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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착] 5000만 명 ‘아사’ 직전인데…러 폭격에 불타는 우크라 밀밭

    [포착] 5000만 명 ‘아사’ 직전인데…러 폭격에 불타는 우크라 밀밭

    본격적인 수확 철을 맞은 우크라이나 밀 농장이 수확물 대신 검은 잿더미를 치우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식량창고와도 같은 밀밭에 끊이지 않고 폭격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N의 16일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지야주(州)에서 밀 농장을 운영하는 파블로 세리엔코(24)는 아버지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뒤 홀로 3000헥타르(907만 5000평)의 농장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뒤, 밭에서 밀을 키우고 수확하는 농사는 목숨을 걸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렸다.세리엔코는 CNN과 한 인터뷰에서 “현재 토지 절반은 경작하기에 너무 위험한 땅이 되어 버렸다. 일부 밀밭은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말 그대로 이번 전쟁의 ‘최전선’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라면서 “우리 가족은 3대째 농사에 이용해 온 토지가 불타 연기가 되는 것을 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세리엔코의 밀밭이 있는 자포리지야주는 전쟁이 시작된 지 약 3개월이 흐른 지난 5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이다. 러시아는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의 식량 수출을 막아 왔고, 이로 인해 전 세계는 식량 불균형에 빠졌다. 아프리카를 포함한 취약 국가의 기아 인구가 급증하는 동안, 우크라이나에서는 귀한 식량이 창고에서 썩거나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불타 잿더미가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세리엔코는 “지난 며칠 동안 밀 30헥타르(약 10만 평)와 보리 55헥타르(16만 6000평)가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인한 화재로) 불타 사라졌다. 농장에서 시작된 화재를 진압하기에 바쁘다”라면서 “우리가 밭일을 마친 직후마다 러시아군이 와서 그 자리를 포격했다. 무려 23번이나 박격포 공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건물과 장비도 타격을 입었다. 파종기는 부서지고 트랙터와 콤바인을 수리하는 작업장도 파괴됐다”면서 “이곳에 사는 농부 수백 명이 비슷한 곤경에 처했으며, 많은 사람이 파산 위험에 놓여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으로 급증한 전 세계 기아 인구 러시아군이 귀한 식량을 무기 삼아 불태우는 동안, 빈곤국 사람들은 기아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10일, 세계식량계획(WFP)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이후 식량과 연료 등의 비용 급등으로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가 된 사람이 4700만 명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의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3억 4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중 5000만 명은 기아의 선상에 있다. 심각한 식량 불안정 상태란 적절히 영양을 섭취하지 못할 경우 생명이나 생계가 즉각 위험에 빠지는 상태를 이른다. 소말리아를 비롯해 에티오피아와 남수단, 예멘, 아프간에서는 약 90만 명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으며, 이는 2019년보다 10배 늘어난 것이다. 올해와 내년엔 피해가 더 늘어 1960년 이해 최악의 기아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농업을 파괴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난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곡물 수확량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 남부 헤르손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의한 의도적인 농작물 파괴’ 피해를 둔 형사 소송도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러시아군이 소이탄으로 농경지를 포격하고 있다. 매일 대규모 화재가 발생하고, 수백 헥타르의 밀과 보리, 기타 곡물이 이미 불탔다”면서 “일단 화재가 시작되면 진압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전쟁으로 수도관이 파손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농무부는 15일 “올해 수확기를 맞아 100만t의 곡물을 수확했지만, 이는 파종 면적의 3%에 불과하다”면서 “최전선에 가까운 사람들은 수확을 하고 이를 저장할 때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인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곡물 운송 협상에 전 세계 관심 현재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흑해가 봉쇄되면서 2000만t이 넘는 곡물의 수출길이 막혀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봉쇄한 흑해 다신 다뉴브강을 통해 곡물을 수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말 흑해 요충지 뱀섬을 러시아로부터 탈환함에 따라 루마니아를 통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다뉴브강을 수로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13일에는 이스탄불에서 우크라이나 곡물 운송과 관련해 열린 러시아·튀르키예·우크라이나·유엔 대표들의 4자 협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항로의 안전보장을 위한 조정센터를 이스탄불에 만들기로 합의함에 따라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재개될 가능성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푸틴 살인자” 방송 피켓 러 언론인 자전거 타다 체포

    “푸틴 살인자” 방송 피켓 러 언론인 자전거 타다 체포

    생방송 중인 러시아 국영TV 뉴스 스튜디오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를 했던 러시아 언론인이 경찰에 구금됐다고 AF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리나 오브샤니코바(44)는 최근 러시아 모처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경찰관 2명의 요구에 따라 하얀색 승합차로 이끌려 갔다. 오브샤니코바의 측근은 “마리나가 구금됐고, 현재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글과 함께 경찰관과 이동하는 오브샤니코바의 모습이 담긴 사진 3장을 텔레그램에 게시했다. 러시아 국영 채널1 TV 편집자였던 오브샤니코바는 앞서 지난 3월 뉴스 생방송 중 앵커 뒤에 서서 “전쟁을 중단하라. 프로파간다(정치 선전)를 믿지 말라. 이곳은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라고 적힌 종이를 들어 보여 국제적인 이목을 받았다. 그는 이후 러시아 집회·시위법 위반으로 벌금 3만 루블(약 33만원) 처분을 받았다.이 벌금형은 생방송 시위 때문이 아니라 후속 영상에서 당국의 사전 허가 없이 반전 움직임을 촉구한 것에 대한 처벌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 이후 독일 신문사 ‘디벨트’(Die Welt)로 옮겨 프리랜서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오브샤니코바는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다 최근 양육권 합의를 위해 러시아에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14일에는 크렘린궁 근처에서 피켓 시위하는 자신의 모습을 텔레그램에 올리기도 했는데, 피켓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아이들이 숨진 것을 규탄하며 푸틴을 ‘살인자’라고 비난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런 형태의 항의 시위는 러시아에서 ‘허위사실 공표’와 ‘군사행위 폄하’ 혐의에 해당해 무거운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오브샤니코바의 변호인은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구금은 사실”이라며 “(당국이) 그의 시위 방식을 문제 삼아 어떤 식으로든 엮어 넣은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 오브샤니코바는 스스로 ‘전쟁을 반대하는 러시아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사전에 녹화된 영상에서 “TV에서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 매우 부끄럽다. 러시아 국민들을 좀비로 만드는 데 일조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범죄이며 러시아는 침략자다. 그리고 이 침공의 책임은 단 한 사람,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크림반도 강제병합이 이뤄졌던) 2014년에 우리는 침묵했다. 크렘린이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를 독살 시도했을 때에도 우리는 거리로 나가지 않았다. 우리는 이 반인권적인 정권을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이제 전 세계가 러시아에 등을 돌렸고, 동족상잔의 전쟁을 벌였다는 수치심은 수세대에 걸쳐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광기를 멈출 수 있는 힘은 오직 우리에게 있다. 시위에 나가자.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자. 그들이 우리 모두를 가둘 순 없다”고 호소했다.
  • “민간인 구타·감전 고문”…러軍에 납치됐던 16세 소년 증언

