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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딥러닝 AI로 암 조기 진단·치료 솔루션

    딥러닝 AI로 암 조기 진단·치료 솔루션

    인공지능(AI) 솔루션 기업 ‘루닛’의 공동 창업자인 유동근 이사는 국내 AI 분야 전문가다. 카이스트 전기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박사 과정을 밟던 2013년 루닛을 창업해 현재 회사의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를 맡고 있다. 딥러닝 기반 AI 기술로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영상의학), 치료하는(종양학) 솔루션을 통해 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루닛의 궁극적인 목표다. 루닛은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했으며 GE헬스케어, 필립스, 후지필름 등 글로벌 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이상 소견을 검출하는 AI 솔루션인 ‘루닛인사이트CXR’, 유방암 조기 진단 기술인 ‘루닛인사이트MMG’ 등의 기술을 소개한 바 있다.
  • 한강 헤엄쳐 건너고 달린 오세훈 서울시장…아쿠아슬론 참가

    한강 헤엄쳐 건너고 달린 오세훈 서울시장…아쿠아슬론 참가

    ‘한강 르네상스 2.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한강을 헤엄쳐서 건너고 달렸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철인3종경기 애호가인 오 시장은 이날 잠실한강공원과 수중보 일원에서 열린 ‘2023 한강 르네상스 페스티벌 아쿠아슬론 대회’에 참가했다. 선선한 날씨와 강바람 속에 치러진 이날 행사에서 오 시장은 수중 슈트를 착용하고 한강에 입수해 750m를 수영한 뒤 5㎞를 달리는 ‘챌린지 코스’에 함께 했다. 다만 오 시장은 달리기 5㎞ 구간은 완주했지만, 수영은 400m 구간을 지난 뒤 다리에 쥐가 나서 완주하지 못했다. 오 시장은 코스를 마친 뒤 “내년에는 체력을 더 쌓아 수영 코스도 완주하겠다”고 말했다.오 시장은 한강 곳곳에 도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만들고 도심과 수변을 연결하며 녹지와 공연장으로 시민 접근성도 높여 한강을 세계적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마라톤, 자전거 등 스포츠를 즐기는 그는 한강에서 펼쳐지는 아쿠아슬론 경기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국제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대회에 두 차례 참가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서울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 10㎞ 코스를 완주했다. ‘서울자전거대행진’ 행사에서는 자전거 라이딩을 선보였고 ‘서울러닝크루’ 행사에선 시민과 광화문 일대를 달렸다. 평소 용산구 한남동 시장공관에서 시 청사로 걸어서 출퇴근하기도 한다.오 시장은 이날 대회 축사를 통해 “참가한 450여명의 선수와 시민들이 한강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시민 여러분이 한강을 즐겁게 멋지게 자주 활용하고 즐길 수 있도록 끊임없이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7일부터 이날까지 열리는 2023 한강 르네상스 페스티벌 아쿠아슬론 대회는 서울시철인3종협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서울시체육회가 후원한다. 세이프티 코스(A조 핀수영 900m·B조 핀수영 1.8㎞), 챌린지 코스(수영 750m·달리기 5㎞), 미라클 코스(수영 1.5㎞·달리기 10㎞)로 나뉘어 진행된다.
  • 이재준 수원시장, 호주 타운즈빌시에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정책’ 교류 제안

    이재준 수원시장, 호주 타운즈빌시에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정책’ 교류 제안

    국제자매도시인 호주 타운즈빌시를 방문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제니 힐(Jenny Hill) 타운즈빌시장에게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관련 정책과 사례를 지속해서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6일 수원시에 따르면 이재준 시장은 4일(현지 시각) 타운즈빌시청에서 제니 힐 타운즈빌시장을 예방하고, “수원시와 타운즈빌시가 더 활발하게 교류하며 협력을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준 시장을 비롯한 수원시 대표단은 타운즈빌시의 초청을 받아 지난 3일부터 호주를 방문하고 있다. 이재준 시장은 제니 힐 시장과 만남에서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협력 ▲참전용사 예우 공조 ▲마라톤 교류 ▲공무원 교류 등을 제안했다. 이재준 시장은 “수원시와 타운즈빌시의 공통관심사인 지속가능 도시계획 관련 정책과 사례를 공유하길 바란다”며 “또 타운즈빌에서 참전용사 행사가 있으면 수원시가 축하영상을 보내고,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기념품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니 힐 시장은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정책에 대한 교류·협력은 좋은 제안”이라며 “타운즈빌시는 인근에 ‘그레이트 배리어리프1)’가 있어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지속가능발전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타운즈빌은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2)’ 달성을 목표로 지속가능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워터스마트시티’, 태양에너지를 이용하는 ‘솔라시티(Solar City)’,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등 도시 행정 전반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니 힐 시장은 또 “호주는 한국전에 참전한 호주군의 기념비적인 전투인 ‘가평 전투’를 기념하는 ‘가평의 날’ 행사를 매년 4월 24일 개최한다”며 “(참전용사 예우 사업에 도움을 줄) 호주군의 지휘관을 소개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마라톤 교류는 충분히 할 수 있고, 공무원 교류도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가평 전투’는 호주 왕립 연대 제3대대(타운즈빌 소속)가 1951년 4월 22~26일 중공군 1개 사단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한편 이재준 시장은 지난 3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 브로드비치 케스케이드가든에 있는 한국전쟁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2011년 건립된 퀸즐랜드 한국전쟁비는 한국전에 참전한 호주군의 용맹과 숭고한 희생정신, 헌신을 기리는 기념비다. 6일 오전에는 타운즈빌 일원에서 열린 ‘제51회 타운즈빌 러닝페스티벌’에서 제니 힐 시장과 5㎞ 단축 마라톤에 참가했다. 이날 오후에는 타운즈빌 군사전쟁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정전 70주년 기념 한호혈맹 역사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한호혈맹 역사 사진전에서는 ‘가평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호주로 귀환한 참전 용사들이 호주 곳곳에 설치한 가평거리(10곳), 가평다리(2곳), 한국전쟁 기념비 등을 촬영한 사진들을 전시한다. 7일에는 ‘경관회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타운즈빌시 일원을 타운즈빌시 지속가능개발 사무국장과 함께 시찰하고, 8일 귀국할 예정이다. 수원시와 타운즈빌시는 1997년 4월 국제자매도시 협약을 체결한 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제니 힐 시장 등 타운즈빌시 대표단은 지난해 10월 제59회 수원화성문화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 사지없는 장애인 딸 안고 마라톤 달리는 아르헨 아빠의 사연 [월드피플+]

    사지없는 장애인 딸 안고 마라톤 달리는 아르헨 아빠의 사연 [월드피플+]

    장애인 딸과 함께 마라톤을 달리는 아르헨티나 남자가 화제다. 아르헨티나 리오네그로에 사는 세바스티안 이날라프(33)가 바로 그 주인공. 이날라프는 최근 파타고니아에서 열린 트레일 러닝에 특별초청을 받아 참가했다. 딸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이날라프는 코스를 완주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날라프는 “딸을 안고 달리는데 이젠 딸이 제법 무거워 힘이 들더라. 체력을 더 단련해야겠다”고 말했다. 혼자 달려도 힘든 대회에서 이날라프가 딸과 함께 달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제 8살이 된 그의 딸 루스 밀라그로스는 사지 없이 태어난 선천적 장애인이다. 이날라프는 “아내가 임신 5개월이 됐을 때 첫 초음파검사를 했고 의사가 복중의 딸에게 사지가 없다고 알려줬다”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곧 아내와 함께 누가 봐도 부럽지 않게 키워보자고 굳게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카누 선수인 이날라프가 육상에 도전한 건 딸 때문이었다. 카누대회에 나가 메달을 딸 때마다 딸은 “나도 메달을 따고 싶다. 마라톤 대회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리오네그로에서 마라톤대회에 열린다는 소식을 접한 이날라프는 주최 측에 전화를 걸어 “장애인 딸이 있는데 휠체어에 태워 밀면서 함께 달려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주최 측이 흔쾌히 허락하자 이날라프는 딸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 딸과 함께 달린 첫 대회였다. 연이어 3개의 대회에 더 나간 이날라프는 파타고니아에서 열린 트레일 러닝에 특별초청을 받았다. 험한 길을 달려야 하는 대회라 휠체어 이용은 불가능했다. 이날라프는 딸을 안고 7km 코스를 달렸다. 이날라프가 딸과 함께 결승점에 도달하자 뜨거운 박수가 터졌다. 주최 측은 “장애인 딸을 안고 트레일 러닝을 달린 선수는 이날라프가 세계 최초였다”고 축하했다. 이날라프는 “달리는 내내 딸이 GPS 역할을 해주었다”면서 “딸이 없었다면 완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라프는 딸을 위해 대신 달리지만 딸에게 자립심을 심어주기 위해 엄격할 때도 많다. 딸은 6살 때 우유를 컵에 따라주자 “도와주지 않으면 마실 수 없다”고 했다. 이날라프는 그런 딸에게 “네가 마셔라. 혼자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등을 돌렸다. 이날라프는 “정말 마음이 아팠지만 잠시 후 뒤돌아보니 딸이 스스로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라프와 딸은 내달 3일 푸에르토 마드린에서 열리는 마라톤에 참가한다. 이날라프는 “딸이 밝게 웃으며 행복할 수 있도록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달릴 것”이라면서 “인생은 즐겨야 하며 딸이 이런 마음의 자세로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 “거칠게 달린다”…8일 동해 망상해변서 ‘국제 트레일 러닝’

