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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한 스푼 과학 두 스푼 맛깔난 한 끼

    문화 한 스푼 과학 두 스푼 맛깔난 한 끼

    “달걀 프라이 이상적 온도는 120도” 재료 특성·국가 차이 담은 ‘요리 성경’ 문학·물리학 정통한 美요리사의 역작 음식과 요리/해럴드 맥기 지음/이희건 옮김/이데아/1260쪽/8만 8000원 아마존 서점에서 이 책은 ‘요리사들의 성경’으로 소개된다. 신간 ‘음식과 요리’. 인류가 맛봐 온 전 세계의 음식 재료를 망라하고 있는 요리책인 동시에 과학책이며, 역사와 문화·인류학을 넘나들며 ‘세상 모든 음식에 대한 답’을 맛깔나게 풀어낸 현대의 고전이다. 원제는 ‘On Food and Cooking: The Science and Lore of the Kitchen’. 저자는 미국 칼텍과 예일대에서 문학과 천문학,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저술가 겸 요리사로 대가의 반열에 선 해럴드 맥기. 요리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임스 비어드 어워드’를 수상한 데 이어 타임지가 선정한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세계 요리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한국어판 추천사를 쓴 박찬일 셰프는 “요리사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이제 엄마에게 전화하는 대신 이 책을 펼치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그런 행동을 ‘요리사의 진화’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이 책의 ‘달걀 프라이’ 항목을 보자. “달걀 프라이는 아래쪽에서만 열을 받기 때문에 흰자의 흘러내림 현상이 수란의 경우보다 심하며, 흰자의 응고도 더 늦다. 달걀 프라이를 만드는 이상적인 팬 온도는 120℃ 안팎이다. (…) 한국에서는 ‘동전 지갑형’ 달걀 프라이처럼, 굳기 시작한 달걀을 반으로 접어 달걀의 바닥과 위는 아삭아삭하게 하고, 가운데의 노른자는 약간 덜 익은 크림 상태를 유지하게 만들기도 한다.”(148~149쪽)저자는 달걀 프라이 하나에도 과학적 지식과 비법, 특정 문화권의 독특한 요리법까지 담아내고 있다. 육류 조리법의 경우 “결정적 온도는 60℃이며, 이 온도에서 각각의 근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결합조직의 콜라겐 피복이 붕괴되고 오그라들어 고기 내부에 압력을 가해 육즙을 쥐어짜내게 된다”고 설명한다. ‘발효 양배추’ 항목으로 분류된 김치의 경우 갖은 재료와 양념, 보존 방식 등의 기본 정보뿐 아니라 “간혹 생기는 거품은 14℃ 이하의 온도에서 가스를 생성하는 박테리아의 영향”이라는 세세한 기술도 빼놓지 않았다. “젠장, 한국인이고 요리사인 나보다 더 정확하고 확고하게 설명하고 있다”는 박찬일 셰프의 투덜거림이 이해된다. ‘요리의 과학자’라는 저자의 별명대로, 과학적으로 재료의 특성을 분류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레시피와 요리 소개는 이 책이 가진 최고의 미덕이다. 젖과 유제품으로 시작해 알, 고기, 생선과 조개·갑각류, 식용식물, 자주 먹는 채소, 자주 먹는 과일, 식물에서 얻는 향료, 씨앗, 곡물 반죽으로 만든 음식, 소스, 설탕·초콜릿·당과, 와인·맥주·증류주까지 일상에서 접하는 거의 모든 음식과 재료들을 훑었다. 책은 백과사전 방식으로 구성돼 있지만 건조하지 않고, 읽는 재미까지 더한 친절함이 돋보인다. ‘고기’(meat)가 초기에는 ‘고형의 음식물 일반’을 지칭했지만 1300년 이후 서양에서 특별한 지위를 성취하며 ‘동물의 살코기’로 그 의미가 좁혀졌다거나 ‘빵’이 사회적 지위를 가리키는 단어의 기원이 됐다는 얘기 등 인문학적 감칠맛을 더했다. 아들 존과 딸 플로렌스가 생애의 절반 이상을, 이 책을 쓰기 위한 실험적인 저녁 식사와 더불어 살아왔다는 저자의 익살스러운 너스레를 통해 이 책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초판은 1984년에 출간됐다. 1260쪽에 달하는 이번 한국어판은 저자가 전부 새로 쓰다시피 한 2004년 개정증보판을 원서로 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시바산코리아, 신제품 ‘페이셜 케미컬’ 세미나 성황리 종료

    시바산코리아, 신제품 ‘페이셜 케미컬’ 세미나 성황리 종료

    화장품 제조업체 시바산코리아는 지난 2월 24일 라마다 서울호텔에서 신제품 ‘페이셜 케미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노화, 여드름, 색소 피부 등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멜라노필’과 신제품인 ‘페이셜 케미컬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피부타입과 부위별로 필링하는 새로운 필링 시스템과 사용법에 대한 강연 시간을 가졌다. 특히 세미나 참여자들은 시바산 코리아의 제품들의 시연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마케팅에 관한 강의와 경품 추첨을 통해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앞서 시바산 코리아는 지난 1월 국내최초 CPD 시스템을 선보인 바 있다. ‘CPD’란, 코스메디컬 플랫폼 디스트리뷰션(Cosmeceutical Platform Distribution)의 약자를 뜻한다. 각지의 우수한 제조 시설을 섭외하여 아시아인의 피부에 적합한 성분, 함유량을 배합하고 피부 타입별 포괄적인 연구가 아닌 피부 부위별 디테일한 솔루션 레시피를 발굴해 제공하는 연구, 생산, 유통 시스템이다. 시바산 코리아는 “이번 세미나를 시작으로 시바산의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더욱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바산 코리아 관계자는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시바산 전문 관리처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전문가의 처방 없이도 사용 가능한 홈케어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고 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2030 여성신발 쇼핑몰 슈마루, 2017 S/S 핫 아이템 선보여

    2030 여성신발 쇼핑몰 슈마루, 2017 S/S 핫 아이템 선보여

    2030 여성 슈즈 전문 쇼핑몰 슈마루가 2017년 봄 슈즈 트랜드를 이끌어갈 핫 아이템들을 본격 선보였다고 6일 밝혔다. 슈마루는 이번 봄 개편을 통해 미들굽 높이의 팝한 컬러감 ‘아젤리아 펌프스힐’, 여심을 자극하는 무드레시피 ‘에일린 스트랩힐’, 1만5천족 후기가 자신 있는 슈마루 메이드 ‘헤이든 테슬로퍼’, 인기행진 커플슈즈 ‘듀스 커플 스니커즈’ 등을 선보인다. 슈마루 관계자는 “슈즈를 판매하면서 디자인이 예쁘면 불편하고 편안하면 핏이 예쁘지 않고, 모두 다 만족시키는 신발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슈마루를 운영하면서 연구한 노하우를 최대한 반영하고 또 반영해 첫 자체 제작 힐라인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먼저 ‘아젤리아 펌프스힐’은 짧은 세무원단으로 더워보이는 느낌 없이 다가오는 봄부터 4계절 내내 신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뒷굽이 5cm로 청키힐로 되어 있어 적당한 키높이 효과가 있으며, 앞뒤로 폭신한 쿠션패드가 들어가 안정감 있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다. 시원함과 세련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블루와 그린, 화사하고 귀여운 오렌지와 핑크, 데일리로 좋은 그레이와 블랙 등 6가지 컬러로 제작됐다. ‘에일린 스트랩힐’은 무리가 가지 않는 높이에서 발목을 감싸주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도록 도움을 주며, 간결하고 모던한 디자인과 컬러감으로 스타일링을 업시켜준다. 스커트나, 팬츠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 단아한 매력까지 듬뿍 담아내, 걸리시룩에 잘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완성할 수 있다. ‘헤이든테슬로퍼’는 누적 판맨 1만5천족 후기가 말해주듯 sns상에서 #실물깡패, #모던으로 자주 오르는 인기 키워드로, 앙증맞은 테슬디테일이 들어간 베이직 로퍼로, 글로시한 에나멜 소재가 돋보이는 아이템이다. 스커트나 원피스에 코디해 귀엽고 캐쥬얼한 룩을 연출하거나, 스키니나 팬츠에 트렌디한 코디를 연출해 보는 것도 좋다. 슈즈 바닥에 쿠션감으로 장시간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듀스 커플스니커즈’는 심플하고 베이직한 느낌의 캔버스 소재로 4계절 모두 부담 없이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제품으로, 슈즈바닥이 고무소재로 탄력이 있어 충격을 흡수하고 낮은 굽높이로 오래 걸어도 편안하게 신을 수 있다. 230~280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커플아이템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2개 구입 시 1만원을 즉시 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또한 슈마루는 2017 S/S 신상품 출시에 맞춰 3월 1일부터 한달간 봄 신상품 10% 할인 이벤트를 비롯해, 2개 구입 시 1만원 즉시 할인 등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슈마루의 다양한 2017 S/S 신상품 정보는 쇼핑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구매시 당일 배송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배수경 개인전(작품) 예술의전당이 주관하는 작가스튜디오 선정 작가 기획초대전. 직관과 즉흥에 의해 선택된 색과 선으로 그려진 감각적이고 따뜻한 회화 작품을 선보여 온 배수경 작가가 ‘감각의 정원에 초대된 의자들’이라는 제목으로 근작 30여점을 선보인다. 9~2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02)580-1300. ●박강원 초대전 고등학교 때 복도에 걸린 세잔의 작품 ‘생트빅투아르산’을 보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작가는 인상주의적 화풍의 풍경화 연작을 표한다. 세잔의 고향 액상프로방스 등 여행지에서 보았던 아련한 풍경들을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투명한 색감으로 펼쳐 보인다. 26일까지, 종로구 통의동 인디프레스 갤러리. 010-7397-8498.
  • [이주의 문화 레시피] 클래식

