당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반반이다. 외국인들은 미국, 캐나다, 유럽인들이 많이 온다. 한국 사람들은 인천이나 멀리 지방에서도 이집트 식당이란 명성 때문에 찾기도 하고, 특히 영어 교사들이 자주 들른다. 메뉴는 영어로 되어 있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알리바바 치킨(1만 4500원). 닭고기를 레몬, 양파, 오레가노 소스에 재웠다가 오븐에서 구워 낸다. 훔머스(4500원), 팔라펠(8000원), 쌀과 콩을 삶아 볶은 뒤 그 위에 토마토 소스와 베이컨 조각을 얹는 쿠사리(8000원) 등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다. 이집트의 중동식 빵은 피타 빵(2000원)이라 불리는데 인도의 ‘난’과 비슷한 맛이 난다. 물담배를 피우기 위해 찾는 단골도 많다. 물담배는 물을 통과한 담배의 연기가 긴 호스를 통해 사람 입에 들어오게 돼 있다. 니코틴은 없으며 물에 딸기, 사과, 망고, 바나나 등 과일맛이 나는 향료를 넣는다. 일행끼리 대화를 나누며 돌아가면서 담배를 피운다. 다 피우는데 2시간 정도 걸리며 값은 2만원으로 남녀 모두 즐긴다고 한다. 알리 사장은 “이집트에 여행을 다녀왔다가 또 다시 이집트의 맛을 보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며 “우리 식당이 서울 강남에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인기가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마니아]사회인야구 ‘봄바람’

    [마니아]사회인야구 ‘봄바람’

    겨우내 움츠렸던 사회인 야구에도 요즈음 봄 기운이 가득하다. 특히 리그 운영으로 얻는 수익금을, 경제사정이 나빠 운동을 맘놓고 못하는 엘리트 체육 선수들 돕기에 쓰겠다는 뜻 깊은 소식이 들려와 꽃샘 추위를 잊게 만들기도 한다. ●싸움닭 조계현의 후예들? 옛 명투수 조계현(41·기아 타이거즈 코치)의 극성 팬들이 모인 사회인 야구단에 이어 그를 고문으로 모셔온(?) 리그가 출범했다. 승부욕이 엄청나 붙은 ‘싸움닭’이라는 별명 외에 투구가 변화무쌍하다는 뜻으로 ‘팔색조’라고도 불렸던 조계현의 후원에 힘입어 탄생한 무대의 이름은 ‘팔색조 리그’이다. 지난 13일 대망의 막을 올렸다. 인천시 동산중·고교에서 페넌트레이스로 열리는 대회에는 이미 2001년 출범한 ‘쌈닭스’와 조계현의 두산 베어스 시절 결성됐다가, 조계현이 ‘친정’으로 되돌아온 뒤 ‘베어스드림’에서 이름만 바꾼 ‘나인홀스’ 등 조계현 팬들로 이뤄진 2개 팀이 뛴다. 여기에다 ‘야미사’(야구를 미치도록 사랑하는 사람들) 등 9개 팀이 오는 10월 말까지 자웅을 겨룬다. 팀당 200만원씩 내는 참가비 가운데 대회 운영비를 빼고 나머지는 학교 유망주들을 위해 쓸 예정이다. 조계현 코치는 수도권에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릴 때에는 짬을 내 사인회 또는 시범 투구를 하거나 유망주 돕기 후원금도 내놓기로 했다. 한편 경기도 일산에 연고를 둔 코리아리그에서는 김포시에 새로 지은 4개 구장 가운데 3곳에 대해 임대료를 최대 80%까지 할인해 준다. 기존 대부분 구장에서는 경기마다 팀당 15만∼25만원을 받는 데 2시간30분 사용을 기준으로 팀당 5만원으로 결정했다. 코리아리그 운영자 송정환(38)씨는 “뛰고 싶어도 구장이 턱없이 모자라는 게 사회인 야구인들의 처지인데, 게다가 돈 문제로 골치를 앓는 동호인들과 호흡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리그의 명예를 걸고 뛴다 또 수도권 각 리그에서도 대표팀들이 맞붙는 대회가 첫 출발을 한다. 왕중왕전은 다음달 5일부터 5월15일까지, 한달 남짓한 기간에 화곡 1·2구장, 유신고 구장, 잠신중 구장, 서울산업대 구장, 강남대 구장에서 펼쳐지는 ‘야코컵 토너먼트 대회’다. 지금까지 사회인 야구에서는 서울시장배 등을 통해 지나간 성적 등으로 참가할 팀을 가려 치러진 대회는 많았으나, 리그가 엇갈리는 팀들끼리 경기를 갖는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선수 출신을 포함한 1부와 그렇지 않은 2부 각 16개팀이 저마다 겨우내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룬다. 1부에서는 선수 출신을 3명씩 라인업에 넣어도 좋다. 특히 각 부별 4개 팀씩 4개조로 팀당 3경기씩 풀리그를 펼친 뒤 본선을 치르기 때문에 대회의 진가를 가늠할 수 있다. 각 조 1·2위 팀이 본선에 나서 8강 토너먼트 방식으로 최강을 가리게 된다. 이번 대회 1위에는 우승컵 및 상금 100만원이 주어진다. 최우수 선수상,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투수상, 우수 선수상, 타격상, 홈런상 등도 따로 마련돼 있다. 아직 최종 대진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베스트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레오’ 등 몇몇 팀들의 면모가 대회의 열기를 가늠케 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유럽식 TV수신 DVB - H폰 삼성, 북미이통展서 첫 시연

