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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소말리아 해역에 전함 증파

    ‘해적 소굴’ 소말리아 해역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해적들이 탱크 33대를 실은 우크라이나 선박을 납치한 지 5일째인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군 구축함이 해역 봉쇄에 나선 데 이어 순양함과 헬기를 잇달아 보냈다.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가 파견한 초계함은 대서양을 지나고 있다. 바레인 주둔 미 해군 5함대 나단 크리스텐슨 부대변인은 이날 “구축함 ‘하워드호’ 외에 다른 구축함과 순양함 여러 척을 파견해 피랍된 ‘파이나호’와 16㎞의 거리를 두고 감시하고 있다.”면서 “선주와 해적 사이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남아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 방송 MSNBC는 “미국은 러시아산 T-72 탱크와 AK-47 자동소총, 탄약 등 무기들이 무더기로 소말리아에 있는 알 카에다 연계 조직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면서 “미군 증파는 해적들이 무기들을 하역하는지 감시하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말리아 해적은 미국과 러시아 전함의 접근에 대해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고 맞섰다. 이들은 피랍 선원과 무기를 내놓는 조건으로 42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2000만달러로 낮췄다. 이 선박엔 선원 21명이 타고 있었으나 러시아인 1명은 28일 뇌출혈로 숨졌다. 한편 크리스텐슨 부대변인은 납치된 파이나호의 목적지가 당초 알려진 케냐가 아니라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케냐 주재 한 서방 외교관도 배에 실린 무기들이 수단 남부에 위치한 자치지구를 향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간큰 소말리아 해적

    소말리아 해적들이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우크라이나 선박을 납치하고 보니 케냐에 수출하는 무기가 잔뜩 실려 있었다. ‘해적 소굴’은 전전긍긍하면서도 4200만달러(약 490억원)를 내놓으라고 간 크게 요구했다. 이 소식을 들은 러시아는 소말리아 해역에 초계함을 파견했다. 미국 ABC방송은 지난 26일 새벽 러시아제 T-72 탱크 33대를 실은 우크라이나 선박이 케냐 뭄바사 인근 해역에서 납치됐다고 2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15년 동안 소말리아 해적이 저지른 납치사건 가운데 가장 덩치가 큰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무기중개상은 케냐 군 당국과 2005년 5000만달러(583억원)에 이르는 T-72 탱크 110대의 판매계약을 맺은 뒤 지난해 77대를 보냈으며, 이번에 나머지 물량을 수송하다 뜻밖의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더 타임스는 해적들에게 탱크는 별 소용이 없겠지만 함께 실려 있는 로켓포나 AK-47 자동소총, 탄약 등은 당장 세계 곳곳의 암시장에 나돌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납치된 파이나호 선장이 ‘무장 괴한을 태운 소형 선박 3척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마지막 교신을 해 왔다.”고 밝혔다. 배에는 우크라이나인 17명, 러시아인 3명, 라트비아인 1명 등 모두 21명이 탄 것으로 전해졌다. 이고르 디갈로 러시아 해군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은 국민과 선박을 보호한다.”면서 초계함 니우스트라시미호가 발트해의 발티스크항을 출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적은 우크라이나 선박을 구출하려는 움직임에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소말리아의 준독립 지역인 펀트랜드 지방정부의 소식통은 “해적은 지금 러시아 함대와 일전(一戰)을 준비 중”이라면서 “납치된 선박은 모가디슈에서 북쪽으로 120㎞ 떨어진 호보요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보요는 2007년 이슬람 반군이 점령한 지역으로, 해적들은 지금 이 해역에 무장병력을 눈에 띄게 늘리고 있다고 BBC는 현지 어민들의 말을 인용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스카이다이빙 하면서 술마시는 ‘달인’ 화제

    “스카이다이빙 하면서 술 마실 수 있어?” 최근 한 러시아인이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동시에 공중에 뜬 채 술을 마시는 ‘달인’의 능력을 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남성이 ‘공중에서 술 마시기’를 도전한 장소는 실내에서도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수직 바람 터널’(Vertical Wind Tunnel). 이 곳은 아래에서 강한 바람을 주입해 마치 높은 하늘에서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제작된 시설로, 스카이다이버들이 실전에 들어가기 전 훈련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날 스카이다이빙을 하면서 술 마시기에 도전한 남자는 시속 190km(120마일)의 강한 바람 속에서도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애쓰는 동시에 병을 열어 병 속의 술을 마시는 퍼포먼스를 완벽하게 성공했다. 현지 언론은 “퍼포먼스 도중 술을 마시는 것이기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었다.” 며 “숙달된 스카이 다이버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고난이도의 기술”이라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22일 TV 하이라이트]

