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레고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전남 완도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 식생활
    2026-01-2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018
  • (1) 에티오피아를 아시나요

    (1) 에티오피아를 아시나요

    에티오피아(Ethiopia)의 수도 아디스 아바바(Addis Ababa)에 와 있다.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아프리카를 찾아보면 북동쪽 근방에 뾰족한 뿔 모양을 한 대륙 에티오피아가 보인다. 동쪽으로는 소말리아, 남쪽으로는 케냐, 서쪽으로는 수단, 그리고 북쪽으로는 에리트리아와 지부티를 이웃으로 두고 있다. 우리가 농담으로 자주 언급하는 우간다와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도 에티오피아에서 가깝다. 1991년 에리트리아가 에티오피아로부터 분리 독립할 때 바다를 잃고 내륙국이 되면서 에티오피아는 대부분의 교역을 케냐의 몸바사, 수단의 수단항, 소말리아의 소말리랜드, 지부티의 지부티항을 통해서 하고 있다. 그러나 메인 교역항은 거리적으로 제일 가까운 지부티항이다. 현대의 아토스를 비롯해 우리나라에서 들어오는 대부분의 물건들은 이곳 지부티항에 정박해 에티오피아로 이동한다. 에티오피아는 대한민국의 5배정도 되는 땅덩어리에 현재 약 7천7백여만 명이 살고 있다. 수도인 아디스 아바바(New Flower의 의미)는 에티오피아의 중심에 위치해 있고 평균 해발 고도가 2,300m 정도의 고지대로 이곳에 약 325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고산병이 있는 사람들은 적응하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해발 고도만 높을 뿐이지 경사가 완만해 막상 와 보면 그 높이를 실감하지 못한다. 평균기온은 섭씨16도 정도이며 사계가 있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눈이 내리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달력으로 따졌을 때 9월에서 10월로 넘어가는 지금 이곳은 크렘트(Kremt)라고 부르는 겨울이며 날마다 비가 쏟아지는 대우기이다. 그러나 대우기라고는 해도 하루 종일 비가 와서 질척거리는 게 아니라 잠깐 확 쏟아지고 맑디맑은 하늘이 되는 그런 날씨다. 에티오피아에는 태양이 13개월이나 뜬다는 사실을 아는가. 에티오피아는 우리처럼 서역인 그레고리안 역법을 사용하지 않고 Julian Solar 캘린더를 사용하기 때문에 달력이 우리 보다 약 7년이 늦어 올해가 이들에겐 2006년이 아닌 1999년이다. 물론 1년도 12개월이 아니라 13개월이며 매년 1월 1일이 아닌 9월 11일이 에티오피아에서는 신년이 된다. 그런 이유로 온 세계가 다 치른 밀레니엄을 이들은 내년에 맞이하게 된다. 공식 언어는 영어와 암하릭(Amharic)어이며 암하릭어를 알면 이 곳에서의 생활이 아주 편해진다. 암하릭어는 33개의 자음과 7개의 모음으로 이루어진 표음문자로 모음을 21개나 가지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그리 어려운 언어는 아니다. 게다가 어순도 우리처럼 주어, 목적어, 그리고 서술어 순이다. 그러나 파열음이 몇 개 있어 발음하는데 애를 먹인다. 길가의 간판은 영어와 암하릭어가 병기되어 있어 큰 어려움이 없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물건을 살 때 암하릭어를 모르면 어디를 갈 수도 물건을 살 수도 없다. 하나밖에 없는 방송국인 ETV에서 채널 2개(ETV1, ETV2)를 가동하고 있지만 영어 방송은 한정되어 있고 드라마든 정보 프로그램이든 온통 암하릭어이다. 에티오피아 여행을 계획했다면 간단한 생활 암하릭어는 배워서 오는 게 좋을 것 같다. 서울에서 출발해 홍콩이나 태국의 방콕을 경유해서 이 곳에 올 수 있다. 유럽에서는 프랑크푸르트를, 아프리카 항공을 이용할 경우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케냐를 경유해 오는 방법이 있다. 아랍 에미레이트의 두바이 공항에서는 약 네 시간만 비행하면 아디스 아바바에 도착한다. 현재까지 에미레이트 항공이 가격은 제일 비싸지만 공항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시간이 제일 짧다. 우리나라와는 사증면제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에티오피아 입국시에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 2002년에 주한 에티오피아 대사관이 폐쇄되어 비자는 도쿄나 베이징의 에티오피아 대사관에서 받거나 아니면 아디스 아바바 공항에서 직접 받을 수 있다. 3개월 유효한 비자 발급시 20US$가 필요하다. 참고로 무조건 달러만 취급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대로 공항내에 있는 은행에서 에티오피아 birr를 바꾸어 내려고 했더니 달러를 요구했다. 또 1개월 단위로 비자를 받고 추가요금을 내면 3개월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체류기간이 3개월이면 20US$을 내고 한번에 3개월짜리 비자를 받을 수도 있다. 비자요금은 도쿄나 베이징에서 받더라도 현지 공항에서 받을 때와 똑같다. 지금 체류하고 있는 곳은 아디스 아바바의 중산층 가정으로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생활문화와 암하릭어를 배우고 있다.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는 ‘떠루너우’다 (암하릭어로 its good!).       <윤오순>
  • 베네수엘라 외무의 봉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1시간 이상 억류된 것으로 드러나 미 국무부가 뒤늦게 사과했다. 마두로 장관은 CNN 방송에 “어떤 방에 1시간40분간 갇혀 있다가 유엔주재 대사가 이끄는 대표단에 인계됐다.”고 밝혔다. 그는 베네수엘라 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베네수엘라 외무장관이라고 밝히자 상황이 더 나빠졌다.”면서 “공항 직원들이 내게 소리치고 모욕을 줬으며 경찰을 데려와 협박도 했다.”고 말했다. 마두로 장관은 이어 “공항측이 ‘서류가 없어 이동이 불가능하다.’며 여행서류와 항공권을 빼앗아갔다가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이 진상조사에 나서야 하며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문제 삼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미 국토안보부의 루스 노크 대변인은 당초 “문서를 빼앗거나 억류시키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하지만 이후 국무부 곤잘로 갈레고스 대변인은 “문제가 있었음을 확인했으며 이 사건에 유감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한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 농장지대를 방문해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악마로 불렀다는 이유로 나를 살해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자신이 유엔총회 연설 당시 필독을 권유한 ‘패권인가, 생존인가-미국은 지금 어디로 가는가’의 저자 놈 촘스키(77)가 곧 베네수엘라를 방문할 것이라며 사실상 ‘초대 의사’도 밝혔다.촘스키는 전날 뉴욕타임스에 “차베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를 만나면 행복할 것”이라고 화답했다.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남궁원에서 이준기까지… 대한민국 미남 변천사

