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라틴
    2026-05-2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197
  • [길섶에서] 헤어질 결심/박현갑 논설위원

    [길섶에서] 헤어질 결심/박현갑 논설위원

    안 보던 책과 낡은 다이어리 등 책상 위 물건을 정리 중이다. 모두 참고할 요량으로 쌓아 둔 것들이다. 물건 속 손글씨 등 일상의 흔적과도 헤어지려니 아쉽기도 하다. 정리는 기억과의 이별이다. 그래서 쉽지 않다. 시간따라 기억도 새로 채우는 게 맞다며 애써 위로해 본다.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몽블랑이라는 말에 50대 이상은 만년설이 쌓인 알프스산을, 30대는 만년필을, 20대는 하얀 눈가루를 뿌린 케이크를 먼저 떠올린다고 한다. 백설공주나 인어공주 등 서양의 고전동화 속 주인공은 대부분 백인이다. 요즘은 흑인이나 라틴계 주인공들도 넘쳐난다. 원작가에겐 왜곡이겠으나 다문화 사회 흐름에 맞춘 설정이라니 관념은 변하는 게다. 이성 간 애정표현 방식이나 부모 자식 간 사랑 등은 어떨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변하지 않을 게다. 그런데 남성, 여성이 아닌 제3의 성이 나오고, 인공지능 모델이 주목받는 시대다. 애써 지켜 온 규범과 삶의 양식도 언젠가는 바뀔 수 있다 생각하니 씁쓸해진다.
  • [자치광장] 서울을 이끄는 첨단 관문도시 금천으로/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

    [자치광장] 서울을 이끄는 첨단 관문도시 금천으로/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

    ‘살 만한’ 도시를 넘어서 ‘사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도시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어메니티’(Amenity) 개념이 주목받고 있다. 어메니티는 사랑 또는 쾌적함을 뜻하는 라틴어 ‘아마레’(Amare)에서 유래돼 ‘쾌적하고 매력적인 환경’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도시 어메니티는 도시의 역사를 보존함으로써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환경을 보전해 주민에게 쾌적한 삶의 터전을 제공한다. 나아가 도시의 생활자원과 다양성을 발전시켜 여러 계층의 인구 유입을 가능하게 해 준다. 어메니티의 관점에서 금천은 주민들의 쾌적한 일상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지역개발을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금천구는 1970~80년대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시흥지구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형성된 도시이다. 30여년간 저층 주거지의 노후화가 가속화되고 동서 간 불균형 발전으로 주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금천구가 더이상 서울의 변방이 아닌 서남권 관문도시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 인프라 개선을 통한 동서 간 균형발전이다. 2025년 개통을 앞두고 있는 신안산선 구축사업은 순항 중이다. 아울러 9500여개 기업체와 약 10만명의 종사자가 근무하는 G밸리의 관문인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증축과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출입구 신설 등은 금천의 생활 자원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전망이다. 그러나 동서 간 도로 개설, 금천구와 광명시를 연결하는 경전철 난곡선 연장, 그리고 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사업 등은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이다. 경전철 난곡선의 금천구청역 연장사업은 금천의 동과 서를 잇는 획기적인 교통인프라 사업으로 주민들의 대중교통 편의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인천과 경기 시흥·광명시, 서울 관악·금천구를 잇는 인천지하철 2호선 연장사업은 금천을 철도혁명 도시로 변모시킬 것이다. 철도 건설 사업은 큰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돼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다. 백년대계의 마음으로 빈틈없이 진행해 서울을 이끄는 첨단 관문도시 금천이라는 타이틀을 얻도록 추진할 것이다. 어메니티의 다양한 해석 중 ‘있어야 할 것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라는 표현이 있다. 금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늦게 지정된 자치구로 그만큼 개발도 늦어져 교통·교육·문화 등의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러나 금천만의 장점은 타 자치구에 비해 지역사회 응집력이 매우 높은 공동체라는 점이다. 주민자치와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금천에 마땅히 있어야 할 교통 인프라가 보다 확충돼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로 부상할 수 있도록 도시 어메니티를 개선하겠다.
  • [우주를 보다] 지구 위에 나풀거리는 오로라…우주정거장서 포착

    [우주를 보다] 지구 위에 나풀거리는 오로라…우주정거장서 포착

    우주에서만 볼 수 있는 지구를 둘러싼 아름다운 오로라의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됐다. 지난 17일(현지시간)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임무 수행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 로버트 하인스가 환상적인 오로라의 모습을 촬영해 트위터를 통해 공개했다.물들인 것은 '천상의 커튼'으로도 불리는 오로라다. 지구의 일부 극지방 하늘 위로 펼쳐지는 오로라가 지구 궤도 위에 있는 ISS에서 목격된 것. 하인스는 "오늘 정말 화려한 오로라가 펼쳐졌다. 이같은 멋진 광경을 일으킨 태양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날 유럽우주국(ESA) 소속으로 ISS에 머물고 있는 이탈리아 여성 우주비행사 사만다 크리스토포레티도 지구의 오로라를 촬영해 트위터에 남겼다. 크리스토포레티는 '보름달이 떠있는 밤에 행성 표면의 특징을 볼 수 있다.큐폴라에서의 관측은 아래위가 뒤집혔다(upside down)'고 적었다. 큐폴라는 지난 2010년 2월 ISS에 설치된 관측용 모듈로 최고의 ‘명당자리’로 꼽힌다. 우주비행사들은 큐폴라에 있는 7개의 커다란 창을 통해 지구와 우주를 관측한다.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토포레티는 지난 10일 인도양 남부 지역 위에서 이 오로라 사진을 촬영했다. 이처럼 우주에서도 관측이 가능한 오로라는 태양표면 폭발로 우주공간으로부터 날아온 전기 입자가 지구자기(地球磁氣) 변화에 의해 고도 100∼500㎞ 상공에서 대기 중 산소분자와 충돌해서 생기는 방전현상이다. 오로라는 ‘새벽’이라는 뜻의 라틴어 ‘아우로라’에서 유래했다. 오로라는 북반구와 남반구 고위도 지방에서 주로 목격돼 극광(極光)이라 불리며 목성, 토성 등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 [포착] “다자간 연애” 동성 커플과 ‘한침대’ 쓴 반려견, 원숭이두창 전염

    [포착] “다자간 연애” 동성 커플과 ‘한침대’ 쓴 반려견, 원숭이두창 전염

    프랑스에서 주인과 한 침대를 쓴 반려견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반려동물이 보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에 따르면 파리에 사는 44세, 27세 프랑스인 동성 연인은 지난 6월 광범위한 궤양과 발진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원숭이두창 확진 판정을 받았다. 우선 항레트로바이러스(ARV·에이즈 치료제) 처방으로 활동이 억제, 바이러스가 탐지되지 않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앓고 있는 44세 라틴계 남성에게선 얼굴과 귀, 다리 부분에 수포성 발진과 함께 항문성 궤양이 잇따라 나타났다. HIV 음성인 27세 백인 남성의 경우엔 등과 허벅지에 비슷한 발진이 생겼다. 두 사람 모두 피로감과 두통, 발열이 있은지 4일 만에 증상이 발생했다.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한 사람은 피부와 인두 검체에서, 다른 한 사람은 인두 및 항문 검체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그리고 2주 뒤, 연인의 반려견에게서도 복부 농포와 항문 궤양 등 비슷한 병변이 확인됐다. 원숭이두창이었다. 파리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 의료팀은 차세대 염기서열분석(NGS, Next-Generation Sequencing) 기법으로 반려견과 44세 라틴계 남성의 DNA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양쪽 검체 모두 hMPXV-1 계열 바이러스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바이러스는 올해 4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했으며, 2022년 8월 4일 현재까지 프랑스에서만 1700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또 반려견과 주인 한 명을 감염시킨 이중가닥 DNA 바이러스는 19.6kb(킬로베이스페어·1kb=DNA 염기 1000개)에서 100% 염기서열 상동성을 보였다. 주인의 바이러스가 개에게 옮겨 갔다는 의미였다.한 집에 살며 '폴리아모리' 즉 비독점적 다자간 연애를 추구한 동성 연인은 서로 다른 상대와 성관계를 가지고 6일 후부터 원숭이두창 증상을 보였다. 4년령 '이탈리안 그레이하운드' 종인 반려견은 그 전부터 한 침대에서 데리고 잤다. 주인 커플의 피부 병변이 닿거나 스치면서 반려견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주인 커플은 자신들이 원숭이두창 증상을 보인 이후 반려견이 다른 사람 혹은 반려동물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였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원숭이두차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었다. 피티에살페트리에르 병원 의료팀은 랜싯 보고서에서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양성 개체와 반려동물을 격리시킬 필요성에 대한 논쟁이 촉발될 것"이라며 "우리는 반려동물을 통한 2차 감염에 대한 추가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 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 16일 개막…“18·19세기보다 현재를 이야기”

    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 16일 개막…“18·19세기보다 현재를 이야기”

