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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중취재/ 코리안드림 깨진 ‘인터걸’

    ■러 무희 실태와 문제점. ‘러시아 무희 교체출연,화끈한 쇼를 보여 드립니다.’ 웬만큼 알려진 성인 나이트클럽 입구나 유흥주점 홍보물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구다.언제부턴가 전국 도심의 유흥가에 러시아 무희들의 명성이 알려지면서 어디서나 이들을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진출배경] 지난 90년 9월 한·러 수교이후 항구도시인 부산에 러시아 선박들이 수리차 들르면서 러시아인들의방문이 늘기 시작했다.보따리 상인들이 배편으로 와 부산동구 초량동 속칭 ‘텍사스 골목’을 통한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러시아 상인들을 상대하는 유흥가들이 생겨나게 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들어 9월까지 4만4,000명의 러시아인이한국을 찾았다.배편을 통한 밀입국자와 불법체류자들의 수도 매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무희들의 입국경위] 엔터테인먼트비자(E-6·가칭 연예인비자)를 이용하는 경우와 단기종합비자나 관광비자를 통해 들어온다.엔터테인먼트비자는 6개월동안 체류할 수 있다.3번까지 연장이 가능해 최장 2년까지 머물 수 있다.단기나 관광비자는 체류기간 3개월로 만료일이 가까워지면 자국으로돌아갔다 다시 들어오는 방법을 이용한다.불법체류자 대부분은 기간이 짧은 이 비자를 통해 입국한 후 돌아가지 않는경우가 많다. 외국인노동자 상담소 한 관계자는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된 마피아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들어와 강제로 일하고 있는피해자들도 많다”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현지모집책의 유혹이나 광고만 믿고 온 여성들도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시와의 관계] 국내 에이전시(업계에선 이벤트회사라고 함)는 현지 모집책들과 계약,무용수를 모아주는 대가로선불을 지급한다.에이전시에는 보통 몇명의 매니저(포주)들이 있다.이들은 대개 5∼6명씩의 무희를 관리한다.매니저들은 나이트클럽 등에 무희를 공급해주고 공연수수료를 받아무희들과 나눠 갖는다.업소마다 다르지만 무희들은 월 60만∼150만원까지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점] 합법적인 취업자들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에 손님접대와 매춘에 나서고 있다.매니저에 의해관리되는 무희들은 횡포와 인권유린을 당해도 순종할 수밖에 없다.말을 안 들을 경우 신분증 압류나 감금되기 일쑤다.특히 불법취업자들은 ‘고발되면 강제 추방된다’는 약점때문에 성병도 감수해야 하고 급료 한푼 주지 않아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 [대책은] 합법을 가장한 매춘·감금 등 인권유린이 이뤄지는데도 버젓이 이런 행태가 지속되는 것은 경찰 ·매니저·유흥업소의 유착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외국인노동자인권모임 박석운소장은 “러시아 여성뿐 아니라 불법체류 외국인이 30만명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도입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유진상·부산 김정한기자 jsr@. ■러 무희 베로니카·모니카. “안녀엉∼하세요,베로니카입니다.” 서울 외곽 K관광호텔에서 무용수로 일하고 있는 베로니카양(21·학생)과 모니카양(22·간호조무사)을 26일 오후 2시K호텔 부근 음식점에서 만났다. 사전에 이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회사원 L씨와 동행했다.이들은 보자마자 서툰 우리말로 인사부터 건넸다.의사소통이제대로 안되자 영어와 러시아말을 섞어가며 말을 이었다.국내에 들어온 지는 2개월째다. 이날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져 빠져나왔다고 말했다.스스로 ‘복받은 시간’이란 표현을 썼다.그러면서도 쫓기는 듯한 표정으로 빨리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여러차례 되뇌었다.“조금이라도 늦으면 매니저한테 매맞기때문”이란다. 무희들은 보통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일한다. 밤에는 춤추고 낮에는 잠자는 것이 생활의 전부라고 한다. 그래도 이런 날은 마음 편하다고.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매니저와 감시하는 사람들로부터 사흘이 멀다 하고 두들겨맞는게 다반사라고 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광고모집을보고 왔으나 내용과 너무 다르다고 고개를 젓는다. 얼마나돈을 벌어 돌아갈지에 대해 자신이 없는 표정이다. 이들은 무용에 대한 전문성도 없었다.하지만 음악에 맞춰흔들기만 하면 되니까 아무런 문제가 없단다. 처음엔 호텔에서 5명이 합숙생활을 했으나 통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얼마전 연립주택 지하로 옮겼다고 한다. 때때로 낮에도 매니저가 시키는 대로 호텔로 불려간다는이들은 스스로를 ‘로봇’같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공공연한 매춘’ 어떻게. 러시아 무희들의 매춘은 어떻게 이뤄지나. 이런 불법행위들은 은밀하면서도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무희들이 매춘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는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유혹은 매니저나 업소측의 권유에 의해서다. 한때 러시아 무희들을 관리하는 매니저 생활을 한 김모씨(37)는 “돈 벌려고 포주 생활하는 사람들인데 규정대로 해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겠느냐”면서 매춘과정을 설명했다. 관광나이트클럽은 보통 원탁이나 별도무대를 마련,러시아무희들이 공연을 하게 한다.룸에서는 모니터를 통해 홀에서공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공연이 이뤄지는 동안 손님이마음에 드는 무희를 점찍었다가 웨이터를 통해 불러달라고하면 공연이 끝난 뒤 룸으로 들어온다. 무희는 술시중을 들며 다시 공연시간이 되면 무대로 돌아간다.이 경우 흔히 5만원의 팁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2차 흥정이 이뤄지고 매니저와 업소관계자들간에 거래가 오간 뒤 허락여부가 결정된다.나름대로 신분이확실하고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손님에게 호텔객실로 러시아 무희가 안내된다. 이들은 호텔내에서만 만나야 되며 밖으로 나갈 수 없다.업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서울 외곽지역이나 지방도시에서는보통 20만∼30만원의 팁을 줘야한다.고급 나이트클럽이나무희의 사정에 따라 100만원까지 받기도 한다. 김씨는 “불법 매춘행위는 매니저나 업소의 배만 불릴 뿐무희들에겐 큰 도움이 안된다”면서 “여권압수나 구타 등으로 위협하기 때문에 러시아 여성들이 매춘을 거절한다는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 日, 남쿠릴 왜 집착하나/ 북방4섬 반환 교두보 포석

