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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의 손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려주는 실험

    당신의 손이 얼마나 더러운지 알려주는 실험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과 미국 전역이 독감 바이러스로 곤욕을 치른 가운데, 영국의 한 매체가 손 씻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실험을 실시했다. 데일리메일은 ‘글로점’이라고 부르는 손씻기 교육용 모조세균을 이용했다. 글로점은 박테리아의 입자와 비슷하며, 비누를 쓰지 않고 물로만 헹굴 경우 세균이 얼마나 씻겨 내려가는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로션 형태의 물질이다. 예컨대 글로점을 손에 바르면 박테리아의 입자와 비슷한 모조세균이 손에 묻는다. 이 상태에서 자외선(UV) 카메라로 손을 촬영하면 세균으로 인식할 수 있는 하얀색 입자들이 나타난다. 데일리메일은 글로점을 손에 바른 채 커피 컵을 약 1분간 잡게 한 뒤 자외선 카메라로 손을 촬영했다. 그러자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은 사이에 손에 묻어있던 세균이 커피컵에 묻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즉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물건을 잠시 만지기만 해도 세균이 옮겨묻을 수 있다는 것. 이후 데일리메일은 실험 참가자들을 여러 그룹으로 나눈 뒤 각각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5초, 20초간 흐르는 물에 손을 씻게 했다. 또 다른 그룹에게는 손 세정제를 이용해 가볍게 손을 씻게 했다. 비누를 사용하지 않고 5초간 흐르는 물에 씻은 실험참가자의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 손톱 부위에는 여전히 글로점(모조 세균)이 남아있는 것이 확인됐다. 손 세정제를 이용해 가볍게 씻은 실험참가자의 손은 5초간 비누 없이 씻은 사람보다 글로점이 덜 남아있었지만 깨끗하게 제거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이에 반해 흐르는 물에 20초간 씻은 실험참가자의 손에서는 남아있는 글로점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실험의 결과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권고와도 맞아 떨어진다. CDC는 손 씻기가 한 해 100만 명 이상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감염 예방법’이라며 흐르는 물에 20초 이상 꼼꼼하게 손을 씻기만 해도 독감 바이러스 등을 피할 수 있다고 권장하고 있다. 영국 왕립약사회 역시 만약 20초 미만으로 손을 씻을 경우 세균이 제대로 씻기지 않아 전염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정의가 환하게 빛날 때까지

    [남상훈의 글로벌 리더십 읽기] 정의가 환하게 빛날 때까지

    진정한 한국인 디디에 세스벤테스. 1931년 벨기에의 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다. 어릴 적 꿈은 우편배달부. 자전거를 실컷 타고 싶어서다.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고 루뱅대 철학과에 들어간다. 한국인 유학생 둘을 만난다. 한국으로 오라고 권유한다. 그중 한 사람은 우리나라 국회의장이 된다. 내심 마음에 두고 있던 곳은 아프리카의 벨기에령 콩고. 당시 한국은 콩고보다 더 위험한 나라다. 좁은 문을 택한다. 1958년 한국에 온다. 첫 부임지는 부안. 거기서 한국 이름을 얻는다. 지정환. 언어는 물론 식사도 힘들다. 매일 청국장과 김치와 밥. 냄새 때문에 먹지 못해 여러 날 굶는다. 굶어 죽지 않으려면 먹는 수밖에 없다. 억지로 몇 번 먹으니 ‘구수하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습도가 높은 장마철은 지옥. 복통과 설사가 심해진다. 탈진되어 병원에 가면 링거주사 한 대를 놔주고 약이라고 주는 것은 인삼차뿐. 인삼이 맞지 않는 체질이라 오히려 증세는 더 나빠진다. 담낭 제거 수술을 받는다. 스스로 ‘쓸개 없는 놈’이라고 부른다. 가난한 주민들은 외국에서 구호물자로 온 밀가루 배급으로 살아간다. 어떻게 가난의 굴레를 끊어 낼 수 있을까 고민한다. 마침 정부에서 간척지를 개간하면 1인당 3000평의 땅을 준다고 한다. 쉬지 않고 노력해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땅을 개간한다. 주민들에게 나누어 준 후 건강 회복차 벨기에로 갔다가 6개월 후 돌아온다. 그사이 주민들은 고리대 노름으로 자신의 땅을 다 팔고 떠난다. 그렇게 헌신적으로 도와줬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깊은 배신감. 이제는 다시 한국인의 삶에 개입하지 않으리라. 임실로 발령이 난다. 경치는 아름답지만 몹시 척박한 땅. 자신들을 ‘원래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부르는 주민들은 환경을 탓하며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조차 않는다. 겨울로 접어들면 농작물을 팔아 마련한 돈을 술과 노름으로 탕진한다. 군수가 간곡하게 부탁한다. “떠나실 때 천주교 신자들뿐 아니라 임실군민 전체에게 뭔가 하나쯤은 꼭 남겨 주셨으면 합니다.” 다시는 개입하지 않는다 다짐했던 마음이 흔들린다. 주민들을 다독여 신용조합을 만들고 산양을 키운다. 생산된 산양유가 병원과 환자들에게 팔고도 남는다. 무엇을 할까. 치즈를 만들어 보자. 전문지식이 없이 의욕만 앞선 시도. 3년간 실패에 실패를 거듭한다. 유럽에 가서 3개월간 치즈 만드는 법을 배우고 돌아온다. 그사이 조합원 11명 중 10명이 떠난다. 실망스럽지만 포기는 없다. 하나 남은 조합원과 치즈를 만든다. 실패와 성공이 거듭된다. 치즈 판매에 나선다.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문을 두드린다. 외국인 전용상가 및 조선호텔 납품에 성공한다. 미군부대에서 불법으로 흘러나온 치즈가 전부였던 시절. 한국 최초로 만들어진 임실치즈는 서울의 특급호텔까지 유통망을 넓히며 성장한다. 누가 임실이 ‘한국 치즈의 본고장’으로 떠오를 줄 알았을까. 나라의 민주화에도 참여한다. 1970년대 유신체제에 반대하다 경찰에 잡혀간다. 강제 추방의 위기를 맞는다. 마침 농촌 발전에 관심이 많던 박정희 대통령이 ‘임실치즈로 농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신부’라는 것을 알고 추방 명령을 거둔다. 경찰들을 만나면 지정환이란 자신의 이름은 ‘정의가 환히 빛날 때까지 지랄한다’는 의미라고 일갈한다. 너무 무리했던 탓일까. 다발성 경화증에 걸린다. 벨기에로 가서 치료를 받고 돌아온 후 장애인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한다. 2002년 호암상을 받는다. 상금 1억원에 사재를 보태 ‘무지개장학재단’을 설립한다. 2007년부터 매년 장애인 학생 20~30명이 혜택을 받는다. 2016년 정부는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한다. 한국에 온 지 어언 53년. 법적으로 한국인이 된다. 남은 생애 봉사의 여정을 다 마친 후 한국 땅에 뼈를 묻으리라. 누구를 ‘위해’ 살기보다 ‘함께’ 살았다는 정환. 그는 자신을 굴삭기에 비유한다. “세상에는 버릴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나보다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내 높이로 올려놓고, 그다음엔 더 밑에 있는 사람을 다시 그 높이로 올려놓고, 그러다 보면 세상이 달라지겠지요.” 국경을 넘어서 한국 사람보다 한국을 더 사랑한 푸른 눈의 이방인. 그야말로 진정한 한국인이자 글로벌 리더다.
  • [公슐랭 가이드] 멋 보이소, 맛 보이소… 부산 ♥ 환상의 짝꿍