    “현재 선보이고 있는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이 18·19세기 음악에 치중돼 있는데, 이제 현재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클래식 음악을 21세기 시각에서 재조명하는 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이 오는 16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열린다. 세계적인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2017년부터 선보인 클래식 축제로 ‘힉엣눙크’는 라틴어로 ‘여기’(Hic)와 ‘지금’(Nunc)을 뜻한다. 총감독을 맡은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은 8일 온라인 화상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 클래식 공연에선 독일 출신 거장 브람스, 바흐, 베토벤을 의미하는 ‘3B’가 유행했지만, 이제 현재의 관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라며 “현재를 이야기하고, 세계 무대에서 중요한 음악가로 알려졌지만, 한국에는 아직 소개가 안 된 연주자들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축제엔 러시아 출신 작곡가이자 지휘자, 피아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레라 아우어바흐가 처음으로 내한한다. 뉴욕 필하모닉,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그의 작품을 연주해왔고, 워싱턴포스트가 뽑은 ‘20세기 이후 뛰어난 여성 작곡가’ 리스트에 진은숙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린 작곡가다. 그는 다음 달 4일 공연에서 자신의 곡 ‘슬픔의 성모에 관한 대화’를 지휘하고, 피아니스트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제20번을 들려준다. 강 감독은 “레라 아우어바흐는 강렬하고 감정을 자극하는 작품을 쓴다”며 “지금 세계 음악 무대에서 다양성이 굉장히 중요한 가치다. 그 일환으로 여성 작곡가들의 곡을 소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6일 서울 용산구 일신홀에서 열리는 개막 공연에서는 비올리스트 이화윤이 아우어바흐의 ‘아케이넘’(신비)을 연주한다. 이날 공연은 아우어바흐 외에도 진은숙, 레베카 클라크, 이신우 등 여성 작곡가의 곡으로만 구성된다.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피아니스트 임주회 독주회에서는 아우어바흐의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가 무대에 오른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임주희는 “여성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는 게 처음이라 의미가 크다”면서 “‘메멘토 모리’는 이탈리아어로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저는 이 주제에서 현실을 돌아보라는 의미를 발견했다. 우리를 지탱하게 해주는 건 어두운 그림자가 아니라 어둠을 뚫고 나가는 한줄기 빛이고, 이번 공연에서 청중들과 그런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축제의 하이라이트인 갈라쇼는 31일에 열린다. 뉴욕 필하모닉 악장 프랭크 황, 그래미상 노미네이션에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퀸트, 그래미상을 받은 첼리스트 사라 산암브로지오가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무대에 선다. 필립 퀸트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 사라 산암브로지오가 4인의 퍼커셔니스트와 탄둔의 ‘엘레지: 5월의 눈’, 프랭크 황이 차이콥스키의 ‘세레나데’를 들려준다.
  • 지식인도 시민운동도 ‘팬덤’에 굴복… 그 막강한 영향력, 이젠 따져보자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지식인도 시민운동도 ‘팬덤’에 굴복… 그 막강한 영향력, 이젠 따져보자 [박상훈의 호모 폴리티쿠스]

    모두가 “정치가 문제”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라는 것인지 통찰력 있는 진단과 처방은 좀처럼 듣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정치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믿는 정치학자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이 정치혐오에 기대거나 소수 팬덤을 동원하려는 얕은 유혹을 넘어선 정치의 본뜻을 고찰합니다. 3주마다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1. 정치학 개념 중에는 현실에서 먼저 만들어져 사용되다가 뒤늦게 이론화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게 ‘민주주의’다. 처음 이 말은 ‘데모스’로 불리는 일반 시민들도 ‘크라토스’, 즉 통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견해를 비난하고 조롱하려는 사람들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옳고 그름을 교육받지 않은 이들이 공익을 어떻게 판별해서 통치를 할 수 있단 말인가. 민주주의? 그건 일종의 광신자들의 잘못된 신념에 불과하다.’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말이 민주주의였다. 민주주의가 군주정이나 귀족정과 구분되는 정치체제의 한 유형을 뜻하는 개념으로 발전한 것은 한참 지나서였다. 이마누엘 칸트 말마따나 “이성이 자신에게 필요한 힘을 획득하기 전까지” 그전에 없던 새로운 생각이나 주장들이 광신으로 비난받곤 했는데, 민주주의야말로 그런 사례가 아닐까 싶다. 2. 포퓰리즘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이 말은 19세기 말 미국과 러시아에서 등장했다. 당시 미국에서 포퓰리즘은 산업화에 밀려나기 시작한 농민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일종의 정치적 대중운동이었다. 철도의 확장이 몰고 온 변화 속에서 유대인들이 지배하던 은행 대출에 자신의 토지가 결박당한 자영농민들의 박탈감을 반영했다. 그들 대부분은 유럽에서 이주해 온 백인들이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포퓰리즘에는 농본주의와 인종주의 거기다 반유대주의까지 복잡하게 섞여 있었다. 러시아 포퓰리즘은 로마노프 왕조 시대 농민들이 겪는 곤경을 안타깝게 생각한 도시 인텔리겐치아의 문화운동에서 출발했다. 일부는 황제 암살 같은 방식으로 농민들이 가졌던 원한을 해결하려 했고, 일부는 러시아 농촌의 전통을 찬미하는 문예운동으로 나아갔다. 마르크스주의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전까지 러시아 포퓰리즘의 영향력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포퓰리즘이 농촌에서 산업 도시로 이주해 온 하층 도시민들의 광범한 정치운동으로 나타난 것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였다. 라틴아메리카가 그 중심이었다. 이 시기 포퓰리즘은 사회주의 내지 공산주의 운동과 나란히 발전했는데, 이 두 이념 운동보다 하층민의 정서에 잘 부응하면서 큰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 포퓰리즘은 초기엔 기득권과 엘리트, 제국주의에 모두 반대하는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정치지도자에 대한 추종 현상이 포퓰리즘의 지배적인 형태가 되었다. 그 뒤에도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확산과 더불어 세계 도처에서 다채로운 특징을 갖고 등장하고 사라지기를 반복한 것이 포퓰리즘이다. 특히나 특정한 이념적 지향과 상관없이 좌우를 넘나들며 대중적 불만을 정치쟁점화하는 데 성공한 경우라면 언제든 위세를 떨쳤던 정치운동이 포퓰리즘이다. 3. 처음부터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민주주의가 만들어 내는 대중적 현상의 하나로서 팬덤 정치를 좀더 깊고 넓은 맥락에서 생각해 보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민주주의를 꽤나 합리적인 개념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그건 사실과 다르다. 인간이 만든 모든 정치체제가 그러하지만 민주주의는 특히나 더 인간의 나약한 정념과 불합리한 기대를 동반한다. 대중이라는 이름으로 꽤 규모 있는 요구가 표출될 때는 더더욱 일관성 없는 무정형성이 두드러진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역동적이게도 하고 또 어렵게도 만든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가치 있게 운영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우리 생각대로만 되지는 않는다. 그러니 뜻대로 안 된다고 화를 내거나 실망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인간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그 장점과 단점을 균형 있게 다뤄 가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만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선용하는 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지금 논란이 되는 팬덤 정치 역시 찬반의 소모적 논란에 맡겨 두지 말고 가능한 한 우리 민주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포착하고 또 개선해 가기 위해 의미 있는 정치 용어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광적인 사람이라는 뜻의 ‘패나틱’(fanatic)에서 유래한 팬덤은 우리말로 광신과 열광에 가까운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의미일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이성(reason)과 대비되는 의미의 열정·정념(passion)의 존재를 이해하는 방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계몽주의와 같은 합리주의 관점에서 보면 팬덤은 긍정적으로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성 비판적인 사유의 계보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주장을 발전시킬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팬덤 정치는 포퓰리즘과 유사한 면을 갖는다. 한쪽에서는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보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민주주의를 급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토론 가능한 주제로 따져 보려면, 논의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개념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유형론은 물론 인과론, 나아가 규범적 평가를 위한 기준을 발전시킬 수 있다. 팬덤 정치는 기존 정당정치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팬덤 정치는 전통적인 정당정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팬덤 정치가와 정당 정치가, 팬덤 지지자와 정당 지지자는 어떻게 다른가? 국민경선·권리당원·여론조사 등 정당의 결정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들은 팬덤 정치 확산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팬덤 정치가 진영 양극화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 역시 팬덤 정치에 대한 개념화 없이는 제대로 따지기 쉽지 않다. 4. 팬덤 정치란 정당의 공식적 가치나 이념보다는 정치 엘리트 개인의 ‘개성적 힘’에 의존하는 대중 정치를 가리킨다. 팬덤 정치가의 관점에서 팬덤 정치는 ‘자신만의 사인화(私人化)된 권위자원’의 빠른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지지 동원정치다. 정치가가 더 많은 지지를 추구하고 자신에게 권위자원을 집중시키고 싶어 하는 것은 대중 정치에 부수되는 ‘귀여운 비용(費用)’이다. 안철수 현상 같은 사례에서 보듯 그리 공격적이지 않은 양상으로 나타날 때는 특정 인물을 통해 변화의 욕구를 표현하는 사회현상 내지는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아도 주목을 받다 사라지는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정치 현상일 때도 많다. 그러나 팬덤 정치는 다르다. 그 핵심은 기존의 정당 규범이나 정치 규범을 무시하거나 우회, 혹은 때로 공격하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대중으로부터의 지지를 추구하고 이를 통해 정치를 좀더 격렬하고 열정적으로 만든다는 데 있다. 팬덤 정치가는 정당 정치가 기득권과 특권 집단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정당 정치의 아웃사이더로 여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서는 당도, 권력도 장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당을 바꾸고 지배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는 동료 정치인과의 공존과 협력을 통해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팬덤을 이용해 기존 정치를 제압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팬덤 정치를 개별 정치인의 개성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더 중요한 특징은 제도화된 정치과정 밖에서 정치과정 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지지자들의 ‘정형화되지 않은 방식의 집합적 열정’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팬덤 정치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운동이다. 운동으로서의 팬덤은 제도화를 거부하는 대중적 열정에 그 본질이 있다. 제도화는 정념과 열정을 배제한 이성적 기획을 뜻한다. 팬덤은 그럴 수 없다. 팬덤은 계속 열정을 동원해야 하고 계속 움직여야 한다. 팬덤 지지자들은 정치를 평화로운 조정보다는 적대적 싸움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한다. 종북, 친일, 적폐 세력과 싸우는 건 소명이나 다름없다. 팬덤 정치가의 존재도, 정당의 공식적 가치나 이념도 그것에 복무할 때만 가치를 갖는다. 정형성이나 안정성은 팬덤의 본질과 충돌한다. 새로운 운동성을 끊임없이 보충해야 팬덤은 지속가능하다. 팬덤 정치는 가변적이고 유동적이다. 심지어 길지 않은 주기로 수혜자와 피해자가 교차할 때도 있다. 한때 팬덤 정치의 수혜자였다가 지금은 ‘친명’ 팬덤의 공격을 받게 된 ‘친문’ 팬덤이 대표적인 예다. 그런 가변성, 운동성, 비전형성 때문에 팬덤 정치는 관점에 따라서는 민주주의를 혁신하는 대중적 에너지로 이해되기도 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유사 포퓰리즘처럼 보이기도 한다. 5. 팬덤 지지자들이 적극적 시민성을 이상으로 삼는다는 건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은 정치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당의 문화나 전통, 규범,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정치 과정과 절차를 신뢰하고 기다려 주지 않는다. 그 긴 과정의 끝에서 최종적 결정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에 일상적으로 관여하고자 하고, 정치를 변화시키고 싶어 한다. 다만 그것이 연대와 협력, 공익에 대한 의무와 책임감보다는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자들을 제압하고자 하는 열정으로 움직인다는 차이는 있다. 그들은 정치, 정당, 의회, 언론, 지식인을 신뢰하지 않고 정치가를 믿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자유주의적 시민성은 물론 공화주의적 시민성의 이상과도 거리가 먼 특별한 시민이다. 때로는 혁명적이고 때로는 반동적이다. 격렬한 선의는 있으나 자신의 선의가 불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돈과 표와 열정을 가진 팬덤 시민들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야심을 가진 정치인일수록 자신도 힘을 키워 가다 보면 언젠가 팬덤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놓을 수가 없다. 언론이나 시민운동, 지식사회 역시 팬덤 시민들의 영향력에 굴복한 지 오래다. 강렬한 정견을 가진 팬덤 시민들의 요구에 맞게 두 개의 큰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사나운 얼굴을 하고 공격을 주고받는 일에 이들도 익숙하다. 싫든 좋든 팬덤 정치는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가 가진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시대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것이 어떤 변화를 몰고 올 것인지 본격적으로 따져 볼 때다. 정치발전소 학교장
  • 로마제국 역병 그리고 흑사병… 이타주의가 흥망성쇠 갈랐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로마제국 역병 그리고 흑사병… 이타주의가 흥망성쇠 갈랐다 [차용구의 비아 히스토리아]