    일본이 남 쿠릴열도의 한국 어선 조업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러시아와 진행 중인 북방 4개 섬 반환 협상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로부터 북방 4개 섬을 돌려 받는 데 최대의 외교역량을 기울이고 있는 일본 정부로서는 이른바 ‘제3국의조업’은 협상의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남 쿠릴열도와 해역이 ‘일본 땅,일본 바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일본측은 이 해역을 현실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이유로 한국 어선이 일본이 아닌 러시아 당국으로부터조업 허가를 받는 자체에 당혹감을 느끼고 재빨리 행동에나섰다.그래서 한국 정부를 따돌리고 러시아 정부와의 담판에 총력을 기울여 ‘내년부터 제3국 조업 금지합의’라는 외교 성과를 따낸 것이다. 북방 4개 섬은 지난 45년 8월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이고 항복한 직후 옛 소련에 의해 점령된 홋카이도(北海道) 동북쪽 구나시리(國後) 등 섬 4곳을 가리킨다.한국,중국과 영토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독도,센카쿠(尖閣) 열도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북방 4개 섬 반환은전후 일본 최대의 외교 현안으로 여겨져 왔다.72년 미국으로부터오키나와(沖繩)를 반환받은 이후 역대 정권은 20세기 안으로 이들 북방 섬을 돌려받겠다고 러시아와의 반환 협상에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했다. 93년 일본을 방문한 옐친 대통령과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가 회담,“북방 4개 섬을 반환하고 평화조약체결을 지향한다”는 도쿄선언을 발표하고 양국은 본격적인 협상을 벌여 왔다.그러나 섬을 돌려주는 유리한 입장에있는 러시아측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느긋한 태도로 나와 협상은 그다지 진전을 보지 못했다. 97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총리는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국내의 비난을 무릅쓰고 러시아측에 “러·일간에국경선을 확정짓는다면 4개 섬 가운데 2개 섬의 반환은 연기할 수 있다”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이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그런 가운데 남 쿠릴 해역에서의 제3국 조업 문제가 터지자 일본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한국과의 관계가 보다 악화될 것을 뻔히 예견하면서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일본정부가 러시아와 이 같은 합의를 한 것은 북방 4개 섬 반환에 일본 정부가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marry01@. ■사할린주 56개 작은섬이 있는 쿠릴 열도. 러시아 극동지역 사할린 주에 속하는 56개의 작은 섬들.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남단에서부터 일본 홋카이도의 북동부에 이르기까지 1,200㎞에 걸쳐 길게 늘어서 있다.열도의 면적을 모두 합치면 1만5,600㎢가량 된다. 17∼18세기에 러시아인들이 최초로 정착했다.그러다 1855년 일본인들이 남쪽의 섬들을 점령했다.일본은 1875년 열도 전체를 손에 넣었다.1945년 일본의 2차세계대전 패전에따라 쿠릴 열도는 다시 옛 소련에 양도됐으며, 일본인들은추방됐다. 그러나 일본은 여전히 열도의 남단에 있는 4개 섬을 ‘북방 4개도서’로 칭하며 역사적인 권리를 주장,영토분쟁이계속되고 있다.이 섬들을 러시아는 ‘남 쿠릴열도’라 부른다.남쿠릴열도 인근 수역은 우리나라의 연간 꽁치수요 4만5,000t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1만5,000t을 공급할 만큼중요한 어장이다. 김상연기자 carlos@. ■양손에 떡 든 러시아 “어느쪽이든 챙기면 된다”. 러시아 정부는 양 손에 떡을 들고 있는 형국이다.상대가어느 쪽이든 남 쿠릴 열도에서 조업할 때 내는 입어료를챙기기만 하면 된다는 극도의 ‘실리 외교’를 구사하고있다. 일본과의 실무협의에 이은 지난 9일의 러·일 차관급 협의에서 제3국의 조업 금지에 대체로 합의해 주면서 한국등이 내는 입어료 외에 ‘플러스 알파’를 조건으로 제시받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방 4개 섬 협상을 일본과 벌이고 있는 러시아 정부로서는 일본 정부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외교적으로 보다 유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러시아는 일본 정부로부터 실리와 명분을 모두 챙긴 셈이다. 추석 직전 모스크바 한·러 고위당국자간 정책협의회를비롯해 남 쿠릴 조업 문제와 관련한 공식·비공식 협의에서 한국측에 호의를 보였던 러시아 정부는 조업 금지 조치가 한국과의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키는 재료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러시아는 조업 금지가 한국 등을 고의적으로 배제하는 국가간의 신뢰 문제가 아닌 단순한 계약상의 문제라며 한국정부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일본 정부도 제3국조업 금지 합의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방한 전에 언론에 흘림으로써 러시아측에 단단히 못을 박았다. 따라서 홍승용(洪承湧) 해양수산부 차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이 러시아에 파견돼 ‘막판 뒤집기’를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 美 아프간 공격/ 탈레반, 對서방 보복테러 시사

    ■탈레반 항전 경고.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정권은 9일(현지시간) 미국 등의 공습이 계속되자 전면적인 게릴라전을 동원,항전하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미국은 물론 영국·프랑스 등 동맹국들에 대한 항전의지도 변함없다고 강조,보복테러 수위를 높일 뜻임을 내비쳤다.게다가 인도네시아 등 과격 이슬람단체들도 서방세계에 대한 공격을 다짐해 각국이 긴장 상태로 돌입했다. 탈레반은 미국의 2차 단독공습 이후 오사마 빈 라덴의 신병인도를 거부한다는 원칙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테러를앞세운 미국의 공격목표는 탈레반이 아닌 이슬람 신앙이라고 비난했다. 탈레반은 1차 공습때에도 내각 비상회의를 소집,항전을결정하고 아프간내 병력배치를 강화했다.동시에 미국의 추가공습에 앞서 수도 카불 주민들에게 등화관제를 명령하기도 했다. 탈레반 대변인 물라 아미르 칸은 이날 아프간통신(AIP)과회견에서 “우리 역시 전쟁을 위해 전략을 다듬어왔다”고 말하고 “러시아인들에 저항한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라 모하마드하산 탈레반 각료회의 부의장도 “아프간인들은 어려운 임무에 익숙하다”면서 “그들은 결코 지하드(성전) 정신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사마 빈 라덴도 지난 7일 미군이 이슬람의 땅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철수할 때까지 미국은 결코 안전하지 않을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에 이어 영국·프랑스도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했다.영국은 런던과 히드로 국제공항에 대한 보안을 강화했다.프랑스도 경계령을 발동,거리에 경찰을 증원하고 공항·철도역·관공서 등에 무장군인들을 배치했다. 인도네시아 이슬람방어전선(FPI) 등 과격 이슬람단체들도미국의 침공에 반발, 서방세계에 대한 시설물을 공격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서방세계와 외교관계를 단절하라고 인도네시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결사항전 의지를 굽히지 않는 상태에서도 협상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면서 11일동안 억류해온 영국 여기자를 석방했다. 영국 BBC방송은 아프간에 잠입 취재하다 지난 9월 탈레반당국에 붙잡혀 있던 선데이 익스프레스 이본리들리(43)기자가 런던시간 8일 오후 카이버령 밑 토르크햄 국경검문소에서 파키스탄에 신병이 넘겨졌다고 보도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러동포 3세 사하共 대선 출마

    “풍부한 부존자원을 가진 사하공화국이 러시아 17개 공화국 가운데 연방으로부터 주권을 확보하는 리더 역할을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 열린 ‘세계평화의 날’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러시아 사하공화국의 여당인 콘그레스당 총재 알렉산더 김(43)은 기자들과 만나,오는 12월 치러질 대선 출마의 변을 이렇게 밝혔다. 남한 국토의 33배,인구 120만의 사하공화국은 한국엔 잘알려지지 않았지만 100여종의 천연자원을 갖고 있는 자원부국.알렉산더 김은 1921년 조부가 함경도에서 시베리아로이주한 이민 3세로 사하공화국 초대 제헌의원,미하일 니콜라이예프 초대 대통령(현 대통령) 비서실장,사하공화국 수도 야쿠츠크시 의회의장을 지낸 유명인사다. 사하공화국의 고려인이 5,000명 정도로 열세이고 러시아인이 당선돼야 한다는 현지 여론이 높지만 러시아연방변호사총협회 부회장과 사하민속체육회장 민속창가회장을 지내며 대중들의 인기를 얻어온 만큼 당선 가능성을 조심스레점치고 있다. “러시아엔 문화예술계나 학계에서빼어난 자질을 인정받는 우리 교포 인재가 많지만 정계 진출은 많지 않습니다. 러시아속의 교포지위 향상은 물론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힘닿는데까지 노력할 계획입니다.”김성호기자 kimus@
  • [전통주 이야기] (15)전주 이강주

