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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극전사 새 ‘보금자리’ 진천선수촌 27일 준공식

    태극전사 새 ‘보금자리’ 진천선수촌 27일 준공식

    한국 엘리트 체육의 새 요람 진천 국가대표종합훈련장(진천선수촌)이 1단계 사업을 마치고 마침내 문을 연다. 오는 2017년 2단계 사업까지 끝나면 진천선수촌은 세계적인 종합훈련장으로 거듭난다. 대한체육회는 27일 진천선수촌의 태극광장에서 김황식 국무총리와 박용성 대한체육회(KOC) 회장,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갖는다. 2009년 2월 첫 삽을 뜬 이후 2년 8개월여 만이다. 체육회가 태극전사들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은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메카’인 태릉선수촌의 훈련·숙박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노후화(1966년 건립)돼서다. 게다가 태릉선수촌 인근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추가시설 확충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데 따른 것이다. 진천선수촌이 들어서는 곳은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 일대이다. 총 85만 6253㎡ 부지에 1840억원이 투입, 1단계 사업을 마쳤다. 진천선수촌에는 수영센터와 다목적체육관(농구·배구 등), 실내사격장, 실내 테니스·정구장, 조정·카누 등 수상종목 훈련장, 빙상장 등의 훈련시설이 들어섰다. 또 종합육상장, 투척필드, 다목적 필드(소프트볼·럭비·야구 등), 테니스·정구장, 클레이사격장, 크로스컨트리 트랙 등 실외 훈련시설도 갖춰졌다. 이와 함께 행정동과 체력단련장, 선수교육회관, 지도자·선수 숙소 등 훈련지원시설도 마련됐다. 아직 선수촌 주위에 변변한 숙소가 없어 훈련 상대(파트너)가 필요한 종목을 위해 200명 규모의 파트너 하우스도 들어섰다. 지난해 체육회가 지원한 국가대표 선수는 46개 종목 1378명이다. 이 가운데 태릉선수촌에서는 20개 종목 450여명이 훈련할 수 있었다. 나머지 26개 종목 900여명은 선수촌 밖에서 구슬땀을 쏟아야 했다. 1단계 사업으로 진천선수촌에서는 육상·사격·수영·테니스·정구·배구·농구·야구·소프트볼·조정·카누·럭비 등 12개 종목, 350명이 최신 시설에서 훈련하게 된다. 체육회는 내년부터 2017년까지 구암리 일대 59만 4000여㎡ 부지에 3300여억원을 들여 2단계 사업을 벌인다. 2단계 사업이 완료되면 진천선수촌은 총 37개 종목 1115명의 태극전사를 수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훈련장이 될 전망이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인사·재무통 ‘머쓱’… 마케팅·홍보 ‘쑥쑥’

    인사·재무통 ‘머쓱’… 마케팅·홍보 ‘쑥쑥’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예전과 다른 양상의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전통 관리 부서인 재무와 인사 라인보다 홍보와 전략, 마케팅 전문가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대기업 총수들의 위기의식이 저변에 깔렸기 때문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올 연말 인사에서 마케팅과 홍보, 전략 파트를 집중적으로 보강하기로 했다. ●CJ그룹 승진 임원 재무출신 없어 전통적 관리 부서인 재무·인사의 퇴조와 홍보·마케팅·전략 파트의 부상은 최근 30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CJ그룹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CJ는 지난 17일 최대 규모인 44명에 대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한 이해선 CJ오쇼핑 총괄부사장을 비롯해 6명의 부사장, 12명의 상무를 보면 재무 출신은 단 한 명도 없고, 인사 출신은 1명(그룹 인사팀장 조성형 부사장)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마케팅과 홍보, 전략 및 생산기술 출신들이다. 특히 그룹 홍보팀의 정길근(43) 상무대우는 발탁 승진을 통해 홍보실장인 권인태 부사장과 그룹 홍보를 담당하게 됐고, CJ오쇼핑 장영석(43) 부장도 이번 인사에서 CJ제일제당 홍보담당 상무보로 승진하는 등 홍보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SK텔레콤이 지난 9월 단행한 조직 개편은 회사의 마케팅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 분석이다. 플랫폼 사업 중심인 SK플래닛이 출범하면서 사내독립기업(CIC) 부문의 유지 필요성이 작아졌고, 이에 따라 통신사업에 대한 운영을 책임지는 ‘사업총괄’과 전사 최적화·효율화를 지원하는 ‘코퍼레이트센터’ 체계로 전환했다. 구체적으로는 사업총괄 부문에는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기업간거래(B2B), 네트워크 역량 등을 결집, 마케팅 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도 올 들어 홍보실을 강화하고 세분화했다. 지난 7월 현대차그룹은 2개의 실이었던 홍보실을 3개의 실로 늘리면서 문화일보 출신으로 해외정책 부문을 맡고 있던 공영운 상무를 1실장으로 임명했다. 이로써 현대차그룹은 언론담당, 홍보지원, 지방 언론과 사내홍보 등으로 업무를 세분·전문화했다. ●SKT·현대차는 마케팅·홍보팀 강화 재계에서는 12월 뚜껑이 열릴 삼성그룹을 포함해 나머지 그룹들의 임원 인사에서도 이러한 트렌드가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달리 과거 오너 일가의 재산관리와 불투명한 자금거래를 담당하면서 중용됐던 재무 출신들의 입지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이 투명해지면서 점차 좁아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권과의 관계와 자금조달 측면에서 기업이 우위로 돌아서면서 재무 라인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마디로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군림했던 ‘재무의 시대’가 기업경영 환경 변화와 투명성 강화 덕분에 저물고 있는 것이다. 인사 담당도 마찬가지다. 인사 파트 쪽에서는 노사 전문가들만이 복수노조 시행 등으로 주목받고 있을 뿐 과거 ‘인사의 꽃’이었던 인사관리는 힘을 못 펴고 있다. 급변하는 경쟁환경 속에서 그때그때 발 빠르게 인사를 단행하는 소위 ‘럭비공 인사’가 확산되면서 과거처럼 일일이 자료를 만들고 검증하면서 예측 가능한 인사를 하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준규기자·산업부 종합 hihi@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20·끝) 럭비인생 1막을 내리며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20·끝) 럭비인생 1막을 내리며