    경계를 넘나드는 역사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차용구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가 국내외 이슈를 역사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진단하는 ‘비아 히스토리아’(via historia)의 연재를 시작합니다. 라틴어로 via는 ‘길’과 ‘여행’, historia는 ‘역사’를 뜻합니다. 따라서 비아 히스토리아는 역사가 걸어온 길, 즉 ‘역사의 길’을 의미합니다. 3주마다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누스는 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철학자로서 어떻게 해야 훌륭한 통치자가 될지 성찰하는 ‘명상록’을 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철인황제(哲人皇帝)도 후대에 그의 이름을 따서 ‘안토니누스 역병’으로 불린 감염병으로 재임 기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로마제국은 ‘팍스 로마나’, 즉 평화와 번영의 시기를 구가했지만 서기 165년부터 20여 년간 계속된 질병으로 서서히 위기에 빠져들었다. 천연두로 알려진 이 감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인구의 20~30%가 사망하자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로마제국은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국력도 약해졌다. ● 인류와 공존해 온 감염병 로마제국은 3세기 중반에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번지면서 다시금 큰 혼란을 겪었다. 도로에 버려진 시신이 먼지처럼 취급될 정도로 전염병 앞에서 감염된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방치됐다. 부모가 자식을 버리고 자식이 늙은 부모를 방치하면서 거리에서는 감염자가 굶어 죽었고 감염된 시신 또한 넘쳐났다. 무엇보다 나라도 살아야겠다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위가 거의 당연하게 여겨졌다. 가급적 ‘빨리 그리고 멀리 도망가서 되도록 늦게 돌아오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었던 시절에 도망치지도 못하고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대다수에게 감염병은 가혹한 형벌과 같았다. 하지만 감염병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동시대 로마인들의 이기적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교회를 이끄는 지도자인 주교 키프리아누스는 신자들에게 병에 걸린 이웃들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돌보라고 권했다. 부유한 신자들은 기금을 출연하고 가난한 자들은 봉사를 하도록 했다. 공동체에 대한 신자들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면서 신자와 비신자 구분 없이 모든 취약 계층을 도와주고 치료하도록 고무했다. 심지어 그리스도교를 박해하고 살해했던 사람들도 도와주었다.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는 계명을 준수하며 모든 인간에 대해 인자(仁慈)를 실천한 것이다. 키프리아누스는 감염된 자들을 돌보는 것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훈련이라고 신자들에게 강조하면서 “악을 선으로 이기고, 관용을 베풀고, 원수를 사랑하고, 핍박하는 자의 구원을 위해 기도하라”고 가르쳤다. 위기 상황일수록 지도자의 통치철학과 리더십이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순교를 갈구하면서 환자에게 음식물을 주고 그들을 보살폈다. 그러다가 감염되기도 했지만 이를 자발적 순교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돌보는 자들이라는 ‘파라볼라노이’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이러한 끊임없는 자선과 선행은 가난한 자와 부자 사이에 공동체적 연대를 불러왔다. 교회의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빈민 구호 활동은 박해받던 종교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결국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자기희생 정신이 자기중심적인 로마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 것이다. 질병 치료에 앞장서서 살신성인의 순교정신을 실천한 그리스도인들의 이타적 행동은 재난 상황에서 더 많은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켰다.‘안토니누스 역병’과 ‘키프리아누스 역병’이 발병하던 시기에 그리스도교 신자의 수가 4만명에서 600만명으로 급증했다. 교회 규모가 150배 늘어난 것이다. 로마제국 인구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전염병이 유행하던 때 희생양을 찾으려고 그리스도교 신자들을 박해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비약적인 성장이다. 교회 지도자들의 솔선수범,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 비신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고민, 이를 신학적으로 뒷받침하는 교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던 이러한 성공 사례는 코로나19로 절망에 빠진 우리 국가와 사회 조직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필사즉생(必死卽生), 즉 대의를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으면 오히려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유럽을 강타한 최악의 재앙 흑사병 14세기 중반 유럽 사회에는 흑사병이라는 뜻밖의 전염병이 널리 유행했다. 불과 6년 만에 인구의 3분의1에서 2분의1 정도가 사망한 엄청난 재앙이었다. 격리를 뜻하는 영어 ‘쿼런틴’(quarantine)은 ‘40일’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quaranta giorni’에서 유래했다. 이는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 때 항구로 들어오는 배의 선원들을 지정 장소에서 40일 동안 격리한 데서 비롯했다. 도시 간 왕래와 모임 금지, 공중위생과 환경 개선 조치를 취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시신을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구덩이를 깊게 파고 매장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부유한 자들은 비축한 음식물로 격리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인근 교외로 피신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은 생계를 위해 거주지 인근에 머물러야 했기에 전염병에 집중적으로 희생됐다. 결국 흑사병은 생활 환경이 열악한 ‘방역 사각지대’인 빈민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매일 출근하지 않고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일용직 노동자, 택배·배달 노동자,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콜센터 노동자 등에게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부터 불가능에 가까웠던 것과 같다. 고위 성직자들은 근무지를 무단으로 벗어나 교구 외곽의 안전한 곳에 머물렀다. 지도층은 자기희생이라는 결단을 내리지 않았을뿐더러 위기를 극복할 지혜도 부족했고 장기적인 안목도 갖추지 못했다. 무능한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불안한 시민들은 허위 정보, 음모론에 의존하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언행을 일삼았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은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타 사람들을 죽이려 한다는 거짓 소문을 퍼뜨렸고, 평소 유대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이를 빌미로 유대인을 잔인하게 학살했다. 유대인이 많이 거주하던 오늘날 중부 유럽 지역에서만 1348년에서 1351년 사이에 400여 개가 넘는 도시와 마을에서 유대인이 죽임을 당했다. 1923년 일본의 관동대지진 당시에도 ‘조선인이 일본인들이 마시는 우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그 소문을 믿은 일본인들이 수많은 조선인을 학살했던 뼈아픈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전염병이 발생하면 거짓 소문, 정치 프로파간다, 부정확한 정보가 반복적으로 떠돌아다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하지만 공동체 내부의 긴장과 불만을 해소한다는 명목으로 힘없는 약자에게 행하는 차별과 폭력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문제의 원인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흑사병을 신이 인간의 죄를 징벌하는 것이라고 보아 진정한 참회를 해야 한다며 스스로 몸에 채찍질을 하는 채찍질 고행단이 등장했다. 비과학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웃을 대신해 모든 것을 내 탓(mea culpa)으로 돌리는 자발적 고행은 많은 사람에게 감명을 주었다. 고통 분담을 외면하지 않고 솔선수범해 사회적 책임을 온몸으로 떠맡았기 때문이다. 감염병 때문에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살을 파고드는 채찍 소리에서 잠시나마 위안을 얻었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사회 지도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몸담은 조직의 무능함과 모순을 드러내고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하는 요인이 됐다. 흑사병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교회의 영향력은 약해지고 위신도 크게 떨어졌다.●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특정 종교 단체의 사례이지만, 고대의 역병과 중세의 흑사병이 불러온 위기에 대응했던 서로 다른 양상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위기 상황에서 사회의 흥망성쇠는 지도자의 올바른 상황 인식 능력에 달렸다. 둘째, 지도부는 문제의 근원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의사결정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셋째, 위기를 이겨 내려면 신뢰를 얻어야 한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따를 때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다.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가짜뉴스를 만들거나 약자를 혐오하고 차별하는 사회는 국제적 신뢰를 잃을 것이다. 초대 교회의 그리스도교인들이 자신들을 핍박했던 원수에게조차 자비를 베풀었기에 감염병이 돌 때마다 개종자 수가 늘었음을 기억하자. 위기 상황에서 진정성이 신뢰라는 자본을 쌓은 덕분이다.마지막으로, 이타주의는 감염병 위기를 헤쳐 나가는 주요 대처 방안이다. 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자크 아탈리도 “타인의 불행은 내게 재앙이 된다”고 했다.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아탈리는 이타주의를 앞세운 국가와 국민만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역사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해야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중앙대 교수·작가
  • [길섶에서] 조선의 장인/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조선의 장인/문소영 논설위원