    이강주(梨薑酒)는 호산춘,죽력고와 함께 ‘조선시대 3대명주’로 꼽혔다.연노랑 술빛이 신비롭고 청량한 맛과 향이 독특해 ‘여름밤 초승달빛과 같은 술’로 알려져 있다. ‘맛과 멋의 고장’ 전남 전주를 대표하는 민속주로 취해도 정신이 맑아지는 술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강주는 무형문화재 제6호이자 명인 9호인 ‘술빚기에미친 사람’ 조정형(趙鼎衡·60·전북 전주시 덕진구 원동)씨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대학에서 농화학(발효학)을 전공한 조씨는 삼학소주,보배소주 등 국내 유명 주류회사에서 10여년간 연구실장을 지냈다.그는 술을 연구하던 중 한국인의 체질에 맞는 술은역시 전통민속주라는 생각을 굳히고 직장을 그만둔 채 향토주를 찾아나섰다.20여년간 전국을 발로 뛰며 200여 가지의 향토주를 연구하고 150가지는 직접 빚어보기도 했다. 집을 팔아 민속주 제조에 혼을 불살랐던 그는 11번이나전세방을 전전하는 고난을 겪은 뒤 6대째 조씨 가문에서가양주로 빚어온 이강주를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이강주는 진상품이었던 이서 배,봉동 생강,전주 울금을주 원료로 만든다.계피와 토종꿀 등이 들어가 맛과 향이독특하다. 햇밀를 빻아 누룩을 만들고 쌀로 지은 고두밥과 물을 배합,항아리에 3일 담가둬 밑술을 만든다.덧술은 보리쌀과누룩을 5일 동안 물에 담가 숙성시킨다.숙성된 쌀약주를증류시켜 30도의 소주를 만들고 주재료인 배,생강,계피,울금 등을 넣어 장기간 숙성시켜야 비로소 이강주가 만들어진다. 알콜도수 25도로 장기보관도 가능하다.백화점 등에서 살수 있다. 조씨가 이강주를 만들기까지의 과정은 한편의 소설이나다름없어 95년 ‘인간극장’이라는 TV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조씨는 “이강주를 세계화하기 위해 미국,일본,러시아인들의 입맞에 맞게 술을 만드는 계획도 추진하고있다”고 말했다. 제품은 750㎖ 기준 2만원으로 15만원대까지 17종류가 있다.문의 (063)212-5765.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조정형 이강주제조장 대표 '다시찾아야…' 책 발간. 30여년간 술을 빚는데 혼을 쏟은 조정형씨는 최근 민속주를 총망라한 ‘다시 찾아야 할 우리의 술’이라는 책을펴냈다. 전주 이강주제조장 대표인 조씨는 밀주라는 오명 때문에맥이 끊어지고 숨겨진 향토주의 뿌리를 찾아 책으로 엮었다. 286쪽이며 삼한시대부터 내려온 우리나라 술의 역사,재래식 술의 공법,세시풍속에 빚어졌던 절기주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고려사 등 각종 문헌에 나타난 술의 명칭도풀이했다. 특히 중부·호남·영남·제주지방 등 지역별 향토주 108가지의 유래,빚는법,특징 등을 담았다.가정에서 담그는 가양주 100가지의 빚는 법과 효용도 소개했다.주독과 숙취를다스리는 방법으로 갈근즙,인삼,오두탕,오이,진피 등을섭취하는 방법도 제시해 애주가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밖에도 전설·신화에 나타난 술의 유래와 와인,꼬냑,위스키 등 서양명주,중국의 명주,몽고의 마유주 등에 대해서도 설명을 곁들여 술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전주 임송학기자
  • 北·러 정상회담 / 美·佛·벨기에 언론 ‘비아냥’

    시베리아 횡단철도 여행을 시작한 지열흘 여만에 모스크바에 도착한 김정일(金正日)북한 국방위원장의 모스크바 방문행태를 두고 세계 언론들이 비아냥대고 있다. 인접 국가 방문을 위해 국가 정상이 20일 이상이나 나라를비운 채 기차로 여행하고,일정 역시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다는 점,그리고 철통 같은 경비와 언론통제,외교 프로토콜을무시한 김위원장의 기행이 주 비판 대상이다. 지난 2일 ‘국가 원수를 숨기는 방법은 이렇게’란 제목으로 김위원장의 베일에 싸인 방문 행태를 비판한 뉴욕타임스는 4일에도 “공화국의 인민과 군인들 속에서 함께 지내는일이 취미라고 한 김위원장의 최근 인터뷰 내용은 허구라는것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도 주말판 ‘맥주와 함께 러시아로’란 제목의 기사에서 생필품을 가득 실은 김위원장의 특별열차로인해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불편을 겪었다면서 이는 지난 1917년 4월 볼셰비키혁명 와중에 레닌이 핀란드에서 열차를 타고 페트로그라드의 역에 도착했을 때 이후 처음 있는 열차역 소동이라고 비웃었다. 두 신문 모두 이번 방문을 통해 김위원장이 개방 의도가 없다는 사실과 폐쇄성이 부각됐다고 꼬집었다. 벨기에의 최대 일간지 ‘르수아르’도 4일 김위원장의 방문 형식이 희화적인 스탈린주의와 개인 우상숭배가 지배하고있는 북한을 드러낸 것이라며 요즘같은 세상에 많은 무장요원들을 이끌고 철도로 모스크바를 방문할 인물이 김위원장말고 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5일자에서 러시아 야당 정치인의 말을 인용,엄중한 경호속에 방탄장치가 된 특수열차를 타고 비밀에 둘러싸인 채 도착한 모습이 마치 “스탈린에 관한 옛날영화의 한장면”을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신문은 이같은스타일이 “구세대 비밀 강박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김정일 특별열차 점검위해 크라스노야르스크역 기착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특별열차가 30일 낮(모스크바 시간) 크라스노야르스크역(驛)에 잠시 기착,점검을 받았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역 당국을 인용,열차의 기착 이유는 순수히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라면서,이 때문에 어떠한 특별한 행사도 준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열차는 크라스노야르스크역에 15∼20분 가량 기착한 뒤,다음 행선지를 향해 출발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31일 오전 노보시비르스크에서 고(故)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목숨을 구했던 러시아인 유가족과 만날예정이며 오후 옴스크에 들러 하루동안 머물 예정이라고이타르 타스 통신이 30일 보도했다. 모스크바 연합
  • [한국에 산다] 라리사 자브롭스카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원