    ●김동건의 한국 한국인(KBS2 밤 12시45분) 타인의 안전을 위해 불로 뛰어드는 남자, 소방관 손원배. 전국에서 가장 바쁜 안산소방서의 하루 출동량과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는 그들의 전쟁같은 하루를 들여다보고, 대형화재가 늘어나는 이유와 기억에 남는 화재현장에 대해서도 들어본다. 순직한 동료 소방관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도 듣는다. ●닥터스(MBC 오후 6시50분) 까치발과 탈구된 고관절 때문에 몸을 가눌 수 없어 걷기는커녕 앉지도 못하고 힘겹게 기어다니는 8살 희영이. 부모는 다른 아이들처럼 앉고 설 수 있게 해주고픈 마음에 수술을 결정한다. 수술중인 희영이의 수술방 팻말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의사들은 다급히 뛰어가는데…. 희영이는 과연 무사히 수술을 마칠 수 있을까? ●애자언니 민자(SBS 오후 7시20분) 산부인과로 간 채린은 서류에 이름을 쓰려다가 민자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리며 정신이 들고는 그대로 병원을 뛰쳐나간다. 한편, 집에서 달건은 모금함을 내놓으며 가족들에게 도움을 부탁하고, 민자는 이번에는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보육원이나 고아원을 찾아가서 도움을 주려 한다는 말을 꺼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0분) 호밀로 양조한 러시아의 전통음료수 크바스가 최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크바스는 수천년 전부터 러시아인들이 마셔온 전통음료다. 오랜 시간 콜라에 밀려 인기를 잃었지만, 최근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새로운 저장기술과 미국 스타일의 마케팅이 크바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가요무대(KBS1 오후 10시) 초가을 밤, 트로트 가요의 멋에 흠뻑 빠져보는 시간을 갖는다. 남인수의 ‘청춘고백’‘애수의 소야곡’과 현인의 ‘비 내리는 고모령’, 이난영의 ‘목포의 눈물’, 백년설의 ‘번지없는 주막’ 등을 40년 이상 음반제작에 참여해온 심성락, 이유신의 연주와 남강수, 하춘화, 남일해, 김용임, 이명주의 열창으로 듣는다. ●우리가 알았더라면(EBS 오후 9시55분) 흐로닝언 대학병원의 조산아 집중치료 병동에서 근무하는 소아과 의사들은 매일 도덕적인 문제에 직면한다. 회생 가망이 없는 신생아들을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시켜야 할 것인가, 아니면 고통을 끝내고 편안한 죽음을 맞도록 해야 하는가? 고민에 빠진 의료진의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 [문화마당] 러시아 종교갈등의 교훈/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문화마당] 러시아 종교갈등의 교훈/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종교는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갈라서게도 한다. 종교로 하나가 된 사람들이 느끼는 결속감은 그 자체로 나쁠 게 없지만 자칫 잘못하면 나머지 사람들을 ‘남의 편’으로 몰아붙여 무시무시한 반목을 조장할 수 있다. 어느 종교가 사랑을 설파하지 않겠느냐만, 종교가 가르치는 사랑이 ‘우리 편’의 경계를 넘어 ‘남의 편’으로까지 흘러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최근에 우리 사회에서 불거진 종교편향 문제를 바라보고 있자니 러시아의 종교 대분열이 생각난다. 서기 988년에 러시아에 전해진 동방 정교는 오랫동안 러시아의 유일한 종교로서 민족의 정신적인 지주 역할을 했다. 러시아 역사를 통틀어 정교와 다른 종교 간의 심각한 갈등은 거의 없을 정도로 정교 신앙은 견고했다. 그런데 17세기에 종교개혁 바람이 불면서 교회가 분열되고 말았다. 러시아 종교 대분열은 그리스도교도들과 그리스도교도들 간의 싸움이므로 엄밀히 말해서 종교 간의 갈등이라 보기 어렵지만 그래도 그것은 세 가지 점에서 오늘의 우리에게 전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첫째, 문제는 늘 그렇듯이 열성 신도들에게서 시작되었다. 당시 교회의 수장이었던 니콘은 열렬한 신앙인이었다. 그는 교회가 곧 국가가 되는 세상을 꿈꾸었고 그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전례 개편을 시도했다. 니콘의 개혁은 믿을 수 없이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무수한 성직자들과 평신도들이 개혁에 반대하며 들고일어났다. 예배의식과 신앙을 동일한 것으로 여겼던 러시아인들에게 전례의 개편은 배교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들 개혁 반대파는 옛 의식을 고수한다는 의미에서 구교도라 불리게 되는데 그 선봉에 선 사제 아바쿰은 니콘 못지않은 광신도였다. 그는 주위에 몰려드는 열혈 신도들을 이끌고 니콘과 피 터지게 싸웠다. 둘째, 분쟁의 불씨가 된 것은 늘 그렇듯이 아주 작은 일이었다. 니콘의 개혁안 중에서도 반대파를 심히 자극했던 것은 성호를 그을 때 두 손가락 대신 세 손가락을 사용할 것, 예배 의식 때 알렐루야를 두 번 부르던 것을 세 번 불러야 한다는 것 같은 지극히 사소한 조항이었다. 그러나 구교도들은 사소한 일에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었다. 니콘은 저항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화형이라는 극단의 조처를 취했다. 그러나 구교도들은 세 손가락으로 성호를 긋고 알렐루야를 세 번 불러야 한다면 차라리 불에 타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아바쿰은 웃으면서 불가마에 들어갔고 17세기 말까지 노약자를 포함한 약 2만명의 구교도들이 자진해서 화형의 길을 택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순교자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셋째, 종교 분쟁은 늘 그렇듯이 승자 없는 싸움이다. 러시아 종교 대분열에서 이익을 본 사람이 있다면 그건 니콘도 아니고 아바쿰도 아닌 황제였다. 개혁파와 구교도가 정신없이 싸우는 동안 황제는 그동안 교회와 나누어 가졌던 권력을 독점했다. 니콘은 외딴 수도원으로 추방당해 비참하게 일생을 마쳤고 아바쿰의 죽음 이후 갈팡질팡하던 구교도들은 탄압을 피해 볼가 강 너머로 도주했다. 두 열성 신도들의 신앙 경쟁은 결국 교회의 붕괴를 가져왔고 그 후유증은 이후 몇 세기 동안 지속되면서 수시로 러시아 사회의 토대를 흔들었다. 러시아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아주 작은 종교적인 불화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종교적인 갈등 상황에서 시비를 따지는 것은 당사자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 이해와 관용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갈등의 해소는 ‘나’의 종교가 중요한 만큼 ‘너’의 종교도 중요하다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해야 한다. 종교 문제는 법의 논리가 아닌 사랑의 논리로 풀어야 한다. 사랑과 자비와 용서야말로 진정한 종교의 힘이 아니겠는가. 석영중 고려대 노문과 교수
  • 우크라 갈라서는 연립정부… 정국 불안에 유럽연합 당혹

    우크라이나의 연립정부가 파경으로 치닫고 있다. 정국 불안에 유럽연합(EU)이 내심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미국도 딕 체니 부통령을 우크라이나에 급파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흑해함대가 주둔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이 이끄는 ‘우리(Our) 우크라이나’는 율리아 티모셴코 총리가 주도하는 ‘티모셴코 블록’과 결별 수순에 들어갔다고 우크라이나 인터넷신문 ‘우크라인스카야 프라우다’가 5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2004년 ‘오렌지 혁명’ 이후 유셴코 대통령과 티모셴코 총리의 정국 주도권 다툼이 계속됐다. 유셴코 대통령은 친서방 노선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해 왔다. 반면 티모셴코 총리는 러시아와 관계를 중시하는 친러파다. 특히 이들은 그루지야 사태를 두고 엇박자를 냈다. 유셴코 대통령은 그루지야를 열렬히 지지했다. 반면 티모셴코 총리는 러시아를 비난하는 여당의 결의안 채택을 거부했다. 티모셴코 블록은 총리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박탈 및 대통령 탄핵소추권 개정 법률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모두 야당이 제출한 법안들이다. 정국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자기 진영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외교전도 후끈 달아올랐다.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이날 그루지야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들어갔다. 체니 부통령은 지도부를 만나 나토와 EU 가입을 지지하는 성명을 낼 것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맞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달 말쯤 모스크바를 찾는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와 회동에서 에너지 및 무역 분야 협력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EU와 나토 가입을 놓고 서방측은 딜레마에 빠졌다. 회원국 가입에 속도를 내면 친러파의 심기를 건드려 우크라이나 정국이 더욱 불안해질 수도 있는 까닭이다. 그루지야 사태 이후 ‘러시아의 다음 타깃은 우크라이나’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우크라이나 인구 4600만명 가운데 800만명이 러시아인이다. 러시아인의 80%는 흑해함대 주둔지인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에 산다. 우크라이나는 세바스토폴항을 러시아에 임대하고 있다.2017년 임대기간이 끝난다. 우크라이나는 떠나길 원하지만 러시아는 그럴 의향이 전혀 없다. 러시아의 무력 개입 빌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문화마당] 글로벌시대 번역의 힘/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문화마당] 글로벌시대 번역의 힘/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19세기 러시아 시인 중에 주코프스키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시도 잘 썼지만 유럽 문학을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일에서 더욱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그가 공들여 번역한 ‘오디세이’는 러시아 문학사에 큰 획을 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후배 작가 고골은 주코프스키의 ‘오디세이’ 번역이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연 사건이라고 환호하면서 미사여구로 가득 찬 아주 긴 에세이를 썼다. 한마디로 주코프스키의 번역은 기적이며 번역자는 원저자보다 더 생생하고 아름답게 고대 그리스의 삶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코프스키가 평생 동안 썼던 창작 시는 이 번역을 위한 습작이라는 것이다! 나는 문제의 ‘오디세이’ 번역을 읽어 보지 못했으므로 고골의 평가가 어느 정도 공정한지 가늠할 수 없다.‘이거야 원 꿈보다 해몽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고골의 글을 읽으면 어쨌든 무척이나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번역을 기적적인 사건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문학 풍토가 부럽고, 번역가에 대한 지극한 예우가 부럽고, 번역을 창작보다 더 높이 둘 수 있는 독자의 열린 마음이 부럽다. 러시아는 옛날부터 번역을 중시했다. 특수한 역사적 상황 때문이다. 러시아는 17세기까지 유럽 문화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다. 따라서 표트르 대제가 서구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18세기 초부터 러시아인들이 당면한 과제는 서구 따라잡기였다. 번역은 서구화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다. 지식인들은 서구 문화의 전통을 차용하고 번역하고 수용했다. 그러는 사이에 번역은 창작이 되고 수용은 서구를 향한 새로운 도전이 되면서 찬란한 러시아 문학과 예술을 탄생시켰다. 그러므로 푸시킨에서 파스테르나크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의 유명한 문인들 대부분이 창작과 번역을 같이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의 번역문화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물론 러시아가 서구화를 향해 줄달음치던 시절과 오늘의 글로벌 시대를 같은 틀 안에서 얘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오히려 글로벌 시대이기에 그리스 로마 문화도 르네상스도 모르던 러시아를 한 세기 만에 문학강대국으로 만들어준 번역의 힘이 더욱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번역은 대화다. 원저자와 번역자 간의 대화이고 언어와 언어 간의 대화이며 문화와 문화 간의 대화이다. 우리가 세계를 향해 말을 하고 싶다면 세계가 하는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이해의 양과 질과 속도는 결국 우리 문화의 성장을 좌우한다. 글로벌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대화로서의 번역을 요구한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도 번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학부에 번역학과가 창설되기 시작했고 번역학회와 번역가들의 활동이 다원화되고 있으며 명저 번역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지속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전문 번역인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언어적 소양과 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전문가적인 양심을 갖춘 번역인 양성을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더불어 번역 서평을 활성화하고 번역 윤리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무성의한 번역, 엉터리 번역, 기존 번역의 표절 같은 것들이 설 자리가 없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가장 시급한 것은 번역에 대한 사회 통념의 전격적인 변화이다. 번역은 문화 발전을 위한 가장 강력한 원동력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굳건하게 뿌리내려야 한다. 우수한 번역가도 필요하고 명민한 번역비평가도 필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번역에 대한 국민의 인식 자체를 바꾸어 글로벌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번역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일이다.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 ‘황제’ 표도르의 대항마는 누가 있을까?

