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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센다이 엑소더스’ 절망 속에도 차분한 질서의식 빛났다

    일본 대지진의 충격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미야기현 센다이시에서는 지진 발생 이틀 뒤인 13일 오전부터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져 ‘엑소더스’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차분한 질서의식 앞에서는 공포도 빛이 바랬다. 대부분 가게가 휴업한 가운데 겨우 문을 연 편의점 앞에서 100m씩 줄을 서서 기다려도 누구 하나 새치기하거나 불평 한마디 없이 조용히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아노미(혼란)에서 흔히 나타나는 약탈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신칸센과 고속도로가 모두 막힌 상황에서 주민들의 선택은 현청에서 제공한 버스와 자가용뿐이었다. 13일 새벽 6시부터 미야기현청 앞 버스정류소 앞에 길게 늘어선 피난민들의 행렬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정오쯤 절정을 이룬 버스 대기 인파는 현청 건물을 모두 둘러싼 것도 모자라 1㎞가까이 이어졌지만 공황 상태에서 나타나는 무질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피난민들의 손에는 간단한 옷가지만을 챙긴 가방과 물, 빵 등 비상식량 한 봉지가 들려 있었다. 오전 6시부터 기다렸다는 와타나베는 “집이 엉망진창이 됐다. 후쿠시마로 가기 위해 야마가타로 가서 그 다음 방편을 생각해 보려고 한다.”면서 “오늘 현에서 버스를 7~8대 내준다고 하는데 내 차례까지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진앙지로부터 최대한 멀리 벗어나려는 주민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센다이 시내 도로는 하루종일 정체 현상을 빚었다. 먼길을 떠나는 차들로 시내 곳곳의 주유소 앞은 장사진을 이뤘지만 질서의식은 한결같았다. 센다이 한국 총영사관에 머물고 있는 한국 주민과 유학생들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표를 구하느라 발을 동동 굴렀다. 도호쿠 대학에서 유학중인 김영근(25)씨는 “여기서 남쪽으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비행기를 탈 수 없을 것 같다. 공항도 여전히 폐쇄된 것 같고 영사관에서 특별기나 전세기를 마련해 주지 않는 한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자기 가족뿐 아니라 남을 도우려는 손길도 이어졌다. 길에 택시가 눈에 띄지 않아 자가용을 향해 손을 흔들어도 일본 운전자들은 어김없이 멈춰서며 낯선 이들을 차에 태워 줬다. 회의 참석차 도쿄를 방문했다가 지진을 경험한 그레고리 플러그펠더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지진 이후 멈췄던 지하철 운행이 몇 시간 만에 재개되자 일본사람들이 차례를 지키며 역사로 진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평소 질서 훈련이 잘돼 있었기 때문에 비상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윤설영·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신(新) 카노사의 굴욕/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신(新) 카노사의 굴욕/안미현 문화부장

    1077년 1월 추운 겨울날. 이탈리아의 카노사성(城) 앞에서 독일 국왕 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하인리히 4세가 떨고 있었다. 자신을 파문한 교황 그레고리오 7세를 알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성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맨발에 내복차림으로 사흘간 벌벌 떨며 용서를 구하던 하인리히 4세는 결국 무릎을 꿇고 교황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주교 임명권을 둘러싸고 충돌한 교권(敎權)과 속권(俗權)의 세 싸움은 그렇게 교권의 승리로 끝났다. 저 유명한 ‘카노사의 굴욕’이다. 얼마 전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 꿇은 일을 놓고 ‘신(新) 카노사의 굴욕’이라며 말들이 많다. TV에서 문제의 그 장면을 보면서 누가 대통령의 무릎을 꿇게 했는가 잠시 생각해 봤다. 머뭇거리는 대통령의 허벅지를 찌른 김윤옥 여사? 골퍼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두 가지가 ‘내리막 경사(라이)와 마누라’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니 부인의 말을 잘 들은 대통령으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겠다. 느닷없는 통성(通聲) 기도 제안으로 대통령을 당황하게 만든 길자연 목사? 단상에 앉아 있는데 어디선가 ‘나라와 대통령을 위해 기도하고 회개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이 들렸다고 하니 목자(牧者)로서는 영험한 분인 듯하다. 길 목사의 돌발 제안을 사전에 간파하지 못한 청와대 직원들? 미국 할리우드 첩보영화도 아니고, 목사가 무슨 제안을 할 것인지까지 모두 꿰뚫고 있어야 하니 복장이 터질 만도 하다. ‘수쿠크(이슬람채권)법’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하야 운동을 하겠다고 겁박한 조용기 목사? 대통령 당선에 일정 지분이 있음에도 합당한 대우는커녕 참으라는 말만 들었다고 하니 배신감에 무슨 말인들 못 할까. 조 목사와 가까운 길 목사의 전언을 빌리자면 하야 운운은 ‘조크’(농담)였단다. 조크를 조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 사회가 조 목사로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수쿠크법 결사 저지로 개신교 안에서 ‘이다르크’로 떠오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까지 통과한 법안을 임시국회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하니 그 힘에 머리를 숙인다. 언제나 그렇듯 자고 나면 뭔가 한건씩 터지는 ‘다이내믹 코리아’답게 이번에도 새로 나온 뉴스에 적당히 묻어 어물쩍 넘어가는 양상이다. 그렇지만 과연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이렇게 저렇게 넘어갈 사안인가. 기독교는 이번 일로 보이지 않게 많은 것을 잃었다. 길 목사는 국내 최대 기독교 단체(한국기독교총연합)의 대표로 뽑혔지만 선거 석달이 지나도록 지금껏 ‘돈 선거’ 잡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진실이 어디에 있든 볼썽사나운 공방전으로 기독교의 위상을 깎아내린 장본인이기에 그의 통성 기도 제안에 쏟아지는 세상의 시선은 더더욱 곱지 않다. 본인의 항변대로 “의도가 없었다.”면 ‘자리’에 걸맞지 않은 경박함이요, 의도가 있었다면 오만함의 극치다. 가뜩이나 ‘땅 밟기’(이웃 종교 영역에 들어가 기독교식 예배를 보는 행위) 등으로 기독교의 배타성과 권력화에 눈살 찌푸리고 있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불편한 심증을 안겨줬음을, 외국으로 일단 몸을 피하고 본 조 목사도 명심해야 한다. 길 목사가 평소 통성 기도를 자주 유도하기로 유명한데도 대비하지 못한 청와대, 남편 이명박과 대통령 이명박을 구분하지 못한 김 여사 또한 교훈 삼을 일이다. 이슬람 머니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당내 대표적인 경제통이면서도, 수쿠크법 저지 선봉에 선 이 의원은 “경제학 박사이기에 앞서 지역구(서울 서초 갑) 안에 대형 교회 신자를 많이 거느린 금배지”라는 냉소 섞인 두둔에 자존심 상해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이번 일을 곱씹어야 할 사람은 대통령 자신이다. 무릎을 꿇은 덕분에 파문 취소를 끌어낸 하인리히 4세는 자신을 무릎 꿇린 교황을 훗날 폐위시키며 통쾌한 설욕전을 폈지만 이후 교권과 속권은 두고두고 분란을 겪었다. hyun@seoul.co.kr
  • [문화마당] 망자(亡者)의 편지/조혜정 영화평론가·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문화마당] 망자(亡者)의 편지/조혜정 영화평론가·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전자메일이나 문자 메시지가 쉴 틈 없이 오가고, 트위터나 카카오톡처럼 소셜 네트워크(SNS)를 통한 대화의 장이 활짝 펼쳐져 있는 스마트 컬처(smart culture) 시대에 ‘편지’라는 단어는 아날로그의 아련함과 안간힘을 연상시킨다. 아무래도 편지는 사적 관계에서 오가는 특성 탓인지 내밀하고 낭만적이며 친근하다. 그것에 담겨 있는 소식이 설사 슬픈 것일지라도, 편지가 지닌 인간적인 체취와 기대로 인해 기다리게 되고, 그 기다림은 설렘과 즐거움을 동반하기 십상이다. 대학 시절 즐겨 되뇌던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는 그래서 여전히 나의 애송시 중 하나이다. 영화에는 수많은 편지가 등장한다. 기쁘고, 행복하고, 설레고, 짜릿하고, 낭만적인 편지가 있는가 하면 안타깝고, 그립고, 아프고, 슬프게 하는 편지도 있다. 때로 어떤 편지는 너무 두렵고 처절해서 분노를 자아내기도 하고, 때로는 그 어떤 연설보다 읽는 이를 각성하게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편지는 바로 죽은 자, 망자(亡者)의 편지일 것이다. 이정국 감독의 영화 ‘편지’(1997)는 바로 ‘망자의 편지’가 중심 모티프인 영화이다. 깊이 사랑했던 남편(박신양)이 죽자 그의 영원한 부재를 견딜 수 없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아내(최진실)에게 배달된 남편의 편지. 죽음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내를 근심하며 써내려간 남편의 편지는 그 절절한 사랑으로 당시 관객들을 울게 만들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도 아름다운 설원 풍경과 함께 아련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 영화로 기억된다. 이 영화 역시 망자의 편지가 모티프로 등장한다. 물론 산 자(나카야마 미호)가 망자에게 편지를 보내자 답장이 오고, 그가 망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다른 사람(망자의 중학교 동창)이라는 내용이어서 디테일에는 차이가 있지만, 여하튼 죽은 자로부터 편지가 온다는 설정은 동일하다. 그리고 망자의 편지가 산 자에게 추억과 사랑을 일깨워 살아갈 의미와 의지를 선사한다는 점에서도 ‘편지’와 맥락이 닿는다. 그런데 현실에서 우리에게 알려진 망자의 편지는 잔인하다. 고통과 원통함이 가득한 망자의 편지는 살아 생전 그의 고통을 외면하고 외려 그를 괴로움의 나락 속으로 밀어 넣었던 우리 사회의 비정함과 비루함을 통렬하게 적시하고 있다. 2년 전 스스로 세상을 등진 연기자 장자연의 편지다. 당시에도 편지의 존재가 일부 알려지기는 했으나 소문으로만 잠시 떠돌았을 뿐,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잊힌 바로 그 편지이다. 더구나 그 편지가 50여통이나 되며, 망자가 겪었던 고통의 내막이 비교적 소상하게 적혀 있다는 소식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아직 진위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고, 수사기관에서 재조사를 천명했으므로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릴 사안은 아니지만, 일부 공개된 편지 내용은 충격적이다. 장자연의 편지는 우리 사회 남성들의 비틀린 성 의식과 권력의 천박함을 고발한다. 편지에는 여성을 여전히 성적 대상으로,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하고, 돈이든 지위든 힘을 이용하여 이른바 ‘성 상납’을 요구하는 비열하고 추한 남성들에 대한 분노가 가득하다. 장자연은 그들을 ‘악마’라 칭하고, 그 악마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편지의 수신자에게 ‘복수’를 부탁했다. 이처럼 편지에는 ‘악마들’에게 시달리고 능욕당한 그의 고통이 절절했고 그만큼 복수에 대한 염원도 간절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가 부탁한 복수는 묻혀졌다. 2년 늦게 도달한 망자의 편지는 우리 사회의 부도덕함과 비루함과 부끄러움을 상기시켰다. 맺히고 응어리진 것은 풀어야 하고 한(恨)은 해소되어야 한다. 명명백백한 조사를 통해 장자연을 둘러싼 내막을 밝혀야 한다. 책임이 있는 자는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성의식은 바로잡혀야 한다. 이제 망자의 원혼을 달래주는 것은 우리(사회)의 몫으로 남았다.
  • “가슴이 막 설레고 그래… 글 배울 생각하면”