    꿈이 끝나고 현실이 시작됐다. 온몸에 들었던 멍도 희미해졌고, 새까맣던 피부도 급속히 하얘지고 있다. 일어나자마자 사우나 뜨거운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이제는 가뿐히 잘 걷는다. 요즘 나는 다른 기자들처럼 스포츠 경기를 취재하고 기사를 쓴다. 쭉 그래 왔던 것처럼, 럭비를 했던 시간이 ‘한여름 밤의 꿈’인 것처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지난 150일의 국가대표 생활이 일단락됐다. 기자일과 운동을 병행하느라 시간에 쫓겨 종종거렸지만 후회는 없다. 대한민국 여자럭비 사상 첫 승을 거뒀고, 가족 같은 감독·코치와 동료들이 생겼다. ‘KOREA’가 박힌 트레이닝복이 옷장을 가득 채웠다. 단순히 ‘추억’이라고 부르기에는 무거운 시간이었다. 대표선수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 배에는 어렴풋이 식스팩이 생겼고, 허벅지는 단단한 꿀벅지가 됐다. (동료들이 놀리는) ‘슈퍼파워 숄더’도 장착했다. 정신적으로도 성숙해졌다. 매 순간 포기를 떠올렸지만 꾸역꾸역 잘 견뎌냈다. 힘든 터널을 통과하자 근성과 오기, 인내, 팀워크를 배울 수 있었다. 럭비를 하면 용감해진다더니 실제로 그렇다. 겁나는 것도, 무서운 것도 없다. 기자로서도 부쩍 성장했다. 앞으로 어떤 기자가 태극마크를 단 ‘선수’ 신분으로 해외 원정경기를 갈 수 있을까. 기자 명함을 갖고 있을 땐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는 보인다. 잘하는 팀을 만나면 자기도 모르게 다리가 후들거린다는 걸, 비행기를 타고 원정경기 가는 게 별로 달갑지 않다는 걸, 게으름을 부리고 싶을 때도 꽤 많다는 걸 말이다. 벤치멤버를 보면 나도 모르게 동병상련을 느낀다. 나도 두 경기 스타팅으로 나갔던 걸 빼면 거의 교체로 출전했다. 훈련도 열심히 했고 뛸 준비도 돼 있는데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하면 섭섭한 마음이 든다. 벤치에서 팀원들을 목이 터져라 응원하면서도 ‘나도 잘할 수 있는데….’ 하는 마음이 생긴다. 어쩔 수 없다. 그동안 취재를 다니면서 얘깃거리가 되는 선수-골을 넣은 선수나 주장 등-에만 집중했다. 묵묵히 땀을 흘리면서 승리를 위해 일조한 선수들은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여자대표팀 조커(!)’였던 나는 이제 비주류 선수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낼 준비가 돼 있다. 그들은 ‘또 다른 나’다. 18일, 여자럭비팀은 김황식 국무총리와 오찬을 함께했다. 인도 아시아7인제대회를 마치고 해산한 지 꼭 2주 만이었다. 김 총리는 “늘 승리하는 것도 좋지만 목표를 정하고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소중하다. 어떤 일이든 목표를 향해 열심히 한다면 실패하거나 지더라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은 우리팀이 공식 경기에서 패배를 거듭한다는 얘기를 듣고 격려 차원에서 초청했는데 그 사이 ‘1승’을 해버렸다고 머쓱한 웃음을 지었다. 선수 12명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면서 여자럭비의 현재와 미래를 꼼꼼하게 묻고 들었다. “패배를 통해서도 희망을 주고 있는 팀”이라는 찬사에는 절로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이제 내 ‘럭비인생 1막’이 내렸다. 다시 2막이 열릴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동안 따뜻한 응원의 눈길을 보내준 주변 사람들, 특히 ‘민폐 막내’에게 한없이 관대했던 체육부원들에게 감사인사를 꼭 전하고 싶다. zone4@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 (19) 1승이 아닌 우승하려면

    소주와 맥주를 반반씩 섞어 들이켰다. 아, 이 시원한 목넘김이 얼마 만이던가. 5개월의 힘든 여정을 마무리하며 그것도 1승이라는 값진 결과와 함께, 여자럭비대표팀은 처음으로 우리들만의 자리를 가졌다. 지난 4일 인도에서의 아시아 여자7인제대회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날이었다. 우리는 여느 대학생들처럼 게임을 하며 시시덕거렸다. 경기 중 에피소드를 곱씹으며 재잘거렸고, 감독·코치 성대모사도 곁들였다. 분명 신 나게 웃고 있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뭔가가 심장에서 줄곧 찰랑거렸다. 툭 대면 쏟아질 것 같았다. 끝났다는 생각에 홀가분했지만 너무 서운했고 아쉬웠다. 우리가 어떻게 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하고 밤거리를 걸으며 “내년에도 할 거야?”라고 물었다. 몇몇은 “우리 이대로 다 같이 또 하자.” 혹은 “언니하면 저도 할게요.”라고 선동(!)했다. 온몸이 멍으로 얼룩져 있고 입술이 터지고 발톱이 빠지는 건 예삿일이지만, 우리는 이제 럭비를 사랑하게 됐다. 러거들이 말하는 그 ‘마약 같은’ 매력을 알아버렸다. 하지만 이제 시즌이 끝났다. 대표팀은 일단 해산했다. 다들 직장과 학교로 흩어졌다. 나도 신문사로 돌아왔다. 내년에는 아마도 올해 그랬듯, 상반기 선발전을 통해 새로운 3기 대표팀이 꾸려질 것이다. 럭비를 계속할 1~2기 대표팀 멤버들은 초보 러거들과 또 한번 기초부터 단계를 밟아야 한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멤버가, 혹은 지금 이 멤버들이 쭉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간다면 아마 훌륭한 짜임새를 갖춘 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럭비에만 올인하기에 선수들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명색이 국가대표라지만 럭비로 먹고살 상황이나 실력은 아직 아니다. 선수들은 친구들이 어학연수 가고 인턴 하는 걸 보며 자신의 장래를 걱정한다. 물론 젊은 시절 잠깐을 바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건 그 자체로 엄청난 특혜다. 선수단 모두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자긍심과 성취감을 빼면 계속 럭비를 할 동력이 약한 게 사실이다.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이라는 가시적인 목표가 있는 팀이라면 좀 더 충분한 당근이 필요하다. 선수들의 열정에만 기대하는 건 가혹하다. 계속 이렇다면 지난해, 그리고 올해처럼 ‘힘든 럭비를 여자가 한다니.’라는 흥밋거리에 머물고 말 것이다. 1승을 했으니 이제는 우승을 말해야 하지 않을까. 꿈꾸는 건 자유니까.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재계 ‘럭비공 인사’로 위기 돌파구