    삼성전자는 유럽식 휴대방송기술인 DVB-H 방식으로 이동하면서 TV를 볼 수 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CDMA)형 휴대전화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제품은 북미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CITA 와이어리스 2005’에서 이날 첫선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유럽에서 많이 이용되는 유럽통화방식(GSM) DVB-H폰을 공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미국 시장에서 주로 사용되는 CDMA방식의 DVB-H폰도 내놓은 것이다. 같은 기능의 국내용으로는 이미 판매중인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과 개발 완료된 지상파DMB폰이 있다. 국내는 물론 유럽과 미국 시장을 겨냥한 이동방송용 휴대전화를 모두 갖춘 만큼 향후 이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기태 삼성전자 사장은 “앞으로 유럽과 미주의 이동통신 및 방송사업자와 손을 잡고 DVB-H폰 공동 사업을 모색할 것”이라면서 “올해말 상용화를 목표로 미국에서 DVB-H 방식 휴대이동방송 서비스를 준비중인 크라운 캐슬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DVB-H는 방송서비스 영화, 게임, 컴퓨터프로그램 등 대용량 디지털 콘텐츠를 저렴하게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홈쇼핑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상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고 마음에 드는 상품을 클릭해 바로 구매도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한국고속철도(KTX) 등 시속 300㎞로 고속 주행하는 차량에서도 방송을 볼 수 있고,26만 2000컬러 화면,130만화소 디카, 스테레오 스피커, 음성-문자변환 등 기능도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안익태선생 ‘독립유공자’ 예우할듯

    안익태선생 ‘독립유공자’ 예우할듯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 선생이 독립유공자 예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은 16일 문화관광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 부처간에 안익태 선생을 독립유공자로 예우하는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이같은 예우를 바라는 유족들의 뜻을 정부가 받아들일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애국가 저작권 무상양도 기증서를 전달키 위해 문화관광부를 방문한 안익태 선생의 부인 롤리타 안(89)여사 등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 장관은 “현재 독립기념관에 있는 안익태 선생의 유품들은 오는 10월 개관하는 용산 새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로 ‘안익태 유품 전시실’을 마련해 전시하는 것을 실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있는 음악당의 하나를 ‘안익태 홀’로 이름짓는 계획도 갖고 있다.”면서 “스페인에 남아있는 안익태 선생의 유품들을 중앙박물관 전시실로 옮겨 국민들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유족들과 협의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측은 이에 대해 “적극 협력할 뜻이 있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유족들은 정 장관에게 애국가 저작권을 한국민에게 무상양도하겠다는 기증서를 공식전달했다. 유족들은 기증서에 “애국가가 한국 국민의 가슴에 영원히 불리기를 소망하며 고인이 사랑했던 조국에 이 곡을 기증합니다.”