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조리 명사와 함께] 독일 월드컵 진출국 앙골라 참사관 부부와 요리조리
아프리카 남서부, 풍부한 광물자원, 내전, 그리고 2006 독일월드컵 본선진출국. 우리가 알고 있는 앙골라에 대한 전부. 얼마나 볼거리가 많은지, 또 사람들은 얼마나 정(情) 많은지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나라 앙골라. 대사관 대신 차려진 연락사무소의 돔베 참사관 부부가 만들어준 앙골라 요리로 낯선 앙골라에 한발짝 다가가보자.
■ 아나 마리아 돔베 앙골라 연락사무소 참사관 부인
저멀리 아프리카에 위치한 신흥 축구 강국이라는 사실 외에 별로 알려진 것이 없는 앙골라. 지난 3ㆍ1절에 열린 한국과 앙골라의 국가대표 축구팀 평가전을 계기로 앙골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나라로 여겨지지만 앙골라는 알고 보면 풍부한 지하자원에, 진귀한 동·식물 등으로 볼거리가 많은 관광국가로도 손색이 없다. 월드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평가전을 함께 치르면서 더욱 가까워진 나라이기도 하다.
앙골라 연락사무소의 운영 책임자 알프레도 돔베(45) 참사관을 만나 앙골라의 음식과 문화 등에 대해 자세한 안내를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앙골라 대사관은 없고, 대신 앙골라 연락사무소가 대사관 역할을 맡고 있다. 주한 앙골라 대사는 일본 주재 대사가 겸임하고 있어 돔베 참사관이 한국에서는 실질적인 대사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기자의 개인 이력서와 신분증을 제출하고 나서야 어렵사리 진행된 인터뷰여서 상당히 긴장됐지만 정작 서울 한남동 앙골라 연락사무소에서 만난 돔베 참사관은 따뜻한 마음을 지닌 듯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가까이서 보니 잘 생긴 외모에 세련된 분위기다. 짙은 남색 양복에 노란 넥타이를 맨 화사한 옷차림이었다. 그는 사무실에서 간단한 인사를 나눈 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한남동 자신의 자택으로 안내했다.
# 포트투갈 영향 받은 앙골라 요리
지난 해 6월 한국에 부임한 돔베 참사관 가족은 모두 7명. 부인 아나 마리아 돔베(44)와 사이에 장녀 자시라(17), 장남 조엘미르(12),2녀 스타바니아(10),3녀 안드레아(9),4녀 셰이디(6) 등 1남 4녀를 뒀다. 외교관 6년차인 돔베 참사관은 “아이들이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지 걱정이었는데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해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돔베 참사관과는 고교시절에 만나 연애 결혼한 부인 아나 마리아는 아이들이 많아 살림하기에 바쁠텐데도 이날 점심 식사를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서 음식을 마련하며 정성스럽게 손님을 맞았다. 얼마나 일찍부터 서둘렀는지 오전 8시에 일찌감치 점심 먹을 요리를 다 끝내 놓았단다. 자줏빛 앙골라 전통 의상을 입고, 머리에 스카프까지 둘러 한껏 앙골라의 향취를 느끼도록 했다.
아나는 “한국인들에게 정통 앙골라 요리를 선보여 주기 위해 며칠전 온 가족이 함께 용산 이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면서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앙골라에 갔다 왔다는 느낌이 들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앙골라 요리가 더욱 궁금해진다.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포르투갈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대부분의 앙골라인들은 평소 파스타, 쌀요리, 감자튀김 등 포르투갈 요리를 많이 해먹어요.”
돔베 참사관 가족도 마찬가지다. 앙골라 요리는 시간이 많이 걸려 특별한 날이나 주말에만 해먹고, 대부분은 간단한 포르투갈 요리를 한다. 앙골라 음식을 해먹고 싶어도 특유의 야채 등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서 못해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고이고이 아껴둔 음식재료를 사용했다.
아나가 새벽잠을 설치며 6시간 동안 삶아서 익혀낸 강낭콩 요리, 즉 ‘훼이자웅 지 올레오 지 파우마’는 서양식 콩요리와 비슷하다. 땅콩 크림을 넣어 만든 닭요리 ‘무안바지 칭구바’도 우리 입맛에 잘 맞아 맛있다.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소고기 요리 ‘카르네 아사다 이 멀료테 토마테’는 소고기가 다소 짠 듯하지만 스테이크 종류라서 별 부담없이 먹기 좋았다.
다만 생선요리 ‘칼룰루’는 기름기가 많은데다 약간 비린 듯했다. 앙골라에서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다같이 즐기는 음식중의 하나란다.
이런 음식들과 함께 곁들이는 요리는 바로 ‘풍지’. 고구마 삶은 것과 함께 식탁에 늘 오르는 메뉴다. 감자·고구마와 비슷한 ‘만지오카’를 말려 가루를 만들어 불에 익혀낸 것으로 우리의 찹쌀죽 같은 느낌을 준다.‘만지오카’대신 옥수수 가루로 만든 ‘풍지’도 있다. 부인의 음식 솜씨를 칭찬했더니만 “앙골라에서 여자아이들은 열살만 되면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다.”면서 “자신도 언니들이 하는 것을 보고 배웠다.”고 말했다.
# 주말에 가족 위해 요리하는 돔베 참사관
돔베 참사관의 요리 솜씨는 어떤지 물어봤다.“누나들이 일찍 결혼해 남자 형제들과 같이 자랐고, 부모님이 아프면 요리를 많이한 덕에 어릴 때부터 요리에 익숙해졌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어제 점심 때도 브라질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면서 배운 스테이크 요리를 아이들에게 해줬더니만 무척 좋아했다.”며 웃는다.