    “거칠게 달린다”…8일 동해 망상해변서 ‘국제 트레일 러닝’

    강원 동해시는 2023 국제 트레일 러닝 행사를 8일 망상해수욕장 일원에서 개최한다고 7일 밝혔다. 트레일 러닝은 산길 등을 뜻하는 트레일(Trail)과 달린다(running)의 합성어로, 거칠고 울퉁불퉁한 노면을 하루 또는 며칠간 달리는 강도 높은 스포츠다. 행사는 스카이레이스와 에코라인 오션 하이트레일로 나눠 열린다. 스카이레이스는 800명이 출전한 가운데 21㎞, 12㎞ 등 2개 코스로 진행된다. 상위권 입상자에게는 세계대회에 출전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에코라인 오션 하이트레일은 산불 피해지를 트레킹하며 나무에 거름을 주고 꽃씨를 뿌리는 이벤트다. 스카이레이스는 굿러너가 주최·주관, 살로몬이 후원하고, 에코라인 오션 하이트레일은 태백화점이 주최한다. 이월출 동해시 문화관광과장은 “전국에서 제일 긴 망상해변을 알리며 대형 산불에 대한 경각심도 다시 일깨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건강 챙기고 스트레스 날린다…영등포구, ‘시티 러닝크루’ 운영

    건강 챙기고 스트레스 날린다…영등포구, ‘시티 러닝크루’ 운영

    서울 영등포구가 추후 5개월 간 ‘2023년 YDP 시티 러닝크루’를 운영한다고 4일 밝혔다. YDP 시티 러닝크루는 지역 내 구민, 직장인 누구나 퇴근 후 야간 러닝 코스를 함께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일상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건강하고 즐거운 여가 생활의 기회를 제공한다. 오는 11월까지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9시 30분에 진행된다. 총 20회 동안 각 회차당 20명씩 총 400여명이 참여한다. 크루들은 사전에 안내된 시간과 장소에 집결해 메인 코치의 리드에 따라 워밍업과 스트레칭을 한 후 페이서와 함께 정해진 코스를 달린다. 러닝 코스는 영등포의 아름다운 수변과 도심 명소, 랜드마크가 포함된다. 코스별 5~7km이며, 완주에는 5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7~8월 폭염 기간에는 크루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2주간 운영되지 않는다. 우천 시는 일정이 연기되거나 우천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변경된다.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은 시티 러닝크루 인스타그램에서 구글폼을 작성한 후 제출하면 된다. 회차별 프로그램 당일 오전까지 사전 신청을 받으며, 사전 참여자 미달 시에는 현장 접수도 병행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다. 구는 YDP 시티 러닝크루가 MZ세대 스포츠 트랜드에 맞는 이색적인 러닝 문화 플랫폼을 조성하고 활력 넘치는 건강 도시 영등포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지속적인 러닝 코스 개발 등 프로그램을 활성화해 건강하고 행복한 영등포를 만들겠다”고 전했다.
  • 취미 생활의 재미는 ‘장비빨’이랬던가…순토 유저의 가민 코리아 방문기 [어쩌다 마라톤]

    취미 생활의 재미는 ‘장비빨’이랬던가…순토 유저의 가민 코리아 방문기 [어쩌다 마라톤]

    입사 16년 차 40대 기자의 뜬금없는 42.195km 풀코스 마라톤 도전기. 달리며 눈 뜬 새로운 세상에 관한 이야기를 가벼운 호흡으로 공유합니다.“주변에 좀 달린다 싶으신 분들 열의 아홉은 ‘가민’을 쓰시더라고요.” 유튜브의 소름 끼치는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 ‘침착맨-시청자가 알려주는 러닝 설명회’ 편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a.k.a 주펄)이 전한 사연 신청자의 말이다. 지난 3월 1일 친한 후배와의 ‘한강 러닝’을 계기로 입사 후 바쁘다는 핑계로 의식 세계에서 바스러졌던 ‘마라톤 풀코스 완주’의 꿈이 다시 가슴에 움튼 터였다.평생 운동은 멀리하며 술·담배를 가까이 해온 후배가 “행님, 저 먼저 좀 갑니다~”라며 면전에 뒷바람을 내뿜으며 멀어져가던 모습은 한 때(20대)의 러너에게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뭘 하고 사는 건가’라는 삶의 근원적 회의까지 불러일으켰다. 그날로 다시 ‘각 잡고’ 뛰어 보리라는 마음을 먹고 유튜브로 달리기, 마라톤 콘텐츠 등을 탐독했고, ‘침·펄·풍’(이말년·주호민·김풍) 조합의 러닝 수다 삼매경까지 접하게 됐다. 달리기의 장점으로 시작한 이들의 수다는 달리기에 유용한 스마트워치 이야기로 빠지더니 결국 주 작가 두 사람에게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4’를 선물하는 것으로 끝났다. 역시 대한민국 40대 ‘아재’들에게 모든 취미 생활의 시작은 장비 쇼핑이었다. 달린다는 본질적 행위에 앞서 첨단 장비를 향한 세 사람의 욕심은 최근 나와 함께 달리기에 재미를 붙인 두 40대 후배들의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판박이였다. 우리 셋 단체 카톡방의 최근 화두는 ‘가민 965를 살 것인가, 265를 살 것인가’였다. 국내외 스마트워치 시장은 각각 아이폰과 갤럭시S 시리즈를 앞세운 애플과 삼성전자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스마트폰과 연계한 액세서리 개념이 아닌 운동·아웃도어 전문 브랜드로는 미국 기업 가민(GARMIN)과 핀란드 기업 순토(SUUNTO)가 손에 꼽힌다. 이 가운데 국내 러닝과 사이클링 시장에서는 가민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1989년 엔지니어 출신 게리 버렐과 민 카오가 캔자스주 올레이스에서 설립한 가민은 당시 군사용으로 개발·사용되던 GPS(위성항법장치) 기술을 선박과 항공, 차량용으로 개발하며 성장해 2005년부터는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운동 마니아와 피트니스 수요를 겨냥한 개인용 GPS 기기 분야로 사업 규모를 넓혔다. 한국에는 2017년 서울에 가민코리아 지사를 설립하며 국내 사업을 강화했고, 해마다 국내에서 30%대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주 작가의 전언처럼 실제 한강공원을 달리다 보면 가민의 달리기 특화 제품인 ‘포러너’(Forerunner) 시리즈 제품을 착용한 러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다만 나는 결혼 전 당시 여자친구로부터 순토 시계를 선물 받으면서 ‘아웃도어 제품은 역시 북유럽 감성이지!’를 외쳐왔다. 달리기 시작과 함께 이미 몇 켤레의 러닝화와 몇 벌의 운동복을 지른 탓에 더 큰 비용이 드는 스마트워치는 애써 눈을 감고 지내왔다. 하지만 최근 큰 위기가 불쑥 밀고 들어왔다.ICT(정보통신기술) 제품 전반을 담당하는 기자에게 지난 15일 가민의 신제품 출시 소식이 전해졌다. 바쁜 일정을 쪼개 서울 삼성동 가민코리아 사무실에서 열린 ‘피닉스 7 프로·에픽스 프로’ 출시 간담회에 참석했다. 달리기라는 취미에 빠지기 전까지는 쇼핑 행위 자체를 매우 귀찮아했고, 스스로 물욕이 없는 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이날 공개되는 제품 역시 ‘포러너’ 시리즈가 아닌 가민의 최상위 제품군이어서 제품에 마음이 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은 역시나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고충·욕구)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신제품에 탑재된 신규 기능은 많은 스포츠 애호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더 커지고 선명해진 아몰레드(AMOLED) 디스플레이와 강력한 배터리 수명에 더해진 태양광 충전 렌즈, 야간 산행 및 러닝 시 안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내장 LED 플래시라이트 탑재 등 하드웨어의 진화도 두드러지지만, 두 시리즈 모두 더욱 세밀해진 소프트웨어가 특히 매력적이다.에픽스 프로 시리즈와 피닉스 7 프로 시리즈 모두 사용자의 ‘언덕 훈련’을 위한 ‘힐 스코어’를 제공한다. 마라톤과 사이클 대회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필수 훈련으로 꼽히는 ‘업힐 트레이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시계 후면의 센서가 최대산소섭취량(VO2 MAX), 훈련 부하, 훈련 상태 등을 분석해 사용자가 언덕 구간을 달릴 수 있는 능력치를 수치화해 보여주고 이를 향상시킬 수 있는 운동 프로그램을 사용자의 신체 단련도에 맞춰 제공한다. 심폐지구력 능력을 측정하고 이를 단련할 수 있도록 ‘인듀어런스 스코어’ 등 고급 트레이닝 기능도 추가됐다. 시계에 내장된 지도는 기존의 등고선 외에 음영 기복까지 추가되면서 지형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전방 안내’ 기능을 활용하면 마라톤이나 사이클 대회 시 급수대와 언덕 시작 지점 등의 정보를 사전에 확인해 계획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조정호 가민코리아 영업·마케팅 총괄 이사는 “국내 소비자들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스포츠, IT 제품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크다”라면서 “운동에 있어 장비나 기록에 대한 열정 또한 대단해 다양한 제품군에서 하이엔드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올해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가민의 최상위 제품군인만큼 가격 부담은 큰 편이다. 피닉스 7 프로 시리즈는 129만원에서 169만원, 에픽스 프로 시리즈는 139만원에서 159만원대로 책정됐다. 아무래도 올 가을 첫 풀코스 대회까지는 ‘아웃도어는 북유럽 감성’을 계속 외치고 다녀야 할 것 같다.
  • 광진의 밤은 ‘트레킹’과 함께… 건강·친목에 스트레스도 훌훌