    ‘황제’ 표도르의 대항마는 누가 있을까?

    7월 20일(한국시간) 미국 애너하임에서 벌어진 2008 애플릭션 밴드에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는 1라운드에서 불과 40초도 안돼 UFC 최강 팀 실비아에게 완벽한 TKO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표도르가 그의 전매특허인 파운딩을 난사하는 동안 실비아는 제대로 된 공격조차 못하고 허무하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그렇다면 현재로선 최강의 그리고 난공불락의 경지로까지 느껴지는 표도르에게 대항할 선수는 과연 누가 있을까? 우선 3년전 표도르와 훌륭한 세기의 대결을 펼쳤던 미르코 크로캅이나 2006년 남제에서 만났던 마크 헌트 또 표도르와 사이가 좋지않은 세르게이 하리토노프 그리고 K-1의 최강자 세미 슐트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물론 그 이외의 선수들도 들수 있지만 특히 네선수들은 표도르와 더불어 최강으로 불리고 있는 존재들이며 경기에서 그들이 보여주었던 폭발력이나 엄청난 포스를 생각한다면 절대로 쉽게 간과할 수가 없다. 과거 표도르는 하리토노프와는 대결한 적이 없고, 미르코 크로캅과 세미 슐트에게는 판정승을 거두었으며 마크 헌트에게는 자신의 주특기인 암바기술로 승리를 거둔 경력이 있다. 결론적으로 크로캅, 세미슐트, 마크헌트는 표도르에게 그라운딩 기술과 파운딩 그리고 암바 기술에 공략당하며 아쉽게 패배를 했으니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표도르의 전매특허기술들을 얼마나 제대로 막느냐가 당연한 핵심과제일 것이다. 한때 표도르와 같은 소속으로 지냈던 하리토노프는 표도르의 팀 이적으로 감정의 골이 깊고 “표도르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말라.”라고 말한바 있으며 코만도 삼보 기술과 터프한 경기력등을 바탕으로 차세대 격투신성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니 하리토노프가 조금더 성장을 하고 ‘러시아인은 러시아인이 이겨야하다’라는 불타는 투지가 있는한 표도르와의 대결성사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근 6,7년간 무수한 파이터들이 표도르와 경기를 하며 자신들의 테크닉을 한껏 발산했지만 어느 누구도 표도르에게 제대로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이번 경기에서도 최강 실비아조차 힘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표도르는 인간병기라는 소리가 나올법도 하다. 이젠 시간이 얼마없다. 점점 하락하는 격투기의 인기를 위해서라도 아니면 팬들의 간절한 바램을 위해서라도 표도르의 대항마는 꼭 나와야 한다. 그것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미주 스포츠 통신원 이동희 ldh1420@naver.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계로 뛰는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세계로 뛰는 한국 대표기업] 삼성전자

    한국에서 비행기로 하루 반나절을 날아가야 하는 나이지리아. 그곳 수도 라고스에서 동분서주하는 이가 있다. 삼성전자 유정근(40) 차장이다.2005년 2월 혈혈단신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들어가 라고스 지점을 세웠다. 그해 5000만달러이던 매출은 올해 2억달러를 넘보고 있다. 유 차장은 에어컨,TV, 휴대전화 등 삼성의 대표상품들을 판다. 그가 겨냥하는 계층은 나이지리아의 1% 부자들. 유 차장은 이메일을 통해 “나이지리아 인구가 1억 5000만명 가까이 되는데 그중에 값비싼 삼성전자 제품을 살 수 있는 사람은 1%가량”이라며 “액정화면(LCD) TV는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라고 전했다. 더운 날씨 덕에 냉장고·에어컨 등 백색가전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40% 이상 늘었다고 한다. 굴착기 영업을 하다가 2001년 삼성전자로 옮긴 그는 처음엔 혼자서 주문 전화도 받고 배달도 하고 부유층 자녀들의 생일파티까지 챙겼다. 지금은 현지 나이지리아인을 6명을 채용해 한결 일손을 덜었다. 치안이 불안해 늘 경찰과 함께 다니지만 아직은 나이지리아를 떠날 생각이 없다. 매출 3억달러 기반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 목표다. 이렇듯 삼성전자는 지위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신흥시장에 ‘집착’한다. 윤종용 전 부회장(현 고문) 때부터 공들여온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바통을 넘겨받아 새 사령탑에 취임한 이윤우 부회장도 신흥시장에 쏟는 열성은 전임자 못지않다. 삼성이 당장 가장 눈여겨보는 곳은 중국이다. 베이징올림픽 공식 후원사의 이점을 살려 시장을 파고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이 취임하자마자 중국으로 날아가 성화 봉송 주자로 직접 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측은 16일 “미국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가운데 450개사가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 각축장이 중국”이라며 “중국시장에서 성공 못하는 기업은 전세계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장한 각오로 뛰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내 30개 도시의 고소득층 6000만명이 집중 과녁이다. 휴대전화, 노트북컴퓨터,TV 등 프리미엄 마케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세계 4위의 구매력을 자랑하는 인도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1995년 인도 델리 인근 노이다에 컬러TV공장을 세운 뒤 이듬해 그 부근에 휴대전화 공장을 세웠다. 지난해에는 남부 첸나이에 TV공장을 하나 더 지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델리에 소프트웨어 센터도 건립하는 등 시장 공략에 각별히 공들이고 있다. 올 10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85㎞ 떨어진 칼루가주 보르시노 공업단지에 약 6만평 규모의 TV공장을 준공한다. 러시아가 1999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당시, 많은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났지만 삼성은 레닌도서관에 오히려 대형 광고판을 세우는 등 ‘의리’를 보여 주었다. 그래서 지금도 러시아인들은 삼성에 매우 호의적이다. 멀리 남미대륙에서는 브라질을 거점으로 삼았다.2004년 브라질 마나우스 공장에서 5년만에 TV생산을 재개한 것을 시작으로 LCD-TV 부문 최고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캄피나스의 휴대전화 공장은 브라질 모범공장으로 선정돼 올초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직접 다녀가기까지 했다. 지난해 아메리카대륙 42개국이 참가하는 ‘팬암’ 대회를 첫 후원한 뒤부터 브랜드 인지도도 급상승, 남미 여기저기서 “오브리가도(고마워요) 삼성”,“따봉(좋아요) 삼성”을 들을 수 있다는 게 현지 주재원들의 전언이다. 올해는 아프리카 최고 인기 스포츠행사인 네이션스컵 축구대회를 후원했다. 아프리카는 물론 전세계 120여개국 45억명이 시청하는 빅이벤트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삼성제품을 산 고객 가운데 300명을 추첨, 관람권을 제공하는 ‘골든골’ 행사를 벌여 큰 인기를 얻었다. 이윤우 부회장은 “각국 특성에 맞는 공략 전술과 스포츠마케팅, 사회공헌 등을 접목시켜 신흥시장을 뚫겠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美 토박이가 러시아 대표선수로…여자농구 해몬 ‘반역자’ 논란