라고 적었다. 기증서를 받은 정 장관은 “애국가의 감격과 소망이 언제나 함께 하길 바라며 한국 국민들의 고마움을 이 패에 담아드립니다.”라는 글귀를 새긴 감사패와 자개 보석함을 롤리타 안 여사에게 전달했다. 이날 롤리타 안 여사는 “이번 방한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에 안익태 선생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격스럽다.”고 울먹였다. 이어 딸 레오노르 안과 외손자 미겔 익태 안이 대신 읽은 편지글을 통해 “지난 50년 동안 어떻게 한국이 성장을 지속하며 남편의 꿈이 이루어지는가를 지켜봤다.”면서 “한국은 이제 국제적인 국가로 변모했으며, 국민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 만세!”라고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노구를 이끌고 한국에 온 여사는 “이번 여행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바쳤던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 한 한국인(남편)을 저와 함께 공유했던 모든 한국 국민들과 작별을 하기 위한 것”이라며 “애국가는 한국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며, 그래서 애국가를 한국 국민들에게 아무런 조건없이 드리겠다.”고 기증의 뜻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문화부는 애국가를 신탁관리해온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공문을 보내 애국가를 관리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요청, 저작권료 지불은 16일부터 중단됐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시론] 반대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시론] 반대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필자를 포함해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사랑한다. 한국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이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낸 한국인도 사랑한다. 한국인들은 정열적이고, 멋지다고 할 정도로 복잡다단한 민족이다. 무엇보다 주류 사회, 다수 의견에 도전하며 자신의 주장을 펼칠 줄 아는 사람들이다. 국회나 언론 매체에서도 첨예한 의견대립은 쉽사리 발견된다. 거리 집회 참가자들은 물론 택시 기사들도 정부와 정치인에 대해 찬·반 목소리를 높인다. 활발한 반대의견 덕택에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뿌리내렸다.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의 큰 걸음은 주류 사회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됐다.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미국인과 한국인은 혁명가의 피와 정신을 물려받았다. 이들은 사회보편적 원칙에 항거할 줄 아는 저항가다.”라고 표현했다. 저항이 쉽지 않던 과거에도 한국인들은 일제 식민주의에 항거, 독립을 이뤘고 무자비한 독재자를 몰아냈다. 결국 아시아 지역에서 몇 안 되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성과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 또 주류 사회에 대해 강력히 도전하는 정신, 용기가 변화의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도전정신이 사법부나 교육 현장까지 닿지 못해 참으로 안타깝다. 예를 들어 하급 판사가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결을 내놓는 일이 심각할 정도로 드물다. 박사과정 학생이라도 지도 교수에게 다른 의견을 피력, 충돌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법원과 학교는 자유로운 사고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이다. 법원은 자유를 수호하고, 학교는 젊은 지도자를 양성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주류 사회에 반대하는 도전 정신을 존중하고 증진시켜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물론 우리들 자신에 대해서도 반대할 줄 아는 것은 생각과 실천, 배움의 출발점이다. 