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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인 16명 새벽에 급거 블라디보스토크행

    ◎김 대통령과 오찬 참석차 정기전세기 15시간 연발 국내 경제인 16명과 러시아 경제인 1명이 7일 새벽 전세기 편으로 급거 블라디보스토크로 떠났다.김영삼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마지막 일정이 잡힌 곳에서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연해주 주지사가 주최하는 이 오찬에는 현지 경제인들도 참석했다. 이날 상오 4시31분,이들 기업인과 관광객,대한항공 직원 등 모두 1백18명을 태우고 김포공항을 떠난 전세기 대한항공 93 45기는 좌석수 1백40석의 MD 82기종.상오 9시3분(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도착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주부터 월요일과 목요일 주 2회 정기 전세기를 블라디보스토크로 띄울 예정이었다.이 전세기는 당초 6일 하오 1시20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경제인 그룹이 탑승예약을 하는 바람에,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 시각에 맞추기 위해 15시간을 연발했다.경제인 그룹은 지난 달 26일 J여행사가 「토지개발 공사팀」이란 단체명으로 예약했다. 전세기에는 한·러 극동협회 회장인 장치혁 고합그룹 회장,김웅세 롯데월드 사장,박상규 중소기협 회장,김영태 토개공 사장,이종대 기아경제연구소장,방상길 고합그룹 경영기획실 사장,김원식 한국슈퍼마켓 연합회장,이종업 한국국제교류재단 전무,곽치영 데이컴 인터내쇼날 사장 등과 러시아인 세르게이 페트로씨가 탑승했다. 고합그룹의 장회장은 지난 1일 김대통령과 함께 출국했다 4일 귀국한 뒤 이날 다시 나갔다.그룹 측은 오찬에 참석한 뒤 블라디보스토크 국립 극동대학교 내 「한국대학」 설립 기공식에 참가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우크라­크림 화해 돌파구

    ◎우크라/“중앙헌법 우월성에 합의”/크림/“합동위원회서 조정 착수”/대표회담 【심페로폴(우크라이나) 로이터 연합】 독립움직임으로 우크라이나와 긴장관계를 유지해온 크림자치공화국이 3일 「크림자치공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이며 그 법체제하에 있다」는데 동의함으로써 양자간 관계에 화해돌파구가 마련되었다. 볼로디미르 부트케비치 우크라이나대표단장은 『우크라이나와 크림자치공간의 관계는 새로운 단계에 들어서고 있으며 우크라이나의회는 그같은 과정에 대해 새로운 태도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의 다수가 러시아인인 우크라이나내 자치공화국인 크림은 친러시아계인 유리 메슈코프대통령 영도하에 모스크바에 접근하는 조치를 취해왔으며 크림의회는 지난달 크림자치공에 보다 많은 주권을 허용한 지난 92년의 헌법을 부활시킴으로써 우크라이나를 격분케 했다. 크림수도 심페로폴에서 우크라이나와 크림대표단이 서명한 문서는 1992년 헌법이 우크라이나 헌법과 완전히 걸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양자간의 차이를 조정할실무반의 구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와 크림대표단은 크림이 한 부분으로 돼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보전의 원칙과 모든 우크라이나령에 대한 우크라이나헌법의 우월성의 원칙을 토대로 1992년의 크림헌법이 우크라이나헌법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는데 합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알렉세이 멜니코프 크림의회부의장은 『합동위원회가 오는 6일 작업을 시작할 것이며 나는 우크라이나와 우리와의 관계가 후퇴하지 않고 전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한­러 정상회담에 바란다/바자노프 특별기고

    ◎“관세·합작공장 등 「실질문제」 논의를”/가전품·차 등 한국상품 진출 호기/관세/방산업체 시설·인력 투자 매력적/합작/대북정책 「압력」보다 「개방유도」 합심 노력 필요 솔직히 말해 너무 산적한 국내문제들로 인해 김영삼대통령의 방문은 러시아인들의 관심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물론 언론들이 이따금씩 한국의 발전상과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정치에 관해 보도한다.많은 학자들이 한국의 경제 기적의 비결을 연구하고 있다.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많은 러시아 국민들은 한국대통령이 방한하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게 솔직한 고백이다. 주요 정치세력들간에 정쟁중지를 위한 소위 「화합헌장」이 가까스로 채택됐지만 극좌 야당세력들은 옐친정부를 전복시키자고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산업생산량은 지난 1년새 또 25%가 감소했다.많은 공장들이 자금·부품·원료부족으로 또한 주문이 없어 가동을 중지했다.이 공장들의 수백만명 노동자들이 일도 없고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 범죄발생건수는 기록적으로늘고 있고 교육·의료·문화적 제제도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도처에서 재정지원을 요청하는 소리가 들리지만 정부는 이에 응답할 여력이 없다.파시스트를 비롯한 극단주의자들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계속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관리들은 김대통령의 방문이 한·러 관계증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한국은 러시아의 경제회복에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이다.러시아는 한국의 생산품·기술·자금이 필요하고 한국은 아울러 러시아의 중요한 수출시장이다.무엇보다도 러시아는 한국시장을 통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경제체제에 편입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한국의 안보분야의 중요성도 경제 못지 않게 중요한 부분이다.러시아는 국경지역에서 계속돼온 유혈분쟁에 지쳤다.러시아정부는 한반도에서 분쟁이 일어날 경우 이는 지상의 어떤 분쟁 못지 않게 위험한 유혈을 동반한다는 것임을 알고 있다.한반도의 분쟁은 곧바로 핵전쟁,강대국간 전쟁으로 발전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는 러시아의정책입안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관심사이다.크렘린지도자들이 보기에 한국은 우호국가이다.한국과의 우호관계는 극동에서 약화된 군사대국 러시아의 입지를 강화시켜준다고 이들은 믿고 있다.따라서 한국의 지도자들이 러시아와의 관계증진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양국관계는 미래가 있다. 두 나라의 바람직한 관계를 위해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우선 경제면에서 거창한 프로젝트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대규모 프로젝트는 양측에 기대만 부풀렸다가 결국 실망만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지난 1992년 옐친대통령 방한때 체결된 20가지 이상의 대규모 프로젝트들 가운데 지금까지 이행된 게 한 가지도 없다.러시아의 관리와 경제인들은 한국이 말로만 약속하고 실제로 이행하는 것은 없다고 불평한다.물론 한국측에선 러시아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것이다.바라건대 실현불가능한 대형 프로젝트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하지 않는 게 좋다.그대신 실현가능성이 높고 현실적인 작은 사업들을 논의하자.예를 들어 질좋은 한국상품들이 러시아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장애중 하나가 높은 수입관세이다.많은 러시아 수입회사들이 이 수입관세 때문에 한국의 우수한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수입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러시아정부로서는 이 수입관세를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하지만 지방 산업체들의 압력때문에 이게 쉬운 일이 아니다.이에 대한 해결책중 하나가 러시아영토내로 생산라인을 옮겨오는 방안이다.현재 러시아에는 일거리가 없어 쉬고 있는 우수한 방위산업체가 수없이 많다.노동자들은 공장사무실에서 체스나 두고 텔레비전을 보며 소일하고 있다.이들 모두가 외국의 투자진출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많은 공장들이 생산라인을 약간씩만 바꾸면 질좋은 소비제품들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갖추고 있다. 한국을 포함,많은 외국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우려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설사 앞으로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복귀한다 치더라도 지금의 시장경제화 개혁방향 자체를 뒤바꾸지는 않을 것이다.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투자의위험부담은 그렇게 높지가 않다. 중소 무역업자들의 활동을 더욱 지원해주어야 한다.러시아 소비자들은 질이 낮지만 값싼 중국제품들을 찾던 시절을 지나 이제 좀더 정교하게 만들어진 한국상품쪽으로 선호도를 옮겨가고 있다.많은 러시아 무역업자들이 의류·신발·장신구를 사기 위해 한국의 도시들을 찾아 다닌다.이들 대부분이 비자를 발급받고 비행스케줄을 잡는데 그리고 까다로운 수출입절차 때문에 애를 먹는다.양국지도자들은 겉으로 보기에 대수롭지 않게 보이지만 중요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안보분야에서 두나라간 가장 중요한 사안은 역시 북한에 대한 정책조율일 것이다.그러나 핵문제를 포함,어떤 문제에서든 북한에 대해 지나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그보다는 북한이 개방을 하고 외부사회와 협력토록 부추기는 것이 필요하다.그렇게해서 북한이 경직된 독재체제로부터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서서히 바뀌어지도록 도와야 한다.이런 차원에서 두만강지역을 포함,국경지역에 경제특구를 건설하는방안등이 논의됐으면 한다.호전적이고 적대감으로 가득찬 북한정권을 다스리는데 이것은 매우 효과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러 시장 공략 「비결」/핵심인사 만나 일처리 신속히/합작·구상무역 유리 「러시아에서의 성공은 인맥형성에 달렸다」 「상담이나 방문시 선물은 필수」 「술자리에서 보드카를 많이 마셔라」 「최종 교섭은 핵심인사와 담판,신속하게 처리하라」 대한무역진흥공사가 권유하는,러시아에 진출한 기업인들이 필수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사항들이다. 지난 89년을 전후로 시작된 대러시아 진출은 소련붕괴로 인한 정치불안과 30억달러의 대러 경협자금의 중단으로 91년부터 냉각되다 지난해부터 활기를 되찾았다.지난해 총교역량은 15억7천만달러(수출 6억달러,수입 9억7천만달러)로 수출은 92년보다 4백%나 늘었다.투자는 허가금액으로 3천만달러(40건),실제투자는 2천4백만달러(23건).미국의 「서부개척」에 비유되는 러시아 시장의 공략법을 김영삼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알아본다.대러 교역의 특징으로는 ▲과도기를 틈탄 비공식적인 거래의 확대,예컨대 부산 등에서 활동하는 보따리 장수들이다. ▲러시아 은행들의 신용도가 낮아 신용장 이외의 거래가 급증한다. ▲소비재를 수출하고 원자재를 수입하는 보완적인 구조 등을 들수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성공비결은 첫째,특정 지역에의 집중은 피하라는 것이다.모스크바는 모피 등 소비재 위주의 투자,시베리아 극동지역은 수산물 가공,삼림벌채 등에 주력해 원자재 수입 및 자원개발 등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둘째,진출형태는 단순 투자보다는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투자가 유리하다.러시아 정부도 현지 생산·판매,수출 라이선스(허가증)의 획득 및 경비 절감에 도움이 되는 현지투자 법인 설립을 권장하고 있다.셋째,외화부족 및 정치 불안으로 당분간은 원자재 수입과 상품수출을 연계하는 구상무역이 바람직하다. 러시아는 자원개발과 기술협력 등이 폭넓게 추진돼야 하는 복합시장이다.특히 극동지역은 한­러 교역의 관문이며 동북아 경제협력의 중심지로 사할린주의 유전개발,하바로프스크의 유연탄 개발 등의 전망이 높다.
  • 유럽 안정협정 체결 합의/유고식 내전재발 예방