    지난해 미여자프로농구(WNBA) 최우수선수(MVP) 팬투표에서 아쉽게 2위를 차지했던 베키 해몬(31)이 이번 베이징올림픽에 러시아 대표로 나가게 되면서 애국심 논쟁이 불붙었다. WNBA 샌안토니오 실버스타스의 포인트가드로 비(非)시즌에는 러시아 프로팀 CSKA 모스크바 선수로 활약하다 올해 초 러시아 국적을 얻은 해몬이 베이징올림픽에서 러시아 국기를 가슴에 달게 된다고 미국 CNN이 17일 전했다. 사우스다코다주 래피드 시티에서 태어난 해몬은 완전 미국 본토박이. 초중고를 거쳐 대학에선 올아메리칸(올스타와 비슷)으로 뽑혔던 그는 러시아인의 피도 흐르지 않고 CSKA와 계약을 맺기 전에는 러시아에 가본 적도 없는 인물. 하지만 러시아 대표이자 팀동료인 올가 아르테시나가 임신해 베이징에 갈 수 없게 되자 소속팀과 러시아 대표팀 감독을 동시에 맡고 있는 이고르 그루딘이 그를 대체요원으로 발탁했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 대표로 뛴 경력이 없는 선수는 일정기간 러시아 체류 등 요건을 채우고 러시아 국적만 취득하면 중립적인 시민으로 간주, 자국 대표로 올림픽 출전을 허용하고 있다. 러시아 대표 선발 얘기가 나오자 그를 23명의 예비엔트리에서 제외시켰던 미국대표팀의 앤 도노번 감독은 “이 나라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선수로 뛰었는 데도 러시아 유니폼을 입는다면 애국심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인터뷰에선 ‘반역자’란 표현까지 썼다. 그러나 해몬 자신은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미국과 만나 결정적인 고비에서 자유투 두 번째 샷을 넣어 러시아에 승리를 가져다 주면 어떨 것 같냐는 CNN 기자의 질문에 “그게 농구다. 난 여전히 미국을 사랑한다.”고 답했다. 앞서 휴스턴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선 “나는 미국농구에 ‘노(No)’라고 말한 게 아니다.”며 “내가 만일 스위스 국기를 가슴에 달았다면 사람들은 그렇게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 신(神)은 미국을 사랑하는 만큼 러시아도 사랑한다.”고 대꾸했다. 임병선기자 arakis.blog.seoul.co.kr
  • 中언론 “‘스타 관중’ 동팡줘 러서 인기 최고”

    中언론 “‘스타 관중’ 동팡줘 러서 인기 최고”

    그 어떤 것도 둥팡줘의 인기를 막을 수는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위해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해 환영을 받은 가운데 중국 언론도 이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은 당초 같은 맨유 소속인 둥팡줘(董方卓)가 박지성과 함께 챔피언스리그에서 활약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24인의 명단에 뽑히지 못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소후닷컴 스포츠는 21일 “둥팡줘는 비록 ‘스타 관중’으로 전락했지만 그를 향한 러시아 팬들의 높은 인기는 그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지난 20일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 주변에는 맨유와 첼시를 상징하는 깃발이 곳곳에 등장했으며 러시아 팬들은 ‘화성과 지구의 대결’로 묘사하며 첼시와 맨유와의 경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끈 것은 두 팀의 깃발 옆에 기념품으로 팔리고 있는 중국의 청화자기(중국 전통 자기). 소후닷컴 스포츠는 “경기장 앞을 차지한 이 청화자기는 마치 두 팀 중 유일한 중국인인 둥팡줘를 향해 손짓하는 것 같다.”면서 “러시아 상인들은 둥팡줘의 인지도를 빌려 청화자기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쓰촨성 지진 발생 후 많을 러시아인들이 이재민을 애도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팬들은 양국의 우의를 위해 이재민들과 같은 동포인 둥팡줘를 지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둥팡줘가 만약 맨유 유니폼을 입고 당당히 모스크바의 거리를 걷는다면 자신의 높은 인지도에 깜짝 놀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매체는 박지성을 ‘타고난 천재’로 묘사하며 “둥팡줘는 지금 우울해할 때가 아니다. 지진 이재민들을 위해 애도를 표함과 동시에 박지성으로부터 좋은 점을 배워 다음 경기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사진=소후닷컴(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 주변 러시아 상인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이소연 귀환과 ’우주한국’] 이소연씨 28일 귀국·실험결과는 이미 운송중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30)씨가 지난 19일 오후(한국시간) 카자흐스탄 초원에 성공적으로 귀환했다. 출발 전 “여행이 아니라 출장을 가는 것”이라고 밝혔던 것처럼 이씨는 항공우주연구원 소속 연구원의 신분으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무는 동안 총 18가지의 우주실험과 문화홍보대사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씨가 모스크바에서 요양을 겸한 건강검진과 회복에 집중하는 동안, 실험 결과물들은 특급 공수작전을 통해 한국으로 옮겨지고 있다.19일 오후 이씨가 도착한 후 최기혁 우주인개발단장을 비롯한 대기조가 우주실험에 사용된 세포 샘플과 초파리를 특수 용기에 옮겨 담았다. 특수 용기는 세포샘플의 온도를 36℃, 초파리는 25℃를 유지하도록 설계돼 있다. 대기조는 이 특수 용기를 코스타나이 공항으로 옮긴 뒤 군 비행기편을 이용해 모스크바 인근의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까지 수송을 완료했다. 최 단장은 “무중력과 우주방사선에 노출됐던 생물들이 지구로 귀환한 뒤의 영향을 최대한 적게 받게 하기 위해 초단위의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특히 귀환지점이 예측에서 벗어나 오랜기간의 실험설계와 노력이 한순간의 실수로 허사가 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헬기로 카자흐스탄 코스타나이 공항에 도착한 이씨와 러시아인 유리 말렌첸코 등 소유스 우주인 3인은 간단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치칼로프스키 공항을 거쳐 곧바로 가가린센터로 이동해 병원에 입원했다. 25일까지로 예정된 요양과 건강검진은 우주생활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개인에 따라 회복기간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비교적 짧은 시간 우주공간에 머문 이소연씨에 비해 6개월 이상 ISS에 체류한 윗슨과 말렌첸코는 더 많은 요양기간이 필요하다. 건강진단에 큰 문제가 없다면 이소연씨는 27일 예비우주인 고산씨 및 항우연 관계자들과 함께 모스크바발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28일쯤 화려한 귀국을 하게 된다. 이씨는 국내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여는 등 우주과학 홍보대사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 우주비행활동 보고식을 겸해 내달 초 열릴 예정인 ‘국제 유인 우주기술 심포지엄’에 참여할 예정이며 6월 초에는 국제연합(UN)을 방문해 우주 퍼포먼스에 사용했던 유엔기를 반기문 사무총장에서 전달하게 된다. 현재 항공우주연구원 일반연구원 신분인 이소연씨와 고산씨는 5월 중 선임연구원으로 승진해 최소한 2년 이상 의무근무를 하게 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씨줄날줄] 혐오범죄단체/ 황성기 논설위원

