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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0년 6월 이후 가장 위험”…전쟁 걱정에 생존배낭 챙긴다

    “1950년 6월 이후 가장 위험”…전쟁 걱정에 생존배낭 챙긴다

    전쟁 공포에 생존배낭·구호용품 챙겨재난 키트, 비상 식량 등 구매 증가도전문가 “우려 확대·재생산 경계해야” “휴전 상태잖아요.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감이 커지면서 전쟁 발발에 대한 공포로 생존배낭을 챙기는 시민들이 생겨나고 있다. 직장인 고송연(27)씨는 지난 16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생존배낭과 구급 키트, 종합비타민, 습윤밴드, 건어물, 소형 라디오 등 배낭 안을 채울 각종 물품을 구입했다. 고씨는 “지난해 서울에서 새벽 공습 사이렌에 재난 문자까지 왔었는데, 인근 지역에 사는 만큼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북한이 전쟁을 결심한 것 같다는 뉴스까지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지진이나 재난 등을 이유로 마련해 뒀던 생존배낭을 이번 남북 관계 악화로 다시 점검하는 이들도 있다. 홍모(47)씨는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부터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상황 등에 대비해 생존배낭을 준비해두고 있다. 초코바와 같은 비상식량은 6개월 주기로 교체하는 홍씨는 “질병, 화재, 폭우,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도 걱정이지만 최근에는 북한이 무슨 일이 벌일까 걱정돼 다시 한번 물품들을 채워놓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온라인 오픈마켓 등에서 생존배낭과 같은 구호용품의 매출은 증가했다. G마켓에 따르면 지난 1~16일까지 생존 가방, 재난 키트 등의 키워드를 포함한 생존배낭 품목의 구매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시민들은 북한의 최근 행보가 단순한 도발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만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중 일부도 불안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만에서 관광 차 한국을 찾은 샤오린(24)은 “대만 상황도 불안한데 하필 안보 이슈가 있는 나라에 가냐고 부모님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쟁 영상을 접하면서 과도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젊은 층이 주로 사용하는 X(구 트위터),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에는 최근의 국제 분쟁과 관련한 폭격 또는 학살 영상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상태로 게재되기도 한다. 구글 트렌드에서 ‘전쟁 영상’ 등의 키워드 검색은 지난해 10월 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당시 최대치인 100을 기록한 뒤 감소하다 지난 7일부터 다시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현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경계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제언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북한의 행보는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남북 관계의 주도권을 다시 쥐기 위한 일종의 자기방어적 패배 선언”이라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거의 없는 만큼 전쟁 우려가 지나치게 확대 재생산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 푸틴 “과거 美 대선, 조작됐다”…트럼프와 푸틴의 눈물겨운 우정 [송현서의 디테일]

    푸틴 “과거 美 대선, 조작됐다”…트럼프와 푸틴의 눈물겨운 우정 [송현서의 디테일]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이전 미국 대선 결과는 조작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로이터 통신의 16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이전 대선은 우편투표를 통해 조작된 것”이라면서 “그들은 투표용지를 10달러에 구매한 뒤, 참관인의 감독이 없이 우편함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주장의 정확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이 언급한 ‘그들’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집권 민주당을 의미하며, 이 같은 주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꾸준히 주장해 온 선거 조작설과 일치한다.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당시 “우편투표는 부패”라고 주장하며 선거 결과에 불복했다. 당시 선거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속에서 진행돼 이전 선거보다 우편투표 비율이 더 높았다. 애초 우편투표가 바이든 대통령이 속한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예측이 있었던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편투표를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결국 예상대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으나, 우편투표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복을 중심으로 한 논란은 수년간 이어졌다. “푸틴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에 ‘도박’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귀환’을 바라는 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16년 대선 당시 미국 내 반(反) 트럼프 진영에서는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면서 ‘푸틴은 두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비아냥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꾸준히 부인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특별했던’ 이전 관계를 입증하듯,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러시아에 유리한 발언을 해 왔다.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즉각 멈출 수 있다고 호엄장담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로 하여금 러시아에 빼앗긴 동부 지역을 ‘희생’하도록 해 전쟁을 마치게 하겠다는 계획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현재 미국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기도 했다. 2022년 9월에는 현지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만약 내가 여전히 미국의 대통령이었다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철수에 실패했고, 푸틴은 이 과정에서 미국 지도부의 약점을 보고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서방국가에서는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에 거는 ‘도박’을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국가의 지원과 지지가 줄어들고, 더욱 빠르고 쉽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미친 전쟁’이라고 언급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 된다면 전쟁을 쉽게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내에서 적수가 없는 대세 중의 대세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3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대선을 통해 사실상 종신 집권을 노리고 있다.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두 사람이 다시 한 번 세계 무대에서 지도자 대 지도자로 만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 한류 주거문화의 첨병 ‘전북대 한옥’ 러시아로 간다

    한류 주거문화의 첨병 ‘전북대 한옥’ 러시아로 간다

    전북대 한옥 건축이 베트남과 알제리, 미국 등에 이어 러시아에도 수출된다. 전북대학교(총장 양오봉)는 최근 고창캠퍼스에서 전북대 한옥 과정을 수료한 졸업생들의 창업 기업 ㈜한옥연, 건축 관련 기업 ㈜Eastplus, 러시아 현지법인인 ㈜Korcentre 등과 한옥 수출 및 한옥문화진흥, 학생 교류 등을 주요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전북대는 현재 호주와 미국 시드니,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등 10여 개 국가에 20여 건의 한옥 수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러시아와의 협약으로 전북대 등 4개 기관은 러시아에 한옥과 한옥마을을 건립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해 한옥 등 한국형 주거문화도 러시아에 보급하기로 했다. 또한 러시아 학생 중 한옥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국내 유학을 지원하고, 러시아산 소나무를 수입해 전북대 한옥 생산 및 교육 자재로 활용하는 방안도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이번 협약은 러시아 학생들에게 한옥건축을 교육해 제3국에 진출시키는 인력양성 방안도 포함돼 지속 가능한 한옥의 세계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전북대학교 남해경 한옥사업단장은 “이번 협약은 러시아에 한옥의 수출과 한옥마을 조성을 통한 한국의 우수한 건축문화 보급뿐 아니라 러시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옥 인력양성까지 추진하게 됐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한옥 건축뿐 아니라 한국의 우수한 주거문화를 세계 속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협약 기업인 ㈜Korcentre의 박정호 회장은 “한국의 우수한 한옥을 러시아에 수출하고, 러시아 학생들이 전북대에서 한옥을 공부할 기회가 마련돼 기쁘다”라며 “러시아의 우수한 소나무를 교육기자재 및 생산 자재로 공급하는 데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데스크 시각] 두 개의 전쟁을 보는 일/최여경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두 개의 전쟁을 보는 일/최여경 국제부장