    [公슐랭 가이드] 멋 보이소, 맛 보이소… 부산 ♥ 환상의 짝꿍

    # 음식점에 동물·식물원… 주말 가족 명소 ‘흙시루’  부산은 맛집이 많기로 유명하다. 부산의 끝자락 기장읍에서도 한적한 외곽에는 ‘흙시루‘라는 음식점이 있다. 부산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가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타는 집이다. 민속품들이 줄지어 늘어선 음식점 입구에 들어서면 도시의 끝자락임을 느낄 수 있다. 여러 채 초가집들이 보이고 마당에는 예쁘게 자란 화분이 손님을 맞이한다. 주로 가족들 외식 장소로 이용되는 흙시루는 단순히 음식만 즐기는 곳이 아니다. 골동품 등 전시관, 허브 공원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빡빡한 근무에 시달리던 평일이 아닌 주말에 이 곳이 더욱 북적대는 이유다.  미리 황토방을 예약하고 가면 아늑한 분위기가 가족들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바닥에는 솔잎이 깔려 있고 그 위에 돗자리가 깔려 있는 독특한 구조다. 특히 겨울에 간다면 뜨끈뜨끈한 아랫목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식사 이후에는 식물원과 미니동물원을 둘러 볼 수 있다. 부모는 식물원을, 아이들은 미니동물원을 가면 온 가족이 만족하게 된다.  단호박 안에 들어 있는 오리고기가 색다른 별미이자 대표 메뉴다. 오리고기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단호박과 어우러져 남녀노소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맛으로 탄생한다. 가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단호박 안에 이 집만의 고유 양념과 훈제 오리를 넣어 불가마에서 구워낸 단호박 친환경오리(4만 8000원), 친환경 황토가마구이(4만 5000원), 오리훈제구이(4만 3000원)는 모두 3인분 기준으로 나온다. 흙시루 밥상, 보리굴비 정식 등 일반 한정식 메뉴도 판다.# 미역국의 변신, 푸짐한 반찬… 줄 서서 먹는 ‘풍원장’  최근 부산에서 가장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해운대구 마린시티 안에는 줄을 서서 먹는 미역국집이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미역국을 돈 주고 사 먹을 거라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부산에서는 미역국 전문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마린시티내 위치한 ‘풍원장 미역국정찬’은 가자미 미역국의 깊은 맛이 일품이다. 조개미역국 정찬·소고기미역국 정찬(1만 1000원)과 가자미조개미역국 정찬(1만 2000원), 전복조개미역국 정찬(1만 6000원) 등 미역국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한다. 게다가 푸짐한 반찬은 자극적인 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다만 워낙 유명해지다보니 대기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부산 사람보다 여행객들에게 더 인기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음식점에서 바라보는 마린시티의 환상적인 전경은 먹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정희영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고용보험팀장
  •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공명이 일부러 푼 개에게 물린 유비… 주인 책임? 개 책임?

    [삼국지로 풀어 보는 法 이야기] 공명이 일부러 푼 개에게 물린 유비… 주인 책임? 개 책임?

    남만은 질병이 들끓고 기후도 좋지 않은 역병의 나라, 불모의 땅이다. 공명은 남만의 낯선 환경에 고전하는 듯했지만 곧 점령지를 넓혀 나간다. 궁지에 몰린 맹획은 목록왕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목록왕은 큰 코끼리를 탄 채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맹수 1000여 마리를 이끌고 출전한다. 조자룡과 위연까지도 사나운 기세로 달려드는 맹수를 당해내기가 쉽지 않다. 공명은 검은 연기와 불을 내뿜는 나무 짐승을 이용해 맹수를 쫓아내기로 한다. 바야흐로 진짜 맹수와 나무로 만든 가짜 짐승의 전투가 시작되는데…. ※ 원저 : 요코야마 미쓰테루 ※ 참고 : 만화 삼국지 30,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역자 이길진인류는 약 1만년 전부터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여 키워 왔다. 주된 목적은 가축들의 알, 젖, 털, 고기 등을 얻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목록왕은 맹수들을 전쟁에 이용해 촉나라에 많은 사상자를 안긴다. 맹수들 역시 촉나라 병사의 공격으로 죽거나 다친다. 그런데 동물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위험한 일에 동원해도 될까. 촉나라 병사를 다치게 한 맹수에게도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아니면 맹수를 부린 목록왕에게 책임이 있을까. 또 반대로 맹수를 다치게 한 촉나라 병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동물은 약탈과 착취의 대상이었다. 야생동물은 물론 기르던 동물을 마음대로 이용한다고 해도 도덕적인 비난이 가해지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목록왕처럼 야생동물을 잔혹하게 훈련시키거나 굶겨 전쟁과 같은 험하고 위험한 일에 동원하더라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가축은 물론 야생동물까지도 보호하고 배려해야 할 공존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리 법도 이런 시각에서 함부로 동물을 학대하거나 야생동물을 포획, 훼손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다. 동물들을 본래 습성과 신체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해야 하고, 갈증이나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고통, 상해,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롭고,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원칙에 비추어 본다면 목록왕의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목록왕은 동물보호법이나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등에 의해 최대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법은 기본적으로 사람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동물과의 관계에서 일어난 분쟁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사람이 동물을 처벌해 달라고 한다거나 동물을 상대로 손해를 배상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그 동물의 소유자나 관리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보자.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싫은 공명이 사나운 개 한 마리를 기르며 낯선 사람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를 모르는 유비가 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갔다. 처음 두 번은 좋은 말로 거절한 공명이 세 번째는 더이상의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기르던 개를 풀었다. 그러자 개가 유비를 물어 크게 상처를 입혔다. 이 경우 누가 어떤 죄로 처벌을 받을까. 동물은 형사 제재의 대상이 아니다. 형사 책임의 대상은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14세 이상이다. 이처럼 사람도 14세가 되지 않으면 스스로의 의지로 행동하거나 결정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는다. 하물며 동물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사례를 단순화해 보면 공명이 개라는 도구를 이용해 유비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 된다. 즉 공명이 몽둥이라는 도구로 유비를 때려 상처를 입힌 것과 같은 것이다. 따라서 공명이 상해죄나 특수상해죄로 처벌받는다. 공명이 일부러 풀어주지 않았는데 개가 스스로 줄을 끊고 나와 유비를 물었을 수도 있다. 이 경우는 공명이 의도적으로 유비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공명은 자신이 기르던 개를 잘 관리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 따라서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형법 제14조)’, 즉 과실범에 해당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이 경우 다른 사람이 손해를 입었으면 그 손해를 메워 주면 된다. 형사 처벌의 경우는 다르다. 실수로 하는 모든 행위에 처벌의 매를 들 수는 없다. 형법도 과실범의 경우에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명이나 신체의 침해와 같은 매우 중대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것이다. 형법은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과실치상죄(제266조 제1항)로 처벌하고 있다. 다만 고의로 인한 범죄가 아니어서 피해자인 유비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되지 않는다(제266조 제2항). 반대의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유비가 공명이 기르는 개에게 큰 상처를 입힌 경우다. 이 경우는 둘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먼저 유비가 공명이 기르는 개가 계속 짖어대자 화가 나 옆에 있던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개의 다리가 부러진 경우다. 피해 대상이 사람이라면 특수상해죄가 적용된다. 하지만 상대는 개. 아무리 공명의 반려견이고 아무리 소중하다고 하더라도 피해 대상이 사람인 경우와 같이 취급할 수는 없다. 반려견은 법적으론 재물로 평가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유비는 재물손괴죄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형법 제366조)으로 처벌된다. 유비가 마차를 타고 가다가 실수로 공명의 개와 부딪혀 다리를 부러뜨렸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는 유비가 일부러 공명의 개와 부딪힌 것이 아니다. 즉 유비에게 재물손괴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앞서 본 것처럼 형법은 과실범인 경우에는 특별히 처벌 규정을 마련해 놓은 경우에만 처벌한다. 우리 형법은 과실로 인한 재물손괴에 대해서는 처벌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따라서 유비가 형사적으로 처벌되진 않는 것이다. 물론 민사적인 손해배상의 책임을 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의 이름은 애완(愛玩)이었다.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거나 즐긴다는 의미다. 얼마 전부터 그의 이름은 반려(伴侶)가 되었다. 짝이 되는 친구라는 의미다. 이처럼 그는 이제 더이상 일방적인 사랑의 객체가 아니다. 그가 아직 사람과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때로 사람보다 아니 가족보다 더 나은 존재이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함께 세상에 대한 배려를 가르치듯 그에게도 함께 사는 데 필요한 지혜와 배려를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반려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박하영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부장검사)
  • ‘개팔자가 상팔자’ 발톱 손질받는 불독들

