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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서울의 하루/육철수 논설위원

    하루의 길이는 해뜨는 시각부터 이튿날 해뜰 무렵까지의 낮과 밤일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자정부터 이튿날 자정까지 24시간이다. 세계 연인들의 심금을 울린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명우(名優) 그레고리 펙(신문기자역)과 오드리 헵번(공주역)은 하루 동안 평생 잊지 못할 사랑의 만리장성을 쌓았다. 케사르와 나폴레옹은 하루 만에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 놓았다니 ‘하루’는 역사상이나 개인적으로나 결코 가벼이 여길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2005년 3월 9일 서울에선 오전 6시53분에 해가 떴다.10일 아침에는 6시51분에 일출이 있었다. 서울이 워낙 넓어 곳에 따라 다르겠으나, 이는 서울의 일출·일몰 체크포인트인 동경 126도 58분, 북위 37도 33분 지점(서대문구 아현동 부근)을 기준으로 측정한 것이다. 이 하루 밤낮 사이에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1000만 개의 인생’이 모여사는 곳이니까 겉은 그대로되 속으로는 온갖 변화무쌍한 일들이 벌어졌을 것으로 짐작할 뿐이다. 마침 서울의 평균적인 하루를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의 하루’(2003년 기준)를 보면 서울에서는 하루에 274명의 새 생명이 태어나고 103명이 하늘나라로 떠난다.199쌍이 새 가정을 꾸리며 89쌍의 부부가 갈라선다.1049건의 범죄가 발생해 시민을 불안케 하기도 한다. 소 990마리와 돼지 1만 917마리가 서울시민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생로병사(生老病死)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인간사에만 있는 줄로 알았더니, 서울도 이렇게 생명이 살아 숨쉬듯 생동감 넘치는 도시라는 걸 새삼 실감한다. 서울의 위용과 면면을 훑어 보면서 가슴아픈 게 있다면 10년 전(1993년 기준)보다 신생아의 출생이 하루에 217명이나 더 줄고, 이혼부부는 52쌍이나 더 늘어났다는 점이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2명에서 1.4명으로 감소한 것이다. 서울의 인구는 조선조 세종 10년(1428년)에 11만명이었는데 지금은 100배 불어난 1028만명이다. 로마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듯 서울도 600년간 풍상을 견뎌 오늘에 이른 것이다. 세계의 중심도시로 우뚝 선 서울이 미래에는 어떤 ‘얼굴’로 변모해 갈지 궁금하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연인’과 ‘해지기전’ 초콜릿사랑

    [박은영의 DVD 레서피]‘연인’과 ‘해지기전’ 초콜릿사랑

    초콜릿은 연인들의 음식이다. 혀끝에서 달콤함을 느끼는 동시에 씁쓸함이 혀의 깊숙한 곳을 자극하는 맛의 스펙트럼은 사랑의 아이러니를 닮았다. 초콜릿에 들어있는 테오브로민과 카페인 등의 성분은 신경계를 자극하고 근육을 이완시킨다고 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와 비슷한 증세다. 초콜릿은 이처럼 일단 시작된 사랑의 감정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고통을 느끼게도 하며, 실연의 상처를 달래주기는 약이 되기도 한다. ‘비포 선라이즈’의 9년 뒤 이야기인 ‘비포 선셋’은 다크 초콜릿을 닮았다. 코코아 페이스트의 농도를 진하게 한 쌉싸래한 이야기는 설레고 수줍었던 연인들의 달콤함 대신 인생의 쓴맛도 알게 된 그들을 다시 조명한다. 배우들이 직접 참여해 완성한 대사들과 세월로 농익은 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더했다. ‘영웅’에 이어 또다시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장예모의 ‘연인’은 각종 열대 과일들과 땅콩이 잔뜩 들어 있는 초콜릿 같다. 신맛, 짠맛, 떫거나 고소한 맛에 씹는 맛도 다채로운 과일 초콜릿처럼, 만나고 사랑하고 이별하기까지의 과정이 스펙터클하다. ●비포 선셋 전작 ‘비포 선라이즈’는 비엔나의 아름다운 풍광을 주로 담았지만,9년 뒤의 파리에서의 이야기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해질 무렵 오후의 파리 정경은 아름답기는 해도 DVD의 주된 포커스는 아니다. 옥수수 알갱이처럼 옹골지게 박혀 있는 대사들과 자연스럽게 녹아든 배경음이야말로 이 DVD를 빛나게 하는 요소다. 무엇보다 줄리 델피의 황홀한 노래 실력이 압권이다. 그저 옆에 있던 기타를 집어 들고 흥얼거리기 시작하는 노래는 대화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재즈 가수 니나 시몬이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줄 수 없는 감흥을 선사한다. 배우들과 감독이 함께 만든 영화의 제작과정에 대한 부가영상은 짧고 완성도가 떨어진다. 음성 해설이 빠져 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연인 홈시어터의 5.1 스피커는 이래서 필요하다! 이 DVD는 영화가 지닌 ‘뻥의 미학’을 그럴듯하게 완성하는 감각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보여준다. 다채널을 오가는 소리의 이동감은 박력이 넘치고 화려하며, 그 자체로 음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입체적으로 디자인되었다. 초반 장쯔이가 춤을 추는 장면에서 사방을 오가는 북소리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주렴이 흔들리는 청아한 소리는 목덜미를 찌릿하게 만든다. 대나무 숲에서 추적을 당하는 장면이나 바람을 가르는 화살 소리, 바스락거리는 발자국 소리 등도 섬세한 사운드를 자랑한다. 디지털 영상처럼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연광이 주조를 이룬 화질도 만족스럽다. 다만, 다큐멘터리를 기반으로 한 부가영상은 지나치게 단조롭고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인상을 준다.
  • [학교소식]

    [학교소식]

    ●아이·학부모용 콘텐츠 구분 소개 배화여대는 국내 처음으로 장애유아 통합교육을 위한 포털사이트인 ‘위드유아닷컴’(www.withua.com.)을 개설했다. 통합교육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는 자료에서 전문가들의 연구논문과, 교수학습 자료, 관련 뉴스를 한 곳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교사와 학부모, 아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분해 궁금한 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교사방은 교사들이 수업 현장에서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교육활동 자료를 비롯해 관련 연수와 세미나 정보, 관련 도서 및 소프트웨어, 현장 사례 등으로 꾸며져 있다. 학부모방에서는 학부모들이 온라인으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으며, 유아교육기관에 대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아이들이 참여하는 병아리방은 온라인으로 반을 편성,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했다. 배화여대는 지난 2003년부터 ‘장애유아 통합교육 지원센터’를 설치, 통합교육을 위한 교재·교구를 개발하고 교사 연수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육 대상자의 사회 적응력을 키워 주기 위해 일반 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가르치거나 특수교육기관 재학생을 일반학교 교육과정에 일시적으로 참여시키는 교육방법이다. ●중·고생 로봇제작캠프 개최 아주대 로봇소학회 ‘크리스탈’은 지난달 26일부터 3일 동안 경기도 수원 본교 캠퍼스에서 겨울방학을 이용해 중·고생을 대상으로 로봇제작캠프를 열었다.48명의 학생들이 2인 1조로 참가해 주행선을 따라 움직이는 자율로봇의 일종인 ‘라인 트레이서’를 레고 조각을 맞춰 만들었다. ●고교생 독서교육 프로그램 개발 한우리(www.hanuribook.co.kr)는 최근 고교생을 위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인 ‘소크라테스 시니어 프로그램(SSP)’을 개발했다. 여러 해 동안 동일한 유형으로 출제되고 있는 대입 수능 언어영역 문제를 바탕으로 학생들의 기능적인 독서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으며, 독서력이 낮은 학생들을 위한 기초 수준에서 수능 언어영역처럼 고급 수준까지 망라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새 학기를 맞아 ‘무료 독서능력진단 캠페인’도 실시하고 있다. 한우리 홈페이지에 접속해 온라인으로 하거나 전국 센터를 방문해 검사해도 된다. 평가에는 어휘력과 사실이해, 추론이해, 비판이해 등 세부 능력은 물론, 아이들의 성취 수준까지 알아볼 수 있다.(02)3636-999
  • 前프로농구선수 서울대 합격