    [이주의 문화 레시피] 클래식

    ●2017 금난새의 오페라이야기- 푸치니의 토스카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지휘자 금난새가 안내하는 오페라 여행. 이번에는 고전 음악사에 큰 획을 그은 푸치니의 토스카를 통해 푸치니의 삶과 음악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들려준다. 9일 오후 8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 1만~2만원. (031)729-4809.●티에리 피셔 사이클 I 유타 심포니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스위스 출신 지휘자 티에리 피셔(60)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자 취임 연주회다. 그는 지난 1월 먼저 취임한 마르쿠스 슈텐츠와 함께 서울시향 상임 지휘자 공백을 메우게 된다.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협연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 하이든 교향곡 1번, 브람스 교향곡 1번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9일 오후 8시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10일 오후 8시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스트홀. 1만~9만원. 1588-1210.
  • [이주의 문화 레시피] 대중음악

    [이주의 문화 레시피] 대중음악

    ●짙은 소극장 콘서트 Vo.1 2015년 3월 소극장 콘서트 9회 연속 전석 매진 사례를 기록했던 감성 싱어송라이터 짙은이 2년 만에 여는 단독 콘서트. 소속사 파스텔 뮤직은 “더 짙어진 감성과 수준 높은 라이브로 무대를 채울 예정”이라며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올해 정규 앨범을 발매하는 등 본격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10일 오후 8시·11일 오후 7시·12일 오후 6시, 마포구 서교동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 6만 6000원. (02)3142-2981.●스탠딩에그 단독 콘서트 ‘러브송’ 감성 어쿠스틱 밴드 스탠딩에그의 단독 공연. 신비주의를 고집하는 이들은 방송 출연이나 특별한 홍보 없이도 음원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여름 발표한 ‘여름밤에 우린’은 주요 음원 차트 7곳에서 정상을 밟았다. 10일 오후 7시 30분·11일 오후 7시·12일 오후 6시,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7만원. (031)924-1213.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연극·뮤지컬

    [이주의 문화 레시피] 연극·뮤지컬

    ●연극 ‘유도소년’ 전북체고 유도선수 ‘경찬’이 1997년 고교전국체전에 출전하기 위해 상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배우들이 각자 역할에 맞춰 훈련한 유도, 복싱, 배드민턴 장면을 무대 위에서 역동적으로 선보인다. 특히 HOT의 ‘캔디’, 젝스키스의 ‘폼생폼사’, UP의 ‘뿌요뿌요’ 등 1990년대 인기가요를 극 중간에 삽입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5월 14일까지. 종로구 동숭동 수현재씨어터. 4만 4000원. (02)744-4331. ●뮤지컬 ‘오!캐롤’ 1950~1970년대 큰 인기를 누린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히트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뮤지컬. 1960년대 미국 결혼식 당일 신랑에게 바람맞은 ‘마지’와 그녀의 절친 ‘로이스’가 마지의 신혼여행지였던 파라다이스 리조트로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러브 스토리를 다뤘다. 5월 7일까지.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 5만~12만원. 1577-3363.
  •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니요 침묵·방관에서 깨어나야 변해요

    그냥 이해하고 받아들이라니요 침묵·방관에서 깨어나야 변해요

    그냥 좋게 받아들이세요/글·그림 마리아 스토리안/강희진 옮김/북레시피/104쪽/1만 4000원성폭력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인 ‘그냥 좋게 받아들이세요.’ 억울한 피해자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말이지만 성폭력 문제에서 피해자가 약자가 되는 부당한 현실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스코틀랜드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가 성폭력을 경험한 익명의 인터넷 사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그래픽 노블이다. 저자는 직접 인터뷰한 그들의 경험과 기억을 묶어 20가지 짧은 이야기와 삽화를 담았고, 이를 통해 전 세계 남녀가 겪는 성희롱, 폭행, 성적 학대의 현장을 강렬하고 생생하게 전달한다. 일종의 성폭력 예방 프로젝트로 어떤 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 가야 할 것인지 해법을 제시한다. 이 책은 2016 SICBA(스코틀랜드 인디펜던트 코믹북 어워즈) 베스트 그래픽 노블상을 비롯해 2016 올해의 책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금메달을 수상했다.‘내가 열다섯 살 때였다’라는 제목의 첫 번째 이야기는 만원 지하철 안에서 자행되는 눈에 띄지 않는 공격을 폭로한다. 지하철에서 어린 소녀의 치마 속을 더듬는 녹색과 주황색 손들은 흑백의 선 위로 서로 얽히고 겹치며 스멀거리는 느낌을 전한다. 책 속의 손자국은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피해자 마음속의 상처를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낯선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변덕에 따라 사적 혹은 공공장소에서 학대와 폭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한 여성은 첫 연애에서 데이트 폭력을 당한 경험을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고 위로받았지만, 반년 뒤 바로 그 친구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이 여성은 “배신감, 죄책감, 자기 혐오, 그때의 감정들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고백한다. 연인이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데이트 폭력의 현장도 고발한다. 툭하면 손찌검을 하고 성관계를 거부하는 여자친구를 강제로 성폭행한 남성은 울며 싫다고 저항하는 여성에게 ‘울지 말고 즐기라’는 말로 언어 폭력을 가한다. 이뿐만 아니라 술에 취했다는 이유로 남녀 친구 사이에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성폭력, 오래 알고 지낸 사이에서 부지불식간에 자행되는 성폭력은 물론 공공장소에서 노골적인 성적 농담을 던지거나 아무렇지 않게 신체적 접촉을 행하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여성만이 성폭력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이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집요하게 스토킹을 하는 여성, 툭하면 자살 협박으로 남자친구를 위협하고 헤어진 남자친구 집에 몰래 들어와 성폭행을 시도한 여성도 가해자다. 저자는 우리(가해자)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함으로써 고민 없이 저지르는 행동이 우리(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전해지는지를 알려 준다. 동시에 폭력이나 학대의 희생자들에게는 결코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일깨운다. 서정적이지만 독특하면서 함축적인 그림체와 다양한 색채는 쉽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또한 책 말미에 ‘일러두기’를 통해 성희롱과 폭력의 희생자가 됐을 때 할 수 있는 일과 생존자를 돕고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문제의 근원이 여성의 존엄성 부족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에게 피해자가 무시당하지 않고 분명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면서 “피해의 생존자들, 방관자들이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변화를 꾀하기를 열망한다”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한국인 지혜·생활 담긴 비빔밥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한국인 지혜·생활 담긴 비빔밥