    “민간인 구타·감전 고문”…러軍에 납치됐던 16세 소년 증언

    “구타당하고 감전되는 소리를 들으며 피에 젖은 의약품들을 정리해야 했다.” 고향을 탈출하다 러시아군에게 납치돼 수감됐던 우크라이나 소년이 90일 만에 아버지와 재회해 자신이 겪은 일들을 고백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블라드 부랴크(16)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지역 군사행정 책임자의 아들인 블라드는 지난 4월 초 고향인 멜리토폴을 탈출하려다 러시아 군인들에게 납치됐고, 라우카 지역의 감옥에 수감됐다. 블라드는 같은 방으로 옮겨진 20대 초반의 남성이 구타당하고 감전되는 등 고문당하는 소리를 들었으며, 이 남성이 “계속 고문을 당하느니 이 땅을 떠나야겠다”고 말한 뒤 양철 깡통을 이용해 극단적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블라드는 이 남성이 의식을 잃어가는 동안 그의 손을 잡고 곁에 앉아있었고, 경비원이 숨을 거두려는 그를 발견해 의료진을 불러 데려갔다고 말했다. 이후 블라드는 홀로 감옥 생활을 했고, 다른 수감자들이 고문 당했던 방을 청소하도록 강요받았다. 블라드는 “감정이 없는 상태로 피에 젖은 의약품들을 모두 정리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다”라고 말했다. 블라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으로는 극도로 두려웠다”라며 약 7주간의 감옥 생활을 한 뒤, 더 나은 조건의 시설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그곳에서는 정기적으로 목욕을 할 수 있었고 가족에게 전화를 걸 수 있었지만, 가족을 다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며 속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은 없다’, ‘나는 나갈 것이다’라는 두 문장만 계속해서 외웠다고 블라드는 전했다. 블라드의 아버지 올레그 부랴크는 지난 4일 한 러시아 협상가로부터 ‘블라드를 석방할 준비가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부랴크는 그 과정에서 러시아 측이 지시한 세부사항이 있었고, 일부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레그는 러시아 점령지와 맞닿은 곳 근처 도로에서 블라드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블라드는 “나는 그 어떤 것도 잊고 싶지 않다”며 이 모든 사실을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강제 실종을 추적하는 인권 단체들에 의하면, 블라드의 증언이 석방된 다른 피해자 증언과 일치하며 고문은 감옥에서의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부차의 여름 캠프로 쓰이던 건물에선 민간인 처형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총알이 박힌 방과 콘크리트 벽으로 나뉜 고문실이 발견됐다. 이 곳에서 발견된 5구의 시신에는 타박상 외에도 화상 자국이 있었다. 부차의 다른 마을 지하실에선 어린이를 비롯한 18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이들 중 일부는 귀가 잘렸으며, 치아가 뽑힌 시신도 있었다고 조사단은 기록했다.러 국방장관 “우크라 작전 강화” 최근 러시아는 동부 전선에서 루한스크주의 주요 도시를 점령한 뒤 산발적 공세만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전선과 동떨어진 대도시에 순항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술적 변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역의 부대에 대해 작전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쇼이구 장관이 돈바스 등 지역의 민간 시설과 거주지를 대상으로 한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로켓 및 포병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부대의 활동을 강화하도록 관련 지침을 하달했다”고 밝혔다. DPA 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관계자는 최근 전황과 관련해 “부대를 재편성한 러시아가 동부 도네츠크주의 부흘레히르스크에 있는 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세를 재개해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 당국은 지난 2주간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도시에서 민간인이 100명 넘게 희생됐다고 추산했다. 우크라이나는 남부 헤르손 지역 수복을 천명하고 서방으로부터 M270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받아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 1476m 피오르 봉우리에 펼쳐진 ‘성찰의 바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1476m 피오르 봉우리에 펼쳐진 ‘성찰의 바다’[정여울의 힐링 스페이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정여울 작가가 희망과 치유의 에너지를 전해 주는 장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머나먼 노르웨이의 피오르에서부터 예술가의 소박한 작업실에 이르기까지, 현대인에게 휴식과 응원이 돼 주는 공간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3주마다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분명 산인데, 막상 가 보면 어쩐지 바다를 더 닮은 곳이 있다. 그곳이 어마어마하게 높기 때문이 아니라, 바다처럼 너른 품으로 우리를 기다리는 곳이라서 좋았다. 멀리서 바라볼 때는 분명 높디높은 봉우리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 보니 험준하고 뾰족한 봉우리가 아니라 바다처럼 광활하고 여유로웠다. 나의 아름다운 힐링 스페이스, 그곳은 바로 게이랑에르 달스니바 전망대다. 노르웨이의 4대 피오르 해안, 즉 게이랑에르, 송네, 하당에르, 리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내가 사랑하는 장소는 바로 해발 1476m의 달스니바산에 있는 전망대다. 이곳에 올라가자, 나는 ‘산을 올랐다는 느낌’보다도 ‘드디어 제대로 생각에 빠질 만한 자리’를 찾았다는 느낌이었다. 드디어 올라왔다는 성취감보다도 ‘아, 여기가 바로 오래오래 앉아 무언가를 성찰하기 좋은 자리구나’라는 느낌에 벅차올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지구 등재 어디 너럭바위라도 찾아서 철퍼덕 주저앉고 싶었다. 칼날처럼 날카롭게 솟아오른 빙벽도 아름답지만, 이렇게 가까이 가 보면 둥글둥글 원만한 곡선으로 퍼져 있는 봉우리가 나는 더 좋았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내가 감히 도전할 수 있는 산이 아니기에, 나는 항상 조금 더 순하고 완만한 능선들을 흘깃거리곤 한다. 게이랑에르 피오르 일대는 200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지구로 등재됐다. 게이랑에르 서쪽의 ‘7자매 폭포’와 건너편의 ‘구애자폭포’도 전 세계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는 곳이다. 매년 6월에는 피오르 해수면에서 산 정상까지 오르는 마라톤 경기와 자전거 경기가 열린다.마침내 게이랑에르에 다다르니 나의 학창 시절, 입시지옥의 스트레스가 심할 때마다 즐겨 듣던 노래가 떠올랐다. 김민기의 ‘봉우리’였다. 그토록 높이, 더 높이 올라가 보려고 발버둥 쳤건만, 인생의 유일한 목표였던 바로 그 봉우리에 올라가 보니 내가 오른 곳은 그저 수많은 고갯마루들 중 하나였을 뿐임을 깨닫는 순간의 허망함이 구슬픈 곡조 속에 담겨 있었다.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 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고.” 내 어린 마음에 ‘봉우리’의 가사는 더 높이 올라가기만을 가르치는 세상을 향한 눈부신 저항의 깃발이 돼 주었다. 그래, 세상은 드높은 봉우리를 향해 전진, 또 전진하라고 가르치지만 나는 그러지 말자. 아무리 높은 곳에 오르더라도 기어코 다시 내려와야 함을 잊지 말자. 달스니바 전망대를 발견하자마자 바로 그 어린 시절의 애청곡 ‘봉우리’가 전해 주던 귀중한 깨달음의 순간이 떠올랐다.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타인이 침범 못할 소중한 치유의 공간 어른들은 자꾸만 높은 곳으로 오르라고 하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옆의 친구를 경쟁 상대로 바라보라고 가르치는 어른들, 무조건 1등을 하라고 가르치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시험이 끝날 때마다 우리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명단이 게시판에 붙었다. 바로 전교 1등에서 30등까지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아직 열여덟 살인 우리들, 꿈많은 우리들’을 ‘명단에 드는 아이들’과 ‘명단에 들지 못한 아이들’로 철저하게 나눠 버리는 그 30명의 리스트가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나는 그 명단이 붙은 게시판 근처를 스쳐 가는 것만으로 스트레스를 받은 나머지, 그곳을 지나갈 때는 엄청나게 빠른 걸음걸이로 거의 달려가다시피 지나쳐야 했다. 그렇게 잔인하게 경쟁을 부추기는 어른들에게 상처받은 나에게는 보다 고귀한 목표가 필요했다. 나는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더 아름다운 삶을 위한 공부’를 하겠다는 내 안의 또 다른 목표를 만들었다. 어쩔 수 없이 경쟁의 도가니 안에 갇혀 있더라도, 마음속에서는 나는 항상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나만의 공부’를 하겠다는 염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점심시간마다 몰래 찾아가는 텅 빈 교실이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앞으로 무엇이 될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원고 뭉치를 껴안고 글을 끼적이곤 했다. 성적과 교우관계에 대한 스트레스로 너무 힘들어질 때는 오히려 밥도 먹지 않고 원고를 쓰러 그 텅 빈 교실에 갔다. 차라리 혼자 있는 것이 미치도록 좋았다. 그 텅 빈 교실에서 나는 배고픔조차도 잊고 글을 쓰며 그 모든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났다. 돌이켜보면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작가수업이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나는 간절히 ‘숨어서 글을 쓸 곳’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 텅 빈 교실에서 맹렬히 글을 씀으로써 비로소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나’가 아닌 ‘진짜 나’가 되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이야말로 비로소 내가 되는 시간, 그 어떤 경쟁도 타인의 시선도 틈입하지 못하는 나만의 소중한 집중과 치유의 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그 텅 빈 교실이야말로 고교 시절 간절하게 쉴 곳을 찾아 헤매던 내가 찾아낸 첫 번째 힐링 스페이스였다. ●내면의 종소리가 울리는 곳 달스니바 전망대에 올라 비로소 내 눈앞에 펼쳐진 광활한 풍경을 바라보니, 신기하게도 고교 시절 그 텅 빈 교실이 떠올랐다. 달스니바 전망대는 경쟁과 목표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내 첫 번째 힐링 스페이스를 닮은 곳이었던 셈이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랑에 빠진 커플들이 곳곳에서 아름다운 뒷모습을 연출한다. 달스니바 전망대에는 사람이 무척 많았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 오직 ‘우리 둘’밖에 없는 것 같은 행복한 몰입의 순간이 가능해진다. 풍경의 아름다움에 도취돼 홀로 말을 잃고 서 있는 사람들도 있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들도 많다. 생면부지의 타인들인데, 사람들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위해 모든 소리의 데시벨을 낮춰 준다. 시원한 물이 담긴 텀블러 뚜껑을 여는 소리마저 잘 들리지 않도록, 아주 조심조심 열게 된다. 모두가 저마다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면서도 누구에게도 방해가 되지 않는 이런 조용한 배려가 참으로 고맙다. 어떤 장소를 끝내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이런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아닐까.주위를 둘러보니 전 세계 여행자들이 저마다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사랑스러운 돌무더기가 보인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이런 소담스런 돌무더기들이 있다.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 사랑의 맹세, 애틋한 안부, 그 모든 마음의 소리들이 저 돌무더기 속에 굽이굽이 담겨 있으리라. 나는 장소에 대한 사랑, 토포필리아(topophilia)라는 말을 좋아한다. 장소(topos)와 사랑(philia)이라는 아름다운 낱말들이 합쳐져, 뭔가 상서로운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설렘이 느껴진다. 내 마음속 토포필리아를 자극하는 장소들은 굳이 화려하거나 유명한 장소가 아니어도 좋다. 이곳을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속에 해맑은 종소리가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이 바로 내게 토포필리아를 떠올리게 만든다. 힘겨운 순간, 숨 막히게 바쁜 순간, 도저히 이대로는 못 견딜 것 같은 순간. 이곳을 떠올리면 그제야 마음속에 휴식과 치유의 여백이 생기기 시작한다. 언제라도 그리워할 장소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먼 훗날 내 영혼이 방황할 때 비로소 다시 돌아갈 마음의 거처를 만드는 것이다. 당신이 너무 높이 올라가고 또 올라가느라 지쳐버렸을 때, 문득 나 혼자만 여기서 방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 이곳을 떠올리며 향기로운 차 한잔 마실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타인의 시선에 비친 나의 모습에 대한 모든 걱정이 뚝 끊기는 장소, 오롯이 그저 아무 꾸밈없는 나 자신이 되는 기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야말로 우리들의 아름다운 힐링 스페이스다.
  • 블록 쌓듯 올린 국내 최고층 모듈러빌딩