    재계 ‘럭비공 인사’로 위기 돌파구

    ‘럭비공 인사가 조직의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최고?’ 국내 대기업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수시로 임원 인사를 단행해 조직 내부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성과중심주의 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이는 유럽 재정위기와 환율 상승으로 어려움에 처한 대기업들이 과감한 인사를 통해 경영 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은 ‘깜짝 인사’로 회사 안팎을 놀라게 했다. 갑자기 고위 임원을 경질하거나 승진시키는 등 예측불허의 ‘럭비공식’ 인사로 사내 조직을 긴장시키고 성과 창출을 독려하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재계 전반으로 퍼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LCD사업 부진을 이유로 연말 인사 원칙을 깨고 지난 7월 1일 전격 인사를 단행했다. 사업부장이던 장원기 사장을 경질하고 반도체와 LCD를 총괄하는 디바이스 솔루션 사업부를 신설, 권오현 사장을 총괄사장에 임명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제조센터장에 메모리사업부 출신의 박동건 부사장을 임명하는 등 LCD 사업부의 부사장급 임원을 모두 바꿨다. 또 9월 1일자로 대(大)팀제를 도입하는 조직개편을 통해 10여명의 임원을 물갈이해 사장·부사장·담당임원 일괄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인사를 단행했다. LG전자도 구본준 부회장 중심으로 연중 인사의 틀을 깨고 수시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6월 경영혁신부문 내에 신설했던 품질담당(한주우 전무)을, 7월에는 AE사업본부 산하 솔라사업팀을 구 부회장 직속 조직으로 옮겼다. 또 지난달 초 구매팀장을 맡고 있던 황호건 전무를 CHO(최고인사책임자)로 선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SK그룹의 주축인 SK텔레콤도 지난 4월 74개 본부를 68개로 통·폐합하고 임원 13명을 교체하는 깜짝인사를 단행했다. SK가 연말에 그룹 차원에서 전 계열 임원 인사를 해왔던 점에서 지난 9월 비정기 인사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연례행사처럼 12월 무렵 반복해 온 정기 인사를 가을로 앞당겨 먼저 ‘새판 짜기’에 나서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10월 말 30대 그룹 중에서 가장 먼저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파격을 보인 데 이어 올해도 인사를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女럭비 역사에 ‘1승’ 쓰다

    女럭비 역사에 ‘1승’ 쓰다

    “한국 여자럭비대표팀이 2일(현지시간) 인도 푸네에서 끝난 국제럭비위원회(IRB)-아시아럭비협회(ARFU) 아시아여자 7인제대회에서 사상 첫 승을 거뒀다. 12개국이 3개조로 나뉘어 치러진 대회 조별리그에서 홍콩·카자흐스탄·인도에 3연패를 당한 한국은 순위결정전에서 라오스를 17-12로 꺾고 ‘역사’를 썼다. 이어진 이란과의 9~10위 결정전에서는 선취득점을 하고도 종료 직전 트라이를 내줘 5-7로 져 최종 10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해 공개선발전을 통해 꾸려진 대표팀은 공식경기 9연패 뒤 1승으로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썼을 것 같다. 혹은 지면에 실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럭비대표팀이 아니었다면. 남들은 한번 이긴 게 뭐 그리 대단하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난 5개월간 ‘1승’만을 보고 달려온 여자럭비팀에게 이건 엄청난 사건이다. A매치는 두근거렸다. 1일 조별리그에서 만난 홍콩, 카자흐스탄에는 예상대로 깨졌다. 하지만 우리는 끈질겼고 악착같았다. 트라이를 6~7개 내줬지만 우리는 한 달 전 중국 지역대표한테도 54-0으로 졌던 팀이었다. 만만하게 봤던 인도와의 조별리그 최종전마저 진 건 원통했지만 결과적으로 인도는 탄탄한 팀이었다. 2일 순위결정전에 나서는 마음은 비장했다. 1승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엄청난 부담을 갖고 라오스전에 임했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섰던 김아가다가 트라이 2개, 주장 민경진이 트라이를 보태며 17-12로 역사상 첫 승리를 챙겼다. 우리는 두 팔을 뻗고 “이겼다.”를 외쳤지만 막판까지 쫓긴 탓에 기쁨보다는 안도감이 컸다. 그리고 이어진 이란과의 9~10위 결정전. 15인제 럭비 못지않은 육탄전이었다. 팽팽한 경기가 이어진 탓에 전·후반 7분씩이 무한하게 느껴졌다. 전반에 민경진이 트라이를 먼저 찍어 앞섰다. 후반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다. 발목에 납덩이를 단 듯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결국 경기종료를 30초 남겨두고 트라이를 찍혔다. 보너스킥까지 들어가 7점을 내줬다. 5-7 패배. 믿고 싶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그라운드를 나오자 거짓말처럼 비가 쏟아졌다. 비와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됐다. 촉촉한 눈가를 감출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분한 마음까지는 숨길 수 없었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1승을 거둔 기쁨보다는 2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던 탓이다. 약 5개월간의 불꽃 투혼(!)이 결실을 봤지만 또 한없이 부족하고 찝찝한 마음이 든다. 어쨌든 올해 여자럭비팀의 일정은 끝났다. ‘끝’이라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참 많이 힘들었고 또 행복했다. 앞으로 무럭무럭 성장할 대표팀의 작은 디딤돌이 됐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 당분간은 운동 생각 없이, 몸 걱정 없이 즐기고 마시고 싶다. 브라보, 2011 여자럭비대표팀. 푸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1승 해냈다는 생각에 경기 후 눈물 왈칵”

    ●민경진(27·라디오PD) 모두가 크게 안 다치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어떻게 이겼든 1승을 거뒀다. 2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못해서 아쉽고 미안하다. 나로서는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였다. 내년에 누가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좀 더 희생정신을 가졌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행운을 빈다. ●송정은(24·이화여대)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갔는데 부상 탓에 많이 못 뛰어 미련이 남았다. 1승이라는 거 꼭 해보고 싶었는데 해냈다는 느낌보다는 아직 부족하다는 자책이 든다. 다쳐서 함께 오지 못한 이제아, 이민희, 안나영, 김선아 등을 생각하며 뛰었고 그 몫까지 해내려고 최선을 다했다. ●최고야(24·이화여대) 포기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땐 럭비를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5개월의 시간 동안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마지막까지 함께 해줘서 다들 고맙다. 우리는 앞으로 뭐든지 할 수 있을 거야, 파이팅. ●백가희(22·수원대) 이기고 싶은 욕심이 자꾸 생긴다. 오히려 진 게 분하고 억울하다. 어떻게 해야 잘할지 지금에서야 터득했다. 우리는 ‘가능성 있는 팀’이 아니라 ‘잘하는 팀’이 될 수 있다. 내년에 이 멤버들이 다시 함께할 거라고 믿는다. 혹시 럭비를 하고 싶은 사람은 내년 선발전에서 만나자. 내가 잘 이끌어 주겠다. ●김아다가(21·인천대) 팀이 원했던 1승 목표는 이뤘다. 2승까지 했다면 더 떳떳하게 한국에 갈 수 있었을 것 같지만 5개월 만에 첫 승을 거둔 것으로 일단 만족하겠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지금처럼, 지금보다 더 노력해서 그때는 더 큰 성과를 거두겠다. 그만큼 더 노력하겠다. ●장한아(20·동덕여대)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목말라하던 1승을 거뒀다. 시원섭섭하다. 내 몸에 휴식기간을 줄 수 있어 시원하고 우리의 기량을 실전에서 더 잘 발휘하지 못해 섭섭하다. 어쨌든 원하는 목표를 이뤄 기쁘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 내가 있었다는 자체로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다. ●최예슬(20·명지대) 상하이대회 때는 부상으로 못 뛰었고, 이번에도 출전시간이 적었다. 1승을 거둔 라오스전에 뛰어서 좋았지만 씁쓸하고 자존심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럭비를 하면서 욕심이 날 때도, 회의가 들 때도 많았는데 어쨌든 이런 고된 생활을 묵묵히 견뎠다는 것이 대견하다. 이대로 끝내긴 뭔가 아쉽다. ●서보희(19·경북대) 힘들게 훈련했지만 그만큼 실력 발휘를 못한 것 같다. 1승을 했는데 그래도 뭔가 목마르다. 겁이 많고 포기하는 내 성격과 럭비가 맞지 않아 힘들었지만 금방 또 그리워질 것 같다.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 운동하는 게 정말 좋았다. 올해 팀원이 많이 남아서 쭉 역사를 썼으면 좋겠다. ●송소연(18·리라아트고) 우리가 해냈다는 생각에 경기 후 눈물부터 흘렀다. 2승까지 할 수 있었는데 아쉽게 져서 속상하다. 막상 1승을 했는데 목표를 이뤘다는 쾌감보다는 더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욕심이 생긴다. 내년에 어떻게 할지 방향이 보였다는 것에 감사한다. 언니들과 함께한 럭비는 매 순간 감동이었다. ●트레이너 양승희(22·동덕여대)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걸음마부터 함께 했다. 선수들이 나를 안 봐도 나는 항상 선수들을 봤다. 마사지나 테이핑을 하느라 고될 때도 많았지만 뿌듯하고 보람을 느낄 때도 많았다. 여자럭비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푸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왈가닥들을 선수로 조련한 한동호 감독님… 브라보!”