    남궁원에서 이준기까지… 대한민국 미남 변천사

    글 오정연_<씨네 21> 기자 지난 4월 고故 신상옥 감독에 관한 기사를 쓰기 위해 주변 취재를 한 적이 있다. 신상옥 감독을 통해 스타가 된 수많은 배우를 만나는 것은 필수 코스, 신성일과 함께 당대 최고의 미남 스타였던 남궁원을 만났다. 믿기 힘든 말이겠지만, 40여 년 전 그녀들이 열광한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남궁원을 취재했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그는 당시 한국의 그레고리 펙”이었다며 눈을 빛내셨다. 요즘 세대들은 우수 어린 눈매와 반항아 같은 분위기로 ‘한국의 제임스 딘’이라 불렸던 신성일을 당대의 대표 배우로 여기지만, 그 무렵 남궁원은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대표급 미남배우였다고 한다. 낮게 깔리는 목소리, 지금 신세대 스타와 겨뤄도 손색없을 만큼의 당당한 풍채, 짙은 눈썹이 먼저 각인되는 눈매… 요즘의 기준에서 보자면 다소 ‘느끼하다’는 평가도 가능할 그 외모는 아무나 따라잡을 수 없기에 더욱 이상화된 서구적인 남성성의 표준이었을 것이다. 사실 그러한 미의 기준은 오늘날의 젊은 세대에게도 무리없이 통용될 정도. 클래식이 변함없이 사랑받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서구적인 마스크의 미남들 개인적인 기억을 더듬기 위해 다소 무리한 시간적 점프. TV나 영화에 나오는 남자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던 첫 번째 기억은 톰 크루즈였다. 그 무렵 역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미의 기준이란 것이 있던 시기였다. <탑건>이며 <칵테일> 등에서 그가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든, 영화의 완성도가 어떠하든 별 상관없었다. 그 이후로 아주 오랫동안, 그러니까 그가 케이티 홈즈와 사이언톨로지 등으로 믿을 수 없는 추태를 일삼기 전까지 그의 얼굴은 그 자체로 흥행수표였다. 그러나 아무리 완벽한 외모를 지녔든 할리우드의 빛나는 그들은 너무 먼 존재였다. 그 빈 자리를 메워주던 이들은 최재성, 손창민, 최수종 등,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청춘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의 주인공이다. 터프한 카리스마(최재성), 부드러운 친근함(손창민), 유머감각 속에 감춘 예민함(최수종). 그들은 각각 차별화된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고, 외모는 정확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당시로서는’ 한국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외모를 지녔다는 점이다. 이는 최수지, 이미연 등 비슷한 시기에 청춘스타로 불렸던 여자 연예인들도 마찬가지. 어딘가 한구석쯤 서구적인 면모를 지니지 않고서는 스타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도래한 것은 완벽한 미남의 시대. 깊게 패인 눈과 긴 속눈썹, 완벽한 신체 비례를 지닌 장동건, 정우성 등 당대의 대표 미남스타들은 한 구석이 아니라 그냥 그 자체로 서구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그들은 고독한 반항아, 더없는 사랑을 바치는 순정남, 구질구질한 루저까지 무난하게 소화했다. 그즈음이었을 것이다. 이들이 완벽한 외모에 만족하지 못하고 연기파 배우를 꿈꾸기 시작한 것은. 장동건은 연기의 기초를 다지겠다며 갑자기 학교에 진학하거나 온몸에 진흙을 바르고 해병대에 자원(<해안선>)하는 등 나름대로 고민의 시기를 보냈고, 정우성은 덥수룩한 머리를 늘어뜨린 지질한 캐릭터로 변신을 시도(<똥개>)하더니 몇 년째 감독의 꿈을 키우고 있다. 과거의 대표미남들은 이제 스타가 아닌 영화인이 되기를 원한다. 꽃미남이 몰려온다 그러나 우리의 눈은 계속해서 즐거움을 찾아 헤맨다. 완벽한 미남을 능가하는 것이 꽃미남. <가을동화>의 원빈은 극 중에서는 송혜교를 얻지 못했지만 숱한 여인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지금은 연애 중>의 권상우는 이의정과 함께 수많은 누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소년의 얼굴과 남자의 몸을 지닌 그들은 터프하되 위협적이지 않았고, 마초*적이지만 통제 가능했다. 강한 척 큰소리를 뻥뻥 치지만 그 속은 어찌나 연약한지 수시로 굵직한 눈물을 글썽거렸고, 세상을 다 아는 척 휘젓고 다니면서도 누나가 수습해야 할 문제를 만들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모든 여성들에게 내재되어 있다는(과연?) 이른바 ‘모성애’가 극성을 부린 시기라고나 할까. 물론 꽃미남 역시 고도의 진화를 거듭했다. 남자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우락부락한 근육, 매끈한 피부, 고도의 옷맵시까지 한 두가지가 아니게 됐다. 무조건적인 근육질보다는 적당히 마른 듯 근육이 느껴지는 몸매가 인기를 끌었다. 여자보다 아름다운 얼굴도 중요하지만 여자 못지않게 스타일에 신경 쓰는 태도 자체가 중요하다는 메트로섹슈얼**의 자리를 대신한 것은, 멋을 부리되 그런 티를 내지 않는 고도의 스타일 전략이 관건인 위버섹슈얼***이었다. 여자의 눈은 즐거워졌지만 남자의 삶은 팍팍해진 듯 보였다.(알다시피, 여자들의 삶은 그런 면에서 예전부터 팍팍했다.) 다원화된 미남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간 것은 단순히 미에 대한 기준만이 아니다. 흡사 야리야리한 인형과 같은 강동원뿐 아니라 거칠고 단단한 소지섭이 인기를 끌 수 있는 요즘. 탄력있는 몸을 지닌 비의 귀염성 가득한 작은 눈이, 뺀질거리는 태도가 오히려 친근한 김래원의 쌍거풀진 큰 눈과 대등하게 사랑받게 됐다. 이준기의 여린 턱선이든, 지진희의 서글서글한 미소든 상관없었다. 신이 내린 외모가 아니라 한순간 상대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킬 만한 한 방, 흔히들 개성이라고 말하는 한 가지가 가장 큰 힘을 지니게 됐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남의 세계 역시 다원화된 것이다. 심지어(?) 늘 궁시렁거리면서 평범한 넥타이 부대의 외모를 선보인 <연애시대>의 감우성마저 특정 계층에게는 이준기 못지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맛있게 투덜거리는 재주, 결정적인 순간에 세심한 마음씀씀이를 지닌 탓이다. 바야흐로 한 가지만 개발하면 미남 계열에 합류할 수 있는 좋은 시대라고? 극도로 세분화된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까다로워졌다고 달리 말하면 어떨까. TV 속에는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어여쁜 아이돌이 가득한 대신 그들을 구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 요즘. 이른바 무난하게 기준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지 않으면 미남이 될 수 없게 됐다. 미안한 말씀이지만, 경쟁은 한결 심화된 셈이다. * 마초macho : 스페인어로 ‘남성’이라는 뜻으로, 남성 우월주의 혹은 남성 우월주의자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 메트로섹슈얼metrosexual : 패션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도시 남성을 일컫는 말. 남성성에 여성성이 가미된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았다. *** 위버섹슈얼ubersexual : ‘위 월간<샘터>2006.09
  • 정의는 이로운가