    **무분별한 서구문화 베끼기 우려. “러시아인들은 이제 서울의 거리에서 더이상 희귀한 존재가 아닙니다.동대문시장에 갔을 때는 러시아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더군요” 지난 95년부터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한·러 관계를 연구하고 있는 라리사 자브롭스카야(50·러시아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어린 시절 연해주 블라디보스톡에서 한국동포들과 함께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관심 덕분에이제는 몇 안되는 ‘한·러 관계 전문가’가 됐다.뿐만 아니라 한국에 머물 때면 주말에 어김없이 서울 종로의 조계사를 찾고 육류는 절대 삼가는 독실한 불교신자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세번째로 한국을 찾은 그는 “시기별로 한국의모습은 확연하게 달랐지만 한국과 러시아가 보다 가까와진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한국에 대한 그의 첫 느낌은 한국과 러시아의 정치·경제인들이 서로에 대해 무척 실망하고 있다는 것.“러시아는한국인들이 러시아 경제의 주요 투자자로 나서지 않고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에 실망했고 한국 기업인들은러시아식 비즈니스 관행·공정치 못한 관세 등에 불쾌해했던 것 같다”는 그는 당시 6개월간 한국에 머물며 한·러 정치·경제 교류의 초기단계를 분석,‘러시아와 한국,대립에서 협력으로’라는 논문을 출간하기도 했다. 두번째로 한국을 찾은 1998년 봄,그의 기억 속엔 IMF 금융위기로 도산한 기업들,갑자기 닥친 재난 속에 절망하던한국인,거리를 헤매는 걸인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난 5월 다시 한국을 찾았을 때는 때와 장소를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폰이 무엇보다도 그를 놀라게했다. 또 노랑머리의 한국 젊은이들도 그를 놀라게 했는데 ‘미국인에 대한 무분멸한 모방이 한국 고유의 문화를 빈곤하게 만들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는 것이 그의 새로운 걱정거리다. 그는 ‘연해주 토박이’답게 한국 기업인들에게 새로운투자장소로 연해주를 적극 추천했다.그는 “지난해 한국과연해주간 무역규모는 양국 전체 교역량의 10분의 1에 해당한다”며 “한국의 기업인들이 이익의 기반인 연해주 농업에 더욱 관심을 가져 양국 경제교류가탄탄하게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동미기자 eyes@
  • 연해주에 한국문화전시관 건립

    러시아 연해주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회가 처음 열려성황을 이루고 있다.내년초에는 연해주립박물관에 한국문화상설전시관이 개설된다. 고구려와 발해 땅이었던 연해주는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됐다가 1990년대 들어 되돌아온 한인 3만여명이 사는 유서깊은 곳이다.동포들에게 민족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심어주고 한·러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의 역사와 전통생활문화를 소개하는 연해주내 5개 도시 순회전이 국립민속박물관(관장 李鐘哲)주최로 열리고 있다. 첫 도시인 블라디보스톡의 연해주립박물관 국제전시관에서지난 15일 개막한 ‘한국문화로의 초대’전에는 현지 한인뿐 아니라 러시아인들까지도 대거 참석,한국문화에 지대한관심을 보였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50평 규모의 전시장에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등 대표적문화재 15종 22점과 전통공예품 18종 80여점,문화상품 11종23점이 전시되고 있다. 핫산 우수리스크 아르세니예프 알춈 등지를 순회하는 전시가 9월21일 끝나면 준비를 거쳐 주립박물관에 상설전시장을 꾸민다. 행사를 준비한 민속박물관 천진기 학예연구관은 “교민들에게 우리 문화를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러시아인에게도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부각시킨 성공적인 문화외교”라고 자평했다. 김주혁기자 jhkm@
  • [씨줄날줄] 꽁치 분쟁

    아버지가 형에게 사준 축구공을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동생이 있다.형제간의 싸움이 그칠 날이 없자 마침내 아버지가 나서 그 공은 형의 것임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동생은마지 못해 ‘서약문’을 쓴다.그러나 형이 축구공을 갖고노는 모습을 보자 생각이 바뀌어 다시 생떼를 쓴다.끝내는축구공이 자기 것이라고 강변하면서 형의 친구들에게까지공놀이를 못하도록 생트집을 잡고 훼방을 놓는다.한국 어선의 남쿠릴열도 수역 꽁치조업 행위가 주권 침해라고 억지부리는 요즘 일본 모습은 영락없이 욕심 사나운 동생 꼴이다. 쿠릴열도는 러시아연방 극동 사할린주에 속하는 섬들로 러시아연방 캄차카반도 남단에서 시작하여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동부에 이르기까지 1,200㎞에 걸쳐 뻗어 있다.이곳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들은 러시아인이다.이들은 열도를 탐험한 뒤 정착했다.그러나 1875년 일본이 열도 전체를 점령한 뒤 이름을 지시마(千島)열도로 바꿨다.1945년 얄타협정에 따라 쿠릴열도가 당시 소련에 넘어가면서 일본인들은 대부분 추방됐다.그렇지만 일본은 여전히 열도 최남단 2개 섬과 홋카이도 북쪽 2개 섬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이 때문에 두 나라는 1955년 관계 정상화를 해놓고도 여태껏 평화조약을 맺지 못한 상태다. 중요한 사실은 현재 쿠릴열도의 실질적 영토 관할권을 행사하는 나라가 다름아닌 러시아라는 점이다.그래서 한국이러시아의 허가를 받아 꽁치조업을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이치다.그것이 국제법의 관례이기도 하다.한국 어선의 남쿠릴열도 조업은 지난 1991년 당시 소련과 한국간에 체결된상업협정에 따른 합법적인 것으로 영유권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더구나 한국과 러시아 양측이 최근 남쿠릴열도꽁치 입어조건에 대해 최종 합의했다는 점을 일본도 모를턱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느닷없이 영유권 침해 운운하고 나선 것은 참으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요,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다음달 말로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자민당 우파세력의 정치적 기도 때문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으니 그저의가 불순하기 짝이 없다. 우리 정부는 단호하게 맞서기 바란다.국제법의 기본원칙에따라 당당한 자세로 대응해 다시는 이같은 일이 되풀이되지않도록 해야 한다. 박건승 논설위원 ksp@
  • World Digest/ ‘러시아 개혁’푸틴의 갈등