    차라리 혼을 냈다면 마음이 편했을 것 같다. 한국은 이란과의 9~10위 순위결정전에서 역전패(5-7)당했다. 막판 집중력만 더 살렸다면 우리는 2승까지 할 수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풀죽어 벤치로 들어오는 우리에게 한동호 감독은 인자하게 악수를 건넸다. 저녁에는 특별히 병맥주를 쥐여 주며 “아쉽고 속상했던 것 이 한 잔으로 다 잊고 좋은 기억으로 가자.”고 건배를 외쳤다.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럭비공이 낯설었던 여자럭비팀. 한 감독과 강동호 코치는 멋모르고 날뛰는 ‘왈가닥 여자’들을 ‘럭비선수’로 조련했다. 매일 오전·오후 5~6시간씩 굴리며 혹독하게 다그쳤다. 격한 몸싸움에 인대가 늘어나고 손가락이 삐어도 눈도 끔뻑 안 했다. 식탁에서는 억지로 밥을 먹이고 반찬을 나눠 주며 몸을 키우게 했다. 그러면서도 뒤돌아서서 항상 미안해했다. 운동장에서는 한없이 엄격하지만 뒤에서는 다루기 힘든 여자들을 살뜰하게 챙겨줬다. 운동장에서 ‘버럭’이라도 한 날이면 한 감독은 슬쩍 불러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해 줬다. 강 코치는 럭비의 A부터 Z를 가르쳐 줬고 매일 저녁엔 마트를 오가며 야식까지 챙겼다. 합숙 중 유일한 휴일인 일요일에 회사 야근을 가는 내게 “피곤할 텐데 쉬지도 못하고 고생이네.”라는 따뜻한 문자를 남기기도 했다. 1승으로 첫 걸음을 내디뎠지만 우리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언제쯤 능숙하게 걸을지 기약할 수도 없다. 하지만 훌륭한 감독·코치와 선수들의 끈끈한 교감이 있는 한 우리가 꿈꾸는 ‘기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푸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 (18)비장한 A매치 출사표

    이제 ‘대망의 A매치’다. 여자럭비대표팀이 28일 출국, 새달 1~2일 열리는 국제럭비위원회(IRB) 아시아여자 7인제대회(인도 푸네)에 출전한다. 밤 비행기로 뭄바이까지 9시간을 날아가 거기서 또 차로 3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이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이나 인도 문화에 대한 걱정보다는 오직 경기 걱정뿐이다. 이번 대회가 우리팀의 존재 이유였다. 멀리 2014인천아시안게임을 바라봤다고 해도 가까이는 이번 인도대회를 위해 5개월여간 쉼 없이 달려왔다.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치렀던 친선경기는 ‘견학’ 성격이 짙었다. 5전 전패로 왕창 깨졌지만 남자 중학생이 아닌 ‘여자들’과 실제 경기를 치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번 대회 결과로 아시아여자팀의 랭킹이 정해진다. 경기를 보면서 탄성을 질렀던 카자흐스탄·중국·홍콩·태국 등 쟁쟁한 나라들을 비롯, 총 12개국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별리그 대진도 정해졌다. 첫 경기부터 ‘후덜덜’이다.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카자흐스탄이다. 상하이 대회 때 보니 엄청난 ‘덩치’를 앞세워 웬만한 태클쯤은 가볍게 뚫고 돌진하는 파워 럭비를 구사했다. 다음은 홍콩. 영국령이었던 터라 럭비에 잔뼈가 굵고 선수들 실력이 수준급이다. 힘과 기술을 고루 겸비했다. 마지막 상대는 홈팀 인도로 우리가 1승 상대로 노리고 있다. (서로가 그럴 것 같지만) 이렇게 세 팀과의 조별리그가 끝나면 순위결정전까지 2~3경기를 더 치른다. 우리의 목표는 오직 ‘1승’이다. 한 번 이긴다고 뭐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지만 뭔가 결실을 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물론 두렵고 떨린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허정무 감독이 왜 그렇게 ‘유쾌한 도전’을 강조했는지 얼핏 알 것도 같다. 스스로 ‘즐겁다.’, ‘할 수 있다.’ 주문을 걸지 않으면 실력발휘를 할 수 없다. 정신부터 지고 들어가면 경기는 보나 마나 끝이니까. ‘상대는 너무 강해.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거야.’라는 나약한 마음보다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근성으로 그라운드에 서야겠다. 27일 오후 운동-아마도 2기 대표팀의 마지막 오후 훈련이었을-을 마치고 파이팅을 할 때 말했다. “우리 스스로가 할 수 있다고 믿지 않으면 여자럭비팀이 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우리끼리만이라도 동료를 믿고 1승을 믿자.”고. 가을볕에 더욱 새까매진 동생들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제 출발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30번째 생일날’ 낯선 30인에게 30개 선물 감동