    “가슴이 막 설레고 그래… 글 배울 생각하면”

    “자꾸 묻지 마. 눈물 나올라 그래.” 3일 오전 10시 10분 서울 마포문화센터. 성인 대상 학력 인정기관인 양원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린 이곳에서 한 백발의 할머니가 앙상하게 마른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벌겋게 젖어든 눈을 지그시 감았다. 마치 고단했던 삶이 아프게 가슴을 훑기라도 하는 양. 이름 석자 외에는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69세 정혜자 할머니는 그렇게 초등학교 1학년생이 됐다. ●단칸방서 기초수급자로 홀로 살아 정 할머니는 세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계모의 학대 속에서 자랐다. 정 할머니의 그릇에서 밥을 덜어 친아들 밥그릇에 얹어주는 계모 밑에서 학교 공부는 ‘사치’였다. 아침마다 학교에 가는 한살 어린 남동생을 바라보며 부엌에서 서럽게 울던 일도 이제 어렴풋한 옛일이 됐다. 밥을 제대로 주지 않는 계모에게 “우리 아빠가 벌어온 돈인데….”라고 말대꾸를 했다가 입술이 다 터지도록 맞았던 일도 이제 희미한 기억일 뿐이다. 견디다 못해 열여섯에 집을 나와 남의 집 ‘애기담살이’로 떠돌이 생활을 했던 일도 이제 추억이 됐다. 그러나 못 배운 한(恨)은 두고두고 그를 아프게 했다. 농사일을 하며 애써 기른 콩으로 돈을 살 때도 글을 몰라 흥정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상인들에게 “무식한 년”이라며 무시당해 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많았다. 표지판을 읽지 못해 거리로 나서는 것조차 두려웠다. 13㎡(4평) 남짓한 20만원짜리 단칸방과 40여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 아직은 꼼지락거릴 만한 팔다리. 이 세 가지가 할머니가 가진 재산의 전부였다. 그런 그가 경기 양평의 집에서 서울 대흥동까지 4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매일 통학하기로 했다. 쌀과 김치, 기름값 등을 제외하면 남는 돈이라야 고작 몇 만원이지만 그는 “꼭 글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불편한 허리와 다리 탓에 오래 걷는 것이 고역이지만 그래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은행에 갈 때나 장을 볼 때 주변에서 도와주는 이들에게 미안해서란다. 또 한번이라도 사람들에게 묻지 않고 길을 나서고 싶어서란다. ●4시간 통학길 “열심히 다녀야지” 할머니는 혹여나 입학식에 늦을까 전날 미리 서울로 와 사촌집에서 묵었다. 정 할머니는 “설레고 그래, 글 배울 생각하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기초수급자로 홀로 살며 먼 거리를 다닐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그럼, 열심히 다녀야지.” 하고는 수줍은 듯이 웃었다. 입학식에는 신입생 342명이 참석했다. 50~80대 할머니와 할아버지들로 구성된 올해 신입생의 평균연령은 65세. 배우지 못한 설움으로 평생 웅크린 채 살아오다 뒤늦게 학업에 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앞으로 초등학교 6년 과정을 4년에 걸쳐 이수하면 졸업장을 받게 된다. 2005년 개교해 올해 일곱 번째로 신입생을 맞은 양원초교는 지난달까지 모두 68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글 사진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박주영,시즌 8,9호 폭발…시즌 두번째

    박주영,시즌 8,9호 폭발…시즌 두번째

    박주영(26· AS모나코)이 오랜만에 시즌 8,9호골을 한꺼번에 쏘았다. 박주영은 27일 오전(한국시간) 모나코의 루이2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2011 프랑스 프로축구리그1 25라운드 SM캉과 홈경기에서 원톱으로 선발 출전, 전반 35분 페널티킥 선제골과 후반 17분 중거리포로 추가골을 넣었다. 박주영은 지난 13일 FC로리앙과의 23라운드 홈경기에서 동료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 7호골을 기록했었다. 그의 한 게임 2골은 프랑스 진출 이후 세번째, 이번 시즌에서는 두번째다. 박주영은 지난해 11월 AS낭시와 12라운드 원정경기(모나코 4-0 승)에서 후반전 연속 쐐기골로 시즌 3,4호 득점을 기록했었다. 박주영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공수를 오가는 활발한 움직임으로 활약을 예고했다. 첫 기회는 전반전 35분 찾아왔다. 팀 동료 장 자크 고소가 페널티지역 안에서 슈팅을 시도하던 중 상대 미드필더 그레고리 레카가 핸들링 반칙을 범했고,박주영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17분 기회는 다시 왔다. 박주영은 마하마두 디아라가 길게 이어준 공을 페널티지역 왼쪽코너 외곽에서 받아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대포알 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을 날렸다. 공은 골키퍼가 손을 쓸 틈도 없이 골대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모나코는 SM캉(리그 14위)을 상대로 승점 3점을 챙기고 강등권을 벗어나는 듯했으나 후반 22분, 27분 잇따라 실점해 2-2 무승부에 그쳤다. 모나코는 후반 38분 수비수 제레미 소르본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10명이 된 SM캉을 상대로 추가 득점을 노렸지만 수차례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한편 조광래호의 새내기 공격수 남태희(20·발랑시엔)는 로리앙과 홈경기에 선발 출전해 73분을 뛰었다. 후반 16분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왼발슈팅을 시도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하고 후반 28분 교체됐다. 발랑시엔도 후반 6분 로리앙의 프란시스 코클린이 퇴장 당해 10명이 뛰었지만 0-0으로 비겼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봄산보다 더 화려한 등산복

    추위가 한풀 꺾이면서 ‘산 사람’들의 마음이 설레고 있다. 김연희 아이더 기획팀장은 “올봄에는 톡톡 튀는 형형색색의 등산복이 유행할 전망”이라며 “원색, 형광색, 네온색 등의 팝 컬러와 흰색, 검정, 회색 등 차분한 색상을 함께 입으면 조화롭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등산화나 배낭 등 액세서리를 화려한 색깔로 착용해도 좋다고 부연했다. 아이더의 등산 재킷 투카나 윈드스토퍼는 검정, 초록, 형광 분홍, 노랑 등 7가지 색깔로 출시됐다. 움직임이 많은 옆구리와 겨드랑이에는 투습·방수 기능 소재를 사용하는 등 등산복의 뛰어난 기능성도 갖추었다. 출퇴근길에도 무리 없이 입을 수 있는 바람막이 재킷은 튀는 색깔과 차분한 색깔을 섞어 검정, 남색, 하늘색, 보라색 등 5가지 색깔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코오롱 스포츠는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장 콜로나와의 협업으로 등산을 끝내고 카페나 공연장에 들러도 무리가 없는 도시적인 등산복을 선보였다. 뗐다 붙일 수 있는 주머니, 지퍼를 열면 나타나는 통기성을 고려한 망사소재, 재킷 안의 재킷처럼 다양한 스타일로 변형 가능한 등산복은 입는 재미도 있다. 파격적인 디자인에 형광 노랑, 초록, 파랑, 보라 등 색깔도 화려해 걸 그룹이 입고 무대에 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옷의 무늬는 반딧불, 나뭇가지, 나뭇잎 등 자연을 형상화한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한정판 바비인형 1년 뒤 50만원?