    오슬로대 교수인 박노자는 ‘박노자의 만감일기’란 책에서 ‘러시아에 스킨헤드라는 망종이 생긴 까닭’을 세가지 정도 꼽고 있다. 구 소련 몰락 이후 러시아가 급격히 ‘우향우’한 점, 체첸 침략 등 소수 민족의 독립투쟁에 대한 가혹한 탄압, 파시즘이 소련식 사회주의보다 좋았다는 학교 교육. 고향이 상트페테르부르크인 박노자는 자본화 물결 속에 퍼져가는 “히틀러가 레닌보다 나았다.”는 소시민들의 극우 분위기가 스킨헤드라는 러시아식 파시즘의 탄생을 키운 토양이라고 진단한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올 들어 러시아에서 지난 3개월간 스킨헤드족의 살인범죄는 41건이나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0% 증가했는데 희생자들은 비백인 러시아인이거나 구 소련의 아시아·아프리카계 이민자들었다. 이들 잔인무도한 스킨헤드에 의해 지난해 2월 한국인 유학생이 모스크바에서 살해됐는가 하면 2006년에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북한인이 러시아 청년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받고 사망하기도 했다. 빡빡머리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스킨헤드의 뿌리는 영국이다.1960년대 말 항만 청년노동자 계급의 하위문화를 이뤘다. 백인에 자메이카 출신 흑인들도 섞여 있었는데 처음부터 인종차별적 배타성과 폭력성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70년대 들어 외국인 노동자가 대거 유입되고 백인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분노한 이들이 백인우월주의로 포장한 극우의 지류를 형성하고 좌·우익을 아우르는 스킨헤드족이 유럽으로 증식해갔다. 경찰청이 ‘세계의 혐오 범죄단체 현황’이란 자료를 냈다. 스킨헤드를 비롯한 인종차별·혐오범죄 단체의 상징 문양을 일목요연하게 식별해 놓았다. 숫자로 구분 가능한 것도 있는데 가령 ‘88’은 신나치주의자들의 암어다. 편지의 인사말, 마무리말 혹은 이메일 주소의 일부로 쓰이는데 ‘하일 히틀러’의 약어인 HH의 알파벳 순서를 뜻한다. 한해 출입국자가 4000만명에 육박한다. 인종·혐오 범죄에 의한 한국인 피해도 늘어가고 있다. 경찰청이 이 책자를 550부만 돌렸다는데 홈페이지에 띄우면 해외여행자들의 경계심을 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오늘의 눈] 황야에서 우주를 꿈꾸다/박건형 미래생활부 기자

    [오늘의 눈] 황야에서 우주를 꿈꾸다/박건형 미래생활부 기자

    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찾은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는 끝없이 펼쳐진 황야에 자리잡고 있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데도 좀처럼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막 고개를 들기 시작한 풀들은 황토사막에 묻혀 존재조차 확인키 어렵다. 바이코누르는 ‘역사의 도시’다.1957년 10월4일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가 발사됐고,1961년 4월12일에는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호를 타고 우주를 다녀왔던 곳이다. 도시 곳곳마다 스푸트니크 1호의 모형을 비롯해 각종 우주선과 로켓이 전시돼 있다. 건물 벽엔 가가린과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슈코바의 대형 벽화가 걸려 있다. 언제 우주를 호령했느냐는 듯 지금은 매우 낡고 녹슬었지만, 한때 옛 소련인의 꿈과 영화를 안고 날아올랐던 위엄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50년 가까이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지 않아 조금은 퀴퀴한 냄새를 풍기지만, 바이코누르는 여전히 진행 중인 ‘미래의 도시’였다. 해마다 두차례 이상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소유스호가 발사되고, 수많은 우주인들이 탄생한다. 우주왕복선의 잇단 실패로 지난 20여년간 미국의 우주산업이 침체기를 맞은 것과 대조적이다. 가가린은 바이코누르를 출발하기 전날 밤 서부영화 ‘사막의 흰 태양’을 관람했다고 한다. 광활한 서부를 호령하던 카우보이를 보면서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느꼈는지 모른다. 러시아인의 자랑인 바이코누르는 이제 한국인들에게도 두고두고 기억될 역사의 한 장소가 됐다.“대한민국과 함께 우주로 가겠다.”고 했던 이소연씨의 다짐과 함께 말이다. 대한민국의 우주개척시대는 이제 시작이다.40년 이상 늦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40년은 우주를 개척하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고, 우리가 알아가야 할 우주는 무한하기 때문이다.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에서 박건형 미래생활부 기자 kitsch@seoul.co.kr
  •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4) 증산도 상생문화硏 빅토르 앗크닌