    ‘30번째 생일날’ 낯선 30인에게 30개 선물 감동

    호주 시드니의 한 남성이 자신의 서른번째 생일날 길거리 낯선 사람들에게 30개의 선물을 주어 감동을 주고 있다. 호주 뉴스닷컴이 보도한 동영상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정’이 느껴진다. 동영상은 10만을 훌쩍 넘어 화제의 동영상이 되고 있다. 감동의 주인공은 루커스 자토바(30). 브라질 국적의 자토바가 시드니에 도착한 것은 7개월 전. 시드니에서 30번째 생일을 맞게 된 자토바는 좀 더 뜻 깊은 생일을 맞이하고 싶었다. 그는 자신이 처음 호주에 와서 받은 행복한 경험들에 대한 보답으로 시드니의 시민들에게 선물을 주기로 한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책, 카메라, 티셔츠, 선물권, DVD, 왈라비 럭비공 등을 정성스럽게 포장해서 거리로 나섰다. 그리고는 생면부지의 30인에게 30개의 선물을 주었다. 자토바는 “선물을 주려고 하면 사람들은 처음에는 뭐 이런 이상한 사람이 다있지라는 반응이었다.” 며 ”선물의 의미를 들은 후에는 따뜻하고 행복하게 선물을 받아 주었다.”고 밝혔다. 선물을 받은 시민들은 포옹과 생일 축하곡으로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자토바는 “우리 모두 지구라는 집에 살고 있다.” 며 “ 우리는 서로 적이 아니라 가족으로 보살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유투브 동영상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 호주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기 기자의 훈련기] (17) 제비뽑기에 달린 방배정

    ‘합숙’은 24시간 같이 생활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같이 깨고, 먹고, 운동하고, 씻고, 잔다. 특별히 마음 맞는 동료와 방을 쓴다면 더 편할 테고 우정이 더 돈독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룸메이트는 “그때그때 달라요.”다. 축구대표팀의 방 배정을 기억해 보자.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입성 직전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때 방 배치는 ‘적과의 동침’이었다. 포지션 경쟁자들끼리 한 방을 쓰며 노하우와 팁을 공유하도록 했다. 오른쪽 풀백의 차두리와 오범석이, 왼쪽 풀백의 이영표와 김동진이 한 방을 썼다. 이청용은 김재성과, 기성용은 김정우와 함께 자며 그라운드뿐 아니라 방에서도 경쟁 구도를 이어 갔다. 박지성은 스스로가 ‘후계자’로 지목한 김보경을 방졸로 삼았다. 여자럭비대표팀에게도 합숙 때마다 방 배정이 화두다. 하지만 감독·코치가 정해 주는 게 아니라 제비뽑기로 한다. 일요일 밤 합숙소로 들어온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제비뽑기다. 방 호수가 적힌 쪽지를 뽑아 새로운 룸메이트와 새 방에서 짐을 푼다. 5월 첫 합숙훈련 때부터 지금까지 고수한 원칙이다. 모두가 골고루 친해지기 위한 방법이다. 3인 1실로 방을 쓰다 보니 대부분의 팀원들과 방을 써 봤다. 훈련이 고된 날 서로의 코 고는 소리까지 익숙해졌을 정도다. 그라운드의 팀워크로 이어지는 건 당연하다. ‘룸메이트’는 단순히 같이 자고 깬다는 의미 이상이다. 같은 방이 된 세 사람은 합숙 기간에 한 몸(?)처럼 움직인다. 오전·오후 운동을 앞두고 호텔 10~11층에 있는 아이스바에서 얼음을 퍼 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 얼음은 물을 차갑게 하는 데도 필요하지만 운동 후 아이싱을 위해서도 듬뿍 담아야 한다. 이 외에도 공 박스나 태클·콘택트 연습을 할 수 있는 더미 등 운동에 필요한 짐을 나르고, 저녁에는 8층 빨래방에서 팀 전체의 유니폼을 세탁한다. 당번이 아닌 날이라도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생활 패턴을 맞춰야 한다. 밤 10시 30분이면 커튼을 치고 온 방을 암흑으로 만드는 김아가다도 있는 반면 야밤까지 지치지 않는 ‘수다력’을 과시하는 서보희도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짬이 날 때마다 기사를 쓰기 때문에 룸메이트 눈치를 보는 편이다. 애들이 낮잠 자는데 자판 두들기는 소리가 들릴까 봐 ‘잠들지 않는’ 트레이너 방으로 옮겨 일하곤 한다. 이번 합숙 때는 최고야, 김선아와 한 방이 됐다. 내게 짓궂게 장난치고 괴롭히는(?) 동생들이지만 어쩌면 올 시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룸메이트니까 더 살갑게 지내야겠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DHL, ‘2011 럭비월드컵’ 물류 전담 서비스 제공

    DHL, ‘2011 럭비월드컵’ 물류 전담 서비스 제공

    2011 럭비월드컵의 공식 물류 파트너인 DHL은 럭비 월드컵 참가국의 장비 및 개인 물품을 개최국 뉴질랜드로 배송했다고 밝혔다. DHL은 이번 월드컵에 참여하는 전 세계 19개 국가의 총 100톤에 달하는 국내외 물품 배송을 책임진다. 지난달 17일 처음 참가팀들의 물품 배송을 시작한 DHL은 럭비월드컵 개막식을 나흘 앞둔 지난 5일 마지막 물품을 뉴질랜드에 안전하게 안착시키며 배송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2011 럭비 월드컵에 참가하는 전 세계 19개 국가의 물품을 개최국인 뉴질랜드에 성공적으로 전달하며, DHL이 럭비월드컵의 일원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책임감 있게 수행해 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본격적인 경기는 지금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DHL은 참가국들의 모든 경기가 끝날 때까지 정확하고 안전하게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라고 개리 에스테인(Gary Edstein) DHL 익스프레스 오세아니아 부사장은 밝혔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다섯 대륙, 19개의 참가국 중 럭비 최강국을 가리기 위해 뉴질랜드 내 12개 경기장에서 총 48번의 토너먼트 경기를 치른다. 이에 DHL은 130회 이상에 걸쳐 각 참여국의 물품을 운송하고, 뉴질랜드 내 각 지역을 오가며 최소 200회에 걸쳐 경기 진행에 필요한 물품 배송을 책임진다. 이번 물품 운송은 DHL의 전담 차량을 통해 서비스되며, 차량의 총 이동 거리는 3만 Km에 달한다. 아울러 DHL은 참가국 장비를 비롯한 유니폼과 공식 물품의 보관 및 관리, 그리고 연습구장에서 월드컵 경기장으로의 물품 운송에 이르는 물류 서비스를 전담한다. 이와 더불어, 경기가 끝난 후 선수들로부터 채취한 안티도핑(anti-doping) 샘플을 24시간 내 시드니에 있는 공인 연구소로 배송하는 책임도 DHL의 몫이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9일, DHL 코리아는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하며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고객들과 함께 ‘그랜드 럭비 피버(Grand Rugby Fever)’행사를 열었다. DHL 코리아 한병구 대표는 “2011 럭비 월드컵의 공식 물류 파트너로서 한국의 고객들에게도 세계적 수준의 럭비 경기 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 깊게 생각한다. 럭비 정신으로 꼽히는 감정, 열정, 팀워크,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과 같은 가치는 DHL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일맥상통한다.”고 전했다. 출처: DHL 코리아 ※본 콘텐츠는 기업 제공 자료로 서울신문 나우뉴스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6) ‘다큐3일’ 출연 뒷이야기