    한정판 바비인형 1년 뒤 50만원?

    슈퍼맨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38년이다. 만화 잡지 ‘액션’을 통해서다. 당시 코흘리개 아이들이 100원에 샀던 이 만화 초판의 값은 현재 10억원이 넘는다. 독일 슈타이프 사에서 1905년에 만든 테디베어 인형은 1994년 약 2억원에 팔렸다. 1983년 출시된 ‘벽돌 휴대전화’의 원조 모토롤라 다이나택 8000x는 지금도 100만원 이상에 팔린다. ‘문화로 재테크하다’(토비 월른 지음, 김혜영 옮김, 이마고 펴냄)는 이처럼 홀대했던 장난감이나 낡아서 쓸모없다고 내버렸던 오래된 물건 가운데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이 숨어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인 토비 월른은 영국의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대안 투자 전문가로 주식이나 펀드 등 전통적인 투자 아이템에서 벗어나 남들이 미처 주목하지 않는 문화상품에 발 빠르게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는 방법을 알려준다. 투자 대상으로는 우표, 화폐, 와인, 책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수집 아이템도 있지만 레고나 모노폴리 같은 장난감, 난이나 비단잉어 같은 동식물, 일렉트릭 기타나 그랜드피아노 같은 악기, 영화 소품이나 마술 도구, 맥주 잔 받침 등 온갖 자잘한 물품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소품이 해당한다. 이런 기발한 투자 대상 가운데는 연평균 수익률이 10%를 넘는 것이 많다. 유명인들의 사인이나 007 영화 포스터, 공룡 화석 등 몇몇 투자 아이템은 지난 10년간 무려 10배 가까이 폭등했다. 또 큰돈이 있어야만 빈티지 문화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몇 만원에서 수십만원 정도로 지금부터 도전해 볼 만한 아이템도 많다. 요즘 나오는 한정판 바비 인형도 1년만 지나면 10배가 올라 50만원 이상 받을 수 있으며, 레고 모노레일 시리즈도 1990년에 20만원을 주고 샀다면 지금은 그 10배는 받을 수 있다. 살 때 거의 공짜나 다름없었던 영화 포스터도 주목할 만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1992년 작 ‘저수지의 개들’ 포스터는 현재 90만원이며 1995년에 나온 ‘토이스토리’ 포스터도 50만원이 넘는다. 지금도 계속 오르는 추세다. 저자는 투자를 위해 이런 문화 상품들을 사는 요령으로 첫째 가장 오래되고 독특한 희소한 것을 사라고 조언한다. 둘째 보존 상태도 중요하다. 포스터, 사인, 지도 등 인쇄물은 특수 액자에 넣어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곳에 걸어두고, 장난감은 아이들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상자째 보관해야 한다. 셋째 가짜를 조심해야 한다. 바비 인형의 진품 여부는 오른쪽 엉덩이에 찍힌 제조일자로 확인 가능한데, 시중에는 여러 다른 인형에서 떼어온 부분들을 조립해서 만든 ‘프랑켄슈타인 짝퉁’이 돌아다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넷째 수집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즐기는 게 나중에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슬픔을 달랠 위안거리로 남게 된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가 무명이던 시절, 그를 눈여겨본 한 미술품 투자자는 1993년 허스트의 수조 속에 박제된 상어를 9000만원에 샀는데 15년 뒤 이 작품은 115억원이 넘는 값에 팔렸다. 꾸준히 현대 미술을 공부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요즘 한국에서 단기 투자로 이득을 볼 수 있는 문화 상품으로는 화장품, 희귀한 운동화, 청바지 등이 있다. 유명 브랜드에서 한정판으로 내놓는 립스틱, 아이섀도, 블러셔 등의 화장품은 금세 동나 인터넷에서 프리미엄이 붙어 되팔리는 일이 흔하다. 1만 6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기부천사 김장훈 “처음으로 돈에 대한 두려움 느꼈다”

     가수 김장훈이 “살면서 처음으로 돈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실토했다.  김장훈은 3월 체코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두고 자신의 미니홈피를 통해 공연에 맞는 두려움을 밝혔다.  고(故) 김현식을 추모하는 콘서트인 ‘레터 투 김현식’은 오는 3월11일 부산KBS홀, 3월12,1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체코에서 오는 60인조 오케스트라에만 4억여원이 투입된다. 총 제작비만도 12억원에 이르러 3일 동안의 전석이 매진돼도 3억원 가량 적자가 난다.  김장훈은 “공연을 앞두고 너무 상식적이지 못한 공연 예산으로 인해, 살면서 처음으로 돈에 대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코필하모니와의 협연을 생각하면 설레고 최고의 감동을 팬들과 함께 할 생각에 두려움을 재우고 꿈을 꿀 수 있다.”며 응원을 부탁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스모, 스톱?…선수·감독 “승부조작 돈거래”

    일본의 국기(國技)인 스모가 선수들 간의 승부 조작 사건으로 65년 만에 대회가 열리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스모협회는 6일 이사회를 열고 승부조작을 이유로 올해 두 번째 정기 리그전에 해당하는 3월 대회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1833년에 시작된 스모 대회는 1946년 옛 료고쿠(兩國) 국기관을 수리하느라 한 차례 대회를 열지 못한 이후 불상사 탓에 65년 만에 본 대회가 열리지 못하게 됐다. 일본 경시청은 스모 선수들의 승부조작 가능성이 언론에 보도되자 수사에 착수해 지난해 3∼6월 지요하쿠호 등 선수 4명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에서 승부조작을 시사하는 내용을 복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시지에는 구체적인 승부 조작 방법과 돈거래를 암시하는 내용들이 포함됐다. 6일 현재 지요하쿠호 등 선수 2명과 지도자 1명이 “승부를 조작했다.”고 시인했다. 스모 전문가들은 스모 선수들이 현역 선수 생활을 그만두면 생활이 불안해지는 만큼 선수들끼리 승패를 주고받아 선수 생명을 늘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하나레고마 일본스모협회 이사장은 스모 선수 14명이 승부조작에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히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다카키 문부과학상은 “스모협회의 공익법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모 대회를 주최해온 공영방송 NHK와 민영 후지TV는 이달 중으로 예정된 대회를 열지 않기로 하는 등 파문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스모협회는 10억엔의 입장료와 5억엔에 이르는 NHK의 중계권료도 받을 수 없어 당장 15억엔(약 204억원)가량의 수입을 잃을 전망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그녀들이 온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그녀들이 온다

    미국의 10대 소녀들 혹은 국내 젊은 여가수들은 주저하지 않고 롤모델 1순위로 그들을 꼽는다.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선두주자 격인 테일러 스위프트(왼쪽·22·미국)와 코린 베일리 래(32·영국)가 잇따라 내한 공연을 앞두고 있어 국내 팬들이 설레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스위프트는 새달 11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공연을 연다. 3집 ‘스피크 나우’(Speak now)의 수록곡뿐 아니라 ‘러브스토리’(Love story) 등 히트곡을 들려줄 예정이다. 스위프트는 할리우드의 차세대 스타 제이크 질렌할과의 시끌벅적한 연애로도 유명하다. 컨트리 가수라고 카우보이 모자에 긴 부츠를 신고 기타를 튕기던 예전 모습을 떠올리면 곤란하다. 2008년 2집 ‘피어리스’(Fearless)로 단박에 톱클래스로 뛰어오른 스위프트는 2009년 MTV 비디오뮤직어워드에서 비욘세와 레이디 가가를 제치고 ‘최우수 여자 솔로비디오상’을 받았다. 같은 해 아메리칸 뮤직어워드 5개 부문을, 지난해 그래미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상’ 등 4개 부문을 휩쓸었다. 액세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보통 밴드와 코러스·댄서를 제외한 스태프가 20명 정도인데 이번 공연에는 50명이 오고 무대도 6~7차례 바뀐다.”면서 “이 정도면 비욘세나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급인데 월드투어 중 다른 나라에서는 ‘물쇼’를 비롯한 파격적인 무대 매너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3월 10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아이유의 롤모델’로 유명한 R&B 가수 코린 베일리 래가 단독공연을 펼친다. 아이유·장재인 등 노래 좀 한다는 10대, 20대 초반 여가수들은 TV에서 한번쯤은 그의 노래를 불렀다. 2006년 데뷔 앨범으로 영국 앨범 차트 1위, 미국 빌보드 차트 4위를 기록하며 스타덤에 오른 그는 지난해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에 참가한 뒤 폭발적인 호응에 감동해 내한을 약속했다.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 ‘풋 유어 레코드 온’(Put your records on) 등 대표곡은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등에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2008년 남편의 죽음 이후 한층 성숙해진 보컬로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란 평가를 받았다. 나인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8일 티켓을 오픈했는데 R석은 다 팔렸고 스탠딩은 안전문제 등을 고려해 조금씩 풀고 있다.”면서 “지산의 영향이 워낙 큰 데다 아이유 등 젊은 여가수들이 입소문을 낸 것도 한몫한 듯하다.”고 설명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송지효, ‘긴머리 싹뚝’ 단발머리 발랄 인턴기자로 변신