    ‘개팔자가 상팔자’ 발톱 손질받는 불독들

    우리나라 속담에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했던가? 비슷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It must be a blessing to live as a dog’도 서양에서 흔하게 쓰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동서양을 불문하고 지금 소개하는 영상 속 ‘주인공’들처럼 ‘어느 특정 부류의 개님들(?)’은 사람보다 처지가 낫다는 것이다.지난 11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은 주인이 직접 발톱 손질을 해 줄 뿐만 아니라 온갖 호강을 맘껏 누리고 있는 한 가정집에서 키우는 불독 5마리를 소개했다. 체코 공화국 다샤(38)와 로스티슬라프 세벨로바(47)은 18마리의 개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중 5마리 불독은 왕족처럼 매우 특별한 관리를 받는다고 한다.영상 속엔 5마리의 불독이 공중에 발을 뻗고 나란히 누워 있다. 여주인 다샤가 한 마리씩 정성 들여 발톱을 깍고 손질해준다. 개들은 이런 최고의 대우에 익숙한 것처럼 보인다. 주인의 보살핌과 사랑에 ‘흠뻑’ 취해 가만히 있는 모습이 재밌다. 개들 또한 주인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인이 발톱을 편히 깎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배려(?)다.이 부부는 ‘소피아 찬’과 ‘사라 안젤라’라는 쌍둥이 딸도 두고 있지만 이 다섯 불독들도 두 딸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고 있다. 물론 ‘불독 분대’(Bulldog Squad)라고 명명한 이 개들에게는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퀴네타(Quinetta), 모니(Moni), 레이디(Lady), 니나 보니타(Nina Bonita)와 니코(Nico) 총 5마리의 불독은 심지어 특별하게 장식된 그들만의 음식 접시와 식탁을 가지고 있다.또한 이 가정은 5마리의 불독 외에도 각각 ‘루치아노’와 ‘잉글리시 마스티브’라고 불리는 ‘나폴리 마스티프’와 ‘그레이시’, ‘코논’이라는 ‘킨타마니’도 있다. 큰 농장을 소유한 부부는 이외에도 부엉이, 앵무새와 말 등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다샤는 “남편도 동물을 너무나 사랑할 뿐 아니라 우리 집은 사랑이 가득하기 때문에 이들이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힘들다”며 절대적인 동물 애호가임을 밝혔다. 사진=Mercury Press & Media 영상=Caters Clip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서울광장] 외눈박이 복지정책/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외눈박이 복지정책/최광숙 논설위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는 이상 사회는 북유럽이었다. 누구나 평등하게 대접받고 어려운 국민들을 국가가 살뜰하게 챙기는 ‘복지 천국’ 북유럽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이라고 보았다.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 문재인 정부도 역대 최고의 복지예산 140조원을 편성해 복지 국가의 페달을 세게 밟고 있다. 정부가 내건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는 스웨덴 복지의 틀을 만든 한손 전 스웨덴 총리의 ‘국가는 국민의 집’이라는 슬로건과 똑 닮았다. 사회민주주의를 사상적 기반으로 한 북유럽의 복지 체계는 ‘성장과 복지’라는 양 날개를 동력으로 삼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엉뚱하게 해석된다. 진보는 복지에 방점을 두고 성장을 외면하는 반면 보수는 성장에 방점을 두고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세운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스웨덴처럼 성장과 복지, 두 수레바퀴로 나라를 운영하려 했다. 2006년 발표된 노무현표 정책 종합판인 ‘비전 2030’이 잘 보여 준다. 노 전 대통령은 “‘비전 2030’은 성장도 하고 복지도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스웨덴의 복지 모델을 따르면서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복지’만 강조하고 ‘성장’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외눈박이 정책을 펴고 있다. 스웨덴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복지 국가를 실현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정부는 스웨덴이 노동자를 위한 ‘분배의 정치’와 함께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해 ‘생산성의 정치’를 추진한 것에는 눈을 돌리고 있다. ‘노동자의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은 기업의 생산성을 중시하는 ‘자본의 천국’이기도 하다. 발렌베리 가문이 160여년간 운영하는 발렌베리그룹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그룹은 스웨덴 대표 기업 19개와 100여개 기업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 이상, 인구의 4.5%를 고용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높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혼내 주는 정도가 아니라 당장 손봐야 할 거대 재벌이다. 기업의 지배 주주들에게 최고 1000대1의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는 나라도 스웨덴이다. ‘1주 1의결권’ 원칙에서 벗어나 지배 주주들에게 1000배의 의결권을 준 것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신경 쓰지 말고 최대의 성과를 내라는 취지에서다. 우리라면 재벌 오너에 대한 특혜라는 비판이 쏟아질 일이다. 그러나 스웨덴 기업이 이렇게 번 돈은 세금과 공익사업으로 사회에 환원돼 복지 재원으로 쓰인다. 북유럽의 기업 기(氣) 살리는 정책과 달리 우리는 과거 불미스러운 행태를 문제삼아 기업을 냉대한다. 기업의 생산활동이 위축되면 그럼 복지비용은 어디서 나오나. 국민과 기업의 세금으로 복지비용을 충당하는 것인데 국민 역시 기업이 잘돼야 일도 하고 세금을 잘 낼 수 있다. 지금 재계에서 노 전 대통령이 그립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기업이 위축돼 있다. 장기적으로 복지위기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도 발목을 잡을 수 있기에 걱정스럽다. 우리가 북유럽 복지에 대해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이들 나라가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가만 있어도 국가가 알아서 먹고살 것을 챙겨 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북유럽 복지의 기본 철학은 국민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북돋우는 데 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혜택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평소 더 많이 일해 더 많이 벌수록 복지 혜택이 더 많다. 소득이 많았던 사람은 아프거나 실직·퇴직했을 때 관련 수당뿐만 아니라 유급 출산휴가 수당, 퇴직 수당 등을 소득이 적은 사람보다 더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비해 복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 앞으로 복지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부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복지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복지’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을 부여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시장 친화적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 분배와 복지를 위해서라도 성장은 필수다. 복지를 분배가 아니라 성장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bori@seoul.co.kr
  • [김민희 기자의 B컷 월드] 소확행

    [김민희 기자의 B컷 월드] 소확행

    대학생 시절 캐나다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갔었다. 그때만 해도 패기가 넘쳐흘렀던지 부모님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비행기 편도 티켓과 200만원을 달랑 들고 갔다. 돈은 2개월 만에 바닥났다. 생존을 위해선 달러를 벌어야 했다. ‘쓰리잡’을 뛰었다. 오전 9시~오후 2시엔 서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오후 4시부터 10시까지 한국 식당에서 서빙을 했다. 1주일에 두세 번은 근처 대학 학보사에서 편집을 도왔다. 문화 체험을 하러 간 학생이라기보다는 생계형 외국인 노동자에 가까운 나날이었다. 몇 달이 지났고, 좀처럼 몸에 붙지 않던 육체노동도 제법 익숙해졌다. 서늘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어느 날의 출근길, ‘정말 행복하다’고 문득 생각했다. 모든 일이 내 뜻대로 굴러가고 있었다. 최저임금이나마 따박따박 돈을 벌었고 내 한 몸 누일 방도 있었다. 오롯이 내 힘으로 내가 꿈꾸던 외국 생활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그때의 강렬한 행복감은 신기하게도 오래오래 잊히지 않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었다. 8일자 한국일보에 실린 ‘2030 비트코인 우울증’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아쉽게 묻힌 ‘B컷’ 국제 기사를 소재로 삼는 이 칼럼의 본래 취지와 살짝 어긋나지만 용서해 주시길). 기사는 가상화폐로 쉽게 큰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2030세대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 남긴 “쥐꼬리만 한 월급 받아 봤자 ‘헬조선’ 탈출하기 어려우니 비트코인에 매달리는 것 아니겠냐”는 댓글을 읽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맞다. 나 같은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인 베이비붐 세대보다 인생이 팍팍하다. 천신만고 끝에 취직을 해도 더디 오르는 월급으론 쑥쑥 치솟는 물가와 집값을 감당할 수 없다. 베이비 부머가 동네 뒷산마냥 가뿐히 정복하던 결혼·출산·내집마련은 밀레니얼 세대에겐 멀고 아득한 에베레스트산 같은 것이 됐다. 이런 판국에 인생을 한 방에 바꿀지도 모르는 가상화폐에 빠져드는 마음은 이해한다. 겁이 나서 이제껏 주식도 못 사본 나도 엉덩이가 들썩인다. 그런데 가상화폐에 뛰어들어 돈을 번다고 해서 그게 행복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100만원을 벌면 1000만원을 번 사람을 따라잡지 못해 안달할 거다. 24시간 돌아가는 장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불안과 초조에 시달릴 거다. 가상화폐의 등락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거기에 내 삶을 걸면 내 인생마저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돼 버린다. 어느 날 아침 캐나다의 길거리에서 내가 얻은 깨달음에 비추어 보면 행복의 조건은 꽤나 단순하다. 내 인생의 주체로 완벽히 기능하는 것이다. 행복의 정도로 따지면 좋아하는 글을 쓰며 밥벌이를 하는 내가 가상화폐로 대박을 터뜨린 사람보다 훨씬 윗길일 거라고 굳게 믿는다. 내가 마음먹은 대로 인생을 온전히 리드하고 있다는 성취감만큼이나 중독성 있는 행복은 없으니까. 한 번 맛들이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는. haru@seoul.co.kr
  • [노주석의 서울살이] 런던, 로마 그리고 서울