    국가대표까지 지낸 여자프로농구 선수가 뒤늦게 서울대에 합격해 화제다. 2005학년도 서울대 2학기 수시모집에서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서영경(23)씨가 주인공. 프로스포츠 선수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서울대생이 된 서씨는 지난 2001년 숭의여고를 졸업한 뒤 여자프로농구(WKBL) 우리은행에 입단,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했다.2003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ABC)대회 때는 국가대표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농구선수로는 작은 키(170㎝)인 데다 연습한 만큼 기량이 늘지 않아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지자 어릴 적 꿈인 선생님이 되기 위해 지난해 4월 미련없이 팀을 떠났다.6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학원수업과 복습은 운동만큼 힘들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수능에서 언어와 사탐영역 5등급을 받은 서씨는 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전형에 지원, 당당히 합격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농구공을 잡은 서씨는 “항상 운동을 그만두면 대학에 가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운동을 그만두고 다시 시작하는 대학생활인 만큼 설레고 기대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가자! 아자! 개별자유여행

    가자! 아자! 개별자유여행

    패키지 여행에 싫증난 사람들은 개별자유여행(FIT)을 원한다. 짜여진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패키지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재미가 있고, 낯선 이국땅의 어려움을 가족끼리 헤쳐 나가는 추억도 있다. 여행지에서 가족끼리 겪은 어려움이나 실수, 배고픔도 나중에는 아름다운 추억거리. 어디로 떠날까를 고민하며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도 또 다른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그렇다고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 FIT관련 인터넷 여행정보 사이트와 여행 책자 등이 있어 조금만 준비하면 쉽게 다녀올 수 있다. 유창한 영어보다 오히려 용기가 더 필요하다. 지난해 FIT로 스페인과 인도네시아를 다녀온 가족들의 생생한 체험기를 싣는다. 올해는 우리 가족만을 위한 FIT에 도전해 보자. ■ 수정이와 엄마의 스페인 7박9일 ●너무나 겁없이 시작한 여행 “엄마, 스페인 가고 싶어.” 엄마(곽은성·43)는 나(노수정·중2)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어리둥절해하셨다.“‘정열적인 붉은색의 나라’ 스페인은 한번쯤 꼭 가봐야 한대요. 중학생도 됐는데 우리 가족끼리만 스페인에 한번 가자.”고 나는 계속 졸랐다. 엄마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자며 미뤘지만 나의 끈질긴 노력(?)에 엄마는 허락하셨다.D-데이는 11월. 비수기로 호텔과 항공기가 가장 싸기 때문이다. 학교에는 체험학습 허가를 받기로 했다. 학교를 마치면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엄마와 함께 인터넷과 여행 책자 등을 통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한달간 인터넷과 씨름한 끝에 값싼 항공권과 호텔, 유레일 패스를 찾아냈다. 그러나 아빠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엄마와 단둘이서만 떠나게 됐다. 항공권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루프트한자를 이용키로 했다. 요금은 2명이 왕복 160만원으로 성수기의 반값이었다. 해외여행에서 나는 어른 대접을 받았다. 비행기삯은 청소년 요금이 없기 때문이다. 호텔은 유럽지역 호텔예약 전문 여행사를 찾아 도움을 받기로 했다. 숙박지는 초보자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공항이나 역근처로 정했다.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등 대도시는 1박당 130유로, 나머지 도시는 100유로 이하로 예약해 모두 800유로(90만원)가 들었다.3일 동안 스페인 철도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철도패스 2등칸을 263달러(30만원)에 예약했다. 준비물로는 여행안내 책자와 항공권·호텔 바우처, 유레일패스, 기차 안에서 읽을 수 있는 책 한권, 약간의 햇반과 컵라면만 간단히 준비한 채 무작정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아빠 없이 떠나는 여행이어서 ‘국제 미아’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실수가 더 기억에 남았던 여행 비행기 탑승부터 사고를 치고 말았다. 오후 1시 서울을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에 늦고 만 것이다. 공항 카운터에 갔지만 “너무 늦어서 탑승할 수 없다.”고 했다. 통사정한 끝에 출발 직전 비행기 문을 다시 열어 우리는 마지막 손님으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15시간 비행끝에 바르셀로나 이지젯 공항에 도착한 우리의 첫번째 과제는 호텔을 찾는 것. 호텔 이름을 대자 택시는 15분 만에 데려다 줬다. 택시비는 약 2만원 정도. 다음날 스페인의 붉은 해가 떠오르고, 엄마와 나, 둘이서 함께하는 스페인 여행의 막이 올랐다. 너무 설레고 조금이라도 빨리 스페인을 관광하고 싶었던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서둘러 스페인의 유명한 관광지로 출발하였다. 바르셀로나에선 도보나 지하철(1회권 5유로) 등을 이용했다. 먼저 관광한 곳은 ‘구엘 공원’. 구엘 공원은 세기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영국의 전원 도시를 동경했던 구엘의 투자로 만든 공원으로, 원래는 미래의 주택지로 구상되었다가, 자금 등의 문제로 현재는 공원으로 남아있게 되었다고 한다. 구엘 공원을 찾아가는 데는 지하철에서 내려서 한참이나 올라가 매우 힘들었던 기억이 남아 있지만, 구엘 공원을 처음 보자마자 그 힘들고 지친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그저 알록달록한 타일로 이루어져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공원에 대한 감탄사만이 나올 뿐이었다. 다음 행선지로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이라는 가우디의 또 다른 건축물을 보기 위해 좀더 있고 싶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이후 피카소 기념관 등 여러 관광지들을 도보와 지하철로 돌아보자 다리가 너무 아팠다. 너무 발바닥이 아파 엄마와 나는 더 이상 관광하는 걸 포기하고 맥도널드에 앉아 햄버거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6시간동안 스페인 사람들을 구경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바르셀로나로 떠나 마드리드로 가는 중에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밤 기차여행이라 침대칸으로 업그레이드 예약하려던 엄마의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해외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국내용 신용카드를 가져온 것. 현금이라고는 아빠가 준 여행비 3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결국 의자에서 잠을 자며 9시간 만에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이후 여행기간 내내 지하철을 타고, 간단한 빵으로 식사를 때우며 힘겨운 여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드리드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중세 도시의 모습을 많이 남기고 있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느낀 여행 갑작스레 떠난 여행이라 탈도 많고, 사고도 많았지만 엄마의 사랑을 많이 느낄 수 있었고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엄마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책에서만 보고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 눈으로 역사의 현장을 보고, 체험할 수 있어 살아있는 공부가 되었던 것 같다.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와 함께한 이번 스페인 여행은 내가 살아가는 데 크나큰 도움을 줄 것이다. ■ 예섭이네 발리 4박6일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 준비 ‘트리마카시’(고맙습니다). 평소 수줍음이 많던 큰아들 예섭(8·경기 고양시 화정초 1년)이가 현지인에게 말을 건네는 것을 보고 FIT를 택한 보람을 느꼈다. 처음에는 외국인만 보면 무서워서 아빠(이상엽·45·회사원) 뒤로 숨던 아들이 자연스럽게 현지인에게 말을 건넨 것이다. 둘째 준섭(6)이가 호텔 풀장에서 각국의 아이들과 어울려 물장구를 치는 모습도 가슴을 뿌듯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회사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나는 패키지로 편하게 다녀오자는 아내(이은경·42)를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우리만의 여행을 다녀오자.”며 설득해 FIT를 준비했다. 목적지는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을 보며 꿈꾸던 발리. 휴가에 맞춰 기간은 6일. 그러나 자신있게 말은 건넸지만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한 욕심으로 가족만 고생시키면 가장으로 체면이 서지 않을 텐데…. 걱정도 앞섰다.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인터넷에 매달려 밤을 새웠다. 때마침 항공권은 여행사 사이트를 통해 발리행 전세기 직항편이 운항한다는 정보를 얻어 예약했다. 어른은 60만원, 아이들은 25%를 할인받아 45만원에 예약을 했다. 호텔은 인터넷을 뒤져 현지 호텔에 대한 정보를 하나둘씩 찾아냈다. 호텔은 1박당 30∼110달러까지 천차만별. 고민끝에 안락한 시설과 아이들을 위한 부대시설을 갖춘 최고급 리조트로 결정해 예약을 마쳤다. 다소 비싸더라도 낯선 지역인 만큼 가족들에게 안정감을 줘야 한다는 판단에서 호텔만은 최고급으로 택한 것이다. 이 호텔은 시내가 가깝고 다양한 레포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마음이 끌렸다. ●긴장된 출발 드디어 11월17일 오후 7시 인천공항을 출발했다. 인도네시아어는커녕 영어도 서툰 터라 긴장되고 걱정도 많았다. 긴급 상황에 대비해 간단한 인도네시아어 회화가 담긴 관광 책자도 챙겼다. 비행기는 새벽 1시가 가까운 시간에 발리 덴파샤 공항에 도착했다. 우선 예습을 한 대로 바가지 요금이 없는 정찰제 택시를 탔다. 항공권 바우처에 나온 호텔명을 말하자 20분 남짓 걸려 호텔에 도착했다. 요금은 5000원 정도. 반갑게 맞이하는 호텔 직원으로부터 키를 받아들고 호텔방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놀 것도 걱정. 아이들에게 현지 체험을 시켜주겠다고 단단히 약속한 터라 잠이 오지 않았다. 로비에 내려가자 수십여개의 발리 인근섬을 운항하는 ‘데이 크루즈’가 준비돼 있다는 것을 알고 배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섬을 예약했다. 인도양을 가르며 휴식과 레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요금은 1인당 85달러였지만 4인 가족권을 210달러에 예약했다. 다음날 아침 9시 섬으로 출발했다. 아이들과 섬에서 스노클링과 바나나보트는 물론 현지 민속촌까지 돌아보며 오랜만의 가족여행의 재미를 만끽했다. 오후 4시 리조트로 돌아오자 배가 고파왔다. 밥은 어디서 먹을까 고민스러웠지만 무작정 시내로 나가 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택시로 15분 거리에 있는 번화가에는 마타하리 백화점과 면세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맥도널드와 버거킹 등 없는 것이 없었다. 값싼 토산품을 돌아보며 즐거워하는 아내와 햄버거를 손에 쥐고 ‘아빠 최고’를 외치는 아이들을 보며 다시 한번 가슴이 뿌듯해 왔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다음날에는 버스를 타고 킨타마와 화산도 다녀오고 아이들을 위해 발리 토산품인 ‘바틱’(치마의 일종)을 만드는 수공예 마을도 찾았다. 이어 발리 민속마을과 원숭이 공원, 코브라 공원도 발길 닿는 대로 방문했다. 아이들도 코브라 공원에서 1달러를 건넨 뒤 용감하게 구렁이를 직접 몸에 감는 등 현지인들과 점점 하나가 돼갔다. ●추억과 아쉬움을 뒤로하고 여유가 생기자 휴식이 필요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내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고 자전거를 빌려타는 등 오랜만에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한참을 놀아도 오전 10시. 느지막이 호텔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점심은 호텔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서울에서 준비해간 컵라면과 소고기 국밥으로 때웠다. 이국땅에서 먹으니 라면이 한결 더 맛있었다. 호텔에서 매일 마주치는 외국인도 친숙하게 다가왔다. 외국인을 만나도 겁먹지 말고 “굿모닝”(안녕하세요)이라고 인사하라는 아빠의 말을 귀담아 들었는지 큰아들이 갑자기 지나가던 미국인 부부에게 “굿모닝”하고 인사를 건넸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 아쉬움속에 6일이 모두 흘러갔다. 새벽 2시40분 비행기를 타기 위해 서울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 다음에는 유럽과 미국 등도 가족끼리 다녀오자며 아들과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 꼼꼼히 챙기세요 FIT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낯선 곳에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가족의 힘만으로 모든 것을 헤쳐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수. 우선 여행의 목적을 정한 뒤 여행 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경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권은 인터넷 등을 통해 할인 항공권 등 저렴한 항공권이 있는지 체크한다. 가격은 구입 시기와 비행 일정(직항·경유), 시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찾아보면 특별 할인요금도 많아 50%이상 할인 받을 수 있다. 숙박은 호텔과 민박, 유스호스텔 등이 있지만 안전과 편리함 등을 고려해서 호텔이 좋다. 예약은 인터넷상에서 직접 원하는 지역의 호텔을 예약할 수 있지만 전문 호텔 예약업체 또는 여행사를 통해서 하는 것도 요령이다. 여행 가이드가 필요한 경우 필요한 지역만 가이드를 예약할 수 있다. 가방분실에 대비해 여권번호, 비행기 티켓, 여행자수표번호, 여행자보험번호 등을 복사해 따로 보관해 출발한다. 중·고·대학생의 경우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입장료 등 엄청난 혜택을 받으므로 국제학생증을 꼭 발급받도록 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여행자보험에도 가입한다. 준비물로는 가방과 지갑·여권 등 중요품 보관용 작은 배낭, 현지 기후에 맞는 옷, 세면도구, 화장품, 선글라스, 운동화, 우비(우산)를 준비한다. 특별하게 음식에 거부 반응이 없으면 현지 음식을 먹도록 하나, 필요하다면 고추장, 컵라면, 햇반,1회용 커피, 껌 등을 약간 준비한다. 디지털카메라 등을 충전하기 위한 충전기 등을 준비하고 현지 전압과 플러그 형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전화는 출발 전 로밍서비스를 신청하거나 국제전화카드를 구입하고, 비상시 현지에서 전화할 수 있는 콜렉트콜 전화번호를 메모하여 준비한다. ●도움말:MK유럽(02-719-0463) 정리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지진 해일 대재앙] 일부지역 콜레라 발병 전염병 공포 급속확산

