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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일서 ‘희망 전도 회고록’ 내는 박치기왕 김일 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한·일서 ‘희망 전도 회고록’ 내는 박치기왕 김일 씨

    영화 ‘시네마천국’에는 이런 대사가 있다.‘인생은 네가 본 영화와는 달라, 인생이 훨씬 힘들지….’ 그곳엔 영웅을 노래하는 시(詩)가 있었다. 고난과 감동의 파노라마, 눈물과 회한이 켜켜이 쌓인 흑백필름이 소리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현해탄이 대수로냐 타작질이 대수로냐/땀방울 핏방울로 모진 세월 이겨냈다/백두호랑이 포효하니 온 세상이 잠잠하다/박치기 한번, 맺힌 속 뚫어지고/박치기 두번, 주린 배 불러오고/박치기 세번, 대한이 하나된다’(시인 최석우) 그랬다. 살아 있는 전설로 여긴다. 배고프고 암울했던 시절, 희망과 용기를 선사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국민적 영웅이었다. ‘박치기 왕’으로 유명한 김일(78) 전 프로레슬러. 손바닥만한 이마 하나로 세계 무대를 쥐락펴락했다. 지금의 40대 이상에겐 ‘김일’이라는 말만 들어도 여전히 찐한 전율로 다가온다. 압둘 자바, 안토니오 이노키 등 내로라 하는 세계 거인들과 싸우다 결정적 순간에 박치기 한방으로 때려눕히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특히 호랑이 모습에 삿갓과 곰방대가 그려진 가운을 입은 김일 선수가 일본 선수를 때려눕히는 광경은 민족적 울분을 씻어주는 대표적 카타르시스였다. 1960∼70년대 흑백TV조차 귀했던 시절, 마을 이장이 “오늘 저녁에는 김일 선수가 레슬링을 하는 날입니다. 밭일을 마치고 테레비가 있는 아무개 집으로 오세요.”라는 동네방송까지 할 정도였다. 또 당시 어린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물어보면 “김일 선수처럼 힘세고 용감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대답이 나오곤 했다. ●14년 투병에도 후배 시합땐 꼭 격려 이런 김씨가 영광의 세월을 뒤로 하고 14년째 투병 중이다. 박치기 후유증으로 뇌혈관 질환, 당뇨와 고혈압, 임파부종, 그리고 작년에는 거대결장으로 대장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휠체어에 의존할 만큼 거동 또한 불편하다. 그럼에도 후배들의 시합이 있을 때마다 아픈 몸을 이끌고 현장을 찾아 격려해준다. 지난 10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세계프로레슬링대회(WWA)에도 참석, 많은 관중들로부터 케이크와 꽃다발 세례를 받았다. 특히 김씨는 최근 동화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전도사로 나섰으며, 올해 안에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회고록을 펴낼 계획이어서 관심을 끈다. 서울 노원구의 모병원 7층 병실에서 김씨를 만났다.3평 남짓한 병실 벽에는 팬들이 그려준 초상화, 김씨를 칭송하는 시, 외신 인터뷰 기사, 그리고 왕년의 사진들이 쭉 붙어 있었다. 근황을 물었더니 먼저 일본에 다녀온 얘기부터 나왔다.“지난 3월 말인가 그래.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과거 레슬링을 같이하던 사람 100여명을 만났어. 반갑게 파티도 열어주더군.”이라며 웃는다. 스승인 역도산의 같은 문하생이었던 안토니오 이노키(63) 등과도 반갑게 해후했다. 또 역도산의 묘를 찾아 참배하고 부인 다나카 게이코(64)도 만나 옛날 얘기를 나눴다. 한 출판사 대표와는 올 연말까지 한·일 양쪽에서 회고록 발간을 약속했다. ●日 이노키와는 10년동문이자 라이벌 이어 동료 레슬러였던 장영철(73)씨와 41년만에 만난 얘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국내 레슬링계를 주도했던 김씨와 장씨는 65년 11월 ‘레슬링은 쇼’ 파문 이후 한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응어리진 것 풀어야지, 그래서 부산으로 직접 갔어. 실로 오랜만이었지. 그도 나처럼 병원에 입원해 있어. 희한한 것은 치매증도 있는데 나를 보더니 금방 알아보더군.‘형님 내가 옛날에 철이 없어서 그랬어요.’라고 해 손 붙잡고 울었지 뭐….” 장씨는 파킨슨병과 중풍, 약간의 치매증세로 입원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180㎝의 키에 100㎏의 몸무게였으나 지금은 65㎏으로 줄어들었다. 김씨 역시 1m85㎝의 키에 130㎏의 몸무게가 75㎏로 줄어들었다. 또 현역 때 한 끼에 생선 99마리까지 먹기도 했지만 지금은 죽과 같은 가벼운 음식을 먹고 있다. 비록 김씨가 병상에서 쓸쓸히 노년을 보내고 있지만 팬들의 방문은 여전하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남 지만씨가 얼마전 결혼식 직후 다녀갔다.“박 전 대통령이 서울 정동에 ‘김일체육관’을 지어주셨지. 그런데 전두환 대통령이 문화체육관으로 바꿔버렸어. 강제로 뺏어갔지….” ●박 전 대통령이 ‘김일체육관´ 지어줘 할아버지 손잡고 오는 어린이도 있다. 최근에는 병마와 싸우는 한 어린이와의 만남을 전해들은 동화 작가 고정욱씨가 ‘박치기왕과 울기대장’(대교출판)이란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김씨가 동화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한 어린이와 진솔하고 희망이 담긴 대화를 나누는 광경이 훈훈하다. 다음달 초 출판 기념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우문 하나 불쑥 던졌다. 시합 때 피가 나면서까지 왜 박치기를 했느냐고 하자 “이마는 조금만 긁혀도 피가 나와.”하면서 피식 웃는다. 박치기는 피눈물 나는 훈련을 거듭한 끝에 얻어진 기술이라고 했다. 재떨이, 벽, 나무 등 닥치는 대로 이용해 이마 근육을 단련시켰다고 했다.“다른 선수와 달리 독특한 기술을 익혀야 해.”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열심히 따랐다. 일화 한토막.“링 로프에 있는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박치기를 했는데 피해버렸어. 때마침 로프의 고무가 벗겨져 있어서 내부에 있는 와이어에 부딪혔지. 이때 눈알이 튀어나왔어. 급한 김에 손으로 밀어넣고 시합했지. 끝나고 집에 가서 소고기로 마사지를 했어. 그 후유증으로 시력이 안 좋아졌지.” ●선수시절 시합중 눈알 나온 적도 있어 국내 레슬링이 왜 시들해졌느냐고 하자 “TV 중계가 필요해. 축구나 야구는 매일 하는데 레슬링은 방송에서 멀어지고 있어. 한달에 한두번이라도 중계를 해주었으면 좋겠는데….”하고 아쉬워했다. 스포츠를 워낙 좋아하는 김씨는 요즘 독일 월드컵 기간이어서 축구중계를 보느라 TV 앞에 있는 시간이 더욱 많아졌다. 일본에서 활약 중인 최홍만의 이종격투기 시합도 자주 본다. “희망이 있어야 인생이 아름다워져. 그걸 버리면 안 되지, 허허허….” 불치병 어린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도하는 박치기왕 김일 할아버지. 그의 미소에는 세계를 제패한 불굴의 투혼이 여전했다. ■ 그가 걸어온 길 ▲1929년 전남 고흥 출생 ▲57년 역도산 문하생 1기입문 ▲58년 ‘오오키 긴다로’라는 이름으로 데뷔 ▲63년 WWA세계 태그챔피언 획득 ▲64년 북아메리카 태그챔피언 ▲65년 극동헤비급챔피언 ▲67년 WWA세계챔피언 ▲72년 도쿄 인터내셔널 세계헤비급챔피언 ▲95년 도쿄돔에서 은퇴식 ●상훈 국민훈장석류장(94년), 체육훈장맹호장 (2000년) 주말매거진 We팀장 km@seoul.co.kr
  • 태극전사 승부 추억만들기