만일 반대가 없다면 이런 것들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진다. 밀턴은 1644년 저작 ‘아레오파기티카’에서 “갖가지 주장이 이 땅에 활개치고 다니도록 허용하라. 진리가 그곳에서 함께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진리의 힘을 의심해 다른 의견을 내놓지 못하도록 막는 행위는 어리석다. 진리가 거짓과 투쟁하게 놓아둬라. 자유롭고 공개된 대결에서 진리가 거짓에 패배하는 모습을 단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 있는가.”라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사상의 시장(市場)’이라 불리며 경제학의 자유시장 이론의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이론의 근본 정신은 시장이, 자유로운 사상 교류를 통해 무엇이 진리인지 진단하도록 내버려 두라는 것이다. 특정 사상이 경쟁에서 이겨 수용될지 여부를 시장이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연방 대법관 홈즈도 이 이론에 적극 동조했다. 그는 “우리가 열망하는 절대 선(善)은 자유로운 사상 교류 속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진리를 판단하는 최고의 잣대는 시장 경쟁 속에서 승리해 보편적 이념으로 받아들여질 힘을 지녔는가다. 진리는 다양한 사상이 표방하는 열망을 안전하게 성취할 수 있는 유일한 기반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사법부와 교육계에도 주류 사회에 반대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활발한 반대 의견 개진을 허용하는 것은 헌재는 물론 국가 전체에 이득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헌재는 소속 연구관들에게 다양한 반대 의견을 개진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이런 정신이 사법기관과 교육계에도 전반적으로 확산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반대 의견을 억압하는 문화를 강력히 비판한 풀브라이트 미국 상원의원의 말을 기억해야 한다.“우리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도 반드시 고찰해야 한다. 우리는 반대자들의 목소리는 두려워하지 말고 오히려 환영하는 자세를 배워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것들이 말도 안 된다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의 사고는 멈춰 버리고 행동은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 션 헤이스 헌법재판소 연구원
  • “클레오파트라는 대학자였다”

    |런던 연합|비운의 이집트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빼어난 미모가 아니라 위대한 지성으로 카이사르와 안토니우스 등 로마의 대표적 장군들을 사로잡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14일 대문호 셰익스피어가 클레오파트라를 ‘성적 매력’으로 가득 찬 헬레니즘 최후의 여왕으로 묘사하기 훨씬 이전부터 중세 아랍학자들은 그를 ‘당대 최고의 지성’으로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아랍학자들은 수많은 문헌에서 단 한차례도 클레오파트라의 미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으며 화학, 의학, 철학, 수학, 건축학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에서 그의 업적을 수없이 인용하고 있다. 런던 유니버스티 칼리지의 고대이집트 박물관에서 근무하는 오카샤 엘 달리 박사는 저서 ‘이집트학:잃어버린 천년’에서 “아랍 학자들은 클레오파트라를 ‘대학자’로 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일강에서 알렉산드리아로 이어지는 대수로를 설계한 것도 클레오파트라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BC 69년 태어나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왕조의 마지막 여왕이 된 클레오파트라는 이집트어는 물론 로마어, 그리스어 등 여러 나라 말에 능통해 통역없이 외교사절과 대화한 것으로 유명하다.