    블록 쌓듯 올린 국내 최고층 모듈러빌딩

    지난 15일 전남 광양의 금호대교를 건너 포스코 광양제철소로 가는 길목에 유독 우뚝 솟은 건물이 나타났다. 2개 동 12층 규모의 이 건물은 지난해 말 준공한 직원생활관 ‘광양 기가타운’(사진)이다.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국내 최고층이자 10층 이상 모듈러 중 첫 사례다. 모듈러 공법이란 공장에서 거의 완성된 형태로 방을 제작한 뒤 현장으로 운송해 블록 장난감을 쌓듯 조립·설치하는 건축 기술이다. 탄소저감과 안전성 등에서 뛰어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따라 건설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2개 동 중 A동은 포스코건설의 자회사인 포스코A&C가 모듈러 공법으로, B동은 포스코건설이 기존의 철근콘크리트 공법으로 건설해 각 공법의 품질, 가격 등을 비교 검증할 수 있었다. 일단 층간소음 차단, 실내공기질, 단열 등 주요 주거성능 면에서 기존 공법과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특히 건축자재 생산 단계만으로도 모듈러 공법은 기존 공법보다 약 26%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김승현 포스코A&C 팀장은 “건물 사용 후 철거를 고려하면 모듈은 재활용이 용이해 건설폐기물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공정을 공장에서 마쳐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현장 사고 위험성이 감소하는 것도 이점이다. 다만 모듈러 공법의 공사비가 기존보다 20% 정도 비싼 점, 20층 이상의 고층 주택에 적용한 사례가 없는 점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800실 규모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숙소동 등 모듈러 적용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기술력을 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 러 “우크라 전역 작전 강화” 동부전선 공세 재개 시그널

    러 “우크라 전역 작전 강화” 동부전선 공세 재개 시그널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공세를 재개할 신호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3일(현지시간) 돈바스 요충지인 리시찬스크 함락 후 최전선이 아닌 후방 도시들의 도심을 연이어 공습하면서 국제사회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16일(현지시간) 국방부가 공개한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작전 강화를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돈바스 등 러시아가 통제 중인 지역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지침이라고 전했다. ●美 “72시간 내 공세 확대 가능성” 이와 관련해 미국과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의 공세가 다시 격화될 징후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지난 열흘간 작전을 일시 중단한 러시아군이 향후 72시간 내 공세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 해군분석연구소(CNA)의 마이클 코프판 군사분석가는 “러시아군의 산발적 공격이 성공하지 못했다“면서도 “다음 진격 목표는 도네츠크주의 중심도시인 크라마토르스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서방 정보당국 등은 지금까지 러시아군 사상자가 8만여명(전사 2만명 포함), 군사 장비 3분의1이 파괴된 것으로 평가했다고 NYT가 전했다. 러시아가 최전선에서 수백㎞ 떨어진 우크라이나 후방 도시들의 도심을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민간인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4일 서부 도시 빈니차가 공습으로 어린이 3명 등 최소 24명이 숨지고 14명이 현재 위중한 상태라고 AFP통신이 이날 전했다. 러시아군은 15일 남부 대도시 드니프로를, 이날 동부 하르키우 인근 추위브의 민간인 시설을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단지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드니프로 인근의 니코폴 주거지역을 폭격했다고 확인했다. 우크라 국영 원전회사 에네르고아톰 측은 자포리자 원전 상황이 “극도로 긴박하다”고 전했다. ●G20 ,러 원유가격 상한제 불발 미 국방부는 빈니차 공습을 사실상 “민간을 겨냥한 폭격”이라고 비난했다. 폭격 피해 지역 주변에 군 관련 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경악스러운 공격”이라고, 유럽연합(EU)은 “잔혹한 전쟁범죄”라며 분노했다. 미 당국은 지난 2주간 러시아의 도심 미사일 폭격으로 민간인 100~15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했다. 외신들은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공동성명 없이 종료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했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합의가 불발됐다고 전했다.
  • “부산 입지면 두바이·홍콩 같은 허브 돼야… 투자 열고 규제 푼다”[민선8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부산 입지면 두바이·홍콩 같은 허브 돼야… 투자 열고 규제 푼다”[민선8기 단체장에게 듣는다]

    “부산의 잠재력을 제대로 키워 암스테르담이나 두바이, 홍콩과 같은 ‘글로벌 허브 도시’로 만들겠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부산을 ‘원 오브 뎀’으로 인식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에 매우 불행한 일”이라면서 “부산의 문제는 곧 대한민국의 문제라는 인식을 국민과 정부가 공유하도록 해 부산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민선 8기 부산 시정을 책임지게 된 박 시장의 시정 제1 목표는 부산의 글로벌 허브 도시 도약이다. 항구 도시의 개방성과 포용력을 살려 누구든 투자하고 정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물류와 산업, 금융과 문화·관광이 선순환을 일으키며 성장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부산은 세계 2위의 환적항이고, 세계 물동량의 75%가 부산 앞바다를 지난다. 나라를 경영하는 관점에서 이런 지정학적 장점을 지닌 곳은 암스테르담, 두바이, 홍콩 같은 도시처럼 글로벌 허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가 되려면 물류 기능을 극대화하고 이를 앞세워 금융, 관광산업 등을 전략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방성을 최대로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부산은 세계적인 기업과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개방적 투자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단순히 예산을 나눠주는 게 아니라 부산을 거대한 규제 혁신지구로 만들어서 자유롭게 뛰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또한 부산이 글로벌 허브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주요 과제다. 박 시장은 “요즘 가장 억장을 무너지게 하는 소리는 부산에 꼭 필요한 인재가 ‘자녀 교육 때문에 서울이든 외국이든 가겠다’고 하는 것이다. 부산을 특구로 지정해 국제학교를 많이 유치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 대학은 지역 산업과 연관된 특성화 대학으로 키워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 정부도 고등교육 정책을 수립할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30 세계엑스포 유치가 부산이 도약하는 궁극적인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세계적인 물류 항만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물류 공항이 없다는 게 부산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엑스포를 개최하면 가덕도 신공항을 빨리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공항이 생기면 배후에 도시, 산업단지, 물류단지가 확충되는 등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일어난다. 이러한 ‘혁신의 파급’에 따라 부산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이 수도권에 버금가는 대한민국의 성장축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울산, 경남의 소극적인 자세로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 속도가 줄어든 것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협의를 통해서 풀 수 있는 문제”라며 “부울경 메가시티는 교통망, 공동 산업 과제 등 서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하면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자는 것이다. 정부도 70개 과제에 35조원을 주겠다고 약속한 상태인데 뭐하러 밥상을 차겠느냐”고 말했다. 박 시장은 끝으로 “부산에 새로운 혁신의 흐름을 만들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산에 와서 살고 싶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을 소망으로 삼고 시정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 “멀쩡한 애들이 동성애자래?”… 1인 시위, 날것의 혐오와 맞닥뜨렸다