    [노주석의 서울살이] 런던, 로마 그리고 서울

    지난 연말 런던과 로마를 다녀왔다. 모스크바보다 추웠다는 서울에 비하면 가을 날씨였다. 브리티시뮤지엄이나 바티칸뮤지엄을 줄 서지 않고 입장하는 건 비수기 여행의 특권이다. 두 곳 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를 귀에 대고 여유작작했다.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성당 프레스코화를 30분이나 느긋하게 감상하는 사치도 누렸다. 사진 촬영을 금하는 성당에 들어와 천장 한 번 올려다보고 빠져나가는 단체 관광객들이 불행해 보였다.근대의 종주도시 런던과 고대도시의 원형 로마를 오가는 일정이었다. 한국전쟁 이후 새로 건설되다시피 한 현대도시 서울과 비교해볼 기회였다. 가능한 한 걸었다. 도시는 걸어야 보이고, 발바닥으로 느껴야 한다는 지론을 입증하고 싶었다. 휴대전화 만보기에 찍힌 ‘37576’을 임계점으로 하루 평균 2만보 이상 강행군했다. 런던은 걷기 좋은 도시였다. 지하철과 버스가 촘촘하게 연결하는 도심은 쾌적했고 활기로 가득했다. 캐리어를 끌고 다니는 여행자 처지에서 보면 무장애 도시에 가까웠다. 로마는 20여년 전 첫 여행 때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어수선하고, 지저분하고, 접근성이 떨어졌다. 자동차가 사람보다 먼저고, 웬만한 도로에는 보행신호등조차 없다. 무장한 대테러 병력과 경찰이 관광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누가 로마를 미워할 수 있으리. 두 곳 중 선택하라면 서슴없이 로마를 꼽을 것이다. 불멸의 역사와 열정의 문화가 지배하는 이 도시가 좋다. 습하고 각진 런던보다 체질에 맞다. ‘칩스앤드 피시’와 맥주에 만족해야 하는 런던과 달리 로마의 길거리에는 젤라토와 돌체, 에스프레소, 피자, 와인이 넘쳐난다. 여행하면 식도락 여행 아닌가. 검은 사각돌 보도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변하지 않는 게 로마의 매력이다. 여행혁명이 진행형이다. 지도를 들고 다니는 여행자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다들 각자의 휴대전화 속 구글맵을 따라다닌다. 통역앱으로 웬만한 소통이 가능하다. 한국말글로 안내하는 구글맵에 현지의 지하철과 버스 시간이 나오니 조작법만 알면 못 찾아 갈 곳이 없다. 그래서인지 로마나 런던에는 기본적인 안내판만 드문드문 있었다. 사람들이 갖고 다니는 여행서적도 세분화, 전문화돼 있었다. 바티칸은 로마와 별개 책자로 다뤄지고 있었고, 국가별 여행서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와중에 런던의 여행 전문서점 돈트북스 진열장에 전시된 한국 책 8권 중 서울 여행 책자는 3권뿐이었다. 걷기 측면에서 서울은 두 도시와 비교하면 어중간하다. 편의성은 갖췄지만 런던의 모던함이나 로마의 클래식함을 따라잡지 못한다. 걷는다는 것은 분위기에 젖는 것인데 도시의 정체성이 분명하지 못한 서울에는 두 도시에서 느껴지는 그런 독특한 분위기가 없다. 게다가 보행을 가로막는 노상 적치물은 최악이다. 가게에서 내놓은 진열대와 물건들이 보도의 절반을 차지한다. 갈 곳을 잃고 도로와 보도를 횡행하는 자전거는 보행 환경을 더 어지럽힌다. 갈수록 늘어나는 안내판은 요령부득이요 시대역행적이다. 불행하게도 현대도시 서울은 근대 산업도시 런던이나 고대 제국도시 로마가 가진 고유한 색깔과 향기를 갖지 못했다. 런던은 새로 만든 테이트 모던과 17세기 세인트폴 대성당이 균형을 이루며 근대와 현대가 어울렸다. 로마도 기원전 62년에 세워진 파브리치오 다리와 기원후 80년에 완공된 콜로세움을 중심으로 2000년의 역사가 살아서 넘실댔다. 서울은 어떤 도시로 정립할 것인가.
  • 문제는 빈곤이 아니라 불평등이야

    문제는 빈곤이 아니라 불평등이야

    부러진 사다리/키스 페인 지음/이영아 옮김/와이즈베리/280쪽/1만 4800원영화 ‘설국열차’의 메이슨(틸다 스윈턴) 총리는 “누구도 신발을 머리 위로 쓰진 않는다. 신발은 그러라고 만든 게 아니니까. 처음부터 자리는 정해져 있어. 나는 앞칸, 당신들은 꼬리칸. 자기 주제를 알고 자기 자리나 지켜!”라며 불평등한 체제를 옹호한다. 극단적인 계급사회를 은유하고 있는 이 영화는 현실과 큰 차이가 없다.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노턴 교수와 캐나다 토론토대 캐서린 드셀스 교수가 2016년 발표한 논문을 봐도 현실이 설국열차의 확장판이라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두 교수는 대형 항공사의 비행 기록 수백만건을 분석했다. 일등석부터 삼등석으로 좌석이 구분된 여객기는 1000회 비행당 기내 난동(욕설·폭행·기물 파손·승무원 지시불응)이 평균 1.58건인 반면 등급 구분 없이 삼등석(이코노미석)만 있는 경우 평균 0.14건에 그쳤다. 특히 기내 난동의 발생률은 이코노미석 승객들이 앞서 탑승한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통과하는 구조에서 두 배 더 높았다. 일등석의 존재는 9.5시간 비행 지연과 같은 위험 효과로 여겨졌다. 비행기는 ‘지위 서열’이 물리적으로 구현된 계급사회의 축소판이다. 항공사들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의도적인 불평등’을 마케팅으로 활용한다. 같은 연구에서 스스로를 우월하게 여기는 심리가 강한 일등석 승객의 경우 난동을 일으킬 확률도 수직 상승했다. 2009년 난동을 피워 기내에서 쫓겨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 부인 이바나 트럼프부터 국내 땅콩회항 사건, 라면 상무, 중견기업 오너 2세 만취 난동 등이 전형적 사례로 꼽힌다.신간 ‘부러진 사다리’는 토마 피케티 등 경제학자들이 주목해 온 경제적 불평등 현상에서 나아가 불평등이 개인의 삶과 생각,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저자 키스 페인은 켄터키주 빈민가 출신으로 노스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교수가 된 ‘개천에서 용 난’ 인물이다. 그는 성장기부터 자신이 경험한 불평등과 차별의 영향을 실험심리학을 통해 규명해 왔다. 특히 이 책을 통해 진짜 문제는 빈곤이 아니며, 불평등이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설득력 있게 펼친다. 그건 저자가 천착해 온 ‘왜 가난하다는 느낌이 실제 가난만큼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상대적 빈곤감만으로도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이다. 주머니 사정이 빡빡할수록 눈앞의 이익을 좇거나 무모한 결정을 하는 성향이 짙다는 건 상식적이다. 더 잃을 게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저 사람보다 가난하다’라는 주관적 느낌조차 무모한 위험을 감수하고 한 치 앞만 내다보는 행동 전략을 취하게 만든다는 건 놀라운 발견이다. 저자의 연구팀은 미국 50개 주 가운데 부와 지위의 차별이 심한 주일수록 구글의 키워드 검색어로 ‘복권’, ‘섹스’, ‘마약’, ‘단기 소액대출’, ‘사후 피임약’, ‘성병 검사’ 등의 특정 검색 건수가 훨씬 많다는 걸 발견했다. 다양한 실증 연구와 통계지표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살인, 폭력, 교육 저하, 유아 사망, 정신질환과 같은 사회문제들이 소득 자체보다는 소득 불평등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불평등은 반대 정당에 대한 적대감 비율을 높이며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인종적 편견을 강화해 사회적 갈등도 부추긴다는 증거도 제시한다. 저자는 “사회적 사다리의 꼭대기와 밑바닥이 서로 멀어질수록 더 분열된다. 이것이 바로 지난 수십년간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말한다. 불평등 구조가 고착된 지역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특권의식이 더 강했고, 같은 지역의 중산층조차 거리낌 없이 비윤리적 행동을 하는 경향도 농후했다. 불평등은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가치관마저 바꾼다. “사람들은 불평등과 빈곤을 자주 혼동하고, 불평등 감소라는 목표를 경제 성장 목표와 혼동한다. 부자가 되고 나면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바보, 멍청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불평등을 조장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자들의 부유함이다. 우리 인간들이 불평등 속에서 번영하기 위해서는 사다리를 개조하는 수밖에 없다. 당신은 사다리의 몇 번째 층에 서 있는가?”(키스 페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최민환과 결혼’ 율희 “이상형? 포용해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

