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런던
    2025-11-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3,862
  • [도심속 허파를 찾아서] (1) 전국 도시숲 현황과 과제

    [도심속 허파를 찾아서] (1) 전국 도시숲 현황과 과제

    인간은 녹색과 친숙하다. 녹색은 자연과 생명, 평온함을 상징한다. 급속한 개발과 숨가쁜 일상에 쫓긴 도시민들이 숲을 찾고 있다. 마천루(摩天樓) 경쟁이라도 하듯 높고 화려한 빌딩과 고층 아파트 사이에 녹색 공간이 들어섰다. ‘참살이’(Well-being)가 생활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시숲은 바람길이 되고, 도시가 호흡할 수 있는 허파 역할을 한다. 서울신문이 도심에 녹색 정원을 만드는 ‘도시 재건’에 뛰어들었다. 총 8회에 걸쳐 매월 마지막주 월요일자로 ‘도심 속 허파’를 찾아간다. 우리나라는 산림이 전 국토의 64%(637만㏊)를 차지하는 산림국가다. 지난 30년간 치산녹화로 민둥산이 사라진, 세계 유일의 산림 복원국이기도 하다. 2009년 말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93%인 4481만여명이 도시(읍·동지역 거주자)에 거주한다. 도시 인구가 늘면서 고밀도 개발이 이뤄졌고 도심 속 녹지는 사라져 갔다. 도시숲 조성은 황폐해진 회색 도시에 녹색공간을 확충해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생태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사업이다. 산림 녹화와 목재생산을 위해 산에 집중됐던 조림정책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시로 내려왔다. 2009년 기준 면 지역과 자연공원법에 의한 공원구역 및 공원보호구역을 제외한 도시지역 도시림은 전체 산림의 17.3%인 110만 2118㏊나 된다. 그러나 생활 속에서 휴식과 산책 등을 즐기고, 기후 조절 같은 직접적 환경기능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권 숲은 3만 5000㏊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은 평균 7.76㎡로 국제보건기구(WHO) 권고기준인 9㎡에 미달한다. 9개 도가 평균 8.77㎡인 반면 7개 특별·광역시는 6.78㎡로 더욱 열악하다. 서울의 경우 3.05㎡에 불과하고 대구(5.27㎡)와 대전(8.92㎡)도 권고기준을 충당하지 못했다. ●숲은 대기 정화·기후 조절 역할 세계 주요 도시인 파리(13㎡)와 뉴욕(23㎡), 런던(27㎡) 등과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대도시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을 10㎡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부터 7년간 1만㏊를 조성할 계획이다. 도시숲은 도시공원과 학교숲, 마을숲, 가로수 등으로 형태가 다양하다. 녹색네트워크는 외곽숲과 도시숲을 연결하는 녹색축이다. 공원 같은 숲은 ‘핵’, 학교숲과 자투리숲는 ‘거점’, 가로수와 하천 녹지 등은 ‘선’으로 설정해 연계시키고 있다. 류광수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도시숲은 100년 후에 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투자”라며 “생활 속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심정원 조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무와 숲의 대기 정화 능력은 탁월하다. 도시에 숲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도시숲 기능 및 효과에 따르면 느티나무 1그루가 연간 이산화탄소 2.5t을 흡수함과 동시에 산소 1.8t을 방출한다. 이는 성인 7명의 연간 필요 산소량이다.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1그루는 15평형 에어컨 8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가 있다. 도시숲의 기후조절 역할도 주목된다. 최근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도심에서 열섬(Heat Island)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열섬이란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자동차 배기가스와 냉·난방에 의한 열 발생 등으로 습도가 떨어지고 기온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서울의 아까시나무 개화시기가 땅끝마을인 전남 해남, 부산과 비슷한 것은 열섬현상 때문이다. 홍릉숲의 경우 여름철 한낮 기온이 서울 평균보다 3∼7℃ 낮고, 습도는 9∼2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수천 산림청 도시숲경관과장은 “도시별 도시숲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속성지수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공원 및 가로수 조성 시 기능을 고려한 수종 선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숲 기부 세제 혜택 확대 필요 도시숲 사업은 2005년 정부 예산이 투입되면서 본격화됐다. 2005년 이후 조성한 도시숲은 1600㏊에 그쳤다. 왕실이나 수도원 정원을 간직한 유럽과 달리 개발된 도시에 인공 숲을 만들다 보니 사업비가 많이 들고 대규모 숲 조성에 한계가 있다. 폐선부지나 국·공유지, 학교숲, 자투리땅 등으로 대상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도시계획단계에서 녹지나 임야를 밀어버리고 새로 만드는 개발 방식도 균형 잡힌 도시숲 조성을 불가능하게 했다. 2005년 시민 참여로 서울숲이 만들어지고 2006년 SK가 울산대공원을 조성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화재는 올해 산림청에 기업참여 도시숲 조성 사업기금 2억원을 후원키로 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도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의 도시숲 기부가 활발하다. 정부와 지자체가 토지를 조성하고 기업과 단체, 개인 등이 참여해 숲을 조성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뉴욕시는 도시숲을 가꾸는 시민조직이 500개나 있으며 연간 5만여명이 자원봉사자로 활동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참여로 새마을운동과 치산녹화라는 성공한 역사를 갖고 있다. 이광오 서울그린트러스트 사무처장은 “도시숲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높은 데 반해 숲 조성이나 관리에 민간 참여가 매우 낮은 편”이라며 “도시숲 기부에 대해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100일 뒤 반드시 ‘평창’ 울려 퍼질 것”

    “100일 뒤 반드시 ‘평창’ 울려 퍼질 것”

    그는 시종 조심스러워했다. “지금은 기뻐할 때도 낙담할 때도 아니다.”라는 종전의 미적지근한 말을 되풀이할 뿐. 그러면서도 “이제 원점에서 다시 시작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승산은 분명히 있다.”고 했다. 왠지 모를 자신감이 묻어났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총회(7월 6일)에서 결판난다. 꼭 100일 남았다. 평창유치위원회 하도봉(57) 사무총장을 27일 만났다. 그가 만지작거리는 막판 ‘카드’가 궁금했다. 하 총장은 우선 그간의 유치 활동에 대해 얘기했다. 2018평창유치위 출범 이후 지금까지 가장 큰 행사로 IOC 평가단의 현지 실사를 꼽았다. 평가단이 평창은 물론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등 후보 도시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자리여서다. 그는 “지난 두 차례의 실사를 거울삼아 최선을 다해 치른 행사였다. 구닐라 린드베리 평가단장도 평창의 준비된 모습을 직접 확인했고 정부 지원과 도민의 열정을 피부로 느꼈다고 했다. 준비하고 기대한 대로 나온 평가”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평가단 실사는 유치 과정의 단계일 뿐이다.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 앞선 두번의 낙마 과정을 보면 결과에 너무 연연해할 일이 아니다. 원점으로 돌아가 남은 기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추슬렀다. 후보 도시 간 판세로 대화가 이어졌다. 곤혹스러운 모습도 살짝 비쳤다. 그는 “더반 총회 때까지 표심을 정하지 못하는 위원들이 많을 것이다. 경쟁도시 모두 박빙의 라이벌이지만 전체 흐름상 평창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정도로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새달 3~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츠박람회인 ‘스포트 어코드’가 첫 번째 시험무대라고 했다. “50~60명의 IOC 위원들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안다. 따라서 7일 예정된 프레젠테이션(PT)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업그레이드된 영상물과 내용, 창의성 있는 PT로 더욱 알차게 꾸릴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5월 18~19일 스위스 로잔에서 있을 IOC 위원을 상대로 한 브리핑은 보다 중요하다. 110명의 위원 대부분이 참석한다. 표심을 가를 수 있는 분수령인 만큼 혼신을 다해 평창 개최의 당위성을 역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결전의 땅 남아공 더반에서의 PT가 마지막 승부가 될 것이며 이들 승부처에서 진정성을 갖고 모든 역량을 ‘올인’하겠다는 것이다. 하 총장은 이 시점에서 최강의 지원군이 바로 ‘피겨퀸’ 김연아(21·고려대)라고 했다. 그의 유치전 등장 자체가 평창에 엄청난 힘이 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었다. IOC 위원들이 그를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연기에 매료된 위원들도 많다고 전했다. 그가 비장의 카드이자 희망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김연아의 역할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는 것. 하 총장은 “김연아가 PT 등에서 설득력을 더할 수 있도록 현재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연아는 무산됐던 세계피겨선수권이 새달 24일 러시아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스포트 어코드에는 불참한다. 하 총장은 2018동계올림픽 유치 당위성에 있어서는 평창이 확연히 앞선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는 단 2차례만 열렸을 뿐이다. 이번에도 평창 유치가 실패로 끝난다면 나가노대회 이후 20년 동안 아시아에서는 동계올림픽이 열리지 못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의 동계 종목 발전은 올림픽 이념과도 같다. 명분론에서 평창이 다른 후보 도시와 확연히 구분되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분에서 밀린 탓인지 최근 뮌헨은 ‘본고장으로 돌아가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년에는 본고장 알프스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러야 한다는 논리를 개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지금 뮌헨과 안시가 평창을 가장 두려운 경쟁 상대로 여기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하 총장은 “사실 유치 전략에는 정답이 없다. 그동안 두 차례의 실패를 겪으면서 축적한 각 위원의 인맥, 성향, 국가관, 이해 및 친소 관계 등을 면밀히 분석해 결국 1대1로 홍보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맞춤형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하 총장은 평창과 함께 나도 ‘삼수생’이라고 했다. 2010년 유치전 때는 정부 지원을 위해 총리실에서 파견됐고 2014년 유치전 때는 정부 지원단장으로 뛰었다. 이번 2018년 때는 사무총장으로서 전방에 나섰다는 것. 경남 진주 출신인 그는 1981년 대통령 비서실 근무를 시작으로 국무총리실 교육문화심의관과 총무비서관 등을 지냈다. 하순봉 전 국회의원의 동생. 그는 “2014년 대회 개최지를 결정짓는 과테말라 총회 때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평창’을 외칠 줄 알았다. 예상과 결과가 뒤바뀌어 많이 울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평창’이 울려 퍼질 것”이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손연재 런던行 청신호