    |반다 아체·방콕 외신|쓰나미(지진 해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5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염병 등으로 인한 ‘2차 재앙’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 피해 국가의 보건당국은 생존자가 더 없을 것으로 보고 서둘러 구조작업을 중단하려 하지만 완전한 복구에는 적어도 5∼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완전복구까진 5~10년 더 걸릴 것” 참사 9일째인 3일 현재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확인된 시신이 9만 4000여구에 이른다고 밝혀 동남아·서남아 지역에서 공식 확인된 사망자 수는 13만 7000여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현지에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국제요원들은 사망자 수를 15만여명으로 추산했으며, 피해가 가장 컸던 아체주 주민들은 실종자 수까지 합치면 인도네시아에서만 20만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이날 콜레라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인도에서는 설사환자가 잇따르는 등 피해지역에서 수인성 전염병의 발발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유엔 특사인 마가리타 월스트롬은 스리랑카에서 아직 전염병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으나 다른 의료진들은 현지의 취약한 위생상태를 심각히 우려했다. ●WHO “질병으로 5만여명 더 희생될수도” 세계보건기구(WHO)의 데이비드 나바로 위기 담당관은 “국제적인 구호작업을 서두르고 있어 성급히 판단할 수 없으나 질병으로 추후 5만여명이 희생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반군과의 전투로 인한 접근제한과 장비 부족 등으로 구호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체주에서는 구토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이 목격된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3일 보도했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은 하루 3500∼4000명의 시신을 매장하고 있으나 전염병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하루 6000명씩 매장,5일내에 방치된 시신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태국의 수윗 쿤키티 환경부 장관은 최대 피해지역인 팡아주에서의 시신 수색작업을 5일 끝내고 반 남 켐과 타쿠아 파 등 일부 지역에서만 집중 수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팡아주에서는 4700여구의 시신이 발견됐으나 사찰과 병원 등에 미확인 시신들이 방치돼 있어 보건당국은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이와 관련 WHO의 그레고리 하틀 박사는 피해 지역 대부분에서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데다 이재민 수십만명이 열악한 수용소에서 생활하는 탓에, 이질이나 장티푸스 등과 같은 전염병이나 폐렴 등의 호흡기 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와 스리랑카에서 열대성 폭우와 홍수가 닥쳐 일부 피해 지역이 침수돼 구호품과 의약품 전달에 큰 애를 먹고 있다. ●일부지역 홍수로 구호활동 차질 유엔의 한 구호요원은 “일부 지역은 홍수로 2주간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현지 위생상태는 점차 악화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또 파괴된 건물더미에선 아직도 수천구의 시신이 썩어가고 있다고 구호요원들은 전했다. 일본 오키나와에 주둔중인 미 해병대가 오는 9일 스리랑카에 도착, 베트남 전쟁 이래 대규모의 구호활동에 나설 예정이며 인도네시아도 해군 함정 4척을 아체주에 파견했다. 한편 태국의 보건장관은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는 생존자가 적어도 8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으며,WHO 동남아지역사무소의 하사란 팬디 대변인은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나 그럴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각 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 워싱턴주지사 재검표로 바뀌어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워싱턴주 주지사 당선자가 두차례 재검표 끝에 역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킹 카운티와 주 국무부에 따르면 워싱턴주 주지사 투표용지에 대한 2차 재검표 잠정 집계 결과 애초 당선자인 공화당의 디노 로시(45) 후보가 557표를 추가로 얻은 데 비해 낙선자인 민주당의 크리스틴 그레고어(여·57) 후보는 609표를 더 확보했다. 이에 따라 수작업으로 이뤄진 이번 2차 재검표 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낙선자인 그레고어 후보가 로시 후보를 10표차로 앞서면서 당선자가 바뀌게 된다. dawn@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38) ‘두산동아’ 제2 전성기 이끄는 최태경 두산출판BG 사장

