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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동자 크기 스크린 나온다

    2007년 6월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선글라스를 쓴 한 남성이 소리를 지른다. 답답한지 그는 허공에 주먹까지 날린다. 이 남성은 프리미어리그 축구경기를 보고 있었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를 종종걸음으로 지나치던 한 여성이 웃음을 터뜨린다. 아무것도 손에 쥔 것이 없지만 그녀는 인기 시트콤 ‘프렌즈’를 시청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내년부터 차세대 초소형 멀티미디어 기기인 ‘아이(eye) 스크린’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 스크린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 첨단 모바일 기기의 뒤를 이을 것으로 평가받는 5세대 디스플레이어다. 영상의 역사는 1세대 영화,2세대 TV,3세대 컴퓨터,4세대 DMB 등 모바일 기기로 이어져 왔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의 산학 업체인 MED사가 개발한 ‘아이 스크린’은 사람 눈동자와 같은 5∼6㎜ 크기의 스크린. 해상도는 QVGA 320×240픽셀이다. 선글라스 등에 부착, 영화와 TV 등 콘텐츠는 블루투스(bluetooth·단거리 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무선 송신기를 통해 수신한다. MED사는 고급 선글라스 정도의 가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 스크린의 장점은 주변 사람들이 안경을 통해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3SGM 세계회의’에 선보여 큰 관심을 모았다. 선임연구원 파울 스츠제레키는 “일부 제품을 이미 아시아 업체에 보냈으며 곧 대량 생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월드이슈] 이민 ‘빗장’ 다원성 잃어가는 美·유럽

    [월드이슈] 이민 ‘빗장’ 다원성 잃어가는 美·유럽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은 이민자들이 세운 국가이지만 9·11테러 이후 이민이 가장 까다로운 나라로 변했다. 지난해 3월 현재 불법체류자는 111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법체류자 처리문제를 놓고 최근 미국사회에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미국의 이민 정책은 지난해 11월28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이민 개혁을 통한 국가 안보’ 정책안에 따라 종합적인 개편이 이뤄지는 과정에 있다. 당시 부시 대통령이 제시한 이민 개혁안의 핵심은 ▲국경 통제 강화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 확대 ▲초청 노동자(Guest Worker) 프로그램 도입 등 세가지다. 백악관이 발표한 정책안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체류자들 가운데 테러리스트가 섞여 있을 가능성을 무엇보다 우려했다. 또 지난 수십년 동안 불법이민자들을 정기적으로 ‘사면’해 주는 관용적인 정책 때문에 법 질서가 훼손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 때문에 이민을 통제하기만 할 경우 우수한 두뇌와 값싼 노동력이 들어오는 게 끊기게 된다. 이에 따라 임시 근로자의 입국을 허용하는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을 내놓은 것이다. 이같은 부시 대통령의 정책적 발의가 나오자마자 하원은 지난해 12월16일 기다렸다는 듯이 이민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하원의 이민법안은 ‘극단적’으로 흘렀다. 이 법안은 외국인 불법체류자 전원을 형사범으로 간주해 추방하고 이들을 인도적으로 도와주는 주민이나 단체들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는 형사범이 아니라 민사범이다. 하원이 이처럼 강경한 이민법안을 제시한 데는 9·11 이후 이민자를 꺼리는 미국 사회, 특히 보수층의 정서가 배경으로 깔려 있다. 하원안을 주도한 제임스 센센브레너 법사위원장은 중북부인 위스콘신주 출신으로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그를 법사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강경한 이민법을 밀어붙이려는 보수파의 전략이었던 것 같다고 의회 소식통은 말했다. 하원이 이민법안을 통과시키고 나흘이 지난 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조지워싱턴대학 초청 연설에서 “새해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실패해온 이민정책을 종식하겠다.”고 강경책을 뒷받침했다. 처토프 장관은 “불법이민 문제는 미국이 직면한 매우 심각한 과제”라면서 “불법 이민자들을 최대한 저지하고 줄여 나가는데 이민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도를 넘어선 하원의 이민법안은 미 의회 안팎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50만명의 이민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였다. 이에 따라 상원에서는 하원의 안과는 다른 보다 ‘현실적’인 안들이 모색됐다. 지난 27일 존 매케인 상원의원(공화당)과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민주당)이 제시한 공동안을 중심으로 상원 법사위안이 마련됐다. 이 안은 대체로 부시 대통령이 제시했던 정책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하원안보다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미국의 이민 정책 논란은 일단 하원안과 상원안(법사위)간의 대결 구도가 됐다. 물론 법사위 안이 상원 전체 회의에서 바뀔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서는 법안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통과해야 법으로 공포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상·하원은 각자의 안을 갖고 조정을 해야 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dawn@seoul.co.kr |파리 함혜리특파원|“세상의 모든 잘못된 일이 예수 책임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는데 당신 생각은?”“1848년 프랑크푸르트 파울교회에서 소집된 회의에서는 무얼 논의했나요?” 유럽 국가에서 태어나 자라난 이들도 대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들은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헤센주에서 치러진 이민 신청자 시험에 나왔다. 프랑스 다음으로 관용이 존중된다는 네덜란드에서도 마찬가지다.“여기선 왜 나체 수영이 합법이라고 생각하는가?”와 같은 질문이 이민 시험에 출제됐다. 남성 동성애자들이 입을 맞추는 동영상을 구입하도록 한 뒤 이민 신청자의 반응을 살펴 본다. 유럽의 이민 정책이 빗장을 잠그는 쪽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이슬람 세력의 확장으로 유럽이 과격의 온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와 공포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말 현재 유럽에 머무르고 있는 무슬림은 3790만명으로 추정된다. 2004년 3월 마드리드 테러에 이어 11월 암스테르담에서 발생한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 살해 사건, 지난해 7월 런던 테러와 11월의 파리 소요, 지난 1∼2월 마호메트 만평 파문 등을 겪으면서 유럽 국가들은 이슬람 세력의 확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르렀다.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외무장관들은 지난 24일 이민 희망자에게 서구적 가치와 관습을 존중할 것을 서약하는 ‘이민 계약서’를 의무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 안이 실현되면 25개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이 빗장을 잠그게 된 데는 이민자들을 겨냥한 사회통합 정책에도 불구하고 무슬림들이 점점 더 자신들의 종교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마호메트 만평으로 홍역을 치른 덴마크는 지난해부터 언어 및 생활문화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또 비유럽인과 결혼하려면 주거지 소유 증명을 제시해야 하며 7년간 8000유로(약 960만원)를 은행에 예치하도록 했다. 유럽에서 이민자가 가장 많은 독일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고도로 숙련된 노동자에게만 이민 문호를 개방하는 법률을 시행 중이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망명 관련 법과 위장 결혼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극우진영은 무슬림 이민자 억제를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외국 기술자를 선별해 이민을 허용하는 기술이민 점수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페인은 취업 이민 쿼터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프랑스의 무슬림은 전체 인구의 10%인 598만명쯤 된다. 유럽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프랑스는 지난달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이민자만 선별하는 내용의 이민법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은 풍부한 경험과 숙련된 직업 기술을 보유한 이민자에게 3년간 유효한 취업 비자를 발급한다는 조항과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은 후 모국으로 돌아갈 것을 약속하는 유학생에게 예전보다 쉬운 입국을 보장한다는 조항을 담고 있다. 또 이 나라에 이미 머무르고 있는 이민자가 본국 가족을 초청하려면 충분한 수입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명시했다. 특히 튀니지에서 96㎞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탈리아 남부 시실리 섬과 람페투사 군도는 EU 국가로 들어오려는 난민들의 단골 밀항지로 꼽혀 이탈리아 당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매년 법령을 통해 EU 이외 지역 외국인 근로자의 수용 상한을 정하고 있다. 올해는 17만명이다. lotus@seoul.co.kr ■ 美 한인 40만~46만명 불법 체류 ‘내쫓길 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 의회의 이민법 개정은 한국인 불법 체류자들에게 ‘희망’이 될 수도 있고 ‘악몽’이 될 수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의 조동진 사무국장은 29일 “이민법안에 불법체류자들이 궁극적으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이 포함됐기 때문에 일단 희망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국장이 말하는 법안은 27일 상원 법사위원회를 통과한 안이다. 그러나 독소조항이 많은 하원의 이민법안에 가까운 이민법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에는 불법체류 한인들 가운데 많은 수가 추방될 위기에 몰린다. 이에 따라 한인사회는 미 의회 지도부에 전화와 편지, 이메일, 팩스 등을 통해 “극단적인 이민정책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압력’ 행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또 일부 총영사관에서는 미국 당국과 협의해 불법체류 한인들에게 임시 신분증을 발급해 주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신분증을 이용해 한인 은행에 계좌를 열고 기본적인 생활을 이어가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신분을 다소나마 공식화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재 미국내에 한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현재 전체 교민은 200만∼230만명이다. 이 가운데 20%정도가 불법 체류자일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dawn@seoul.co.kr
  • 14년만에 ‘원초적본능2’ 30일 개봉