    손연재 런던行 청신호

    출발이 좋다. 2012 런던올림픽이 보인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7·세종고)가 올 시즌 출전한 첫 국제대회에서 개인종합 12위에 올랐다. 손연재는 27일 이탈리아 페사로의 아드리아틱아레나에서 끝난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시리즈에서 후프(26.175점)·볼(26.725점)·곤봉(26.175점)·리본(25.750점) 네 종목 합계 104.825점을 받았다. 참가 선수 47명 중 12위이자 아시아 선수 중 1위다. 예브게니아 카나예바(114.225점·러시아)가 압도적인 연기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손연재는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안나 알랴브에바(15위·102.900점·카자흐스탄)와 은메달리스트 율리아나 트로피모바(16위·102.450점·우즈베키스탄)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러시아 전지훈련의 성과가 고스란히 나타난 대회였다. 손연재는 지난 1월 초부터 모스크바 인근의 리듬체조 전문교육기관 ‘노보고르스크 훈련센터’에서 네 종목 안무를 모두 바꾸며 비지땀을 흘렸다. 결국 ‘시니어 2년 차’에 리본을 제외한 세 종목에서 26점대를 받았고, FIG 공식 대회에서 처음으로 종목 결선에 진출했다. 표현력이 중요한 예술 점수와 수구 숙련도가 떨어진 점, 리본 종목의 불안감 등은 과제다. 그러나 지난해 대회 때 개인종합 22위에 그쳤던 손연재의 기량이 놀랍게 발전한 건 사실이다. 세계 톱 10 진입도 꿈이 아니다. 이번 대회는 카나예바와 다리아 콘다코바(러시아) 등 정상급 선수들이 총출동한 수준 높은 무대였다. 손연재가 9월 세계선수권대회(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상위권에 오를 가능성도 커졌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5위 안에 입상하면 2012년 런던올림픽 티켓이 주어진다. 한편, 손연재는 볼 종목에서 7위를 차지해 28일 8명이 겨루는 파이널에서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곤봉은 9위, 후프는 12위, 리본은 15위로 결선 진출을 놓쳤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나토로 넘어간 작전권… 리비아 공습 고삐 죄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리비아 군사작전의 지휘를 맡게 됐다. 나토의 개입을 반대하던 터키가 입장을 전격 선회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르면 이틀 안에, 늦어도 내주 초에는 나토가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군으로부터 군사작전의 지휘권을 이양받을 전망이다. 25일(현지시간) 다국적군이 7일째 공습에 나선 가운데 리비아 정부 대표단과 반정부군 중재에 나선 아프리카연합(AU)은 회의에 앞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에 대해 리비아사태 이후 처음으로 질책을 가했다. 장 팽 AU 사무총장은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회의 개막연설에서 “민주선거가 이끄는 권력이양기를 촉구한다.”면서 “리비아 땅에 정치적 개혁은 필수적이며, 무아마르 카다피 친위대와 반군이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반정부군의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는 2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리비아 군사작전 참여국들의 접촉그룹 회의에 앞서 “프랑스와 영국이 이번 사태를 봉합할 군사, 정치, 외교적 해결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AFP가 보도했다. 프랑스는 전날 미스라타에서 카다피군 전투기를 격추시킨 것을 증거로 들며 “리비아 영공이 통제되고 있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상주대표부 대사급 북대서양위원회(NAC) 회의 직후 성명을 내고 “회원국이 리비아 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시행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분간 다국적군 작전과 나토의 작전이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작전 지휘권이 초기에는 나토와 다국적군의 이원화 형태로 행사되다가, 단계적 수순을 거쳐 나토로 일원화될 것이라는 의미로 여겨진다. 다만 구체적인 군사작전의 범위와 지휘권 행사의 명확한 시점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나토에 작전권을 이양한 뒤 프랑스는 리비아 사태에서 빠질 것”이라면서 “이는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말했다고 현지통신은 전했다. AFP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나토 관계자의 말을 인용, “비행금지구역의 작전 지휘 통제뿐만 아니라 민간인 보호의 지휘 통제도 이번 주말까지 나토에 이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나토가 전체 작전권을 통제할 명분이 있는지를 놓고 그동안 의견이 엇갈렸지만, 28개 회원국 모두 리비아 군사작전은 나토가 맡아야 한다고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터키가 나토 개입에 찬성으로 돌아선 것은 미국의 끈질긴 설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카다피군이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밀려났지만 위협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제하고 “(나토의 지휘권 행사로) 더 넓은 범위의 민간인 보호 군사작전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나토 회원국이 지상에서 시행하는 인도주의 임무 수행 등 ‘더 넓은 범위의 민간인 보호 작전’에 합의했는지는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영화리뷰] ‘세상의 모든 계절’ -망가진 관계 치유할 수 있을까

    영국 런던에 사는 노부부 톰(짐 브로드벤트)과 제리(러스 쉰)는 소박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앙숙의 대명사인 톰과 제리란 이름과 달리 이들의 부부생활은 텃밭에서 공들여 키운 토마토처럼 탐스럽다. 토목지질학자인 남편과 심리상담사인 아내는 눈빛만 봐도 척척 통하는 찰떡궁합. 유머러스한 인권변호사인 아들 조이(올리버 맬트먼)는 ‘사교성 종결자’인 여자 친구 케이티를 데려온다. 완벽한 가정이다. 그런데 지인들은 하나같이 인생의 퍼즐을 못 맞추고 헤맨다. 제리의 직장동료인 메리(레슬리 맨빌)는 조울증이 의심될 만큼 기복이 심하다. 불행했던 결혼생활과 이혼으로 얻은 상처로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린다. 톰의 배불뚝이 친구 켄(피터 와이트)은 넉넉한 연금 덕에 당장 퇴직을 해도 문제가 없지만, 삶의 보람을 못 느끼고 맥주만 부어댄다. 60대 언저리이지만 여전히 삶이 불안정한 이들은 엄마 품처럼 편안한 톰과 제리 부부를 찾는다. 24일 개봉한 영국 리얼리즘 영화의 거장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원제:Another Year)은 ‘관계’에 관한 영화다. 망설이며 다가서지 못하거나, 진심을 알면서도 모른 척하거나, 서툰 용기를 내 다가가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리 감독은 “이 영화의 어떤 측면은 내가 지금 67세라는 사실과 연관돼 있다.”면서 “계속되는 삶과 우리가 그 삶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 끝없이 골몰한 데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네이키드’로 1993년 프랑스 칸영화제 감독상, ‘비밀과 거짓말’로 199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베라드레이크’로 2004년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거장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는 명불허전(名不虛傳). 굳이 강속구를 던지지 않고도 쉽게쉽게 땅볼 타구로 맞혀 잡는 대투수의 관록이 느껴진다. 예술영화인 양 잰 체하지 않으니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마이클 리 사단’으로 부를 만한 명배우들의 호흡도 편안하다. 불안정하고 상처 많은 여성을 완벽하게 그린 메리 역의 맨빌은 영국 가디언지가 뽑은 여배우 톱10에 들었고 지난해 전미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도 받았다. 맨빌은 리 감독의 장편영화 11편 가운데 9편을 함께한 동반자다. 리 감독은 “그녀는 매번 새롭다.”면서 “이미 익숙한 배우와 일할 때 중요한 것은 예전에 했던 것을 절대 반복하지 않는다는 철칙을 지키는 것이며 다음에는 또 다른 영역을 탐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라드레이크’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이멜다 스턴튼이 영화 초반 제리의 환자로 나오는 것도 흥미롭다. 출연시간만 보면 단역인데 특유의 무표정하고 만사 귀찮은 듯한 연기가 압권이다. 전체 관람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드라마 ‘싸인’으로 관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희선 원장에게 듣는다