    “멀쩡한 애들이 동성애자래?”… 1인 시위, 날것의 혐오와 맞닥뜨렸다

    두렵지만 혐오를 직면해보고 싶었다. 서울신문 스콘랩은 우리 사회에 점점 교묘하고 광범위하게 퍼지는 혐오 정서를 심층 분석한 특별기획 ‘정중하고 세련된 혐오 사회’ 시리즈를 다음 주부터 선보인다. 이에 앞서 혐오 피해자 옆에 서서 세상을 관찰해보는 작업이 필요했다. 마침 가장 첨예한 공간이 7월 펼쳐졌다. 23회째를 맞는 서울퀴어문화축제다. 사회적 거리두기 탓에 지난 2년간은 온라인으로만 진행됐다. 국내 성소수자가 시내에 모여 우리 곁에 자신들이 살고 있음을 증명하는 행사다. 동시에 ‘날것의 혐오’에 맞닥뜨리는 날이기도 하다. 이근아 기자가 6월 3일부터 7월 16일까지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사무국 활동가 등과 동행하며 44일간의 여정을 기록했다.6월 2일 - ‘찾아오는 길’ 없는 사무실  건물 1층에 걸린 흰색 안내도에는 ‘그 사무실’을 설명하는 글이 없었다. 홈페이지에도 ‘찾아오는 길’ 안내가 보이지 않았다. 초대 문자를 다시 확인한다. ‘마포구 OO로 OO빌딩 6층에 사무실이 있어요. 그리로 오세요.’ 안내도를 재차 올려 보니 6층에 무지개색이 작게 칠해져 있다. ‘맞구나.’ 곁에 있지만, 유심히 살피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사람들. 7월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 사무국은 우리 사회의 퀴어(성소수자)의 위치를 보여주듯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 정부는 성소수자가 몇 명이나 사는지 파악조차 못 한다. 다만 해외 조사 등을 참고하면 약 143만~233만명으로 추산된다. 대전(145만명) 또는 대구(237만명) 인구와 비슷하다.  “예전보다 노골적 혐오자는 조금 줄었어요. 면전에 욕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 말이죠. 차별하는 방법이 미묘해졌달까요. 기자님이 생각하는 것과는 현장이 다를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요?” 사무실에서 마주한 양선우(활동명 홀릭) 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은 옅게 웃었다. ‘사무국 안팎을 드나들며 한 달여 간 활동을 관찰하고 싶다’는 쉽지 않은 제안을 하러 온 자리다. 혐오가 노골적이지 않다니 더 나았다. 우리가 겪고, 관찰하고자 한 건 ‘아닌 척 포장된’ 혐오였으므로. 같은 자리에 있던 강명진 상임이사가 취재를 허락하며 말했다. “인권을 마치 파이 뺏기 경쟁처럼 생각해요. 우리 인권이 보장되면 마치 자신들의 인권을 빼앗기는 것처럼 느끼나봐요.” 6월 3일 - 몸을 훑는 미묘한 혐오 시선  사무국에서 내게 처음 제안한 활동은 1인 시위였다. ‘미묘한 혐오의 시선’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위는 ‘서울광장 사용 신고를 즉각 수리해달라’는 요구를 전달하고자 진행했다. 시는 사무국이 축제를 위해 광장 사용신청서를 낸 지 52일(6월 3일 기준)째 승인해주지 않고 있었다. 광장 사용은 원칙적으로 신고제다. 하지만, 유독 퀴어축제에는 이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점심 시간, 키 높이 만한 피켓을 들고 광장 분수대 앞에 섰다.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서울시는 광장 사용신고를 즉각 수리하라.’라고 쓰여 있었다. 늦봄 볕을 쬐러 온 유동인구가 제법 많았다. 얼어붙은 마음 탓일까. 사람들은 눈빛만으로 많은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 중년 여성은 피켓 문구를 본 뒤, 내 머리카락의 길이부터 다리까지 훑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확인하는 듯했다. 미간을 잔뜩 구긴 이들도 있었다. 곁에 있어준 서포터인 나윤(활동명)이 아니었더라면 도망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닷새간 1인 시위에 더 했다. 단지 내 마음 탓에 혐오의 시선을 느낀 게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미묘해진 혐오의 틈 사이로 노골적 차별을 드러낸 이들이 있었다. “멀쩡하게 생긴 애들이 무슨 동성애자래?”라며 삿대질하는 노년 남성, “나도 저 옆에 서서 ‘동성애 반대한다’라고 시위할까?“라며 키득대던 중년 여성들이 있었다. 동성결혼 등 성소수자의 법적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할지를 두고는 찬반이 있을 수 있지만 동성애 자체는 반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는 “개인의 정체성을 반대한다는 건 없는 사람 취급한다는 뜻으로 논할 여지가 없다”면서  “다른 소수자보다 더 안보이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함부로 정체성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월 9일 - 퀴어축제, 왜 반대할까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이들의 논리가 궁금했다. 주로 보수 기독교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 반대’ 조직이 꾸려져 있다. 이들은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근거로 퀴어축제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에게 물어 ‘팩트체크’ 해봤다. 첫 번째는 동성애가 정신질환이라는 주장이다. 예컨대 윤석열정부 초대 종교다문화비서관이었다가 낙마한 김성회씨는 “동성애는 흡연자가 금연 치료받듯 치료받으면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동성애를 믿음으로 ‘극복’하고 목사가 됐다는 이도 있다. 김종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물었다. 단호했다. “동성애는 정신 질환이 아니에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질환 여부를 판단할 때 보는 정신질환 진단·통계편람(DSM)에서 동성애는 1970년대에 제외됐어요. 세계보건기구(WHO) 의견도 마찬가지고요. 개인 정체성인 성적 지향을 바꾼다는 건 합리적이지 못한데다 억지로 하려다 우울, 불안 등만 높일 수 있어요.”  두 번째는 동성애 탓에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리거나 퍼진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질병관리청 역학조사 결과 동성 간 성접촉에 의해 HIV에 감염됐다고 답한 비율은 꽤 높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HIV 감염 원인은 감염인과 성접촉 등을 통해 체액이 몸에 들어왔기 때문”이라면서 “이성이든, 동성이든 콘돔을 착용하고 관계하면 바이러스 확산에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동성 간 성접촉 때 안전한 방식으로 하면 HIV 감염을 막을 수 있다는 얘기다. 운전자가 비운전자보다 사고 위험이 더 높다고 해서 운전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안전벨트를 매는 등 노력하라고 하는 편이 논리적이지 않을까.  올해 축제 반대 논리로는 원숭이두창이 더해졌다. 초기 환자 대부분이 남성 동성애자여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동성애자 집단에서 먼저 퍼져서 생긴 착각”이라고 말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원숭이두창은 사람끼리 밀접하게 피부 접촉하면 퍼질 수 있는 전염병이라 꼭 남성 간 성접촉만으로 퍼진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류는 전염병이 퍼져 두려움이 커지면 희생양을 찾는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때도 그랬고,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그랬다. 감염자를 숨게 하는 혐오는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6월 15일 - “그들만의 축제” 정중한 혐오  서울시 열린광장시민위원회 회의가 예정된 이날 오전 8시 15분 서울시청 앞. 보슬비 소리 사이로 녹음된 갓난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다. “음란한 퀴어축제는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습니다!” 확신에 찬 음성이 대형 앰프를 통해 퍼진다. ‘동성애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 준비위원회’가 연 집회다. 어린아이를 업고 나온 참가자도 보였다. 불과 스무 걸음쯤 떨어진 곳에는 퀴어축제 조직위가 집회를 열기 위해 모여 있었다.  서울시는 광장 사용신청을 받은 지 64일 만에 수리했다. 광장시민위의 권고를 따른 것이다. 6일간 신청했던 사용기간은 단 하루로 줄었다. 아쉬운 결정이었지만 시민위가 그나마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기초로 불허하지는 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회의록에 담긴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한 위원이 말했다. “저 사람들(성소수자)은 다른 세계(나라)에서 하니까 우리도 하겠다고 뛰쳐나온 건데 앞에 ‘서울’이라는 건 뺐으면 좋겠어요. 그냥 그들만의 문화축제…사실 저게 왜 문화인지도 잘 모르겠고요. 감정적으로, 눈으로 국민 대다수가 피해를 보니 강한 제재가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그는 발언을 쏟아낸 뒤 한마디 덧붙였다. “이 회의록도 공개되나요?”6월 27일 - 타인의 삶을 살듯 연기하다  숨어 살면 좋으련만 애꿎게 뛰쳐나와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 광장시민위원 일부가 드러낸 이런 시선을 성소수자는 일상에서 겪는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듯 매일 연기하는 이들이 많다. 공무원 유슬기(가명·35)씨도 그렇다. 레즈비언인 그는 7년째 연인과 동거하고 있지만, 커밍아웃하지 않았다. 직장에는 친한 친구와 산다고 둘러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밝혔을 때 보수적 조직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가늠조차 안 되기에. 늘 가슴이 답답했지만, 타박 받는 쪽은 오히려 슬기씨다. “예전 직장에서는 ‘슬기씨는 우리한테 벽을 치는 것 같아. 사생활 얘기를 왜 안해?’라고 묻기도 했어요.”  365일 중 단 하루 솔직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날이 퀴어축제다.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이기에 용기 낼 수 있다. 맘껏 애인의 손을 잡고, 껴안아도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 곳. 많은 성소수자가 광장에 모이는 이유다. 7월 9일 - 성소수자 부모로 산다는 것  평소 ‘내 아이가 성소수자일까’ 생각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다른 성적지향을 가진 청소년이나 청년층이 벽장 문을 열고 나오는 일은 버겁다. ‘부모와 연이 끊길지 모른다’는 각오까지 해야 한다. 성소수자부모모임 운영위원인 지인(활동명)은 “LGBT(레즈비언·게이·양성애·트랜스젠더) 중 80% 이상이 커밍아웃하지 못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퀴어축제를 일주일 앞두고 성소수자 당사자와 부모 약 50명이 서울에서 만났다. 매주 모여 각자의 어려움과 사연을 나누고, 위로한다. 이날 처음 참석한 엄마는 딸이 레즈비언이라고 커밍아웃했던 당시 기억이 또렷하다. 평소 엄마를 품어주던 어른스러운 아이는 여행길에서 성적 지향을 고백했다. 마음을 털어놓기까지 시도 때도 없이 고민했다. ‘한국사회에서는 말하지 않는 게 효도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뒤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아 결심했다. 조부모 등은 여전히 모른다. 해외에서 자리 잡은 딸은 엄마가 늘 마음에 쓰인다. ‘나는 엄마에게 모든 걸 말했지만, 엄마는 이제 누구와 터놓고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게이 아들을 둔 엄마 비비안(활동명)이 위로했다. 그는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며 동성애 커플 등을 많이 봤지만 아들의 성적 지향은 커밍아웃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제는 아들과 손잡고 해외 퀴어축제에 참여할 만큼 마음이 단단해졌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 같아요. 혐오 가득한 사회에서 우리는 스스로가 지켜야 하니까요.” 7월 11~15일 - 이번엔 어떤 ‘벽’을 만날까  축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조직위는 극도로 분주해졌다. 우선 서울시에서 광장을 사용하되 지키라고 한 조건이 애매했다. ‘신체과다노출을 제한할 것’. 어디까지가 과다한 노출일까. 조직위가 서울시에 직접 물었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못했다. “상반신 탈의를 하면 안 된다는 뜻이냐”고 재차 물었지만, 딱 떨어지는 답을 하지 못했다. 서울시와의 회의에 참석한 현주(활동명) 퀴어퍼레이트 집행위원장은 답답해했다. “시는 ‘참여자에 과다노출을 금하라’고 공지해달라는데 기준도 없이 어떻게 공지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어요. 수만명이 오는 행사에서 2~3명의 복장을 문제삼아 행사 성격을 규정할까 걱정됩니다.” 서울시도 퀴어축제 초창기에 노출 문제가 있었을 뿐 2019년 행사 때는 전혀 없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오세훈 서울시장은 “(과다 노출 여부를) 채증하겠다”고 인터뷰하며 예비 참여자들을 자극했다.  23번째 축제. 그동안 성소수자의 인권은 한걸음도 진전하지 못했고, 혐오는 공기 속에 스며들어 곳곳에 퍼졌다. 며칠 전 퇴근길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봤던 현수막 문구가 떠올랐다. ‘퀴어축제? 일반 국민들은 반대한다 -정의로운 사람들-’ 이번엔 또 얼마나 공고한 혐오의 벽을 만날까. 기대와 걱정을 안고 그들은 광장으로 향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세명대 기획탐사 디플로마 교육 과정의 일환으로 작성됐습니다.
  • “사회 복귀 못 할까봐 두려워”… 6년 만에 방에서 나온 그가 웃었다[청년, 고립되다]

    “사회 복귀 못 할까봐 두려워”… 6년 만에 방에서 나온 그가 웃었다[청년, 고립되다]