    얼마 전 참혹한 영상이 퍼졌다. 영상 속에서 이스라엘군 차량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일원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밟고 지나간다. 한국 언론 상당수가 이를 기사로 다뤘다. 사진은 흐릿하게 처리했지만 기사 내용이 너무나 세세해서 연상이 가능했다. 아침 출근길을 찜찜하게 만든 건 댓글이었다.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고, 그래서 아군과 적군으로 양분할 수밖에 없다 쳐도 댓글에 담긴 감정은 끔찍했다. 너희들도 잔혹했으니, 작전 중이었으니, 먼저 이스라엘을 건드려(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급습인 듯하다) 일을 자초했으니 당연하다는 식이다. 한국 정치인을 빗대거나 북한을 언급하거나 다른 이념 성향의 사람들을 대입하거나 분노와 비난의 대상은 그곳에서 무한 확장됐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우리는 수많은 소식을 글로, 이미지로 접한다. 지구촌이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는 이 시대에는 처참하기 그지없는 이미지가 쏟아진다. 한 소셜미디어(SNS) 계정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의 현실이 실시간 올라온다. 부모를 잃고 울부짖는 소녀, 눈을 뜨지 않는 아이를 안고 절규하는 아버지, 피범벅이 된 채로 다른 시신을 수습하는 사람들을 보노라면 연민이 밀려온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100일을 넘긴 17일 현재 가자지구 보건부는 전쟁 기간에 2만 428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 중 어린이가 1만 600명이다. 매일 100명씩 어린 사망자가 나온 셈이다. 전쟁을 치르며 입는 피해는 일방적이지 않다. 이제 곧 꼬박 2년이 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우크라이나 민간인은 어린이 560여명을 포함해 1만여명이다. 양측 군대에선 7만여명이 전사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명 피해뿐 아니라 물적 피해를 봐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희미하기만 하다. 이런 참상은 현장을 넘어 매일매일 여러 방식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미국 평론가 수전 손태그는 저서 ‘타인의 고통’(2003)에서 잔혹한 이미지가 어떻게 우리에게 인식되고 소비되는지 살폈다. 종군기자를 통해 사진으로 전달되던 시대를 거쳐 TV 영상으로 거실에 앉아 참상을 접했다. TV 송출 범위가 전 세계로 확대되면서 1만㎞ 떨어진 나라의 밤하늘을 관통하는 미사일들을 실시간으로 보기에 이르렀다. 그는 책에서 “현대 사회에서는 타인의 고통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셀 수도 없이 많다. (중략) 평화를 주장하는 반응 아니면 복수를 부르짖는 반응을. 아니면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정보를 담고 있는 사진들을 계속 본 나머지 충격에 빠져 의식이 멍해질 수도 있겠다”고 했다. 지금은 손태그의 시대와 또 달라 SNS를 통해 훨씬 많은 이미지가 쏟아진다. 과거에는 이미지를 접한 사람들이 받을 법한 충격을 고민하는 미디어의 자정 작용이 작동했지만, 요즘은 그런 것 따위 버린 미디어가 훨씬 많다. 이미지의 폭탄 속에서 연민의 피로를 느끼거나 무감각해져, 또는 전쟁 속에 있는 사람들의 공포와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탓에 공감하기를 포기하고 무차별 비난을 하게 됐을까. 이런 전쟁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생각하면, 또 어느 권력자의 판단이나 이익이나 욕심으로 국민이 이토록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저 먼 나라 일이었던 것이 사실은 멀리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데 생각이 가닿는다. 요즘 권력자의 입에서 전쟁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을 꽤나 많이 봤다. 지금도 서로 무력을 과시하며 정밀타격이네, 압도적 대응이네 하며 험한 말들을 주고받는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는, 절대 강자의 평정 아래 평화가 가능했던 로마제국 시절 격언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논리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지금은 국민의 불안을 줄이는 권력자의 능력과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 ‘황제 출장’ 이은 ‘호화 접대’ 의혹에도… 포스코, 차기 회장 절차는 강행

    ‘황제 출장’ 이은 ‘호화 접대’ 의혹에도… 포스코, 차기 회장 절차는 강행

    캐나다 이어 中 구설수 추가 고발백두산 등 여행… 7일 동안 8억 써“사전 매수 행위… 절차 중단돼야”내부 6명·외부 12명 후보군 결정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선출을 담당하는 후보추천위원회 멤버인 사내외 이사들이 캐나다 ‘황제 출장’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이사회 개최와 무관한 초호화 관광 접대를 받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17일 추가 고발됐다. 후추위를 구성하는 사외이사 7명 전원이 무더기로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후추위의 자격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차기 회장 선출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후추위는 이날 6차 회의를 열고 그룹 내부 인사 6명과 외부 추천을 통한 인사 12명으로 구성된 ‘롱리스트’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앞서 후추위는 ‘내부 평판조회 대상자’로 선정된 8명 중 7명을 내부 후보자로, ‘외부 평판조회 대상자’ 20명 가운데 15명을 외부 후보자로 각각 선정해 22명에 대한 검증을 진행해 왔다. 오는 24일 7차 회의에서 후보군을 한 차례 더 압축한 뒤 이달 말 심층면접 대상자 5명의 이름이 담긴 ‘파이널리스트’ 확정 단계에서 후보자 명단을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후추위원들에 대한 자질 시비가 이어지고 있어 후추위가 차기 회장 선정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나온다. 이들 후추위원과 최정우 회장을 이날 업무상 배임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한 포항 지역 시민단체 ‘포스코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9년 8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하루짜리 이사회를 명목으로 전세기를 이용해 7일간 백두산 일대 등을 여행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약 7억∼8억원의 비용이 들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을 자회사인 포스코차이나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와 관련 없는 백두산 관광을 즐기고 백두산산(産) 송이버섯과 러시아산 털게 등 호화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과 사내외 이사들은 지난해 8월 캐나다 이사회 개최를 이유로 5박 7일간 골프, 최고급 호텔 투숙 및 식사 등에 6억 8000만원의 회삿돈을 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후추위는 경찰 수사와 관련해 “위원 모두가 엄중한 상황에 대해 깊이 인식하고 있다.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겸허한 자세로 지적을 받아들인다”면서도 “막중한 회장 선출 임무를 차질 없이 수행하는 것이 후추위의 최우선 책임임을 인식하고 회사와 주주를 위해 최상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하고 공정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사내외 이사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기 전에는 직무가 정지되지 않는다. 임종백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포스코 경영진의 사외이사 초호화 접대는 차기 회장 선임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들을 사전에 매수한 행위에 해당한다”면서 “현 경영진으로부터 불법적 접대를 받은 사외이사들이 차기 회장 후보를 뽑는 절차 또한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 “‘민감한 분야’ 포함 관계 발전” 북러 추가 무기 거래 가능성