    2006년 겨울 서울 신월동 국립과학수사연구소(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실. 한 법의학자가 능숙하게 40대 남성 시신의 두피를 벗겨냈다.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비릿한 냄새가 풍겼다. 뇌에 흐르는 피. 자위를 하다 그대로 굳어버린 시신의 사인(死因)은 뇌출혈이었다. 부검대 아래쪽에는 허름한 싱크대와 각종 부검 도구, 장기의 무게를 재는 저울이 놓여 있었다. 유리벽 경계조차 없는 협소한 공간 속에서 유가족은 시신 머리맡에서 부검을 지켜봤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한 드라마 ‘싸인’에서 본 넓고 때깔 좋은 부검실은 5년 전 수습기자 당시 머릿속에 새겨진 기억과는 너무 달랐다. 드라마가 옳은지, 기자의 기억이 옳은지를 확인하고 싶어 지난 21일 국과수 법의학동 부검실을 다시 찾았다. 외양은 약간 달랐지만 더 이상 칙칙하고, 어둡고, 썩은 내장 냄새 때문에 속이 메스꺼웠던 열악한 공간이 아니었다. 검시관들의 건강을 위한 환기시설은 물론 참관실, 유족대기실, 면접실 등이 깔끔하게 분리돼 있었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외부에서 부검 현장을 볼 수 있었다. 에이즈 환자 등 부패와 전염 우려가 높은 시신 부검을 위해 완전 격리된 특수부검실도 갖췄다.  국과수를 전면 리모델링한 정희선(56) 원장을 만났다. 국과수 최초의 여성 소장이다. 지난해 10월 국과수가 ‘원’(院)으로 승격하면서 초대 원장이 됐다. 임기(3년) 만료를 4개월여 앞둔 그는 사회를 뜨겁게 달군 장자연 필체 진위 논란, 만삭 의사 부인 살해 의혹 등을 감정한 국과수 사령탑으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 원장은 집무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장자연 필체와 관련, “명백히 장자연씨의 필체가 아니다.”라고 확신했다. 그는 감정 결과에 대한 외압, 국과수 내부의 권력 암투 및 증거 조작에 대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과수는 25일 개원 56돌을 맞는다.   ●장자연 필체 가짜 판명 순간 “재검토하라”  SBS가 장자연씨의 ‘친필’ 확인 감정서를 공개한 뒤 필적 감정 의뢰가 들어왔는데, 어땠나.  -필체가 맞다고 했지만 증거물이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실험을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편견이나 선입관을 가져선 안 된다. 앞선 감정 내용들에 대해선 개의치 않는다. 증거물 양도 많고 주변에서 관심도 많아 고생했다.  지금 생각해도 명백히 가짜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있는 그대로 본다. 특징점들이 달랐고, 이는 아주 정확하다.  가짜로 판명 난 순간 기분은.  -‘친필이 아니다.’라는 결과가 나왔을 때 그래도 다시 한번 검토하라고 했다. 난 우리 직원들을 100% 신뢰한다. 능력 있는 직원들이 반복해서 얻은 결과로 나왔다면 틀림없다고 믿는다. 가짜라고는 안 했다. 내가 봤을 때 특징점들이 달랐다. 직원들이 한 것에 공감하지만 또 검토하라고 그랬다.  SBS가 받은 필체 감정서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그게(SBS 기자가 가져간 편지) 사본이었다. 사본을 가지고 감정하면 무리가 있기에 사본 감정은 안 한다. 원본은 눌러쓴 표시가 있지만 사본은 없다. 사본은 글씨 특징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원본을 갖고 실험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이번 사건의 포인트는 ‘사본’이었다.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 베테랑 직원 4~5명이 같이 실험하면서 동료들 간 의견을 거쳐 나왔다.  사건과 연관된 언론사, 정부 등의 입장이 부담되지 않았나.  -전혀 상관없다. 우리는 증거물이 들어오면 과학적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기관이다. 누가 관여됐는지 상관 없다. 나도 직원들한테 전혀 얘기 안 한다. 오래 근무했지만 그런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듣지도 않을 것이다. 감정서에 내 이름을 쓰고 법정에 가서 증언을 한다. 다른 사람이 (결과를 바꿔달라고) 말한다해서 바꾸겠나. 자기가 증언하고 자기가 책임지는데 그런 일은 생길 수가 없다. 밖에서 누가 뭐라해도 상관 없는 체제로 돼 있다.  ‘왕첸첸(전모 씨)’의 필체인지에 대해 발표하지 않아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요한 건 정자로 쓴 것과 필기로 쓴 것에 대해 맞춤법적으로 틀린 요인들이 몇 개가 나왔다. 그건 매우 중요하다. 발표 전까지 충분히 논의하고 자체 리뷰를 여러 번 한 것이기에 확신이 있다.  국과수 결과로 경찰은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결국 한 여성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이대로 묻히게 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여성 입장에서 묻는다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그러나 원장으로서는 그런 것보다 감정이 정확해야 한다. 다음 일은 수사하는 분이 해야 할 일이다. 업무가 다르며 나눠지는 게 원칙이다.  재수사는 필요 없다고 보나.  -국과수는 증거물이 들어왔을 때 과학의 힘으로 진실을 밝혀서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최선이다. 재수사 여부는 수사하는 분들이 할 얘기다.   ●최면 걸어 진범 잡아  만삭의 의사 부인 죽음이 타살이라고 확신한 근거는.  -그냥 뒤로 넘어질 때와 누군가에 의해 목 졸려 질식사했을 때 부검 결과는 확연히 다르다.  용의자인 남편이 범행을 부인하는데 부검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나.  -어렵다. 증거를 법정에 제출하면 그 다음부터는 판사가 결정한다. 우리는 요청에 의해 감정을 하지 먼저 하지 않는다.  범죄 심리를 이용하기도 하나.  -상당히 중요하다. 그 남편도 여기서 거짓말 탐지기로 조사했다. 정말 거짓말을 했을 것 같은 부분을 물어봐야 하기에 질문 요령,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 국과수는 프로파일러, 거짓말 탐지기, 법 최면도 활용한다. 법 최면은 심리학의 한 분야다. 2003년 오토바이를 친 뺑소니 차량의 끝 번호 하나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목격자를 데려다가 최면을 걸었는데 번호를 다 기억해내 진범을 잡았다. 사람들은 대개 차종은 기억하지만 번호판은 잘 기억하지 못 한다. 개인 차이가 있지만 최면에 걸리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봤던 걸 다 기억해낸다. 무척 신기하고 재미있다.   ●해적의 멜빵, 석 선장 쏜 용의자를 찾다  지난 2월 오만에서 해적에 납치된 삼호 주얼리호의 석해균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 한발이 해군 것이어서 당혹스러웠을 것 같은데.  -우리나라 해군의 총탄이란 사실에 부담이 있었다. 다행히도 총알 한쪽이 편평하게 눌린 자국이 있었다. 이는 직접 쏜 게 아니라 어디 부딪쳤다가 유탄으로 들어갔다는 증거다.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다.  해적의 거짓말을 밝혀낸 결정적 증거는.  -지난 설 때 여기는 비상이었다. 전날 의뢰를 받은 직원은 쉬지도 못하고 오만으로 갔다. 가장 범인이 유력했던 해적은 ‘나는 총을 한번도 안 쐈다.’고 말했다. 탄환이 발사된 총기를 조사하던 직원은 배 안에서 총기를 어깨에 멜 때 쓰는 멜빵을 발견, 유전자 검사를 했다. 땀이나 손의 지문이 충분히 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 그 해적과 동일한 유전자가 나왔다.  드라마 ‘싸인’, 국과수에서도 인기가 많았나.  -처음부터 대여섯편 정도 봤다. 직원들도, 나도 많이 불편했다. 특히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모습은 과학하는 사람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우리와 같지 않은 모습을 극화하니까. 다만 전체적으로 연구원의 인지도를 높이고 국민들에게 국과수를 알리는 기회가 돼 긍정적이었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부 대사를 읽어준 뒤) 기억에 남는 명대사가 있나.  -‘과학적인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대사도 좋지만 그보다도 ‘우리가 마지막이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알아낼 수 있는 마지막.’이란 구절이다. 이곳은 그분들이 이 생에서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다. 그분들이 뭔가 마지막까지 몸으로 얘기하려는 걸 들어줘야 한다. 만약 안 들어주면 그분들은 그냥 이 세상을 (억울하게) 떠나게 되는거다. 우리에게는 그게 제일 중요하다. 부검은 숭고하다. 극중 원장으로 나오는 전광렬씨가 자신의 친구가 열악한 근무 조건 때문에 숨지자 다시는 그런 조건을 만들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는 부분도 있다. 내가 직원들에게 그렇게 하고 있는지 정말 반성하게 됐다. 극중에서 원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문제였지만 순수하게 국과수와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은 감동이었다.  드라마처럼 자살, 타살에 대한 판단이 즉각 서나.  -질식사도 판단이 어려울 때가 많고, 추락사처럼 자신이 뛰어내린 것과 밀어서 뛰어내린 것들은 금방 판단이 안 된다.  드라마와 현실의 국과수 모습 중 닮은 점은.  -집념이다. 끝까지 진실을 찾아내려는 마음은 우리 직원들과 똑같다. 감정하는 과정은 별 차이가 없었다.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은.  -아주 큰 차이점은 증거물을 싹 바꾸는 것. 극중 고다경(김아중)이 증거물을 가지고 나간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찰로부터 넘겨진 증거물은 바코드가 다 붙고 어디로 가는지 표시가 난다. 