    광진의 밤은 ‘트레킹’과 함께… 건강·친목에 스트레스도 훌훌

    “앞사람과의 간격이 너무 멀어지지 않게 해 주시고 힘들면 꼭 이야기하세요.” 지난 2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나루역. 아차산 야간 트레킹을 위해 몸을 풀고 있는 참가자들에게 안승훈(36) 코치가 이렇게 공지했다. 해가 지면서 날이 어두워지자 참가자들은 구가 지원한 목걸이 랜턴을 켜고 발걸음을 내디뎠다. 구는 서울 자치구 최초로 청년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러닝 크루 및 트레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보통 동호회나 사적 모임 중심으로 이뤄졌던 체육활동 기회를 직접 제공하는 것이다. 초보자도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프로그램에 참가한 장서윤(48)씨는 “야간 산행은 처음인데 좋은 공기를 마시며 땀을 흘려 상쾌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은진(23)씨도 “코로나19로 집에만 있다 보니 살도 찌고 건강이 걱정됐다”며 “단체로 운동을 하니까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프로그램은 이달 매주 금요일마다 광나루역에서 시작해 아차산해맞이공원으로 이어지는 왕복 3.8㎞ 코스로 구성됐다. 전문 트레킹 리더가 동행해 등산 지식과 자세 등을 알려 준다. 구가 지난 3월부터 10회차로 운영한 러닝 크루는 접수 시작 5분 만에 조기 마감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10주간 총 307명이 야간 도심을 달렸다. 러닝 크루와 트레킹 프로그램 코치로 활동하는 안씨는 “갈수록 낙오자도 줄고 다들 체력이 좋아지는 걸 보면서 뿌듯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도 매주 목요일 광화문광장과 반포한강공원에서 ‘7979 서울 러닝크루’를 운영한다. 올해 들어서만 8주간 680명이 참여했다. 전문가와 물리치료사가 같이 뛰며 안전한 도심 러닝을 지원한다. 정의준(30) 러닝 코치는 “비기너부터 고수까지, MBTI(성격유형검사)의 I(내향형)와 E(외향형) 모두 운동화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조해영(31) 의료페이서는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 친목 도모, 야경 그리고 안전까지 챙길 수 있다”고 귀띔했다.
  • 이스라엘, 브라질도 삼켜…김은중호 4강 가면 이탈리아 상대

    이스라엘, 브라질도 삼켜…김은중호 4강 가면 이탈리아 상대

    20세 이하(U-20) 월드컵 본선에 처음 오른 이스라엘이 우승 후보 브라질까지 삼켜버리며 4강까지 진격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스라엘은 4일(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후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U-20 월드컵 브라질과의 8강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3-2로 이겼다. 대회 본선에 사상 처음 올라 조별리그를 통과한 뒤 16강에서 우즈베키스탄도 격파하며 기세를 탄 이스라엘은 이날 브라질에 크게 밀리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점유율도 엇비슷했고, 슈팅은 21개(유효 7개)로 20개(유효 10개)의 브라질보다 1개 많았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집중력이 좋았다. 이스라엘은 후반 11분 침투 패스를 논스톱 왼발 슈팅으로 연결한 마르코스 레오나르도에 선제골을 내줬으나 4분 뒤 얼리 크로스 상황에서 아난 칼라일리가 타점 높은 러닝 헤더로 골문 구석을 찔러 균형을 맞췄다. 이스라엘은 정규 시간 내에 승부를 가리지 못해 돌입한 연장 전반 1분 만에 화려한 패스 플레이를 선보인 브라질에 농락당하며 마테우스 나시멘토에게 득점을 허용해 끌려갔으나 2분 뒤 곧바로 함자 시블리가 동점을 만들어 냈다. 이후 이스라엘은 연장 전반 추가 시간 도르 터그먼이 브라질 수비 두 명을 제치며 페널티 지역을 휘저은 뒤 왼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이스라엘은 연장 후반 페널티킥을 두 차례 실패했으나 끝까지 승리를 지켜냈다. 일본과 C조 3차전, 우즈베키스탄과 16강전에서 모두 후반 추가 시간에 결승 골을 넣고 이긴 이스라엘은 이날 브라질을 상대로도 ‘극장 골’을 터뜨리며 승승장구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우루과이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김은중호가 4강에 오를 경우 만나는 상대는 이탈리아로 정해졌다. 이탈리아는 이어진 8강전에서 콜롬비아를 3-1로 꺾었다. 이탈리아는 전반 9분 체사레 카사데이가 선제골을 터뜨려 기선을 제압한 뒤 전반 38분 톰마소 발단치가 추가골을 넣었고, 후반 1분 만에 프란체스코 에스포지토가 한 골을 더 보태 승기를 굳혔다. 2017년 한국 대회 3위가 최고 성적인 이탈리아는 3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카사데이는 이번 대회 6번째 골을 터뜨려 득점 단독 1위가 됐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인터 밀란에서 유스 시절을 보낸 카사데이는 지난해 8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에 입단했고, 올해 1월 2부 리그 레딩으로 임대되어 뛰었다.
  • 배우·87세 최고령·소방관·외국인…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배우·87세 최고령·소방관·외국인… “살아 있다는 걸 느꼈다”[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날씨가 무더운데도 선인장 모양의 두꺼운 인형탈을 쓰고 10㎞ 코스를 달린 니드몬(31·가명)은 달리는 내내 주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고 외치며 기운을 북돋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형탈을 쓰고 뛰다 보니 6㎞ 구간에서 한 차례 위기가 왔지만 물을 마시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참가자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는 이처럼 각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한 이들이 있었다. 밝은 노란색 러닝을 입고 번쩍이는 선글라스를 쓴 배우 진태현(42)씨는 이날 하프 코스에 도전했다. 하프 코스를 1시간 50분대에 완주한 진씨는 “2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목표였는데 그 안에 들어와 만족스럽다”며 “다음 대회 때는 1시간 30분대에 들어오는 걸 목표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이클을 7년 정도 탔다는 진씨는 2021년 가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진씨는 가수 션이 만든 러닝크루(달리기 모임) ‘언노운크루’ 소속으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빼고는 거의 매일 맹연습을 했는데도 이날은 15㎞ 구간쯤에서 두 번 정도 고비가 왔다고 했다. 진씨는 “핑 도는 기분이 느껴져 살짝 속도를 줄이고 물을 마셔 가며 페이스를 조절했다”며 “시원한 콜라가 생각났는데 그래도 무사히 잘 들어와 다행”이라고 웃었다. 전날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박시은 진태현의 작은 텔레비전’에 마라톤 관련 영상을 올릴 정도로 달리기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진씨는 자칭 ‘러닝 알리미’다. 진씨는 “달리기만큼 건강한 운동이 없다”며 “대회에 나와 같이 달리고 서로 응원하면 힐링이 된다. 다 함께 만드는 ‘건강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라톤을 하면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했다.까맣게 변한 발바닥으로 단단하게 땅을 박차며 내달린 신홍철(87)씨는 이번 대회의 최고령 참가자다. 백발을 휘날리며 고비 한 번 없이 자신의 속도대로 40분여 만에 5㎞ 코스를 완주한 신씨는 “내 힘에 맞게 뛰면 나이를 먹어도 가뿐히 뛸 수 있다”고 했다. 마라톤만 10년, 평소에도 집 앞 공원을 2㎞씩 뛰고 맨발로 등산도 하는 신씨는 “맨발로 땅을 디디면 지압이 돼서 후끈후끈한 열이 오른다”며 “몸 관리 비결도 별것이 없다. 그냥 푹 자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10년째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를 이어 가고 있는 신씨는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운동할 예정”이라면서 “그게 바로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했다. 충남 태안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소방관 이재원(32)·장준하(28)씨는 119 표시와 소방 마크가 그려진 티셔츠를 맞춰 입고 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오전 6시 태안에서 출발했다는 장씨는 “53분 만에 10㎞를 완주해 이번 대회의 목표였던 55분보다 오히려 기록을 단축했다”며 “동료와 함께 뛰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같이 계속 대회에 나가자”는 이씨의 제안에 장씨는 “이제 혼자 뛰어도 될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응대하며 웃었다. 지난 3월에는 풀코스 마라톤을 뛴 이씨는 “마라톤을 하면서 깨달은 건 안 다치고 안전하게 운동하는 것”이라면서 “저 역시 안전하게, 꾸준하게 달려서 정년까지 소방관으로서 국민을 지키겠다”고 말했다.10㎞ 코스를 완주한 네팔인 바스넷(26)은 “회사에서 다 같이 뛰자고 해서 참가했다. 언젠간 가족을 불러 함께 이곳을 다시 뛰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인 베로니카(42)는 “날씨가 좋아서 뛰는데 아주 힘들지 않았다”며 “벌써 내년 행사가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미국인 브레덴(36)은 “더운 날씨지만 미세먼지가 없어서 달리기에 딱 좋았다”며 “이번에는 가볍게 5㎞로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대회에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축제가 된 상암벌 ‘푸른 질주’