    “‘민감한 분야’ 포함 관계 발전” 북러 추가 무기 거래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관해 논의했으며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크렘린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에 푸틴 대통령이 2000년 7월 이후 24년 만에 북한을 찾을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북러 양측이 무기 거래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전날 면담 내용에 대해 “대체로 양자관계, 한반도 상황에 관해 대화했으며 가장 시급한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반복해서 말했고 기꺼이 다시 반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외무상은 전날 낮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도 만났다. 크렘린이 ‘민감한 분야’의 관계 발전을 언급하면서 일각에서는 북러 사이에 무기 거래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북한은 지난 14일 러시아가 기술을 선도하는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했고, 곧 고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위성락 전 주러시아대사는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 이후에 원론적인 방북 입장을 밝혔다면 이제는 방북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며 “무기 거래, 식량, 물류 등 북러 간 교류가 훨씬 큰 동력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답방 시기로 오는 3월 러시아 대선 전후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4월에 푸틴 대통령이 방북하고 북한은 러시아가 주도하는 경제연합을 통해 경제 회생을 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해 들어 대남기구 정리를 주도하고 있는 최 외무상이 대표단을 이끌고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북한의 달라진 대남·대외정책 기조를 반영한다.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사 기자가 텔레그램에 올린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최 외무상이 접견실에 들어서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다가가 손을 건넸고, 10초 이상 악수하는 등 이례적으로 친밀한 모습을 보였다.
  • 北 협박 속 한미일 역대급 훈련… 美핵항모 한반도에 떴다

    北 협박 속 한미일 역대급 훈련… 美핵항모 한반도에 떴다

    한미일이 미국의 원자력(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함선 9척을 동원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교전국’ 관계인 대한민국을 주적 및 전쟁 시 점령할 대상으로 헌법에 명시하겠다며 도발하는 가운데, 한미일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데 주력했다. 17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사흘간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을 실시했다. 지난달 한미일 국방당국이 연례 3자 훈련계획을 수립한 후 처음으로 시행한 훈련이다. 훈련에는 우리 해군의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과 왕건함, 미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의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5척,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 등 2척, 모두 9척이 참가했다. 칼빈슨함이 한미일 연합해상훈련에 참가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이고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새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통상 5척 안팎이 동원됐던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에 군함 9척이 참가한 것은 이례적이다. 합참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수중 위협 등에 대한 한미일의 억제·대응능력을 향상하고 대량살상무기 해상운송에 대한 차단 등 해양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3자 간 협력을 증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훈련 첫날인 15일 폴 러캐머라 유엔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과 칼빈슨함을 찾아 훈련 상황을 점검하고 한미일 장병들을 격려했다. 김 합참의장은 “한미일 해상훈련은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대응하는 데 핵심적으로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3자 훈련계획에 따른 한미일 공조 태세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러캐머라 사령관도 “3국 해군 간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중요한 훈련”이라며 “(이번 훈련이) 해군의 준비 태세를 유지하고 연합 대응 능력을 갈고닦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유사시 북한 지역에 침투해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 가오리 모양 소형 스텔스 무인기도 최근 강원도 동부전선 일선 부대에 배치됐다.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지난해 개발한 이 무인기는 북한군 레이더에 잡히지 않으면서 북한 전략시설을 찍을 수 있다. 또 정부는 이날 북한의 해상 불법 활동에 관여한 선박 11척과 개인 2명, 기관 3곳을 대북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15번째 독자 제재다. 특히 선박 독자 제재는 2016년 3월 이후 8년 만이다. 그동안 사이버·정보기술(IT) 인력을 포함한 노동자 송출, 무기·금융 거래 등에 관여한 대상들을 제재한 데 이어 해상 분야까지 포괄하는 제재망을 구축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자금을 끊기 위한 압박 강도를 높인 것이다. 제재 대상 선박은 남대봉, 뉴콩크, 유니카, 싱밍양888, 수블릭, 금야강1, 경성3, 리톤, 아사봉, 골드스타, 아테나호 등이다. 이들은 북한 선박과의 해상 환적, 대북 정제유 밀반입과 석탄 밀수출, 대북 중고선박 반입 등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11척 중 2022년 유럽연합(EU)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뉴콩크와 유니카를 제외하고 모두 한국 정부가 처음 지정했다. 역시 해상에서의 불법행위에 관여한 이유로 백설무역 소속 박경란과 리상무역 총사장 민명학 등 2명, 만강무역과 리상무역, 유아무역 등 기관들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외교부는 “북한의 지속적인 해상을 매개로 한 불법 자금과 물자 조달을 차단해 불법 핵·미사일 개발을 단념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 준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선박의 선장은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올 수 있다. 18일 열릴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하루 앞두고 이날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 북핵수석대표 간 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북한이 연초부터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무모한 언행’을 계속하는 데 대해 규탄하며 긴밀한 공조를 다짐했다. 그러면서 “긴장 고조의 원인을 호도하며 전쟁을 위협하는 북한의 공세적 언행에 유감을 표하고 이러한 행위는 한미일 안보협력만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두 대표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 등 북러관계 동향을 공유하며 북러 간 군사 협력이 한반도뿐 아니라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는 우려도 함께했다.
  • 적군 실시간 분석해 ‘표적 선별’… AI, 미래전 판도를 뒤집는다 [AI 블랙홀 시대-인간다움을 묻다]

    적군 실시간 분석해 ‘표적 선별’… AI, 미래전 판도를 뒤집는다 [AI 블랙홀 시대-인간다움을 묻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는 인공지능(AI) 자비스에 바탕을 둔 ‘비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강력한 힘을 가진 이 새로운 존재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더 나아가 통제가 가능할지 등을 놓고 고민한다. 다행히 영화 속 비전은 아군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많은 이가 전장의 AI로 비전보다는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인류를 말살하려는 ‘스카이넷’을 떠올린다. #AI 활용 ‘군사 경쟁’ 가속표적 찾아 자폭·적 얼굴 인식딥페이크로 가짜 뉴스 제작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존재로 여겨졌던 AI는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전쟁 양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존재로 다가왔다. 표적을 찾아 자폭하는 드론뿐 아니라 적군 병사를 인식하는 안면인식 기술부터 머신러닝을 활용한 군수 지원까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각종 AI 기술이 현실화하고 있다. 무기 체계에만 AI를 활용하는 건 아니다. 전쟁 초기 소셜미디어(SNS)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항복 성명을 발표하는 ‘딥페이크’(AI 기반 이미지 합성기술) 영상이 유포된 적이 있다. 같은 시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를 선언하는 영상도 퍼져 나갔다. 지난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AI가 전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스라엘군은 드론 영상, 감청 자료, 감시 데이터, 움직임·행동 양상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표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선별하는 의사결정지원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AI 기술이 지휘통제, 기동, 화력, 정보, 방호, 군수 등 전투 수행에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자리잡으면서 AI를 둘러싼 각국의 군사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美 ‘CDAO’ 미래전 대비지휘통제에 AI 활용 계획로봇 전투차량·참모 개발 예컨대 미국 국방부는 2018년 합동인공지능센터(JAIC)를 창설했으며, 2022년 국방부 전체의 AI와 데이터 분석 등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인공지능국(CDAO)을 신설해 JAIC를 산하 조직으로 통합했다. 2022년 AI가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는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계획을 발표하고 기능별 하부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미 해군은 무인 자율주행 전함, 드론과 무인 수상함, 무인 잠수정이 임무를 수행하는 유·무인복합체계를 만들고 있고, 미 육군은 전투에 가장 적합한 경로를 직접 선택해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 무인 전투차량뿐 아니라 소부대용 AI 전투참모도 개발하고 있다. #한국도 국방혁신4.0 잰걸음지뢰탐지시스템 개발 완료연내 국방AI센터 창설 예고 우리 정부 역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국방부는 2021년 인공지능추진전략을 수립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발표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통해 AI 기반 유·무인복합전투체계 등을 확보하고 올해 국방AI센터를 창설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육군 관계자는 “최근 AI 융합 지뢰탐지시스템 개발을 완료했다. 올해부터 민간에서 보유한 다양한 AI 기술을 미래 지상전투체계인 ‘아미 타이거’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라면서 “앞으로 AI 기반 초연결 전투체계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상근 카이스트 국가미래전략기술정책연구소 연구교수는 “군사 행동에서의 핵심은 감시, 결심, 대응이다. AI 기술이 이 세 가지를 하나로 결합하고 시간도 단축하고 있다”면서 “먼저 보고, 먼저 결심하고, 먼저 타격할 수 있다. 최종 선택을 할 시간을 단축해 준다”고 설명했다. 정홍용 예비역 육군 중장은 “AI를 적용하려면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 국방 분야 데이터는 대부분 보안으로 묶여 있어 데이터 확보 자체가 어렵다”면서 “공개 자료에 기반한 텍스트, 동영상 등의 군사 자료에 대해 가공 과정을 거쳐 가상 데이터를 만든 뒤 민간 개발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AI 개발 과정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기술 발전과 더불어 판단 오류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심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최첨단 AI 기술로 적군과 민간인을 구별할 수 있다고 했으나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자는 1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AI가 전쟁에 개입하면서 책임 소재 논란이 불거지는 만큼 교전 윤리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6월 기자회견에서 핵 감시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AI를 감시하고 규제할 유엔 산하 기구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 작품이 되다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 작품이 되다