    14년만에 ‘원초적본능2’ 30일 개봉

    “그녀가 돌아왔다.” “I’ll be back”(터미네이터) 이래 이처럼 가슴 벌렁이게 하는 홍보문구가 있었을까.‘원초적 본능2’(Basic Instinct 2)가 30일 드디어 개봉한다. 사실 1992년 1편에 이은 14년만의 2편이라면, 속편치고는 참 불친철하다. 팬들로서는 스토리조차 가물가물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속곳도 없이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취조실 의자에 앉아서는 천연덕스레 다리를 바꾸어 꼬던 샤론 스톤을 잊은 사람은 없을 듯.‘잘 나간다.’는 영화의 인터넷 홈페이지 1일 방문객이 2만∼3만명 수준인데,‘원초적 본능2’ 홈페이지 방문객은 한때 10만명까지 치솟았다는 것도 한 증거다. 불친절한 2편임에도 팬들은 연신 ‘으흐흐’ 웃음을 흘리고 있는 셈. # 흔들리는 눈빛 vs 표독스러운 눈빛 샤론 스톤의 섹시함은 사실 세미 포르노 수준으로 섹스장면을 묘사했다는 데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부러질 듯 부러지지 않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통제되지 않아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발 통제되지 않았으면 하고 기대하는 남성들의 욕망을 정확하게 짚었다. 말하자면 샤론 스톤의 섹시함은 ‘탱탱한 육체’뿐 아니라 ‘흔들리는 눈빛’에도 있었던 셈. 2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샤론 스톤이 ‘흔들리는 눈빛’을 걷어내고 아주 작심한 듯 ‘표독스러운 눈빛’에 집중한다는 데 있다. 이 때문일까. 샤론 스톤의 풍만한 가슴이나 쭉쭉 뻗은 다리 혹은 은밀한 사타구니 사이, 그것도 아니라면 벌거벗은 몸의 실루엣이라도 카메라가 게걸스레 훑어줬으면 좋으련만, 어찌된 일인지 악랄하게 일그러지는 표정에 더 집중한다. 게다가 샤론 스톤, 미안하지만 이제 늙었다.5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저 정도 외모에 피부에 몸매만 해도 어디냐 싶긴 하다. 그러나 1편 때 머리에 박힌 팬터지는 변장 수준에 가까운 화장과 자연스럽지 못한 젖가슴을 안타깝게 한다.1편에 비해 더 노골적인 유혹이 가득함에도 ‘야하다’ ‘섹시하다’는 느낌이 외려 덜 든다. 어떤 장면에서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김부선이 보여준, 중년여인의 질펀함이 떠오를 때도 있다. # 촘촘해진 스릴러 구도 사실 이런 샤론 스톤의 변신은 수긍이 가는 대목도 있다. 단순히 14년의 세월, 늙어서, 몸이 안 따라줘서가 아니라는 말이다. 결정타는 1편이 너무도 성공적이어서 이야기의 틀과 캐릭터가 이미 모두 노출됐다는 데 있다. 어쩌면 검투사 시합 뒤 관중들에게 칼을 집어던지고는 “도대체 얼마나 더 해야 만족하겠냐.”던 ‘글래디에이터’ 막시무스(러셀 크로)의 대사가 2편을 찍은 샤론 스톤의 심정일지 모른다. 무슨 짓을 하든, 뭐라 말한들 1편에 비교당해 깎일 수밖에 없는 게 2편의 운명이다. 그래선지 2편의 진정한 승부수는 샤론 스톤의 캐릭터보다 ‘추리적인 요소의 강화’인 듯하다.‘샤론 스톤=주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색녀’라는 등식은 어차피 관객 머릿속에 입력돼 있다. 알듯 말듯한 샤론 스톤의 정체, 정말 범인은 누구일까라는 의문 때문에 생기는 긴장감은 2편에서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2편은 거꾸로 샤론 스톤이 목표물을 잡기 위해 어떻게 포위망을 좁혀가는지에 집중한다. 동시에 샤론 스톤을 쫓는 형사를 등장시키는데 이 형사, 부패했다. 즉, 너무도 명백할 것만 같던 진실은 쉽사리 손에 움켜쥐어지지 않고 바람처럼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 어느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모든 게 혼동 속에 빠져 들어가는 상황이 바로 2편의 핵심이다. 맨 마지막 장면에서 호접몽(胡蝶夢)이 떠오르는 것도 그래서다. 다시 말해 ‘다리 꼬기’만 잊는다면 2편도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다. 소설가 캐서린(샤론 스톤)은 스포츠카에서 축구스타와 즐기다 사고를 낸다. 차는 추락하고 축구선수는 사망한다. 증거가 없어 난감해하던 경찰은 정신감정으로 캐서린을 붙잡아두려 한다. 정신과의사 마이클(데이비드 모리시)은 캐서린에게 ‘자신을 전지전능하다 착각하는 위험중독증 환자’라 판정한다. 그러나 캐서린은 보석으로 풀려난 뒤 마이클을 유혹하려 든다. 때맞춰 마이클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살해되고, 묘하게 여러 상황 때문에 마이클이 범인으로 몰리기 시작하는데….18세이상 관람가.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자배우 비교해보니 욕망男 예전만 못하네 ‘원초적 본능2’에서 제일 아쉬운 점은 사실 샤론 스톤이 화끈하게 벗지 않았다거나, 몬도가네식의 변태적 섹스신을 보여주지 않았다는데 있지 않다. 그보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커지는 ‘마이클 더글러스’의 공백이 더 뼈아프다. 샤론 스톤의 유혹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상대 남자배우가 잘 받쳐줘야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면서도 끓어오르는 욕망 때문에 무너지는 모습, 이게 실감나게 살아나야 비로소 ‘악마 같은 요부’ 샤론 스톤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려면 필수다. 1편에서 닉 커랜 형사 역을 맡았던 마이클 더글러스는 이 연기를 너무도 훌륭하게 해냈다. 형사라는 직업에서 나오는 냉철함도 보여줬지만, 번들거리는 눈알에 숨겨진 터질 듯한 욕망과 온 몸의 털과 핏줄을 바짝 세운 듯한 광기까지 두루 표현해냈다. 파멸의 길임을 알면서도 그 길을 택하는, 욕망의 노예 같은 인간 닉 커랜이 완성된 것이다. 2편에서 닉 커랜 형사와 같은 역할은 런던 경시청 소속 정신과의사 ‘마이클 글래스’다. 이 역을 맡은 배우는 영국배우 데이비드 모리시. 배경이 영국인데다 배우도 영국사람이라는 것은 어쩌면 장점일 수 있다.‘신사의 나라’다운 절제 속에 숨어 있는 욕망이라면, 낙차가 더 크기 때문에 닉 커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연기가 터져 나올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치가 있다. 그런데 이렇다 할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더러운 욕망’ 따위의 단어는 생각나지도 않을 정도로 말쑥한 영국신사다. 모리시가 폭발하지 못하니,1편에서는 유혹하던 샤론 스톤이 2편에서는 어째 애걸하는 샤론 스톤으로 보인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회장믿음에 ‘리딩’ 프리미어 입성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리그(2부리그) 리딩FC가 창단 135년 만에 프리미어리그(1부리그)에 입성한다. 28일 일본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리딩은 지난 주말 레스터시티전에서 1-1로 비기면서 올시즌 6경기를 남기고 27승11무2패(승점 92)로 3위 왓포드FC와 승점차를 20점차로 벌렸다. 이에 따라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프리미어리그로 자동승격할 수 있는 리그 2위를 확보했다. 지난 1871년 런던 서부에서 창단된 리딩은 하위리그를 전전했지만 1990년 중고차 잡지로 성공한 존 마제스키 회장이 취임한 뒤부터 2부 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호시탐탐 노려왔다. 한편 프리미어리그 최하위 3팀은 챔피언십리그로 강등되고 챔피언십 1,2위팀은 프리미어리그로 자동 승격된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유럽 ‘파업 소용돌이’

