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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급성장하는 中 국제도시… 南北관계에 묶인 韓 물류센터 낮잠만

    급성장하는 中 국제도시… 南北관계에 묶인 韓 물류센터 낮잠만

    북한·중국·러시아의 영토를 훑으며 동해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두만강은 평화롭게 보였다. 3국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시 팡촨(防川) 풍경구를 찾은 때는 지난 12월 13일. 북한 모란봉 악단이 베이징 공연을 돌연 취소하고 귀국한 다음날이었다. 북·중·러 교역 현장에서 만난 중국 공무원들은 “중국에서는 애초 악단 공연에 큰 관심이 없었다”면서 “특정 이벤트 때문에 북·중 관계가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 것처럼 이벤트가 취소됐다고 급랭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훈춘에서 이뤄지는 양국의 교류가 이젠 공고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오전 10시쯤 러시아 연해주에서 출발한 화물열차가 두만강을 가로지르는 ‘조러대교’를 건너 북한 나진 땅으로 진입하는 모습이 보였다. 훈춘시 관계자는 “최근 들어 다리를 오가는 양국의 화물열차가 부쩍 늘었다”면서 “북한과 러시아의 교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팡촨 풍경구 전망대에서 볼 때 조러대교 왼쪽으로는 러시아 연해주가 펼쳐져 있고, 오른쪽으로는 북한 나진 특구가 이어져 있다. 이곳에서 두만강 하류를 따라 10㎞만 더 가면 동해가 나온다. 이 같은 지리적 특색을 활용해 지린성 정부는 이미 북한과 러시아에 팡촨 풍경구를 중심으로 3국이 각각 10㎢ 넓이의 땅을 내놓아 ‘두만강 삼각주 관광특구’를 건설하자고 제의한 상태다. 민속마을, 리조트, 연꽃 호수를 조성하고 유람선 및 해로 진입로 투어, 크루즈 상품 개발, 휴양림 면세점 등을 조성해 무비자 관광을 실현하자는 것이다. 이 계획은 중국 중앙정부의 중요 추진 사업으로 채택됐고 북한과 러시아도 적극적이다. 훈춘시 관계자는 “고속철 개통으로 중국 내국인 관광객이 40% 증가했다”면서 “여권 하나로 3국을 돌아보는 관광특구가 완성되면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팡촨 풍경구에서 두만강을 따라 상류로 5㎞를 거슬러 올라가니 북한 나진으로 가는 길목인 취안허(圈河) 통상구(세관)가 나타났다. 양국의 세관을 잇는 두만강대교 바로 옆으로는 오는 6월에 4차선으로 개통될 신두만강대교가 건설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 때 놓인 두만강대교는 2차선인 데다 교각이 낡았다. 강 건너 북쪽 지역에는 새로운 세관 건물이 지어지고 있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품이 많아 취안허 통상구 주변 도로는 늘 2㎞씩 막힌다고 한다. 북한 무역을 담당하는 훈춘시 관계자는 “나진·선봉만 수십 번 다녀왔다”면서 “이 두 지역에는 중국 상인과 중국 자동차가 많아 중국의 한 도시로 착각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북한의 장마당이 이미 큰 시장으로 자리 잡았고 중국인도 나진·선봉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옌볜조선족자치주 소속 도시인 훈춘은 대륙에 갇힌 중국 동북 3성이 유일하게 바다로 나아갈 수 있는 길목이다. 동해를 향해 길게 뻗은 모양이 동물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훈춘(만주어로 꼬리라는 의미)으로 불렸지만, 이제는 동북아 물류의 중심지가 됐다. 훈춘으로 모인 대륙의 물품은 북한의 나진항, 러시아의 자루비노항·슬라비얀카항·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상하이 등 중국 남부 도시와 한국, 일본, 미국 등으로 운반된다. 세계 각지의 수입품 역시 이 항구들을 통해 중국으로 들어온다. 특히 지난 9월 20일 장춘~지린~옌지~훈춘을 잇는 고속철도 개통은 훈춘이 물류, 교역, 관광 도시로 거듭나는 데 날개를 달아 주었다. 현재 인구는 25만명(40%가 조선족)에 그치지만, 도시화가 진행되고 러시아인의 유입이 계속되면 60만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훈춘시는 예상했다. 훈춘 시내 곳곳에서는 아파트와 산업단지 건설 공사가 한창인데, 땅값은 5년 전보다 5배나 올라 3.3㎡당 1만 위안(약 185만원)에 이른다. 중국 중앙정부는 훈춘국제합작시범구 조성 사업을 국가급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 훈춘이 국제도시라는 점은 중국어·한국어·러시아어가 나란히 쓰여 있는 간판과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 러시아 루블화를 모두 취급하는 상점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휴대전화와 가전제품, 치과치료 등이 러시아에 비해 훨씬 싸 거리마다 러시아 쇼핑객들로 북적거린다. 다만, 한국과 북한이 5·24 제재 조치에 묶여 국제도시 훈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합작해 만든 훈춘포스코현대 물류센터는 면적이 150만㎡(45만평)에 이르지만, 북한 나진항을 통한 물류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남·북·중·러를 잇는 동북아 물류기지로서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제시범구 가운데 가장 큰 땅을 한국 기업에 내준 중국도 나진항~속초·포항·부산을 잇는 해상로가 잠자고 있어 발을 동동 구르기는 마찬가지다. 새해에는 거창한 통일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곧바로 육로로 국제도시 훈춘에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면 한국이 중국·러시아와는 육로로, 일본과 동남아와는 해상을 통해 연결되는 중심 국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글 사진 훈춘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게시판] 서울시, 경기도, 무주산골영화제집행위,문화재청

    [게시판] 서울시, 경기도, 무주산골영화제집행위,문화재청

    ■서울시는 18일 외국인을 위한 의료관광 정보를 영어와 중국어 등 4개 국어로 제공하는 홈페이지(http://medicaltourseoul.com)를 열었다. 서울시가 선정한 우수 의료기관 50곳 등의 병원을 뷰티, 한의학, 웰니스, 건강검진, 중증치료, 경증치료 6개 항목으로 분류해 소개한다. 병원별 기관과 의료진 소개, 진료 목록뿐 아니라 숙박시설과 관광 정보도 제공하며 앞으로는 진료비와 배상보험 가입 여부도 공개한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4개 국어로 서비스되고 내년 상반기부터는 아랍어도 추가된다. 홈페이지에서는 각 병원과 4개 국어로 1대 1 온라인 상담도 할 수 있다. ■경기도는 몽골 한국어교육 확대를 위한 스마트교실 등 4개 사업을 내년도 국제개발협력(ODA·저개발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추진한다. 4개 사업은 몽골 스마트교실 외에 인도네시아 IT청년 초청연수, 미얀마·캄보디아 현지적정기술·공정무역 활용 자립마을 조성, 중국 동북3성·연해주 경제협력 강화 등이다. 도는 이들 사업 외에 민관협력 제안 특색사업과 경제교류협력 강화 초청연수를 민관협력 ODA사업으로 한다. 재난발생국에 대한 긴급구호 및 재해복구지원사업도 병행한다. 도는 내년 1월 4개 사업과 민관협력 사업에 대한 공고를 내고 3월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무주산골영화제집행위원회는 제4회 무주산골영화제를 함께 만들어 갈 스태프를 모집한다. 모집기간은 오는 27일까지며, 모집분야는 프로그램, 홍보, 사업마케팅, 디자인 담당 등 모두 4명이다. 지원 자격은 영화에 관심이 있고, 근무 기간 전주와 무주에 거주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또 영화제나 영화 관련 업무 경험자는 우대한다. 원서접수는 무주산골영화제 홈페이지(www.miff.or.kr)에서 지원서를 내려받아 이메일(mujufilmfest@naver.com)으로 보내면 된다. 최종 합격자는 서류 심사를 거쳐 면접 후 오는 31일 발표한다. 자세한 사항은 영화제 사무국 기획운영팀(063-220-8253)으로 문의하면 된다. ■문화재청 조선왕릉관리소는 ‘왕릉공감(王陵共感)-세계유산 조선왕릉’을 주제로 오는 21일부터 내년 1월22일까지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에서 찾아가는 사진전을 연다. 지난 10월 경기 구리시에서 시작해 전국순회 중인 이 사진전에서는 왕이 탄생해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각종 문헌과 사진 자료 등을 통해 보여준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시리아 전장으로 여행가세요”…황당 투어상품 논란