    정의는 이로운가

    김성우 언론인《돌아가는 배》저자 인생은 의문이다. 세상에 정의는 있는 것인가. 정의가 있다면, 정의는 항상 불의에 이기는 것인가. 정의가 반드시 불의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은 그래도 의롭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의로운 것이 과연 이로운 것인가. * 태사공(太史公) 사마천(司馬遷)은 《사기(史記)》에서 크게 질문한다. ‘천도(天道)는 옳은 것이냐, 옳지 않은 것이냐.’(1) 천도가 대정의(大正義)다. 그는 절의를 지키려 수양산에 숨은 백이(伯夷)·숙제(叔齊)를 두고, “’천도는 공평무사하여 항상 선인의 편’(2)이라더니 백이·숙제는 선인이 아닌가. 그런데도 굶어죽고 말았으니.”하고 통탄한다. 그러면서 “조행이 정도를 벗어나고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만 범하면서도 종신토록 안락하고 부귀를 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길을 갈 때는 작은 길로 가지 않으며 공명정대한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데도 재화를 당하는 사람이 많으니, 천도는 과연 옳은 것이냐. 옳지 않은 것이냐.”하고 묻는 것이다. * 플라톤도 천도를 의심한다. ”올바르지 못한 사람은 올바르지 못한 짓을 거리낌 없이 저지름으로써 경쟁에서 상대를 능가하게 되고, 일단 능가하게 되면 부유하게도 되어 친구들을 잘되게 해주고 신들에 대한 봉납을 넉넉하게 바치게 되어, 결국은 이 사람이 올바른 사람보다 신의 사랑을 더 받게 된다.”(3) * 러시아 시인 푸쉬킨은 아예 천도를 부정한다. ”사람들은 말한다. ‘지상에 정의는 없다.’고. 그러나 천상에도 정의는 없다.”(4) * ’세계사의 주 부분으로 판단하건대 지금까지 정의는 항상 위험에 처해 왔다.’(5)고 말하듯이, 모든 역사는 정의의 패전보(敗戰譜)다. ’정의는 장님일 뿐 아니라 절름발이’(6)이기 때문이다. * 플라톤이 ‘우리 시대에 가장 정의로운 사람’(7)이라 불렀던 소크라테스. 그 소크라테스도 “바른 사람은 행복하고 부정한 사람은 불행하다.”고 평생 주장하고, 불의를 행할 것인가, 불의에 당할 것인가를 택일하라면 후자를 택하겠다더니 결국은 불의의 독배를 마셨다. * 정의는 추방된다. 중국 초(楚)나라의 우국지사 굴원(屈原)은 참소로 쫓겨나자 “온 세상이 혼탁하나 나 홀로 깨끗하고, 모든 사람들이 취해 있으나 나 홀로 깨어 있다. 그래서 추방당했다.”(8)고 노래 불렀다. ’그레고리 개혁’으로 유명한 교황 그레고리 7세는 로마에서 축출되어 객사하면서 “정의를 사랑하고 불의를 미워했다. 그래서 망명길에서 죽는다.”는 임종의 말을 남겼다. * 정의란 무엇인가. ’의는 사람의 길’(9)이요, ‘의는 사람의 대본’(10)이다. * ’정의 속에 모든 덕이 다 들어 있다.’(11) 정의는 덕의 일부가 아니라 덕 전체요 완전한 덕이다. * ’사상체계의 제1 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제1 덕목이다.’(12) ’정의는 사회의 질서다.’(13) * ’정의의 제1차적 기능은 자기가 정의롭지 못한 것에 의해 해를 입지 않는 한 남을 해치지 않는 데 있다.’(14) 그리고 ‘정의란 사람들의 상호관계에 있어서 서로 해치지 않고 해침을 당하지 않기 위한 일종의 계약이다.’(15) * ’정의란 자기 것을 소유하고 자기 일을 하는 것’(16)이다. 그리고 ‘정의란 누구에게서도 그의 소유의 것을 빼앗지 않는 것이다.’(17) * ’의는 마땅함이다.’(18) ’정의의 목적은 각자에게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19) * 이(利) 아닌 것이 의(義)다. 이익을 찾지 않는 것이 정의다. ’무엇을 위하는 것이 있어서 하는 것은 이요. 위하는 것 없이 하는 것이 의다.’(20) ’이를 보면 의를 생각하라.’(21)고 했고, ‘이를 보고도 양보하는 것이 의’(22)라고 했다. * ’정의는 타인의 선(善)이다. 자기 아닌 남에게 유익한 일을 하는 것이다.’(23) 말하자면 정의는 ‘남에게 좋은 것이요. 자기에게 해 가 되는 것이다.’(24) 성경도 말한다. ‘누구든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말고 남의 유익을 구하라.’(25) * 그러니 이는 불의(不義)하고 의는 불리(不利)하다. 이익은 정의에 어긋나고 정의는 자신에게 이롭지 못하다. 이롭지 못한 데도 정의로와야 하는가. * ’정의의 칼은 칼집이 없다.’(26) 정의는 힘이라고 한다. 그러나 “정의는 강자의 이익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27) 라고 공언한 것은 플라톤이었다. 정의는 힘 있는 자의 힘이다. ’힘 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압제적이다.’(28) * ’정의는 가장 약한 자의 권리다.’(29) 아리스토텔레스도 “약한 자는 항상 평등과 정의를 부르짖지만 강한 자는 여기에 아무 관심도 기울이지 않는다.”(30)고 말했다. 정의가 이렇게 약자에게 무력한 데도 정의의 힘을 믿고만 있어야 하는가. * 정의가 이롭지 못한 것이라 하여 세상에 의로운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고려 명종(明宗) 때의 사람 노극청(盧克淸)이 가난하여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 그가 잠시 외지에 나간 사이에 아내가 현덕수(玄德守)란 사람에게 은 12근을 받고 집을 팔았다. 극청이 돌아와 덕수에게 “내가 집을 살 때 은 9근 주었고 몇 해 사는 동안 더 꾸민 것도 없으니 더 받은 3근을 돌려 주겠다” 했더니, 덕수가 그대는 의를 지키는데 나만 의를 지키지 못하겠느냐”면서 받지 않았다. 극청이 다시 “내 평생에 의가 아닌 일은 하지 않았는데 어찌 집을 헐하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겠느냐. 만약 내 말을 따르지 않겠다면 그 집 값을 돌려 줄 테니 집을 물러달라”고 했다. 덕수가 마지못해 은 3근을 받으면서 “내가 어찌 극청보다 못할 사람인가.”하고는 그 돈을 절에 기부했다.(31) * 아무리 정의가 무력한들 정의가 없으면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예부터 ‘하늘의 뜻에 따르는 자는 생존하고 하늘의 뜻에 거슬리는 자는 멸망한다.’(32)고 했다. 정의가 무너지는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다. * 선상수훈(山上垂訓)에도 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배부를 것임이요.’(33) * ’정의의 움직임은 느리지만 사악을 타파하는 데 실패하는 일은 드물다.’(34)는 말을 우리는 믿지 않으면 안 된다. * 부귀가 불의의 과실이라는데 아리스토텔레스는 부귀한 사람들에게 충고한다. ”인생에서 성공을 거두고 세상에서 행복이라 일컫는 것을 향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많은 정도의 정의가 요구된다.”(35) * 송(宋)대의 학자 정이(程)는 “성인은 의로써 이를 삼는다.”(36)고 했고, 장재(張載)는 “모름지기 의리의 즐거움이 의욕보다 더하다는 것을 진실로 알아야 한다.”(37)고 했다. 그리고 묵자(墨子)는 결론 내린다. ”의로움이란 이로운 것이다.”(38) 정의는 불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자기에게 유리한 것이다. * ”세계가 멸망하더라도 정의가 이루어지게 하라.”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페르디난트 1세의 이 모토가 모든 사람의 모토라야 한다. (1) ‘天道是耶非耶’-《사기》 백이전(伯夷傳) (2) 《노자(老子)》 79장 (3) 플라톤 《국가》Ⅱ, 362b (4) 푸쉬킨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5) 월터 휘트먼 《민주주의의 전망》 (6) 토머스 오트웨이 《보존된 베니스》 (7) 플라톤 《파이돈》 118a (8) 《사기》 굴원전(屈原傳) (9) ‘義人路也’ - 《맹자(孟子)》 고자(告子) 상 (10) ‘義者人之大本也’-《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 (11)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V·1 (12) 존 롤즈 《정의론》 제 1장 (13)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14) 키케로 《의무론》 Ⅰ·7 (15)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 《그리스철학자 열전》X, 에피쿠로스 (16) 플라톤 《국가》Ⅳ, 433e (17) 토머스 홉스 《리바이어탄》 Ⅱ (18) ‘義者宜也’- 《중용(中庸)》 20장 (19) 키케로 《법률에 대하여》Ⅰ (20) 《십팔사략(十八史略) 남송(南宋) 효종(孝宗) [송학자 장식(張拭)의 말] (21) 《논어(論語)》 헌문(憲問) (22) 《예기(禮記》 악기(樂記) (23)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V·1 (24) 플라톤 《국가》I, 343c (25) 《신약성서》고린도전서 10:24 (26) 조세프 드 메스트르 《페테르부르그 야화》 (27) 플라톤 《국가》I, 338c (28) 파스칼 《팡세》 §298 (29) 조세프 주베르 《단상집》 법에 대하여 §17 (30)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Ⅵ·3 (31) 《고려서절요(高麗史節要)》 권13, 명종(明宗) (32) ‘順天者存 逆天者亡’- 《맹자》 이루(離婁) 상 (33) 《신약성서》 마태복음 5:6 (34) 호라티우스 《카르미나》Ⅲ (35) 아리스토텔레스《정치학》Ⅶ·15 (36) 《근사록(近思錄)》 출처류(出處類) (37) Ib. (38) ‘義利也’-《묵자》 경(經) 상     월간 <삶과꿈> 2006.09 구독문의:02-319-3791
  •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인공팔’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인공팔’