    ‘최민환과 결혼’ 율희 “이상형? 포용해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

    최민환, 율희의 결혼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과거 율희가 언급한 이상형이 재조명되고 있다.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율희는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듬직한 분이 이상형이다. 여리여리한 사람보다는 저를 포용해줄 수 있는 듬직한 분이 좋은 것 같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박해진 씨가 멋있었다. 이상형은 박해진 씨 극 중 캐릭터인 휘경”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4일 FT아일랜드 최민환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붐 율희와의 결혼 소식을 직접 전했다. 지난해 9월 열애를 인정한 최민환과 율희는 올해 안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며, 구체적 일정은 추후 알릴 계획이다. 사진=뉴스1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사설] ‘3만 달러 시대’ 수출 불은 계속 지펴야

    지난 한 해 국내 총수출액이 61년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수출은 5739억 달러로 전년보다 15.8% 늘었다. 하루 평균 수출도 21억 3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세계시장 수출 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3.6%, 수출 순위는 2016년 8위에서 두 단계 상승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괄목할 만한 성과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와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발목을 잡힌 가운데 일궈 낸 성과여서 더욱 값지다. 수출산업이 국내 경제에 기여하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아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수출 증가세를 주도한 반도체·석유화학·디스플레이와 같은 업종은 사람보다는 설비를 많이 활용하는 업종이다.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지 않아 고용 창출과 소득 증대 효과가 크지 않다. 성장의 온기를 실제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수출이 국가 경제를 이끄는 첨병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2018년 경제성장률을 3%로 제시했다. 2017년부터 2년 연속 3%대 경제성장을 이어 가면 2010년(6.5%), 2011년(3.7%) 이후 7년 만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된다. 이런 낙관론을 내놓을 수 있는 근거는 물론 수출이다. 올해는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러시아가 세계 경제성장의 회복세를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통화기금(IMF)은 2018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모두 3.7%로 전망했다. 전년(3.6%)보다 0.1% 포인트 올린 것이다. 글로벌 경기가 좋아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필연적이다. 국내 수출의 순성장 기여도는 2018년에는 1.1%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2017년에는 0.4%에 불과했다. 올해도 한국 경제의 견인차는 단연 수출일 수밖에 없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도 수출에 계속 불을 지펴야 하는 이유다. 관건은 G2(미국·중국)와 반도체로 대변되는 고질적인 ‘수출 쏠림 현상’을 극복하는 일이다. 중국 비중은 1년 전보다 0.3% 포인트 내린 24.8%, 미국 비중은 1.4% 포인트 내린 12.0%였지만 여전히 두 나라 의존도는 40%에 육박한다. 이는 통상압력이 거세지거나 사드와 같은 돌발 변수가 생기면 일순간에 직간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세안·인도 지역과 달리 성장 잠재력이 큰 중동 지역 수출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정부는 중국을 넘어 새로운 수출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신남방정책’의 밑그림을 조속히 구체화하기 바란다.
  • 자전거타고 람보르기니 쫓아가 교통딱지 끊은 경찰관

    우리 돈으로 수억 원을 호가하는 슈퍼카인 람보르기니 우라칸을 자전거로 쫓아가 기어코 교통딱지를 끊은 한 경찰관의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최근 뉴스18 등 해외언론들은 한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경찰관의 단속 모습을 영상과 함께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유튜브 채널인 'comb318'에 올라와 1주일 만에 무려 16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한 화제의 영상은 일본의 한 교차로에 설치된 CCTV에 담겼다. 영상을 보면 한 오렌지색 람보르기니가 도심에서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달리자 이를 한 경찰관이 목격한다. 이에 경찰관은 자신의 자전거를 타고 맹렬한 기세로 람보르기니를 쫓아간다. 사실 속도로는 게임도 되지않는 상대지만 자전거를 탄 경찰관의 의지는 대단했다. 곧바로 람보르기니를 쫓아가 길가에 차량을 세우게 한 후 결국 교통딱지를 발급했기 때문. 해외언론은 "이름모를 경찰관의 의지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대단하다"면서 "슈퍼카를 탄 운전자도 경찰관의 기세에 결국 두 손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하루종일 셀카 찍어 올리는 당신…정신질환인 ‘셀피티스’?