    |파리 함혜리특파원|‘유럽은 파업중’ 유럽 대륙이 파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28일 프랑스 노동계가 정부의 최초노동계약(CPE) 도입에 반대해 전국적 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영국과 독일, 그리스에서도 연금개혁과 임금인상 등의 문제로 파업이 잇따랐다. 프랑스 국영철도 SNCF의 노조가 27일 저녁부터 24시간 파업에 들어간데 이어 28일 항공, 우체국, 전기·가스(EDF-GDF), 프랑스 텔레콤, 병원 노조들이 파업에 가세했다. 운송부문 역시 사실상 마비됐다. 일반 열차는 5대 중 2대, 초고속 열차 TGV는 차량의 3대 중 2대꼴로 운행됐다. 파리 등 71개 도시 대중교통의 절반 이상이 운행을 중단했다. 교사들도 파업에 들어가 대부분 학교가 문을 닫았다. 신문 발행이 중단되는가 하면 국영 라디오와 TV 방송국도 파행운영을 면치 못했다. 르몽드는 공무원과 민간 기업 노조원 등 500만여명이 파업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는 29일 노동계 및 학생들과 CPE의 부분수정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150만명에 이르는 지방정부 노동자들이 연금문제로 24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학교 수천곳이 문을 닫았고 교통편 운행이 차질을 빚었다. 런던에서는 런던타워가 문을 닫았고 시내 학교 70%가 휴교했다. 지방공항 일부도 직원들의 시위참가로 운영차질을 빚었고 북아일랜드에서는 버스와 기차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도 임금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경고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는 자동차메이커 BMW의 라이프치히 공장 노조원 1000여명 등 전국의 산하노조들이 가세했다.340만명의 노조원을 보유한 금속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5%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용자측이 1.2% 인상을 고집,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리스 정부의 은행 연금기금 개혁안에 반발, 국영 엠포리키 은행이 27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그리스 은행노조도 산하 사업장에 파업지침을 하달했다.lotus@seoul.co.kr
  • “윔블던 우승컵 안팔겠다” 비욘 보리, 경매철회 소동

    “윔블던테니스 우승컵을 팝니다.” ‘윔블던 황제’이자 ‘스포츠 갑부’의 시초가 된 비욘 보리(50)가 재정난 타개를 위해 현역 시절 받은 윔블던테니스 트로피 5개와 연승 행진을 벌일 때 사용했던 라켓 2개를 팔겠다고 나섰던 사실이 밝혀져 팬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보리는 1976∼80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대회를 유일하게 5연패,‘윔블던 황제’로 불렸던 대스타. 윔블던 코트에서 무려 41연승의 대기록까지 작성했다. 무표정한 플레이로 ‘아이스 맨’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보리는 지난 1984년 24세의 나이로 선수 생활을 접을 당시 상금으로만 수백만 달러를 챙겨 운동 선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스포츠 갑부’였다. 은퇴 뒤 어마어마한 스웨덴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모나코로 이주, 자국민의 비난을 사기도 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속옷사업에 손을 대 유럽과 북미에서 짭짤한 재미도 봤다. 하지만 마약 복용과 미성년자 임신 등으로 상표의 이미지가 뚝 떨어지면서 6년 만에 도산위기를 맞은 그는 친구의 도움으로 근근이 사업을 계속하던 중 결국 이달초 자신의 윔블던 트로피 5개와 ‘악동’ 존 매켄로와의 대결에 사용한 라켓 2개를 런던의 경매장에 내놓았다.“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게 변명이었다. 그가 내놓은 물건은 최저 30만달러에서 최고 52만 5000달러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이것들은 수년간 내 가족과 팬을 나와 연결시킨 매개체였다.”며 28일 이를 번복했지만 이를 지켜 본 주변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특히 그의 재정상태에 의혹의 눈초리도 많다. 고향 스톡홀름에도 집이 여러 채 있고 모나코에도 충분한 재산이 있는 그가 굳이 트로피까지 내다 팔 이유가 있었겠느냐는 것. 동업자와 소송중인 그가 질 때를 대비, 미리 무일푼임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설도 흘러나오고 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잘나가는 여성이 페미니즘 죽인다”