    “시리아 전장으로 여행가세요”…황당 투어상품 논란

    러시아의 한 여행사가 시리아 내전 현장을 여행하는 투어상품을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러시아 사업가 아나톨리 아로노프가 현지 여행사 메가폴리스와 손을 잡고 내년부터 시리아 대통령인 알 아사드의 이름을 딴 여행상품 ‘아사드 투어’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투어 비용은 1인당 약 180만원으로 상품에 생명보험은 포함돼있지 않다. 투어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부터 시작되며 비행기로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도착한 뒤 현지 가이드와 접선, 차량을 이용해 주요 분쟁지역을 둘러보는 순서로 이루어진다. 현지 가이드들은 러시아 대학을 나와 러시아어에 능통한 엘리트들을 중심으로 기용하게 된다. 아로노프는 이미 시리아의 호텔 및 운송기업들과도 협의를 거치고 있으며 시리아 대사관 및 관련 당국에 투어 상품을 설명하는 서신을 보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과연 수요가 존재할지 의심하게 되는 극단적인 상품이지만 아로노프의 전망은 밝다. 그는 “한 달에 20~30명 정도의 고객만 확보되면 충분하다”며 상품이 “부유한 소수 고객들로부터 약 6개월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아로노프는 이어 “역사가 만들어지는 현장을 직접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며 “교육수준이 높은 30~45세 남성들, 그 중에서도 무역이나 광고 산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흥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여행객 안전에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인 흔적은 보인다. 우선 격전지로부터 1㎞ 이내에는 접근하지 않을 계획이며 여행객들에게 무기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안전사고를 방지하겠다고 아로노프는 밝혔다. 그는 “러시아 국방부와도 협의를 마친 상황으로, 러시아군의 감시 하에 투어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설령 여행객 안전에 관련된 논란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여행상품은 ‘내전의 고통을 한낱 유흥거리로 전락시킨다’는 도덕적 비난에서는 자유롭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내전은 지난 2011년 알 아사드 정권의 장기독재에 반대하는 소규모 평화집회를 정부군이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발발했다. 유엔 기록에 따르면 현재까지 내전 사망자는 25만 명 이상이며 시리아 내부에 존재하는 난민은 760만, 해외로 떠난 난민은 400만 명에 달한다. 한편 러시아는 1944년 최초로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수립했으며 1971년 바샤르 알 아사드의 부친 하페즈 알 아사드가 집권한 이래로 아사드 정권과의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트위터(위)/유튜브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취업 ‘블루오션’ 특성화 학과를 가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취업 ‘블루오션’ 특성화 학과를 가다]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4학년 이혜지(23)씨는 2년 전 러시아 모스크바국립대에서 1년 동안 공부했다. 이씨를 비롯한 이 학부생 7명은 매주 월요일, 수요일엔 러시아 경제, 역사, 비즈니스 등을 러시아 교수로부터 배웠다.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은 모스크바국립대 어학원에서 어학 공부에 매진했다. 이씨는 “1년 동안의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니 정말 많이 성장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가 다녀온 1년간의 러시아 유학 학비는 학교에서 모두 냈다. 지난 4년간 등록금과 기숙사비도 모두 무료였다. 1년간의 해외 유학 학비와 4년 전액 등록금, 재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 이 세 가지는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가 자신 있게 내세우는 혜택이다. 이 학부 성원용 학부장은 “이렇게 혜택을 많이 주는 학부는 우리나라 어디에도 없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그는 인천대에 대해 “학교의 간판을 따지지 않는다면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는 잠재력 있는 학생들을 최고로 길러 내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이 학부는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 동북아 시대에 대한 담론이 나오던 1998년 인천시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생겼다. 당시는 세계 제2, 제3의 경제 대국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하고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반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통상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는 인식이 나오던 때였다. 이 학교의 여타 학과에 비해 최고의 지원을 자랑하는 만큼 학생 대부분이 최상위권 수준이다. 앞서 이씨는 물론 경기도의 일반고 졸업생 유상범(21)씨도 전교 1등으로 고교를 졸업하고 이곳에 왔다. 그는 지난해 서울 주요 대학 2곳에도 동시에 합격했지만 이 학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보고 이곳을 택했다. 유씨는 “어머니가 아프셔서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고 유학은 꿈도 못 꿀 처지였다”면서 “4년 전액 등록금을 비롯한 혜택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 이름만 보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갔으면 학비와 생활비 등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겠지만, 이곳에서는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만족해했다. 이 학부 학생들은 대부분 2학년 2학기와 3학년 1학기를 해외 대학에서 보낸다. 그는 “해외에 1년간 다녀온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학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장래 일본의 금융회사에 취업하고 싶어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21)씨는 서울의 한 여대에서 1년을 공부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르고 이 학교에 왔다. 내년 러시아 지역의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유씨와 마찬가지로 올 한 해 러시아어 공부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김씨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이곳에 가겠다고 했더니 친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는 대학에 다니다 왜 인천대를 가느냐’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은 그 친구들이 만나면 부러워한다”며 “서울의 유명 대학을 그만둔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만큼 학습량도 다른 학과보다 월등히 많다. 학부를 졸업하려면 제2외국어 시험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맞아야 한다. 중국통상 전공은 HSSK 4급, 러시아통상 전공은 토르플(TORFL) 1급, 일본통상 전공은 JPT 3급, 미국통상 전공은 토익 900과 토플 80 이상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한다. 한 학년 정원은 45명으로, 이 중 중국통상 전공이 18명, 나머지 미국, 러시아, 일본통상 전공은 9명 정도로 배정된다. 각 전공에서 1년간 외국 유학은 졸업 필수 조건이다. 외국 유학의 학비는 학교가 내고, 학생은 해당 외국 학교의 기숙사 비용과 생활비, 왕복 항공료 등만 낸다. 대부분 2학년 2학기에 유학을 가는데, 그러기 위해선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어학 공부를 해야 한다. 입학생 대부분이 외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1학년은 어학 실력을 키우는 데 거의 모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예컨대 2학점짜리 러시아어는 1주일에 2시간으로 돼 있지만, 여기에 별도로 2시간짜리 보강 수업이 따라붙는다. 학점은 다른 학과 학생들과 동일하게 받지만 수업의 양이 다른 학과의 거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른다. 1학년에 들어와 대학의 낭만을 느낄 새도 없다. 남들보다 2배 이상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학부 1학년 남영주(23)씨는 공부를 위해 아예 군 복무를 일찌감치 마치기도 했다. 그는 “1학년 2학기부터 어학 공부에 집중하려는데 군 복무가 방해가 될 것 같아 1학년 1학기 끝난 뒤 군대를 미리 다녀왔다”며 “중국 대학에서 1년간 공부해 중국의 문화를 익히고 졸업 전후로 중국 현지 기업의 인턴으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 학부장은 언뜻 과도해 보이는 학습량에 대해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통상 전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동북아가 경제 단일권으로 바뀌고 있지만, 우리나라 대학 대부분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며 “언어는 물론 통상까지 다 할 수 있는 인재를 만들려면 좀 더 채찍질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신입생부터 졸업 요건이 강화된다. 제2외국어 점수뿐 아니라 제3외국어 시험 점수가 추가된다. 현재의 재학생들보다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제3외국어 지역에 대한 추가 해외 연수 기회도 함께 붙는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4+1 학·석사 통합과정’도 운영한다. 7개 학기를 학부 전공과정으로 수료한 뒤 나머지 3개 학기 석사과정을 합쳐 5년 동안 10개 학기를 이수하면 학사에 이어 석사까지 받는다. 10개 학기 등록금 역시 전액 무료다. 성 학부장은 “동북아가 빠른 속도로 바뀌기 때문에 역량을 더 키워야 한다”며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이 공부시켜 최고의 인재를 길러 내겠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의료 코디’ 이젠 손쉽게 구하세요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된 중구가 외국인 환자와 중소형 의료기관을 동시에 지원하기 위해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인력풀을 구축해 운영한다. 중구는 중구여성새로일하기센터와 연계해 매년 배출되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수료자를 지역 내 중소형 의료기관에 연결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12일 밝혔다. 외국인 환자 유치 등록 의료기관 92곳 가운데 97%가 소수 외국인 환자를 위한 별도 코디네이터를 채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을 고려했다. 최창식 구청장은 “코디네이터 인력풀을 운영하면서 외국인 의료 관광객이 언어 장벽 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안”이라며 “코디네이터 교육생들에게는 의료기관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구는 코디네이터가 필요할 경우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구 의료관광 홈페이지(www.koreameditour.com)에 코디네이터 정보를 게시했다. 현재 등록한 코디네이터는 총 17명이다. 중국어 인력이 7명으로 가장 많고 몽골어 담당이 4명, 영어는 2명, 러시아어와 일어·태국어·캄보디아어가 1명씩 있다. 이들은 중구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마련한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의료 지식과 외국어 실력을 동시에 익히고 현장 실습까지 포함해 총 160시간을 수료한 전문 인력이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해외여행 | 다시 피가 돈다-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바이칼 호수까지