    해병대 출신의 씩씩한 미국 여인 클라우디아 미첼(사진 오른쪽·26).2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왼쪽 팔을 잃은 그는 13일(현지시간) 부상 후 처음으로 스테이크를 잘라 먹고는 감격했다. 여느 사람에겐 아무 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로선 2년 동안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 시카고 재활연구소 토드 쿠이켄 박사팀이 개발한 ‘바이오닉(생체공학) 팔’ 덕분이었다. 미첼은 뇌에서 내린 지시를 근육에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어깨 말단의 신경들을 흉근(胸筋)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고 바이오닉 팔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14일 전했다. 이식된 신경들은 반년 뒤 다시 자라난다. 이식 부위에 부착된 전극(電極)은 뇌로부터 잃어버린 팔 쪽으로 전해지는 신경자극을 포착해 이것을 바이오닉 팔에 전달, 팔과 손을 미세하게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미첼은 역시 2년 전 전선을 잘못 건드려 두 팔을 모두 잃은 제시 설리번(사진 왼쪽·56) 등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 여성으로선 처음 이 수술에 성공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에서 쿠이켄 박사, 수술을 집도한 노스웨스턴 메모리얼 병원 성형외과 그레고리 두마니안 박사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팔 동작을 시연했다. 미첼이 전에 쓰던 인공팔은 한번에 한 동작밖에 할 수 없었다. 예를 들어 팔꿈치를 펴거나 손을 펴거나 둘 중 하나만을 하기 위해 어떤 근육을 움직일까를 고민해야 했다. 또 너무 커서 어깨에 두르느라 낑낑대야 했지만 그런 수고를 들일 만큼 다양한 동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쿠이켄 박사가 ‘탱크’라고 애칭을 붙인 이 바이오닉 팔은 7개의 전동모터가 들어가고 전선, 기계장치가 들어가는데도 무게가 4㎏밖에 되지 않아 어깨에도 부담을 덜 준다. 미첼은 “이제 생각만으로도 (팔과 손을) 움직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부서지기 쉽고 아직 연구 공간에서만 쓸 수 있는 약점이 있지만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다음 과제는 손가락에서 뇌로 신호를 되돌려 압력이나 열(熱), 모서리 등을 감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쿠이켄 박사는 밝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北출발 시리아행 선박 대공방어 시스템 적재

    북한을 출발해 시리아로 향하다 키프로스 정부에 억류된 선박이 대공 방어 시스템을 운송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키프로스는 지난해 7월 미국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협정을 맺었으며 이번 조치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대북결의안에 따른 것으로 분석돼 귀추가 주목된다. 키프로스 당국은 이날 파나마선적 그레고리 1호에 실린 물품 중 18대의 트럭에 장착된 레이더가 대공방어 시스템의 일부분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리아 정부는 기상관측장비라고 표시된 문제의 화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키프로스 경찰은 모든 조사를 끝내고 외교부와 세관이 선박 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 선박은 북한 동해안에서 떠나는 모습이 인공위성에 포착됐다. 미국이 PSI가입 국가와 국제경찰기구인 인터폴에 알려 선박의 항로를 추적했으며 키프로스 정부는 지난 5일 억류한 뒤 일주일 동안 조사를 벌였다. 배에는 트럭 18대에 장착된 이동레이더 시스템과 3대의 지휘 차량이 있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제2 맨유맨은?