아직 한국요리는 배우지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꼭 해 볼 계획이다.“한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김치에 대해서는 다소 맵지만 먹을 만하다고 귀띔한다. 아이들의 경우 슈퍼마켓에 가서 냉동만두를 사다가 집에서 끓여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 많이 익숙해졌단다. 부인 아나도 한국어를 배우다가 뜸해졌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는 등 한국 생활을 즐기고 있다.
# 축구는 국민 스포츠
한국과 평가전을 치르는 날 돔베 참사관 가족은 모두 서울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숨 죽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한국이야 홈그라운드이지만 어디 앙골라팀이야 그런가. 한국에 살고 있는 앙골라인들은 돔베 참사관 가족을 포함해 유학생 5명 등 모두 12명에 불과하다. 멀리서 온 고국 축구팀의 뒷바라지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앙골라는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60위로 지역 예선에서 강호 나이지리아를 밀어내며 올해 사상 처음 월드컵 본선을 밟게 돼 온 국민들은 축제 분위기란다.
돔베 참사관은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동네에서 축구놀이를 하고, 학교에 들어가면 학교 축구부들에 들어가려고 경쟁을 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축구를 무척 좋아했는데 39세때 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후 축구를 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했다.
돔베 참사관은 앙골라에 대해 “석유, 다이아몬드 등 자원이 풍부해 축복받은 땅”이라면서 “앙골라인들은 한번 만나면 자신의 가족에게까지 소개를 하고 이후에는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할 정도로 따뜻한 정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과 자원과 관광, 무역 등의 분야에서 더욱 많은 교류가 이뤄지길 희망했다.
글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국 앙골라는…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는 나라로 면적은 124만 6700㎢, 인구는 1077만 6000여명(2003년). 수도는 루안다로,11개 인종에 46개의 언어가 사용되지만 포르투갈어가 공용어로 쓰인다. 석유, 다이아몬드, 금, 우라늄, 철광석 등의 광물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앙골라 댐, 염전, 칼라둘라 폭포 등 관광자원도 많아 점차 관광객들의 방문이 늘고 있다.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한 뿔 달린 ‘팔랑카 네그라’와 사막에서 자라나는 식물로 옆으로 자라는 특성을 지닌 ‘벨비차 위나 빌리스’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앙골라에서 볼 수 있는 동·식물이다.
앙골라인들은 낚시를 좋아하고, 춤추는 것을 좋아하는 낙천적인 민족. 하지만 내전을 겪으면서 어려운 고통의 시기를 지냈다. 지금은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요즘 활발한 움직임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한국의 모 건설업체가 수도 루안다의 컨벤션센터를 건설하는 등 한국과의 경제교류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북한과는 1976년, 한국과는 1994년에 각각 외교관계를 맺었다.
■ 골라 골라 ‘앙골라 정통음식’
현지 아프리카 여행을 하지 않으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앙골라 요리. 오랫동안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왔기 때문에 포르투갈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앙골라 주한 연락사무소 돔베 참사관의 부인이 소개하는 요리는 정통 앙골라 요리이다. 보기에는 낯설어도 일단 재료와 만드는 방법을 알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 무안바지 칭구바(닭요리)
재료:닭고기, 마늘, 소금, 후추, 토마토, 양파, 올리브 오일
만드는 법:(1)닭고기에 마늘과 소금, 후추로 30여분 이상 재워둔다.(2)(1)에 양파와 토마토를 썰어 넣는다.(3)팬이 달궈지면 (1)(2)의 재료에 올리브 오일을 넣고 달달 볶으면서 수분이 없도록 졸인다.(4)여기에 땅콩 크림을 넣고 다시 졸인다.
# 칼룰루(생선요리)
재료:마른 생선(아무거나), 살아 있는 생선(아무거나), 야채(키아보, 앙골라에서 나는 야채로 냉동된 것)
만드는 법:(1)햇볕에 잘 말려 건조된 생선을 물에 담가 불린다.(2)살아 있는 생선에 소금과 마늘로 간을 한다.(3)(1)(2)에 물을 넣고 조금 끓이다가 키아보를 넣고 올리브 오일을 조금 넣고 달달 볶는다. 앙골라에서는 키아보가 없으면 고구마 잎사귀도 넣는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시금치 등 푸른빛 채소를 사용해도 된다.
# 카르네 아사다 이 몰료테 토마테(토마토 소스를 얹은 구운 소고기)
재료:토마토, 양파, 소고기, 소금, 후추
만드는 법:(1)먼저 양파와 토마토를 얇게 썰어 소금과 후추를 넣어 알맞게 볶아 소스를 마련한다.(2)소고기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한 뒤 달궈진 팬에서 알맞게 구워낸다.(3)접시 한쪽에 소고기를 담고 옆에 토마토 소스를 곁들여 낸다.
# 후에자웅 지 올레오 지 파우마(강낭콩 요리)
재료:강낭콩, 양파, 팜 오일, 소금
만드는 법:(1)마른 강낭콩은 흐물해지도록 물에 불려 놓는다.(2)(1)을 다시 물에 놓고 끓인다.(3)다 익으면 양파와 팜 오일, 소금을 넣고 끓인다.
# 단골맛집
돔베 참사관은 아직 한국 친구들을 별로 사귀지 못해 여기저기 맛있는 곳을 찾아다니지는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1)용수산: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지하에 있는 한국음식점 ‘용수산’에 가면 다양한 한국 정통 요리를 맛볼 수 있어 가끔 가족들과 함께 간다.(02)771-5553 (2)이빠네마: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근처에 있는 브라질 음식점. 브라질에서 외교관 생활을 한 경험이 있어 옛생각을 하며 정통 바비큐 등 브라질 요리를 먹을 수 있어 좋아한다.(02)779-2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