    송지효, ‘긴머리 싹뚝’ 단발머리 발랄 인턴기자로 변신

    배우 송지효가 긴머리를 자르고 단발 헤어스타일로 변신했다. 오는 3월부터 방송 예정인 KBS2TV 새 월화드라마 ‘강력반’에서 송지효는 생활력 강하고 겁 없는 인턴기자 조민주로 분한다. 강력반 형사 박세혁(송일국 분)과 우연히 만나는 조민주는 함께 사건 현장에 동행하게 되면서 특종을 잡는 인물이다. 4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송지효는 조민주 캐릭터를 위해 그동안 고수해온 긴 머리카락을 과감하게 자르고 단발로 변신했다. 최근 공개된 ‘강력반’ 촬영 현장 사진 속 송지효는 단발머리에 화장기 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빅백을 들고 바쁜 모습을 보여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송지효는 “조민주는 굉장히 밝고 의지가 강한 인물”이라며 “기자라는 직업에 고군분투 적응해 나가는 모습이나 세혁과 얽히면서 예상지 못한 일들을 겪게 되는 상황에서도 자기중심을 잘 잡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로 살아가는 요즘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현장에 나가는 게 설레고 기대될 정도”라고 덧붙였다. 송지효 외에 송일국 김승우 선우선 성지루 김준 장항선 등이 출연하는 ‘강력반’은 강남경찰서 강력반을 배경으로 한 본격 수사드라마. 개성 만점 강력계 형사들이 그들만의 특별한 수사 노하우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통쾌하고 현실감 있게 그린다. 사진 = 뉴데이픽쳐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고아라 하객패션 ‘늘씬한 바비인형’

    고아라 하객패션 ‘늘씬한 바비인형’

    배우 고아라가 동료배우 허이재의 결혼식에서 선보인 올 블랙 컬러 하객패션으로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았다. 고아라는 지난 1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허이재와 사업가이자 그룹 에이프리즘의 전 멤버인 에이든(본명 이승우)의 비공개 결혼식에 하객으로 참석했다. 이날 고아라는 심플한 리틀 블랙 드레스에 퍼(fur) 소재의 블랙 재킷을 입고 매서운 한겨울 날씨에 맞섰다. 또한 블랙 레더 소재의 싸이하이 부츠와 롱 글러브, 화이트 컬러의 체인 백을 매치해 패셔니스타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고아라의 블랙룩 하객패션을 접한 네티즌들은 “늘씬한 바비인형”, “블랙룩에 한층 늘씬해 보인다”, “여전히 사랑스런 인형 얼굴과 몸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편 이날 허이재의 결혼식에는 고아라 외에도 허이재와 함께 ‘86라인’으로 불리는 그룹 2AM 창민, 홍수아, 애프터스쿨 전 멤버 유소영 등이 참석해 축하를 전했다. 특히 고아라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 이재 언니 결혼 축하해. 감회가 새로워. 아침부터 내가 다 설레고 울컥하고. 행복하게 이쁘게 잘 살아”라고 축복의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사진=송효진 기자
  • [피플 인 스포츠] 美종합격투기 5연승에 빛나는 김동현 “웰터급 맹주 GSP 잡는다”

    [피플 인 스포츠] 美종합격투기 5연승에 빛나는 김동현 “웰터급 맹주 GSP 잡는다”

    체육관에서 혼자 지내는 밤은 춥고 외로웠다. 글러브 베고, 작은 담요 하나 덮고 잠을 청했다. 월세방 하나 구할 돈이 없었다. 여름엔 모기장을 쳤다. 겨울엔 버틸 때까지 버티다 한두달 고시원 방을 얻었다. 체육관에서 얼어 죽을 수는 없으니까…. 먹는 건 더 형편없었다. 운동하는 선수는 잘 먹어야 한다. 뼈와 살이 부딪치는 격투기 선수는 더 그렇다. 그런데 그럴 사정이 안 됐다. 김밥 두어 줄에 음료수로 버텼다. 힘든 시절이었다. 미국 종합격투기 UFC 무대 5연승을 거둔 김동현(30). 2008년 5월 미국 진출 전까지 이렇게 생활했다. 불과 2년 반 전 일이다. ●“일본서 2년간 800만원 벌었지만 행복” “당시 일본에서 2년 동안 8경기를 치렀는데 대전료로 딱 800만원 벌었더라고요. 연봉 400만원짜리 선수였어요.” 김동현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행복했다고 했다. “운동 말고 다른 일을 해 보니 그게 더 힘들었어요. 아무리 고달파도 체육관에 있어야 살아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먹고살기 위해 건축 일도 배워 봤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도 전전했다. 다 의미가 없었다. 살아도 산 게 아니었다. “저는 격투기를 하기 위해 태어났으니까요. 이게 하늘이 주신 제 일입니다.” 종합격투기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1998년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당시 집에서 위성 일본방송이 잡혔다. 거기서 우연히 종합격투기 중계를 봤다. 그 순간 뭔가 번쩍했다. “저거다. 나는 저걸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오랫동안 강해지고 싶다. 더 강한 무언가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종합격투기가 바로 제가 고대했던 그것이었습니다.” 말하는 김동현의 눈이 반짝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엔 종합격투기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단체도 없고 대회가 열린 적도 없었다. 종합격투기를 배울 체육관도 생기기 전이었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면서 혼자 연습했다. 유도장에서 유도 선수들을 상대로 격투기 기술 실험도 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군대에 다녀오도록 혼자 격투기 선수의 꿈을 키웠다. 그러고 2006년 일본에 진출했고, 2년 뒤 미국 UFC에 입성했다. ●“꿈만 같은 ‘옥타곤’ 데뷔전 눈에 선해” 아직도 옥타곤에 처음 섰던 그 순간이 눈앞에 선하다. 중저음의 서양인들 함성이 가슴을 때렸다. 온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가슴이 미친 듯 뛰었다. “꿈 같았어요. 설레고 행복한 기분에 긴장도 안 됐어요.” 세컨드도 없이 혼자 옥타곤에 오른 동양 ‘촌놈’은 그저 좋았다고 했다. 맞아도 아픈 줄 모르고 목을 잡혀도 호흡이 곤란하지 않았다. “꿈을 이뤘다는 생각에 정신없이 날뛰었습니다. 정말 행복했어요. 미칠 듯이 좋았어요.” ●“매 경기마다 GSP 부를 거다” 첫 경기 승리 뒤 지난 2일 네이트 디아즈전 승리까지 김동현은 5연승을 달렸다. UFC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다. 의미가 있는 전적이다. 디아즈전을 끝낸 김동현, 현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GSP)를 불러냈다. “난 GSP를 원한다.”고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도발이었다. GSP는 그냥 챔피언이 아니다. 체급 내 경쟁 상대가 없는 말 그대로 ‘절대맹주’다. 과연 정말 GSP와 맞싸울 가능성은 있을까. 김동현은 “가능하다. 이제 앞으로 매 경기 GSP를 부를 거다.”고 했다. 그럼 언제쯤 가능할까. “앞으로 4경기 더 치르도록 UFC와 계약했습니다. 앞으로 한두 경기만 더 이겨내면 그 4경기 안에 어떤 형태로든 붙을 수 있습니다.” 이제 김동현은 옥타곤이란 정글 속으로 점점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그 중심에선 GSP가 기다린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한국 철학자 100명 책의 숲에서 길을 묻다