    ‘러시아’라는 세 글자가 내 속에서 퍼 올리는 건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음습하고 도덕적인 문학적 상념, 아침이면 의례처럼 볼륨을 높이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축축한 자조에 딱 들어맞는 ‘안나 게르만’의 로망스, 시적인 위로를 주는 ‘샤갈’의 그림들, 어감마저 차가운 ‘소련’이라는 이름, 저항의 로커 ‘빅토르 최’ 그리고 뜻도 모른 채 외던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과 무자비한 해체의 역사…. 그 거대한 땅덩이의 체취를 맡고서야 알았다. 러시아의 실체는 도표화된 관념보다 몽롱하고, 드물게 아름답다는 것을. 편협한 인식을 뒤로한 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심장 뛰는 일인지를. ●블라디보스토크Vladivostok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러시아 “‘스파시바спаси?бо’라고 해요!”블라디보스토크 도착 사인이 떴을 때, ‘고맙습니다’가 러시아어로 무엇이냐고 묻는 타이완 승객에게 스튜어디스가 말했다. 그녀는 친절하게 ‘시’에 강세를 줘야 한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 순간부터 ‘스파시바’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바롭스크를 거쳐 이르쿠츠크를 지나 바이칼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유일한 러시아어가 되었다. 지도 위에서만큼 러시아연방이 기세등등해 보일 때도 없다. 호주보다 두 배 이상 큰, 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이 나라에서 프리모르스키 지방을 찾을 때는 손가락 방향을 오른쪽으로 한참 이동시켜야 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연해주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프리모르스키 지방의 중심도시다. 분명 이국인데, 거리에는 늘씬한 금발의 미녀들이 넘치는데, 왠지 낯설지가 않다. 그건 아마 DNA에 박힌 기억 때문일 게다.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시대를 지나고 1900년대 초 민족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곳도 여기니까.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에서 짐작하듯 작은 변방도시에 불과했던 블라디보스토크에 러시아가 부여한 의미는 노골적이다. 겨울에도 연안이 심하게 얼지 않는, 부동항 블라디보스토크는 1년 내내 항만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 전략적 항구도시와 군항으로는 적격이었다. 극동함대 사령부 등 해군기지가 주둔하고,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의 원조물자가 옮겨지는 거점이기도 했으며, 극동 지역 외교와 상업의 중심지로도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함정 10여 대를 격침시켰다는 잠수함 C-56(‘C’는 러시아어로 ‘에스’라고 읽는다. ‘중형급’이라는 표시)은 찬란했던 전장을 회고하는 구소련의 늙은 해군처럼 해양공원 앞 뭍에서 긴 휴식에 들어 있었다. 길이 77m의 이 강철 영웅에겐 엔진을 돌리던 승조원들의 함성은 사라지고 그들이 남긴 훈장과 어뢰, 기관총을 자랑하는 게 유일한 일과가 되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6.5m 좁은 폭, 그 안의 희박한 공기 탓인지 머리가 띵해져 잠수함에서 나왔다. 옆으로 용사들의 넋을 위로하는 ‘영원의 불꽃’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붉은 카네이션을 놓고 머리를 조아리는데 마침 뒤편 기도소에서 종이 울린다. 1941년과 1945년을 오르내리던 그 소리는 전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 평화로웠다. 1891년,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였던 니콜라이2세의 황태자 시절, 그의 방문을 기념해 세웠다는 개선문은 불과 몇 걸음 뒤다. 왜소한 풍채를 화려하게 치장한 그 건축물은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천성을 숨기고 자신만만한 ‘척’했다는 황제의 운명과 닮아 보였다. 혁명 후 파괴된 것을 고증을 거쳐 복원했다 해도 원형을 되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나 보다. 제정러시아의 문장이던 쌍두 독수리는 개선문 꼭대기에서 볼 수 없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세련되고 번화한 스베트란스카야 거리Svetlanskaya Street. 횡단보도의 초록 불은 바뀌는 순간 이미 9를 세고 있다. 으름장 놓는 선생님 같은 신호등을 째려보며 잰 발길을 놀려야 하는 일이 잦았다. 100년도 넘는 바로크양식의 건물들이 자리한 가로수 길을 걷고 있자니 막연히 ‘여긴, 유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거만하리만치 딱딱한 표정의 러시아인들을 보고 그 생각은 접기로 한다. 유라시아주의를 바탕으로 강대국을 재건한다는 국가의 외교정책에 이바지하듯, 아시아도 유럽도 아닌 이곳은 오로지 극동 러시아라는 자존감을 유지하고 있다. 스베트란스카야로부터 두 블록 떨어져 자리한 중앙광장은 소비에트 정권 수립을 위해 싸운 병사들을 기리는 동상만이 생생할 뿐, 혁명전사광장이라는 옛 이름은 의미 없어 보였다. 금요일이면 주말시장이 열리고 신년축제와 기념일 퍼레이드 등 이벤트의 무대가 된 지 오래다. 과거에도 지금도 이곳에서 집회는 계속되지만 혁명에서 놀이로 그 주제는 완전히 바뀌었다. 전설만 남은 영웅들의 흔적 블라디보스토크 둘째 날, 신한촌부터 찾았다. 신한촌은 일본에 의해 침탈된 국권회복을 위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모여 결의를 다졌던 장소다.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중 한 명인 이상설, 상하이 임시정부 초대 국무총리였던 이동휘, 전설의 의병장이었던 홍범도를 비롯해 신채호, 안중근, 안창호 등 수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야트막한 언덕을 넘어 아파트촌 어귀에 도착했을 때, 그곳이 신한촌 터라는 것을 눈치 챌 길은 보호 철책에 둘러싸인 ‘연해주 신한촌 기념탑’이 전부였다. 한인들이 살길을 찾아 연해주 땅을 처음 밟은 것이 1863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극동 해군기지로 부상하면서 그들은 군항에서 작업인부로 일했다. 처음 자리 잡은 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하지만 콜레라가 발생하자 시당국은 1893년 서쪽 아무르만 해안가로 한인들을 이주시키고 그곳을 ‘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한인촌’, 우리말로는 개척리開拓里로 불렀다. 이후 1911년, 또 한 번의 위생 문제로 북쪽 2km 떨어진 라게르 산비탈로 이주한 한인들은 ‘노바야까레이스카야슬라보드카신한촌’를 형성했고, 이전의 거주지는 구한촌이라 불리게 되었다. 1914년, 신한촌은 3,000명이 거주하며 점차 자리를 잡아 갔지만 1937년, 스탈린이 극동에 살던 한인 17만명을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시키면서 신한촌의 한인들 역시 카자흐스탄 등지로 이송되고 그 자리는 유럽과 러시아 노동자들의 차지가 되었다. 길이가 다른 커다란 세 개의 석조물. 가운데는 한국, 왼쪽은 북한, 오른쪽은 고려인을 포함한 해외 한민족을 상징한다는 기념탑 앞에서 조국의 미래를 밤새워 고민했을 독립 영웅들의 절절함을 가늠해 보기란 쉽지 않았다. ‘민족의 최고 가치는 자주와 독립…’이라는 기념탑의 글귀는 길 잃은 아이처럼 애처롭고 속상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블라디보스토크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곳으로 향했다. ‘독수리 둥지’라는 뜻의 오리노예 그네즈도 산 정상은 214m에 불과하지만 도시에서 가장 높다. 계단을 올라서니 러시아의 키릴문자를 만든 아우 키릴로스와 형 메소디오스 형제의 동상이 십자가를 들고 블라디보스토크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니 바다 위에는 2012년 APEC 정상회담에 맞춰 완공한 루스키섬까지 이어진 금각만 대교가 장쾌했다. 서울 남산에서처럼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며 사랑을 맹세하는 건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 촬영이 한창인 신랑신부가 난간 틈을 비집고 자물쇠를 채우는 동안 신부보다 예쁜 들러리는 뭇 남자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아무르만 해변공원까지는 걸었다. 노천카페에 앉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명물인 메드베드카곰새우를 주문했다. 비릿하고 고소한 맛이 찬 맥주와 묘하게 어울렸다.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에 네덜란드 맥주를 마시는 청년들, 일본산 오토바이를 타고서 CF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 처녀들, 낚시를 즐기는 부부…. 히죽대며 그들의 모습을 훔치는 사이 새우껍데기만 자꾸 쌓여 갔다. ●하바롭스크Khabarovsk 시베리아횡단열차에서의 하룻밤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열차 출발 시간은 저녁 9시. 서둘러 짐을 챙기고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으로 향한다. 지는 해에 순종하며 기차역이 차분히 물들고 있었다. 1907년부터 5년에 걸쳐 지어졌다는 기차역은 제정 러시아의 건축양식으로 제법 낭만적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이곳에서 모스크바까지의 거리는 9,288km. 플랫폼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철로를 달렸다는 증기기관차도 보였다. 출발은 저녁 9시인데 플랫폼의 시계는 오후 2시를 가리킨다. 철도역의 모든 시간표는 모스크바가 기준이라는 것을 깜빡했다. 난민처럼 바닥에다 가방을 열어 젖히고 주섬주섬 필요한 물건만 미리 챙겼다.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승무원은 여권과 승차권을 확인하고 탑승을 종용했다. 9번 칸, 객실번호 6호 23번. 4인 1실, 양쪽으로 2층 침대가 놓인 객실 ‘쿠페’는 좁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서서히 열차가 움직이고, 시간이 지나야 시원해질 것이라는 차장의 말처럼 에어컨은 30분이 지나서야 제 기능을 발휘했다. 하바롭스크 도착은 내일 아침 8시. 무궁화호보다 더 느린 기차를 타고 밤새 11시간을 달려야 한다. 하얀 자작나무숲,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올 법한 눈보라, 잠들지 않는 백야. 시베리아횡단열차에 엄청난 로망을 품은 사람들은 흔히 이런 것들을 상상한다. 러시아에 오기 전, 몽골을 거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탔다는 친구는 말했다. “러시아 애들은 책만 읽고 얘기도 가족들끼리 소곤소곤. 같이 보드카 마시자던 러시아 아저씨 아니었으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버렸을 걸!” 모스크바까지 꼬박 달리는 이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열차에서의 하룻밤만으로 그 기분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낮도 아닌 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래야 반사되는 객실 내부가 전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산 가이드북을 뒤적이다 음악을 듣고, 러시아 사람들은 무엇을 하나 복도를 기웃대다가, 키릴문자가 새겨진 맥주를 마시고 남은 소시지 3개를 승무원에게 내미는 것 외에 달리 할 일은 없었다. 다행히 수다 떨 일행들이 있어 시간은 잘 갔다. 잠자리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꺾이는 철로마다 침대가 심하게 덜컹대긴 했다. 하지만 낮에 흘린 땀이나 미처 못 지운 바지의 소스 자국, 떡진 머리도 문제될 게 없는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 잠결에 2층 침대로부터 커튼콜처럼 내려왔다 올라가는 이불에 깜짝깜짝 놀라거나, 변기가 막힌 줄도 모르고 30분을 화장실 문 앞에서 참던 일만 빼면. 창문 너머 흘러가는 자작나무 사이로 스미는 햇빛을 보고 잠에 빠졌는데, 곧 정차한다는 소리에 허둥지둥 이불을 박차고 객실 문을 열어젖힌다. 열차가 멈춘 곳. 하바롭스크였다. 조금 더 머물고 싶던 도시 하바롭스크는 1991년 블라디보스토크가 개방되기 전까지 극동지역의 중심지였다. 이제는 그 영광을 물려줬지만 하바롭스크는 마치 권세를 내려놓은 자가 여유를 즐기듯 유유자적했다. 이 도시에서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레닌광장 북쪽에 자리한 청동 레닌상이다. 레닌이 사망한 이듬해인 1925년에 세워졌다는데 러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 레닌의 동상이 철거된 데 반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이곳에서는 아직 건재하다. 레닌이 굽어보고 있는 광장은 하바롭스크의 행정 중심지다. 동쪽으로 하바롭스크주 정부청사가 보였다. 아침을 맞은 광장에는 벤치에서 조용히 휴식을 즐기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둘기가 사람보다 많았다. 레닌광장 아래로 아무르스키 거리를 쭉 따라가면 길은 아무르 강변의 콤소몰 광장까지 잇닿는다. 콤소몰은 구소련 시절 공산주의 청년 정치조직의 이름이다. 광장에는 혁명 전사들의 모습이 조각된 오벨리스크가 굳건하고, 꼭대기에 소비에트를 상징하는 별이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위 우스벤스키 성당이다. 성모승천성당으로 불리는 그곳은 소비에트 시절 파괴된 후 2001년 다시 동화 같은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었다. 아무르강이 눈앞인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재촉했다. 총 길이만 2,800여 킬로미터. 몽골에서 발원해 하바롭스크를 거쳐 오호츠크해로 흐르는 아무르강은 중국에서는 흑룡강이라 부르는 그 강이다. 전망대 앞에는 강에 이름을 제공한 시베리아 초대 총독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의 동상이 있는데, 여행지에서 만난 아무르라는 이름들은 죄다 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향토박물관은 잠시 비를 피하기에는 맞춤이었다. 연해주 일대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박물관으로 본래 이름은 ‘그라제코프 주립 자연사박물관’. 이 역시 설립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122년의 전통이 축적된 내부에는 시베리아 메머드, 아무르 호랑이, 원주민인 나나이족과 우데게이족의 생활모습 등 하바롭스크주의 역사와 자연, 민속 등 자료 15만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구관에는 소비에트 시절과 관련한 물품들만 전시되어 있는데, 포스터부터 장신구까지 세월의 때가 묻은 낯설고 이색적인 소소함이 눈길을 끌었다. 강을 따라 북쪽에 다다르니 또 다른 아름다운 러시아정교회 성당이 자리했다. 프레오브라젠스키 성당은 황금색 돔과 새하얀 성당이 질서정연했고 내부는 황홀했다. 천장에 그려진 그리스도와 네 명의 사도, 정면 6층 제단의 성모와 성인들의 모습을 새긴 이콘(성상화)은 다른 세상의 것인 듯 신비롭고 이질적이었다. 이콘에 향했던 눈길은 머리를 가리고 촛불을 켜 기도하는 사람들에게서 한참을 머물렀다. 진지하고 경건했다. 그 경배의 몸짓 뒤에서 할 것이라고는 숨소리를 죽이는 것 외에는 없었다. 시베리아횡단철도TSR. Trans Siberian Railroad시베리아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9,288km의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1891년에 착공해 1916년에 완공됐다. 90여 개의 도시를 거치는 동안 시간대만 7번이 바뀌고, 지나는 역만 60여 개다. 급행열차를 타면 일주일이 걸린다. 열차의 출발과 도착시간은 모스크바가 기준이다. 열차의 객실 등급은 1등석인 2인 1실의 ‘룩스Lyux’, 2등석 4인 1실의 ‘쿠페Kupe’, 3등석 6인실의 ‘플라츠카르타Pratskartny’와 지정 번호가 없는 8인 좌석의 ‘옵스치Obschy’로 나뉜다. 룩스와 쿠페는 객실이 분리되어 있지만 3등석은 객실 구분 없이 개방되어 있다. 콘센트가 있는 것은 1등석 객실뿐이다. 2등석은 객실 내부 말고 복도에 네 개, 화장실 밖과 안에 각 한 개씩 있다. 멀티 탭을 가져가면 도움이 된다. 열차 칸마다 뜨거운 물이 비치되어 라면이나 커피를 먹을 수 있다. 열차 한 칸당 두 명의 승무원이 교대근무하며 객실을 살피고 간단한 먹을거리도 판매한다. 술과 담배는 규정상 금지되어 있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았다. 흡연자들은 보통 역에 정차할 때마다 내려 담배를 피우고 재빨리 오른다. 러시아 철도청 www.rzd.ru 러시아정교회 러시아정교회는 988년 블라디미르 대공에 의해 비잔티움의 동방정교를 받아들여 민족신앙과 결합한 종교다. 러시아정교회 건축양식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양파 모양의 돔 ‘루꼬비짜’다. 눈이 많이 오는 러시아에서 눈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 외에도 기도가 하늘에 닿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흰색과 황금색은 러시아정교회 초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색채로 흰색은 평화와 순결, 황금색은 신성을 상징한다. 예배는 사제는 있지만 설교는 하지 않고, 의자 없이 서서 참여한다. 또 악기의 반주 없이 오로지 사람의 목소리만으로 성가를 부른다. 러시아정교회가 종교의 자유를 얻게 된 것은 고르바초프에 의해 1990년 소련 최고회의에서 양심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법을 의결한 후부터다. ●이르쿠츠크Irkutsk 아! 바이칼 비행기가 이르쿠츠크에 도착한 시간은 자정 무렵이었다.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수를 가기 위한 관문. 둘러 볼 겨를 없이 아침이면 또 길을 떠나야 한다. 설렘과 염려를 교차시키느라 잠은 쉬 들지 못했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호의 들머리까지는 버스로 3시간 반. 부리야트족 자치구인 우스찌아르다를 스치는 동안에는 가을을 준비하는 스텝짧은 풀로 뒤덮인 초원이 길게 이어졌다. 어렴풋이 호수가 시야에 들어올 무렵 버스가 멈춘 곳은 사휴르따 선착장이다. 목적지인 알혼섬을 가기 위해 철부선에 올랐다. 배는 물살을 가른 지 3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과 자동차를 섬에 부려놓았고, 세상사 다 겪은 아이처럼 옹골찬 ‘우아직러시아 군용차량을 개조한 4륜 승합차’이 벌써 마중 나와 있었다. 운전기사 안톤은 숙소가 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며 돌투성이 길을 망설임 없이 내달렸다. 요란한 진동 모터 위에 앉은 듯 엉덩이는 시종 덜덜거렸다. 바이칼 호수가 품은 22개의 섬 중 알혼은 가장 크고, 유일하게 사람이 사는 섬이다. 거제도의 두 배쯤 되는데, 다섯 개 마을의 주민 1,500명 가운데 대부분은 후지르 마을에 모여 산다. ‘알혼’은 부리야트 원주민어로 ‘태양이 비추는 땅’이라는 뜻이다. 연 강수량이 200mm에 불과해 스텝과 사막 그리고 화강암과 침엽수림이 전부다. 그 황량함을 심장처럼 품은 바이칼호수를 향해 원주민들은 ‘바이칼은 서 있는 불. 아직도 그 불은 식지 않고 있다’며 경외심과 두려움을 표현해 왔다. 숙소에 짐을 내리고 부르한Burkhan 바위가 보이는 언덕으로 갔다. 신성한 곳임을 알리는 13개의 세르게 신목. 조상신들이 모이는 곳을 지나니 검푸른 호수 앞으로 정좌한 두 개의 지엄한 바위가 보였다. 샤머니즘의 성지로 알려진 바로 그 자리다. 주위에는 히말라야에서 방금 내려온 성자 같은 복장을 한 외국인들이 손을 맞잡고 명상에 잠겨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이도 보였다. 무엇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끈 건지 모르겠지만 초자연적 존재와의 교류도, 북방 몽골인종의 시원이 서린 곳이라는 학설도, 부리야트인의 피를 이어받은 칭기즈칸의 무덤이 있다는 전설도,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바이칼 호 자체보다 신성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우아직은 섬의 가장 북쪽 하보이곶으로 달렸다. 날카로운 송곳니 모양을 한 절벽. 그곳에서 보는 바이칼은 호수가 아니라 바다, 그것도 대양이었다. 경계도 모른 채 펼쳐진 호수는 텅 빈 채 근원에 닿을 듯 아스라해서, 차라리 공허했다. 그날 밤, 호숫가에 앉아 마신, 수심 200m의 바이칼호 물로 만들었다는 보드카는 파도소리와 함께 목젖을 뜨겁게 타고 흘렀다. 떠나기 전 호수를 꼭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새벽 5시 혼자 숙소를 나섰다. 인기척 없는 마을을 두리번대며 방향을 가늠하고는 그 언덕에 다시 올랐다. 부르한 바위 앞, 잠이 덜 깬 호수는 몸을 뒤척였고 바람은 초연했다. 그리고…. 영원한 작별인 양 호수에 건넨 말은 이것뿐이었다. “스파시바… 바이칼.” ▶travel info AIRLINE대한항공에서 블라디보스토크와 이르쿠츠크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출발편은 매일 인천에서 오전 10시10분에 출발해 오후 1시50분에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오후 2시50분에 출발해 오전 7시10분에 인천에 도착한다. 이르쿠츠크 노선은 12월25일부터 1월15일까지 동계노선을 주 2회(월·금요일)씩 총 6회 운항할 예정이다. 출발편은 저녁 8시50분 인천에서 출발, 밤 12시5분에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고, 귀국편은 새벽 2시30분 출발, 오전 7시10분 인천에 도착한다. 인천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는 2시간 10분, 이르쿠츠크까지는 3시간 40분이 소요된다. SHOPPING알까기 인형 ‘마트료시카’19세기 말에 탄생한 나무로 만든 러시아 인형으로 엄마를 뜻하는 러시아어 ‘마티’에서 유래했다. 일본 전통인형인 ‘다루마’에서 영감을 얻어 1891년 러시아 민속공예화가 세르게이 말루틴이 처음 디자인했다고 전해진다. 둥근 몸통 안에는 작은 인형들이 겹겹이 들어 있는데, 일본정부에 선물하려고 만든 1세트 72개가 들어있는 대형 마트료시카는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시대에 따라 외형도 변해서 만화영화의 캐릭터나 대중음악가, 스포츠 스타나 정치인의 얼굴을 담은 마트료시카도 볼 수 있다. 가격은 싼 것은 대개 400~700루블 정도이지만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FOOD국민음식 ‘보르쉬’와 ‘샤슬릭’ 러시아의 음식은 슬라브 전통에 서유럽과 몽골, 중앙아시아와 카프카스지역의 영향을 받아 대개 짜고 달고 신, 자극적이고 복합적인 맛이다. 대표적인 슬라브 전통음식인 ‘보르쉬’는 감자, 당근, 양배추에 비트와 토마토로 색을 낸 스프다. 샤슬릭은 러시아어로 ‘꼬치구이’라는 뜻이다. 이름보다는 맛 ‘오물‘오물은 바이칼호에서만 서식하는 토착 물고기다. 생긴 것은 우리의 청어와 닮았다. 회나 탕, 튀김, 샐러드 등 다양하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자작나무에 훈제한 오물이 가장 인기다. 이르쿠츠크에서 바이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항구 마을 리스트비얀카에는 오물을 파는 가게들이 잔뜩 있다. 가시가 적고 비리지 않아 담백하다. 39°도 41°도 아닌 40° ‘러시안 보드카’러시아를 대표하는 술, 보드카Vodka는 러시아어 ‘물voda’에서 유래되었다. 감자나 옥수수, 보리 등을 원료로 한 증류수로 무색, 무취, 무미다. 러시아 속담에 ‘4,000km는 길도 아니고 영하 40도는 추위도 아니며 40도가 아니면 술도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19세기 후반, 원소주기율표를 만든 러시아의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가장 입맛에 잘 맞고 숙취를 일으키는 불순물이 제일 잘 걸러지는 최상의 알코올 도수가 40%라는 것을 발견했다. 보드카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도수 15% 이상의 주류 판매도 금하고 있다. MUSEUM연해주의 모든 것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1890년 개관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박물관이다. 1906년 구시베리아 상업은행 건물로 옮겨졌는데, 아르세니예프는 연해지방을 서방에 알린 탐험가의 이름이다. 3층 건물 안에 연해주의 자연과 지리, 민속학, 고고학 사료들과 동식물 표본집, 화폐 등 약 20만 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주제가 딱히 구분되지는 않았지만 한국관에서는 지역에서 발굴된 발해의 유물을 볼 수 있다.20 Svetlanskaya Str. Vladivostok +7 4232 414 082 100루블평일 09:00~18:00, 토·일요일 09:00~17:30 HOTEL바이칼호 바로 옆 ‘바이칼로프 오스트록’알혼섬의 후지르 마을 입구에 있는 나무로 된 시베리아 전통가옥 형태의 숙소다. 2013년 문을 열었는데 114개의 객실에 250명을 수용할 정도로 알혼섬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깔끔하다. 특히 바이칼 호수 바로 앞에 위치해서 객실과 레스토랑에서 호수가 보이고 새벽에도 밤에도 산책을 할 수 있는데다, 부르한 바위까지도 도보로 20분 거리다. 7, 8월 성수기 스탠다드 트윈룸의 경우, 아침식사 포함 1박에 4,500루블(약 8만원), 화장실과 샤워실은 객실 3개가 있는 한 층에서 공동으로 사용한다. 욕실용품은 비치되어 있지 않다. 호숫가에서 바비큐를 할 수 있도록 그릴과 장작, 숯 등 일체의 도구도 대여해 준다. 666137, Russia, Irkutsk Region, Olkhonskyi District, Village Khuzir, Street Pribreznaya, 3+7 3952 404 202 www.baikalovostrog.ru 에디터 천소현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이세미 취재협조 대한항공 www.koreanair.com 참좋은여행 www.verygoodtour.com
  • 의료관광 ‘최강 강남’