증거물을 빼낸다는 건 있을 수 없다. 증거물 중 일부가 사라지면 실험을 할 수 없다. CCTV가 다 깔려 있다. 증거 조작은 시스템으로 막아야 한다.  법의학자들끼리 부검 결과가 다를 땐 어떻게 하나.  -완전히 다른 경우는 거의 없다. 팩트는 하나다. 사실을 보는 눈이 다를 수 있다. 계속 전체 토의를 해 팩트에 가장 가까운 답을 내린다.  외압으로 유전자 검사나 부검 시 방해가 될 때가 있나.  -그런 건 받지도 않고, 없다. 외부에 있는 분들이 전혀 감정 얘기를 안 한다.  내부 권력 암투는 존재하나.  -나보고 암투를 거쳐 원장이 됐냐고 누가 묻던데 전혀 아니다. 연구원에 오래 있던 분들 중에 지원해서 뽑는다.  원장과 직원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수평 관계다. 한달 이상 고민하고, 위험한 화재 현장에 뛰어가는 건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있기에 가능한거다. 그런 직원들을 참 존경하고 고맙게 생각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편지를 써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현실 속 국과수는 어떤 곳인가.  -굉장히 고립돼 있다. 바깥 세상과 연결되는 게 아니라 한 케이스를 갖고 씨름하는 곳이다. 그래서 다른 분들보다 융통성이 없다고들 한다. 가족적이긴 하지만 사교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매우 우수한 직원들이 있다. 국과수의 힘은 인재다. 항상 음지에서 수사를 지원하면서 죄가 있는 사람, 죄가 없는 사람을 판정해주는 기관이다.  직원이 가장 갖춰야할 덕목은.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주변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기가 맡은 케이스에 정말 정성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거기에는 항상 피해자가 있고 다른 사람들이 연결돼있다. 하나뿐인 과학의 진실은 밝히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험과 지식, 열정을 갖고 해야 한다. 삼풍백화점, 대구지하철사건 등 대형재해가 났을 때 유가족을 대할 때 배려의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어떤 성격의 소유자가 국과수에 적합한가.  -이 일은 꼼꼼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다. 모기 눈물만큼 적은 양의 유전자를 분석하려면 꼼꼼해야 한다. 일이 사람을 그렇게 만든다.  드라마 주인공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처럼 일하는 직원도 있나.  -많다. 그분보다 더 낫다. 일에 대한 열정, 집념은 질 사람이 한명도 없다.  임기가 몇 개월 남지 않았다. 2008년 부임이래 2년 9개월간 목표는 이룬 것 같나.  -원으로 승격한 건 큰 자부심이다. 올해는 5월 아시아국과수학회를 우리나라에서 유치해 아시아를 선도하려 한다. 9월에는 세계학회(2014년 예정)를 유치하고자 한다. 세계 속의 국과수로 가자는 목표로 기초를 만들고 있다.  최근 다른 나라와 연대해 일한 적 있나.  -있다. 뉴질랜드 지진 참사 때 법의학, 법치의학자들이 가서 한·중·일 시신들에 대해 유전자 구분을 하고 왔다. 불에 타도 이는 남는데 이 치료 방법이 국가마다 다르다.  3년간 수장을 맡으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제일 어렵고 안 되는 게 예산 작업이다. 과학수사는 장비와의 싸움이다. 얼마나 좋은 장비를 가지고 실험하느냐에 따라 시간도 줄이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 예산 대부분이 장비비용인데 지금 장비는 옛날 것들이 많아 첨단 장비로 바꿔야 한다. 여기 이사온 지 25~30년이다. 건물도 옛날식으로 지어 환기도 안 된다. 에이즈·결핵 환자 시신 등에 대한 부검은 사실 위험 부담율이 매우 크다. 일주일에 2000건씩 들어오는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50명의 인력이 감당하는 것도 무리다.  국과수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  -분야가 넓고 다양하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부검하는 법의학자 23명. 유전자 분석팀 50명.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10명. 문서감정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이곳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낸다.   ●“내 딸도 이곳에서 일했으면”  남은 과제는.  -연구원의 감정결과를 전부 객관화하는 작업이다. 우리의 결과가 세계 어느 나라에 가서도 인정받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국내 법의학 수준을 평가한다면.  -굉장히 높다. 인도네시아 지진 해일 때 숨진 자국민(18명)을 모두 찾은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뉴질랜드 등에 강연도 간다.  부검에 대한 유가족의 인식을 바꾸려면.  -유교사상 때문에 아직도 싫어하는 분들이 많다. 미래에 영상 부검, 컴퓨터 단층 촬영(CT) 같은 걸 활용하면 도움을 줄 수 있다.  정 원장에게 국과수란 어떤 존재인가.  -국과수와 나는 아주 가깝다. 연구원이 1955년 설립됐는데 내가 1955년생이다. 대학 때 연구원에서 나온 강의를 듣고 여기로 오게 됐다. 하루 일의 90%가 이곳 일이다. 남편(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도 여기서 만났고, 내 딸(고2·유학중)도 여기서 일했으면 좋겠다. 너무 매력적이고 지금도 일이 참 재미있다. 여성, 남성 할 것 없이 이곳은 매력적인 직장이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정희선 원장은 ▲출생 1955년 6월 6일 충북 충주 ▲가족 남편 유영찬 전 국과수 소장, 딸 1 ▲학력 충주여고-숙명여대 약학과 및 동대학원 석·박사, 영국 런던대 킹스칼리지 박사 ▲입사 1978년 국과수 이화학과 근무 ▲이력 국과수 초대 원장(2010년 10월), 국과수 최초 여성 소장(2008년 7월), 국과수 법과학부 부장, 국과수 마약분석과 과장, 국과수 약독물 과장 ▲수상 비추미여성대상 별리상, 몽골정부 전문가 훈장, 옛 과학기술부 선정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자상, 서울신문 선정 마약퇴치 대상 등 국과수에 들어가려면] “탐구정신 중요… 올부터 학력제한 폐지” 드라마 ‘싸인’의 영향으로 인기가 급상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희선 국과수 원장은 지난 21일 국과수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탐구정신”이라면서 “그냥 보지 않고 왜 이럴까, 아까 것과 어떤 게 달라졌을까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끈기와 집념이 있어야 한다.”면서 “한 케이스를 맡으면 끝까지 찾아낸다는 사명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재 국과수에는 극중 탤런트 박신양씨가 맡았던 법의학자 외에도 유전자 분석, 범죄심리·거짓말탐지 분야, 문서감정팀과 CCTV 등의 흐려진 영상을 잘 보이게 해 범인을 잡는 영상분석팀이 있다. 영상분석팀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범인을 찾아내는 프로그램 등을 자체 개발해 특화도 많이 시켰다고 정 원장은 전했다. 약·독물 부검, 마약·화학·화재·교통사고·목소리 분석가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국과수 채용은 행정안전부에서 일괄 배치하는 공채(5·7·9급)를 제외하면 모두 특별채용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nisi.go.kr) 등을 통해 수시로 뽑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특채에는 석사 이상만 지원할 수 있었으나 행안부 방침에 따라 학력제한이 폐지되면서 올해는 지원 폭이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소요정원은 26명이다. 자연과학 기술분야(이과)에 근무하면서 관련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유리하다.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는 10년차급 의사들을 뽑으며 행안부에서 공무원 4~5급(의무사무관)을 일괄 채용한다. 약·독극물·마약을 분석하는 보건연구사, 화학 분석을 담당하는 공업연구사, 유전자 DNA를 분석하는 공중보건연구사 등도 있다. 연구사는 통상 석사 이상, 연구관은 박사 이상이 지원했다. 연구사와 연구관은 공무원 6~7급에 해당한다. 특채는 필기시험 없이 1차 서류심사, 2차 면접으로 이뤄진다. 국과수 인사채용 관계자는 “5월 초 공무원 채용박람회를 하는데 행안부 인사방침이 확정되면 곧바로 채용절차를 진행할 것”이라면서 “화학 분야는 올해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과수는 업무강도 대비 처우가 열악하다는 이유로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려왔다. 현재 부검을 담당하는 법의학자의 경우 정원 23명 중 4명이 결원 상태다. 하지만 정 원장은 방송 이후 올라간 국과수의 위상을 실감하며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한 고등학생이 정식으로 국과수에 민원을 보내 어떻게 해야 국과수에 들어갈 수 있는지 물었다.”면서 “어린 학생들이 미래의 직업으로 이곳을 생각하며 열심히 공부하려고 한다는 건 긍정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법의학자 자리도 지원자가 생겨 조만간 채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의학자의 연봉은 6000만~7000만원 정도다. 33년간 국과수를 지켜온 정 원장은 “미지의 물질을 찾는 기쁨이 사건의 해결로 이어지고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만으로 국과수는 선택된 자부심을 느낄 만한 곳”이라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런던통신] 긱스…베일…웨일스 출신 슬픈 천재들