    태극전사 승부 추억만들기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이 13일 토고를 꺾어 월드컵 진출 사상 원정 경기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19일 강호 프랑스와 싸워 무승부를 이뤄냈다. 국민들 마음 속엔 16강 진출에 대한 꿈으로 가득하다.4강 신화의 재현이 기다려진다. 월드컵 축제 분위기는 뜨겁다. 경기가 새벽에 열려도 상관없다. 서울광장 등 응원 장소엔 발 디딜 틈이 없다. 평소 적막이 흐르던 새벽 4시 아파트가 환해진다. 탄성이 터진다. 길거리엔 온통 월드컵 얘기뿐이다.“스위스에 지지 않아. 토고 프랑스전처럼 하면 우리가 이길거야.” 국민 모두가 축구해설가다. 선수들은 골을 넣고, 국민은 춤을 춘다. 갈등의 벽을 넘어 온 나라가 하나 된 이 순간.‘대∼한민국’을 함께 외친 이 날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면 ‘월드컵 거리’에서 추억을 만들어 보자. 글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① 광화문·청계천 T2광장 “2006년 독일월드컵의 감동을 가슴에 담아 보세요.” 길거리 응원의 명소인 서울 광화문과 청계천,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는 ‘2006년 월드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명소들이 있다. 이번 월드컵 기간중에만 전시되는 조형물과 흉상들로 2006년 독일월드컵을 사진으로 담아두기에 제격이다. ●광화문 태극전사 동상에서 멋진 기념촬영을 태극전사들이 월드컵에서 선전을 거듭하면서 광화문 태극전사 동상 주변에는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시민들로 북적 거린다. 태극전사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2006년 독일월드컵을 간직하기 위해서다. 광화문 세종로 양쪽에는 8m 높이의 웅장한 태극전사 5명의 동상이 서있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대한민국 대표 수문장 이운재와 이영표(12번)가 축구공을 든 동상을, 맞은 편인 한국통신 빌딩 앞에는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인 박지성(7번), 이천수(14번), 박주영(10번)의 멋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딸 아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던 정지선(34·양천구 목동)씨는 “이운재 선수가 공을 잡은 모습과 박지성 선수의 멋진 킥 모습, 이천수 선수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승리를 자신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면서 “아이에게 월드컵의 추억을 남겨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교보빌딩 앞에 있는 9m 높이의 초대형 축구공 조형물인 ‘드림볼’은 승리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밤에는 5만여개의 LED(발광다이오드)가 화려한 빛을 뿜어낸다. 미국 대사관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를 모아 놓은 곳. 직접 응원 글을 적어 붙일 수도 있다. ‘꿈은 다시 이뤄진다. 토고 깨고, 프랑스 이기고, 스위스 밟고,16강→8강→4강, 아자아자!’(광풍이) ‘대한민국이여!2002년을 기억하라!그때의 감동을 다시 울리자!’(최이영) 기다란 간판에는 수만장에 이르는 응원 문구가 적혀 있어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청계천 T2광장에는 2002·2006 태극전사들 한자리에 청계천 변에 있는 한국관광공사 T2광장에 가면 36명의 태극전사 흉상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월드컵 멤버 23명을 포함해 2002년 국가대표와 히딩크, 아드보카트 등 전·현직 코칭 스태프들을 만든 흉상이다. 가로 4.5m의 대형 군상 3점에는 각각 12명의 상반신이 새겨져 있다. 작품은 작가 김래환씨가 태극전사들을 직접 만나 정면과 측면 사진을 찍어 4년동안 제작했다. 김씨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조각가로 지난 2002년에도 ‘조각으로 보는 한국의 명사 100인전’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육계 인사들을 조각해 조각계를 놀라게 했다. 김씨가 태극전사들의 인물 외형을 재현하는데 머무르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둬 동상을 둘러보며 태극전사들의 특징을 직접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회사원 김은지(21)씨는 “히딩크 감독과 안정환, 이천수 선수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면서 “전시회가 끝나기 전에 모두 카메라에 담고 싶다.”고 말했다. 동상은 다음달 9일까지 전시된다. 김래환씨 홈페이지(www.krh007.com)를 방문하면 안정환, 최진철, 홍명보, 이천수, 이운재 등 태극전사들의 조각작품 제작과정 등을 사진과 함께 자세히 볼 수 있다. ② 상암 월드컵 경기장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장을 상암에서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 가면 독일월드컵의 생생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2006 독일월드컵’ 메인 스타디움인 ‘알리안츠 아레나’ 경기장 모형물이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은 10분의 1 규모로 축소한 것으로 모형이지만 크기가 무려 가로 34m, 세로 27m에 이른다. 내부에 인조 잔디가 깔린 경기장이 있어 실제 미니 게임을 할 수도 있다. 독일 뮌헨에 있는 아레나 경기장은 누에고치 처럼 부푼 2874개의 에어 쿠션의 집합체로 2002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6월 1일 완공됐다. 경기장 규모는 6만 6000석, 좌석이 7층 규모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전세계에서 가장 특이하고 볼 만한 경기장 중 하나’라고 소개할 만큼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외관은 반투명 재질로 밤이면 10만여개의 조명이 미확인비행물체(UFO)처럼 파란색과 빨간색, 흰색 빛을 뿜어내 ‘UFO 구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유미숙(32·마포구 공덕동)씨는 “모형물은 마치 거대한 우주선이 내려앉은 듯 독특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마치 독일 현지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고 즐거워했다. 아레나 조형물은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만나는 북측 광장에 있다. ●월드컵기념관에서 4강 감동 다시한번 인근에 있는 ‘2002 FIFA 월드컵 기념관’에 가면 붉은 감동이 물결친다.2002년 4강 신화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400평 남짓한 내부에는 4강 신화에 공헌한 거스 히딩크 감독 등 축구인 6명의 흉상과 월드컵 당시 23인의 태극전사들의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과 축구공, 축구화, 기념주화, 기념품 등을 볼 수 있다. 영상관에는 2002년 월드컵 하이라이트와 명장면을 모은 ‘6월의 붉은 함성’을 상영하며,31일간의 대장정’ 코너에는 A∼H조까지 당시 월드컵에 참여했던 국가들의 전적 등 각종 정보와 함께 모형으로 제작된 피파컵과 당시 입장권 등을 볼 수 있다. 태극전사와 기념사진 촬영 코너에서는 4강 신화의 주역들과 즉석에서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위탁 운영하며, 관람시간은 40∼50분 정도 걸린다. 월드컵 중계를 보느라 매일 밤을 지새운다는 축구 마니아인 관람객 노기철(27)씨는 “2002년에 태극전사들이 첫게임에서 폴란드를 2대 0으로 이기고, 두번째 게임에서는 미국과 1대 1로 비긴 뒤 마지막 포르투갈 전에서 1대 0으로 승리해 16강에 진출했는데 이번 월드컵과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면서 “마지막 경기인 스위스 전에서도 우리가 1대 0으로 이기고 조 1위로 올라간 뒤 4강 신화를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연중무휴다. 관람요금은 일반 1000원,12세 이하 어린이 500원이다. 자세한 정보는 기념관(3151-0231)이나 홈페이지(www.world cupmuseum.co.kr)에서 얻을 수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③ 풋볼 빌리지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국민들의 관심은 온통 축구에 쏠려 있다.‘월드컵 열풍’을 타고 한 은행이 유명 선수의 사인과 유니폼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을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6일 중구 을지로 1가 하나은행 본사 1층 ‘풋볼 빌리지’. 예금 인출을 위해 은행을 방문한 김지선(21)씨는 깜짝 놀랐다.“이게 정말 귀엽게 생긴 오언 오빠가 입던 옷이야.” 그녀는 부스 안 영국 대표팀 오언의 유니폼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애교섞인 표정을 지었다. 은행에 오가는 다른 손님들도 한번씩 부스를 둘러 본다. 풋볼 빌리지는 독일 월드컵에서의 승리를 기원하는 뜻에서 지난달 22일 열렸고 다음달 9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은 대한축구협회의 도움을 받아 역대 월드컵 기념주화 부스 등 모두 24개 부스로 꾸며졌다. 그 안엔 독일월드컵 32개 출전국 유니폼과 역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유니폼, 축구황제 펠레 소장품 등이 전시돼 있다. 하루에 100여명 정도가 들른다. ●유명선수 사인과 미니어처 하나은행 본사 정문 오른쪽에는 월드컵 관련 기념물이 가득하다. 먼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의 포토존이 있다. 개인 홈페이지에 올릴 수 있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또 독일월드컵 32개 참가국 유니폼이 있다. 유명 선수들을 작은 인형으로 꾸민 미니어처들은 각각 선수 본인의 개성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양팔을 벌린 데이비드 베컴과 그라운드에 떨어지기 직전 오른팔을 벌려 공을 쳐내는 올리버 칸 등 모습도 다양하다. 또 호나우지뉴와 에릭손 감독 등 유명 축구인의 사인과 박지성과 웨인 루니 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유명 선수들이 그려진 축구공, 한복 옷감 축구공 등 이색 축구공들도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발길이 떨어지지 않은 곳은 펠레 소장품 부스.15살 무명시절 축구공과 1981년 찍은 발 사진이 인상적이다. 사진 속 발엔 수십 개의 굳은살이 박여 있다. 자연히 프랑스전에서 동점골을 넣은 박지성 선수의 최근 공개된 발과도 비교해 볼 수 있다. ●한국 축구 발전상과 추억 전시관의 왼쪽에 마련된 우리나라 축구 100년사에선 추억과 향수가 느껴진다. 먼저 1970∼2005년 월드컵 본선과 예선에 참가했던 선수들의 유니폼에서 우리나라 대표팀 유니폼 변천사를 본다. 박지성 등 현 대표는 물론 1970년 멕시코월드컵 예선전에서 허윤정 선수 등 왕년의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도 있다. 퀵서비스 배달 차 은행을 방문한 이선길(57)씨는 왕년의 스타들을 가리키며 “당시에는 동네에 TV가 둘밖에 없어 10원 내고 흑백 TV가 있는 만화방에 가면 사람들로 꽉 차 있던 기억이 난다.”면서 “지금은 해설가가 오버액션을 하고 매스컴이 분위기를 띄워 관객들이 춤을 추기도 하지만 당시엔 골을 넣어도 ‘골인’하고 박수 한 번 치고 말았다.”고 전했다. 축구화와 축구공의 변천사도 재미있다.1920년엔 지푸라기로 축구공과 축구화를 만들었다.1940년대는 쇠가죽으로 만들었다.1946년 한국 최초 축구공 제작자인 고 김성강씨가 사용한 쇠가죽 커터기와 현존하는 축구공 장인 이덕수씨가 제작한 축구공도 있다. 경비원 김기남(51)씨는 1960년대 쇠스파이크가 달린 축구화를 보고 “지금 플라스틱 스파이크도 위험한데 당시 선수가 공을 차기 위해 높이 발을 들었을 때 저 쇠스파이크에 맞으면 아주 아팠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흑백 사진 등 후진국 시절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부스도 있다.1954년 스위스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과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 대표팀의 유니폼과 사진, 여권, 당시 신문 기사 등이 마련된 부스. 박병창(73)씨는 “그 때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애국심과 헝그리정신으로 열심히 뛰었다.”고 전했다. 약소국이었기 때문이었을까?당시 참가국들의 국기가 그려진 월드컵 팸플릿엔 태극기는 없다. 대한민국은 당시 헝가리와 터키에 각각 9대 0,7대 0으로 패했지만 북한은 1대 0으로 이탈리아를 꺾어 작은 고추장의 힘을 보여줬다. 24일 우리 대표팀이 스위스를 물리쳐 ‘대∼한민국’이 전국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풋볼빌리지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④ ‘홍명보’ 응원관 최근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전국의 미혼남녀 6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선수 가운데 가장 다시 보고 싶은 선수로 홍명보 대표팀 코치를 꼽았다. 2002년 월드컵 8강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마지막 승부차기를 성공시킨 뒤 두팔을 벌리고 지은 환한 미소를 못 잊어서일까. 아직도 홍명보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10일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반디앤루니스 서점 앞엔 월드컵 시즌 동안 CF모델로 계약을 맺은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코치와 함께 하는 축구 응원관’을 열었다.14평 정도로 작은 규모이지만 즐길 거리가 많다. 담당 직원인 정우진씨는 “우리나라 최고 인기 축구 스타인 홍명보의 자서전과 CF는 물론 축구를 주제로 한 다양한 비추미들이 있고 많은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비추미는 세상을 비추는 존재를 뜻하는 삼성생명의 캐릭터이다. ●홍명보 포토존에서 ‘찰칵∼’ 이 공간은 홍명보 코치와 함께 하는 축구 응원관인 만큼 홍 코치의 CF와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과 국민에게 대표팀을 힘껏 응원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영상물이 돌아간다. 방문하면 무엇보다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즐겁다. 카메라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담당 직원이 직접 공간 내에 있는 카메라로 찍은 뒤 바로 인쇄해 준다. 양복을 입은 채 공을 차는 홍명보의 포토존이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다. 또 사진의 예쁜 배경이 될 비추미 디오라마존이 있다. 디오라마존에선 비추미들은 타원으로 움직이는 벨트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돌아간다. 여기엔 모두 18개 비추미들이 있다. 오버헤드 킥을 하는 비추미와 골을 쳐내는 골기퍼 비추미, 슛하는 모습, 태클하는 모습, 두 개 막대 풍선을 서로 치는 비추미, 북을 치면서 응원하는 모습, 아나운서와 해설가가 중계하는 모습, 승리한 뒤 태극기나 월드컵을 들고 뛰는 모습 등…. 월드컵에서 가능한 다양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 외에도 농구와 탁구, 레슬링을 하는 비추미들도 있어 축구 선수 외 다양한 비추미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벤트로 재미도 보고 상품도 타고∼ 우리나라 축구 응원 이벤트도 진행되고 있다. 방문자가 응원메시지를 남기면 인상적인 메시지를 뽑아 상품을 준다.1등은 미니볼,2등은 축구화,3등은 홍명보 자서전을 각각 받는다. 여기에 뽑히지 못한 20여명은 대신 비추미를 받는다. 추첨은 15일마다 이뤄진다. 이미 지난달 25일과 지난 5일에 실시됐고 오는 30일과 월드컵이 막을 내리기 직전에 1차례씩 실시될 예정이다. 또 다른 이벤트는 ‘승리팀을 맞혀라.’24일 한국 대 스위스 전의 승자를 맞히는 것. 토고 전과 프랑스 전 때도 실시됐다. 승리팀을 맞힌 사람 가운데 150명은 차량 휴대전화 충전기를,200명은 축구 비치볼을,250명은 여행용 지도를 각각 받는다. 이 외에도 방문한 모든 사람은 축구 비추미 스터커 엽서를 가져가도 된다. ●약속 기다리며 서비스와 게임을 만일 약속 시간보다 일찍 코엑스몰에 도착했다면 이 홍명보 코치와 함께 하는 축구 응원관에서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휴식공간이 있어 쉬면서 편하게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올 때까지 비치돼 있는 잡지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휴대전화 무료 충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 응원관 바로 앞과 후드 코트 방향으로 20m 정도 가면 컴퓨터 축구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대형 화면 속의 축구공을 차는 것. 축구 게임은 모두 2가지인데 하나는 편을 나눠 그라운드 양측의 골대 안으로 화면 속에 있는 공을 차 점수를 낸다. 또 다른 게임은 혼자서 페널티킥을 차는 것. 각 게임은 1분 정도 소요된다. 이 축구 게임 외에 두더지 잡는 게임과 비추미 육상 경기, 사다리 타기 게임 등 3종류가 더 있다. 홍명보 코치와 함께 하는 축구 응원관과 여기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는 월드컵이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계속된다. 그 뒤엔 또 다른 주제의 비추미관으로 운영된다. 홍명보 코치와 함께 하는 축구 응원관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 주말은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8시30분까지이다. 글 사진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어떻게 태극전사 氣 살리나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지난 13일 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목청껏 구호와 함성을 외치며 월드컵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기원했을 것이다. 특히 독일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붉은악마들은 열정적인 응원으로 선수들의 가슴에 뜨거운 에너지를 불어넣음으로써 역전승이란 결실을 일궈낼 수 있었을 것이다.‘12번째 태극전사’로까지 불리는 응원단의 힘. 과연 단순한 구호와 함성이 어떻게 선수들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와!∼∼’와 ‘우!∼∼’의 차이 응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수단인 구호와 함성은 그 자체로는 ‘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소음에 가까운 소리가 선수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고 자극을 줘 보다 힘차게 뛰도록 만들어준다. 그러면 선수들의 기를 북돋는 ‘응원’과 기를 죽이는 ‘야유’의 차이는 뭘까. 선수들은 어떻게 그 차이를 느낄까. 둘 다 ‘소음’이라는 측면에서는 같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선수들의 심리에 따라 효과는 180도 다르다.‘와!∼∼’는 격려의 소리로 인식돼 심리적인 용기와 안정감을 얻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반면 ‘우!∼∼’는 듣기 싫은 소음으로 여겨져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몸이 위축된다.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유상철(현 KBS해설위원)씨는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경기장에서 울려퍼지는 ‘와!∼’하는 함성 소리에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짜릿함이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없던 힘이 솟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통상 스포츠 경기에서 홈경기 승률이 높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먼저 응원과 야유 소리를 분석해 보면 높낮이와 진동수가 다르다.‘와!∼∼’는 진동수가 높고 템포도 빠르다. 반면 ‘우!∼∼’는 진동수가 낮고 템포도 느리다. 연구결과 등에 따르면 선수가 귀로 들을 수 있는 한계인 120㏈ 이상의 함성을 들으면 신체에는 긴장상태와 비슷한 변화가 나타난다. 교감신경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의 양이 늘고 혈압은 높아지며 맥박은 빨라진다. 호흡이 빨라지고 말초혈관도 수축하게 된다. 이때 함성이 우호적이라고 판단되면 긴장상태가 몸에 긍정적인 심리 효과로 작용된다. 반면 그 반대라면 몸 근육 등이 심하게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응원에는 강한 북소리가 최고 응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도구는 단연 큰북이다.‘둥∼둥∼둥∼’ 울려퍼지는 강한 진동은 선수들은 물론 응원단에게 혼연일체가 되게 하는 결속력은 물론 ‘투쟁심’까지 고조시킨다. 인체 실험을 통해 이를 실제로 입증한 연구 결과가 있다.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배명진 교수팀은 북소리 같은 저음은 귀가 아닌 몸이 울려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에 따르면 사람의 귀는 통상 1000∼2000㎐의 소리를 아주 민감하게 잘 듣는다. 그런데 북소리는 60∼80㎐이기 때문에 사람의 귀는 10% 정도만 들을 수 있다. 결국 나머지 90%는 몸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귀로 들을 수 없는 20㎐의 아주 낮은 음을 들려주고 출력을 96㏈ 이상으로 높이자 모두 “귀로는 잘 안 들리지만, 가슴 등 몸이 떨리며 느껴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북소리에서 나오는 강력한 저주파가 사람 몸을 울려 촉감으로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특히 월드컵 응원에서 북소리가 울려퍼지면 응원에 동참한 모든 사람들은 ‘신체의 동조감’을 느끼게 되고, 경기장 안에서 뛰는 선수의 몸으로도 공명돼 강한 기운이나 에너지로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붉은 옷 입었을 때 승률 훨씬 높아 한때 태극전사들의 붉은색 유니폼이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상대편 선수들이 붉은색 유니폼을 보고 흥분해 힘을 더 얻는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결국 잠깐이지만 색깔이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되레 붉은 유니폼을 입은 쪽이 더 힘이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듀헴대 러셀 힐 교수팀은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붉은색 유니폼을 입으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경기에서 태권도, 권투,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을 분석했다. 선수들은 붉은색이나 파란색 가운데 하나를 입게 돼 있는데, 분석 결과 붉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승리한 경우가 55%였다. 특히 태권도의 경우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승리한 경우가 60%를 넘었다. 연구팀은 유럽대륙 축구대회인 ‘유로 2004’에 참가한 나라들의 승률도 조사했다. 그 결과 붉은색 유니폼을 입었을 때 승률이 훨씬 높았으며, 골도 많이 나왔다. 연구팀은 “사람 등 동물은 붉은색이 주는 ‘위협’에 부담을 느껴 호전적인 스포츠 경기에서 기가 꺾이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의상심리학자들도 “몸이나 마찬가지인 옷은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나타낸다.”면서 “옷 색깔을 통해 자신감은 물론 정서적 안정에 영향을 받는다.”고 설명한다. ●응원도 하고 살도 빼고 마음껏 소리지르고 몸 전체를 흔들어대는 응원은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살 빼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 전문병원이 지난달 한국과 세네갈과의 축구 평가전에서 90분간 격렬한 응원을 펼친 붉은악마 회원 5명을 조사한 결과 1인당 평균 323㎉를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같은 시간 가만히 있을 때보다 3배가량 칼로리 소비가 많은 수치다. 만일 운동을 통해 이 같은 규모의 칼로리를 소모하려면 시속 10㎞에 가까운 속력으로 1시간 이상을 쉼없이 걸어야 한다. 월드컵 길거리 응원을 통해 그야말로 ‘꿩도 먹고 알도 먹는’ 셈이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새영화] 공필두-감초 이문식 유쾌한 주연