    한국 철학자 100명 책의 숲에서 길을 묻다

    한국의 젊은 철학자 100명이 모여 107가지의 주제를 들고 107권의 책과 함께 떠나는 지식 여행을 펼쳤다. 2500년 전의 플라톤과 공자에서 현대의 자크 아탈리, 미국 작가 수전 손택, 한국 작가 김훈 등에 이르기까지 당대 현실에 대해 지식인들이 던진 진지한 주제에 대한 화답과 성찰을 모았다. 그 결과물이 904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 ‘철학자의 서재’(알렙 펴냄)다. 공동저자인 한국철학사상연구회(한철연) 회원 100명이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매주 한편씩 쓴 글은 철학은 고답적이고 지루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깬 내용으로 인터넷에 연재되면서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한철연을 도 닦는 곳이나 점괘를 연구하는 단체라고 생각한 사람들에게는 예상 밖의 글이었다. 실제로 한철연 방문자 가운데는 점을 보러 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한철연은 1989년 창립했으며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을 고민하는 석·박사 대학원생과 대학 강사, 교수 등을 중심으로 300여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자아 찾기, 성찰, 비판, 소통, 연대, 차별 없는 세상, 새로운 세계 등을 주제로 삼아 비슷한 내용을 한 장(章)으로 엮었다. 김교빈 호서대 교수는 ‘다시는 말(馬)에 대해 묻지 말자’는 글에서 ‘논어’ 향당편의 일화를 전하면서 서울 용산 참사를 소재로 한 만화 ‘내가 살던 용산’(김성외 글·그림, 보리 펴냄)을 소개한다. 공자가 어느 날 조정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마구간이 불탔다는 얘기를 듣고는 이상하게도 말(馬)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다친 사람이 없는지 물었다. 김 교수는 “이런 면 때문에 공자의 사상을 인본주의라고 한다.”며 “국제 무역수지 12∼13위, 유엔 사무총장 배출국,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인 한국의 심장 서울 한복판에서 그것도 21세기에 사람에 대해선 묻지 않고 말에 대해서만 묻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현남숙 가톨릭대 초빙교수는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박정자 지음, 기파랑 펴냄)란 책을 통해 현대인이 과연 소비로 존재할 수 있는지 묻는다. ‘로빈슨’의 저자는 무인도에 살아도 당장 필요한 것 이상을 소유하는 ‘사치’(소비)를 통해 인간은 문화를 누리지만, 정작 현대의 소비문화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디언에게는 포틀라치(Potlatch)란 소비의 방식이 있다. 포틀라치는 인디언 부족의 관습으로 통상 소비의 한계를 넘는 낭비적 증여를 뜻한다. 한 부족은 낯선 부족에게 자신의 위세를 보여주고자 도를 넘는 선물을 전달했다. 이러한 증여는 증여하는 자의 권위를 보여주고 증여받는 자로부터 복종을 얻어내는 의미가 있었다. ‘로빈슨’의 저자는 이러한 포틀라치가 현대 사회에서도 뇌물이 작용하는 방식으로 통용된다고 본다. 뇌물수수 사건과 같은 소비는 부당한 방식으로 부와 권력의 집중을 가져와 사회를 병들게 할 뿐이란 비판이다. 나와 공동체 그리고 생태계가 상생하는 소비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두 저자가 공통으로 던지는 생산적 물음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드림 하이’는 스타가 되기 위한 예술고등학생들의 치열한 경쟁을 담고 있다. 친구보다 경쟁자가 필요하고, 친구의 운동화에 압정을 넣어서라도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한국의 청소년과 학부모들에게 신우현 상지대 강사는 ‘대한민국 엄마들이 꿈꾸는 덴마크식 교육법’(김영희 지음, 명진출판 펴냄)이란 책을 권한다. 의사와 벽돌공의 실수입이 큰 차이가 없어 부자들의 조세 저항이 없는 덴마크에서는 방과 후 아이들이 학원 순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퍼즐 놀이, 레고 맞추기, 구슬 꿰기,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기 등의 특별 활동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초등학교 6학년이 학원에 다니지 않는 친구에게 “너 인생을 그렇게 편히 살다가는 큰일 난다.”고 충고하는 대한민국에서 덴마크의 교육 현장은 이루어지기 어려운 꿈일 수밖에 없을까. 2만 3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춘천 중도 ‘사계절 꽃섬’ 된다

    춘천 중도 ‘사계절 꽃섬’ 된다

    호반의 도시인 강원 춘천 의암호 안에 있는 중도관광지가 낭만이 넘치는 ‘사계절 꽃섬’으로 꾸며진다. 강원도는 11일 춘천이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으로 수도권과의 접근망이 좋아지면서 의암호 중도관광지를 꽃섬으로 만들어 관광객 맞이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중도관광지 39만 2150㎡를 5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별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계절별 개화시기를 고려해 계절꽃, 다년생풀, 초화류, 꽃나무 등을 심기로 했다. 우선 올해 ▲1단계 사업으로 1억 5000만원을 들여 중도 입구 광장과 휴경지 일부에 꽃밭을 조성할 예정이다. 꽃밭 조성은 오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내년부터 2013년까지의 ▲2단계 사업은 산책로 및 자전거 도로변, 휴경지 등에 꽃밭을 조성하기로 했다. 2014년~2015년 ▲3단계는 습지 및 탐방로 조성과 소규모 생물 서식처를 조성한다. 이와 함께 관광객 유도를 위해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 ‘사랑의 우체국’을 설치 운영한다. 이 사업은 지인 등에게 직접 손으로 적은 편지를 보내면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서비스를 통해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다음달 1일 중도관광지 선착장 입구에 설치된다. 현재 진행 중인 블록 장난감 레고를 테마로 한 세계적인 종합테마파크인 레고랜드의 중도 유치 사업은 이와는 별개로 지속적으로 추진된다. 김학철 강원도 국장은 “꽃섬 조성사업을 위해 지난해 말 기본구상안을 확정했으며 이달 중 연구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면서 “사랑의 우체국은 오프라인의 감성과 온라인의 최신 통신방법이 결합된 것으로 볼거리와 이야기가 있는 관광지로 조성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부산의 ‘산토리니’ 골목길 일일 투어