    젊고, 성공한, 돈 잘 버는 엘리트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파괴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신문인 옵서버는 런던 대학 킹스 칼리지의 알리슨 울프 교수가 쓴 ‘자매애의 종말’이란 논문이 여성계의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울프 교수는 “고학력·고소득 여성들이 교육, 자원봉사처럼 남을 돌보는 직업을 거부하면서 ‘여성적 이타주의’가 사라지고, 결국 페미니즘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의 소득 수준이 아이를 갖지 않으면 남성과 비슷해지면서 가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밝혔다. 그녀의 주장은 공감과 반감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는데, 많은 여성들은 경력을 쌓거나 모성애에 집중하는 것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다고 호소한다. 전형적인 엘리트 여성인 카이아라 카르넬(26)은 런던의 한 투자 은행에서 주 70시간 이상 일하며, 연봉 8만파운드(1억 3600만원)를 받는다. 그녀는 “엘리트 여성은 자식을 희생하거나 경력을 희생하거나 둘 중의 하나를 강요당한다.”고 말했다. 카르넬은 “여성은 1년, 남성은 2주의 출산 휴가를 받는데 이는 여성이 집안에 1년 내내 머물러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로 4개월 출산 휴가가 가능한 미국 여성이 관리직까지 진출한 비율은 45%인 반면, 출산 휴가를 1년 가는 유럽 여성은 32%에 그쳤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녹색공간] 환경친화적 아파트가 되려면/노수홍 연세대 원주캠퍼스 보건환경대학원장

    수년 전부터 다양한 브랜드를 가진 아파트 광고를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조경과 화려한 실내 디자인을 자랑하는 광고에는 환경친화적인 아파트를 강조하며 선전한다. 또한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고 균형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신도시, 행복도시,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건설에도 항상 환경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강조한다. 그러면 환경친화적 개발은 무엇인가? 1987년 환경과 개발에 관해 세계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 ‘우리 공공의 미래’는 지속가능발전을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 정의하였다. 또한 지속가능성은 환경적 지속성, 사회적 형평성, 경제적 효율성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환경적 지속성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환경이 공급할 수 있는 능력과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발전을 뜻한다. 이는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주장하는 ‘이자론’과 뜻을 같이한다. 인간은 자연이 준 혜택의 이자만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자연을 훼손하는 일은 원금을 까먹는 행위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지속적으로 자연의 혜택을 누리려면 환경친화적 개발을 통하여 이자만으로 사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1999년 시작된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 밀레니엄 빌리지 재개발은 환경친화적 발전의 모범적인 예를 보여준다. 설계자 랄프 어스킨(Ralph Erskine)이 단지 설계를 맡고 환경친화성과 지속가능성을 설계의 핵심 개념으로 정하였다. 지구온난화의 주된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을 최소화하는 건축방법을 적용하였다. 열손실이 적은 단열재의 사용과 열효율이 높은 열병합발전을 채택하고 청정에너지를 사용하여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량을 80%나 절약할 수 있었다. 절수기구를 사용하고 하수를 고도 처리하여 건물의 세척수와 단지 내 생태공원의 유지용수로 사용하면서 30% 정도의 물을 절약했다. 쓰레기 수집·분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건축과정에서 발생하는 건축폐기물을 50% 이상 줄였다. 그리니치 빌리지에서 가장 자랑하는 점은 지속가능성과 환경친화성을 구체적인 환경지표로 나타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광고에서 보여주는 환경친화적 아파트는 주로 조경에 중점을 두고 겉으로 보기에 좋은 것만을 강조하는 데 치우쳐 있다. 서울시는 2010년까지 재건축사업을 할 수 있는 319 곳을 선정하였다. 현재 추진 중인 은평 뉴타운에는 환경친화적인 단지 조성을 위한 노력이 조금이나마 엿보인다. 빗물을 저장하여 청소용수나 단지 내의 생태하천의 유지용수로 사용하고 공공건물에 청정에너지를 시범적으로 사용하는 계획을 세웠다. 일반적으로 사업시행자는 예산 부담과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청정에너지와 중수도 시설을 도입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다. 최근 정부는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위한 다양한 지원 책을 도입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청정에너지인 태양광발전을 2012년까지 10만 가구에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가구당 설치비 2830만원(3 기준)의 70%를 국가가 지원하고 설치희망자는 30%만 부담하면 된다. 환경부에서 시행하는 중수도설비 지원 사업도 활용할 수 있다. 최근 개발된 중수도처리기술은 경제성도 있고 물 사용량을 30% 절약할 수 있다. 그리니치 빌리지가 환경친화적인 개발을 위하여 구체적인 지속가능한 지표를 정하여 단지 설계를 한 것처럼 우리 현실에 적합한 지표를 정하여 재개발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지방자치단체와 건설회사가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아파트 단지에 수억원이 되는 나무로 조경을 하였고 이탈리아제 대리석으로 장식을 했다는 선전보다는 청정에너지 사용량과 물 재이용률 등이 다른 아파트와 비교하여 높은 환경친화적인 아파트를 자랑하는 광고가 나오길 바란다. 특히 토지공사, 주택공사,SH공사 같은 공공기관들이 개발이익을 많이 내는 경쟁보다 구체적인 지표를 가지고 환경친화적인 도시 건설을 경쟁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노수홍 연세대 원주캠퍼스 보건환경대학원장
  • [열린세상] 도시는 다양한 모자이크다/이건영 중부대 총장·전 건교부 차관