    “궁금하고 보고 싶던 모습들 다 볼 수 있어 반갑고 기쁜데 마음이 짠하다. 어디 1승뿐이랴? 사랑하는 역사의 주인공, 바로 예쁜 그대들이라는 거! 무사하게 필승♥” 새벽 1시, 엄마한테 문자가 왔다. 방송 직후였다. 심장이 따뜻해졌다. 여자럭비 국가대표팀이 지난 4일 방영된 KBS 2TV ‘다큐멘터리 3일’에 출연했다. 제목은 ‘목마른 1승’이었다. 마(魔)가 끼었는지 저번 공중파 방송(VJ특공대) 때는 축구대표팀 A매치 때문에 밤 11시 30분으로 미뤄지더니 이번에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폐회식과 겹쳐 밤 12시가 다 돼서야 전파를 탔다. 상하이아시아대회(8월 27~28일) 후 일주일간 휴가를 받았던 대표팀은 이날 밤 다시 합숙소에 모여 꺅꺅 소리를 지르며 TV를 켰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지인들도 ‘본방사수’를 외치며 ‘매의 눈’으로 모니터링을 해 줬다. 응원메시지도 쇄도했다. ‘TV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다.’는 어린아이는 아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생각도 없다. 오히려 럭비대표팀이라는 걸 무슨 훈장처럼 여기며 우쭐거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마음이 더 크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이야기, 내가 하는 도전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영상은 글보다 대표팀 생활을 보여주는 데 편리했다. 특히 부모님에게 생활을 보여줄 수 있어서 흐뭇했다. 조용히(?) 기자를 하던 딸내미가 ‘돌연’ 국가대표를 하겠다며 한 달에 20일 집을 비우는 데도 묵묵히 응원해주신 부모님이다. 열흘마다 집에 와서는 절뚝거리고 파스냄새를 풍길 때도 가만히 지지의 눈빛을 보내줬다. 얼마나 궁금했을까. 까맣다 못해 빠져버린 발톱이나 주근깨가 생긴 맨얼굴이 전파를 탔지만 부끄럽지 않은 이유다. 우리팀은 그동안도 언론을 꽤 탔지만 ‘열정만’ 국가대표인 외인구단이라는 식의 보도는 힘을 쭉 빠지게 만들었다. 반면 이번 프로그램은 담담하게 우리의 생활을 잘 담아줬다. 힘든 훈련과정이 거의 안 나와 우리끼리 아쉬워했는데 주변에서 “정말 힘들겠다.”고 말해서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VJ들이 합숙소에 방을 잡고서 72시간 내내 시도 때도 없이 카메라를 들이댄 덕분이다. 여자럭비대표팀은 오늘도 ‘목마른 첫 승’을 향한 힘찬 뜀박질을 하고 있다. 여자 7인제대회(10월 1~2일·인도)는 코앞인데 추석명절이 끼어 있어 마음이 촉박하다. 쉴 시간이 없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LG-롯데(잠실)●SK-두산(문학)●한화-넥센(대전 이상 오후 5시) ■축구 가을철 한국여자축구연맹전(오전 10시 강원 화천 일대) ■롤러 여수세계선수권대회(오전 9시 여수진남롤러경기장) ■럭비 종별선수권대회(영월공설운) ■핸드볼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중고대회(오전 11시 부천체) ■정구 한국실업연맹전(오전 10시 순창정구장)
  • [주말 하이라이트]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밤 11시 35분) 신문 기자(서울신문)와 럭비 선수라는 두 가지 타이틀 앞에서 ‘워킹 플레이어’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조은지 국가대표 선수. 다른 선수들 역시 방송 PD, 대학 조교 등 현업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는 상태다. 결성된 지는 4개월. 뜨거운 여름날, 오직 1승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여전사 14인의 3일을 만나 본다. ●주말연속극 오작교 형제들(KBS2 토요일 밤 7시 45분) 경찰서에서 자은과 마주친 태희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자은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자은은 분노하며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 말한다. 자은으로 인해 마음이 무거운 형제들에게 태희는 농장을 자은에게 돌려주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다. ●풍경이 있는 여행(KBS1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물굽이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곳, 강원도 동강. 정선에서 시작해 영월에 이르는 56㎞의 동강을 따라 굽이굽이 휘돌아가는 강변에 소박하게 길이 나 있다. 동강 12경과 더불어 소박하고 구수한 강마을 사람들, 때 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어 더욱 아름다운 곳, 강원도 동강길로 초록빛 여행을 떠나 본다. ●세상의 모든 여행(MBC 토요일 밤 12시 20분) 스코틀랜드 북서쪽에 자리 잡은 작은 섬 스카이. 섬의 모양이 날개를 닮았다는 데서 게일어로 ‘날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면적은 넓지 않지만 과거의 활발한 지질운동 덕분에 다양한 지형을 감상할 수 있다는데…. 영화배우 박상민과 함께 스카이 섬에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 본다. ●그것이 알고 싶다(SBS 토요일 밤 11시 10분) 2011년 4월 울산 남구 부곡동 철거 지역 인근 야산에서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백골시신이 발견됐다. 시신이 발견된 지역은 인적이 매우 드문 야산이었다. 피해자가 택시를 탔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과의 거리는 약 5㎞. 범인은 사람의 통행이 뜸한 이곳에 피해자를 유기했다는데…. ●아름다운 콘서트(MBC 일요일 밤 12시 40분) 가수 홍경민이 MC를 맡았다. 그룹 부활의 ‘사랑해서 사랑해서’ ‘사랑할수록’, 부활과 윤시내가 함께 부르는 ‘이별에서 영원으로’, 그리고 윤시내의 ‘DJ에게’ ‘공연히’, 제이의 ‘슈퍼스타’ ‘에인절’ 다비치의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귀로’ 등을 들을 수 있다. 색소폰 연주자 심상종 등도 출현해 아름다운 노래를 선사한다. ●일요일이 좋다-런닝맨(SBS 일요일 오후 5시) ‘런닝맨’ 힙합 특집. 타이거JK, 윤미래, 다이나믹 듀오, 쌈디와 함께하는 힙합레이스가 시작된다. 마침내 막이 오른 최후의 승부. 지금까지의 레이스는 모두 잊어라. 그 누구도 예측 못 한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끝나기 전까지는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함께 만나 본다.
  • 미남미녀가 되고 싶으면 육상을 하라