    [삶과 경영 이야기] (38) ‘두산동아’ 제2 전성기 이끄는 최태경 두산출판BG 사장

    국내 출판업계의 선두주자인 ㈜두산 출판BG(Business Group)는 지난 20여년간 사용해온 ‘두산동아’라는 브랜드로 더욱 친숙하다.1985년 동아출판사를 인수한 뒤 탄탄대로를 걷다가 외환위기때 시련에 부딪쳤지만 이를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된 데는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최태경(58) 사장의 남다른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게 출판계의 평가다. ●30년 두산맨, 출판사장으로 -68년 두산상사에 입사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무역이 최고로 중시되던 때라서 대학원 졸업 후 미쓰비시 뉴욕지사에 입사해 3년간 일했다.80년 다시 두산상사로 돌아왔다. 이후 두산컴퓨터와 오비씨그램, 두산제관 등에서 임원을 했고 97년 두산정보통신 대표를 맡았다.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8월 두산동아 대표로 옮겨 99년 2월 사명이 두산출판BG로 바뀌면서 초대 사장이 됐다. 책을 읽는 것은 평소에도 좋아했지만 ‘두산맨’ 30여년간 출판쪽과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출판업은 재고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DB)가 중요시되는 위탁산업이자 대리점 영업이다.DB를 통해 물량을 예측해야 반품을 줄일 수 있다. 대리점 관리 또한 중요하다. 이 때문에 컴퓨터·주류 계열사에서 DB 및 대리점 경험을 한 내가 출판사를 맡게 된 것 같다. ●50억원 들여 재고 사전 모두 회수 -외환위기 직후 외국 컨설팅사와 함께 회사를 살려낼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잡히는 것이 없었다. 고민하던 차에 고객 만족을 생각했다. 회사고객을 내부고객인 직원들과 외부고객인 대리점·학부모·학생 등으로 나눴다. 당시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며 매우 어려워 구조조정을 한다는 둥, 문을 닫는다는 둥 뜬소문이 많아 직원들이 굉장히 불안해했다. 외부고객들도 두산출판이 책을 계속 낼 것이냐, 어떻게 할 것이냐식으로 반신반의했다. 그런 와중에 98년 11월 양쪽 고객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큰 결심을 했다. 단돈 1억원이 아쉬웠던 때, 대리점을 통해 재고 사전을 모두 반품받기로 한 것이다. 반품된 사전은 일부 기증하고 나머지는 폐기처분했다. 사전 반품에 30억원 투자키로 했으나 50억원 가까이 썼다. 그러나 효과는 엄청났다. 재고 사전을 거둬들임으로써 회사가 문닫지 않고 계속 영업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외부에서 “두산출판이 몇십억원이나 투자했으니 다시 한번 해볼 모양이다.”라는 평가가 들렸다. 직원들의 눈빛도 완전히 달라졌다. 다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였다. 대리점 사장들도 반품 처리에 고마워하며 우리 책을 더 많이 팔아줬다.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신바람이 났다.99년 들어 매출이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직원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했으니 새로운 수익 창출이 관건이었다. ●직원의 자율성 강조 적중 -새로운 책을 준비하면서 ‘엉터리 책은 절대 안 낸다.’고 마음먹었다. 거래처들이 “두산출판에서 나온 책 맞아?”라고 할 정도로 내용은 물론, 디자인과 레이아웃, 컬러 등을 일대 쇄신했다. 직원들이 모든 과정을 미주알고주알 나한테 가져오는 관행도 없앴다. 사장이 기획안을 결재하면 그 다음부터는 직원들이 모두 알아서 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우왕좌왕했지만 고객의 니즈(요구)를 파악한 뒤 시장조사를 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책 한권이라도 마케팅·디자인·영업·편집팀 등에서 1명씩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TF에서 결론이 나면 끝까지 밀고 나가도록 했다. 위에서 지시만 받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직접 책임지고 철저한 시장조사 결과에 따라 만드니까 반응이 훨씬 좋았다. 물론 직원들끼리 합의해 만드는 데 시간은 더 걸린다. 그러나 좋은 책이 나오는 과정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훈련을 통해 이제는 자연스러워졌다. -직원들에게도 고객은 두가지다. 편집직원의 내부고객은 영업직원이다. 좋은 책을 만들어야 팔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선생님·학부모·학원강사 등 외부고객이 뭘 원하는지도 알아야 한다. 고객의 마음을 알아야 성공할 수 있으며, 그것이 곧 마케팅이다.3년째 모든 직원들이 한양대 마케팅 교수들과 팀을 이뤄 마케팅 교육을 받고 있다. 일을 잘한다고 해서 스카우트해오면 우리 회사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나가기도 한다. 시키는 일만 하다가 능동적으로 하려니 못 견디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직원이 자산이다. 시키는 일만 해서는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수 없다. ●투명경영으로 회사 비전 제시 -마케팅을 통한 핵심역량 강화, 선택과 집중에 의한 수익 극대화도 중요하지만 투명경영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장이 되자마자 임직원 대상 분기별 경영설명회를 계획했다. 임원들이 “회사 치부까지 드러내면 타사에 들어가 곤란하다.”며 들고 일어났다. 그러나 직원들을 모아놓고 직접 매출·손익 등을 설명했다. 처음에는 정보가 외부로 많이 나갔지만 2∼3번쯤 하니까 유출이 싹 없어졌다.‘이 부문의 실적이 안 좋은데 우리끼리 숨길 것도 없고 얘기하고 반성하자. 이 부분은 잘 되는데 잘 되는 이유를 나눠보자.’는 식으로 토론을 했다. 지금은 경영설명회가 자연스럽게 기업문화가 돼 매년 4번씩 한다. 실적이 안 좋았을 때보다 지금이 효과 만점이다. 결국 투명경영이 이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장 취임 후 3∼4년 정도는 회사를 안정시키기 위한 시간이었다.4년째 되니 이익도 좀 났다. 그러나 이에 만족할 수 없다. 투명경영을 통해 회사 비전을 보여줘야 직원들이 따라온다. 직원들이 떠나지 않는 회사만이 희망이 있는 회사다. ●등산 통해 도전정신·끈기 길러 -지난 3년여간 백두대간을 종주한 것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됐고, 경영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산을 타게 된 것은 회사가 적자에 허덕이던 98년. 하루종일 회의에 시달리다가 머리를 식히러 공원 등에서 매일 1시간씩 산보를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99년 들어 남산·북한산 등을 타면서 ‘회사 식구만 200명이 넘는데 회사가 잘못되면 안 된다.’고 다짐했다. 회사를 살리려면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했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 어려운 목표를 세워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53세의 나이에 백두대간 종주를 타깃으로 삼았다. 내 스스로 도전해서 이기지 못하면 직원들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출판인산악회가 백두대간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습을 시작했다. 속리산 등을 헤매며 동계훈련을 끝내고 2000년 3월 소백산에서 첫 등정에 나섰다.3년3개월간 매월 한번씩 탔는데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하루 18시간 걷기도 했고 죽을 뻔한 고비도 많이 넘겼지만 종주를 끝내니 뿌듯했다. 당시 직원들에게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백두대간은 끝났지만 또다시 시작이다. 뭔가를 이뤘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된다. 변화와 도전을 위해 또 걷자, 또 오르자.’고 썼다. 매년 2번씩 직원들과 산을 탄다. 최근에는 설악산에서 분기설명회를 했다. 직원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끈기를 기르기 위한 교육에 따라와줘 고마울 뿐이다. -조직의 리더는 ‘페이스메이커’다. 돌격할 때도 있고 1보 전진했다가 2보 후퇴도 있다. 등산과 마찬가지로 경영도 좀 쉬면서 영양을 보충하기도 하고, 부상자도 치료해야 한다. 등산하기 전 장비와 식량을 준비하는 것도 경영과 같다. 무작정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성이 최고 미덕이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등산도 경영도 망치고 만다. ●책은 인생의 최고 스승 -책이라는 것은 제일 좋은 선생님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책을 읽는 만큼,‘평생교육을 통한 자아실현’이 우리 회사의 모토다.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초·중·고 학습물을 비롯, 유치·유아 부문의 교재를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강제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레고 등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학습물도 만들고 있다. 중등 온라인교육 및 전자사전 시장에도 뛰어들었으며, 토익·토플 등 성인 영어교재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오랜 전통의 백과사전도 야생화 및 한국의 산, 세계의 문화유산 등을 가다듬어 펴내려고 한다. 일본의 대형 종합출판사를 벤치마킹해 임신·출산·육아 및 실버 관련 출판물도 기획해 시장을 넓힐 계획이다. 올해는 기존제품 대비 신상품 비율이 95대 5 정도였지만 내년에는 85대 15로 만든 뒤 2007년 7대 3,2009년 6대 4 정도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최태경 사장은 회사 안팎에서 ‘카리스마 최’로 불린다는 최태경 사장을 만나 보니 나이에 비해 동안(童顔)인 데다가 캐주얼한 의상, 부드러운 눈웃음에 깜짝 놀랐다.‘고상한’ 출판사 사장의 이미지를 보여준 것도 잠시, 다양한 계열사를 돌며 쌓은 경험과 백두대간 종주 등의 인생 스토리에서 관록이 묻어나왔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에서의 한차례 ‘외도’를 제외하고 줄곧 두산그룹을 지켜온 최 사장. 지난 6년간 책과 등산에 관심을 쏟아 몸도 마음도 건강해졌다고 했다. 주중 야근은 물론, 주말·휴일에도 나와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 회사가 생기있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자랑한다. 대학교수인 아내가 미국 초빙교수로 일하고 있어 2년째 떨어져 살고 있지만, 영문학 전공인 아내의 교육컨설팅이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 [하프타임] 하승진, 올시즌 NBA 포틀랜드 합류