    조선조의 어느 시인이 남산에서 내려다본 풍경을 조가비들이 엎디어 있는 것 같다고 묘사한 바 있다. 사방 부드러운 능선과 어우러진 도읍의 스카이라인은 고즈넉하고 안온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도시 풍경은 삭막하다. 획일적인 고층 아파트가 분지와 계곡을 따라 도열해 있고, 재개발 아파트들이 산허리를 기어오른다. 강변에는 회색 아파트의 병풍이 둘러쳐져 있다. 지금 강남과 서울 주변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빽빽한 아파트숲이다. 모양도 획일적이고 높이도 어슷비슷하다. 지난 20∼30년 사이의 변화다. 아마도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시가지가 조성된 예가 인류 역사상 또 있을까? 졸속이라면 졸속이었다. 그런데 재건축이란 이름 아래 고작 20년이 지난 아파트를 허물어 다시 짓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정작 개선되어야 할 달동네나, 노후하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단독주택 지역은 그냥 방치되어 있다. 우리는 짓고 부수는 일에 영일이 없다. 쉽게 짓고 쉽게 부순다. 낡고 손때 묻은 것에 대한 애정이 없다. 큰 그림이 없기에 서로 사업권을 선점하려고 아우성이고 이에 따라 아파트값이 춤추는 것이다. 나라 전체로 볼 때 우리는 열심히 집을 짓고 있지만 동시에 부수는 집도 많다. 연간 50여만가구가 지어지고 10만가구 가까운 집이 없어진다. 런던에는 지금도 빅토리아 시대에 지은 1백여년 지난 집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오래된 집일수록 더 값이 나간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오래된 집일수록 견고하고 아름답다. 낡은 것들은 닦고 고쳐서 쓴다. 그래서 도시와 집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건물의 수명은 쓰기에 따라 무한이다.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의 작품 중 성가족 성당은 백년이 지난 지금도 짓고 있는 중이다. 유럽에는 로마 사람들이 만든 교량 중 80여개가 지금도 쓰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10여년밖에 안 된 교량도 철거되었다. 자동차도 몇년만 지나면 바꾼다. 가전제품도 새 모델이 나오면 멀쩡한 쓰레기들이 거리에 쌓인다. 우리의 이같은 발빠른 변신은 아마 성장시대의 후유증일 것이다. 선진국의 한 세기 변화를 우리는 십여년 사이에 경험해 왔다. 그러는 사이 보존할 만한 것, 버릴 것 가리지 않고 새것만을 추구해 왔다. 도시는 다양한 모자이크다. 낮은 집도 있고 높은 집도 있다. 낡은 집도 있고 헌 집도 있다. 여기에 역사가 있고 개성이 있고 문화와 연륜이 있다. 이런 것들이 조화되어 도시 분위기를 만든다. 도시공간은 일단 지어지면 도시민들이 공유하는 공간이다. 강남 일대의 아파트 지구들은 도시계획에 따라 건설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재건축’에 의해 용적률이 부쩍 늘어나고 고층화되면 도시 경관도 문제지만 교통·상수도 등 기반시설이 오버로드될 것이다. 용적률 욕심은 아파트값과 비례한다. 강남 집값은 공급부족 탓이라고 재건축 촉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서울은 끝없이 점점 더 높고 빽빽한 아파트 숲으로 변해갈 것이다. 지금도 비대한 공룡도시인데, 과연 살 만한 곳이 될 것인가? 그동안 철학이나 미학보다는 경제논리나 정치논리에 밀려 만들어진 도시. 이제 양적으로만 팽창시키기보다 질적으로 재생시켜 나갈 때이다. 낡은 것은 리모델링하거나 리바이벌하고 싶다. 대도시는 대도시대로, 중소도시 또는 농촌의 취락지역도 그에 알맞은 재생 모델이 필요하다. 만든 지 얼마 되지 않는 ‘새 도시’ 강남에 불어온 ‘짓고 부수기’ 바람을 보며, 나는 유럽의 잘 보존된 고도(古都)들의 향취를 생각한다. 낡은 것도 아름답다. 누가 자꾸만 우리의 도시를 망치고 있을까? 이건영 중부대 총장·전 건교부 차관
  • 강남아파트 하루거주비 특급호텔급

    강남아파트 하루거주비 특급호텔급

    서울 강남지역의 고가 아파트 하루 거주비가 서울의 최고급 호텔 하루 숙박비와 맞먹을 만큼 치솟았다. 집값의 정도를 넘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강남 아파트 평당 가격을 국산 중형차와 비교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셈법이 됐다. 상당수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의 경우 이자 비용을 감안한 하루 거주비가 국내 최고급 호텔인 JW메리어트 호텔의 하루 숙박비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평균시세가 34억원인 삼성동 아이파크 73평형을 구입하지 않고 금융권에 장기간 예치한다면 매년 1억 6320만원의 이자소득(3년 만기 국고채 이자율 4.8% 적용시)을 얻을 수 있다. 하루에 44만 7000원의 이자소득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하루 얻을 수 있는 이자소득으로 호텔을 이용한다면 국내 최고급 호텔인 강남 JW메리어트 호텔의 디럭스룸(하루 객실료 42만 5000원)에 매일 묵을 수 있다. 시세가 38억 5000만원인 도곡동 타워팰리스 102평형의 하루 이자소득은 50만 6000원에 달해 하루 숙박료가 51만 5000원인 JW메리어트호텔의 주니어 스위트룸에 매일 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시세가 31억 3500만원인 도곡동 도곡렉슬 68평형의 하루 이자소득은 41만 2000원, 시세가 30억원인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60평형의 하루 이자소득은 39만 4000원에 이른다. 결국 강남지역의 웬만한 60∼70평형대 아파트의 하루 거주비는 강남 최고급 호텔 숙박료와 비슷하다.60∼70평형대 아파트의 관리비까지 감안한다면 거주비는 이보다 훨씬 더 높다. 전군표 국세청 차장도 최근 강남 재건축 아파트 투기혐의자에 대한 조사방침을 밝히면서 “강남 고가 아파트의 거주비가 서울시내 특급호텔과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 차장의 지적처럼 강남 아파트값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1인당 국민총생산(GDP) 차이를 감안해 각국 최고급 아파트의 평당 가격을 따졌을 때도 삼성동 아이파크가 최고 5000만원에 달해 뉴욕(4750만원), 홍콩(4222만원), 런던(3913만원), 도쿄(2340만원)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부동산 투기세력으로 인해 강남 집값이 폭등했다.”면서 “부동산 투기로 얻은 이익은 세금으로 반드시 환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우리구 최고야!] 중랑구 區심포니 오케스트라

    [우리구 최고야!] 중랑구 區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리는 날 오후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지휘자는 마무리 연습에 한창이다. 연주 시작시간이 가까워지면서 청중들은 도우미들의 안내로 자리에 앉아 연주회 프로그램을 읽으며 기대에 부푼 표정을 짓고 있다.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지휘자와 연주자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다.’ 다름 아닌 우리 중랑구에서 매월 벌어지는 중랑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회의 풍경이다. 베를린 필하모닉, 비엔나 필하모닉, 뉴욕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모스크바 필하모닉 등은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영국 러시아 등이 자국의 문화적 자존심으로 내세우고 자랑하는 오케스트라의 이름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KBS교향악단, 서울시립 교향악단, 부천 필하모닉, 대전 시립교향악단 등 뛰어난 오케스트라를 보유하고 있으며 수도권과 지방의 시립교향악단들도 일급 오케스트라로 도약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무료 공연 런던 시민들은 롤스로이스보다 런던 심포니를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음악의 도시 비엔나 시민들은 시내 중심에 위치한 국립 오페라극장과 콘서트 하우스에서 비엔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것을 가장 행복한 일로 여긴답니다. 2000년대로 넘어올 즈음 미국의 권위 있는 한 일간지에서도 인류의 10대 발명품 중 하나로 오케스트라를 뽑은 적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우리나라의 디자이너 한 분은 외국 유명 오케스트라의 내한공연 때 티켓을 수십장씩 구입해 재한 외교관들을 음악회에 초청, 문화외교를 하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오케스트라가 그렇게 대단한 것일까요? 저의 대답은 ‘그렇다.’입니다. 실제로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리는 클래식 공연장을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나 클래식 음악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도 매일 오케스트라 음악을 접하며 삽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드라마나 영화의 감동적인 장면에서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사운드가 빠진다면 마치 수프를 치지 않은 라면을 먹는 것과 같지 않겠습니까? 현대인들에게 있어 클래식 음악은 우리 삶의 중심에 깊이 스며들어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누구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듣는 꿈을 꾸지요. 그러나 만만치 않은 티켓 값과 불편한 이동 거리 등으로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중랑구에서는 2001년 5월에 중랑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지금까지 6년 동안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중랑구청 대강당에서 ‘해설이 있는 금요 음악회’를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멀리 예술의 전당에까지 가지 않아도 수준 높은 음악을 우리 구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구민들에겐 자긍심을 주고 있지요. ●해외 유학파등 단원 우수 티켓 값도 6년 동안 무료로 하여 구민들의 부담을 없앴습니다. 하지만 무료 티켓은 오케스트라와 청중 모두에게 좋지 않은 관습임을 공감해 유료화를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여느 오케스트라처럼 해외 유학파들과 국내 음대졸업생들 중 우수한 자들로 선발해 뛰어난 앙상블을 자랑한답니다. 부족한 예산으로 인한 운영상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구민들의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에 힘입어 오늘까지 성장해온 중랑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뒤에는 구청 문화체육과 직원들의 헌신적인 도움과 지원이 있었습니다. 올해 신축되는 문화체육센터에 입주해 안정된 연습실을 확보하게 되면 보다 나은 앙상블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예산의 증액과 더불어 오케스트라를 구립화하는 문제는 구청과 문화체육과에서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심혈을 기울이는 숙원사업입니다. 중랑구는 중랑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문화를 선도하는 자치구로서 구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레저+α] 18세이상 여성이면 누구나 영국 갈 수 있다