    비빔밥은 대접에 밥과 갖은 나물무침을 담고 계절과 지역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더해 비벼서 먹는 음식이다. 그 유래는 명확하지 않지만, 옛날 제사 후 음식을 골고루 섞어 나누어 먹었고, 가정에서 남은 반찬을 밥에 비벼서 밤참으로 먹기도 했으며, 또 일터에서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식사를 해결하는 음식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것이 비빔밥이어서, 그 역사는 상당히 오래됐다. 만들기가 쉽고 영양을 고루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일 뿐 아니라 여러 재료의 맛이 어우러져서 오묘한 맛을 내는 맛깔스러운 음식이어서 한국인의 솔푸드로 일찌감치 자리잡은 것이다. 1990년대 초 항공사에서 기내식으로 제공하면서부터는 외국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아 세계음식으로 등극했다.비빔밥은 재료나 요리 방법에 따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육회, 산채, 콩나물, 부추, 멍게, 튀각 등 밥에 얹는 특이한 재료에다 ‘비빔밥’을 붙이면 그게 곧 이름이 된다. 지역명도 마찬가지다. 콩나물, 황포묵, 육회 등으로 무장한 전주비빔밥, 숙주 등 나물을 색감 있게 올리는 진주비빔밥, 기름에 볶은 해주비빔밥, 미역, 파래 등 해조류가 들어가는 통영비빔밥, 멍게젓갈을 넣는 거제비빔밥 등등 다양하다. 그중 재미있는 것이 경상도 지방의 ‘헛제삿밥’이다. 그 옛날 제사 때나 돼야 여러 가지 음식을 장만해 상을 차리던 시절에 제사 때가 아니지만 제사 핑계를 대고 만들어 먹던 음식이다. 제사 때처럼 흰 쌀밥에 삼색 나물을 더해 간장에 비벼 소고기, 돔배기(상어고기), 고등어, 전이나 산적, 그리고 탕국과 함께 먹는다. 비빔밥은 밥솥과 냉장고만 열면 쉽게 만들 수 있는 대표적인 간편한 메뉴다. 그렇다 보니 누구나 나름대로 독특한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빔밥으로 이름을 내고 있는 식당을 찾는 것은 또 다른 재미다. 서울 명동에 전주 전통비빔밥집 ‘고궁’이 있다. 전주에서 50년 이상 해 온 집의 서울 점포다. 커다란 놋그릇에 육회, 콩나물, 호박, 무채 등 각종 나물과 계란, 황포묵 등이 놓이고, 그 위에 양념고추장이 화려하게 얹어져 나온다. 밥을 약간 되게 하여 잘 비벼지게 한 것이 입맛을 더하게 한다. 외국 손님도 많으며, 인사동에도 점포가 있다.신사동에는 깔끔하게 단장한 진주비빔밥 음식점 ‘하모’가 있다. 각종 나물과 육회를 얹어 정갈하게 나온다. 소고기 무탕국과 함께 먹는다. 헛제삿밥도 하는데, 밥에 다진 소고기를 얹고 6가지 나물이 따로 나온다. 간장으로 비비므로 정갈한 재료의 본맛을 즐길 수 있다. 을지로입구에는 멍게비빔밥을 하는 ‘충무집’이 있다. 큰 대접에 밥을 담고 멍게젓갈, 무순, 김만 얹어주는 간단한 비빔밥이다. 바다 냄새를 진하게 느낄 수 있는 음식으로 중독성이 있다. 따로 파는 멍게젓갈을 사서 집에서도 쉽게 해먹을 수 있다. 청담동에 있는 ‘새벽집’은 고깃집으로 유명하지만, 막상 비빔밥 손님이 더 많다. 포이동, 군자동에도 점포가 있다. 푸짐하게 얹혀 나오는 육회와 각종 나물, 김 등에 고추장 양념을 입맛에 따라 더해 먹으면 된다. 함께 나오는 뚝배기 선지국도 일품이며, 구운 김으로 비빔밥을 싸서 먹어도 별미다. 효자동 주민센터 인근에는 ‘가진화랑’이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화랑 겸 음식점으로 예쁘게 단장했다. 비빔밥정식을 시키면 접시에 각종 나물을 담고 찌개, 전 등 반찬도 정갈하게 내어온다. 깔끔한 맛이다. 비빔밥은 재료를 모두 섞지만, 각각의 재료 맛은 살아 있고 또 비벼진 새로운 맛도 같이 느낄 수 있는 오묘한 음식이다. 무엇보다 여럿이 나누어 먹기에 좋다. 한국인의 지혜와 생활이 담긴 음식이다.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 ●애나한 ‘폰즈 인 스페이스 0.5’ 공간을 재해석하거나 공간에 심리적 접근을 더해 자신의 삶과 내면세계를 압축해 담아 내는 작가가 네온, 천, 거울, 카펫, LED조명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설치작품과 회화를 선보인다. 3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갤러리 바톤. (02)597-5701. ●‘긴 겨울의 끝-봄’전 예술의 가치를 사회환원에 두는 예술가 공동체 ‘공동’ 소속 작가들의 그룹전. 정희도, J 선희, 김정희, 김지영, 나사 박, 박선영, 박준수, 심영신, 정지아, 조원희, 홍석민 작가가 평면 회화, 설치, 아트토이, 복합매체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3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한국문화정품관갤러리. (02)747-5634.[대중음악] ●전인권밴드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 전인권이 새봄을 맞아 여는 단독 콘서트. 공연 이름은 지난 연말 촛불집회에서 국민 위로곡이 된 ‘걱정 말아요 그대’의 노랫말에서 따왔다. 3월 4일 오후 7시 30분,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7만~10만원. 1544-1555. ●냉정과 열정 사이 ‘요시마타 료’ 단독 내한 공연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 드라마 ‘푸른바다의 전설’ 등의 배경음악으로 한국에서도 인기 있는 일본 OST의 거장이자 피아니스트 요시마타 료의 무대. 기타리스트 배장흠,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등이 함께한다. 5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만 5000~11만원. (02)529-9877.[연극·뮤지컬] ●연극 ‘메디아’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에우리피데스의 대표작. 분노에 찬 메디아가 남편 이아손에 대한 복수를 위해 결국 아들까지 살해하는 비극적 운명을 그렸다. 4월 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2만~5만원. 1644-2003. ●뮤지컬 ‘임꺽정, 그가 온다’ 임꺽정 대표 배우 정흥채가 임꺽정 사후 10년 뒤 그 정신을 이어 가는 천민 ‘갖바치’(신발이나 가죽을 다루는 사람)를 연기한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불의에 대해 참지 못한 갖바치가 임꺽정의 탈을 쓰고 전국의 탐관오리를 벌한다는 이야기. 3월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예그린씨어터. 4만원. (02)3663-6652.[클래식] ●전설의 테너 호세 카레라스 마지막 월드 투어 ‘세계 3대 테너’로 불려온 호세 카레라스(71)가 음악 인생을 정리하며 갖는 마지막 한국 무대. 주요 오페라 아리아부터 카탈루냐 민요, 뮤지컬까지 카레라스 인생에 영향을 끼친 곡들을 들려준다. 4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6만~28만원. 1544-1555. ●객석 창간 33주년 기념콘서트 솔루스 브라스 퀸텟, 바이올린 고소현, 첼로 한단아, 피아노 이경숙등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예술가들부터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안고 있는 어린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3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 5만~7만원. (02)747-2115.
  •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⑩ 당신의 ‘인생맥주’는 무엇입니까