    미국프로농구(NBA) 하위리그 ABA에서 뛰고 있는 하승진(19)이 올시즌 내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 합류할 전망이다. 존 내시 포틀랜드 단장은 13일 지역신문 ‘오레고니언’과의 인터뷰에서 “올시즌 하승진과 계약하고 싶다.”며 “트레이드를 통해 15인 로스터에 빈 자리를 만든 뒤 하승진을 채워넣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 [레저+α]

    ●행운의 산타 대잔치 롯데월드는 성탄절을 앞두고 산타 할아버지가 직접 가정을 방문하는 ‘행운의 산타 대잔치’를 펼친다. 행운의 산타 대잔치는 어린이가 한해동안 자신의 착한 일을 편지로 써 오는 17일까지 홈페이지(www.lotteworld.com)에 접수하면 된다. 접수 어린이 가운데 300명을 뽑아 23∼25일 산타클로스가 롯데월드 연간 회원권·인형·장식용 산타양말·성탄카드 등을 어린이들에게 선물한다. 참가비는 3만원.(02)411-2000. ●크리스마스 별식 맛보세요 산타마을로 변신한 에버랜드가 특별한 크리스마스 음식을 선보인다. 햄 스테이크와 브로콜리 크림수프가 어울리는 노엘 세트(1만 900원), 하얀 파스타 위에 토마토 소스가 뿌려진 스파게티를 테마로 한 스노 세트(1만 1000원), 하이 라이스와 호박무스, 샐러드로 구성된 크리스마스 트리 세트(1만 2000원) 등이 나온다.www.everland.com,(031)320-5000. ●서울랜드 눈썰매장 개장 서울랜드는 11일 어린이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눈썰매장을 오픈한다. 삼천리 동산에 개장하는 눈썰매장은 약 3500여 평에 어린이용, 성인용 2개의 슬로프가 설치된다. 서울랜드 눈썰매장에는 플라스틱썰매와 튜브썰매 두 종류의 눈썰매를 탈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스피드가 빠른 플라스틱 썰매의 앞과 뒤에 고무 쿠션을 덧대 보다 안전하게 했다. 썰매장 이용료는 대인 4000원, 어린이 3000원. 자유이용권이나 연간회원권 소지자는 무료.www.seoulland.co.kr, (02)504-0011. ●2명에게 홍콩여행권 증정 마스타카드 코리아는 마스타카드 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 홍콩 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행사는 내년 2월13일까지이며, 해외에서 마스타카드로 결제한 회원 가운데 모두 100명의 고객을 추첨해 2인의 홍콩 왕복 항공권과 홍콩의 JW 메리어트 호텔에서의 2박 숙박권을 준다. 결과는 개별 통보된다.www.mastercard.co.kr ●크리스마스 열대수족관 개관 강원도 고성의 화진포해양박물관 어류 전시관에서도 멋지고 특별한 크리스마스 행사가 시작됐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꾸며진 열대 수족관, 산타 복장을 한 아쿠아리스의 다이빙쇼, 장난감 레고로 만든 물고기 나라 등을 볼 수 있다.(033)682-7300.
  • [레저+α]

    [레저+α]