    축제가 된 상암벌 ‘푸른 질주’

    화창한 날씨 속에 마스크를 훌훌 벗어던진 이들의 ‘푸른 질주’는 대회를 넘어 축제에 가까웠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 무대를 빛낸 마라토너들은 파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한껏 뽐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하프’ 코스가 4년 만에 부활하면서 참가자 수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광장에 모인 인원만 1만여명에 달했다. 하프, 10㎞, 5㎞ 코스를 뛴 참가자들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완주의 기쁨을 누렸다. 먼저 완주한 이들은 뒤늦게 결승선을 밟는 이들을 위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결승선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기념 촬영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완주의 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2030세대가 많이 참가한 것도 이번 대회의 특징 중 하나다. 특히 동아리 단체복을 입고 뛴 대학생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경희대 러닝동아리 ‘경희랑달리기’에서만 70여명이 참가했다. 서강대 러닝동아리 ‘스프린트’와 중앙대 러닝동아리 ‘카우온’에서도 각각 56명, 32명이 출전했다. ‘러닝크루’(달리기 모임)와 함께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았다. 하프 코스에 참가한 방한혁(40)씨는 결승선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보자 양팔을 올리고 뛰어가 “사랑해”라고 외쳤다. 오세훈 서울시장,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 한훈 통계청장, 이인호 인사혁신처 차장, 박강수 마포구청장도 대회가 열린 평화의광장을 찾아 참가자들을 응원했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대회사에서 “가족, 친구, 동료 간 결속력을 다지며 활기찬 일상을 회복하는 데 좋은 추억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4년 만에 함께 뛴 하프코스, 일상의 설렘도 다시 뛰었다[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4년 만에 함께 뛴 하프코스, 일상의 설렘도 다시 뛰었다[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지난 20일 오전 8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 가벼운 복장 차림의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몰려들었다. 미세먼지 ‘좋음’ 수준이라 마스크를 벗고 뛰기엔 알맞은 날씨인데 따사로운 햇살 때문에 준비 운동을 하는 참가자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출발 시간을 20여분 남기고 프로야구단 LG트윈스 치어리더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치어리더의 스트레칭 동작에 맞춰 참가자들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달릴 채비를 했다.4년 만에 하프 코스가 부활한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는 이날 오전 9시 참가자들의 함성과 함께 시작됐다. 대회 진행을 맡은 개그맨 배동성씨가 “준비되셨나요?”라고 외치자 출발선에 선 참가자들은 환호로 호응했고, 다 함께 ‘5, 4, 3, 2, 1’ 카운트다운을 한 뒤 힘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유아차 끌고 완주한 슈퍼맘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며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한 뒤 열린 이번 대회에는 실력자들도 상당수 참가했다. 친구, 직장 동료, 가족들과 함께 참가한 이들은 곳곳에서 인증 사진을 찍으며 대회를 즐겼다.경기 안양에서 왔다는 김은미(43)씨는 “자녀와 함께 마라톤을 완주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29개월 된 자녀가 탄 유아차를 가리키며 “아이가 힘들어할 때 주려고 바나나와 물, 과자 등 각종 간식거리를 준비해 왔다”면서 “가족들과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인 만큼 이곳에서 스트레스를 다 풀고 좋은 추억을 남기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엄마 꼭 이긴다” 아홉살의 도전 부모 손을 잡고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한 장유준(9)군은 “엄마를 꼭 이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혀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장군은 “달리기를 잘하는 아빠는 어렵더라도 엄마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힘줘 말했다.19개월 자녀의 유아차를 밀며 10㎞ 코스를 완주한 ‘위대한 어머니’도 있었다. 1시간 20분 만에 10㎞를 완주한 고루다(44)씨는 “아이를 데리고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회에 참가했다”며 “유아차 바퀴 바람이 중간에 빠져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왔지만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달렸다”고 말했다. 직장인 러닝크루 여기 다 모였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모여 도심 곳곳을 뛰는 ‘러닝크루’(달리기 모임)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 여의도와 마포 일대를 뛰는 모임인 ‘RURC’ 대표 노경문(34)씨는 “2020년 2월부터 뛰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행사에 참가할 수 없어 아쉬움이 컸었다”면서 “이번 대회에 다 같이 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또 다른 러닝크루 ‘알로그’ 회원인 홍지우(33)씨는 인기 캐릭터인 ‘피카츄’ 복장을 하고 나와 5㎞, 10㎞ 코스를 뛰는 회원들을 응원했다. 코로나학번? 엔데믹학번 인증샷 무대 뒤편에서 몸을 풀던 대학 러닝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출발 전 단체 사진을 찍고 파이팅을 외치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중앙대 러닝동아리 ‘카우온’ 소속 이영학(25)씨는 “분기마다 대회를 준비한다. 지난 8주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날이 왔다”면서 “열심히 준비해서 왔는데 땀 흘린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경희대 ‘경희랑달리기’ 소속 홍가연(22)씨는 “이번 대회에 개강 이후 가장 많은 동아리원이 참가했다”면서 “제대로 뛰는 마라톤 대회는 처음이라 너무 떨린다”고 했다. 서강대 ‘스프린트’ 소속 성건우(26)씨 역시 “56명이 참가했다. 각자 다른 코스를 달리는데 다들 부상 없이 좋은 기록을 세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섯살 인생 친구들과 첫 ‘꿈메달’ 충북 충원고 교사 1명과 학생 20명도 대회에 참가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이선우(17)군은 “방과후 모임 활동을 하면서 ‘뛰는 즐거움’을 알았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과 함께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이곳에 왔다”면서 “많은 사람과 함께 뛸 수 있어 기쁘고, 볼거리도 많아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어린이 참가자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은평구 충암유치원의 백합반 친구들과 다 함께 결승선을 통과한 후 연신 자신의 메달을 자랑하던 최수현(6)군은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밌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진 박지환·오장환 기자
  • 배우·최고령·소방관·외국인도 함께…“다 함께 달리기로 건강 챙겨요”

    배우·최고령·소방관·외국인도 함께…“다 함께 달리기로 건강 챙겨요”