    [맥덕기자의 맛있는 맥주 이야기] ⑩ 당신의 ‘인생맥주’는 무엇입니까

    2009년 7월 이집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한여름 평균 기온이 40도를 훌쩍 넘는 이집트로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주변에선 지금 가면 몸이 녹아내릴 것이라며 말렸지만 이미 피라미드에 홀려 날씨가 무슨 대수인가 싶었습니다. 그러나 첫날 카이로 타흐리드 광장 근처에서 식당을 찾기 위해 길을 헤메는데 “피라미드고 뭐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숙소에 들어가 컵라면이나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이튿날 피라미드를 보러 갔다가 더위를 먹어 3일을 앓아 누운 뒤에야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위에 서서히 적응을 해가던 어느 날, 사막에서 야영을 하고 다시 카이로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또 다시 생명의 위협을 느꼈습니다. 하필 에어컨이 고장난 버스였던 것입니다. 심지어 창문까지 열지 못하게 해놨더군요. 터미널 근처에서 산 얼음물이 10분도 안돼 녹아버릴 정도로 숨막히는 열기 속에서 장장 7시간을 버텨야했습니다. 점점 시야가 흐려지고, 옆사람의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러다 죽는구나”는 생각이 들때쯤 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자마자 차가운 캔맥주 500ml를 벌컥벌컥 들이켰던 기억이 납니다. ‘스텔라(STELLA)’라는 이집트의 평범한 페일 라거였어요. 분명 다 죽어가는 상태였는데 신기하게도 맥주를 마시고 나니 눈이 번쩍 뜨이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샘솟더군요. 이후 기자에게 이 맥주는 ‘생명수(水)’가 되었고, 지칠 때마다 그때 달콤했던 목넘김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시곤 합니다.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맥주 한 잔’이 있습니다. 그 맥주가 꼭 쉽게 구할 수 없는 귀한 맥주라거나, 선뜻 사지 못하는 비싼 맥주이거나, 각종 상을 휩쓴 뛰어난 퀄리티의 맥주일 필요는 없습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기분,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맥주 맛이고, 맥주를 포함한 모든 술의 매력도 여기 있는 것일테니까요. 삶이 고단할 때, 맥주 한 잔으로 위로를 받아본 적이 있으신가요? 가장 맛있게 마신 한 잔, 아직도 잊지 못하는 최고의 맥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여기 ‘한 잔’의 맥주로 인생이 뒤바뀐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맥주’는 무엇입니까. ● IPA 한 잔 때문에 ‘와인 소물리에에서 맥주덕후로 변신한 조현두 굿맨브루어리 이사“와인 공부를 하려고 영국 런던에 갔어요. 우연히 IPA(인디안페일에일)맥주를 마셨습니다. 그 이후 인생이 바뀌었죠.” 굿맨브루어리에서 헤드브루어(책임양조사)를 맡고 있는 조현두(39) 이사는 한때 촉망받는 ‘와인 유망주’였습니다. 군 제대 후 한국과 일본에서 일식 셰프로 활동하던 그는 프랑스에서 국제호스피탈리티 매니지먼트를 공부하던 중 와인의 매력에 빠져 프로방스 지방의 한 호텔에서 소물리에로도 일했다고 합니다. 와인 전문가의 최고 영예인 ‘마스터 오브 와인’ 자격증을 따기 위해 그는 2012년 런던 유학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막 크래프트맥주가 알려지기 시작한 무렵이었죠. 와인 테이스팅하는 곳 근처에 맥주양조장이 생겼더라고요. 호기심에 들어가봤습니다.” 이날 IPA를 마신 뒤 그는 깜짝 놀랐습니다. 맥주도 와인처럼 다채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충격을 받은 그는 10년 가까이 몰입한 와인 공부를 멈추고 토트넘 지역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인 리드미션 브루어리에 찾아가 한 달 간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껏 수백가지의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일일이 기록했던 그의 ‘와인 내공’은 맥주에서도 통했습니다. “홉(Hop)이나 맥아도 지역과 기후에 따라 각기 다른 특성과 맛을 내는데, 포도 품종이 그렇잖아요. 와인 공부한 경험을 살려 양조사들 레시피짜는거나 라인업 바꾸는 걸 도와줬죠. 한달 뒤 사장이 정식으로 일해보겠냐 묻더라고요.” 이후 조 이사는 자연스레 맥주로 진로를 변경하게 됩니다. 오랜 세월 열정을 쏟아부은 와인을 접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을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영국에서 맥주를 접하면서 와인에서 느꼈던 깊은 풍미를 맥주에서 구현할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와인은 날씨, 토양 등 자연의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 술인데, 맥주는 와인보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 셰프 출신인 내게는 더 매력적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양조장 가서 IPA를 마시지 않았다면 아마 저는 지금쯤 영국에 남아 계속 와인 공부를 하고 있겠죠. 후회한 적은 없어요. 맥주에 어떻게 와인을 접목시킬까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리거든요.” ●행운의 바이젠 한 잔, 백우현 전 OB맥주 전무1994년. 당시 OB맥주 10년 차 양조사였던 백우현(59) 전 전무는 세계 최고의 맥주 명문인 독일 뮌헨대학교 양조공학과로 ‘맥주 연수’를 떠났습니다. 지금은 한국이 전 세계 크래프트맥주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아시아 국가로 손꼽히지만 불과 4~5년 전만 해도 한국은 하이트, 카스, 버드와이저 등 ‘페일 라거’ 스타일의 맥주가 시장을 장악했던 맥주 불모지였죠. 그런데 1994년에는 어땠겠습니까. 백 전 전무는 이미 ‘라거’맥주를 전문가였지만 독일 연수 시절 바이에른 지방 전통 맥주인 바이젠(밀맥주)을 처음 마시고 ‘뭐 이런 막걸리 같은 술이 다 있나’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학교 근처에 큰 펍이 있었어요. 헤페바이젠을 한 모금 마셨는데 바디감이 묵직한게 입안을 가득 메우면서 효모의 달콤한 향이 올라오는데 정말 맛있더라고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이후 바이젠 맛에 빠져버린 그는 ‘양조사’답게 홈브루잉으로 바이젠을 만들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이듬해 백 전 전무는 대학에서 주최하는 바이젠 만들기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는 쾌거까지 이루게 됩니다. 맥주불모지에서 온, 바이젠을 이제 막 알게 된 동양인이 맥주 명문대생들을 모두 제치고 최고의 바이젠을 만든 것입니다. “같은 과 학생들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땐 유럽에서 한국인을 보면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고 물어봤을 때였거든요.” 백 전 전무는 23년 전 그 바이젠 한 잔을 ‘행운의 맥주’라고 말합니다. 그는 “바이젠 맛을 알게 된 후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렸다”며 “연수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는데 진급도 잘 되고, 엔지니어로서는 최고의 자리인 전무까지 올랐다”며 호탕하게 웃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백 전 전무는 은퇴한 지금도 여전히 집에서 바이젠을 만들어 먹을 정도로 ‘바이젠 사랑’이 뜨겁습니다. “얼마 전에 400만원 짜리 고급 홈브루잉 기계를 샀어요. 옛날 생각이 나 뮌헨대에서 1등한 레시피로 바이젠을 만들어봤는데, 이상하게 그 맛이 안나더라고요. 그땐 밥통으로 만들었는데..아직도 그 시절 손맛이 그립습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 마시고 대기업 박차고 나온 권진주 브루클린브루어리 마케팅실장앞날이 창창한 올해 33세 여성.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해태음료, 맥도날드코리아, 하이트진로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맥주 한 잔을 마신 뒤 대기업을 때려치고 크래프트맥주 업계에 뛰어들었다. 끝내 ‘덕업일치(덕질과 직업이 일치했다는 의미로 덕후 중에서도 관심사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은 사람)’를 실현한 그는 제주도에서 크래프트맥주 공장 오픈을 준비하며 하루하루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잘 이해가 안가신다고요? 이 무시무시한 취업난에, 남들은 들어가기도 힘든 대기업 마케팅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요? 권진주 실장은 “인생맥주를 만났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금은 하루도 맥주 없이 살 수 없는 맥덕이 되어버린 권 실장이지만 사실 한국 최대 주류기업인 하이트진로에 입사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맥주에 큰 관심이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프리미엄맥주 라인업을 강화하는 업무를 맡게 됐어요. 그때 회사에서 수입하는 1664블랑이라는 프랑스 밀맥주를 마셨는데 무척 맛있더라고요. 생각보다 맥주 맛이 다양하다는 걸 깨달은 뒤 맥주에 관심을 갖게 됐죠” 맥주의 세계에 막 발을 들인 어느 날, 권 실장은 친구들과 펍에 갔다가 ‘올드라스푸틴’이라는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를 마시고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직도 그날 마셨던 스타우트 맛이 입에서 맴돌아요. 커피에 초콜릿, 풀바디감...크래프트맥주가 바로 이런 거구나 싶더라고요.” 이 ‘맥주 한 잔’ 때문에 권 실장은 돌이킬 수 없는 ‘맥덕의 길’로 입성하게 됩니다. “크래프트맥주를 공부하다 보니, 맥주가 어느 술보다 지역 문화와 친밀하고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문화적인 성향이 강하더라고요.” 그동안 꿈꿔오고 하고싶었던 마케팅이 크래프트맥주와 가장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미국, 벨기에로 맥주 여행을 떠난 뒤 돌아와 미국 브루클린브루어리가 투자한 한국의 크래프트맥주 스타트업(제주맥주주식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삶의 철학과 일의 철학이 같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앞으로도 장인 정신으로 맥주를 만들고 지역 공동체 문화와 함께 성장하는, 크래프트맥주 정신을 널리 알리는 마케팅을 하고 싶어요.” ●그 외 인생맥주들 -정인용 히든트랙 대표의 라우흐비어(훈연맥주) : 2012년쯤인가. 홈브루잉을 배우러 서울의 한 공방에 갔다. 수업시간에 독일 밤베르크 지방의 전통맥주인 라우흐비어를 배우면서 ‘살찐돼지의 맥주광장’ 맥주블로그로 유명한 김만제(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교육이사)씨가 직접 만든 라우흐비어를 시음했었다.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맥주에서 스모크향이 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는데, 충격을 받고 이후 홈브루잉을 더 열심히 하게됐다. 그러다 결국 다니던 의료장비회사까지 관두고 브루펍까지 차리게 됐다. 그때 그 라우흐비어를 안마셨다면 난 아직도 평범하게 직장생활 하고 있을 것이다. 이게 다 김만제씨 때문이다. 라우흐비어는 아직도 집에서 만들어서 즐겨 마신다.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맥주가 라우흐비어다. -김만제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 교육이사의 영국식 스트롱에일 : 2009년부터 ‘살찐돼지의 맥주광장’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맥주 리뷰와 맥주 관련 상식, 정보들을 전달하는데 지금까지 작성한 리뷰만 수천개가 쌓였다. 블로그 때문에 워낙 많은 맥주들을 시음하다보니 가끔은 어떤 맥주를 먹어도 크게 감흥이 오지 않기도 한다. 정말 다양하고 신기한 맥주를 많이 마셨지만 그래도 질리지 않는 맥주는 영국식 비터다. 카라멜, 과일 등 다양한 맛이 조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어 균형감이 일품이다. 한때 나도 자극적인 맛, 희귀한 맥주 등을 쫓아 마셨지만 결국 마시기 편하고 균형감이 좋은 맥주로 정착하게 되는 것 같다. -강기문 크래프트브로스 대표의 헤페바이젠 : 원래 막걸리를 좋아했었다. 집에서 아내와 함께 막걸리를 만들어 먹곤 했는데, 마트에서 우연히 독일식 헤페바이젠을 마시고 맥주의 매력에 빠졌다. 그땐 그 맥주가 바이젠인지 라거인지도 몰랐는데 내가 맥주비즈니스를 하게 될 줄이야(웃음).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광고기획 일을 하다 디자인을 공부하러 뉴욕으로 유학까지 갔었다. 한국에 돌아와 구두·의류 디자인을 했는데, 결국 홈브루잉을 배운 뒤 맥주 가게까지 차리게 됐다. 디자인과 광고기획처럼 창의적인 일을 했던 경험이 맥주 비즈니스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여전히 마시기 편한 밀맥주를 제일 좋아한다. 가게에서 파는 스노우화이트에일이라는 벨기에식 밀맥주도 내가 좋아해서 만든 맥주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반찬가게창업 홈푸드카페 오레시피, 가맹점 김치류 ‘공급가 동결’ 눈길