    ●‘이색 크리스마스마을’ 오픈 코엑스 아쿠아리움에서는 은상어와 각종 물고기가 살고 있는 이색 크리스마스마을을 만들었다. 레고블록 4만개를 하나하나 쌓아올려 만든 크리스마스 하우스와 요술지팡이를 들고 있는 요정 할아버지,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크리스마스트리와 산타할아버지, 형형색색 예쁜 크리스마스 액세서리로 수조 주위를 장식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돋운다. 12월 한 달 동안 크리스마스 수조 앞에서 찍은 사진을 홈페이지(www.coexaqua.co.kr)의 사진콘테스트 코너에 올리면 3명을 추첨해 레고 해리포터 세트를 선물로 준다.(02)6002-6200. ●산타가 축하하는 공짜 생일잔치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 오픈한 크리스마스 테마파크인 ‘산타 킹덤’에서 무료로 아이들에게 생일잔치를 열어준다. 티켓 예매 후 홈페이지 ‘생일파티 신청’ 게시판에 아이 이름과 생일, 예매일자 등과 산타가 주는 생일카드 작성을 위한 사연 등도 함께 적어 신청하면 된다. 생일과 관람날짜는 같을 필요는 없으나, 생일확인을 위해 의료보험증 등 신분확인을 위한 서류를 필히 지참해야 하며 생일 1주일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www.santakingdom.com,.(02)586-1748. ●시각장애인 스키캠프 선착순 마감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스키캠프를 연다. 12월21일부터 23일까지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열리는 ‘제5회 실로암시각장애인스키캠프’는 전문 강사와의 1:1 맞춤교육으로 참가자 개인의 실력에 따라 기초부터 고급단계까지 강습이 나뉘어 진행된다. 12월1일부터 선착순 20명 마감이며 단체나 대리접수는 불가능하다. 참가비는 15만원.(02)880-0950. ●KTX 울릉도 관광상품 판매 울릉도 전문 여행사인 울릉닷컴에서는KTX를 이용해 포항에서 들어가는 울릉도 1박2일,2박3일 상품을 판매한다. 해상일주와 육로관광, 대아리조트에서 숙박하며 참가비는 24만에서 27만 9000원이다. 서울역에서 오전 5시30분에 매일 출발한다.1544-7644,www.outdoor7.com ●‘우리아빠 산타’ 매주 20명 모집 과천 서울랜드에서는 매주 20여명의 아빠 산타들이 특집 퍼레이드를 펼치는 ‘도전! 우리 아빠 산타’에 참가할 아빠들을 선착순 모집하고 있다. 산타 복장과 모자, 수염, 사탕이 가득 담긴 선물 보따리 등 완벽한 산타로 변신하는 데 필요한 모든 소품들은 서울랜드가 준비하며 가장 친절하고 멋진 아빠 산타를 선발하는 콘테스트 등 다양한 행사도 펼쳐진다. 12월5일부터 25일까지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에 진행되며, 서울랜드 홈페이지(www.seoulland.co.kr)를 통해 12월17일까지 참가 신청하면 된다(매주 20팀 선착순 선정).
  • 부시, 경제팀도 충성파 발탁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29일 카를로스 구티에레스 켈로그 회장을 상무장관에 임명하면서 2기 내각의 경제팀 구성을 본격화하고 있다. 존 스노 재무장관은 당분간 유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스티븐 프리드먼 백악관 경제고문과 그레고리 맨큐 경제자문위원장은 곧 사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티에레스의 임명에서 나타난 부시 대통령의 경제팀 구성 원칙은 두가지로 보인다. 첫번째는 외교안보팀 인선과 마찬가지로 충성심을 강조한 것. 구티에레스 회장은 쿠바 난민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 총수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지만, 부시 대통령의 열렬한 정치적 후원자이기도 하다. 지난 2000년과 올해 대선에서 대표적 접전지역 가운데 하나였던 미시간주에서 쿠바계 등 히스패닉 출신들을 묶어 부시 대통령을 지지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폴 오닐 전 재무장관이 경질된 뒤 독설을 퍼붓는 바람에 정치적 입지와 체면이 크게 훼손됐던 사실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제팀 인선의 두번째 원칙은 강력한 추진력으로 보인다. 구티에레스 인선과 관련, 헤리티지 재단의 경제 분석가 대니얼 미첼은 “부시 대통령 정책의 강력한 세일즈맨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부시 대통령이 향후 4년의 임기 동안 추진할 주요 국내정책은 세금제도 단순화와 사회보장 개혁이다. 두 정책 모두 취지는 좋지만 개편의 방향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부자들에게는 큰 이익을, 서민들에게는 상대적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정책들이다. 따라서 민주당과 각종 사회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의회에서 관련법안을 입법하려면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한 것이다.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최고위 경제관료 5명 가운데 백악관 예산실장인 조슈아 볼튼만 유임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스노 재무장관은 본인이 원할 경우 당분간 남아 있을 수 있지만 그 기한은 6개월을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노의 후임으로는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나 볼튼 예산실장이 거론된다. 또 공화당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차기 대권후보로도 거론되는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보수파들은 텍사스 출신 필 그램 전 상원의원을 밀고 있다. 거론되는 인사 모두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강력한 추진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dawn@seoul.co.kr
  • [하프타임] 이형택, ATP챌린저 결승행 좌절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삼성증권·세계 65위)이 27일 룩셈부르크에서 벌어진 남자프로테니스(ATP) 챌린저시리즈 모빌룩스오픈(총상금 15만유로) 준결승에서 그레고리 카라즈(프랑스·111위)에 1-2로 져 진출에 실패했다. 이형택은 이날 장신 카레즈의 서비스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해 아쉽게 패했지만 4강 진출로 45점의 엔트리 포인트를 얻어 랭킹을 60위 초반까지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 [토요일 아침에] 첫눈 오는 날/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바람이 밤새 미친듯이 산자락을 배회하며 꾸물거렸다. 문풍지는 마치 오뉴월 가뭄에 소나기를 만난 듯 부르르 떨며 찰랑거리며 떨어지는 수곽의 물소리를 잠재우는 것이었다. 새벽녘 천고의 나이를 잊고 몸부림치며 거친 숨을 몰아쉬던 산의 움직임도 잦아들었다. 그리고 포근한 느낌이 작은 암자의 툇마루까지 스며드는 것이었다. 창문을 열었다. 첫눈이었다. 문밖 툇마루 앞마당엔 눈들이 지쳤는지 휘영청한 달빛을 이불삼아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번뇌에 찌든 세상은 이미 까마득하게 멀리 가 있었다. 첫눈이 오는 날은 깊은 산중도 괜히 설레고 포근해진다. 가끔씩 다녀가던 등산객과 방문객의 발길도 뚝 끊어져 버린다. 그야말로 적막강산이 돼버리는 것이다. 산중암자만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낙이 시작되는 날인 것이다. 먼저 세상과 연결된 통로인 유무선 전화기 전원과 코드를 꺼버린다. 그 다음엔 최고의 호사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준비를 한다. 빈 아궁이에 장작을 몇 개 더 얹는 것이다. 아침 일찍 도량석을 끝내고 빈 아궁이에 장작을 몇 개 더 보태면 하루종일 암자의 작은 방은 따스한 군불을 머금고 있다. 그러면 까닭없이 마음이 넉넉해진다. 또 하나의 호사스러움은 설차(雪茶)를 마시는 것과 흰 모자를 뒤집어쓴 산을 바라보는 일이다. 까슬까슬하게 마른 숯 몇개를 차로(茶爐)에 집어넣고 물을 끓이면 향긋한 나무냄새가 머리를 맑게 한다. 그리고 물이 끓으면 한잔의 맑은 차를 우려내 눈 한송이를 살짝 집어넣는다. 순식간에 푸른 차의 바다로 빠져드는 눈부처는 번뇌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중생들의 모습처럼 허무한 느낌을 던져준다. 첫눈이 오면 산중의 암자에 사는 소납은 세속과 단절된 하루짜리 안거(安居)를 보낸다. 오늘 전국 수천부처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부를 할 수 있는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가는 날이다. 산중의 절집에는 부처를 찾기 위해 생사의 번뇌를 건너야 하는 막중한 소임이 있다. 출가인들의 삶은 정진과 만행에 있다. 정진은 부처를 찾는 이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동안거와 하안거(夏安居)가 있다. 나를 버리고 부처를 찾기위한 공부는 결코 쉽지 않다. 잠을 쫓아야 하고, 말을 끊어야 하고, 마침내 나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좌들이 안거에 든 선방의 분위기는 늘 평온하다. 그러나 수행자들의 내면은 폭포수와 같은 활화산으로 지글지글 끓고 있다. 정(靜)속에 들어있는 동(動)인 셈이다. 그리고 수십생을 통해 번뇌와 고통의 몸을 익혀 내려온 자신의 업(業)을 하나씩 하나씩 녹여낸다. 그럴 때마다 그들의 몸에서 연꽃이 하나씩 피어난다. 하나의 업장을 녹이는 것은 지독한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그 업장이 녹아내릴 때마다 세상은 청정해지는 것이다. 청정하다는 것은 피안(彼岸)을 말한다. 피안은 곧 평화다. 모든 것과 공존 공생할 수 있는 평화를 곧 피안이라고 한다. 부처를 이루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출가자들이 청정한 법신(法身)이 되는 것이 바로 세상을 피안으로 이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안거는 곧 자신과 세상을 지켜내는 또 다른 공부다. 세상을 살아가는 세속인들에게 권해보고 싶다. 일년에 한번이라도 안거에 들어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공부를 하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체험해 본다면 하루하루의 삶이 매우 즐거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조직과 시간 그리고 경쟁에 시달리는 세속인들이 자신이 속한 삶의 터전을 버리고 산중의 재가선방에 들어앉을 수는 없다. 일상을 살아가는 계와 율을 정한 다음, 나와 세상을 관조하는 깊은 안거에 들어가는 것이다. 첫눈이 세상을 포근하게 하듯 나를 찾는 일상의 안거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그 무엇을 안겨줄 것이다. 여연스님 대흥사 일지암 암주
  • [Anycall프로농구] TG 떨고 있니?