  • 조르디 사발의 ‘에스페리옹 21’ 내한공연

    조르디 사발의 ‘에스페리옹 21’ 내한공연

    ‘고(古)음악의 영웅’으로 불리는 비올라 다 감바의 명연주자 조르디 사발이 한국에 온다. 지난 2003년에 이어 두번째 내한하는 그는 19일 오후 6시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23일까지 경남 통영, 울산, 경기 안산 등을 돌며 공연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태생인 사발은 첼로로 연주활동을 시작했다가 1965년 이래 비올라 다 감바에 매료돼 고전음악 쪽으로 활동방향을 튼 인물. 고색창연한 악기의 명연주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중세에서 바로크 시대까지 고음악 해석에 관한 한 세계최고의 권위자로 꼽히는 사발의 이번 공연에는 그가 직접 창단한 고음악 전문 실내악단 ‘에스페리옹 21’이 함께 온다. 1974년 창단한 에스페리옹 21에는 사발의 일가족이 주요 연주자로 포진해 있다. 그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반자인 소프라노 몽세라 피구에라스를 비롯해 ‘알파 도피아’(옛 하프) 연주자인 딸 아리안나 사발, 바로크 시대에 사용된 만돌린 비슷한 악기 ‘티오르바’ 연주자인 아들 페란 사발 등이 함께 호흡을 맞춘다. 사발이 연주하는 비올라 다 감바는 첼로의 원형. 첼로와 연주방식이 거의 비슷한 여섯 혹은 일곱 현의 옛 악기로, 천재화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기막히게 연주한 악기로도 유명하다. 원래는 합주에서 낮은 음역을 소화하는 부수악기였으나 차츰 독주악기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사발의 음악적 성과는 단지 무대 연주에 그치지 않는다. 고음악에 관한 각종 조사와 연구·해석을 거듭한 끝에 복원해낸 그의 음악은 진정한 클래식 애호가라면 반드시 섭렵해야 할 레퍼토리로 평가받는다. 이를 입증하듯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고음악을 연주한 2003년 첫 국내 무대에서도 그는 클래식팬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사발과 에스페리옹 21은 17일 개막하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유일한 고음악 프로그램으로 각광받을 듯하다. 통영 공연은 20일 통영시민회관 오후 7시. 이어 22일 울산 현대예술관(오후 8시),23일 안산 문화예술의전당(오후 8시)에서 공연한다. 한편 한양대 음악연구소는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비올(viol) 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는 ‘비올 음악의 역사, 그 시원에서 후기 바로크까지’라는 이색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비올은 16∼18세기 유럽에서 실내악 연주에 쓰던 현악기를 총칭하는 말이다.(02)2005-0114.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할리우드 한국계 배우 맹활약

    지난달 28일 열린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방송을 본 국내 영화팬들은 감회가 남달랐을 듯싶다. 내로라하는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2명의 한국인이 카메라에 잡혔기 때문이다. 단편애니메이션 후보에 오른 호주 동포 박세종 감독과 영화 ‘사이드웨이’의 한국계 여배우 산드라 오. 비록 이날 시상식 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세계 영화산업의 심장부에 당당히 진입했다는 것 만으로도 뿌듯함을 안겨줬다. 지난 6일에는 한국계 배우 소냐 손이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는 낭보가 이어졌다. 아프리카계 아버지와 한국계 어머니를 둔 소냐 손은 HBO채널 ‘와이어(Wire)’의 마약단속반 형사 사키마 그렉스역으로 오는 19일 열리는 제36회 이미지 어워즈 시상식의 TV드라마부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에미상 수상감독인 마크 레비 감독의 98년작 ‘슬램(Slam)’에서 여주인공 로렌으로 열연했다. 최근 몇년새 할리우드에서 한국계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를 두고 성급하게 ‘할리우드의 한류바람’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겠지만 그간 한국계 배우의 역할이 인종차별당하는 아시안이나 무장강도에게 속수무책 당하는 슈퍼마켓 주인역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들 만큼 눈부신 발전이다. ‘사이드웨이’의 감독 알렉산더 페인의 아내이기도 한 산드라 오는 한국계 여배우중 가장 성공한 인물. 