    반찬가게창업 홈푸드카페 오레시피, 가맹점 김치류 ‘공급가 동결’ 눈길

    반찬가게전문점 오레시피 가맹본부가 배추김치는 물론 파김치, 부추김치 등 모든 김치류의 가맹점 공급가를 1년 동안 동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레시피 가맹본사 담당자는 “배추가격이 올라서 본사에서는 손실이 심각하지만 가맹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동일한 가격에 HACCP 인증된 김치를 공급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레시피는 현재 전국 매장 180개 이상을 오픈 및 운영 중에 있는 반찬가게 브랜드로 39년 역사를 자랑하는 식품회사 ㈜도들샘를 브랜드 본사로 두고 있다. 2만㎡ 규모의 국내 최대 반찬 생산 라인을 갖추고 기존의 반찬 전문점의 단조로운 메뉴 구성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갖춘 200여 가지의 메뉴를 선보인다. 또한 소규모매장 운영, 카페형 인테리어 콘셉트의 변화, 다양한 반찬군 및 국류, 홈푸드 등을 원스톱으로 매장에서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등이 특징이다. 여기에 반찬 프랜차이즈 최초로 자연조미료 ‘맛다린’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오레시피가 선보이고 있는 자연조미료 맛다린은 가정에서 간편하게 사용 할 수 있게 스틱형으로 이뤄져 있으며 11가지 이상의 자연재료를 사용해 맛내기 어려운 국, 탕, 찌개에 사용하면 깊은 맛이 나는 자연조미료다. 오레시피 관계자는 “핵가족과 싱글족이 늘어나면서 간편하고 건강한 식단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감각적이고 다양한 신메뉴를 꾸준히 출시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반찬전문점 오레시피는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서울프랜차이박람회에 참가예정이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130여년 전 양반가에서 즐겼던 음식들은요~

    130여년 전 양반가에서 즐겼던 음식들은요~

    국립한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 양반가의 조리서 ‘음식방문’을 국가무형문화재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인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 이사장과 함께 조리하고 읽어보는 강독회를 23일 연다.‘음식방문’은 1882년 한글로 쓴 조리서로 대추인절미, 떡볶이, 붕어찜, 정과(과일·생강·연근 등을 꿀이나 설탕물에 조린 음식), 율란(밤으로 만든 한과) 등 조선 양반이 즐겨 먹던 음식을 만드는 레시피가 상세하게 기술돼 있다. 한글박물관 소장본뿐 아니라 동국대 소장본, 안동 김씨 종가 소장본 등이 전해진다. 한 이사장은 ‘옛 책으로 본 조선의 맛과 멋’을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강독회에서 조선시대 양반들의 음식 문화에 관해 설명하고 ‘음식방문’의 조리법에 따라 대추인절미와 연근 정과 등을 만든다. 강독회 참가 신청은 국립한글박물관 사이트(www.hangeul.go.kr)에서 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무료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꽉 막힌 中… 한류스타 안방 유턴

    꽉 막힌 中… 한류스타 안방 유턴

    ‘한한령’의 영향으로 중국 활동이 사실상 막힌 한류스타들이 국내로 속속 유턴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제재가 언제 풀릴지 불확실한 데다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자 국내 활동을 모색하는 경우가 많은 것. 중국 공연이 막힌 인기 아이돌 가수들도 예능이나 드라마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이다해·한채영, 고상한 여배우 이미지 벗고 첫 예능 고정출연 눈길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는 중화권에서 활동해 온 여배우들의 출연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한류퀸’으로 불리는 배우 이다해는 지난 14일 첫 방송한 KBS 예능 프로그램 ‘하숙집 딸들’에 출연했다. 데뷔 후 처음 있는 예능 프로그램 고정 출연이다. 그간 중국 드라마 ‘사랑의 레시피’, ‘나의 여신, 나의 어머니’ 등에 출연하며 중국에서 입지를 쌓아 온 그는 지난해 방송된 중국 웹드라마 ‘최고의 커플’이 중국 최대 온라인 플랫폼 유쿠에서 조회수 10억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활동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 3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인생술집’을 통해 첫 단독 토크쇼에 출연하는 등 국내에서의 활동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3월 방영된 중국 드라마 ‘스타의 기억-중생지명류거성’ 등을 비롯해 국내보다 중국 활동에 매진했던 한채영도 최근 KBS 예능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2’에 합류해 화제를 모았고 케이블 채널 FashionN의 ‘화장대를 부탁해’의 MC로도 활동 중이다.●장서희는 웹영화로, 홍수아는 드라마로 복귀… 추자현도 국내 활동 준비중 중국에서 원조 한류 스타로 불리는 장서희는 오랜만에 국내 영화로 복귀한다. 24일 공개되는 웹무비 ‘중2라도 괜찮아’에서 태권도 선수 출신 엄마 양보미 역을 맡아 중2병에 걸린 아들과 태권도로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중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장루이시 엔터테인먼트를 운영하며 활동하던 장서희는 최근 국내 활동 전반을 맡을 소속사를 물색 중이다. 한편 ‘대륙의 여신’으로 불리며 중화권 스타로 급부상한 추자현은 지난해 11월 이병헌이 대표로 있는 BH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고 국내 활동을 모색 중이다. 중국에서 CF 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인지도를 다져온 배우 홍수아도 최근 국내로 유턴해 사전 제작 드라마 ‘열혈 주부 명탐정’을 촬영 중이며 지난 8일부터 네이버TV의 ‘뷰티랜드’의 MC를 맡고 있다.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한류스타 이민호는 지난 18~19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6000여명의 국내외 팬들이 참석한 가운데 끈끈한 팬덤을 다졌다.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찬열, 카이 등도 국내 드라마에 캐스팅됐다. 홍수아의 소속사인 드림티엔터테인먼트의 나상천 이사는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를 계기로 국내 활동에 내실을 기하자는 배우들이 많아졌다”면서 “공백기를 빨리 줄일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친근감을 높이거나 아이돌 스타들의 경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기회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섭외난 시달리던 방송·영화계 “출연료, 한류 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 반색 이에 따라 섭외난에 시달리던 방송계와 영화 제작 관계자들도 반색하고 있다. 국내보다 촬영 기간이 짧고 개런티도 높은 중국 드라마에 몰렸던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국내 활동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 KBS 예능국 김호상 CP는 “한한령 이전에는 배우들의 중국 개런티와 많게는 10배까지 차이가 났지만 최근에는 출연료도 한류 붐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면서 “한한령 이후 국내 예능도 중요한 시장으로 인식되면서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로 주도권이 다시 넘어오고 있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이주의 문화 레시피]

    [이주의 문화 레시피]

    [전시]●안진의 개인전 ‘꽃의 시간’ 꽃을 모티브로 한국화의 전통적 기법과 서양미술의 조우를 연구하는 작가가 꽃과 색채에 대한 예술적 사유의 흔적을 담은 근작 50여점을 선보인다. 3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피스 갤러리. (02)555-7706. ●23.5도 스페이스선+가 주최하는 신진작가 공모전에서 선발된 역대작가 21명의 전시.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져 태양 주위를 공전함으로써 계절이 변화하는 것처럼 다양한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현상을 상징한다.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스페이스선+ (02)732-0732. [대중음악]●스트라디움 라이브-베이시스트 송홍섭 사랑과 평화,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출신 베이스 연주자이자 프로듀서인 송홍섭이 자신의 앙상블과 함께 과거 음악을 새롭게 변주하는 신구 조화의 무대. 한상원과 김종진이 특별 출연한다. 24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스트라디움 스튜디오. 4만원. (02)3019-7501. ●네이선 이스트 & 밴드 오브 브러더스 내한공연 슈퍼 퓨전 재즈 그룹 포플레이 출신으로 늦깎이 솔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세계 정상급의 베이스 연주자 네이선 이스트가 2년 만에 두 번째 솔로 앨범 ‘레버런스’를 발매하고 펼치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 26일 오후 6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5만 5000~9만 9000원. (070)8887-3471. [뮤지컬·연극]●뮤지컬 ‘더 데빌’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한 작품. 주가가 대폭락한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에 처참한 실패를 맛본 전도유망한 주식 브로커 존 파우스트가 ‘X 블랙’의 유혹에 넘어가며 파국에 치닫는 과정을 그렸다. 4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1관 에스비타운. 4만 4000~6만 6000원. 1577-3363. ●연극 ‘밑바닥에서’ ‘러시아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대표작. 하수구같이 더럽고 어두운 여인숙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렸다. 배우 김수로가 메드베제프 역과 더불어 총괄프로듀서, 연출을 맡았다. 3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4만원. (02)2088-0923. [클래식]●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수상자 갈라콘서트 소프라노 오은경과 김경란, 바리톤 오세원,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 W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마에스타 오페라 합창단 등 제9회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수상자들이 함께 꾸미는 무대. 25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3만~15만원. (02)586-0116. ●그림 읽어주는 베토벤 ‘더 콘서트’ 베토벤 음악을 라이브 연주로 들으며 후기 인상파 화가인 반 고흐와 폴 고갱이 함께 고민하던 예술 세계과 그들의 열정,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클래식 큐레이터로부터 들을 수 있는 이색적인 공연. 25일 오후 3시, 서울 강북구 번동 꿈의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 1만 6000원. (02)743-5001.
  • 죠리퐁+커피… 식품업계 “뭉쳐야 뜬다”