    올 시즌 첫번째 만남에서 방심 끝에 90-100으로 역전패한 기억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3쿼터를 11점 앞선 채 끝낸 오리온스 선수들의 움직임이 4쿼터 들어 갑자기 둔해졌다.6분 동안 오리온스가 올린 득점은 겨우 4점.KCC는 찰스 민렌드(17점 13리바운드)와 추승균(20점)의 득점으로 야금야금 2점 차까지 따라붙어, 승부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자유투 성공률 90%를 자랑하던 추승균이 3개중 1개를 놓치고, 이상민(2점 3어시스트)이 5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승부는 순식간에 오리온스로 기울었다. 19일 대구체육관에서 벌어진 04∼05시즌 프로농구 2라운드 첫 경기에서 홈팀 오리온스가 KCC를 92-85로 누르고, 선두 TG삼보에 반 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오리온스는 4연승. KCC는 1쿼터에 민렌드가 반칙 3개로 일찌감치 교체됐지만 추승균과 조성원(18점) 그레고리 스템핀(19점) 등의 활약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2쿼터에서 리바운드를 장악하며 분위기를 바꿨다.10점 차까지 뒤졌던 오리온스는 공을 빠르게 패스하고, 골 밑으로 달려들어 가며 다시 건네받아 슛을 던지는 특유의 컷인플레이가 살아나면서 순식간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KCC는 주전 4명이 두자릿수 득점의 고른 활약을 했지만 18개의 실책을 쏟아내며 힘든 승부를 이어갔다. 특히 마지막 4분여를 남기고 4점 차까지 쫓아간 상황에서 이상민이 완전한 3점슛 찬스를 놓친 게 뼈아팠다. 오리온스 4연승의 수훈갑은 ‘특급 가드’ 김승현(13점 8어시스트). 2쿼터 초반 3반칙에 걸렸지만 위축되지 않았고 빠른 발로 코트를 휘저으며 송곳같이 공을 배달,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용병 듀오’ 네이트 존슨(30점)-로버트 잭슨(23점 16리바운드)도 KCC가 거센 반격에 나선 4쿼터에서만 8점 5리바운드를 합작,KCC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초겨울 단풍나무 햇순/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모처럼 참 좋은 일이 생겼다. 가슴 설레고 흥분되는 아주 기쁜 소식이다. 필자가 주임으로 있는 성당은 요즘 약간의 실내 리모델링을 포함해서 낡은 시설을 교체하는 손질을 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센스에 맞춰주고 싶어 갤러리도 만들고, 장애자급의 노령층이 많은 동네라서 엘리베이터도 설치하려 한다. 지하실 좁은 구석에 있던 화장실을 1층 빈터로 증축하여 옮기게 되었는데 거기는 본래 몇 그루 정원수가 서 있던 곳이다. 남쪽의 높은 성당 건물과 북쪽의 이웃집 담 사이에 햇빛이 들지 않은 응달이라서 삐쩍 마른 채로 하늘로만 치솟은 볼품없는 단풍나무들이다. 베어버리기는 어쩐지 아까워 앞마당으로 옮겨 심었다. 그런데 그 단풍나무에 일이 생긴 것이다. 요즘처럼 한창 쌀쌀한 날씨에 단풍나무 가지마다 연두빛깔 햇순이 새록새록 솟아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계절도 초겨울이니 만큼 몇 잎 나오다가 말겠지 했는데, 웬걸 나무 전체에 새 잎이 나고 잠깐 사이에 연초록 잎으로 갈아입었다. 다른 나무들은 여름내 무성한 잎을 떨구고 있는데 늦가을에 마치 계절을 착각한 양 새잎을 내고 있는 단풍을 바라볼 때마다 나무가 나에게 속삭이며 보내는 감사의 손짓도 느낀다. 햇빛도 들지 않은 곳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왔을까? “흠, 나도 참 좋은 일 하나 했구나. 빈둥빈둥 제대로 하는 일 하나도 없고 사람 구원은 못하더니 무심한 나무지만 어쨌거나 생명가진 것을 돌보았으니 그것도 구원 성업이다. 나도 모처럼 신부노릇 한번 했다!” 저 혼자 생각에 괜히 즐겁고 기쁘기 그지없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라보며 헤죽헤죽 웃는다. 그러나 사실은 빛도 못 보고 살던 나무가 하루종일 햇빛 아래 살게 되니 생존 본능에 따라 잎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위대한 자연의 섭리와 생명의 신비에 경탄한다. 나무에게는 물과 공기와 햇빛이 필요하다. 싹을 틔울 때부터 계절을 잊지 않고 잎을 내고 단풍들고 겨울을 나고 또 봄을 맞이하면서…. 그렇게 사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그런데 어떤 연유로 햇빛을 빼앗긴 응달에 심어졌었다. 태양 에너지를 얻지 못한 채, 그래도 죽을 수는 없어 오늘까지 고통스러운 생명을 부지해 왔다. 이제 해방과 자유의 환경을 찾았으니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쩌랴. 내 이 겨울이 지나 새봄이 오면 내 본래의 가지와 잎을 마음껏 내보이리라. 생명가진 모든 존재는 본래의 모습을 꽃피우게 되어 있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조건을 받아 태어나게 마련이다. 모든 생명은 그 자체에 위대한 분의 숨결과 에너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생태(生態)’라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생성 변화 소멸하는 자연현상을 보면서 존재의 원인자가 ‘물’이다 ‘불’이다 했다지만, 동양의 선인들은 “왜 이유를 찾는가? ‘스스로 그러한 것’을…”하며 ‘자연(自然)’이라 불렀다. 스스로 낳게 하고 스스로 성장케 하고 스스로 소멸토록 두라. 통제하거나 돌보려 하지 말라. 생태 질서를 가로막지 말라는 것이다. 인간의 생로병사도 사회의 발전도 또한 그렇지 않겠는가. 현대인들은 문명 생활은 지속적인 발전의 시스템 속에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래서 모든 것을 법과 국책의 괄호 속에 넣어 통제한다.‘안보’ ‘개발’이란 이름들이 그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문명인의 삶이란 자연의 이법에 합일됨에서 얻어져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것도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것도, 천성산 지율 스님의 외침도 자연의 이법에 순종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것일 게다. 그것이 사람과 사회의 진정한 건강성이라고 믿는다. 성당 마당 단풍나무가 부르는 태양의 찬가처럼 내 영혼도 우리나라도 건강한 생명력으로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Anycall프로농구] 용병 듀오 “천적은 없다”

    ‘더 이상 천적은 없다.’ 지난 시즌 KCC에 6전 전패를 당했던 SBS가 1년9개월 만에 달콤한 복수를 했다.SBS는 1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04∼05시즌 프로농구 경기에서 KCC를 112-93으로 대파했다. 112점은 전자랜드가 지난 6일 삼성을 상대로 올린 108점을 넘어선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득점. 승부는 높이에서 갈렸다.KCC는 교체용병 그레고리 스템핀(8점·9리바운드)이 SBS의 주니어 버로(24점·10리바운드)와 조 번(35점·17리바운드) ‘용병 듀오’에 공격 리바운드를 헌납하며 힘든 싸움을 자초했다. 1쿼터 중반까지는 KCC의 분위기였다.KCC는 백업가드 표명일이 외곽으로 빠르게 공을 돌리다 찰스 민렌드와 추승균이 골밑을 노리는, 확률 높은 공격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기선을 제압했다. 초반 3분여 동안 득점을 올리지 못하던 SBS는 번과 버로의 골밑 공격이 성공하면서 살아나기 시작했다.SBS는 1쿼터 4분여를 남기고 번이 레이업슛에 이은 추가자유투까지 꽂아넣어 14-12로 전세를 역전시켰다. 분위기를 바꾼 SBS는 양희승의 3점슛 2개가 연달아 림으로 빨려들어가며 점수 차를 10점까지 벌렸다. 2쿼터 들어서 은희석(7점·9어시스트)의 현란한 패스워크가 빛을 발했고,SBS는 코트를 장악했다. 은희석이 골밑으로 돌파하다 외곽으로 빼주는 패스를 김희선과 양희승이 무려 5개의 3점슛으로 연결,20점 차로 도망갔다. 양희승은 이날 고비마다 3점슛 5개를 터뜨리며 21득점을 낚아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김희선도 2쿼터에만 3점슛 3개를 포함,13점을 쓸어담는 등 20득점으로 오랜만에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KCC는 3쿼터 조성원의 3점슛이 폭발하며 82-73으로 점수 차를 좁히는 듯했지만,SBS는 두 용병의 착실한 골밑 득점에 힘입어 더 이상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KCC 신선우 감독은 “수비가 너무 일찍 무너져 손 쓸 수가 없었다.”면서 “용병 스템핀의 교체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윤성희 두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

    윤성희 두번째 소설집 ‘거기, 당신?’