    ◎소수민족문제 해결위해 쌍무협상/40개국 외무장관회담 【파리 로이터 연합】 유럽 40개국 외무장관들은 27일 동유럽과 중부유럽에서의 국경분쟁과 소수인종 문제를 해결하고 유고내전식 분쟁이 또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기위해 유럽안정협정 체결을 추진키로 합의했다. 지난 26일부터 파리에서 회의를 가진 이들은 또 국경문제와 ▲발트지역의 러시아인 소수민족문제 ▲슬로바키아,루마니아의 헝가리인 소수민족문제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별협상과 쌍무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회의는 프랑스와 유럽연합(EU)이 앞으로 EU회원국이 될 동부 및 중부 유럽국가들간의 분쟁을 사전예방하기 위해 개최한 것으로 이번 회의의 합의사항은 오는 95년초 체결되는 공식안정협정에 포함된다.
  • 솔제니친 마침내 「조국품」에 안기다

    ◎구소 강제추방서 귀국까지 「망명20년」/「수용소 군도」 서방 밀반출… 정부 탄압 맞서/고르비 말기 복권… 동서화해 상징적 의미 러시아의 대표적인 반체제작가로 구소련당국에 의해 체제파괴적인 인물로 낙인찍혀 강제추방돼 20년간 망명생활을 해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75)이 27일 마침내 조국 러시아로 영구귀국한다. 전체주의 소련공산독재 체제하에서 암울했던 조국 러시아의 현실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를 삼키며 망명길에 올랐던 그가 이제 70대 중반의 노년이 되어 다시 조국땅을 밟게된 것이다. 솔제니친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강제수용소로 유명한 인근 마가단을 둘러본 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그토록 그려온 조국의 국토순례길에 나설 예정이다.주민들과 대화를 통해 그동안 떨어져 살아온 조국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다.이는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를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따라서 그의 거처가 마련된 모스크바 입성까지는 며칠 더 걸릴 것이다. 그가 프랑크푸르트행 소련국영 아에로플로트에 강제로 태워져 조국을 떠난것은 정확히 74년2월13일의 일.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로 70년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현대 러시아문학의 살아있는 자존심으로 추앙받던 솔제니친이 국외로 추방된 직접적인 원인은 74년1월18일 브레즈네프서기장이 이끄는 소련정부의 반솔제니친 운동을 정면공격한데서 비롯됐다. 소련 강제수용소의 참상을 고발한 소설 「수용소 군도」가 서방으로 밀반출돼 출판된후 소련정부로부터 집요한 탄압이 가해지자 그는 즉각 소련정부의 허구성을 만천하에 알리는 폭탄선언으로 이에 맞섰다. 소련당국으로서는 이같은 솔제니친의 행동을 용납할수 없었다.그러나 당시 이미 서방세계에까지 널리 알려져 있던 그를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었으며 결국 강제 국외추방 형식으로 내쫓았던 것이다. 그후 85년 개혁과 개방을 내세운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새로운 소련의 지도자로 떠오르면서 솔제니친에게도 새로운 삶의 희망이 던져졌다.마침내 고르바초프 집권말기인 90년 솔제니친은 소련시민권을 회복함은 물론 작품이 해금되는 기쁨도 맛보았다. 솔제니친의 귀국은 분명 하나의 감동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그러나 2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가는 솔제니친에게는 러시아의 현 상황이 반드시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20년만에 투쟁의 결실을 보게된 솔제니친이 이번에는 조국과 동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러시아인은 물론 세계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우크라와 “결별” 러에 “손짓”/크림자치공 새헌법 채택안팎

    ◎주민70% 러인… 오래된 마찰 표면화/흑해함대 위치… 분규확산 우려 증폭 20일 크림자치공화국이 사실상 독립을 의미하는 기본헌법을 통과시키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사이에 크림반도를 놓고 충돌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크림자치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우선 지난 91년 구소련 붕괴이후 많은 크림주민들이 우크라이나 경제에 실망,러시아로 다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점을 들 수 있다.또 2백70만여명 주민의 70%가 러시아인이어서 실제 행동양식이나 관습이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에 가깝다는 것도 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에 크림주민들은 러시아와 다시 합병을 할 경우 생활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직접적인 「독립」선언의 계기였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크림자치공을 붙잡아두려는 것은 크림자치공이 과거 흑해함대가 위치해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데다 통제권을 놓칠 경우 현재 소유권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분쟁을 빚고 있는 흑해함대를 고스란히 러시아에 물려줘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크림자치공화국은 1239년 타타르족에 의해,1475년에는 오스만 터키,1783년에는 러시아에 의해 각각 정복당했으며 러시아혁명후 공산치하에서 흐루시초프가 「외교적 선물」로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면서 우크라이나에 복속됐다.이후 크림은 91년 자치를 선포한데 이어 92년 4월 우크라이나로부터 자체의회와 헌법을 마련토록 권한을 부여받았으나 자치권한을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줄곧 우크라이나와 마찰을 빚어왔다.
  • 크림자치공 독립헌법 가결/92년 삭제된 독자외교·군대창설 살려

    ◎우크라,흑해함대 투입 진압 경고 【심페로폴(우크라이나) AFP AP 연합】 우크라이나의 크림 자치공화국이 20일 사실상 독립을 의미하는 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크림 반도에 주둔하고 있는 흑해함대 사령부는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크림자치공 의회는 우크라이나의 경고를 무시하고 사실상 독립을 의미하는 헌법안을 놓고 표결을 실시,찬성 69,반대 2,기권 2의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크림 시민권 발급 ▲독자적 외교정책 수행 ▲군대 창설 등을 담은 이 헌법은 지난 92년 채택됐으나 의회의 압력으로 독립에 관련된 주요 조항을 삭제당했었다. 인구 2백70만의 크림자치공은 주민중 약 70%가 러시아인으로 당초 러시아의 영토였으나 지난 54년 당시 소련 지도부가 우크라이나와의 화합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양도했었다. 그러나 크림 자치공 유리 메쉬코프 대통령의 대변인인 비아체슬라프 레베데프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키에프(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대한 복종을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크림 자치공의 독립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사용도 불사할 자세이다. 크라프추크 대통령은 표결 하루전인 19일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 헌법을 준수하도록 할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으며 실제로 자치공 관리들이 『군사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는 경찰병력 접수명령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인테르팍스 통신도 우크라이나 외무부가 크림 경찰권을 중앙정부하에 둔다는 명령이 내려졌음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 비디오게임 「테트리스」(월드마켓)