    ‘제2의 한국인 맨유맨’이 탄생할까?’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주말 발언’에 국내 팬들이 설레고 있다. 퍼거슨 감독은 지난 9일 구단 홈페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수를 영입하는 절차와 경로 등 모든 면에서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우리는 현재 한 명의 젊은 한국 선수(young boy)를 눈여겨보고 있고, 빠른 시일 내에 데려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물론 구체적인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눈에 쏙 든 선수는 누구일까. 지금으로선 쉽사리 ‘대상자’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젊은 선수’라면 일단 박주영 김두현 김영광 등 25세 미만의 선수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의 ‘영 보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알려진 이들보다 훨씬 더 나이가 어린 선수들이 될 수도 있다. 때마침 영국의 축구전문 사이트 ‘클럽콜닷컴’은 “퍼거슨 감독이 언급한 선수는 ‘맨유 프리미어컵’에 출전한 울산 현대의 유소년팀(울산 현대중)과 연관이 있다.”고 보도했다.‘맨유 프리미어컵’은 2004년부터 맨유가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15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회다. 맨유는 40여개국이 참가한 이 대회를 통해 ‘떡잎 색깔이 분명한’ 유망주들을 미리 점찍어 둔다. ‘클럽콜닷컴’의 보도가 정확하다면 이 대회에 지난 2년 연속 한국대표로 본선에 참가한 울산 현대중 선수들 가운데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한국 예선에서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곽정술(15)이 ‘제1 후보’다. 나이에 견줘 체격(182㎝,67㎏)과 슈팅 능력이 빼어난 대형 공격수로 홍콩 본선에서 크게 활약하며 팀을 세계 6위에 올려놓았다. 5골로 한국예선 득점왕을 차지한 이호석(14·광양제철중)도 빠질 수 없다. 스피드와 드리블 능력에서 차세대 재목감으로 꼽힌다. 청소년 대표까지 뛰는 남태희(15)도 있다. 영국 캐링턴에서 열린 올해 대회 본선에서 다부진 플레이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한·일청소년(14세 이하)축구대표팀 친선경기에서는 2차전 연속골을 포함, 두 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3골을 뽑아내기도 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1) 상처 여전한 뉴욕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 이정표 잃은 뉴욕 사람들 간혹 길을 헤맨다… 그라운드 제로 현장엔 프리덤타워가 들어선다지만… 한쪽선 아직도 유해를 찾으려는 가족들… 죽음의 냄새… 월스트리트, 그 풍요에 머물던 이들 하나 둘 떠나고 주택용 빌딩으로 소리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인가.3000여명이 불과 2∼3시간의 테러 공격으로 무참히 스러진 9·11 이후 5년이 흘렀지만 테러 종식을 명분으로 내건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답답하기만 하고 유럽과 중동에서의 테러 위협도 여전하다. 근본적으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9·11 이후 5년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뉴욕 맨해튼의 소호 지하철 역을 빠져나온 패트리샤 켈리는 오늘도 무심코 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난 2000년 콜로라도주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 취직하면서 맨해튼으로 이주해온 켈리. 그녀는 처음 맨해튼에 정착할 때부터 남쪽 다운타운에 높이 솟아오른 세계무역센터(WTC)를 이정표로 삼았다. 맨해튼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WTC 위치만 확인하면 그녀가 있는 지점의 동서남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9월11일 알 카에다가 조종한 뉴욕 테러가 발생하면서 켈리는 이정표를 잃게 됐다.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곳 지리도 손금처럼 익숙해졌지만 켈리는 지금도 길을 걷다가 습관처럼 남쪽을 돌아본다. 그러나 WTC가 서있던 7번가 쪽에는 높다란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만 보인다. 그럴 때마다 팔·다리 하나가 없거나, 이가 하나 빠져버린 느낌이 든다고 켈리는 말했다. 그날의 충격과 상처는 뉴요커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이슬람 저항세력인 알 카에다의 테러에 의해 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선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속살을 드러내듯 땅이 파헤쳐진 현장 모습은 5년 전의 생채기가 여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이 ‘그라운드 제로’라 부르는 이 현장에는 새로운 빌딩 ‘프리덤 타워’를 세우기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지하철역 ‘패스 스테이션’으로 들어가면 공사 현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땅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세워졌고 각종 장비를 실은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공사 현장은 활기가 없다. 아직 대부분의 공사가 20여m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의 기반 공사 작업은 새벽 1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하루 빨리 붕괴된 WTC의 상흔을 없애고 프리덤 타워를 올리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는 것이다.77층으로 설계된 프리덤 타워 건설에는 20억달러(약 2조원)가 소요된다. 프리덤 타워 주변에는 9·11기념공원과 공연장, 프리덤 센터 등이 함께 들어선다. 공사 현장의 감독관인 브라이언 라이언. 건설회사 중견 간부였던 그는 9·11 당시 뉴욕의 소방관이었던 동생 마이클을 잃었다. WTC 남쪽 빌딩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마이클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실종됐다. 시신마저 끝내 찾을 수 없었고 그가 쓰던 장비만이 형에게로 돌아왔다. 브라이언은 그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동생의 유해 찾기에 몰두했다. 그러다가 결국 프리덤 타워 건설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브라이언은 “동생을 묻은 이곳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이따금 희생자 유해 일부나 유물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센터가 자리잡았던 월스트리트는 9·11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 금융사와 금융인들이 늘고 있다. 근처의 업무용 빌딩들은 주택으로 변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떠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 수입도 줄어 주거용으로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이들조차 이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뭔가 ‘죽음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9·11은 미국인들이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사진기자였던 데이비드 핸드처는 9·11때 납치된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는 장면을 가장 생생하게 사진에 담은 언론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비행기가 충돌하면서 벌어진 아비규환을 현장에서 카메라에 담다가 빌딩이 붕괴될 때 매몰됐고 소방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핸드처는 그날 이후 신문사를 위해 사건 현장의 사진을 찍는 일을 접었다. 사진은 ‘먹고 살기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촬영한다. 그것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진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핸드처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사고 이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 살고 있거나, 그날의 사건을 직접 경험했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침대 밑에 귀신들을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따금 그 귀신들이 침대를 뛰쳐나와 우리를 조롱하고 물어뜯는다.”고 말했다. 핸드처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귀신들과 놀아줘야 하며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다시 많은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운트 시나이 의학센터가 2002년 7월부터 2004년 4월까지 WTC 현장 정리작업에 참여한 근로자와 자원봉사자 9500명를 조사한 결과, 이 중 70% 정도가 9·11 이후 호홉기 질환을 갖거나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전했다. 더욱 무섭고 슬픈 것은 9·11 테러로 인한 상처가 어린이들에게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거나 TV를 시청했던 어린이들이 미술 시간에 비행기가 건물로 돌진, 충돌하거나 오사마 빈 라덴이 WTC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모습을 그린다고 한다. 심리학자인 로빈 굿맨은 “집짓기 장난감인 레고로 높은 건물을 만든 다음에 갑자기 충격을 줘서 무너뜨리는 장난을 하는 아이도 있다.”면서 “이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어린이는 트라우마(정신적인 외상)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현상금 239억원 걸린 빈 라덴 못잡나 안잡나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부터 그의 체포에 나섰지만 못 잡는지, 안 잡는지 의문만 쌓이고 있다.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숨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 CNN은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 치트랄이 유력하다고 지난달 23일 보도했다.2003년 공개된 비디오에서 그의 뒤에 비친 나무가 이 지역 고유종이라는 것이다. 어디 있는지 안다고 곧바로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형이 험준한 데다 정보도 완벽히 차단돼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철저히 인편으로만 소통한다. 미 제10 산악사단 조지 윌리엄스 하사관은 “산 속에서 마치 유령을 쫓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해체된 미 중앙정보국(CIA) 빈 라덴 체포 전담반 책임자였던 마이클 셰우어는 “그가 외부와 접촉하는 망이 있으며 원하면 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고 말했다. 은신처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이슬람 영웅’을 신고할 사람도 없다. 자칫 죽음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상금 2500만달러(약 239억원)는 그림의 떡이다. 그를 잡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목전에서 놓쳤다. 지난 1월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폭격으로 숨졌을 때 그도 현장에서 불과 몇㎞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2001년에도 아프간 토라보라산에서 붙잡힐 뻔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2004년 10월이 마지막이었지만 녹음 테이프는 올해만 벌써 5차례나 나왔다. 물론 그가 더이상 테러를 지휘할 수 없을 만큼 고립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만으로도 위력을 발휘하는 ‘카에디즘의 교주’는 이제 잡히더라도 후폭풍이 우려된다. 때문에 미국이 잡을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사담 후세인만 잡으면 끝날 것 같던 이라크 상황을 볼 때 그의 체포보다는 지역 안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아프간 미군 2만명 중 절반이 7만여㎞의 국경지대에서 탈레반 잔당을 쫓기에도 힘이 달린다. 파키스탄도 체념한 듯하다. 미 ABC 방송과 5일(현지시간) 인터뷰한 한 관리는 “그가 만약 파키스탄에 있다 해도 말썽만 일으키지 않으면 굳이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군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북부 와지리스탄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선으로 사색한 예술가, 뒤러

    독일의 화가이자 판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마르틴 루터를 추종한 진보적 인문주의자였다.그는 가장 친한 친구인 뉘른베르크의 지성 빌리발트 피르크하이머와 함께 이집트 상형문자에서 에라스무스의 인문주의 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탐구했다. 몇 년씩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세례를 받았고 자신이 터득한 인체비례와 기하학, 원근법을 북유럽에 알리기 위해 책을 썼다.‘인문주의 예술가 뒤러1·2’(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한길아트 펴냄)는 지적 인문주의자 뒤러의 작품을 도상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다.20세기 최고의 미술사가로 꼽히는 저자의 도상해석학적 방법론은 수수께끼 같은 알레고리와 복잡한 도상들이 가득한 뒤러의 작품을 분석하기에 안성맞춤.뒤늦게 르네상스 대열에 합류한 독일이 판화를 통해 미술대국의 반열에 올라선 데는 뒤러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영국의 시인 키츠가 산문이 아니라 시로 사색했듯, 뒤러는 선으로 사색을 했다. 각권 1만 7000원.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새영화] ‘연애, 그 참을수… ’

    [새영화] ‘연애, 그 참을수… ’

    두 이성에게 사랑받는 사람,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선택은 무엇일까. 사랑하는 사람 따로 있고, 같이 사는 사람을 따로 둔 상황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은 누구일까. 화려한 사랑 뒤에 오는 이별은 사랑만큼 아름다울 수 없는 것인가. 그리고 과연 ‘쿨한 연애’라는 것은 있나.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제작 굿플레이어·7일 개봉)은 어쩌면 지금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고, 주변에서 본 적 있는 상황일 수도 있는 연애담을 풀어냈다. 다소 거칠고, 격렬하게. 철없는 갈비집 외아들 영운(김승우)과 매력적인 술집 종업원 연아(장진영). 연아는 일터에서 ‘꼴통’으로 불릴 정도로 과격하지만 영운에게는 더없이 헌신적인 여자다. 서로 욕지거리를 하고, 머리채를 붙들고 주먹다짐을 해가며 싸우면서도 둘의 사랑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영우에게 연아는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랑하는 여자이지만, 때로는 평온한 결혼생활을 위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쉽고 가볍게 ‘나 너 한번 꼬셔볼래’로 시작한 연애의 끝은 영화의 제목처럼 썩 가볍지 않다. 김해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것처럼 시작은 설레고 화려하지만 끝날 때는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 연애인 것이다. 지독한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공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말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욕이나 비속어, 과격하게 표현된 둘의 몸싸움에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이들의 주변에서, 둘의 사랑을 지켜보는 화려하고 쫀쫀한 조연들이 없다면 이 연애, 참 불편하고 답답하며 짜증날지도 모르겠다.18세 이상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꺼리던 기업들 ‘맞춤 설계’ 내밀자 반색”

    “꺼리던 기업들 ‘맞춤 설계’ 내밀자 반색”