캐나다 오타와 근교에서 태어난 그는 열살때부터 연기를 시작해 연극, 방송, 영화, 라디오드라마를 두루 섭렵하며 ‘캐나다 최고의 코미디 배우’로 떠올랐다. 94년 TV드라마 ‘이블린 로의 일기’로 국제방송프로그램페스티벌의 최우수여우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상을 휩쓸었고,‘프린세스 다이어리’‘투스카니의 태양’등 할리우드로 반경을 넓혀 맹활약 중이다. 10일 개봉하는 범죄 스릴러 영화 ‘쏘우’에선 또다른 한국계 여배우 알렉산드라 전을 만날 수 있다. 용의자 가운데 한명으로 출연하는 그는 미국 TV시리즈 ‘어나더 월드’로 데뷔,‘시카고 메디컬’‘텍사스 레인저’등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지난 95년 개봉한 한국영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이휘소 박사의 딸로 출연하기도 했다. 남자 배우들의 활약도 이에 못지않다. 지난 1월 국내 개봉한 ‘엘렉트라’에선 한국계 2세 배우 윌 윤 리가 닌자 집단의 우두머리 키리지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7월 개봉한 ‘해럴드와 쿠마 화이트 캐슬에 가다’에서 주연을 맡았던 존 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미국 잡지 피플지가 선정한 ‘미국의 매력 남성 50인’에도 뽑혔다. 이밖에 007시리즈 ‘다이 어나더 데이’에서 북한 인민군 장교역으로 낯익은 릭 윤과 ‘게이샤의 추억’에 공리의 애인으로 출연 중인 칼 윤 형제,‘메리디안’‘퍼펙트 스코어’등에서 열연을 펼친 레오나르도 남 등이 주목받는 한국계 배우들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들의 이름이 호명되는 날을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儒林(299)-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儒林(299)-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제3부 君子有終 제1장 名妓杜香 그러나 이러한 일화로 인하여 이산해의 가문에서는 아버지 이지번과 작은아버지 이지함이 은둔하였던 단양의 구담을 대대로 기리고 곁들여 두향에게 제사를 지내주었던 것이다. 스승 이퇴계를 존경하여 애인이었던 두향의 제사까지 함께 지내준 이산해의 사제지도(師弟之道). 그러한 사제지도가 없었더라면 오래 전에 두향의 무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표석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도 새겨져 있다. 나는 그 내용을 읽어보았다. “…조선 숙종 때 우암 송시열(宋時烈)과 권상하(權尙夏)의 문인으로 호조정랑, 의금부부사, 단양군수였던 수촌(水村) 임방(任傍:1640~1724)은 ‘두향묘시(杜香墓詩)’를 남긴다.…” 묘석에 나오는 임방은 송시열의 제자로 의금부도사를 거쳐 대사성·호조판서에 이르렀던 명신인데, 일찍이 단양의 군수로 재직하다가 두향의 무덤 앞에서 추모시를 한수 읊는다. 그 추모시가 임방의 문집 수촌집(水村集)에 실려 있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외로운 무덤 하나 두향이라네. 강 언덕 강선대 그 아래 있네. 어여쁜 이 멋있게 놀던 값으로 경치도 좋은 곳에 묻어 주었네.(一點孤墳是杜秋 降仙臺下楚江頭 芳魂償得風流價 絶勝眞娘葬虎丘)” 두향에 대해서 노래한 시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이 시에서는 두향을 ‘두추(杜秋)’라고 부르고 있다. 두추는 당나라에서 전해 내려오는 최고의 명기. 따라서 임방은 두향을 감히 두추에 비유하여 시를 읊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임방은 두향이 묻힌 이곳을 ‘호구(虎丘)’라고 명명하고 있다. 호구는 오늘날 장쑤성(江蘇省), 쑤저우(蘇州)에 있는 경승지를 말함이다. 하이융산(海湧山)이라고도 하는데,‘오월춘추(吳越春秋)’에 의하면 오나라의 왕 부차가 아버지 합려를 장사지낸 지 3일 후에 백호(白虎)가 나타나 그 무덤을 지켰다는 고사에서 연유하여 호구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언덕 위에는 높이 47.5m의 8각 7층 벽돌건물인 운암사탑(雲岩寺塔)이 있고, 수목이 무성하며 기암괴석이 풍부한 절경이다. 서남쪽 교외 19㎞ 지점에 있는 영암산(靈岩山)에는 월왕 구천이 감금되었다는 굴이 있고, 구천이 복수하기 위해서 부차에게 진상하였던 서시(西施)를 위해 지었다는 별궁터가 남아 있다. 서시는 중국의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절세미인. 눈길 한번 돌아보면 성이 기울고, 두 번 돌아보면 나라가 기울 만큼의 경국지색(傾國之色)이었는데, 서시가 몸이 아파 낯을 찌푸리면 나라의 모든 여인들이 이를 흉내내어 낯을 찌푸렸다는 이 전설의 여인은 바로 이 궁터의 금대에서 거문고를 켰던 것이다. 그러나 호구가 유명한 것은 바로 이런 연유 때문에 육조시대(六朝時代) 때에 이르러 나라의 많은 명기들은 자신이 죽으면 동양의 클레오파트라인 서시처럼 자신을 바로 이 호구에 묻어 달라고 유언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호구는 유명한 미인들이나 기생들이 사후에 묻히는 북망산(北邙山)으로 유명했던 곳. 북망산이 낙양(洛陽) 북쪽에 있는 작은 산으로 제왕, 귀인, 명사들의 무덤이 많은 곳이라면 호구는 이처럼 명기들의 공동묘지였던 것이다. 따라서 임방은 이곳을 빗대어 두향이 묻힌 강선대의 무덤가를 호구라고 명명하고 있음인 것이다.