    안경신(1888~?)과 현미옥(1903~1956?). 생소한 이름의 두 사람은 독립운동사에서 많이 조명받지 못한 인물들이다. 수많은 서사에 가려있던 이들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최근 두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조명한 연극이 연달아 무대에 올랐다. 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에 선정돼 지난 14일 공연을 마친 ‘언덕의 바리’, 오는 2월 1일까지 선보이는 ‘아들에게: 미옥 앨리스 현’이 그것이다. ‘언덕의 바리’는 ‘여자폭탄범 안경신’의 이야기를 한국 대표 신화 중 하나인 바리데기와 엮어 꿈과 현실을 오가는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다. 안경신은 1888년 평안남도 대동에서 출생한 인물로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평양에서 군중을 선동해 만세를 부르다 체포된 이력이 있다. 1920년 8월 3일 평안남도 경찰국 청사 폭탄 투척 사건을 일으켜 붙잡혀 사형선고를 받았다가 10년형으로 감형됐고 7년이 되던 해 가출옥해 친오빠의 집으로 갔다는 기록 이후로 행방이 묘연하다. 바리공주는 한국 신화에서 대표적인 신이자 영웅으로 무당들의 조상으로 대접받는 존재. ‘바리의 언덕’은 바리라는 신화적인 존재와 안경신이 감옥에서 출소해 아들을 만났고 세상으로부터 사라진 지점을 신비롭게 결합했다. 제목에 맞춰 원래 관객들이 앉아야 하는 객석은 언덕이 됐고 관객들은 무대 바로 옆을 둘러싼 객석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구조였다.“난 보이는 것보다 훨씬 강해요”라는 대사처럼 경신은 겉보기보다 심지가 독한 사람이다. 당대 시대상으로는 약자인 여성이지만 강한 면모를 드러내는 공통점이 바리와 경신을 이어준다. 독립운동에 투신한 그는 임신한 몸으로 폭탄 테러를 준비한다. 임신한 경신이 아들이 혹여 예정보다 일찍 나올까 몸을 꽉 조여 맨 모습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무한한 축복을 받아야 하는 새 생명마저 축복하지 못하는 비극적 시대상, 어미로서 죽을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했던 경신의 독기가 서늘하게 다가온다. 이승과 저승 사이를 오가며 강렬히 열망하는 무언가를 위해 헌신하는 경신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한다. 초 끝에 매달린 불꽃처럼 위태롭지만 그럼에도 기꺼이 살아가는 삶에서는 어떤 숭고함도 느껴진다. 김정 연출은 “안경신은 폭탄 투척에 실패한 뒤 자취를 감췄다는 점에서 성공하지 못한 독립운동가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그의 강렬한 열망이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미니멀한 무대를 한 여성의 서사가 꽉 채우면서 깊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다.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 중인 ‘아들에게’는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나고 중국, 일본에서 공부했으며 중국, 러시아, 미국을 오가며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운동을 했던 현미옥(앨리스 현)의 이야기이다. 치열한 삶을 살았으나 공산주의자였기에 결국 남한과 미국에서는 설 곳이 없었고 북한에서는 미국 간첩 혐의로 죽은 경계인의 삶을 그렸다. 작품은 1956년 함경북도 청진 해안에서 미옥이 즉결심판으로 바다에 던져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디선가 나타나 기자로 칭한 인물인 박기자가 미옥의 삶을 취재하면서 파란만장한 삶이 펼쳐진다. 현미옥은 건국훈장을 받은 독립운동가 현순(1880~1968) 목사의 딸로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부친을 따라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며 여운형, 박헌영과 친분을 쌓았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를 넘나들며 독립운동과 공산주의 활동을 펼쳤다. 해방 뒤엔 남한에서 미군 군무원으로 일하다 공산주의자로 찍혀 미국으로 추방됐다. 1949년 아들이 의사로 일하던 체코를 거쳐 북으로 건너가 조선중앙통신, 외무성 등에서 일하다 박헌영이 ‘미 제국주의 간첩’으로 기소됐을 때 간첩 활동 매개자로 지목돼 처형당한다.‘아들에게’는 몇 줄 글로 빠르게 요약되는 그의 삶을 아주 상세히 풀었다. “죽은 정신으로라도 이 길을 거닐겠다”며 투철한 신념을 따라 살았던 현미옥의 인생이 3시간 가까이 펼쳐진다. 제목에 대해 김수희 연출은 “현미옥의 자신의 삶을 항변한다면 가장 먼저 아들에게 하고 싶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붙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고 여자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경계인으로서 세상에서 결국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죽는 비극을 맞는다. 현미옥의 아들 정웰링턴의 삶도 비극적인데 그 역시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1963년 체코에서 부인과 자녀를 남기고 자살한다. 격정적인 드럼 연주와 그림자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무대 연출, 삶에 얽힌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이 대극장 연극의 힘을 보여준다. 다만 한 사람의 삶에 대해 알아낸 정보를 다 보여주려고 있었던 일을 최대한 다 넣은 탓에 극이 지나치게 늘어진 점이 작품 감상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두 작품은 개별적이지만 나란히 요즘 창작물의 추세가 담겼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최근 창작물을 보면 여성이 주인공인 여성 서사의 개발과 근현대 역사에서 소재를 발굴하는 흐름이 주를 이루는데 두 작품은 이 두 가지를 다 담은 딱 요즘 시대 작품이었다.
  • 푸틴 “北과 ‘민감 분야’ 포함 모든 관계 더욱 발전”