    개성공단에서 남북경협사업을 다지는 여성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손성연(46) CNC건설 사장이 주인공이다. 손 사장만큼 개성공단을 자주 드나든 사람도 많지 않다. 올 1월 처음으로 방문한 이후 수십 차례 다녀왔다. 손 사장은 개성에 진출하는 중소기업 2곳의 공장을 짓고 있다. 손 사장이 개성공단 진출 발판을 마련한 것은 지난 연말부터다. 처음엔 현대아산 협력업체로 참여해 공사를 해볼 요량으로 접촉했지만 사정이 생각만큼 좋지는 않았다. 여기서 주저앉을 손 사장이 아니었다. 이미 국내 50여개 현장에서 실력을 인정받았던 터라 자신감과 뚝심으로 입주 예정 업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부닥쳤다. 개성 진출은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손 사장은 “의욕은 대단했지만 기업들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에 일감을 주지 않으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중소 건설사를 믿지 못하고, 더구나 여자 사장을 믿지 못하는 우리나라 기업 풍토를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름대로 ‘특화 전략’을 구사했다. 단순히 일감을 달라고 매달리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건축주에 앞서 제품 생산 특성에 맞는 공장 설계도를 만들어 들이밀었던 것이다. 문전박대하던 기업들도 차츰 CNC건설을 주목했다. 그래서 따낸 일감이 평화제화와 의류업체 좋은사람들 공장 건설 공사다. 평화제화 공장은 이달 중순 공사를 마친다. 하반기부터 생산이 가능하다. 좋은사람들 공장도 철골조 공사가 한창이다.11월 공사를 마치면 연말 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하반기에 2개 공장을 더 짓고,11월에 토지공사와 현대아산, 한창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호텔도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성공단에 파견된 본사, 협력업체 직원 외에 북측 근로자 40여명도 함께 일한다. 손 사장은 “처음 북측 근로자들의 기술력은 남한 기술자의 1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40% 수준까지 따라붙었다.”며 “처음에는 능률이 오르지 않아 걱정이 많았는데 이제는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자랑했다. 처음에는 걱정돼 매주 개성을 오가며 공정을 챙겼지만 지금은 다르다. 전화가 개통됐기 때문에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그래도 한 달에 두세 번은 방문한다. 손 사장은 “처음 개성을 방문할 때는 설레고 긴장됐는데, 자주 드나들다 보니 출입국에 지장이 있을 뿐 전혀 다른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을 오갈 때마다 남북경협을 다진다는 생각에 피곤함도 잊는다.”며 “개성공단 사업이 통일기반을 다지는 작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국내 여성 토목설계사 1호인 손 사장은 남광토건, 대림엔지니어링 등 대형 건설업체에서 20년간 실무를 다지고 2000년 4월 창업했다. 내로라하는 건설전문가들이 모인 건설선진화위원회, 건축분쟁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 중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책꽂이]

    ●박완서 단편소설 전집(박완서 지음, 문학동네 펴냄) 7년만에 새롭게 장정을 바꿔 펴낸 저자의 단편 전집. 이번 개정판에선 1998년 창비에서 나온 단행본 ‘너무도 쓸쓸한 당신’을 ‘그 여자네 집’으로 제목을 바꿔 실었다. 부조리한 현실세계에 안주함으로써 더 큰 절망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린 초기소설부터 1990년대 후반 작품까지 총망라됐다.1∼5권 1만 2000원,6권 1만원. ●아인슈타인의 달팽이(전기철 지음, 문학동네 펴냄) ‘나비의 침묵’‘풍경의 위독’에 이은 저자의 세번째 시집. 해체된 자아를 통해 다음성적(多音聲的)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독창적인 시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유마힐 문병기’‘풍경의 무게’‘문장의 기럭지’‘신노마만리(新駑馬萬里)’등 60여편의 시가 실렸다.7000원. ●지용시선(정지용 지음, 을유문화사 펴냄) 발간 60년 만에 복간된 ‘한국 현대시의 아버지’ 정지용 시인의 시집. 정지용은 한국 현대시사에서 ‘언어에 대한 자각’을 실천한 최초의 시인이다.1920년대 시인들의 시가 대부분 과도한 감정의 분출을 드러내는 데 비해 정지용은 감정을 이지적으로 절제해 이미지로 표현하는 새로운 시작법을 선보였다.“시의 정신적 심도는 필연적으로 언어의 정령을 잡지 않고서는 표현 제작에 오를 수 없다.”는 게 지용의 말. 고려대 최동호 교수는 “지용 시에 이르러 한국어는 모국어로서 민족언어의 완성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고 평가한다.9000원. ●문학의 모험­채만식의 항일투쟁과 문학적 실험(최유찬 지음, 역락 펴냄)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1930년대 대표적인 풍자작가, 리얼리스트로 평가받아온 채만식. 그러나 친일문학 행위에 대한 청산작업이 본격화된 2002년 이후 채만식의 문학은 일부 문학인과 사회단체의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채만식의 작품을 한국문학의 정전에서 배제하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는 것. 저자(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채만식은 “검열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알레고리를 자신의 문학 방법으로 사용한 식민지시기 최고의 저항문학 작가”라고 말한다.2만 2000원. ●나비를 태우는 강(이화경 지음, 민음사 펴냄) 소설집 ‘수화’와 인도동화번역집 ‘그림자 개’로 이름을 알린 저자의 첫 장편소설. 남성적인 공격성과 정복에 대한 은유로 해석할 수 있는 주인공 쿨만과 첸의 동성애, 그리고 첸을 사랑하는 또 한 명의 주인공 준하가 펼치는 짝사랑이 소설의 얼개를 이룬다. 첸이 마지막 여행지 인도에서 발견하는 삶의 아이러니와 사랑의 환멸이 소설의 포인트.9000원.
  • 록·재즈와 함께하는 가을스케치

    록·재즈와 함께하는 가을스케치

    록, 재즈, 뉴웨이브, 그리고 가요…. 초가을 9월을 맞아 다채로운 음악들이 팬들을 찾아간다. 우선 데뷔 30주년을 맞은 ‘블론디(Blondie)’의 내한공연이 눈길을 끈다.‘Heart of glass’,‘Call me’ 등 소위 ‘롤러장 음악’으로 유명한 뉴웨이브 펑크 록그룹. 원년 멤버 모두가 참여하는 이번 공연은 ‘블론디’란 이름으로 벌이는 첫 내한공연이자 은퇴공연이 될 듯하다.7080세대라면 1970∼80년대의 대표적인 섹스심벌 데보라 해리(보컬)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가슴설렐 법도 하다. 오는 9월 13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다.(02)6402-4636. ‘타협하지 않는 영혼’ 임재범의 데뷔 20주년 콘서트 ‘비상’이 뒤를 잇는다.9월16∼17일 이틀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파트Ⅰ,Ⅱ로 나뉘어 각기 다른 노래들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 파트Ⅰ(16일)은 1986∼1996년 사이, 파트Ⅱ(17일)는 1997년∼현재까지 발표한 앨범 수록곡 위주로 공연을 펼친다.2일 패키지 티켓을 구입하면 할인혜택을 받는다.(02)527-3950.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는 고란 브레고비치의 집시 오페라 ‘해피엔딩 카르멘’과 포르투갈 민속음악인 파두(fado)가수 마리자의 공연이 각각 2일과 21일 열린다.22일엔 영국의 4인조 남성 아카펠라 그룹 칸타빌레의 첫 내한공연이 마련돼 있다.(02)2005-0114. 야외공연도 줄을 잇고 있다.9월21∼24일 경기도 가평에서는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린다. 재즈 스테이지, 파티 스테이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031)581-2813∼4.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역사가 놓친 민초들의 얘기 ‘새록’