    지난해 외출하지 않고 집에 주로 머무는 청년(만 18~34세) 비율이 5.1%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연령대 인구(약 1088만명) 중 55만명 넘는 청년이 방 안에 외롭게 갇혀 있다는 얘기다. 이 수치는 경기 안양시 인구(약 55만명)와 거의 비슷한 규모다. 17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해마다 진행하는 ‘청년 사회·경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외출하지 않는 청년 비율은 2017년 3.7%에서 2018년 1.6%로 감소한 뒤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지난해 5.1%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기간을 지나면서 고립청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고립청년을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하는 광주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는 학창 시절 왕따와 폭력 경험, 지나친 경쟁의식, 부모의 과한 기대감이 청년을 고립에 빠지게 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특히 학교폭력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성인이 됐을 때 학교보다 더 큰 사회에서 대인 관계에 어려움을 겪으며 고립이 시작된다고 봤다. 실제 학교폭력 경험 등으로 마음의 문을 닫았다가 어렵게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온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선생님은 “넌 사회성이 없다”고 했다 송경준(26)씨에게 폭력은 일상이었다. 지독한 괴롭힘이 처음 시작된 것은 중학교 1학년 수련회 때다. 반 인원이 홀수인 탓에 아이들은 버스에서 혼자 앉지 않으려고 자리다툼을 벌였다. 반 아이들의 강요에 떠밀려 결국 송씨가 혼자 앉게 됐고 그때부터 송씨는 늘 혼자였다. 폭력은 송씨가 자퇴를 결정한 고교 1학년 때까지 4년간 이어졌다. 송씨는 “복도에 가만히 있는데 때리고 책상에 낙서하고 실내화와 전자사전을 빼앗아 갔다”며 당시 상황을 털어놓았다. 송씨는 폭력을 피해 중학교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고교로 진학했다. 그러나 중학교 때 당한 폭력은 잔상으로 남아 송씨를 괴롭혔다. 학교 식당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밥도 굶고 교실에서 온종일 엎드려 있었다. 반 아이들이 무서워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모두가 뒤에서 자신을 욕하며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다른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송씨에게 학교 선생님은 “사회성이 없다”고 했다. 학교 어느 곳에서도 숨 쉴 구멍조차 찾을 수 없었던 송씨는 고교 1학년 겨울 자퇴했다. 그때부터 자신의 방에서 주로 유튜브, 애니메이션을 보며 지냈다. 방을 나서는 건 밥을 먹고 씻을 때뿐이었다.처음엔 답답해하며 화를 내던 부모님과도 점차 대화가 사라졌다. 송씨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방이 가장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사회로 나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검정고시를 치고 대학교에 진학했지만 결국 1년 만에 그만뒀다. 2년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무를 마친 뒤 다시 방으로 숨었다. 그렇게 6년가량 은둔 생활을 반복하던 송씨는 문득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사회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후 고립 위기 청년을 돕는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에서 2년간 생활하며 자신과 비슷한 상황의 청년과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 낸 송씨는 올해 취업에도 성공했다. 퇴근 후에는 스피치 학원에 다니며 사람들 앞에 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은둔 초기 주변의 지지를 받았다면” 같은 반 학생이 던진 과자가 툭 소리와 함께 교실 바닥에 떨어졌다. 주워 먹으란 말과 함께 동급생 29명의 눈이 자몽(31·가명)씨를 향했다. “주워 먹으면 덜 괴롭힐까” 자몽씨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고교 시절 같은 반 학생들은 이유 없이 자몽씨를 때렸고 등판에 욕설을 썼다. 체육 시간이면 누가 뒤에서 바지를 벗길지 몰라 늘 양손으로 바지 주머니를 붙잡고 다녔다. 졸업만 하면 지옥을 탈출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가해자들과 가까운 거리의 대학에 진학하면서 지옥이 다시 시작됐다. 강의실에 앉아 있으면 ‘과제를 대신 해 와라’, ‘밥 먹을 돈을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때부터 자몽씨는 학교에 가는 척 아침에 집을 나선 뒤 비상계단에 숨어 있다가 부모님이 출근하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12년간 이어진 긴 은둔의 시작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우울증이 찾아왔다. 바깥에 나가면 숨이 안 쉬어지고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자몽씨는 자신이 약하고 뚱뚱해서, 괴롭힘을 당할 만해서 당했다고 자책했다. 반려견 ‘자몽’에겐 유일하게 애정을 줬다. 자신의 이름 대신 자몽으로 불리기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몽씨는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이 저를 계속 갉아먹으니 어느 날엔 복수하고 싶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을 해치면 안 되니까 저를 해치기로 하고 모두 제 탓으로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은둔 생활 내내 너무 나가고 싶어 매일 울었다”고 했다. 자몽씨는 집 밖으로 나가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고 여러 번 시도했다. 대학을 자퇴한 대신 약대 편입을 준비했고 공무원 시험을 보러 학원도 다녔다. 2~3년에 한 번씩 용기가 생기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오래전 친구를 찾아 ‘보고 싶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낮에 거리로 나가기 위해 새벽에 혼자 길거리를 걸어 보기도 하고 몸무게도 50㎏을 뺐다. 그러다가도 번번이 숨게 됐다. 다시 은둔이 시작될 때마다 학원 강사나 연락이 닿은 친구들, 의사에게 자신의 존재가 드러났다는 게 싫어 번호를 바꾸고 연락처를 지워 버렸다. 그동안 서른 번 넘게 바꾼 전화번호는 재고립의 흔적이자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기록이다. 지난 2월 자몽씨는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방송국에서 ‘은둔 청년’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발견하고 자신이 은둔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고 한다. 자몽씨는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고 당신의 탓도 아니라고 말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면서 “은둔 초기에 부모님이나 주변의 지지를 받았더라면 이렇게 길어지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강요된 기준에 끌려가” 2017년부터 주변과의 교류를 끊기 시작한 김선호(30대 초반·가명)씨 역시 학교폭력의 상처가 있었지만 대인 관계를 단절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였다. 김씨는 사회에서 겪은 해고와 갈등, 스트레스가 고립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스무 살 무렵부터 13년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는 김자영(30대 중반·가명)씨는 입시 실패와 할머니의 죽음이 고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깊은 우울감으로 10년간 은둔한 끝에 취업을 시도했지만 잘 되지 않으면서 재고립으로 이어졌다. 김옥란 푸른고래 리커버리센터장은 “어떤 사람은 직장을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고립됐다고 한다”면서 “은둔은 고립의 증상이 발현된 현상일 뿐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은둔이 시작되면 씻거나 청소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식사나 수면, 위생 등 생활 습관이 무너지면서 신체 건강이 나빠지고, 정신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지면서 가까운 사람이나 부모와의 갈등이 깊어진다. 김 센터장은 “우리 사회엔 이런 학교, 이런 직장을 가야 하고 때에 맞춰 결혼해야 한다는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기준이 있다”며 “자기 주체적인 삶을 살지 못하니 비전은 둘째 치고 좋아하는 것이 뭔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게 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 [단독] 학폭·가족 갈등·입시 실패로 시작된 ‘은둔’… 관심·격려가 절실했다[청년, 고립되다]

    [단독] 학폭·가족 갈등·입시 실패로 시작된 ‘은둔’… 관심·격려가 절실했다[청년, 고립되다]

    학교폭력, 가족과의 갈등, 입시 실패, 해고, 가까운 사람의 죽음 등 청년이 고립 상태를 경험한 이유는 다양했다. 2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는 아슬아슬하게 버텨 온 청년들의 일상을 흔들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대면 활동이 줄어든 게 컸다. 주변의 연락이 뜸해져 많은 청년이 초반에는 정서적으로 고립감을 느끼다가 서서히 집 밖을 나가지 않으면서 물리적 고립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일부 청년은 고립 기간이 길어져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은둔 청년’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고립·은둔 청년을 ‘취약청년’으로 분류하고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실태조사가 안 돼 있다 보니 정교한 지원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고립을 경험한 청년을 만나 이들이 어떤 경로로 고립됐고 어떻게 극복했는지 2회에 걸쳐 살펴봤다. ●연령 낮을수록 코로나가 고립에 영향 공공의창·서던포스트와 함께 지난 6~13일 만 20~39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연령이 낮아질수록 코로나19가 고립을 심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20~24세 여성의 경우 이 비율이 85.5%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한 공공기관에 다니는 박청담(34)씨는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반부터 고립 증상을 겪었다가 청년이음센터의 도움으로 최근 고립을 극복했다. 박씨는 17일 “매일 회사에 나갔지만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이 들 때까지 멍하니 있는 상태로 지냈다”면서 “혼자 공연을 보러 다니거나 책을 보는 게 취미였는데 고립 시기에는 주말에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외부 활동이 줄면서 체중이 30㎏ 늘고 우울감도 깊어졌다. 박씨는 “당시에는 핀잔이라도 들었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외부에서 오는 자극이 없었다”면서 “코로나19 탓에 그 굴레를 끊을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리적 고립 경험, 여성>남성 물리적 고립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남성(47.1%)보다 여성(53.1%)이 더 많았다. 다만 1년 이상 고립 기간을 겪은 응답자 중에선 남성(14.7%)이 여성(11.0%)보다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30~34세의 경우 ‘1개월 이내 고립’(32.8%)보다 ‘1개월 이상~3개월 이내 고립’(39.7%)이 더 높게 나왔다. 특히 30~34세 남성은 1년 이상 고립 비율도 18.5%에 달했다.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기도 어렵고 삶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사회적 참여 없이 6개월 이상 집에 머문 상태를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정의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통일된 기준이 없다. 비영리 사단법인 ‘오늘은’은 고립 기간에 따라 일시적 고립(1주일 미만), 경계성 고립(1주일 이상~3개월 미만), 고위험 고립(3개월 이상)으로 구분한다. 강국현 오늘은 사무국장은 “일주일 또는 한 달가량 고립에 빠졌다가 나온 뒤 다시 고립에 빠지면서 길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더 심각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가족의 역할이 작동하거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효과를 낼 수 있는 것도 이 시기”라고 말했다.●15% “대화 나눌 상대 없다” 깊은 대화가 가능한 가족이나 친구·지인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3명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8.9%에 달했다. ‘1명’이라는 응답은 21.4%, ‘없다’는 15.2%였다. 깊은 대화가 가능한 주변 사람이 없다는 응답은 20대(12.0%)보다 30대(18.3%)가 더 많았다. 도시 규모가 커질수록(농어촌→중소도시→대도시→서울) 주변에 대화할 사람이 없다는 응답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보였다. 고립의 원인에 사회구조적 영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선 ‘그렇다’는 답변이 76.1%에 달했다. 경쟁 사회가 고립을 부추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응답자 중 가장 많은 26.7%는 고립의 내적 원인으로 성격 등 개인 문제를 꼽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취업을 준비할 시기인 25~29세에서만 ‘실패 경험’(26.5%)이 성격 등 개인 문제(19.6%)보다 높게 나왔다. 조사를 진행한 서던포스트 정우성 대표는 “정부 차원의 예방·해결책이 필요한데 오히려 청년들이 고립을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했다. 고립 해결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가족이나 친구의 관심·격려를 꼽은 비율이 33.0%로 가장 많았다. 심리 상담 프로그램(29.1%), 경제적 지원(18.8%), 공동체 참여 기회(14.9%) 등이 뒤를 이었다. 2년간 고립 상태에 빠졌던 김선호(가명)씨는 “답답해서 생각이나 마음을 정리할 때 함께 소통할 사람이 필요했다”고 했다. 13년 동안 고립을 겪은 김자영(가명)씨도 “고립 기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더 사람을 믿지 못했다”며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가족과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고 나중에는 가족의 이해와 지지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공공의 창은? 2016년 문을 연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다. 리얼미터·리서치뷰·우리리서치·리서치DNA·조원씨앤아이·코리아스픽스·타임리서치·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국여론연구소·피플네트웍스리서치·서던포스트·세종리서치·소상공인연구소·PDI·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 등 15개 여론조사 및 데이터분석 기관이 우리 사회를 투명하게 반영하고 공동체에 보탬이 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뜻을 모아 출범시켰다.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지 않고 매달 ‘의뢰자 없는’ 조사 분석을 실시하고 있다.
  • [포착] ‘우크라 영토 탈환 나서’ 루한스크서 특수작전…러軍 60명 사살