    소설이나 가요에 ‘이름 모를 새’라든지 ‘이름 없는 잡초’라느니 하는 표현이 한때 많았다. 감정에 몰입할 때는 모호해야 낭만적으로 보였던 것일까. 그러나 사실은 그 소설가나 작사가가 알려 하지 않았을 뿐 시골 사람들은 의외로 이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라틴어 학명은 모른다 쳐도 그 지역에서 흔히 부르는 이름들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비슷한 표현으로 ‘이름 모를 장인’이 있다. 조선 왕실 도자기조차 이름 없는 도공이 제작했다고 했다. 장인을 우대하지 않아 조선 후기 상공업의 발달이 저해됐다는 해석들도 있다. 중국에선 송나라 때부터, 유럽에선 15세기 무렵부터 장인들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과 비교됐다. 서울시의 공예박물관 전시에서 신선한 경험을 했다. 소현세자부터 구한말 순종까지 왕실의 혼례 기록에서 조선 장인 이름이 무려 8000여명 나왔단다. 관심이 적어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지 새·풀·나무는 물론 이름 없는 장인이란 애초에 없는 게 아닐까.
  • [포토] 보라빛 향기

    [포토] 보라빛 향기

    관광객들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크림반도 남동부 백히사라이스키 지역 투르게네프카 마을에 있는 투르게네프스카야 농업기업의 라벤더 밭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라벤더는 꿀풀과 라벤더속의 상록 관목으로 허브를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이다. 원산지는 카보베르데나 카나리아 제도 등의 대서양 연안이며, 어원은 ‘씻다’라는 뜻의 라틴어 ‘Lavare’에서 유래했다. 라틴어로는 Lavandula(라반둘라)라고 한다.
  • 바이든 여사 “여러분은 타코처럼 각별” 말했다가 혼쭐 왜?

    바이든 여사 “여러분은 타코처럼 각별” 말했다가 혼쭐 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라틴계 유권자의 표심을 호소하는 연설을 하다 멕시코인을 그들의 대표 음식인 ‘타코’에 비유해 뭇매를 맞고 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바이든 여사는 11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라틴계 시민단체 ‘유니도스(Unidos) US’ 연례회의에 초청돼 이 단체를 30년간 이끈 라틴계 출신 라울 이자귀레 전 민주당 의원에게 덕담을 건네는 동시에 라틴계 공동체가 특별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녀는 “이 공동체의 다양성은 (뉴욕) 브롱크스의 보데가스(bodegas) 만큼 구분되고, 마이애미의 벚꽃처럼 아름답고, 이곳 샌안토니오의 아침용 타코만큼 각별하다(unique). 이것이 여러분의 힘”이라고 연설했다. 편의점 이름을 원고와 달리 “보게다스(bogedas)”라고 잘못 발음하기도 했다. 샌안토니오는 인구의 65%가량이 히스패닉 및 라틴계로, 그 중에서도 멕시코계 미국인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바이든 여사의 발언은 라틴계를 칭송하기 위해 사용한 비유법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보수 진영과 히스패닉계는 ‘편견에 입각한 발언’이라는 취지의 비난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공화당 소속 앤디 빅스(애리조나주) 의원은 트위터에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민주당에서 잇달아 ‘이탈’하는 이유를 알겠다”고 꼬집었다. 히스패닉계 언론인협회(NAHJ)는 성명을 내고 “라틴계의 유산은 수많은 디아스포라와 문화, 음식 전통으로 구성됐다”며 “고정관념으로 격하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바이든 여사와 그의 연설 집필자들이 “우리 공동체의 다양성에 대해 더 제대로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타코가 아니다”고도 했다. 모든 히스패닉이 멕시코 사람은 아니라는 취지다. 바이든 여사는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델라노의 농장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발음도 되지 않는 스페인어 표현 “S?e puede(그래 할 수 있어)”를 썼다가 욕깨나 들었다. 최근 퀸니피악(Quinnipiac) 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표를 던졌던 히스패닉 인구의 26%만 바이든 대통령의 임무 수행을 지지해 일년 전의 55%에서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2020년 대선 때 전화에 에스파냐어 팝송 채널인 데스파시토(Despacito)를 틀어놓아 히스패닉 표심을 붙잡으려다가 놀림을 당했다. BBC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타코 사진’을 게시한 일화를 함께 언급했다. 그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16년 히스패닉 표심을 겨냥해 트위터에 타코를 먹는 사진을 올리곤 “난 히스패닉을 사랑해요”라고 적었다가 정치권 안팎의 비난을 자초했다.
  •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에 모이쉐 마나 회장 위촉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에 모이쉐 마나 회장 위촉

    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에 모이쉐 마나 회장 위촉2030부산세계박람회 홍보대사에 모이쉐 마나 회장 위촉

    부산시는 미국 마나(MANA) 그룹의 모이쉐 마나 회장을 2030부산세계박람회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10일 밝혔다. 위촉식은 임권 마나코리아 대표이사 등 마나그룹 관계자, 부산시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9일 열렸다.  마나 그룹은 운송, 물류, 보관, 예술, 패션, 엔터테인먼트, 도심재생, 부동산 개발·운용 등 분야에서 100여 개 사를 거느린 미국 민간 그룹이다. 미국 마이애미에 기반을 두고 중남미 지역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마이애미는 중남미로 가는 관문 도시로, 마이애미를 거치는 라틴아메리카 교역액은 720억 달러 규모다.  모이쉐 마나 회장은 국제박림회기구(BIE) 남미 회원국을 대상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 시는 마나 그룹과 엑스포와 관계된 콘퍼런스를 열고, 부산 기업과 남미 기업 간의 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마나 그룹과 협력으로 중남미 지역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엑스포 유치 홍보에 박차를 가하고, 향후 아시아-라틴 글로벌 허브인 마이애미와 부산을 위해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며 “대한민국과 남부권 발전의 기폭제가 되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전 국민이 하나 된 마음으로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 큰일 날뻔, 카를로스 산타나 디트로이트 근처 공연 도중 졸도