    [새영화] 공필두-감초 이문식 유쾌한 주연

    한국영화를 ‘그가 나오는 영화’와 ‘안 나오는 영화’로 분류시켰던 감초조연 이문식. 그의 원맨쇼에 기댄 주연작 ‘공필두’(제작 키다리필름)가 11일 개봉한다. 지난해 첫 주연작 ‘마파도’로 전국관객 300만명을 끌어모았던 스타조연의 에너지가 또 먹혀들 수 있을지, 기대어린 시선들이 충무로에 가득하다. 제목이 말해주듯 ‘공필두’는 극중 형사 공필두의 활약상에 집요하게 시선을 고정시킨 코믹액션이다. 레슬링 동메달리스트로 강력계 형사에 특채된 공필두(이문식)는 기대와 달리 함량미달의 인생을 산다. 피해자와 범인조차 분간하지 못해 엉뚱한 사고를 치기 일쑤. 빚보증을 잘못 서 신용불량자로 몰렸는가 하면 11년째 홀아버지(변희봉)의 수발을 받는 한심한 노총각이다. 그런데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치고만다. 조폭 태곤(김수로)의 술수에 비리형사로 내몰려 검사(유태웅)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기실 이 영화에선 낯선 감상포인트가 주는 즐거움을 만끽할 여지는 많지 않다. 이야기 소재가 이색적인 것도 그렇다고 캐릭터들이 새로울 것도 딱히 없는 게 사실이다. 지방 조폭들, 그들과 엎치락 뒤치락 긴장관계를 엮는 형사 이야기로 채워지는 영화에는 잔재미가 많다. 무엇보다 자잘하지만 입체적으로 돋을새김되는 다양한 캐릭터 군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루할 틈새를 없애준다. 공필두를 쫓으며 스크린을 긴장시키는 냉혈 조폭 두목 만수(박정학), 태곤의 여자 민주(김유미)와 얼떨결에 도망자 신세가 돼버린 홈쇼핑 모델 용배(이광호), 사채업자(김뢰하) 등 십시일반의 코믹 에너지 위력이 만만찮다. 쫓고 쫓기는 인물 먹이사슬,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사건과 조각 맞추기에 점수를 준다면 건강한 형사코믹물 범주에 무난히 들어갈 만하다. 남발되는 욕설, 한두 템포쯤 늦은 유머감각, 세련미 없는 편집 등 ‘소품’코미디의 조악한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하지만 ‘락스톡투스모킹 배럴즈’ 계보의 영화들을 수시로 오버랩시키는 시나리오의 아이디어가 단점들을 상당부분 눈감아주게 한다.‘키다리 아저씨’로 데뷔한 공정식 감독이 연출했다.15세 이상 관람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K-1 골리앗 최홍만 테크노 추다

    이종격투기 K-1 데뷔 후 가장 힘든 경기였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쪽은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26·218㎝ 158㎏)이었다. 최홍만은 3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호텔에서 열린 K-1월드그랑프리 라스베이거스대회 ‘슈퍼파이트(특별 번외경기)’에서 프로레슬러 출신 프레데터(36·미국·198㎝ 139㎏)에게 두 차례 다운을 빼앗아낸 끝에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통산 8전 7승(3KO)1패. 지난해 11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낸 최홍만은 날카로운 왼손펀치에 이어진 컴비네이션 등 한층 세련된 복싱기술을 뽐냈다. 하지만 안면 수비와 체력 안배, 경기 운영 능력은 기대에 못 미쳤다. 최홍만은 1라운드 초반부터 기선을 제압했다. 날카로운 왼손 잽을 프레데터의 안면에 꽂아 넣어 10초 만에 상대를 링에 쓰러뜨렸다. 자신감을 얻은 최홍만은 원투 스트레이트에 이은 ‘니킥(무릎차기)’으로 상대를 압박했다.2라운드 들어 프레데터의 저항이 거세졌지만 최홍만은 물러서지 않았다. 프레데터가 앞발차기로 다가오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포착, 왼손 스트레이트 카운터로 또 한번 상대를 캔버스에 눕혔다. 프레데터의 오른쪽 눈 주위가 찢어져 출혈이 심했지만 경기는 계속됐다. 하지만 2라운드 후반부터 스텝이 무뎌지면서 상대에게 안면을 거푸 허용했다. 초반 오버페이스로 체력안배가 안 됐고 상대의 로킥에 다리가 굳어진 탓. 종료 30초전 라이트를 맞아 그로기 상태에 몰렸지만 클린치로 위기를 극복했다. 3라운드는 프레데터의 페이스였다. 전미 아마추어 레슬링챔피언 출신답게 펀치러시와 로킥으로 괴롭혔고, 지칠 대로 지친 최홍만은 간간이 레프트로 저항할 뿐이었다. 최홍만은 오는 6월3일 서울대회에서 월드그랑프리 본선(16강)을 앞둔 최종 점검을 한다.20㎝나 작은 상대에게 안면을 내준 이날 경기는 최홍만에게 많은 숙제를 남겼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봄철건강 구청서 챙겨요