    하루종일 셀카 찍어 올리는 당신…정신질환인 ‘셀피티스’?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된 셀프카메라(이하 셀카). 서구에서는 셀피(selfie)라 부르는 셀카에 대한 강박이 정신질환에 해당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노팅엄트렌트 대학과 인도 티아가라자르 경영대학원 공동연구팀은 셀카 강박이 정신질환의 조건이 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노팅엄트렌트 대학 마크 그리핀스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20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실제로 셀카 강박은 정신질환에 해당되며 이를 개인별로 그 정도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셀피티스 행동 등급'(Selfitis Behavior Scale)을 만들어냈다. 이번 연구는 셀카와 관련된 2014년 언론보도와 맞물려있다. 당시 해외언론과 이를 인용한 국내언론들은 미국정신의학회(APA)가 셀카를 많이 찍어 올리는 것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이처럼 셀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 혹은 그 증상을 '셀피티스'(Selfitis)라 정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 직후 직후 이는 곧바로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미정신의학회 차원에서 셀피티스 현상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것이 아니라 한 구성원의 개인적 주장에 불과했음이 확인됐다. 미정신의학회는 셀피티스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한 적은 없었음이 확인됐다. 이 가짜뉴스를 계기로 셀피티스에 대해 과학적 검증과 분석에 들어간 그리핀스 교수는 "궁극적으로 정신질환의 일종인 셀피티스는 셀카 촬영 횟수에 따라 경계, 심각, 만성 등 3단계로 구분된다"면서 "만성 단계에 이르면 하루종일 셀카를 촬영하며 이를 통제할 수 없고 하루 6차례 이상 SNS에 포스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피티스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관심을 갈구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사진을 지속적으로 SNS에 올리면서 자신이 한 그룹의 일원이고 사회적 지위를 자랑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발표한 '셀피티스 행동 등급'을 정리해봤다.  * 점수등급 0-33점: 셀피티스 경계(Borderline) 34-67점: 셀피티스 심각(Acute) 68-100 :셀피티스 만성(Chronic)      * 각 질문은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까지 5점 척도. 1. 셀카는 내 주위 환경을 잘 즐길 수 있어 기분을 좋게 해준다(Taking selfies gives me a good feeling to better enjoy my environment)   2. 셀카를 찍어 공유하는 것은 친구·동료와 건강한 경쟁을 만든다(Sharing my selfies creates healthy competition with my friends and colleagues)   3. SNS에 내 셀카를 공유해 많은 관심을 받는다(I gain enormous attention by sharing my selfies on social media) 4. 셀카 찍기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I am able to reduce my stress level by taking selfies)   5. 셀카 찍을 때 자신감을 느낀다(I feel confident when I take a selfie) 6. 셀카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때 또래집단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는다(I gain more acceptance among my peer group when I take selfies and share them on social media) 7. 셀카를 통해 내 환경 속의 내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다(I am able to express myself more in my environment through selfies) 8. 다른 셀카 포즈는 내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Taking different selfie poses helps increase my social status)   9. 소셜미디어에 내 셀카를 올릴 때 더 인기가 있음을 느낀다(I feel more popular when I post my selfies on social media)     10. 셀카를 더 많이 찍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행복함을 느낀다(Taking more selfies improves my mood and makes me feel happy) 11. 셀카를 찍을 때 내 자신이 더 긍정적이 된다(I become more positive about myself when I take selfies) 12. 셀카 포스팅을 통해 내 또래 집단의 강한 멤버가 된다(I become a strong member of my peer group through selfie postings) 13. 셀카 촬영은 행사와 경험에 대한 더 좋은 기억을 준다(Taking selfies provides better memories about the occasion and the experience)     14. '좋아요'와 댓글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자주 셀카를 올린다(I post frequent selfies to get more ‘likes’ and comments on social media)   15. 셀카를 올리면 친구들이 나를 평가할 것이라 기대한다(By posting selfies, I expect my friends to appraise me) 16. 셀카 촬영은 곧바로 내 기분을 바꾼다(Taking selfies instantly modifies my mood) 17.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셀카를 찍고 남몰래 본다(I take more selfies and look at them privately to increase my confidence)   18. 셀카를 찍지 않을 때 또래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낀다(When I don’t take selfies, I feel detached from my peer group) 19. 미래의 추억을 위한 트로피로 셀카를 찍는다(I take selfies as trophies for future memories) 20. 내 셀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좋아보이기 위해 사진 편집도구를 사용한다(I use photo editing tools to enhance my selfie to look better than others)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하루 종일 셀카 찍는 당신…혹시 정신질환인 ‘셀피티스’?

    하루 종일 셀카 찍는 당신…혹시 정신질환인 ‘셀피티스’?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확산으로 이제는 생활의 일부가 된 셀프카메라(이하 셀카). 서구에서는 셀피(selfie)라 부르는 셀카에 대한 강박이 정신질환에 해당된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국 노팅엄트렌트 대학과 인도 티아가라자르 경영대학원 공동연구팀은 셀카 강박이 정신질환의 조건이 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노팅엄트렌트 대학 마크 그리핀스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20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실제로 셀카 강박은 정신질환에 해당되며 이를 개인별로 그 정도를 측정해 볼 수 있는 '셀피티스 행동 등급'(Selfitis Behavior Scale)을 만들어냈다. 이번 연구는 셀카와 관련된 2014년 언론보도와 맞물려있다. 당시 해외언론과 이를 인용한 국내언론들은 미국정신의학회(APA)가 셀카를 많이 찍어 올리는 것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규정하고, 이처럼 셀카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 혹은 그 증상을 '셀피티스'(Selfitis)라 정의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보도 직후 직후 이는 곧바로 '가짜뉴스'로 밝혀졌다. 미정신의학회 차원에서 셀피티스 현상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것이 아니라 한 구성원의 개인적 주장에 불과했음이 확인됐다. 미정신의학회는 셀피티스를 정신질환으로 분류한 적은 없었음이 확인됐다. 이 가짜뉴스를 계기로 셀피티스에 대해 과학적 검증과 분석에 들어간 그리핀스 교수는 "궁극적으로 정신질환의 일종인 셀피티스는 셀카 촬영 횟수에 따라 경계, 심각, 만성 등 3단계로 구분된다"면서 "만성 단계에 이르면 하루종일 셀카를 촬영하며 이를 통제할 수 없고 하루 6차례 이상 SNS에 포스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셀피티스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관심을 갈구하고 자신감이 부족하며 사진을 지속적으로 SNS에 올리면서 자신이 한 그룹의 일원이고 사회적 지위를 자랑하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발표한 '셀피티스 행동 등급'을 정리해봤다.  * 점수등급 0-33점: 셀피티스 경계(Borderline) 34-67점: 셀피티스 심각(Acute) 68-100 :셀피티스 만성(Chronic)      * 각 질문은 '매우 그렇다'부터 '전혀 그렇지 않다'까지 5점 척도. 1. 셀카는 내 주위 환경을 잘 즐길 수 있어 기분을 좋게 해준다(Taking selfies gives me a good feeling to better enjoy my environment)   2. 셀카를 찍어 공유하는 것은 친구·동료와 건강한 경쟁을 만든다(Sharing my selfies creates healthy competition with my friends and colleagues)   3. SNS에 내 셀카를 공유해 많은 관심을 받는다(I gain enormous attention by sharing my selfies on social media) 4. 셀카 찍기로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I am able to reduce my stress level by taking selfies)   5. 셀카 찍을 때 자신감을 느낀다(I feel confident when I take a selfie) 6. 셀카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때 또래집단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는다(I gain more acceptance among my peer group when I take selfies and share them on social media) 7. 셀카를 통해 내 환경 속의 내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다(I am able to express myself more in my environment through selfies) 8. 다른 셀카 포즈는 내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Taking different selfie poses helps increase my social status)   9. 소셜미디어에 내 셀카를 올릴 때 더 인기가 있음을 느낀다(I feel more popular when I post my selfies on social media)     10. 셀카를 더 많이 찍으면 기분도 좋아지고 행복함을 느낀다(Taking more selfies improves my mood and makes me feel happy) 11. 셀카를 찍을 때 내 자신이 더 긍정적이 된다(I become more positive about myself when I take selfies) 12. 셀카 포스팅을 통해 내 또래 집단의 강한 멤버가 된다(I become a strong member of my peer group through selfie postings) 13. 셀카 촬영은 행사와 경험에 대한 더 좋은 기억을 준다(Taking selfies provides better memories about the occasion and the experience)     14. '좋아요'와 댓글을 더 많이 얻기 위해 자주 셀카를 올린다(I post frequent selfies to get more ‘likes’ and comments on social media)   15. 셀카를 올리면 친구들이 나를 평가할 것이라 기대한다(By posting selfies, I expect my friends to appraise me) 16. 셀카 촬영은 곧바로 내 기분을 바꾼다(Taking selfies instantly modifies my mood) 17. 자신감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셀카를 찍고 남몰래 본다(I take more selfies and look at them privately to increase my confidence)   18. 셀카를 찍지 않을 때 또래 집단에서 소외감을 느낀다(When I don’t take selfies, I feel detached from my peer group) 19. 미래의 추억을 위한 트로피로 셀카를 찍는다(I take selfies as trophies for future memories) 20. 내 셀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좋아보이기 위해 사진 편집도구를 사용한다(I use photo editing tools to enhance my selfie to look better than others)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역사를 바꾼 ‘중세 람보’들의 특수전