    이야기라는 그물은 역사의 그물보다 한결 촘촘하다. 역사가 외면한, 아니 놓치고 간 것들을 이야기는 알뜰하게 주워 섬긴다. 설화가 됐든, 패설이 됐든, 야담이 됐든 이야기에 정이 가는 것은 거기에 우리 삶의 원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본능. 우리 조상들은 틈만 나면 마실을 다니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도서출판 보리에서 기획한 북한의 한국학 고전 현대화 시리즈 ‘겨레고전문학선집’(전4권)에는 675편이나 되는 우리 옛 이야기가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삼국유사’를 비롯해 성현의 ‘용재총화’, 유몽인의 ‘어우야담’, 조선말의 ‘잡기고담’ 등 우리 설화·패설·야담집에서 골라 실었다. 설화는 ‘거북아 거북아 수로를 내놓아라’라는 제목의 책으로 묶였고,‘거문고에 귀신이 붙었다고 야단’‘폭포는 돼지가 다 먹었지요’라는 타이틀을 내건 두 권은 패설집으로 기획됐다.‘내시의 안해’에는 야담집에서 추려낸 재기발랄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먼저 관심을 끄는 것은 패설. 패설이란 말은 고려말 이제현이 쓴 패설집 ‘역옹패설’에 그 어원을 둔다.“패(稗)의 뜻을 따지면 ‘돌피’라는 말이다. 함부로 적어 놓은 글들을 기쁘게 뒤적거려 보나 아무 맺힌 것, 속살 있는 것이 없어서 그 하찮은 것이 돌피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래서 그것들을 한데 묶어 ‘패설(稗說)’이라고 이름 붙였다.” 요컨대 패설이란 붓 가는 대로 끼적거린, 어깨에 힘을 빼고 자유롭게 쓴 글이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백과사전류인 ‘견첩록’에 실려 전하는 이야기 한 토막. 고을 원의 가렴주구가 하도 심해 백성들은 죽을 맛이었다. 하루는 원님이 운문사의 스님을 보고 “너희 절이 지금쯤 폭포가 보기 좋겠구나.”라고 하자, 스님은 또 뭘 달라는 줄 알고 놀라 얼결에 “절의 폭포는 올 여름에 멧돼지가 다 먹어버렸습니다.”라고 했다. 명승으로 이름난 강릉 한송정에 관리들의 행차가 이어져 폐해가 심하자 백성들이 차라리 한송정을 호랑이가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이같은 패설은 시가 돼 불려지기도 했다.“폭포는 올해/돼지가 다 먹었건만/한송정은 어느 날에/범이 와서 잡아갈까.” 풍자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대의 징후를 생생히 드러내는 야담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잡기고담’에 나오는 ‘내시의 안해’가 대표적인 예다.“초가지붕 아래서 베 이불을 덮고 자고 나물죽을 나누어 먹더라도 진짜 사내와 사는 게 인생의 더없는 낙이 아니겠소?” 내시의 아내로 사는 것을 포기하고 딴 남자를 골라 새로운 인생을 열어가는 ‘대담한’ 조선시대 여성의 이야기다. 신분질서가 해체돼 가던 조선 후기, 낡은 질서에서 벗어나 자신의 욕망과 개성을 발산하는 능동적 주체들의 변화된 삶을 엿볼 수 있다. 북한에서 국역된 고전들을 다시 편집한 이번 시리즈는 리상호, 홍기문(홍명희의 아들) 등 북한을 대표하는 한학의 대가들이 우리말 번역을 맡았다. 권당 2만 2000∼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국악·재즈 얼~~~쑤

    국악·재즈 얼~~~쑤

    타이틀 한번 거창하다.‘한·불수교 120주년 기념 진보음악 콘서트,The Cross-Link’. 한불 수교에 진보음악이라니. 타이틀만 생각해서 이 공연을 보고자 한다면 오산일 터이다. 한국과 프랑스 연주자가 출연한다는 점에선 한불수교 기념일 수 있겠고, 민중가요 ‘오월의 노래’를 재즈로 편곡한 것이 진보라고 붙일 수 있는 정도이겠다. 허나 속을 들여다 보면, 순전히 재즈와 국악의 크로스 오버이다. 해서 오는 10일 저녁 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한불수교니, 진보니 하는 타이틀에 얽매이지 말고 국악이 어떻게 재즈와 서로 녹아드는지만을 귀 기울여 볼 일이다. 한국쪽 출연진은 튼실하다. 사물놀이의 대명사 김덕수가 장구, 프리 재즈 뮤지션 강태환이 색소폰, 그룹 푸리의 리더이자 영화음악가로 활동하는 원일이 타악과 피리를 맡는다. 여기에 허윤정(거문고), 남상일(소리)이 1부를 맡아 두 사람씩 혹은 전원이 어우러진다. 프랑스쪽을 보면 피아니스트 로랑 겅지니가 일찌감치 서울에 들어와 한국쪽과 호흡을 맞춰가며 새 곡을 짓고 있다. 게리 브른튼(베이스), 그레고르 힐베(드럼), 에마뉘엘 이나시오(보컬), 강은영(보컬)이 2부를 맡아 체 게바라 추모곡인 ‘아스타 시엠프레´를 비롯해 ‘오래된 거울’, 창작곡 ‘꿈꾸는 기차’를 연주한다. 서정성 짙고 동양적이기까지 한 유러피안 재즈의 사운드가 포인트. 이렇게 해서 국악적 재즈, 재즈적 국악의 1부를 찍고, 프랑스 재즈 앙상블의 2부를 돌아 한껏 눈과 귀를 고조시킨다면 3부가 기다린다. 연주자 전원이 출연한다. 무대에서 함께 만난 적이 없는 이들이 어떻게 개성을 살리고 조화시키며 하나가 되어 가는지도 흥미롭다. 육자배기 예찬가 등을 연주한다. 한국민족음악인협회(www.koreamusic.co.kr) 주최.(02)-364-8031.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 [World cup] 부폰 vs 바르테즈

    이탈리아-프랑스의 독일월드컵 결승전이 흥미를 자극하는 요인 중 하나는 세계최고 골키퍼의 세대교체식.98프랑스월드컵에서 야신상을 수상한 파비앵 바르테즈(35·프랑스)가 지평선 너머로 지는 태양이라면,‘가장 비싼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28·이탈리아)은 한낮에 이글거리는 태양과도 같다. 한껏 물이 오른 부폰은 기록에서 바르테즈를 압도한다. 부폰은 경이적인 실점률(0.17)로 야신상에 근접해 있을 뿐 아니라 월드컵 최장시간 무실점에 도전장을 던졌다. 현재 최장시간 무실점은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 이탈리아의 월터 쳉가가 세운 517분. 부폰은 미국전에서 전반 27분 동료 크리스티안 차카르도에게 자책골을 먹은 뒤 준결승까지 453분 동안 골문을 걸어 잠갔다. 결승에서 65분만 더 버티면 쳉가의 기록을 깬다.‘선방’에서도 포르투갈의 히카루두(이상 23개)와 함께 1위. 부폰의 가치는 이적료만 봐도 알 수 있다.2001년 유벤투스는 부폰을 데려오기 위해 4590만달러(약 440억원)를 지불했다.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인 것은 물론, 필드플레이어를 통틀어도 5위에 해당하는 거액. 부폰은 ‘골든볼(최우수선수)’ 후보에도 이름을 올려 내심 야신상과 골든볼을 동시 석권할 야심에 차 있다. 프랑스 팬들은 바르테즈가 결승전을 명예로운 대표팀 은퇴 무대로 만들기를 바란다. 바르테즈는 프랑스월드컵 이후 3개 대회에서 17게임 연속 골문을 지켰다. 독일월드컵 예선에서 그레고리 쿠페에게 잠시 주전을 내주는 등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큰 무대에서 바르테즈의 관록은 빛났다.6경기에서 2골(실점률 0.33)을 내줬고 13개를 선방했다.2골 가운데 1골이 페널티킥 임을 감안하면 바르테즈의 투혼은 눈물겹다. 바르테즈는 골키퍼로는 단신인 182㎝지만 ‘애크러배틱 골리’란 별명처럼 유연한 몸놀림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orld cup] 프랑스 우승할까? 별들에게 물어봐