    봄철건강 구청서 챙겨요

    겨우내 움츠렸던 몸을 깨우는 봄.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기 쉬운 봄을 맞아 ‘건강 챙기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인기 코미디언 김형곤씨의 돌연사는 다시금 ‘건강’과 ‘웰빙’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가까운 구청에는 수준 높은 웰빙 프로그램들이 많다. 구청에서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무시한다면 이는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요즘 구청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고급 헬스클럽이나 백화점 문화센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비용은 절반 정도면 충분하다. 골프와 테니스, 수영 등 고급 스포츠를 비롯해 웰빙 붐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는 요가나 단전호흡 등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특히 각 구청 보건소에서는 구민들에게 무료로 건강검진과 체력측정을 해준다. 전문가들은 날씨가 좋다고 갑자기 무리하게 운동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다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체력을 고려해 가볍게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번 주에는 집 주변에 있는 가까운 구청을 방문해 건강을 챙기고, 봄철의 나른함을 운동으로 극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종합병원 못잖은 區보건소 대부분의 보건소에서 의사뿐 아니라 영양상담사, 심리상담사, 운동처방사 등 전문가들이 주민들의 건강을 진단해 준다. 분야는 ▲영양·비만 관리 ▲운동·신체 활동 ▲절주·금연 ▲스트레스 상담 등 다양하다. 특히 강북구·성북구 보건소는 보건복지부의 ‘주민건강증진센터 시범사업’을 하고 있어 이같은 진단을 종합적으로 받을 수 있다. 기본적인 건강 진단 이외에도 특색있는 사업을 벌이는 보건소들도 있다. 중구(구청장 권한대행 김충민) 보건소는 홈페이지에 건강상담 게시판을 운영하고 있다. 내과(샘내과)·비뇨기과(이윤수 비뇨기과)·소아과(김순화 소아과)·이비인후과(임이비인후과)·피부과(아름다운나라피부과)·산부인과(조아산부인과) 등 중구의사회 소속 전문의들이 직접 상담을 해준다. 비공개 상담도 할 수 있고, 비용은 무료다. 동작구(구청장 김우중) 보건소는 일반 병원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각종 암 질환 검사를 해주고 있다. 남자는 간암, 소화기암, 전립선암 등을 2만 3000원에, 여자는 간암, 유방암, 난소암 등 6종류의 검사를 3만 4000원에 받을 수 있다. 또 특수 검사로 갑상선 기능 검사,C형 간염 항체 검사, 풍진 면역 검사도 하고 있으며, 다른 구 주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 대상별로 실시하는 ‘맞춤형 서비스’도 있다. 중랑구(구청장 문병권), 성북구(구청장 서찬교), 강북구(구청장 김현풍) 등은 예비 부부나 자녀 출산 계획이 있는 부부를 대상으로 간염, 빈혈, 혈당, 간기능, 고지혈증, 당뇨, 단백뇨, 혈뇨, 성병, 에이즈, 흉부X-선 검사 등을 무료로 해준다. 또 서초구(구청장 조남호) 보건소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강서구(구청장 유영)는 결식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건강 검진을 해준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몸상태 종합측정 ‘웰빙’ 처방까지 “앗, 날씬한 내가 비만이라니….” 지난 21일 서울 강북구보건소 삼각산 분소를 찾은 김현수(32)씨는 ‘따끔한 충고’를 들어야 했다. 평소 말랐다는 얘기를 듣지만, 보건소에서는 운동부족과 잘못된 식습관으로 오히려 비만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건강은 평소에 지켜야 하는 만큼 뒤늦게라도 이같은 사실을 알게 돼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종합건강상담을 거쳐 운동·신체활동 상담, 영양·비만관리 상담을 받았다. 우선 신장·체중·근육량·체지방량·체지방률을 측정한 뒤 실내 체육관에서 본격적인 체력 측정에 들어갔다. 각종 기기로 손에 힘주기(악력), 제자리 높이뛰기, 윗몸 일으키기, 눈감고 외발 서기 등을 하면서 민첩성, 평형성, 지구력, 폐활량, 유연성 등을 측정받았다. 젊은 탓인지 체력 측정은 대부분 정상으로 나왔지만 체지방률이 문제였다. 체중과 신장으로만 따진 ‘겉보기 비만 지수(체중/신장X신장)’는 21㎏/㎡로 평균(18.5∼25㎏/㎡) 수준이지만 지방·근육·수분 등을 고려한 체지방률은 33%로 평균치(18∼28%)를 웃돌았다. 보건소 홍지영 운동처방사는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만 비만이 아니다.”면서 김씨가 비만으로 판정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영양을 저장하는 체지방이 근육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저근육형 비만’입니다. 비만은 지방 성분이 혈관벽에 붙어 동맥경화,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탄력을 잃어 고혈압, 지방성분이 혈관내에 떠도는 고지혈증 등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예방을 해야 합니다.” 김씨는 홍씨로부터 비만에 적절한 운동법을 처방받았다. “지방을 줄이려면 빠르게 걷기 등을 통해 유산소 운동을 하면서 근육을 만드세요. 근육은 지방을 태우는 장소랍니다. 윗몸일으키기, 배를 깔고 다리를 뒤로 올리기 등도 근육을 키우는 데 좋은 운동이지요.” 홍씨는 비만이 평소 식습관과도 무관치 않다면서 김씨를 영양상담실로 안내했다. 이성은 영양상담사는 김씨에게 하루에 3끼를 꼬박 먹는지,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는지, 여유있게 천천히 식사는 하는지, 곡류 음식을 매끼 먹는지, 과일을 먹는지, 싱겁게 먹는지, 과음을 하는 지 등 20여개 항목을 점검했다. 그 결과 김씨의 식습관 점수는 70점으로 나왔다. 이는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만 주의는 해야 하는 수준이다. 이씨는 김씨에게 가장 실천하기 쉬운 과제로 여유롭게 음식을 먹을 것을 권했다. 간식을 줄이고, 나트륨이 들어간 가공식품을 피하는 것도 ‘숙제’에 포함됐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으면 혈당이 높아져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음식의 감촉, 모양, 냄새, 맛 등을 오감으로 음미하는 ‘먹기 명상’을 함께하는 것도 좋지요.” 이 영양사는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비만관리 프로그램도 소개해줬다.3개월 과정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보건소에 와서 먹기 명상, 웰빙 음식 나눠먹기, 등산, 스트레칭 운동 등을 하는 것이다. 김씨는 보건소에서 처방을 내려준 대로 생활한 뒤 2주일 뒤에 다시 보건소에 와서 건강을 진단받기로 했다. 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구청 골프교실 ‘귀족 스포츠’로 불리는 골프는 서민들에게 여전히 낯선 운동이다. 운동을 즐기는 것은 고사하고 배우는 데도 적지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각 구청의 생활체육 프로그램들이 다양화되면서 저렴하게 골프를 배울 수 있는 ‘골프 교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 수강료도 수영이나 테니스 등 다른 스포츠와 비슷한데다 시설도 사설 스포츠센터 못지 않다. 올 봄에는 가까운 구청의 생활체육교실을 찾아 멋진 ‘티샷’을 준비해 보자. ●“‘황제골프’ 부럽지 않아요” ‘딱, 나이스 샷!’ 19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스포츠센터. 도심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6층 골프연습장에는 20여명의 주부들이 한가로이 골프를 즐기고 있었다. 평일 오전인 탓에 널찍한 골프연습장은 빈 타석이 생길 정도로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푸른 잔디밭이 아닌 40m앞에 있는 과녘을 향해 티샷을 날리지만 스트레스와 건강을 위해 땀을 흘리는 이들은 “‘황제 골프’ 부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구력 30년의 캐나다 프로골퍼인 김대우(54)수석프로로부터 자세 교정을 받고 있는 주부 황영숙(43·성동구 금호동)씨는 골프광인 남편과 함께 운동을 하기 위해 지난 8일 골프채를 잡았다.“배운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스윙폼이 좋다.”는 김 코치의 말에 황씨는 “운동 신경이 둔해 못해서 그렇지 너무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주부 선혜숙(44·성동구 금호동)씨는 “그동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느라 골프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큰 딸애가 대학에 진학해 조금 여유가 생겨 남편의 권유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선씨는 “아이들에게도 골프를 가르쳐 남편, 아이들과 한팀을 이뤄 필드에 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주부 최경숙(56·서초구 잠원동)씨는 “예전에 다니던 골프장에 비해 시설이 좋고 가격도 절반 정도로 저렴하다.”면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성취감도 생긴다.”고 말했다. 김 수석프로는 “사용료와 강습료 등이 사설 스포츠센터에 비해 저렴해 많은 사람들이 골프를 배우고 있다.”면서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 골프장 이용료가 비싸 상당수가 필드에 나가지 않고 이 곳에서만 운동삼아 골프를 즐긴다.”고 귀띔했다. ●시설과 수강료에 두번 놀란다 중구청에서 동국대에 위탁, 운영하는 충무아트홀 스포츠센터는 최고급 시설을 갖췄다.5∼6층에 실내(19타석), 실외(18타석)와 함께 7홀 규모(93평)의 퍼팅연습장을 갖췄다. 다른 곳과 달리 모래 5t으로 만든 펑커 연습장이 있다. 수강료는 1개월에 실내연습장 9만원, 실외연습장 12만원(80분 기준)으로 사설 스포츠센터에 비해 30∼50%가량 저렴하다.1개월에 10만원의 강습료만 내면 월∼금요일까지 매일 김 수석프로 등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의 세미프로 강사 4명으로부터 골프를 배울 수 있다.3개월이면 초보과정을 마칠 수 있다고 한다. 강습료가 저렴한 탓에 중구뿐만 아니라 인근 주민들도 몰려 회원수가 무려 400여명에 이른다. ●각 구청의 골프교실 인기 송파구는 잠실본동 LA골프교실과 삼전동 그린골프연습장, 방이1동 골프아카데미 등 3곳에 골프교실을 운영한다. 매주 월·수·금 주 3회에 강습와 장비대여, 레슨 등을 모두 포함해 2개월 10만원이다. 양천구는 다음달 3일부터 2개월 과정(수강료 8만원)으로 신정 6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골프교실을 시작한다. 마포구 생활체육교실에서 모집하는 골프교실은 3개월 단위로 3차례 모집한다. 참가비는 레슨비를 포함해 3개월에 20만원이다. 이밖에 은평구와 도봉구, 영등포구 등에서도 골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요가 단전호흡 “무릎과 허리 등 자세가 좋아지고 관절염 등 많은 병이 낫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화곡본동 주민자치센터에선 요가 수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철썩…철썩…철썩…”고요한 바다의 파도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퍼졌다. 요가 강사 천현진씨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누워 있는 수강생들에게 “머리 끝, 발 끝, 손 끝의 긴장을 풀고 온 몸이 바닥 속으로 들어간다고 느끼세요.”라고 속삭였다. 수강생들은 편히 숨을 쉬고 얼굴에 편한 미소를 지었다. 1년쯤 배운 명미란(47·주부)씨는 “무릎이 안 좋아 무릎을 굽힐 수 없었는데 요가를 한 뒤 다 나았다.”면서 “마음도 편안해져 요가 수련을 하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장에서 수요일쯤만 되면 피곤해 애를 먹었던 김은희(41·회사원)씨는 “더 이상 피곤하지 않고 감기도 안 걸리고 몸의 라인도 예뻐졌다.”고 자랑했다. 이계순(59·주부)씨는 “원래 밥을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돼 자주 토했는데 자세가 바로 잡힌 뒤 소화가 잘 된다.”면서 “복잡한 생각을 하다가도 요가를 하면 평온해진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강서구 화곡 6동 주민자치센터에선 국선도 단전호흡이 이뤄지고 있었다. 요가와는 달리 국선도 단전호흡 수업은 우리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파란 색 도복을 입고 각자 급수에 맞는 띠를 허리에 두른 수련생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잡았다. 수업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경건하게 했다. 수업이 시작되자 레코드에서 굵은 목소리의 구령소리가 들렸다. “양손 깍지를 끼고 상체를 왼쪽 무릎으로 반대 방향으로∼” 수련생들은 구령에 맞춰 스트레칭을 했다. 본격적인 수련인 행공에 앞서 몸을 푸는 단계이다.30분 정도 스트레칭을 한 뒤 복부 밑에 있는 단전에 기를 모으고 온 몸에 기를 퍼뜨리는 행공 시간이 왔다. 모두들 누운 상태에서 하복부에 있는 단전으로 숨을 쉬었다. 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5분쯤마다 종이 울리자 수련생들은 각자 급수에 맞는 다양한 동작을 취했다. 한 수련생은 눈을 감고 천장을 바라봤고 다른 수련생은 상체를 숙이고 손가락을 발가락에 대었다. 또 급수가 높은 한 수련생은 물구나무서기를 했다.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했던 신주자(65)씨는 “사업이 여러 차례 부도나 신경이 예민해져 수시로 새벽에 잠을 깨고 가슴이 막혀 호흡이 잘 안 됐는데 단전호흡을 배운 뒤 모두 없어졌다.”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70대의 한 할아버지는 단전호흡을 한 뒤 젊어졌다고 말했다. 강인배(72)씨는 “감기와 관절염, 요통 등 때문에 수시로 병원에 다녔는데 단전호흡을 배운 지 2년이 됐는데 예전에 비해 병원 가는 횟수가 3분의1로 줄었다.”면서 “온 몸에 활기를 느껴 다시 젊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이 든 어른한테 단전호흡을 추천하는 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요가·단전호흡이란?요가란 동작과 호흡, 의식집중을 통해 근육을 부드럽게 하고 불균형한 자세를 좌우 균형이 맞게 잡아준다. 호흡을 통해 불수의근인 내장계와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요가를 하면 몸이 유연해지고 신경계가 안정돼 심리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특히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가장 효과를 본다. 또 자세가 바로잡혀 소화가 잘 되고 호르몬 분비가 잘 돼 각종 질병 치료에 좋다. 단전호흡이란 행공을 통해 단전에 기를 모으고 기가 흐르는 경과 혈을 뚫어 온 몸의 말초신경까지 에너지를 보내는 것이다. 몸에 기를 충전하고 기가 맥을 통해 흐르면 저항력과 항병능력이 강화돼 질병을 예방하고 지병을 퇴치시켜 건강해진다. 또 충전된 기로 마음이 안정되고 감정이 순화돼 역시 잠을 푹 자고 활기도 찾는다. ■ 이색 프로그램 구청마다 ‘풍년’ 22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광진구 구의동 광진문화원 경락마사지 교실. 장매화 선생님이 침대에 누운 주부의 골반을 두 손으로 누른다. 주부 20여명이 필기를 하며 장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힘을 약간 싣고 누르듯 돌려주세요. 허리쪽으로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꼬리뼈 중심을 어루만지는 느낌으로 옆구리까지 문지르세요.” 주부들은 손모양을 흉내내며 따라해 본다. “두드릴 때도 가볍게, 45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치세요. 세게 친다고 시원하지 않습니다.” 시범이 끝나자 실습에 들어갔다. 삼삼오오 무리를 이뤄서 번갈아 가며 배운 대로 따라한다.‘아프다.’고 장난치면서도 골반을 마사지하는 손길이 야무지다. 경락마사지 교실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 3개월 동안 진행된다. 수강료는 5만원. 그러나 대부분 재수강한다. 마사지가 손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하기 위해서다. 송미화(46)씨는 경락마사지가 가족을 화목하게 한다고 말했다.“지친 남편과 아이들에게 마사지를 해주니까 너무 좋아해요. 피로가 확 풀린다고 하네요.” 허춘강(64)씨는 사위에게 마사지를 해줬더니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고 자랑이다.“몸이 얼마나 신비한지. 마사지와 더불어 우리 몸 구석구석을 배우니까 재미나죠.” 꾸준히 얼굴 마사지를 했더니 표정도 밝아지고, 혈색도 좋아졌단다. 성신여대, 원광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는 장 선생님은 “복부·하체비만이나 어깨·두통·허리통증 등 주부의 고민거리를 해결할 마사지를 주로 강의한다.”고 설명했다. 근육이나 경혈을 풀어주는 방법이라 무리하게 마사지를 하지 않도록 늘 주의를 기울인단다. ●이색 프로그램 풍성 웰빙열풍에 부응하기 위해 구청들이 앞다퉈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광진구의 경락마사지와 귀반사이형요법, 발마사지 등이 대표적이다. 마포구는 스킨스쿠버 강좌를 마련한다. 물이 그리워지는 5∼7월 매주 토요일 낮 12시∼오후 5시에 진행된다. 교육기간은 한달이다.2호선 삼성역 인근 프리존 다이빙센터 5m풀에서 열리며 교재비 2만원과 입장료, 공기통 사용료를 내야 한다. 수영과 배드민턴, 수영과 골프 등 운동을 묶은 ‘1+1 프로그램´도 내놓았다. 구로구도 레슬링과 다이어트를, 인라인스케이트와 몸짱 만들기를 합쳤다. 송파구는 킥복싱을 활용한 다이어트 프로그램과 밴드를 이용한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본래 운동선수가 경기 전후에 근육 긴장을 풀려고 활용하던 밴드를 일상체조에 응용한 것이다. ●춤의 변신은 무죄 댄스 프로그램도 무척 다양하다. 강남구는 한국무용, 스포츠·재즈·차밍·라틴댄스를 운영한다. 동대문구는 넷째주 토요일에 부부댄스스포츠, 벨리댄스, 나이트방송댄스 등을 무료로 진행한다. 서대문구는 직장인을 위해 토요일 벨리댄스, 댄스스포츠교실을 운영한다. 또 탈춤을 생활체조에 접목한 덩더쿵 체조, 우리춤체조, 실버체조를 마련, 어르신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금천구는 유아발레, 어린이 재즈 등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 인기를 얻고 있다. 독산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마련한 색소폰교실도 이색적이다. 영등포구는 성인 남성요가 교실을 시작했다. 요가를 배우고 싶어도 여성들이 많아서 참여를 망설였던 남성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성동구는 관상학교실을 매주 월요일 오후 6시부터 3시간씩 진행한다. 세상을 사는 지혜와 처세술을 강의한다. 또 연기에 관심이 많은 고교생을 위해 연기교실도 열었다. 탤런트 정기성씨가 신체훈련 및 연기술을 강의한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게일 킴, 그녀가 돌아왔다