    ◎구매자 40%가 여성… 인기 확산추세/“모난사각형 맞추는 단순함에 신기한 매력”/“스트레스해소·정리본능 충족” 중동자 속출 컴퓨터하면 으레 남성을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여성들이 광적으로 매료되는 특이한 소프트웨어가 하나 있다. 이 예외적인 컴퓨터프로그램은 다름아닌,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테트리스」 비디오게임.비디오게임은 손쉽고 재미있는 컴퓨터 입문코스이긴 하나 인기최고의 비디오게임기가 겜「보이」로 불리는 데서 알수 있듯 남자전용적 성격이 강한데 테트리스만은 여성을 끌어들이는 신기한 매력을 자랑한다. 세계 제일의 비디오게임 회사인 니텐도에 따르면 테트리스 프로그램이 기본품목으로 처음부터 깔려있는 이 회사의 휴대용 게임기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2천7백만개가 팔렸는데 여성 구매자가 40%에 이르고 있다.이같은 여성 구매 비율은 이회사의 다른 게임기의 두배에 해당한다. 테트리스 게임기를 구매하는 여성 본인이 꼭 사용자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그러나 다른 게임 프로그램은 고객의 99%가 남성인데 반해 테트리스만은 여성 구매자가 40%에 달한다는 퍼스널컴퓨터용 테트리스 제작사인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의 시장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 크다.무엇보다 미국이나 국내를 막론하고 테트리스에 푹 빠진 여성들을 주변에서 심심하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비디오게임 회사와 프로그래머들은 테트리스의 이 유별난 「섹스어필」의 비밀을 해독하면 거대하게 잠재된 여성 컴퓨터·비디오게임 소비시장을 개발,선점할 수 있다고 보고 테트리스를 거꾸로 파헤치는 데 분주하다는 것이다. 여러꼴의 사각형들을 모가 나지 않게 차곡차곡 쌓아가는 테트리스는 기하학적 게임이지만 단순해 사람들이 쉽게 빠져든다.니텐도사의 「테트리스 매력해부팀」에 초빙된 한 여성 심리학자는 『일거리에 치인 여성들에게 마치 녹음기의 「빠르게 되감기」(FFW)처럼 마음을 풀어주는 기능을 한다』고 진단했으며 다른 사회학자는 『「정리」를 좋아하는 여성의 본능을 충족시켜준다』고 보았다. 테트리스는 대부분의 컴퓨터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남성 프로그래머가 만들었는데 러시아인으로 테트리스 창작자인알렉세이 파지트노프씨는 『85년 테트리스를 첫 프로그램할 때 여자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작자도 예상하지 못한 테트리스의 대여성 섹스어필이 갈수록 위세를 떨치자 니텐도사는 게임기 광고 주인공을 어린이에서 여성 게임플레이어로 바꿨다.
  • 북벌목공 서울행 “어디까지 왔나”/몇명은 이미 「러」출국허가 받아

    ◎러 정부내 이견… 다소 시간 걸릴듯 시베리아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들의 입국절차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러시아정부의 거주허가를 받은 사람 가운데 일부는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정부의 거주허가를 받은 북한 벌목공은 블라디보스토크에 거주하는 김호씨(35)를 비롯해 5∼6명선으로 파악되고 있다.이 가운데 2명은 이미 러시아정부의 출국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나머지도 러시아인 부인의 동반여부등 신변정리가 끝나는대로 한국행에 대한 최종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이달안에 2∼5명의 벌목공 1진이 우리나라에 올 가능성이 높아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정부는 한때 벌목공 송환에 완고해지는 듯했던 태도를 바꿔 거주허가를 받지 않고 망명을 신청한 벌목공에 대해서도 인도적 처리를 다시 약속하고 있다. 외무부는 그러나 북한노동자들의 국내 정착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한국과 러시아 모두 세부적인 절차를 마련하는데 얼마동안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러시아정부 안에서는 다소 이견이 있고 우리정부도 관계법을 손질해야 한다.우리정부는 북한노동자들의 대거 유입에 따른 이런저런 문제들을 걱정하는 눈치다.사실 정부는 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들의 정확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정부는 이들의 국내 정착에 대한 한국과 러시아정부의 명확한 방침이 확정되면 귀순 신청자들이 쇄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벌목장을 탈출한 북한노동자들의 정확한 숫자도 그때 가서야 비로소 알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정부는 북한노동자들이 러시아주재 우리 공관에 도움을 요청하면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국내로 데려온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그러나 러시아 여기저기를 떠돌며 숨어지내고 있는 이들을 찾아다니면서까지 데려올 생각은 없다.북한과의 시비에 휘말릴 우려가 있을 뿐아니라 러시아정부가 그냥 놓아둘 리도 없기 때문이다.북한은 얼마전 우리 정부가 북한노동자들을 데려오는 일을 납치로 간주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적이 있다. 북한노동자들은 현재 섣불리 우리 공관에 귀순신청을 했다가 혹시 북한당국으로부터 추적을 당할 가능성등을 우려,잘 나타나지 않고 있다.자신들이 안전하게 한국에 갈 수 있다고 판단되는 시기까지 가급적 노출을 삼가하고 있는 것이다.이들은 우리 정부가 자기들을 데려가는데 소극적이라고 보고 있다.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뜻을 이미 밝히고 한국으로 가는 날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 정부가 구체적인 지침을 보내주지 않는데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들을 데려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생각보다 역할에 한계를 느끼는 것 같다.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북한노동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해 국제적십자사에 여권 발급을 요청하는 것 말고는 달리 도울 방도가 없다.설사 북한노동자들이 국제적십자사로부터 여권을 발급받았다 하더라도 러시아정부가 출국 허가를 내주지 않은면 아무 데도 갈 수가 없다.결국 북한노동자들의 국내 정착은 러시아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 러 외교아카데미/바자노프 부원장 특별기고

    ◎러시아 한반도정책 달라지고 있다/옐친 개혁 실패로 보수입김 거세져/영향력 확대 노려 남북에 균형 접근/한·러 경협 기대 퇴색 등 변화의 조짐 곳곳에 러시아 외교의 기본노선이 최근들어 눈에 띄게 변모하고 있다.물론 이런 변화는 외교분야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 전분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이 변화의 실체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 3년전인 1991년 러시아의 대외정책 기조를 한번 되새겨보자.당시 공산주의를 물리치고 소련방을 해체시킨 러시아의 민주 지도자들은 그들의 「몸과 마음」을 몽땅 서방쪽으로 돌렸다.서방은 이데올로기의 주요 동맹세력이 됐을뿐 아니라 러시아 현대화의 모델이요 구세주로 인식됐다.국제사회에서 떳떳한 문명국의 일원으로 대접받고 싶은 나머지 러시아는 국제무대에서 미국과 그의 동맹세력들을 기꺼이 뒤따를 태세가 돼있었다. 이와함께 이들 민주 지도자들은 소위 패배한 공산정권의 유산을 미련없이 벗어던지려고 애썼다.이념,정치,군사,경제적으로 과거 소련과 동맹관계를 맺었던 나라들과의 유대를 하나하나 청산해나갔다.반면 소련의 적이었던 나라들에 대해서는 과거 소련의 행적에 대해 기꺼이 양보와 사과를 하며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였다.특히 이들은 한국과도 긴밀한 유대를 갖기 위해 애썼다.남북한관계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했고 한국전쟁에서 스탈린이 한 역할을 비난했다.1983년 사할린상공에서 대한항공기를 격추시킨 행위에 대해서도 용서를 구했다. ○대국화외교 지향 그러나 위에 언급한 이런 외교적 자세는 이제 점차 과거사가 돼가고 있다.여기에는 국내외적으로 여러가지 요인이 영향을 끼쳤다.우선 국내적 요인으로 옐친대통령이 추구해온 「쇼크 요법식」경제개혁의 실패를 들 수 있다.이로인해 민주 인사들은 국가권력의 중심부에서 밀려났고 대신 민족주의자·공산주의자들이 러시아의 외교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이 보수세력들에게 서방은 우방이 아니라 적의 개념으로 남아 있다.이들이 생각하기에 서방은 러시아의 위대성을 실현하려는데 장애세력일 뿐이다.외부적 요인으로는 러시아 주변 나라들이 겪는 사태 및 전반적인국제정세가 이런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구소련 연방내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은 「박해」를 받고 있고 서방은 당초 약속과 달리 러시아에 대규모 원조도 보내주지 않았다. 3년전만해도 러시아 민주 지도자들은 유엔의 깃발아래 전세계가 한나라가 되는 소위 「세계 정부」의 탄생이 가능하다고 믿었다.무력은 구시대의 쓸모없는 유산으로 치부됐다.그러나 이제 사정은 달라졌다.러시아의 외교정책은 점차 더 전통적이고 더 강대국 지향적이며 덜 민주적으로 변하고 있다.그리고 이 변화의 징조가 한반도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북 내정간섭 불원 한반도정책과 관련,러시아의 첫째 관심은 뭐니뭐니해도 안보와 관련된 문제이다.한반도는 지금도 냉전이 그대로 지속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게 러시아 지도자들의 인식이다.만약 한반도에서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러시아를 비롯,동아시아 전역으로 그 불똥이 번진다고 믿는다.이런 인식하에 북한의 핵개발 움직임은 위험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코너로 모는 것은 이보다 더 위험하다는 인식을 이들은 갖고 있다.옐친대통령의 한 보좌관도 내게 「러시아와 세계의 안정을 위해 북한을 핵문제로 너무 몰지 않는게 유익하다』고 말했다.이와함께 많은 러시아 지도자들은 김일성 정권의 급격한 붕괴는 한반도뿐 아니라 주변안보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이같은 이유를 들어 이들은 핵문제를 포함,북한의 내부사정에 국제사회가 너무 개입하지 말 것과 북한에서 단계적으로 하나하나 변화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안보관의 변화는 한반도에 있어 남북한 대화를 지지하는 것을 포함,균형있는 접근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경제적인 요인도 정책결정의 중요한 요인이다.극동지역 개발을 위해 러시아는 아태지역국들과의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의 차관,투자,교역에 러시아는 큰 관심을 갖고 있다.그러나 한국과의 경제협력에 대해 가졌던 초기의 기대는 이제 사라져가고 있다.러시아국민들은 옐친대통령의 방한때 체결됐던 24개의 경제관련 협정들이 아직 이행되지않고 있다고 불평한다.차관상환 기간의 유예요청도 거절당했을 뿐 아니라 한국기업들은 러시아진출에 너무 소극적이고 이미 약속한 투자계획도 실행에 옮기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이에 비해 북한에 대한 경제적 평가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특히 북한과 인접한 극동지역에서는 바터무역과 값싼 노동력을 구하는 데 북한이 유리한 파트너가 된다고 믿고 있다.무기를 팔기에도 북한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투자인색에 불만 러시아의 대국지향 욕심도 한반도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요인중 하나이다.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해 다시 영향력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다.물론 여기에는 과거 국제무대에서 철저히 소련을 지지했던 「잃어버린 동맹국」북한에 대한 향수도 작용하고 있다.러시아의회의 한 대의원은 얼마 전 내게 『우리가 과거 북한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돈을 들였나.왜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물거품으로 만들려고 하는가』라고 말했다.이 대의원은 북한은 한때 극동지역에서 소련의 유일한 군사 교두보였는데이 교두보가 필요한 시기가 다시 도래하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자성시기 지났다” 대부분의 민족주의자,공산주의자들은 반미,독자외교를 추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북한은 높은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한다.이들이 믿기에 북한은 세계무대에서 미국에 반기를 드는 것만으로도 효용가치가 매우 높은 우방이다.러시아내에 점증하는 민족주의 감정도 한반도정책에 변화를 몰고 오는 주요인이다.이 민족주의 감정으로 인해 러시아외교에서 이제 양보와 자성의 시기는 지나가고 있다.러시아가 대한항공격추사건에 대해 더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옐친대통령의 보좌관들중에는 한국전쟁에 대해 러시아가 더이상 사과와 책임을 느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이와함께 김일성 독재체제에 대해 갖고 있던 이데올로기적 「혐오감」도 점차 가벼워져가고 있다.보수성향의 많은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겪고 있는 혼란·무질서와 비교,북한의 법과 질서」를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결론은 자명하다.러시아의 한반도정책은 점점 더 남북한 균형정책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물론 지리노프스키나 보수파,민족주의자들이 권력을 잡을 경우에는 북한쪽으로 더 편향될 것이다.그러면 3년전이 아니라 그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된다.물론 이같은 시나리오가 쉽게 현실화될수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분명 3년전과는 다른 변화의 조짐이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예브게니 바자노프 약력 ▲49세 ▲역사학과박사 ▲모스크바 국제관계대 졸업 ▲주북경대사관 정치참사관(81년) ▲주샌프란시스코 부총영사(73년) ▲외교아카데미 부원장(91년부터 현재)
  • 순수·대중예술 한자리서 만난다