    [김성호 전문기자의 한국서 길찾는 이방인] (14) 증산도 상생문화硏 빅토르 앗크닌

    대전시 중구 선화동의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는 민족종교 증산도 사상의 학술적인 정리와 연구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 증산도의 대뇌격 기관. 외국인 3명을 포함한 25명의 연구원이 크고 작은 모임과 세미나를 이어가며 증산도 사상을 국내외에 알리기 위해 호흡을 맞추고 있다. 이곳에서 증산도 도전(道典)을 러시아어로 번역하는 막바지 작업에 매달려 있는 캐나다 국적의 연구원 빅토르 앗크닌(56). 옛소련 하카스 자치주의 원주민 출신으로 한국의 소수종교 증산도와 한국문화를 러시아에 알리기 위한 첨병 역할을 4년째 맡고 있는 유별난 언어학자이자 문화 호사가이다. ● 옛 소련 하카스 자치주 원주민 출신 증산도 도전을 양손에 든 채 1층 자료실에서 객을 맞은 빅토르 앗크닌은 외국인이라기보다는 한국인에 아주 가까운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연구소 주변에 흐드러진 봄꽃만큼이나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게 손을 내민 앗크닌은 능숙한 한국어로 증산도의 요체를 펼쳐놓았다. 시베리아 아래 크라스노얄스크 남쪽, 인구 12만명의 작은 도시 아바칸에서 홀어머니 슬하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옛소련 자치주의 원주민이 환갑에 가까운 나이에 한국의 소수종교 증산도, 아니 한국문화에 깊숙이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증산도에 입도(入道)하면 그 순간부터 증산도에 매몰될 수밖에 없지요. 순수하게 증산도를 보기 위해 객관적인 제3자의 입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증산도를 웬만한 증산도 도인들보다 더 잘 알고 깊숙이 빠져 있지만 오염되지 않은 증산도를 파고들기 위해 ‘비신자´로 머물러 있다는 앗크닌. 그는 자치주 원주민이란, 이른바 출신성분 때문에 적지않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던 지난날을 넌지시 들춰낸다. 레닌그라드대(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역사학부에 다니던 형이 “언어에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레닌그라드대 외국어학부를 지원해 보라.”고 권유해 고교 졸업을 2년 앞두고 레닌그라드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는 뜻을 간곡하게 담은 편지를 직접 썼다고 한다. 모국어와 가까운 터키어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입학연도엔 터키어과 모집이 없어 대신 일어과를 지원했는데 그만 낙방하고 말았다. “레닌그라드대 일어과는 최상의 출신성분에 최고 점수를 맞아야만 들어갈 수 있었어요. 자치주 소수민족의 애환을 처음 알았지요.” 결국 차선의 선택으로 ‘조선어학과´에 들어간 게 사실상 한국과 맺은 인연이라면 첫 인연이다. 대학 재학시절 소련에서의 한국에 대한 인식은 거의 적국 수준. 졸업을 해도 마땅히 할 일이 없을 만큼 조선어학과 학생들은 찬밥신세였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어가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조선 역사와 문학, 민속학, 종교까지 파고들었으니 ‘한국학´을 제대로 공부한 셈이다. 레닌그라드대 재학중 북한의 김일성대학에 유학해 중세 조선어사와 문법, 역사도 배웠다. 레닌그라드대에서 조선어부터 시작해 영어, 중국어, 일어를 배웠고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언어학연구소 석사과정을 하면서 러시아어, 독일어, 만주어, 몽골어, 에벵키어, 타타르어를 더해 자유롭게 구사하는 언어가 무려 11개 국어나 된다. “대학 시절, 그때만 해도 ‘결코 갈 수 없는 나라´였던 남한에서 직접 들어온 책이란 찾아볼 수가 없었어요. 신문이나 TV에서도 한국과 관련해 좋은 쪽 이야기들은 아예 보거나 들을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 생애 처음 본 한국인 고송무씨와 교유… 한국공부 힘써 1970년대말 핀란드 헬싱키에서 만난 고송무(1947∼1993)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남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고송무는 중앙아시아에서 한인들을 연구하는 데 몸 바쳐 ‘고려인 연구분야의 선구자´로 통하는 인물. 당시 헬싱키국립대 한국어 교수였던 고송무와 교유하면서 얻은 국어사전이며 잡지들을 몰래 갖고 삼엄한 러시아 국경을 넘을 때 진땀을 얼마나 흘렸을까.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져 갔고 1985년부터는 유럽한국학협회 회원 자격으로 한국학 관련 학과가 설치된 유럽의 대학들을 돌며 논문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1990년 한·소 수교가 됐지만 여전히 소련에선 한국 관련 책이며 문헌들을 보기란 수월치 않았다고 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 한국어문화센터 부소장으로 일한 지 6년쯤 됐을까. 우연히 접한 증산도 사상서 ‘이것이 개벽이다´ 요약집에 눈이 번쩍 뜨였다고 한다. “종교·사상서에 앞서 한국의 문화와 고대역사, 철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독특한 책이었어요. 러시아를 비롯해 서양인들에겐 생소한 후천(後天)이며 개벽, 원시반본(原始返本) 사상이 눈에 쏙 들었습니다.” 1년에 걸쳐 요약집을 러시아어로 모두 번역해 놓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수교 이듬해부터 수년간 학술진흥재단과 대학들의 초청으로 무려 15차례나 한국을 다녀갔다고 한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겪은 인생의 첫 좌절 기억에 얹혀, 탈이데올로기를 앞세운 페레스트로이카(개혁)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 소련의 현실에 불만이 컸던 것 같다. 결국 2000년 소련 생활을 정리하고 캐나다 이민을 택했다. “이민 후 본격적으로 러시아 문화와 한국 문화의 관계에 집착하게 됐지요. 옛소련 자치주였던 터키계 저의 모국 언어와 한국어는 많은 유사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샤머니즘의 상관성도 아주 많고요.” 한국·캐나다 문인협회에 들어가 러시아와 한국의 시문학들을 서로 비교번역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때였다. 자신을 애타게 수소문한 증산도측이 증산도 도전의 러시아어 번역을 의뢰해온 데 선뜻 응했고 4년째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증산도 도전의 러시아판은 영어, 일어, 중국어, 독어, 불어, 스페인어 등 6개 언어 번역에 이은 마지막 번역작업.900쪽 분량으로 번역되어 ‘러시아판 도전´이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마지막 정리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다. “증산도와 인연이 돼서 지금 한국에 몸을 두고 있지만 따져보면 먼 옛날부터 한국에 오도록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한국문화의 많은 부분을 담고 있는 증산도 도전을 러시아인들에게 알리는 기수 역할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 틈만 나면 사찰·박물관 등 찾아다녀 ‘우주 순환의 큰 판 짜기´, 증산도에서 흔히 말하는 도수(度數)를 인용해 자신의 한국 살이를 “내 뜻이 아닌,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로 받아들인다는 앗크닌. 틈만 나면 훌쩍 떠나 사찰이나 박물관 등 한국의 문화를 알 수 있는 구석구석을 뒤진다. 한국인을 닮은 생김새 때문인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외국에서 오래 살다가 고국에 돌아온 한국인”으로 보아주는 게 재미있고 반갑단다. “서양의 시간관이 직선적이라면 동양의 시간관은 순환성이 아주 강합니다. 개개인이 자신의 근본과 뿌리를 찾자는 원시반본도 결국 동양의 순환적인 시간개념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요즘은 부쩍 천도교며 원불교 같은 한국의 다른 민족종교들을 비교하는 데 관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너무 서두는 게 큰 흠인 것 같아요. 뿌리와 근본을 찾아가는 원시반본이 중요하지만 천천히 나를 돌아보는 느림의 원시반본이야말로 지금 한국인들에게 소중한 가치가 아닐까요. 내가 한국에 사는 것도 그 길을 찾기 위한 작업인 것 같아요.” 글 사진 대전 김성호 문화전문기자 kimus@seoul.co.kr ■ 빅토르 앗크닌 ●1952년 옛소련 하카스 자치주 아바칸 출생 ●1973∼1974년 김일성대학 유학 ●1975년 레닌그라드 국립대학교 동양학부 조선어과 졸업 ●1980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언어학연구소 석사 ●1980∼2000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언어학연구소 연구원 ●1991∼2000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한국어 문화센터 부소장 ●2000년 캐나다 이민 ●2002∼2004년 한국·캐나다 문인협회 회원 ●2004년∼ 증산도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원, 증산도 도전 러시아어 번역
  • [대한민국, 우주를 품다] 120m 불기둥·지축 울린 굉음… ’숨죽인 10분’