    독일월드컵에 나선 각국 사령탑 가운데 팬과 언론으로부터 얻어먹은 욕의 절대량을 따지자면 프랑스의 레몽 도메네크(54) 감독을 따를 자가 없다.‘늙은 수탉’ 프랑스가 4강에 오르는 기적(?)이 일어났지만 여전히 감독을 칭찬하는 목소리는 높지 않다. 고집불통으로 소문난 도메네크 감독은 별다른 내색을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숱한 비난에 대해서 변명은 커녕 설명조차 하지 않았던 그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도메네크의 성격을 설명해주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선수시절 도메네크는 프랑스 올랭피크 리옹의 왼쪽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다. 한 번은 자신이 고의로 상대 선수의 다리를 부러뜨렸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실과 달랐지만 부인하지 않았다. 비난은 순간일 뿐, 상대 공격수들이 겁을 집어먹게 되면 훨씬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도메네크의 기인적 풍모가 부풀려져 비난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그가 점성술 신봉자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지난해 11월 주전 골키퍼를 놓고 파비앵 바르테즈와 그레고리 쿠페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졌을 때 도메네크는 “별들에게 물어봤지만 아직 때가 아니라고 했다.”는 황당한 대답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쯤되면 점성술사의 말을 듣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일정과 인사까지 관여했다는 낸시 여사 못지 않은 ‘점성술 마니아’인 셈. 그는 한 동안 축구판을 등지고 연극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고, 청소년팀 코치시절엔 선수들을 이끌고 미술관을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도메네크는 외부의 따가운 시선과 선수 간의 갈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레블뢰군단’을 4강까지 끌고 왔다. 더이상 그를 ‘청소년팀 감독’이라고 비아냥대기가 곤란해졌다. 도메네크는 브라질을 꺾은 뒤 “2년전 대표팀을 맡았을 때 서포터스들의 얼굴에 미소를 찾게 해주겠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하지만 장담하건대 이것이 끝은 아니다.”라며 우승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도메네크 佛감독 약력 87~88 FC뮐루즈 88~93 올랭피크 리옹 93~04 청소년대표팀 (코치) 00~01 프랑스 20세 이하 대표팀 02~04 프랑스 21세 이하 대표팀 04~현재 프랑스 감독
  • [어린이 책꽂이]

    ●지구에 뭐가 있지?(로라 세이퍼 외 지음, 김경렬·권윤의 옮김, 비룡소 펴냄) 동물 새 물고기 곤충 산 강 바다 숲 등 생활주변에서 항상 접하는 사물에 대한 기본개념 알려주기.‘복슬복슬 포유류’‘구불구불 강’ 등 14권 시리즈. 실물사진들이라 더욱 생생하다.4세 이상. 각권 6000원. ●누구일까요?(이룸기획 글, 정경호 그림, 키움 펴냄) 어린이들이 꼭 알아야 할 60종의 동물 정보를 재미있는 놀이형태로 알려주는 편집이 돋보인다. 어떤 동물일지를 추측하도록 힌트를 먼저 던진 다음 동물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마지막으로 짧은 문제를 푸는 것으로 특정동물의 생태특징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했다.6세 이상.9800원. ●올백(이은재 글, 소윤경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시험을 앞둔 아이들의 심리상태는 어떨지를 생생하게 그린 동화. 시험성적 때문에 고달픈 아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듯. 초등 중학년.8500원. ●잃어버린 아이들(메리 윌리엄스 글, 그레고리 크리스티 그림, 노성철 옮김, 사계절 펴냄)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 무렵까지 수단 내전으로 고아가 된 한 소년의 이야기. 초등생.9500원.
  • [World cup] “난 뛰고 싶다”

    ‘타이탄’ 올리버 칸(37·바이에른 뮌헨)은 독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키퍼다. 한·일월드컵에서 독일은 준우승에 그쳤지만 칸은 골키퍼로는 처음 골든볼(MVP)을 수상했다.30대 후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그의 실력을 의심하는 이는 거의 없다. 문제는 위르겐 클린스만 독일 감독이 의심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사실. 2004년 대표팀을 맡은 클린스만은 ‘영원한 2인자’ 옌스 레만(37·아스널)에게 ‘1번’을 맡겼다. 레만도 물론 훌륭한 골키퍼다.97유럽축구연맹(UEFA)컵 인터밀란과의 결승에서 신들린 듯 승부차기를 막아내 샬케04에 우승트로피를 안겼다. 하지만 대표팀엔 칸이 있었고, 레만은 유로2000부터 빅매치 때마다 벤치를 지켜야 했다. 칸은 세계에서 가장 반응 속도가 빠른, 괴물 같은 골키퍼지만 페널티지역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반면 레만은 소속팀 아스널에서 보여주었듯 제5의 수비수로서 활동 폭이 넓다. 칸은 29일 “난 경기장에서 뛰기를 원하는 스포츠맨이며 벤치에 있는 시간이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칸과는 정반대 입장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선수도 있다. 프랑스의 2인자 그레고리 쿠페(34·올랭피크 리옹) 역시 파비앵 바르테즈(35·올랭피크 마르세유)에게 밀려 단 1분도 뛰지 못했다.‘레블뢰군단’의 전성기를 이끈 바르테즈는 200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방출됐을 때부터 기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쿠페는 자국 리그에서 무르익은 기량을 선보였다.최종엔트리 마감 직전 설문조사에서 프랑스팬의 70%가 쿠페를 주전으로 꼽았을 정도. 하지만 레몽 도메네크 감독은 팬들과 언론의 따가운 비난을 외면한 채 바르테즈에게 골문을 맡겼고, 천만다행으로 바르테즈는 2실점만을 허용하며 체면을 세웠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아니 벌써 30년… 세대 뛰어넘어 보람”

    “아니 벌써 30년… 세대 뛰어넘어 보람”

    산울림이 좋아서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 뮤지션 하세가와 요헤이는 “처음 산울림 노래를 들었을 때 그때까지 배우고 연주했던 음악 스타일이나 이론이 아무 의미가 없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굳이 그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1977년 ‘아니 벌써’를 우렁차게 울리며 등장했던 삼형제 록 밴드 산울림은 한국 대중음악계에 혁명을 일으켰다. 그 산울림이 새달 5,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30주년 기념 공연을 열고, 새로운 30년을 바라본다. 맏형이자 리더인 김창완(52·기타와 보컬)은 28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처음 데뷔했을 때만큼 설레고 어리둥절하다.”면서 “산울림을 낳아주고 30년 동안 자라게 해준 것은 모두 팬들”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또 데뷔 당시 꿈꿨던 것처럼 부모 손을 잡고 아이들까지 공연장을 찾아오는, 세대를 넘어서는 밴드가 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즐거워했다. 김창완을 빼놓고는 모두 외국 생활을 하는 탓에 자주 만나지는 못한다. 그렇지만 공연을 앞두고 자신감이 넘쳐났다. 셋째 창익(48·드럼)은 “1997년 10여년 만에 모여 콘서트를 했을 때는 공백이 컸기 때문에 정말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요즘 따로 있어도 연습을 하고, 공연 날짜가 확정되면 두 달 정도 전부터 매일 연습을 하기 때문에 간단히 손발을 맞추면 금방 무대에 오를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발매 계획이 잡히지는 않았으나 새 앨범(14집)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곡을 쓰며 15∼20곡 정도 초벌구이를 해놨다. 둘째 창훈(50·베이스와 보컬)은 “과거 음악에 안주하지 않는 한편 시대 요구와 메시지를 담아 팬들에게 다가가고 앞으로 30년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새 노래”라면서 “이번 공연에서 몇 곡을 선보이며 앞으로 할 음악에 대해 평가를 받고 싶다.”고 했다. 김창완은 “팬들이 산울림을 지켜줬는데 그동안 산울림으로서의 음악 생활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닌가 자책감이 든다.”면서 “이번 무대는 그런 마음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얼굴 가득 웃음을 지었다. 산울림 노래를 리메이크하며 존경심을 드러낸 바 있는 NEXT와 자우림, 델리 스파이스 등이 게스트로 공연을 빛낼 예정이다. 산울림이 후배 뮤지션에게 던지는 한마디.“(삶의) 방편이 아니라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삶의 모습 자체로 음악을 즐기며 살아줬으면 합니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