    [런던통신] 긱스…베일…웨일스 출신 슬픈 천재들

    ’왼발의 마법사’ 라이언 긱스의 또 다른 수식어는 ‘비운의 스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소속으로 11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4번의 FA컵 정상 그리고 2번의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등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왼쪽 날개로 명성을 떨쳤지만 단 한 번도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리고 2007년 긱스가 웨일스를 떠난 이후, 그의 등번호 11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 역시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바로 ‘제2의 긱스’ 가레스 베일(21.토트넘 핫스퍼)이다. 웨일스는 1958년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덕분에 긱스처럼 자신의 재능을 전 세계 축구 팬들 앞에서 뽐내지 못한 채 사라진 스타들도 적지 않다. 리버풀의 전설 이안 러시와 맨유의 전설 마크 휴즈는 동시대에 웨일스 대표팀에서 활약했지만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 세대라 할 수 있는 긱스, 크레이그 벨라미, 게리 스피드, 로비 세비지 등도 앞선 선배들과 비슷한 운명을 걸었다. 돌이켜보면 참으로 아까운 재능들이다. 만약 이들이 웨일스가 아닌 잉글랜드 대표였다면 지금의 월드컵 역사는 많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긱스가 떠난 지금 여전히 웨일스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이 안타까운 건 앞서 언급한 베일 때문이다. 카디프 출신의 베일은 여러 가지 루머(잉글랜드를 택할 수 있었다는)에 시달렸던 긱스와 달리 완벽한 웨일스인이다. 때문에 “잉글랜드 대표였다면…”이라는 가설조차 무의미한 선수라 할 수 있다. 왼쪽 풀백으로 토트넘에 입단한 그는 해리 레드냅 감독의 지도 아래 왼쪽 윙어로 보직을 변경했고 폭발적인 스피드와 강력한 크로스를 무기로 프리미어리그를 뒤흔들고 있다. 또한 인터밀란의 마이콘을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보여준 원맨쇼는 두고두고 회자될 만큼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그는 축구 약소국 웨일스 출신인 탓에 메이저 대회에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로 2012 유럽예선에서도 3전 3패로 G조 최하위를 기록 중이다. 1골을 넣고 6골을 허용했다.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간혹 천재 1명이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도 하지만 이는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과거 잉글랜드를 상대한 긱스는 “포지션상 네빌이 나를 수비해야 했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기 내내 내가 그를 수비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혼자서 전체를 바꿀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미래의 웨일스가 더 기대되는 이유는 베일처럼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 때문이다. 아론 램지(아스날), 조 레들리(셀틱), 크리스 건터(노팅엄 포레스트) 등은 향후 웨일스 축구를 책임질 미래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앞선 선배들의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그만큼 웨일스는 약하고 유럽은 강하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등 강호들도 월드컵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곳이 유럽이다. 실제로 잉글랜드도 3년 전 유로 2008 본선 실패의 쓰디쓴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웨일스의 유로 2012 예선 4번째 상대는 잉글랜드다. 최근 긱스는 “잉글랜드를 상대하는 베일의 플레이가 기대된다.”며 후배의 선전을 기원했다. 과연, ‘제2의 긱스’라 평가받고 있는 베일은 선배의 오랜 숙원을 풀 수 있을까? 웨일스의 반란을 기대해본다. 런던=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세기의 여신’ 잠들다

    ‘세기의 미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미국의 유명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23일(현지시간) 타계했다. 79세. 테일러의 대변인 샐리 모리슨은 성명을 통해 리즈(엘리자베스의 애칭) 테일러가 로스앤젤레스(LA)에서 울혈성 심부전증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모리슨은 “리즈가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임종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영화 ‘초원의 빛’으로 스타덤 테일러는 2004년부터 앓아온 울혈성 심부전증 증상으로 지난달 LA의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 입원했다. 그녀는 지난 2월 맞은 79번째 생일도 병원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중계를 보면서 지냈다. 앞서 테일러는 1997년 뇌종양 제거 수술에 이어 2009년 심장판막 수술을 받았다. 193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그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으로 건너가 10세 때 영화 ‘귀로’로 데뷔했다. 이후 ‘래시 집에 오다’ ‘녹원의 천사’ 등에 출연해 아역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초원의 빛’으로 스타덤에 오른 테일러는 숱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1950~70년대 영화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젊은이의 양지’ ‘자이언트’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 ‘클레오파트라’ 등 셀 수 없는 작품들을 통해 화려한 스타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연기파 배우로서의 면모도 보여줬다. ☞[포토] ‘세기의 여신’ 엘리자베스 테일러 잠들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2번… 8번 결혼 테일러는 1961년 ‘버터필드8’과 1966년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로 두 차례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수많은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던 테일러는 동료 배우 리처드 버튼과 두 차례 결혼하는 등 모두 8차례 결혼하는 화려한 남성 편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마라톤계 혜성 정진혁 “런던서 메달 따고 박보영 만날래요”

    마라톤계 혜성 정진혁 “런던서 메달 따고 박보영 만날래요”

    마라톤에 입문한 지 1년째. 3번째 풀코스 도전에 나선 정진혁(21·건국대). 추운 날씨에 황사비까지 부슬부슬 내렸다. 믿고 의지했던 지영준(30·코오롱)은 컨디션 난조로 기권했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았다. 레이스는 시작됐고, 30㎞까지 줄곧 선두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35㎞까지 함께 달려줘야 할 페이스메이커가 30㎞에서 빠져버렸다. 당황한 나머지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선두로 달려나가던 35㎞ 지점에서는 준비했던 물통까지 잡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일반 참가자를 위해 준비된 종이컵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고질적인 부상 부위인 허벅지 뒤쪽 근육(햄스트링)이 움찔거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압데라힘 굼리(35·모로코)가 치고 나왔다. 따라잡고 싶었지만 무리할 수 없었다. 정진혁은 지난 20일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09분 28초로 대학부 신기록을 세우며 대회 2위를 차지했다. 21일 잠실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의실에서 만난 정진혁은 전날 피 말리는 레이스를 치른 탓인지 피곤해 보였지만 환한 웃음을 지었다. 초등학교 때 멀리뛰기로 육상에 입문한 정진혁은 “각종 대회에 나가는 것이 좋아서 운동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예산중학교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중거리에 입문했다. 처음 마라톤에 뛰어든 것은 지난해. 그해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15분 01초를 기록했고, 11월 중앙서울마라톤에서 2시간 10분 59초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그러고 드디어 2시간 9분대에 진입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황규훈 부회장은 “기록 단축이 빠르다. 고등학교 때까지 800m, 1500m를 뛰었기 때문에 스피드가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체력은 좋은데 유연성이 부족하다. 한번 더 보여줘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정진혁의 다음 목표는 오는 8월 대구국제육상선수권대회에서 2시간 8분대를 찍고, 내년 국제대회에서 한국기록을 깨는 것이다.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정진혁은 담담하게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마라톤의 매력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라면서 “꾸준히 노력해서 목표들을 하나하나 달성해 가야죠.”라고 말했다. 대학 3학년이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성숙한 모습이었다. 남는 시간에 영화를 즐겨본다는 그의 이상형은 영화 ‘과속스캔들’에 나왔던 동갑내기 배우 박보영. 순수한 모습이 좋다고 했다. 함께 있던 황 부회장은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순간 미소 짓는 정진혁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더 노력해야 할 부가적인 목표가 생긴 것이다. 한국 마라톤에 혜성처럼 등장한 정진혁은 박보영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런던통신] 홀든의 빈자리, 이청용이 메울까?

    [런던통신] 홀든의 빈자리, 이청용이 메울까?