    역사를 바꾼 ‘중세 람보’들의 특수전

    대담한 작전/유발 하라리 지음/김승욱 옮김/프시케의숲/440쪽/1만 8000원 최소 인원의 정예부대, 때로는 혼자서 적의 공간에 침투한 뒤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요원의 이야기는 오늘날 할리우드 영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재 중 하나다. 게임과 영화 등에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특수작전은 중세시대에도 있었을까.‘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의 저자로 유명한 유발 하라리가 2007년 전공을 살려 중세의 특수작전을 분석한 ‘대담한 작전’이 국내에 뒤늦게 출간됐다. 1098년 십자군 전쟁의 안티오키아 함락부터 1123년 예루살렘 왕국의 보두앵 왕 구하기 작전, 1192년 티레에서 벌어진 콘라트 왕 암살, 1350년 뇌물이 동원된 잉글랜드 칼레의 습격, 1407~1483년 발루아 부르고뉴의 흥망, 1536년 프랑스와 카를 합스부르크 대치 속에서 중요한 식량 기지였던 ‘오리올의 방앗간’ 습격 작전 등 중세에 있었던 6가지 특수작전과 역사적 배경을 상세히 소개한다. 특수작전은 짧은 시간에 적은 자원을 투입해 전략적, 정치적으로 최대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전투작전이다. 저자는 특수작전을 들여다보면 그 시대 전쟁의 목적과 수단을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의 특수작전을 연구하면 그 당시 전쟁에서 사람들이 바라던 일과 실제로 해낼 수 있었던 일의 한계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세는 승리라는 현실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뇌물, 배신, 암살, 납치 등을 가리지 않는 비정한 특수작전과 기사도에 입각한 공정한 싸움이라는 가치가 부딪치던 시기였다. 저자는 그럼에도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도 전쟁에서 기사도 정신이 살아 있었음에 주목한다. 18세기 이후 전쟁을 정당화하는 수많은 논리가 나왔지만, 납치와 암살이 여전히 군사적 금기로 남아 있는 것은 이를 허용할 경우 되레 그 문화와 조직도 망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였다. 저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 한복판에 이 글을 썼다고 전한다. 그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서로의 상징을 파괴하고 지도자를 암살, 납치하려는 시도는 멈추지 않고 있다. “기사도의 ‘공정한 경기’ 규칙을 단순한 환상으로 치부해 버리고, 전쟁에서는 승리를 위해 어떤 수단이든 쓸 수 있다고 믿고 싶은 사람이라면 표적 사살과 정치적 암살에 부과된 제한과 그런 행위를 둘러싼 현재의 논란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다시 읽힌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손석희, 국민청원 글 올린 유시민에 “부럽기는 하다” 왜

    손석희, 국민청원 글 올린 유시민에 “부럽기는 하다” 왜

    손석희 앵커가 청와대 국민 청원에 글을 올린 유시민 작가를 언급했다.12일 JTBC ‘뉴스룸’의 코너 ‘비하인드 뉴스’에서는 유시민 작가가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국민 청원글을 소개했다. 유시민 작가는 ‘초등교실을 활용한 공공보육 시설물 확충’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저출산으로 인해 늘어나는 초등학교 여유 공간 일부를 공공 보육 시설로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손석희 앵커는 유 작가가 자신을 소개한 글의 초반부를 언급했다. 유 작가는 청원글 초반에 “저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며 이름은 유시민입니다. 최근에는 부업 삼아 방송 일도 조금 합니다”라고 썼다. 손 앵커는 “오늘 새삼 알게 된 것은 유시민 작가의 방송은 부업이라는 사실이다”라며 “그런데 전업으로 하는 사람보다 부업을 더 잘하시니까 부럽기는 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박성태 기자는 “물리적 시간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배·양파 염기 분석 ‘자원주권’ 확보… 담배서 백신 추출

    배·양파 염기 분석 ‘자원주권’ 확보… 담배서 백신 추출

    다양한 동식물의 유전 정보를 읽어내 우수한 품종으로 바꾸거나 인간에게 유익한 백신을 뽑아내려는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농업 분야가 새로운 전략 산업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10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동식물의 유전체를 해독하기 위한 ‘포스트게놈 다부처유전체사업’이 반환점을 맞이했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농진청과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청이 참여하고 있다. 앞서 2000년 6월 미국 주도의 인간 유전체(게놈) 초안이 공개된 이후 각국 정부는 다양한 생물체의 유전체 해독에 나섰다. 우리 정부도 경쟁 대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조남준 농진청 연구운영과장은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면 우수 또는 불량 형질의 유전자를 구분할 수 있게 돼 우수 형질만 뽑아 새로운 품종을 육성할 수 있다”면서 “특히 고유 품종에 대한 유전체 해독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면 신품종을 개발할 때 로열티(사용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자원 주권 확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연구”라고 강조했다. 유전체 연구는 암호 같은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읽어 각 유전자의 종류와 위치, 개수, 기능 등을 알아내는 게 핵심이다. 농진청은 지난 4년여 동안 고유 농생물 17종 가운데 16종의 유전체를 100% 가깝게 해독했다. 들깨·고구마·메밀 등 식량작물, 배·국화·양파 등 원예작물, 도라지·결명자·잎새버섯 등 특약용작물, 왕지네 등 곤충, 제주말·오골계·진돗개 등 가축 등이다.연구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품종은 배다. 배의 염기 5억 3500만쌍(사람은 30억쌍) 중 99.1%를 해독 완료했다. 기존 서양 배의 게놈 연구 완성도는 95% 수준이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배를 씹을 때 까끌거리는 알갱이 느낌을 주는 석세포가 동양 배에 많은 이유도 밝혀냈다. 신품종 개발에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파의 유전체 규모는 사람보다 5.3배 많다. 염기가 무려 160억쌍에 이른다. 농진청은 양파 유전자 가운데 3만 5505개를 발굴했다. 이 가운데 9%인 3223개는 그동안 기능이 확인되지 않은 미지의 유전자다. 농진청은 양파 유전체 해독이 완성되면 노화 억제, 암·고혈압 예방 등 기능성 유전자에 대한 국제 지적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으로부터 90% 이상 수입하는 양파 종자의 자급률 향상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양파 육종 역사만 100년이 넘는 일본을 역전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식물에서 추출하는 백신도 차세대 바이오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광견병, 구제역 등 전염병 예방 백신성분(단백질)이 더 많이 발현되도록 식물 유전자를 재조합한 뒤 이를 추출해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다. 병원균 감염 우려가 적고 배양이 쉬워 경제적인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일본은 딸기에서 개의 치주 질환 치료제인 ‘인터페론’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간 300㎏의 백신용 딸기가 식물공장에서 재배되고 있다. 미국도 담배에서 효능이 우수한 에볼라 치료제 ‘지맵’을 개발했다. 우리나라도 2015년 담배에서 돼지열병 백신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농생명 분야의 최신 트렌드인 ‘작물표현체’ 연구에도 뛰어들었다. 이는 작물의 형태적 특징을 영상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하는 기술이다. 지난 10월 국내 처음으로 작물표현체 연구동이 만들어졌다. 1000여 개체의 식물 표현형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영상분석온실과 360여 개체를 동시에 정밀 측정하는 환경조절실 등을 갖췄다. 한정헌 농진청 유전자공학과장은 “개체의 표현 형질과 유전 특성을 알면 원하는 형질만 뽑아내는 정밀 육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최순실 형량에 쏠린 눈…‘공범’ 박근혜 운명 가늠자