    “한국 팬들에게 더욱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습니다.” 하인스 워드(피츠버그 스틸러스)의 미국프로풋볼(NFL) 슈퍼볼 최우수선수(MVP) 선정으로 한국계 선수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또 한 명의 2세 한국인 스포츠 스타가 8일 내한, 관심을 끈다. 캐나다 토론토 출신의 한국계 여성 프로레슬러 게일 킴(29)이 주인공.10일 광명 경륜돔에서 열릴 세계프로레슬링 챔피언결정전 ‘임팩트 2006’에 출전하기 위해 1년 만에 한국을 찾은 것. 30년 전 한국을 떠나 캐나다에 정착한 김석환씨의 둘째 딸인 게일 킴의 한국 이름은 김계일.‘계일’ 발음을 그대로 영어식으로 옮겼다. 게일 킴은 2000년 고양이들의 여왕이라는 뜻의 ‘라 펠리나’라는 이름으로 캐나다 프로레슬링계에 뛰어들었다. 토론토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TV로 보던 레슬링의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해 결국 프로 레슬러를 직업으로 택했다. 엄격한 집안 분위기 탓에 2년이나 사실을 털어놓지 못하고 복면을 쓰기도 했다. 동양인 외모를 이유로 악역을 자주 맡아 ‘반칙왕’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게일 킴은 2002년 미국 최대의 프로레슬링 단체 WWE로 무대를 옮겨 데뷔전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움켜쥐었다. 현재 세계챔피언 제프 제럿 등과 팀을 이뤄 왕성히 활동 중이다. 빼어난 몸매를 자랑하는 그는 지난해 누드 화보집을 발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멕시코의 조세라인과 짝을 이뤄 일본의 마유미 오자키, 미즈제넨과 2대2 맞대결을 벌인다. 게일 킴은 162㎝,54㎏의 작은 체구를 활용한 ‘하이플라잉’ 고난도 기술이 주특기다.이종락기자 jrlee@seoul.co.kr
  • 신랑 힘세서 신부는 좋겠네

    신랑 힘세서 신부는 좋겠네

    한국 「프로·레슬링」 계의 기린아(麒麟兒) 장영철(張永哲)이 곧 장가를 간다. 四각의 「매트」를 주름잡던 왕년의 「헤비」급 챔피언, 억척스런 「셀리비트」(독신주의자)였기에 그의 이번 혼사는 대망(待望)의 「빅·게임」이 아닐 수 없다. 『덩치는 저래도 「링」밖에서는 하는 짓이 꼭 어린애인걸요』귀엽다는 듯이 「링」속의 獅子를 바라 보는 신부 全英海(26)양은 利大를 나온 체중 45kg의 「울트라·라이트」급. 결혼 D「데이」는 오는 6월 22일. 이날 하오2시 張永哲, 全英海 「콤비」는 종료예식장에서 정식 부부가 되는 「메인·이벤트」를 피로(披露)한다. 작년 9월 12일 아무도 모르게 약혼식을 올린지 만 9개월 10일만에 이들은 명실상부, 부부의 연(緣)으로 새로운 출발하게 된 것. 『처음엔 그냥 열렬한 「팬」으로 존경과 관심을 쏟았죠. 얼마를 지나다 보니까 남다른 성실성, 부드러운 인간미에 저도 모르게 인간적으로 끌려들어 가게 되었어요. 「링」안에선 그토록 무서운 사람이 일단 「링」밖으로 나오면 그보다 더 순진하고 나약할 수 가 없답니다』 신부는 신랑 자랑에 침이 마른다. 『4년전 그일 (註=장의 「프로·레슬링」에 대한 폭탄선언) 이 있은 직후 난 부산 태종대에 칩거하고 있었읍니다. 환호하던 관중도 갈채를 보내던 「팬」들도 모두 나에게서 시선을 뗀 직후라 난 환멸과 패배감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죠. 그때 「미스」全이 어머니와 함께 나를 찾아 왔읍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위로해 주더군요. 난 순간적으로나마 감격했고, 그 감격은 곧 재기(再起)에로의 생명수로 이어졌습니다』 이들의 사랑의 「게임」은 대략 3「라운드」로 구분된다. 1「라운드」는 「챔피언」대「팬」의 시절. 63년부터 65년까지의 3년간은 한국 「프로·레슬링」의 전성기였고 그것은 또한 張永哲의 황금기이기도 했다. 그때 全양의 一家는 어머니 崔正林(56)여사를 비롯해서 네딸(정원·정숙·영매·정옥), 사위, 조카등이 모두 張의 열렬한 「팬」. 「게임」이 있을때마다 그들은 체육관을 찾았고 張이 나오는 TV앞에선 가성(奇聲)·괴성(怪聲)이 뒤범벅이 된 수라장이 이루어지곤 했다. 제 2「라운드」는 오누이 시절. 全양의 어머니는 어느날 「게임」이 끝난후 張을 집으로 초대, 아침 아들이 없던 그녀는 그를 양아들로 삼았다. 따라서 全양과는 「오빠」·「누이」의 관계. 이제 이들은 「여보」로 호칭되는 제3「라운드」의 「게임」을 목전에 두고있다. 신부 全英海양은 운동 구경뿐이 아니라 여고때는 직접 「핸드볼」선수로도 활약했던 맹렬(猛烈)여성. 수척한 몸매이긴 하지만 다부진「마스크」에 정신의 탄력성 같은게 엿보이는, 제격인 「선수의 아내」다. 『막상 배우자로 생각해 보니 성격이 혹 난폭할까봐 걱정이되었어요. 그러나 사귀면 사귈수록 이런 걱정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스스로 깨닫게 되었읍니다. 도무지 집에 들어오면 어린애가 돼요. 온 식구를 무섭게 웃긴답니다』 張永哲이 全양과의 결혼을 경심 하게 된 것은 그들의 결혼이 자신의 선수 생활에 어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때 부터. 「프로·레슬러」의 생명이 적당한 식사 관리와 휴식에 있다고 믿는 張永哲은 全양의 「모든것」에서 결혼생활과 선수생활의 양립(兩立)이 가능하다는 어떤 확신같은걸 얻은 것 같다. 결혼 생활이 질서와 「밸런스」를 기조(基調)로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정신 건강면에서 독신보다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것이 張永哲의 「면(免)총각의 변(辯)」. 술과 담배를 안하고, 비교적 건실한 생활을 해 온 張은 이번 결혼이 자신으로서는 「꿈이여 다시 한번」을 꾀할 수 있는, 어떤 전기(轉機)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레슬러」의 아내를 지망한 신부 全양은 급습(急襲)한 기자의 질문에 대략 다음과 같은 「내조(內助)의 변」을 털어 놓았다. -어랜애는 몇이나 낳을 예정? 『아들만 둘. (머뭇거리다가) 하지만 선수론 안 키우겠어요.「팬」으로 보는 것과 혈육으로 보는 것과는 감상眼이 근본적으로 다르거든요』 - 張선수를 무어라고 불러요? 『재근이 아저씨, 조카 중에 재근이란 아이가 있어요…』 - 결혼 후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할일이 있다면? 『두사람의 체중을 똑같이 늘리는 것. 우리 재근이 아저씨의 체력 유지와 「컨디션」조절같은것도 모두 내가 해야 할 당면 과제죠 』 - 혹 부부싸움이라도 하면 가공(가공)할 사태가 벌어진텐데…. 『아무리 싸움을 해도 나에게 손찌검은 하지 않으리라고 확신해요 때릴 데가 어디 있어야죠?』 이들은 지금 청량리 대왕상가 「아파트」에 「스위트·홈」까지 마련했다. 張永哲은 22일 결혼식을 올린 직후에 있을 국제경기에 오히려 더 신경이 써 진다고, 새 신랑답지 않은 발언일석. 1백10kg 「헤비」급과 45kg 「플라이」 급의 사랑의 대전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상상평(想像評)을 부탁했더니 張은. 『내가 항상 패자(敗者)죠』 사람좋은 너털 웃음을 터뜨린다. [ 선데이서울 69년 6/15 제2권 24호 통권 제38호 ]
  • 박상면, 설날 특집극서 사기꾼역

    “따뜻한 감동과 향수로 시청자들에게 세배를 올리겠습니다.” 박상면이 이번 설 안방극장을 통해 박치기왕 레슬러 김일로 변신한다. 지난 20일 막바지 촬영에 땀을 쏟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런데, 어색하다. 몸에 쫙 달라붙는 검정색 삼각팬티 위로 옆구리 살이 날개를 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뱃살도 출렁∼.1960∼70년 대 ‘레슬링 전설’로 보기에는 무리인 것 같다. 알고보니 그는 가짜(!) 김일이었다. SBS가 지상파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설날 특집 드라마를 마련했다.30일 오전 10시부터 방영되는 ‘박치기왕’(연출 김진근, 극본 이희명)이다. 이 드라마에서 박상면은 김일 행세를 하고 전국 시골을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기꾼 역할을 맡았다. 때는 1960년 대 중반.TV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았던 당시 시골 사람들은 라디오로만 김일 경기를 접했다. 때문에 교도소에서 만난 김철석(박상면)과 호미(이재포) 등은 순박한 사람들을 속여 돈을 뜯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박치기왕이 박정희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탓에 가는 고장마다 군수가 찾아와 굽신거린다. 코믹 풍자극은 고아 대복(원덕현)이가 등장하며 감동 드라마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동네 아이들에게 왕따당하던 대복이는 김일이 자기 아버지이며 자신을 구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다. 철석 일행은 역시 사기를 치러 대복이가 사는 마을에 들른다. 폐결핵으로 시한부 삶 선고를 받은 대복이를 보살피던 초등학교 여교사(윤세아)는 철석에게 대복이 아버지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한다. 알고 보니 대복이는 오래 전 철석이 고아원에 보냈던 진짜 아들이었다. 영화 ‘반칙왕’ 이후 6년 만에 다시 레슬러 연기를 하게 된 박상면은 “한 달 정도 이왕표 관장 등에게 훈련받았는데 정말 힘들다.”며 너스레를 떤다. 무엇보다 괴로운 것은 겨울에 홀딱 벗고 난방기도 없는 체육관에서 촬영하는 것. 삼각팬티만 입는 것은 초등학교 이후 처음이라고 쑥스러워하기도 한다. 또 배가 나오니까 촬영 전에는 절대 식사를 하지 않는다고 농담을 건넸다. 하지만 막상 벗고 촬영하는 것에 익숙해지니 몸매가 어떻게 비춰질지는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다고. 최근 연극으로,KBS 1TV 대하드라마 ‘서울 1945’로 눈코 뜰 새 없는 그가 이번 특집극에 굳이 출연한 이유는 엔딩 장면이 감동의 물결이었기 때문이다. 대본을 읽으며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는 박상면은 “재미와 감동이 동시에 담겨 있다.”면서 “설날 안방을 포근하게 만들겠다.”고 자신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스포츠 Tips]