    서울 강남구가 4일 구청에서 외국인환자 유치실적 우수 기관에 공로패를 수여하고 32개 신규협력기관에 위촉장을 준다고 3일 밝혔다. 구는 2010년에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의료관광 활성화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고 의료관광 전담팀을 만들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구는 지난해 외국인환자 5만 6000명을 유치해 연평균 23%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지자체 중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구는 ‘강남메디컬투어센터’를 만들어 외국인 의료관광객에게 의료기관별 진료비용 등 전문시술 정보를 제공한다. 전문가 상담과 피부 상태 측정, 체성분 분석, 가상성형체험 등 각종 체험도 할 수 있다. 영어·중국어·일본어·러시아어를 하는 의료관광 전문코디네이터가 상주해 막힘 없는 서비스를 지원한다. 의료기관 실무자 등에게도 의학 영어·중국어를 교육하고 의료분쟁 예방 교육과 의료분쟁 전문가 상담실을 운영한다. 진료와 관광을 연계한 의료관광패키지 상품인 ‘리본’도 운영하고 있다. 구의료관광홈페이지(medicaltour.gangnam.go.kr)에 관련 정보도 꼼꼼히 올렸다. 구 관계자는 “서울시가 지난달 의료관광 활성화 지원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 2009년부터 해 온 구의 역점사업과 매우 유사하다”면서 “시는 자치구와 중복되는 정책을 만들기보다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효율적인 역할 분담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서울시 “진료비 공개로 의료관광 브로커 차단”