    푸틴 “北과 ‘민감 분야’ 포함 모든 관계 더욱 발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방러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났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한반도 정세에 관해 논의했으며,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크렘린궁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전날 면담 내용과 관련, “대체로 양자관계, 한반도 상황에 관해 대화했으며 가장 시급한 국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양자 관계 발전에 주로 초점을 맞췄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우리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라고 반복해서 말했고 기꺼이 다시 반복할 것”이라며 “우리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민감 분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으나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 의혹이 불거진 터라 러시아 측의 이같은 언급은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는 2022년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 필요한 포탄과 미사일을 북한으로부터 공급받는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러시아는 특별군사작전에 대한 북한의 지지에 감사를 표해왔다. 북한은 군사 물품 지원 대가로 러시아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분야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혹도 나온다.러시아와 북한은 이러한 의혹을 부인하지만 서방은 북한과 무기거래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 외무상은 전날 낮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저녁 크렘린궁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에게 회담 내용을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 일정이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날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북러 외무장관 회담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양국은 미국과 그 동맹의 무책임한 도발적 행동으로 촉발된 역내 긴장을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상호 의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회원국으로 가입했다는 발표를 뒤집고 “브릭스에 초대받았지만 아직 공식 가입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과 관련, 페스코프 대변인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의 브릭스 가입 작업은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재난문자 못 읽어요” 226만 외국인도 읽을 수 있게 공공서비스 ‘업뎃’

    “재난문자 못 읽어요” 226만 외국인도 읽을 수 있게 공공서비스 ‘업뎃’

    외국인, 인구 4.4%… 일손부족에 더 늘듯‘결빙주의’ 등 어려운 용어 번역 표준화베트남·태국어 등 재난문자 서비스 추진복잡한 행정용어 바꾸고 이름 자수 늘려행안 “내국인처럼 무인발급기 이용 추진” 외국인 근로자 A씨는 휴대전화에 한글로 수신된 긴급재난문자의 정확한 내용을 알 수가 없어 곤욕을 치렀다. 국내 기업에서 근무하는 B씨는 표지판에 ‘결빙주의’ ‘화기엄금’ ‘염수분산구간’ 등의 한자식 용어가 제대로 스마트폰에서도 번역이 안돼 애를 먹었다. 외국인 C씨는 공공기관에서 어렵고 복잡한 행정용어 때문에 업무처리에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등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주민 226만명(4.4%)이 행정 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내국인 중심으로 설계된 행정 서비스를 대폭 개선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수 감소로 노동력을 대체할 외국인 근로자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행정안전부는 우선 영어와 중국어가 제공되고 있는 외국인용 ‘안전디딤돌 앱’(Emergency ready APP)에 다른 언어를 추가할 경우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있다며 베트남어, 태국어, 러시아어 등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각국 언어들을 재난안전 문자로 받아볼 수 있도록 개선 작업을 추진한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한자식으로 표기된 재난·안전 공공표지판 232개를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준 번역안으로 정비해 구글·네이버 번역에서 볼 수 있도록 바꿨고, 국가신분증에 긴 이름을 가진 외국인들을 배려해 이름을 한글로 10자에서 20자까지 쓸 수 있도록 기입가능자수를 늘렸다. 16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외국인 공공서비스 개선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참석한 황명석 행안부 행정·민원제도개선 기획단장은 “행정서비스의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주민들의 많은 의견들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들도 무인 민원발급기로 행정서류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불편사항들을 취합해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과 협업, 적극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간담회에는 외국국적동포, 결혼이민자, 외국인 지원업무 담당자 등 다양한 현장의 외국인주민들이 참여했다.
  • 러시아 재외동포 청소년에게 ‘대한민국 독립정신’ 알린다

    러시아 재외동포 청소년에게 ‘대한민국 독립정신’ 알린다

    독립기념관(관장 한시준)은 러시아 한글학교협의회(회장 유미경)와 러시아 지역 재외동포 청소년에게 역사교육 콘텐츠 보급과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에 따라 러시아 지역 한글학교에 독립운동사를 비롯한 한국 역사 학습용 교육자료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독립기념관은 러시아 한글학교 협의회와 협업해 소속된 32개교 한글학교 학생 1600여 명에게 독립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알리고 한민족 정체성을 함양할 수 있는 콘텐츠를 보급할 예정이다. 독립기념관 관계자는 “올해 러시아 한인 이주 160주년에 맞춰 역사교육자료를 지원할 수 있어 의미가 있다”며 “현지에서 한국 역사와 문화, 한글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한글학교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독립기념관은 2017년도부터 역사교육자료가 부족한 한글학교를 중심으로 독립운동사 학습과 체험이 가능하도록 교육자료와 학생용 교구재 등을 개발해 13만8000여 명의 재외동포 학생에게 제공했다.
  • 푸틴, 北최선희 손잡고 ‘함박웃음’…김정은 초청장 받았나 (영상)

    푸틴, 北최선희 손잡고 ‘함박웃음’…김정은 초청장 받았나 (영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방러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났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최 외무상을 맞이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쯤 종료된 지방정부 관리들과의 회의 이후 최 외무상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보좌관도 배석했다. 현지 매체와 언론인들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접견실로 들어오면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최 외무상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국영 로시야1 방송의 파벨 자루빈 기자는 텔레그램에 푸틴 대통령이 북한 대표단을 이끌고 온 최 외무상과 10초 이상 악수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 관련 영상을 자주 게시해온 그가 무음으로 영상을 공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자루빈 기자는 푸틴 대통령이 환한 웃음으로 최 외무상과 대화하는 모습을 추가로 올리며 “소리는 없지만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한다”고 적었다. ● 무기 거래·푸틴 방북 일정 논의 추정…김정은 ‘친서’ 전달 가능성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을 만나 앞서 이날 낮 열린 북러 외무장관 회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최 외무상은 이날 낮 12시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하면서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 협의 이행 상황과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크렘린궁은 회담 결과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으나 무기 거래 논의에 대한 언급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만남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라브로프 장관도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과 면담하긴 했지만, 양국의 무기거래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진행된 이번 만남은 북러 관계가 더욱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이 구체적인 방북 일정을 논의했을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답방”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북러 외무장관 회담이 지난 북러 정상회담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만큼 전문가들은 최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 위원장의 친서, 즉 ‘공식 초청장’을 전달했을 것으로 본다. 최 외무상은 이날 푸틴 대통령을 만나기 전 북러 외무장관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전날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 무기 아쉬운 러시아…푸틴 ‘답방’ 시기 3월 대선 전후 관측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거부할 가능성은 적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 제재로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로선 북한의 무기고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기 때문이다. 서방은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과 미사일을 제공받고 있다는 의혹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주고 그 대가로 러시아는 북한에 인공위성 등 첨단기술 협력을 약속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러시아와 북한은 이런 무기 거래 의혹을 계속 부인하고 있으나, 새해 벽두 하르키우에 떨어진 미사일이 북한제로 드러나는 등 북러 간 무기 거래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 북한 ‘답방’으로 양국 간 결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 시기는 오는 3월 15~17일 대통령 선거 전후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선이 확실시 되는 푸틴 대통령이 대선을 마친 뒤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북한을 방문한다면 2000년 7월 이후 약 24년 만이 된다. 한편 지난 14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최 외무상은 15일부터 사흘간의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친 뒤 17일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전날에는 무명전사의 묘와 자랴디예 공원을 방문했다.
  • 푸틴, 이런 표정 오랜만이네…北 최선희 맞이하는 미소 [포착]