    ◎복합 문화공간 연강홀 개관 1돌… 다양한 문화축제/30일부터 국악·연극·가요 공연/「나쁜 피」·「연어 알」 등 예술영화 시사회도 서울의 대표적 복합문화공간인 연강홀(종로구 연지동)이 개관 1주년을 맞아 국악·연극·대중음악회등 다양한 문화축제 행사를 펼친다.30일부터 6월29까지 두달간 계속될 이번 행사의 주제는 「문화와 함께,예술과 함께,신명­그 어울림」.특히 행사기간중에는 순수공연 외에 화제의 영화들을 패키지방식으로 소개하는 영화축제도 마련될 예정이어서 한층 관심을 모은다. 사물놀이패와 전문노래단체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물놀이 개막공연을 머리로 5월3·4일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기능보유자인 박병천씨의 진도씻김굿판이 펼쳐진다.김대례·박병원·김기봉씨등 중견국악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공연은 연강홀이 그동안 특별기획행사로 무대에 올려온 우리굿 명인전시리즈의 하나로 기획된 것.삼현,초혼,손님굿,제석굿,혼씻김굿,길닦음등의 순으로 진행되며 뒷풀이로 박병천씨의 북춤이 신명나게 어우러진다.5일부터 나흘간은 어린이를 위한 특별무대로 꾸민다.91년 어린이연극 경연대회 인형극부문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인 「망치와 덩치」를 비롯,「하늘로 날아간 애벌레」 「꾸러기만세」등 3편의 인형극이 선보이며 김용배교수(추계예술대)의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연주회가 마련된다.연주곡은 베토벤의 피아노소나타 「비창」,드뷔시의 전주곡 「침몰된 사원」「불꽃」등 3편.특히 2부에서는 어린이들이 직접 곡을 선택해 피아노를 치고 지도를 받는 코너도 마련돼 생생한 음악교육장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9∼11일은 정제된 화음을 자랑하는 서울모테트합창단과 코리아 신포니에타가 함께 하는 「사랑의 음악회」가 장식한다.슈베르트의 세레나데·파헬벨의 캐논·고전성가등을 주요 레퍼토리로한 청소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전봉구·신동호씨등 중견성악가들이 출연하는 가곡과 아리아의 밤,경복궁타령·몽금포타령등 전통민요 한마당등이 이어진다.13∼16일은 언더그라운드가수 조동진의 라이브 콘서트무대.동료·후배가수들이 교체 출연,「행복한 사람」 「겨울비」 「작은배」등을 부른다. 한편 작품성있는 예술영화만을 엄선,무료시사회 형식으로 상영하는 「아트 필름 페스티벌」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17부터 5일동안 하루 4차례씩 집중 소개될 작품은 「나쁜피」(프랑스),「마리아 브라운의 결혼」(독일),「레올로」(호주),「택시 블루스」(러시아),「바그다드 카페」(독일),「연어알」(독일)등 6편.이 가운데 93년 스페인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인 「레올로」는 독특한 스타일과 아이디어,칸초네풍의 주제음악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며 90년 칸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파벨 룽긴의 「택시 블루스」는 유태인 색스폰연주자와 러시아인 택시운전사와의 사랑이야기로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프랑스 감성주의가 돋보이는 영화.이들은 특히 그동안 주로 비공식채널을 통해서만 소개돼왔던 작품들이어서 영화팬들의 기대를 더욱 부풀게하고 있다.6월 한달간은 뮤지컬「아가씨와 건달들」을 무대에 올린다.극단 대중과 광장이 합동으로 꾸미는 이번 공연에는 연극배우 김지숙·이승철,탤런트 나현희·김규철씨등이출연한다.
  • 탈북 벌목공 김호 이달 서울온다/본지 탈출기 게재

    ◎러정부 신분보장… 가족도 함께/“망명신청 세번째만에 성공/동료 5∼6명 동행할듯”/“러 정부와 협의만으로 귀순 허용”/귀국 한외무 지난 91년 러시아의 북한벌목장을 탈출,온갖 고생끝에 지난 1월 러시아정부로부터 현지거주허가를 받은 김호씨(35·서울신문3월28일자 보도)가 곧 서울에 온다. 정부가 벌목장탈출 북한노동자들의 귀순을 허용한데 따른 첫 가시적 조치로 러시아정부가 신분을 보장하는 김씨등 5∼6명의 서울행이 우선적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에 따라 18일 블라디보스토크의 한국총영사관을 방문,다시 한번 한국으로의 망명(귀순)을 신청했다. 김씨는 그동안 탈출과정에서 모스크바의 한국대사관과 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에 냈던 두번의 망명요청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지만 이번만큼은 서울행이 보장된다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 김씨는 망명신청에 따른 우리정부의 후속조치가 마무리되는대로 빠르면 이달안에 서울에 올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에 서울로 오는 북한노동자들 가운데는 김씨말고도 지난해 10월 역시 러시아정부로부터 거주허가를 받은 김모씨등이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이들 북한탈출노동자들을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의 난민판정을 받게한 뒤 데려올 방침이었으나 러시아 정부로부터 거주허가를 받는등 귀순에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굳이 시간을 끌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귀순을 허용하기로 했다. 김호씨는 이번에 서울로 오면서 도피생활중 카자흐공화국에서 만나 결혼한 고려인(한국계 러시아주민)마야씨와 아들 딸도 데려온다. 이는 어차피 인도적인 차원에서 탈출노동자들의 귀순을 허용하는 것이므로 이들이 러시아에서 도피생활을 하다 결혼한 러시아인이나 고려인등 가족들의 입국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정부의 상황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호씨는 이날 기자와의 국제전화를 통해 흥분된 목소리로 『지난 91년 8월24일 벌목장을 탈출하는 순간부터 그토록 원해온대로 한국에 갈 수 있게 돼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면서 『빠른 시간안에 한국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와관련,러시아 영국 벨기에등 6박7일동안의 유럽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한승주외무장관은 김포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벌목노동자에 대해 일률적으로 UNHCR의 협력절차를 거치지 않을 것이며 귀순의사와 신분이 확실하다면 러시아정부와의 협의만으로 귀순을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재미 유학생 PC동호회 결성/「국제학술포럼」,하이텔에 가입