    ’블루 드래곤’ 이청용 시프트가 화제다. 지난 주말 이청용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에서 후반 막판 측면에서 중앙 미드필더로 보직을 변경했다. 팀 동료 스튜어트 홀든이 부상으로 실려 나가며 중원에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홀든이 시즌 아웃 판정을 받은 지금 이 변화는 계속될까? 경기 당일 심각했던 분위기만큼이나 홀든의 부상은 심각했다. 다행히 뼈에 별다른 이상은 없었지만 무릎 부위에 26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할 정도로 제법 큰 부상을 입었다. 선수 개인은 물론 소속팀 볼턴에게도 충격적인 부상이다. 올 시즌 ‘중앙 MF’ 홀든이 보여준 활약상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더 큰 문제는 홀든의 공백을 메울 마땅한 대체자원이 없다는 점이다. 홀든의 백업 역할을 했던 마크 데이비스는 부상 중이며 그 밖의 타미르 코헨, 션 데이비스 등은 시즌 내내 개점휴업 상태다. 오언 코일 감독이 맨유 원정에서 ‘측면 MF’ 이청용을 중앙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향후 홀든의 빈자리는 이청용이 메우게 될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청용의 다재다능함은 측면 뿐 아니라 중앙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표팀에서도 한때 ‘이청용 시프트’가 핵심 키워드로 떠오를 정도로 이청용의 포지션 이동은 그리 낯선 변화가 아니다. 하지만 코일 감독이 이청용을 홀든의 대체자로 활용할지는 미지수다. 홀든은 플레이메이커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더 가까운 선수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가장 태클을 잘하는 선수로 유명하다. 볼턴 입단 이후 줄곧 측면 미드필더를 소화해온 이청용이 당장 소화하기에는 어려운 포지션이다. 오히려 체격이 왜소한 이청용보다는 힘이 좋은 매튜 테일러가 홀든을 대신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또한 A매치로 인해 주어진 2주간의 휴식기는 부상 중인 마크 데이비스가 돌아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홀든의 부상이 곧 이청용의 ‘중앙 MF’ 이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 가지 변수는 다니엘 스터리지와 요한 엘만더다. 최근 코일 감독은 이청용의 체력 안배를 이유로 두 선수의 선발 출전을 선호하고 있다. 이것이 정말 이청용을 위한 배려인지는 모르겠지만 코일 감독이 스터리지와 엘만더의 공격력에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듯하다. 이는 ‘이청용 시프트’의 가장 변수라 할 수 있다. 과연, 홀든의 빈자리는 누가 메우게 될까? 볼턴과 코일 그리고 이청용의 행보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런던=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평창 홍보대사’ 연아 데뷔

    ‘평창 홍보대사’ 연아 데뷔

    ‘피겨퀸’ 김연아(21·고려대)가 2018년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활동에 본격 나선다. 우선 김연아는 22일 서울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제74차 서울국제스포츠기자(AIPS) 총회 개회식에 참석한다. 김연아는 개회식 단상에 올라 짤막한 환영 인사말을 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8개월 만에 귀국한 김연아는 총회 개회식에 참석하는 데 이어 다음 달 3~8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포트어코드’(Sport Accord)에서 평창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다. 이후 김연아는 각종 국제 행사에 잇따라 나서 평창 홍보전에 앞장설 계획이다. 특히 용품전시회 등이 펼쳐지는 스포트어코드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50~60명이 대거 참가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은다. 평창과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 등 후보도시들은 7일 프레젠테이션(PT)을 갖는다. 현재 평창유치위는 김연아를 앞세운 PT 전략을 놓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앞서 스포츠기자 서울총회에서도 유치 후보도시들이 나란히 PT를 펼친다. 평창은 지난 실사 기간 드러난 단점을 보완해 개최 능력과 국민 지지 열기를 다시 한번 과시하게 된다. 평창은 23일 PT에서 조양호 유치위원장과 강광배 국제봅슬레이연맹(FIBT) 부회장을 내세워 경기장 시설 등 평창의 장점을 집중 부각시킬 방침이다. PT는 뮌헨, 안시, 평창 순으로 15분씩 진행된다. 앞서 22일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환영 만찬을 열고, 25일에는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이 환송 만찬을 주재해 평창을 홍보하게 된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마라톤 혜성’ 정진혁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지영준(30·코오롱)은 없었지만 한국 마라톤은 또 다른 미래를 발견했다. 남자 마라톤의 기대주 정진혁(21·건국대)이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정진혁은 20일 서울 광화문 이순신 장군 동상 앞을 출발해 잠실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42.195㎞ 풀코스에서 벌어진 남자부 레이스에서 2시간 09분 28초로 압데라힘 굼리(35·모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11월 중앙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2시간 10분 59초를 찍고 8위를 차지했던 정진혁은 풀코스 세 번째 도전만에 메이저대회에서 개인 최고기록으로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 마라톤의 간판 주자로 떠올랐다. 5000m를 뛰다 마라톤으로 전향한 정진혁은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했고, 35㎞ 지점부터 선두로 치고 나왔다. 하지만 37㎞ 부근에서 굼리에게 추월당했고,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2시간 05분 30초의 좋은 개인기록에도 불구하고 2007년 런던마라톤과 2009년 시카고마라톤에서 2위에 그치는 등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굼리는 이번 대회에서 2시간 09분 11초의 기록으로 월계관을 썼다. 여자부에서는 로베 구타(25·에티오피아)와 웨이야난(30·중국)이 각각 2시간 26분 51초와 2시간 27분 13초로 1,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정윤희(28·대구은행)가 2시간 32분 26초로 3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지영준은 감기 몸살 증세로 대회 직전 레이스를 포기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런던통신] 꿈의 극장에 코리안 더비는 없었다