    구 소련 붕괴이후 러시아에 자본주의 개념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다수 러시아인들에게 사회주의는끝나지 않은 개념이다. 국가에서 무상으로 제공되는 공공주택 및 전력 ·난방 등생활과 밀접한 상당 부분이 아직도 사회주의 골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무상교육과 의료혜택,국가소유 토지제도등 과거 사회주의를 지탱하던 근간도 그대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현재 1991년 말 소련 붕괴 직후 러시아인들이 느꼈을 두려움에 버금가는 대개혁을시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공공주택과 이에 따른 전기,난방,상·하수도 등 서비스 요금을 100% 유료화하는 공공주택 운영에관한 방안을 다음달 1일까지 구체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20일 보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 조치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로의 완전 편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지난 4월 하원에 상정된 농지를제외한 토지 거래 자유화법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많은 러시아인들은 전기·난방 등 각종 서비스를유료화하면 생존권에 위협을받을 수 있다고 강력 반발하고있다. 일부에서는 이 조치가 도입될 경우 극도의 사회불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푸틴대통령은 국민의 생존권이냐 시장경제 적극 도입을 통한 효율성 제고냐를 놓고 오랜 고민을 했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하지만 푸틴대통령은 또다시 국가재정으로 이를 충당했다가는 최근 살아나고 있는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수있을 것으로 보고 밀어붙이기를 시도하고 있다. 개혁에 따른 저소득층의 불만은 소득별,계층별 차등 과세를 적용해 다스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러시아 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루블화 평가절하로 인한 가격 경쟁력과 유가상승에 따른 수입 증가가 주된원인이다.여기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10년전부터 서서히 도입해온 시장경제 조치들이 효과를 보고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푸틴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법치주의를 바탕으로 한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부’란 공공주택에 대한 몇 푼의 세금을더 걷자는 차원이 아니고,본격적인 시장경제체제 도입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한국에 산다] 유리 푸프이닌 연세대 노문과 교환교수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환교수로 있는 러시아인 유리푸프이닌(51)은 4년간의 한국 생활에 대해 “하라쇼! 하라쇼(좋아요)!”를 연발한다. 푸프이닌 교수는 때때로 보드카를 즐기고 겨울철 영하 수십도의 날씨 속에서도 상트 페테르부르그의 얼어붙은 강에서 냉수욕을 즐기는 진정한 ‘루스키(러시아인)’.하지만한국인과 러시아인은 정서적으로 매우 가까워 한국에 대해큰 애정을 갖게 됐다고 한다. “한국인과 러시아인은 모두 다른 사람을 무척 쉽게 믿기때문에 친구를 잘 사귑니다.또 어린아이같이 다소 감정적이고 낙관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는 것도 비슷한 점이지요” 무엇보다도 그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바로 올해로 12번째 신입생을 맞은 노어노문학과의 제자들이다.열정적으로‘러시아’라는 나라를 탐구하는 제자들을 보면 낯선 땅에서의 외로움도 금새 잊게 된다는 것. 특히 그를 감동시킨 것은 한국 학생들의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97년 가을 한국에 처음 왔을 때지요.갑자기 비가 내리는데 우산이 없어 서둘러 캠퍼스를 걷고 있는데한물리학과 남학생이 다가와 연대 옆 나의 오피스텔까지 우산을 씌어주는 것이었어요.러시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일입니다” 푸프이닌 교수가 잊지 못하는 한 일화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그 출신인 그는 게르첸 대학에서러시아 어문학을 전공한 뒤 러시아학술원 ‘언어학연구소’의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했다.대표적인 러시아 언어학자이자감수성이 뛰어난 작가이기도 한 그는 한국에서 교수로 일하는 동안 창작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여름에는‘한 화학자의 엉뚱한 환상과 발명’을 소재로 한 8개의 단편소설을 페테르부르그 월간잡지 ‘네바’에 게재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을 맞아 푸프이닌 교수는 오스트리아 빈 대학에서역시 교수로 일하는 아내와 두 딸을 만나러 곧 오스트리아로 떠날 예정이다.떠나기 전 그는 “러시아 작가하면 보통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를 떠올리겠지만 20세기의 대가불가코프의 현대 산문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꼭 읽어보라”며 한국인들에게 책 한권을 추천했다. 이동미기자 eyes@
  • LG배 본선 오른 박정상 2단

    입단과 동시에 11연승의 돌풍을 일으켜 ‘제2의 이세돌’이란 별칭을 얻은 박정상 2단(17)이 12일 시작하는 제6회 LG배 세계기왕전 본선에 나선다.박 2단이 세계대회출전권을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이세돌 3단의 뒤를 이어‘저단 돌풍’을 계속 일으킬 지 주목된다. 지난해 5월 입단한 박 2단은 올들어 5월까지 24승6패로 다승 1위와 승률 2위(80%)를 달리고 있다.승률 1위는 강지성4단(81.2%). 그가 각광받은 것은 지난해 왕위전 예선 결승에서 ‘반상의 철녀’ 루이나이웨이 9단을 꺾고 본선에 오르는 등 11연승을 거두면서 였다.이번 LG배 예선에선 7연승을 거두며 본선 진출권을 따냈고 국수전 예선에서도 6연승을 기록했다. 왕위전 본선에서는 유창혁 9단,이세돌 3단에게 무릎을 꿇긴 했지만 양재호 9단을 꺾는 등 실력을 인정 받았다. 초등학교 시절 김수영 8단의 눈에 띄어 허장회 바둑도장에 입문해 7년 뒤 입단했다.지금도 평생의 라이벌로 여기고있는 박영훈 2단(16)의 입단을 보고 “영훈이 같은 약체가입단한 것에 자존심이 상한다”며 삭발에가깝게 머리를 깎았을 정도로 승부근성이 대단하다.일본의 고바야시 고이치9단과 요다 노리모토의 실리를 챙기면서도 탄탄하게 두는기풍을 선호한다. “상대 실수를 엿보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강한 바둑을두고 싶다”는 박 2단이 이번 대회에서 어떤 ‘사자후’를터뜨릴 수 있을 지 기대된다. LG배 본선은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1회전(24강전),같은 곳에서 14일 2회전(16강전)이 열리고 10월쯤 중국에서 8강전이 펼쳐진다.특히 이번 대회에는4년전부터 한국에서 바둑수업을 하고 있는 러시아인 알렉산더 디너스타인(21)이 아마추어(7단)로서는 처음 출전한다. 임병선기자 bsnim@
  • K리그 홈페이지에 포르노가…

    한국프로축구연맹 홈페이지가 지난 5·6일 포르노사이트로 둔갑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3월 연맹 홈페이지를 개편(www.kleaguei.com)한 뒤 예전 도메인(www.kleague.org)을 아무런조치 없이 최근까지 방치하는 바람에 한 러시아인이 이를사들여 자신의 포르노사이트에 연결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때문에 이 홈페이지와 연결된 프로축구연맹은 물론 대한축구협회와 2002월드컵조직위원회,축구관련 단체 홈페이지 역시 K-리그 배너를 누르면 옷벗은 여성이 나타나는 사태가 빚어졌다.조직위는 6일 밤 10시쯤 이를 확인,후속 조치를 했지만 축구협회 홈페이지는 이날 밤늦게까지 수정되지 않았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어린이날 연휴가 겹쳐 문제점을즉각 바로잡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 홈페이지가 교체된것이 2개월전 이어서 설득력을 못얻고 있다. 임병선기자
  • “2,000만달러 아깝지 않네요”

    “하라쇼,하랴쇼(러시아어로 좋다는 뜻).” 인류 역사상 첫 우주관광객이 된 미국인 억만장자 데니스티토(60)는 28일 자신이 탄 러시아 우주선 소유즈 TM32가대기권을 벗어나자 ‘하라쇼’를 연발했다. 자신의 평생 꿈인 우주여행을 이루기 위해 2,000만달러(약 270억원)를 선뜻 낸 티토는 여행객 답게 비디오 카메라와오페라 CD,가족 사진 등을 갖고 여행길에 올랐다.러시아 우주항공국은 이날 오전 티토와 러시아 우주비행사 등 세명을태운 소유즈호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고 밝혔다.발사 9분후 대기권에 진입한 소유즈우주선은 30일 국제우주정거장인 ISS에 도킹할 예정이다. 발사 직후 CNN은 티토가 미소를 머금고 바샤바예프 선장과엔지니어 유리 바투린과 대화하는 모습을 방영했으며 티토의 전부인과 친구 등 20여명이 우주선 발사기지에서 이 광경을 지켜봤다. 한편 러시아 우주항공국은 제2의 우주관광 협상이 진행중이며 “그 역시 러시아인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미국 USA투데이는 공전의 히트를 쳤던 영화 ‘타이태닉’을 만든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두번째 우주 여행계약에 서명할것이라고 지난 27일 보도했다. 김균미기자 kmkim@
  • [다가오는 시베리아] (7.끝)하바로프스크