    ●삼보란 삼보는 ‘무기없는 호신술’이라는 뜻의 러시아어 ‘SAMozashchita Bez Oruzhiya’의 줄임말이다. 구 소련의 각 지역에 내려오던 토룬타, 루차카나리아 등 고대레슬링 기술과 몽골씨름 바흐가 뼈대를 이루며 유도도 큰 영향을 주었다. 지난 1938년 전 소련 체육스포츠위원회에 의해 체계화된 뒤 러시아의 ‘국기’로 발전했으며, 현재 세계연맹은 전세계 47개 회원국을 거느리고 있다. 삼보마니아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은 명예총재를 맡고 있다. 스포츠삼보와 컴뱃삼보의 두 종류로 나뉜다. 스포츠삼보는 아마추어 레슬링의 경기방식으로 공식 인정받았으며, 컴뱃삼보는 KGB나 공수부대 정예요원들의 실전격투기로 발전했다. 펀치나 킥을 금지하는 스포츠삼보와 달리 컴뱃삼보는 척추 및 낭심 공격 등을 제외한 모든 공격을 허용하고 있다.
  • ‘얼짱 복서’ 최신희, 필살기 대공개

    ‘얼짱 복서’ 최신희, 필살기 대공개

    여자프로복싱 세계챔피언 최신희(사진 가운데)가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사부가 됐다. 케이블위성 영화오락채널 XTM의 자체제작 리얼리티 프로그램 ‘고! 슈퍼코리안’을 통해서다. 지난해 10월부터 방송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국내 종합격투기(MMA) 유망 선수들을 체계적으로 훈련시켜, 세계 최고 MMA 무대인 프라이드에 도전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여자복싱 플라이급 세계챔피언이자,2005년 국제여자복싱협회(IFBA) ‘올해의 복서’인 최신희는 ‘60억분의 1 프로젝트’ 코너에 출연하게 된다. 이 코너는 격투기와 관련된 국내 최고 전문가들이 MMA 선수들을 가르치는 시간. 복싱과 레슬링, 태권도, 유도 등 여러 가지 종목이 준비된 가운데 최신희가 복싱 스페셜리스트로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지난해 국내 MMA 대회 스피릿MC 미들급 4강에 진출했던 최영(오른쪽)과 이재선이 지난 10일 최신희가 소속된 성남권투체육관을 찾아가 지도를 받았다. 예쁘장한 외모에,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최신희의 매서운 복싱 기술에 혀를 내둘렀다는 후문이다. 또 최신희도 최영 등이 실수라도 하면,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등 훈련 과정이 진지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170cm의 훤칠한 키에 서구적인 외모 때문에 ‘얼짱 복서’로 유명한 최신희는 데뷔 초 한국판 보그지에 모델로 나왔고, 최근에는 자동차와 의류 모델로 연속 기용되는 등 링 밖에서도 권투 실력 못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최신희의 출연분은 오는 16일과 23일 새벽 1시 두 차례로 나뉘어 방송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TU미디어, 콘텐츠 강화

    지상파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출범으로 위기에 몰린 위성DMB 사업자 TU미디어가 콘텐츠를 강화하며 공세에 나섰다. 새해를 맞아 자체 채널인 채널블루(7번)를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대폭 선보이는 것. 프리미엄 영화, 애니메이션, 스포츠, 인기 해외 시리즈 등이 전파를 탄다. 우선 송혜교, 차태현이 주연했던 최신 개봉영화 ‘파랑주의보’를 13일 방영한다. 프리미엄 영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순정만화’에 이어 강풀 작가의 ‘바보’를 20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20일부터 내보낸다. 청소년 슈퍼맨도 손안으로 들어온다. 고교생 시절 슈퍼맨 이야기를 다룬 미국 인기 TV시리즈 ‘스몰빌’이 16일부터 선보인다. 이밖에 미 프로레슬링 ‘WWE’의 스맥다운과 섹시 남녀 선발대회 리얼리티쇼 ‘아 유 핫?’ 등도 편성됐다.
  • [2006 스포츠 빅뱅]아시안게임(3) 레슬링

    ‘세대교체로 강국의 명성 이어간다.’ 레슬링은 아시안게임에서 말 그대로 ‘효자 종목’이었다.1974년 테헤란대회 페더급에 출전한 양정모는 한국레슬링에 대회 첫 금메달을 선사하며 2년 뒤 몬트리올 올림픽에서의 사상 첫 금메달을 예고했다. 황금기는 86년 서울대회부터. 이전 대회까지 단 2개의 금메달이 고작이던 한국 레슬링은 한국의 전체 메달(93개) 중 10%에 가까운 9개의 금을 굴리며 아시아 최강으로 올라섰다. 이후 베이징대회에서 5개로 주춤하던 메달 사냥은 히로시마(94년)와 방콕(98년)에서 최다 타이(9개)를 기록한 데 이어 2002년 부산대회에서도 금·은메달 각 6개를 일궈내며 자존심을 유지했다. 꾸준한 인적·물적 투자의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올 대회의 메달밭 전망은 조심스럽다. 세대교체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 지난 아테네올림픽에서 단 1개의 금메달에 그친 한국 레슬링은 세대 교체를 단행, 이후 국제대회를 위한 메달 밭을 다시 갈기 시작했다. 지난해 박장순 등 황금기 마지막 세대의 코칭스태프가 뒤로 물러나고 문의제, 김인섭 등 대표팀의 기둥들이 대신 그 자리를 메웠다. 지난해 10월 헝가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발굴한 그레코로만의 신인 박은철(상무·55㎏급)을 비롯, 김민철(경남대·66㎏급) 등 차세대 주자들은 불안감 속에서도 미래를 밝힐 등불로 낙점됐다. 박은철은 첫 세계선수권 은메달을 따낸 데 이어 11월에는 핀란드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신고했다. 세계선수권에서 바뀐 경기 규칙에도 불구하고 동메달(66㎏급)을 목에 건 김민철도 ‘특급 신인’. 유일한 아테네올림픽 금 정지현(66㎏급)은 자타가 공인하는 ‘믿을 맨’이고, 이얼(한국체대 1년·96㎏급)은 중량급의 한계를 깨뜨릴 재목으로 평가된다.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건 조병관(주택공사·74㎏급)은 대회 2연패를 겨냥하고 있고,55㎏급의 양재훈(상무)도 오는 5월 대표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달 1순위로 꼽힌다. 첫 출전한 아시안게임(부산)에서 은메달을 메친 이나래(55㎏급)는 물어볼 것도 없이 여자 레슬링의 간판이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이사람] 이종격투기 도전 신종우 한양증권 이사

    [이사람] 이종격투기 도전 신종우 한양증권 이사

    요즘 바쁘게 생활하는 직장인 중에도 틈틈이 운동을 하며 건강을 챙기는 이들이 많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선 체력도 실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업 경쟁이 치열한 증권사의 40대 임원이 가장 격렬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이종격투기(MMA)에 흠뻑 빠져 있다면 보통의 경우는 아닐 것 같다. 신종우(41) 한양증권 법인영업팀 이사가 그 주인공이다. ●내년엔 링에서 1승이 목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근처의 한 스포츠센터. 각종 스포츠 단련장이 즐비한 이곳에 이종격투기 체육관도 있다.K-1 선수로 변신한 최홍만 덕분에 이미 눈에 익숙한 포즈로 땀을 흘리는 동호인들이 제법 많다. 여성 회원들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 직장인들이다. 한쪽 링에서 다부진 덩치(키 173㎝)의 신 이사가 키가 좀 커 보이는 회원과 맞붙었다. 신 이사는 링에 오르자마자 상대방의 무차별 주먹을 안면에 허용했으나 왼발 ‘미들킥’으로 옆구리를 차고 재빨리 목조르기(암트라이앵글초크)에 들어갔다. 이종격투기는 복싱, 레슬링, 무예타이 등 갖가지 무술의 장점을 합친 종합무술이다.K-1과 경기방식이 거의 똑같지만, 선 채로만 경기를 하는 K-1과 달리 레슬링처럼 누워서 조르기 등을 할 수 있다. 신 이사는 법인영업 업무 특성상 저녁식사 약속이 많지만 약속이 없으면 일주일에 2∼3번씩 체육관을 찾는다. 약속이 있어도 오후 3시 주식시장이 끝난 뒤 꼭 몸풀기 훈련이라도 하고 약속 장소에 간다.2년째 이종격투기에 매료된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년의 꿈은 아마추어 대회에서 1승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고픔 잊으려고 다시 운동 신 이사는 어릴적부터 운동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운동이 한때 자살충동에 빠질 만큼 망가졌던 자신을 수렁에서 건져주었기 때문에 지금은 삶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 대구에서 자란 신 이사는 1984년 영남대 법학과에 입학하기 전에 공인 유도 3단, 합기도 2단의 실력을 갖췄다.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그는 대학축제의 ‘A급 MC’로도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대학생의 월 수입이 600만∼700만원이나 돼 술집 출입도 잦았다. 학사장교로 군에 입대, 육군 특공연대에서 특공무술도 익혔다. 군 전역후 투자신탁증권사에 입사했다. 동료들을 앞질러 능력을 발휘하며 몇년 만에 핵심 영업점인 압구정동 지점장으로 나갔다. 적립식펀드와 비슷한 주식형수익증권을 판매하면서 ‘원금보전기법’의 상품을 ‘원금보장’상품이라고 둘러대고 목돈 유치에 과욕을 부리다 그만 사고를 친다. 주가하락으로 각서까지 써주고 끌어들인 고객 계좌와 선후배들의 채무보증이 빚으로 바뀌었다. 갚아야 할 빚이 5억원이나 됐다. 월급은 차압을 당하고 가족과 함께 수원의 월세 단칸방으로 밀려났다. 볼모로 직장생활을 하며 외환위기를 맞았다. 신 이사는 “주머니에 돈이 없어서 직장 동료들이 점식을 먹으러 나가면 혼자 수돗물로 배를 채우고 배고픔을 잊기 위해 회사 체력단련장에서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면서 “바벨을 들면서 대학 때 흥청망청 돈을 쓰고, 하루에 수십억원을 주무르던 투신사 지점장의 처지가 처량하고 또 부끄럽기도 해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운동이 재기의 투지를 불러 그러나 운동을 시작하자 ‘다시한번 해보자.’는 투지가 생겼다. 퇴근하면 증권가에서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전문가를 찾아가 돈 버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떼를 썼다. 딱한 사정을 이해한 전문가로부터 장외주식거래, 파생상품 투자 등에 대한 노하우를 배웠다. 또 새벽 3시에 수원 집을 나와 과천의 청계산을 4시간 동안 등반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6개월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츰 돈벌이가 좋아져 3년여 만에 5억원의 빚을 모두 갚았다. 그는 “빚을 다 갚고 회사를 그만두는 날 남은 재산은 760만원뿐이었다.”면서 “앞으론 빚 없는 세상에서 살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문사 등을 거쳐 3년전 한양증권에 둥지를 틀었다. 브라질 유술인 ‘주짓수’ 등 운동은 계속했다. 법인영업은 펀드매니저, 연금 담당자 등을 상대로 수천만원에서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기관 자금의 주식매매를 유치하는 업무다. 어떻게 하든 ‘큰손’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것이다. ●기부는 즐거움이며 책임감 때문 신 이사는 법인영업을 하며 자신이 건네준 명함이 그 자리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경험을 수없이 했다. 그러나 그 정도에 기가 죽을 그가 아니었다. 언젠가 한 법인 사무실에 들어선 그는 무작정 한 책임자의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당신 누구냐.”고 책임자가 묻자,“이곳에 아는 사람이 없어 창피해서 그러니 잠시만 앉아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몇분 뒤 꾸벅 인사만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신 이사는 “3∼4번 그렇게 행동하자 나중에 그 책임자가 ‘뭐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먼저 말을 걸더라.”면서 웃었다. 신 이사는 지금 증권가에서도 손꼽히는 수억원대 연봉의 영업전략 전문가다. 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가까운 사찰을 찾아 시주하는 게 즐거움이다. 매월 사회복지재단과 노숙자단체에 상당한 금액을 기부하는 것은 힘겹게 보낸 과거를 되돌아보며 어떤 책임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결코 다시는 인생의 링 위에 쓰러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제3의 프로스포츠 킥복싱 상륙