    날씨가 무더운데도 선인장 모양의 두꺼운 인형탈을 쓰고 10㎞ 코스를 달린 니드몬(가명·31)은 달리는 내내 주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고 외치며 기운을 북돋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형탈을 쓰고 뛰다 보니 6㎞ 구간에서 한 차례 위기가 왔지만 물을 마시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참가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는 이처럼 각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대회에 참가한 이들이 있었다.배우 진태현 “달리기만큼 건강한 운동 없어” 밝은 노란색 러닝을 입고 번쩍이는 선글라스를 쓴 배우 진태현(42)은 이날 하프 코스에 도전했다. 하프 코스를 1시간 50분대에 완주한 진씨는 “2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목표였는데 그 안에 들어와 만족스럽다”며 “다음 대회 때는 1시간 30분대에 들어오는 걸 목표로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이클을 7년 정도 탔다는 진씨는 2021년 가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진씨는 가수 션이 만든 러닝크루(달리기 모임) ‘언노운크루’ 소속으로 일주일에 하루 이틀 빼고는 거의 매일 맹연습을 했는데도 이날은 15㎞ 구간쯤에서 두 번 정도 고비가 왔다고 했다. 진씨는 “핑 도는 기분이 느껴져 살짝 속도를 줄이고 물을 마셔가며 페이스를 조절했다”며 “시원한 콜라가 생각났는데 그래도 무사히 잘 들어와 다행”이라고 웃었다. 전날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박시은 진태현의 작은 텔레비전’에 마라톤 관련 영상을 올릴 정도로 달리기에 애정을 가진 진씨는 자칭 ‘러닝 알리미’다. 진씨는 “달리기만큼 건강한 운동이 없다”며 “대회에 나와 같이 달리고 서로 응원하면 힐링이 된다. 다 함께 만드는 ‘건강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라톤을 하면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했다.맨발로 뛴 최고령 “봉사 계속하려면 운동해야” 까맣게 변한 발바닥으로 단단하게 땅을 박차며 내달린 신홍철(87)씨는 이번 대회의 최고령 참가자다. 백발을 휘날리며 고비 한번 없이 자신의 속도대로 40분여만에 5㎞ 코스를 완주한 신씨는 “내 힘에 맞게 뛰면 나이를 먹어도 가뿐히 뛸 수 있다”고 했다. 마라톤만 10년, 평소에도 집 앞 공원을 2㎞씩 뛰고 맨발로 등산도 하는 신씨는 “맨발로 땅을 디디면 지압이 돼서 후끈후끈한 열이 오른다”며 “몸 관리 비결도 별것이 없다. 그냥 푹 자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10년째 호스피스 병동에서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신씨는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운동할 예정”이라면서 “그게 바로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했다.태안서 온 소방관들 “꾸준히 달려 국민 지키겠다” 충남 태안소방서에서 근무 중인 소방관 이재원(32)·장준하(28)씨는 119 표시와 소방 마크가 그려진 티셔츠를 맞춰 입고 대회에 참가했다. 이날 오전 6시 태안에서 출발했다는 장씨는 “53분 만에 10㎞를 완주해 이번 대회의 목표였던 55분보다 오히려 기록을 단축했다”며 “동료와 함께 뛰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같이 계속 대회에 나가자”는 이씨의 제안에 장씨는 “이제 혼자 뛰어도 될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응대하며 웃었다. 지난 3월에는 풀 코스 마라톤을 뛴 이씨는 “마라톤을 하면서 깨달은 건 안 다치고 안전하게 운동하는 것”이라면서 “저 역시 안전하게, 꾸준하게 달려서 정년까지 소방관으로서 국민을 지키겠다”고 말했다.마라톤 동참한 외국인 “벌써 내년 대회 기대” 10㎞ 코스를 완주한 네팔인 바스넷(26)은 “회사에서 다 같이 뛰자고 해서 참가했다. 언젠간 가족을 불러 함께 이곳을 다시 뛰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인 베로니카(42)는 “날씨가 좋아서 뛰는데 아주 힘들지 않았다”며 “벌써 내년 행사가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 지난해 달리기를 시작했다는 미국인 브레덴(36)은 “더운 날씨지만 미세먼지가 없어서 달리기에 딱 좋았다”며 “이번에는 가볍게 5㎞로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대회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승선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우즈베키스탄인 아지즈(29)는 “한국인 친구와 매일 뛰면서 대회를 준비했는데 갑자기 무릎을 다쳐 뛸 수가 없었다”며 “그래도 같이 준비한 친구를 응원하고자 이곳을 찾았다.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말했다.
  • 배우 진태현, 87세 할아버지도 함께 뛰었다…“달리면 건강해집니다”

    배우 진태현, 87세 할아버지도 함께 뛰었다…“달리면 건강해집니다”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의 또 다른 볼거리는 ‘맨발의 마라토너’부터 유명 배우, 소방관, 외국인 등 이색 참가자들이다. ‘러닝 알리미’ 배우 진태현씨 이날 하프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들 사이엔 밝은 노란색 런닝을 입고 번쩍이는 선글라스를 쓴 배우 진태현(42)씨도 있었다. 진씨는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호박꽃 순정’ 등으로 수상도 했던 잔뼈가 굵은 배우다. 하프 코스를 1시간 50분대에 완주한 진씨는 “2시간 안에 들어오는 게 목표였는데 그 안에 들어와 만족스럽다”며 “훈련과 달리 현장에서는 변수가 많아 다음 대회에는 1시간 30분대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완주하겠다”며 웃었다. 2021년 가을부터 러닝을 시작해 가수 션씨가 만든 러닝 크루인 ‘언노운크루’ 소속으로 일주일에 5일씩 달리기를 했는데도 이날은 15km 구간쯤에서 두 번 정도 고비가 왔다고 한다. 진씨는 “핑 도는 기분이 느껴져 살짝 속도를 줄이고 물을 마셔가며 페이스 조절을 했다”며 “시원한 콜라가 생각났는데 그래도 무사히 잘 들어와 다행”이라고 말했다. 전날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박시은 진태현의 작은 텔레비전’에 마라톤 관련 영상을 올릴 정도로 러닝에 애정을 가진 진씨는 자칭 ‘러닝 알리미’다. 진씨는 “러닝을 하면 건강도 마음도 정상으로 돌아오고, 대회에 나가면 같이 달리는 사람들끼리 서로 응원도 하면서 다 함께 건강함을 만들어나간다”며 “죽을 때까지 마라톤을 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맨발의 마라토너’ 최고령 참가자 신홍철씨 까맣게 변한 발바닥으로 단단하게 땅을 박차며 5km를 완주한 신홍철(87)씨는 이번 대회의 최고령 참가자다. 백발을 휘날리며 고비 한번 없이 자신의 속도대로 40분여만에 완주한 신씨는 “내 힘에 맞게 뛰면 나이를 먹어도 가뿐히 뛸 수 있다”며 소감을 밝혔다. 마라톤만 10년, 평소에도 집 앞 공원을 2km씩 뛰고 맨발로 등산도 하는 신씨는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 10년째 호스피스 병동에 봉사를 나가는 ‘에너자이저’다. 신씨는 “맨발로 땅을 디디면 지압이 돼서 후끈후끈하게 열이 오른다”며 “몸 관리 비결도 별 게 없다. 그냥 푹 자면 된다”고 웃어 보였다. 신씨는 힘이 닿는 데까지 ‘맨발의 사나이’로 마라톤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신씨는 “기계도 기름을 안 치면 작동이 안되는 것처럼 사람도 나이를 먹을수록 운동을 해야 건강해진다”며 “몸이 건강해야 정신 건강도 좋아져서 싸울 일이 없어진다”고 말했다.태안에서 온 ‘건강 소방관’ 이재원·장준하씨 119 표시와 소방 마크가 그려진 티를 맞춰 입고 마라톤에 참가한 소방관들도 있었다. 충남 태안소방서에서 함께 근무하는 소방관 이재원(32)·장준하(28)씨다. 지난 3월 풀코스 마라톤을 뛴 경력이 있는 이씨에게 열정 가득한 동료 장씨가 달리기를 취미로 만들고 싶으니 함께 뛰면 어떻겠냐고 제안하면서 이날 아침 6시부터 함께 서울로 올라왔다고 한다. 장씨는 “53분만에 10km를 완주해 이번 대회의 목표였던 55분보다 오히려 기록을 단축했다”며 “동료와 함께 뛰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같이 계속 대회에 나가자”는 이씨의 제안에 장씨는 “이제 혼자 뛰어도 될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응대하며 웃었다. 이씨는 “마라톤을 하면서 느낀 점은 무엇보다 안 다치고 안전하게 운동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라며 “저 역시 안전하게, 꾸준히 달려서 정년까지 소방관으로서 국민을 지키겠다”고 말했다.외국인도 한 마음으로 “화이팅” 바스넷·베로니카·브레덴 10㎞ 코스를 완주한 네팔인 바스넷(26)은 “회사에서 다같이 뛰어보자고 해서 참가하게 됐다. 언젠간 가족들을 불러 함께 이곳을 다시 뛰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에콰도르인 베로니카(42)도 “날이 좋아서 뛰는데 많이 힘들지 않았다. 벌써 내년 행사가 기대된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러닝을 시작했다는 미국인 브레덴(36)은 “더운 날씨지만 미세먼지가 없어서 뛰기에 딱 좋았다”며 “이번에는 가볍게 5km로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대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직전 다리를 다쳐 결승선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우즈베키스탄인 아지즈(29)는 “한국인 친구와 매일 뛰면서 대회를 준비했는데, 갑자기 무릎을 다쳐 뛰지는 못하게 됐다”며 “그래도 같이 준비한 친구를 응원하고자 대회를 찾았다.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니 내가 다 기쁘다”고 말했다.
  • 유아차 끌고 인형탈 쓰고 마라톤…“함께 뛸 수 있어 기뻐”

    유아차 끌고 인형탈 쓰고 마라톤…“함께 뛸 수 있어 기뻐”