    블라디보스토크 오키안스키아 거리의 극동 국립대학.아무르만의 해안선이 바라다 보이는 구릉 위의 교정 북쪽편에 ‘한국학대학’이란 한글 표지판이 있는 5층 건물이 한 눈에들어온다. 1층 원형 강의실에선 러시아 학생 60여명이 한국의 경제사정을 설명하는 알렉세이 유리비치 교수의 한국말 강의에 귀기울이고 있었다.3학년생 데마너바 안겔리나양은 학교생활을 묻자 “사물놀이 부채춤 전통음악을 배우는 동아리도 있다”고 우리말로 깜찍하게 대답했다.그녀는 정치상황 등 한국사정을 꿰뚫고 있었다. 옆자리의 유레녹 발렌티나 양도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도 보고 한국 친구들과 편지도 주고 받는다”고 싱긋 웃었다. “4∼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한 우등생들”이라며 “한국학 단과대학 체제를 갖춘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발레리 디카레브 부총장은 자랑했다.5년제로 해마다 50명씩 입학,250여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곳서 만든 한국어 교재는 극동 러시아 전체에서 사용중이고 최근엔 빅토르 코세미야코 교수팀이 한국어 학습 CD를개발중인 한국학연구·교육의 메카다.90년 한·소 수교 전에는 북한식 교재에 북한말을 가르쳤으나 지금은 남한말이표준어가 됐다. 극동 국립대를 비롯,극동 러시아에 한국어과가 있는 대학은 6곳.하바로프스크 사범대학이 대표적이다.임 발레티나교수의 소설강독 시간에 4·5학년 20명이 하근찬의 ‘수난2대’를 읽어 내려가고 있었다.49살의 임 발렌티나의 아버지는 연해주에 와 일하던 북한인.원산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온 뒤 러시아인인 어머니를 따라 하바로프스크로 돌아와 대학을 마치고 교수로 남았다. 임 교수는 “읽고 쓰는 능력은 우수한데 시청각교재를 구하기 어려워 말하는 연습이 부족하다”고 걱정했지만 사샤푸카체프군 등 학생들은 한국진출 러시아 기업이나 한국기업에 취직할 생각이라며 즐거운 표정이다.제주도와 경주 석굴암 등을 돌아봤다는 타냐 푸리마코바 양은 “극동에 살면한국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며 일반 러시아인들도 한국에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어의 인기는 한국과의 경제·문화 협력 활성화 전망때문.나홋카 한국공단·한국종단철도와시베리아횡단철도(TSR)연결·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인기도 치솟고 있다. 연해주에서 서울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30분∼2시간 거리. 광대한 러시아 대륙에 비할 때 지척에 불과한 근접지역이다.역사적으로도 한국인이 낯설지 않다.20세기 초 일제 강점기에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 일대는 무장독립운동의 거점으로 한국인 20여만명의 삶의 터전이었다.그만큼 한국과한국인에 대해 역사적·지리적으로 익숙해 있다.한국을 왕래하는 러시아인 중 70∼80%가 연해주·하바로프스크 지역사람들이다. 지난 2월 초 들어온 한국영화 ‘쉬리’가 블라디보스토크뉴웨이브 극장 등 이 지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한국붐과 무관치 않다는 현지인들의 설명이다.이고루 보스트리코프 극동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극동 러시아는 남북한과러시아의 삼각 협력이 꽃피는 지역이 될 것”이라며 “이같은 기대감으로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인기와 교류가급속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하바로프스크(러시아) 이석우특파원 swlee@. * 하바로프스크 한국교육원. 아무르강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는 셰르셰바거리 60번지10층 상가건물.‘하바로프스크 한국교육원’이 세들어 있다. 현지 동포 2·3세의 언어·문화교육과 한국 문화의 확산을위해 교육부가 세운 세계 33곳 ‘거점’의 하나다. 40명과 24명 정원의 두 개의 작은 강의실엔 오후 4시부터두 차례 한국말 수업이 진행됐다.동포 교육이 우선이지만금발에 파란눈의 러시아인들이 더 많다.양형렬(梁亨烈)원장은 “다달이 16∼35세의 250여명이 무료로 한국어를 배운다”고 설명했다. 교육원은 극동지역 블라디보스토크,사할린 등 3곳에 있고이곳은 지난 97년 세워졌다.20평 남짓한 사무실 한구석에는한국영화 비디오, 어학 교재들을 비치한 ‘간이 도서실’도있다. 모스크바방송 기자출신의 고려인 이주학(李柱鶴)씨는“교육원이 하바로프스크 1만여 고려인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면서 “다른 외국 교육원처럼 어학실습실, 도서관 시설및 활동공간이 있었으면 보다 많은 고려인들이 모일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고려인 3세 이타티아나 양은 40세 이하의 고려인 2·3세들이 대부분 한국어를 하지 못해 교육원의 역할이 기대되지만 교육원이 세들어 있다보니 저녁 일찍 문을 닫고 공휴일에도 열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교육원측은 “단독건물 구입예산을 확보해 놓았지만 외교통상부가 보증동의를하지 않아 부득이 세들어 있는 상태”라며 교육부와 외교부의 힘겨루기를 꼬집었다. 하바로프스크 이석우특파원. * 극동국립대 한국학대학장 블라디미르 베르호랴크. 러시아 극동국립대학교의 블라디미르 베르호랴크 한국학대학 학장은 “러시아는 전통적인 유럽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 아시아·태평양지역과 동북아 경제권 진출을 모색하고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동북아 정책은. 균형있는 세력균형과 평화체제 수립이 목표다.한국은 동북아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이자 협력 파트너다.지난 2월 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도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과의 협력 방향은. 러시아 극동지역 경제는 멀리 떨어져 있는 모스크바보다한국 중국 일본과의 교류가 더 많다.한국은 극동지역 전체대외무역의 30%를 차지하는 주요 ‘고객’이다.단순 무역에서 나아가 천연자원과 첨단 과학 기술 협력의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러시아는 경의선 복선화·현대화 사업 등 남북경협사업에 참여의사를 다양한 경로로 남북한 당국에 전달해 오고 있다. ▲남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구상은. 북한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남한과 러시아는 자본,에너지,기술,부품 등을 분담하면된다. 북한에는 옛 소련이 건설한적지 않은 산업시설이 방치돼 있다.이를 ‘3각 협력’을 통해 재가동시킬 수 있다. 철도복구,자원개발,농업투자도 3국협력이 가능하다. ‘3각 협력’은 남북한 경제체제·발전단계의 차이를 보완하고 한반도 안정,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기여할 것이다. 블라디보스토크 이석우특파원
  • 이봉창의사 의거 러시아까지 영향

    일왕에 폭탄을 투척한 이봉창 의사 의거가 당시 러시아인들의 배일사상 고취에 큰 영향을 준 사실을 입증한 자료가첫 공개됐다. 국가보훈처는 1932년 1월 8일 이봉창 의사 의거가 결행된이틀 뒤인 1월 10일부터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라디오 방송국이 당시 사건을 보도한 자료를 일본 외무성 외교사료관에서 입수,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82주년을 기념해 11일공개했다. ‘소하 7년 관병식 조선인 불경(不敬)사건’이란 제목의문서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 라디오방송은 “일본에서 1월 8일 일어난 암살사건은 일본의 제위(帝位)와 그 신성(新聖)에 대해 벌써 누구도 믿지 않는다는 명료한 증거다”고보도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이 방송을 ‘불경(不敬)방송’으로규정, 시로타(廣田弘毅) 당시 러시아 주재 일본대사를 통해러시아 정부에 엄중 주의와 함께 방송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항의문을 전달했다고 문서는 밝혔다. 단국대 한시준(韓詩俊) 교수는 “이 자료는 이봉창의사 의거의 공간적 지평을 확대해 주는 것으로, 그 영향이 한,중,일 3국을 넘어러시아에 까지 미쳤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주석기자 joo@
  • 日은 교과서 왜곡 독일은 과거사죄