    [대한민국, 우주를 품다] 120m 불기둥·지축 울린 굉음… ’숨죽인 10분’

    |바이코누르(카자흐스탄) 박건형특파원|8일 저녁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30)씨가 탑승한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호가 발사되기 직전 바이코누르기지 발사대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러시아 연방우주청 관계자와 한국 참관단, 전 세계 취재진 등 500여명이 운집한 기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오후 8시16분39초(한국시간), 마침내 로켓이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검붉은 불기둥을 내뿜으며 하늘로 치솟았다. 발사 충격에 따른 진동은 관측소까지 생생하게 전달됐다. 화염의 길이는 120m, 온도는 섭씨 3000도에 달했다. 성공적인 발사를 기원하던 참관단에서는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한국 우주과학의 역사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에서 새롭게 열리는 순간이었다. ●고산씨 “소연이는 잘할 것” 바이코누르기지에서 우주를 향한 딸의 성공 여정을 기원한 아버지 이길수(60), 어머니 정금순(59)씨는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끝까지 의연한 모습을 보이려 애썼던 정씨는 발사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는 듯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정씨는 시야에서 사라지는 소유스호를 끝까지 지켜보다가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서야 간신히 관람대에서 내려올 수 있었다. 아버지 이씨는 “소연이가 잘하고 돌아오리라고 믿는다.”며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탄생한 딸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예비 우주인인 고산(32)씨도 어머니와 여자친구, 여동생과 함께 현장에서 이씨와 볼코프 선장 등 소유스 우주선 탑승자의 성공적인 귀환을 빌었다. 고씨는 현장의 한국 참관단과 함께 발사 장면을 보던 도중 “날씨가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하다.”며 “소유스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된 만큼 소연이가 잘하고 귀환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우주기지 측은 발사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5분 단위로 방송했으나 발사 시각 1분 전인 8시15분쯤부터는 방송을 중단했다.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통제센터에서 발사버튼을 누르거나 10초 전부터 초 단위로 카운트다운을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이씨의 주치의로 마지막 탑승 순간까지 지켜본 정기영 대령은 “이소연씨가 얼마 전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 대령은 “일반인에게는 문제도 되지 않는 정도였지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비타민C를 포함한 처방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최종 의학점검에서 혈압 110-64, 분당 65회의 맥박과 15회의 호흡수로 최고의 컨디션을 보였다. 이날 오전 체내 음식물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장을 한 이씨는 전신소독을 마치고 에네르기아사로 이동했다. 이어 다시 옷을 갈아입은 후 기저귀를 차고 소콜 우주복을 착용했다. ●NASA “세계 최연소 여성우주인 탄생”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유스 우주선의 발사 장면과 비행 중인 실내 모습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하면서 “우주과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국적의 연구원이 세계 최연소 여성 우주인 자격으로 소유스에 탑승했다.”고 이씨를 소개했다.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가가린 우주센터 내에서 인기를 모았던 이씨는 발사 순간의 긴장감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우주선 캡슐 안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 이씨는 “전 세계로 중계되는 화면을 통해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메시지를 띄울 테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19일 지구 귀환 이후 기지까지의 수송을 담당할 책임자에게 해치를 여는 순간 자신이 미리 지정한 음식을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귀띔했다. 이씨는 출발 전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는 한마디로 “국민 여러분, 우리 모두 함께 우주로 갑니다.”라고 외쳤다. 러시아 언론을 비롯한 외신들은 이씨와 함께 탑승하는 소유스호 선장 세르게이 볼코프에게 큰 관심을 나타냈다. ●세계 최초 부자 우주인 탄생 볼코프의 아버지는 1991년 옛 소련 우주정거장 미르호에서 장기간 유영했던 알렉산드로 볼코프. 아버지 볼코프는 옛 소련의 마지막 우주인으로 우주정거장에서 귀환할 때는 소련이 해체돼 국적이 러시아인으로 바뀐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날 소유스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볼코프 부자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부자 우주비행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아들 볼코프는 10년 전 가가린우주센터에 입소해 꾸준히 예비우주인으로 훈련을 받아왔으며 우주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kitsch@seoul.co.kr
  • “햄릿의 매력은 다면성… 당대의 거울”

    “햄릿의 매력은 다면성… 당대의 거울”

    60년 넘게 셰익스피어 연구에 몰두해온 원로 영문학자가 다시 ‘햄릿’에 주목했다. 국제교류진흥회 이사장인 여석기(86) 고려대 명예교수. 최근 펴낸 저서 ‘나의 햄릿 강의’(생각의나무)를 통해 여 교수는 영문학 전공 학생에서 일반 독자로 강의 대상을 넓혔다. 1일 서울 대치동 자택에서 만난 여 교수는 “햄릿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사, 캐릭터, 극 전개 등 상당히 수수께끼가 많은 작품”이라고 말했다.‘햄릿’은 16세기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영화나 연극으로 옮겨져 오고 있다.“속된 말로 얘기하면 참 맷집이 좋은 작가에 작품이야. 두들겨 팬다고….”(웃음) 이렇듯 ‘햄릿’이라는 캐릭터가 전세계적인 문화 아이콘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뭘까. 여 교수는 캐릭터의 다면성, 당대 지성인들의 자기 동일시에서 그 답을 찾아낸다.“사색적이고 결단력이 부족한 낭만적인 햄릿상이 기존의 고정관념이라 할 수 있는데, 학자들은 계속 그걸 깨고 있습니다. 햄릿을 행동적·염세적으로 보는 거죠. 저는 그런 다면성이 햄릿의 매력이라고 봅니다. 또 18∼20세기 당대 지식인들은 햄릿에 늘 자신을 투영해 왔어요.2차대전 후 폴란드 학자 얀 코트는 ‘가장 우리 동시대적인 면모를 띠는 인물이 햄릿’이라고 했죠.19세기 러시아의 투르게네프는 인간을 햄릿형과 돈키호테형 두 유형으로 나눴지요. 당시 러시아인들은 여러 억압 속에서 우리는 햄릿 같은 존재라고 믿었습니다. 말하자면 햄릿은 당대의 거울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지요.” 여 교수는 셰익스피어 작품은 영미권 밖에서 더 자유롭게 ‘칼질’이 이뤄진다고 지적한다. 문화권의 영향도 크다. 그러나 지금껏 국내의 셰익스피어 작품은 ‘자기화의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했다는 게 여 교수의 주장이다. “‘햄릿’은 1922년 처음 번역돼 나왔고, 신극으로 공연된 것은 1951년입니다. 그때도 단순히 서양의 고전이라고 해서 올린 거지,‘자기 것’으로 소화해 올렸다고는 할 수 없지요. 우리나라는 개화기 이후 서양문학의 영향을 받으며 신극운동을 해왔지만 셰익스피어가 아니라 헨리크 입센, 안톤 체호프 같은 작가로부터 출발했지요. 서양문화의 세례를 셰익스피어에게서 받은 흔적은 없어요.” 여 교수는 1965년 극작가들을 위한 극작워크숍을 처음 개설했다.1970년부터 10년간 사재를 털어 계간지 ‘연극평론’을 발간하기도 했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여석기 연극평론가상도 올해로 11회를 넘겼다.“비평가는 남을 납득시켜야 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비평가는 바람직하지 못하지요. 자신의 주장이 있으면, 내가 왜 이런 입장을 취하느냐는 알맹이를 보여 주는 게 중요해요.” 신극 100년을 바라보는 소감을 묻자 여 교수는 “현장에서 떠난 지 오래”라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들려줄 말은 많은 듯했다. 노학자는 국가를 대표하는 극장으로서 국립극장의 권위를 확고히 세우는 일과 해외에서 인정받는 셰익스피어 작품을 만들기 위한 연출가들의 노력을 주문했다. 글 사진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혁명의 시간/알렉산더 라비노비치 지음