    죠리퐁+커피… 식품업계 “뭉쳐야 뜬다”

    식품업계의 ‘이종 결합’이 이어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상품끼리의 협업을 통해 신제품 개발에 드는 투자비용과 실패 위험을 줄이면서 소비자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빙그레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과 손잡고 지난해 11월 ‘바나나맛·딸기맛우유 보디케어’ 제품을 내놨다. 이 제품은 출시 약 3개월 만인 지난달에 이미 매출 10억원을 돌파했다. 커피원두전문기업 쟈뎅은 크라운제과,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최근 신제품 ‘죠리퐁 까페라떼’를 내놨다. 크라운제과의 대표적인 장수제품 죠리퐁과 쟈뎅의 카페라테를 결합해 상품을 개발하고, 세븐일레븐이 판매를 맡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소비자들이 먼저 제시한 ‘이색 레시피’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 관심을 모았다. 쟈뎅은 지난해에도 크라운제과와의 협업을 통해 ‘까페리얼 화이트하임 까페라떼’, ‘까페리얼 쵸코하임 까페라떼’ 등의 상품을 내놨다. 다음달에도 크라운제과와의 새로운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지난해 화제가 된 동원F&B와 팔도, 세븐일레븐의 합작품 ‘동원참치라면’도 자신만의 제조법으로 제품을 즐기는 ‘모디슈머’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사례다. 라면에 참치를 넣어 끓이는 요리법을 아예 상품으로 만들었다. 지난해 3월 출시돼 4월 한 달 동안 70만개가 팔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한국야쿠르트와 오리온은 20일 커피디저트 세트 2종을 함께 내놓는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뒤 6개월 만에 1300만개 이상이 판매된 한국야쿠르트의 히트작 ‘콜드브루 by 바빈스키’(콜드브루)의 아메리카노, 카페라테와 오리온의 프리미엄 디저트 라인 ‘마켓오 디저트 생브라우니’, ‘마켓오 생크림치즈롤’을 세트로 구성했다. 오리온이 제품의 기획 및 생산을 담당하고 ‘야쿠르트 아줌마’로 대표되는 독자적인 방문판매 채널을 갖춘 한국야쿠르트가 판매를 맡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신제품 개발 및 시장 안착에 걸리는 투자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존 인기상품을 다양하게 변주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컬래버레이션은 마케팅에서 가장 흔히 쓰이는 전략이자 융합이라는 사회 전반적 트렌드가 식품업계에도 반영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게 아닌 기존 시장을 공략하는 안전한 전략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장기적으로 연구개발(R&D) 역량이 떨어져 새로운 시장환경에 대처하기 어려워질뿐더러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매일 600만 그릇 팔리는 ‘짜장면’

    [김석동의 한끼 식사 행복] 매일 600만 그릇 팔리는 ‘짜장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외식 메뉴는 아마도 짜장면이 아닐까 한다. 예전에는 입학이나 졸업식 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지만, 이제는 언제든지 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 메뉴가 되었다. 짜장면은 원래 중국 산둥 지역의 작장면(炸醬麵)에서 유래하며, 우리나라에는 1900년대 초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짜장면은 6·25 전쟁 이후에 많은 양을 값싸게 제공할 수 있게 변형된 것이다. 우리식 짜장면은 춘장에 식은 면을 말아 먹는 중국식과는 달리 양파, 고기, 감자, 채소를 고루 넣고 볶은 뒤 전분을 풀어 묽게 끓여 뜨거운 면에 얹어 먹는다. 짜장 소스 위에 오이채나 완두콩을 얹고 입맛에 따라 식초, 고춧가루를 더하고 단무지, 양파를 곁들인다. 맛과 레시피가 우리 환경과 입맛에 맞게 놀라운 변신을 한 것이다. 짜장면에 얽힌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예외가 아니다. 1997년 11월 IMF 경제위기로 치닫던 당시 재정경제원 외화자금과장의 직책에 있었다. 매일매일을 사투를 벌이다시피 하던 시절인데, KBS 9시 뉴스에서 우리가 일하는 현장을 국민에게 소개하겠다고 강권해서 할 수 없이 응했던 적이 있다. 녹화가 막 끝난 저녁 즈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동으로 미리 시켜 둔 짜장면이 배달되었다. 우리는 무심코 취재팀에게도 권하고 식사를 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고 그대로 방송된 것이다. 참 계면쩍은 모습이었다. 그런데 ‘TV를 보다가 갑자기 짜장면 생각이 나서 다음날 오랜만에 짜장면을 시켜 먹었다’는 인사를 도처에서 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짜장면은 과거 정부 시절 물가관리 대표품목이 될 정도로 국민 메뉴여서 수준급 식당도 곳곳에 많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곳을 몇 군데 소개하려 한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이화여대 후문 쪽에 ‘효동각’이 있다. 메뉴는 짜장면뿐이다. 일·월요일은 휴무인 데다 평일에도 점심만 하고 그것도 3시까지만이다. 주인, 부인, 아들 세 사람이 하는 집이다. 주문 후 요리를 시작하므로 꽤 기다려야 한다.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짜장 소스에 버섯이 들어가 식감이 좋다.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은 순한 맛인데도 이 집만의 특유의 풍미가 가득하다.마포구 공덕동 효창운동장 뒷담 쪽에는 1981년에 문을 연 ‘신성각’이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집으로, 주방은 보조도 없이 주인 혼자서 하고 부인은 홀 담당이다. 메뉴는 짜장면 등 총 여섯 가지. 기다리는 동안 볼 수 있는 수타 모습은 감동마저 준다. 주인은 짜장면을 예술로 믿는다. 순수 그 자체의 맛이라는 것이다. 점심때 줄이 길다. 중구 명동 중앙우체국 옆에는 ‘개화’란 식당이 60년 넘게 자리잡고 있다. 화교가 하는 중국집인데, 다소 가는 면발에 걸쭉한 짜장 소스를 비벼 먹는다. 소고기를 다진 유니짜장을 많이 시킨다. 단맛이나 고소한 맛은 적으나 중독성 있는 특별한 맛이다. 마포 불교방송 건물 지하에는 1953년에 개업한 ‘현래장’이 있다. 인근 작은 건물에 있다가 재개발로 옆 건물로 이사했다. 이사 전에는 길에서 유리 너머로 수타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수타의 원조 격이어서 맛볼 만하다. 용산 삼각지 전쟁기념관 옆에는 ‘명화원’이 있다. 테이블이 몇 개 안 되는 작은 점포로, 얼마 전 가게를 새로 단장했다. 입소문이 나면서 줄이 길어졌다. 메뉴는 짜장면, 탕수육 등 다섯 가지뿐이다. 탕수육과 군만두도 유명하다. 졸업과 입학 시즌이다. 이 시절이면 가족들과 함께 즐기던 옛날의 그 짜장면 생각이 절로 난다. 얼른 가서 한 그릇 사 먹어야겠다.
  • 겨울 별미 가득한 울진은 지금…선홍빛 꿀벅지 천국