    서울시는 26일 진료비 공개로 의료관광 신뢰성을 높이고 불법중개인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또 한 해 15만 5000명이 찾는 의료관광객 규모도 3년 안에 연간 40만명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의료관광 서비스를 보려고 강남구 도산대로 차움의원을 찾은 자리에서 “의료관광은 관광객의 체류기간이 길고 진료수입 등 관광객 지출 비용이 큰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며 서울을 세계적인 의료관광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는 민간 의료기관 50곳과 협약을 맺어 내년부터 진료비, 배상보험 가입 여부 등의 의료정보를 공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진료비 바가지 청구를 막고, 의료사고에도 ‘나 몰라라’ 하는 일을 막을 예정이다. 이미 50곳의 병원 가운데 25곳이 진료비를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료카드를 외국어로 번역해주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역 코디네이터도 중국어, 영어, 몽골어, 일어 등 10개 외국어를 담당할 92명을 선발했다. 병원에서 요청하면 시에서 통역 코디네이터를 보내며, 3년 안에 코디네이터 숫자도 250명으로 늘린다. 전문 운송업체가 환자를 공항부터 병원까지 데려다 주는 서비스도 내년부터 시작된다. 힐링코스, 안티에이징코스 등 의료관광 코스도 30개 이상 개발할 계획이다. 오는 12월에는 영어·중국어·일어·러시아어로 된 ‘서울 의료관광 홈페이지’가 선보인다. 2018년에는 의료관광에 대한 종합 정보를 제공하는 ‘서울 의료관광 원스톱 종합정보센터’도 문을 연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체르노빌·2차대전 증언 ‘목소리 소설’로 알린 女저널리스트

    체르노빌·2차대전 증언 ‘목소리 소설’로 알린 女저널리스트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벨라루스의 기자 출신 여성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7)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 알렉시예비치를 수상자로 발표하며 “다성 음악과도 같은 그의 저술들은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기록한 기념비들”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신임 사무총장은 “알렉시예비치는 저널리즘의 형식을 초월해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며 “그것이 진정한 성취”라고 평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노벨문학상 14번째 여성 수상자다. 2013년 수상자인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에 이어 2년 만이다. 러시아어로 작품 활동을 한 작가 중에는 6번째 수상자다. 알렉시예비치는 1948년 5월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이바노-프란코프스크에서 군인 집안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벨라루스인, 어머니는 우크라이나인이다. 우크라이나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아버지의 군 복무 기간이 끝난 뒤 벨라루스로 돌아갔다. 벨라루스국립대 언론학과 졸업 후 지방과 중앙 신문사, 잡지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창작 활동은 신문사 기자로 근무하던 1975년부터 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소련-아프간 전쟁, 체르노빌 사고 등 극적인 사건을 겪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글로 옮겼다. 소련 시절부터 반(反)체제 성향의 작품을 썼다. 소련 붕괴 이후 독립한 조국 벨라루스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독재 통치를 비판하다 탄압을 받아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간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 망명 생활을 했다. 2012년 다시 벨라루스로 귀국해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알렉시예비치는 소설가도, 시인도 아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해 모은 이야기를 논픽션 형식으로 쓰는 ‘다큐멘터리 산문’ 작가다. 정통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기만의 독특한 문학 장르를 개척했다. 일명 ‘목소리 소설’(Novels of Voices)이다. 작가는 ‘소설-코러스’라고 부른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리얼리티는 언제나 자석처럼 나를 매료시켰고, 나를 고문했고 내게 최면을 걸었다. 그래서 실제 인간의 목소리와 고백, 증언 증거와 문서를 사용하는 장르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알렉시예비치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문학 지평이 더욱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작가가 순수하게 자신의 세계를 자신의 글로 만들어낸 것뿐 아니라 타인의 육성을 토대로 한 것일지라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유익한 길로 이끈다면 그 또한 문학의 범주에 포함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의 처녀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번역가 박은정은 “알렉시예비치는 자신의 소설을 쓴 게 아니다. 구성이나 생각의 흐름은 오롯이 작가 개인의 것이지만 여러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녹취한 내용을 정리해서 썼다”고 전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의 유명 작가 아다모비치가 롤 모델이었다. 그의 책 ‘나는 불 같은 마을에서 왔다’와 ‘포위의 책’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이들 저서는 벨라루스 문학과 러시아 문학, 둘 모두에 없었던 새로운 장르의 책이었다. 알렉시예비치는 발표 직후 스웨덴 SVT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복잡한 기분이다. (노벨문학상 수상한 러시아 작가인) 부닌, 파스테르나크 등 위대한 이름들이 떠오른다. 환상적인 기분인 동시에 살짝 불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200만부 이상 팔린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와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의 후유증을 기록한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국내에도 번역 소개돼 있다. 이 밖에 ‘마지막 증인들’, ‘아연 소년들’, ‘세컨드 핸드타임’ ‘죽음에 매료되다’ 등이 있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 2000만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7일 걸리던 개표 두 시간에 뚝딱… ‘선거한류의 힘’

    7일 걸리던 개표 두 시간에 뚝딱… ‘선거한류의 힘’

    지난 4일 오전 9시 50분쯤(현지시간)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시(市) 레닌구(區)에 있는 ‘9번학교’. 평소 일요일 같으면 적막에 싸여 있을 법한 이 초·중·고 통합학교의 교정이 소란스러웠다. 이곳에 설치된 총선(국회의원 선거) ‘1005번’ 투표소에 유권자들이 몰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투표소 건물 입구에서 투표의 엄숙함에 어울리지 않게 록음악처럼 흥겨운 러시아어 대중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입구에 선 관리자에게 물었더니 “투표에 행인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음악을 틀어놓는 투표소가 많다”고 답했다. 10년 전 거센 민주화혁명이 일어났던 곳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이날 투표 분위기는 차분했다. ‘튤립혁명’으로 불린 당시 혁명은 2005년 봄 총선에서 14년 장기독재의 여당이 매표·대리투표·다중투표·개표조작 등 온갖 선거 부정을 통해 압승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이었고, 그 결과 대통령인 아스카르 아카예프는 러시아로 도피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년 뒤인 2010년 봄에도 키르기스스탄은 제2의 튤립혁명으로 대통령 쿠르만베크 바키예프가 쫓겨나는 등 5년 주기로 불안한 정정을 보였다. 이날 총선은 제2의 튤립혁명 이후 5년 만에 치러지는 선거인 데다 특히 키르기스스탄 선거관리위원회가 공정성을 위해 한국의 선거 자동화 시스템을 파격 도입해 치르는 첫 총선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미국, 러시아, 이라크 등 69개국에서 온 613명의 선거 참관단이 ‘메이드 인 코리아’의 선거 자동화 시스템을 생생히 목도했다. 한국 입장에서도 선거 자동화 시스템을 전국 단위 선거에 ‘수출’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권자 “편리하고 믿음이 간다” 키르기스스탄의 한국 선거 시스템 도입은 2013년 인천에서 열린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창립총회에서 한국의 첨단 선거 정보통신기술(ICT)을 접한 투이구날리 압드라이모프 중앙선관위원장이 알마즈베크 아탐바예프 대통령에게 도입을 건의하면서 발화됐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의 양국 정상회담 결과 한국 중앙선관위는 광학 판독 개표기(광선을 이용해 전자식으로 투표용지를 판독하는 기계) 등 투표 등록에서부터 개표에 이르는 선거 자동화 시스템 전반을 키르기스스탄에 보급하기로 했다. 이번 총선의 자동화 시스템 사업비 1276만 달러 중 절반가량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무상 지원했다. 수익은 대당 180만원짜리 광학 판독 개표기(3816대)를 만드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에 돌아갔다. 과거 키르기스스탄은 총선 개표에 1주일이나 걸렸지만 이번 총선의 개표 결과(잠정)는 4일 저녁 투표 마감 후 2시간여 만에 발표됐다. 각 지역 개표 결과가 전국의 2374개 투표소마다 설치된 투표함 자동화 기기에서 순식간에 자동 집계되고 이것들이 바로 중앙선관위로 무선 전송돼 합산됨으로써 개표 부정이 원천 차단됐다. 비슈케크 시내 ‘1001번’ 투표소에서는 이날 저녁 8시 투표 종료와 함께 투표함에서 개표 결과가 순식간에 인쇄돼 나오자 선관위 직원과 참관인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일부 시골 오지에 무선 전송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됐다면 전국 개표 결과는 2시간이 아닌 몇 분 안에 종료됐을 것이다. 이날 유권자들은 ‘신분증 제시→지문인식으로 본인 여부 확인→유성펜으로 기표→자동 개표 기능 투표함에 투표용지 투입’의 절차로 투표를 했다. 1005번 투표소에서 목격한 유권자들 중 다수는 기계에 손가락을 대자마자 컴퓨터 화면에 본인의 얼굴이 뜨고, 곧이어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찍힌 투표증이 기계에서 출력되는 것을 보고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나라 선거 고질병인 중복 투표, 대리 투표가 단번에 딴 나라 얘기가 되는 순간이었다. 다만 지문 등록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해 선거인 등록을 꺼린 유권자도 없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미·러 등 69개국 613명 참관단도 감동 투표를 마치고 나온 발타바예프 탈라이베크(53·사업)는 새 투표 시스템에 대해 “아주 완벽하다”고 단언한 뒤 “컴퓨터로 이뤄지니 부정이 적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또 “예전에는 투표하는 데 줄서서 기다리느라 20분 넘게 걸렸는데 오늘은 2분 만에 끝났다”고도 했다. ‘한국에서 도입한 시스템인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라디오에서 들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딸(35), 손녀(5) 등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전직 유치원 교사 류드밀라 이바노프나(63)는 “지금까지 살면서 수없이 투표를 해 왔지만 오늘이 가장 편리했다”면서 “기계로 하니까 믿음이 간다”고 했다. 이번에 생애 처음으로 투표했다는 대학생 아자트 무라탈리예프(23)는 “투명한 시스템 같다”면서 “우리 세대도 이번 투표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에서 참관인 자격으로 온 디나라 아바코는 “자동화 시스템이 인상적”이라면서 “우리나라도 도입하면 좋겠다”고 호평했다. ●카자흐스탄 참관인 “우리나라도 도입했으면” 굴나르 주라바예바 키르기스스탄 선관위 부위원장은 “이번에 한국 선거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선관위원을 매수하는 부정이 사라졌다”면서 “앞으로 선관위원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을까 봐 걱정이다. 월급을 올려 줘야 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한국의 지원으로 이번에 우리도 민주선거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게 진정한 의미”라고 덧붙였다. A-WEB도 투표 다음날인 5일 보도자료를 통해 “키르기스스탄이 한국의 첨단 선거관리 기술을 과감히 도입해 투·개표 불신을 잠재우고 민주국가 대열에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고 성공으로 공식 평가했다. 한국 선관위의 원준희 키르기스스탄 선거지원단장은 “이번 첫 자동화 시스템 수출을 계기로 다른 신생 민주국가로도 우리 선거 시스템을 전파할 수 있게 됐다”면서 “정치 분야의 창조경제라고 할 만한 성과”라고 했다. 선관위는 벌써 케냐, 에콰도르 등으로 ‘수출’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쯤 되면 ‘선거 한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48년 미군정이 이식한 선거 시스템으로 첫 선거를 치렀던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후발국들에 한국식 선거 시스템을 수출하는 날이 올 줄 67년 전에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중앙아시아의 벌판에서 목도한 역사의 반전이 소름 끼친다. 글· 사진 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책’ 中 통치를 읽다