    한국 근현대사와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일제강점기 러시아에까지 흘러 들어간 조선인들은 일본의 시베리아 침공 소식을 듣자마자 내전 초기부터 볼셰비키 편에서 반혁명에 맞서 싸웠다.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은 볼셰비키 당원이었고, 레닌에게 받은 권총을 평생 소중히 간직했다.1980년대 젊은이들은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는 이론적 틀로서 러시아혁명을 숨어서 공부했다. 인연의 깊이에 비해 러시아혁명은 우리에게 오랜 기간 금기어였다. 특히 볼셰비키 ‘10월 혁명’에 초점을 맞춘 국내 연구서는 번역서조차 흔치 않았다. 근래에 번역된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열흘’과 트로츠키의 ‘러시아 혁명사’가 명저로 꼽히나, 전자는 혁명의 현장을 기록한 저널리스트의 르포르타주 성격이, 후자는 혁명 주체가 쓴 혁명옹호 성격이 강한 글로 엄정한 학술서와는 거리가 있다. ‘혁명의 시간’(알렉산더 라비노비치 지음, 류한수 옮김, 교양인 펴냄)은 박진감 넘치는 르포 형식을 띠면서도 객관적 사료에 기반한 학술서란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미국 인디애나대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알렉산더 라비노비치가 냉전의 절정기인 1976년에 쓴 이 책은 ‘10월 혁명’을 ‘볼셰비키로 대표되는 극소수 무자비한 혁명가들의 권력 탈취 쿠데타’로 규정해온 서구 역사학계의 통설을 뒤집는 대담한 주장을 담고 있다. 저자는 혁명의 성공요인을 대중의 요구를 민감하게 포착한 볼셰비키의 현실 인식과 토론과 논쟁이 거침없이 이뤄진 볼셰비키 내부의 민주적 논의구조에서 찾는다. 이는 볼셰비키 집권요인을 당의 권위적 위계에서 찾는 서구 학계와 레닌의 탁월한 지도력을 강조하는 구 소련의 관점을 모두 뒤집는 해석이다. 볼셰비키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유대계 러시아인 집안 출신인 저자는 혁명 당시의 신문기사와 관련 문서, 회고록 등 1차 사료들을 광범위하게 활용해 ‘10월 혁명’의 성공 요인을 재규명했다. 그의 학설은 이후 서구 학계가 러시아 혁명을 재평가하게 만든 계기가 됐고,70년대 보수적 역사해석에 반발해 등장한 수정주의적 관점을 형성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 구 소련 비밀문서 해제 후 수정주의가 도전받고 있는 지금도 저자는 “새로운 자료가 내 분석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었지만 결론까지 바꾸지는 못했다.”고 주장한다.2만 9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단독]김우중씨 은닉 재산”

    대우그룹 퇴출 저지 로비를 했다는 의혹 등으로 출국정지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재미교포 사업가 조풍언(68)씨에게 1999년 송금된 4430만달러(당시 약 526억원)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은닉재산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김 전 회장의 형사사건에서도 횡령으로 거론됐던 이 자금에 대해 명의신탁을 통한 은닉재산이라고 법원이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는 지난 1월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김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사실상 원고 승소 판결했다. 소가 제기된 지 5년4개월여 만이다. 조씨, 조씨와 관련된 홍콩 소재 투자회사 KMC인터내셔널, 미국 소재 라베스 인베스트먼트, 라베스 산하 통신네트웍도 피고였다. 쟁점은 대우 관련 제일은행 채권을 인수한 자산관리공사에, 대우그룹의 연대보증을 섰던 김 전 회장이 채무를 지고 있는지와 조씨에게 송금된 4430만달러의 성격이었다. 김 전 회장쪽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 채무가 없어졌다고 주장해 왔다. 또 김 전 회장쪽은 해외 유력자로부터 맡아 놨던 돈을 KMC를 거쳐 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이 6496만달러 상당의 채무를 변제해야 하는 데도 이를 회피하기 위해 조씨를 통해 4430만달러를 빼돌린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KMC가 가지고 있는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자산관리공사에 인도하라.”면서 “가압류된 통신네트웍의 SK텔레콤 주식도 김 전 회장 소유”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우중 피고가 대우그룹 자금을 횡령하여 은닉하기 위한 방법으로 (대우의 해외 비밀 금융조직인)BFC를 통해 KMC에 자금을 보내게 하고 KMC와 통신네트웍 명의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을 취득했으며, 대우통신과의 사업 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KMC가 2000년 2월부터 이듬해 7월 사이 처분한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일부의 매각대금 2606만달러와 대우통신과의 계약이 무산되며 돌려받은 741만달러가 KMC와 라베스로 흘러갔고, 이 가운데 주식 매각대금 2500만달러가 김 전 회장의 아들이 태국 방콕은행에 개설한 러시아인 이름의 계좌에 송금됐던 사실 등을 재산은닉의 근거로 꼽았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외국인 장·차관/함혜리 논설위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한나라당은 그제 국가 안보와 보안, 기밀에 관계되는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와 직위에서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외국인 장·차관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외국인에게 공직사회의 문을 활짝 연 것은 글로벌 경쟁시대에 맞춰 국적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영입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관료주의에 물들지 않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공직사회에 실적과 업무 중심의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게 하겠다는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 철학도 담겼다. 그러나 고위 공직까지 개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정책결정에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외국인 장·차관의 국적과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가의 이익이 걸렸을 때 그들이 선택할 조국이 한국이길 바라는 것은 솔직히 순진한 발상이다. 명성만 보고 사람을 데려왔는데 언어소통 문제로 정책 집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한국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구한말의 아픈 역사는 우리의 국민정서에 외국인 각료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을 남겼다. 아관파천 1년동안 러시아 관료들이 보인 행적을 사례로 들어보자. 아관파천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을미사변(1895년) 이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과 왕세자가 1896년 2월11일 새벽 궁녀의 가마를 타고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한 뒤 약 1년간 거처한 사건이다. 나약해진 조선의 보호국을 자처하게 된 러시아는 아관파천 동안 조선 정부에 압력을 가해 각종 경제적 이권을 차지했고 정부 각부에 러시아인 고문과 사관을 파견해 내정을 간섭했다. 국가재정을 담당했던 탁지부의 고문 알렉세예프는 마치 탁지부 대신처럼 행세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은 공무원자격으로 우리 민족을 지배하며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물론 시대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교훈을 얻고,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정책 결정자들이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가 아닐까.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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