    ◎“세계정보 고국대학생에 신속 전달” 재미유학생들과 국내 대학원생등 젊은이들이 PC통신을 통해 「세계속의 한국」을 지향하는 나라사랑으로 뭉쳐 학술자료등을 교환하고 경험을 나누는 동호회가 결성돼 국내 청년들의 국제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화제의 동호회는 중학교때 뉴욕으로 이주한 교포학생 김은주씨(여·26·헌터칼리지 재학)가 중심이 되어 결성한 「국제학술포럼」(ISF)으로 지난달 25일 한국PC통신주의 하이텔에 개설돼 의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 본회,뉴욕에 지회를 두고 있는 이포럼은 재미유학생들이 전공분야가 같은 국내학생들에게 세계의 최신연구결과등 학술자료를 제공하고 상호 의견교환과 주제토의등을 하는 학술모임을 1차적인 목적으로 하고 있다. 나아가 한­미양국의 문화와 사회변동에 대한 정보 및 의견교환을 통해 유학생에게는 조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국내학생들에게는 국제적인 감각을 익혀 「세계속의 한국」을 지향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 이 동호회는 『우리나라가 충분한 기술과 실력을 갖고있으면서도 세계시장에서 자꾸 밀려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김씨가 뜻을 같이하는 뉴욕거0주 유학생들을 모아 지난해 하이텔망을 통해 PC통신모임결성을 제안한데서 비롯됐다. 김씨는 『작은 것만으로도 상당한 자부심을 보이는 미국인들과 항상 자신없어 보이는 유학생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보면서,미국을 알고나면 자신있게 이들과 실력을 겨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동호회를 추진하게 됐다고 결성취지를 밝혔다. 이 동호회에는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 현재 뉴욕에서는 경영학·약학·사회복지학·교육학등을 전공한 대학졸업자와 유학생등 10여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러시아인 1명도 가입해 있다. 한편 국내에서는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회사원,학부생들이 큰 관심을 보여 동호회개설 보름만에 1백여명이 회원등록을 마쳤다. 뉴욕지회에서는 그동안 동호회 자료실인 「곳간」과 「학습정보」란을 통해 미국·캐나다의 대학정보를 제공,유학상담을 해주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중앙대등 서울소재 대학생들이 국내 사회과학 및 인문과학 논문목차를 실었다. 이밖에도 한국과 뉴욕에서 발간되는 도서정보를 교환하고 필요한 책은 서로 우송해 준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 국제화시대 외사경찰 태부족/전체 1% 불과

    ◎영어 구사 4백명… 비영어권은 전무/외국인 범죄는 UR타결로 급증 예상 국제화와 개방화 시대를 맞아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외사경찰의 전문화가 시급하다. 특히 올해 「한국 방문의 해」와 함께 앞으로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밀어 닥칠 농수산물,컴퓨터,지적소유권등에 따른 외국인 관련 범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 범죄건수도 87년 1천5백37명에서 92년 6천46명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폭력·강도등 강력범죄건수도 40%쯤 차지하고 있다. 또 현재 국내 불법체류외국인도 5만8천여명에 달해 이들이 낀 각종 범죄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외국인 범죄를 담당하는 국내 외사경찰관수는 전체 경찰의 1%인 1천여명에 지나지 않으며 영어를 어느 정도 구사할수 있는 경찰은 4백여명 정도이고 아랍어나 스페인어등 비영어권 외국어를 할수 있는 경찰은 아예 없다. 또 최근 아랍계와 러시아인들의 입국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전공 대학생들을 임시 고용하거나 대사관 직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일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찰청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정 외사경찰관 수는 96년 2천여명,2천년대 3천여명 정도를 확보해야 업무를 제대로 감당할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외사과도 본청과 서울·부산경찰청등 3곳에만 설치되어 있으며 인천·경기·제주경찰청등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의 지방청도 제대로 외사과가 독립되지 못한 상태다.일선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군들의 범죄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 용산경찰서와 김포공항을 맡고 있는 강서경찰서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일선 서에는 2∼3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어 사실상 외국인 범죄수사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 외화벌이에 내몰리는 북노동자(시베리아 북한벌목장:6)

    ◎벌목은 뒷전… 밀렵·공사장부업 몰두/일감 크게 줄자 웅담·사향 채취 혈안/8백명 아파트공사… 탄광 품팔이도/불법취업 사회문제화… 러시아,한국기업 진출 바라 노동자들의 대거 탈출등으로 벌목사업이 갈수록 쇠락해지자 북한측은 러시아에서 또 다른 외화벌이에 몰두하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사냥과 건설,그리고 탄광에서의 채탄작업이다. 가장 오래된 벌목노동자의 부업은 사향노루와 곰의 사냥이다.벌목장으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에는 「노루주의」라는 표지판이 따로 설치될 정도로 극동 러시아의 벌판에는 사향노루가 많다.바로 그 사향노루와 겨울잠을 자는 곰을 마구 잡아 사향과 웅담을 채취해 북한으로 보내는 것이다.일부는 러시아 사냥꾼들로부터 비교적 싼값으로 사향과 웅담을 사들이기도 한다. 북한벌목장이 있는 튀르마시에서 30년동안 곰사냥을 해왔다는 크리오보르스키 예르게니 블라디미로이슈씨(59)는 『북한노동자들이 불법사냥을 자행,곰과 사향노루의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고 밝히고 『튀르마에는 러시아인 직업사냥꾼이 많아 북한노동자들과 무척 사이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월급 제대로 안줘 북한노동자들은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벌목협정 시한이 연말로 끝나는데도 벌목장의 인권문제가 떠오르면서 재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지난해 8월쯤부터 사실상 일손을 놓은 상태이다.무료해진 벌목노동자들은 소일거리로 이웃 공사장이나 농가에서 품을 팔기 시작했다.공사장에서는 주로 러시아주민의 집을 짓는 일을 했으며 농가에서는 채소재배를 도왔다. 일부는 이웃 군부대에서 땔감으로 쓸 나무를 베어주기도 했다.이런데서 제법 수입이 생기자 북한노동자들은 아예 본격적으로 부업에 매달렸다. 당시 북한벌목장의 지도부는 노동자들의 월급도 제대로 줄 수 없는 지경에서 돈을 벌 길이 보이자 노동자들에게 통행증을 발급,벌목장 밖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하바로프스크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나가 한국에서 온 종교인이나 기업인,고려인등으로부터 금품을 마련해 벌목장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일부 돈을 마련하지 못한 노동자들은 러시아인이 운영하는 상점에서 물건을 훔치는등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더욱이 돈을 벌러 내보낸 노동자 가운데서도 탈출자가 나타나곤 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전도활동을 하고 있는 윤모목사는 『6개월전 하바로프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에 갑자기 북한의 벌목노동자들이 몰려온 적이 있었다』면서 『이들은 돈을 구걸하기도 했지만 일부는 탈출자와 마찬가지로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어 망명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측도 그당시 망명허용 여부를 문의하는 북한인의 전화가 잇따랐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상점 털기도 급기야 지난 2월말부터 북한의 벌목노동자들이 한국공관에 무더기로 망명을 요청했다는 모스크바발 보도가 터져나왔다. 이로써 북한노동자들의 이른바 「앵벌이」는 일체 중단되고 말았다.또한 북한노동자들에 대한 외출통제가 한층 강화됐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측은 최근들어 좀더 합법적인 외화벌이의 방편으로 건설공사에 나서고 있다.블라디보스토크의 테로마이스키구역에 짓고 있는 25층짜리 아파트가 대표적인 공사현장이다.북한측은 러시아와 무역거래에서 발생한 차액을 루블화로 갚는 대신 아파트공사를 해주고 있다.이곳을 중심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는 8백명가량의 북한 건설노동자가 일하고 있다고 관계기관은 밝혔다. 시내 한복판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한 통제는 매우 삼엄하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한 간부는 『식당에서 우연히 북한 건설노동자를 알게돼 한국노래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주었는데 그가 그 노래를 듣다가 본국으로 소환됐다』고 말했다.기자가 공사장에서 일하는 인부에게 다가가 『몇 층짜리 건물이냐』고 말을 걸자 『당신 누구냐』『그런 걸 왜 묻느냐』는등 냉정한 답변만 돌아왔다. 이들과는 달리 중부시베리아의 공업지대 구스바스에서는 수백명의 북한 광부들이 석탄을 캐내는데 한창이다.구스바스탄광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기업이 자본을 대고 있으나 노동조건등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북한이 「제2의 외화벌이」에 나서는데 대해 러시아인들은 매우 차가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하바로프스크주에서 발행되는 「지호오겐스크스카야 즈베즈다(태평양의 별)」지는 최근 북한의 불법취업을 비난하는 기사를 게제했다.『조선노동자들이 개인집에서 밭을 갈거나 기업소에서 건설을 하고 군대의 나무 베는 일을 돕고 있다』면서 『이는 그들의 봉급이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기사는 이어 『이들을 강력하게 단속하지 않으면 불법취업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러시아정부는 조선측이 노동자들에게 합당한 월급을 주도록 요구하라』고 촉구했다. 매우 아이로니컬한 것은 러시아가 벌목장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북한의 자리를 한국이 메워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물론 한국측에 바라는 것은 북한에게처럼 노동력이 아니다.우리의 자본과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벌써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무더기로 망명 요청 러시아의 대표적인 북한벌목장이 있는 체그도민을 방문했을 때 페트로 티티코프시장은 매우 흥미로운 말을 했다.한국에서 기자가 방문한 것은 처음이지만 이미 많은 기업인들이 체그도민을 다녀갔다는 것이었다.티티코프시장이 자랑삼아 보여준 명함철에는 현대 고려합섬 한라 대우 한국중공업 한전등 국내 대기업의 사장으로부터 대리에 이르는 기업인들의 명함이 9장이나 꽂혀 있었다.물론 일본회사의 명함도 많았다.티티코프시장은 『한국기업인 가운데 두명은 북한측과도 만나 대화를 나눴다』고 일러줬다. 이 지역 주민들은 한국과 서울에 관심이 많아 서울에서 기자가 왔다고 하자 「노동자의 말」이라는 지방신문의 편집장이 인터뷰를 요청했다.그는 한국이 체그도민에 관심을 갖는 이유와 함께 서울신문이 다루는 기사의 주요테마및 발행부수,기자수,근무시간등을 물었다. 벌목장의 러시아측 업무를 맡고 있는 우르갈레스의 발레리 수크노발렌코 총지배인은 『지난해말 북한과의 벌목재협정을 앞두고 주민들이 재계약을 하지 말도록 정부에 강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그는 『이미 한국의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서울을 방문해달라는 초청을 받았다』고 밝히고 『러시아법만 준수하면 누구와도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우르갈레스의 아나톨리 체 부지배인은 『최근 북한측에합작생산을 제안하고 있으나 북한측이 거부하고 있다』면서 『아마도 합작생산을 하면 합작기업소가 설립돼야 하고 거기서 이익을 나눠야하니 싫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는 『러시아인의 벌목기술에 발전이 없고 노동자수도 절대부족해 당분간 북한노동자의 인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기업 계약 추진 하바로프스크에 있는 러시아측 벌목회사인 달리레스프럼의 필리펜코 바실리비츠 부사장은 『러시아에는 나무를 벨 수 있는 벌목장이 12구역이나 된다』면서 『북한벌목장은 그 가운데 1개 구역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달리레스프럼의 대외관계업무를 맡은 사람은 윤 예르게니 세르게이츠(37)라는 한국인2세였다.그는 『현재 서울의 중소규모 기업 3군데와 벌목 계약을 추진중』이라면서 『한국사람들이 일처리를 빨리빨리 하기 때문에 일본사람들보다 한국사람들과 일하기가 편하다』고 말했다. 북한노동자들이 철수해버린 비르비잔벌목장의 콜리에프 비크토르 그리고리비츠지배인의 사정은 더 다급한 것 같았다.그는 기자가 『서울에서왔다』고 인사를 하자마자 『목재를 합작생산할만 한 회사가 없겠느냐』고 묻더니 『서울로 돌아가면 꼭 회사를 소개해달라』면서 명함을 내밀었다.그가 내민 명함의 뒤쪽에는 「아라사 피라비첨목재가공창 창장 고소설부」라고 적혀 있었다.중국이나 한국,일본등과의 합작을 생각하고 한자로 명함을 새겼다는 것이었다.
  • “러시아내북한땅”벌목장현황(무너지는 생지옥 시베리아북한벌목장:4)