    미남미녀가 되고 싶으면 육상을 하라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여러 가지 즐거움을 준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박진감을 제공한다. 이에 못지않게 선수들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예외적으로 종목의 특성에 따라 투척이나 장거리에서 너무 육중하거나 왜소한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이 하나같이 미남미녀들이라 그저 바라만 봐도 흐뭇하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문화 및 환경에 따라 다르고, 또 변한다지만 실제 현장에서 육상선수를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진다. 전신에 군살 하나 없는 균형잡힌 몸매와 갸름한 턱선, 갈라져야 할 곳이 확실히 갈라진 팔과 종아리의 근육과 탄탄한 복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큼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대회 ~대 얼짱’ 등의 명단이 떠돌지만, 이번 대회에는 그런 이야기조차 없다.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든, 그렇지 않든 외모에서만큼은 순위를 매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육상선수들은 왜 이렇게 잘 생기고, 잘 빠진 걸까.영국 셰필드 대학 등 여러 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통계적으로 생존에 가장 적합한 외모를 갖춘 상대에게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육상의 기본인 달리고, 뛰고, 넘는 모든 종목이 바로 원시상태에서 인간의 생존을 위한 행위에서 착안된 것이다. 세계선수권대회는 이런 행위능력을 전 세계에서 가장 잘 수행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니까, 미남미녀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육상 선수의 외모가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잠자고 있던 원시적 본능을 자극한다는 뜻이다. 또 육상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운동, 그 자체다. 인간의 수많은 근육과 관절, 그리고 뼈가 직접 자극을 받는다. 청소년기에는 성장판이 자극을 받는다. 중력에 반하는 운동을 거듭하다 보니 얼굴에 군살이 남을 수가 없고, 체형은 역삼각형으로 바뀐다. 축구, 농구, 럭비 등 격렬한 구기종목이나 격투기와 달리 경쟁자와의 충돌도 없다. 올바른 인격형성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근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보니, 겸손하고 성실해질 수밖에 없다. 또 공정한 경쟁과 비슷한 길을 걸어온 경쟁자들에 대한 존경과 동료의식도 체득하게 된다. 미남미녀가 되고 싶다면, 자녀를 건강하고 멋지게 키우고 싶다면 육상을 하고, 시키면 된다는 결론이다. 대구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5) 中원정… 가슴 아픈 5전5패

    눈물이 쏟아졌다. 분했고 서러웠고 미안했고 고마웠다. 심판이 “노사이드.”(No side·경기 종료)라고 말하는데 울컥 끓어올랐다. 지는 게 낯설었던 건 아니다. 우리는 이겨본 적이 없다. 하지만 매번 웃었고 희망을 말했다. “그때 태클은 정말 좋았어. 다음에 만나면 박살내자.”며 웃음꽃을 피웠다. 이번엔 아니었다. 불타올랐다. 이 끓어오르는 분노의 정체는 뭘까. 여자럭비대표팀은 지난 26일 중국 원정길에 올랐다. 상하이 7인제 아시아시리즈(27~28일)에서 번외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외국에 나가는데 이렇게 안 설레긴 처음이다. 참 결연했다. 우리에게 승리를 기대한 사람도, 강요한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비장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니까. 유니폼 가슴에는 무궁화가 있었고 왼쪽 팔에는 태극기가 있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숨 고를 새도 없이 두 경기를 치렀고, 이튿날 한 경기, 다음 날 또 두 경기를 했다. 중국대표팀 상비군과 중국 지역팀들과의 리그전. 낯선 상대와 만난다는 자체에 허둥댔다. 특히 27일 중국 상비군과의 경기는 실망스러웠다. 우리는 아무것도 못 했다. 푸른 잔디와 빛나는 라이트 밑에서, 남자만큼 단단한 어깨를 들이미는 중국 선수 앞에서 우리는 확 ‘쫄았’다. 나는 하프타임 때 교체돼 후반 7분을 뛰었다. 너무 떨렸다. 100일 동안 배운 것을 잔디 위에 녹여내면 된다고 마음을 추슬렀지만 잘 안됐다. 상대와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는 절대 럭비를 할 수 없다. 스스로한테 졌다. 익숙한 듯(?) 졌지만 ‘더러운’ 기분을 느낀 이유다. 그래도 자신감은 생겼다. “얘네들도 사람이구나.” 싶었고 한국에 가면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섰던 멤버는 셋뿐이고 교체 멤버도 둘 뿐인 ‘부상병동’이었기에 정상 전력이 됐을 때 창창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도 생겼다. 마지막 밤 맥주잔을 ‘짠’ 하며 다짐했다. 지더라도, 누구도 우리가 이기는 걸 기대하지 않더라도, 지는 게 익숙해지지는 않겠다고. 트라이를 찍힐 때마다, 질 때마다 파르르 떨며 분해하겠다고. 밟히면 더 끈질기게 고개를 내미는 잡초처럼 쑥쑥 크겠다고. ‘진짜’ 국가대표들과 만나는 10월 아시아여자대회(1~2일·인도 푸네) 때는 두고보자. 상하이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오빠들, 몰랐던 거 미안해요”… ‘男럭비’ 상하이세븐스 3연패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오빠들, 몰랐던 거 미안해요”… ‘男럭비’ 상하이세븐스 3연패

    내 인생 최고의 명승부는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 16강 이탈리아전이었다. 설기현의 동점골에 안정환의 골든골까지. 모든 게 극적이었다. 한국인이라면 대부분이 그 때의 열광을 기억하리라. 언제고 회상해도 짜릿하고 흥분되는 경기다. 8월 28일, 나는 그 못지 않은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이제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명승부는 2011 아시아세븐시리즈 상하이 7인제대회 결승전이다. 한국남자럭비대표팀은 2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대회 결승에서 김광민의 극적인 트라이로 홍콩에 22-17로 역전승을 거둬 대회 3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대역전극이었다. 한국은 결승전에서 트라이 세 개를 연달아 내줘 0-17로 뒤졌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이후 진행된 세대교체로 끌려갈 때 흐름을 뒤집을 만한 노련한 선수가 부족했다. 남자팀 코칭스태프도 경기 전 “결승에 온 자체로 성공이다.”고 했을 정도.더군다나 ‘럭비강국’ 홍콩은 요 몇년 간 이겨본 적이 없는 ‘한국 천적’이라 심리적 부담까지 겹쳤다. 패색이 짙던 후반 중반, 반전드라마가 시작됐다. 한국은 김광민(국군체육부대)의 첫 트라이로 물꼬를 텄고 윤태일(삼성중공업), 김광민이 트라이를 보태 경기를 서든데스(연장)로 끌고 갔다. 한 번만 방심하면 그대로 경기가 끝나는 상황. 관중석의 여자대표팀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대~한민국”, “오, 필승코리아”를 외치며 힘을 보탰다. 트라이 하나면 그대로 끝나기 때문에 연장은 더욱 팽팽했다. 전·후반 10분씩 뛰어 체력은 고갈됐고, 심판도 관중도 한국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한건규(한국전력)가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다. 패색이 짙어지던 찰나, 한국은 홍콩의 공격을 턴오버 시킨 뒤 재빠르게 역습해 트라이를 찍었다. 이번에도 김광민이었다. 경기장의 선수들과, 벤치의 스태프와, 관중석의 여자대표팀이 동시에 환호했다. 짜릿한 역전우승이었다. 우승 세리머니를 하는 남자팀 옆에서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여자팀도 덩달아 어깨에 힘을 줬다. 상하이 대회를 앞두고 인천에서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면서도 이렇게 대단한 오빠들인 줄은 몰랐다. 같은 국가대표면서 너무 못해(?) 민망하고 미안했지만 또 자랑스러웠고 고마웠다. 결승전에만 트라이 세 개를 찍어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김광민은 파란 눈의 외신기자에 둘러싸여 인터뷰 공세에 시달렸다. 그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한국에서는 단 한번도 기자들과 인터뷰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이번엔 ‘기자’라 미안했다. 상하이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한국남자팀은 오는 9월 보르네오(말레이시아·24~25일) 대회를 앞두고 새달 2일부터 속초에서 합숙을 시작한다. 두 대회 합산랭킹이 4위 이내에 들면 쟁쟁한 럭비강호들이 총집결하는 홍콩세븐스 진출티켓이 주어진다. 한국은 지난해 상하이 대회 우승,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대회 3위로 아시아랭킹 1위를 차지했었다. 글·사진 상하이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4) 벌써 100일… 두근두근 상하이