    [포착] ‘우크라 영토 탈환 나서’ 루한스크서 특수작전…러軍 60명 사살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부대가 영토 탈환을 위한 특수 작전을 수행했다. 1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매체 밀리타르니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크라켄은 지난 12일 루한스크 최후 거점인 리시찬스크 인근 빌로호리우카에서 러시아 군인 수십 명을 사살하고 잔존 병력을 생포했다.이날 작전은 크라켄과 연계한 우크라이나 포병대가 빌로호리우카 마을 각 거점에 자리잡은 러시아 군부대에 잇따라 포격을 가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후 크라켄 특수부대의 보병들이 작전지에 투입돼 소총과 유탄발사기, 로켓포 등으로 잔존 병력을 공격하며 각계 전투를 벌였다.당시 크라켄 대원들은 빌로후리우카에 있던 러시아 군인 60명 이상을 사살하고 남은 러시아 군인 2명을 생포했다. 그리고 러시아군이 자랑하는 군사 장비 5대도 무력화시켰다. 그 모습은 크라켄 텔레그램 계정과 밀리타르니 유튜브 채널 등에 고스란히 공개됐다. 앞서 지난 10일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우크라이나군이 빌로호리우카에서 러시아 군부대를 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포병대가 러시아군의 탄약창고를 파괴한 덕에 적군의 공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라켄은 어떤 부대인가?크라켄 특수부대는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의 제철소 아조우스탈에서 최후까지 저항하다 생포된 아조우 연대와 연계한 지원 부대였다. 지휘관은 하르키우 출신 사회 운동가 2명으로 과거 아조우 연대에서 복무한 이력이 있다. 크라켄은 현재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르키우 지역에서도 러시아군을 상대로 특수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밀리타르니 유튜브
  • ‘주먹인사’는 했는데…주먹에 쥐고 온건 없는 바이든의 사우디 순방

    ‘주먹인사’는 했는데…주먹에 쥐고 온건 없는 바이든의 사우디 순방

    ‘주먹 인사는 했지만, 정작 주먹에 쥐고 돌아온 건 하나도 없었다.’ 첫 중동 순방에 나섰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 ‘인권 문제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원유 증산, 아랍국가 내 중·러 영향력 저지, 미국과의 관계 개선 등을 시도해봤지만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외신들은 이날 “특히 유가 하락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꼬집었다. 사우디와 손잡은 바이든에 “배신” 비난도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해 그간 ‘반체제 언론인 카슈끄지 암살문제’로 냉랭했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첫 조우한 뒤 ‘주먹 인사’를 나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인사로 ‘사우디 왕따 시대’를 끝냈다고 전했지만, 카슈끄지가 소속됐던 워싱턴포스트(WP)는 “끔찍한 배신”이라며 이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원했던 ‘부당한 구원’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이날 열린 회담도 화기애애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암살 책임 문제를 거론하자 무함마드 왕세자는 오히려 미국의 책임 논란이 일었던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포로 학대’ 사건과 ‘팔레스타인계 미국 언론인인 시린 아부 아클레 기자 피격’ 사건을 거론했다. 미국에도 ‘인권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취지로 역공을 가한 것이다. 대이란 지역안보 협력 등 결실도 없어 가장 중요한 원유 증산 약속은 확답도 못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16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3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은 중동 지역을 떠나 그 공백을 중국, 러시아, 이란이 채우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적극적이고 원칙 있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중동 지역에서의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석유 증산이나 이란에 맞선 지역 안보 협력 강화 문제 논의 등의 결실은 없었다. 정상회의 직후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 외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원유 증산 논의는 없었다.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에서 시장 상황을 평가해 생산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결국 러시아 참여 하에 증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무함마드 왕세자도 “사우디는 이미 최대 생산 능력치인 하루 1300만 배럴까지 증산 계획을 발표했고, 추가 생산은 불가능하다”며 선을 그었다. 이와 맞물려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오히려 1.81달러 오른 배럴당 97.59달러, 브렌트유는 2.06달러 상승한 101.16달러에 마감했다. 사우디 “추가 생산 불가능” 유가 상승 로이터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순방할 가치가 있었는지 의구심만 남긴 채 중동을 떠났다”고 평가했다.
  • 여행자 면세한도 800달러로 샹향 추진… “관광산업 지원 강화”

    여행자 면세한도 800달러로 샹향 추진… “관광산업 지원 강화”

    정부가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를 800달러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600달러로 상향한 지 8년 만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폐막 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어온 관광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이후 고정된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의 상향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1인당 휴대품 면세범위는 주류 1병, 향수 60㎖, 담배 200개피, 기타 합계 600달러 이하의 물품이다. 여행자 휴대품 면세 한도는 1979년 10만원에서 1988년 30만원, 1996년 400달러, 2014년 9월 600달러로 높아졌다. 추 부총리는 “현재 600달러 수준과 유사한 국가도 굉장히 많다”면서도 “600달러로 설정해놓은 기간이 한참 됐기 때문에 여러 상황 변화도 감안하고 최근 관광산업 등에 어려움도 있어 관광 활성화 차원에서 800달러 정도로 높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의 평균 면세 한도는 각각 566달러·509달러 수준이지만, 주변 경쟁국인 중국(5천위안·약 776달러)과 일본(20만엔·약 1821달러)의 면세 한도는 한국보다 높다. 정부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14년 3095만원에서 지난해 4025만원으로 30% 늘었고, 코로나 충격 이후 회복이 더딘 관광산업에 대한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할 때 면세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비거주자와 외국 법인이 우리나라 국채와 통화안정증권을 거래해 얻은 이자·양도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방안도 추진한다. 외국인의 국채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관련 제도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WGBI 편입국가 대부분은 외국인 국채 투자 이자 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다. 추 부총리는 “우리 국채 투자에 대해 비과세하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인센티브가 될 것이고 그럼 투자가 늘어나고 이자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이자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5000억원에서 1조 1000억원 정도이고, 이자소득 비과세에 따른 세수 감소 효과는 1000억원이 넘지 않으리라고 현재 추산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2009년에도 외국인·비거주자의 채권 투자에 대한 비과세를 시행했으나, 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커지자 2011년 1월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고 과세로 환원한 바 있다.
  • ‘주의보’ 발령 불구 갯바위 낚시하던 60대 2명 고립

    ‘주의보’ 발령 불구 갯바위 낚시하던 60대 2명 고립

    17일 오전 6시 2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도 한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던 A씨 등 60대 남성 2명을 구조했다.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은 섬에서 500m가량 떨어진 갯바위에 연안 구조정을 투입해 이들을 구조했다. 구조 당시 A씨 등은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바닷물이 발아래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주변은 저수심 해역이라 고무보트를 이용해 구조할 수 있었다. 해당 갯바위는 A씨가 낚시를 하러 자주 오던 곳이었지만 평소보다 물이 높게 차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해경은 A씨가 물때를 파악하지 못해 고립된 것으로 추정했다. 해경은 14일부터 17일까지 대조기 기간 동안 해안가 저지대와 항·포구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연안사고 위험예보제 ‘주의보’ 단계를 발령하고 순찰을 강화해왔다.
  • 왜 훈련병은 ‘2층 침대’를 싫어할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왜 훈련병은 ‘2층 침대’를 싫어할까 [밀리터리 인사이드]