    부산의 ‘산토리니’ 골목길 일일 투어

    골목길엔 중독성이 있는 듯합니다. 뭐 볼 게 있을까 싶으면서도, 이름깨나 날리는 골목길이라면 불원천리 찾아가 걷게 됩니다. 필경 ‘지지고 볶으며’ 사는 동안 골목길에 켜켜이 쌓여진, 요즘은 쉬 보기 어려워진 사람의 온기를 좇는 여정이기 때문이겠지요. 부산 사하구 감천2동 문화마을은 그런 곳입니다. 레고 블록처럼 수많은 집들이 오종종히 붙어 있는데, 여간 이국적이지 않습니다. 골목길은 여전히 남루합니다. 하지만 오가는 주민들의 표정과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진 듯합니다. 그것은 곧 골목길 어귀마다 희망이 움트고 있다는 것과 맥이 통하겠지요. 이어 보수동 헌책방 골목에 들러 옛것들의 향기에 취해도 좋겠습니다. 여기에 최근 개통된 거가대교까지 돌아 본다면 모자람 없는 부산 여행이 될 겁니다. ●문화마을-美路가 迷路처럼 펼쳐진 곳 산동네에 부는 겨울 바람이 아이들 웃음소리를 실어 나른다. 웃음소리는 골목길 여기저기 부딪치고 굽이치며 넓게 퍼져 나간다. 감천2동 문화마을의 한낮 풍경이다. 울긋불긋 단장한 마을은 무척 이국적이다. 옥녀봉과 천마산 사이 비탈면을 따라 원색 페인트를 곱게 칠한 사각형 집들이 오종종히 붙어 있다. 하나같이 지붕 낮은 집들이다. 집집마다 옥상에 원통 모양의 파란 물통을 이었다. 사각형과 원통형이 적당히 어우러지며 절묘한 구도를 이룬다. 부산의 산토리니, 마추픽추 등으로 불리는 이유다. 장난감 블록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해서 레고마을이란 별명도 얻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여느 골목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된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였다. 사람이 떠난 집들도 250여채나 된다. 홍보전시관 ‘하늘마루’ 관계자는 문화마을 전체 건물이 4500여채 된다고 했다. 대략 5% 정도가 빈집인 셈이다. 감천2동 문화마을의 유래에 대해서는 1950년대 초 한국전쟁 피란민들이 몰려 들어 생겼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사하구청이 펴낸 ‘사하구지’는 “신흥종교인 태극도를 믿는 사람들 4000여명이 모여 집단촌을 이룬 마을”이라 적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문화마을은 잘 모르지만 ‘태극도마을’이라면 고개를 주억거리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거치며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것을 제외하면 마을은 당시 모습 그대로다. ‘골목길 투어’는 산복도로 위 하늘마루를 들머리 삼는 게 좋다. 2009년 ‘꿈을 꾸는 부산의 마추픽추’와 지난해 ‘미로미로프로젝트’ 등을 통해 다양한 조형물들이 산복도로 주변에 설치됐기 때문이다.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가는데, 지번을 따라 골목을 차례로 돌아볼 생각은 버리시라. 그저 막연히 헤맨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골목길은 길다. 그리고 비좁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정도다. 행여 맞은 편에서 사람이라도 온다면, 영락없이 ‘외나무 다리’가 된다. 서로의 숨결마저 맞닿을 것 같은 이런 골목에서 가벼운 눈인사 없이 지나치는 게 되레 어려운 일일 게다. 문을 열면 곧 골목인 탓에, 골목길은 곧 마당이고, 놀이터이며, 거실이다. 골목길은 ‘ㄹ’자 형태로 이어져 있다. 끝이 있을까 싶다. 신기하게도 골목길은 막힌 곳 없이 서로를 잇고 있다. 이 골목은 저 골목의 입구이자 출구다. 골목 마다 예쁜 이정표와 조형물들을 설치해 뒀다. ‘서울 사투리’를 써서 그런지 외지인에 대한 주민들의 응대가 따스하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다녀갔기 때문이다. 예전엔 주민들과 여행객 사이에 싸움이 빚어지기 일쑤였다. 그러나 골목길을 한 바퀴 돌다 보면, 주민들의 따스함이 금방 전해져 온다. 골목길 계단 모서리를 눈여겨 보시라. 각진 부분을 깎아 둥글게 만들었다. 필경 누군가를 향한 배려일 터다. 골목길 투어는 2시간이면 넉넉하다. 다소 된비알도 있지만, 그리 품이 드는 편은 아니다. 전망 포인트는 감정초등학교와 하늘마루, 나라사랑교회 등이 꼽힌다. 다시 산복도로에 선다. 멀리 사하구쪽 바다가 보인다. 말 그대로 ‘오션뷰’다. 어디 여기뿐일까. 장독대나 옥상, 어디건 마찬가지다. 햇살도 넉넉하다. 뒤편 산자락으로 해가 질 때까지 꼬박 볕이 든다. 문화마을은 겨울 햇살이 참 좋다. ●보수동-헌책들이 뿜는 세월의 향기 내친 걸음, 보수동 책방골목까지 둘러 보는 게 좋겠다. 문화마을에서 30분 남짓 자박자박 걸으면 닿는다. 가는 길에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관저로 사용됐던 임시수도기념관이나 동아대 부민캠퍼스 내 정부청사 건물 등 유적지와 만나는 것도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다. 보수동은 1960~70년대 부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번쯤 기웃거렸을 추억의 골목. ‘보수동’이란 이름만큼이나 ‘케케묵은’ 향기가 풍기는 곳이다.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되면서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보수동 책방골목(www.bosubook.com)은 1950년대 초, 그러니까 당시 미군들이 보고 난 잡지와 학생들의 참고서 등을 몇몇 헌 책방들이 모아 팔면서 형성됐다고 전해진다. 이후 부산에 각 대학의 분교가 들어서고 피란민들이 헌책을 내다 팔면서 급격히 책방도 늘었다. 책방의 규모는 다양하다. ‘전문분야’도 다르다. 헌책은 상태가 좋을 경우 반값 정도, 싼 것들은 2000~3000원에도 살 수 있다. 신간도 20% 안팎 할인된다. 지난해 12월엔 8층짜리 ‘책방골목 문화관’도 들어섰다. 책박물관과 북카페 등으로 꾸며져 쉬어가기 맞춤하다. 남포동 국제시장 입구 대청로 사거리 건너편을 보면 보수동 방향으로 난 사선골목이 보인다. 골목 입구에 책모양 이정표가 걸려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남포동 PIFF광장에서도 걸어서 15분 정도 걸린다. ●거가대교-풍경화 속을 달리다 오래된 것들의 눅진 향기를 훌훌 털고 싶다면 거가대교로 갈 일이다. 지난해 12월 개통되면서 부산의 새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곳. ‘산 넘어 산’에 견줘 ‘다리 건너 다리’라고 해도 좋을 만한 풍경들이 늘어서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교량, 부산 신항만 등의 거대한 풍경과 거제도의 넉넉한 섬 풍경이 다리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것이 놀랍다. 거가대교는 부산 가덕도와 경남 거제 장목면을 교량과 해저터널로 잇는다. 길이는 8.2㎞. 정확히는 바다 위를 달리는 구간이 4.5㎞, 바닷속을 달리는 구간이 3.7㎞다. 사장교 부분이 거가대교, 바다 밑 터널 부분은 가덕해저터널이지만, 보통 두 구간을 합쳐 거가대교라 부른다. 거가대교를 타려면 우선 부산 녹산공단에서 가덕도를 잇는 가덕대교에 올라야 한다. 1.6㎞의 가덕대교와 눌차도, 가덕터널(1410m) 등을 줄줄이 지나면 요금소다. 통행료 1만원을 내고 요금소를 나서면 곧 가덕휴게소다. 휴게소 전망대에 서면 가덕해저터널 입구와 거가대교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장쾌한 풍경이다. 거대함을 숭배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입이 벌어질 만한 규모와 조형미를 동시에 갖췄다. 휴게소 한 켠엔 거가대교의 모든 것을 담은 전시관도 마련해 뒀다. 휴게소를 나서면 가덕해저터널이다. 길이 180m, 무게 4만 5000t짜리 콘크리트 박스(함체) 18개를 바닷속에서 이어 만들었다는 곳. 최대 수심 48m의 바닷속을 지난다. 하지만 워낙 깔끔하게, 그리고 ‘터널스럽게’ 조성돼 있어 바다를 지나고 있다는 느낌이 외려 반감된다. 해저터널 벽면에 인근 바닷속 풍경 등을 그려두면 살풍경하다는 느낌은 다소 지울 수 있지 않을까. 해저터널을 나와 중죽터널을 지나면 2주탑 사장교다. 교량의 중간 지점이 부산과 경남의 경계다. 여기서 저도를 관통하는 저도터널을 통과해 거가대교 3주탑 사장교를 지나면 거제시 장목면이다. 장목면에서는 상유마을부터 둘러 보는 게 좋겠다. 고즈넉한 마을 풍경도 좋고, 다리 바로 아래에서 거대한 거가대교를 바라보는 맛도 각별하다. 거가대교에서 상유마을로 향하는 램프로 빠지면 된다. 상유마을 초입 언덕엔 거가대교를 한 눈에 굽어볼 수 있는 전망대도 조성돼 있다. 글 사진 부산·거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대구부산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백양터널요금소→태종대·수정터널 방면 고가도로→수정터널→좌천삼거리→부민사거리→토성동역→감천2동 문화마을. 감정초등학교 아래 공용주차장이 넓게 조성돼 있다. 하늘마루 (070)4219-5556. ▲맛집 보수동책방골목 안에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우진스넥’이 있다. 고로케와 도넛, 팥빵 등을 파는 분식집으로, 지역 신문에 크게 소개될 만큼 명물로 통한다. ▲기타 문화마을 지도는 하늘마루와 마을안내소에 비치돼 있다. 스탬프 6개를 모두 찍어 올 경우 하늘마루에서 무료 사진인화 서비스를 해준다.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9) 中 인문지리서 ‘산해경’

    [고전 톡톡 다시 읽기] (49) 中 인문지리서 ‘산해경’