    [모스크바 연합] 일본의 한일합방 및 제2차 세계대전 등에 대한 외곡된 교과서문제로 공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슈뢰더 총리는 9일(이하 현지시간) 2차대전 당시 독일의침공으로 100만명 이상의 러시아인이 숨진 것을 기리기 위한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피스카료프 묘지에 헌화했다.다음날인 10일 독·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에는 “피스카료프묘지 헌화는 양국간 새로운 협력관계를 위한 매우 중요한상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는 매우 훌륭한 신호로서 독일 동료들에게 감사한다”면서 “2차대전 당시 그토록 고통받았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헌화가 이뤄졌다는 것이 중요한 점”이라고 평가했다.이어 “이번 일은 러·독 양국의 협력관계 발전작업이 올바른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슈뢰더 총리는 이와 함께 ‘모스크바 메아리’ 라디오와의 회견을 통해 “지난 45년 소련군이 레이흐스타그(독일옛 연방의회) 벽에 세겨둔 제명(題銘)을 제거하자는 우리의원들의 제안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한 뒤 “이는 보전이 불가피한 중요한 소련 역사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또 “(참전했던) 옛 소련군과 독일군 장병이 한 자리에 마주앉는 날이 도래하기를 기대한다”면서 “현재 양국 전역병들간에 매우 훌륭한 접촉관계가 형성돼 있다”고지적했다.
  • [다가오는 시베리아] (6)블라디보스토크

    시베리아횡단철도(TSR)가 모스크바를 떠나 7개의 각기 다른 시간대를 거쳐 6박7일 만에 도착하는 종착역이자 시베리아행 열차의 시발점인 블라디보스토크. 승차장 부근 기둥엔‘모스크바부터 9,288㎞’라고 쓰인 표지판이 붙어있다. 중세 러시아 양식의 역사(驛舍)는 황금뿔이란 뜻의 ‘졸로토이 로그’만에 접해있다.만 중심에는 태평양함대 사령부건물이 바다를 향해 우뚝 서있고 주변 광장엔 군항에 정박해 있는 10여척의 함선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외국인관광객과 산책 나온 시민들의 모습이 활기차다. ‘동쪽(보스토크)을 정복하다(블라디)’란 이름풀이처럼태평양 진출을 향한 러시아인의 기백이 만들어낸 이 전략요충지는 1992년 개방으로 ‘외국인 금지구역’에서 국제교역항구로 탈바꿈했다.1,000여개의 외국기업 대표처,한국 미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5개국 영사관이 있는 상업거점이자극동러시아로 통하는 관문이다. 연해주 수도로 인구는 70만 남짓.한국인 500여명이 상주하고 한국·일본산 자동차 등 일상용품도 이곳에서 TSR에 실려 시베리아와 모스크바로 옮겨진다.물동량 연 1,000만t. 수출화물 중 철강재가 8할이다.기존규모의 두배인 연 200만개 수용규모의 컨테이너 부두를 건설중이다.물동량 절반을점하는 중국 남부와의 교역량,각 20% 가량인 한국·일본행화물이 모두 증가추세여서 시설확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하는 블라디미르 스테그니 연해주 부지사의 표정이 즐겁다. 거리에는 옛소련의 유산인 무궤도 전차 ‘트로이 부스’,궤도 전차 ‘트램웨이’에 일제 승용차,한글표지판이 채 지워지지 않은 한국산 중고 버스가 뒤엉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혼재를 연상케 했다.한국처럼 운전석이 왼쪽인 차량우측통행제지만 대부분 승용차 운전석은 오른쪽이어서 어리둥절했다.“밀수나 수입으로 유입된 일제 중고차가 85%를넘어서면서 정부가 단속을 포기했다”는 현지인들의 설명이다. 항만도 민간기업이 관리하고 있다.미하일 로프카노프 상업항 대표는 “정부가 항만관리회사를 설립,주식의 20%만 갖고 나머지는 내다 팔았다”고 말했다.한국인 등 외국인 주식참여도 27%.한해 순이익만 700만달러(93억원)를 내고 있다.블라디미르 브레즈네프 상공회의소 회장은 “극동해운사,스파스크 도자기공장 등 연해주 100대 기업은 경매 등을통해 모두 민영화됐다”면서 “민영화 과정에서 기업이 도산하고 정부에서 파견한 법정 대리인이 2∼3년 사이에 10번이상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실험의 혼란 속에 강력범죄의 증가와 매춘은 일상적이 됐다.“밤에는 외출을 삼가하고 낮이라도 혼자 다니지 말라”고 영사관 직원은 주의를 준다.한달 수입 10만원이하의 빈곤층이 연해주지역 인구의 40%를 넘어섰지만 거리와 상점에 고급 외제차와 물건들이 넘쳐났다.‘소수 부유층’과 ‘다수 빈곤층’의 두 세계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고있다는 현지인들의 불만이다. 경제전문가 이리나 도리비세바 여사는 “정권 둘레에 있는사람들이 정보를 독점, 주식을 대량구매하고 정부역할이 충분치 못해 국민들이 민영화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지적했다. 지난 겨울 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 일대는 전력공급 부족으로 추위에 떨었다.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민영전력회사가 수입불충분을 이유로 전력을 제한 공급했기 때문.지난 2월 초 예브게니 라즈드라첸코 당시 주지사 사임의 공식이유도 전력문제였다.그러나 현지인들은 “개발사업에 대한 특혜와 이권개입으로 푸틴 대통령의 경고를 받고 중도 하차했다”고 입을 모았다. 극동러시아대 발레리 디카레브 부총장은 “20세기 초 이지역은 모피상,금광개발자,철도건설 근로자,상인 등 돈과성공을 찾아오는 개척자들로 ‘아무르 캘리포니아’라고 불렸다”면서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빈부격차,범죄증가 등부작용도 있지만 역동적인 투자와 관심속에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이석우특파원 swlee@. *'보스토크 아진' 페레드냐 사장.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 이석우특파원] 수산회사 ‘보스토크 아진’은 자본주의 실험의 성공 사례.무일푼의 20대들이배 2척을 외상으로 빌려 시작한 사업이 10년 만에 460억원대의 매출액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모스크바와 사할린에 지사를 두었고 병원, 화학제품생산업체등 4개의자회사도 설립했다. 알레산더 페레드냐(35) 사장은 “블라디보스토크 기술대학을 졸업한 뒤 대학 설비학부 연구원으로 일하다 수산업쪽의가능성을 보고 1991년 친구들과 연고가 있던 당시 국영 극동수산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수산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금은 한푼도 없었지만 소련의 붕괴 속에 국영기업들은 개점휴업상태여서 경쟁없이 풍부한 자원을 독점,쉽게 발판을 마련했다”고 성공비결을 설명했다.국영 수산업체들이 손을 놓고 있고 민영회사는 채 생기지 않은 사이에 선수를 친 것이 성공비결. 회사는 35명의 주주로 구성돼 있지만 상장은 하지 않아 유한회사에 가깝다.이들의 꿈은 예상 밖으로 몇몇 사람소유의기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이 주식을 공유한 회사다. 페레드냐 사장은 “올해부터 북한수역에서 꽃게 조업을 할계획이며 장기적으로 한국기업도 함께 들어갈 수 있는 3국협력방안도 모색하고 있다”면서 “부산의 몇몇 회사들와공동조업도 하고 있고 한국의 가공기술과 유통시스템을 배우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시내중심부에서 1㎞쯤 떨어진 크라스노보 즈나메니(붉은기)거리에 있는 8층의 빨간 벽돌 본사건물에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관장 李光熙)가 세들어있어 한국기업들과의교류도 활발하다.
  • [다가오는 시베리아] (4)한국기업 뿌리 내리기