    ‘책’ 中 통치를 읽다

    중국 혁명을 이끈 마오쩌둥(毛澤東)과 류사오치(劉少奇)는 공산주의 이론의 양대 산맥이었다. 마오쩌둥이 “사흘 동안 책을 읽지 않으면 류사오치 동지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하자 류사오치는 “하루라도 책을 놓으면 마오쩌둥 동지에게 뒤처진다”고 응수했다. 중국 지도자들에게 독서는 생활이자 통치 수단이었다. ●방미 기간 미국 저서 줄줄 읊은 시진핑 중국 인터넷 언론 무계신문망은 30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최근 방미 기간에 미국 작가들의 저서를 줄줄이 읊으며 독서 편력을 뽐낸 것을 계기로 역대 지도자들의 독서 스타일을 분석했다. 시 주석에게 독서는 중요한 외교술이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도 젊은 시절 미국 정치학의 고전인 ‘페더럴리스트 페이퍼’와 토머스 페인의 ‘상식’ 등을 읽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러시아 방문에서는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등 러시아 작가 11명을 일일이 거론했고 프랑스에서는 볼테르, 사르트르, 몽테뉴의 철학을 논했다. 인도에서는 타고르의 시를, 쿠바에서는 호세 마르티의 시를 읊었다. 최근 서울대에는 시 주석이 기증한 1만여권으로 채워진 ‘시진핑 서재’가 생겼다. 시 주석은 지방 서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서 5권을 출간할 정도로 책과 가깝게 지낸다. ●고전으로 혁명 의식 가다듬은 마오 마오쩌둥은 고전을 읽으며 혁명 의식을 가다듬었다. 중국 역사를 망라한 ‘이십사사’(二十四史)에 직접 각주를 달아 91권으로 발간하는가 하면 ‘자치통감’을 17번 읽었다. ‘홍루몽’을 읽으며 계급투쟁의 역사를 생각했다. 혁명 시기에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선언’을 끼고 살았다. 장서 10만권을 남긴 마오쩌둥은 평생을 군인으로 살아온 평더화이(彭德懷)에게 “지식인에게 속지 않으려면 책을 읽으라”고 충고했다. ●독서할 때도 ‘흑묘백묘론’ 덩샤오핑 덩샤오핑(鄧小平)은 독서에서도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을 고집했다. 모두가 ‘자본론’을 가지고 씨름할 때 그는 ‘공산주의 ABC’와 같은 입문서를 읽었다. 덩샤오핑은 “마르크스·레닌주의도 쓸모가 있어야 한다”며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무협 소설의 대가 진융(金庸)의 팬이었던 그는 1970년대 금서였던 진융의 작품을 몰래 읽었다고 회고했다. ●책벌레 장쩌민 고전 두루 섭렵 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장쩌민(江澤民)도 책벌레였다. 부친은 매일 그에게 고전을 한 편씩 외우게 했다. 이공계 출신인 장쩌민은 당시(唐詩), 송사(宋詞), 원곡(元曲)을 좋아하고 셰익스피어, 발자크, 톨스토이 등을 두루 섭렵해 ‘장 박사’로 불렸다. 영어, 러시아어, 루마니아어, 독일어, 일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장쩌민은 자신의 문화적 소양을 외교와 내치에 활용했다. ●수재 후진타오 “읽지 않으면 낙오” 자신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던 후진타오(胡錦濤)는 독서법을 말한 적이 없다. 하지만 칭화대 최고의 수재였던 그 역시 독서량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주석 시절에는 정치국원들에게 “책을 읽지 않는 지도자는 반드시 낙오한다”며 독서를 독려했다. 2004년 러시아 청년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등 러시아 문학작품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토카막’ 핵융합연구장치 2008년 가동… 플라스마 제어기술 등 과제

    ‘토카막’ 핵융합연구장치 2008년 가동… 플라스마 제어기술 등 과제

    맑은 가을 밤하늘은 별을 관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은 태양처럼 뜨겁게 타고 있는 항성이다. 몇 백 광년 떨어져 있는 아름다운 별들의 내부에서는 수소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결합해 무거운 헬륨 원자핵을 만들어 내는 ‘핵융합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두 개의 원자가 하나의 원자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질량이 줄어드는 만큼 에너지가 외부로 방출되는데, 이것이 바로 ‘핵융합 에너지’다. 태양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빛과 열을 발산하고 있다. 현재 태양빛의 세기는 초당 약 6억t의 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런 강도의 빛을 계속 낼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태양은 앞으로 100억년 이상 우리 곁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같은 듯 다른 핵융합과 원자력 우리가 알고 있는 원자력 에너지는 핵분열 반응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다. 물을 끓이기 위한 에너지원 공급 방식이 화력 발전에서는 보일러 내 화석연료의 연소 반응이지만, 원자력 발전에서는 원자로 내에서 방사성 동위원소의 핵분열 반응이다. 핵융합 에너지는 두 종류의 수소 동위원소를 합쳐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 낼 때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들고 발전기를 돌린다는 점에서만 다를 뿐이다. 사실 화력 발전, 원자력 발전, 핵융합 발전 모두 쓰이는 연료만 다를 뿐 전기를 얻는 방식은 같은 ‘이란성 삼둥이’인 셈이다. 지구는 태양처럼 핵융합 반응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초고온·초고압 상태가 아니다. 현재 지구 상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에 적합한 물질은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다. 중수소는 바닷물 1㎥당 30g 정도 추출할 수 있으며, 삼중수소는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리튬에서 뽑아낼 수 있다. 중수소와 삼중수소 원자를 단지 같은 공간에 넣어 둔다고 해서 저절로 융합 반응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같은 양전기를 띠고 있는 두 물체는 서로 밀어내는 힘이 있는데 외부에서 이 힘을 뛰어넘는 힘을 가해 강제로 융합 반응을 일으켜야 한다. 서로 밀어내는 힘을 넘어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1만eV(전자볼트)의 에너지, 온도로 환산하면 1억도 이상이 필요하다. 고온의 상태에서 핵융합 반응이 발생하면 고체나 액체, 기체 상태가 아닌 원자핵 이온(양전자)과 전자(음전자)가 분리된 제4의 물질상태인 플라스마 상태가 된다. 번개나 오로라, 형광등, 네온사인 등의 내부가 바로 플라스마 상태다.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가둔다 번개를 보더라도 자연 상태에서는 플라스마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주위의 다른 물질과 반응해 중성의 기체 상태로 돌아가버리기 때문이다.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진공 상태의 용기인 핵융합 장치에 핵융합 연료를 넣고 1억도 이상의 초고온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플라스마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핵융합 발전의 핵심이다. 또 높은 온도의 플라스마가 핵융합장치 벽에 닿으면 순식간에 녹아내릴 수 있기 때문에 플라스마가 벽에 닿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플라스마 상태에서 원자핵 이온과 전자의 전기적 성질을 이용해 진공용기 속에 촘촘히 자석을 배열해 벽에 닿지 않고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이런 방식을 ‘자기 핵융합’이라고 부른다. 또 핵융합 연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작은 구슬 속에 압축해 넣은 다음 사방에서 고출력 레이저 빔으로 가열하면 순간적으로 초고온·초고압 상태가 만들어지면서 핵융합 반응이 발생하며 폭발한다. 이 때 나오는 에너지를 얻는 방식이 ‘관성 핵융합’인데, 이는 수소폭탄에서 주로 사용되는 방법으로 발전소처럼 연속적으로 일정한 에너지가 나오도록 조절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장치는 토카막 현재 지구상에서 인공태양을 만들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실용화에 근접한 방식은 초고온의 플라스마를 자기장을 이용해 가두는 ‘토카막’이란 장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토카막은 ‘토로이드 자기장 구멍’이란 뜻의 러시아어 합성어로 1950년대 초반 당시 소련의 물리학자들이 제안한 방식이다. D자 모양의 초전도 자석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플라스마가 도넛 모양의 진공용기 내에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어 주는 장치다. 현재 작동 중이거나 새로 짓는 실험용 핵융합로 대부분이 토카막 방식일 정도로 핵융합 분야에서는 일찍이 우수성을 인정받아 온 기술이다.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가 2007년 9월 완공해 2008년 7월부터 가동하고 있는 차세대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 ‘KSTAR’도 토카막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을 위한 연구가 계속 진행되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핵융합 발전 출력을 높이기 위한 고성능 플라스마의 장시간 유지 기술 ▲초고온 플라스마 상태에도 견딜 수 있는 핵융합로 재료 기술 ▲핵융합 반응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동력 변환 기술 ▲플라스마 제어기술 등 네 가지 정도다.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을 주관하는 국제기구인 ITER의 이경수 기술총괄 사무차장은 “핵융합 상용화를 위해서는 플라스마 상태를 장시간 유지하도록 만드는 것과 플라스마를 제어하는 기술이 핵심”이라며 “2019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ITER이 본격 가동되기 시작하면 핵융합 발전 상용화를 가로막고 있는 다양한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2015 공직박람회-우리 부처, 이런 일 합니다] 외국 어디서든 곤경에 처하면 “도와줘요~ 외교부!”

    [2015 공직박람회-우리 부처, 이런 일 합니다] 외국 어디서든 곤경에 처하면 “도와줘요~ 외교부!”