    제3의 프로스포츠 킥복싱 상륙

    제3의「프로·스포츠」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다.「프로·복싱」,「프로·레슬링」에 이어「킥·복싱」이 탄생,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킥·복싱」(KICK BOXING) - 주먹으로 칠 뿐 아니라 발로 차기도 하고 또 집어 던지기도 하는 투기(鬪技)다. 발로 차고 집어 던진다는 점에서 종래의「복싱」과는 다르다. 또 손에「글러브」를 끼고 KO를 노린다는 점에서 맨손으로「폴」을 노리는「레슬링」과도 다르다. 한 마디로 말해서「킥·복싱」은「룰」이 있는 싸움이라고나 할까? 타이·복싱을 바닥으로 한 인기 스포츠 「프로」한국「킥·복싱」협회는 다음주 대왕(大旺)「코너」(청량리)에 마련된「킥·복싱」도 장 개관식과 함께 갖는 그 첫 번째 경기를 TBC-TV를 통해 각 가정 안방에 배달한다. 협회와 TBC는 모두『어느「프로·스포츠」가 가장 재미있는가?』라는 질문을 시청자에게 던질 것이다. 하기는 이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킥·복싱」이「프로」야구,「프로·레슬링」에 육박하는 인기를 모아 TV 시청률도 꽤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다. 원래「킥·복싱」의 모체는「타이·복싱」이다. 1천년 동안의 역사를 자랑하며 태국 고유의 무술이자「스포츠」로 내려온「타이·복싱」은 지금도 태국에 2만 명이라는 두꺼운 선수층을 안고 있다. 태국 사람들이「타이·복싱」에 미치는(?) 돗수는 대단하다. 그 좋은 예가 태국이 낳은「프로·복싱」세계「플라이」급「챔피언」인「포온·킹피치」가 자기 고국인 태국에서 세계「타이틀·매치」를 가질 때도 그「타이틀·매치」바로 뒤에「타이·복싱」경기를 놓아야 했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프로·복싱」세계「타이틀·매치」가 태국에서는「타이·복싱」의「오픈·게임」노릇밖에 못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미 알려진 대로「타이·복싱」은 손에「글러브」를 끼고 발로 차기도 하는 투기다. 그러면「킥·복싱」과「타이·복싱」은 어디가 다른가? 「타이·복싱」에 던지기를 보탠 것이 바로「킥·복싱」이다.「킥·복싱」의 창시자는 일본의「노구치(野口修)」씨. 우리나라서도 몇 년 전에 비슷한 경기 하긴 했지만 「프로·복싱」의「프로모터」였던「노구치」씨는 태국에 여러 차례 다녀오는 동안 완전히「타이·복싱」에 매혹되었으나「타이·복싱」이라는 이름이 세계적으로 보급하기에는 알맞지 않다고 판단,「킥·복싱」으로 고치고 치고 차는 외에도 던지기를 보탰다. 66년 1월 전 일본「킥·복싱」협회를 설립한 뒤 놀라운「붐」이 일어나 동양「킥·복싱」연맹까지 결성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도 몇 년 전에「타이·복싱」혹은「프로게스추어」등「킥·복싱」과 비슷한 경기가 몇 차례 치러진 일이 있다. 김일(金一)이 귀국하기 전,「프로·레슬링」계의 제1인자 장영철(張永哲)에 반기를 들고 떨어져 나갔던 조경수(趙京洙), 안명길(安明吉) 등이 주축이었다. 그러나 문교부의 단체등록인가를 받지 못한 채 어느덧 사그라져 버렸고. 그러다가 4년 전부터 광주에서「킹」투기(왕투기)라는「킥·복싱」과 비슷한 경기를 넓혀왔던 구판홍(具判泓)씨가 몇 차례의 지방흥행에서 자신을 얻고 서울에 올라와「복싱광」인 정용현(鄭龍鉉·합동통신 편집국장)씨의 적극적인 뒷받침 아래 작년 12월 문교부의 사회단체 등록인가를 받고 정식으로「킥·복싱」시장개척의 깃발을 높이 올린 것이다. 3, 4개 체급 정도로 나눠, 경기는 3분씩 5라운드 한편 늘 구(具)씨와 자주 접촉해온 TBC-TV의「스포츠·프로듀서」김재길(金在吉)씨가 재빨리 방송국 고위층을 설득,「킥·복싱」의 독점중계를 계약했다. 협회는 TV를 이용,「팬」을 얻으려는 속셈이고 방송국은 일본에서의 성공을 믿고 시청률을 올려보자는 생각인 것 같다. 현재 협회에 등록된 선수는 2백여 명. 태권도, 합기도,「복싱」등 각 분야에서 모여들었다는 이야기다. 경기는 3분, 5「라운드」. 그 사이에 2분씩의 휴식시간이 있다. 손에는 4「온스」무게의「글러브」를 낀다. 금지조항은 ①손으로 눈 찌르기 ②입으로 무는 것 ③급소를 발로 차는 것 ④관절을 꺾는 것 ⑤목 조르기 ⑥쓰러진 상대방에 대한 공격 ⑦「로프」를 잡은 채의 공격 등 7가지뿐이다. 체급은 일본의 경우 7개 체급이나 아직「스타」가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우선 3, 4개 체급으로 낙착될 가능성이 짙다. 협회가 현재 내세우는「스타」는 사범 겸 선수인 구판홍과 김광기. 특히「복싱」과 합기도를 했다는 김광기가 간판「스타」로 나설 듯. 각국의「킥·복싱」영웅들을 살펴보면 일본의「사와무라」「사이또오」태국의「폰차이·차이스리아」미국의 흑인「지미·게즈」「필리핀」의「데라크루스」등이다. 우리나라의 TBC-TV는「교오토오」의「킥·복싱」중계를 맡고 있는 NTV와 제휴를 맺고 있으므로 곧 한국과 일본 선수의 국제경기가 열리고「프로그램」교환도 있을 예정이란다. 이름난「프로·복서」와 경량급「프로·레슬러」가운데 일부가「킥·복싱」으로 전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그럴싸하게 떠들고 있기도 하다. <고두현(高斗炫)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4/27 제2권 17호 통권 제31호 ]
  • [데스크시각] 월드컵축구의 그늘/ 김민수 체육부 부장급