    푸틴, 이런 표정 오랜만이네…北 최선희 맞이하는 미소 [포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이하 현지시간)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대면 회담을 가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최 외무상과 만나기 위해 회담 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이후 최 외무상이 회담장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활짝 웃는 얼굴로 걸어 나가 최 외무상을 맞이했다. 서방 국가 지도자나 고위급이 방문했을 때 ‘거리두기 테이블’ 등 물리적 거리감을 둬서 상대를 압박해 왔던 푸틴 대통령의 그간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해당 자리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배석했다. 국영 로시야1 방송의 한 기자가 텔레그램에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이 악수를 나누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기는 했지만, 오디오(음성)은 삭제돼 있었다. 이를 공개한 로시야1 방송의 파벨 자루빈 기자는 푸틴 대통령의 환한 웃음을 언급하며 “소리는 없지만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과 최 외무상의 만남이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 외무상은 북러 외무장관 회담 모두발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초청한 사실을 언급했고, 페스코프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올해 방북할 경우 2000년 7월 이래 무려 24년 만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러시아 우주기지를 방문하는 등 심화된 양국 관계를 자랑한 바 있다. 표정으로 ‘내 편’ 환영해 온 푸틴 대통령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당시 왕이 중국 공산단 중앙정치국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판공실 주임이 모스크바를 방문하자 두 팔 벌려 환영한 바 있다.왕 주임이 크렘린궁 회담장으로 들어서자, 미리 회담장에 나와 있던 푸틴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활짝 펼쳐 환영의 의사를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일으킨 뒤 외국 인사를 상대할 때, 왕이 외교부장이나 최 외무상 등을 대할 때처럼 적극적으로 환영의 뜻을 표한 사례는 드물다.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인 2022년 푸틴 대통령과 만난 서방 국가 인사들은 모두 길이 5m의 탁자 양 끝에 앉아 멀리 떨어져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일각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건강 이상으로 예민해져 외부인과 ‘극도의 거리두기’를 선호한다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 푸틴 북한 가나… 최선희 외무상 만나 방북 등 논의

    푸틴 북한 가나… 최선희 외무상 만나 방북 등 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났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의 말을 빌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최 외무상을 맞이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후 7시쯤 종료된 지방정부 관리들과의 회의 이후 최 외무상을 만난 것으로 보인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에서 푸틴 대통령은 접견실로 들어오면서 먼저 기다리고 있던 최 외무상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했다. 러시아 국영 로시야1 방송의 파벨 자루빈 기자도 텔레그램에 영상을 공개했는데 그는 “소리는 없지만 표정이 많은 것을 말한다”고 적었다. 다만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최 외무상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함께 이날 낮 북러 외무장관 회담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만난 정상회담 협의 이행 상황과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이 북한에 안보 위협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지역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이 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와 북한 관계는 지도자들의 계획과 더불어 진전되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 외무상은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했다고 언급했다. 페스코프 대변인도 전날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만약 올해 북한을 방문한다면 2000년 7월 이후 약 24년 만이다. 북러가 긴밀히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북아 정세가 더욱 요동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한미일 3국 결속에 맞서 본격화된 북러 간 밀착 행보는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과 함께 새해에도 더욱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북러 간 밀착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대만 선거에서 ‘친미’ 민진당 정부가 재집권한 가운데 동북아에서의 ‘자유진영 대 전체주의 진영’ 간 대립 전선은 한층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도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과 면담하긴 했지만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과 최 위원장의 만남이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만남은 북러 관계가 더욱 강화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사설] 김정은 고강도 위협, 무력충돌 가능성 커졌다

    [사설] 김정은 고강도 위협, 무력충돌 가능성 커졌다

    북한 김정은이 그제 ‘전쟁’과 ‘대한민국 완전 점령’, ‘공화국 편입’이란 언설을 동원하며 대남 협박을 최고 수위로 올렸다. 김정은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 개념을 지워 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하겠다면서 북한 헌법 개정을 명령했다. 그 일환으로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교육하고 ‘삼천리금수강산’, ‘8000만 겨레’, ‘우리 민족끼리’, ‘평화통일’ 같은 용어들을 못 쓰게 하는 조치도 취했다. 북한이 민족을 강조하는 말을 금지하거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는 거야 그들 내부의 일이니 왈가왈부할 까닭은 없다. 하지만 그제 김정은 연설 중에 주목할 대목은 북방한계선(NLL)이다. 김정은은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진 이상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전쟁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연초 사흘 연속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 앞바다에서 북한이 해안포 사격 도발을 한 것도 NLL 무력화의 일환이다. 북한은 북방한계선이 유엔군의 일방적 조치라며 휴전 직후부터 무력화를 시도해 왔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런 ‘말폭탄’이 말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9·19 남북군사합의의 완충지대가 사라져 서해 NLL과 육상 군사분계선에서 국지적 도발과 무력충돌 위험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전선을 확장 중이고 대만해협 갈등도 고조되고 있어 북한이 한미 연합 태세를 시험하려 들 공산이 적지 않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올해 전쟁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 측 협상 대표였던 로버트 갈루치는 핵 전쟁까지 염두에 두라고 경고한다. 대남 전술핵 공격을 언급해 온 김정은이 중국과 러시아의 뒷배와 무기력한 유엔을 보고 정세를 오판한다면 한반도가 참화에 빠질 수 있다.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몇 배로 응징할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처럼 무모한 도발은 평양 지도부의 괴멸을 부른다. 한미동맹의 상식이다. 군이 NLL 사수 의지를 강조했다. 국지 도발이 확대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면서 굳건한 한미 연합 태세를 유지하며 만에 하나의 충돌 사태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 한미일 북핵대표 내일 서울 회동…잇단 도발에 경고 메시지 나올 듯

    한미일 북핵대표 내일 서울 회동…잇단 도발에 경고 메시지 나올 듯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가 18일 서울에서 만나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도발과 북러 간 군사협력 등 최근 한반도 정세 평가를 공유하고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미일 3국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는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정박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참석한다. 이번 협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고 남북 회담·교류 업무를 담당해 온 대남기구를 폐지하는 데 속도를 내며 한반도 정세 격화를 둘러싼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개최된다. 이들은 지난 14일 북한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선 협의를 열어 “역내 불안정의 근본 원인은 북한의 불법적 도발과 위협”이라며 “북러 간 군사협력이 전 세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며 국제 비확산 체제를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 본부장은 이와 별도로 한미(18일), 한일(17일) 양자 협의도 갖는다. 3국 수석대표는 이번 협의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에 대한 평가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이날 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가진 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관련 결과를 직접 보고한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만큼 이날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북 일정이 조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미는 또 2026년부터 적용될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조기에 착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SMA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서 한국이 부담할 금액을 규정하는 협정으로, 한미는 2021년에 2020~2025년 6년간 적용되는 11차 SMA를 타결한 바 있다.
  • 남한서 얻을 것 없다 판단… 北, 美와의 직거래 노린 듯