    [런던통신] 꿈의 극장에 코리안 더비는 없었다

    ’꿈의 극장’ 올드 트래포드에 ‘코리안 더비’는 없었다. 볼턴의 승리 보증수표 ‘블루 드래곤’ 이청용은 후반 교체 투입됐으나 부상에서 갓 돌아온 ‘산소탱크’ 박지성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한국인 ‘EPL 듀오’ 박지성과 이청용의 올 시즌 2번째 만남은 그렇게 무산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팬들에게는 짜릿한 승리였다. 후반 종료직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트리며 귀중한 승점 3점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리그 우승 경쟁을 하고 있는 아스날이 WBA 원정에서 가까스로 무승부에 그쳤기에 그 기쁨은 더했다. 그러나 단순히 전술적인 관점에 있어선 최악의 경기였다. 맨유의 잦은 패스 미스는 짜증을 불러왔고 리오 퍼디난드와 네마냐 비디치가 빠진 수비는 시종일관 불안해 보였다.(결국에는 조니 에반스가 거친 태클로 퇴장을 당했다) 그리고 볼턴도 공격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경기였다. 이날 맨유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마르세유전에서 2골을 터트린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가 웨인 루니와 투톱으로 나섰고 좌우 측면에는 나니와 안토니오 발렌시가 포진했다. 그리고 중앙에선 폴 스콜스 대신 라이언 긱스가 마이클 캐릭과 호흡을 맞췄다. 발렌시아의 복귀로 인해 맨유의 측면은 이전보다 강해진 듯 보였으나 실제론 그렇지 못했다. 크게 세 가지가 문제였다. 첫째는, 전방에서 볼을 소유하지 못했고 둘째는 플레이메이커로 나선 긱스의 부진 그리고 마지막은 중앙 수비수들의 낮은 패스 성공률이다. 전방에서 볼을 소유하지 못한 이유는 후방의 패스가 부정확했던 탓도 있지만 두 명의 공격수가 상대 수비수와의 경합에서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루니의 실수가 잦았다. 마르세유전의 경우 루니가 볼을 소유한 뒤 이것이 측면을 거쳐 치차리토에게 연결됐으나 볼턴전은 이런 공격 루트가 사전에 차단됐다. 맨유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답답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긱스에게 있다. 중앙 미드필더로 출전한 긱스는 패스 성공률이 60%밖에 되지 않았다. 55번의 패스 중 무려 22번을 실패했다. 더욱 치명적인 사실은 상대 박스 안으로 연결된 패스가 1개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중앙 수비수로 나선 크리스 스몰링과 에반스의 부정확한 패스도 한 몫을 했다. 센터백의 패스는 공격 작업의 시작과도 같다. 후방에서 부정확한 패스가 연결될 경우 상대에게 곧바로 역습을 허용할 뿐 아니라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곧 팀 전체의 안정감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어쨌든 경기는 지루한 공방전 속에 진행됐고 먼저 변화를 준 쪽은 맨유였다. 징계로 인해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치차리토와 웨스 브라운을 빼고 베르바토프와 파비우를 투입했다. 마틴 페트로프를 견제하고 공격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였다. 순식간에 맨유의 교체 카드 두 장이 날아가며 박지성의 출전기회는 더욱 줄어들었다. 득점이 필요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박지성 보다는 마이클 오웬의 출전이 유력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맨유 코치진은 먼저 몸을 풀고 있던 박지성을 다시 불러들이고 오웬의 출전을 지시했다. 헌데 오웬이 터치라인 밖에서 출전을 기다리던 도중 볼턴의 미드필더 스튜어트 홀든이 에반스의 태클에 쓰러지며 변수가 발생했다. 에반스는 곧바로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 당했고 오웬은 다시 벤치 쪽으로 물러났다. 수적 열세로 인해 공격수 오웬의 투입이 무산된 것이다. 반면, 이청용은 후반 60분 다니엘 스터리지 대신 교체 투입돼 30분간 필드를 누볐다. 오른쪽에 있던 요한 엘만더가 전방으로 올라갔고 이청용은 평소대로 오른쪽을 맡았다. 그러나 홀든이 부상으로 실려 나가며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고 매튜 테일러가 오른쪽에 투입됐다. 이청용의 플레이는 비교적 무난했지만 결과적으론 홀든의 공백을 메우진 못했다. 일단 파브리스 무암바와 더블 볼란치 역할을 했던 홀든이 빠지며 볼턴 포백 바로 앞의 라인이 다소 느슨해졌고 이것이 끝내 무너지며 실점을 허용했다. 이후 경기는 맨유의 1-0 승리로 끝이 났고, 컵 대회가 아니고서는 한 시즌에 딱 두 번밖에 볼 수 없는 박지성과 이청용의 코리안 더비도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물론 아직 희망은 있다. 바로 FA컵 결승이다. 이날의 아쉬움이 FA컵 결승 최초의 ‘코리안 더비’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런던=서울신문 나우뉴스 유럽축구통신원 안경남 pitchaction.com
  • [CEO 칼럼] 변화를 통한 미래경영/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CEO 칼럼] 변화를 통한 미래경영/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세상에는 우리가 보고 듣는 것만 존재하는 것일까. 다소 엉뚱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우리 신체는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보고 듣는 영역을 제한하고 있다고 한다. 즉, 분명히 존재하지만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간은 과학기술을 발전시켜 미지의 영역을 탐구해왔고, 지적 상상력을 동원해 문화 예술 작품을 창조해왔다.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을 인용해 보자. 석판에 새겨진 지도를 따라 성배를 찾던 존스 박사는 벼랑 끝에서 지도상의 다리를 볼 수 없었다. 이 대목에서 주연배우는 실감나게 연기한다. 보이지 않지만 건너 볼까, 아니면 포기할까. 당사자로서는 목숨을 건 도박을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알다시피 존스 박사는 믿음과 용기를 가지고 한발을 내디뎌 무사히 다리를 건넜고, 이후 허공에 모래를 뿌리자 그제서야 다리는 실체를 드러낸다. 눈앞에 없지만 다리는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미래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지만, 완벽한 예견은 불가능하다. 내일에 대한 대비는 개별 사안이 아니라 환경변화 및 사회 구성요소 간 변화의 흐름을 읽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 미래를 경영한다는 것은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나가는 것으로, 경영자라면 20~30년 후를 바라보고 능동적으로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을 겸비해야 한다. 꾸준히 번영하는 조직과 널리 활용되는 사물의 경우, 본래의 기능만으로 쓰이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외연이 확장되고 새로운 용도로 활용됐다는 특징이 있다. 일례로 과거 수력발전을 목적으로 건설됐던 댐을 보면 최근 발전 비중은 점차 축소되고, 홍수 조절·용수 확보·관광 등 새로운 쓰임새가 추가되고 있다. 댐의 용도를 발전용으로만 한정하고 다른 활용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면 수력발전 비중이 1%대로 줄어든 지금 댐은 아마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물을 가두고 저장하는 댐의 기본 기능에다 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과 용수 부족 해결, 관광레저산업의 육성이라는 시대적 상황 변화가 더해져 발전 외에도 다양한 효용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도 세월이 흐를수록 핵심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토대를 마련하고 진화해야 영속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 성원으로 유지되는 공기업은 경영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공공서비스 수요에 맞춰 지속적인 혁신과 거듭나기가 필요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창립 이래 50여년 동안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 금융회사의 연체 대출금 회수 업무부터, 2009년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위기극복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았던 부실채권 정리 및 구조조정업무, 서민금융 지원 및 국가자산 관리까지 우리 공사는 ‘자산관리’라는 핵심역량을 활용해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공공금융서비스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국가경제를 돕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여전히 갈고 닦아야 할 부분이 있다. 구체적으로 국가자산·금융자산·신용자산의 적극 관리를 통한 재정건전성 강화, 금융산업 선진화, 서민경제 활성화 및 동반성장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현실 안주는 퇴보를 의미한다. 보이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미래를 향한 거대한 흐름을 보고 있다. 다가올 내일에 대한 부단한 분석은 보이지 않는 다리가 새겨진 존스 박사의 석판처럼 조직이 진화해야 할 방향을 보여주고, 의사결정의 순간 신념과 믿음을 실어 줄 것이다. 영화에서 존스 박사는 보이지 않는 다리를 건너 결국 성배를 손에 넣었다. 우리 기업들도 미래 흐름에 대한 지식과 소신을 가지고 끊임없이 혁신하고 변화하면 성공이라는 ‘성배’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찌질한 기타리스트 ‘롹 스피릿’으로 ‘樂’

     무엇 하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찌질한 기타리스트, 가진 것은 단 하나 ‘롹(록) 스피릿’뿐이다. 그냥 “떠나면 돼.”, “해버리면 돼.” 등을 되뇌면서 무작정 저지르는 것을 보면 ‘롹 스피릿’이라는 것은 말은 그럴싸하지만 얼핏 보면 ‘무대뽀 정신’에 가까워 보이기도 하다. 그럴까.  박상(39)의 장편소설 ‘15번 진짜 안와’(자음과모음 펴냄)는 궁상 기타리스트 고남일이 영국과 한국을 무대삼아 ‘롹 스피릿’ 하나로 자신의 글로벌하게 찌질한 삶과 맞서는 이야기다. 고남일은 보증금 100만원의 서울 산동네 자취방과 낡아빠진 오토바이는 말할 것도 없고, 목숨처럼 아끼는 기타도 과감히 처분하고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다.  하지만, 당연히, 런던에서도 무엇 하나 되는 것 없는 삶은 계속된다. 대신 불법체류자로 추방될 때까지 좀체 오지 않는 런던의 시내버스 15번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롹 스피릿’을 새로 배운다. 그것은 단순한 도피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도전임을, 진정으로 원하는 것에 대한 간절한 기다림임을 깨닫는다.  박상은 록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철 지난 음악 장르의 하나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가치 체계, 철학임을 자부하며 ‘15번’을 통해 이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박상은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지만 문단 주류의 언어와 문장을 거부한 채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다고 그가 문체주의를 지향한다, 고 근엄하게 평하면 조금 어색하다.  그는 작품을 통해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각종 말장난과 비속어 등을 쏟아내며 읽는 이로 하여금 최소한 실소라도 머금게 해야 만족하는 눈치다. 지난해 인터넷 웹진에 연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묶으면서 그나마 비속어들은 대거 거둬들였다.  박상은 “제목 가리고, 작가 가리고 오로지 문장만을 보고서도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그런 개성 있는 문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내놓은 소설집 ‘이원식씨의 타격폼’, 장편소설 ‘말이 되냐’ 등만 갖고도 목표는 이미 어느 정도 달성한 듯싶다. 다만, 네티즌들이 쏟아내는 문체와의 차별성을 어떻게 이룰 지가 그에게 남아 있는 숙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한국 핵경보 사실” VAAC 거듭 강조 “주변 공항 주의보” 기상청 다시 해명