    2층 침대 확대…개인공간 배려 목적“자대보다 좋으면 어떡하나” 고민했지만훈련병들은 “목도 못 세운다” 불만 폭발쌀밥 배식량 줄였더니 병사들  “배고프다”영내매점 이용도 불가…요구사항 조사 필요20년 전에도 부족했던 화장지…지금도 부족40대 이상 군 전역자에게 요즘 군대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면 비판 일색입니다. “구타도, 얼차려도 없고 예전에 비하면 너무 편해졌다”, “월급도 많은데 무슨 불만이 많냐”, “과거엔 전화 통화 1번 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고 합니다. “인생에서 한번 하는 고생인데,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냐”고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꼰대’라고 하는, 전형적인 ‘과거형 인간’입니다. 군 생활은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국가의 부름’으로 예쁘게 포장했으나, 어떻게 보면 ‘수행하기 싫은 의무’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병사가 오로지 국방의 의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분야에서 최대한 배려해주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훈련소 시설 개선한다더니…의외의 결과 사설이 길었습니다. 밀리터리 인사이드는 아래에서 요즘 신병훈련소 훈련병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설명할 겁니다. 아마 늘 그랬듯이 “군대에 놀러왔냐”라는 반응이 있을 겁니다. 다시 한번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군대는 도를 닦는 곳도, 인격 수양을 하는 곳도 아닙니다. 최저임금보다 못한 보수를 받으면서 고된 노동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지금은 2022년입니다. 아래의 내용을 보고 청년들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 군이 무엇을 해야 할 지 곰곰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17일 한국보훈논총에 실린 김의식 용인대 군사학과 교수의 ‘신병훈련소 훈련병 인권상황 개선방안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봤습니다. 군 인권과 관련한 연구는 많지만, 훈련병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훈련병에 대한 인권 의식은 매우 낮으며, 잘못도 없는데 교도소 수감자처럼 ‘당연히 고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책임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수집했던 훈련병들의 인식을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8월 기준 육군훈련소, 육군 사단훈련소, 해군·공군 훈련소, 해병대 훈련소 등 9곳의 훈련병 1348명, 지휘관·조교 등 관리인원 388명, 의료인력·상담관·군사경찰 82명 등 1818명을 조사했습니다.조사 결과 신병훈련소 생활관은 침대형이 41.2%, 침상형은 58.8%였습니다. 2005년 GP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사생활을 보장하는 ‘침대’를 확대한 결과입니다. 2018년에는 논산훈련소에 ‘2층 침대’가 들어온다는 보도가 대대적으로 나왔습니다. “‘훈련소가 자대시설보다 좋아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국방부 관계자의 흥분에 찬 발언도 나왔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천장이 낮은 기존 건물에 대한 고려 없이 2층 침대만 욱여넣다보니 1인당 생활공간이 훨씬 좁아지는 문제가 생긴 겁니다. 심지어 2층에서 생활하는 일부 훈련병은 늘 머리를 숙여야 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벽걸이 에어컨이 설치돼 있으나 2층 침대 때문에 공기순환 문제가 생겨 2층의 훈련병은 춥다고 하고 1층은 덥다고 하는 등 마찰이 생겼습니다. ‘침대만 넣어주면 된다’는 생각이 빚은 황당한 결과입니다. ●병사들은 여전히 “배고프다”…도대체 왜? 국방·군사시설 기준 ‘생활관 설계지침’에 따르면 병사 생활실은 침대, 관물함, 신발장 등 비품을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을 고려하도록 돼 있습니다. 또 병사들의 활동을 위해 충분한 여유공간을 둬야 합니다. 현재의 기준으로 병사 6명에게 배정된 대변기는 1개입니다. 1인당 5분을 용변본다고 해도 30분이 소요됩니다. 고장난 변기도 많습니다. 그러나 1~2분 만에 용변을 보라는 지시가 나옵니다. ‘왜 불가능하냐’고 말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당신의 배변활동을 시간을 재면서 체크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조사 결과 가장 의외였던 것은 ‘급식량’이었다고 합니다. 훈련병 다수가 “배고프다”고 호소했습니다. 국방부가 1인당 주식, 즉 쌀 배급량을 줄였기 때문입니다. 하루 주식 배급량은 400g이었다가 2017년부터 360g이 됐고 지난해는 300g으로 또 줄었습니다. 요즘 세대 병사들이 ‘쌀밥’을 싫어한다는 이유로 훈련병까지 일괄적으로 쌀밥 배식을 줄인 겁니다. 물론 포만감은 개인차가 있습니다. 문제는 일부 훈련병은 자대에 배치된 병사와 달리 영내매점 이용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육군은 짧은 시간이나마 영내매점을 이용할 수 있으나, 해군과 공군, 해병대는 이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그래서 고된 훈련을 받는 병사들에게 밥 1공기 수준인 100g의 쌀은 부족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습니다. 영내매점 이용을 허용하고 부대에 따라 훈련병의 급식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또 급식 질을 높이기 위해 기피 대상이 된 조리병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2019년 기준 조리병 충원율을 55%에 불과합니다. 휴가 확대와 자격증 수당 지급, 취업 추천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훈련소에 화장지 챙겨가라” 소문…이유는 최소한의 양만 제공하는 ‘두루마리 화장지’에 대한 불만도 높았습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절대적으로 수량이 부족하니 군입대 때 반드시 두루마리 화장지를 챙겨가라’는 웃지 못할 글들이 넘쳐납니다. 이것은 20~30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로, 군이 지금껏 병사 실제 소비량을 체크해봤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병사들은 현재의 지급량보다 ‘2배’의 화장지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습니다.학사·군종·법무장교 후보생은 평일 일과시간 이후, 주말엔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부사관 후보생도 주말은 사용합니다. 그런데 유독 훈련병만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합니다.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곳은 세계에서 보면 미국, 한국은 육군사관학교와 신병훈련소뿐입니다. 훈련이 고되다는 이스라엘조차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주말엔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TV 시청은 주말에만 허용하는 곳과 전면 통제하는 곳이 혼재돼 있다고 합니다. 지휘관에 따라 교육프로그램만 보게 하는 곳과 뉴스만 보게 하는 곳도 있습니다. 형평성 차원에서 기준을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훈련소 운영요원에게 ‘소원수리’를 한 뒤 자신이나 동료가 개인신상에 직·간접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훈련병이 33.5%나 됐다는 점입니다. 구타를 당한 경험이 0%에 이르는 등 인권의식이 크게 높아졌으나, 여전히 소원수리제도가 부실하다는 증거입니다. 지난 1일 차관급 ‘군 인권보호관’이 새로 출범한 만큼 이런 제도에 대한 개선도 면밀히 살펴봤으면 합니다.
  • “2주만에 태세 전환? 역시 美 못 믿어” 미·러 우주협정 맺자 中 발끈

    “2주만에 태세 전환? 역시 美 못 믿어” 미·러 우주협정 맺자 中 발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러시아 선전 선동에 이용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던 미국이 돌연 입장을 선회해 러시아와의 협력을 시사했다. 중국 기관지 관차저왕 등 다수 매체는 미국이 ISS를 오가는 유인캡슐에 상대국 우주비행사의 탑승을 허용하는 일종의 ‘좌석공유협정’에 나선 소식을 16일 집중 보도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맺은 이번 협정에 따라 오는 9월 21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의 ‘코스모드롬’에서 발사되는 로켓 소유스에 미국항공우주국(NASA) 소속 미국인 우주비행사 프랭크 루비오가 러시아 비행사 2명과 함께 탑승해 우주로 향할 전망이다. 미국은 빠르면 2023년 상반기 또 한 차례 러시아와의 우주선 좌석 교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이미 상대방 우주선에 탑승시킬 우주비행사를 선정해뒀을 정도로 이번 협정에 미국은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대가로 러시아인 우주비행사 안나 키키나를 비슷한 시기에 미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스페이스X의 ‘크루 드래건’ 우주선에 탑승시켜 미국 우주비행사 2명과 일본 우주비행사 1명과 함께 ISS로 향할 방침이다.  반면 이런 미국 측 입장이 발표된 직후 중국 매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와 손절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던 미국이 불과 5개월 만에 완전 입장을 전환했다’면서 ‘러시아를 제재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은 결국 비즈니스 확장을 노린 행태에 불과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비난했다. 특히 2주 전이었던 이달 초, 미국은 ISS에서 체류 중인 러시아 연방우주국 소속 우주인 3명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깃발을 든 사진을 공개하며 ‘러시아 우주인들이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사진을 배포했다’면서 ‘러시아가 국제 공용공간인 ISS를 자신들의 선전 선동에 이용했다’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던 바 있다.  러시아 우주인들이 손에 든 도네츠크 인민공화국과 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깃발이 상징하는 지역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성향 분리주의자들이 장악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문제의 사진이 공개된 직후, 과거 ISS를 진두 지휘했던 전 미 항공우주국(NASA) 테리 버츠 우주인 역시 “국제 협력과 평화의 상징에 위배되는 사진”이라면서 “해당 우주인들이 불법적이고 부도덕한 전쟁을 홍보하기 위해 ISS를 이용한 것에 엄청난 실망감을 느낀다”고 연이어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미국이 돌연 러시아와의 우주선 좌석 공유 협정 타결을 선언한 것과 관련해 중국 누리꾼들은 미국의 권모술수가 통한 사례라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거세해 제기했다. 중국 누리꾼들은 “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빠르게 자국 이익을 취하려 본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미국과 같은 자본주의 국가 속성이다”, “세상에 영원한 친구도 없고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이 외교 기본이라고는 하지만 미국의 손바닥 뒤집는 듯한 행태 전환에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더럽다”, “애초에 자유주의인지, 사회주의인지를 선택하고 주장하는 것은 그들(미국)에게 큰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번 사안에서 이념보다 돈을 선택하는 미국을 보면서 그들이 운운하는 평화 주장은 표면적인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등 비난 댓글이 수천 개 게재됐다.
  • 다운증후군 네 살 소녀가 무슨 잘못 있다고, 엄마는 중환자실에