    ◎모두 15곳에 노동자 1만2천여명/67년 협정 첫 체결… 27년간 「외화사업」/연 15∼20억원어치 생산… 북몫은 35%/90년 노동자 일당 150루블… 한때 2만여명 일하다 최근 급감 옛 소련과 북한이 처음으로 벌목협정을 체결한 것은 67년3월2일이다. 그로부터 북한측은 상당기간 벌목장의 수와 규모를 늘려가며 턱없이 부족한 외화를 획득하고 양질의 목재까지 확보하는 일거양득의 재미를 누렸다. 그러나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등장하는 거센 변화를 겪으면서도 북한벌목장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이른바 「우리식 철옹성」을 고집하다 결국 세계의 대표적인 인권사각지대로 전락하고 말았다.그리고 그같은 변화는 이제 북한벌목장을 러시아에서 한발씩 한발씩 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에는 지금 15곳의 북한벌목장이 남아 있다.흔히 「시베리아벌목장」으로 불리지만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벌목장이 있는 지역은 극동 러시아지역이다.러시아인들은 「원동」이라고 부른다. 「벌목장」이라고 하면 보통 나무를 베어내는 숲속 벌목현장과 지방도시의철도역 근처에 자리잡은 목재가공공장,그리고 공장 안이나 공장 이웃에 있는 행정본부등 세곳을 총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15개 벌목장 전체를 관할하는 북한의 행정기관은 이른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림업부 재쏘림업대표부」다.극동지역의 중심도시인 하바로프스크시에 대표부가 있고 대표는 김지윤이다. 15개의 벌목장은 하바로프스크주와 아무르주등 두 지역에 나뉘어 있다. 하바로프스크주에 있는 9개 벌목장을 묶어 제1련합기업소가 담당하고 아무르주의 6개 벌목장은 제2련합기업소가 관리한다. 제1련합기업소 본부가 있는 곳이 바로 체그도민시이다.지금까지 알려진 탈출 노동자들은 대부분 이 제1련합기업소 소속 벌목장에서 일했기 때문에 체그도민이 세계의 관심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인권사각지대 전락 제2련합기업소는 아무르주의 틴다시에 있다.아무르주의 벌목장은 지난 70년대 말부터 생기기 시작했으나 하바로프스크주의 벌목장들에 비해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그리고 하바로프스크의 벌목장들보다 생활시설등 노동환경이 훨씬못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북한의 「림업대표부」를 상대하는 러시아측의 파트너는 하바로프스크시에 있는 달리레스프럼과 체그도민시에 있는 우르갈레스,틴다시에 있는 틴다레스와 아무르레스라는 4개의 국영기업이다.초기에는 달리레스프럼이 하바로프스크주와 아무르주의 벌목장을 모두 관리했으나 지난 90년부터 아무르주 벌목장은 완전히 틴다레스와 아무르레스에게 넘겼다.우르갈레스는 달리레스프럼이 체그도민에 파견하고 있는 자회사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회사들은 벌목장에서 북한노동자들과 함께 일하는 러시아노동자의 노무관리및 북한과의 연락,업무조정등을 맡고 있다.물론 러시아와 북한측은 협정에 따라 서로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는다. 우르갈레스의 책임자 발레리 수크노발렌코 총지배인은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었다.그의 집무실벽에는 아직도 레닌의 초상화가 걸려있었고 러시아의 현집권층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그러나 그는 서울에서 온 기자에게 아주 호의적이었으며 하바로프스크지역을중심으로 한 북한벌목장의 현황을 자세히 설명해줬다.물론 우리는 페트르 티티코프 체그도민시장과 필리펜코 바실리비츠 달리레스프럼부사장,아나톨리 체 우르갈레스부지배인으로 부터도 벌목장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러시아에 있는 15개의 벌목장에서 일하는 북한노동자의 수는 1만2천명가량이다.한때 2만명이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줄어든 셈이다. ○노동자수 늘 부정확 하바로프스크주의 9개 벌목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만 해도 90년까지는 1만3천∼1만4천선을 유지했으나 최근 급격히 줄어들어 6천4백명가량만 남아 있다.거기에 비해 흔히 안전요원으로 불리는 북한의 사회보위부요원이 2백명가량이나 된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귀띔이었다. 아무르주의 6개 벌목장에 남은 노동자는 4천∼5천명가량이다.노동자의 수가 정확하지 않은 것은 러시아와 북한이 생산량을 기준으로 벌목계약을 맺기 때문이다.한해에 일정량의 목재를 생산하기로 합의되면 그에 필요한 노동자는 북한측이 알아서 확보하는 것이다.체그도민에 오는 북한노동자의출입국업무를 맡고 있는 루덴카 리디아 빅토르나는 『북한에서 새로 노동자가 오면 일단 신고를 하지만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서류의 숫자와 실제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수와는 항상 오차가 있다』면서 『그러나 특별히 그점을 문제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벌목노동자의 수가 줄어든 것은 목재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북한벌목장이 올해 목표로 하는 목재생산량은 1백20만㎥.그동안 해마다 평균 4백만㎥의 목재를 생산해온 것과 비교하면 그 수량이 얼마나 줄어든 것인가를 쉽게 알수 있다.1백20만㎥는 현재 남아있는 1만2천명의 노동자가 베기에도 너무 적은 량이다. 필리펜코부사장은 1백20만㎥의 가격에 대해 『인플레가 심해 정확히 말하기 어렵지만 오늘 시세로 따지면 30억∼40억루블쯤 될 것』이라고 밝혔다.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북한벌목장의 1년 총생산량은 우리돈으로 15억∼20억원가량 되는 셈이다. 목재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은 나무를 베는데 드는 비용이 갈수록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70년대까지만 해도 벌목노동자들은 목재공장 근처의 숲에서 벨만한 나무를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었다.그러나 30년 가까이 벌목이 계속되면서 나무를 베기 위해서는 점점 숲속 깊숙히 들어가야만 하게 됐다. 오늘날 목재공장에서 벌목현장까지의 거리는 보통 1백∼3백㎞가량이나 된다.말하자면 대전에서 벤 나무를 서울에 싣고와 가공을 하는 셈이다.그러자니 목재공장에서 벌목현장까지의 도로를 새로 내야하고 거리가 먼 만큼 트럭운송비등 각종 부대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들어서는 러시아인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나무를 벤 자리에는 반드시 묘목을 심고 있다.여기에도 추가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이러한 추가비용은 모두 러시아측에서 부담하고 있다.말하자면 북한측은 노동력만을 제공하는 것이다. ○공사장으로 내몰려 이 때문에 생산된 목재 가운데 북한측이 차지하는 비율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지난 67년 벌목협정이 체결된 뒤부터 86년까지는 생산된 목재를 러시아와 북한이 6대4로 나눴다.그러다 86년부터는 분배비율이 6.5대3.5로 바뀌었으며 최근 다시 6.55대3.45로 조정됐다는 것이우르갈레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현재 진행중인 러시아와 북한의 재계약협상에서는 러시아측이 7.2대2.8의 비율을 요구하고 있다. 발레리총지배인은 벌목공들이 베는 나무를 북한노동자들이 「삼손나무」「벗나무」「사시나무」「니깔나무」라고 부른다고 일러줬다.명칭이 정확한지는 알 수 없으나 모양새는 굵고 곧게 자란 소나무와 같았다.벌목하는 나무의 굵기는 용도에 따라 지름 22㎝에서부터 1m가 훨씬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러시아로부터 받는 북한노동자의 임금이 얼마인지는 정확하지 않다.러시아와 북한의 벌목협정에 「노동자가 필요한만큼 보상한다」고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러시아측은 얼마전 우리의 최저임금개념인 「노르마」이상의 임금을 주도록 북한측에 요구한 적이 있다.그러나 지금은 살인적인 인플레 때문에 노르마 자체가 기준이 되기 어려운 지경이다. 발레리총지배인은 『북한노동자에 대한 임금은 러시아법에 따라 계산하지만 북한지도자들이 일괄적으로 받아가기 때문에 어떻게 배분되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그는 『노동자들이 먹는 것과 입는데 쓰는 돈은 모두 월급에서 제하고 나머지도 상당부분 북한으로 송금하고 그 나머지만을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티티코프시장은 『지금은 인플레가 심해 비교하기 어렵지만 90년에는 러시아노동자가 하루에 1백80루블을,북한노동자가 1백50루블을 받았다』면서 『북한지도자들이 인플레를 감안해 임금을 나눠준다면 러시아노동자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노동자의 나무 베는 솜씨는 러시아 벌목공들에 비해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아나톨리부지배인은 『러시아인들은 작동시키지도 못하는 다 낡은 전기톱을 갖고 거목을 척척 쓰러뜨리는 재주는 과연 감탄할만 하다』고 말했다.그는 그러나 『북한노동자들이 최근에는 일거리가 줄어들자 주변 농지와 공사장,사냥터로 나가고 있다』면서 『그것이 또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 몰락한 벌목장 비르비잔(무너지는 생지옥 시베리아 북한벌목장:3)