    일본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 상공까지 도달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산하 영국 런던 화산재예보센터(VAAC)는 17일 “남한 상공 핵비상 경보는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루 전날 기상청은 “항공기가 후쿠시마 부근 상공을 지날 때 조심하라는 의미이며, 한반도 상공에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었다는 정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VAAC는 지난 15일 ‘방사능 긴급정보’라는 제목으로 전세계 민간 항공사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관련, 일본과 주변 국가의 비행구역 핵 위험에 대한 1차 경고를 했었다. 논란의 핵심은 한반도 상공에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는지 여부다. VAAC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누출된 방사성 물질이 한국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지까지 퍼져 항공기가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기관의 입장은 다르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우리나라 상공 상태를 언급한 게 아니다.”면서 “또한 발표 내용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라고 표기돼 있는데, 확인 결과 (IAEA는) VAAC와 연락한 바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석준 기상청장도 이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내에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주변의 공항지역에 대한 발표”라면서 “여기에 우리 인천공항도 포함되기 때문에 그 주위를 비행하는 비행기에 대해 주의하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VAAC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동남아시아, 러시아 등을 도쿄 권역과 하나로 묶어 놓고 있다. 이를 두고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다음 달 중국으로 어학연수를 떠날 예정인 조수영(23·여)씨는 “정부가 소극적으로 국제기구 조치에 해명만 할 게 아니라 신속하게 확인해 국민들을 안심시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임신도 몰랐다가 태어난 ‘기적의 아기’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이나 자랐지만 그 존재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아기가 놀랍도록 건강한 모습으로 태어나 ‘기적의 아기’로 회자되고 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런던에 사는 레슬리 니콜(35)은 지난 2월 23일(현지시간)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는 원인 모를 복통 때문에 남편과 함께 호멀튼 병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니콜에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하던 의사가 “뱃속 태아가 발견됐으며 몇 시간 안에 출산을 할 것”이라고 알린 것. 출산은커녕 10개월 넘게 임신 사실조차 몰랐던 니콜 부부는 기쁨과 놀라움으로 혼란스러워 했다. 니콜은 “둘째를 낳고 한달도 안돼 임신을 했기 때문에 셋째를 가졌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임신인 줄 모르고 여러 차례 항생제를 복용했고, 과로를 한 적도 많아서 아기가 건강할지 걱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임신사실을 안 지 불과 1시간 만에 니콜은 제왕절개 수술로 사내아기를 얻었다. 임신한 10개월 내내 산부인과 검진을 받은 적 없고 별도의 음식 조절을 하지 않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아기는 건강했고 체중도 4kg가 넘었다. 니콜은 아기의 건강을 확인하고 나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부부는 아기에게 나단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니콜과 남편 트레버 툴(34)은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갑작스럽게 나타났지만 나단은 그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라고 기뻐했다. 제왕절개 수술을 집도한 전문의 조안 더글라스는 “22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산모의 출산을 도왔지만, 출산 몇시간 전까지 임신사실을 몰랐던 건 처음”이라면서 “이렇게 건강하게 아기가 태어난 건 기적에 가깝다.”고 놀라워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UEFA 챔피언스리그] 레알, 지긋지긋한 ‘리옹징크스’ 깼다

    상식을 뒤집은 조제 모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지긋지긋한 ‘리옹징크스’를 깼다. 레알은 17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올랭피크 리옹(프랑스)과의 2010~11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마르첼로, 카림 벤제마, 앙헬 디마리아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레알은 1, 2차전 합계 4-1로 2003~04 시즌 이후 7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전까지 레알의 리옹 상대전적은 4무 3패. 세상에서 가장 축구 잘한다는 선수만 모인 레알도 이상하게 리옹만 만나면 힘을 못썼다. 늘 공격적인 경기를 했지만, 승리의 여신은 한 번도 레알을 향해 웃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모리뉴 감독이 역발상으로 승리의 여신을 속이는데 성공했다.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레알은 수비적인 전술을 펼쳤다. 경기 초반 최전방 공격수 리산드로와 왼쪽 윙포워드 델가도에 의한 공격에 초점을 맞춘 원정팀 리옹이 주도권을 장악했다. 레알은 볼 점유율에 고집하지 않고 역습의 효율을 높이는 데 집중했고, 이게 주효했다. 전반 37분 수비수 마르첼로가 부상에서 돌아온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패스를 받아 상대 수비수 한명을 제친 뒤 선제골을 넣었다. 선제골을 허용한 리옹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왔지만, 두 번째 골도 레알의 몫이었다. 후반 21분 마르첼로의 롱패스를 받은 벤제마가 골키퍼와의 1대1 찬스에서 침착하게 친정팀의 골망을 흔들었다. 레알은 후반 31분 역시 역습상황에서 메주트 외칠의 헤딩 패스를 받은 디마리아가 쐐기골까지 성공하면서 징크스 탈출의 종지부를 찍었다. 모리뉴 감독은 “우리는 좋은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완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레알은 2002년 이후 9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통산 10회 우승 도전, 모리뉴 감독은 FC포르투(포르투갈), 인테르 밀란(이탈리아)에 이어 자신의 세 번째 우승 커리어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첼시(잉글랜드)는 같은 시각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에서 열린 FC코펜하겐(덴마크)과의 2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지만지난달 1차전 원정에서의 2-0 승리에 힘입어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나는 복서다”…이시영 신인 아마추어선수권 48㎏급 우승

    “나는 복서다”…이시영 신인 아마추어선수권 48㎏급 우승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엔 화장기 하나 없었다. 예쁜 척은 접어 뒀다. 마우스피스 낀 입을 까뒤집어 상대를 위협했다. 눈을 부라리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얼굴이 잔뜩 구겨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강해 보이고 싶었다. 지기 싫었다. 상대를 깔아뭉개겠다는 전투 의지의 표현이었다. 진짜 ‘복싱 선수’다. 배우 이시영. 아름다워야 하는 여배우의 숙명을 포기했다. 이기고 싶다는 복서의 본능에 충실했다. 17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여자 신인 아마추어 복싱선수권대회 48kg급 결승전이 열리기 직전 모습이었다. 영화가 아니다. 현실이다. 결승전 상대는 순천 청암고 1학년 성소미였다. 복싱 집안의 딸이다. 아버지 광배씨는 대한아마복싱중앙심판위원을 지냈다. 오빠 동현도 복서로 활약 중이다. 그는 수영 스타 정다래의 친구로 유명세를 탔다. 성소미는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복싱을 배워 왔다. 반면 이시영은 복싱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 지난해 8월 복싱 선수 소재 드라마 출연을 위해 처음 배웠다. 드라마 제작이 무산됐지만 계속 운동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홍수환 관장 “심장이 단단한 선수” 불리한 점이 많았다. 상대는 16세, 한창 나이다. 이시영은 13살이 많다. 대회 참가자 가운데 최고령이다. 체력적으로 뒤진다. 연습 시간도 충분치 않았다. 배우 활동과 연습을 병행했다. 적게 자고 덜 쉬는 걸로 훈련시간을 확보했다. 하루 5㎞를 뛰고 2시간씩 샌드백을 두드렸다. 1라운드. 공이 울리자마자 둘은 격렬하게 맞붙었다. 얼굴을 가까이 맞붙인 채 쉴 틈 없이 주먹을 주고받았다. 초근접전. 둘 다 피하지 않았다. 근성과 근성의 대결이었다. 이게 이시영 특유의 복싱 스타일이다. 저돌적으로 다가가 상대 급소를 노린다. 거칠고 위협적인 인파이터다. 이시영을 지도한 홍수환 관장은 “상대 주먹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심장이 단단한 선수”라고 표현했다. 얼굴 다칠 걸 의식할 법도 한데 그런 기색조차 없었다. ●우승메달 목에 걸고 감격 눈물 이후 조금씩 이시영이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 큰 키에서 타점 높은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상대는 이걸 잘 못 피했다. 2라운드 중반. 이시영의 왼손 스트레이트가 상대 얼굴에 정확히 꽂혔다. 스탠딩 다운. 3라운드에도 연타가 들어갔다. 2번째 다운이 나왔고 1분 40초 만에 RSC(심판의 시합 중지)승을 거뒀다. 이시영의 우승이었다. 메달을 목에 건 이시영은 울었다. 잠깐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잠겼다. 우승을 차지한 복서가 그 순간, 무엇을 떠올렸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대회가 끝난 직후 이시영 소속사 관계자는 “더 이상 복싱 대회는 없다. 연기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홍 관장은 “남은 건 전국체전이고 더 나아가 런던올림픽이다. 이시영은 복싱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미래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지금, 이시영은 복서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
  • “수정 관찰하면 지진·화산 예측 가능”

    “수정 관찰하면 지진·화산 예측 가능”

    지난주 발생한 일본 대지진 참사와 관련해 학계는 물론 일반인들도 자연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있는 가운데 수정으로 알려진 광물 석영을 분석하면 이런 재난을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18일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런던대의 마르타 페레스-거쓰이네 박사와 미 유타 주립대의 앤터니 로리 박사의 공동 연구팀이 최근 미국 과학저널 네이처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광물질인 석영은 지진의 발생과 화산 폭발을 미리 예측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단층선이 발생하거나 지각의 약화로 나타나는 지각변동이 석영의 지하 매장층과 연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번 북아메리카판의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 지질 및 지구물리학 기술을 활용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어스스코프’(Earthscope)로 정보를 수집했고 단층선이 발생하는 곳마다 석영이 풍부하게 포함된 매장 층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본이나 남부 캘리포니아 그리고 옐로스톤 국립공원 같은 장소가 활성화 단계에 있으며 미국 동부의 애팔래치아 산맥 등의 다른 영역은 비활성 단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형 댐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할 장소의 설계 등의 모든 조건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데일리 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