    20일 오전 8시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 가벼운 복장 차림의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이 몰려 들었다. 친구, 직장 동료, 가족들과 함께 참가한 이들이 곳곳에서 대회 인증 사진을 찍기도 했다. 미세먼지 ‘좋음’ 수준이라 마스크 벗고 뛰기엔 알맞은 날씨인데 기온이 점점 오르고 있었다. 준비 운동을 하는 참가자들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 출발 시간을 20여분 남기고 프로야구단 LG트윈스 치어리더가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치어리더의 스트레칭 동작에 맞춰 참가자들도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달릴 채비를 했다. 4년 만에 하프 코스가 부활하면서 완전체로 돌아온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는 이날 오전 9시 참가자들의 함성 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대회 진행을 맡은 개그맨 배동성씨가 “준비되셨나요?”라고 외치자 출발선에 선 참가자들은 환호로 호응했고, 다 함께 ‘5, 4, 3, 2, 1’ 카운트다운을 한 뒤 힘차게 첫발을 내디뎠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대부분 해제하며 사실상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을 선언한 뒤 열린 이번 대회는 1년 전과도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 5㎞ 코스 신청자 중에는 가족 단위 참가자가 많았지만 하프 코스는 실력자들도 상당수 있었다.29개월 된 자녀와 함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경기 안양에서 왔다는 김은미(43)씨는 “자녀와 함께 마라톤을 완주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녀가 타고 있는 유아차를 가리키며 “아이가 힘들어할 때 주려고 바나나와 물, 과자 등 각종 간식거리를 준비해 왔다”면서 “가족들과 처음으로 참가한 대회인 만큼 이 곳에서 스트레스를 다 풀고 좋은 추억 남기려고 한다”고 웃어 보였다. 부모 손을 잡고 처음으로 대회에 참석한 장유준(9)군은 “엄마는 꼭 이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혀 주위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장군은 “달리기를 잘하는 아빠는 어렵더라도 엄마보다는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19개월 자녀가 탄 유아차를 밀며 10㎞ 코스를 완주한 ‘위대한 어머니’도 있었다. 1시간 20분 만에 10㎞를 완주한 고루다(44)씨는 “아이를 데리고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대회에 참가했다”며 “유아차 바퀴 바람이 중간에 빠져 기록이 조금 아쉽게 나왔지만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에 끝까지 달렸다”고 말했다.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모여 도심 곳곳을 뛰는 ‘러닝크루’(달리기모임) 회원들이 많았다. 여의도와 마포 일대를 뛰는 모임인 ‘RURC’ 대표 노경문(34)씨는 “2020년 2월부터 뛰기 시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행사에 참가할 수 없어 아쉬움이 컸었다”면서 “이번 대회에 다 같이 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겨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러닝크루 ‘알로그’ 회원들은 직접 대회에 뛰지 않더라도 다른 회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다. 2년가량 동호회 활동을 했다는 홍지우(33)씨는 인기 캐릭터인 ‘피카츄’ 복장을 입고 나와 동료들을 응원했다. 단체복을 입고 참가한 대학교 중앙러닝동아리 학생들은 출발 전 단체 사진을 찍고 “화이팅”을 외치며 완주 의지를 다졌다. 중앙대 ‘카우온’ 소속 이영학(25)씨는 “분기마다 동아리에서 공식적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8주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는 날이 왔다. 열심히 준비해서 왔는데 땀 흘린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충북 고등학교 교사, 학생도 함께 뛰어결승선 도착한 아버지, 가족에 “사랑해” 경희대 ‘경희랑달리기’ 소속 홍가연(22)씨도 “이날 대회에 개강 이후 가장 많은 동아리원이 참가했다. 제대로 뛰는 마라톤대회는 처음인데 떨리면서도 설렌다”며 “매주 수요일마다 10㎞ 대비반을 진행했기에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강조했다. 서강대 ‘스프린트’ 소속 성건우(26)씨 역시 “다치는 동아리원이 없도록 최대한 신경 쓰는 동시에 완주도 이뤄내겠다”고 했다. 충북 충원고 교사 1명과 학생 20명도 대회에 참가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이선우(17)씨는 “방과 후 모임 활동을 하면서 ‘뛰는 즐거움’을 알았다. 마음이 맞는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과 함께 대회에 참가해 보고 싶어 지원하게 됐다”며 “많은 사람과 함께 뛸 수 있어 기쁘고, 볼거리도 많아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결승선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숨을 헐떡거리고 구슬땀을 닦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먼저 완주한 이들은 뒤늦게 결승선을 밟는 이들을 위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삼삼오오 결승선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완주의 순간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프 코스에 참가한 한 참가자는 결승선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가족을 보자 양팔을 들고 뛰어가 “사랑해”라고 외치기도 했다.어린이 참가자 열정 뜨거워6세 참가자 “힘들지 않아요”인형탈 쓰고 “할 수 있다” 어린이 참가자들의 열정도 뜨거웠다. 은평구 충암유치원의 백합반 친구들과 다 함께 결승선을 통과한 후 연신 자신의 메달을 자랑하던 최수현(6)군은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밌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무더운 날씨에도 선인장 모양의 두꺼운 인형탈을 쓰고 10㎞ 코스에 참가한 니드몬(가명·31)씨는 달리는 내내 주변 사람들에게 ‘할수 있다’고 외치며 기운을 북돋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인형탈을 쓰고 뛰다 보니 6㎞ 구간에서 한 차례 위기가 왔지만 물을 마시고 무리하지 않으면서 극복 할 수 있었다”며 “악조건 속에서도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참가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우리 모두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 4년 만의 하프마라톤 부활…상암을 뜨겁게 달궜다

    4년 만의 하프마라톤 부활…상암을 뜨겁게 달궜다

    화창한 날씨 속에 마스크를 활짝 벗은 마라토너들의 ‘푸른 질주’는 대회를 넘어 축제에 가까웠다. 파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마라토너들은 20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에 출전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힘껏 뽐냈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하프’(21㎞) 코스가 4년 만에 부활하면서 실력자들이 대거 모여들어 참가자 수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프, 10㎞, 5㎞ 코스를 뛴 일반인 선수들은 온 몸이 땀 범벅이 돼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완주의 기쁨을 온전히 누렸다. 동아리 단체복을 입고 뛴 대학생들은 대회를 더 빛냈다. 경희대 중앙러닝동아리 소속 학생 70여명을 비롯해 서강대, 중앙대 러닝동아리 학생들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를 단단히 했다고 한다. 지난해 대회와 마찬가지로 가족 단위 참가자도 눈에 띄었고 연인들이 함께 손 잡고 주말 ‘마라톤 데이트’를 즐겼다.최고령 참가자는 87세 신홍철씨5㎞ 힘 조절하며 가뿐하게 완주 이번 대회(5㎞) 최고령 참가자인 신홍철(87)씨는 ‘맨발의 사나이’다. 4~5년 전부터 등산과 마라톤할 때만 맨발로 다닌다는 신씨는 “맨발로 다니면 후끈후근하다”면서 “내 힘에 맞게 뛰면 뛸 때 고비 같은 건 없다. 가뿐하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면서 “힘이 닿는 데까지 계속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운동을 하는 게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도 했다. 신씨는 호스피스 봉사 10년차다.10㎞ 코스에 출전한 최오규(77)씨는 교직원마라톤클럽 소속으로 매주 주말 오전 6시 상암동 일대를 뛰면서 몸을 만들었다고 했다. 40년 동안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는 최씨는 “매주 클럽 회원들과 함께 연습한 것 말고는 크게 준비한 건 없다”면서 “이제 나이가 있어서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프 1위 유문진·노은희씨유씨 “달리며 건강 챙겼으면”노씨 “월 500~600㎞ 뛴다” 하프 코스 남자부 1위는 유문진(37)씨로 1시간 21분 4초만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2위는 홍철기(1시간 22분 35초)씨, 3위는 김대천(1시간 24분 12초)씨가 차지했다. 유씨는 “오늘 처음으로 우승했다”면서 “처음부터 기록을 내기 위해 선두에서 달렸다. 더 외롭고 힘들었지만 다행히 좋은 기록을 냈다”고 말했다. 유씨는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 다른 분들도 달리기의 매력을 알고 그나마 선선한 날씨에 나와서 달리면서 건강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여자부 1위는 노은희(50)씨로 1시간 30분 28초를 기록했다. 2위와 3위는 각각 김화영(1시간 32분 50초)씨, 3위 전영수(1시간 34분 29초)씨다. 여자부 1위 노씨는 “날씨가 더워서 뛰는 데 힘들었다”면서도 1위 비결로는 운동량을 꼽았다. 한 달 동안 500~600㎞를 뛴다고 한다. 노씨는 “마라톤을 시작한 건 우연”이라면서 “첫 대회에서 1시간 40분을 기록했는데 주변에서 소질이 있다고 권해 마라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자부 2위 김씨는 “하프 마라톤은 4년차인데 큰 대회에서 2등을 한 건 처음”이라면서 “겨울 내내 동호회 회원들과 열심히 운동을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와 너무 기쁘다”고 활짝 웃었다.이번 대회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윤두현 국민의힘 원내부대표, 한훈 통계청장, 이인호 인사혁신처 차장, 박강수 마포구청장이 참여했으며, 한 청장은 통계청 건강달리기 동아리 소속 직원들과 함께 뛰었다. 곽태헌 서울신문 사장은 대회사에서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달려달라”면서 “이 자리가 가족, 친구, 동료간 결속력을 다지며 새로운 활기찬 일상을 회복하는데 좋은 추억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링티,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 공식 협찬

    링티,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 공식 협찬

    프리미엄 생활 건강 브랜드 링티가 이달 20일 진행되는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의 공식 협찬 음료로 참여한다. 2002년부터 시행된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는 서울신문이 주최하고 인사혁신처가 후원하는 마라톤 행사로,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마련된 하프코스(21.0975㎞)와 10㎞, 5㎞ 중 한 가지 코스를 선택해 참가할 수 있다. 링티는 이번 ‘2023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에 대표 제품인 ‘링티’와 제로 칼로리 건강음료 ‘링티제로 레몬라임맛’을 공식 후원 음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 협찬되는 링티는 특전사 군의관들이 훈련 및 행군 중 탈진하는 병사들을 신속하게 돕기 위해 연구·개발된 제품으로, 나트륨과 포도당의 특정한 조성과 삼투압 현상을 통해 효과적인 수분 흡수가 가능한 제품이다. 또 아미노산이 배합돼 마라톤과 같이 체력 소모가 큰 활동 후 회복이 필요한 상황에 섭취 가능하다. 이밖에도 링티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 행사장에서 특별 부스를 운영해 대회 참가자 및 참가자 가족들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링티 담당자는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는 숙련된 마라토너부터 일반인 참가자들까지 다양한 분들이 참여하는 대회이기에 수분 흡수 효과가 뛰어난 링티와 함께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제로 칼로리 건강음료 링티제로를 협찬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링티제로 레몬라임맛은 출시 3년 만에 누적 2000만병 이상 판매된 링티제로의 새로운 버전으로, 산뜻하면서도 달달한 제로 칼로리 음료다. 테니스, 등산, 러닝 등 활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2040세대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
  • 마라톤화보다 러닝화, 새 양말은 안 돼요… 대회 하루 전엔 몸풀기만!