    남한서 얻을 것 없다 판단… 北, 美와의 직거래 노린 듯

    대내외 한반도 주도권 각인 의도북러 밀착 통한 다자화 전술 꾀해내부결속 활용… 도발수위 높일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선대의 통일 관련 업적까지 없애라고 지시하며 잇따라 남북 관계를 끊어 내는 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이 북한에 있음을 대내외에 각인시키려는 속셈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남북 대화로는 더이상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없다고 보고 최근 밀착을 강화한 러시아를 비롯해 중국, 일본,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직접 대화하고 거래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6일 “연설의 핵심 수신자는 미국”이라며 “한국은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걸 미국에 보여 주려는 게 가장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한국이 민족 특수관계를 명분으로 한반도 문제에 개입했지만 2018~2019년 한국이 참여한 3자 구도 대화에서 성과가 없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자극해 자신들을 압박하도록 하는 방해자로 보고 있다”며 “한반도 문제에서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을 직접 흔들어 보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더이상 남한과의 대화를 통해서는 얻을 게 없다고 보고 북중, 북러, 나아가 북미에 포커스를 맞추겠다는 뜻”이라며 “윤석열 정부에 끌려가지 않고 남북 관계 판을 끌고 간다는 강한 임팩트를 주려는 것이고, 이를 북한 내부 결속에도 활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적대적 교전국’의 남북 관계를 제도화하고 이를 내부적으로 수용시키고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를 이어 가며 남한에는 도발 수위를 계속 높여 갈 것이란 전망도 더했다. 조성렬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는 “2019년 하노이 회담까지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들어가려고 했다면 이제는 중국이나 러시아 등 별도의 진영을 꾸려 내부 문제에 집중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벼랑 끝 전술’을 통해 대미·대남 관계를 풀지 않고 ‘다자화’된 질서에서 직접 국가 대 국가로 상대하겠다는 것이다.
  • “올해 동북아 핵전쟁 날 수 있다”…미국 전 북핵특사 ‘경고’

    “올해 동북아 핵전쟁 날 수 있다”…미국 전 북핵특사 ‘경고’

    1994년 ‘제네바 합의’의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가 “2024년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최소한 염두해 둬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최근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 기고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기고문에서 “북한이 미국의 관심을 끌고 협상 재료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된 도발 대신 최근 3년 동안 단호하고 꾸준한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통해 (북한) 정권 교체 시도를 억제하고 핵분열 물질을 확보해 유사시 핵무기 ‘선제 사용’을 위협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있다고 짚었다. 북한을 오랫동안 관찰해온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 역시 지난해 9월 ‘포린폴리시’ 기고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러시아 접근이 단순히 “전술적이거나 사정이 다급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지난 30년간의 노력을 포기하는 근본적인 정책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이 30여년간 추진해온 대미 정책을 미국과 ‘관계 정상화’에서 생존을 위해 핵무기의 선제 사용도 불사하는 공세 전략으로 바꾼 만큼 신중하고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갈루치 전 특사는 구체적으로 동북아시아에서 핵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첫 시나리오로 미-중이 대만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동안 북한이 동북아의 미군 자산과 동맹에 핵 위협을 가하는 상황을 꼽았다. 두번째로는 “북한 지도부가 핵무기를 이용해 남한이 북한의 정치적·영토적 지시에 대한 북한의 지침을 준수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한을 핵으로 위협해 자신들의 정치적·영토적 목적을 달성하려 시도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미국,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비핵화는 장기 목표로” 갈루치 전 특사는 나아가 이 시나리오에서 북한은 미국이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고 계산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개발 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이 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력의 신뢰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북한이 미국 전역을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자신들이 남한을 핵으로 위협해도 미국이 개입하지 못할 것이라 ‘오판’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어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 게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다”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북한 수사법으로 인해 (북한 행동) 가능성이 작다고 확신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갈루치 전 특사는 마지막 결론으로 “미국은 진정으로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추구하고 비핵화를 그 과정의 첫 단계가 아닌 장기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갈루치 명예교수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핵 특사를 맡아 북한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당시 협상을 통해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북한에 경수로 지어준다는 것을 뼈대로 한 제네바 합의(1994년 10월)가 이뤄졌다. 이 합의는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을 활용한 핵개발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사실상 파기됐다.
  • 구국운동의 횃불 ‘대한매일신보’…국채보상운동을 이끌다 [서울신문 역사관]

    구국운동의 횃불 ‘대한매일신보’…국채보상운동을 이끌다 [서울신문 역사관]