    벌써 100일이다. 여자럭비 국가대표로 첫 운동을 시작한 지. 5월 17일 태릉선수촌에서 처음 훈련을 시작했으니 8월 25일로 꼭 100일째다. 연애할 때도 간지럽게 날짜 세는 일 같은 건 하지 않았었는데 이건 어쩐지 다르다. 태극마크를 달고 운동한 하루하루는 알알이 애잔한 기록이다.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찬란하고 빛나고 뜨거운 시간이다. 그 100일 동안 난 참 늠름해졌다. 원래 입던 옷들이 답답할 만큼 어깨가 넓어졌고 허벅지가 굵어졌다. 탄탄한 복근이 생겼고 구릿빛 피부가 됐다. 누가 봐도 운동선수라고 할 만한 외양이 됐다. 정신적으로도 강인해졌다. 기자라는 직업이 무색하게 철부지였던 나는 내 안의 인내와 근성을 모두 끌어냈다. 가족 같은 동생들도 열댓명이나 생겼다. 5월에 만났을 때는 어색하기만 했는데 밤낮으로 붙어서 힘든 훈련을 함께하다 보니 친자매처럼 끈끈해졌다. 실력도 꽤 늘었다. 당근 대신 채찍만(!) 주는 코치 때문에 의기소침하기 일쑤지만, 가끔 과거 영상들을 보면 우쭐한 느낌을 받곤 한다. 제대로 공을 잡지도 못하고 뒤뚱거리던 우리들이 요즘은 제법 그럴싸하게 뛰어다니니까. 첫 공식경기도 임박했다. 중국 상하이 원정이다. 아시아 7인제 시리즈(27~28일)에 출전하지는 않지만 시리즈 전후에 치러지는 시범경기에 나선다. 중국대표 상비군과 현지팀을 비롯해 무려 다섯 경기가 잡혀 있다. 출국은 26일 오전 9시 30분. 함께 KOREA와 무궁화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비행기에 오르지만 분위기는 무겁다. 부상선수가 너무 많기 때문. 23일 연수중학교와 연습경기를 하다가 두 명이 다쳤다. 거친 태클에 인대가 파열돼 깁스를 하고 목발을 짚고 있다. 다른 종목이라면 예비명단에서 충원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대표팀 멤버가 여자럭비선수의 전부인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다. 기존에도 세 명이 부상 중이었기에 현재는 7명 엔트리조차 꾸리기 갑갑한 상황이다. 내 어깨에는 부상 선수들의 몫까지 올려져 있다. 떨리고 두렵지만…. 그래도 후회 없이 뛰어 보련다. 한국 여자럭비대표팀, 파이팅.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3) 살 떨리는 첫 연습경기

    [나는 국가대표다-조은지 기자의 훈련기] (13) 살 떨리는 첫 연습경기

    “부평중이랑 연습 경기 잡혔다.” 18일 밤 야식 시간이었다. 강동호 코치의 말에 먹고 있던 치킨을 뱉을 뻔했다. 올 것이 왔다. 5월 17일 첫 훈련을 시작한 지 석달 만의 첫 경기였다. 중학생이라지만 상대는 남자였다. 럭비의 격한 몸싸움을 생각하니 두려웠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끼리 연습 경기를 했기 때문에 모르는 팀과의 실전에서 얼마만큼 할는지 가늠조차 안 됐다. 20일 오후 2시 30분. 연습 경기가 벌어질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로 향했다. 경쾌한 노래를 들어 봤지만 굳은 얼굴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심호흡을 해봐도 심장이 뛰었다. 팀원들의 얼굴도 사색이었다. 두 경기를 하기로 했다. 한동호 감독이 첫 번째 스타팅 멤버를 불렀다. ‘최고야’가 불렸다. 한 감독은 고야와 나를 하프(포지션)로 조련했다. 고야 이름이 불린다는 건 나는 안 들어간다는 뜻. 그 순간 안도했다. 분명 나는 럭비 선수고 경기를 위해 혹독한 훈련을 견뎌 왔는데 그라운드에 안 나가는 것에 안도하다니 아이러니했다.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우리 팀은 무대 체질이었다. 공도 야무지게 잘 잡고 패스도 좋았다. 겁 없이 태클을 하고 공을 들면 무섭게 돌진했다. 연습 때보다 훨씬 잘했다. 그걸 보니 부쩍 자신감이 생겼다. 잠깐 숨을 돌린 뒤 두 번째 경기가 시작됐다. 이번엔 내 차례였다. 긴장됐지만 막상 킥오프하자 두려움도, 걱정도 잊은 채 무섭게 몰입했다. 수비라인을 정비하느라 목이 쉬도록 소리쳤고 공을 잡으면 재빠르게 달렸다. 스크럼에서 빠져나온 공을 빼앗을 때는 상대를 사정 없이 패대기쳤다. 나는 생각보다 참 힘이 셌다(!). 고질적으로 아픈 허리도 아무렇지 않았다. 트라이 2개를 내주고 하나도 찍지 못했다. 두 번 다 졌다. 하지만 처음치고는 썩 만족스러웠다. 우리들은 사우나에서도, 저녁 식탁에서도 내내 흥분해서 경기를 곱씹었다. “자신 있게만 하라.”고 큰 기대를 안 했던(?) 감독·코치님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다. 자신감 대충전이다. 다음 주 친선경기(26~29일·중국 상하이)를 앞두고 달콤 쌉쌀한 보약을 마셨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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