    발표하는 작품마다 평단의 덕담을 푸지게 들어온 작가 윤성희(31)가 새 소설집 ‘거기, 당신?’(문학동네)을 펴냈다. 2001년 첫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으로 문학적 좌표를 굳힌 작가는 새 작품에서도 기왕에 꺼냈던 얘기를 마저하기로 한 듯하다. 데뷔작에서 그랬듯 주인공들은 여전히 이렇다 할 희망없이 지리멸렬한 일상을 부유한다. 그들 주변부를 들춰내는 작가의 필치도 달라지지 않았다. 과장없는 문장, 생략의 묘미를 살린 상황묘사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섬세하고 또 따습다. ●‘레고‘ 이후 발표한 단편 10편 묶어 소설집은 그동안 띄엄띄엄 발표해온 단편 10편으로 묶였다. 첫번째 단편 ‘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를 통해 작가는 전작(‘레고로 만든 집’)을 의도적으로 오버랩시키며 못다한 이야기의 끝말을 이어붙였다. 지진아 오빠와 무능한 아버지가, 이번에도 불운의 가족구도를 빌려 엇비슷한 모양새로 환생했다.‘나’를 낳다가 죽은 어머니, 어려서 사고로 죽은 쌍둥이 언니, 집을 나가 죽어버린 아버지. 혼자 남은 ‘나’는 우연히 열차 칸에서 만난 가출 여고생 Q,W와 만두가게를 차린다. 인물들은 하나같이 궁핍, 소외, 고독 등의 초라한 이미지로 덧칠됐다. 그럼에도 그들을 향한 작가의 연민은 번번이 각별하다. 보물찾기에는 실패했으되 나와 여고생 친구들은 만두가게에서 함께 모여 살고(‘유턴지점에 보물지도를 묻다’), 밤마다 세금고지서들의 사연에 귀기울이는 ‘그’와 누군지도 모르는 그를 기다리는 ‘그녀’는 스며들듯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리며(‘거기, 당신?’), 여자친구의 알 수 없는 마음을 찾아 서가의 책을 뒤지는 ‘갈매기’와 도서관 사서 ‘그녀’가 어느새 의기투합하기도 한다(‘그 남자의 책’). 소외된 인물들에 천착하면서도 작가는 주인공들 혹은 독자들에게 종국에는 치열한 생의 의지를 품게 만든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은 “윤성희 소설의 궁극적 지향은, 고독한 존재들의 숨은 사연에 귀 기울이고 자신의 절망을 유머화하는 인물들을 이야기하면서 우리시대의 ‘주변인의 주변인’들을 위무하는 데 있다.”고 평가했다. ●‘위무의 문학’ 소임 다한 글쓰기 곤고한 세상살이에 대한 위무가 문학의 한 기능이라면, 작가의 글쓰기는 소임을 다한 듯하다. 길눈이 어두운 독자라도 상관없겠다. 작가가 펼쳐 보이는 ‘위안의 지도’는 복잡하지 않다. 맨눈으로 샛길까지 찾을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배가 부르다고 생각하니 쓸쓸하다는 생각은 조금씩 옅어졌다. 사람들은 그래서 밥을 먹나봐…”(‘봉자네 분식집’)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결혼이야기]김관우(29·㈜탠코) 구수현(25·㈜탠코)

    [결혼이야기]김관우(29·㈜탠코) 구수현(25·㈜탠코)

    나의 평생 짝꿍이 될 사람. 김·관 ·우. 이름이 이쁘다. 회사에 입사해 본부 회식 때 오빠를 처음 봤다. 별 느낌 없었다.‘그냥 성실해 보인다.’라는 것밖에는. 잠바, 청바지, 가방 다 촌스러웠다. 그런데도 은근히 자세히 보았나 보다. 그런 소품까지 생각나는 걸 보면. 후훗. 언제부터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못되게도 그 당시 남자친구가 있었는데도 간혹 이런 생각을 했다.‘관우 오빠가 내 남자친구라면….’ 그런데 생각이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아 관우 오빤 나한테 서울랜드로 놀러 가자고 했다. 단 둘이. 그렇게 데이트 신청을 받고 나서 얼마나 설레고 기뻤는지, 지금까지 살면서 그 때만큼 설렌 적이 없는 것 같다. 서울랜드에서 우린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손을 잡고 다녔다. 잡은 두 손에 땀이 흥건한데도 놓지 않았다. 내가 너무 조그마해서 잃어버릴까봐 그랬단다. 시커먼 속을 누가 알랴만은, 그땐 그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일을 계기로 우린 사내 커플이 되었다. 하지만 사귀기 전 설렘과는 반대로 처음엔 참 많이도 싸우고 울고 속상했다. 계속 만나야 할까도 고민하고 헤어지자고도 해보고…. 한 8개월 정도는 그랬던 것 같다. 드라마에 나오는 그런 자상한 남자를 꿈꿨지만, 오빤 너무도 달랐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오빠가 날 사랑하는 방식을 조금씩 알 것 같다. 표현할 줄도 모르고 내색도 하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 날 얼마나 아끼고 생각하는지, 그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주말에 오빠가 나랑 안 놀고 친구랑 논다고 하면, 난 화내고 질투할 텐데, 내가 친구랑 만난다고 하면, 오빤 재밌게 놀다 오라면서 용돈 줘서 보내는 사람이니까. 남들은 사내 커플이라 매일 봐서 좋겠다며 부러워하지만, 그건 모르시는 말씀. 남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으려고 서로 모른 척할 때가 더 많았다. 어떨 땐 서로 말 안하고, 너무 사무적으로 대하니까 정말 남 같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가슴 한쪽에 구멍이 뻥 뚫린 것처럼 휑한 느낌. 하지만 이제 결혼하면 그런 답답한 생활에서 해방이다. 관우 오빠! 우리 회사에서 티 내지 않으려고 더 조심하고 표현 못했던 거, 결혼해서 만회하자. 행복하게 살자고 손가락 걸고 약속! 모두들 지켜봐 주세요. 김관우(29·㈜탠코) 구수현(25·㈜탠코)
  • 6人6色 공간해석…가나아트 ‘공간유희’展

    미술에서 공간은 이미지를 담는 그릇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수학적 선원근법으로 시작된 공간에 대한 예술가들의 끝없는 탐구는 오늘날 무한한 공간 해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평면회화에서 3차원의 공간을 표현하는 새로운 길을 열었고, 특히 동양미술에서는 여백을 통해 무한한 사유의 공간을 재창조하며 독특한 공간감각을 연출해왔다. 이제 공간은 더이상 작품의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2차원의 평면성이나 조각의 폐쇄성에서 탈피, 실제 공간으로 튀어나와 공간을 점령하고 새로운 의미의 공간을 창조하며 창작의 유희를 누리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공간유희 INDOOR&OUTDOOR’전(12월5일까지)에서는 미술과 공간의 역전된 관계 혹은 조화를 보여주는 여섯 작가의 독특한 공간 해석을 만날 수 있다. 박은선 박충흠 박선기 황인기 황혜선 이동재 등의 작가가 다양한 소재와 기법을 사용해 공간에 대한 독창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박은선은 이탈리아에서 발전한 선원근법에 정통한 작가. 테이프의 정교한 선으로 정확한 3차원의 입체 공간을 그려내고 여기에 거울이나 홀로그램 스티커, 라이트 박스를 활용해 공간의 의외성을 재미있게 시각화했다. 박충흠은 20년째 동판을 오리고 두들기고 용접해 이어붙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대형 조각은 그 안에 전구를 집어넣어 하나의 설치작품처럼 보인다. 틈새로 새어나오는 빛이 작품이 놓인 공간을 가득 채우면서 신비하고 따뜻한 세계를 연출한다. 숯을 재료로 작업해온 박선기는 숯덩어리를 낚싯줄로 공간에 매달아 신전기둥, 창문, 계단, 책상, 의자 같은 모양을 만들어냈다. 이 이미지들은 모두 공중에 떠다녀 무중력 상태를 연상시킨다. 황인기는 전통 산수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전통적인 평면회화를 추구하면서도 크리스털 알갱이나 레고 같은 독특한 매체들을 적절하게 사용해 단순한 평면성이 갖는 고요함을 뛰어넘는다. 황혜선은 유리판에 선으로 사물을 그린 뒤 사각의 틀 속에 여러 장을 겹쳐놓는 방법을 통해 회화적 평면과 조각적 3차원이라는 전통적인 공간을 해체, 작품에 운동감과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동재는 쌀을 재료로 초상화를 제작해온 작가. 캔버스에 질서있게 놓인 쌀 알갱이들의 둥근 입체감이 거리와 각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이번 전시는 예술에 있어서 공간은 단순히 작품이 놓이는 장소가 아니라 작품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작품임을 보여준다.(02)720-102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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