    영국관광청은 오는 26일까지 영국 런던에 가고 싶어하는 이유와 런던에서 하고 싶은 것 3가지를 적어 응모하면 무료로 영국 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 단 만 18세 이상의 여성이어야 하며 당첨자에게는 왕복 항공권과 호텔 숙박권, 뮤지컬 관람권 등을 준다.www.visitbritain.com/kr
  • [월드 리포트] ‘한국=美속국’ 무슬림 편견 ‘국가 알리기’ 적극 나서야

    얼마 전 이슬람 언론사의 기자를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런던에 본부를 두고 유럽 전역의 무슬림들을 상대로 아랍어 신문을 발행하는 신문사의 워싱턴 지국장이었다.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화제는 자연스럽게 개전 3년이 된 이라크전으로 옮겨갔다. 그런데 대화가 시작된 지 불과 몇 분 만에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강하게 와 닿았다. 수단 출신으로 모로코에서 성장했다는 이 기자는 한국이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처음부터 기꺼이 동참해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또 한국의 대외 정책은 미국과 일치하며 국제사회에서 언제나 일방적으로 미국 편을 드는 것으로 확신했다. 이 기자에게 한국 사회가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기까지 깊은 고민과 갈등의 과정을 겪었고, 자이툰 부대는 쿠르드인들의 협조 속에 평화적인 재건활동을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 핵과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한 이견 때문에 한·미 관계가 껄끄러워졌으며, 한국 내에서 그와 관련한 정치적 논쟁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얘기도 해줬다. 이 기자는 “그런 일도 있느냐.”며 짐짓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국=미국편(반 이슬람)’이라는 인식을 별로 바꾼 것 같지 않았다. 며칠 뒤 노무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기간에 맞춰 이집트 언론사의 워싱턴 특파원들을 찾아갔다. 노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이집트 기자들로부터 한국에 대한 인식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집트 특파원들은 노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또 이들의 한국에 대한 인식도 그전에 만났던 이슬람 신문사 지국장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다시 얼마 뒤 워싱턴의 한국 주재원과 오찬을 하다가 그 이야기를 꺼냈다. 그 주재원은 더 충격적인 경험담을 전해줬다. 어떤 나라의 워싱턴 주재원은 “한국과 괌의 차이가 무엇이냐. 한국은 미국의 속국이 아니냐.”는 식으로 말하더라는 것이다. 이쯤 되면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 특히 무슬림들의 인식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 같다.‘국가 브랜드’가 중요해진 21세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곧바로 국익 훼손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측근인 카렌 휴즈를 국무부 홍보 담당 차관으로 임명해 아랍의 언론을 ‘매수’하면서까지 미국 ‘제대로 알리기’에 혈안이 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삼성·현대·LG와 같은 글로벌 기업과 ‘한류’를 이끄는 연예·스포츠인들이 한창 국제사회에서 한국 브랜드의 경제·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정부는 대외적인 국가 이미지보다는 국내에서의 정치적 홍보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가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내겠다고 한다면 국제사회에 대한 관심의 폭은 미국과 중국·북한을 넘어 좀더 확대돼야 하지 않을까. 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dawn@seoul.co.kr
  • 이라크전 3주년 지구촌 곳곳 시위“NO WAR”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의 이라크 침공 3주년(20일)을 앞둔 18일과 19일 세계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 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반전시위가 잇따라 열렸다. 이라크전 반대 시위는 전쟁 개시일인 20일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8일 “이라크 침공은 옳은 결정이었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회견을 갖고 “지금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것은 전후의 독일을 나치에게 다시 넘겨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철군요구를 일축했다. 미국 뉴욕시의 중심부 타임 스퀘어에서는 18일(현지시간) 반전론자들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며 이라크 주둔군의 철수를 요구했다.‘미국 아랍 무슬림 연맹’의 왈리드 바데르는 집회에서 “우리는 충분히 많은 위선과 거짓을 저질렀다.”면서 “우리의 병사들은 당장 귀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에서는 ‘창조적인 비폭력을 위한 외침’이라는 반전단체 회원들이 32일째 단식농성을 벌이며 미군의 즉각적인 이라크 철수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20일 미 국방부 앞에서 대대적인 반전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에서도 1만 5000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한 포스터와 블레어 영국총리를 비판하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가행진을 벌였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500여명의 시위대가 부시 대통령을 ‘제1의 국제 테러리스트’로 지목하는 플래카드를 앞세운 채 도심을 행진했다. 이들은 “전쟁을 끝내라.”,“이라크에서 철군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본에서도 2000여명이 도쿄 중심가의 한 공원에서 집회를 열어 이라크에 파견된 자위대 600여명을 비롯한 외국군의 완전철수를 요구했다. 시위를 주최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라크전은 국제법상으로 불법”이라며 “자위대와 다른 외국 군대들의 조속한 이라크 철수를 원한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도 19일 이라크전 반대 시위가 열렸으며 스웨덴 스톡홀름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 1000여명이, 터키 이스탄불에서도 수천명이 모여 전쟁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이라크에서의 승리를 달성하는 데는 더 많은 싸움과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승리를 달성한 뒤 우리 군대는 영예롭게 귀국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야드 알라위 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는 이날 영국 BBC방송과의 회견에서 “이라크는 이미 내전상황에 빠졌다.”면서 “이라크가 붕괴되면 종파 간 폭력사태는 중동 전역으로 확산돼 미국과 유럽도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dawn@seoul.co.kr
  • [EBS플러스2]