    큰일 날뻔, 카를로스 산타나 디트로이트 근처 공연 도중 졸도

    미국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카를로스 산타나(74)가 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근처 클락슨 공연 도중 무대에서 졸도했다. 의료진이 처치한 뒤 병원 응급실로 옮겨져 각별한 예찰을 받고 있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멕시코에 태어난 이 기타 거장은 나중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연주에 빠져 “먹는 것도 물 마시는 것도 잊어 결국 탈수 현상이 왔고 정신을 잃었다”고 적었다. 매니저 마이클 브리오니스는 그의 몸상태가 괜찮다고 전하면서도 다음날 펜실베이니아주 버겟츠타운에서 계획된 공연은 다른 날로 미뤄야겠다고 덧붙였다. 당시를 담은 동영상을 보면 클락슨의 파인 놉 음악극장 무대에 선 그는 일순간 힘이 빠진 듯 쓰러졌다. 그는 바퀴가 달린 들것에 실려 떠나면서도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10차례나 그래미상을 수상한 산타나의 대변인은 그가 “고열로 기력이 쇠했고 탈수증”을 겪었다고 했다. 그의 밴드 산타나는 북미 대륙을 순회하며 미러큘러스 슈퍼내추럴 공연을 펼치는 중이었다. 물론 록 음악과 라틴아메리카 재즈를 버무린 그들의 전성기는 1960년대와 1970년대였다. 대표곡은 ‘블랙 매직 우먼’, ‘더게임 오브 러브’, ‘오에 노 코모 바’. 오늘날 산타나는 역대 기타리스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인물로 여겨지는데 독창적인 스타일을 오래도록 밀어붙인 지속성 덕분이라고 방송은 강조했다. 프린스는 지미 헨드릭스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며 “산타나가 훨씬 예쁘게 연주했다”고 짚었다. 1998년 로큰롤명예의전당에 입회했다. 2015년 음악잡지 롤링스톤은 역대 기타리스트 100인 가운데 그를 20위에 매겼다. 지난 2월 산타나와 밴드의 다른 멤버들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여러 차례 공연을 취소한 일이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산타나 본인이 예정에 없던 심장 처치를 받느라 라스베이거스 공연을 취소한 일이 있었다.
  • 극캉스! 여행이 연극을 만났을 때

    극캉스! 여행이 연극을 만났을 때

    중남미 관광 콘서트로 풀어출연진들의 찰떡 호흡 일품출연 배우 따라 내용도 변주“난 지금 걷고 있다. 전화도 돈도 애완동물도 없이, 담배도… (중략) 나는 떠나오기 전에 돈을 태워 버렸다. 돈은 사람을 너무 신중하게 만든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CJ아지트 대학로 연극 ‘클럽 라틴’ 연습 현장. 기타를 멘 채 무대에 선 배우 김다흰이 나직이 대사를 읊조렸다. 이어 그는 기타를 연주하며 선율에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냈다. 이번 연극에서 그는 로커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문필’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라틴아메리카의 황량한 자연 속에서 이름을 버리고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다. 김다흰은 김광석의 ‘나의 노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 등을 연주하며 노래를 이어 갔다. 곁에 선 배우 임승범과 박동욱은 각각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젬베와 키보드를 연주했다. 곡에 따라 박동욱은 에그셰이커에서 다시 탬버린으로, 임승범은 드럼으로 악기를 바꿔 가며 흥을 돋웠다. 세 사람에게는 말이 필요 없어 보였다. 눈빛만으로 연주의 강약을 조절하며 환상의 호흡을 뽐냈다. 이들은 ‘플레이위드’라는 창작 집단을 통해 2010년부터 ‘여행연극’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박선희 연출가를 비롯해 배우들이 함께 여행한 후 그곳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여행지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극을 만든다. 인도를 다녀온 뒤 ‘인디아 블로그’라는 연극을 만들고 독일을 다녀와서 ‘클럽 베를린’을 무대에 올리는 식이다. 박 연출가는 “연극도 해야겠고 여행도 좋아하는데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두 가지를 같이 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에 여행연극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여행할 때는 연극을 생각하지 않는다. 돌아온 뒤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작품의 메시지를 끄집어낸다. 이번엔 라틴아메리카다. ‘클럽 라틴’은 스탠드업 코미디로 영상과 여행의 기록을 따라가며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낸다. 2016년 다녀온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여행이 연극의 뼈대가 됐다. 김다흰과 더불어 드라마 ‘미생’에서 까칠한 하 대리 역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 전석호가 더블 캐스팅됐다. 보통 더블 캐스팅인 경우 배우만 바뀌고 극의 내용은 똑같지만 ‘클럽 라틴’은 그 날 출연 배우에 따라 극의 내용도 달라진다. 이런 차별화된 매력 덕일까. 이들은 CJ문화재단의 뮤지컬 창작자 및 창작단체 지원사업 ‘스테이지업’에 2년 연속 선정됐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아직 여행을 꺼리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대체재로 ‘극캉스’를 선물할 수 있는 공연”이라며 “독특한 형식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까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
  • “저희와 ‘극캉스’ 함께 떠나실래요?”

    “저희와 ‘극캉스’ 함께 떠나실래요?”

    “난 지금 걷고 있다. 전화도, 돈도, 애완동물도 없이, 담배도… (중략) 나는 떠나오기 전에 돈을 태워버렸다. 돈은 사람을 너무 신중하게 만든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CJ아지트 대학로 연극 ‘클럽 라틴’ 연습 현장. 기타를 멘 채 무대에 선 배우 김다흰이 나직이 대사를 읊조렸다. 이어 그는 기타를 연주하며 선율에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냈다. 이번 연극에서 그는 로커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문필’이라는 인물을 연기한다. 라틴아메리카의 황량한 자연 속에서 이름을 버리고 꿈을 찾아가는 여정을 콘서트 형식으로 풀어낸다.잠시 숨을 고른 김다흰은 김광석의 ‘나의 노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절룩거리네’ 등을 연주하며 열창했다. 곁에 선 배우 임승범과 박동욱은 각각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 젬베와 키보드를 연주했다. 곡에 따라 박동욱은 에그셰이커에서 다시 탬버린으로, 임승범은 드럼으로 악기를 바꿔가며 흥을 돋웠다. 세 사람은 눈빛만으로 연주의 강약을 조절하며 환상의 호흡을 뽐냈다. 이들은 ‘플레이위드’라는 창작 집단을 통해 2010년부터 ‘여행연극’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박선희 연출가를 비롯해 배우들이 함께 여행한 후 그곳에서 겪은 에피소드, 여행지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연극을 만든다. 인도를 다녀온 뒤 ‘인디아 블로그’라는 연극을 만들고 독일을 다녀온 뒤 ‘클럽 베를린’을 무대에 올리는 식이다. 박 연출은 “연극도 해야겠고 여행도 좋아하는데 하나를 선택하기보다 ‘두 개를 같이 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에서 여행연극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여행할 때는 연극을 생각하지 않는다. 돌아온 뒤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작품의 메시지를 끄집어낸다.이번엔 라틴 아메리카다. ‘클럽 라틴’은 스탠드업 코미디로 영상과 여행의 기록을 따라가며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는 여행자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2016년 다녀온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여행이 연극의 뼈대가 됐다. 김다흰과 더불어 드라마 ‘미생’에서 까칠한 하대리 역으로 대중에게 각인된 배우 전석호가 더블 캐스팅 됐다. 보통 더블 캐스팅인 경우 배우만 바뀌고 극의 내용은 똑같지만, ‘클럽 라틴’은 그날 출연 배우에 따라서 극의 내용도 달라진다. 이런 차별화된 매력 덕분일까. 이들은 CJ문화재단의 뮤지컬 창작자 및 창작단체 지원사업 ‘스테이지업’에 2년 연속 선정됐다. CJ문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여행을 아직 꺼리는 사람들에게 여행의 대체제 ‘극캉스’를 선물할 수 있는 공연”이라며 “독특한 형식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까지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점.
  • 도밍고와의 듀엣 꿈만 같던 무대 … 9월 첫 단독 투어 꿈꿔 왔던 무대

    “그리웠던 무대에 다시 서니 맥박이 빨리 뛰고 떨렸지만 정말 행복했어요.” ‘트바로티’ 김호중이 사회복무요원으로 1년 9개월간의 병역 의무를 마치고 팬들 곁에 돌아왔다. 지난달 28일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 친구들의 안전을 담당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저를 진심으로 아껴 주는 분들을 위해 노래할 분명한 이유도 생겼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성악가 출신으로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모델인 그는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성악과 트로트를 오가는 풍부한 가창력을 뽐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막강한 중장년층 팬덤을 자랑하는 그는 ‘군백기’에도 오히려 팬카페 회원이 늘어나는 등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했다. ●“대가 도밍고, 천천히 가라 조언” “어머니 팬분들이 서로 입소문 내며 많이 소개해 주신 것 같아요. 저는 노래밖에 한 게 없는데 제 음악으로 외로움을 덜고 팬분들이 모여 좋은 일도 많이 하는 등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때 참 뿌듯하죠.” 그는 6월 초 소집해제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팬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느낀 감사함을 담은 신곡 ‘빛이 나는 사람’을 깜짝 발표한 데 이어 KBS ‘평화콘서트’와 ‘제1회 드림콘서트 트롯’을 통해 연이어 관객을 만났다. 특히 지난달 26일에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 공연에서 듀엣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존경해 온 대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함께 공연한 것만으로 꿈만 같고,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어요. 선생님이 테너는 고음을 많이 내다 보면 무리가 올 수 있다면서 목 관리에 대한 조언도 해 주셨죠. 앞으로 음악 할 날이 길게 있으니 천천히 가라는 말씀도 해 주셨어요.” ●이달 보첼리 협업·클래식 2집 발표 그는 곧 이탈리아를 찾아 팝페라 스타이자 테너인 안드레아 보첼리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오는 27일 클래식 정규 2집 앨범 ‘파노라마’도 발표한다. 5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더 클래식 앨범’ 이후 1년 7개월 만의 신보다. 이루마와 최백호 등이 참여하며 정통 성악곡부터 크로스오버, 라틴 음악 등 16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그는 “평소 좋아하는 분들과 작업해 영광”이라면서 “열정적으로 클래식을 공부하는 분들께 민폐가 되지 않도록 진지하고 학구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트로트 역시 매력적”이라며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곡이라면 장르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장르 넘나들며 메시지 전하고 싶어” 새로운 출발선에 선 김호중은 가장 기대되는 일로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꼽았다. 그는 오는 9월 30일~10월 2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한다. “코로나19 때문에 팬미팅을 주로 했었는데, 단독 콘서트는 어떤 느낌일지 벌써부터 설레고 궁금해요. 저도 팬분들도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확 날렸으면 좋겠습니다.” 이은주 기자
  • 美 뉴욕 한복판 괴한 묻지마 총격…유모차 끌던 20세 엄마 허망한 죽음