    마라톤화보다 러닝화, 새 양말은 안 돼요… 대회 하루 전엔 몸풀기만!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 개막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대회는 코로나19 탓에 두 차례나 거르고 지난해엔 반쪽짜리로 치렀던 국내 최대의 하프마라톤 축제 ‘DNA’를 4년 만에 완벽하게 되살렸다. 오는 20일 오전 9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출발해 하프(21.0975㎞), 10㎞, 5㎞ 세 코스로 나누어 달리는 대회의 장점은 ‘100세 시대’의 도전에 가장 적합한 거리라는 데 있다. 코스 주파에 대비한 훈련은 풀코스의 수준을 요구하지 않지만 준비해서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없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하프마라톤 축제에서 안전한 달리기를 위한 체크 포인트를 짚어본다. ●당일 식사는 레이스 2시간 30분 전에 충분한 휴식은 완주를 보장하는 불변의 진리다. 준비를 못 했다고 레이스 전날 몰아서 훈련하는 건 피해야 한다. 하루 전에는 충분한 휴식으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켜야 한다. 단 하루 종일 쉬는 것보다는 오전에 20분 정도 가볍게 달려서 근육을 풀어 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면이다. 늦어도 전날 밤 9시엔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레이스 당일 식사는 2시간 30분 전에 하는 게 좋다. 육류·어류 등 단백질을 빼고 탄수화물 위주로 해야 한다. 이는 ‘카보로딩’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식이요법인데, 달리는 데 필요한 글리코겐 저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이다. 지방과 단백질은 평상시 축적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식사량은 위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조절한다. 공복감이 유별나다면 찹쌀밥이나 찹쌀떡, 바나나 등을 약간 섭취하는 것도 좋다. 신발은 전문 마라톤화보다 뒤꿈치가 푹신한 러닝화가, 새것보다는 내 몸에 익숙해진 신발이 낫다. 젖은 운동화는 충격 흡수력이 50%가량 떨어진다. 마라톤은 땀을 많이 배출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복장은 다소 느슨하고 원단은 통풍이 잘되는 것으로 고른다. 피부 노출은 최대로 해 땀을 잘 증발시키도록 해야 한다. 양말도 신던 것을 그대로 신고 달리는 게 정답이다. 새 양말은 겉면의 휘발성 물질 때문에 발과 운동화 간 밀착력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이는 운동화 내의 공간에서 발이 겉돌게 해 발목이 접질리는 등 예기치 못한 부상을 부르기도 한다.●출발 2시간 전 도착해 워밍업 필수 대회장에는 2시간 전에 도착한다. 수천 명의 참가자 사이에서 떠들썩한 분위기를 뇌에 전달시켜 ‘이제 달린다’는 사실을 몸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심리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다른 참가자들과의 정보 교환 등 가벼운 대화를 통해 긴장감을 풀 수도 있다. 30분 이상 스트레칭하면서 충분히 몸을 풀고 출발과 동시에 100%의 기능을 발휘하도록 한다. 달리면서 적당히 몸을 푼다는 생각은 부상을 낳을 뿐이다. ‘힘들다’와 ‘꽤 힘들다’ 정도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 편차가 클 경우 한번 내린 속도를 회복하기 힘들다. ●수분 보충은 일정한 간격으로 반컵씩 달리는 동안 보통 시간당 1ℓ의 땀이 배출되므로 출발 전부터 조금씩 마시기 시작해 일정한 간격으로 갈증을 느끼기 전에 반 컵씩 수분을 섭취한다. 생수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온 음료를 선호한다면 두 배의 생수를 희석해 섭취하면 된다. 최종 연습할 때 레이스의 이미지를 그려 보고 실전에서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 바다 끝에서, 수많은 삶을 마중하다…역사 앞에서, 그들의 온기를 느끼다[권다현의 童行(동행)]