    해외여행지에서 곤란한 일을 당했다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엄마·아빠, 애인, 친구? 모두 다 틀렸다. 답은 ‘외교부’다. 외교부는 국제 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국익을 위한 국제사회 협력을 이끌어내는 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있는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외교부는 10일 해외여행객 안전 확보의 일환으로 ‘국가별 맞춤형 안전정보 안내 문자 서비스’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 도착하는 즉시 영사콜센터 안내 문자와 함께 도착국의 여행경보단계와 안전정보를 문자로 수신할 수 있는 서비스다. 국가별 치안, 테러, 자연재해, 국내 정세, 질병 정보 등이 제공된다. 최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국제 무장단체의 테러 등 위협이 증가하면서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한 추가 조치가 요구돼 도입한 서비스다. 기존에 제공돼 온 서비스 가운데도 유용한 것들이 많다. 해외여행 경험자라면 누구나 문자메시지 안내를 받아 봤을 ‘영사콜센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해외에서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영사콜센터(+822-3210-0404, +800-2100-0404)에 전화하면 24시간 연중무휴로 각종 상담을 받고 6개 언어 통역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통역이 가능하다. 긴급 해외 송금도 대행해 준다. 해외에서 소지품을 잃어버리거나 도난당했을 때 국내 지인이 외교부 계좌로 입금하면 대사관 등이 3000달러 수준의 현지 화폐를 여행객에게 즉시 전달한다. 홈페이지(www.0404.go.kr)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여행 안전정보를 안내하는 것은 기본이다. 여행 전에 미리 인적 사항과 여행 일정을 등록하면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위급 상황에 신속히 대처해 주는 여행자 사전등록제 ‘동행’도 운영 중이다. 인도적 지원 사업도 외교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외교부는 국제 위상 강화, 국제 인권 증진을 위해 각종 국제기구와 손잡고 인도적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는 네팔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까지 총 840만 달러를 투입해 네팔 누와콧 지역에 대한 보건의료체계 재건 및 복구를 지원한다. 현지 주민들과 협력해 무너진 건물을 철거하고 군립병원 1곳, 보건소 14곳을 건립해 관련 의료 정보 관리 체계 조성 및 보건행정 관리 역량 강화까지 책임진다. 외교부는 이 사업으로 이 지역 주민 3만 5000여명이 혜택을 입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개발정상회의에서는 정부 간 협상을 총괄해 ‘2030 지속 가능 개발 의제’를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2000년 유엔이 수립한 ‘뉴 밀레니엄 개발 목표’를 승계해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세계가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해 추구해야 할 목표 등을 설정한다. 외교부가 이번 의제 개발에 주도적 위치에서 참석하는 만큼 국제 무대에서 인도적 지원에 관한 대한민국의 위상 역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유네스코(UNESCO), 유니세프(UNICEF),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 다양한 국제기구와 손잡고 다자 원조 협력 사업을 벌이고 있다. 외교부 조직은 당연한 말이지만 전 세계에 뻗어 있다. 9월 현재 대사관 114개, 총영사관 44개 등 전 세계 총 163개 재외공관에 직원 1200여명이 국가 간 관계 개선은 물론 교민 및 여행자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다. 본부는 윤병세 장관 이하 양자외교를 담당하는 조태용 1차관, 다자외교를 맡은 조태열 2차관, 북핵 해결 등 한반도 평화 관련 업무를 맡은 황준국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연구·교육·학술 교류를 책임지는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이 소속 국·과·부 등을 이끌고 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슈퍼스타K7 자밀킴 “6개 국어 가능…강박증 있다”

    슈퍼스타K7 자밀킴 “6개 국어 가능…강박증 있다”

    슈퍼스타K7 자밀킴 “6개 국어 가능 강박증 있다” 슈퍼스타K7 자밀킴 ‘슈퍼스타K7’ 자밀킴이 독특한 매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Mnet ‘슈퍼스타K7’에는 자밀킴이 오디션에 참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자밀킴은 “LA에서 왔다”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심사위원들은 페이스페인팅을 한 이유를 물었다. 자밀킴은 “강박증이 있어 모든 사물에 대칭이 맞지 않으면 불안하다”라고 설명했다. 자밀킴은 “6개 국어가 가능하다”며 아랍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영어, 한국어를 구사했다. 이어진 무대에서 자밀킴은 기타 연주에 맞춰 매력적인 보이스로 노래를 시작했다. 심사위원단은 자밀킴만의 독특한 매력에 “에너지 넘치는 무대였다”고 극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슈퍼스타K7 자밀킴 “6개 국어 가능…강박증 있다” 대박

    슈퍼스타K7 자밀킴 “6개 국어 가능…강박증 있다” 대박

    슈퍼스타K7 자밀킴 “6개 국어 가능 강박증 있다” 슈퍼스타K7 자밀킴 ‘슈퍼스타K7’ 자밀킴이 독특한 매력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20일 첫 방송된 Mnet ‘슈퍼스타K7’에는 자밀킴이 오디션에 참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자밀킴은 “LA에서 왔다”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심사위원들은 페이스페인팅을 한 이유를 물었다. 자밀킴은 “강박증이 있어 모든 사물에 대칭이 맞지 않으면 불안하다”라고 설명했다. 자밀킴은 “6개 국어가 가능하다”며 아랍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 영어, 한국어를 구사했다. 이어진 무대에서 자밀킴은 기타 연주에 맞춰 매력적인 보이스로 노래를 시작했다. 심사위원단은 자밀킴만의 독특한 매력에 “에너지 넘치는 무대였다”고 극찬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日 왜곡된 ‘과거사 교재’ 46개 언어로 만든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과 과거사에 대한 자신들의 주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강화한다. 과거사 쟁점에 대한 일본 주장을 담은 전문 교재를 46개 언어로 제작하고 외교관의 토론 능력을 키울 계획이다. 국제사회에서 독도 영유권과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 주장이 강화되고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9일 이 같은 일본 외무성의 계획을 전했다. 새 교제엔 영토나 역사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견해, 관련 경과에 관한 표현, 자주 제기되는 비판에 관한 반론 등을 망라한 내용이 담긴다. 이미 일본 안에서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명칭)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거나 일본군 위안부 관련 서술을 빼며 과거 잘못을 감추는 방향으로 역사 교과서를 제작 중인데 외교관용 교재에서도 비슷한 서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의 목표는 외교관의 대응 능력 향상에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한국 등 주변국의 입장과 동떨어진 일본만의 주장을 반복하는 단계를 넘어 외국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치열한 논쟁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전문성을 키우고 세련된 화법을 숙지시킨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외무성은 대사나 홍보 담당자에 한해 실시하던 미디어 대응 훈련 교육을 중견 직원에게까지 확대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역사 인식과 영토에 관한 주장을 홍보할 국외 거점으로 ‘재팬 하우스’를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외무성은 내년 3월까지 영어 교재를 만들고 이후 다른 외국어 교재 제작에 들어갈 방침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외무성 직원이 선택한 전문 언어는 영어 772명, 프랑스어 315명, 스페인어 207명, 러시아어 199명, 중국어 191명 등이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취업 ‘블루오션’ 특성화 학과를 가다] 한국외국어대 LD학부

    [취업 ‘블루오션’ 특성화 학과를 가다] 한국외국어대 LD학부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에 있는 한국외국어대 정문에 들어서 우측으로 300여m 떨어진 곳에 3층짜리 옛 출판부 건물이 있다. 출입구 왼편 계단을 통해 3층에 올라서자 유리문 앞에 수십 켤레의 슬리퍼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이곳은 LD학부의 면학실. 42석 규모의 100㎡ 남짓한 공간에는 책상 2개마다 하나씩 사각형의 노란색 등이 켜져 있다. 전공서적을 쌓아두고 공부에 여념이 없는 이들에게 방학은 없다. 28일 이곳에서 만난 2학년 박한결(21·여)씨는 강원 춘천이 집이지만, 내려가지 않고 이곳에서 지낸다. 그는 “강원도에서는 프랑스어 학원을 다니기 어려워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프랑스어 학원에 다니고 하루 3~4시간을 면학실에서 공부한다. ●수시 최초 합격자·정시 합격자 전원에게 4년간 반액 장학금 한국외대에서 면학실이 따로 있는 곳은 지난해 개설된 이곳 LD학부와 올해 개설된 LT학부뿐이다. LD학부에 대한 학교의 지원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 전원과 정시모집 합격자 전원에게 4년 동안 반액 장학금을 준다. 이는 학부 개설 때부터 화제가 됐던 혜택이다. LD학부생들에게는 기숙사 입주에 대한 우선권도 있다. 특히 1학년 1학기에는 기숙사비가 전액 무료다. 이중 전공에 대한 우선권도 있다. 한국외대 통번역 대학원, 국제지역대학원 입학시험 1단계(필기) 면제 및 2년 장학금 혜택이 있다. 이런 지원을 등에 업고 지난해 최초로 학생을 받은 LD학부는 2년 만에 한국외대의 대표 학부로 자리매김했다. 모집 첫해에 수시모집 논술 전형 경쟁률이 21.5대1을 기록하더니 이듬해에는 43.9대1까지 치솟았다. 경쟁률이 높은 만큼 우수한 학생들이 몰린다. 2학년인 오영진(21·여)씨는 지난해 다른 대학 인문학부에도 장학생으로 동시에 합격했지만, 이곳을 택했다. 학부에 대한 혜택도 혜택이지만, 무엇보다 탄탄한 커리큘럼에 끌렸다. 오씨는 “고교 때 입학사정관이 찾아와 입학설명회를 했는데 ‘외교관이 되는데 가장 적합한 커리큘럼을 보유했다’고 강조해 이곳을 알아보고 지원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첫 신입생이라는 부담은 없었을까. 그는 “신설한 학과이다 보니 첫 신입생에 대해 되레 더 신경을 써준다”며 “학생들이 요구하는 부분, 특히 공부에 필요한 지원에 대해 피드백이 빨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커리큘럼, 외무고시 합격생 50여명 키운 교수가 구상 언어 전공기초 교과로는 외교영어가 필수 과목이다.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아랍어 등 제2외국어 중 1과목도 필수다. 특히 제2외국어는 학기 중 튜터링 제도 등을 통해 개인교습에 가까울 정도의 학습이 가능하다. 외교 과정 교과목으로는 ▲국제정치학 ▲경제학 ▲국제법이 중심이다. 여기에다 융합 전공 교과목으로 국제법정치, 유엔과 한국외교, 국제통상협상론, 한국의 공공외교, 세계지역정치경제 등 과목이 있다. 실무 전공교과목으로 외교문서작성법, 국제조약실무, 외교관행과 의전 등도 개설돼 있다. 이런 커리큘럼을 구상한 것은 지난 15년 동안 한국외대 외무고시반(외시반)을 운영했던 이상환 정치외교학과 교수다. 그가 15년 동안 길러낸 외무고시 합격생은 50명이 넘는다. 그는 “최근 들어 한국외대 외시반이 주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고자 만든 게 바로 LD학부”라며 “한국외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결합해 만든 대표학과”라고 설명했다. 커리큘럼을 구성하면서 교수진에 특히 주안점을 뒀다. 외교통상부, 국제기구 고위 공직자 출신의 교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전임 교수로는 통일연구원 대외협력부장 연구위원인 김장호 교수와 아이오와주립대 강의전담 교수인 김영완 교수가 있다. 특히 석좌교수로 박진 전 의원과 NGO 전문가인 박재창 교수를 비롯해 최근에는 스티븐스 전 대사를 석좌교수로 영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밖에 초빙교수로 김영원 전 네덜란드 대사, 김의택 전 라오스대사, 박용규 전 뉴질랜드대사, 임한택 전 루마니아대사 등이 있다. 직접 외교 현장에서 뛰었던 교수들의 강의에 학생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학생회장인 이재경(22·남)씨는 “대사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수님들의 강의가 아주 유익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컨대 김영완 교수님은 예전에 미국에서 있을 때 교통사고가 났던 자신의 일화를 중심으로 어떤 판결이 났는지 국제법을 강의하신다”며 “단순히 교과 과정을 배우는 게 아니라 실무를 중심으로 배우기 때문에 지루하지가 않다”고 말했다. ●면학실·개인교습 같은 제2외국어 튜터링 제도도 장점 국제인권기구를 목표로 공부하는 그는 최근 1년에 15명 정도를 선발하는 국제기구 초급전문가(JPO)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다. 혜택이 있는 만큼 LD학부 학생들은 재학 기간에 국립외교원 입학시험 및 여타 국가고시에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응시해야 한다. 이 때문에 ‘시험을 위해 만든 학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이씨는 “어차피 준비를 해야 한다면 학교에서 제대로 된 커리큘럼에 따라 준비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용어클릭] ■LD학부 ‘Language(언어)&Diplomacy(외교)’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였다. 학과 명칭에 맞게 커리큘럼 역시 언어와 외교를 두 축으로 한다.
  • 중구 ‘건강검진·한방’ 의료관광상품 내놨다