    10:20 일일드라마 깡순이(종합)12:50 요리조리 팡팡13:20 야, 마술이 보인다15:20 초등6학년(재) 국어,수학, 사회, 과학17:00 고고 기글스(종합)18:00 주산수리셈 강좌(재)19:40 TV로 보는 원작동화 1,221:00 논술세대를 위한 철학교실(1)(2)22:40 TV영어회화(종합)24:20 시트콤 잉글리시 런던 친구들(종합)
  • 세상을 바꾼 궁전/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위대한 군주부터 잔혹한 독재자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권력자들의 안식처인 궁전. 당대 최고의 건축과 예술, 문화가 응축된 이 아름다운 창조물은 찬란한 영광의 역사와 쓸쓸한 몰락의 잔영을 동시에 안고 있다. 비록 궁전의 주인은 사라지고 없어도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을 압도하는 화려한 건물만은 변함없이 세계인의 눈길과 발길을 붙잡고 있다.‘세상을 바꾼 궁전’(클라우스 라이홀트 지음, 김현우 옮김, 예담 펴냄)은 황홀한 아름다움의 세계, 세상을 움직인 치열한 역사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끈다.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공의 사랑의 보금자리인 윈저 성, 나폴레옹이 이별을 고한 퐁텐블로 궁, 연금술에 몰두했던 신성로마제국 황제 루돌프 2세의 프라하 성,‘보석의 시대’를 연 로마노프왕조의 시조 미하일 표도로비치의 테렘 궁전, 연인을 위해 영국 국교회를 세운 헨리 8세의 햄프턴 코트, 프로이센 왕 프리드리히 2세의 유일한 안식처 상수시, 오스트리아의 여제(女帝) 마리아 테레지아의 왕국 쇤브룬 궁,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초가 된 겨울 궁전, 미국의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의 허스트 캐슬, 우주를 상징하는 푸이의 쯔진청(紫禁城)…. 책은 동서양의 유명 궁전과 성 54곳을 250여컷의 생생한 사진을 통해 보여준다. 풍성한 볼거리뿐 아니라 궁전이라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긴박하게 펼쳐진 왕족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책을 펼치고 궁전으로 들어서면 이내 사랑하고 질투하고 고뇌하고 음모를 꾸미는 인간군상을 만나게 된다. 런던에서 서쪽으로 35㎞ 떨어진 윈저 성. 빅토리아 여왕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들이 이 고풍스러운 성에서 시작됐다. 아홉 명의 아이들이라는 결실을 거둔 두 사람의 결혼은 19세기 최고의 러브 스토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앨버트는 장티푸스에 걸려 마흔 두 살의 나이에 죽고, 빅토리아의 열정적인 사랑은 깊은 애도로 이어진다. 빅토리아는 앨버트가 죽은 윈저 성 북동쪽 구역은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게 했다.‘제국의 어머니’ 빅토리아는 남은 생애 동안 미망인의 검은 옷을 입고 지냈다. 영국 여왕의 공식 거처인 윈저 성은 사람이 거주한 성으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책은 그 위풍당당한 모습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파리에서 남동쪽으로 60㎞ 떨어져 있는 퐁텐블로 궁은 수세기에 걸쳐 프랑스 군주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러나 이 궁전은 프랑스 혁명의 불길로 폐허가 되다시피했다.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눈에 띄어 비로소 다시 태어나게 됐다. 이 때문에 나폴레옹의 흔적이 짙게 남아 있다. 벽난로, 문, 의자 등 퐁텐블로 궁전 곳곳에 나폴레옹의 상징인 금빛 N자가 있는 월계관 장식이 새겨졌다. 나폴레옹 시절 풀어놓은 잉어가 지금도 퐁텐블로 연못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나폴레옹의 퐁텐블로 시절은 그리 길지 않았다. 황제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 퐁텐블로의 ‘명예의 정원’에서 나폴레옹은 자신의 군대에 감동적인 이별을 고했다. 그 후로 이 정원은 ‘이별의 정원’으로 불린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 궁전은 러시아의 차르 표트르 대제의 딸 옐리자베타 페트로브나가 지은 왕실 거주지다. 겨울 궁전의 건축과 함께 러시아 왕조의 황금기가 열렸다. 겨울 궁전에서 산 최초의 러시아 차르는 옐리자베타의 왕위 계승자였던 예카테리나 대제. 예카테리나는 위대한 화가들의 작품들을 엄청나게 모았다. 높은 안목으로 수집한 그 그림들이 바로 오늘날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에르미타주 미술관의 기초가 됐다. 늪지 위에 세워진 이 겨울 궁전을 러시아 시인 안드레이 벨리는 이렇게 묘사했다.“불타오르는 겨울 궁전의 탑들은 루비처럼 물들었다.” 궁전은 온갖 추문의 온상이었다. 메디치가의 대공 코시모 2세는 이탈리아의 피티 궁전을 난쟁이와 술주정뱅이들의 소굴로 만들었다. 밤마다 온 도시가 그들이 벌이는 술잔치로 떠들썩했다. 최후의 도덕적 보루인 바티칸 궁도 스캔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스페인의 보르지아 왕조 출신인 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비도덕적인 처신 때문에 역대 교황 중 가장 타락한 인물로 꼽힌다. 알렉산데르 6세가 죽자 그의 뒤를 이은 교황들은 바티칸 궁의 보르지아 탑에 들어가기를 거부했다. 프랑스 작가 스탕달은 한때 바티칸 궁의 주인이었던 교황 알렉산데르 6세를 “인간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악마의 화신”으로 규정했다. ‘성배의 성’으로 알려진 독일 퓌센 근교의 노이슈반슈타인 성. 이 성은 왕의 몽상적인 성격 때문에 하마터면 사라질 뻔했다. 바이에른의 ‘공상왕(fairy­tale king)´ 루트비히 2세는 자신이 죽은 후에 자기가 살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허물어버리길 원했다. 자신의 개인 공간이 “천한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세속화되고 망가지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던 것.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 명령은 실행되지 않았다. 이 책에 실린 궁전들은 1950년 완전히 파괴된 베를린 궁을 제외하면 모두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곳들이다. 책과 함께 빼어난 건축미를 감상하며 역사의 뒤안길을 걸어보는 것도 유익할 듯하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대우건설 인수 누가 뛰나] 한화그룹

    [대우건설 인수 누가 뛰나] 한화그룹

    한화는 나름대로 대우건설 속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대우건설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그룹의 핵심인 구조조정본부와 대우맨이 포진한 한화건설이 주축이 돼 인수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를 한화의 미래 성장 동력을 얻는 계기로 꼽을 정도로 인수 의지가 강하다. ●대우건설 출신 총출동 한화그룹은 한화석유화학-㈜한화-한화건설이 컨소시엄 형태로 대우건설 인수를 추진 중이다. 구조본이 지휘하고 있지만 전면에는 대우건설 출신이 많은 한화건설이 뛰고 있다. 주축은 김현중 한화건설 사장이다. 서울대 출신의 김 사장은 첫 직장으로 대우에 입사, 리비아 건축 현장, 런던지사 등을 거쳐 해외개발 사업 본부장을 역임하는 등 해외에서 잔뼈가 굵었다. 자산·투자 관리실 본부장도 역임하는 등 재무쪽 이해가 깊다. 지난 2000년 한화건설 대표이사로 영입된 뒤 ‘장수 CEO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임원을 지낸 이근포 부사장을 비롯, 봉희룡 상무, 신완철 상무 등이 모두 대우 출신으로 이번 인수전에 참여, 힘을 보태고 있다. 이밖에 외부 전문가로 컨설팅 전문 업체인 크레딧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에 자문도 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한화의 성장 동력 한화측은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 이유로 차세대 성장산업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한화 관계자는 “대우건설은 모든 건설 부문이 두루 훌륭하지만 석유화학 플랜트 부문은 없다.”면서 “중동 건설 경기가 붐을 타고 있는데 석유화학 관련 건설 노하우가 있어야 이 지역 매출 확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화의 석유화학 플랜트 기술과 대우건설의 시공력이 만나면 비약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기대된다는 논리다.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해 이미 1조원 이상은 마련해 놓았다는 설명이다. 인수가 끝나는 오는 6월까지 자금 계획도 문제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 주장 ‘기우’에 불과 대우건설 노조는 한화의 도덕성에 시비를 붙고 있다. 하지만 한화는 대우건설 노조의 주장에 대해 50여년간 노사 분규를 기록하지 않은 데다 어떤 입찰자보다 조직 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부동산 개발과 풍부한 시공 능력을 바탕으로 대우건설에 대한 경영 영속성을 보장하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기업 규모가 커지면 임직원에 대한 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매출액 기준 연평균 26%의 고속 성장을 이룰 정도로 그룹이 성장세에 있어 구조조정 등 고용 불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특히 호텔, 유통 및 레저 부문에서 신규 사업을 늘려가고 있으므로 일감이 풍부하다고 주장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美 이란정책 ‘조용한 붕괴’로 선회