    바다 끝에서, 수많은 삶을 마중하다…역사 앞에서, 그들의 온기를 느끼다[권다현의 童行(동행)]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온갖 종류의 귀신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인기다. 겁이 많은 아이는 러닝타임 절반쯤 눈을 감고 있으면서도 그 많은 에피소드를 모두 챙겨 봤다.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캐릭터는 도깨비다. ‘신비’로 불리는 이 도깨비는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이지만 위기의 순간마다 귀신들로부터 친구를 지킨다.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라는 걸 이 캐릭터를 보고 알았다. 잔인한 괴물로 그려지는 다른 문화권과 달리 우리나라 도깨비는 일상 가까이에서 만나는 친근한 존재다. 하얀 등대가 지키고 선 강원 동해의 작은 언덕배기에 ‘도째비골’이란 이름이 붙은 것도 비슷한 이유다.●‘도깨비나무’ 떠오르는 ‘슈퍼트리’ “엄마, 도째비가 뭐예요?” 아이는 도째비란 표현이 낯선 모양이다. 강원도에서 나고 자란 엄마에겐 도깨비보다 익숙한 단어인데 말이다. 강원과 경상 일부에서 도깨비를 일컫는 사투리라고 알려 주자 그제야 아이 눈빛이 반짝인다. 이번 여행의 목적지가 도깨비마을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바닷가 산비탈에 자리한 이 마을은 깊은 밤 비가 내리면 도깨비불이 번쩍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했다. 예부터 무덤이나 낡고 오래된 집에서 인(Phosphorus) 따위의 화학작용으로 푸른 불꽃이 저절로 번쩍이는 것을 도깨비불이라 여겼다. 자연스레 도째비골이란 이름으로 불렸던 마을은 묵호항이 번성하면서 도깨비는 발도 들이지 못할 만큼 북적였다. 그렇게 한동안 잊힌 이름이었던 도째비골이 다시 불리기 시작한 건 2021년,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가 들어서면서부터다.묵호등대와 월소택지 사이 유휴공간을 활용한 스카이밸리는 하늘전망대와 하늘자전거, 자이언트슬라이드로 구성된다. 해발고도 59m에 이르는 하늘전망대는 이름 그대로 묵호 앞바다와 하늘 사이를 걷는 기분이다. 웬만한 스카이워크에는 내공이 쌓인 엄마건만 하늘전망대 끝자락에 서니 정신이 아득해진다. 언덕에서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있는 형태라 그 끝에서는 전망대의 높이를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 심지어 바닥을 투명한 유리로 마감한 구간이 있어 더욱 아찔하다. 겁쟁이라고 여겼던 아이는 오히려 팔딱팔딱 뛰면서 재롱을 피웠다. 아기 도깨비처럼 말이다.스카이워크 중간에 ‘슈퍼트리’라고 이름 붙은 나무 모양의 대형 작품이 설치돼 있다. 도깨비나무로 불리는 왕버들을 모티프로 했단다. 나무 특성상 인 성분이 많아 비 오는 밤이면 왕버들 고목에서 도깨비불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게다가 아래로 길게 늘어진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이 밤에 보면 마치 머리카락처럼 을씨년스럽다. 이 때문에 옛사람들은 비가 오고 바람이 부는 밤이면 도깨비들이 왕버들 아래서 장난을 친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곳 슈퍼트리는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역할이다. 사람에게 은혜를 입으면 꼭 보답했던 우리네 이야기 속 도깨비를 떠올리게 한다. ●미끄럼틀·하늘자전거 등 체험형 시설 대형 미끄럼틀인 자이언트슬라이드는 키 130㎝ 이상만 이용할 수 있어 아이가 한참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아래로 내려가 그 길이와 모양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눈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이언트슬라이드는 총길이 87m에 소라 껍데기처럼 빙빙 비틀려 있어 가속도가 만만치 않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한 남자아이는 “너무 빨라서 무서울 사이도 없었다”고 생생한 후기를 전했다. 워낙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 보니 부상 방지를 위한 헬멧은 물론 손발을 고정시켜 주는 안전복을 착용해야 한다. 하늘자전거도 키 140㎝ 이상만 탑승 가능하다. 자전거를 타고 얇은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왕복하는 이색 체험인데, 마치 영화 ‘E.T.’의 명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는 하늘을 나는 자전거가 신기했는지 한참 걸음을 멈추고 사람들을 관찰했다. 균형을 잡아 주고 몸무게를 지탱해 주는 안전장치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한 번쯤 타 보고 싶다는 용기가 생긴 모양이다. “나 몇 밤 자면 하늘자전거 탈 수 있어요?” 해랑전망대로 향하는 길은 온통 도깨비 테마로 채워져 있다. 산비탈 한쪽에 그려진 도깨비 트릭아트 벽화부터 도깨비방망이 모양의 포토존까지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랑전망대도 하늘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도깨비방망이를 빼닮았다. “바다에 도깨비방망이가 있어요!” 엄마는 무심히 지나갔는데 아이가 먼저 발견해 알려 줬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 ‘신비’도 늘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다닌다. 애니메이션 인기에 힘입어 장난감으로도 만들어졌는데, 언젠가 아이가 생일 선물로 사 달라고 한참 졸랐던 기억이 난다. 엄마 눈에는 그야말로 장난감처럼 느껴져 극 중 퇴마사 소년이 사용한 멋진 검을 대신 선물했더니 못내 아쉬워했다. 도깨비가 지닌 마술적 힘을 상징하는 방망이 또한 우리나라에선 작은 나무방망이 정도로 그려진다. 일본 도깨비 ‘오니’가 가시 달린 철퇴를 들고 다니는 것과는 상반되는 이미지다. 해랑전망대를 따라 걷다 보면 발아래로 찰랑이는 바다를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으니 고마운 도깨비방망이 아닐까 싶다. 도째비골이 자리한 묵호는 심상대의 소설 ‘묵호를 아는가’에서 술과 바람의 도시로 묘사됐다. 이곳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작가는 “예전의 묵호는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흥청거렸다. 산꼭대기까지 다닥다닥 판잣집이 지어졌고, 아랫도리를 드러낸 아이들은 오징어 다리를 물고 뛰어다녔다. 그리고 붉은 언덕은 오징어 손수레가 흘린 바닷물로 언제나 질펀했다”며 “그때가 참다운 묵호였다”고 회상했다.●묵호를 아는가… ‘야경 맛집’ 묵호등대 논골담길은 이 같은 시절의 묵호를 떠올려 보기 좋은 공간이다. 좁고 가파른 언덕길을 따라 바닷물과 진흙이 뒤엉킨 모양이 마치 논바닥 같다고 하여 이름 붙은 ‘논골’에 이야기 ‘담’(譚) 자를 붙인 이 길에는 번성했던 묵호의 다채로운 풍경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 “남편과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재미난 글귀도 논골의 옛 풍경을 짐작하게 한다. 어느 골목길에서든 몸만 돌리면 짙푸른 바다를 볼 수 있어 아이와 함께 걷기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이제는 논골담길 끄트머리에 스카이밸리가 들어섰으니 볼거리가 더욱 풍성해졌다. 밤에는 야간 조명으로 색다른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오랜 세월 논골을 지켜 준 건 도깨비가 아니라 묵호등대였다. 1963년 6월 8일 첫 불을 밝힌 묵호등대는 묵호항 인근 오징어잡이 어선과 강원 지역에서 채굴한 무연탄 운송 선박들의 밤길을 밝혀 줬다. ‘묵호를 아는가’에서 “오징어배 불빛으로 유월의 꽃밭처럼 현란했다”고 묘사한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등대는 묵묵히 어두운 바다를 헤치는 수많은 이의 삶을 지키고 섰다. 묵호항의 전성기는 한풀 꺾였지만 동해가 남과 북, 중국과 러시아를 잇는 거점도시로 발전하면서 2014년 등탑 높이 25.9m, 해발 높이 무려 93m에 이르는 당당한 위용의 등대로 다시 태어났다. 나선형 계단을 따라 3층에 오르면 묵호항 일대를 파노라마로 눈에 담을 수 있는 전망대가 자리한다. 맑은 날에는 이곳에서 두타산과 청옥산 등 백두대간의 봉우리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푸른 바다를 앞마당 삼은 특별한 매력의 절집, 감추사도 아이와 함께 들러 보기를 추천한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감추사를 창건한 이는 백제 무왕과의 러브스토리로 잘 알려진 신라 선화공주다. 어느 날 병에 걸린 선화공주가 여러 약을 써도 낫지 않아 고민하자 미륵산에 머물던 법사 지명이 동해안 감추로 가 보라고 권했다. 공주는 이곳으로 와서 자연동굴에 불상을 모시고 매일 목욕재계한 뒤 정성을 다해 기도를 올렸다. 3년여의 기도 끝에 마침내 병을 고친 공주는 부처의 은덕을 기리기 위해 절을 짓는데, 그것이 바로 지금의 감추사란 이야기다. 그러나 세월의 부침 속에 오랫동안 폐사로 버려졌고, 해일까지 덮쳐 석실과 불상이 유실되는 아픔을 겪었다. 현재 건물은 1965년에 중건한 것으로, 옛 절터는 흔적을 찾을 수 없으나 선화공주의 전설이 서린 석굴만은 그대로 남았다.●군사지역 자리… 정해진 시간만 입장 감추사는 군사지역 내에 자리해 정해진 시간에만 입장 가능하다. 하절기에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동절기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절에 갈 거라고 하니 “재미없어”라고 외치던 아이도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호기심을 느낀 모양이다. “여긴 바다잖아요. 이런 곳에 절이 있다고요?” 아이의 물음이 채 끝나기 전에 감추사로 오르는 작은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지막 계단까지 파도가 들이칠 만큼 바다가 바로 곁이다. 아이는 파도를 피해 깔깔거리며 사찰로 뛰어올랐다. 경건한 종교적 공간이라기보다는 아담하고 오히려 아늑하게 느껴지는 곳이었다. 절벽을 따라 난 계단을 오르면 바위에 찰싹이는 파도 소리를 보다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다. 쉴 새 없이 재잘거리기 좋아하는 아이도 이곳에서만큼은 한참 풍경에 집중하며 ‘바다멍’을 즐겼다. 아이와 함께 해변을 조금 더 거닐고 싶다면 ‘행복한섬길’이 적당하다. 천곡동굴에서 내려온 차가운 물이 드넓은 바다와 처음 만나는 한섬해변을 시작으로 늠름한 해안절벽과 다양한 모양의 바위들, 사랑스런 몽돌해변과 초록빛 숲길, 투명한 물빛과 반짝이는 윤슬, 분단의 역사를 끌어안은 해안철책까지 동해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명인들 연필 등 3000여점 전시 우리나라 최초의 연필뮤지엄도 동해에 있다. 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직접 모았다는 3000여 종류의 연필을 전시한 공간으로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의 연필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미처 몰랐던 연필의 역사는 물론 특별한 개성과 가치를 지닌 연필도 실제로 만날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작가 김훈, 건축가 승효상 등 이 시대 명인들의 연필에 얽힌 추억과 단상, 그들이 실제 사용했던 연필까지 살펴볼 수 있어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부모라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릴 정도다. 연필로 직접 글귀나 그림을 끄적이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어 아이들도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뮤지엄 4층에는 아트숍과 테라스 카페도 자리하는데, 여기서 묵호등대와 논골담길이 한눈에 들어와 그야말로 ‘뷰 맛집’까지 즐길 수 있다.●당대 건축양식·생활상 엿볼 수 있어 동부사택도 동해의 숨겨진 역사와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일제강점기 자원 수탈을 위해 설립된 삼척개발의 사택과 합숙소가 고스란히 남은 이곳은 당대 건축양식은 물론 근로자들의 생활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0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외딴 지역이라 건물들만 덜렁 있었다면 으스스할 뻔했는데, 일부 보존 상태가 좋은 집에는 지금도 주민들이 살고 있다. 살뜰하게 가꾼 텃밭과 넉넉한 장독대, 처마 밑에서 잘 여물어 가는 마늘까지 오히려 정다운 온기가 느껴졌다. 벚꽃 흐드러진 이른 봄도 아름답지만 연둣빛 신록이 일렁이는 지금도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다. 여행작가
  • 야간 도심 달리는 ‘광진 러닝크루’

    서울 광진구가 청년, 직장인과 함께 야간 도심 속을 달리는 ‘광진 러닝크루’를 운영한다고 13일 밝혔다. 러닝크루는 서울 자치구 최초의 구민 달리기 모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진행된다. 원하는 회차를 골라 일주일에 한 번씩 약 4~5㎞의 러닝코스를 뛸 수 있다. 전문 강사가 동행해 운동 방법을 알려 주고, 달리는 모습을 사진으로 남겨 추억을 선사한다. 구는 청년과 직장인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30일 뚝섬한강공원에서 시작을 알렸다. 3회차 때는 접수 시작 5분 만에 조기 마감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러닝크루는 매주 목요일 저녁에 진행된다. 회차별 선착순으로 30명을 모집해 홀수 회차엔 뚝섬한강공원을, 짝수 회차엔 어린이대공원을 달린다. 광진구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참여를 원할 시 네이버밴드에 ‘2023 광진러닝크루’를 검색해 신청하면 된다. 오는 6월 1일까지 총 10회에 걸쳐 운영된다. 시간은 오후 7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청년 세대와 직장인들이 일상에서 간편하게 운동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광진 러닝크루를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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