    ◎탈출 잇따르자 북서 노동자 소환/벌목계약 작년말에 종료… 연장 포기/한때 1천여명 작업… 현재는 10명뿐/술주정에 사향노루 사냥 일삼아 러시아주민들도 반감 극동 러시아의 중심도시인 하바로프스크시에서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서쪽으로 3시간쯤 달리면 비르비잔이란 곳에 닿게 된다. 비르비잔은 하바로프스크주 예브레이스카야구의 한가운데 있는 도시.10만명의 주민 가운데 유태인이 30%를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지역이다. 체그도민이 러시아에 남아 있는 북한벌목장의 건재를 확인하는 곳이라면 비르비잔은 몰락해가는 북한벌목장의 모습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르비잔의 거리에서는 작업복을 입은 북한노동자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시의 북서쪽에 자리잡은 벌목장본부와 목재가공공장,이웃 벌목장등에서 1천여명의 북한노동자들이 일했기 때문이다. 특히 목재가공공장은 비르비잔시내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벌목노동자들이 간부들에게 뇌물을 써서라도 가려하는 인기좋은 작업장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곳에서 북한노동자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게 됐다.지난해말로 비르비잔벌목장의 벌목계약기간이 끝나 북한노동자 대부분이 이미 철수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취재팀은 3월18일 새벽 비르비잔에 도착했다.비르비잔역에 내려 북한벌목장을 돌아보기 위해 20만루블(약10만원)을 주고 전세낸 택시의 운전사가 운좋게도 목재가공공장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는 유태인이었다. 그의 안내로 시내의 목재가공공장을 찾았다.정문에 「출입금지」 표시가 붙어 있었으나 러시아인 직원들은 『서울에서 온 기자』라고 하자 별다른 절차 없이 출입을 허락했다.공장은 총규모가 5천평 정도로 정문에 들어서니 벌목현장에서 베어온 나무를 쌓아놓은 야적장과 이를 운반하는 대형 크레인,굴삭기,대형트럭이 줄지어 있었다.또 통나무를 절단하는 기계와 목재를 네모나게 자르는 기계,전기톱,대패등 각종 공구를 비치한 커다란 가건물이 10여채 늘어서 있었다.공장의 동쪽 끝에는 북한노동자의 숙소가 있었다. ○가장 인기 좋았던 곳 공장 곳곳에는 북한노동자들이사용하던 깃발등의 물품이 널려있었지만 일하는 북한노동자는 한 사람도 발견할 수 없었고 러시아 노동자들만 기계를 돌리고 있었다. 다른 목재공장과 벌목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과 간판도 거의 눈에 띄질 않았다. 공장본부에서 만난 비크토프 그리고리스비츠 러시아측 지배인은 『비르비잔지역의 벌목계약은 지난해로 완전히 끝나 연초부터 북한 노동자들의 철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비르비잔벌목장은 러시아와 북한간에 나머지 벌목장들과는 따로 벌목계약이 체결됐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데도 비르비잔에서 철수를 결정한 것은 다른 벌목장보다 눈에 띌 정도로 탈출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인 것으로도 보였다.비크토프지배인은 최근에도 이곳에서 몇명의 노동자가 탈출했다고 밝혔으며 그 가운데 세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다른데보다 좋은 작업여건인데도 노동자들의 탈출이 많은 것은 러시아사회와 잦은 접촉기회를 가지면서 그동안 통제된 북한에서의 삶이 허구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일것이었다. 벌목장본부의 한 간부는 『벌목계약기간이 끝나갈 무렵 주민들이 정부당국에 계약연장을 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고 신문에서도 그런 기사를 많이 썼다』고도 했다.벌목노동자들의 행색이 남루한데다 술을 마시고 러시아인들과 패싸움을 하거나 불법으로 사향노루와 곰을 마구 사냥하는등 문제가 계속 발생했기 때문에 러시아주민들이 북한사람들을 싫어했다는 설명이였다. 비크토프지배인은 『현재 이곳에 남아있는 북한인은 행정간부와 안전요원,그리고 통역원등 10명뿐으로 본국에서의 마지막 철수명령만 기다리고 있다』면서 『음식을 사러가는 것을 빼놓고는 숙소 밖으로 일체 나오지 않고 자기들끼리만 살아 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불과 10명정도라는 말에 취재팀은 그들의 숙소 안에 한번 들어가보기로 했다.비크토프지배인등 러시아관계자들은 『사고가 생겨도 책임질 수 없다』고 말렸다.하지만 우리는 일단 부딪쳐보기로 하고 북한측에 아무런 사전통보 없이 숙소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최근에도 몇명 탈출 숙소는 블록과시멘트로 지은 2층건물이었다.층마다 공동화장실과 세면장이 있고 긴 복도 양쪽에 방들이 줄지어선,한국 대학가의 하숙집을 연상시키는 곳이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비르비잔역의 기차시간을 적은 표가 입구에 걸려있었다.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이따금씩 시간을 내어 하바로프스크까지 여행을 하는 자유도 누리곤 했다고 한다. 1층의 모든 방을 열어보았지만 비어있었다.빈채로 방치해둔 탓인지 냉기가 감돌았다.2층으로 올라서면서부터는 사뭇 긴장감이 감돌았다.분명히 사람이 사는 곳인데도 인기척이 없이 조용하기만 한 까닭이었다. 계단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TV 소리였다.발소리를 죽이며 다가가 문을 열어젖혔다. 방에서 축구경기를 보고있던 5명의 북한인과 마주쳤다.그들은 흠칫 놀라며 쏘아봤다.그들에게 『서울에서 왔다』고 인사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뜻밖에 그들은 별로 당황하는 기색 없이 인사를 받았다. 5명 가운데 2명은 옷도 깨끗한 편이었고 점퍼엔 김일성배지를 달고 있었다.행정간부나 국가보위부요원쯤으로 보였다.나머지 3명은 겉으로 보기에도 노동자 냄새가 났다.이들은 『사업 때문에 비르비잔에 왔다가 북한동포들이 있다기에 들러봤다』고 말하자 의자를 내주며 앉도록 권했다. 방안에는 창쪽으로 10개의 침대가 나란히 붙어있었고 장작난로와 흑백TV를 올려놓은 선반,의자등이 가구의 전부였다.나무로 짠 침대에는 색이 바랜 시트와 붉은 나일론 이불이 깔려있었다. ○북서 감옥으로 사용 이들은 왜 비르비잔에서 노동자들이 철수하느냐고 묻자 『계약기간이 만료됐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대답했다.한강과 대동강의 봄소식을 화제로 5분가량 대화를 나누던 북한인들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기자일행을 앉혀둔채 한사람씩 방을 나가기 시작했다.옆방에서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것 같았다. 더 있다가는 불미스런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이만 돌아가겠다』고 일어섰다.마지막까지 방에 남아 있던 김일성배지의 사나이에게 『기념으로 사진 한장 같이 찍자』고 권했더니 『작업복을 입어서 안되겠다』고 한사코 거절했다. 비르비잔 목재공장 건너편에는담이 매우 높은 회색건물이 있다.유태인택시운전사는 그곳이 옛소련의 정치범수용소였다고 일러줬다.그곳을 북한측은 벌목노동자의 감옥으로 사용했다고 한다.튀르마벌목장을 탈출,러시아에 망명허가를 받은 김호씨가 도주과정에서 붙잡혀 수용됐던 곳이기도 하다. 비르비잔은 국경을 넘어선 남녀간의 애틋한 우정이 꽃핀 곳이기도 하다.지난 91년 이곳에서 일하던 벌목노동자 장모씨는 동료가 남한방송을 들었는데 고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전요원에게 조사를 받게되자 탈출을 결심했다.장씨는 그 동료와 자주 가던 러시아식당에서 일하던 올냐라는 아가씨에게 사정을 얘기했다.올냐는 장씨를 남편인 것처럼 꾸며 시베리아횡단 열차편으로 모스크바에 데려가 장씨가 헝가리를 통해 남한으로 탈출하도록 도왔다.장씨는 서울에 정착한 지금까지도 올냐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못하고 초청장을 보낼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 취재팀은 서울에서 장씨에게 들었던 얘기를 토대로 올냐가 일하던 식당으로 찾아갔다.그러나 그곳에서 올냐를 만날 수는 없었다.식당에서 일하는 중년여인은 『지난해까지 올냐라는 이름의 여성이 식당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지만 지금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 러 벌목장 탈출 북 인부 범죄 잇따라/살인·절도… 사회문제화