    2006년은 ‘스포츠의 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월드컵축구를 비롯해 동계올림픽, 아시안게임,‘야구 월드컵’으로 불리는 세계베이스볼클래식(WBC) 등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로 갈려 줄곧 반목하며 평행선을 내달려온 양 진영이 모처럼 한목소리로 ‘대∼한민국’을 합창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시름에 잠겼던 서민들도 잠시나마 시름을 잊고 웃음꽃을 피울 것으로 여겨진다. 국민들의 관심은 단연 월드컵축구에 쏠려있다. 내년 6월 독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축구는 이미 본선 진출 32개국을 가린 가운데 새달 10일 16강 진출의 운명을 좌우할 조 추첨을 앞둬 대회가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일찌감치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뤘으면서도 잇단 졸전으로 질타를 받던 한국축구는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사령탑에 올라 선수들의 정신과 기량을 재무장하면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평가다.‘태극전사’들이 한·일 월드컵 당시의 위용을 회복한 데는 카리스마 넘치는 아드보카트 감독의 역할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사랑과 열정이 선수들을 깨우는 데 보다 큰 몫을 했다는 생각이다. 내년 6월이면 우리 국민의 넘치는 에너지가 다시한번 폭발해 ‘월드컵 마법’을 재현할 듯싶다. 밤잠을 마다하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다소 부족한 우리 선수들에게 충만한 ‘기(氣)’를 불어넣을 것이다.‘안방 4강’이라는 일부의 비아냥을 실력으로 떨쳐버릴 것이라는 기대다. 그런데 내년에는 월드컵만 있는 게 아니다.2월에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동계올림픽이,12월에는 카타르 도하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의외로 두 대회가 열리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다. 아쉽지만 월드컵의 그늘에 가려진 탓일 게다. 지금 태릉선수촌 등에서는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유도 레슬링 배드민턴 등 수 많은 동·하계 종목 선수들이 두 대회를 겨냥, 묵묵히 구슬땀을 쏟고 있다. 축구 선수의 ‘부와 명예’에는 비교조차 안 되지만 축구 선수처럼 국가와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걸었다. 이른바 비인기 종목의 선수들이다. 최근 선수촌에서 만난 한 감독은 열악한 환경과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 속에서 훈련에 열중하는 선수들을 보면 애처롭기까지 하다고 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니, 축구라도 좋은 성적으로 국민들을 기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가장 아쉬운 점은 국민들의 철저한 무관심이란다. 대회가 열리고 금메달이라도 따야 그제서야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그의 자조섞인 말에서 비인기의 아픔이 흠씬 묻어났다. 우리는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여자핸드볼팀이 보인 투혼에 모두 감동했다.‘금같은 은’이라며 치켜세웠고, 꿈나무를 발굴해 핸드볼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며 언론들은 해묵은 일과성 호들갑을 되풀이했다. 물론 국민들도 한목소리로 열을 올렸다. 당시 임영철 감독이 “지속적으로 관심만 가져달라.”던 눈물의 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네들은 이번만큼은 제발 ‘반짝 관심’이 아니길 갈망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단적으로 보인 예가 있다. 지난 3월 축구의 나라 스페인에서 대표선수가 대거 포진한 한 클럽 여자핸드볼 선수들이 스포츠전문지에 자신들의 누드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손과 핸드볼 공으로 치부만을 가린 이들의 모습이 화제가 됐지만 옷을 벗은 사연은 눈물겹다. 축구에 가린 핸드볼이 언론과 팬들의 주목을 받기 위해 옷을 벗어던졌다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누드로 경기를 치르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비인기 종목은 어느 나라에나 있게 마련이다. 또 모든 종목이 똑같은 대우와 인기를 누릴 수는 없다. 하지만 최근 역도의 장미란과 복싱의 이옥성 등은 세계를 제패해 축구 이상의 기쁨을 국민들에게 안겼다. 우리가 이들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제2, 제3의 장미란과 이옥성이 보다 큰 희망과 용기로 국민에게 보답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김민수 체육부 부장급 kimms@seoul.co.kr
  • 382 손기정옹 등번호 황영조, 품고 뛰다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35)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 감독이 고 손기정 선생의 등번호를 달고 통일로를 달렸다. 황 감독은 27일 임진각∼통일로 구간에서 열린 ‘손기정 평화마라톤’ 10㎞ 레이스에 출전, 손 선생이 지난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당시 달았던 배번 382를 유니폼에 부착하고 50분에 코스를 주파했다. 황 감독은 “단축 코스이긴 하지만 모처럼 레이스에 참여했다.”면서 “최근 한국 마라톤이 침체에 빠져 있지만 손 선생의 유지를 받든다면 머지않아 다시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선생 타계 3주기인 이날 대회에는 마스터스 마라톤 상위권 입상자인 손 선생의 외손자 이준호(37·회사원)씨와 장윤창(배구), 심권호(레슬링) 등 왕년의 스포츠 스타들도 참가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지금 그곳은]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지금 그곳은]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개관 한 달째를 맞은 전국 최초의 달동네 박물관인 인천시 동구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의 인기가 뜨겁다. 수도국산 박물관측에 따르면 23일 현재 누적 방문객 수는 모두 2만 6951명이다. 하루 평균 1000명정도가 이 곳을 찾은 셈이다. 이달 말까지 단체관람객만 1680여명이 예약돼 있다.22일 오후, 개발 붐 속에 달동네는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그 흔적을 찾는 사람들은 줄을 잇고 있었다. ●박물관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장 박물관은 한 때 판잣집이 즐비했던 송현동 수도국산(해발 53m) 근린공원에 있다. 지하철 1호선 동인천역에서 내려 주공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동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높은 곳에 자리잡은 박물관을 찾을 수 있다. 지하1층, 지상 1층, 연면적 300여평 규모로 전시실은 지하1층에, 교육실과 방송실 등은 1층에 마련돼있다. 계단으로 내려가 지하1층의 유리문을 지나 박물관으로 들어간다. 문을 열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평일 오후인데도 박물관 안에는 초등학생부터 60대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박물관을 관람하고 있었다. 어두컴컴하고 좁은 골목, 담벼락에는 반공 벽보가 닥지닥지 붙어 있다.‘공화당 달력’과 흑백 가족사진이 걸려 있는 단칸방, 구린내가 날 것 같은 공동 변소……. 당시 주민들이 사용했던 문패, 다듬이돌, 인두 등 수백여 점의 옛 생활용품들도 놓여있다. 진짜 사람들처럼 자리잡고 있는 마네킹들은 현실감을 더해준다.TV 앞에 모여 앉은 식구들은 김일의 레슬링 한 판 승부를 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종이를 기워 성냥갑을 만들고 있는 아주머니들도 눈에 띈다. “와, 진짜 똑같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감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그러나 젊은 학생들은 이런 풍경이 낯선지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들을 위해 달동네의 역사와 정의를 친절하게 설명해 놓은 게시물이 입구 옆에 설치돼 있다. 골목 중간에 놓여 있는 ‘터치 스크린 컴퓨터’를 누르면 달동네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어 볼 수 있다. 교복 입어보기, 물장구 지어보기 등 체험 코너도 마련돼 있다. 큼지막한 교복에 모자까지 써본 이재준(13)군은 “이런 것은 역사 책이나 교과서에서도 보지 못했다.”면서 “너무 재미있고 신난다.”고 말했다. 위일환 동구 박물관팀장은 “박물관 자체가 살아있는 교육장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노인분들은 향수에 이끌려, 어린 아이들은 교육 차원에서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기웃’ 달동네 박물관의 인기가 소문 나자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충북지역의 모 지자체에서는 달동네박물관의 계약, 공모방법 등에 대해 묻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문화재과에서도 달동네박물관를 들여다보고 갔다고 박물관측은 전했다. 위 팀장은 “다양한 교육 강좌와 이벤트를 통해 달동네박물관이 인천의 ‘명물’로 자리잡도록 할 계획”이라고 고 말했다. 박물관 개장 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박물관은 이달 말까지 무료로 시범 운영한 뒤 다음달 초부터는 어른 500원, 청소년 300원, 어린이 2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032)770-6131.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곧 90회를 맞는 전국체육대회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나라의 잔치였다. 줄임말로 ‘체전’이라 부르게 된 언저리에는 ‘체력은 국력’이라던 시절의 개인보다도 국가 명예를 최고로 치던 잔영이 남아 있다. 군화발이 득세할 무렵인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전후로 체육이 도색영화, 성(性)산업과 더불어 3S(Screen·Sports·Sex) 정책으로 국민들을 도취시키기도 했다. 스포츠에 매력이 숨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다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누리는 등 격변기를 맞아 체전은 물론 아마추어 대회는 시들해져만 갔다. 어떤 이들은 전국체전을 두고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체전은 누구에게든 아련한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고향의 마을 어귀엔 아무개 아들이나 딸이 체전 대표로 뽑혔다느니, 무슨 메달을 땄다느니, 몇등을 했다느니 하는 빨간 글씨가 적힌 큼직한 현수막이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고 있을지 모른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전국체전이라고 해봐야 귓전으로 흘려 들을 정도로 더 싸늘해졌다. 하지만 역시 골목 골목에서는 ‘우리 동네 아무개, 우리 학교 아무개가 몇등을 먹었다.’는 식의 입소문이 환영 플래카드와 함께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신화의 도시’로 불리는 울산에서 제86회 전국체전이 펼쳐졌다.1792명이 뛴 서울시 선수단은 총점수로 순위를 가름하는 대회 방식에 따라 경기도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2위로 돌아왔지만 금메달 숫자는 114개로 가장 많이 따왔다. 서울 체육을 보면 한국 스포츠가 보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스타들도 많이 몰린 곳이 바로 서울이다. 인구 1000만이 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스포츠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본다. ■ 장대높이뛰기 1인자 김유석 “내 아버지가 백만장자라 해도 내 삶은 장대 높이뛰기에 걸었다.” 세살 때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태평양을 건너갔던 한 꼬마가 어엿한 청년으로 되돌아와 체육계를 들뜨게 만들고 있다. 그 보물단지는 다름아닌 서울시 체육회 소속, 그것도 한국 스포츠에서 황무지라 할 육상 종목에 있다. 지난 8월초 시청에 입단했다. 더욱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민을 가거나 원정 출산까지 감행하는 게 한국의 요즈음 세태다. ●“날아가는 멋에 살죠.” 김유석(23). 서울시 육상단 선수로 뛰고 있는 그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자연을 이용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사람으로 불린다. 현재 장대 높이뛰기 최고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흔히 버거운 살림살이에 쫓겨 아들 딸에게 책을 쥐어주기는 고사하고 운동으로 ‘계층 상승’을 겨냥하기 쉬운 우리 현실과는 다르다. 최소한 학업과 경제사정을 따지면 아쉬울 게 도무지 없는 편이라 그를 바라보는 체육계의 눈은 ‘기대 반, 부러움 반’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UCLA(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제학과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미국의 5대 명문 사립재단인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를 나왔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역시 명문 중에서도 명문인 UPEN(University of Pensylvania)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장대높이뛰기 종목을 육성하는 UCLA를 선택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고집까지 보였다. 한국 육상을 말하자면 몇몇 굵직굵직한 스타들을 낳은 마라톤 정도가 전부라 하겠기에 더욱 그렇다. 김씨는 전국체전을 다녀온 뒤 약간은 실망스러운 가운데 다음 기회를 벼르며 다시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올 4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PSF(Mountain Pacific Sports Federation) 육상대회에서 5m61㎝로 한국 최고기록을 일궈낸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대회 신기록에 머물고 말았다. 그가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세번째였다.2003년 5월 미국 PAC-10 선수권대회에서 세운 5m55㎝, 지난해 6월 전미 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 5m60㎝를 1㎝,5㎝씩 끌어올렸다. 지난 15일 남자 일반부에 출전,5m36㎝를 뛰어올랐다. 웬만한 이들 같으면 대회신만 해도 기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일 수 있는 것이다. ●마이 웨이 UCLA 2학년 때인 2002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줄곧 육상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실력에 못잖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지금까지 20여년을 이국에서 지내오면서도 단 한번도 국적을 바꿔보지 않은 그의 가족들이다. 세 글자가 뚜렷한 이름도 마찬가지다.3년 전 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아들 실력을 봐달라고 연락해온 데서도 알아볼 만하다. 이같은 사실을 보란 듯 증명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육상연맹 홍순모(46)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2000년 칠레에서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 이 때 유석이를 처음 만났지요. 시드니올림픽을 치러낸 나라라는 거드름에 들뜬 오스트레일리아 육상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미개인’ 운운하며 놀려댔지 뭡니까.” 오징어에 고추장, 된장 등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시비를 걸어온 것이란다. 그런데 김씨가 한발짝도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못쓴다며 무례하게 군 점에 대해 사과하는 뜻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해 항복(?)을 받아냈다고 홍 이사는 덧붙였다. 고교 때 동급생들 사이에 최고의 실력을 뽐내던 김씨는 한국 국가대표로 나선 2002 대구 유니버시아드와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선 뜻밖의 부진을 보였다. 대회참가 직전에 훈련하다가 봉이 부러지는 바람에 손목 부상을 입고도 끈질긴 투혼을 보였다는 대목은 그가 장대 높이뛰기라는 운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디어필드 아카데미 2학년에 올라가면서 뉴잉글랜드 사립고등학교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내리 3년간 챔피언이 되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수 아래였던 친구들이 요즈음 들어 (5m)70∼90㎝대까지 기록하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상태라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장래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라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머잖아 해내고 만다.” “장대 높이뛰기에서만 경험하는 하늘을 나는 그 기분, 그 환희. 그보다 좋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요. 저는 장대 높이뛰기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고교 동창생이기도 한 형이 의무학점인 스포츠 종목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뒤따라 배우다 푹 빠지게 됐다. 형은 하버드를 나와 미국에서 사업가로 주목받고 있는 반면, 성적이 더 뛰어나다던 동생은 아예 직업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운동이냐, 전공을 살리느냐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을 때 “네 길을 걸어가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들도 그의 가족이다. 선수이면서 학생회 임원, 학년 대표를 지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선수라 해서 수업이나 과제, 시험에서 예외일 수 없는 환경에서 한치도 모라람이 없는 재목이었다.191㎝ 84㎏의 건장한 한국청년은 외모도 빼어나 영화에 출연하고 모델 제의도 받은 적 있다. “더 좋은 대학교를 마다하고 운동을 한다고 덤볐을 때 부모님이 하신 말씀은 삶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운동 선수에게는 UCLA보다 더 좋은 대학은 없다, 좌우명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의 행복 이상은 없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27일 미국으로 떠났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육상 대회에 차례로 나가며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장대높이뛰기 사절’인 셈이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크라이나의 부브카를 지도한 얼 벨 코치와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톨리 코치가 그를 주목해 단련시키고 있다는 점은 미래를 밝혀주는 사실이다. 독일인 매니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한국 출신의 월드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핏줄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언젠가 큰 일을 벌일 것이라고 육상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만 되면 모국으로 건너와 한국어를 배운 정신과 스포츠맨으로 제1 덕목인 반듯하고 절제할 줄 아는 태도 때문입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땀으로 일군 ‘스포츠 서울’ ‘아우 먼저, 형 먼저’ 하는 쌍둥이 메달리스트에서부터 방망이 든 프로배구 감독의 아들, 야구 감독의 핏줄을 이어받은 다이아몬드 유망주까지…. 수도 서울의 명예를 걸고 땀을 흘린 전국체전 선수단에는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도 서울시 여자축구단이었으니 “막판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라는 자부심에 들뜰 만하다. 이들 가운데 레슬링에 출전, 메달을 따낸 쌍둥이 형제가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쌍둥이 아니랄까봐 군에도 나란히 입대한 국군체육부대 김종대·종태(25)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로 10분 먼저 태어난 김종대가 형이다. 형제는 중랑중 1학년 때 나란히 레슬링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형은 이듬해 손을 뗐다. 두명 모두 운동을 시킬 수는 없다는 부모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슬링을 잊지 못하던 차에 3학년 때 다시 매트에 올랐다. 이 때 생긴 공백 탓일까. 동생이 그레코로만 1위를 한 반면 형은 자유형 3위로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몸무게가 55㎏으로 같지만 서로 매트에서 다투는 일만은 피할 수밖에 없어 세부종목만 나눴다. ‘상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국군체육부대에 뽑힌 것만으로도 실력을 알아줄 만한데 당당하게 메달까지 따냈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차세대 황영조로 불리는 육상 꿈나무 전은회(17·배문고)는 남고부 5000m와 10㎞에서 우승해 장거리 유망주로서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전은회는 지난 5월 전국 고교대회 10㎞에서 29분 27초로 황영조(35·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강원도 명륜고 시절인 89년 세운 기록 29분 31초를 4초나 앞당겼다. 이어 지난 6월엔 5000m 레이스에서도 허장규(22·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고교 최고기록 14분 17초 93을 12초나 앞당긴 14분 05초 44를 기록해 제2의 황영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교부 야구에서 우승한 신일고엔 왕년의 배구스타 아들이 눈길을 끌었다.2학년 강성호(16)군은 아버지 강만수(50)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뒤를 이어 중3 때까지 배구를 하다가 야구로 전향(?)한 사례다. 프로야구 LG트윈스 2군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인식(52) 감독의 아들 김준(20·고려대 2년)군도 서울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이밖에 대학부 검도에서는 허동찬(21·성균관대 3년), 동진(19·성균관대 1년) 형제가 5명씩 겨룬 단체전에서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따내 ‘칼 솜씨’를 뽐냈다. 서울 대표팀은 신기록도 쏟아냈다. 한국신기록 42개 가운데 5개, 대회신기록 165개 가운데 28개를 낚았으니 체면을 구기지 않은 셈이다. 특히 4관왕에 오른 6명 가운데 수영의 박태환(16·경기고 1년)은 대회 마지막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아 서울을 빛냈다.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올해의 선수 후보에 뽑힌 ‘여자 박주영’ 박은선(19)을 앞세워 경남대교를 2대0으로 물리쳐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동작구청 씨름단 주현섭(27), 강남구청 체조단 박경아(19)와 최미선(25), 성북구청 펜싱팀 남현희(24) 등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선수들이 따낸 메달 28개도 색깔을 떠나 어려운 여건에서 건져낸 것들이어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황영조 면 뽑고 마낙길 철가방 들고

    황영조 면 뽑고 마낙길 철가방 들고

    “스포츠 스타들이 만든 자장면 맛보러 오세요.” 황영조(마라톤)·장윤창(배구)·심권호(레슬링)·서향순(양궁) 등 스포츠 스타들이 1일 중국집 주방장과 배달원으로 변신한다. 스포츠 스타들의 봉사단체인 ‘함께하는사람들(함사모)’에 소속된 이들은 오는 29일(오전 11시) 경북 상주종합운동장에서 ‘상주참사’ 유가족을 돕기 위해 즉석에서 자장면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이다. 이들은 이어 자선 축구경기와 팬 사인회도 갖는다. 장윤창(경기대 교수) 함사모 회장은 “즉석에서 만들어 판매될 자장면은 한 그릇당 3000원에 판매할 계획”이라며 “수익금 전액은 지난 3일 상주 콘서트 녹화현장에서 참사를 당한 유족들에게 전달된다.”고 밝혔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그 동안 봉사활동을 통해 여러 번 자장면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노하우가 쌓였다.”며 “행사에서 면발 뽑기를 전담, 맛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오직 훈련과 노력이 필요하듯 음식도 만드는 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담기면 맛이 달라질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정재은(태권도), 마낙길(배구), 김원기(레슬링), 제인모(마라톤), 전이경(쇼트트랙), 이진택(높이뛰기), 이은경(양궁) 등도 동참해서 자장면을 배달한다. 함사모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 많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던 선수들이 모여 1999년 발족한 봉사단체다.‘국민들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어려운 이웃에게 베풀자.’는 슬로건으로 각종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랑의 전도사’로 변신한 스포츠스타들은 각종목 유명선수들이 망라돼 있다. 매월 지체·장애 어린이돕기를 비롯, 양로원·고아원 등을 찾아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어울린다. 회원들은 청소년들과 함께 매주 토요일 서울 종묘공원에서 ‘어르신 공경, 사랑의 요구르트 나누기’ 행사도 펼치고 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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