    겨울 별미 가득한 울진은 지금…선홍빛 꿀벅지 천국

    늘 먹거리가 풍성한 바닷가 마을에도 계절 별미는 따로 있기 마련이다. 울진도 그렇다. 겨울 북풍 맞으며 살을 찌운 대게와 붉은대게(홍게) 등이 제철을 맞았다. 고등어 느리미 같은 토속 음식도 맛볼 기회다. 식도락가들이 이를 외면하랴. 울진의 겨울은 그야말로 성찬의 시기다.# 찜으로는 대게… 탕으로는 홍게 등허리 긁어 손 안 닿는 곳이 울진이랬다. 그만큼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제는 이 문장도 다소 수정돼야 하지 싶다. 상주~영덕 간 고속도로가 뚫렸고, 남삼척 나들목이 생긴 덕에 동해고속도로를 이용해 강원도 쪽에서 접근하는 것도 한결 빨라졌다. 게다가 영주, 봉화 등을 거쳐 오는 36번 국도 역시 난공사 구간이 거의 마무리되고, 울진 관내 일부 구간만 남겨둔 상태다. 접근이 수월해지니 아쉬운 것들도 하나둘 생긴다. 외지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특산물들의 값이 조금씩 들썩인다. 대표적인 것이 대게다. 이웃한 영덕에 견줘 한결 저렴한 건 분명하지만 그 차이가 좁혀진 게 사실이다.대게는 울진의 ‘겨울 식도락의 정수’로 꼽히는 대표 먹거리다. ‘소는 한 마리를 다 먹어도 흔적이 안 남지만, 대게는 작은 놈 한 마리만 먹어도 숨길 수가 없다’는 말에서 보듯 담백한 맛과 짙은 향이 일품이다. 대게는 늦겨울로 접어들수록 살이 포실해지고 향도 짙어진다. 바야흐로 이제부터 제철인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붉은대게(홍게)도 난다. 붉은대게에 대한 오해는 그간 많이 사라졌다. 위판장에 오르지도 못하는 저급한 홍게를 진짜 홍게로 믿는 도회지 사람은 이제 없다. 그렇다면 대게와 붉은대게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까. 같은 크기와 신선도라면 사실 붉은대게를 택하는 이는 없다. 물론 몇몇 현지인들은 대게보다 붉은대게의 손을 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일부일 뿐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관건은 크기와 선도다. 더 크고, 더 신선하다면 당연히 붉은대게가 더 맛있다. 다만 탕은 홍게가 ‘진리’다. 값이 대게보다 다소 싸기도 하려니와 붉은대게 살점이 매콤한 국물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후포항 일대에 맛집들이 즐비하다. 왕돌회수산(788-4959, 이하 지역번호 054)은 대게 외에도 우럭맑은탕, 홍게탕 등으로 이름났다.# ‘비주얼 甲’ 대게짬뽕 … ‘식감 甲’ 문어우동 대게와 더불어 겨울 별미로 꼽히는 녀석이 문어다. 겨우내 깊은 수심에 있다가 이맘때쯤 슬슬 얕은 곳으로 나오는데, 이 때문에 체내 염분이 줄고 살도 쫀득해진다. 보통은 숙회로 먹지만 울진에선 종종 우동에 넣어 먹기도 한다. 이게 이른바 문어우동이다. 작은 문어 한 마리를 통째 넣고 끓여 낸다. 문어 특유의 순한 맛과 쫀득한 식감이 우동의 슴슴하면서도 들척지근한 맛과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대게짬뽕도 유명세를 탔다. 중간 정도 크기의 대게를 통째 넣고 끓인 짬뽕이다. ‘극강의 비주얼’ 덕에 입소문으로만 보자면 문어우동보다 여러 수 앞서는 편이다. 다만 짬뽕의 강한 맛과 대게의 순한 맛이 따로따로라는 느낌도 받는다. 후포항 인근의 만리장성(787-8889)과 고바우한정식(788-1116)이 경합 중이다. 두 집 모두 값은 퍽 비싼 편이다. 만리장성 기준으로 문어우동 1만 8000원, 대게짬뽕 2만 2000원이다.# 달달한 칼국수… 칼칼한 해물칼국수 울진군청 맞은편, 그러니까 울진 시장 초입에 칼국수 맛집이 있다. 시장을 찾은 주민과 상인 등이 즐겨 찾는 서민적인 맛집이다. 군더더기 없는 상호가 인상적이다. 그냥 ‘칼국수 식당’(782-2323)이다. 주 메뉴로 내놓는 칼국수도 상호를 닮아 담백하다. 멸치로 낸 육수는 달달하고 면발은 흐물거려 씹을 새도 없이 목으로 넘어간다. 집장으로 만든 양념장으로 맛을 낸 회국수도 기막히다. 이 맛 보려고 점심시간이면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다. 망양정횟집(783-0430)의 해물칼국수도 꽤 입소문 났다. 가리비 등 해산물로 우려낸 맑은 국물에 ‘땡초’(매운 고추를 뜻하는 사투리)를 송송 썰어 넣고 다소 칼칼하게 끓여 낸다. 면발도 여느 집보다 한결 쫀득한 편이다. 다만 해산물의 양이 예전보다 다소 줄었다는 푸념을 종종 듣는다. 울진의 명소인 망양정 바로 아래 해변가에 있다.# 추어탕 닮은 추억의 맛 ‘고등어 느리미’ 울진 일대엔 ‘느리미’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음식이 전해 온다. 결핍의 시대였던 ‘보릿고개’ 당시 많은 식구들에게 골고루 먹이기 위해 우리 어머니들이 고안해 낸 전통 음식이다. 꽁치 느리미가 널리 알려졌지만, 이는 꽁치가 들기 시작하는 4~5월 이후에 나오기 시작하고, 요즘은 고등어 느리미만 맛볼 수 있다. ‘느리미’는 ‘늘여 먹는다’는 뜻이다. 레시피로만 보면 추어탕과 비슷하다. 울진 바다에서 갓 건져 올린 꽁치와 고등어를 끓는 물에 푹 삶으면 뼈다귀는 남고 살점은 고스란히 풀어진다. 이렇게 걸러낸 살점을 밀가루에 버무린 뒤 산나물과 고사리, 부추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푹 끓인다. 맛은 딱 고등어로 만든 추어탕이다. 울진읍내 한 식당 주인은 이렇게 표현했다. “이기 만들라카먼 고등어가 꽤 많이 들어가니더. 고등어 살을 쪼물락쪼물락해 가 끓이면 국물이 얼매나 진하다꼬”라고. 한데 사실 맛은 다소 평범한 편이다. ‘추억의 맛’ 정도로 보면 되겠다. ‘느리미’를 내는 집은 울진읍내에서도 한두 곳에 불과하다. 샤방샤방(782-2580) 식당에 미리 주문하면 맛볼 수 있다. 글 사진 울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新전원일기] 강의실 맨 뒤에서 주문전화 받던 청년 ‘부추 박사’ 되다