    ‘산해경’은 전국시대 중기에서 한나라에 이르는 동안 만들어진, 중국의 오래된 지리·의학·역술·신화 등의 보고이다. ‘산경(山經)’ ‘해경(海經)’ ‘대황경(大荒經)’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각의 성격도 다르다. ‘산경’은 대륙의 산맥과 수원 및 동물, 식물, 광물 등의 분포를 그리고 있어 지리지의 성격이 강하다. ‘해경’과 ‘대황경’은 고대 중국 ‘해내외’ 이웃 민족들의 모습과 삶의 양상을 그리고 있는 인문지리서이자, 고대 중국의 원시 부족들이 갖고 있는 천지창조와 일월성신의 운행 등에 대한 원시 사유를 담고 있는 신화서이다. 세상에 이런 지도가 있을까, 아니 이렇게 기괴한 동물이 있을 수 있을까, 이렇게 이상한 세상이 있을까. 존재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면서도 그 신기한 세계상이 ‘그리고’와 ‘다시’로 무한하게 이어지면서 계속 생산되는 세계. ‘산해경’은 상상을 통해서 생길 수 있는 모든 신기하고 다양한 존재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세계의 다른 이름이다. 남서북동 그리고 중앙 순으로 시작되는 ‘산경’의 기술(記述) 패턴은 아래와 동일하다. 남산경의 첫머리는 작산(鵲山)이다./…/이 산에는 계수나무가 많고 금과 옥이 많이 난다. 이 산에 나는 어떤 풀은 모양이 부추 같은데 푸른 꽃이 핀다. 축여(祝餘)라고 하는 이것을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다./…/이 산의 어떤 짐승은 긴꼬리원숭이처럼 생겼는데, 귀가 희고 기어 다니다가 사람같이 서서 두 발로 달리기도 한다. 이름은 성성(猩猩)이며 이 짐승의 고기를 먹으면 달리기를 잘 할 수 있다./…/서쪽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그 속에는 육패(育沛)가 많고 이것을 몸에 차면 기생충병에 걸리지 않는다(‘남산경’). ●中의 오래된 지리·의학·신화의 보고 이처럼 산 이름, 그곳의 광물과 식물, 나아가 기이한 동물의 모습이 하나씩 나열된다. 그러다 여기서 ‘다시 300리를 간다.’ 거기에 있는 산의 이름을 또 밝히고 다시 그곳에 매장되어 있는 광물과 동식물을 그려낸다. 그러다 ‘다시 동쪽으로’, 또 ‘다시 동쪽’으로 간다. 기술이 끝나고 ‘산해경’의 세계가 끝나고, 그 뒤를 ‘다시’ 우리의 상상력으로 채워도 세계는 이어진다. 흡사 두루마리가 펼쳐지듯이. ‘산해경’ 속 다양한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보르헤스가 중국의 한 백과사전을 인용하면서 말한 동물 분류처럼, ‘산해경’ 세계 속 존재들이 나열되어 있는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상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다. 지금의 눈으로 보자면 ‘산해경’의 세계는 어떠한 합리적인 존재의 이유와 필연성을 갖지 않는다. ●새 머리·거북이 몸통·뱀 꼬리 가진 동물 ‘산해경’ 속 신비한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청웅황이 많이 난다는 어느 산에는 호랑이 무늬를 한 말(馬)이 있다. 머리는 희고 꼬리가 붉다. 말인가 했더니 이름이 녹촉(蜀)이란다. 말의 몸통을 가진 사슴! 그러나 당시 원시 인류가 알고 있던 사슴과는 달랐을까? 그 생김새가 이채롭다. 한편 하늘에는 꿩같이 생긴 새가 날아다닌다. 그런데 가만 보니 턱 밑의 수염으로 하늘을 난다! 그 밖에도 물에선 ‘뱀 꼬리에 날개를 갖고 있고 가슴지느러미를 달고 있는 소처럼 생긴 물고기(鯥魚)’, ‘새의 머리를 하고 살무사 꼬리를 한 거북이(선구·旋龜)’가 헤엄치고 있다. 기괴한 모습의 저 선구의 털가죽을 허리에 차고 있으면 귀가 멀지 않고 발이 부르튼 것을 고칠 수 있단다.  이처럼 ‘산해경’의 세계는 포유류, 조류, 어류, 파충류 등의 분류를 완전히 무시한 이질적인 것들이 날 것 그대로 ‘이어 붙어져’ 있다. 새의 머리에 거북이의 몸통, 여기에다 살무사의 꼬리를 하고 있는 선구. 서로 생뚱맞아 보이는 동물a와 동물b가 어떠한 위화감도 없이 하나가 되어 존재한다. 신기하게도 그것에 대해서 원시 인류는 어떠한 의문도 보이지 않는다.  인간을 다루는 방식도 동식물을 보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지역마다 다른 사람들의 특이한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부각시키는 방식을 중국의 해내, 해외에서 사는 부족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가령 삼신국(三身國), 일비국(一臂國), 관흉국(貫胸國), 기굉국(奇肱國) 등등. 삼신국은 머리는 하나인데 몸이 셋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이고, 관흉국은 가슴에 구멍이 뚫린 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나라이며, 일비국은 팔, 눈, 코가 하나밖에 없는 사람들의 나라다.  ‘산해경’에서 이런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옛 사람들은 계속 의문을 키워갔다. 그와 더불어 상상력도 커져갔을 것이다. 가슴에 뻥 뚫린 구멍은 왜 생겨났을까? ‘관흉’이라고 하였으니 구멍에 무언가를 꿴다는 말인데, 막대기를 꽂아 사람들을 들어 실어 나르는 것일까? 그럼 일비국은? 팔, 눈, 콧구멍이 하나밖에 없는 일비국 사람들의 모습은 사람을 반 토막으로 나누었을 때의 한쪽 모습인데, 그렇다면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걸을까? 두 몸이 하나가 되어야 산다는, 혼자가 아닌 삶을 사는 자들이 곧 인간이라는 사고가 여기서 표현된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먼 나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의 눈으로 그린 건가? 이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고, 시대와 환경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의 상상력으로 답을 내린다면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산해경의 세계=상식·개념 너머 세계  ‘산해경’의 세계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열린 텍스트다. 이 기괴한 책은 우리에게 ‘이게 뭐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고, 자신이 갖고 있는 기존 상식과 개념 너머의 세계로 문득 빠져들게 한다. 그러다가 슬그머니 피어나는 생각, 나도 내가 갖고 있는 것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겠구나!  우리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레고처럼 한 조각 한 조각 쌓고 붙여 얼마든지 새로운 것을 조합해낼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의해 나의 상상력이 제한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있는 것들을 조합하여 나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일이 가능하다. 내가 갖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앎으로도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낼 수 있고, 늘 보는 세상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는 시각. 그것이 ‘산해경’의 기이한 세계와 만나고 나서 내가 얻은 선물이다.  최정옥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 [갈등의 시대, 해법을 논하다] ‘부디스트 크리스찬’ 폴 니터 & ‘한국의 고승’ 진제 대선사