  • 희망과 절망… ‘블루의 두 얼굴’

    희망과 절망… ‘블루의 두 얼굴’

    파랑에는 싱그러운 희망의 이미지가 담겼다. 그런가 하면 어둡고 우울한 이미지도 동시에 보여준다. 이 야누스적인 속성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줬다. 파랑은 잡고 싶은 꿈을 상징하는 파랑새, 혹은 푸른 암벽 사이에 피어 있는 그리움의 푸른꽃이 되기도 한다. 그리움의 파랑은 블루스 음악을 낳았다. 인간적인 슬픔과 고뇌, 우울한 마음을 노래한 것이 블루스다.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에서는 사랑도 파랑이 되는 법.“파랑, 파랑, 사랑은 파랑…”이라고 읊어대는 샹송 가락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고 보면 파랑은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기에 앞서 예술이 가장 사랑하는 색인지도 모른다. 파랑! 그 깊고 서늘한 색의 세계가 새 봄을 유혹한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가 파랑을 주조로 한 작품만을 한 데 모은 ‘블루(BLUE)’전을 마련했다. 지난해 정열과 사랑, 분노의 ‘레드’전을 연 데 이어 이번엔 차갑고 지적인 블루를 주제로 삼았다. 국내외 ‘블루 대가’들의 작품 70여점이 나온다. 푸른 점들 속에 한국인의 마음과 정서를 담은 김환기의 대작 ‘16-Ⅱ-70 #147’, 으스름 달밤의 정서를 짙은 블루로 표현한 장욱진의 ‘달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자리자’를 모티프로 한 르네 마그리트의 ‘라 조콘드’, 꿈과 환상의 세계를 푸른색에 실어 표현한 마르크 샤갈의 ‘결혼’ 등을 만날 수 있다. 젊은 현대 작가들도 작품을 냈다. 청바지 조각을 이어붙인 최소영의 풍경화 ‘가야풍경’, 강영민의 재기발랄한 푸른빛 네온 설치작업 ‘야반도주’, 우주와 하늘의 모습을 담은 정연희의 천장 설치작업 ‘휴식으로의 초대’ 등은 파란색의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측면을 잘 표현한 작품들이다. 이우환, 공성훈, 홍수연, 이기봉 등의 작품도 선보인다. 현대 작품뿐 아니라 조선시대 선비들이 가까이 두고 사용하던 연적, 필세(筆洗), 붓통 같은 청화백자들도 나온다. 한없이 맑고 푸른 기운이 청운의 꿈을 안고 학문에 매진하던 선비들의 정신을 닮았다. 옛 도자기에서 첨단 미디어 아트까지 망라하는 이번 전시는 시공을 초월해 블루를 공감케 하는 색채감수성의 훈련장이다. 개막일인 9일(오후 6시30분)에는 오프닝 행사로 최종범의 비주얼 퍼포먼스도 예정돼 있어 관심을 모은다.9일부터 27일까지.(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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