    [新전원일기] 강의실 맨 뒤에서 주문전화 받던 청년 ‘부추 박사’ 되다

    불판에 지글지글 고기가 구워지면 고춧가루 팍 뿌려 버무린 부추 겉절이가 절로 생각이 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위에 부추를 올려 먹으면 그 또한 일미. 음식의 풍미를 한층 더해주는 부추 덕이다. 더구나 비 오는 날이면 막걸리 한 사발에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부추 부침개 한 장이면 세상 다 가진 듯 마음까지 넉넉해지곤 했다. 이정훈(33) 친정애 부추농원 대표에게도 부추는 그렇듯 따뜻하고 정겨운 존재다. 4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부추 농사를 지어온 부모님의 삶이고 고혈이며 사랑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회사 이름도 친정 엄마의 사랑이 물씬 묻어나는 ‘친정애(愛)’로 지었다. 이유인즉, 누나 셋이 결혼한 후에도 지극 정성으로 딸들을 챙기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친정 엄마의 사랑’을 느꼈기 때문이란다. 어머니의 품 안, 어머니의 가슴만큼 아늑한 곳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겠는가. 평생 부추 농사를 지어 ‘부추 농사박사’라는 별칭까지 붙은 부모님의 가르침 아래 이 대표는 포항의 특산품인 부추로 가족애를 전하고 건강을 선물하는 청년 창업가이자 농업인이 됐다. “부모님이 부추 농사짓는 모습을 늘 곁에서 보고 자랐으니까요. 저에게 부추는 너무도 익숙한 가족 같은 존재죠. 지금은 현재와 미래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됐지요. 아니, 밥줄이 된 건가요? 하하하.” 이 대표가 유쾌하게 웃었다. 그에게서 진한 부추향이 났다.정직 - 만두 등 메뉴 개발로 식당 열어 아내와 정성 쏟아 단골 늘었죠 들깨부추칼국수 한 그릇이 눈앞에 놓였다. 연이어 부추비빔만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식당의 인기 메뉴들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하지 않았는가. 정갈하게 그릇에 담겨 나온 인기 메뉴는 보는 것만으로도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입안에 감도는 군침을 삼키고 요동치는 배꼽시계를 누르고 맛깔나게 음식 사진을 찍는 우리 일행을 이 대표와 그의 아내가 끌어당겼다. “부추는 향도 좋지만 맛이 더 좋습니다.” 대학생 정도로 앳되 보이는 부부는 “음식이 식는다”며 그들의 식사 자리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곳에서 나오는 모든 메뉴에는 부추가 주인공이다. 칼국수부터 만두, 전까지 부추가루와 부추를 듬뿍 넣어 겉과 속이 모두 초록빛이 난다. 식당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단골손님도 제법 생겼고,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도 꽤 많아졌다. “처음 3개월은 엄청 고생했어요. 음식이 맛이 없다, 짜다, 달다 하는 손님들이 많았거든요. 그때는 괜히 시작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어요. 그래도 계속 레시피를 바꾸면서 음식 맛을 개선하니까 손님들 반응이 점점 좋아졌죠.” 이 대표는 모든 식재료를 우리 땅에서 나온 것만 사용한다. 식당 이름이 ‘바를정’인 것도 말 그대로 바르고 정직하게 만든다‘는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좋은 예다. 부추즙으로 시작해 부추가공식품회사를 설립한 지 7년 만에 부추환, 부추건빵, 부추차, 부추국수, 부추만두, 부추크런치, 부추조청까지 개발해 연 매출 4억원을 올리는 탄탄한 회사를 만들었다. 2010년 창업 당시에는 한 해 매출이 1000만원에 불과했다. “남들과 조금만 다르게 생각했을 뿐인데, 이렇게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부추의 어원은 ‘풀이 아니다’는 뜻을 가진 ‘부초’(否草)다. 부추만큼 지역별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채소도 없으리라. 경기와 강원에서는 부추라 부르지만, 충청에서는 ‘졸’이라고 부르고, 전라도에서는 ‘솔’이라고 하며, 경상도에서는 남녀 간에 정을 오래 지속시킬 수 있다는 뜻으로 ‘정구지’, 제주에서는 ‘세우리’라고 부른다. “어디 그뿐입니까. 남자의 기를 높여준다고 해서 기양초, 힘이 넘쳐 과부집의 담을 넘는다고 해서 월담초, 부부 사이가 좋으면 집을 허물고 부추를 심는다고 해서 파옥초, 오줌 줄기가 벽을 뚫는다 하여 파벽초라고도 불러요. 부추와 그에 얽힌 이야기, 속담이 많아서 불리는 이름도 정말 다양해요.”개발 - 농대 3학년 10평 공간서 시작, 매출 늘어나니 정말 재밌었죠 “나도 부추즙 한번 만들어 볼까.” 2009년 대학 3학년이던 이 대표는 TV에서 양파즙을 먹으면 건강에 좋다는 뉴스를 접하고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당시 신종 인플루엔자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때라 양파즙이 예방 효능이 좋아 많이 팔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생각해 낸 것이었다. 평소 부추가 비타민을 많이 함유하고 있고,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돼 몸을 튼튼하게 하는 여러 효능이 있다는 것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에 무릎을 치고 일어섰다. 그것이 바로 부추즙 창업의 시작이었다. 학창 시절부터 가업을 이어받을 생각으로 농대를 갔지만 실질적으로 식품가공을 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그였다. 일단 무작정 부딪혀 보겠다는 도전정신으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과 부모님의 지원으로 자그마한 착즙기와 포장기부터 각각 한 대씩 구입했다. 하지만 영남대 원예생명학과를 다니는 평범한 대학생이 식품 가공에 대해 알 리가 만무했다. “식물의 생리학에 대해서만 공부했지 식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밤마다 공부를 했어요. 부추와 궁합이 맞는 한약재를 찾아서 하나씩 첨가하면서 만들었죠. 수개월 동안 몇 백만원어치는 족히 버린 것 같아요.” 벤치마킹을 하고 싶어도 부추즙을 만드는 곳이 전혀 없었던 터라 응당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만 했다. 부추즙 자체도 워낙 생소해 처음에는 홍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열 평 남짓한 크기의 제조장을 얻어 3개월 동안 부단한 단련의 시간을 보낸 결과, 드디어 2010년 3월 부추에 가시오갈피, 헛개나무, 대추, 감초, 약콩, 구기자까지 7가지를 넣은 첫 제품을 출시하게 되었다. 제품을 보관할 곳을 마련하기 위해 기숙사에서 나와 자취방도 구했다. 주말이면 포항에 내려와 부추즙을 만들고 월요일에 30박스씩 들고 자취방으로 갔다. “네, 친정애 부추농원입니다. 오늘 바로 택배 보내겠습니다.” 수업 도중에도 수시로 걸려오는 주문전화를 받아야 했기에 항상 강의실 맨 뒷자리에 앉아야만 했고,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계약을 맺은 우체국으로 뛰어가 택배를 부쳤다. 낭만을 뒤로하고 땀과 주독야경으로 20대를 보낸 셈이다. 노력의 대가는 참으로 달콤했다. 온라인 광고를 시작한 지 일주일 만에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하루에 두세 박스가 전부였다. 그러다 열 박스로 늘어나고 점차 주문량이 많아지자 한 달 매출이 5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뛰었다. 착즙기도 한 대 더 늘렸다. “부추즙을 판매하고 남은 수익으로 학비를 내고, 생활비도 풍족하게 해결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만큼 재미있게 일을 한 적도 없는 것 같아요.” 판매가 급증하자 마케팅과 유통을 공부하기 위해 야간 수업까지 들으며 경영학을 복수전공했다. 그 배움을 바탕으로 재주문을 유도하기 위해 제품에 헛개나무와 가시오갈피를 100g씩 서비스로 넣어 보냈다. 겨울에는 직접 생산한 부추 중 제일 좋은 상품을 골라 200g을 더 담아 보내기도 했다. 서비스뿐 아니라 내용물에도 주력했다. 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들이 먹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좋은 원료를 쓰는 일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좋은 것을 되도록 많이 넣어서 제 부추즙을 먹은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고 있지요.”미래 - 농장 규모 줄이고 친환경 재배, 전문회사 꿈… 부추만 생각하죠 포항 시내에 위치한 부추 가공공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기계면에는 660평 규모의 부추농장이 있다. 기존 8000평 규모의 부추농장을 부추 가공식품에 오롯이 주력하기 위해 축소시킨 것이다. 정성들여 재배한 친환경, 무농약 부추는 생물로도 공급하지만 대부분은 가공하는 데 사용된다. “660평 규모로만 부추 농사를 지어도 제가 원하는 공급량을 충분히 만들 수 있거든요.” 이 대표는 1년에 4번 정도 부추를 수확한다고 한다. 보통 11월부터 1월까지는 휴면 기간인데, 이렇게 한번 쉬었다가 나오는 부추는 더 굵고 힘이 있단다.이 대표가 비닐하우스 문을 열자 한창 수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겨울에도 비닐하우스 안은 봄처럼 따뜻하고 습했다. 그래서 낮에는 옆쪽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서 중간에 있는 부추들을 바람을 말려줘야 한다. “부추 농사는 물, 햇빛, 바람이 제일 중요해요. 그다음이 퇴비인 거죠. 특히 어떤 물을 쓰느냐에 따라서 수확량이 달라져요. 우리는 암반수를 개발했는데 PH(산성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8.2가 나와요. 진짜 깨끗하고 좋은 물이 나오는 거죠. 그런 물을 계속 주면 수확량도 높아지고 병해충이 없어요.” 이제는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너나 할 것 없이 부추즙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친정애 부추농원의 부추즙은 한결같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아무도 시작하지 않았을 때 시장을 선점한 덕분도 있고, 오로지 부추와 관련된 가공식품 하나로 밀고 나갔던 것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부추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절대 하지 않거든요.” 그의 머릿속은 온통 ‘부추 생각’으로 가득하다. 결혼 허락을 받기 위해 처가에 예비 장인을 만나러 갔을 때의 일이다. 때마침 건빵을 먹고 있던 예비 장인이 그에게 건빵을 건네며 먹어보라고 권했다. 당시 신제품을 개발하고 싶어 목이 말라 있던 이 대표는 장인이 준 건빵을 보자마자 섬광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일명, ‘부추건빵’. 부추즙보다 좀 더 대중적인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찰나였기에 그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그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처음 생산한 5000봉지는 한 달 만에 완판됐다. “농업도 자신만의 철학과 색다른 아이디어로 철저히 준비해서 뛰어들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성공이 빠를 수 있어요.” 현재 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지만 그 어느 분야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한다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그는 말한다. 오로지 부추 가공 전문회사를 꿈꾸는 이 대표는 부추 농축액과 부추 천연조미료도 구상 중에 있다. 그는 부추 하면 사람들 사이에서 ‘친정애 부추농원’이 연상되는 그날을 기다린다고, 꼭 그런 브랜드로 만들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봄 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올봄에는 풋풋한 부추와 함께 건강을 지켜보면 어떨까. 글쓴이 방송작가 한정원‘6시 내고향’, ‘생방송 투데이’, ‘주주클럽’, ‘TV내무반 신고합니다’, ‘기분 좋은 날’, ‘여유만만’ 등 다수의 TV 프로그램 참여. ‘지식인의 서재’, ‘CEO의 서재’, ‘명사들의 문장강화’, ‘명인명촌’ 등 출간.
  • 매장공유플랫폼 스토어쉐어 ‘레시피컨설팅 서비스’ 런칭

    매장공유플랫폼 스토어쉐어 ‘레시피컨설팅 서비스’ 런칭

    매장공유 플랫폼 스토어쉐어에서 레시피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한다. 현재 강남 등 오피스상권에서 진행되는 매장공유의 경우 점심뷔페 위주의 획일화 되어있다. 이는 점심시간대 한정된 영업시간으로 인해 빠른 회전율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슷한 메뉴를 요일별로 조합하여 뷔페메뉴를 정하기 때문에 고객들 입장에서는 쉽게 식상해질 우려가 있다. 매장공유플랫폼 스토어쉐어는 이러한 매장공유 레시피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레시피컨설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한식, 일식, 양식 등 각 분야에서 경력 20이상 경력의 유명호텔출신 최상급 쉐프들과 업무제휴를 맺고 향후 레시피 개발 및 교육분야를 전담하기로 하였다. 이들 전문가 쉐프들은 점심시간에 특화된 빠르고 간단한 요리법과 최신 트랜드를 반영한 다양한 메뉴들을 선보인다. 레시피 컨설팅은 점심레시피를 확보되지 못한 예비창업자는 물론, 기존에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다. 호프집이나 실내포차와 같이 저녁 매장을 운영하는 매장점주가 직접 점심시간대 운영을 하고자 할 경우, 점심메뉴에 적합하면서 주변상권의 아이템과 중복되지 않는 차별화된 레시피 개발 및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토어쉐어 이민석 대표는 “기존의 획일화된 점심레시피에서 벗어나 점심시간대에 적합한 레시피 개발 및 교육을 진행하여 점심창업의 질적수준을 높임으로써 매장점주 및 예비창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특히 매장점주들은 본인의 상권 내 기존 점심장사와 차별화를 꾀하고 싶어 하는 의도가 강하기 때문에 레시피컨설팅 사업을 기획하였으며 향후 샵인샵과 관련된 간편식, 테이크아웃 아이템개발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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