    최순실 형량에 쏠린 눈…‘공범’ 박근혜 운명 가늠자

    ‘국정농단 핵심’ 중형 구형할 듯 뇌물수수 인정 땐 최고 무기징역 새달 초 선고…지연 가능성도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인 최순실(61)씨에 대한 재판이 이번주 마무리된다. 지난해 11월 20일 최씨가 재판에 넘겨진 지 1년여 만으로, 국정농단의 핵심 주범으로 꼽히는 최씨에 대해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주목된다. 최씨에 대한 판단은 곧 ‘공범’인 박 전 대통령에게 직결되는 만큼 구형과 선고에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세윤)는 오는 14일 최씨와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을 진행한다. 이날 검찰의 구형과 피고인 측의 최후 진술이 나온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민간인인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의 친분과 영향력을 이용해 국정 농단을 일으킨 핵심인물로 보고 중형을 구형할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과 공모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총 774억원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이중 삼성이 두 재단에 낸 204억원과 롯데와 SK에서 각각 70억원, 89억원을 추가로 받아내려 한 부분이 뇌물로 꼽힌다. 결심에 앞서 13일 뇌물 혐의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공방이 이어진다. 신 회장은 당초 재단 출연 강요의 피해자로 여겨졌지만, 검찰 조사 결과 롯데가 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한 70억원이 면세점 신규 특허 등 부정한 청탁에 따른 대가로 판단돼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K스포츠재단은 검찰 압수수색 직전 롯데에 70억원을 돌려줬다. 최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에게 정유라 승마 지원금 77억 9735만원을 포함해 213억원을 받기로 약속했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을 받아낸 혐의도 있다. 이 부회장 등의 1심에서 이 부분이 유죄로 인정된 것은 최씨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양형 기준으로 봤을 때 뇌물을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에 대한 처벌이 더 무겁다. 뇌물 공여는 1억원 이상의 뇌물을 줬을 때 기본 징역 2년 6개월~3년 6개월, 가중처벌 시 징역 3~5년이 최고 형량이다. 반면 뇌물 수수는 5억원 이상을 받았을 때 기본 형량이 징역 9~12년이다. 가중처벌 시엔 징역 11년 이상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질 수 있다. 최씨는 또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 등과 공모해 측근인 이상화 전 독일 KEB하나은행 지점장을 글로벌영업2본부장으로 임명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미얀마 K-town 프로젝트’와 관련, 사적 이익을 챙긴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도 받는다. 안 전 수석은 이 밖에 ‘비선 진료’ 의혹으로 기소된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부부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가 추가됐다. 보통 결심공판 이후 2~3주 안에 선고가 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다음달 초 최씨에 대한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혐의에 따라 심리할 내용이 많아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손성진 칼럼] ‘홍위병’과 검찰의 독립

    [손성진 칼럼] ‘홍위병’과 검찰의 독립

    처음으로 검찰을 ‘홍위병’이라고 한 사람은 박지원씨였다. 20여 년 전 옛 국민회의 박 대변인은 검사직에서 물러나 당시 신한국당에 갓 입당한 홍준표 변호사를 향해 “정권 표적 사정의 홍위병 역할에 충실했던 인물”이라고 한 것이다. 정권이 바뀐 2001년 9월 홍준표 의원이 속한 당시 한나라당은 검찰을 정권의 홍위병이라 비난했고 대검은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한 적이 있다. 검찰 창설 60주년 된 날이었던 2008년 10월 31일 당시 민주당은 “시대는 정권의 홍위병으로서의 검찰이 아닌 국민의 편에서 정의를 수호하는 검찰의 모습을 원한다”고 논평했다.반복되는 역사와 정권의 교체 속에서 검찰은 ‘홍위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7년 12월 지금도 적폐 수사의 중임을 걸머진 검찰은 수사의 당위성을 떠나 또 홍위병 소리를 듣고 있다. 대중이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면 검찰은 그저 바람 부는 대로 드러누웠다. 대권 주자마다 ‘정치 검찰’을 비난하고 정권마다 ‘검찰 독립’을 외쳤지만 검찰은 정치를 떠나 홀로 서지 못했다. 아무리 정치 검찰을 비난하고 검찰 독립을 외쳐도 어느 정권이나 뜻하는 바를 관철하는 수단은 결국 검찰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찰 자신도 정권의 뜻을 따랐거나 스스로 앞장섰다. 상황이 이러니 검찰의 독립은 아득하기만 하다. 검찰이 홍위병이란 비난에 소송을 청구한다면 소송을 당한 쪽에서 보여줄 증거가 훨씬 많다. 이제 와서 ‘BBK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나서지 말고 사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노력을 제대로 했다면 검찰로서도 중요한 반박 자료 하나는 확보했을 텐데 말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적폐 수사를 연말까지 끝내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야말로 검찰 스스로 정권의 하명수사,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음을 자인한 것이다. 병이 있는 곳에 수술이 있고 범죄가 있는 곳에 수사가 있다. 큰 병이 있는데 의사가 수술을 중단하겠다고 하면 사람 살리기를 포기하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범죄가 있는데 검사가 수사를 그만두겠다는 것은 나라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지도 않다면 집도의가 너무 큰 칼을 들고 설친 것을 인정한 꼴이다. 검찰총장이 수사지휘권을 갖고 있지만 집도의의 의견도 물어보지 않고 병원장이 수술 중단을 선언하는 것도 의료계에서는 없는 일이다. 검찰의 독립과 신뢰 회복이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검찰 자체가 큰 권력이지만 검찰의 권력지향적, 출세지향적 성향 때문이다. 큰 권력일수록 더 큰 권력 앞에 굴종하는 것은 역사가 말해준다. 두 번째는 수사의 전근대성이다. 가혹행위만 사라졌을 뿐 낡은 수사방식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짜맞추기’, ‘으름장’, ‘별건 수사’, ‘사생활 침해’ 등의 나쁜 수사 관행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검찰은 불신받을 수밖에 없으며 독립이 아니라 견제를 받아야 마땅하다. 적폐를 보복으로 보는 것은 야당의 생각일 뿐이다. 많은 국민은 적어도 적폐 수사에서만큼은 검찰 편이다. 그런데도 적폐를 근절하겠다면서 ‘시한부 수사’를 선언하는 것은 의지 부족의 천명 아니겠는가. 적폐 수사의 반발을 불식하는 길은 시간제한이 아니라 수사의 당위성을 높일 밀도 있는 수사와 정도를 지키는 수사다. 설익은 수사로 섣부르게 영장을 신청해서 기각당하고 새벽녘에 잠옷 바람으로 있는 집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바둑으로 치면 아마추어 5급도 못 된다. 환부가 깊다면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말끔히 도려내야 한다. 진단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무리한 수사로 적폐의 상처를 덮어버리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라. 하명, 보복, 과잉, 나아가 정말로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는지 검찰 스스로 판단해 보고 맞는다면 수사를 중단하는 게 맞다. 87명이나 되는 검사가 밤낮 없이 적폐를 캐고도 ‘정의의 흑기사’ 같은 찬사는 못 들을지언정 다음에 또 홍위병 따위의 소리를 들어서야 되겠는가. sonsj@seoul.co.kr
  • ‘만능통장’ ISA 다시 찬밥 신세 되나

    ‘만능통장’ ISA 다시 찬밥 신세 되나

    투자 여력 적은 서민·농어민만 비과세 한도 400만원으로 확대일반형은 현행 200만원 유지…금융권 “인기 부활 쉽지 않을 것”‘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이 정부 안보다 크게 줄어든 채 국회를 통과했다. 강화된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인기를 만회할 것이라는 금융권 기대가 어그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3월 출시된 ISA는 하나의 통장에 예금·펀드·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꺼번에 담아 운용하는 종합계좌다. 금융당국은 영국이나 일본처럼 ISA를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키우겠다며 야심 차게 도입했다. 출시 10주 만에 가입자가 2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몰이를 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속히 분위기가 식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는 올 들어 10월까지 가입자가 오히려 22만 8701명 줄었다. 계좌를 튼 사람보다 해지한 사람이 많았다. 올해 가입금액도 지난해(3조 4116억원)의 5분의1 수준인 7085억원에 그쳤다. 수익률이 증시 호황과 함께 큰 폭으로 개선됐지만, 한번 시든 인기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세제 혜택이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지난 8월 발표된 세법개정안에는 비과세 한도를 ▲일반형 200만원→300만원 ▲서민형 250만원→500만원 ▲농어민형 200만원→500만원으로 확대하는 안이 담겼다. 하지만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폭 ‘칼질’됐다. 서민형과 농어민형 비과세 한도는 정부 안보다 100만원씩 줄어든 400만원으로 결정됐고, 일반형은 아예 확대 대상에서 제외됐다. ISA 투자의 또 다른 걸림돌인 중도인출 금지는 정부 안대로 허용된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금융권은 이 정도 혜택 확대로는 ISA 인기 부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농어민형은 가입절차가 복잡해 20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서민형 가입자는 전체의 66.5%인 143만명에 달하지만, 투자 여력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민형의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164만원으로 일반형(241만원)의 3분의2 수준이다. 나석진 금투협 WM서비스본부장은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중도인출 허용과 해외주식형펀드 비과세 종료에 따른 ISA 수요 증가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해에 상황을 지켜본 뒤 추가로 개선할 부분이 있다면 정부에 다시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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