    미국 정부가 이란과의 냉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경한 이란 정권과 맞상대해 정권 교체를 시도하거나 이란 핵시설 타격과 같은 위험한 대응 대신 거리를 유지하면서 조용히 내부의 변화를 기다리는 식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BBC 방송의 폴 레이널즈 기자가 13일(현지시간) ‘새로운 냉전의 그림자가 이란을 덮다’란 제목의 글에서 이같은 주장을 밝혔다. 레이널즈 기자는 미국의 태도 변화는 이란 정권의 변화가 국민들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정부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이런 태도 변화에 수긍하고 있다고 전했다. 레이널즈는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우리의 메시지는 이란 국민들이 민수용 원전의 혜택을 향유하며 더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이란을 만들려는 그들의 열정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월 연두교서에서 “우리는 언젠가 자유롭고도 더 민주적인 이란과 가까운 친구가 될 날이 오길 바라고 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냉전 구상은 부시 행정부 안에서의 정치적 이견의 소산이다. 우선 이란 정권과 교전하려는 전통적인 구상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선거에서 이란의 종교 지도자들은 개혁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개혁 후보의 승리를 가로막았다. 미국은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란 핵시설 공습을 주장하는 이들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맛보는 엄청난 좌절을 정당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레이널즈는 지적했다. 레이널즈는 국무부가 이란 전담 요원을 최근 2명에서 10명으로 증원, 이란어 훈련 코스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있는 도감청 센터에 배속시켰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근거로 들었다. 또 7500만달러(약 750억원)의 기금이 이란의 비정부기구(NGO) 지원과 ‘미국의 소리’ 방송 시간 확대에 투입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얼마나 미국 정부가 참을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란이 언제쯤 핵무기 개발에 성공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옛 소련의 와해를 기다리는 데는 50년이 걸렸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착수하는 시점으로부터 1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2010년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이란과의 냉전 구상은 서구의 정책 입안가들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레이널즈는 결론내렸다. 지난주에 이어 이날까지 세 차례 머리를 맞댄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이란 핵 공동성명 채택에 합의하지 못했다. 미국은 이란이 이라크를 막후에서 지원하고 있어 성명 채택이 필요하다고 밀어붙였지만 실패했다.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클릭 지구촌 이곳!] 런던 해로즈백화점 펫샵

    [클릭 지구촌 이곳!] 런던 해로즈백화점 펫샵

    |런던 함혜리특파원|런던의 나이츠브리지에 있는 해로즈 백화점은 가장 비싼 상품만 취급하는 전통 깊은 영국 최고의 백화점이다.155년 역사를 지닌 이곳은 영국 왕실에 생활용품을 납품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의류와 화장품, 식품, 식기, 실내 장식품 등 각 코너가 모두 품격 있는 디스플레이와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고수하기 때문에 런던을 찾는 관광객들은 사지 않더라도 구경 삼아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세계 최고급’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은 것이 없는 해로즈 백화점 2층에 있는 애완동물용품 전문점 역시 예외가 아니다. 런던의 상류층, 연예인들이 자주 들른다는 이곳은 해로즈의 명성에 전혀 누를 끼치지 않는 최고급 제품들로 가득 차 ‘개 팔자가 상팔자’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영국의 전통적인 브랜드인 버버리의 니트웨어와 아쿠아스 큐텀의 비옷, 비비안웨스트우드의 방수 코트 등 명품 메이커의 애완견 의상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옆으로 알록달록한 색상에 화려한 보석이 박힌 개 목걸이들이 사이즈별로 진열돼 있다. 다양한 디자인의 의상들이 사이즈별로 전시돼 있다. 올봄 시즌을 겨냥해 파스텔톤으로 의상부터 침대까지 색깔을 맞춘 컬렉션도 진열돼 있다. 알록달록한 색상의 장난감, 폭신한 모피장식의 침대, 가죽 소파 등 개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고급 제품들이다. 은도금한 밥그릇에 강아지의 신상 정보를 넣을 수 있는 여권 모양의 브리프케이스도 있다. 카운터 옆에 있는 유리 진열장 속에는 강아지들이 좋아하는 크리스털이 박힌 뼈다귀 모양, 하트 모양의 보석장식이 어우러진 진주 목걸이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장식된 보석의 색깔도 분홍·초록·파랑 등 다양하다. 제품 가격은 물론 만만치 않다. 비비안웨스트우드의 방수코트는 한 벌에 199∼229파운드(약 34만∼39만원), 어른 손바닥만한 버버리의 강아지용 니트웨어가 145파운드(약 25만원), 진주 목걸이가 59.95파운드(약 10만원) 등이다. 이런 의상과 액세서리는 강아지의 취향을 고려하기보다 당연히 고급품 지향인 주인 취향에 맞추기 위해서 디자인된 것들이다. 미디어그룹 K9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의 애완동물 주인들은 개의 일생을 위해 약 2만파운드(약 3400만원)를 소비한다. 영국의 애완동물 시장 규모는 약 39억파운드(약 6조 6300억원)로 연간 5% 정도씩 커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식품류가 15억파운드(약 2조 5500억원)로 아직까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액세서리도 이에 못지않다. 해로즈 백화점 애완동물 코너의 점원은 “애완동물을 자신의 가족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화려하고 특이한 디자인의 액세서리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특히 많이 판매됐다.”고 자랑했다. lotus@seoul.co.kr
  • 극동방송, 50주년 런던심포니 공연

    극동방송(사장 김장환 목사)은 창사 50주년 기념으로 18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갖는다.100년 전통의 런던 심포니가 한국을 찾는 것은 1996년 이후 10년만이다.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정명훈이 지휘하고 중국 신예 피아니스트 윤디 리가 협연한다.또 영락교회 성가대 200여명이 특별출연, 헨델의 메시아 중 ‘할렐루야’를 들려줄 예정이다. 극동방송은 “수준높은 클래식 공연을 통해 지난 50여년간의 방송선교에 감사하고, 새로운 50년을 향해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02)3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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