    서울신문의 뿌리 ‘대한매일신보’는 일제가 대한제국을 강점하던 암흑기에 겨레의 독립자존을 일깨운 민족의 횃불이었다. 일제의 침략 야욕에 비수를 들이대고 반일항쟁의 불씨를 지핀 구국운동의 선봉장이기도 했다. 대한매일신보는 러일전쟁이 한창이던 1904년 7월 18일 영국인 배설(본명 어니스트 토마스 베델)과 양기탁 등 민족진영 인사들이 합심해 탄생시켰다. 그 해 대한제국 정부는 정초부터 러시아와 일본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일본의 한국침략 야욕이 뚜렷해지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나라의 편에도 서지 않는 ‘국외중립’을 서둘렀다. 이에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구열강의 주한외교사절들은 1월 말까지 각각 본국 정부를 대신해 국외중립 선언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일제는 이를 무시하고 대한제국의 국권을 강탈하기 위한 전략으로 러시아와 일전을 겨루기로 결의, 병력을 한반도에 집결시킨 뒤 2월 10일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했다. 일제는 같은 달 23일 강제로 대한제국 정부와 ‘한일의정서’를 체결, 군사적으로 필요한 한국 내 지역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한국 국권을 장악할 수 있는 협약을 잇따라 강요, 검열을 통해 민족 신문을 통제하며 일본의 지배권을 강화해 나갔다. ●“일제의 검열을 받지 않는 신문이 필요하다” 언론 환경은 열악했다. 당시 서양어 소식지라고는 미국인 헐버트가 내는 영어잡지 ‘코리아 리뷰’가 전부였고, 황성신문·제국신문 등 한문판 신문이 있었으나 일제의 탄압에 눌려 제대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한제국 정부는 해외에 한국입장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선 일본의 검열을 받지 않는 영자신문이 필요하다고 보고 적합한 외국인 기자를 백방으로 수소문했다.대한매일신보 초대 사장인 배설은 서울에서 취재를 하던 영국인 특파원이었다. 그는 취재 과정에 고종의 영어 통역인이었던 민족진영 인사 양기탁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이들은 양기탁이 소속된 대한제국 궁내부 예식원의 지원 아래 일제의 삼엄한 감시를 뚫고 극비리에 영자신문 창간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1904년 6월 29일 ‘코리아 타임스’라는 영문시험판이 제작됐다. 그러나 시험판이 10여회 나오는 동안 외국인 독자보다 한국인들에게 세상 물정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렇게 해서 7월 18일 탄생한 것이 항일민족지 대한매일신보다. ●양기탁·신채호·안창호…구국인사 힘을 모으다 신문사 사장에는 배설이 취임하고 총무에 양기탁이 임명됐다. 양기탁의 주도로 취재·편집진은 자연스럽게 항일투사로 채워졌다. 백암 박은식이 주필, 당시 ‘탐보원’으로 불렸던 기자급으로는 단재 신채호를 비롯해 최익·옥관빈·변일·장도빈이 참여했다. 이후 도산 안창호와 대한제국 군인 출신이었던 이갑 등 평안도 인사들로 구성된 구국운동 조직 ‘서북학회’ 인사들도 가세했다. 대한매일신보 창간호는 지금의 타블로이드판보다 약간 넓은 26.5㎝×40㎝ 크기였다. 지면은 6개면으로 영문이 4개면, 한글이 2개면을 장식했다. 영문 4개면 중 2개면은 광고로 채워 영문과 한글 기사의 비율은 비슷했다.대한매일신보는 창간 직후부터 일제의 침략 야욕에 정면으로 맞섰다. 국민의 자존심을 자극해 항일운동의 시발점이 됐고, 일제의 만행과 독립의지를 기록한 중요한 사료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신문은 1904년 7월 창간 직후부터 일제의 ‘한반도 황무지 개간 계획’의 부당성을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일제가 실제 황무지도 아닌 땅의 ‘개간권’을 얻어 영구 지배하려는 식민지화 공작이라는 점, 전쟁 비용을 얻기 위한 수작이라는 점을 설파했다. 1905년 11월 초에는 이토 히로부미가 서울에 온 이유에 대해 일제가 대한제국을 보호국으로 귀속시키려 하기 때문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해 11월 17일 을사조약 체결 이후 일제의 언론 탄압은 더욱 극심해졌다. 황성신문 사장 장지연은 11월 20일자 황성신문 논설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이유로 구속되고 신문은 정간됐다. 그러나 대한매일 신보의 항일 의지는 더욱 불타올랐다.대한매일신보는 같은 달 21일자 논설에서 ‘을사조약은 대신들을 협박해 강압적으로 체결했고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이유만으로 장지연을 구속한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장지연에 대해 ‘대한제국 전 사회 신민의 대표가 되어 광명정직(光明正直)한 의리를 세계에 발현했다’고 추켜세우고 민영환, 조병세, 이한응, 이상철 등 자결한 지사들의 충절을 기렸다. 27일엔 을사조약의 진상을 파헤친 ‘한일신조약청약전말’이라는 특집 기사와 함께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그대로 실어 일제의 만행을 폭로했다. ●‘고종 밀서’ 대서특필…항일운동의 시발점 신문은 을사조약에 서명한 ‘을사오적’에 대해선 ‘매국대신’, ‘역당’이라는 표현으로 신랄한 비판을 이어갔다. 대한매일신보의 이런 투쟁을 접한 고종은 배설에게 친필 특허장을 내리고, 비밀리에 매월 1000원씩 경비를 보조해주는 등 항일 투쟁을 이어가도록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종은 1906년 1월 ‘을사조약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밀서를 썼다. 붉은 옥새가 찍힌 이 밀서는 영국 트리뷴지가 입수해 보도했다. 대한매일신보는 16일 고종이 트리뷴지 특파원에게 이 밀서를 전달해 보도하게 됐다는 내용을 대서특필하게 된다. 일제는 통감부를 통해 밀서가 가짜라고 주장했지만, 대한매일신보는 진짜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국민들의 저항 운동에 불을 댕겼다. 대한매일신보는 1907년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하면서 민중 속으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섰다. 당시 국채는 일제 통감부가 도로와 각종 기간시설, 금융기관 등을 개선한다는 명목으로 제멋대로 써서 생긴 나라빚이었다. 국채보상운동은 국채 1300만원을 국민성금으로 갚기 위해 일어난 운동이다. 이 빚 중 1000만원은 연 이율이 무려 6.5%에 이르렀다고 한다. 1906년엔 국채가 1650만원이라는 막대한 금액으로 불어났다. 당시 쌀 한 말 값이 1원 80전, 궁내부 주사 한 달 봉급이 15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금액이었다.●신문으로 주도한 ‘국채보상운동’…성금 쇄도 대한매일신보는 1907년 2월 21일부터 대구민의소의 의견을 수렴해 ‘국채 1300만원 보상취지서’ 전문을 싣는 등 대대적인 운동을 이끌었다. 국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담배를 끊거나 월급, 쌈짓돈을 아껴 운동에 동참했다. 1907년 봄이 되자 성금을 낸 사람이 4만명에 이르렀다. 신문은 매월 특별광고로 성금 모금 액수를 공개했다. 특별성금 내역을 보려는 국민이 쇄도하면서 대한매일신보 부수는 1908년 5월 1만 3000부를 넘겼다. 성금 기탁자가 광고란에 게재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부록을 발행하기도 했다. 1908년 5월 기탁금은 6만 1042원에 이르렀다. 대한매일신보는 1907년 4월 국권회복을 목표로 극비리에 조직된 국내 최대 항일민족단체 ‘신민회’와 손잡으면서 민족계몽운동에도 나섰다. 미국에 있던 안창호는 그 해 귀국해 양기탁과 함께 신민회 조직에 나섰다. 배설이 사장이었던 대한매일신보는 치외법권으로 일제의 감시를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신민회 본부도 신문사 안에 있었다. 신민회는 대한매일신보의 51개 지국을 활용해 조직을 꾸리고 국권회복을 위한 교육기관 양성에 주력했다. 평안북도 정주의 오산학교와 평양의 대성학교 등이 그것이다. 또 외국에 독립운동 기지를 구축하고 무관학교를 설립하며 독립군을 창설할 계획이었다. ●“안중근 의거는 국권회복운동” 애국적 분발 촉구 이렇듯 국권회복운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한국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대한매일신보는 사건의 추이만 다룬 여타 신문과 달리 안 의사의 의거를 ‘국권회복운동’으로 평가하고, 이토를 처단하게 된 이면을 상세히 알림으로써 국민의 애국적 분발을 촉구했다. 심지어 국내 친일단체인 ‘일진회’를 겨냥해 “안중근의 의거와 관련해 부끄럽게도 대표를 일본에 파견해 ‘사죄’하려 한다”고 폭로했다.또 기획기사로 안 의사의 약력을 소년시절부터 자세히 소개하고 뤼순감옥에서의 당당한 수감생활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12월 14일 안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자, 1면에 보도하고 안 의사가 재판정에서 진술한 답변을 중심으로 공판기록을 7회에 걸쳐 연재했다. ‘안중근 공판’ 기사는 ‘하얼빈의 암살은 한국 독립투쟁의 일부분이오, 또 우리들이 일본 법정에서 일본 재판을 받는 것은 전쟁에 패배하여 포로가 됨이오’라는 안 의사의 답변을 가장 돋보이는 특호 활자로 게재했다. 일제는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배설과 양기탁을 쫓아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논설 내용 등 온갖 트집을 잡아 두 사람을 고발했다. 결국 1909년 5월 배설이 사망하면서 사세가 기울었고, 통감부는 1910년 5월 당시 사장이었던 영국인 알프레드 만함으로부터 비밀리에 대한매일신보의 경영권을 사들였다. 일제는 그 해 8월 29일 한일병탄을 저질렀고, 대한매일신보를 총독부 기관지 ‘경성일보’에 흡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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