    [하바로프스크·파르티잔스크(러시아) 이석우특파원] 하바로프스크시 중심가 무라비요부 아무르스키 거리의 시영백화점 1층.고급 가죽옷,모피옷 차림의 러시아인들이 한국산 TV,VCD재생기,전자레인지 등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있다. 하바로프스크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극동러시아 지역의 주요 도시엔 한국산 전자제품들이 일본산을 누르고 최고의판매율을 자랑한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이광희(李光熙)블라디보스토크 관장은 “한국산의 점유율이 극동러시아전체 시장의 절반을 넘는다”고 자랑했다. 옛 소련 붕괴후 90년대 초반까지 혼란스럽던 과도기에 “안정성이 없다”며 일본기업들은 떠났지만,한국은 위험을무릅쓰고 달려든 덕분이라고 삼성전자 노세권 과장은 분석했다.생산공장 건설 등 대기업들은 본격 투자를 주저하고있지만 높은 마진 때문에 판매시장으로서는 매력이 높다. 국내의 비싼 인건비 압박에 설 곳을 잃은 중소제조업체들도 러시아 땅에서 활로를 찾았다.봉제업은 한국과 가까운거리,싼 인건비에 힘입어 뿌리내리기에 속도를 더하고 있다.연해주 일대에 한국기업 투자액은 3,000만달러.22개 업체가 진출,1만3,000여명의 러시아인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 연해주 남동부 시골 소도시 파르티잔스크.블라디보스토크에서 7시간 남짓 거리인 이 곳의 한국투자 봉제업체 코러스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회사 입구에는 러시아기와 태극기가 나란히 휘날렸고 직원들을 출퇴근시키는 버스가 늘어서 있었다.작업장에는 금발의 30·40대 러시아여성 500여명이 원단을 자르거나 재봉질을 하고 있었고,이들의 손을 거친 원단은 ‘갭(GAP)’,‘올드 네이비’(OldNavy) 등 미국상표의 셔츠나 스웨터로 바뀌어 나오고 있었다. 전체 직원은 1,600명.생산품 전량을 미국,캐나다에 수출한다.지난해 매출액은 3,300만달러.1998년 설립 때부터 상주하고 있는 주인하(朱仁河) 상무는 “품질에 대해 미국바이어들도 만족해하고 생산성도 필리핀의 90% 수준”이라고 말했다. 주 상무는 성공 비결을 “관청 관계자들과의 원만한 인간관계,현지 종업원의 사고방식 존중 등 현지화”라고 강조했다.러시아인들은 낮은 문맹률에 교육·문화수준이 높고손재주가 좋지만 자존심이 강하고 간섭에 민감하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한국인 직원이 11명에 불과한 것도 작업감독까지 ‘러시안’인 현지화 방침 때문이었다.주 상무는 “생산비용의 27%가 세금과 공과금일 정도로 세금이 높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용원들에게는 월 2,300∼2,500루블(11만원 상당)을 주지만 국민연금,주택기금들을 포함하면 1인당 인건비는 15만원 수준이다.러시아 현지공장 운영의 어려움 중 하나는 공해방지법 등 관련법이 잘 정비돼 있는데 비해 법 집행은자의적이라는 점.한 봉제공장 관계자는 “현지 정부 당국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갖지 못해 공해방지법,근로법 등을법대로 적용받아 벌금을 내고 도산한 한국기업도 있다”고 말했다.다국적기업 필립스사가 노보시비르스크에 1,000만달러를 들여 설립한 브라운관 공장이 실패한 것도 근로자와의 친화,현지법에 대한 적응미숙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있다.지난해 말 ‘한국 봉제업체들이 열악한 근로환경에임금착취까지 한다’는현지언론의 무고성 집중보도로 봉체업체 대표들과 영사관이 ‘진화’에 나선 일도 현지화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중소 가공 투자업체들이 항구에 가까운 연해주 남단에 몰려 있지만 중소 무역업체들은 자원이 풍부한 극동 각 곳에 퍼져 있다.하바로프스크에서 고철,목재를 수입하는 조창호(趙昌浩) C&S코리아 사장은 “모호한 법 규정,잦은 법개정,법 규정과 적용의 괴리,통관기간 지연 등이 사업의장애지만 마진이 높아 매력적인 곳”이라면서 “법치보다인치요소가 강하다는 점에 적응해야 살아 남는다”고 지적했다. 하바로프스크 엠제이무역의 정길주(鄭吉柱) 사장은 “단순무역에서 점차 1차상품을 현지에서 가공해 수출하는 추세”라며 “지난해 말부터 현지 금융기관에서 대출도 받을 수 있게 되는 등 제도적으로 안정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광활한 토지를 이용한 영농투자도 시도되고 있다.고합은 우수리스크지역 등에서 대두농사를 하고 있고,국제농업개발원(원장 李秉華)은 북·러 국경지대인 하산군에 사슴농장 등을 운영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이다. swlee@. *北의 외화벌이 현장. [하바로프스크(러시아) 이석우특파원] 하바로프스크 시중심에서 아무르강을 따라 외각으로 10분 거리인 공업구로 들어서면 북한의 ‘원동 임업대표부’가 나온다. 러시아 극동지방의 벌목공 관리,목재 수출입 등을 담당하고 비자 관리 등 영사관 역할도 하는 북한 극동지역 거점중 하나다.1.000평은 넘어보이는 넓은 장방형 건물의 일부는 러시아 가구회사에 임대된 상태였다.가구회사 직원은“최근엔 사람들의 출입이 뜸한 편”이라고 귀띔했다.‘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받들어 나가자’ ‘오늘 아닌내일을 위해서 살자’는 구호 현수막이 건물 곳곳에 걸려있었다.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지만 극동러시아 지역에 7,000명 가량의 북한 벌목공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블라디보스토크 등 연해주에 파견된 건설노무자도 매년 3,000명 가량 된다는 현지 한국인들의 설명이다.어부들도 1,000여명 파견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한국인 기업인은 “지난해 겨울,사무실 보수공사를 하는데 근로자 차림의 북한사람들이 불쑥 찾아와서 미장과 목수일을 자신들에게 줄 수 없겠느냐고요구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그는 “북한이 외화벌이를위해 러시아 기업과 일정 인원의 송출을 공식 계약하지만정해진 인력 외의 노무자들을 파견,이들이 스스로 외화벌이를 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90년대 후반 2만여명 수준이던 벌목공들은 대폭 줄어든상태.이 가운데 해마다 수십명씩의 벌목공과 노무자들이러시아에서 근무지를 벗어나 탈북자가 된다고 나홋카의 한 목회자는 말했다.‘김○○.60년 10월생.함북 어림군 조림사업소 소속.하바로프스크 임업대표부 사업소 및 원동임업대표부 건설중대 소속…’.한글과 러시아어로 된 몇몇 탈북자 수배전단이 북·러 국경지대 역사 게시판에 사진과함께 붙어 있었다. 하바로프스크 교외에서 만난 한 벌목공 출신 탈북자는 “벌목공 생활도 북한보다 지내는 것이 낫지만 우연히 한국소식을 듣고 동경한 데다 감시원들과 갈등이 생겨 근무지를 벗어나 시베리아 일대를 전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해주 주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측의 요청이 있어 어쩔수 없이 탈북자를 체포해 북으로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북·러 관계가 진전되면서 올해 북한 벌목공 등 외화벌이꾼들이 대폭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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