    美 뉴욕 한복판 괴한 묻지마 총격…유모차 끌던 20세 엄마 허망한 죽음

    미국에서 묻지마 총격 사건이 또 발생했다. 뉴욕타임스는 2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20세 여성 한 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피해 여성은 이날 오후 8시 25분쯤 유모차를 끌고 렉싱턴 애비뉴 근처 이스트 95번가를 걷다가 변을 당했다. 어디선가 나타난 괴한은 피해 여성 머리에 총을 한 발 쏘고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현지 경찰은 검은색 후드티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괴한이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피해 여성 머리에 총을 쏜 뒤 동쪽 방향으로 달아났다고 밝혔다. 피해 여성은 곧장 메트로폴리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 뒤인 오후 9시 20분쯤 결국 숨을 거뒀다. 다행히 유모차에 타고 있던 생후 3개월 아기는 다친 곳 없이 무사했다. 시의원 줄리 메닌에 따르면 사망한 여성은 유모차에 타고 있던 아기의 엄마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참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연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이번 살인 사건이 뉴욕에서 발생한 ‘총기 폭력’의 또 다른 예라고 밝혔다. 애덤스 시장은 “우리 도시에 총이 많다는 건 그만큼 더 많은 생명을 잃을 거란 의미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우는 아기가 더 많아질 거란 의미”라고 한탄했다.  기자회견 후 취재진과 만난 줄리 메닌 의원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해 “형언할 수 없을 정도”라며 “이런 무자비한 총기 폭력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26일까지 뉴욕에서는 624건의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 2021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12% 감소했지만, 2019년 동기 대비해선 약 28% 증가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흑인 및 라틴계 인구가 많은 빈곤층 지역에서의 총기 폭력이 계속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 예로 21세 농구선수가 사망한 6월 19일 뉴욕 할렘 총기 난사 사건과 11세 소녀가 사망한 5월 브롱크스 10대 총기 난사 사건 등을 들었다.
  • ‘트바로티’ 김호중 “장르 구분 없이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고파”

    ‘트바로티’ 김호중 “장르 구분 없이 ‘노래하는 사람’으로 남고파”

    “그리웠던 무대에 다시 서니 맥박이 빨리 뛰고 떨렸지만 정말 행복했어요.” ‘트바로티’ 김호중(사진)이 사회복무요원으로 1년 9개월간의 병역 의무를 마치고 팬들 곁에 돌아왔다. 지난 28일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복지관에서 발달장애인 친구들의 안전을 담당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진심은 통한다는 것을 배웠다”면서 “저를 진심으로 아껴 주는 분들을 위해 노래할 분명한 이유도 생겼다”고 복귀 소감을 밝혔다. 성악가 출신으로 영화 ‘파파로티’의 실제 모델인 그는 오디션 경연 프로그램 ‘미스터트롯’에서 성악과 트로트를 오가는 풍부한 가창력을 뽐내며 큰 사랑을 받았다. 막강한 중장년층 팬덤을 자랑하는 그는 ‘군백기’에도 오히려 팬카페 회원이 늘어나는 등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했다. “어머니 팬분들이 서로 입소문 내며 많이 소개해 주신 것 같아요. 저는 노래밖에 한 게 없는데 제 음악으로 외로움을 덜고 팬분들이 모여 좋은 일도 많이 하는 등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모습을 볼 때 참 뿌듯하죠.” 그는 6월 초 소집해제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팬들과 잠시 떨어져 있는 동안 느낀 감사함을 담은 신곡 ‘빛이 나는 사람’을 깜짝 발표한 데 이어 KBS ‘평화콘서트’와 ‘제1회 드림콘서트 트롯’을 통해 연이어 관객을 만났다. 특히 26일에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내한 공연에서 듀엣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존경해 온 대가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함께 공연한 것만으로 꿈만 같고,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어요. 선생님이 테너는 고음을 많이 내다 보면 무리가 올 수 있다면서 목 관리에 대한 조언도 해 주셨죠. 앞으로 음악 할 날이 길게 있으니 천천히 가라는 말씀도 해 주셨어요.”그는 곧 이탈리아를 찾아 팝페라 스타이자 테너인 안드레아 보첼리와의 협업을 진행하고 오는 27일 클래식 정규 2집 앨범 ‘파노라마’도 발표한다. 5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더 클래식 앨범’ 이후 1년 7개월 만의 신보다. 이루마와 최백호 등이 참여하며 정통 성악곡부터 크로스오버, 라틴 음악 등 16곡이 수록될 예정이다. 그는 “평소 좋아하는 분들과 작업해 영광”이라면서 “열정적으로 클래식을 공부하는 분들께 민폐가 되지 않도록 진지하고 학구적으로 클래식 음악에 다가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트로트 역시 매력적”이라며 “표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곡이라면 장르에 제한을 두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남진 선생님의 트로트를 편곡해서 어떤 젊은 가수가 부르면 발라드 혹은 블루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어느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그냥 노래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새로운 출발선에 선 김호중은 가장 기대되는 일로 생애 첫 단독 콘서트를 꼽았다. 그는 오는 9월 30일~10월 2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한다. “코로나19 때문에 팬미팅을 주로 했었는데, 단독 콘서트는 어떤 느낌일지 벌써부터 설레고 궁금해요. 저도 팬분들도 마음속의 스트레스를 확 날렸으면 좋겠습니다.”
  • 여름철 클래식 음악 축제 봇물…바르톡, 멘델스존, 밥상 등 다양한 주제