    [갈등의 시대, 해법을 논하다] ‘부디스트 크리스찬’ 폴 니터 & ‘한국의 고승’ 진제 대선사

    “일부 비뚤어진, 예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그리스도교인을 향해 함께 미워하지 말고 불교가 먼저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폴 니터 교수) “불교는 갈등을 부추기고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형상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둘이 아니며 너와 내가 둘이 아닌데, 무슨 투쟁이 있고 반목이 있겠습니까.”(진제 대선사) 이심전심(以心傳心)이며, 염화미소(拈華微笑)였다. 한국 선(禪) 불교의 법맥을 잇는 큰스님이 알 듯 모를 듯한 총론을 얘기하면 푸른 눈의 세계적인 신학자는 구체적인 각론으로 응답했다. 통역을 가운데 두고 선문답처럼 오가는 대화 속에서도 현실적 의제에 대한 공감의 폭과 깊이는 무르익어만 갔다. 언뜻 낯설어 보이는 만남과 대화는 진지하면서도 유쾌하게 세 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갈등이 증폭되는 시대에 적지 않은 울림을 줬다. 2010년이 저물어가는 31일 오후 대구 동화사 설법전 앞마당은 전날 내린 눈이 소복이 덮여 있었다. 동화사 들머리 앞쪽에 내걸린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라는 현수막과 사찰 경내에 걸린 ‘불교를 탄압하는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는 현수막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종교 갈등, 사회 갈등이 심상치않은 시기임을 짐작케 한다. ●“기독교·불자간 갈등 유감스러워” 조계종의 대표 선승인 진제 대선사와 세계적인 종교신학자인 폴 니터 미국 뉴욕 유니온 신학교 교수가 불교, 기독교 사이의 경계와 벽을 허물고 나눈 대화에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하기도 한다. 종교 간 갈등, ‘4대강 개발 논란’ 갈등 등 사회 전반에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시점이어서 두 사람의 만남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동화사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이른바 ‘동화사 땅밟기’ 동영상이 공개돼 파문이 이는 등 한국 사회 내 종교 간 갈등의 첨예한 현장 중 한 곳이었기에 의미가 더욱 남달랐다. 상처가 깊을수록 치유의 효과도 큰 법이다. 니터 교수는 자리에 앉자마자 최근 한국 사회의 군사적, 종교적 갈등 상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내놓았다. 니터 교수는 “현재 남북 사이에 커다란 군사적 긴장 관계가 형성돼 있으며 게다가 유감스럽게도 기독교와 불자들 사이의 갈등도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봉은사와 동화사에서 무례하게 행동한 이들은 전체 그리스도인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럽게도 생각하고 내가 대신 사죄한다.”고 말했다. 진제 대선사는 이에 대해 “어려운 시기에 니터 교수가 구만리 장도에 오셔서 한국을 염려해주니 대단히 반갑고 고맙다.”면서 “모든 불자와 그리스도인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합심해 인류의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라고 화답했다. 니터 교수는 단순한 사과의 뜻을 넘어 그리스도인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도 에둘러가지 않았다. 그는 “이웃은 물론 적까지 사랑하라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이었는데 이들은 가르침을 따르지 않았고 이는 예수님의 복음과 어긋난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예수님의 근본적 가르침인 정의, 평화, 사랑의 가치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자신의 다원주의적 종교관의 핵심을 피력했다. 두 영적 지도자들은 굳이 수다스럽게 자기 의견을 내놓을 것도, 서로 상대방 의견에 애써 동의할 것도 없었다. 많은 말을 섞지 않았음에도 종교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상통됐다. 72세, 77세 두 원로의 대화는 두 시간을 훌쩍 넘겼건만 훈훈함만 쌓여가며 그칠 줄 몰랐다. 서로에 대한 인간적 궁금함도 묻고 답해졌다. “저는 로만-가톨릭이에요. 어릴 적 사제가 됐다가 30세에 사회로 돌아왔죠. 유일 진리를 얘기하는 그리스도교임에도 다원주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은 20대 로마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마침 로마에서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전 세계에서 2000명 이상의 가톨릭 주교들이 모였고 ‘다른 종교에도 하느님이 계시고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다.’는 의견들이 오고갔었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종교를 배우는 것은 기회일 뿐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큰스님’께서는 어떻게 깨달음을 얻으셨나요?” 니터 교수는 진제 대선사를 부를 때마다 꼬박꼬박 서툰 우리말로 ‘큰스님’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한국 선불교의 대표적 은둔 수행승인 진제 대선사는 10여분가량 깨달음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니터 교수는 눈을 반짝거리며 듣다가 하나의 화두를 붙들고 2년 반 동안 수행한 뒤 깨달음에 이르렀다는 말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진제 대선사는 “분별없는 참된 나, 즉 인간 본연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가 청정무구의 평화로운 마음을 되찾는 방법으로서 선 수행이 중요하다.”면서 “선은 불교 전통으로 이어오는 것이지만 신앙의 대상이 아닌 만큼 종교를 떠나 인간 누구나 할 수 있는 수행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상에 접근하는 구체적인 방식에는 작은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진제 대선사가 “우리는 자아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참나를 발견하라는 간화선을 던지는 것”이라면서 “내 눈이 어두운데 중생을 안락국토로 인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명상 수행 동안에도 고통받는 사람 있음을 생각해야” 하지만 니터 교수는 “내가 지금 명상 수행을 하는 동안에도 지구에는 기아로 허덕이는 아이들, 전쟁과 폭력, 고문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진제 대선사와 생각이 다름을 내비쳤다. 니터 교수는 함께 방문한 그의 부인 캐서린 코넬과 함께 서구사회에서 보기드물게 ‘그리스도-불자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들은 1980년대부터 전쟁과 기아, 고통이 있는 곳에서 사회운동을 해온 탓이다. 그 또한 세계적 권위의 가톨릭 신학자이면서도 오랫동안 불교 선(禪) 수행을 해왔고, 최근에는 달라이 라마로부터 티베트불교 전통에 따라 ‘연꽃 치유자’(Lotus Healer)라는 법명과 함께 수계도 받았다. 공식적으로 ‘불자-그리스도인’이 된 셈이다. ‘부처님이 없이 나는 그리스도인이 될 수 없었다’는 그의 최근 저서는 미국을 비롯해 서구 종교계에 큰 화제를 몰고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진제 대선사는 대담을 마친 뒤 니터 교수에게 ‘진아’(眞我)라는 법명과 함께 직접 쓴 ‘처처작주’(處處作主·어디에 머무르건 참나를 찾아 삶의 주인이 되라는 뜻) 편액을 선물하며 이미 충분히 가까워진 종교 간의 거리를 더욱 좁혔다. 니터 교수는 “불교식 선 수행이 나의 기독교 신앙을 더욱 성숙시켰다.”면서 “나는 이제 72세인데 큰스님처럼 수년 동안 화두 붙들고 수행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을까요?”라고 기쁨과 감사의 뜻을 표현했다. 이날 두 정신적 지도자의 만남은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고려 최초의 대장경) 제작 1000년인 2011년을 맞아 특별히 성사된 ‘밀레니엄 평화 대담’이다. 외세 침략 앞에 무력으로 맞서지 않고 종교적 염원이라는 가장 평화적인 방법으로 대장경을 조성했던 정신을 기린다는 의미다. ●종교초월 사회 통합위한 ‘야단법석’ 진제 대선사와 니터 교수의 대담 이후에는 동화사 수좌 스님들을 비롯해 대구 경북 지역 불자와 기독교 단체가 니터 교수와 함께 한자리에 모이는 ‘야단법석’(野檀法席)을 펼쳤다. ‘불교-기독교 간 수행 전통에 대한 이해와 교류’를 주제로 한바탕 깊은 얘기를 나눴다. 행사를 주관한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이번 대화는 종교의 벽을 넘어 21세기 함께 사는 공동체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대화를 통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선 불교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종교를 초월하여 사회 통합과 평화를 이뤄내자는 불교계의 간절한 의지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니터 교수는 1일 동화사에서 초청 강연을 마친 뒤 5일까지 부산 해운정사, 부산 범어사, 서울 국제선센터 금차선원을 잇는 전국 순회 평화 토크를 가진 뒤 6일 미국으로 돌아간다. 대구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폴 니터 1939년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1966년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과정을 이수, 목사가 됐으며 1972년 독일 마르부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미국 유니온 신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달라이 라마, 데스몬드 투투 등과 함께 평화평의회국제위원회의 이사로 활동해으며 무슬림과 힌두, 불교 신도들과의 심층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다원주의적 종교신학의 정점에 서 있는 그는 교회 중심주의·그리스도 중심주의에서 신 중심주의로, 해방의 실천을 통한 구원 중심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 세계를 돌며 마음의 평화와 세계 평화에 대해 설파하는 인기 강연자이다. ●진제 대선사 1934년 남해에서 태어났다. 1954년 해인사로 출가해 전국 선원에서 수행했으며, 향곡 선사로부터 깨달음을 인가받았다. 경허-해월-운봉-향곡으로 이어지는 한국 선불교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조계종 기본선원 조실(사찰의 최고 어른)과 동화사 조실이다. 선객들 사이에서 ‘북송담, 남진제’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인천 용화사의 송담스님과 더불어 불교계를 대표하는 정신적 지도자로 꼽힌다. 1971년 부산에 해운정사를 창건했다. 선학원 이사장, 문경 봉암사 조실을 거쳤고 1998년과 2000년 백양사 1·2차 무차선대법회 초청법주, 2002년 국제무차선대법회 법주에도 몸담았다.
  • 소리, 그림이 되다

    소리, 그림이 되다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정마리의 정가, 이수경의 헌신’은 소리를 보고, 그림을 듣는 이색 체험의 장이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어두컴컴한 공간의 정면에 환한 빛을 내뿜는 무대가 있다. 그 옆 벽에는 단아한 한복 차림의 여인을 비추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다. 입구에서 받은 무선헤드폰을 귀에 대니 맑고 청아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보컬리스트 정마리가 부르는 한국의 전통소리, 정가(正歌)다. 빛과 어둠의 시각적 대비가 명확한 침묵의 공간에서 듣는 정가는 묘한 감흥을 일으킨다. 2층에는 시각예술작가 이수경이 정마리의 정가를 비롯해 기독교의 성가, 불교의 범패, 이슬람의 경전 낭독 등 다양한 종교 음악에서 영감을 얻은 드로잉 작품 160개가 전시돼 있다. 둥근 벽에 걸린 그림들 사이에 설치된 8개의 스피커에서 정마리가 부르는 정가와 그레고리오 성가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진다. 발소리마저 조심스러울 만큼 경건하고, 슬픈 분위기가 사뭇 색다르다. 이수경 작가는 정마리의 정가를 처음 접하고 단번에 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한다. 정가의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드로잉전은 정마리와 정가에 대한 오마주인 셈이다. 전시는 새해 1월 28일까지 열린다. 금요일 오후 6시,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정마리의 공연을 직접 볼 수 있다. 2000원. (02)760-485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하게…성탄 2題] “몰래산타 너무너무 자랑 하고파”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하게…성탄 2題] “몰래산타 너무너무 자랑 하고파”

    “수경아 나와라~.”, “수범이 나와라~.” 10명의 산타가 이름을 부르자 청록색 점퍼에 체크무늬 남방까지 똑같이 맞춰 입은 쌍둥이 형제가 2층 집에서 헐레벌떡 뛰어 내려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아이들 얼굴 위로 스프레이 흰눈이 잔뜩 쏟아졌다. 수경·수범 형제에게 하루 먼저 찾아온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아이들이 “산타할아버지!”를 외치자 골목 끝에 숨어 있던 산타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아이들 앞으로 다가왔다. 빨간 옷에 흰 수염, 불뚝 나온 배까지 영락없는 산타할아버지였다. ●자원봉사 1000여명 서울 차상위계층 찾아 크리스마스 이브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8시. 서울 마천동의 한 상가건물 2층에 있는 쌍둥이의 집 앞에서 박수범·수경(맨 오른쪽·10) 형제를 만났다. 기자는 이날 서울지역의 차상위계층 가정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사랑의 몰래산타 대작전’에 참여한 1000여명의 산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했다.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송파구의 다섯 가정을 방문했다. 영하 10도 가까이 떨어진 추운 날씨였지만 산타를 보고 밝은 표정을 짓는 아이들을 볼때마다 얼었던 몸과 마음도 함께 녹았다. 한번에 한 사람만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계단을 올라가니 수경·수범 형제가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사는 집이 나왔다. 10명의 산타가 모두 들어서니 집안이 꽉 찼다. 산타 형, 산타 누나들로부터 평소 갖고 싶었던 레고세트를 받은 쌍둥이 형 수범이는 선물을 손에 들고 펄쩍펄쩍 뛰며 “엄마, 너무너무 자랑하고 싶은데 어디에다 자랑하지?”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사실, 쌍둥이 동생 수경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2007년부터 ‘헤르페스바이러스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 심할 때는 얼굴에 변형이 오고, 온몸에서 고름이 흘렀다. 처음 발병했던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한 달간 학교도 못 가고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면역력이 떨어져 언제 또 다시 발병할지 모른다. ●바이러스질환 앓는 동생… 부모처럼 돌보는 형 새벽시장에서 배달일을 하는 아버지와 공장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어머니가 일이 바빠 자주 함께 있지 못하지만 쌍둥이 형제는 우애로 부모의 빈자리를 서로 채워준다. 어머니 이미영(38)씨는 “몸이 아픈데도 항상 씩씩한 수경이와 동생을 잘 돌보는 듬직한 수범이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몰래산타’들이 너무 고맙다.”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날 밤, 산타할아버지를 만나 행복했던 수경이는 선물로 받은 새 다이어리에 이렇게 썼다. “두근두근, 산타봐서 진짜 행복하다.” 글 사진 윤샘이나·김진아기자 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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