    중구가 의료관광 상품을 앞세워 의료관광객 유치에 본격 나선다. 구는 민간 의료기관과 함께 ‘건강검진 의료관광’ 상품과 ‘한방 의료관광’ 상품을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건강검진 의료관광은 건강검진과 숙박, 쇼핑, 관광, 공연 등을 결합했다. 건강검진을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던 카자흐스탄과 중국, 러시아, 몽골 등이 주요 공략 대상이다. 예컨대 강북삼성병원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동대문 쇼핑과 청계천 투어, 피부관리, 명동, 신라면세점, 경복궁, 한옥마을, 남산타워 등 주요 관광지 여행을 3박4일 패키지로 구성했다. 건강검진 프로그램 종류, 세부 일정에 따라 상품을 차별화했다. 병원과 인접한 숙소 안내와 면세점 할인권, 지도, 가이드북 등을 제공한다. 한방 의료관광은 전통 한의학과 한류관광을 접목한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명동을 많이 방문하는 일본과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의 외국 관광객을 겨냥했다. 명동에 밀집한 한의원의 침, 부항, 뜸, 온열요법, 경락마사지, 한약 등 다양한 시술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비만, 디톡스 등 특화상품도 내놨다. 아울러 구는 외국인 환자 유치 민간 의료기관을 홍보하기 위해 오는 9월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서 의료관광 상품 설명회를 연다. 선양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중국 여행사를 초청해 팸투어를 열 계획이다. 또 영어와 중국어, 러시아어, 일본어로 된 의료관광 지도 리플릿 3만부를 명동 지하철역 등 외국인이 많이 찾는 곳에 비치할 예정이다. 현재 지역 의료기관은 모두 515곳이다. 이 가운데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으로 등록된 병원은 전체의 18%인 92곳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구가 유치한 외국인 환자는 1만 6421명으로 서울시가 유치한 전체 외국인 환자 중 10.6%를 차지했다. 최창식 구청장은 “의료관광상품 홍보와 해외 마케팅을 통해 장단점을 분석하고 참여 의료기관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의료관광 특화상품을 개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의료관광특구로 지정된 구는 2017년까지 의료관광 기반 조성과 마케팅, 의료관광 식품 개발 보급, 의료관광 네트워크 구성 등의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호텔·골프장·카지노… 놀아본 김정은의 물 만난 ‘유희 통치’

    [서울&평양 경제 리포트] 호텔·골프장·카지노… 놀아본 김정은의 물 만난 ‘유희 통치’

    지난 20일 조선중앙통신은 강원도 원산 갈마거리에서 김용진 내각부총리와 원산시 관계자, 건설자, 근로자 등이 참석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건설 착공식을 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원산지구를 세계적인 관광 도시, 도시 형성의 본보기로 꾸리는 데 대해 통이 큰 작전을 펼쳐 주시었다”고 덧붙였다. ●“원산~통천~금강산 한 해 100만명 찾는 국제관광도시로” 북한은 강원도 원산, 통천, 금강산 일대를 연간 100만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국제 관광 도시로 육성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공항과 항만, 철도, 도로, 전력 등의 각종 기반시설과 골프장, 카지노 등의 오락시설 건설을 준비 중이다. 공사 자금을 모으기 위한 투자설명회도 펼치고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3월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원산과 칠보산 지구를 비롯한 북한 전역의 관광지구를 잘 꾸리고 관광산업이 활발해지도록 육성할 것을 지시했다. 이후 북한에서 관광 명소 개발과 전문가 양성을 위한 대학 설립 등의 움직임이 활발한 상태다. 북한은 왜 관광 및 레저산업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 관광산업을 진흥할수록 주민 통제가 약화되고 체제 불안정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 여가 및 관광·레저산업에 눈을 돌리는 것은 김 제1위원장의 개인적인 취향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즉 유럽 거주 경험이 있는 김 제1위원장이 농구를 비롯한 스포츠 관람을 좋아하고 전자음과 드럼이 배합된 음악을 좋아하는 등 유희를 즐기는 측면에서 찾는다는 것이다. 유희를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광산업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얘기다. 여기에 1980년대 후반~1990년대에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이 추구했던 정책을 답습하기 위한 것도 있다. 1994년 북한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과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었다. 그 시기 북한에는 자본주의 문화라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유입됐고 관광산업 진흥 역시 그중 하나였다. 김 제1위원장도 할아버지를 닮은 정책을 추구하기 위해 관광산업을 진흥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신보는 지난 4월 동평양지구에 교사와 기숙사를 갖춘 관광대학이 신설됐다고 보도했다. 또 전국 각 도의 사범대학에도 관광학부가 신설돼 지난 3월부터 첫 수업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평양관광대학의 경우 기구와 교원 역량이 장철구평양상업대학 관광봉사학부의 관광안내학과와 평양관광학교를 모체로 편성됐다면서 관광안내학부에는 외국어 전문가 양성을 위한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 과정이 있으며 관광경영학부에는 경영과, 개발학과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들 대학 졸업생에게는 관광전문가 자격이 부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리어 전문학교 설립… 해외 교류 등 글로벌 인재 양성 꿈 북한은 호텔 인재 양성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해 4월 새로 개교한 장철구평양상업대학 봉사학교를 소개했다. 이곳은 호텔 경영과 봉사를 전담할 일꾼과 기능공을 양성하는 곳으로 북한에서는 처음으로 설립된 호텔 인재 전문 양성 기관이다. 이곳에서는 평양과 수도 교외의 학생 100여명이 호텔경영학, 호텔봉사학, 요리학과 등에서 공부하고 있다. 우리의 고교에 해당하는 고등중학교 졸업생이 다수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호텔봉사조직과 호텔경영전략, 호텔정원관리, 요리학, 외국어 등과 함께 영접, 숙박, 접대와 관련한 지식을 배운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요리학과 학생의 경우 한식과 서양식 요리를 배우며 노래와 춤, 악기 등의 예술 기초지식은 물론 영어와 중국어도 배운다. 북한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학문이다 보니 관심도 또한 높다. 이 학교 박동창 교장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각 도에서 건설 중인 호텔은 물론 시·군에까지 만들어질 호텔에서도 봉사 일꾼과 기능공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여러 대학과의 학술 교류는 물론 호텔 경영이 발전한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나라와도 교류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관광상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단순히 도시나 명승지에 대한 참관이나 유람 위주가 아니라 비행기 관광이나 자전거, 등산, 열차, 건축, 체육, 노동 체험, 실업, 태권도 등 다양한 테마 관광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등산 관광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고 조선신보가 지난해 6월 보도했다. 당시 독일과 영국, 미국, 노르웨이, 벨기에 등으로 구성된 등산 애호가들은 9박 10일 일정으로 금강산의 외금강과 내금강을 둘러봤으며 스위스인들은 묘향산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등산 관광을 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호텔이 아닌 묘향산 인근에서 텐트를 이용해 야영을 하며 색다른 경험을 했다. ●경관 유람 벗어나 노동체험·야영코스 등 테마관광 개발 이 밖에도 평양시내 천리마 동상과 주체사상탑, 개선문, 인민대학습당 등의 대형 건축물과 거리, 묘향산의 보현사를 비롯한 역사 유적 건축물을 둘러보는 건축 관광도 인기를 모았다. 또 태권도를 배우고 기술을 연마하며 선수들과 경기를 하고 체험하는 태권도 관광, 협동농장과 과수 농장에서의 모내기와 김매기, 과일 따기를 하며 노동 체험을 하는 체험 관광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조선신보는 소개했다. 국가관광총국 김영일 국장은 조선신보와의 인터뷰에서 “관광객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여러 관광상품을 끊임없이 개발해 최대한의 즐거움과 만족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체험 관광 외에도 국경 지역에서는 중국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함경북도가 최근 인기 지역으로 떠오른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연변태평양, 연변해란강, 연변천우국제여행사와 조선칠보산여행사 사이의 합의에 따라 함경북도 회령시에 대한 관광이 처음으로 진행됐다. 당일 여행으로 진행된 상품으로 수백명의 중국인이 버스를 이용해 회령시를 둘러봤다. 중국인 관광객은 회령시에 있는 회령혁명사적관 등을 둘러보고 어린이의 예술 공연을 감상했다. 이와는 별도로 함경북도의 금강산으로 불리는 칠보산 관광도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였다. 기차와 버스를 이용한 3박 4일의 일정 동안 관광객들은 내칠보와 외칠보, 해칠보를 비롯한 절경을 감상했다. 북한 당국은 회령과 칠보산 외에 청진과 경성, 온성, 남양에서도 도보 관광을 추진 중이다. ●공포통치 별도로 외화벌이·건설경기 활성화로 민심 다잡기 김 제1위원장 집권 뒤 레저·관광시설이 급증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각종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승마장, 사격연습장, 롤러스케이트장, 아이스링크, 스키장이 들어서는 등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가 화려함을 추구하는 김 제1위원장의 스타일과 북한식 전시행정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즉 김정은 정권이 목표로 하는 인민 생활 향상과 관련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관광산업 진흥은 권위주의적인 중앙집권적 통치 방식에서 벗어나 분산주의적 통치로 전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수령 1인 독재 시스템의 경직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의 레저·관광산업 육성이 전시성이긴 하지만 레저·관광산업을 북한 전역으로 확대하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즉 개방의 물결을 전국적 규모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건설 경기 활성화로 이어져 경제 발전도 모색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은 29일 “대외 개방 측면에서 쉽게 외자를 유치할 수 있는 방법이 관광산업 진흥”이라며 “여기에 인민 생활 향상을 김 제1위원장이 강조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성형 수술비 공개한다 (www.medicalkorea.or.kr)

    보건복지부가 27일 우리나라를 찾아 미용 성형을 받은 외국인 환자들에게 각 성형별 적정 수술(진료)비를 조사해 공개하기로 했다. 외국인 환자는 한국의 진료비 수준에 대한 정보에 어두워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진료비를 지나치게 높게 받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부 의료기관의 이런 ‘바가지’ 행위가 외국인 환자 유치에 악영향을 미치고 불법 브로커를 양산하는 요인이 된다고 보고 있다. 한국 미용 성형 수술별 진료비 수준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메디컬코리아 다국어 홈페이지’(www.medicalkorea.or.kr)에 공개한다. 8가지 신체부위로 나눠 45개 세부 수술별 진료비 범위를 수술에 대한 설명, 소요시간, 회복기간과 함께 제공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쌍꺼풀 수술(매몰법)의 수술비는 120만~150만원이며 수술 소요시간은 30분~1시간, 회복 소요시간은 1주일이라고 공지할 계획이다. 진료비 정보는 이달 중국어 버전 홈페이지에서 우선 공개한 뒤 다음달 중 영어, 일본어, 러시아어, 아랍어 홈페이지에도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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