    여름철 클래식 음악 축제 봇물…바르톡, 멘델스존, 밥상 등 다양한 주제

    무더운 여름철을 맞아 클래식 음악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가 잇달아 열린다. 그동안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위축됐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각 축제는 의미 있는 주제와 이에 따르는 정교한 프로그램과 연주자 조합을 내놓아 팬들의 가슴이 설레게 됐다.●헝가리 작곡가 바르톡의 음악 향연…더하우스콘서트 ‘줄라이 페스티벌’ 우선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더하우스콘서트가 7월 한 달간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2022 줄라이 페스티벌’을 연다. 2002년 7월 음악가 박창수의 자택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더하우스콘서트는 2020년 베토벤, 지난해엔 브람스를 주제로 한 달간 작곡가를 집중 탐구해 왔다. 올해 페스티벌은 헝가리 작곡가 벨라 바르톡(1881~1945)을 주제로 삼았다. 바르톡은 민족적 소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창적 음악적 세계를 구축한 헝가리 대표 작곡가다. 오페라와 발레 음악, 중소 규모의 실내악 작품을 비롯해 수많은 피아노 작품을 남겼지만, 국내에서 연주되는 건 일부 작품에 국한된다. 바르톡의 주요 작품을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까지 그의 음악 세계를 조명한다. 다음 달 1일 개막 공연에선 바르톡의 유일한 오페라 ‘푸른 수염의 성’을 소규모 오케스트라 편곡 버전으로 선보인다. 발레 음악 ‘중국의 이상한 관리’(7월 9일), ‘허수아비 왕자’의 피아노 편곡 버전(7월 8일)을 비롯해 두 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비올라 협주곡, 여섯 곡의 현악 사중주, 루마니안 포크댄스 등도 들려준다. 7월 31일 피날레 콘서트에선 27곡의 피아노 작품들과 ‘현과 타악기, 첼레스타를 위한 음악’이 약 8시간에 걸쳐 연주된다. 특히 더하우스콘서트 20년 역사 속에 함께 해온 전도유망한 젊은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한다. 7월 7일 ‘피아노 퀸텟’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비롯해 피아니스트 박재홍과 임주희,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비올리스트 신경식, 첼리스트 이정란·심준호·이호찬, 현악사중주단 아레테 콰르텟 등이 참여한다.●멘델스존·코른골트 집중 조명…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2’ 롯데문화재단은 오는 8월 12일부터 21일까지 ‘클래식 레볼루션 2022 멘델스존&코른골트’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 ‘클래식 레볼루션’은 롯데콘서트홀의 대표적인 여름 클래식 축제로 2020년 처음 선보였다. 특정 작곡가의 음악을 집중 탐구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 특징이다. 첫해는 베토벤, 지난해는 브람스와 피아졸라를 조명했다. 올해는 펠릭스 멘델스존(1809~1847)과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1897~1957)를 집중 조명한다. 두 작곡가는 일찍부터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고,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또 독일 고전 음악의 전통을 존중하는 음악 세계를 보여줬다는 공통점이 있다.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크리스토프 포펜이 예술감독을 맡는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이지윤, 비올리스트 박경민, 피아니스트 김선욱 등 전 세계에서 활약하는 국내 음악가들과 피아니스트 임윤찬, 이혁 등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연주자들이 대거 합류한다. 8월 12일에는 포펜 감독이 지휘하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멘델스존 교향곡 2번과 바이올린 협주곡 마단조 등으로 축제의 시작을 연다.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소프라노 황수미와 홍주영, 테너 김세일 등이 함께한다. 같은 달 13일에는 지휘자 이병욱과 인천시향이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과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를 연주하고, 지난해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쇼팽 콩쿠르 결선에 진출해 주목받기 시작한 피아니스트 이혁이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협연한다. 이밖에 18일에는 멘델스존과 코른골트가 각각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음악으로 작곡한 ‘한여름밤의 꿈’(멘델스존), ‘헛소동’(코른골트) 등을 정주영의 지휘와 원주시향의 연주로 들려준다. 첼리스트 문태국이 코른골트 첼로 협주곡 다장조를 협연한다. 20일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직접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멘델스존 교향곡 4번 ‘이탈리아’ 등을 연주하고, 임윤찬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함께 들려준다.●혁신 추구하는 21세기 클래식 향연…세종솔로이스츠 ‘2022 힉엣눙크! 페스티벌’ 세종솔로이스츠가 8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주최하는 ‘2022 제5회 힉엣눙크! 페스티벌’도 빼놓을 수 없다. ‘힉엣눙크’(Hic et Nunc)는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이라는 뜻이며 이 페스티벌은 비정형성(非定型性)을 특징으로 하는 차별화된 축제다.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이 주도하는 올해 행사는 롯데콘서트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일신홀, 서울대학교 등지에서 열린다. 우선 이 축제는 8월 16일 일신홀에서 유리 바슈베트 비올라 콩쿠르 최연소 우승에 빛나는 비올리스트 이화윤의 리사이틀로 시작한다. 8월 22일 공연은 일신홀에서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를 엮었다. 미국의 한국계 작곡가 얼 킴의 후계자이자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폴 살레니는 이번 축제를 위해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신작을 선보인다. 이해인 수녀, 안도현 등 한국 시인들의 작품에 선율을 입힌 성악곡 ‘한국인의 밥상’, 그리고 ‘건강한 밥상’이라는 2개의 작품이 초연된다. 한국을 주제로 한 또 하나의 작품 ‘한국 연가’는 세계 초연이다. 그 외에 윤이상, 로시니, 번스타인 등 음식과 한국 문화에 관련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8월 29일 펼쳐지는 임주희 리사이틀(롯데콘서트홀)은 10월 6일 카네기홀에서 펼쳐질 뉴욕 데뷔 무대와 동일하며 미국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는 중요 무대의 전초전이 될 예정이다. 이어지는 8월 31일의 ‘갈라 콘서트’(롯데콘서트홀)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세종솔로이스츠가 그래미 노미네이션에 빛나는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퀸트와 뉴욕 필하모닉의 악장 프랭크 황, 그래미 수상 첼리스트인 사라 산암브로지오를 만난다. 혁신과 전통이라는 키워드에 걸맞게 세종솔로이스츠의 역량과 협업하는 솔리스트들을 볼 수 있다.
  • 콜롬비아 작가는 왜 제주 해녀에 대해 썼나… 여행철학서 ‘아르카와 이라’

    콜롬비아 작가는 왜 제주 해녀에 대해 썼나… 여행철학서 ‘아르카와 이라’

    “그날은 걷기 좋은 날이었지. 그런데도 우리는 바다를 마주한 그곳에 앉아 평소처럼 대화를 나눴지. 동상이 아닌 진짜 해녀들이 헤엄치는 것도 보고.” 제주도의 해녀를 보면 어떤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을까. 바다에 비해 한없이 작은 인간의 몸이 뒤집혀 순식간에 전혀 다른 공간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뭔가를 가져오고, 그러기를 또 반복하는 해녀를 보며 아르카와 이라는 진지한 대화를 이어 간다. ‘아르카와 이라’를 쓴 미겔 로차 비바스 작가는 콜롬비아에서 중요한 젊은 작가로 꼽힌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 중인 서울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초청된 콜롬비아는 3일 오후 작가와 역자의 대담회를 열었다. ‘아르카와 이라’는 두 주인공 아르카와 이라가 나눈 대화집이다. 세계의 다양한 곳을 다니며 다양한 사유를 나누는 이들의 대화는 여행 문학과 철학서를 오간다. 저자는 “이 책은 휴머니티와 우정을 대화를 통해 푸는 책”이라며 “콜롬비아나 아르헨티나, 제주 등 여러 곳을 다니는 여정은 대화를 윤택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새로운 여행의 가능성도 만들어진다”고 소개했다. 제주도는 저자가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에서 개최한 학술대회를 계기로 실제 방문하면서 책에 들어갈 수 있었다.두 주인공의 이름은 남미 지방의 전통 악기인 아르카와 이라에서 따왔다. 저자는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등의 음악가들이 많이 쓰는 악기로 두 사람이 악기를 연주하듯 서로 대화한다고 이해하면 된다”면서 “대화를 통해 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복잡한가 드러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철학적 사유를 담은 책이다 보니 등장하는 사물마다 다양한 메타포가 담겨 있다. 책은 2019년 과달라하라 대학 내 서점에서만 팔려 학생들 외에는 독자가 없었지만, 1년 반이 지나 디지털로도 발행하게 되면서 더 많은 독자가 만날 수 있게 됐다. 한국에선 지난달 에디투스를 통해 출간됐다. 번역을 맡은 우석균 서울대 교수는 “미겔과는 2016년 처음 알게 됐는데, 이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해줘서 인연이 계속 이어졌다”면서 “철학적인 성찰이 담겨 있고 동서양의 종교와 문화를 넘나드는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힘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유분방한 성찰과 흐름을 가지고 일관되게 글을 쓴 것이 부러웠다”면서 “저도 그런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학교에서 요구하는 여러 가지가 있어서 이런 책을 못 쓴 지 10년도 지났다. 저도 다시 써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라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 4월 콜롬비아에서 열린 보고타국제도서전에 주빈국으로 참가했다. 반대로 이번에는 한국이 콜롬비아를 주빈국으로 초청했다. 이번 교류를 계기로 독자들은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콜롬비아 문화를 더 폭넓게 접할 수 있게 됐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닉슨 대통령 사임을 부른 ‘거친 입’ 마사 미첼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닉슨 대통령 사임을 부른 ‘거친 입’ 마사 미첼