    ◎도피자금 마련 위해… 수백명 떠돌아 【블라디보스토크=이도운특파원】 자유를 찾아 서울로 가려고 극동러시아의 북한벌목장을 탈출했으나 마땅한 수단이 없어 러시아 각지를 헤매는 북한노동자의 수가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도피과정이 너무 어려워 현지인과 충돌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등 러시아사회는 물론 고려인(한국계 러시아주민)및 현지체류 한국인들에게까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어 관련국들의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관계자는 최근 『공식집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모스크바대사관과 블라디보스토크총영사관등 한국공관에 망명을 요청한 벌목장탈출 북한노동자의 수가 최근 2백명을 넘어서고 있다』고 밝히고 『망명을 요청하지 않은 사람까지 계산하면 탈출노동자의 수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탈출한 노동자들이 고려인과 러시아인,남한에서 온 성직자와 기업인들에게 접근,도움을 청하고 있다』고 전하고 『이 과정에서 탈출노동자의 일부가 도피자금을 마련하려고 살인이나 도둑질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근 사할린의 한 고려인집에 은신해 있던 탈출노동자가 집주인을 살해하고 금품을 털어가 러시아경찰이 수사에 나섰음을 전했다. 이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의 한국총영사관에서는 현지에 온 한국인들과 고려인들에게 탈출노동자와의 접촉에 주의하도록 당부하고 있다. 탈출노동자들은 이와 함께 생계수단으로 러시아 각도시의 건설공사장과 농촌등지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러시아주민들은 『법적인 절차를 밟게 하라』고 행정당국에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 한 일 러/동해핵오염 조사 착수/새달까지 해저 진흙·물 채취 활동

    ◎3국 과학자 37명 「오케안」호 승선 【도쿄·니가타 AFP 교도 연합】 한국과 일본및 러시아 3국 과학자들이 22일 러시아의 동해 핵폐기물 투기에 의한 해양의 방사능 오염여부를 공동 조사하기 위해 니가타항을 출발,조사대상 지역인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근해로 향했다고 일본정부 관계자들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과학자회의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3국이 공동으로 이같은 조사를 벌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인 20명,일본인 9명,한국인 7명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1명등으로 구성된 이번 3국 공동조사단은 러시아 선적의 4천1백62t급인 「오케안」에 승선,이날부터 다음달까지 블라디보스토크 근해를 중심으로 조사활동을 벌이며 바다 밑바닥의 물과 진흙을 샘플로 채취할 예정이다. 일본 과학기술청은 관련국 및 단체가 이들 샘플로부터 어떠한 결과를 얻어내는데는 앞으로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구소련및 러시아는 지난 59년부터 줄곧 동해에 핵폐기물을 버려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년 9월에는 액체 핵폐기물질을 투기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일본은 이미 핵폐기물 투기지점에서 2백㎞(1백24마일) 떨어진 곳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조사를 벌인 바 있으나 방사능오염 여부는 밝혀내지 못했다.
  • 러에 「부동산 굴리기」 붐(특파원 코너)

    ◎거래량 1년새 2배… 중개업소 성업/달러화로 매매… 서구투자가도 몰려 「바리카드나아지하철역 부근.1백15㎡.정부아파트.새로 수리했음.매매 혹은 세놓음.연락처…」「등록한 미국·러시아 합작부동산회사임.중심가에 매물 다량 확보.아파트·오피스건물 전문…」 매일 신문광고면을 가득 메우는 러시아의 부동산 광고문구들이다.3년전만해도 모스크바의 부동산값은 거의 거저나 다름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유럽에서 부동산값이 제일 비싼 곳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지난 3년사이 부동산값이 폭등했다.이와함께 매매도 활발해 엄청난 부동산붐이 일고 있다. 최근 월간 「자콘(법)」지 주최로 열린 한 부동산세미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모스크바에서 거래된 부동산매매 건수는 12만건.금년도에는 이 두배인 24만채의 아파트가 주인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다.모스크바시내에서 영업중인 부동산업체도 6백∼8백개소에 이른다는 통계였다.부동산붐이 이렇게 일자 텔레비전 채널1 오스탄키노방송은 3월부터 주4회 「부동산동향」이라는 프로를신설해 부동산 고르는 요령,사기를 당하지 않는 요령,시세등을 내보내고 있다. 모스크바시내에서 가장 요지로 꼽히는 곳은 한국대사관이 위치한 알렉세이 톨스토이가와 게므체나가,막심 고리키가등.이들 중심가는 ㎡당 3천달러선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도 매물이 없어 못판다는게 부동산회사들의 말이다.과거 상가라는 게 없던 소련시절의 유산으로 모스크바의 중심가에는 상가건물 대신 당간부·영웅칭호를 받은 예술가들이 모여살던 고급주택·아파트들이 집중돼있는데 이들이 최고의 투자대상이다.신흥부자들과 러시아중개인을 앞세운 외국투자자들이 매물이 나오는대로 사치워 중심가에 살던 일반시민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모두 변두리의 싼 집을 얻어나갔기 때문이다. 러시아인들끼리도 부동산거래는 반드시 달러로 한다.소련시절 국가에서 무상으로 받은 집을 파는게 목돈을 쥐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 된 것이다.그래서 구역별로 있는 「사유화위원회」사무실은 매일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매매전에 일단 사유화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악덕 부동산업자들이 연금생활을 하는 노인·병약자들을 꼬여 헐값에 집을 넘겨받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무연고노인들중에 매매계약을 체결한뒤 행방불명된 사례들도 많다.어느덧 당연한 현상이 돼버렸지만 러시아의 부동산붐은 모든 자산을 국유화하고 토지소유를 죄악시했던 소비에트혁명이념을 생각하면 실로 놀라운 변화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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