    다운증후군 네 살 소녀가 무슨 잘못 있다고, 엄마는 중환자실에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중서부 도시 빈니차는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적어도 23명이 숨졌는데 주인을 잃은 분홍빛 유모차가 공습 현장에 나뒹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운증후군 네 살 소녀 리자가 유모차의 주인이었다. 엄마 아이라 드미트리에바는 공습 직전 동영상 하나를 올렸다. 동영상에서 리자는 유모차를 밀며 걷고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두 사람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둘은 언어치료사에 가는 것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엄마 아이라의 인스타그램에는 딸과 꽃놀이를 즐기며 부둥켜 안고 찍힌 사진이 가득했다. 첫 글은 “내 어린 천사를 만나보세요”라고 돼 있었다. 동영상을 올리고 몇 시간 뒤 언어치료사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모녀는 러시아군 잠수함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 세례를 받았다. 리자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고 아이라는 중환자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언어치료사 발레리아 코롤은 다음날 영국 BBC에 “리자는 아주 쾌활했고, 우리를 보러 오는 일을 좋아했다. 아주 친절한 아이였다. 엄마에게 리자는 삶의 모든 것이었다. 그 애를 미친듯이 사랑했다. 이들 가족에게 일어난 비극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라 네는 전쟁이 시작되자 키이우에서 이곳으로 옮겨왔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해서였는데 이제 우크라이나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는 사실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발레리아는 엄마가 딸을 경배하다시피했으며 딸의 다운증후군에 아주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저 이 아이들은 우리와 다를 뿐이며 아주 따스하고 친절한 아이란 점을, 부끄러울 일 하나 없음을 세상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했다고 했다. 빈니차는 수도 키이우에서 서남쪽으로 약 260㎞ 떨어진 도시다. 전선에서 한참 떨어진 곳이고, 이 지역은 전쟁 초기인 3월 초 러시아군의 순항미사일이 공항을 공격한 이후 그래도 평온한 일상을 조심스레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 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공격은 주거 지역과 웨딩홀과 쇼핑센터 등 민간인들이 일상을 보내는 장소를 순식간에 전쟁터로 만들었다. BBC에 따르면 어린 희생자는 모두 셋. 두 소년도 세상을 떠났다. 막심 자리(7)는 병원 진료를 받으러 외출했다가 엄마 빅토리아의 옆에서 싸늘한 주검이 됐다. 병원 건물은 아무 것도 남지 않고 검게 그을린 벽만 덩그러니 남았다. 여덟 살 소년도 목숨을 잃었는데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 근처 주차장에서 삼촌을 기다리던 중 자동차들이 연쇄 폭발하는 바람에 스러졌다.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고문이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WP)에 공개한 사진에는 리자가 피를 흘리며 절단된 성인의 시신 옆에 쓰러져 있는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국가비상대책본부는 텔레그램에서 “오늘 러시아군에 의해 살해된 어린 소녀 리사가 한 줄기 햇살이 됐다”면서 “우리가 너를 구하지 못한 것을 용서해 달라”고 추모했다. 신혼부부들도 당했다. 이 지역의 랜드마크인 결혼식장에서 들뜬 표정으로 미래를 약속하고 있었다. 바로 옆 건물에는 멋을 부린 학생들이 스튜디오에서 졸업앨범에 실을 사진을 찍고 있었다.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날아들면서 웨딩홀은 유리 파편으로 뒤덮였고 건너편 웨딩숍은 창문이 뻥 뚫린 채 갈갈이 찢어진 웨딩드레스가 바람에 흩날렸다. 번화가의 상점들은 온통 잿더미가 됐다. 구조당국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건물 50채 이상이 파괴되고 100여명이 다쳤으며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전쟁의 시름을 잊고 잠시나마 평온을 되찾았던 주민들은 다시 공포에 휩싸였다. 전쟁 초기 피란을 떠났다 돌아왔다는 바딤 라분(34)은 NYT에 “어떻게 해야 할줄을 모르겠다”며 막막해 했다. 지난달 19명의 사망자를 낸 동부 크레멘추크 쇼핑센터 공습과 이달 초 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도네츠크주 치시우야르 아파트 공습 등에 이어 또다시 불특정 다수의 민간인을 겨냥한 공습이 되풀이되는 것은 정밀 무기가 부족한 러시아군이 ‘묻지마’ 발포를 일삼으며 우크라이나의 저항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라고 NYT는 분석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방부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담당했던 에블린 파르카스 매케인 연구소 소장은 “러시아군의 전쟁에서 민간인의 인권 침해는 언제나 그 일부였다”고 지적했다.
  • [포착] 러軍 폭격기가 미사일 떨구는 순간…민간지역 공습에 3명 사망(영상)

    [포착] 러軍 폭격기가 미사일 떨구는 순간…민간지역 공습에 3명 사망(영상)

    러시아가 며칠 째 전선에서 떨어진 도시들에 대한 공습을 이어가면서 민간인 거주지역의 피해가 잇따랐다. 16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전날 저녁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대도시 드니프로에 미사일 공습을 감행했다. 드니프로페트롭스크주(州)의 행정 중심지인 드니프로는 인구 약 100만 명의 대도시로, 수도 키이우 및 하르키우와 함께 우크라이나 3대 도시로 꼽힌다.발렌틴 레즈니첸코 드니프로페트로우크 주지사는 16일 “15일 저녁 드니프로 산업 단지와 거리가 러시아 순항 미사일의 공격을 받았다. 현재까지 사망자는 3명, 부상자는 15명”이라면서 “사망자 중에는 시내버스 운전기사도 있다. 그는 낮 근무를 마치고 다음날 새벽 근무를 준비하려 차고로 돌아가고 있었다. 살 날이 많이 남은 젊은 친구이자 두 아이의 아빠였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가 발사한 미사일 6발 중 4발을 요격했지만, 나머지 2발을 막아내지는 못했다. 러시아군이 이번 공습에 사용한 미사일은 시속 720㎞로 5500㎞를 날아갈 수 있는 X-101 순항 미사일로 파악된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카스피해 북쪽에서 투폴레프-95MS 전략폭격기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러시아군의 공습으로 드니프로 거리 한복판에는 거대한 분화구가 생겼다. SNS에는 불파는 자동차와 건물, 화재 현장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 등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전투기로 보이는 비행기가 빠르게 하늘을 지나간 직후, 두 곳에서 거대한 폭발이 발생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이와 별개로 러시아군은 같은 날 새벽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 동쪽의 추위브에도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이 공격으로 70세 여성을 포함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러시아군은 자국 서부 국경도시인 벨고로드에서 미사일 4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는 함락을 앞두고 있는 동부 전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까지 잇따라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 측은 군사시설을 겨냥했다고 주장하지만, 민간인과 민간시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목적은 우크라이나 도시에 최대한의 피해를 주는 것”이라면서 “공습경보를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 우크라서 포로된 영국인 활동가 옥중 사망…英, 러 대사 초치

    우크라서 포로된 영국인 활동가 옥중 사망…英, 러 대사 초치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주의적 지원 활동을 하던 영국인이 러시아군의 포로가 됐다가 구금 중 사망했다. 영국은 그가 구호 활동가라고 전했지만 친러 반군은 용병이라고 칭하는 등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타스와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세력인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인권위원 다리아 모로조바는 “구금 중이던 영국 용병 폴 우레이가 의료 지원을 받아왔으나 7월 10일 질환과 스트레스로 사망했다”고 텔레그램을 통해 밝혔다. 모로조바는 “우레이가 당뇨병을 앓고 있었고 고국의 무관심 탓에 정신적으로 우울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제기구와 영국 관리들이 우레이의 체포 사실을 알았음에도 영국이 반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우레이에게 필요한 약품 제공을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우레이는 지난 4월 25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에서 인도적 지원 활동을 하던 중 동료인 딜런 힐리(22)와 함께 러시아군에 붙잡혔다. 이들은 체포 당시 교전으로 발이 묶인 자포리자 남쪽 마을에서 한 가족을 구출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의 비영리 구호단체 ‘프레지디움 네트워크’는 우레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8년간 일한 인도주의 활동가라고 설명했다. 단체는 우레이가 우크라이나에서 인도적 구호를 위한 자원 봉사자로 독립적인 활동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DPR은 우레이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리비아에 이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한 직업적 군인이라는 입장이다. DPR 측은 그를 외국인 용병이라고 주장하며 ‘용병 활동’ 혐의로 억류하고 있었다. 모로조바는 우레이가 체포되기 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참전했을 뿐만 아니라 모병과 용병 훈련에도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래 친러 세력에 의해 구금된 외국인이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외무부는 안드레이 켈린 주영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했다. 리즈 트러스 외무부 장관은 “우레이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았으며 러시아는 이에 관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는 인도주의 활동을 하던 중 체포됐다”고 말했다.
  • 손담비 ‘손절설’ 굳히나…정려원, 재계약에 수상까지 했지만

    손담비 ‘손절설’ 굳히나…정려원, 재계약에 수상까지 했지만

    배우 정려원이 소속사 재계약에 이어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해 겹경사를 맞았다. 정려원은 15일 인스타그램에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수상 직후 사진을 게재했다. 정려원은 전날 제2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하얀 차를 탄 여자’로 국내 경쟁 부문인 ‘코리안 판타스틱 배우상’을 차지했다. 정려원은 “표현하는, 연기하는 이 직업이 너무 좋습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마음이 부자인 이들과 일하러 가는 발걸음이 얼마나 든든하고 설레는지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아낌받고 보호받는 현장에서 일하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더군요.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정려원은 10년간 함께해온 소속사와 재계약을 맺으며 의리를 다시 한 번 증명하기도 했다. 연이은 기쁜 소식에 소이 등 절친들도 ‘좋아요’를 누르며 축하를 전했다. 한편 그는 지난해 발생한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 사건을 계기로 배우 손담비와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는 소문에 휩싸였다. 여기에 올해 5월 손담비의 결혼식에 정려원을 비롯한 절친으로 알려진 공효진 등이 참석하지 않으면서 ‘손절설’이 더욱 확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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