    리처드 닉슨이 미국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3년 뒤인 1977년 데이비드 프로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마사 미첼이 없었더라면 워터게이트도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마사는 닉슨의 둘도 없는 친구이며 법무장관을 지낸 존 미첼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1976년 5월 31일(이하 현지시간) 5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새삼스럽게 그녀 얘기를 꺼내는 거냐고? 미국 케이블 채널 스타즈 TV가 지난달 24일부터 8부작으로 선을 보인 ‘개슬릿(gaslit)’이 이들 부부를 그렸기 때문이다. 숀 펜과 줄리아 로버츠가 호흡을 맞췄다. 제목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뜻이다. 진실을 고백하려다 마구 망가진 사례를 뜻한다. 마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다쟁이였다. 오죽했으면 ‘남부의 입’이란 별명이 따라다녔을까? 남편이 미국 역사에 유일한 대통령 하야를 불러 온 1972년 워터게이트 추문의 배후로 언론에 지목되자 마사는 남편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음모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그는 헬렌 토머스나 밥 우드워드같은 친한 기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사건을 배후 조종한 인물이 은폐하려고 남편 같은 엉뚱한 희생양을 만들고 있다고 고자질했다. 곤경에 몰린 백악관은 그가 알코올 중독 탓에 헛소리를 늘어놓는다고 언론에 거짓 정보를 흘렸다. 정치적 이견 때문에 결혼생활이 엉망이었던 마사는 남편에게 호텔 객실에 감금돼 전화도 못하게 방해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닉슨 행정부는 그를 정서불안 환자로 몰기도 했다. 기자들은 물론 가족도 그의 말을 믿지 않게 됐고, 결국 다음해 남편과 갈라섰다. 나중에 그녀의 주장은 대부분 진실로 드러났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것은 결정적인 내부 정보를 언론에 제보한 숨은 고발자 ‘딥 스로트’(Deep Throat)의 공로가 컸지만 ‘요란한 입’ 마사의 공도 결코 작지 않았다. 이번 드라마 포스터는 로버츠의 분장하지 않은 얼굴 옆에 ‘미첼이 옳았고, 닉슨이 틀렸다’는 선정적인 문구를 새겨 넣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프리뷰를 통해 지난 3월 30일 세상을 떠난 도청 음모의 주역 고든 리디 전 연방수사국(FBI) 요원, 돈은 잘 벌지만 순진한 변호사로 닉슨에게 거짓말하라고 채근한 존 딘, 그의 좌파 여자친구 모 케인, 남편 존 미첼 등을 숨가쁘게 보여줘 정신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2017년 유명 팟캐스트 ‘슬로 번(Slow Burn)’에 기반한 이 드라마는 정치사의 주변을 맴도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호텔에 마련된 민주당전국위원회(DNC)본부에 도청 장치가 된 것을 맨먼저 발견한 호텔 경호원 프랭크 밀스는 은폐 작업에 동조할 뜻이 없는 백악관 직원에게 “옳고 그름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지 않고 어떻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거냐?”고 묻는다. 모는 닉슨 정부의 뻔뻔한 인간들이 수두록하게 초청된 파티 도중 “여기 모두가 악마들”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주 즐길 거리가 넘쳐나네”라고 말한다. 심리학자 브렌단 마허는 어떤 이의 특별하지만 있을 법한 경험이나 생각을 환상이나 정신병이라고 몰아붙이는 일을 ‘마사 미첼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범죄 수사나 기업 스캔들 조사 등에도 적용된다.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만 1998년 클린턴 행정부는 대통령과의 성추문을 터뜨린 모니카 르윈스키를 ‘대통령을 스토킹하는, 허영심에 가득 찬 거짓말쟁이’로 몰았고, 2007년 삼성 비자금 의혹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개인적 흠결을 부풀렸다. 메시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1918년 9월 2일 아칸소주 파인 블러프에서 태어났다. 면화 중개인과 드라마 교사 사이에 외동딸이었다. 농장의 흑인 노동자 아이들과 어울려 자랐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 교회 성가대원이었다. 어머니는 오페라 가수가 됐으면 하고 바랐다. 처음 6년 동안은 사립학교를 다녔는데 대공황이 닥쳐 공립 학교로 전학 갔다. 미주리주 컬럼비아에 있는 스티븐스 칼리지에 입학해 소아과 의사를 희망했는데 남부 억양 때문에 그리스어와 라틴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적십자 간호사지원군에 들어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봉사했다고 나중에 돌아봤다. 아칸소 대학을 거쳐 마이애미 대학에 입학해 예술에 매료돼 여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 하지만 가족들의 반대로 역사학 석사학위를 딴 뒤 일년 정도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7학년 교사로 일했다.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고향에 돌아와 무기고 서기 일을 하다 인연을 맺은 지인과 함께 워싱턴으로 옮겼다. 이곳에서 클라이드 제닝스 주니어란 버지니아주 린치버그 출신 육군 장교를 만나 이듬해 10월 5일 결혼했다. 얼마 안 있어 제닝스는 명예 제대를 한 뒤 떠돌이 핸드백 세일즈를 했다. 아들을 낳았지만 둘은 1956년 5월 18일 별거한 뒤 이듬해 8월 1일 이혼했다. 그 뒤 일년 만에 존 미첼을 만나 1957년 12월 30일 재혼했다. 뉴욕 맨해튼에서 변호사로 일한 존과의 사이에 딸 마사 엘리자베스가 태어났다. 존과 닉슨은 따로 몸담고 있던 법무법인이 1966년 새해의 전야에 합쳐지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됐다. 닉슨은 취임하자마자 존을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마사가 처음 전국적인 관심 인물로 떠오른 것은 1969년 11월 워싱턴 평화행진을 취재하던 TV 기자에게 떠벌이면서였다. 남편에게 러시아 혁명을 돌아보라고 조언했다는 것이었다. 이 무렵부터 저녁술을 마시고 취해 기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치적 가십이나 정보, 남편의 보고서에 본 내용, 남편의 대화 중 엿들은 내용을 까발리기 시작했다. 텔레비전 토크쇼와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잘 떠들어대는 유명인사가 됐다. 1970년 11월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6%가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43%는 호감을, 33%는 비호감을 갖고 있었다.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시사잡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했다. 솔직하고 검열을 의식하지 않는 토크로 공화당의 이슈를 지지하는 발언을 곧잘 했는데 ‘입(더 마우스) 마사’ ‘남부의 입’이란 별명이 붙여졌다. 1972년 닉슨은 대통령 재선위원회(CRP) 위원장을 존에게 맡겼다. 미첼은 언론에 대고 재선 캠프가 더러운 술수를 쓴다고 털어놓기 시작했다. 문제의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 일주일 전에 미첼 부부는 캘리포니아주 뉴퍼트 비치에서 열린 기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존은 사고에 대한 전화를 받고 CRP가 연루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거짓 기자회견을 했다. 이어 워싱턴으로 돌아가며 아내에게는 캘리포니아의 햇볕을 더 즐기라고 신신당부하고 그녀를 감시하도록 전직 FBI 요원 스티브 킹을 붙였다.하지만 마사는 LA 타임스의 기사를 통해 CRP의 경호 책임자이며 자신의 딸 경호원 겸 운전기사인 제임스 W 맥코드 주니어가 체포된 사람 가운데 한 명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백악관의 공식 해명과 상충되는 내용이어서 그녀의 의심은 더욱 커졌다. 남편에게 물어보려고 했으나 전화 통화가 되지 않자 보좌관에게 다음에는 언론에 전화할 것이라고 겁박했다. 그 해 6월 22일 마사는 토머스 기자와 늦은 밤 통화를 했다. CRP 위원장을 그만두지 않으면 남편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전화가 갑자기 끊겼다. 호텔 교환수가 그녀가 기분 나빠 아무 말도 안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토머스 기자가 존에게 전화를 걸었다. 존은 아무렇지 않은 듯 “(아내가) 정치에 대해 조금 화가 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녀도 날 사랑하고 나도 그녀를 사랑한다. 그러면 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토머스 기자는 누군가 마사의 전화기를 빼앗으며 “저리 좀 가요”라고 뇌까리는 것을 들었다고 기사에 적었다. 많은 매체가 이를 받아 쓰자 마사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며칠 뒤 뉴욕 데일리 뉴스의 범죄 전문기자 마르시아 크레이머가 골프장에서 매를 맞아 팔뚝에 검푸른 멍이 남아있는 여성을 찾아냈다. 호텔의 전화기 코드를 뽑아버린 사람이 킹이며, 여러 차례 발코니를 통해 빠져나가려다 실패하자 자신을 감시하는 남성이 5명으로 불어나 있었다고 했고, 이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꿰매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닉슨의 개인 변호사 허브 캄바크가 호텔로 불려가 의사로 하여금 진정제를 놓게 했다. 그녀는 목숨을 잃을뻔했다고 느꼈다. 언론에 워터게이트 침입 사건이 떠들썩하게 보도됐지만 마사의 얘기는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뉴욕 데일리뉴스 같은 메이저 언론들에서 그저 흥미 본위의 휴먼 스토리로 취급당하고 있었다. 닉슨의 참모진은 마사가 음주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전혀 사실무근은 아니었다. 그들은 코네티컷주의 정신병원에 그녀를 입원시키라고 권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남편을 옹호하기 위해 기자들과 접촉했던 마사는 그가 엉뚱하게 궁지에 몰렸다고 확신했으며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라고 부추겼다. 침입 사건 얼마 뒤 존은 가족과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법무장관 직에서 물러났다. 이러는 동안 마사는 공화당이 썩어빠졌다고 논점을 바꿨다. 1973년 5월 CRP를 상대로 640만 달러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민주당 편에 서 법정 증언을 하자 미첼 부부는 같은 해 9월부터 별거를 시작했다. 존은 딸 마티를 데리고 집을 나가 버렸다. 닉슨은 1974년 8월 대통령 직에서 물러났다. 이듬해 존은 위증과 사법방해, 워터게이트 침입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연방교도소에서 19개월을 복역했다. 부부는 그 뒤 살아서는 서로를 다시 보지 못했다. 존이 세상을 떠난 것은 1988년이었다. 마사는 1973년에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는데 남편 일로 돈을 버는 것은 비열한 짓이 될 것이란 걱정 때문에 출판사와 계약하지 않았다. 1975년부터 아프기 시작했다. 기자친구를 비롯해 적은 숫자의 지인들을 모아놓고 얘기하곤 했는데 전기작가 윈졸라 맥렌돈도 포함돼 있었다. 맥렌돈은 마사가 자살 충동에 빠져 있으며 수입도 없어 고생한다고 적었다. 가족들이 모두 등을 돌렸지만 아들만 그녀 곁에 남아 돌보고 대변인 노릇을 했다. 말년에는 그녀를 동정한 지지자들이 보내준 기부금에 의지했다. 그렇게 46년 전 오늘 다발성 골수증이 악화돼 코마 상태에 빠져 뉴욕 시에 있는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아들, 전 남편, 딸이 파인 블러프에서 열린 장례식에 늦게 도착했다. 캘리포니아 장군이라고 밝힌 사람이 조화를 보내줬는데 “마사가 옳았다”는 쪽지가 담겨 있었다. 고인은 어머니, 조부모 곁에 묻혔다.
위로